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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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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20) 김장혁
2022년 06월 20일 13시 04분  조회:1196  추천:0  작성자: 김장혁



            30. 기구한 운명
 
      태평방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구급병실, 하늘이 정해준 기구한 운명인가?
      사람의 목숨이 질기기는 질겼다. 하영은 강도가 휘두르는 쇠몽둥이에 머리를 얻어맞고 강간당하고 쓰러졌댔다. 하지만 그녀는  황선희 박사와 김춘희 박사의 극진한 구급을 거쳐 간신히 죽을 고비를 넘겼다.
      하영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눈을 살며시 뜨고 사위를 둘러보았다. 간호원의 해맑은 얼굴이 흐릿하게 보이고 링겔병 두병이나 디룽디룽 걸려 있는 것이 눈에 희미하게 띠었다. 손등에 링겔주사바늘이 아프게 꽂혀 있었다.
24시간 동안이나 줄이어 링겔주사를 맞은 덕에 밥알 한알도 먹지 못하고 물 한모금도 마시지 못하고서도 살아남았다.
 하영은 팔굽으로 침대를 짚으며 머리를 들려고 애썼다. 그러나 머리가 어찌나 무겁고 아픈지 들래야 들 수 없었다.
“가만 누워 있으세요. 아직 무리하게 일어나선 안 돼요.”
간호원은 하영을 안착시켰다.
“에헴, 헴.’
그때 옆 병상에서 녀인의 기침소리가 들렸다.
하영은 피뜩 그리로 얼굴을 돌렸다.
“아니! 저게!”
하영은 소리칠 번했다.
(뺑덕이에미 아닌가!)
하영은 자기 눈을 믿을래야 믿을 수 없었다.
두번 다시 여겨봐도 분명 정희였다.
(아니, 글쎄 고양이와 쥐 같은 정희와 한 병실에 누워 있다니. 어쩌는가?)
정희는 강도가 휘두른 비수에 가슴과 팔을 여러번 찔렸다. 그러나 체육학원 졸업생인 정희가 태권도를 좀 익힌 덕에 손발로 막으며 반항했기에 다행히 빗찍힌 것이였다.  그녀는 류혈이 너무 심해 병원 구급실에 실려와서 수사일군들한테 강도 체모특징을 겨우 대고는 인차 쑈크까지 왔댔다. 하지만 황선희박사와 김춘희박사 등 의사들이 최선을 다해 구급했기에 목숨을 부지했던 것이다.
하영은 정희를 보기만 해도 잔등에 소름이 쪽 끼쳤다. 이불을 훌 뒤집어 쓰고 돌아누워 온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 바람에 손등에 꽂았던 주사바늘이 다 빠졌다.
“갑작스레 이러지 마세요.”
간호원은 하영의 손등에 다시 주사바늘을 꽂아놓고 조용히 나갔다.
구급병실에는 하영과 정희 둘만 남았다.
“하영이, 살아났구나.”
하영은 이불을 들쓰고 못 들은 척했다.
저쪽에서 계속 지껄여댔다.
“얘야, 우린 둘 다 기구한 운명을 가졌구나. 다 불행한 녀자들이야. 우리 서로 원쑤진 일도 없는데 하필 서로 개 닭 보듯 하겠느냐?”
하영은 숨을 딱 죽이고 듣기만 했다. 정희 목소리 듣기만 해도 진절머리 났다.
햐영의 눈 앞에는 전번에 정희가 다방에서 돈을 내놔라고 협박하던 장면이 떠올라 기절날 지경이였다.
“하영아, 언니 말 들려?”
“…”
“자나?”
“자는 척하긴. 내 말 좀 들어라.”
정희는 일어나더니 하영한테 다가왔다. 뺑덕이에미는 누가 곱다는 것 처럼 하영이 침대에 앉더니 손을 내밀어 이불을 활 제꼈다.
