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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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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43)
2019년 12월 05일 10시 52분  조회:3290  추천:5  작성자: 김장혁







                     73. 패가망신
       하늘이 무너졌는가? 땅이 꺼쪄버렸는가?
      흐리멍텅한 하늘에서 구름이 무너져내리는듯이 함박눈이 무더기로 펑펑 쏟아져내린다. 하늘이 마구 내리뜨리는 눈에 천지꽃산의 앙상한 진달래 가지들이 지지눌려 맥없이 부러졌다.
       흐리멍텅한 하늘에 짓눌린 시가지는 더욱 엉망진창이다. 수풀처럼 치솟은 꿀뚝에서 시꺼먼 연기를 꾸역꾸역 내뿜었다. 자오록한 연기가 온 시내를 감싸고 있어 행인들은 숨막힐 지경으로 갑갑하였다.
       성호는 눈 앞이 캄캄해났다.
       원래 그는 다단계판매로 일약 갑부로 돼 시가지에 큼직한 아빠트를 사놓고 부모를 모시고 효성을 다하고 아들을 낳아 기르면서 살려는 황홀한 꿈을 꾸었다. 그러나 하루 사이에 그 황홀한 황금몽이 와르르 무너졌다.
함박눈이 흩날리는 길바닥에 지진이나 났는가?
성호가 높다고 딛이면 낮고 낮다고 딛이면 높았다. 그는 천방지축 주정뱅이처럼 비틀거리며 겨우 한발자욱 한발자욱 공안국으로 걸어갔다.
(도대체 정희는 어떤 징벌을 받게 될가? 만약 5년 이상 징역을 받는다면 정희가 생육년령을 넘기게 된다. 그럼 아들을 보려던 꿈마저 산산이 박산난다. 만약 정희 수하에 들어간 80여명의 경제손실을 몽땅 배상하라고 판결이 난다면 어떻게 살겠는가! 새 집과 택시까지 다 팔아넣어도 모자라.)
성호는 너무 안타까와 미친듯이 주먹으로 가로수를 꽝꽝 쳐대며 대성통곡쳤다. 눈이 마구 흩날려 그의 몸을 뒤덮어버렸다. 행인들은 주춤주춤 멈춰서더니 그를 흘끔흘끔 쳐다보다가 미친 놈이라고 침을 뱉고 지나가버렸다.
그가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패가망신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굉팔은 손쓸 좋은 기회를 잡았다. 그는 언제부터 승호와 성호, 해연을 한 몽둥이에 날려보내려고 미쳐 날뛰였다. 그 기회는 끝내 오고야 말았다.
사실 굉팔은 아래에 능력이 있는 그들을 두고 싶지 않았다. 수하에 능력은 차해도 밀가루를 반죽하는듯이 마구 주무를 수 있고 자기 말이라면 황제 말처럼 꼽싹꼽싹 듣는 무골충을 두고 싶었다. 좋기는 성품도 온순하고 부드러운 녀성을 데려 왔으면 좋을 것 같았다. 심지어 같은 값에 분홍치마라고 이쁜 색시를 데려다가 비서로 쓰고 싶었다.
(춘란 같은 범죄자라도 좋아. 장선희처럼 간사하고 음험한 년이 아니면 돼.)
그는 연화나 예화 같은 예쁜 색시를 데려 왔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연화나 예화는 승호와 선화 인맥이기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리굉팔은 전체 회의를 열고 우멍눈을 희번뜩이면서 성호부터 노려보았다.
“성호, 뭐야? 광고는 뒤전이고 개인 돈벌이에 미쳐? 잘 됐어. 승호와 해연까지 다단계판매에 끌어들였지? 다단계판매가 위법행위라는 걸 몰라? 엉?!”
성호와 승호는 아무 대구도 하지 못했다.
해연은 머리를 툭 떨어뜨렸다. 그녀는 미안한 눈길로 서경리를 흘끔 훔쳐보았다. 그녀가 서경리를 다단계판매홍보관에 끌어갔던 것이다.
