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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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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27) 김장혁
2022년 07월 18일 13시 56분  조회:1278  추천:0  작성자: 김장혁

 
        37. 오사까 로맨스
     

     
     비행기는 활주로 미끌어져나가다가 기체를 건뜻 쳐들며 푸르른 하늘로 서서히 솟아올라갔다.
      발 밑에 푸르른 소나무로 뒤덮인 망아산이 모래무지처럼 내리다보였다. 망아산 소나무 숲 속 그 더러운 참사랑의 블랙홀도 거머리처럼 보이다가 시선에서 사라졌다. 고향 땅도 뒤로 하고 비행기는 안개인지 구름인지 무연한 구름층을 뚫고 하늘로 높이 솟아올랐다.
    비행기는 구름바다를 유유히 날아갔다.
    순간 문걸은 모든 고민을 뒤로 하고 춘희 요청으로 함께 일본광광을 떠나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한 감을 느꼈다.
    비행기는 두 시간도 날지 않고 무연한 바다를 가로 질러 섬나라 상공으로 진입하였다. 이윽고 저 멀리 한 비행장이 나타났다.
     “저게 오사까공항인데요. 땅이 적은 일본 사람들은 땅을 남느라고 바다를 메우고 오사까공항을 닦았어요.”
춘희 말에 문걸은 부지중 감탄했다.
“오- 참 대단하구만. 깊고 깊은 바다를 메우고 커다란 섬을 만들고 그 섬에 이렇게 큰 공항까지 만들다니. 섬나라 사람들 참 대단해. 인간기적을 쌓았구만. 허허허.”
평소에 섬나라에 대한 문걸의 태도와는 완전히 다르지 않는가. 백문불여일견이라고 일본 상공에 이르자 감탄부터 나왔다.
“이제 우리 일본 감탄할 일이 많고도 많을 거예요.”
아사꼬가 종알거리자 문걸은 괜히 울컥했다.
“너도 무슨 일본 사람이라구 그래느냐?”
아사꼬는 눈을 곱게 흘겼다.
“그래요. 일본 산 미녀로봇이면 일본 미녀죠. ㅎㅎㅎ. 깔깔깔.”
비행기에서 내려 PCR 검사와 안전검사를 무난히 마치고 짐대기실에 나왔다. 일본에는 코로나가 심했지만 검사가 그리 까다롭지 않아 모든게 순조로왔다.
그들이 짐을 찾고 있는데 코수염쟁이 사나이와 10대 말 돼 보이는 처녀애가 마중 나왔다. 코수염쟁이는 머리도 희지 않은 걸 피뜩 보아 50대 말이나 돼 보였다. 그런데 후에 알고 보니 코수염쟁이는 칠순고개를 바라보는 늙은일줄이야.
        코수염쟁이와 춘희는 완전히 일어로 인사말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겠는가.
        춘희는 코수염쟁이한테 문걸을 소개해주었다.
       “고노까다와 와다시노 간샤 리분게쯔센세이데쓰(이 분은 저의 환자 리문걸선생입니다).”
문걸은 일어를 배운터라 자기를 친구 아닌 환자로 소개하는 것을 얼핏 알아들었다.
“이분은 남편 야마구찌 다이로(山口太郎)입니다.”
다이로는 문걸의 손을 잡고 허리를 구십도로 굽히고 악수하며 류창한 조선말로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문걸도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하지메데 도조 요로씨꾸(처음 뵙는데 잘 부탁드립니다).”
다이로는 인사를 받으면서도 눈길이 그리 곱지 않았다. 별로 첫 인상에 의심하는 눈빛이 번쩍이는 것 같았다.
(내 너무 신경이 예민한가?)
문걸은 개의찮고 처녀애한테 눈길을 돌렸다.
춘희는 다이로 곁에서 미소 짓고 서 있는 처녀애의 손을 잡으면서 소개했다.
“얘는 제 딸 야마구찌 마끼(山口真姬입니다.”
