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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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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13) 김장혁
2022년 05월 05일 19시 59분  조회:1325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22. 참사랑 쁠랙홀
 
      순정은 영희와 오랜만에 영상통화를 했다. 그런데 영희가 글쎄 자기 마노목걸이와 비취반지를 끼고 있지 않겠는가.
      (아니, 저건 정호가 금고에서 빼내간게 아닌가! 너네 이만저만한 관계 아니구나. 저놈새끼 진짜 어사망파(鱼死网破)당하고파?! 내 입이 터지는 날엔 뼈다귀도 묻을 데 없을줄 알어.)
      순정은 이를 빡빡 갈았다. 그러나 죽어가는 영희한테 속내를 드러내보일 수는 없었다.
      ”영희야, 목걸이 이쁘구나.”
      “그래? 오래잖으면 하늘나라 갈 사람 목걸이 해 뭐 하겠니?”
      “얘, 어째 그리 이쁜 마노목걸이를 이때까지 걸지 않았니?”
“이치저치 해 그리됐어. 너무나도 소중한 선물이 돼서.”
“비취반지도 번쩍번쩍 하는게 멋있구나.”
“그래? 내야 결혼해도 언제 한번 비취반지 하나 끼여 봤겠니? 이제야 뒤늦게 차례졌어. 언닌 흔해빠져도 하나도 주지 않고.”
순정은 분명 죽어가는 영희가 내놓고 터치우면서 자기를 골려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참는 수 밖에 없었다.
“영희야, 언니 잘못이 많아. 널 질투하고 생각해주지 못한 걸 용서해달라.”
“아니야, 언니, 난 언니에겐 죄인이오. 내 죽은 후에도 절대 속에 넣지 말고 널리 량해해주오. 그러잖으면 난 천당에 가서라도 눈을 감을 것 같지 않소.”
영희는 서리맞은 박처럼 앙상하게 시든 얼굴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핸드폰을 꼭 들고 정색했다.
“언니, 생전에 한가지 부탁하기오.”
순정도 눈물을 훔치면서 물었다.
“뭐냐? 말해라.”
“언니,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우리는 세상에 둘도 없는 자매라는 걸 잊지 마오.”
“그럼 그거야 그렇지.”
“언니, 내 하늘나라에 가면 언니 군철하구 지예를 친아들딸처럼 보살펴주오. 걔들이 에미없이 살 걸 생각하면 눈을 감지 못하겠소. 마지막 부탁이오. 걔들한테도 고독한 이모를 엄마로 잘 모시라고 부탁했소.”
순정은 눈물흘 흘리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영희는 한숨을 땅이 꺼지게 후- 내쉬었다.
“언니, 한가지  더 부탁해 되겠는지 모르겠소.”
“백가지라도 부탁해라. 다 들어주마.”
순정은 핸드폰을 빤히 들여다보며 영희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겠는가 기다렸다.
“언니, 최정호선생님을 량해하오. 이러나 저라나 그는 우리 은사가 아니고 뭐요? 절대 리혼하지 마오. 황혼기에 무슨 리혼이오? 우릴 보오. 자초에 난 졸혼하고 나 홀로만의 삶을 살려고 했소. 그런데 무슨 꼴이 됐소?”
순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욕설을 퍼부었다.
(죽어가면서도 정호를 두둔하겠니? 흥! 참 대단하구나. 네야 큰 은혜 입은게 무슨, 더러운 간나새끼, 그러고도 새끼까지 부탁해? 어째 정호한테 부탁하지 못하니? 내 모르는가 하니. 문걸이 살인이라도 할가봐 유전자감정서를 보이지 않았다.  능청스런 간나새끼, 아닌 보살하긴. 흥!)
그러나 순정은 겉으로는 달래는 말을 했다.
