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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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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4권 (45) 김장혁
2022년 10월 04일 12시 48분  조회:1404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
4


       55.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쑤
       
        푸르른 파도가 무서운 아우성을 치며 백사장을 와락 덮친다.
        하얀 물보라가 백사장을  껴안고 키스하며 무서운 갈등의 씨를 뱉어버린다.
        썰물은 음흉한 발톱을  감추며 스리슬쩍 물러난다.
       검푸른 바다에서 악어가 덮쳐나올지, 상어가 톱날이발을 드러내고 수영객을 덮칠지?  누구도 장담하기 힘들다. 
      바다는 오늘도 포효하며 알지도 못할 공포의 아가리를 쩝쩝 다신다.
      춘희는 문걸과 함께 해변가 해물관에서 나오자 택시를 잡아타고 도심의 마사지방으로 달려갔다.
어둠이 누러스름한 황혼의 락조를 밀어내고 서서히 흑흑칠야의 장막을 내리기 시작하였다.
택시는 해변가 한적한 골목에 뿌리내린 근사한 마사지방 앞에 달려가 멈추었다.
문걸이 춘희를 따라 마사지방에 들어가며 피뜩 여겨보았다.
     울 안에 대나무숲이 소슬한 가을 바람에 설레이고 은행나무 노란 잎이 톨랑톨랑 떨어져 한겹한겹 덧쌓이는 소리만이 울 안의 고즈넉한 정적을  조용히 깨울 뿐이였다.  정호와 나영이 마사지방 울 안으로 들어가자 뒤에서 누런 은행 잎을 밟는 소리가 바지멀춤을 들추면서 동행했다.
     2층으로 된 마사지방 문 량켠에 벌거스름한 초롱불이 디룽디룽 걸려 있어 어둠 속에 조용하고 그윽한 정취를 더해주었다. 아마 주인은 어둑시그레하고 조용한 정취에 잠기고 싶어하는 상 싶었다.
“온 하루 피곤했겠는데요. 피곤을 풀고 돌아갑시다.”
문걸은 춘희를 따라 마사지방에 들어갔다.
분수가 뿜기는 가산 둘레에 화복을 입은 아가씨들이랑 제비넥타이에 하얀 와이샤쯔를 입은 곷제비들이랑 비단필처럼 꽂혀 있었다.
문걸은 꽤나 근심됐다.
“그만 두기오. 늦어 들어가면 괜히 다이로교수 의심을 받겠소.”
“괜찮아요. 다이로교수가 집에 돌아가기 전에 끝날 수 있어요. 이 시각에 그는 한창 밤생활을 즐기고 있을 거예요.”
일본 사내들은 대부분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이면 거의 일찌기 집에 들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들은 동료들이거나 상전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거나 술 한잔을 기울이며 우정을 돈독히 했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은 결산할 때면 습관대로 A, A제를 선호했다. 식사가 끝나 시간 좀 있으면 기생거리에 가서 와까에 반주한 가무를 구경하고 끓어번지는 욕정을 열렬히 발산하는 것이 관례로 됐다.
안해는 남편이 너무 일찌기 집에 돌아오면 욕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상해한다고 한다. 혹시 남편이 바깥에서 기분 상한 일을 당하지 않았는가고 근심하며 문안한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남편의 고민을  부드러움으로 사그라들게 하는 슬기라고나 할가.
춘희는 일본 녀성들처럼 그렇게 부드럽게 다이로교수의 더러운 바깥 밤생활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오히려 늦어들어오면 다이로교수에게 화를 내군 했다.
다이로교수는 부동한 문화차원으로 오는 그런 푸대접에 항상 도리머리를 홰홰 젓군 하면서 두덜거렸다.
(언제면 일본 성문화에 눈이 뜰까?)
그러나 춘희는 일본 녀성들과는 달리 배신감에 보복심이 묻어나왔다. 그녀는  대륙에서 받은 교육대로 남존녀비를 증오했고 남녀평등을 주장했다. 대륙과 섬나라 문화충돌이 불티를 일게 했다.
(네놈은 그게 달렸다고 바깥에서 개처럼 달아다니면서 밤생활을 즐기는데. 내라고 마사지마저 즐기지 못한다는 법이야 없어. 흥! 당신도 즐기고 나도 인생을 즐기자.)
이 마사지방은 춘희가 이전에 별로 다니지도 않던 생소한 마사지방이였다.