야마구찌 마끼는 다가와 허리를 굽히며 조선말로 곱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한테서 리선생님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요. 유명한 화가님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오지사마(아저씨)님께서 일본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문걸은 류창한 조선말로 인사하는 야마구찌 마끼를 보고 놀랐다.
“반갑소. 김박사한테서 미스 얘기 많이 들었소.”
다이로는 아사꼬를 보고 인사하자고 춘희한테 얼굴을 돌리며 머뭇거렸다.
“고노 까다와 리센세이노 오꾸상데스(이 분은 리선생님의 안해입니다).”
문걸은 춘희 말에 저으기 놀랐다.
그러나 아사꼬는 기뻐 해쭉해쭉 웃으며 머리를 끄덕이였다.
말수 적은 다이로는 좀 반색하면서도 이상한 눈길로 아사꼬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오- 소우데스네(그렇네요). 곤니찌와(안녕하세요?)”
“初めまして、お会いできて、とてもうれしいです。(처음 뵙는데요.  매우 반갑습니다.)”
다이로와 아사꼬는 서로 구십도 경례를 꼽싹거리며 인사했다.
다이로는 아사꼬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리센세이노 오꾸상와 닛뽄진데스까?(리선생님 부인님은 일본 분입니까?"
다이로교수의 말에는 어찌 일본 녀자가 조선인한테 시집갔는가는, 아쉬움이 알게 모르게 묻어나왔다.
"하이, 소우데스. 하지메마스데, 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 (네. 그렇습니다. 처음 뵙는데요. 잘 부탁드립니다.)"
"부인님 고향은 어뎁니까?"
다이로 교수가 조선말을 하자 아사꼬도 조선말을 했다.
"저의 고향은 오사까죠.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서 정말 기뻐요."
"아, 그런가요. 즐겁게 노십시오."
아사꼬는 득의양양해 진짜 안해인 척 문걸의 팔을 끼더니 턱을 쳐들고 당당하게 걸어나갔다.
문걸은 아사꼬한테 팔을 맡기며 생각을 고쳐먹었다.
       (요놈, 진짜 안해 역을 놀 예산이군. 옳아. 아사꼬가 안해인 척하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지. 춘희도 남편 앞에서 편할게구.)’
     문걸은 부인 대접 받고 기뻐 어쩔줄 모르는 아사꼬 손을 잡고 걸으면서 춘희의  아량있는 처사에 감탄했다.
     그들은 무인조종버스를 타고 공항광장을 나왔다.
그들은 주차장에 가서 두 고급도요다표 승용차에 갈라탔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 도요다표승용차는 일본 천황이나 타는 젤 비싼 도요다표승용차였다.
아사꼬와 문걸이 한 차를 타고  춘희는 다이로와 딸애를 따라가 한 가족이 다른 도요다표 찌프에 탔다.
순간 문걸은 소외감이 들면서 춘희와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이로 교수는 첫 인상에 아주 부자라는 감이 확 들었다.  얼굴에는 아주 득의양양하고 자신만만한 표정이 내비치고 있었다. 친히 차를 몰고 나왔는가 했더니 두 차 다 운전수들이 운전했다. 
       문걸은 공항으로부터 오사까 시내로 달리면서 보노라니 포장도로가 아주 가늘었다. 일본은 땅이 적어 길도 개밸처럼 가늘고 꼬불꼬불했다.
     고급승용차들은 오사까 시내 복판에 자리잡은 호텔 앞에서 멈춰섰다. 다이로 가족 셋이 다 차에서 내려와 이쪽 차 앞으로 다가왔다.
춘희는 미리 예약한 호텔에 문걸의 주숙을 마련해놓고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래일 제가 올게요.”
“감사하오.”
“즐거운 밤 되십시오.”
다이로도 인사하고 떠나갔다.
호텔 카운터 로봇미녀안내원도 인사했다.
“안녕히 다녀가세요. 좋은 밤 되세요.”