“약속하마. 군철과 지예를 딸처럼 생각하마. 한가지 들어 봐.  한국에서 말하는 졸혼은 우리 생각과는 달라. 한국에서는 우리 나이 아줌마들이 결혼생활에 지쳐서 졸혼하는 거야. 말하자면 리혼은 하지 않고 결혼생활을그만두고 별거하거나 홀로 사는 거야. 상대방은 서로 상대방 생활을 간섭하지 않고 사는 거야. ”
영희는 눈물이 글썽한 눈을 꼭 감으며 머리를 맥없이 끄덕였다.
순정은 죽어가는 영희가 알아두라고 자기 태도를 명확히 했다.
"난 이젠 정호하구 못 살겠어. 나도 졸혼이야. 허나 한국 아줌마들과는 다른 졸혼이야."

영희는 코로나가 치료돼 갓 출원한 군철과 지예와 화상통화를 했다.
“엄마 저나라에 간 후 너넨 순정이모와 이모부를 부모로 모셔라. 자식도 없는 이모량주한테 정성 다해 효도해라.”
지예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끄덕였다.
“알았습니다. 엄마,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십시오. 엄만 꼭 병마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힘 내세요.”
그러나 군철은 화를 벌컥 냈다.
“이모는 글쎄 그런데. 그 나그넨 가만 놔두는가 봐라. 씨.”
“어째 이모부하구 그러니?”
군철은 우멍눈을 부라렸다.
“엄마를 모욕한 거 무슨?”
“그런 일 없다. 없어. 이모부와 그러면 못써.”
“이모 다 알려줬는데도 그럽니까?”
“뭘 말이냐?”
“최국장이 엄마 상해에서 돌아올 때 마중나갔다가 어찌구 저찌구 하던데.”
“에이구, 아니야, 아니!”
영희는 조개턱을 맥없이 가로 흔들었다.
“맥이 없어 길게 말 못하겠다. 넌 최정호, 그 분, 그 분을 잘 모셔야 해. 그는 우리 집 안의 은인이야. 내게 예술의 생명을 준 무용스승님이야. 네겐 그저 그런 분 아니야. 아이구. 군철아.”
군철은 들을수록 어리둥절해 했다.
“군철아, 이후에 모든 걸 알아도 이 엄마를 욕하지 말라.”
“알았습니다.”
군철은 또 욕설을 퍼부었다.
“아버지를 가만놔두는가 봐라.”
“어째 그러니? 네 아버진 불쌍한 사람이야. 세집에서 살면서 그림 그려 너네 오누이를 키우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니?”
“엄마 앓는데 뭡니까? 리혼했다고 남처럼 취급하지 않았습니까? 엄마 치료부조 딱 만원 하고 지금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뭡니까. 씨.”
“아니야. 넌 코로나 때문에 병원에 갇혀 있다나니 잘 몰라.  너네 아버진 유일한 재산 화실마저 팔아서 엄마한테 보냈다. 국제인체화전시회에서 탄 상금마저 깡그리 보내왔다. 아버진 내 치료비를 대겠다고 지금 한국에 나가 간병일까지 한단다. 엄만 너네 아버지한텐 죄인이다. 죄인.”
지예가 한마디 톡 내쏘았다.
“엄마 무슨 죄인입니까? 앓는게 무슨 죕니까? 남편이라면 안해 앓으면 당연히  정성을 다 해야죠.”
“이만! 이만! 오래 통화하면 환자 치료에 나빠요.”
황선희 박사가 달려들어와 영희를 말렸다. 춘희 박사도 뒤따라 들어와 납득돼 하지 않는 영희한테 머리를 끄덕였다.
영희는 문걸한테 몸이 허약한데 온전히 자지도 못하면서 간병일을 그만두라고 전화했다.
그러나 문걸은 기어이 밤낮없이 일했다. 그런 남편이 불쌍했다. 그런 남편 보기 미안했다. 아니, 마음 한쪽 구석에 죄책감이 뼈 속까지 아프게 스며들었다.
“지예야, 내 죽으면 내 핸드폰을 아빠께 드려라. 나는 너네 아빠한테 줄게 이 핸드폰 밖에 없구나. 이 핸드폰을 내 유물로 줘라.”
