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2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나는 단어를 찾는다" -폴란드 시인 쉼보르스카
2016년 03월 07일 22시 33분  조회:3833  추천:0  작성자: 죽림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연설에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이렇게 말했다.

“단어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를 갖는 시어의 세계에서는
그 어느 것 하나도 평범하거나 일상적이지 않습니다.
그 어떤 바위도, 그리고 그 위를 유유히 흘러가는 그 어떤 구름도. 그 어떤 날도.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오는 그 어떤 밤도.
아니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이 세상의 모든 존재도.
이것이야말로 시인들은 언제 어디서든 할 일이 많다는,
그런 의미가 아닐는지요.”

나는 단어를 찾는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
그를 한마디로 표현할 단어를 찾는다.
어느 것도 충분하지 못하다.
가장 요긴한 말은 쓸데없고,
가장 뜨거운 말은 너무 미지근하다.

1945년 ‘나는 단어를 찾는다’로 데뷔한 폴란드 시인은 그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가장 용감한 말은 비겁하고/
가장 경멸적인 말은 여전히 성스럽다/
가장 잔인한 말은 너무나 동정적이고/
가장 적대적인 말은 너무나 약하다//
그 말은 화산 같아야 한다/
격동하고, 솟구치고, 힘차게 쏟아져 내려야 한다”.

노벨문학상(1996년) 수상 때 “모차르트의 음악같이 잘 다듬어진 구조에, 베토벤의 음악처럼 냉철한 사유 속에서 뜨겁게 폭발하는 그 무엇을 겸비했다”(스웨덴 한림원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연설문 중)는 찬사를 받자 “진정한 시인이라면 ‘나는 모르겠어’를 되풀이해야 한다”고 되뇌었던 시인의 유고시집 ‘충분하다’가 번역 출간됐다. 한국어판에는 생전 펴낸 마지막 시집 ‘여기’에 실린 시가 더해졌다.

쉼보르스카가 눈을 감기 전 완성한 시는 13편이다. 고민과 첨삭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미완성 시 원고가 또 6편 있었다. 이를 합치고 동료이자 편집자인 리샤르드 크리니츠키의 편집후기를 붙인 ‘충분하다’가 나오자 폴란드 언론들은 ‘유고시집’ 대신 ‘신간시집’이라는 말로 그에게 애정을 표시했다.

‘충분하다’의 시어들은 초창기만큼이나 꾸밈없고 명징하다. 문장은 가볍고 투명한데도 묵직한 힘으로 존재의 본질을, 생의 이면을, 문명의 폐단을 떠올리게 한다.

“다른 곳은 어떤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여기 지구에서는 모든 것이 꽤나 풍요로워/
여기서 사람들은 의자와 슬픔을 제조하지//
(…)여기서 무지(無知)는 과로로 뻗어버렸어.
끊임없이 뭔가를 계산하고, 비교하고, 측정하면서/
결론과 근본적 원리를 추출해내느라.”(‘여기’ 중)

일상을 읊다 불쑥 폭력, 전쟁 등의 테마를 눈 앞에 가져와 뇌를 식히는 문장도 여전하다. 1993년 ‘끝과 시작’이후 쉼보르스카가 이런 주제를 시 속에 언급한 일은 드물다고 한다. 그는 사슬에 묶인 채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개의 모습에서 인간을 향한 억압을, 거리에 남은 시위의 흔적을 보며 폴란드 사회의 현 주소를 본다.

“무더운 여름날, 개집, 그리고 사슬에 묶인 개 한 마리/
불과 몇 발자국 건너, 물이 가득 담긴 바가지가 놓여 있다/
하지만 사슬이 너무 짧아 도저히 닿질 못한다/
이 그림에 한 가지 항목을 덧붙여보자/
훨씬 더 길지만/
육안으로는 보기 힘든 우리의 사슬,
덕분에 우리는 자유롭게 서로를 지나칠 수 있다.”(‘사슬’전문)

‘두 번은 없다’며 유한성 앞에 겸허했던 그는 죽음 앞에서도 초연하고 담담하다.