하영은 별 수 없이 눈을 살며시 떴다. 순간 정희가 요정처럼 독살스레 째려보고 있었다. 순간 하영은 몸살이 날 지경으로 온몸이 옹송그려졌다.
그러나 하영은 필경 자질이 뛰어난 20대 처녀였다.
“오, 언니군요, 우리 살아남은 것도 하느님이 내려준 운명이겠죠?”
“그래. 우리 둘이 여기서 만난 것도 다 정호 국장님 덕분이지. 우리 둘이 최국장을 동시에 따른 것도 운명이구. ㅋㅋㅋ.”
정희는 손으로 서쪽 벽을 가리켰다.
“너 아니? 이 벽 건너 병실에 변강쇠도 입원했어.”
“네? 최국장님이?”
정희는 머리를 끄덕였다.
“이것도 운명이겠지. 난 다 알아, 너네 망아산에서 무슨 짓을 한 걸.”
하영은 외면하며 돌아누웠다.
“우리 어쨌다고?”
“모르는가 해? 수사일군한테서 다 들었데도.”
하영은 숨을 딱 죽였다.
끌신이 짝짝 소리내며 다가왔다.
“이것도 하느님이 내린 운명이겠지.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응? 미국에서 호텔에 한 방에 든 것도 하느님이 배치한 운명인 거 같다. 한 모텔에서 우리 둘이 변강쇠하구 질탕하게 논 것도 모두 하느님 조화야. 봐라, 우린 둘다 망아산 방공굴에서 변강쇠와 놀다가 병실에 나란히 눕게 됐어. 모든 걸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해. 하느님은 공정한 거야.”
정희는 하영의 손을 잡기까지 하고 지껄였다.
“하영아, 전번에도 말했지만 넌 전도창창한 20대 가수야. 네가 가무단 단장으로 승급하고 싶어한다는 거 다 알아. 언니 좀 도와줄가?”
하영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필요없소. 단장하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소.”’
“호호, 언제부터 거짓말하는 재간 늘었어? 귀신을 속여도 날 못 속여.”
정희는 하영의 하얀 목을 살살 매만지면서 지껄였다.
“요 가는 목에서 어쩜 그렇게 청아한 노래를 잘 뽑아내니? 침대 위에서 뽑는 노래는 더욱 섹시하고 간드러져. 변강쇠 미치지 않을 수 있어? ㅉㅉ. 허나, 기억해 둬. 난 널 유명한 가수로 만들 수도 있고 천길지옥에서 버러지처럼 벌벌 기게 만들 수도 있어. 널 철창 속 죄수로 만들 수도 있다는 거야. 강도 비수를 맞고 죽을번 하다가 살아남은 난 무슨 짓인들 못하겠느냐. 내 말 알아들었지?”
하영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또 협박하는 거요?”
“협박은? 널 생각해서 정신차리게 하는 거야.”
정희는 이 시각 더는 인기모델이 아니라 독사같고 요귀 같았다. 그녀는 독살스런 눈길로 하영을 쏘아보며 을러멨다.
“어떠냐? 돈을 내놓겠느냐? 아님, 미국 모텔에서 우리 둘이 최국장과 함께 논  섹스쇼를 만천하에 공개할가? 어때? 단장은커녕 다시 머리 들고 무대에 올라 노래 부를 수 있겠구나? 아니, 감옥살이라도 하고 싶은 거냐?”
하영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자꾸 협박하면 경찰에 알리지 않는가 봐.”
“ㅋㅋㅋ. 경찰이 날 어쩔 수 있어? 난 박동묵 공안국장의 애인이야.”
“철면피하군요.”
“뭐라고?”
정희는 하영의 외씨볼을 살짝 꼬집어놓았다.
“요년아, 이 낯빤대기 두껍기도 소 엉덩짝 같구나. 20대에 제 애비 같은 늙다리한테 엉덩이를 들이댄 주제에  누굴 모욕해?”
