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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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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4권 (50) 김장혁
2022년 10월 20일 10시 50분  조회:137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
4
 
     60. 나나와 마끼
 

      별아가씨들이 바르르 떨며 세집 창문을 살며시 열고 사뿐 들어와 나나랑 작은할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밤이 가는줄도 모르고 주고 받는 말을 귀담아 듣는다.
      먹칠을 한 듯한  밤하늘에 눈섭달이 처량하게 걸려  어두운 밤을 밝히려고 안간힘을 쓰며 가을바람에 스치여 점점 밝아진다.
      성호는 주방 밥상에 마주 앉아 커피를 후후 불어 마시면서 나나와 광문을 대견스레 바라보았다.  그는 오누이가 일본에서 어머니를 여의고 힘들게 살아온 눈물겨운 이야기를 듣고 여간 감탄하지 않았다.
      나나와 광문은 작은할어버지가 딱 아버지와 생김새가 비슷한데 놀랐다. 세귀눈이라든지 말투라든지 진짜 아버지 같았다. 그리하여 비록 몇번 만난 적은 없지만 거리감이 훌 사라지고 무람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오누이는 그간 작은할아버지가 광고업으로 간고하게  창업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신 감탄했다.
      “작은할아버지, 작은할머니는 지금도 미국에 있는가요?”
성호는 한숨을 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고향을 떠나 한국과 미국으로 돌아다닌지도  20년이 넘는다. 미국 백인들이 어찌나 아세아 인들을 기시하고 못살게 구는지. 당장 한국에 오겠다더라.”
나나도 한숨을 호- 내쉬였다.
“어딘들 기시를 받지 않고 살겠습니까? 양키들은 아세아인이라고 깔보죠. 그런데 섬나라 오랑캐들은 우리 보다 뭐가 잘나서 우릴 기시하는가요?”
광문도 도리머리질하며 끼여들었다.
“한국 인들은 우릴 깔보지 않습니까? 타민족이  깔보는 건  그래도 억지로 개짓거니 하겠는데요.”
광문의 세귀눈에서는 적개심이 빛발쳤다.
“같은 민족끼리 깔보는 건 정말 참기 힘들어요. 한 겨레는 어디에 가서도 단합해 살아야 하는데요.”
나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한숨을 호-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마끼를 봐라. 일본에 귀화해 일본 국적을 올렸느라고 얼마나 으시대면서 우릴  깔보니?”
성호는 두 손으로 손자와 손녀의 손을 하나씩 덥썩 잡았다.
“그게 다 우리 민족의 흠집이고 비극이야.  꽤나 총명하고 기동령활하지만 옛날부터 잘 단합되잖지. 자꾸 모래알처럼 흩어졌지. 그래서 망한 적이 어디 한두번이냐? 또 우리 업신여김받는 건 너무 가난한 때문이기도 해. 나라나 가정이나 매한가지야. 우린 꼭 힘써  가정 경제도 춰세워야 해. 그래야 남의 업신여김을 덜 받을 거야.”
“맞습니다.”
광문은 세귀눈을 슴벅이며 맞장구를 쳤다.
“얘들아, 우린 돈을 벌어야지만 절대 법과 량심을 어기지 말고 인격을 팔지 말아야 해.”
“네.”
성호는 간곡히 부탁했다.
“마사지방에서 이젠 나오너라. 아무리 돈을 벌어도 그렇지. 일본 보스 어디 사람대접 하니?”
성호 말에 나나도 동감이였다.
“그래요. 이달 로임만 타면 나와야겠습니다. 진짜 노예취급한단 말입니다. 우리 오누이 어느 마사지방에 가면 그만큼 벌지 못하겠습니까?”
광문은 주먹으로 탁자를 탁 쳤다.
“밸 같아선 주먹으로 보스 면상을 장마당으로 만들어놓고 싶습니다. 그저 다이로센세이(다이로선생)를 보고 참고 참았습니다.”
나나는 말렸다.
“절대 손을 대선 안돼. 우린 졸업할 때까지 이를 옥물고 참아야 해. 어디로 가서 알바를 해도 그만한 갑질이나 스트레스 받지 않겠니?”
