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3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29
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시의 가치란?
2015년 09월 06일 21시 26분  조회:4914  추천:0  작성자: 죽림
 

<시는 나에게 있어서 그 생존의 소멸, 그 멸망을 방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으며, 그 위안, 순수고독과 순수허무로써 일신을 포기할 수 있는 그 해방과 희열, 그 힘을 길러주던 유일한 성체였다. 실로 나에게 있어서 시는 내 존재의 숙소, 그 등불, 그 휴식 또한 보이지 않는 먼 내일에의 여행, 그 저린 뜨거운 눈물, 그 손짓, 그 힘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살라온 경험의 흔적, 그 총체였다.> (조병화, <너와 나의 시간에>)

 

이 짧은 글에는 논증이 없다. 어떤 의미에서 이 글은 논증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그 생각 혹은 느낌이 무엇인가? <시는 적어도 나에게 매우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 나에게 해당되는 이 생각을 더 일반화시킬 수 있다. <시는 모든 인간에게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진짜 시는 모든 인간에게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유종호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민음사, 1994)는 그의 말처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학개론 흐름의 책>을 의도하고 쓴 책이다. 그는 피터 버거의 <사회학에의 초대>(문예출판사, 1995)에서 느낀 매력, 즉 <확고한 대상 파악을 기반으로 해서 감칠 맛 나는 문체로 사회학의 기본 문제를 자유자재로 흥미 진진하게 설명하는 솜씨에 매료>되어, 문학을 그런 방식으로 소개하고자 한 책이다. 이 책의 한 장이 <플라톤의 시인 추방>이다.

 

플라톤은 그의 이상 국가에서 시인이나 화가를 추방하고자 한다. 왜 추방하고자 하는가? 잘 알려진 논거가 예술가들이 진리로부터 두 단계 떨어진 모방의 모방을 모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예술가에게 진리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이런 의미에서 시는 우리에게 그렇게 대단한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예술가에 대한 플라톤의 이러한 비판은 그의 이데아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실재와 현상, 이데아와 경험적 현상의 이분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만큼 예술에 대한 플라톤의 공박은 약화될 것이다.

 

예술가, 시인을 공박하는 플라톤의 다른 논거는 <시가 이성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에 호소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감정은 이성보다 열등한 영혼의 부위이며, 우리 감각처럼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비극 시인들은 과도한 감정을 억제하기 커녕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무대 주인공의 기쁨이나 슬픔에 몰입하는 사이 우리의 이성은 정지 상태에 빠진다.

 

그러나 과연 인간의 감정이 이성보다 열등한가? 그것들은 어떤 위계질서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되는 기능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닌가? 분명히 지나친 감정이 부작용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지나친 이성의 작용도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지 못하다.

 

유종호는 플라톤에 대한 몇 가지 비판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 그의 예술관이 소박한 사실주의나 모사주의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에 대한 그의 비판이 <시 쪽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인식론적 관점의 비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낭만주의에게 제기하는 비판이기도 하다. 둘째, 오히려 플라톤이 진정하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참다운 예술은 이데아를 직접 모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은 <하늘도 동의할 수 있는 인간 전형을 만들어 낸다.> 플라톤의 생각을 이런 방식으로 이해한다면, 플라톤이 했던 것은 당대의 잘못된 예술에 대한 비판일 뿐이다. 셋째, 해블락크라는 고전학자의 재해석이다. 플라톤이 비판했던 것은 구두(口頭) 문화에 대한 비판이다. 새롭게 문자적 기록이 가능한 시대에 플라톤은 <독창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를 강조하는 <새로운 이성의 시대>의 정신을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시에 대한 그의 비판은 단지 구두로 전승해 되어온 시를 의미하는 것이다.

 

유종호가 소개하는 둘째, 셋째 비판은 시나 예술이 갖는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플라톤을 해석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비판은 시나 예술이 충분히 이성적인 것과 양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앞 부분에 나온 비판을 본다면 플라톤의 생각을 이렇게 이해하는 것은 일방적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추방해야 할 또 한 가지는 유명한 영웅들의 통곡과 애도이다. 만약 두 친구가 모두 고결한 인품이라면 자기 동지가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무슨 끔찍한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친구의 죽음을 애도해서는 안 된다. ... 그러므로 영웅들이 사자(死者)를 애통해 하는 묘사는 지워버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러한 통곡은 여자들이나 비천한 사내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좋다. 나라를 위해 우리가 훈련시키고 있는 수호자들이 이들을 흉내 내지 못하도록 말이다.>

 