하영은 신음소리를 가냘프게 냈다. 그녀는 정희가 악마처럼 두려워났다. 까딱 할 수 없는 자기를 어떻게라도 해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공포가 온 병실에 이새끼처럼 스물스물 기여오는 감이 들어 온몸을 옹송그렸다.
정희는 세살짜리 애를 다루듯이 얼리고 닥치기 시작했다.
“우리 서로 싸우면 다 불리해. 난 망쳐먹은 못쓸 년이야. 그러나 넌 전도창창한 가수야. 널 도와주고 싶구나. 지하들한테 덕을 쌓고 싶구나. 그래야 염라전에 가면 염라왕이 날 극락세계에 보내줄게야. 악을 너무 쓰면 사람은 염라전에 가서도 죄를 지고  지옥살이를 한다더구나.”
(픽, 고양이 쥐 생각한다고나 해라.)
하영은 이불을 들썼다.
정희는 다시 이불을 벗기면서 지껄여댔다.
“하영아, 우리 둘 다 불운한 운명을 타고난 녀자야. 내 시위 서기를 잘 안다. 내 한마디면 가무단 단장이겠느냐, 문화국 국장도 시켜줄만해. 어떻니? 지금 세월에 돈 좀 팔지 않고 어떻게 자기 정치리상을 실현할 수 있겠느냐?”
하영은 정희 말을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고 싶지 않았다.
“서기를 잘 알면 언니나 국장을 될게지 그러오?”
정희는 목소리를 낮췄다.
“얘, 난 전도를 망쳤어. 숱한 사내들 친한 모델년을 누가 모르겠느냐? 그러나 넌 다르지. 나이 어린데다 정치자본도 있지. 내 입만 터지지 않으면 충분히 가무단 단장을 하고 이담 문화국 국장도 할 수 있지. 그런데 넌 세상을 너무나도 잘 모른다.”
정희는 선배로 자처하면서 자기 더러운 인생관을 토설했다.
“이 선배 경험교훈을 들어 봐. 넌 아직 어려서 세상물정을 잘 몰라. 미인계만 써서야 어찌 지금 금전만능 세월에 승급하니? 미인계도 한도 있는 거야. 녀자 나이 들어 색이 바래지고 꽃집이 시들어 앵돌아지면 사내들은 싫어해. 그래서 어진간해선 미인계에 넘어가지 않아. 아니, 아무리 이쁘고 야들야들한 몸이래도 반년만 데리고 놀면 헌신짝 버리듯해. 사내들은 그래. 희신염구라는 말 듣지 못했느냐? 사내들은 새 걸 좋아하고 낡은 걸 싫어해. 새 이쁜 녀자를 자꾸 바꿔 새 자극을 얻으려고 해.”
이 방면 체험이야 숱한 사내들을 겪어본 정희를 따를 녀자는 둘도 없을 것이다.
      (정직한 상 하는 문걸도 한가지야. 딱 한번 나하구 놀아보고는 다신 찾지도 않았어. 심지어 모델 서달라는 말도 다신 꺼내지 않았어. 자꾸 라체모델비를 많이 달라고 징징거린  때문이겠지. 허나 화가는 색에 더 밝은 놈들이야. 영희나 문걸이나 다 그랬어. 자꾸 새 모델을 바꿔야 화가의 령감이 번개처럼 번쩍 떠오른다고 했잖아.) 

정희는 하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계속 유인했다.
“알만해? 최국장 녀자 어디 내하구 네뿐이냐? 미국 가서 보았지. 그 숱한 미녀들이 모두 최국장 애인후보야. 네하구도 이젠 한 반년 놀아댔기에 이젠 새 미녀로 바꿔 타려고 할 거야.”
“픽!’
하영은 이불 안에서 코웃음쳤다.
(최국장 이제 내하구 살 거야. 내 같은 야들야들한 처녀를 놓자겠구나. 너처럼 쇄빠진 40대도 녀자라구 하겠구나!)
정희는 계속 제 좋은 소리를 지껄였다.
