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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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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31) 김장혁
2022년 08월 10일 11시 24분  조회:1080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졸혼
                 김장혁

 
                   41. 괴짜
 
      아침 햇살이 침대머리를 비추며 춘희를 깨웠다. 춘희는 너무 피곤해 늦잠을 자다가 간신히 눈을 떴다. 옆에는 다이로교수가 코를 드렁드렁 골고 있었다. 
춘희는 어제 밤에 다이로교수한테 온밤 “강간”당하고나니 온몸이 들쑤셔나고 녹작지근해났다.
그녀는 다이로교수의 손을 치우고 살며시 일어나 잠옷을 여몄다. 그런데 허리 너무 아파 한 손으로는 허리를 짚고 한 손으로는 벽을 짚고서야 간신히 침대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녀는 허리 너무 아파 살살 주물렀다.
 
     춘희는 샘물을 한컵 받아 꿀꺽꿀꺽 마시고나서야 숨이 좀 트이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거울 앞에 다가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춰올리다가 초췌해진 얼굴을 보고 놀랐다.
     그녀는 살며시 샤와실에 들어가 샤와를 틀어놓고 엉망진창이 된 몸을 샤와하면서 복잡한 마음을 달랬다.
그녀는 아주 모순된 심리상태에 빠진 채 다이로교수와 그럭저럭 되는대로 살고 있었다. 다이로교수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게 말을 잘 듣지 않자 점점 변태적으로 놀았다. 섹스에 대한 요구도 점점 다양해지고 높아갔다.
“우리 일본 녀성들은 남편이 퇴근하면 남편을 최대한 기쁘게 해드리지. 남편이 집에 도착할 시간 전에 문어귀에 나와 대기하지. 가방을 받아든다, 옷을 벗겨 건다, 신을 벗겨준다 하면서 분주히 돌아치지. 어디 그뿐인가? 어떻게 오늘 밤엔 남편의 피곤을 풀어드리고 성욕을 만족시킬까 미리 잘 궁리해둔단 말이야.”
다이로교수가 늘 두덜거리는 말이다.
“어떤 때 남편이 혹시 너무 일찌기 퇴근하거나 얼굴이 어둡고 우울해 집에 돌아오거나 하면 안해는 어쩌는지 아는가? 좀 배워두라고. 안해는 남편 보고 낮에 바깥에서 기분상한 일이 있느냐고 문안하면서 기분 좋게 만드느라고 남편 주위에서 섬섬거리며 맴돌아치지.”
다이로교수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나 대륙 녀성들은 뭔가? 그저 남편이 와도 무뚝뚝해 왔는지, 갔는지 문안은커녕 근본 눈길조차 돌리지도 않는단 말이야.”
이건 춘희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뭐? 남녀평등을 주장한다는가. 그러면서 남편을 청소까지 하라고 부려먹고 짜증나게 잔소리만 한단 말이야. 남편과 달려들어 싸우잖으면 다 괜찮은게라면서? 흥! 세상에, 그게 무슨 안해란 말인가?”
다이로교수는 날따라 체위변화도 아주 염오스러울만치 변덕스러워져갔다. 날따라 변태적으로 변해가는 다이로교수를 대할 때마다 래일이라도 갈라지고 싶었다.
(이 늙다리는 주정뱅이 전 남편보다 더 한 바람둥이고 변태야. 하루도 더 삐치지 못하겠어.)
춘희는 래일이라도 짐승 같은 다이로교수와 갈라지고 싶었다. 그러나 딸애  전도를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할수도 없었다. 단지 다이로교수 재산 때문이 아니였다. 다이로교수는 그녀가 류학하는 7년 동안 여러 모로 정성들여 도와준 지도교수이자 은인이 아닌가.
춘희가 앓을 때도 다이로교수는 친오빠처럼 관심해주었고 위병으로 앓을 때 자기 소속 병원에 입원시키고 치료비까지 다 대주면서 직접 정성을 다해 치료해준 의사였다. 그녀가 7년 동안 도꾜 모 의과대학에서 석사, 박사 공부할 때 앞길을 밝혀준 밝은 등대 같은 지도교수였다. 또 학비를 몽땅 대준 은인이였다. 그 은공을 생각해서라도 다이로교수를 버릴 수는 없었다.
(절대 배은망덕할 순 없어. 그런데 언제까지 다이로한테 일방적으로 당하면서 지긋지긋하게 살아야 해? 하루가 삼추 같아. 이런 생활 언제면 끝날가? 이것도 내 타고난 운명이겠지.)