피뜩 보아선 로봇미녀안내원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아사꼬도 미녀로봇과 미소지으며 인사했다. 미녀로봇은 아사꼬의 정체를 알아보았는지 이것저것 주고 받았다.
아사꼬와 함께 호텔방에 들어간 문걸은 옆에서 아사꼬가 아양을 떨어도 고독감이 스물수물 몰려오는 것이 이상했다.
        (춘희는 남편이 있는데 무슨 미련을 두고 일본까지 따라 왔어? 왜 춘희한테 그렇게 관심 갖지? 바보야. 영희한테 속듯이 또 춘희한테 당하려고? 춘희는 이상하게 이중적으로 놀지 않았어? 감발을 쓰고 쌍까풀눈인척 성형하고 사교무장에 나타났지 않았는가. 등산하러 다닐 땐 그저 개체호라고 했는데 기실 의사 아니였던가. 그것도 일본 류학 출신 박사! 천길 물 속은 알아도 한치 사람 속은 알기 힘들어. 힘들어.)
순간 문걸은 어처구니 없고 허탈하기만 했다. 고독감이 밀물처럼 마구 밀려왔다.
“이럴줄 알았으면 섬나라에 왜 왔어?”
“뭔가요? 너무나 열정적인 접대를 받는데요. 왜 그래요? 또 춘희 생각나는가요?”
아사꼬는 문걸을 침대에 깔고 넘어갔다.
“이러지 마. 오늘 그런 기분 없어.”
“우린 부부야. 춘희도 인정하는 부부.”
“아니야. 이러지 마.”
문걸은 발버둥질치며 단말마적으로 아사꼬를 밀어냈다.
그러나 힘으로 미녀로봇을 어떻게 당하랴?
갑자기 미녀로봇이 문걸의 옆으로 스르르 쓸어졌다.
문걸이 미녀로봇의 스위치를 꺼버렸던 것이다.
그제야 문걸은 한숨을 후- 내쉬였다. 그의 눈 앞에 야마구찌 다이로의 짙은 눈섭과 콧수염이 떠올랐다…
이튿날 춘희는 도요다표찌프차에 문걸과 아사꼬를 싣고 오사까성으로 달려갔다. 저기 저 멀리 벌써 화창한 봄날을 맞아 탑식으로 높이 우뚝 솟은 오사까옛성 둘레 공원에 새하얀 사꾸라꽃이 그들을 반겨 웃음꽃을 활짝 꽃피우고 있었다. 사꾸라꽃나무숲 속에 들어서니 흐드러지게 핀 연분홍 사꾸라꽃이 반겨맞아주었다. 문걸은 사진기 샷타를 연신 눌렀다.
    찰칵찰칵.
    문걸이 촬영하다가 춘희를 돌아보고 물었다.
    "사꾸라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장 찍을까?"
      춘희는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사색에 잠기더니 도리머리를 저었다.
      "건 아니죠. 괜히 의심을 사겠어요.":
       문걸은 리해되지 않았다.
      "아니, 아사꼬까지 셋이 찍는데도 의심은 무슨 의심이오."
     "그렇게 됐어요."
    춘희는 문걸한테 다가서며 사진기에 손을 내밀었다.
"제가 기념사진 촬영해주죠. 촬영재간없지만요."
"그게 좋아요."
아사꼬가 또 끼여들었다.
그리하여 문걸은 아사꼬와 나란히 서서  사꾸라꽃밭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 찍었다. 아사꼬는 기쁜 나머지 문걸의 팔을 껴안고 해쭉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찰칵. 
     ;그들은 사꾸라꽃밭을 꿰질러나가 뒤로 하고 그들은 오사까옛성으로 다가갔다. 