“최국장만 믿지 말고 언니를 한번 믿어봐. 더 빨리 단장으로 되지 않는가.”
하영은 더 듣기도 싫었다. 그러나 뒤가 켕겨 정희 말을 듣는 척 할뿐이였다. 진짜 미국에서 경솔히 정희와 함께 모텔에 가 최국장과 논 것이 후회막급이였다.
(최국장님 말 맞아. 아이고, 내 어째 그렇게 머절싸한 짓을 했을가? 이 독사년한테 꼬리를 꽉 밟혔잖아? 이 일 어쩌는가? 저 년 썩어도 안 지고. 진짜 경치겠네. 하느님, 제발 요귀년을 훌 데려갑소.)
정희는 또 협박했다.
“어쩔테냐? 주는 술을 공손히 마시겠느냐? 아님, 벌주를 마시겠느냐? 내 입이 탁 터지는 날엔 보기 좋을 거야. 가불간 오늘 내로 결정해라. 내 말 안들으면 래일부터  이 세상에 머리 들고 살 궁리 하지 말라.”
이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간호원이 들어왔다.
“그만 하세요. 하영 환자는 푹 쉬여야 합니다. 이렇게 오래 말하면 환자 건강에 나쁩니다.”
정희는 우쭐 일어나 자기 침대로 돌아가면서 중얼거렸다.
“이젠 입이 아프게 더 말하지 않겠다. 오늘 밖에 시간 없다. 흥!”
간호원은 아니꼬운 눈길로 정희를 흘겨보았다.
“왜 그래요? 자꾸 자극하는 말 하지 마세요.”
정희는 간호원한테 네가 다 뭐냐는듯한 표정을 짓더니 볼로부터 입귀에 비웃음을 흘리면서 병실에서 훌 나가버렸다.
하영은 억장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저년 입이 터지는 날엔 진짜 가무단 단장은 고사하고 이 세상에서 머리를 들고 살 수 없어. 이 일을 어쩐담?)
하영은 애나 이불을 홱 젖히고 문께를 바라보았다.
간호원이 나가 얼마 안돼 또 문소리가 났다. 하영이 돌아누우면서 보니 악마 같은 정희가 또 되돌아오지 않았겠는가.
(안 되겠어. 병실을 바꿔달라고 해야지.)
“ㅎㅎㅎ. 하영아, 언니 왔는데 왜 돌아누워? 널 잡아먹자고 하는 것도 아닌데.”
정희는 또 하영의 침대머리에 다가와 걸상에 앉았다. 독사가 스르르 기여드는 것 같아 몸서리를 쳤다.
정희는 기어이 손을 이불 안에 넣었다. 그런데 무의식간에 그랬을가. 그만 하영의 풍만한 가슴을 만졌다.
“왜 이래요?”
“미안, 고의 아니야. 어쩜 애도 낳지 않은 처녀애가 가슴 이렇게 풍만하냐. 변강쇠 너 이 왕가슴에 미쳐 느침을 질질 흘리면서 게걸쓰는 거 보는 같다. ㅉㅉㅉ.”
정희는 이불을 홱 젖히고나서 눈을 감은 하영의 귀에 입을 가져다대다싶이 했다.
“언니, 좋은 수 하나 있어. 우리 둘이 다 부자 될 수도 있어.”
하영은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려고 했다.
정희는 하영의 손을 툭 쳐버렸다.
“왜 이래? 널 생각해 좋은 수를 내놓는 건데. 좌우간 먼저 들어보고 싫으면 그만 두면 돼.”
하영은 손사래를 주춤 멈췄다.
“그래. 언니 묘수를 들어봐. 내 알건대. 네가 대학시절에 학생총회 부회장 되잖았고 뭐야?”
“그런데 왜?”
하영은 홱 돌아누워 정희를 쏘아보았다.
정희는 눈웃음을 살살 지으며 태연자약하게 언성을 낮춰 나직이 말했다.