그러기에 그녀는 그저 보은하고 딸애를 위해 자기 청춘을 바쳐왔다. 그런데 이번에 와서 다이로교수가 어찌나 밤마다 변태적으로 노는지 하루 밤도 더 배기지 못할 지경이였다. 그녀는 이전에 그랬듯이 또 다이로교수한테 “휴가”를 맡고 하루라도 빨리 고향에 돌아가 병을 보면서 피신해 있고 싶었다.
(이제 며칠 있으면 문걸씨와 함께 고향에 돌아가 피신해버려야지.)
그녀는 다이로교수와의 결혼생활에 신물이 났다. 이젠 진짜 졸혼하고 홀가분하게 자기만의 삶을 살고 싶었다.
그녀는 고즈넉한 자기 생활에 뛰여든 문걸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남편감이야 리문걸선생이 젤 훌륭한 분이지. 본댁을 대하는 것만 봐도 그렇고. 리혼한 암환자 본댁을 살리려고 얼마나 진심으로 애썼는가. 화실을 다 팔고 국제인체화전시회 수상 상금까지 다 안해 치료비로 주었지. 심지어 한국에 나와 건설현장에서 삼복염천에 고된 일을 다해 치료비를 보충하려고 애썼지. 안해는 자기를 수십년 동안 속이고 살아왔지만 리선생님은 그런줄도 모르고 안해를 마지막까지 살리려고 애쓰고 지극한 정성과 사랑을 몰부었지. 진짜 리선생님은 안해를 진심으로 사랑한 어리무던한 남편이였지. 그는 진짜 진심으로 참사랑을 추구하는 분이야. 바람기도 없는 남자 같아. 지금 개방세월에 진짜 찾기 힘든 금욕주의자, 참사랑주의자야.)
그녀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았다.
(어머, 내 리선생님과 결혼하려고 이래? 아니야, 이젠 결혼이란 말만 나와도  신물나. 진짜 졸혼하고 나만의 인생을 살고파.)
그러나 그녀는 자기 백설 같은 몸매와 한창 피여나는 홍조오른 이쁜 얼굴을 들여다보는 순간 또 모순되는 심리에 빠졌다.
(그래, 마흔을 갓 넘어선 한창 나이에 청상과부로 살아야 한단 말인가? 그럼 또 재혼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저 리문걸씨처럼 정파답고 참사랑을 추구하는 남친이나 친해 사교무나 추면서 보내야 하는가?)
춘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자기 마음과 몸이 점점 리탈되고 있는 것을 느겼다. 몸은 다이로교수한테 얽매여 있는데 마음은 점점 리문걸선생한테 가고 있는 감을 느끼게 되였다.
(다이로교수는  절대 날 오랫동안 고향에 놔두지 않을 거야. 그는 내 고향에 온 틈을 타서 바깥에서 더 젋고 이쁜 화류계 기생들과 마음껏 즐겼을 거야. 그러려고 날 고향에 보냈을 뿐이야. 절대 날 완전히 놓아주지 않을 거야.)
다이로교수는 명예를 아주 중히 여기는 유명한 생물학자였다. 그는 절대로 사회에서나 대학교에서 안해도 없는 홀아비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춘희는 거울을 다시 들여다보며 온 몸과 얼굴에 흠집이 없는가 꼼꼼히 살피면서 복잡한 마음을 정리해나갔다. 그러나 좀처럼 정리되지 않는 것을 서서히 느꼈다. 어쩐지 모순된 자기 마음을 보고 서글프기만 했다.
(나도 마끼 전도나 다이로교수의 은정을 봐서 절대 다이로교수와 리혼할 순 없어. 량심에 허락되지 않아. 그런데 다이로교수는 자기 애를 갖자고 하잖는가. 그럼 마끼는 한쪽으로 밀려나게 되고. 장차 재산분쟁도 생길게 아닌가. 절대 애는 낳아줄 수 없어.”
춘희는 이를 옥물었다.
“리문걸씨와 등산하러 가서 눈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린 서로 참사랑을 고백하지 않았던가. 마음의 문을 삐끗 열어보였잖아. 롱담도 아니고 생사선에서 헤매는 절망의 협곡 눈구덩이에서 아주 진지하게 서로 사랑한다고 고백하지 않았는가. 이것도 운명이겠지. 이제 와서 엎지른 물을 어쩐단 말인가?”