광문은 억지로 참느라고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사실 다이로교수가 잡아준 세집은 양광이 좋은데다가 침실 두칸에 주방과 화장실까지 따로 있어 원래 세집만은 비할데없이 아주 편리했다.
그러나 다이로교수가 관심하면 할수록 나나의 마음은 더 불안해갔다.
(세상에 어디 공짜가 있는가? 다이로교수 뭐하려고 이렇게 은총을 베푸는지 몰라.)
성호는 지갑에서 엔 몇십장을 꺼내 나나한테 내밀었다.
“저그마한 성의니깐. 학잡비에 보태 써라.”
나나는 받지 않고 되밀어주었다.
“할아버지, 어쩌다 일본에 오셨는데요. 관광비를 보태주지 못할 망정 이 돈 받지 못하겠습니다. 관광에 쓰십시오.”
성호는 기어이 밀어주었다.
“이번에 광광하러 온게 아니야. 성의를 받아라.”
나나는 마지못해 작은할아버지가 준 돈을 받았다.
“할아버지, 잘 쓰겠습니다.”
“그래. 이번에 너네를 만나보기도 하고 검찰원 반탐오국을 협조해 부패분자들을 자수하라고 권고하러 왔다.”
광문이 짙은 눈섭꼬리를 쳐들며 세귀눈을 치켜뜨고 바라보았다. 그는 세귀눈이랑 심통히도 작은할어비지를 똑 떼닮았다.
“부패분자라는 건 누구를 그럽니까?”
성호는 정호와 나영의 죄행을 쭉 이야기하고나서 사진 두장을 꺼내보였다.
“이 자들이다. 어디서 보면 인차 기별해라.”
“네.”
나나가 사진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라했다.
“아니, 이 번대머리 며칠 전에 우리 마사지방에 왔댔는데요.”
“그래?”
광문도 사진을 가져다 보고 말했다.
“맞아요.”
나나는 사진을 되가져다보고나서 성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날 춘희박사하구 남자 손님이 마사지하러 왔댔습니다. 그런데 남성 손님이 2층에 올라가 번대머리를 때리겠다고 달려들었댔습니다.”
성호는 대개 짐작이 갔다.
“그 남자는 아마 리문걸일 거야. 외까풀눈이 아니데?”
“맞습니다. 번대머리하구 대판 싸웠습니다. 번대머리는 녀자 둘을 데리고 부랴부랴 도망쳤습니다.”
성호는 또 짐작이 가는데 있었다.
“두 녀자 중 하나는 50대 중반이고 하나는 30대 초반 아니더냐?”
“맞아요.”
광문의 대답을 듣고 성호는 단정했다.
“하나는 황선희박사구. 하나는 나영 부관장일 거야.”
그는 뒤이어 황선희박사는 일본 류학생 출신이기에 일본통이라고 알려주었다.
“그 년놈들이 어디로 도망쳤을가? 도쿄에는 겁나 있지 못할 건데…”
성호가 량미간을 찌프리며 생각하는데 나나가 짐작이 가는데 있는 모양이였다.
“조선 사람들이 많은 오사까에 가지 않았겠는지요?”
“너희들도 그 년놈들을 보면 내한테 인차 알려라.”
“네- 그 사진을 다시 봅시다.”
광문은 핸드폰을 꺼내 인차 정호와 나영의 사진을 찰칵찰칵 찍었다.
“이제 우리 조선족친구방에 이 사진을 올리고 수사협조를 부탁하겠습니다.”
“부패분자란 말을 하지 말라. 괜히 풀을 건드려 뱀을 놀래우겠다.”
“알았습니다. 그저 중국 조선족동포관광객을 찾는다고 하면 어떻습니까?”
광문의 말에 성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너네 안전에 주의해라.”
“네. 할아버지, 우리 집에서 쉬여도 돼요.”
“아니야. 나와 동행한 검사들이 날 기다릴 거야.”
“할아버지도 안전에 주의하세요. 언제 작은 할아버지께 밥 한끼 대접해야겠는데요.”
“그래. 시간 나지면 또 올게.”
