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changhe 블로그홈 | 로그인
김장혁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소설

동화 곤두뿔황소 김장혁
2020년 05월 02일 08시 05분  조회:1253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동화
                 
                          곤두뿔황소
                           
                                   김장혁
                                               1

       울창한 수림 속에 우뚝 솟은 범바위골에 석양이 비꼈어요. 나는 곤두뿔황소를  타고 버들필리를 구성지게 불었어요. 산새들도 즐겁다고 피리소리에 맞춰 절벽가를 훨훨 날면서 춤을 추었어요.
       곤두뿔은 내가 잔등에 올라타면 심술을 부렸어요.
      “쳇, 죄꼬만 새끼, 날마다 올라타?”
      성이 꼭두까지 치민 곤두뿔은 대가리를 수깃하고 씩씩거리면서 앞발로 흙을 긁어 잔등에 마구 올리뿌리는가 하면 꼬리로 나를 후려갈겼어요.
그뿐이 아니죠. 이번에는 껑충껑충 높뛰다가 비술나무 우거진 강뚝으로 네굽을 안고 쏜살같이 달렸어요. 나는 소잔등에서 한자 높이로 달싹달싹 높뛰다가 그만 허공중에 떨어져 비술나무 그루터기에 머리를 들이박았지요. 머리는 단통 피범벅이 되고 말았어요.
나는 머리를 붙잡고 일어나 곤두뿔을 발로 차고 회초리로 대가리를 사정없이 후려쳤어요.
일밭에서 돌아오던 아빠가 나를 말렸어요.
“얘야, 소는 말은 못해도 자기를 아끼면 말을 수걱수걱 듣는다. 자기를 못살게 굴면 심술을 써. 곤두뿔을 때리지 말고 많이 아껴줘라.”
한번은 곤두뿔이 어미소한테 가만히 묻는 것이였어요.
“엄마, 엄마는 어째 성호 아빠보다 힘이 더 센데 겁내는가요? 씨, 창호 아빠는 왜 소수레를 끌지 않아? 울 엄마 보고 일년 내내 목에 피 터지게 끌라고 해? 산꼭대기에 둼을 내라, 밭갈이 해라, 싣걱질을 해라고 해? 괘씸해서, 원, 우린 어째 세세대대로 노예멍에를 메고 살아야 해?”
어미소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직이 타일렀어요.
“쉿- 나도 나자마자 아빠 엄마들이 일하는 걸 보고 일을 잘해야 벼짚이나 얻어먹고 살수 있다고 생각했단다. 창호 아빠 말을 듣지 않는 날엔 우릴 잡아먹어.”
곤두뿔은 투덜거렸어요.
“뿔로 콱 박아놓고 범바위골로 달아날게지. 범바위골에 가면 풀을 마음대로 먹구 자유스럽게 살 걸. 맨날 코를 꿰워 살게 있는가요? 흥!”
어미소는 우리 부자간의 눈치를 힐끔 보더니 황급히 대가리를 흔들면서 타일렀어요.
“얘, 그런 말 말라. 자칫 잡혀 죽겠다. 우린 힘이 세지만 머리가 둔해 만물의 령장과 적수 안돼.”
곤두뿔은 억이 막혀 하늘로 곤두선 뾰족한 곤두뿔로 소구유를 마구 들이박았어요.
그후부터 곤두뿔은 입을 꾹 다물고 우리 눈치만 살피면서 일하며 살았어요.
나는 곤두뿔이 불쌍해 삶은 콩이랑 소금이랑 호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먹였지요. 그때마다 곤두뿔은 친절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면서 껄껄한 혀바닥으로 소금을 핥아 우물우물 먹으면서 좋다고 꼬리를 휘휘 저었지요.
                                                                          2
갑자기 먹장구름이 몰려오더니 구불구불한 불뱀이 범바위산 허리를 번쩍 내리쳤어요.
우르릉 꽝꽝!
하늘땅을 뒤흔드는 우뢰소리에 뒤이어 후둑후둑 비방울이 떨어졌어요. 밤알만큼한 우박이 마구 수림과 풀밭을 내리조겨댔어요.
