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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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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30) 김장혁
2022년 08월 01일 11시 47분  조회:1139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卒婚
                                    40. 저승사자
 
최혜영 국장은 정호라고 서명한 괴상한 메시지를 받고 머리가 삼검불처럼 복잡했다.
그는 사무실에서 왔다 갔다 거닐면서 착잡한 생각에 잠겼다.
(이 메시지는 확실히 정호가 보낸 건가? 자기 위치 탄로날 걸 뻔히 알면서도 이런 메시지를 보냈단 말인가? 그런 바보는 아닌데. 관대처리를 받자고 허병칠을 고발하는 건가?)
혜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호 의도를 잘 알 수 없었다.
(정희가 허병칠을 보고 60만원 내라고 협박한 건 사실이야. 정호가 박국장한테도 적발했지. 그때도 허병칠이 살인협의가 있다고 제보했지.)
사실 정호는 확실히 숱한 범죄자들의 죄행을 적발했다. 하여 최혜영 국장을 비롯한 검사들이 오청룡 국장, 리굉팔 총경리, 정희 부총경리, 강도 혐의자 오정룡, 허병칠, 나영 등 숱한 부패분자들의 사건을 수사해내는데 도움이 아주 컸다.
(그런데 왜 도망쳐? 단지 보마찌프에 뒀던 금은보화 때문일가? 아니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무슨 죄행이라도 있는가?)
공안국 정보과에서 수집한 핸드폰위치추적정보에 의하면, 허병칠을 적발한 메시지를 보낸 핸드폰은 지금 로씨야 변경 쪽에 위치한 수분하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로씨야로 도망치려는 건가?)
최혜영 국장은 이미 수사일군들을 파견해 핸드폰 이동위치에 따라 추격하게 했다.
그녀는 동시에 공안국 박동묵 국장에게 전화해 허병칠 수사정황을 료해했다. 그러나 허병칠의 행방이 불명했다.
최혜영 국장은 속이 답답해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사무실에서 급촉히 왔다 갔다 했다.
그때 그의 머리에 피뜩 성호가 떠올랐다.
성호는 개체광고회사 보스였다. 그는 혜영이 검찰원 형사처 처장으로 있을 때부터 의난해명사건, 중대사건을 해명하는데 아주 큰 계발을 준 적이 있었다.
“옳지. 성호 오빠 도움을 좀 받아야지. 뽕도 따고 님도 보고. ㅎㅎㅎ.”
그녀는 손벽을 치더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리총경린가요? 참, 오랜만인데요. 다른 일 아니고. 오빠, 시간 좀 있어요? 네. 그럼 제가 점심 한끼 사지요. 네. 이전에 만나던 선녀음식점에 오세요. 네. 아니, 오빠한테 좀 도움받을 일도 있어요. 만나서 얘기하지요. 빠이, 빠이.”
     부패분자들한테 “저승사자”로 불리우는 로처녀 최혜영 국장에게도 로맨틱하고 애잡짤한 련애사가 있었다.
     혜영은 지금도 후회됐다.
      (그때 승호를 선택하지 말고 성호를 선택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럼 이렇게 로처녀로 늙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모든게 운명이야.)
     그녀는 30년 전 일을 회상하기도 싫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점점 그때 회상에 빠져들어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아직도 성호와 함께 빙장에서 은제비들처럼 나래치던 일로, 빙장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며 빙무를 추던 일로, 성호네 고향  칼산에 가서 스키를 타고 절벽을 날아내리던 일로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혜영은 저으기 흥분됐다. 그녀는 아직도 성호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에 자기를 데리고 대학교 북쪽 소나무 우거진 뒷산에 가서 뜨거운 사랑을 고백하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성호는 혜영을 와락 포옹하며 거친 숨을 토하면서 사랑을 고백했더랬지.
“은영이, 내 심장은 지금 은영에 대한 사랑으로 세차게 높뛰고 있소. 난 뜨거운 심장이라도 바쳐 은영을 사랑하고 싶소. 내 진지한 사랑을 받아주오.”
      그러나 혜영은 성호의 홧홧 달아오른 뜨거운 가슴을 밀어냈다.