“어쨌든 나는 돌아가야만 한다/
내 시의 유일한 자양분은 그리움/
그리워하려면 멀리 있어야 하므로” (미완성 원고 부분)
있는 힘을 다해 단어를, 문장을 갈구해 온 그가 택한 마지막 시어는 소소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충분했다.

김혜영기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923 미국 시인 -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2016-12-04 0 6128
1922 미국 시인 - 랠프 윌도 에머슨 2016-12-04 0 3956
1921 [쉼터] - 원소 "주기률표"와 어머니 2016-12-03 0 10443
1920 시인, "시편", 그리고 독서 2016-12-03 0 4357
1919 영국 첫 녀성 계관시인 - 캐롤 앤 더피 2016-12-03 0 4215
1918 영국 랑만파 계관시인 - 윌리엄 워즈워스 2016-12-03 0 5195
1917 미국 계관시인 - 테드 쿠서 2016-12-03 0 4349
1916 미국 첫 라틴계 계관시인 - 후안 펠리페 에레라 2016-12-03 0 6564
1915 <<뇌의학계>> 미국 계관시인 - 오리버 색스 2016-12-03 0 3695
1914 미국 계관시인 - W.S 머윈 2016-12-03 0 3774
1913 19세기 미국 가장 독창적인 시인 - 에드거 앨런 포(포우) 2016-12-03 0 9846
1912 미국 시인 - 로버트 핀스키 2016-12-03 0 4289
1911 미국 흑인 혼혈 녀성계관시인 - 나타샤 트레세웨이 2016-12-03 0 5128
1910 미국 계관시인 - 필립 레빈 2016-12-03 0 4347
1909 詩人은 절필할줄도 알아야... 2016-12-03 0 5429
1908 나이지리아 시인 - 월레 소잉카 2016-12-01 0 6218
1907 미국 계관시인 - 로버트 프로스트 2016-12-01 0 5287
1906 詩는 기존의 삶의 설명서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설계도이다... 2016-12-01 0 4118
1905 스페인 시인 - 후안 라몬 히메네스 2016-11-30 0 4590
1904 요절한 천재 시인 시세계를 알아보다... 2016-11-30 0 5263
1903 詩人은 자기자신의 령혼을 련금할줄 알아야... 2016-11-30 0 3582
1902 스페인 시인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2016-11-30 0 6088
1901 서아프리카 세네갈 대통령 시인 - 레오폴드 세다르 상고르 2016-11-30 0 6587
1900 중남미 수녀 시인 - 소르 후아나 이녜스 데 라 크루스 2016-11-30 0 6331
1899 노르웨이 시인 - 비에른 스티에르네 비에른손 2016-11-30 0 5719
1898 아이슬란드 시인 - 스노리 스튀르글뤼손 2016-11-30 0 6724
1897 미국 國歌 "성조기" 작사가, 시인 - 프랜시스 스콧 키 2016-11-30 0 6612
1896 <라면> 시모음 2016-11-30 0 4407
1895 詩人은 일상의 삶을 詩처럼 살아야 한다... 2016-11-30 0 3942
1894 詩는 시인이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니다... 2016-11-30 0 4206
1893 현대 환상 문학의 대가 아르헨티나 시인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2016-11-29 0 6606
1892 자연과 인생을 노래한 일본 "김삿갓 방랑 시인" - 마쓰오 바쇼 2016-11-29 1 8474
1891 조선시대 비운의 천재 녀류시인 - 허난설헌 2016-11-29 0 4995
1890 중남미 문학을 대표하는 멕시코시인 - 옥타비오 파스 2016-11-29 0 6073
1889 詩人은 神이 준 언어를 잘 련금술할줄 알아야... 2016-11-29 0 3842
1888 어머니, 100원, 그리고 모성애... 2016-11-28 0 4195
1887 시인, 시, 그리고 돈... 2016-11-28 0 5468
1886 문학예술인, 삶, 그리고 비극... 2016-11-28 0 4175
1885 시의 건초더미에서 찾은 "바늘" 2016-11-28 0 4392
1884 시인, 시쓰기, 그리고 시암송... 2016-11-28 0 3536
‹처음  이전 5 6 7 8 9 10 11 12 13 14 1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