지예는 어머니 유언이나 다름없는 말에 머리를 끄덕이면서 쓰라린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영희는 마지막으로 정호와 통화하려고 했다. 그런데 끝내 련계되지 않았다.
     사실, 정호는 누가 뽀마찌프에 숨겨둔 50만원과 금은장신구를 반부패탐오회뢰국에 신고한 바람에 수사일군들한테 붙잡혀 심문받고 있었던 것이다.   
     최혜영 국장은 신고받자 정호를 나포해 50만원과 금은보화 래력을 심문했다.
     정호는 오히려 반항했다.
    “최국장, 검정개 돼지 흉 하지 마오. 최국장네 아버지 금고나 들춰 보오. 최시장 금고는 내 금고보다 엄청 더 클게요.”
“닥쳣! 증거도 없이 무함하면 무함죄 가중될 수도 있어.”
"증거를 대면 최시장을 처벌하겠소? 나를 제발시킨게 누구요? 당시 최시장이오. 최시장은 날 보고 뭐라 했는지 아오?"
"뭐라 했소. 위법행위가 있으면 아버지라도 처벌해야죠. 이실직고하오."
"나하구 개별담화할 때 이렇게 귀띰했소. "
"?"
"'네가 먹이지 않으면 누가 널 제발시키려고 하겠니? 돈을 아끼지 말고 지도자들을 찾아가보오."
"닥쳣! 내 아버지 사망했다고 마구 물어먹지 말라. 무함해도 분수 있지."
"띠끔하지? 순정네 본가집 금고에서 나온 은띠는 최국장네 아버지 우리 가시아버지한테 선물로 준 거요. 당시 최국장네 아버진 부시장이였소. 시장으로 바라올라가려고 말로는 순정의 생일선물이라고 우리 가시집에 가져온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소. 순정도 보았소." 
세상에서 이름난 청렴한 간부 최시장을 업고 똥구덩이에 뛰여들다니? 이건 어처구니 없는 무함이였다. 진짜 쥐가 고양이를 물어먹는 판이 아니고 무엇인가?
"닥쳣! 무함하지 마오."
"무함? 아니오."
정호는 최국장의 눈치를 흘끔 쳐다보고 빈정거렸다.
"우리 정계는 이렇게 얼기설기 얽혔단 말이오. 나를 자꾸 캐봐야 최국장도 편안하진 못할 거요."
최국장은 랭정함과 침착성을 잃지 않고 정호를 쏘아보면서 침묵을 지켰다.
정호는 그녀의 기를 꺾어놨다고 오산했다.
"최국장, 우리 거래하기오. 최국장 아버지 은띠선물 없는 걸로 무덤까지 가지고 갈게. 최국장도 이젠 뽀마차 재물 말을 하지 마오."
"..."
"최국장 참 답답하오. 최국장 로처녀로 늙어가는게 마음이 아프오. 우리 충주 최씨 아니면 우리 결혼했을수도 있소."
"닥쳣! 여긴 검찰원 반탐오회뢰국이오. 쓸데없는 말 말고 자기 죄행을 탄백하라."
최국장은 계속 심문을 했다.
"뽀마자 50만원과 금은액세서리 래원을 말하오."
"난 뽀마차에 그런 걸 둔적도 없소. 누가 추측해 날 무함하는 거요."
"순정 본가집 금고  안의 재물래력을 말하오."
“내 이미 순정과 리혼했는데 순정네  본가집 금고하구 무슨 관계 있다고 이러오? 흥!”
“아닌 보살 떨지 말라.”
"자, 보오. 리혼증이오."
정호는 진짜 리혼증을 꺼내 보였다. 
"순정의 아버지-박서기네 금고에서 나온 건 나하구 관계없소. 죽은 박서기하구 물어보오."
(박서기한테 들씌워? 미꾸라지 같은 놈.)
최혜영 국장은 리혼장을 보고 속으로 솜씨도 빠르구나 하고 개탄했다.
