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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1000권 읽기 11
2015년 02월 09일 13시 49분  조회:2288  추천:0  작성자: 죽림

 

101□기둥만의 다리 위에서□조원규, 세계사시인선 6, 세계사, 1989

  문명을 보고 재단하는 시각과 능력도 갖추었고, 그것을 말하는 방법도 나름대로 터득했다. 문명의 구조와 그 속에서 견디기 어려운 자의 꿈 없는 삶이 만드는 순간 순간의 단면들을 노래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때 그 순간의 심리상황일 뿐이다. 그러나 말은 듣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듣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문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명에 대한 진단서만으로는 공유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시에 표정이 없다. 정서가 없다. 자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독자 혹은 이 세계에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점검해야 할 것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의지이기 때문이다. 의지를 가진 자가 대화의 통로를 스스로 차단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렇겠지만 자신을 투명인간으로 만드는 문명과 사회에 대한 감정을 시에 싣지 않는다는 것은 무질서한 잠꼬대가 될 것이고 잠꼬대에 의미를 부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투명인간은 말을 하면 안 된다. 그 인간의 양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족하다. 투명인간에게 한자는 의지이자 혹이다.★★☆☆☆[4336. 11. 14.]

 

102□소돔성□윤성근, 세계사시인선 7, 세계사, 1990

  소돔성은 파국을 눈앞에 둔 도시이고, 시인이 처해있는 현실의 도시일텐데, 자신이 딛고 있는 위치를 이미 그렇게 정해놓고 도시를 파악하기 때문에 그 도시는 소돔성 이외의 것으로 보지 못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예루살렘도 있고, 청주도 있고, 파주도 있다. 그런 도시를 소돔성이라고 규정했을 때의 문제의식을 자꾸 남에게 설명해주려고 하는 태도가 이 시집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그것이 시를 딱딱하게 만든다. 시를 만드는 능력이나 재주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지만, 내 시의 근원에 대한 설정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일찍 결정돼 버려서 깊은 울림을 주지 못한 채 메아리처럼 떠돈다. 관념을 버리고 현실로 좀 더 낮게 내려올 때이다.★★☆☆☆[4336. 11. 14.]

 

103□모자는 인간을 만든다□김상미, 세계사시인선 32, 세계사, 1993

  기묘한 상식에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이 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세계이다. 큰 논리의 단절 없이 담담하고 깔끔하게 시를 쓴다. 그런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기묘한 상식에 도전을 내면 결국은 싸움으로 가게 되고 싸움을 하면 스스로 언어의 함정에 빠진다. 그 언어의 함정에 빠져서 공격대상과 뒤얽혀서 스스로 지치고 만다. 그렇게 하는 것이 문명비판의 한 방식이 될 수는 있지만,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는 없다.

  여기에 인식이 이르면 이제는 언어의 바깥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긴장을 잃지 않는다면 머지 않아 선시나 화두 같은 시를 쓰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공격하는 일상의 포로가 되고, 더 나아가면 시를 포기하게 된다. 어느 쪽으로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공격 대신 젖어드는 법도 있다.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할 때라는 얘기이다.

  그리고 하고자 하는 말에 견줄 때 동원되는 상상력이 좀 둔한 맛이 있다. 시를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상력의 진폭을 크게 하는 것이 싸움에는 더 유리하다는 점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말의 모자에 갇혀 가지고는 뛰어난 상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상상은 말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때 잘 나오는 것이다.★★☆☆☆[4336. 11. 14.]

 

104□그곳에도 사거리는 있다□이경림, 세계사시인선 49, 세계사, 1995

  시를 많이 써본 사람이다. 이미 틀이 짜여있고, 아름다움이 어디서 오는지도 안다. 그러나 베잠방이 차림인데 마음은 명동에 가있다. 이 엉뚱함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문명이 강요한 삶의 모순을 아주 담담하게 그림으로 그리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격렬한 반항으로 그 모순을 고발하는 방법도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그러나 이 시인이 나갈 길은 고발을 줄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시를 쓰는 방법과 발상이 그쪽에 아주 가깝게 가있다. 이것을 구별하지 못한다면 한 동안 고생할 것이다.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 일이다. 무뚝뚝한 겨울의 목련 가지에서 하얀 꽃잎이 나오기를 기다려야지 종이로 꽃을 만들어다가 나무에 얹지는 말 일이다.★★☆☆☆[4336. 11. 14.]