나는 방목장 장막 안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창 밖을 내다보면서 범바위골 태평강변에 장바로 매놓은 곤두뿔이랑 근심됐어요.
한시간이 지나자 언제 폭우가 기승을 부렸는가싶게 폭우가 뚝 끊었어요. 동녘하늘에는 고운 칠색무지개까지 걸렸어요.
나는 소를 풀려고 태평강가로 깡충깡충 뛰여갔어요.
내가 버드나무 밑에 하얗게 돋아난 버섯을 뜯는다, 파란 풀 속에 비물을 머금고 생글생글 웃는 하얀 꽃을 꺾는다 할 때였어요.
저게 뭔가요?
글쎄 태평강 웃쪽에서 글쎄 쏴- 쏴- 하늘 땅을 뒤흔드는 듯한 물소리와 함께 싯누런 골물이 성난 사자처럼 덮쳐왔어요.
깜짝 놀란 나는 버섯이고 꽃이고 다 던지고 뛰여가 곤두뿔이랑 매놓은 장바를 풀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서둘렀어요. 그런데 황소들은 풀을 뜯어먹기에 여념이 없었어요.
나는 너무 애나서 두 발을 동동 구르면서 대성통곡쳤어요.
이 위기일발의 시각에 황소들의 왕노릇을 하는 곤두뿔이 나섰어요. 그는 사처로 뛰여다니면서 눈깔을 부릅뜨고 소들을 뿔로 박아 마구 강뚝 쪽으로 가게 몰아넣었어요.
뒤이어 곤두뿔은 나한테 뛰여와 꿇어앉았는 것이 아니겠어요.
“빨리 타! 큰물이 들이닥쳐!”
나는 제꺽 곤두뿔의 잔등에 올라탔어요. 저 웃쪽을 바라보니 싯누런 물살이 야수처럼 덮쳐왔어요.
곤두뿔은 나를 태운 채 쏴- 쏴- 덮쳐오는 골물을 헤가르면서 강뚝 쪽으로 한걸음한걸음 걸어나갔어요.
골물은 곤두뿔의 잔등을 넘어 내 배까지 마구 충격했어요. 그러나 나는 곤두뿔의 뒤목덜미 털을 두 손으로 꽉 붙잡았기에 밀려가지 않았어요. 물 우에 대가리 밖에 내놓지 못한 곤두뿔은 나를 업고 골물에 둥둥 떠서 헤염쳐나갔어요.
한참 후 간신히 강뚝에 오르자 나는 사품치며 흐르는 골물을 보고 이젠 살았구나고 한숨을 호- 내쉬였어요.
나는 곤두뿔의 잔등에서 내려 물이 뚝뚝 떨어지는 곤두뿔의 목을 끌어안고 젖은 볼을 살살 어루만져주었지요.
                                                                                                      3
      여름방학에 나는 아빠를 따라 범바위골의 방목장에 갔어요. 범바위골의 울창한 수림 속에는 호랑이랑 곰이랑 승냥이랑 많다고 해요.
어느날 밤이였어요. 갑자기 방목장 장막 밖에서 호랑이들의 울음소리에 뒤이어 송아지 비명소리가 들렸어요.
아빠는 황급히 사냥총을 벗겨 들고 와닥닥 뛰쳐나갔어요.
나는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면서 문에 걸친 방목장 장막의 거적을 들고 가만히 내다보았어요.
곤두뿔을 비롯한 아빠소 어미소들은 장막을 중심으로 서너머리 송아지들을 복판에 두고 둘러싼채 밖을 향해 대가리를 수그리고 앞발로 땅바닥을 허비면서 범들과 싸울 태세를 갖추고 있었어요.
아빠는 수림 속에서 왔다갔다 움직이는 누런 쌍불을 겨눠 사냥총을 갈겼어요.
땅!
따웅!
순간 수림 속에서 누런 쌍불들이 사처로 흩어져버렸어요.
아빠는 방목장 울 안에 우등불을 활활 지폈어요. 곤두뿔과 비녀뿔을 비롯한 십여마리 아빠소 엄마소들은 활활 타오르는 우등불을 중심으로 우리 부자간과 송아지들을 복판에 두고 똬리처럼 틀고 빙 둘러싼 채 웅크리고 앉아 온밤 전투태세를 갖추고 귀 뻘쭉해 퉁사발눈을 부릅뜨고 수림 속을 살폈어요.