"허허허. 순정한테 거짓말 했소. 내게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 있어 차에다 다 뒀겠습니까? 순정한테서 돈이나 얻어 쓰자고 그랬습니다. 보시오. 차를 산 사람도 차에 돈과 금은사치품 없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정호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순간이였다. 
    그럼 정호를 누가 신고했을가?
      가능하게 뽀마찌프를 산 사람이 정호 국장이 자꾸 그 돈과 금은보화를 내놓으라고 재촉하자 닉면으로 신고했을 수도 있다. 혹은 순정이 정호가 내놓고 영희한테 마노목걸이와 비취반지까지 주자 괘씸해 신고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순정이 신고할 가능성은 아주 작았다.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까자고?
     순정은 아버지 기대와는 달리 사치부화타락했다. 박서기도 눈이 멀었지. 정호 같은 자를 사위로 삼다니?  박서기는 구천에 가서도 순정과 정호 때문에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아니, 절대 부화타락한 딸과 사위를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누가 신고했는가는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미스테리로 남고 말았다.
정호가 체포될 때도 희극적이였다. 그는 검사들과 경찰들이 자기를 나포하려고 하는 것을  눈치채고 낮에는 야산에 가서 은신했다. 그러나 며칠 못 버티고 먹을게 다 떨어져 순정의 본가집에 기여들었다. 등잔불 밑이 어둡다고 가장 위험한 곳이 젤 안전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는 순정의 생일로 된 비밀번호를 눌러 아주 손쉽게 문을 열고 순정의 아빠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집에 들어가자 먼저 주방에 달려들어가 찬장에서 먹던 밥을 게걸스레 먹었다. 뒤이어 랭장고를 들춰 삶아놓는 돼지고기랑 소고기랑 물고기랑 들춰냈다. 옷궤를 열고 두리번거리다가 자기가 향항에서 사준 악어가죽멜가방을 들춰내 먼저 먹을 것을 챙겨넣었다. 뒤이어 이딸리아에서 순정에게 사준 뮤뮤명품핸드빽을 들춰내 가지고 금고 앞으로 다가갔다. 순정의 아빠 금고는 정호 보험궤보다 엄청 컸다.
순정의 생일이 비밀번호인가 해 눌러보았다. 그런데 열리지 않았다. 장인의 생일을 눌러 보았다. 안 열렸다. 순정의 핸드폰번호를 눌렀다. 또 안 열렸다.
정호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혹시나 해 자기 생일날을 눌러 보았다.
절컥!
“하하하! 순정아, 네년 참 묘하구나. 니겠니?”
커다란 금고 안에는 숱한 돈묶음과 자기가 한뉘 평생 준, 눈익은 금은액세사리가 쌓여 있었다. 
(아니, 시위 서기질하면서 하나도 해먹지 않았단 말인가? 어째 딱 내 준 것 밖에 없어? 진짜 가시아버진 청렴한 간부는 맞구나.)
뒤이어 그는 웃음주머니 흔들거렸다.
(순정아, 이건 몽땅 내 준 거야. 훔치는게 아니라. 임자가 찾아가는 거야. 흐흐흐.)
정호가 너털웃음을 웃으면서 가방에 금은보화와 현금을 챙겨넣을 때였다.
쾅! 쾅! 쾅!
쾅쾅!
문이 둔기에 맞아 마사지고 두리모자들이 뛰여들었다.
경찰들은 정호의 손목에 차디찬 쇠고랑이를 절컥 채웠다. 금고에 꽉 찬 금빛금은보화와 돈묶음더미를 보고 모두들 아연실색했다. 최정호 국장이 한뉘 평생 긁어모은 금은보화와 검은 돈은 특제철궤에 담겨 국고로 실려갔다.
정호는 자기 앞에 나타난 최혜영 국장을 보자마자 마치 기민하고 용맹한 고양이를 본 쥐처럼 죄악의 머리를 툭 떨어뜨렸다.
며칠 뒤 정호한테서 단서를 쥔 최혜영 국장은 감옥에서 나와 “보석치료”를 받는  오청룡 국장과 리굉팔도 나포하라고 지시했다. 그자들은 노래방에서 아가씨들을 안고 돌아가다가 쇠고랑이를 차고 말았다. 뒤이어 감옥 지도부와 검사는 감옥 법의도 심문해나갔다. 