오누이는 바깥에 나가 택시까지 잡아주었다.
“우리 도움 필요하면 인차 알리세요.”
“그래.”
성호가 택시를 타고 떠나가면서 차창 너머 허리 굽혀 인사하는 오누이를 오래도록 대견하게 되돌아보았다.
오누이는 세집에 들어오자 인차 정호와 나영의 사진을 위챗 친구방과 여러 그룹에 올렸다. 물론 단서를 제공한 분에게는 약정 사례금을 드리겠다고 하였다.
밤중에 보이지 않는 그물이 재일본 조선족사회에 널리 퍼졌다.
이튿날 나나가 학교에 나가자 마끼가 시물시물 웃으면서 빈정거렸다.
“나나, 이젠 정탐알바까지 하느냐?”
나나는 시치미를 땄다.
“아니야, 대륙에 있는 가족들이 그를 찾더라.”
“그래? 넌 부패분자 정호와 나관장하구 무슨 관계돼 그리 관심 많니? 사례금까지 주고 ‘사람 찾는 광고’까지 내?”
나나는 쌍까풀눈을 살며시 내리깔며 마끼의 외까풀눈을 피해 교실로 들어갔다. 속심의 말 하기도 싫었다.
“나나!”
“왜?”
“좀 보자."
"무슨 일이냐? "
     마끼는 사례금이 욕심나 번대머리와 나영의 행적을 알려줄가 하다가 그만두었다.
     기실 며칠 전에 황선희박사가 옛은사라고 다이로교수를 찾아 집에까지 왔던 것이다. 황선희는 정호와 나영의 려권까지 세개나 내놓으면서 해관에 차압된 숱한 금은장신구와 딸라를 찾아달라고 했다. 그때 다이로는 공항 해관에서 한자리 하는 외조카한테 부탁해 어떻게 하나 찾아주겠다고 답복했던 것이다.
      그러나 마끼는 황선희가 아빠 맏녀제자인지라 감히 입에 올리지 못하고 말머리를 돌렸다.
"넌 언제까지 그 썩어빠진 조선족 꼬리표를 달고 다니겠니?”
나나는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넌 조선족이 아니냐?”
“난 일본 귀화 대화민족이야.”
나나는 주춤 멈춰서 청포도쌍겹눈으로 똑바로 마끼를 쏘아보았다.
“가짜 대화민족, 꼴불견이야. 똑똑히 말해두마. 사람이 아무리 가난해도, 잘 살아도 절대 뿌리를 잊지 말아야 해.”
마끼는 외까풀눈을 흘기며 호들갑을 떨었다.
“호호호. 대단한 인생철학이로구나. 친구기에 충고할게. 창창한 전도를 위해선 어서 일본에 귀화해라. 아무리 이름만 고치고 화복을 빼입는다고 다 본 대화민족인가 하니? 가짜야, 가짜!”
말이 한 곬으로 흐를 수 없었다.
나나는 다시 걸음을 재우쳤다.
원래 나나와 마끼(허가은)는 절친 사이였다. 중국에서 어려서부터 한 학급에서 아주 친한 동기였고 둘 다 어머니를 따라 일본에 와서 나이를 속이고 의과대학에 입학했던 것이다.
마끼(真姬)라는 이름은 일본에 귀화시킬 때 다이로교수가 지어준 이름이였다. 마끼는 어려서부터 다이로교수와 김춘희박사의 귀공주로 곱게 자랐다. 그녀는 멋을 따기 좋아하고 공부에는 별로 열중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늦어서야 겨우 나이를 속이고 입학했던 것이다.
나나와 마끼는 의과대학에서 한 학급에서 공부하면서 아주 친하게 지냈다. 마끼는 동정심이 많아서 항상 말 한마디라도 나나를 도와나섰다.
처음에 다이로교수는 마끼의 독립생존능력을 키워주려고 항상 이것저것 마끼한테 알바를 시키려고 들었다. 마끼는 하기 싫어 항상 자기한테 차례진 알바를 나나한테 밀어주었다. 그러나 양아빠 부탁대로 나나가 해온 알바의 비밀을 지켜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어느 하루, 춘희는 다이로교수가 출근하자 집이 빈 틈을 타서 마끼를 조용히 귀띔해주었다.