      “나는 이미 사랑하는 남자가 있어요.”
      “누군데?”
      그때 혜영은 아주 랭정하게 성호를 마주보며 똑똑히 말했다.
       “우린 동기생이기에 더 애를 먹이려고 하지 않아요. 미련을 두지 말고 마음을 돌리세요. 오빠나 내나 다 편할 거요.”
너무나 쌀쌀한 대답이였다.
“도대체 누구요?”
“차차 알게 될 거요.”
“내 농민의 아들이라고 그러오?”
“아니, 그런 건 아니죠.”
“부모를 모셔야 할 처지라고 거절하오?”
“내 맘 속에 사랑하는 남자가 있기 때문에 오빠를 품을 공간이 바늘귀만큼도 없는데요.”
“그럼 우리 이제껏 함께 한 모든 건…”
혜영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두 동기로서 한 것에 불과한데요.”
그래도 성호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후에도 성호는 오랫동안 끝없는 미련을 끊지 않았댔다.
 
“호- 그때 성호 오빠는 얼마나 사랑을 절절하게 호소했던가. 그런데 난 그만 뒷똘을 치고 말았지. 모든게 운명인 걸.”
혜영은 무남독녀였는데 진짜  금이야 옥이야 하는 최시장의 공주였다. 그녀는  부친이 공안국 과장을 하는 가정배경을 보고 승호를 선택했던 것이다. 
      아직도 혜영은 자기 때문에 성호가 승호와 결투까지 벌리던 장면을 방불히 보는 것만 같았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학교 뒷산 소나무밭에서 갈범처럼 고함치며 치고 박고… 피 터지고 쓰러지고…
혜영은 피씩 웃었다.
     후에 알고보니 뜻밖에도 승호가 성호 배다른 맏형의 아들이라지 않겠는가.
     사실 승호 어머니는 성호 맏형과 결혼날자까지 다 받았놓은데다가 승호까지 임신한 처지였다. 그런데 성호 맏형이 급병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승호 어머니니는 임신한 것을 속이고 재가했던 것이다. 승호와 성호가 대학을 졸업한 썩 후에 성호 아버지(승호 할아버지) 림종 전에 승호 어머니가 찾아와 밝히지 않았더라면 승호와 성호는 친숙질간인 걸 모르고 계속 질투하고 싸웠을 것이다.
     혜영은 승호와 성호를 생각하면 할수록 우스웠다.
     혜영에게 있어서 승호는 원한으로 찬 증오대상으로 남아 있었지만 성호만은 좋은 동기로, 오빠로 남아 있었다.
 
성호는 그때 혜영(은영)한테 실련당하고 얼마나 실련의 고통을 겪었는지 모른다.
성호는 혜영을 만나러 가면서도 그때 당한 일이 씁쓸했다.
 후에 성호가 자꾸 따져묻자 혜영은 마지못해 알려 주었다.
“내 사랑하는 남자는 승호예요.”
“승호?”
성호는 처음 승호라는 말을 듣자 자기 귀를 의심했다. 좀처럼 믿고 싶지 않았다.
(승호 뭣이 나보다 나아?)
그러나 농민가정 출신인 그는 시내 공안국 과장의 아들 승호와의 엄연한 차이를 느꼈다.
성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후에 승호와 혜영이 뒷산에서 련애하다가 강도들한테 혜영이 륜간까지 당했다는 비보를 듣고 성호는 마음이 칼로 어이는듯이 아팠다.
혜영은 그때부터 남자라면 딱 질색이였다. 집에서 아빠 최시장이 아무리 시집가라고 해도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그녀는 남자라면 그때 세 강도들에게 륜간당한 악몽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날 이때까지 다신 련애도 하지 않고 로처녀로 한해 두해 나이를 먹어갔던 것이다.
그때 성호는 주동적으로 그의 이모부 강운룡 부국장을 찾아가 수사에 협조할 것을 표명했다. 그리하여 그가 사인정탐처럼 수사일군들의 수사를 협조해 혜영을 륜간한 강도 셋을 끝내 몽땅 나포했다.
       성호는 혜영이 륜간당한 일로 해 가슴이 아팠다.
       (내가 사랑했던 첫련인이 아닌가. 그녀가 그런 일을 당하다니.)