그자들의 말로는 감옥 밖에 없었다. 감옥이야 말로 그자들의 명당자리였다.
영희는 문걸과 순정에 대한 죄책감, 자식들에 대한 근심에 싸여 속을 태우다가 염라전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깊고 깊은 암흑에 찬 쁠랙홀로 맥없이 빠져들어가는 감이 들었다. 소설 같은 인생사를 뒤로 하고 눈을 스르르 감으니 홀가분했다.
황선희 박사와 김춘희 박사는 영희의 생명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치료했다. 그들은 재래의 방사선치료와 화학치료를 결부해 치료한 외에도 일본과 미국에서 배운 최첨단 줄기세포의료기술로 영희 암증과 사투를 벌리면서 치료했다. 미국과 일본의 항암약도 인맥을 통해 수두룩이 수입해 치료했다.
김춘희 박사는 영희를 살리려고 아득바득 애쓰는 문걸에게 진한 감동을 입었다.  화실까지 팔고도 모자라 국제인체화전시회에서 탄 상금마저 다 치료비로 부치고도 간병일까지 하면서 아득바득 애쓰지 않는가.
춘희박사는 병상에 누워 있는 풍전등화 같은 영희를 내려다보면서 리혼한 전처에 대한 문걸의 정성을 보아서라도 영희를 구하고 싶었다.
(문걸을 만난 영희는 얼마나 행복한가.)
김춘희 박사는 황선희 박사와 토론하고 줄기세포치료 외에도 암세포가 확산된 자궁과 간을 수술해 버리고 대담히 크론복제기술로 영희 유전자를 채취해 새 간을 복제해내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효과는 아주 좋았다. 간기능이 제대로 활성화되면서 전신의 피가 소독되고 혈공급이 잘 되였다.
신심을 가진 두 박사는  암세포가 확산된 페를 수술해 버리고 크론복제기술로 복제된 페를 영희한테 이식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효과가 역전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영희는 사멸돼 가는 몸이여서 수술을 받아당할 힘이 없었다. 그리하여 암세포는 끝내 한 많은 영희의 생명을 거두어가고 말았다.
비보를 들은 문걸은 당날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부터 고향으로 날아왔다. 코라나 때문에 한동안 격리돼야 했다.
자가 격리까지 마친 후 문걸은 사체랭동실로 황급히 달려갔다.
그는 흰 보에 싸인 영희 꽁꽁 얼어붙은 시체로 달려가 무릎을 쿵 꿇었다.
“영희, 내 늦었소. 죄송하오. 영희, 야, 이게 무슨 일이오? 우린 한창 서로 사랑하면서 재미나게 살 나이인데. 날 홀로 두고 가다니? 으흐흑, 흑흑.”
군철은 옆에서 콧방귀를 뀌었다.
“흥! 죽은 다음에 울어서 무슨 쓸데 있다구. 살았을 때 왜 잘해주지 못했습니까? 왜 리혼했습니까?”
문걸은 군철의 손을 쥐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군철아, 미안하다. 내 너네 엄마를 지켜내지 못했구나. 우린 기실 서로 상대방을 홀가분하게 좀, 좀 편하게 살게 하려고 가짜리혼을 한 거야.”
"픽, 수속을 해가지고. 흥,  거짓말!"
"수속은 했지만, 우린 서로 마음 속으론 리혼하지 않은 거야.'
"법적으로 리혼했으면 리혼이지. 세상에 어디 그런 가짜리혼 다 있습니까?"
“아버지!”
지예는 아빠 품에 안기면서 울었다.
“아빠, 아빠는 정성을 다 했습니다. 저는 다 알고 있습니다. 엄만 유서에 다 말했습니다. 구천에 가서라도 아버지를 욕하지 않을 겁니다. 엄만 아버지한테 용서를 구했습니다. 흐흐흑, 흑흑.”
