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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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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3권 (41) 김장혁
2022년 09월 13일 11시 03분  조회:1656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제3

                      51. 총경리

      째는듯한 해빛
이 수만개 금침으로 푸르른 호수물을 찌르며 푸른 파도와 키스한다. 공원을 방불케 수풀이 우거진 호수에서 잠자리들이 빨간 꽁지로 잔잔한 호수물에 입맞춤한다.
      S시반도체전자유한회사 대문 앞에서 진붉은 오성붉은기와 하얀 태극기가 나란히 서서 휘날린다.
       회사 울안에는 거울 같은 인공호수에서 하얀 구름이 오리떼처럼 자맥질하고   부석돌이 들쑹날쑹한 가산에는 림대옥의 치마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 상 싶다.
       인사팀 직원들이 한창 자기들의 수장 최군철의 짐을 부총경리실에 날라가느라고 분주했다.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하나와 경희, 은희, 운전수 왕용애 숱한 측근들까지 다 모여왔다. 심지어 생산직장의 윤선마저 달려와 2층에서 3층으로 커다란 사무상과 보스의자를 옮기느라고 땀을 뻘뻘 흘렸다.
군철은 아니꼬운 눈길로 하나를 쏘아보았다.
(알락거리긴? 흥! 잘라버리지 않을 거 같아?)
“하나, 좀 보기오.”
“네, 이거 올려가고 갈게요.”
“필요없소. 당장 오오.”
“네. 알았습니다.”
하나는 의자다리를 놓고 군철을 따라 3층 회의실로 들어갔다.
군철은 쏘파에 앉으면서 옆자리를 손짓했다.
“앉소.”
하나는 오시러워 옆에 감히 앉지 못했다.
“앉소. 여긴 우리 둘 밖에 없소.”
“그래도 어떻게 언감 부총경리님 옆에…”
군철은 역정을 냈다.
“앉으라면 앉고 서라면 설게지. 웬 잔소리 그리 많소?”
“네. 미안해요.”
그제야 하나는 군철과 한메터나 간격을 두고 앉았다.
군철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나와 함께 한 뻐스에 앉아 통근하자니 불편하잖소?”
하나는 감히 군철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목 안으로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군철은 하나를 우멍눈으로 쏘아보면서 따져물었다.
“그래. 한 뻐스 타면 날 감시하기 좋지.”
하나는 머리를 들고 번대머리를 쳐다보았다.
“무슨 말씀인지요?”
군철은 벌컥 성을 냈다.
“아직도 시치미를 딸 작정이오? 전날 저네 아버지 어떻게 내 어디로 간 거 그렇게 신속히 알 수 있소? 분명 통근뻐스에서 어떤 녀자를 만나는 거 보고 저네 아버지한테 알려줬지?”
“아니, 생사람을 작작 잡으세요.”
군철은 벌떡 일어서면서 대성질호했다.
“그래, 그날 통근뻐스 고장나 섰을 때 내 어떤 녀자를 만난 걸 못 봤단 말이오?”
“아니죠. 보았습니다. 어찌 그런 지저분한 일까지 아빠한테 다 말했겠는가요?”
하나는 상전의 불티 탁탁 튀는 우멍눈을 쳐다보며 변명했다.
군철은 하나를 손가락질하면서 질책했다.
“뭐? 지저분한 일? 날 지금 모욕하는 거야?”
하나는 제꺽 일어나 두 손을 싹싹 비비면서 허리까지 굽히며 빌었다.
“금방 ‘지저분하다’는 말만은 죄송합니다. 량해하세요.”
“그래 아빠한테 내 말을 하나도 한게 없겠구나.”
“했지요. 우리 부장님, 아니, 리부총경리님께서..."
"이제부턴 최부총경리라고 부르라구."
"네? 불시에 성을 바꿨습니까?"
"그래."
"왜?"