범이랑 곰이랑 철옹성 같은 소무리에 다시는 감히 덤벼들지 못했어요.
나는 곤두뿔이랑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몰랐어요.
                                                                4
       가을이 되자 곤두뿔이랑 싣걱질을 하느라고 목덜미에 피고름이 돋았어요.
나는 곤두뿔의 피 나는 목덜미를 보고 불쌍해 목을 끌어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나는 밤에 소금과 삶은 콩을 가만히 가져다 곤두뿔을 먹였어요.
어느날, 글쎄 곤두뿔이 구유에 매놓은 고삐를 끊어버리고 자취를 감춘 것이 아니겠어요.
아빠와 엄마가 마을 근처를 련며칠 찾아봤지만 헛수고였어요.
아빠는 곰방대를 붙여물고 궁리하던 끝에 “아마 그 놈 곤두뿔이 마른 짚을 먹기 싫어 범바위골 방목장으로 달아난 것 같다.”라고 했어요.
아빠는 비녀뿔에게 소수레를 메워가지고 범바위골로 떠났어요. 나는 따라가고 싶었지만 개학하여 따라갈 수 없었어요.
(곤두뿔이 언제면 돌아올가?)
범바위골 막바지에는 파란 하늘도 보이지 않게 단풍이 든 나무숲이 우거지고 집채 같은 범바위가 우똑 솟아 있었어요.후에 안 일이지만요. 범바위 뒤에는 범의 굴이 있었어요.
갑자기 어데선가 별스런 노린내가 났어요. 아빠가 살펴보니 나무가지에 범의 털과 소털이 묻어 선들바람에 살살 나붓기고 있었어요.
아빠는 바로 그 무시무시한 범바위골 막바지에서 곤두뿔을 만났어요. 글쎄 곤두뿔은 수림 속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다가 우뚝 멈춰섰어요.
그는 귀를 뻘쭉  세우고 이쪽을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다가 “음메-헝”하고 수림이 떠나갈듯이 영각하며 꼬리를 휘휘 저었어요.
주인을 알아보고 반기는 것이였죠.
아빠는 마주 나가면서 호주머니에서 소금을 한줌이나 꺼내 내밀었어요.
“염, 염, 곤두뿔아,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
그러나 뜻밖에도 곤두뿔은 입을 열었어요.
“쳇, 누가 당신들 밑에서 입이 있어도 감히 한마디 말도 대구하지 못하면서 한뉘 노예멍예를 메고 살아? 이렇게 산 속에서 초패왕질하면서 마음껏 뛰놀며 기름진 풀이랑 먹고 자유롭게 살겠어. 안녕!”
말을 마치자 곤두뿔은 살진 엉덩이를 홱 돌리더니 네굽을 안고 오던 방향으로 달아났어요.
가을바람에 락엽이 우수수  졌어요. 갑자기 수림 속에서 이마빼기에 꺼먼 왕(王)자를 새긴 얼룩범이 범바위 뒤에서 뛰쳐나왔어요.
“따웅!”
범은 아빠가 사냥총을 겨눌 새도 없이 다짜고짜 덮쳐들었어요. 그 놈은 긴 돛바늘 같은 흰수염을 곤두세우고 으르릉거리며 앞발로 아빠 어깨를 탁 치고 날아지나갔어요. 아빠는 어깨쭉지 살이 뭉청 떨어져나가며 피를 줄줄 흘렸어요.뒤이어 몽둥이 같은 꼬리고 휘파람소리를 내며 휙 휘둘러갈겼어요. 다행히 아빠가 옆으로 구으는 바람에 꼬리에 맞지 않았어요. 대신 팔뚝 같은 나무가지가 부러지면서 락엽이 우수수 떨어졌어요.
   위기일발의 시각에 곤두뿔이 나무숲 속에서 뛰쳐나왔어요.
“이 놈아, 언감 내 주인어른께 덤벼?!”