“나나가 장차 엄마 자리를 차지해 유산을 빼앗아갈 수도 있어.”
“네?”
그때 나나는 외까풀눈으로 어머니를 아니꼽게 흘겨보았다.
“어머니, 왜 나나를 그렇게 저급적인 동물로 보는가요?”
“내 말 좀 들어라.”
“듣기도 싫어요. 어째 우리 친구 사이에 리간 노는가요?”
마끼는 외까풀눈을 흘기며 대뜸 성을 냈다. 그러나 혹여나 해 의아한 눈길로 어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나나가 새파란 나이에 아빠 첩으로 되겠다고나 한단 말인가요?”
춘희박사는  경고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나나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할 수도 있어. 걔는 광문이를 위해사라면 무슨 짓이든 다 할 애야. 네 양딸자리도 빼앗고 다이로교수 유산을 독차지할 거야.”
그 말에는 마끼도 조금 동감이 갔다.
평소에 나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난 광문일 남보다 못잖게 살게 하기 위해선 무슨 짓이라도 다 할 수 있어.”
지금도 마끼의 귀전에는 나나의 말소리가 쟁쟁했다.
춘희가 정색해 하는 말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외까풀눈은 가을 뱀처럼 독이 올라 서슬이 시퍼랬다.
“어머니는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나나가 네 걸 빼앗아가는 걸 보지 못하겠다. 난 네 전도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다 할 수 있어.”
마끼는 학교에 가려다가 가방마저 훌 내던지더니 쏘파에 물앉았다.
“나나 사태 그리 심각한가요?”
춘희는 따뜻한 손으로 마끼의 백지장 같은 손을 잡고 준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너네 아빠 젤 문제야. 다이로교수는 나나라면 핥을 상 하잖니? 딱 옛날에 나하고 하던 수작으로 나나를 얼리고 있어.”
마끼도 정색하며 측은한 눈길로 어머니 외까풀눈을 들여다보며 종알거렸다.
“글쎄요. 아빠가 나나를 그저 동정하는 정도는 아닌 거 같애요. 미쳤어요.”
춘희는 마끼한테 더 다가앉으며 한술 더 떴다.
“넌 어째 아직도 눈치채지 못했느냐? 다이로는 혹시 나나를 첩으로 들여앉히고 자기 애를 낳으려고 할 지도 몰라. 그게 아빠 평생 소원이야. 이제 황혼에 남은  꿈이야.”
나나는 처음엔 어머니가 너무 나간다고 생각했다.
“그렇게까지야. 나나는 나하고 오랜 극친인데요. 부모를 여의고 의지가지 없이 살잖아요? 진짜 아빠 첩으로 된다면 가슴 아픈 일인데요.”
마끼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빠가 그런다고 해도 나나가 들어줄가요? 늙은 령감태기 애를 낳자고 하겠어요? 미친 년 아니고야. 호호호.”
그러나 춘희는 머리를 끄덕였다.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우린 나나가 우리 집에 발을 붙히지 못하게 해야 해.”
마끼는 외씨 같은 얼굴이 대뜸 새파랗게 질렸다.
“나나, 친군데요. 어찌 친구끼리 돈 때문에 원쑤처럼 싸울 수 있겠어요?”
“넌 너무 천진해.”
춘희는 마끼의 손을 덥썩 잡았다.
“얘, 갠 오누이 살아나가기 위해선 널 잡아먹을 수도 있어. 왜 이다지도 정신 못 차려?”
그제야 마끼는 이를 옥물었다.
“간나새끼, 가만 놔두는가 봐라. 내 얼마나 동정해 아빠한테 좋은 말해 살게 만들었는데. 장학금이랑 어떻게 탔는데. 언감 우리 모녀 발등을 밟아?"
춘희는 마끼 귀에 대고 뭐라고 한참 쑤군거렸다.
"예- 예, 알았습니다."
마끼는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
"어디 대가리를 들고 학교에 다니는가 두고 보자.”