그녀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당장 무인지경 협곡에서 죽는가 해서 너무나도 경솔했지. 그럼 나는 어째야 한단 말인가.)
춘희는 좀처럼 마음이 한곬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그녀는 잠옷을 바로잡고 샤와실에서 나와 주방으로 들어갔다. 보모가 한창 아침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하이요 고자이마쓰(안녕하세요)?”
“오하이요 고자이마쓰.”
춘희는 손을 걷고 나섰다.
“아침밥 다 됐어요. 마님께선 교수님을 모시고 나와 식사만 하면 돼요.”
보모의 말에 춘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죠. 오랜만에 왔는데요. 교수님께서 젤 좋아하는 카레를 대접하고 싶어요.”
“그래요? 수고하겠어요.”
춘희는 땀을 흘리면서 한참 서둘러 카레를 손수 지어놓았다.
그녀가 손을 씻고 주방에서 나오는데 복화가 침실에서 나와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이 피뜩 보였다.
춘희는 복화의 눈인사를 받고 마끼 침실로 가면서 속궁리를 돌렸다.
(다이로교수가 복화를 특별히 관심하고 있잖아. 영양실조를 다 근심하면서. 옛날 다이로교수는 나한테 관심을 돌리더니 내 심신을 점유했잖아. 안돼. 절대 안돼. 복화는 마끼에겐 아주 위험한 라이벌이야. 다이로는 복화를 나꿔채고 내하구 리혼할 수도 있어. 이 일을 어쩐담.)
그녀는 문을 떼고 들어가 한창 자고 있는 마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얘를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어떻게 하나 다이로와 복화를 떼놓아야 해. 복화를 하루 빨리 내보내야 해.)
 춘희는 곤하게 자는 마끼한테 이불을 여며주고 나와 곧추 자기 침실로 돌아갔다.
그녀는 금방 부시시 일어난 다이로를 보고 구십도경례를 올렸다.
“오하이요 고자이마쓰.”
“음.”
춘희는 시원한 샘물을 한컵 따라다 드렸다.
“인차 식사하시죠. 선생님께서 젤 반가워하는 카레를 지어놓았어요.”
“그래? 오랜만인데. 춘희 지은 카레를 다 먹게 됐군. 난 춘희 카레를 젤 좋아 해.”
다이로는 퉁방울눈을 치켜뜨며 희죽이 웃었다.
“엊저녁에 재밌게 놀았지?”
“네- 그런데요. 너무 과격해서 견디기 힘들었어요. 허리도 좀 아프고.”
다이로는 춘희 허리를 끌어안고 이마에 뻑 키스를 안겼다.
“스미마쎈(미안해).”
“어서 샤와하고 진지 드세요.”
“오- 그러지.”
다이로교수는 그제야 침대에서 일어나 잠옷을 입은 채 샤와실로 들어갔다.
    한참 후 주방에서 아침식사가 시작되였다.
 춘희는 손수 정성들여 지은 카레를 한접시 담아 다이로한테 드렸다.
‘제가 지은 카렌데요. 선생님, 맛있게 드세요.”
“감사하네. 맛있게 먹겠어. 허허.”
다이로는 카레접시를 들여다보면서 희죽이 웃으며 연신 감탄했다.
“오- 카래 색갈도 곱고 향도 진하구만. 일본에 와서 카레 지을줄까지 다 배웠구만. 참, 맛있게 먹겠소. 감사하오.”
다이로는 숟가락을 들어 카레부터 한술 퍼 먹어보았다.
“아- 오이씨이(맛있구만.)”
그는 카레를 먹으며 복화를 건너다보았다.
“복화, 이 맛있는 걸 먹지 못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
춘희는 대뜸 마끼한테 카레를 무룩이 담은 접시를 내밀었다.
“마끼야, 네나 많이 먹어라.”
그제야 다이로는 실수한 걸 느끼고 마끼한테 눈길을 돌렸다.
“마끼야, 어서 카레 많이 먹어. 진짜 맛있어.”
한마디 마치자 다이로는 또 눈길을 복화한테 돌렸다.
“복화는 바나나나 사과를 많이 먹어.”
“네- 고맙습니다.”
인물이나 체격을 보아도 복화는 마끼보다 훨씬 월등했다.
춘희는 슬그머니 질투했다.
“이후엔 복화는 따로 먹어라.”