     우람진 둔덕에 우뚝 솟은 오사까 옛성- 熊本城은 괴수 도요도미 히데요시가 몇백년 전에 축조한 도요도미 히데요시의 궁전이였다. 오사까  熊本城으로 올라가는 공원길에 몇백년 전 섬나라 괴수 도요도미히데요시와 도꾸가와가 거액을 들여 축조했다는 높다란 돌문과 돌성이 굽이굽이 도고히 들어앉아 있었다. 돌성의 바위돌들이 어찌나 큰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춘희가 요청한 미녀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도요도미 히데요시나 도꾸가와는 천황궁에 쓴 돌들보다도 엄청 큰 바위돌로 천황궁보다도 더 높고 웅장한 오사까성을 축조했다.  그만큼 도요도미 히데요시나 도꾸가와의 야심이 천황을 엄청 릉가했다는 것을 상징했다.
     기실  오사까 熊本城 에 독사처럼 똬리를 틀고 들어앉은 도요도미 히데요시나 후세의 도꾸가와의 정치, 경제, 군사 실력은 당시 천황을 훨씬 릉가했다. 그러나 도요도미 히데요시는 천황을 상징하는 태양신을 믿었고 "천황은 하늘이 내린 것이다."고 여기고 절대 천황을 뒤엎으려고 하지 않았으며  2인자로 억지로 남아 살기로 했다고 한다. 도요도미 히데요시는 막부 사무라이의 호전광기를 천황과는 쓰지 못하고 국내를 다 평정하자 조선을 침략하는데 광기를 썼다고 했다. 결과 그가 파병한 침조 일본군은 영용한 명나라와 조선 련합군의 타격을 받아 여지없이 패망했다. 특히 조선 수군 명장 리순신 장군이 이끄는 거북선의 습격을 받아 노량, 명랑 등 해전에서 여지없이 패배했다. 조선을 침략한 임진왜란 전쟁에서 패망하자 천하 제일 사무라이로 자처하던 도요도미히데요시 정권은 결국 패망하게 되고 도꾸가와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고 한다. 도꾸가와는 히데요시를 지우기에 혈안이 돼 날뛰였다고 한다.
     "저 큰 바위돌을 어떻게 실어다 쌓았을가? 참 사람 손이란 무서운게야."
    괴수 도요도미 히데요시가 오사까 熊本城에 쌓은 젤 큰 바위돌은 무려 60톤이나 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옆에 후임 도꾸가와 정부가 쌓은 절벽 같은 바위돌은 도요도미 히데요시가 쌓은 바위돌보다 도 엄청 더 컸다. 무게도 무려 90톤이나 된다고 했다.
      도꾸가와는 그만큼 자기가 히데요시보다 더 센 사무라이라는 것을 세상에 과시하려는 것이였다고 한다.
      오사까 옛성-熊本城을 둘러쌓은 구불구불한 토성에 들어서는 돌대문 우에 이상하게 커다란 까마귀돌조각상이 도고하게 앉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세상에 숱한 고운 새를 두고, 원, 참, 까마귀 뭐 곱다고 까마귀조각상까지 대문에 높이 올려놨지? ㅋㅋㅋ.”
      문걸이 이상해하자 춘희가 나직이 설명해주었다.
     “일본 사람들은 천황을 태양신으로 여기면서 태양신을 믿었지요.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까마귀신도 믿고 있습니다.”
     문걸은 허구픈 웃음을 웃었다.
     “세상에 어디 신이 있다고? 까마귀신을 다 믿어? 흥! 섬나라 사람들은 참 기괴하단 말이오.”
    춘희는 문걸에게 내심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보통 까마귀를 미운 새로 여겨 항상 나쁜 놈으로 견주어 추화하는데요. 적지 않은 일본 사람들은 까마귀를 효성이 지극한 효자새로 여기죠. 까마귀는 늙으면  털이 다 빠져 날지 못해 먹이를 잡아 먹지 못해 죽게 되죠. 그래서 까마귀는 부모가 늙어 털이 다 빠지기 전에 자기 둥지에 모셔다가 세상 떠날 때까지 먹이를 날라다 먹이고 비가 오면 자기 날개로 덮어주면서 효성을 다 한대요.”
“오- 까마귀가 그렇게 효성이 지극할줄은 정말 몰랐는대요.”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까마귀신도 믿는대요.”
문걸은 그제야 머리를 끄덕였다.