"후에 알게 될 거요. 아버지한테 내 뭘 말한 거나 말하오."
"어떻게 회사 조선족직원들을 친형제자매처럼 보살피고 어떻게 능력이 있구 한바탕 자랑했죠.”
“됐다, 됐어. 앞에선 입에 엿 발린 소리 하구. 뒤에선 잔등에 비수나 박지 말라. 이젠 알락거리는 엿 발린 소릴 듣기도 싫어.”
“무슨 랭수에 생이 부러질 말씀을 다 하는가요?”
“그래? 저네 아버지 내 아버지와 내 정황을 하나도 묻지 않습데?”
“부총경리님 아버지를?’
“그래.”
“묻습디다. 이모부 회사에 왔댔는가고 물었죠.”
“이모부 아니구 내 아버지야.”
“아버지 바뀌였는가요? 저는 이모부로 아는데요.”
“무슨 소리요? 최정호 국장은 내 친아버지오.”
“리총경리님은 리씨인데 최국장이 친아버지라니오. 리문걸 화가님이 친부친님 아니세요.”
“양아버지야.”
군철은 하나한테 구구히 설명하기 싫었다.
“그건 그렇구. 그래 내 아버지 정황도 말했어?”
“예. 그래요. 보지도 못했다고.”
“음.”
군철은 머리를 끄덕였다.
(날 속이진 않는구나.)
하나는 너무나 솔직한 녀자였다. 그래서 군철은 비록 배신감은 났지만 앞뒤가 다른 녀자보다는 좋아했다. 그러나 군철은 지금 성호가 자기 아버지를 붙잡아 감옥에 처넣자고 쫓아다니는 형편에서 하나를 경계하지 않으면 안됐다.
군철은 쏘파에 잔등을 붙이며 틀스럽게 한마디 내뱉았다.
“저는 누구 신세에 입사했는지 다 잊어먹었지?”
“은인을 어떻게 잊어요. 리총경리님, 아니, 최총경리님 덕분에 입사했죠. 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는데요.”
“흥, 기억은 하는구만, 그때 저네 아버지 내 아버지한테 찾아와 너무 지청구를 들이대는 바람에 저를 입사시켰지. 그런데 왜 길러준 개 발뒤축을 무는가?”
“네- 절대 그럴 수 없죠. 전 최총경리님 은혜를 한평생 잊지 않으려는데요. 리총경리, 아니, 최총경리가 부인과 리혼하니 대신 종종 애들도 집에 데려다주지 않았는가요?”
“크게 베풀었구만. 흥.”
하나는 진정으로 말했다.
“글쎄 최총경리님 은공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요. 저의 조그마한 성의죠. 그때문에 얼마나 뒤에서 직원들의 손가락질을 받는지 아는가요? 유치원에 가선 또 송림이 엄마한테 얼마나 별의별 욕을 다 먹는지 압니까? 어제도 리나한테 송림이 후에미질 하려는가고 별의별 쌍욕을 다 얻어먹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남친 윤선도 저를 의심하기 시작하는데요. 그래도 저는 리총경리님을, 아니, 최총경리님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아랑곳하지도 않고 했지요. 장차도.”
하나는 두 볼에 억울한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참 대단하구만.”
군철은 자라에서 일어나면서 물었다.
“제 말대로 그래 저네 아버지 내 아버지 회사에 오지 않았는가 묻지도 않았단 말이오?”
“물었습니다.”
이번에도 하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아버진 최총경리 정황을 아주 상세히 물었어요. 자가용으로 통근하는가? 집은 어느 부근에 있는가? 최총경리 아버지 회사에 온적이 없는가? 전화라도 온게 없는가? 이러루한 걸 다 물었습니다.”
군철은 속이 섬찍해났다.
우멍눈이 거슴츠레해 하나를 뚫어지게 쏘아보았다.
“어떻게 대답했댔소?”