문걸은 군철과 지예를 꽉 끌어안고 영희 앞에서 왕왕 대성통곡쳤다. 사체실에는 문걸과 오누이의 대성통곡소리 구슬프게 울렸다. 진짜 눈물이 없인 차마 보기 힘든 처절한 비극이 아닌가.
그날로 영희는 한줄기 타래쳐오르는 까만 연기로 돼 하늘나라로 날아갔다. 한 많은 인생은 그저 타버리는 연기로 돼 혼이나마 사랑하는 오누이 곁으로 돌아올가.
      순정은 장례를 마치자 슬그머니 빨간 봉투에 부조금인지 뭔지 문걸한테 넘겨주고 가버렸다. 그녀는 검찰원에서 호출장이 와서 길게 문걸과 이야기를 나눌 계제가 아니였다.
지예는 엄마의 유일한 유물- 핸드폰을 아빠한테 넘겨주었다.
“아빠, 엄만 떠나기 전에 꼭 아빠한테 전하라고 했습니다. 아빠한테 줄 유일한 유물이라고 했습니다.”
“알았다. 혹시 위챗구좌에 돈이나 남겼는지 열어볼게지.”
지예는 군철을 흘끔 보더니 도도거렸다.
“엄만 아버지 준 돈까지 돈을 몽땅 오빠한테 넘겼습니다.”
“오, 그래? 잘했다.”
문걸은 낡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다시 정기잃은 외까풀 눈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춘희 박사와 선희 박사는 무슨 말로 문걸을 위안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춘희 박사가 다가와 머뭇거리다가 한마디 했다.
“리선생님 안해를 살려내지 못해 미안합니다.”
“아니, 천만에 말씀. 그간 정말 수고 많았소.”
춘희 박사와 순정 박사는 문걸이 불쌍해 동정의 눈물을 훔치며 갈라졌다.
문걸은 군철과 지예의 부축을 받으면서 간신히 휘청거리는 몸을 가누며 세집으로 돌아갔다.
싸늘한 세집에는 미녀로봇과 만금이 있어 그래도 조금 위안됐다. 흰 비둘기가 날아와 뭐라고 말하듯 구구거리며 돌다가 날아갔다.
(비둘기도 문안하러 왔을가?)
그는 세집에 돌아오자 침대에 푹 쓰러졌다. 미녀로봇이 오누이 눈치도 보지 않고 문걸의 손을 매만지면서 문안했다.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몸을 상하겠어요.”
만금도 장례에 참가하고 돌아와 점심준비를 하느라고 주방에 나가서 덜커덕거렸다.
군철은 한쪽에서 씩씩거렸다.
문걸은 핸드폰을 만지막거리다가 맥없이 열어보았다. 젤 마지막으로 자기한테 보내려던 글줄을 보았다.
 
“여보, 미안해요. 죄송해요. 원래 세상 사람들 보기 창피해 이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려다가 당신한테 거짓말 하면 재차 죄를 짓는 것 같아  진실을 밝힙니다. 마지막까지 읽어보고 저를 한바탕 욕하세요. 죄인인 저를 널리 용서하세요.”
 
어느날 밤늦게까지 내 무용련습할 때였죠. 진작 눈독을 들인 무용교원이 영희를 훔쳐볼줄이야. 하얀 어깨너머로 흘러내린 함치르르한 머리카락, 외씨처럼 걀죽한 얼굴, 착 들어붙은 무용적삼 밑 풍만한 가슴, 백설 같은 허벅다리…
“오- 정말 이쁘구만. 미치겠다.”
무용교원은 온몸까지 부르르 떨며 무용강당에 들어섰다. 그는 무용을 가르치는 척하면서 초두부처럼 하들하들한 영희 허벅다리를 매만지기도 했다. 정욕에 불타는 눈길이 영희 몸에서 떨어질줄 몰랐다.
영희는 선생의 음충한 눈길을 눈치채지 못하고 무용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무용선생은 영희를 끌어안으면서 능청을 떨었다.