순간 문걸은 령감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까마귀로 훌륭한 새 동화그림책을 창작할 수 있을 거 같아.”
춘희는 문걸의 기발한 착상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시간 나지면 까마귀 동화그림을 창작해보세요.”
“그렇게 하지. 내 착상을 들어보오.”
문걸은 자기 기발한 착상을 말했다.
“백조와 까마귀를 대조시켜 등장시킨단 말이오.”
그의 머릿 속에는 벌써 련속 그림이 펼쳐져나갔다.
“그림 1, 호수가에서 백조는 바레를 추면서 잘난 척하며 까마귀를 자꾸 새까만게 못났다고 조롱한다.
그림 2. 까마귀는 남을 자꾸 조롱하는 백조를 보고 겉은 새하얗지만 속은 새까맣다고 반격한다.”
아사꼬가 감탄했다.
“네- 참 그럴듯해요.”
춘희는 하회를 기다렸다.
문걸은 흥이 나서 창작령감을 손시늉하면서 말했다.
“그림 3. 까마귀는 호수에서 잉어를 물고 하늘로 날아올라 어데론가 훨훨 날아가지오.
그림 3. 백조는 까마귀가 어데 가는가고 뒤쫓아가 보았지요.
그림 4. 까마귀는 높은 백양나무가지에 튼 둥지에 날아가서 털 하나 없는 엄마한테 잉어고기를 대접하고 있었죠. 소낙비가 쏟아지자 까마귀는 날개를 펴서 털없는 엄마 알몸을 덮어주었다.
그림 5. 백조는 까마귀 효성에 못내 감복됐지요. 그제야 백조는 까마귀를 못났다고 자꾸 욕한 것을 뉘우치면서 감탄했어요.
‘아, 원래 까마귀는 겉은 새까매도 속에는 효성이 가득 찬 효자였구나.’”
문걸은 춘희를 돌아보았다.
“어떠오?”
“참 멋지구만요. 까마귀에 대한 사람들의 인상을 확 바꿔놓을 명 동화그림으로 될 거 같아요.”
문걸은  그림창작 흥이 부쩍 올랐다.
“이제 저녁에 호텔에 돌아가 그림 그려서 섬나라 관광기념으로 야마구찌 일가에 드리죠.”
춘희는 일본 녀인처럼 허리까지 굽히며 인사했다.
“네, 고맙습니다.”
아사꼬는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왔는지라 그들을 좀 떨어져 걸으면서 사꾸라꽃 나무에 다가가 꽃향기도 맡아보고 카메라로 꺼내 찰칵 찰칵 기념촬영을 하기도 하였다.
문걸은 피뜩 의문이 떠올랐다.
“한가지 문의해도 되겠소?”
춘희는 주춤 멈춰서면서 그를 마주 바라보았다.
“네. 괜찮아요.”
문걸은 외까풀눈으로 춘희 외까풀눈을 정시하면서 물었다.
“야마구찌 마끼는 성씨를 보면 일본 처녀애인데 조선말을 너무 잘하더군.”
춘희는 문걸이 묻는 의도를 제꺽 알아맞췄다.
“걔는 원래 조선족인데 당연히 조선말을 잘 할 수 있죠.”
“조선족?”
문걸은 저으기 놀랐다.
“그럼 야마구찌 마끼는 야마구찌 다이로 선생의 친딸이 아니란 말이오?”
“그래요.”
춘희는 문걸한테 모든 것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
“그 애는 전 남편의 딸애입니다.”
“오- 그렇구만.”
문걸은 발부리를 내려다보면서 걷다가 머리를 건뜻 쳐들더니 주춤 멈춰서서 춘희를 마주 바라보았다.
“좋은 조선족 성씨는 어쩌고 일본 성을 탔소?”
춘희는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된 사연 있습니다.”
     그녀는 오사까 熊本城 토성에 기대 토성 밑에 흐르는 맑은 해자에 눈길을 돌리며 솔직히 말했다.