“최총경리님 아빠 회사에 온적도 전화한적도 없다고 했지요. 혹시나 해 총경리님은 자가용찌프로 통근한다고 거짓말을 했댔습니다.”
군철은 머리를 끄덕였다. 조만해 거짓말을 하지 않는 하나였지만 아빠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속으로 천평질해보았다.
한참 후 군철은 아주 무거운 어조로 경고했다.
“계속 그 자리에서 일하고 싶으면 그저 조용히 앉아 있소.”
“네. 알겠습니다. 저를 믿어주세요. 제가 아무리 못나도 언감 자기 머리 꼭대기 상전을 팔아먹겠습니까?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까겠습니까? 절대 리부총경리한테 미안한 일, 미안한 말 한마디라도 안 할 겁니다.”
군철은 얼리고 닥치각질하는데는 아버지만 못지 않았다. 진짜 훌륭한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니까.
“하나를 믿겠소. 우린 세교가 아니고 뭐요? 우리 아버지대에 몇십년 동안 죽자 살자 하는 친구가 아니고 뭐요? 혹시 그들 사이에 금이 슬어도 우린 절대 분렬돼선 안되오.”
“네, 저의 아버진 리총경리님 이모부, 아니, 아버지를 친구로서 자수하라고 권고하러 왔다고 하더구만요.”
군철은 속이 띠끔해났다. 그러나 그런 속내를 보이지 않으려고 우쭐 일어나 사무상에 다가가 보스의자에 앉더니 우멍눈을 스르를 감았다.
한참 후에야 뒷말을 천천히 이었다.
“그래.  저네 아버지 친구지간에 잡자고 쫓아다닐 순 없지.”
그는 우멍눈을 슬며시 뜨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한테 뚜벅뚜벅 다가왔다.
“하나, 이제부터 날 리총경리라고 부르지 마오.”
“네?”
“최군철 부총경리라고 부르라구.”
“네- 알겠습니다.”
하나는 제꺽 알아들었다.
군철은 하나 곁에 와 나란히 앉아 친절한 어조로 말했다.
“우린 다 부모형제와 고향을 멀리 떠나 남방에 진출해 이 회사에 오지 않았소. 우리 회사에 조선족들이 있으면 몇이겠소? 한국인들까지 다 해도 몇천명 되는 이 회사에 몇십명에 불과하오. 우린 진짜 친형제자매처럼 단합돼 서로 의지해 도우면서 살아야 되오.”
하나는 코마루가 시큼해나 일어났다.
“네. 그래요. 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리총경리, 아니, 최총경리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저에겐 오빠도 없습니다. 저는 리총경리님을 영원히 친오빠처럼 따르겠습니다.”
군철은 하나의 두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래. 나도 하나를 이제부턴 녀동생으로 여기겠소. 우리 오누이처럼 지내자구.”
“네. 고맙습니다. 리총경리님, 아니, 입버릇이 돼서. 최총경리님, 미안해요.”
“아무도 없는 사적인 장소에선 오빠라고 불러도 좋아.”
“네. 오빠.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귀여운 녀동생 하나야. ㅎㅎㅎ.”
하나는 감동을 먹고 뜨거운 눈물을 훔쳤다.
 
군철이 3층 총경리실에 부랴부랴 달려올라갔다.
그가 문을 떼고 들어서니 박총경리가 울상이 돼 쏘파에 앉아 있었다.
“지난 밤 잘 주무셨는가요?”
“아우, 난 오래 삐칠 것 같지 못해.”
박총경리는 길죽한 얼굴을 가로 저었다.
“왜요?”
“난 밤이 무서워요. 고독하단 말이야. 와이프도 없지 어떻게 살아?”
군철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박총경리님, 그럼 왜 와이프를 모셔오지 않는가요? 시정부에서 별장 같은 아파트도 주었지. 그 아파트는 진짜 우리 시에서 젤 경치 좋고 공기 좋은 풍수지리 좋은 황금보지에 지은 아파튼데요. 뭐가 모자라요?”