“지금 널 세심히 관찰해보면 학생총회 부회장은커녕 한개 학급 문예위원도 하기 힘들어. 건데 무슨 재간으로 학생총회 부회장으로 됐니?”
하영은 와닥닥 일어났다.
“당당한 실력으로 부회장 됐소.”
“픽!”
정희는 코웃음쳤다.
“당당한 실력? 누굴 속여? 난 다 알아. 네가 학생부 선생님한테 미인계를 썼다는 걸.”
“헛소릴 작작 치오. 무함죄를 지고 싶은가요?”
“무함죄? 난 최국장한테서 다 들었어. 네가 자꾸 가무단 단장 벼슬 달라고 해 골치 아프다 했어. 네가 학생 때부터 엉덩이를 팔아 벼슬하려고 했다는 추악한 내막도 다 말했다.”
하영은 기절초풍할 지경이였다.
“아니, 변강쇠 그 놈, 어쩜 날 다 팔아먹었어.”
정희는 하영의 두 팔을 붙잡고 짐짓 위안했다.
“변강쇠는 그런 놈이야. 미녀들 단즙을 다 빨아먹고는 가래처럼 퉤 뱉어버리는 거야.”
하영은 벽쪽으로 돌아앉아 가녀린 어깨를 들먹였다.
“내 말 좀 들어. 좋은 수 있어.”
“어쩔 셈인가?”
“가무단 단장 되겠다는 정객이 왜 이렇게 어린 애처럼 놀아? 울긴 왜 울어? 좀 리지적으로 나와야지.”
정희는 하영을 안아 돌려앉혀 놓고 외까풀눈으로 새물새물 눈웃음을 지으며 눈물이 글썽한 청포도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넌 내 입을 틀어막을 돈도 없는 거 안다. 다신 없는 고름 짜내듯하지 않을테야. 언니 량심에 가책돼.”
하영은 선심을 쓰는 척하는 정희를 보고 해 서산에 뜨지 않는가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희는 계속 했다.
“대학교 그놈 학생부 서기란 놈을 가만 놔누겠느냐? 숫처녀 정조를 짓밟고 고작 학생총회 부회장을 시키다니. 그놈 젤 량심없어. 간부라는게 뭐냐?”
“고발하자는 건가요?”
“먼저 거래해봐야지. 그놈이 거금을 내놓으면 그만두고. 안 그러면…”
하영은 한참 궁리하더니 정희 손을 잡고 물었다.
“그놈한테서 피값을 받아내야죠. 그놈한테 속히워 난 정조를 잃었어요. 그 놈의 감언리설에 나는 정치기로에 들어서게 됐지요. 미인계로 정치를 하고 벼슬하려고 나쁜 길에 들어섰단 말이오.”
“그래. 이제야 우리 임단장께서 똑똑해지는구나. 우린 련합해 그놈 학생부 서기와 최국장놈을 줴짜서 돈이라도 챙기잔 말이야. 돈을 챙기지 못하면 그 놈들을 사법기관에 신고해버리잔 말이다. 그럼 그 놈들인들 어쩌겠느냐? 공직을 떼우고 감옥에 들어가야 하는 판에. 집을 팔아서라도 우리 두 미녀들한테 가져오지 않고 되겠느냐? 호호호.”
“그게 좋을 거 같소.”
하영은 정희를 마주해  바로 앉으면서 물었다.
"언니 이렇게 돈을 벌어서 뭘 하겠소?"
정희는 나름대로 지껄여댔다.
"사람마다 가치관과 인생관이 달라. 봐라. 넌 가무단 단장으로 돼 정치를 하려고 하지. 그러나 난 돈을 벌어 향락한 생활을 하려는 거야. 알만해?"
"오- 그렇군요."
하영은 한술 더떴다. 
“그럼 이젠 날 보고 돈 내놓으라고 더 협박하지 않겠죠?"
“그래, 더 근심하지 말라. 난 요즘 치료비 낼 돈이 좀 바빠서 그랬는데. 미안해. 언닌 네한테서 바쁜 돈 좀 드텨 쓰려고 한 거뿐이야. 알만하지?”