 

105□불멸의 눈꽃□양용직, 세계사시인선 48, 세계사, 1995

  “양평역에서” 같은 빼어난 작품이 몇 있지만, 아직도 벗어야 할 마지막 꺼풀이 남아있다. 인식의 명료함이 드러나서 그것이 적절한 이미지를 얻어야 하는데, 곳곳에서 그런 작업이 순탄치 못한 흔적이 드러난다. 이것은 이미지가 잘 숙성될 때까지 기다린 것이 아니라 억지로 쓴 시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정말 좋은 시인이 되려면 쓰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내용에 꼭 맞는 이미지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때까지 한 올 마음의 긴장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힘겹고 고된 작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시인의 운명이다.★★☆☆☆[4336. 11. 15.]

 

106□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신현림, 세계사시인선 41, 세계사, 1994

  무엇보다도 확고하고 강렬한 의지가 눈에 띈다. 시로 무엇을 말해야 하며,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하는 것을 안다. 시를 무기로 쓸 줄 알며, 작전을 짤 줄도, 어떤 대상을 정확히 골라서 찔러야 적이 쓰러지는가 하는 것까지도 잘 안다. 요컨대 전사의 시로서 나무랄 데가 없다.

  시집에 실린 전체 시들이 아주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시를 꽤 많이, 그리고 오래 연습했음을 짐작케 한다. 여자의 운명과 그를 둘러싼 질곡의 세계를 정확히 포착해서 칼끝을 그리로 몰고 가는 집중력도 살 만하다. 그러나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설명은 그 날을 무디게 하고 그림은 구차한 변명 같다. 게다가 한자는 칼날의 이빨 빠진 자국 같다. 남의 말에 솔깃하다 뿌리째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세계와 시에 대한 확신을 갖는다면 아주 좋은 시, 특히 대작을 쓸 수 있는 저력이 엿보인다. 그렇게 하려면 칼끝이 지금 겨누어진 곳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4336. 11. 15.]

 

107□1차원 나라□박순업, 세계사시인선 25, 세계사, 1992

  발상과 방법이 너무 선명하다. 한 개인의 체험이 녹아있지만, 시에서는 문명의 단층마저 드러난다. 어떻게 시를 써야 하며 무엇을 다루어야 하는 것까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의 단점은 1회성으로 끝나기 쉽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앞으로 시를 쓰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 확고한 방법을 버리고자 할 때 새로운 방법을 얻기가 힘들뿐더러 옛 방법의 확고함이 벽이 되어 그것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형식을 흔들어서 무엇을 노래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도 없지 않다. 그것이 형식을 흔드는 자의 고뇌이다.★★★☆☆[4336. 11. 15.]

 

108□모든 길은 노래를 부른다□김수복, 세계사시인선 90, 세계사, 1999

  ‘연어’ 같은 빼어난 작품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마지막 한 꺼풀을 벗지 못하여 단순한 묘사에 머물고 말았다. 시로 풍경을 묘사할 때 체험이 어디까지 드러나야 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선이 없어서 어떤 때는 풍경묘사로 그쳤다가 어떤 때는 풍경을 묘사하다 말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가 하면서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풍경 묘사에 의한 상징으로 승화되지 못하고 있다.

  풍경으로 쓰는 시는 특히 개인의 체험이 섣불리 드러나면 안 된다. 개인의 체험은 체험일 뿐이다. 그 체험이 환기하는 어떤 정서를 담아줄 대상을 꼼꼼하게 골라서 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그 묘사가 묘한 상징을 이루며 정서를 전달한다. 굉장히 어려운 수법인데, 그것이 잘 안 되고 있다. 그 중에는 한자의 탓도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4336. 11. 15.]

 

109□갈대는 배후가 없다□임영조, 세계사시인선 23, 세계사, 1992

  비유로 시를 쓸 때는 누구나 과장을 일삼기 마련이다. 제시된 대상이 품을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한계를 초과하면 엄살이나 허풍이 된다. 결국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무게가 서로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집의 시들은 시의 원칙을 너무나 준수하고 있어서 오히려 답답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무게가 서로 다른 것들이 많아서 읽기에 불편한 것들도 있다. 단순한 방법으로 삶을 조명해보는 것이 어떤 때는 정말 시원한 느낌을 주지만 그 단순명쾌한 방법이 내용을 담아내는 어떤 한계가 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원관념만으로 조합해서 본 세계가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있을 때에는 더더욱 문제가 된다. 그러나 순진무구할 정도로 깨끗한 시각은 본받을 점이 분명하다. 방법은 정말 단순하고 확고한데, 좀 위태위태하다. 한자는 그 위태함을 더욱 흔든다.★★☆☆☆[4336.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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