박총경리는 그래도 울적한 표정이였다.
“와이프는 죽어도 중국에 안 온대. 정든 대한민국을 떠나 중국에 가서 어떻게 사는가고 해? 더구나 빨갱이들 속에 가서 어떻게 사냐고 해.”
기실 그것은 박총경리 내심의 고통이기도 했다.
“이봐, 리총경리, 한국에서는 옆에 와이프 없으면 술잔이나 나누고 기생집에 가면 이쁜 아가씨들하구 질탕하게 놀면 다 해소돼. 서울에 가봐. 청량리역 부근이나 용산역 부근이나 미아리 부근 집창촌거리에 가면 이쁜 젊은 기생들이 연분홍거리에 비단필처럼 늘어서 있지. 허나 여기선 아가씨도 마음대로 놀지 못하잖아.”
“ 법이 무서워 마음대로 그러지 못하죠.”
군철은 억처구니 없어 도리머리질을 했다.
“사모님은 중국에 한번도 와보지 못했는가요?”
그는 “사모님은 어쩜 중국을 그렇게도 모르는가요?” 하고 말하려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켰다.
한국인들은 “잘 모른다.”면 좋아하지 않았다. 모르는 것도 “참 잘 아는군요.” 라고 해야 해시시 웃는다.
“와이픈 장백산 구경이나 한번 와본 정도야.”
“전임 김총경리님한테서랑 여기 정황을 듣지 못했는가요?”
“내야 들었지만 와이프 어디서 듣겠어? 내 아무리 중국에 가자고 말해도 듣지 않아. 그는 빨갱이들은 진짜 머리에 뿌리 돋은 마귀들인가 해.”
군철은 이런 일을 한두번 겪은 것이 아니다. 회사 총경리는 2년에 한번씩 바뀌는 것이 관례였다. 그래서 군철이 이 회사 초창기로부터 여지껏 모신 한국인 전임 총경리는 넷이나 되였다. 박문 총경리는 다섯번째로 모시는 회사 총수이다. 련이어 부임돼오는 한국인 총경리를 잘 모시는 것이 부모를 모시기보다, 아니, 황제를 모시기보다 더 어렵다고나 할가.
      군철은 총경리들을 모시고 술집이랑 마사지방이랑 노래방이랑 드나들다나니 항상 곤드레만드레 취해 밤중이거나 새벽에야 들어올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그리하여 리나 눈에 나기 마련이였다.
      리나는 군철이 집에 들어설 때까지 애들을 재워놓고 침대머리에 앉아 책이나 티비를 보면서  기다리군 했다.
       “아니, 이게 뭔가요? 맨날 밤중돌인가요?!”
그땐 문걸과 영희가 손자 둘을 보러 와서 꽤나 창피했다.
리나는 시부모가 들으라고 고의로 대성질호했다.
“당신 그 잘난 부장하면서 날마다 술만 처먹겠습니까? 당신 마음 속엔 이 가정이 있습니까? 안해 있습니까? 언제 애들을 유치원에서 데려온 적이 있습니까?”
“작작 떠들어라. 부모 쉬는데.”
리나는 점점 갱갱 살아났다.
“부모 들으면 어째? 부모도 이 잘난 아들이 어쩌는가 알아야지.”
영희도 들어와 아들을 말렸다.
“얘, 이후엔 술을 작작 마셔라. 간이 다 못쓰게 되겠다.”
“그래도 아들 귀한 건 아는구만요. 흥!”
“이 간나새끼, 계속 아갈질하겠니?”
찰싹!
군철은 리나의 귀쌈을 한대 갈겼다.
“지금 날 쳐? 아이구, 분해라. 날 때려?”
리나는 마구 달려들어 얼굴을 허비고 번대머리를 쥐여 끄집어당기며 야단쳤다.