“영희, 예술전도를 개척하려면 스승에게 몸을 바쳐야 하오. 이건 내 중학교 시절 무용교원이 가르쳐준 인생철학이오. 아주 철리 깊지. 세상에서 살려면 이 도리를 지켜야지.”
무용선생은 영희를 와락 끌어안고 가슴에 손을 넣었다. 그 악마의 손은 뱀처럼 가슴으로부터 아래로 스르르 미끌어져내려갔다.
“아니, 이러지 마십시오. 선생님, 왜 이럽니까?”
그런데 어떻게 정욕이 미친듯이 발정한 우악한 색마를 당할 수 있겠는가. 영희는 발버둥질치면서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소리치려고 해도 들키면 퇴학당할가봐 그러지도 못했다. 강당에는 무용선생의 거친 숨소리와 영희의 가는 흐느낌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거칠게 톱질했다.
 
“용서하세요. 저를 재차 죽이세요. 이제껏 당신을 속인 죄 죽어도 마땅해요. 우리 만나던 망아산 소나무숲 속 방공호가 인상 깊죠. 거게 가서 끝까지 읽으세요. 애들 앞에서 그러지 말고…”
“정호, 이놈새끼!”
 
문걸은 와닥닥 일어나 핸드폰을 들고 집 밖에 나갔다.
“아빠, 어디로 가는가요?”
뒤에서 군철과 지예가 따라나갔다.
문걸은 택시를 타고 망아산 소나무숲 방공호에 달려올라갔다. 소나무에는 옛날 문걸과 영희가 새겨놓은 "사랑" 글자가 그대로 송진을 머금고 빛나고 있었다.
문걸은 호주머니에서 영희 핸드폰을 꺼냈다.
 
       “그후 정호는 여러차례 저를 강간했어요. 당신도 기억날 거죠? 당신이 친구들과 함께 망아산에 산보 간 날, 제가 브래지어 바람에 강도들한테 쫓기우던 일을. 그날 기실 정호가 날 망아산 소나무숲 방공호에서 절 간음했지요. 한창 간음당하는데 사자머리 강도들이 덮쳐들었지요. 정호는 비겁하게 저를 강도들한테 내주고 도망쳤지요. 사람이 아닙니다. 난 구사일생으로 당신한테로 달려갔지요. 그날 당신이랑 친구 성호랑 아니였더라면 난 오늘까지 살았겠는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두렵습니다.
정호는 말로는 절 사랑한다고 했어요.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거짓이였죠. 그는 권력욕에 눈이 어두워 내 정조를 유린할대로 다 하고서도 나를 버리고 순정을 선택했지요.
     배신감과 질투심에 난 더는 참을 수 없어 정호 그 놈이 무용강당에서 순정을 간음하는 걸 보고 파출소에 신고했죠. 년놈들은 개꼴망신당했지요.
     정호는 내 정조를 짓밟을대로 짓밟았어요. 그는 죄를 삭이려고 당신을 저한테 억지로 붙여놓았지요. 저는 항상 당신한테 미안했죠. 저는 숫처녀로 가장한 나쁜 년이예요. 최초에 나도 군철이 누구 앤지 몰랐어요. 정호한테 당해서 얼마 안돼 당신과 또 망아산 방공굴에서 그랬으니깐요. 지금 보면 정호가 만든 애예요. 자라면서 차츰 군철이 정호를 닮아가는 걸 보고 저는 당신한테 발각될가 봐 두려웠어요. 그러나 다행히 당신한테 이제껏 발각되지 않았지요. 그렇게 절 믿은 당신을 속여온게 정말  죄송해요. 저는 천번만번 죽어도 마땅한 죄인입니다. 절대 제가 죽어도 아까워하지 마세요.
정호는 위선자예요.
      그는 당신과 친구라지만 나와 당신 결혼 후에도 기회만 있으면 자꾸 지껄이고 덤벼들었습니다. 전 색마놈한테 몇번 당했는지 몰라요. 기스부지죠. 일일이 말하기도 구차해요. 당신 마음만 아프게 할가 봐 일일이 더 말하지 못하겠어요. 그러나 난 가정을 위해 입을 꼭 다물고 참았지요. 당신이 자꾸 날 숫처녀 아니라고 의심할 때 나는 당황했어요. 극구 부인하면서 방어했는데 끝내 얼렁뚱땅 고비를 넘겼지요.