이쁜 아가씨들이 허리를 구십도로 굽히며 반갑게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녀성손님이 온 걸 미리 본 총각도 깎듯이 맞아주었다.
“어서 오세요-”
목조건물로 된 마사지방 복도 천정에도 커다란 초롱이 디룽디룽 걸려 있었다. 초롱불이 희미하게 내리비추고 어둑시그레한 실내에서는 은은한 섬나라 서정곡이 유유히 흘러 신비한 감을 더 해주었다.
훤칠한 총각은 부리부리한 눈으로 춘희를 마주 바라보았다. 순간 웬 일인지 주춤 물러섰다가 허리굽히며 춘희를 단간방에 안내했다.
아가씨는 문걸을 다른 방으로 안내하며 종종걸음을 쳤다. 아가씨는 호리호리하게 생겼는데 꽤나 이쁘장했다.
단칸방에 들어가자 아가씨는 머리를 숙이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나직이 물었다.
“무슨 마사지 해드릴가요?”
문걸이나 춘희나 들어올 때 총각과 아가씨를 별로 주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걸은 단간방에서 아가씨를 찬찬히 여겨보니 별로 눈에 익어보였다.
(아니, 이게 누구냐? 나나 아닌가?)
거의 동시에 춘희도 옆방에서 자기를 안내해 들어온 총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나 남동생 아닌가!”
그녀는 하마트면 소리를 지를 번했다. 그러나 용케도 참았다.
(광문이라던가? 외나무다리에서 적수 남동생을 만나다니?)
춘희는 당장 이 마사지방을 떠나고 싶어졌다.
그런데 광문이 마사지항목을 주문받더니 훌 나가버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행이야.)
춘희는 한숨을 후 내쉬며 옷을 갈아입었다.
오누이가 카운터 하나꼬와 쑤군거리는 말소리가 들렸다.
“다른 안마사를 배치해요.”
“나도 못하겠어요.”
“왜?”
하나꼬는 버들잎눈섭을 치켜뜨며 이상해했다.
“왜 모두 이래?”
“저 녀자손님 싫어요.”
“왜? 무슨 문둥이병이라도 있더냐?”
“아니, 그저.”
“알았어.”
광문은 끝내 춘희 방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나나만은 산뜻한 화복차림을 하고 문걸의 방에 다시 들어섰다.
문걸은 나나를 내려다보면서 불쌍한 감이 들어 마사지를 받기도 오시러웠다. 마치 자기 딸애한테서 마사지를 받는 것처럼.
나나도 문걸이 눈에 익어보였다.
(아니, 다이로교수네 집에서 교타이모리 스시상에 올랐을 때 날 뚫어지게 바라보던 그 화가 아닌가!)
문걸은 다이로교수가 대변을 대접하는 연회상에서 나나 라체를 본 적이 있었다.
(맞어. 그 화가야. 적수 춘희 남친이라던가.)
서로 알아보는 순간 눈길을 피하면서 착잡한 생각에 빠져들어갔다.
나나는 문걸을 보기 꽤나 부끄러웠다. 그러나 하나꼬가 기어이 안마하라고 하기에 별 수 없어 재차 들어섰던 것이다.
하나꼬는 이 마사지방 주인의 딸인데 두번째 보스나 다름없었다.
이 마사지방의 주인은 큰 일이 없이는 가게에 별로 나타나지도 않고 막후에서 감독하였다.
나나는 복도에 나가더니 참대초롱에 따뜻한 약물을 담아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문걸이 자기를 알아본 걸 짐작하면서도 조선어 아니라 일어로 말했다.
“발을 불구세요.”
문걸은 일어나 발을 불구면서 나나를 가엽게 훑어보았다.
“물 온도 어때요?”
“괜찮소.”
문걸은 고의적으로 조선어로 대답했다.
“여긴 아무도 없으니깐. 조선말을 하기오.”
나나는 걀죽한 얼굴에 쌔무룩이 웃음기를 띠웠다.
“네. 좋아요.”
그녀는 문걸의 발을 물에 불궈 살살 씻어주었다.
“내 절로 씻을게.”
“아니, 제가 씻어 드릴게요. 이건 봉사항목에 든 건데요.”
“미안하오.”
“아니, 편안히 누워 마사지 받으세요.”
나나는 발을 말끔히 씻고 수건으로 닦은 후 아주 살뜰하게 발마사지부터 하기 시작하였다.
문걸은 눈을 스르르 감고 안마를 받았다.
