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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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나의 정신세계 고백서》

3-3. 일제식민지시기 조선인의 일상생활
2013년 03월 26일 09시 05분  조회:5301  추천:20  작성자: 김문학

김문학《나의 정신세계 고백서》


제3장역사란 何오

3. 일제식민지시기 조선인의 일상생활

 

한일 병합 100년,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한국 지배 36년에 대한 역사적 기억.

식민지의 기나긴 경험은 당한 조선민족의 영혼에 지지리 긴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따라서 그에 대한 회억 자체도 당사자에게 있어서는 덧나는 상처처럼 꺼내기 싫은 과거 일지도 모른다.

행, 불행을 떠나서 일본의 식민통치는 조선 근대 역사에서 절대적 중요성을 지닌 역사 과정이었으며, 조선의 그 이후의 역사를 규정짓는 큰 구실을 했던 것 역시 사실일 것이다.

이 책을 쓰면서 필자는 조선, 일본, 중국의 근대사 100년의 수없이도 많은 자료 문헌을 섭력하는 과정, 일본 식민통치를 당한 피식민지자의 후예로서 가슴 아픈 대목들을 많이 조우했다.

그렇다고 해서 식민지 역사가 우리 민족의 오늘을 이어온 과거의 아이덴티티의 피와 살이 된 것이니, 무조건 덮어 감추거나 왜곡, 무시 할 수는 없다.

세계적으로도 일본과 같이 무섭게 동질적 사회, 문화를 이룬 우리 민족은 나 자신을 내세우며, 우리의 반대편에선 적, 상대에 대해 비관용적이다 라고 한국의 석학 이어령 선생도 필자와 대담할 때 지적한적 이 있다.

증오의 감정 역시 늘 동질, 균질적이어서 우리 아닌 남, 타자, 특히 일제와 같은 대상은 무조건 증오의 타깃이되어, 그 시대에 대한 모든 역사적 해석 역시 “증오”가 깔려있다. 여기에는 거의 어느 하나 누구의 이론(異論)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태세로 기세당당하다.

그런데 증오의 절대적 감정, “정의(正義)”에 눈가려 망각할 것은 이성적인 자기 성찰과 반추라는 중요한 팩터이다.

예나 지금이나 일제감강정식민시기를 다룰때, 학문적인 접근이든, 대중적인 언설이든 사석에서의 잡담이든 대개가 지극히 동질, 균질적 양상을 노정한다.

즉 일제통치의 역사적 시간을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피부로 느낀 감각이 시간의 추이와 더불어 “풍화”내지는 단순한 “관념화”란 여과장치를 거쳐 무조건 “저항사관”아니면 “매국친일” 2항 대립구조로 일축해버린다.

그런데 중요한 것을 여기서 빼놓고야 말았다. 무엇인가? 역사적 사실이 인간의 일상에 의해 지탱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상”을 담론한 여지가 우리 민족에게 없다.

식민지 시대의 조선인과 일본인의 “일상생활”에 대해 거의 이야기 하지 않고 꺼리고 있다. 역사란 정치나 경제, 이데올로기도 중요하지만 많은 역사 공간 시간은 오히려 그 정치체제하에서 생활해온 보통일반인의 “일상생활”에 의해 전개해온 것이 아닌가.

최근 다행히도 일제식민시기의 일상생활을 반영하는 책들이 속속 출간되어 세상의 햇빛을 보고 있다.

《내가 조선반도에서 한 일》(마츠오 시게루),《일본제국이 점지해준 아이들》(카터 엣커트),《일본 통치하의 조선진북의 역사》(사카이 도시오),《생활자의 일본통치시대》(오선화), 《식민지 조선의 일본인》(타카사키 소오지) 등 저작이 나타나면서 일제식민시기의 조선인과 일본인의 일상에 대해 그 진실을 규명하고 있다. 그것을 잠깐 들여 다 보기로 하자.

서울의 일본인은 줄지어서 다다미를 깐 일식가옥의 거리를 형성하여 살고 있으며, 이런 일본인 사회와는 거리를 둔 조선인의 집에서는 라디오 제2방송(조선어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판소리 중계를 듣고 있다. 그리고 청계천에서는 아낙네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빨래 방망이질을 하면서 환담하고 있다. 종로거리의 영화관 앞에서는 신작 영화를 관람하고자 행렬을 지어 있는 조선인들. 물만두를 열심히 파는 중국인의 모습도 보인다.

손님으로 만원을 이룬 화신(和信)백화점.

카페 여급과 환담하면서 큰 소리를 치는 남성 취객.

사쿠라를 꽃구경하는 덕수궁의 화창한 봄 풍경.

학교에서 공부를 게을리 해 버들 회초리로 맞는 아이의 비명 소리.

얼음이 석자 두께로 언 한강위에서 썰매를 씽씽타는 아이들.

길을 물어보는 일본인에게 친절히 가르치는 예쁜 조선 아가씨.

이런 것들이 식민지 시기 당시의 하나하나의 풍경이다. 일제시기 일상생활의 기록을 종합하여 보아 일본인과 조선인의 사이는 그다지 나쁘지도 않았다. 서로 문화가 다른 민족이 같이 살다보면 알륵과 반목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이는 인류학이 이미 실증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특히 도시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이 서로 반목이 심했던 것 같다. 서울에서 배 내밀고 딸깍 딸깍 게다 소리를 내며 으스대던 일본인을 조선인은 아마 덜 반기는 눈초리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전후, “고향”을 찾은 식민지 시대의 일본인 교사가 한국인 제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는 아름다운 일화도 전해진다.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일제시대의 역사를 굳어진 이데올로기 일색의 저항, 친일, 2항 대립구도도 좋지만 그것을 넘어서 보다 생활, 실제 모습에 접근하는 인식방법이 필요하다고. 역사를 이룬 일상의 실상을 통해 우리와 타자의 과거를 알고 재인식 하는 것은 서로 유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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