곤두뿔은 무섭게 고함치며 범의 배때기를 노리고 곤두뿔로 탁 들이받았어요. 배때기를 찔린 범은 허공중에 떴다가 땅바닥에 쓰러졌어요. 그러나 그 놈은 어데서 그런 힘이 생겼는지 벌떡 일어나면서 꼬리로 곤두뿔을 후려갈겼어요. 곤두뿔은 비칠거렸어요. 그때 범은 뒤로 덮쳐들어 곤두뿔의 불통을 물어뜯으려고 뒤다리새를 물어뜯었어요. 곤두뿔이 뒤발질로 반격했지만 두 다리새 가죽이 찢겨나가면서 뻘건 피가 흘러냈렸어요.
아빠는 곤두뿔이 상할갑과 사냥총을 쏘지 못했어요.그때 곤두뿔은 몸을 홱 돌려 앉아 불통을 보호하면서 날아드는 범의 배때기를 또 탁탁 허공중에 떴어요. 범은 배때기에 구멍이 뚫려 밸이 왈칵 흘러나왔어요. 나중에 범은 시뻘건 혀로 피 랑자한 흰수염을 감빨며 맥없이 곤두뿔 앞에 푹 꼬끄라졌어요.
                                                                          5
나는 곤두뿔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웠는지 몰라요. 진짜 아빠의 구명은인이고 우리 집의 영웅이죠.
일주일이 지난 후 곤두뿔도 범에게 물린 목의 상처가 점잠 나아졌어요.
나는 무등 기뻐 곤두뿔의 목을 끌어안고 나직이 속삭였어요.
“얘, 이제 난 푸르른 풀밭에서 널 타고 버들피리를 실컷 불테야.”
곤두뿔은 알아들은듯이 대가리를 끄덕거렸어요.
그러나 나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하고 물거품으로 되고 말았어요.
글쎄 어머니는 향병원에 입원한 아버지 병치료비가 모자란다고 곤두뿔을 잡아 팔겠다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 일을 어떻게 해요?
나는 어머니가 얼마나 미웠는지 몰랐어요.
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어머니 목을 끌어안고 목멘소리로 애원했어요.
“어머니, 아까운 곤두뿔을 잡지 맙시다. 곤두뿔은 아버지와 나를 구한 은인인데요. 잡아선 안돼요.”
“아버지 병치료 중하냐? 곤두뿔이 중하냐?” 
“전번에 잡아온 범의 가죽이랑 팔면 치료비가 되잖아요? 왜 하필 우리 집 식구 같은 곤두뿔을 잡아야 해요?”
어머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타일렀어요.
“얘야, 아버지는 국가일급보호동물인 범을 잡았다고 공안기관의 심사를 받고 있다. 범의 고기고 가죽이고 몽땅 몰수해 간 걸 모르느냐?”
“범이 아빠를 잡아먹자는데 죽인게 무슨 잘못인가요?”
 어머니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넌 아직 어려서 나라 법을 몰라. 아무리 그래도 법을 어기고 범을 죽인 건 잘못이야.”
“뭐 아버지 죽였습니까? 곤두뿔이 뿔로 떠서 죽였지.”
“그러게 곤두뿔은 죽어 마땅하다. 곤두뿔이 범을 죽이잖았더라면 아버지가 징역살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나는 구들에 발랑 나누워 발버등질치면서 통곡쳤어요.
“안돼, 안돼! 곤두뿔을 못 잡아. 왜 하필 우리 목숨을 몇번이나 구해준 곤두뿔을 잡아야 하는가요? 엉엉, 엉엉-”
허나 어머니는 옹고집을 부렸어요.
“얘야, 곤두뿔은 이젠 늙어서 몇해 부려먹지 못한다. 곤두뿔은 성질도 괴벽해.쩍하면 일하기 싫어 범바위골로 달아나는 습관이 있어.”
나는 어머니가 이때처럼 미워보일 때가 없었어요.
“안돼요. 뭐래도 곤두뿔은 잡지 못해요.”
내가 생떼질을 쓰자 어머니는 몽당비자루로 엉덩이를 때리면서 을러멨어요.
“이 못난 놈아, 다시 곤두뿔 말을 해봐. 가만 놔두지 않겠다. 알았어?!”