      나중에 당신한테 너무 미안해, 량심의 가책을 받고  자꾸 리혼하자고 했지요. 지하주차장에선 절대 그럴 새 없었지만요. 이제 이런 말 해 뭘 해요? 이 편지를 볼 때 나는 이미 천당에 와 있겠는데요. 호- 참 기막힌 인생사입니다. 세상이 왜 이런가요?
      당신은 이 세상에서 둘도 없이 참  좋은 남편입니다. 당신이 화실을 팔고 국제인체화전시회 상금을 주고서도 저를 살리겠다고 간병하면서 아득바득 헤매는 걸 보고 감동을 지나 마음이 아픕니다. 지나간 세월 당신을 홀대한 내가 밉습니다. 저는 염라왕국에 가서도 천당에 가고 지옥에 갈 거예요. 저의 시체는 두 남자가 뜯어갈 거고 한 맺힌 혼은 항상 한 많은 하늘에 둥둥 떠돌겁니다.
    이제 래세가 있다면 저는 다시 당신과 재혼하려고 해요. 비록 자격은 없어도 천년이고 만년이고 당신을 사랑해요. ”
 
“영희!”
문걸은 “사랑” 글자 박힌 소나무를 주먹으로 꽝꽝 쳤다.
그는 화장터에서 순정이 준 봉투를 꺼내 열어 보았다. 종이장을 꺼내 보니 웬걸, 유전자 검증서였다.
정호와 군철의 유전자 검증서에는 모든 수치가 95프로나 일치했다. 다시 봐도 군철은 자기 아들이 아니라 정호의 아들이 아니겠는가!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단 말인가!
“정호, 이놈새끼야!’
그때 군철과 지예가 허둥지둥 달려왔다.
지예가 먼저 달려와 아빠를 끌어안았다.
“아버지! 엄마를 용서하십시오!”
“무슨 소리야? 아버지 엄마한테 용서를 구해야 해!”
“아니야. 그런게 아니야!”
군철은 문걸이 손에서 떨군 종이장을 훑어보고 또 보았다. 예도 아래우로 뜯어보고 또 보았다. 그들의 시선은 일제히 문걸한테 쏠렸다.
     문걸은 눈앞이 아찔해났다. 눈앞이 단통 새까매나면서 불찌가 튀였다.
     자기를 멍해 쳐다보는 군철이 정호로 겹쳐보이지 않겠는가! 아주 분명하게 정호로 보였다. 그는 정호의 아들이였다.
    “아!”
     “번대머리!”
     “우멍눈!”
     “정호, 이 놈아!”
    그는 30년 동안 안개 속 같은 허위에 잠겨 속히워 산 것이 원통했다.
    쿵!
    문걸은 끝내 쓰러졌다.
    망아산 소나무숲이 통채로 훌렁 꺼지는 감을 느꼈다. "사랑" 글자가 새겨진 소나무도 그를 비웃으며 쁠랙홀에 빨려들어갔다.
    정호는 아주 깊고 깊은 암흑 속으로, 쁠랙홀로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귀전에서 소나기가 울고 흐릿한 눈 앞에서 번개 치고 불티가 탁탁 튀였다.
     시꺼먼 쁠랙홀에서 번대머리가 우멍눈을 부릅뜨고 비웃고 있었다. 영희가 비명을 지르며 아우성친다. 
     "여보! 당신!"
     아, 세상에 이렇게 어둡고 깊고 처참한 참사랑의 쁠랙홀도 있단 말인가!  


     저자 주: 여러분께서는 지금까지 저의 장편소설 "졸혼" 제2권을 감상하고 계십니다. 이제 더 굴곡적이고 랑만적인 이야기와 괴짜 인물들로 이어집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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