모녀간은 나나를 모해할 음모를 한참 꾸며나갔다.
어머니  충동질을 들은 후 마끼의 마음 속에는 나나가 친구가 아니라 일약 암투의 라이벌로 돼버렸다.
아니, 그 놈의 개도 안 먹는 돈과 재물 때문에 친구가 순식간에 라이벌로, 아니, 원쑤로 돼버린 것이 아닌가.
      돈은 흑사심이라고 돈은 친구를 라이벌로 만들고 원쑤로 만들 수도 있었다. 돈은 량심을 어기고 친구를 무함하고 죽이게까지 할 수도 있었다. 친구를 세치불란지설로 헐뜯어 낯에 먹칠을 해놓고 뼈도 추릴 수 없게 만들 수도 있었다. 돌려댄 뒷잔등에 비수를 콱  박아놓을 수도 있지. ㅋㅋㅋ
(자기 쏜 화살을 맞고 친구가 가슴에 피 흘리면서 쓰러지는 그 처참한 모습… 잘코사니야. 아, 상상만 해도 참 무서운 일이야.)
마끼는 학교로 가면서도 공포에 떨며 착잡한 생각이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나나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그럴 애야. 실 한오리 걸치지도 않고 라체로 교타이모리 스시상에 올랐잖은가. 우리 집에서도 숱한 손님들 앞에서 라체로 걸상에 앉아 아빠한테 똥을 싸 먹이지 않았던가. 자기 남동생네 학급 인체해부학 시간에 라체모델을 다 서지 않았던가. 다이로가 유산을 다 주겠다고까지 하면 애를 줄줄 낳아줄 수도 있어. 어디 죽어봐라. 아, 우리 어쩜 이렇게 돼가지?)
적은 항상 가까이에 있었다. 왕왕 제일 가까운 친구가 순식간에 라이벌로 되고 원쑤로 될 수 있었다. 흔희 젤 가까운 친구가 빈 틈을 제일 잘 안다. 그 틈을 파고 들면서 뒤잔등에 치명적인 비수를 박을 수도 있다.
젤 가까운 친구가 젤 위험한 적이다. 때문에 안전하게 살려면 젤 가까운 친구부터 경계하고 아무 말이나 허타히 해서는 안된다. 자기 흠집이나 빈 틈을 제일 가까운 친구라고 마구 로출시켜서는 안된다.
마끼는 그때부터 나나에 대한 태도와 립장이 180도로 홱 돌아섰다.
그는 이젠 라이벌이 돼버린 나나를 어떻게 망쳐버리겠는가, 무슨 음흉한 수라도 써써 재껴버겠는가, 그 속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리게까지 되였다.
마끼의 머리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가 천지를 지동쳤다.
(그래, 나나가 한 추접스런 알바 비밀을 세상에 꽝 터뜨려 봐. 머리나 들고 학교를 다니겠구나. 흥.)
며칠 후 나나가 교실에 들어섰을 때였다.
애들이 미칠듯이 떠들썩하며 박수까지 쳐댔다.
“신부 등장! 박수!”
“다이로교수와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나나는 깜짝 놀라 애들을 둘러보았다.
마끼는  조소의 빛이 번쩍이는 외까풀눈을 흘기며 머리로 흑판을 가리키며 깨고소해 캐득거렸다.
    나나는 흑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흑판에는 “다이로교수와  나나 결혼을 축하해요!”라는 대문짝 같은 글씨가 박혔다. 그 아래 백발로인과 젊은 녀자가 십자가 앞에 걸어가는 그림까지 그려놓지 않았겠는가.
그 뿐이 아니였다. 인체해부학시간에 라체모델로 돼 동생한테 생식기를 구경시키는 그림으로, 교타이모리 스시상에 오른 녀자의  그림으로, 라체로 다리를 벌리고 다이로교수한테 똥을 싸 먹이는 녀자 그림까지 그려놓지 않았겟는가. 그림 아래에 “다이로”와 “나나”라고 딱 찍어 락서까지 해놓지 않았겠는가! ㅋㅋ.
      필적을 보면 마끼 필체 같았다.
“당장 지우지 못해?”