서일철 부총경리는 해연과의 우스운 에피쏘드가 떠올라 피씩 웃었다.
다단계판매로 돈을 벌려는 것보다 개구리가 학의 고기를 먹으려고 엉뚱한 궁리를 했던 것이다.
화장품을 사들고 해연과 함께 택시에 앉아 집으로 돌아갈 때였다. 가로등불빛이 피뜩피뜩 스쳐지나가는 택시 안에서 서경리는 해연의 손을 슬쩍 잡았다.
해연은 반사적으로 손을 빼려고 했다. 그러나 서경리가 다단계판매를 그만둘가봐 놔뒀다.
서경리는 해연의 어깨를 감싸안으면서 귀속말로 치근덕거렸다.
“해연이, 우리 둘이 재밌게 놀기오. 향월이 가버린 후 외롭고 적적하오.”
“안해 있잖아요?”
“안해보다 해연이 더 예쁘오.”
해연은 거울로 흘끔거리며 훔쳐보는 택시 운전수 눈을 피하면서 나직이 귀속말을 했다.
“예쁘면 밥이 나오는가요? 서경리는 예쁜 녀자면 다 쫓아다녀요? 최선생한테 미안하지도 않은가요?”
서경리는 개의치 않았다.
“별, 소릴 다 하오? 이런 일엔 다 사심이 장난치오. 최씨면 어떻고 서씨면 어떻소?”
해연의 대답은 애매했다.
“서경리, 어쩐지 향월이 죽은 담에 난 생각이 달라졌어요. 여길가 저길가 하기보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줄 참사랑을 찾는게 옳은 것 같아요. 숱한 나그네를 해봐도 어쩐지 재미 없어요. 수컷들은 왜 그런가요? 정욕을 이기지 못해 암컷을 쫓아다니는 미친 개 같아요.”
해연은 자꾸 지껄이는 서경리를 보고 내심의 고충을 고백했다.
“처음엔 남의 나그네와 사는 짜릿하고 감격이 충격적이던데요. 어쩐지 남편 몰래 남의 사랑을 도적질해 먹는 죄의식이 생겼어요. 남의 유부녀 발등을 딛고 저렬한 자극과 격정을 받았는데요. 즐거움보다 량심의 가책을 받을 때가 더 많았어요. 제발 이젠 복잡한 애인 함정에 유혹하지 마세요. 조용히 정파답게 살고 파요.”
서경리는 로련한 색마여서 마른 나무를 뚝 분지르듯 억지공사를 하지 않았다.
해연에게는 심리부담이 생겼다.
그녀는 굉팔이 혹독한 욕설을 퍼붓는 마당에 서경리를 놓아줄 수 있었다. 아니, 색마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어 홀가분해졌다.
그녀는 저도 몰래 한숨을 호~ 내쉬였다.
(다단계판매 아니면 저런 색마를 뭘 해?)
그녀의 속을 꿰뚫어보았는지 서경리가 건가래를 떼더니 말문을 열었다.
“광고사업에는 신용이 우선입니다. 숱한 사람들의 믿음을 짓밟고 사기쳐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쳐선 안됩니다. 그런 불량한 직원들은 우리 광고회사에서 몽땅 몰아내야 합니다. 그렇찮으면 우리 광고회사가 어떻게 사회에서 머리를 들고 광고사업을 할 수 있겠습니까? 사기군들한테 누가 믿고 광고를 맡기겠습니까? 리총경리, 상부에 반영해서 가차없이 썩은 팔은 잘라버려야 합니다. 흥!”
이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뜻밖에도 오청룡 국장이 살기등등해 들어섰다.
굉팔과 서일철은 벌떡 일어나 굽실거리며 소파에 자리를 권했다.
“오국장, 어서 앉으십시오.”
굉팔은 오청룡이 자리에 앉자마자 성호를 공격했다.
“에헴, 오늘 때마침 상부 오간부, 아니, 오국장께서 오셨는데요. 아래에 오국장께서 다단계판매에 참가한 동무들에 대한 처분결정을 선포하겠습니다.”