한참 후 그는 궁금한 것을 물었다.
“저는 조선족이 아니오?”
나나는 속이려고 하지도 않았다.
“네. 조선족인데요.”
문걸은 나나가 거부감이 없는 것을 보고 또 한술 더 떴다.
“아까 마중하던 총각은 제 남동생 아니오?”
“네. 제 남동생 맞습니다.”
나나는 세귀눈을 치켜떴다.
“그걸 어떻게 아는가요?”
문걸은 또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혹시 승호 딸이 아닌지?”
나나는 개의치 않고 반문했다.
“저의 아버지를 아는가요?”
“양. 알다뿐이겠소? 승호는 오랜 친구오. 저를 처음 봤을 때 10대인가 했는데. 대학을 다닌다면서?”
나나는 머리를 들고 문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네. 제가 20대 후반인데요. 대학에 입학하려고 나이를 속였지요.”
“그럼 동생도 20대요?”
“네. 우리 오누이는 10대에 어머니를 따라 일본에 왔는데요. 이젠 10년 세월이 흘렀는데요.”
나나의 세귀눈에는 무언의 빛이 반짝였다.
“화가선생님은 저의 작은할아버지도 잘 알겠군요.”
“작은 할아버지라니?”
“리성호경리 말인데요.”
“오_ 알다뿐이겠소? 우린 생사고락을 함께 한 친구지. 또 우린 다 전주 리씨, 종친이지.”
문걸은 아주 긍지감에 넘쳐 뒷말을 이었다.
“우린 조선을 오백년이나 통치한 리씨왕족, 전주 리씨 후손들이오.”
“네, 그래요? 그럼 우린 집안 집 친척이군요.”
“그래, 친척이지.”
나나는 환한 얼굴로 문걸을 쳐다보며 발을 꽁꽁 주물렀다.
“저의 작은할아버지 잘 계신지요?”
“그래, 잘 있지.”
“그 집 따님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요?”
“이전에 성호한테서 들을라니 미국 하버드대학 석사를 졸업하고 지금 남방 어느 한국 회사에 다닌다던데.”
문걸은 말하다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물었다.
“가만, 성호하구 화상통화해볼까?”
“네. 좋아요.”
나나는 기대에 찬 눈길로 문걸이 차탁에서 핸드폰을 주어드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화상통화가 련결되였다.
“성호, 지금 어디냐?”
“남방 딸집에 있어.”
“오, 그래?”
“넌 지금도 일본에 있니? 이게 마사지방 아냐? 세월이 좋긴 좋구나.”
“오- 그래. 여기 네가 그리도 찾던 큰형님네 손자, 손녀를 만났네. 통화하겠느냐?”
“뭐라고? 오, 바꿔라.”
문걸이 넘겨준 핸드폰 화면에는 성호의 얼굴이 보였다.
나나는 놀랐다. 어쩜 쌍둥이처럼 자기 아버지 모습과 똑 같지 않겠는가?
“안녕하세요? 작은할아버지!”
“오, 그래, 복화, 야, 너네 오누이를 얼마나 찾았다고. 진작 전화라도 할게지. 통 련계할 방법이 없었구나. 이게 몇해만이냐? 광문이 잘 있느냐? 너네 부모도 없이 얼마나 이국 타향에서 고생했겠느냐?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
“작은 할아버지- 어헝, 흑, 흑흑, 보고파요.”
“옆에 광문이 있느냐?”
“네- 제가 데려오죠.”
이윽고 광문이 단칸방에 들어섰다.
“광문아, 작은할아버지 다 잊어먹었겠다. 너네 정말 보고싶구나. 빨리 고향에 돌아오너라. 우리 모여서 함께 살자.”
광문은 누나한테서 작은할아버지네 말을 자주 들었는지라 인차 아주 깎듯이 인사했다.
“네- 작은할아버지, 우리도 할아버질 그렸습니다. 작은 할아버지랑 작은 고모랑 모두 잘 계십니까?”
“그래, 다 컸구나. 하나는 지금 남방 한국 회사에서 일한다. 너네도 이제 돌아오면 하나랑 함께 살아라.”
나나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우리 이제 졸업하면 작은고모 찾아가지요.”
그때 마사지방 문이 벌컥 열렸다.
“아니, 일하잖고 무슨 지껄이냐?”
60대 초반의 사내가 들어오자마자 퉁방울눈을 부라렸다. 피뜩 보니 생김새가 딱 다이로교수 같지 않겠는가.