군철은 리나를 안아 침대에 훌 줴던졌다.
“아이구, 분해라.”
리나는 침대에서 발버둥질치며 야단쳤다.
“뭐? 간나새끼, 내 아들 둘이나 낳아줬더니, 날 간나새끼라고 욕해? 네놈한테 맞아대고 살 거 같아? 아이구, 원통해라. 에미, 애비, 아들이 한편 해서 날 잡아먹는구나.”
애들도 깨나 엄마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그후 얼마 안가서 리나는  끝내 군철과 리혼까지 하고 애 둘도 다 버리고 훌 나가고 말았던 것이다. 오, 불쌍한 애들이여, 엄마 없이, 모성애 없이 어떻게 살겠는가?
      하느님이여, 굽어 살피소서. 지금 젊은이들은 부모고 자식이고 없어. 어제까지 알콩달콩하다가도 하루밤 사이에 리혼도 하고 애고 다 버리고 달아난다니까.
어쩜 좋아요? 춘향이 우오. 리몽룡이 장탄식하오.
물론 군철한텐 애리씨와의 애매한 관계문제 외에도 회사 숱한 녀직원들과의 문제도 수두룩했던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리나는 군철과 한 회사에 있었기에 신경이 꽤나 예민해졌다.
글쎄 한번은 마사지방에서 한국인 총경리가 아가씨들과 더러운 교역을 벌리다가 그만 경찰한데 붙잡혔다.
군철도 함께 잡혀 파출소에 련행돼갔다. 성매매알선 혐의가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둘 다 벌금형에 처해졌다. 하지만 한국인 김총경리를 루차 데리고 그런데로 갔다가 붙잡혀 로동개조형에까지 처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군철이 시정부 공업부시장에게 전화해 간청해서야 열흘만에 한국인 총경리와 군철 부장이 풀려나온 적도 있었다. 한국인 총경리와 군철 부장이 없으면 이 회사 생산이 돌아갈 수 없다는 리유로 부시장이 공안국장한테 사정 절반, 행정명령 절반 했던 것이다.
열흘이나 회사에서 자취를 감추자 온 회사에 별의별 추측과 소문이 파다히 퍼졌던 것이다.
 리나는 참고 참다가 끝내 인내력이 한계에 이르러 리혼까지 했던 것이다.
박문 총경리는 이 회사 5임 총경리였다. 력임 총경리들은 갓 이 회사에 와서 거의 다 박총경리처럼 정도부동하게 중국에 대한 리해가 별로 없어 이러루한 문제에 부딪쳤었다.
그런데 박총경리는 온지 며칠도 안돼 너무 주색에 빠지고 있어 군철은 골치 아팠다.
박문은 군철을 보고 또 지청구를 들이댔다.
“아우, 회사에서 믿을 건 아우 밖에 없어. 와이프 없는 고통 해소할데 없어? 부탁드리네.”
군철은 박총경리 가정문제가 실제문제라고 여겼지만 용 빼는 수 없어 대답하지 못했다.
한참 궁리하던 군철은 “유일한 방법은 사모님을 모셔오는 겁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박총경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와이프는 죽어도 안 온대. 내 중국에 들어오는데 잘 됐다고 해. 이젠 뭐 둘 다  졸혼하고 두 나라에 갈라져 제각각 자기만의 인생을 살자는기여. 헛참, 뭐 일본이나 한국에서 자기 또래들이 졸혼하구 너무나도 자유롭게 산다잖나.”
“사모님은 관광 좋아하는가요?”
“좋아하지. 내 애나게 번 돈 다 관광에 쓸어넣었어.”
“그럼 좋아요. 사모님을 여기 관광하러 오자고 하세요. 사모님도 아름다운 우리 도시에 와보면 생각이 바뀔 거예요.”
박문 총경리는 안경알을 춰올리더니 기대에찬 눈길로 군철을 바라보았다.