춘희 뜻밖의 말에 다이로는 퉁방울눈을 치켜떴다.
“왜?”
“카레도 먹지 못하는데 괜히 군침만 흘리게 하지 맙시다.”
“안돼. 난 복화를 보면서 먹어야 밥맛이 있단 말이야.”
“뭐래요?’
춘희는 놀라며 손으로 자기 입을 막았다. 언성이 꽤나 높았던 것이다.
(이 령감태기 진짜 복화한테 미쳤구나.)
다이로교수는 카레를 질근질근 씹으면서 한마디 더 했다.
“복화 이름을 고치자.”
“왜?”
춘희가 묻자 다이로교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복화. 조선인 이름이야. 일본에서 살려면 일본 이름 달아야지.”
복화가 좋아라고 끼여들어 물었다.
“그럼 저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가요?”
다이로교수는 미리 생각해둔 이름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나나. 어때?”
복화는 환성을 질렀다.
“나나, 이쁜 이름인데요. 참 좋아요.”
춘희와 마끼는 모두 질투의 눈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마끼도 아빠가 자기보다 복화를 더 이뻐하는 것 같아 슬그머니 질투났던 것이다.
다이로교수는 그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보모가 올린 고래고기점을 포크로 찍어 들면서 뜻밖의 말을 했다.
“나나, 오늘 남동생을 우리 집에 데려 오너라.”
“뭐라구요?”
춘희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안돼요. 복화네 남동생 잘 침실이 어데 있는가요?”
다이로는 춘희한테 눈길을 흘겼다.
“나나, 부모 없이 동생을 데리고 살면서 공부하느라고 얼마나 고생하는가? 의사라는 사람이, 인도주의는 어데 갔어? 흥!”
그래도 춘희는 견결히 막아나섰다.
“우리 집은 그런 인정 베푸는 교회당이나 고아원이 아닌데요. 복화 반년 있는다니 놔두었는데. 이젠 동생까지 끌어들여요?”
복화는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일어났다.
“교수님의 성의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러나 동생은 데려오지 않겠습니다. 저도 이제 반년만 차면 하던 일 끝마치고 제 세집에 돌아가겠습니다. 동생이 절 기다리고 있어요.”
말을 마치자 복화는 자기 침실로 돌아갔다.
마끼가 뒤따라나갔다.
다이로는 숟가락을 밥상에 팽개치면서 성을 냈다.
“개수작 작작 햇! 네가 뭐 돼서 나나 오누이를 어쩌꾸 저쩌구 해?! 응?!”
춘희는 가정보모 보기 민망해 꾹 참고 다이로 팔을 끼고 침실로 돌아갔다.
침실문을 꼭 닫자 춘희도 물러서지 않았다.
“난 당신 마누란데요. 고만한 권한도 없는가요? 침실 모자라 마끼하구 복화 한 침실에서 자는데 복화 남동생까지 끌어들여 어데서 자게 한단 말인가요?”
다이로는 고집을 부렸다.
“정 잘 침실 없으면 나나 오누이 한 침실에서 자고 마끼 우리 침실에서 자면 되지.”
“말이나 되는가요?”
춘희는 허구픈 웃음을 지으며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왜 복화 오누이를 한사코 끌어들이려고 해요?”
“지금 날 의심해? 난 순전히 인도주의를 발휘할 뿐이야.”
“픽, 인도주의? 다른 생각 없는가요?”
“이전에 앓는 널 관심하듯이 걔들 오누이를 관심할 뿐이야. 부모도 없이 이국 타향에서 의지가지없이 헤매는 오누이 불쌍하지도 않아? 랭혈동물이라구야. 참.”
춘희도 한발 물러섰다.
“글쎄 오누이를 관심하는 건 가상하지만요. 우리 집 형편이 그렇지 못하잖아요? 집에 끌어들이지 않고서도 오누이를 돌봐줄수도 있잖는가요?”
“어떻게?”
“세집값을 얼마간 대준다든가.”
“이전에 춘희를 왜 우리 집에 데려왔어? 아무런 근심걱정없이 우리 집에 와 있으면서 박사공부까지 시키잖았어?”
“거야 그랬죠.”
“그럼 왜 오누이는 안돼? 난 걔들도 춘희나 마끼처럼 아무런 근심걱정없이 공부를 시키고 싶어.”