“사업시간에 핸드폰을 쳐? 이러다간 손님을 다 빼우겠어. 엉?!”
“예, 미안합니다.”
나나는 연신 허리를 구십도로 굽히며 사과했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마지막으로 인사말을 했다.
“작은할아버지, 여기 일 빠쁜데요. 후에 련락드리죠. 안녕히 계십시오.”
“오- 그래.”
나나와 광문은 눈물이 글썽해 아쉬워하며 핸드폰을 문걸한테 넘겨주었다.
광문이 나가자 나나는 문걸의 어깨를 꿍꿍 눌러주며 마사지를 다시 시작하였다.
“저건 누구요?”
나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대답했다.
“주인입니다.”
이제부터 나나는 조선말을 했다.
“난 다이로교수인가 했소.”
“다이로교수 동생인데요. 이찌로라고 불러요.”
나나한테서 알고 보니 이 마사지방은 다이로교수가 남동생 이찌로한테 차려준 마사지방이였다. 이찌로는 형 다이로교수와는 달리 성격이 아주 조폭해보였다.
“허허. 일본에 이리 좋은 마사지방이 다 있어?”
이때 출입문 초롱불 밑에 일남이녀가 나타났다.
“어서 오세요.”
“그래, 그래. 이 어르신님이 오랜만에 마사지 받아보는구나. 허허허.”
일본 사람들은 조용한 문화를 선호했다. 마사지방에 들어오자마자 떠들썩하는 것을 보면 대륙의 손님들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대륙 사람들이 쪽팔린다.
사내가 두 녀자를 뒤돌아보며 조선어로 지껄여댔다.
“황박사, 질탕하게 놀아볼가?”
“나영이하구 노세요. 온 하루 돌아다니고나니 피곤해요.”
“그래? 허허허.”
그들은 아마 일본 사람들이 조선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아무 지껄이나 하는 것 같았다.
광문은 우멍눈을 힐끔 유심히 들여다보며 안방으로 안내했다.
그 사내는 광문을 일본인으로 알고 보리일어로 횡설수설했다.
“우릴 갈라놓지 말게나. 한방에서 마사지 받을 거야.”
그들이 복도로 해 안마방 쪽으로 다가왔다.
문걸과 춘희는 그들이 가까와질수록 말소리가 점점 더 똑똑히 들렸다.
“최국장님, 좋겠다. 일본 아가씨 마사지도 다 받아보고.”
(뭐? 최국장? 아니, 그럼 저놈이 정호 아닌가?)
“내 어디 마사지나 받아보고 만족할 사람이오?”
“그럼 오늘 밤에 또 일본 년한테 장가나 들어보세요. 호호호.”
“그래요. 일본 녀자 맛이 어떤가 실컷 보세요. 어떤 년인지. 변강쇠 그 큰게 생겨서 좋겠다.”
“나나, 벌써 질투하는 거야?”
“질투는 뭘? 오늘 밤엔 황박사나 제나 좀 폭 쉬고파요. 작작 지껄여요. 어쩜 날마다 그 지랄인가요? 늙지도 않았군요.”
문걸은 그 목소리 너무나 귀에 익었다.
(뭐? 최국장? 나영이?)
문걸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앉았다.
“리선생님, 마사지 끝나지 않았는데요.”
“가만,”
문걸은 손사래를 치더니 귀를 도사렸다.
(정호. 그 새끼 어떻게 돼 여기까지 왔어?)
그러나 마사지방에 들어갔는지 복도는 또다시 잠잠해졌다,
문걸은 끌신을 신고 침대에서 내려가 문을 살며시 열고 복도 앞뒤를 훑어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침대에 되돌아와 누웠다.
그의 눈 앞에서는 번개가 치고 우뢰가 지동쳤다.
(저 놈을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니? 어디 죽어봐라.)
문걸은 마사지을 어떻게 다 받았는지 몰랐다. 그는 정호를 어떻게 복수할가고 천만가지 속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렸다.
그의 뇌리에서는 보이지 않는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가 지동쳤다.
문걸은 나나한테 팁으로 만엔지페를 몇장 쥐여주었다.
“수고했소.”
“아니, 이건 안돼요.”
“작은할아버지 친구 아니냐? 학잡비에 보태 쓰오.”
나나는 따라나오면서 돌려주려고 했다.
문걸은 기분 상해 눈까지 흘기며 끝내 돌려받지 않았다.