“글쎄 말이야. 건데 오자 하겠는지 몰라.”
“사모님은 관광 외에 과외흥취 더 없는가요?”
“있지. 문학이야. 소설을 읽고 소설을 쓴다고 맨날 그 놈의 글감옥에 갇혀 살아.”
“오- 그래요?”
“그래. 소설 책자랑 몇부 냈어.”
“네. 소설가군요. 참 대단해요.”
“리총경리, 와이프는 와이프구. 언제 먼 곳의 물로 눈 앞의 불을 끄겠나? 여기선 현지처를 얻어줄 수 없나? 좀 알아보라고.”
“불시에 별 수 없어요.”
“천천히 얻어보란 말이여.”
“글쎄요.”
“마사지방에서라도 아가씨를 얻어달라고.”
군철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여긴 한국과 달라요. 아가씨들하구 기생놀음하다가 경찰한테 잡히면 벌금을 인민페 만원 좌우 해야 돼요.”
“만원? 괜찮아.”
박총경리는 박수까지 치면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가자. 어제 갔던 마사지방에도 그런 아가씨 있나?”
“몰라요. 마사지방 아가씨 알선해주는 건 박총경리를 해치고 저를 해치는 짓거립니다. 절대 할 수 없어요.”
“왜 그래? 그렇게 겁나? 마사지방에 당장 가자. 이게 어디 해소해야지. 살겠나?”
군철은 손사래를 쳤다.
“붙잡히면 류치장에 보름동안이나 치안구류를 당해야 해요. 총경리님, 너무나도 창피하잖아요?”
그 말에 박총경리는 되물앉았다.
“만약 루범으로 나포되면 반년 동안이나 류치장에 갇혀 로동개조를 해야 해요.”
박총경리는 두 손으로 머리를 싸쥐고 죽는 상을 했다. 반년이나 자리를 비우면 본사에서 총경리직을 경질하고 다른 인선을 물색해 보낼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였다.
(반년씩이나 총경리자리를 비우면 한국 본사에서 가만 놔두겠는가.)
박총경리는 사무상에 앉아 두 손으로 턱을 고이고 궁리하더니 이마를 툭툭 쳤다. 
한참 후에야 박총경리는 머리를 천천히 들었다. 그의 뇌리에는 어제 풍무뀀성에서 만지던 경희와 은희 말랑말랑한 우유빛허벅다리가 피뜩 떠올랐다.
(그래, 걔들이야. 내 손 안에 넣어야지.)
그는 의자에 틀스레 앉으며 정색했다. 이때만큼은 회사 총수 같아 보였다.
“생활문제는 그만두고 엊저녁에 피뜩 말하던 인사문제를 토론합세. 하나와 경희, 은희 몽땅 과장으로 진급시킵세. 난 우리 회사에서 조선족을 우선 중용하겠네.”
“네. 그렇게 합시다. 이젠 입사한지도 4년 남짓한데요. 진급시켜야죠.  진작 총경리님께 청시하려고 했는데요. 술 마신 좌석에선 말씀 드리지 못했어요. 한가지 지적헤도 괜찮겠어요?"
"뭔데? 무람없이 말하게나."
"너무 협애한 민족주의 사상에 빠지면 안돼요. 우리 회사에는 수천명 다른 민족 직원들이 있어요. 그들을 몽땅 포옹하고 공정하게 대해야 합니다. 그러잖으면 큰 일 납니다."
박문 총경리는 리부총경리가 협애한 민족주의를 방패로 하나랑 진급시키는 것을 막으려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반감이 났다.
" 나는 사업실적에 따라  공정하게 사람을 쓰고 진급시키네. 하나나 경희, 은희나 모두 다 우리 주변에서 중요한 비서직을 감당하게 되잖는가? 진작 과장으로 진급시켜야지."
"네, 알겠습니다." 
군철은 핸드빽까지 열고 목책과 필을 꺼내 들었다.