나나가 애들을 무섭게 둘러보며 호통쳤다.
남자애들은 “우-” 하고 손가락질하며 조소하였다.
어떤 애들은 혀를 삼복지간에 빼문 개 혀처럼 길게 빼물어 내두르며 놀려댔다.
“너무 해!”
“아무리 조센진(조선인)이래도 그렇지. 너무 해”
여기저기서 간혹 질책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나나는 인차 마끼를 돌아보았다.
그때 마끼는 애들을 말리기는 고사하고 외까풀눈으로 나나를 흘겨보며 조소까지 해대면서 붙는 불에 키질을 해댔다.
“사실 아닌가?! 창피한줄도 모르고 학교를 다 다녀?”
진짜 상처에 소금을 치는 격.
찰싹!
나나는 더는 참을 수 없어 손바닥을 부채처럼 펼쳐 마끼의 낯빤대기를 한대 갈겼다.
“누굴 쳐?”
마끼도 나나한테 달려들어 허비고 뜯고 야단쳤다. 
“야메나싸이(그만둬)!”
갑자기 우뢰소리 같은 고함소리와 함께 다이로교수가 나타났다.
마끼는 교실에 들어서는 아빠를 힐끔 곁눈질해보고 손을 뗐다.
교실은 물 뿌린듯 조용해졌다. 나나도 머리를 틀어쥐였던 손을 놓고 서로 원쑤처럼 쏘아보았다.
다이로교수는 흑판을 돌아보고서야 모든 것을 눈치챘다.
그는  흑판의 그림을 둘러보며 뜻밖에 희쭉 웃으면서 고개까지 끄덕였다.
“누가 그렸는지. 참 걸작이로구나! 허허허. 당장 졸업하겠는데 졸업론문은 쓰지 않고 이런 짓거리하면서 놀 새 다 있어?”
다이로는 변태 아닌가?
희스테리가 발작한 사람처럼 허구프게 웃어대더니 핸드폰을 꺼내들고 그림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쥐 죽은듯이 조용한 교실에서는 샷타를 누르는 소리만 들릴뿐이였다.
그 인내와 정적이 마끼랑 애들이랑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다이로교수는 사진을 찍으면서 락서필체를 보고 대뜸 마끼가 한 짓이라는 것을 직감하였다. 그의 내심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일촉즉발할 시한탄과도 같았다.
(빌어먹을 계집년, 나와 나나 진상내막은 마끼 밖에 몰라! 그런데 마끼는 내 양딸이고 나나는 내…)
나나는 책상에 머리를 파묻고 가냘픈 어깨를 들먹였다.
마끼는 죄가 두려워 아빠를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바늘방석에 앉은듯이 조마조마해 했다.
그러나 다이로교수는 마끼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이 그림을 지워도 괜찮겠지요? 수고스레 그렸겠는데.”
마끼는 아빠의 퉁퉁한 네모얼굴에 억지로 웃음짓는 퉁사발눈을 정면으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핼끔 곁눈질해보니 웃음 속에 서슬이 퍼런 칼날이 번뜩이고 있었다.
이윽고 다이로교수는 그림을 지우기 시작했다. 마끼는 다이로교수 뒤더수기를 바라보면서 더욱 조마조마하고 불안해났다. 아니, 공포에 질려 바들바들 떨기 시작하였다.
       이제 다이로교수가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겠는가?
       마끼한테 무슨 생벼락이 떨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외까풀눈과 청포도쌍겹눈이 마주쳐 불찌 탁탁 튕긴다.
       교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가 지동쳤다.
       황금은 씨꺼먼 아가리 벌리고 암전을 쏘아 뜨거운 동기애를 쓸어뜨린다.
       저고리 동전을 풀어헤치고 피 즐벅한 가슴에서 화살을 뽑아든다.
       풀떡풀떡 뛰는 심장이 화살에 묻어나와 비명을 지르며 한 많은 빨간 씨앗을 휘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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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 장편소설 황혼(3) 한족본처 김장혁 2024-07-09 0 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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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 장편소설 황혼 제1권(1) 나의 장례식 김장혁 2024-07-09 0 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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