“보스 보겠소. 어서 넣소.”
나나는 복도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받겠어요. 잘 쓰겠습니다.”
“그래.”
문걸은 나나한테 부탁했다.
“금방 들어온 손님이 어느 방에 들어갔는가 알아봐 주겠소?”
“네-“
나나는 카운터에 가서 하나꼬한테 알아보고 돌아왔다.
“2층 4호 방에 들어갔대요.”
“수고했소.’
문걸이 몸을 홱 돌려 곧추 2층으로 쏜살같이 뛰여올라갔다.
그는 “4호”방을 찾아내자 다짜고짜 문을 박차고 뛰여들어갔다.
한 사내가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가발이 훌렁 벗겨지면서 번대머리가 환히 드러났다.
문걸은 외까풀눈으로 찬찬히 뜯어보았다.
우멍눈도 뛰여든 자를 쏘아보았다. 외까풀눈길과 우멍눈길이 공중에서 딱 부딪쳤다. 날카로운 두 시선의 량극이 부딪치며 씨뻘건 불티가 튕겼다.
“앗!”
비명소리!
“정호! 이 개새끼야!”
문걸은 다짜고짜 주먹을 쳐들고 덮쳐들었다.
“앗!”
황선희와 나영이 비명을 지르며 발딱발딱 일어났다.
안마사들도 눈이 화등잔이 돼 이쪽을 쏘아보았다.
정호는 당황해하지도 않고 발길을 날려 문걸의 아래배를 걷어찼다.
문걸은 저만치 튕겨나가 허망 엉덩방아를 찧었다.
쿵!
머리가 벽에 부딪쳤다.
“개새끼, 너도 사람이냐? 처제를 다 몇십년이나 강간해?!”
문걸은 일어나며 정호를 손가락질하며 일어났다.
“하하하. 어째 일본까지 와서 지랄이야?”
“오늘 니 죽고 내 죽고 생사결판을 내자!”
문걸은 주먹을 쳐들고 덤벼들었다.
“넌 내 상대 아니야! ㅋㅋ.”
“개새끼, 죽여치우겠다!”
문걸이 재차 덮쳐들자 남안마사 둘이 달려들어 뜯어말렸다. 문걸은 억대우 같은 남안마사들한테 두 팔을 뒤로 비틀려 용빼는 수가 없었다.
문걸이 연신 욕설을 퍼붓자 정호는 오히려 제쪽에서 적반하장격으로 빈정거렸다.
“아참, 별새끼 다 본다. 영희는 내 첫사랑이야. 네놈 사람새끼라구 첫사랑마저 양보해 준게 잘못이지.”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주인 이찌로가 네모번듯한 얼굴까지 지지벌개 안마사들을 데리고 뛰여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안마방에서 싸워? 경찰에 신고할테야.”
문걸은 대수롭잖았다.
그러나 정호는 당황해해났다.
(경찰에 신고하는 날엔 꼬리를 밟힐게 아닌가? 어서 이 자리를 떠야 해.)
그는 배낭에서 백딸라자리 지페 다섯장이나 꺼내 이찌로한테 찔러주면서 구슬렸다.
“아니, 미안해요. 주인님, 우린 친구 사이입니다. 저 친구 술이 과했는 모양입니다.  절대 싸우지 않아요. 다툴뿐이지. 이젠 저 작자 술 깼을 겁니다. 괜찮아요.”
이찌로는 돈에 눈이 어두운 자였다. 그는 생각 밖으로 딸라를 받아쥐고 정호를 놓아주었다.
문걸은 몸부림치며 정호를 쏘아보면서 고함쳤다.
“주인님, 저 놈은 중국에서 지명수배하는 흉수입니다.”
정호는 문걸을 손가락질하며 버럭 소리 질렀다.
“작작 무함해라! 누가 범죄자냐? 도둑놈 같은게. 네놈이 강도질 하지 않았느냐?”
“개새끼, 제 명에 죽는가 봐라!”
이찌로나 안마사들이나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어리둥절해했다.
문걸은  이찌로와 남안마사들한테 애원했다.
"저 놈들을 먼저 붙잡아두세요. 누가 범죄자인가든 우리 둘을 다 붙잡아 경찰서에 가져가면 밝혀질 겁니다. 당장 우리 중국 검찰원 쵷혜영 국장을 련계할 수도 있습니다. 제발 저 년놈들을 붙잡으십시오. 저 젊은 녀자도 지명수배 탐오범입니다. 어서 붙잡으십시오..."