     “야마구찌 마끼에게는 원래 허가은이란 좋은 이름 있었지요. 그런데 제가 리혼한 후 저의 도사인 야마구찌 다이로 교수와 재혼하게 됐지요. 야마구찌 다이로 교수는 리혼한 전 안해 사이에 자식이 하나도 없었지요. 그래서 저의 딸을 무척 욕심내고 엄청  고와했지요. 그래서 저는 가은이 보고 배신자 전 남편의 허씨 성을 떼버리고 야마구찌 성을 따르게 했어요. 또 딸애가 장차 일본에서 발을 붙이고 살려면 일본에 귀화하지 않고선 어렵게 되지요. 그래서 부득불 그렇게 됐어요. 호-”
문걸은 그제야 야마구찌 일가 족보에 덮였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문걸에게는 아직도 걷히지 않은 안개 속에 묻힌 의문이 수두룩이 있었다.
(그럼 왜 춘희는 이리 부유한 교수네 집에서 살지 않고 시골 고향 병원에 돌아가 일할가? 그들은 왜 이렇게 오랫동안 벌겨 생활을 할가? 그들 사이에 무슨 간극이라도 생겼는가?...)
그러나 문걸은 단번에 궁금한 것을 다 파헤치려고 서두르지 않았다. 자칫 아픈 춘희 아픈 상처를 건드릴 수도 있기 때문이였다.
(서두룰 필요야 없지. 춘희는 완전히 야마구찌 일가에 깊이 박혀 있지 않는가.)
문걸은 저도 모르게 이상해났다.
(춘희는 재혼해 일본에 행복한 가정이 있는 녀인인데 왜 자꾸 관심을 가지지? ㅉㅉㅉ.)
이때 춘희 핸드폰이 울렸다.
“모시모시(여보세요), 하이(예), 이송아씨이데(다망한데요.). 죳또 맛데꾸다씨이마쎈까?(좀 기다려주시지 못하겠습니까?)
춘희는 전화를 받으면서 한쪽 구석으로 걸어갔다.
문걸은 고급일어수준이여서 춘희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마 남편과 대화하는 것 같았다.
춘희가 나직이 말하는 것이였다.
“저의 환자를 환대해주셔서 매우 감사해요.”
춘희는 돌아와서 문걸한테 말했다.
“점심에 저의 남편이 초대하겠답니다.”
“감사하다고 인사 전해주오.”
문걸은 오사까 熊本城을 사진기에 담은 후 옛성을 내려오다가 사꾸라꽃밭에 발길을 돌렸다.
그는 사꾸라꽃을 스케치촬영하려는지 사꾸라꽃에 다가가 연신 근접촬영했다.
“이제 시간 나지면 오사까 옛성을 그려드리죠.”
“고맙습니다.”
“야마구찌 가족 집에 걸어두세요.”
“오사까는 다이로교수 고향이죠. 그도 오사까 옛성 그림을 보면 기뻐할거예요.  기념그림으로 잘 걸어두지요.”
점심에  그들은 도요다찌프에 앉아 음식점으로 달려갔다.
“아차, 아사꼬를 어쩐다?”
문걸이 아사꼬를 돌아보면서 근심했다.
“쟤는 아무 음식도 먹지 못하는데. 괜히 다이로교수한테 의심받지 않겠소?”
“오- 깜빡했군요. 호텔에 두고 오면 어떨까요?”
아사꼬가 뽀로통해했다.
“안돼요. 저도 연회에 참가하겠어요.”
“아무것도 먹지 못하면서 무슨 연회냐?”
“구경이라도 하면 안돼요? 참, 너무 무정해요.”
“넌 감정없다더니? 참. 호텔에서 날 기다려.”
아사꼬가 그들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귀띔해주었다.
“다이로교수님께서 모처럼 차린 연회석에 내 없어봐요. 다이로센세이 더 의심하지 않는가?”
“그것도 그래. 부인 없으면 더 의심하겠는데.”
“그럼 데리고 가자요.”