보아하니 굉팔은 진작 상부에 반영해 처분을 조률했었다. 그의 해골 같은 낯짝은 살기등등해 청바위처럼 굳어졌다.
오청룡은 날카로운 눈길로 승호와 성호, 해연을 쓸어보았다.
“국제사기를 친 성호와 승호는 광고회사에서 축출한다. 해연은 성호의 감언리설에 미혹됐고 성호와 승호의 불법사기죄를 적극적으로 조직에 반영했다. 때문에 관대하게 처리해 신문사 광고과에 전근시키기로 결정한다.”
“의견이 있습니다.”
그때 승호가 벌떡 일어났다.
모든 눈길이 일제히 승호한테 쏠렸다.
“오국장, 처분해도 시비를 좀 가르십시오.”
“의견이 있어도 쓸데 없소. 착오를 인정하고 자기절로 살길을 찾아가오.”
승호는 일루의 희망을 걸고 서일철을 업고 똥물에 풍덩 뛰여들었다.
“서경리도 다단계판매에 참가했는데 왜 아무런 처분도 하지 않고 우리만 처분합니까?”
승호는 지원군을 바라보듯이 성호와 해연을 둘러보았다.
해연은 떠들가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녀는 다욕한 굉팔의 밑에서 일하는 것이 퍽 피곤했던지라 오히려 이 광고회사를 떠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성호가 나섰다.
“승호 말이 옳습니다. 법률 앞에선 사람마다 평등해야 합니다. 누굴 처분하고 누군 처분하지 않습니까?”
힘을 얻은 승호는 계속 반격을 가했다.
“말 뭣에 얼럭이 있지 처분에 어찌 얼럭이 있습니까? 저는 불공평한 처분결정에 복종할 수 없습니다. 상부에 다시 반영하겠습니다…”
꽝!
“뭐라고?!”
오청룡은 차탁까지 치더니 벌떡 일어나 손삿대질했다.
“지금 상급부문의 처분에 불복하는가?! 서경리는 해연한테 미혹돼 다단계판매품을 샀을뿐이야. 한 사람도 사기치지 않았어. 지금도 무슨 죄를 범했는지 잘 모르는구나. 감옥에 처넣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줄 알아. 숱한 사람들을 사기치고 편안할 것 같아? 녀편네들까지 이제 감옥에 가지 않는가 봐라.”
서경리는 독기어린 눈길로 승호를 쏘아보았다.
그때다. 승호가 몸을 홱 돌려 성호를 손가락질했다.
“몽땅 성호한테 사기당한 탓입니다. 어떻게 똑같게 처분합니까?”
모두 깜짝 놀랐다.
성호는 세귀눈에 눈초리 꼿꼿해 승호를 쏘아보았다.
(자식, 굉팔을 재끼자고 공수동맹을 맺더니. 관건적인 시각엔 남을 물고 늘어져? 흥!)
굉팔은 깨고소해했다.
(개자식들, 개똥처럼 한데 뭉쳐서 굴러다니더니. 서로 물고 뜯는 꼴 참 보기 좋구나.)
승호는 입을 쩝쩝 다시더니 굳게 닫았던 입의 빗장을 열었다.
“다 제 잘못이 맞습니다. 제가 승호와 해연를 홍보관에 데리고 가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겁니다. 량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숱한 사람들한테 경제손실을 입혀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모든 손실을 책임지고 갚아드리겠습니다. 처분에 복종하고 죄를 뉘우치겠습니다. 다신 이런 사기활동에 휘말려들지 않도록 눈을 크게 뜨고 잘 살피면서 살겠습니다.”
오청룡은 박수까지 짝짝 쳤다.
“좋소. 진작 그래야지. 당원이라면 착오를 인식하고 개조표현이 좋아야지.”