“저의 비서 리하나를 운영팀에 옮기려고 하는데요.”
박총경리는 어이없다는 표정.
“왜? 하버드대학 졸업생도 비서 안돼요?”
“아무리 명대를 나와도 자리를 옮겨야겠어요.”
“그래. 아우 비서야 아우 나름대로 해.”
박문은 뒷말을 이었다.
“하나 다 좋은데. 어제 보니 그 눈길 하나만은 꽤나 맵더라. 이렇게 하자고.”
“?”
“하나를 내 비서로 쓰면 어때?”
군철은 뜻밖의 말에 불안했다.
(에잇, 참. 혹을 떼러 왔다가 혹을 붙이고 가는 격 아닌가? 하나가 박총경리한테 찰싸닥 가 붙으면 큰일 아닌가? 이건 아니지. 하나를 크게 길러줬다간 역풍을 맞을 수도 있잖은가?)
군철은 속으로 주산알을 복잡하게 튕겼다.
“총경리님께선 은희 있잖아요? 은희 얼마나 부드럽고 친절해요?”
“총경리 비서 둘을 둘 수도 있잖어?”
“되구 말구요. 건데 하나는 표독스럽고 거친 랭혈동물입니다. 전주 리씨네 녀자들 얼마나 사무럽다고 그래요?”
박문은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리총경리는 무슨 리씬가?”
“저도 전주 리씨입니다.”
“그래? 건데 왜 한 집안집 하나를 그렇게 폄하해?"
"박총경리님께 말씀 드릴게 있는데요."
박문은 뒤로 물러앉으며 하회를 기다렸다.
"이제부터 저의 성을 최씨로 고치렵니다."
박총경리는 외까풀눈이 데꾼해졌다.
"왜?"
군철은 정색했다.
"저는 어려서 리씨 성을 가진 이모부네 집에서 자라다나니 이모부의 리씨 성을 따랐는데요. 이제부턴 충주 최씨로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오- 그래? 그래야지."
박문은 원 화제로 돌아갔다.
"아무리 무서운 암펌이라도 내 손 안에 들어오면 모두 순한 양이 돼버려. 하나를 걱정말게. 또 인사건 더 있어?”
군철은 원래 하나를 운영팀이나 전자부품 생산직장에 보낼 예산이였다.
(어디 색마 곁에 가 혼나보라지.)
“경희를 저의 비서로 쓰자고 그러는데요.”
“오- 엊저녁 술좌석에 왔던 그 아가씨 말이여?”
“네. 북경대학 석사생인데요. 심리상담실에 두긴 아까운데요.”
“음-”
박문은 못내 아쉬운 표정이였다. 하들하들한 경희 허벅다리 떠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언감 밭머리 뱀, 실세의 뜻을 거역하겠는가.
“좋아. 인사건이야. 나하구 묻지도 말고 단행하게나. 황차 리부총경리님 비서 아닌가?”
“감사합니다."
“또 용건 있나? 빨리 끝내. 저녁에 술 한잔 해야지.”
군철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그는 숨을 고르고나서 젤 큰 의제를 꺼냈다.
“박총경리님, 전임 김총경리님한테도 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는데요. 그저 내부로 준비소조까지 세웠다가 김총경리님께서 가면서 흐지부지해지고 말았어요.”
박문은 사무상에 두 팔을 올려놓으며 앞으로 몸을 내밀며 엄숙하게 물었다.
“무슨 건인데?”
군철은 큰 마음 먹고 말했다.
“회사에 공회를 세우면 어떤가요?”
박문은 이마살을 찌푸렸다.
“공회? 금시초문인데. 뭐지?”
군철은 정색했다.
“한국으로 말하면 노조 비슷한 건데요.”
“뭐라고? 노조?’
“네. 회사에 공회 세우면 회사 운영에도 좋아요.”
“안돼. 노조 절대 안돼!”
박문 총경리는 벌떡 일어나기까지 했다.