문걸은 별 수 없이 머리를 끄덕였다.
찌프에 앉아 가면서 문걸은 아사꼬한테 주의사항을 구구히 얘기해주었다.
문걸이 오사까옛성이며 사꾸라꽃이며 대문 위 까마귀 조각상을 촬영하느라고 음식점에 좀 늦어 도착했다. 음식점은 카레점도 아니고 아주 으리으리한 고급음악스시관이였다.
다이로교수는 벌써 스시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곤니찌와? (안녕하십니까?) 오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는 문걸 “부부”한테 깎듯이 인사했다.
“곤니찌와? (안녕하십니까?) 다망하시겠는데 환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문걸은 류창한 일어로 다이로교수한테 인사했다.
“늦어서 미안해요.)
“이이에(아니죠.). 들어가시지요.”
“고맙습니다.”
다이로교수는 문걸 “부부”를 데리고 스시관으로 들어갔다.
이게 뭔가?
널다란 스시관에는 빙 돌아가며 의자뿐 료리상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겠는가?
문걸은 의아해하면서 의자에 들어앉았다.
갑자기 전등불이 꺼지고 대신 은은한 음악이 울렸다. 스시방 문이 열리자 흑백이 분명한 레이자불빛이 그리로 비추었다. 짧은 치마를 입은 아가씨들이 커다런 침대 같은 긴 스시료리상을 밀고 들어왔다.
      오색령롱한 레이자조명등불빛이 료리상을 환히 비추었다.
    문걸은 깜짝 놀라 그만 “와-“ 하고 소리칠 번했다.
      아사꼬가 옆구리를 툭 쳤다.
     문걸은 실례한 것을 알고 머리를 약간 숙였다. 다이로교수는 그저 빙긋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 속에는 촌뜨기를 비웃는듯한 웃움기가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문걸이 다시 보아도 자기 눈을 의심할 지경이였다.
     침대만한 료리상 복판에 미녀 라체가 반듯이 누워 가딱하지 않고 있었다. 미녀의 백지장 같은 라체 위에 스시접시가 다닥다닥 놓여 있지 않겠는가.
     봉긋한 젖가슴 위에는 사꾸라꽃 위에 스시접시 두개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마에는 사꾸라꽃과 백합생화가 누워  있었다. 우유빛 젖가슴으로부터 배와 허벅다리에 내려오면서 꽃에 싼 스시와 양념간장종지랑 와사비접시랑 줄느런히 놓여 있었다.
    라체의 미녀는 부끄러워 하지도 않고 스시료리상에 누워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살풋이 내리감고 담담히 누워 있었다.
    다이로교수 부부는 문걸 “부부”한테 일본 최고료리 뇨타이모리(女体盛り)상을 챙겨 최고대우로 접대하고 있었다. 뇨타이모리는 엄청 비싼 일본 최고료리인데 진짜 미녀라체에 차린 스시상이였다.
      문걸은 바삐 자리에서 일어나 배낭에서 사진기를 꺼내 찰칵찰칵 촬영하기에 바빴다.  핸드폰을 들어 비디오촬영까지 했다. 그러자 스시상 위 미녀가 새물새물 웃으면서 포즈를 취하는 상 싶었다.
      문걸은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사진기를 배낭에 되넣고나서 자리에 앉았다.
      (진짜 희귀한 새 세상에 들어선 것 같아. 이래서 일본은 개방된 자유세상이란 말인가?)
    
      아가씨가 돌아가면서 문걸과 다이로교수 술잔에 양주를 찰찰 넘치게 부었다. 춘희와 아사꼬 술잔에도 부었다.
      다이로교수는 술잔을 높이 들었다.
"도조. 사께오 논데꾸다싸이(자, 술 마십시오.)"
     다이로교수는 술잔을 들고 문걸 부부한테 다가와 류창하고 친절한 조선어로 권주했다.
"리문걸선생님 부부님, 우리 일본에 놀러 오신 걸 열렬히 환영합니다. 자, 한잔 듭시다.”