승호는 그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성호, 지금 백화상점 숱한 녀직원들이 날마다 날 찾아와 못살게 군다. 손실 몽땅 책임져라. 그까짓 감언리설로 숱한 사람들 손실책임을 회피하려니? 우리 집은 망했다, 망했어. 난 직업을 떼웠고. 엄마와 안해, 범송네 부부까지 집을 팔아 넣어도 손실을 다 미봉하지 못한다. 개새끼, 널 팔아도 30전 고리대 빚을 갚지 못해!”
경옥은 승호를 쌀쌀하게 쏘아보면서 한마디 했다.
“승호는 원래 저렇게 사람을 해치는 갠데 뭐? 량심이 없는 개라니깐. 이번 기회에 쫓아내야 해요.”
승호가 경옥을 흘겨보면서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 성호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요구 있습니다.”
모두들 성호를 쳐다보았다.
“이번 사기사건은 전적으로 제 잘못입니다. 어떻게 상부에서 승호와 해연의 착오를 면제해주지 못하겠습니까?”
“뭐라고? 이게 무슨 처분을 흥정하는 장마당인가?”
굉팔은 서슬이 퍼래졌다. 순간 우멍한 철색눈확에서 사기알 같은 흰 자위가  데굴거렸다.
성호는 계속 사정했다.
“저는 택시업을 하니까. 그런대로 근근득식하면서 살겠지만 저 동무들이야 사정이 다르잖습니까? 하루 아침에 무직업자로 만들어놓으면 어떻게 살겠습니까?”
해연은 서일철 부총경리를 흘끔 곁눈질해보았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자고 허둥대는 판이였다.
그때 서일철은 인차 눈치채고 굉팔과 오청룡의 눈치를 슬슬 살피면서 한마디 했다.
“제 보건대, 해연은 전적으로 성호의 유혹에 미혹돼서 홍보관에 갔습니다. 처분을 면제해주면 어떻습니까?”
굉팔은 서일철의 말을 중둥무이했다.
“어째 서경리도 처분받고 싶어? 해연을 따라 다단계판매홍보관에 간 걸 모르는 것 같애?”
서일철은 오청룡를 믿고 물러서지 않았다.
“리총경리, 다단계판매회사와 광고계약이라도 맺지 못하겠는가 해서 갔댔소. 누굴 끌어들여 사기를 친 일도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 회사에서 쫓아내는 처분은 과분한 것 같습니다.”
굉팔은 벌떡 일어나며 고함쳤다.
 “고양이 쥐를 생각하는구만!”
오청룡은 퉁퉁한 낯에 내밴 개기름을 썩썩 닦으면서 코웃음쳤다.
“진짜 삶은 소대가리 웃다가 꾸레미 다 터지겠다. 흥, 리경리, 이때까지 이렇게  돼먹지 못한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일했소? 얼마나 고생했겠는가 알만하오.”
그는 굉팔을 둘러보면서 뒤말을 이었다.
“공수동맹을 맺은 전우를 죽이는 놈에, 또 그 놈을 살려달라고 비는 놈에, 얼마나 희비가 엇갈리는 살벌하고 눈물겨운 장면이오?”
그는 건가래를 떼더니 뜻밖에도 처분결정을 고쳤다.
“에헴, 승호는 동창생의 사기사건을 적발하였고 마지막까지 한치 양보도 없이 투쟁하면서 대의멸친의 정신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승호를 관대하게 처분한다.”
승호는 감격에 찬 눈길로 오청룡 국장을 바라보았다.
굉팔은 썩은 오이를 씹은듯이 쓰디쓴 표정을 지었다.
“안돼요. 저런 인정머리도 없는 놈을 밑에 두었다간 언제 뒤통수를 얻어맞을지 모릅니다. 이번에 아예 화근을 싹 뽑아버려야죠.”
오청룡는 인심을 쓰는 척하다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사람이 의리심을 버리면 좋은 끝장이 없다는 걸 알아야지.”
굉팔도 맞장구를 쳤다.
“쯧쯧쯧. 사람이 너무 역어도 방아간 날아지나가는 참새로 되고 말어.”

성호는 주먹으로 가로수를 꽝꽝 쳤다.