나는 엉덩이 너무 아파 화닥닥 달아나가 우사칸으로 뛰여갔어요.
곤두뿔은 귀 뻘쭉해 의아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았어요.
나는 곤두뿔의 대가리를 두 팔로 껴안고 하늘로 곤두선 반들반들한 뿌리며 퉁사발눈통이며 너부죽한 이마며를 매만지면서 엉엉 울었어요. 곤두뿔이 너무나도 불쌍해 입에 뽀뽀까지 했어요.
곤두뿔은 “음메-”하고 비통하게 영각하지 않겠어요.
나는 피뜩 묘수가 떠올라 구유 말뚝에서 고삐를 풀어 두 곤두뿔에 칭칭 감은 후 곤두뿔을 우사칸 밖으로 내몰았어요.
“이라! 이라!”
곤두뿔은 의아해 어정쩡해 멈춰 섰어요.
 “빨리, 빨리! 달아나라! 넌 범바위골에 달아나야 산다!”
“왜? 달아났다가 또 너네 아빠한테 잡혀오겠는데. 괜히 달아났다가 잡혀 죽지 않을가?”
 “지금 널 잡아 팔아 아빠 치료비를 만들겠단다. 어서 달아나!”
곤두뿔은 대수롭잖아했어요.
“아무리 지독해도 자기 구명은인을 잡겠니? 믿어지지 않아.”
“잔말 말고 어서 가자!”
나는 곤두뿔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치며 억지로 몰고 우사칸 뒤 강냉이밭 속에 난 오솔길까지 갔어요.
그런데 내 말을 미더워하지 않은 곤두뿔은 길옆의 풀을 뜯어먹으면서 느릿느릿 걸었어요.
이때 우사칸 쪽에서 어머니 앙칼진 목소리가 귀청을 때렸어요.
“창호야, 요 놈새끼, 당장 곤두뿔을 붙잡아오라. 소장사군들이 왔는데.”
나는 깜짝 놀라 곤두뿔의 잔등을 손바닥으로 탁탁 쳤어요.
“빨리,빨리, 달아나라!”
그러나 곤두뿔은 뿌리를 흔들면서 투덜거렸어요.
“아무렴 어찌 한뉘 날 부려먹고 잡아먹으라고 팔아먹기까지야 하겠느냐? 흥!
  곤두뿔의 믿음은 한지에 방아를 걸 지경으로 빗나갔어요.
어느결에 어머니가 달려와 곤두뿔의 고삐를 뿔에서 풀어 단단히 틀어쥐였어요.
뒤이어 소장사군들이 들이 닥쳤어요.
그제야 곤두뿔은 상서롭지 못함을 눈치챘어요. 그는 퉁사발눈깔을 부릅뜨고 소장사군을 쏘아보더니 곤두뿔을 곤두세우고 발바닥으로 땅바닥을 허벼대면서 당장 뜰 상하며 씩씩거렸어요.
“이 놈 소새끼, 뜨개소구만. 여기서 잡아야지. 끌고 가서 잡자다간 큰 경을 치겠구나.”
소장사군은 어머니 보고 망치와 칼, 숫돌을 가져오라고 했어요.
곤두뿔은 퉁사발눈으로 나를 돌아보며 “어쩌라는가?”하고 물었어요.
“늦었어. 달아나라는데 달아나지 않더니. 아이고, 이걸 어쩌냐?”
그제야 곤두뿔은 하늘로 목을 길게 빼들고 대가리를 쳐들더니 “음메-”하고 구슬프게 영각했어요.
나는 곤두뿔을 보고 손사래를 치면서 속으로 부르짖었어요.
(에엣, 곤두뿔아, 그 놈 소장사군을 콱 떠받아놔라! 어서 범바위골로 달아나라!)
그러나 곤두뿔은 어쩌지 못하고 소장사군의 손에 고삐를 잡히고 말았어요.어머니가 종이장 서른장 받고 고삐를 넘겨줬던 것이죠.
“안돼!”
나는 더는 참지 못하고 고함치며 소장사군의 손에서 고삐를 빼앗으려고 단말마적으로 달려들었어요.
“왜 이래? 이젠 우리 소야. 놔라, 놔!”