        문걸은 일어로 화답했다.
       “이쏭아씨이데모 간다이데 도모 아링아도 고자이마쓰(다망하신데도 환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이로교수는 문걸 부부와 잔을 딩둥 마주치고나서 잔을 반쯤 굽내고 살짝 내려놓았다.
      그는 좌석에 돌아가더니 아주 스스럼없이 저가락을 집어들고 젖가슴에 놓은 접시에서 스시(생선회)를 집어 와사비에 뚝뚝 찍어 콧수염 밑에 가져갔다.
     문걸은 저가락을 집어들고 춘희 눈치를 흘끔 보더니 종아리에 놓은 접시의 스시를 한점 집어 와사비에 찍어 먹었다.
     춘희와 아사꼬도 술잔을 들어 조금씩 홀짝 마시고 스시를 집어 먹는 척 했다.
아사꼬는 생선회를 넘길 수 없어 오물오물 씹는 척하다가 입질을 스리슬쩍 멈췄다.
     이윽고 그녀는 “시쯔레이데, 스미마센(실례해 미안해요.” 하고 한마디 하고는 오쫄 일어나 자리를 비웠다.
     다이로교수의 량 눈섭이 코마루 위쪽 이마에 올라가 찰싹 붙더니 한데 모아졌다. 순간 의심에 찬 눈빛이 번쩍이며 아사꼬 잔등을 뒤따라갔다.
      미녀로봇 아사꼬는 잔등에 다이로교수의 눈총을 맞으며 화장실에 가서 술과 생선을 마구 토해버렸다.
      아사꼬는 화장실에 앉아 거울에 얼굴을이랑 옷매무새랑 비춰보며 시간을 끌었다.
     한편 뇨타이모리 스시관에서 다이로교수는 또 잔을 들고 다가와 문걸의 잔과 마주쳤다.
“자, 통쾌하게 마십시다.”
다이로교수는 문걸이 보라는듯이 잔을 들어 쭉 굽냈다.
     문걸도 잔을 냈다.
     다이로교수는 저가락으로 미녀라체 아랫배 위 접시의 스시를 집어 와사비에 툭툭 찍더니 미녀 하신에 문질러댔다. 그는 춘희와 손님의 눈치를 조금치도 보지 않고 미녀 하신 즙액이 묻은 생선회를 코에 대고 냄새를 흡흡 맡아댔다.
"오- 니오잉아 혼또니 O_K!(어- 냄새  참 좋아!)"
교수라기보다 한마리 짐승 같아 보였다.
춘희는 징그러워 과일을 집어 씹으며 외면했다.
다이로교수는 입에 대고 혀로 스시(생선회)를 핥아보더니 입 안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연신 감탄했다.
“O- Ye- 오이씨이네(오우예- 맛있어.) 혼또니 아마이(진짜 달콤하구나)!“
다이로 교수는 주인의 체모도 잃고 입을 하 벌리고 감탄했다.
그때 미녀는 하신이 너무 아려 우유빛허벅다리를 약간 들더니 바들바들 떨지 않겠는가.
딸라당.
순간 허벅다리에 놓았던 스시접시가 주르르 료리상에 떨어졌다.
“나니(뭐야)?!”
      성난 다이로교수는 네모번듯한 얼굴이 대뜸 지지벌개졌다. 그러자 미녀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다시 다리를 도로 내리우고 까딱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그러나 미녀의 눈확에는 쓰디쓴 눈물이 고여올라오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모두 다이로교수의 징그런 상통을 보고 상을 찡그렸다.
     그때까지 아사꼬는 스시상에 얼굴을 보이지도 않았다.
     다이로교수의 의심에 찬 눈길이 자꾸 문께로 흘끔흘끔거렸다.
     문걸과 춘희도 다이로교수의 눈길과 문께를 흘끔,핼끔 곁눈질해보면서 바늘방석에 앉은듯이 조마조마해했다.
     뇨타이모리 스시관에는 은은한 음악이 울리며 오묘한 분위기로 반전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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