(승호, 어쩜 날 물어먹고 개구멍으로 빠져나가려고 한단 말이냐?”
그는 공안국 쪽으로 눈깔린 길바닥을 스적스적 걸으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식, 대학교 때부터 교활하고 량심이 없었어. 이번엔 최저한도의 의리심마저 저버릴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이젠 누굴 믿고 산단 말인가?)
그가 승호를 보호하려고 나선 것은 인간적인 동정이였을뿐이다.
(자식, 굉팔을 검거할 토론을 한 것까지 불지 않았는지도 몰라.)
성호는 이 시각 얼마나 고독한지 몰랐다. 단위에서 굉팔한테 당한 건 둘째이고 정희가 공안국에 잡혀간 것이 더 큰 일이 아닌가.
그는 옆집 아줌마 한희선이 원망스러웠다. 하늘을 욕하고 땅을 치면서 원망해도 쓸데 없었다. 이젠 이모부를 통해 정희를 구해내고 봐야 했다.
성호가 비틀거리면서 공안국 청사로 들어가려고 할 때 등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성호!”
머리를 들어보니 뜻밖에도 승호 아닌가.
성호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청사로 들어가려고 했다.
승호는 황급히 성호를 막아서더니 팔을 잡아 끌고 한쪽으로 갔다.
“오해하지 말라. 난 광고회사에 남아서 굉팔을 감시하겠어. 그래서 체면을 불구하고 고육계를 쓴 거야.”
“고육계?”
성호는 픽 코웃음쳤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숱한 사람들 앞에서 나한테 모든 책임을 들씌운단  말이냐?”
“광고회사에 잠복해 굉팔의 죄장을 파려고 그랬어.”
“진짜 간교해도 천하무쌍하구나. 됐다. 이젠 모든 게 끝났어. 백화상점 직원들의 손실까지 몽땅 갚을게. 이럼 됐지?”
성호는 승호를 밀치고 공안국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승호는 놓아주지 않았다.
“얘, 내 말 들어.”
성호는 마지못해 멈춰섰다.
“지금 우리 모두 중벌을 면하려면 우선 수백명한테서 거둔 돈을 찾아내 돌려줘야 한다.”
“무슨 수로?”
승호는 과단성있게 말했다.
“공안국을 협조해 한희선과 백영을 나포해 기름을 짜내자. 그년들이 우리 거둔 돈을 몽땅 가져가지 않았고 뭐냐?”
성호는 승호와 함께 공안국청사로 들어갔다.
그는 이모부를 찾아가면 별로 뒤문거래를 하는 것 같아 먼저 김성광 부국장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2층 현관에서 경호원이 우쭐 일어나 앞을 막았다.
“무슨 일로 찾습니까?”
성호가 찾아온 사연을 말하자 경호원은
“그런 일로 국장을 찾지 못합니다.” 하고 퉁명스레 말했다.
그때 국장실 문이 열리더니 강운룡 부국장이 나왔다.
“강국장님!”
승호가 중뿔나게 먼저 웨치며 마주 나갔다.
강운룡은 승호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지나가려다가 뒤에 선 성호를 발견하고 주춤 멈춰섰다.
“무슨 일인지 사무실에 들어가 말하자.”
강국장은 사무실에 묻어들어온 승호를 보더니 의아해했다.
“리과장네 아들과 동창생이라던가?”
“예.”
“생김새 너무 비슷해. 승호라던가?”
“예.”
이윽하여 강운룡 부국장은 성호한테서 찾아온 사연을 간단히 들은후 훈계부터 했다.
“그게 뭐냐? 왜 최저한도 법적개념도 모르고 헤덤볐느냐? 다단계판매는 불법사기라는 걸 하나도 몰랐니?”
그는 한숨을 후~ 내쉬더니 뒤말을 이었다.
“이젠 별 수 없다. 한국 사기군들을 나포해서 손실금액을 피해자들한테 돌려줘야 해.”
성호는 이번 사건 때문에 법률자문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승호를 달고 다니면서 한마디도 더 묻고 싶지 않았다.