       후에 승호가 자기 친조카라는 것을 안 다음에는 승호한테도 혜영을 빼앗을내기나 다름없이 싸우고 질투하고 험담한 것에 미안했다.
       20여년 동안이나 서로 모르고 지내다가 승호가 성호의 친조카라는 것이  처음 밝혀졌을 때 승호나 성호나 모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혜영을 두고 서로 질투하고 싸우던 일을 후회하고 서로 량해를 구했다.
      그후 성호는  혜영이 얼마나 지독한 녀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혜영은 승호와 열련하는 척하면서 승호의 귀두를 면도칼로 벴다는 것을 뒤늦게나나 승호한테서 들어서 알게 됐던 것이다. 그후 성호는 혜영과 거래를 완전히 끊었다. 40대 초반 한창 나이에 에이즈병으로 가버린 조카 승호를 생각하기만 하면 자연히 떠올리기도 싫은 혜영이 묻어나왔다.
     (못된 년, 진짜 저승사자야. 살지 않겠으면 말게지. 어쩜 악감 먹고 남의 귀두까지 잘라버려? 넌 남의 인권을 해친 범죄자야.)
      이날도 혜영이 부르자 성호는 잔등이 섬찍해났다. 그러나 혜영이 부르자 저도 몰래 아무 고려도 없이 선녀음식점에 달려온 자기를 발견하고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빠, 여게 오세요.”
성호가 선녀음식점에 들어서자 저쪽 구석에서 혜영이 마주나오며 미소를 지었다. 옛날 생글방글 웃던 처녀 은영이(혜영이) 아니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젠 버들잎눈섭아래 어글어글한 쌍까풀눈 눈귀에 잔주름이 죽죽 갔다.
(세월이 무섭긴 무섭구나. 어쩜 그렇게 이쁘던 처녀를 벌써 쉰고개를 다 넘긴 로처녀로 만들어버렸어?)
“국장님이 바쁘겠는데 무슨 일로 찾았는지?”
자리를 정해 앉자 성호가 궁금해 물었다.
“국장은 무슨 국장? 오빠, 참 오랜만인데요. 자, 차물이나 먼저 마시세요.”
혜영은 컵에 차물을 따르면서 권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요? 또 사람 잡는 일이요?”
“저승사자한테 또 무슨 일 있겠소? 그저 점심이나 먹으면서 도움 받을 일이 있어 그래요.”
“저승사자? 최국장은 범죄자들한텐 저승사자지만 나라와 백성들에겐 보호신이 아니고 뭐요?”
“호호호. 오빠도, 왜 그렇게 짧은 바지를 자꾸 춰 올리는가요?”
혜영은 인차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최정호와 허병칠, 나영이 몽땅  도망쳤소.”
“나영은 정호하구 이만저만한 관계 아닌 거 같던데. 혹시 정호하구 함께 도망친 건 아니오?”
“그럴 수도 있죠. 경로원 개업식 날에 정호는 나영을 오디차에 태워 부랴부랴 망아산 기슭에 있는 별장에 실어갔죠. 그런데 수사일군들이 나포하러 갔다가 별장에서 나영의 그림자도 발견하지 못했잖았겠소? 그 놈 별장에 분명 나영과 정호 들어갔는데 나오는 걸 발견하지도 못했죠. 후에 안 일이지만 별장에는 지하갱도가 있잖았겠소. 십중팔구는 그 갱도로 해 도망친게지. 숱한 수사일군들을 보내 추격했는데 정호와 허병칠을 아직도 나포하지 못했어요. 무슨 좋은 방도 없을가요?”
성호는 차물을 마시면서 한참이나 궁리했다.
(수사는 수하 검사들이나 경찰들과 의논하면 되는데 왜 하필 날 찾았을가? 수사정보 루설되면 어쩔라구? 혹시…)
“지금 아무런 단서도 없소?”
“있어요. 오늘 아침에 정호한테서 메시지가 오잖았겠어요.”
성호는 혜영의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무슨 메시지?”
최혜영은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정호는 허별칠이 정희를 살해한 살인범이라고 했소. 왜냐하면 정희가 돈 60만원이나 내라고 협박했기 때문이라오.”