“실제형편에 어디 맞는가요? 당신 날마다 밤 그러잖고는 견디지 못하면서 다 큰 딸과 어떻게 한 방에서 자는가요? 말도 안돼요.”
다이로도 더 할 말이 없었다. 나중에 복화 오누이 세집 값을 얼마간 대주기로 하는것으로 잠시 결론지었다.
춘희는 문걸더러 도꾜를 구경하게 하려고 아침 일찌기 마끼와 함게 도요다찌프에 앉아 문걸이 든 호텔로 떠났다.  그녀는 쓸데 없이 다이로한테 의심받지 않으려고 마끼를 데리고 갔다. 또 문걸과 단둘이 도꾜시내를 돌아다니다가 혹시 문걸이 그들 사이 잠재한 민감한 문제를 물을가봐 겁나기도 했다. 그녀는 진짜 문걸한테 복잡한 자기 내심을 드러낼가봐 저으기 걱정됐던 것이다.
그들 셋은 호텔에서 만나 서로 반갑게 인사했다. 그들은 문걸이 오사까에서 정성들여 그린 그림 몇폭을 도요다찌프 후미상자에 싣고 먼저 해변가 도꾜만으로 달렸다.
일본은 땅이 적어 귀하기로 금값이였다. 특히 도꾜 시내에서는 땅이 더욱 귀중했다. 그리하여 도꾜시에서는 도꾜만의 바다를 메워나가면서 고층건물과 아파트를 건축하였다.
문걸은 춘희와 마끼의 안내하에 도꾜만 항구에서 유람선을 타고 푸른 파도를 헤가르면서 고층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선 대안으로 헤여갔다. 시원한 바다바람에 심신을 적시노라니 문걸이나 춘희나 모두 심신이 홀가분해졌다. 모든 고민과 스트레스가 다 바다바람에 흩날려가는 것만 같아 기분이 아주 좋았다.
한참 후 대안에 이르러 그들은 무인조종궤도차를 타고 몇십분 달렸다. 드디여 도요다차전시관에 이르렀다.
천정이 아주 높고 광장 같은 으리으리한 전시관에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도요다찌프와 도요다승용차가 전시돼 있었다. 전시관 별관에 천황이 탔던 으리으리한 도요다찌프와 도요다승용차도 특별히 전시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천황의 도요다승용차는 춘희가 문걸을 싣고 달려온 도요다찌프와 똑 같은 것이 아닌가.
“지금 일본 도요다회사에선 수소차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춘희는 수소차 전시대로 문걸을 데리고 갔다.
“장차 물에서 축출한 수소로 휘발유를 대신해 차를 움직이고 수소로 전기를 내서 아프트조명까지 한대요. 그럼 에너지위기도 극복할 수 있고 지구 생태환경개선에도 좋을 거죠. 가스배출량이 훨씬 줄어들어 지구온난화도 완화할 수도 있어 일거량득이죠.”
문걸은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
문걸은 천황이 탔던 도요다승용차에 다가가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보았다. 참 호화로운 도요다찌프였다.
춘희 말에 의하면. 일본 차값이 아주 눅다고 했다. 천황이 탔던 도요다승용차도 일본에서 인민페로 100만원 좀 더 주면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고향에서 일본 차를  사려면 관세가 많이 붙어 엄청 비싸진다고 했다.
문걸은 머리를 끄덕이며 전시관에서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그들이 도요다전시관에서 나오니 벌써 운전수가 도요다찌프를 몰고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도요다찌프를 타고 도꾜 시내 중심가 -아끼하바라(秋叶原) 상업거리에 달려갔다.
문걸은 춘희 안내하에 아사꼬와 마끼와 함께 도꾜 중심전자상업거리 아끼하바라에서 여기저기 전자상점들에 들러보았다.
그들이 한창 아끼하바라전자상업거리를 거닐 때 저 쪽에서 뭔가 떠메고 시위행진하는 한패의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였다.
좀 먼 거리에서 보니 시위대에서 하늘을 짜를듯한 커다란 상아조각 같은 것을 떠멘 것 같았다. 그런데 점점 가까이 다가올수록 춘희와 문걸 그리고 마끼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였다.
글쎄 시위대에서는 하늘을 찌른 커다란 남자 그걸  떠메고 웃기는 구호까지 목청  터지게 부르고 있지 않겟는가.
“인류의 아버지  XXX를 보호하자!”
“시들어가는 XXX를 꿋꿋하게 살리자!”