하영은 연기를 제법 잘 놀았다.
“네, 언니 마음 좋은 거야 알다뿐이겠소?”
“우리 둘이 잘 합작하면 최국장도 꼼짝 못하고 돈을 내놓을 거란 말이야. 우린 단통 백만부자 될게 아니야? 그 놈이 꼬리를 밟히면 바빠서 너도 인차 가무단 단장으로 올려놓을 거야. ㅎㅎㅎ.”
하영도 손벽을 치며 맞장구를 쳤다.
“제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야 무슨 겨를이 있겠소? 날 즉시 가무단 단장으로 임명해야지. 언니두 광고회사 총경리로 임명하든지 하다못해 도서관 관장이나 문화관 관장이라도 시켜야지. 그 잘난 나영이도 엉덩이질 몇번 하고 전람관 관장 됐는데.”
“난 벼슬엔 흥취없어. 사람 다루는 정치는 딱 질색이야. 돈이 젤 좋아, 허위로 꽉 찬 세상에선 돈만이 젤 로실하고 진실한 거야. 이 세상에선 돈이 힘이야. 돈이 많으면 귀신도 매돌을 갈게 한다고. 흥.”
“언니, 참 훌륭한 선배요. 진작 언니 말 들었겠는 걸.”
“그래, 우리 손을 맞잡고 학생부 서기하구 최국장을 줴짜자. 이때까지 그놈들 무릎 밑에서 노리개질하면서 당한 수모 얼마더냐? 피값은 피로 몽땅 받아내자. 우리 둘이 미국 모텔에서 함께 그 짓을 한 걸 물고 늘어지면 최국장인들 무슨 수가 있겠니? 손오공이라도 이 여래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해. 히히히.”
정희는 진짜 사람을 물어먹으려고 달려드는 악마 같았다. 그녀는 악마의 싺아버린 누런 송곳이까지 드러내며 변태적으로 징글스레 웃어댔다.
하영도 정희 잔등을 주먹으로 치며 맞장구를 치며 통쾌하게 웃어댔다. 그녀도 제 살려고 최국장이고 서기고 물어먹어야 할 판이였다.
“학생부 서기란 놈 이름이 뭐냐?”
“허병칠.”
“사무실 어데 있니?”
“대학사무청사 3층에 있소.”
“알았다. 그 음충한 놈 어디 두고 보자.”
정희는 하영과 허병칠의 이것 저것 상세히 령탐해냈다.
    요사한 정희는 하영을 뒤로 하고 정호가 입원해 있는 옆 병실에 살며시 들어갔다. 병실에는 간호원을 내놓고 옆에 아무도 없었다.
억대우 같은 변강쇠가 침대에 누워 우멍눈을 감고 조용히 누워 있었다.
(개자식, 네놈이 죄값을 치르느라고 천벌 맞았어.)
정희가 다가가자 간호원이 손사래를 치며 나가라고 문께로 손짓했다.
“이 분은 무슨 지도자이기에 숱한 미녀들이 찾아와 분주해 못살겠다.”
정희는 간호원한테 다가가 귀에 대고 나직이 말했다.
“전 건너 병실에 있는 환자예요. 최국장의 수하 동료입니다.”
“알아요. 환자가 금방 잠들었어요. 깨우지 마십시오. 금방 공안국장이란 분도 와서 ‘매형’이라고 부르며 울다가 갔소.”
“네. 제가 좀 보고 가겠습니다.” 
간호원은 머리를 끄덕였다.
“환자 병세 어떻습니까?”
“머리를 둔기에 맞아 까무러쳤는데요. 외상입니다. 내출혈도 없습니다. 며칠 지나면 괜찬을 거 같습니다.”
“네- 다행이군요.”
정희는 안팎이 다르게 속으로는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목숨이 질기도 질기구나. 나쁜 놈새끼. 썩어지지 못하고 또 살아나?)