그는 뒷짐지고 광장 같은 사무실을 뚜벅뚜벅 왔다갔다 거닐면서 말했다.
“김총경리님한테서 그러루한 걸 세우자고 한다는 거 들은 거 같애. 대륙은 이래. 노조 세우면 직원들이 쩍 하면 시위하면 어떻게 해? 한국 본사에도 노조 없어. 이건 우리 회사 관리리념이여.”
군철은 끈질기게 들어붙었다.
“중국 회사마다 다 공회가 있어요. 공회는 직원들의 합법적인 권리를 보호하는 단체입니다. 꼭 있어야 합니다.”
박총경리는 조개턱을 쳐들고 군철한테 다가서며 말했다.
“지금 빨갱이정책으로 날 협박하는 건가? 내 겁나할거 같애? 노조, 절대 안돼.”
군철은 좀  부드럽게 차근차근 해석했다.
“공회가 있으면요. 직원들을 묶어세워 제때에 직원들의 각종 사상동태와 힘든 문제를 미리 장악할 수 있죠. 직원들의 힘든 문제를 제때에 해결해주고 직원들의 문화생활도 풍부하고 다채롭게 조직할 수 있죠. 그럼 직원들의 생산적극성을 남김없이 발휘하게 할 수 있죠. 그럼 생산에도 좋고요. 그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어요. 회사운영에도 아주 좋지요. 리는 많고 해는 하나도 없어요.”
군철이 아무리 공회 좋다는 리유를 련주포를 쏘듯이 수태 렬거했지만 박문은 의연히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리총경리도, 아니, 최총경리도 혹시 빨갱이 아닌가?”
군철은 머리를 척 들고 가슴을 쑥 내밀고 차렷자세로 똑바로 서며 격앙된 목소리로 위풍 당당하게 말했다.
“네. 저는 절대 자기 신분을 속이지 않습니다. 당당히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영광스러운 중국 공산당 당원입니다.”
그는 어조를 좀 부드럽게 고치며 말했다.
“박총경리, 충고합니다. 중국에 와서 회사 차리자면요. 여기 정부와 조직을 존경하고 믿어야죠.”
박문은 군철이 이다지도 강경하게 나올줄은 몰랐다. 그도 뒤로 좀 물러서며 의자에 가 풀썩 물앉았다.
“알았어. 그러나 명확히 말해줄게. 공회는 안돼. 절대 안돼. 이건 한국 기업이야. 프로레타리아 빨갱이조직 우리 회사에까지 들어와 똬리를 틀고 들어앉게 할 순 없어.”
군철은 총경리실을 나오면서 흐리멍텅한 하늘을 쳐다보더니 도리머리를 홰홰 저으면서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였다.
      절망의 꼬리가  먹장구름 속에서 구렝이처럼 기여 내려와 조소의 꼬리를 사납게 휘두른다.
     가련한 미련이 휘파람을 불며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리념의 락엽을 지레밟으며 그네를 뛴다.
     썩어빠진 악어 아가리에서 악취가 쥐새끼처럼 뛰여나와 잘난 체하며 독수리 날개에 앉아 저 멀리 호수 물에 흩날려내리며 퍼런 파도와 키스한다.
     색마의 허파가 팔딱이면서 몰렴치한 리념의 불티를 풍무질하며 중이 굿하듯 목탁을 똑또그르 두드리며 중얼거린다.
     이데올로기 악마 높은 토성을 쌓고 깊은 협곡을 파고도 모자라 리념의 아가리를 쫙 벌리고 뻘건 이발을 드러낸다.
     눈물 젖은 미련은 부풀어오르는 젖가슴에 기다림의 씨앗을 심어놓고 희망의 노조 오아시스는 호수가에 퍼더버리고 물앉아 너울너울 춤추며 환상의 꼬리를 휘둘러 푸르른 호수에  꿈의 서정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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