누군가 구호를 부르자 뒤에서 조각상을 떠멘 숱한 사람들이 따라 불렀다.
어디 그뿐인가. 춘희와 마끼는 눈이 휘둥그래 자기들의 눈을 의심했다.
글쎄 시위대 젤 앞에서 거폭의 XXX조각상을 떠멘 사람은 다름 아닌 야마구찌 다이로교수와 복화가 아니겠는가!
눈을 부비고 다시 봐도 퉁퉁한 얼굴에 콧수염을 기른 다이로교수 맞았다.
“어우, 미치겠어. 못살아!”
마끼는 창피해 손으로 눈을 가리며 외면하였다.
그녀는 아빠가 지나가기를 기다려 손을 치우고 시위대오를 다시 찬찬히 여겨보았다. 거대한 거시기를 떠멘 20여명은 거의 다 아빠의 남녀제자들이 아니면 자기와 복화의 남녀동기들이 아니겠는가.
마끼는 어머니를 돌아보면서 나직이 종알거렸다.
“엄마, 오늘 날 데리고 리선생님이랑 관광 나오길 잘했어요. 아님, 아빤 꼭 나보고 저 시위대에 끼여들라고 했을 거예요. 아빤 날 가만두지 않았을 거예요.”
춘희는 문걸을 보기도 민망해 마끼를 끌고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때 다이로가 이쪽을 피뜩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제꺽 눈길을 돌리더니 가슴을 쑥 내밀고 머리를 쳐들고 의연히 보기도 민망한 조각상을 떠메고 앞으로 나아갔다.
(미쳤어. 다이로는 정신나갔어. 아무리 자기 그게 말을 잘 안 듣는다고 저런 망칙한 시위행진까지 하다니? 창피해 못살겠어.)
그때 젤 앞에 다이로와 복화가 나란히  서서 그 조각상을 떠메고 나가면서 구호를 불렀다.
“인류의 부친 XXX를 살려내라!”
“XXX 자유를 보호하자!”
“성자유와 성해방을 방해하지 말라!”
마끼는 눈이 휘둥그래 복화를 쏘아보면서 중얼거렸다.
“아니, 복화, 어쩜 창피한줄도 모르고 저럴 수 있어?”
춘희도 멀어져가는 시위대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복화는 보기와는 달리 괴짜야. 아무리 돈이 딸려도 어쩜?”
문걸과 아사꼬는 다이로를 외면한 채 못 본척하며 전자상점에 들어가버렸다.
문걸은 금욕주의자, 참사랑주의자라고 불리웠다. 그는  진짜 그런 저급적인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니,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났다.
아사꼬는 옆에서 문걸을 말리였다.
“피하긴, 기실 인간은 동물의 속성을 버릴 수 없어요. 성을 떠나 생존할 수 있는가요? 사는게 무슨 멋인가요?”
“작작 자본주의 성자유와 성문화를 불어대라.”
“호호호. 리선생님도, 현시대 봉건통이라구야. 원, 참!”
아사꼬는 문걸의 팔을 끼면서 아양을 떨었다.
“솔직히 말해 리선생님은 아사꼬를 왜 떠나지 못해요? 바로 날마다 퐁퐁 솟구치는 정욕을 해소할 길이 없어 그런 거 아닌가요?”
“그만해.”
“아니, 속이지 말고 말하세요. 이번에 일본엔 왜 왔는가요? 바로 뽕도 따고 님고 보고 그런 거 아닌가요?”
문걸은 주춤 멈춰서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춘희와 야마구찌 마끼가 아직도 거리에 서서 시위대오 뒤꽁무니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사꼬는 계속 종알거렸다.
“이번에 괜히 일본에 왔어요. 춘희박사도 붙잡지 못하고 오히려 다이로교수한테 톡톡이 당하지 않는가 보세요. 리선생님은 근본 다이로교수의 라이벌이 못돼요. 그는 사회 위망도 있고 돈도 많은 부호 아닌가요?”
“입 다물지 못해?”
“이젠 야마구찌 다이로 가족을 알만큼 알았겠으니깐. 춘희박사 포기하는게 좋을 거 같애요.”
“입 좀 다물지 못해?”
문걸이 성내서야 아사꼬는 입귀를 비쭉거리더니 빗장을 질렀다.
문걸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이로교수는 진짜 괴짜야.)
순간, 비참한 춘희박사 인생이 불쌍해 콧마루가 시큼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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