소장사군은 사정없이 내 손을 뿌리치고 곤두뿔을 몰고 우사칸 쪽으로 갔어요.곤두뿔은 도살장으로 가는 줄도 모르고 자기를 구해 데려가는가고 여기고 두말없이 우사칸 쪽으로 꼬리를 휘휘 휘두르면서 성큼성큼 걸어갔어요.
나는 어머니 두 손에 붙잡혀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통공치며 곤두뿔을 살해하는 것을 뻔히 볼뿐 속수무책이였어요.
소장사군은 고삐를 물뚝에 매놓고 무쇠망치를 휘둘러 곤두뿔 사이를 꽝 내리쳤어요.
“음메- 착한 주인엄마,어째 배은망덕하고 날 해치는가요? 음메-”
그렇게 용맹하던 곤두뿔은 망치를 련속 맞으면서도 반항 한번 하지 못하고 비명소리를 지르면서 쿵 쓰러졌어요.
아, 얼마나 불쌍한 곤두뿔이냐? 해마다 일년 내내 우리 집을 위해 목덜미 다 터서 피고름이 흐르도록 밭갈이를 하고 싣걱질을 하던 곤두뿔, 생사를 무릅쓰고 범무리와 싸워 아버지를 범의 아가리에서 구한 곤두뿔, 골물에서 나를 업어 구한 구명은인,그  곤두뿔은 배은망덕한 주인의 손에 비참하게 죽고 말았어요.
산중 대왕이라는 범과의 생사박투에서 이기고 살아남은 곤두뿔은 사람들과의 생존박투에서는 죽고 말았어요.
보세요. 소장사군은 곤두뿔의 목을 베고 뻘건 피를 대야들이로 받아내 어머니 보고 가마에 끓이라고 했어요. 뒤이어 소장사군은 삶은 피덩이를 입귀가 째지도록 쑤셔넣고 게걸스레 씹어댔어요.그는 서슬푸른 뾰족한 칼로 소가죽을 벗기고 대가리를 떼내고 네다리를 끊어 손잡이뜨락또르에 실었어요.
듣는 말에 의하면, 사람들은 소가죽으로 구두와 혁띠, 가죽가방을 만들고 뼈와 고기는 부글부글 끓는 물에 푹 삶아 먹는다고 해요. 하얀 뼈는 가루를 내 닭사료를 한대요.진짜 뼈가루도 남기지 않는대요. 
곤두뿔황소는 그래도 곤두뿐 한쌍만은 남겼어요. 그런데 그 곤두뿔을 볼 때마다 나는 곤두뿔이 불쌍하고 그리워 얼마나 우는지 몰라요. 
       나는 구두를 신지 않아요. 혹시 그 가죽이 곤두뿔의 가죽인지 어떻게 알아요?
나는 련며칠 밥도 잘 먹지 않고 울고 또 울었어요. 밤이면 자꾸 곤두뿔황소가 꼬리를 휘휘 흔들면서 나한테 찾아왔어요.
“곤두뿔아! 음메-”
두 손을 하늘높이 벌리고 곤두뿔한테 달려가던 내가 글쎄 곤두뿔황소가 되지 않았겠어요.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8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7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46) 2016-07-04 0 1983
66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45) 2016-06-24 0 1975
65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44) 2016-06-17 0 2256
64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43) 2016-06-08 0 2017
63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42) 2016-05-24 0 2091
62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41) 2016-05-18 1 1993
61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40) 2016-05-09 0 2030
60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39) 첫사랑 2016-04-20 0 2124
59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38) 2016-04-08 0 1668
58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37) 2016-04-01 1 1937
57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36) 2016-03-25 0 2260
56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35) 2016-03-11 1 1681
55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34) 2016-03-02 0 1758
54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33) 2016-02-23 0 1965
53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32) 2016-02-14 0 1792
52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31) 2016-02-03 0 1857
51 울고 웃는 고향30문예평론 력사소설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에 대하여 2016-01-25 6 2664
50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29) 2016-01-13 1 2246
49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28) 2016-01-05 0 1863
48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27) 2015-12-25 1 1826
‹처음  이전 17 18 19 20 21 22 23 24 2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