정희는 침대머리에 다가가 번대머리를 증오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눈길로 쏘아보았다.
(야, 이 놈새끼야, 어쩜 그럴 수 있단 말이냐? 강도가 내게 서슬푸른 비수를 휘두르는데 떡 서서 구경해? 뭐? 그러고도 내 물으면 적수공권이어서 강도를 당하지 못해 그랬다구 하겠느냐? 아니야, 괴변이야. 넌 미국에서 적수공권으로 총을 든 흑인강도마저 차눕히고 나영을 구하지 않았느냐? 그 용기하구 솜씨를 뒀다가 뭐 했니? 넌 근본 날 구할 생각이 없었어. 내가 그렇게 피못속에 쓰러지면서 네놈 보고 구해달라고 소리질러도 네놈은 바보처럼 멍해 서서 내 강도 손에 한칼한칼 맞고 피못 속에 쓰러지는 걸 구경했다. 아니, 네놈은 강도 손을 빌어 날 죽이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순간 정희는 이를 쁘드득 갈았다.
(무성권총이 있었으면 이 번대머리 대갈통에 깜장콩알 한방 먹여놓고 싶어.)
간호원은 정희를 이상해 쳐다보았다.
정희는 억지로 허구픈 미소를 새물새물 입귀로 흘리며 간호원한테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는 악이 딱딱 치받쳐 더는 그 놈 옆에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잠자코 있지 못하고 무슨 일을 칠 것만 같은 충동이 거센 심장박동과 함께 벌컥 튕겨나올 것만 같았다.
정희는 거센 숨을 몰아쉬며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주먹을 으스러지게 쥐였다. 뒤이어 억지로 거센 충격과 격분을 가까스로 참느라고 침대 머리를 잡고 눈을 스르르 감아버렸다.
“왜 이래요?”
간호원은 몸을 비틀거리는 정희를 부축하며 물었다.
“괜찮아요?”
정희는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며 손사래를 쳤다.
“오- 괜찮아요. 갑자기 눈앞이 새까매나서.“
정희는 용케 참으며 침대머리에서 한발작한발작 뒤로 물러섰다. 뒤이어 표독스레 변강쇠를 쏘아보더니 간호원한테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이며 병실에서 물러나왔다.
(다행이다. 네놈은 강도한테 맞아 죽어선 절대 안돼. 내 손에 시달림받다가 죽어야 해. )
정희는 긴 가지색머리를 쓸어 어깨 넘어 넘기면서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두고 봐라. 네놈을 어떻게 피를 말려 죽이는가. 내 입이 터지면 넌 죽는다. 네놈은  정치, 경제 다 끝장나고 애인년들도 다 다친다. 네놈의 숱한 처첩과 애인년들도 몽땅 네놈과 함께 순장시켜주마.”
정희는 마녀로 둔갑했다.
그녀는 진작 악귀였다. 그는 이전에도 미인계로 리굉팔과 오청룡 국장을 꾀여냈다. 그녀는 후에 망아산 기슭 별장에서 속살을 섞은 비디오테프를 내들고 오국장을 협박해 광고유한회사 부총경리 겸 재무과장 자리를 차지했고 숱한 돈을 챙겼다. 나중에 광고회사 몇백만 돈을 몽땅 빼내가지고 한국으로 도망갔댔다.
정희는 박동묵 국장과 최혜영 국장이 수사일군들을 파견해 해외에서 나포하려고 하자 대담히 귀국해 이 시내에 기여들어와 잠복했다.
(등잔불이 어둡다고 누가 내 귀국했으리라고 생각하겠는가?)
정희는 정호를 등에 업고 다방까지 차리고 숨어 살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하루가 삼추처럼 여겨졌다.
정희는 언제 수사일군들한테 나포돼 차디찬 쇠고랑을 차고 감옥에 들어갈지 모르는 막다른 골목에 이렀다.  그녀는 앞날이 길지 않다는 것을 점점 느끼기 시작하였다.