“닥치지 못하겠니? 외국에서두 우릴 잡아먹자고 개소리냐?"
"영희 들었으면 널 동정할 거 같으냐?”
문걸은 두팔을 꽉 붙잡혀도 외까풀눈으로 정호를 쏘아보면서 계속 줄욕설을 퍼부었다.
“오- 니하구 사통한게 뭐. 널 초상집 개처럼 쫓겨다닌다구 동정할 거야. 개새끼, 인륜도 모르는 개새끼, 배신자, 사기군, 부패분자. 좋은 끝장 있을 거 같아?”
“네년들도 다 더러운 물건짝들이야!”
문걸은 황선희를 쏘아보면서 질책했다.
“황박사도 저런 놈들하구 한바지를 입고 춤을 추오?”
황선희는 여기서 문걸을 만날줄은 몰랐다.
“리화가선생, 이전에 구급해준 은정을 생각해서라도 날 신고하진 않겠지요?”
문걸은 피씩 웃었다.
“저 놈을 작작 돕소. 어서 절벽에서 말머리를 돌리세요. 좀 늦어 말고삐를 챘다간 절벽에 곤구박힐줄 아오.”
황박사는 얼굴에 대뜸 기겁한 기색을 띠웠다. 그녀는 주섬주섬 옷을 찾아 들고 문발뒤로 가서 바꿔 입었다.
문발 뒤에서 이런 궤변의 꼬리를 휘젓는 소리가 렴치를 잃고 새여나왔다.
“저는 이번에 류학왔을 때 도사교수님을 만나러 왔을 뿐인데요.”
“나관장도 눈이 멀었소. 왜 저런 색마 뒤꽁무니를 따라다니오? 어서 자수하고 그리운 아들이나 만나보오.”
나영은 덴겁해 아무 대구도 하지 못하고 옷을 주섬주섬 주어들고 문발 뒤에 가서 입고 마사지방에서 훌 나가버렸다.
황선희는 나가면서 문걸에게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리화가, 심장병 도지면 또 찾아와요. 빠이, 빠이!”
문걸은 쓴웃음을 지었다.
“생각해줘 고맙습니다. 흥!”
이찌로는 오히려 문걸을 나무랐다.
“당신, 1층에서 마사지 받지 않고 왜 여기 올라와 시끄럽게 굴어? 손님들이 시끄러워 다 가버렸단 말이오. 영업 얼마나 손실 보는지 아는가?”
그때 나나가 나섰다.
“마사지 끝났어요. 이분이 싸움 건게 아니라 금방 떠나간 저 사람들이 시끄럽게 굴었어요. 떠들어대면서…”
“됐다. 됐어.”
이찌로는 나나한테 눈을 흘겼다.
"저 놈들을 빨리 경찰에 신고하십시오. 범죄자들입니다. 당신은 꼭 후회할 겁니다."
그러나 이찌로는 정호한테서 딸라를 받아먹었는지라 문걸을 흘겨보면서 코웃음 치더니 자리를 떴다.
나나는 형 다이로교수가 소개한 안마사였으니 다행이였지. 다른 안마사 같으면 이찌로한테 당장에서 잘리웠을 것이다.
그제야 안마사들도 문걸의 팔을 놓아주었다.
문걸은 아파나는 팔을 주무르면서 2층에서 내려갔다.
“무슨 일인가요?”
춘희가 눈이 휘둥그래 문걸한테 다가왔다.
“정호, 그 개새끼 여기 왔습데.”
“오- 그래요?”
춘희는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저 사람들까지 와서 여기 더 복잡해지겠구만요.”
그녀는 황선희가 다이로교수네 집에 끼여들어올가봐 저으기 근심되였던 것이다.
문걸은 핸드폰을 꺼내면서 중얼거렸다.
“저를 이런 데 두고 가자니 마음이 놓이지 않소. 마음이 아프오."
“내 걱정말고 인차 인터폴에 신고해야죠.”
“알았소. 저 놈들이 멀리 도망치기 전에 직접 신고할테오.”
문걸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전화번호를 찾았다.
“최혜영 국장하구 성호한테도 알려야겠소.”
       급촉한 신호가  일본 땅 사처에 발송돼나갔고 바다 건너편에까지 날아갔다.
드디여 보이지 않는 그물이 일본 땅에 널리 펼쳐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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