성호는 머리를 무겁게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지.”
성호는 머리를 번쩍 쳐들었다.
“정호 보낸 메시지란 걸 어떻게 알았소?”
“메시지에 ‘제보자 최정호’라고 딱 밝혀 보냈는데요.”
“오-“
성호는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정호가 그래 자기 위치 탄로난다는 걸 모르고 우둔하게 그런 메시지를 보냈겠소?”
“그럼, 메시지 보낸 사람 정호 아니란 말인가요?”
“혹시 정호가 연막탄을 쏜게 아닌지?”
“글쎄.”
성호는 혜영을 정면으로 보면서 물었다.
“지금 메시지를 보낸 핸드폰 위치는 어디오?”
“타성인데요. 수분하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혹시 로씨야로 도망치자는 건 아닌지?”
“그럴 수도 있지. 수사일군들에게 꼭 나포해오라고 파견했어요. 당지 수사기관에도 협조해달라고 했소.”
“음.”
성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때 료리 몇접시에 맥주가 올라왔다.
“술은 그만두기오. 괜히 오후 사업에 영향 주겠소.”
성호의 말에 혜영은 맥주병을 따서 잔에 찰찰 넘치게 부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요. 한잔씩만 마시지요.”
성호는 마지못해 맥주잔을 들었다.
“자, 우리 우정을 위해.”
딩둥 댕.
맥주잔이 가볍게 마주치는 소리 귀맛을 즐겁게 했다.
성호는 잔을 들어 권했다.
“정호 나포작전에 성공하길 바라오.”
성호는 저가락을 들어 료리를 집으면서 물었다.
“이전에 내 박국장한테 정호가 오정룡한테서 금은보화와 현금 다섯묶음을 되찾은 걸 얘기했는데 그후에 아무런 회답도 없더구만. 그걸 찾았소?”
혜영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금은보화 정호한테 있겠는데 정호한테서 수사해내지 못했지요. 정희네 명도다방에도 없고 정호 별장에도 없더군요.”
성호는 또 이런 말을 했다.
“박국장한테 오정룡이 망아산의 숱한 형사사건에 혐의가 있다고 제보했는데 여직껏 아무런 소식도 없더구만. 전번에 시내에서 오정룡이 오토바이를 타고 낚시질하러 가는 거 같더구만.”
“박국장이 어쩌자고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물만 치고 고기는 하나도 잡지 못하고. 참, 나 원.”
성호도 한숨을 후 내쉬였다. 뒤이어 그는 이렇게 물었다.
“정호 도망칠 때 어떻게 시내를 벗어났소?”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쳤지요. 문걸이네 미녀로봇이 추적해 똑똑히 보았다더군요. 정호가 오토바이에 한 녀자를 싣고 도망치더라고. 그 녀자가 나영일 수도 있지.”
“오토바이가 승용차보다 도망치기엔 퍽 편리할 수도 있지. 승용차를 타고 숱한 도로카메라와 차단봉이 늘어선 큰길로 도망치면야 나포될게 뻔하지. 그러나 오토바이는 카메라추적과 차단봉도 순경도  다 피해 령길로도 도망칠 수 있지.”
혜영은 머리를 끄덕였다.
“참 교활한 놈이죠. 정호는 일정한 반정탐능력이 있는 놈이죠.”
성호도 머리를 끄덕였다.
“내 한가지 제의하기오.”
“뭘?”
성호는 목소리를 낮췄다.
“이전에 선녀식당에 도청기 있던데. 이렇게 마주 앉아 말해 되겠소? 혹시 수사정보가 흘러나가면 어쩌오?”
“근심말아요. 선녀음식점 선희는 우리 이목인데요.”
“오-”
성호는 자세를 바로잡아 앉더니 입을 열었다.
“내 정호를 잡아오라오?”
“오빠가?”
혜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광고는 어쩌고?”
혜영은 도리머리를 저였다.
성호는 대수로워하지도 않았다.
“광고야 연화랑 아래 애들이 하면 되고. 정호나 허병칠을 잡지 못하면 최국장이나 수사기관이나 뭐요?”
