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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여성 시인 칠월의 필라리아(filaria) 외 2편 -한 여자의 귀월(鬼月)을 기억하며 옌 아이린
칠월에 일어난 모든 일들은 정오의 태양보다 더 뜨겁게 나를 태운다.
몸 안의 수분이, 땀으로 경혈로 눈물로 나를 떠나간다. 그러나 내겐 고통을 축적할 방법이 없다. 잠을 잊은 밤의 매 순간마다 내 눈은 바닥이 깨진 그릇처럼 이런 액체와 시간을 따라 흘러간다.
칠월에, 누가 나를 떠나가는가? 그 사람은 또 내게 가까이 다가와 말한다. 「당신을 얼마나 깊이 사랑해야 좋을지 몰라서 그래요. 제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걸 용서해주세요.」 그의 고백을 다 듣고 나서, 나는 자신을 빗자루로 만들어 집 안 여기저기를 쓸기 시작한다. 맨 구석부터 오래된 세월의 부스러기들을 쓸어내기 시작한다. 나는 또 내 손을 두 장의 걸레로 만들어 수정 탁자와 유리 장을 닦기 시작한다. 침실의 화장대와 욕실의 거울을 결혼사진과 아이가 태어난 뒤의 삶을 담은 사진을 닦기 시작한다. 이런 저런 것들이 전부 더러워져 있다. 하지만 걸레를 비틀어 짜면, 손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찝찔한 눈물이다.
액체로 된 모든 것들이, 마침내 내 몸을 빠져나와 흘러간다.
칠월, 아, 얼마나 뜨거운 칠월인가 내 몸은 말라서 텅 비어버린다. 미라처럼 깨끗하게 그 사람이 집으로 돌아갈 때, 아직 살아 있는 내가 사실은 이미 처량한 귀신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까?
-2008년 『유사문예(幼獅文藝)』9월호에 발표
봄에 가을 치마를 입다
삼월에, 나는 구불구불 산 속의 작은 길로 들어서, 길가에 줄지어 늘어선 망초들이 나를 향해 손을 내미는 것을 본다 망초들은 내 검은 외투의 방향을 막고 있다. 망초들이 말한다:「더는 앞으로 가지 마세요. 그곳은 온통 가을이에요. 당신은 겨울에 차가운 깨끗함을 잘 못 지나왔어요. 게다가 봄은 방금 산 밑에 도착했다고요. 하지만 가을은, 지난해부터 줄곧 우울해하더니, 지금까지 이곳을 배회하면서 가지 않고 있어요.」 나는 말라비틀어진 망초 꽃을 어루만지며, 담묵(淡墨) 같은 미소로 가볍게 화선지를 건너뛴다. 「저는 가을에 태어난 영혼이거든요.」
걸음을 옮기는 신발에 지난해의 낙엽과 썩은 풀이 잔뜩 달라붙고, 검은 외투는 요염한 자줏빛 가시나무에 한 쪽 자락이 걸려버린다. 마음속 일들이 달라붙기라도 한 듯, 그녀는 놀라서 소리를 지른다. 「어째서 아직도 이곳에 겨울이 만연한 걸까요?」 나는 미안한 표정으로 그 가운데 한 송이를 딴다. 「그럼 나를 봄을 부르는 편지로 삼지 않을래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눈앞에 얼마나 좋은 대답이 깔려 있는지, 산 계곡에 가득한 자줏빛 가시나무들이 일제히 화답한다.
온몸에 아름다움이 가득해진다.
그런 다음에, 내가 외투를 벗고 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누가 보았을까?
주: 2009년 1월, 나는 신주(新竹) 국립예술원예구 안에 있는 산 언덕길을 두 시간 남 짓 한가하게 걸으면서 가을과 겨울, 봄 세 계절의 생태를 한꺼번에 체험했다.
***** ...시평 카페 회원 여러분! 옌 아이린 시인은 우리 시평 회원들과 친숙한 타이완의 여성 시인입니다. 3년 전 속초에서 아시아 시 낭송대회를 열었을 때 먼 길을 와서 아주 매력적으로 시를 낭송했습니다. 그 사람이 눈 오는 오늘 양평 용문산 동쪽에 혼자 보고 싶어집니다. 저는 멀리 있는 사람을 생각할 때 시가 오는 것 같습니다. 저 하늘에서 눈 송이 송이가 소리없이 이 지상으로 내려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러분, ...자주 만나 뵙겠습니다. - 고형렬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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