(이젠 더 볼게 없어. 챙길게나 다 챙기자. 돈이 귀신을 매돌 갈게 한다는데 수사일군들한테 돈을 써서라도 목에 내려진 올가미를 벗어버려야지. 개지랄 발광 다 하다가 죽으면 다야.)
정희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돈을 긁어모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랑데 같은 정호가 돈을 푹푹 주지 않아 속이 다 재가루로 될 지경이였다. 이젠 애디디한 나영이나 하영이나 찾아가지 자기는 별로 찾지도 않았다. 아무리 갖은 수단을 다해 얼리고 협박해도 돈을 주련장하지도 않았다. 나영이나 하영의 앞에서 자기 육체는 이젠 색바래진 감을 실감했다. 그래서 나영과 하영을 한없이 질투하고 증오했다.
“네놈이 날 죽이자고 드는 판에 나도 이젠 가만놔둘 수 없다. 고기 죽으면 그물도 판난다. 어디 내 죽든지 네놈이 죽든지 해보자.”
정희는 병원 대문으로 나갔다. 택시를 잡아탔다.
“시공안국으로 모세요.”
택시는 곧추 시공안국으로 달려갔다.
드디여 택시는 시공안국 대청 앞에 멈춰섰다.
정희는 머리를 탁 치는 생각이 번개쳤다.
(아니야, 박국장은 정호 처남이야. 그놈은 항상 박국장을 자기 올려놨다고 하지 않았는가. 거기 가선 안돼. 괜히 나만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여들겠어. 봐라. 전번에도 나하구 정호 일을 친 날에도 박국장은 날 보고서도 나포하지 않았어. 수사일군들도 날 알아보지 못했을가? 박국장은 자기 매형과 관계된 녀자란 걸 알고는 날 지금 봐주는 거 아니고 뭐야. 분명 최혜영 국장의 지시에 할 수 없이 한쪽 눈은 뜨고  한쪽 눈을 감아주는 거야.)
그러나 기실 공안국에서는 정희를 진작 알고서도 그물을 크게 쳐서 큰 고기-정호의 정체를 낚으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특히 래원을 밝히기 어려운 정호의 재물을 밝혀내라는 최혜영 국장의 지시를 따라 수사고삐를 좀 느슨히 놓아주고 있었다.
정희는 택시 문고리에 손을 걸었다가 떼였다.
(검찰원 최혜영 국장을 찾아갈가?)
그녀는 망설였다.
“공안국에 도착했습니다.”
택시 운전수가 기다리다가 짜증났던 모양이였다.
“되돌아갑시다.”
“네? 어디로?”
“병원으로 돌아갑시다.”
“네, 알았습니다.”
택시는 머리를 돌려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 문 앞에 가서 택시가 멈춰섰다.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오- 검찰원에 갑시다.”
“네? 어디로 간다구요?”
택시 운전수는 정희를 뒤돌아보았다. 정신 나간 녀자 아닌가 힐끔 눈길을 주는 눈치였다.
“시검찰원으로 모세요.”
“네, 이번엔 검찰원입니다.”
정희는 굳은 마음을 먹었다.
(내 죽더라도 그 놈새끼를 놔둘 순 없어. 난 먹은 걸 다 게우고 죄값을 치르면 다야. 그러나 네놈은 죄가 하도 많아서 무기징역을 받을 거야. 아니, 네놈은 총살받을 수도 있어.)
정희는 마녀처럼 악이 받쳐 웃음통을 터뜨렸다. 희스테리가 발작한 것 같았다.
“으흐흐, 우리 다 죽을 팔자야! 이것도 하느님이 내린 운명인 거야. 핫하하하.”
택시 운전수는 미친듯이 욕설을 퍼붓고 박장대소하는 정희를 되돌아보며 무릎을 탁탁 쳤다.
(오늘 돈 다 벌었어. 싣다 싣다 오늘 별 미친 녀자 다 실었어.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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