“안돼요. 수사는 우리 수사일군들에게 의거해야죠.”
성호는 왼고집을 썼다.
“수사일군들은 정호 면목도 모르잖소? 정호가 환골탈태한다 해도 난 다 알아 볼 수 있어.”
그래도 혜영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빠 정탐능력은 알만한데. 혹시 정호를 발견해도 오빠 혼자 무슨 수로  나포해요?”
성호는 호언장담했다.
“정호 태권도하구 유도 솜씨는 알만한데. 그래도 몇십년 사귀여온 친구 사이니깐. 자수하라고 권고해볼 작정이야. 무슨 죽을 죄를 진 것도 아닌데.”
“그 독종이 자수할 거 같아?”
“한번 시험해보지.”
혜영은 일이 풀리지 않아 답답해 성호의 계발이라도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성호가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나올줄은 몰랐다. 혜영은 성호의 마음을 읽고도 남음이 있었다.
(오빠는 극력 날 도우려고 왼심을 쓰고 있어.)
그러나 혜영은 사적인 관계로 비수사일군이 수사에 달라붙는 것을 용허할 수는 없었다.
“오빠 정호를 나포하러 가는 걸 동의할 수 없소. 건 우리 수사원칙에 어긋나오.”
“이전에도 난 숱한 범죄자들을 붙잡았소.”
“건 다 지나간 얘기고. 지금은 절대 동의할 수 없소.”
“건 네 권리고.”
어망간에 성호는 야, 자 했다.
“호호호. 최국장님, 국장님, 하더니. 이젠 ㅋㅋ.”
“아차, 실례했군. 최국장님.”
“걷어치워. 오빠. 너무 그러지 말라. 멀어진다. 멀어져. 야, 자 하니 허물 없이 참 좋아. 호호호.”
혜영은 허물없는 성호를 보자 아주 기쁜 모양이였다.
혜영은 광어생회를 와사비에 찍어 성호 앞에 내밀었다.
“오빠, 아,”
성호는 하 벌리고 혜영이 집어주는 생회를 받아 맛있게 먹었다.
남이 보면 뭐라고 할가?
이럴 거야.
“한창 놀고 나자빠졌어.”
혜영은 밥사발을 성호 앞에 놓아주면서 물었다.
“지금 정희언니랑 미국에서 잘 보내고 있는가요?”
성호는 밥사발 뚜경을 열면서 콧방귀를 뀌였다.
“흥, 잘 있다마다.”
혜영은 버들잎눈섭을 모으며 쌍겹눈을 치켜떴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소?”
성호는 정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혜영이 이상하리만치 놀라웠다.
성호 안해 정희는 십여년 전에 미국으로 가버렸다.
      정희는 교수네 외동딸로 곱게 자라 그런지. 조그마한 곤난에도 머리를 숙이였다. 그녀는 한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가 한국에서 온 백경란 사장이란 사기군의 다단계판매에 휘말려 들어 숱한 돈을 떼웠을뿐만 아니라 숱한 동료와 친구, 친척들의 돈도 사기당했다. 정희는 체포돼 5년 동안 감옥에 갇혔다가 형기가 차 석방되자 또 백사장을 따라 한국에 나갔다가 미국으로 따라 갔던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 가서도 부지런히 일해 돈을 벌 궁리는 하지 않고 주식놀음을 하다가 애나게 번 돈마저 다 떼우고 집으로 돌아올 면목이 없게 되였다. 그리하여 정희는 이젠 성호와 졸혼하고 제마음대로 살자고 했다. 딸애 하나도 정희를 따라 미국에 류학갔는데 글쎄 흑인교수하구 좋아 따라다닌다고 하지 않겠는가.
     진짜 성호네 가정은 엉망진창이 됐다.
“문화국 인사과장 알지?”
“알구말구. 지금 한창 수사중인데.”
“전번에 그 인사과장이 미국에 갔다가 정희를 남자목욕탕에서 봤단다.”
성호는 이렇게 말하려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
그는 개고기점을 우물우물 씹어넘기더니 에둘러댔다.
“정희는 이젠 완전히 변했어. 뭐라는지 아니?”
“?”