유명한 영웅들의 통곡과 애도가 바로 문학 작품, <오디세이>에 나온다. 플라톤은 이런 것들을 젊은이들이 읽으면 해롭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나중에, 스스로 성숙하게 된 나중에 읽어야 하는가? 그러나 성숙하게 된다는 것은 바로 영웅들조차 보여주는 통곡과 애도의 의미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그가 생각하고 있듯이 비천한 사내들이나 여자들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싸움터에서 용기 있게 죽을 것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 용기와 함께 나약함, 죽음과 함께 두려움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성숙하게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왜 시나 문학 작품은 중요한가? 바로 이런 것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출처] 시의 가치|작성자 풍경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803 중국 조선족 문단 "문화독립군"들 2016-11-11 0 3479
1802 "은진"과 동주 2016-11-11 0 3892
1801 "명동"과 동주 2016-11-11 0 3509
1800 詩人은 삶이란 진액을 증류해서 뽑아내는 련금술사이다... 2016-11-11 0 3220
1799 詩를 배우려는 초학자에게 보내는 편지 2016-11-11 0 3511
1798 詩란 의지와 령혼의 몸부림이다.../ 시의 흥취 10 2016-11-11 0 3376
1797 토템문화를 알아보다... 2016-11-11 0 3666
1796 가사창작할 때 <<아리랑>>을 람용하지 말자... 2016-11-10 0 3790
1795 개성이 없는 예술작품은 독자들의 호감을 살수 없다... 2016-11-10 0 3255
1794 가사창작도 예술품 제작이다... 2016-11-10 0 3763
1793 가사가 대중성이 없이 독서적인 향수를 느낄수 있어도 좋다... 2016-11-10 0 3823
1792 시조짓기에서 3장6구는 완결된 뜻의 장(章)을 이루어야... 2016-11-10 0 3746
1791 詩作할 때 민족의 정서와 녹익은 가락을 집어 넣어라... 2016-11-10 0 3784
1790 심련수, 27세의 짧은 생애에 근 250여편의 문학유고 남기다... 2016-11-10 0 3918
1789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016-11-10 0 3643
1788 일기책에 늘 단시를 적으라... 2016-11-10 0 3548
1787 詩는 그래도 탁마해야 제맛이 난다... 2016-11-10 0 3466
1786 세우는데는 석삼년, 허물어 버리는데는 "단 하루 아침" 2016-11-10 0 3627
1785 노루 친 막대기를 석삼년, 아니 30년 더 넘어 우려먹다... 2016-11-10 0 3895
1784 중국 조선족 문학사에서 첫 "단행본아동작가론" 해빛 보다... 2016-11-10 0 3532
1783 詩人은 시시비비, 진진허허의 대문을 여는 도인이다... 2016-11-10 0 4144
1782 詩人이라 하여 모두가 詩人인것은 아니다... 2016-11-10 0 3613
1781 늦둥이 시인 하이퍼시집 낳다... 2016-11-10 0 4336
1780 중국 조선족 문단 생태문학을 알아보다... 2016-11-10 0 3719
1779 참된 문학은 머물러있는 문학, 가짜문학은 흘러가는 문학 2016-11-10 0 3855
1778 중국 조선족 시조문학을 파헤쳐보다... 2016-11-10 0 4001
1777 리상각 / 김관웅 / 조성일 / 허동식 2016-11-10 0 3982
1776 중국 조선족 록의 왕 - 최건도 음유시인 아니다?... 옳다...! 2016-11-10 0 3670
1775 윤동주의 시는 현실적 모순의 내면적인 목소리이다... 2016-11-10 0 4008
1774 "내 령혼이 내 말 속으로 들어간다"... 2016-11-09 0 3936
1773 詩는 감각과 정신을 제거한 무아에서 령감을 얻어 詩作해야... 2016-11-09 0 3435
1772 작문선생님들께 보내는 편지; 시에 젖은 아이들은 아름답다... 2016-11-07 0 4239
1771 詩는 삶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 2016-11-07 0 3959
1770 그는 그람이라는 칼을 집어 두 사람 사이에 놓았다... 2016-11-07 0 4111
1769 거대한 장서더미속에서 맹인으로 보낸 인생의 후반부 빛났다... 2016-11-07 0 3874
1768 詩는 말을 넘어서 상징과 음악성속에 존재한다... 2016-11-07 0 5533
1767 최고의 작품은 최대의 상상에서 생긴다... 미국 포우 2016-11-07 0 4252
1766 가장 오랜전 <<령감>>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者 - 플라톤...?...! 2016-11-07 0 3752
1765 중국 당나라 녀류시인 - 설도 2016-11-07 0 3990
1764 중국 유명한 시인들을 알아보기 2016-11-07 0 3794
‹처음  이전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