혜영은 짙은 버드나무잎눈섭이 한데 모아질 지경, 쌍까풀눈을 치뜨며 성호를 마주 보았다.
성호의 대답은 놀라웠다.
“하나도 다 컸지. 근심없으니깐. 이젠 졸혼하구 서로 편하게 자기만의 삶을 살잔다.”
“뭐? 졸혼? 리혼이라도 하자는 건가요?”
“리혼은 아니고 명색은 부부지. 그런데 정희는 결혼생활 그만하고 이젠 자기는 미국에서 자기만의 미국식으로 자유롭게 살겠으니깐. 자기를 놔 달란다.”
“그게 리혼이지. 뭔가. 말도 안돼. 언니 어쩜 10여년이나 기다리며 홀로 살아온 오빠하구 그래?”
성호는 답답해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인사과장이 돌아와 정희 남자목욕탕에서 양대가리들 때밀이를 한다고 소문냈단 말이야. 이젠 머리를 들고 살기 힘들어. 숱한 찬구들과 광고주들도 나한테 귀띔하더라. 정희하구 리혼하라고.”
혜영은 슬그머니 성호 눈치를 살폈다.
“그래도 어찌 조강지처하구 리혼하니? 하나는 어쩌고?”
헤영은 성호 처지 답답했다.
“그러고 보면 내 결혼하지 않길 잘했지. 결혼하구 리혼하구 바람 피우고. 세상 사람들 사는게 꼴도 보기도 싫어. 난 한뉘평생 결혼 안해. 남자들은 다 개 같구 강도 같아. 생각만 해도 신경질이 나.”
성호는 혜영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성호 눈에는 혜영은 국장 같지 않고 당년에 그의 앞에서 서적 쓰던 활발한 은영 같았다. 성호는 항상 우울해 있던 혜영이 옛날 마음의 상처를 잊고 활발한 국장님으로 된 것을 보고 마음 속으로부터 기뻤다.
       “지금 미국 양키들 종족기시 말이 아니야. 글쎄 아무런 원쑤도 지지 않았는데  아시안계 사람들을 보면 마구 주먹을 휘두르지 않으면 지하철에 마구 밀어뜨린단 말이야.”
“어디 미국만 그렇소? 유럽에서도 우리  조선족들은 항상 종족기시받고 양키들 눈치 보면서 산다지 않소?”
“글쎄 말이오. 그런 미국에서 무슨 돈을 번다고 남자들 때밀이를 하면서 살겠니. 난 정희 이젠 진짜 실망이야. 미국이 무슨 천국인가?”
“오빠도 답답해.”
“진짜 미치겠어.”
정희 말을 하다나니 성호는 밥맛도 나지 않았다.
혜영은 성호 기분을 돌리려고 화제를 바꿨다.
“우리 이전에 대학교 때 스케트 타던 일 기억나지?”
“기억나구 말구.”
“아, 그땐 진짜 즐거웠는데.”
“그래.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이지.”
순간 그들은 묵묵히 추억의 쪽배를 타고 대학시절로 훨훨 날아 돌아갔다.
랑만적인 음악에 맞춰 판들판들한 빙장에서 쌍무를 추면서 빙글빙글 돌아갔다.
“우리 이제 겨울이 되면 스케트를 타러 갈가?”
“그래. 내 정호를 나포해 돌아오면 사교무청에 가서 사교무 추겠니?”
“그러죠.”
그러나 혜영은 인차 부정했다.
“아니, 오빠 정호 나포하러 가는 걸 난 동의한적 없어.”
“건 네 권리고.”
정호는 개의치 않았다.
“범죄자를 나포하면 마음껏 승리흘 경축해 춤을 출 판이지. 판들판들한 빙장에서 쌍쌍이 빙무를 출 생각만 해도 기뻐.”
혜영은 뜻밖의 제의를 했다.
“오빠, 우리 시간 나질 때 종종 만나 맥주나 마시면서 한담도 하고 사교무나  출가?”
“그래. 인생이 얼마라고 마음껏 즐겨보자.”
순간  그들은 30여년 전에 대학교 시절 무람없이 스케트를 타면서 즐겁게 놀던 청춘시절로 돌아간듯해 기분이 얼마나 상쾌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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