그는 승호를 떼놓고 오후에 다시 이모부를 찾아갔다.
성호는 이모부를 보고 “정희가 어데 갇혔는지 좀 알아봐주십시오.” 라고 간청했다.
강운룡 부국장이 전화를 들었다.
“천일 대대장이요? 정희가 지금 어데 있소? 양? 양. 알았소.”
그는 전화를 놓더니 “감관대대 녀자수용소에 있단다. ”라고 했다.
강운룡 부국장은 성호를 보고 귀띔해주었다.
“아까 리과장네 아들부터 주의해라. 걔는 어쩐지 제 애비처럼 교활한 것 같애.  적은 항상 자기 옆에 있다는 걸 잊지 말라. 너네 아버지는 승호네 애비를 얼마나 믿었는지 아니? 그런데 그 놈한테 물려 농촌에 내려갔다.”
성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저도 가시아버지한테서 들었습니다. 이번 일은 승호가 공상국과 공안국에 고발한 거 같습니다.”
강운룡 부국장은 정색해 타일렀다.
“절대 보복해선 안돼. 알만하지? 자기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법률책임을 질 건 져야 해. 다만 이후엔 사람을 알고 살아란 말이다.”
“알았습니다.”
강운룡 부국장은 사물실에서 뚜벅뚜벅 거닐다가 주춤 멈춰섰다.
“저 리과장네 아들애 생김새 어떻게 돼 애비를 닮지 않았어. 딱 네 큰형님처럼 생겼어.”
성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뭐랍니까? 저한테 형님이 또 있었습니까?”
“그래. 너네 이모 항상 외웠지. 옛날 배 다른 형이 있었단다.”
“예? 그런데 왜 아버지와 어머닌 우리한테 한번도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강운룡 국장은 정색했다.
“아직 확정하진 않다. 절대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라.”
“예.”
그제야 강운룡 국장은 뒤말을 이었다.
“너네 아버진 네 엄마한테 장가들기 전에 한 마을의 다른 녀자와 결혼해  아들을 보았지. 그런데 난산으로 본 처가 사망할줄이야 누가 알았겠니? 해방전에 갓난 아들 공석를 YJ 시내 남한테 주었어. 공석은 후에 위생학교를 졸업한 후 YB병원 의사로 됐지. 리철갑 과장과 벽화, 백화상점 안수련 총경리, 너네  이모까지 모두 공석과 고중동창생들이였어. 공석과 벽화, 안수련은 삼각련애관계였지. 벽화와 안수련은 사랑의 라이벌이 돼서 공석을 두고 죽자살자 사랑싸움을 했어. 리철갑은 벽화를 짝사랑했단다. 얼마나 복잡했니? 후에 공석이 불행하게도 백혈병에 걸려 사망하다나니 삼각련애는 비극으로  끝났지. 그때 현공안국 국장인 너네 아버지가 벽화를 리철갑한테 중매를 서서 결혼시켰다. 안수련은 당시 무장부장을 한 허철군한테 시집가버렸구. 그런데 리과장네 아들이 자라는 걸 여겨봐도 어쩐지 리과장을 닮지 않고 공석를 닮은 거 같더라. 지금 봐도 또 너하구 아주 비슷하게 생겼어. 그래서 철갑은 승호를 자기 아들이 아닌가고 피를 뽑아 자기 피와 대조해보겠다고 날뛴 적도 있어.”
성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설마?)
“승호는 저와 외모가 비슷해도 성질은 판판 다릅니다. 교활하고 간사하고 안팎이 다르게 놉니다. 량심이 없고 음흉합니다. 어진간하면 어디를 가나 며칠 있지 못하고 돼지죽그릇의 도토리처럼 떠밀려다니겠습니까? 우리 리씨 집안에 절대 저런 간교한 색마가 있을 수 없습니다.”
강국장은 신중하게 말했다.
“수십년 형사수사사업을 한 나는 관상을 빗보지 않아. 리과장도 승호를 자기 아들 같지 않다고 한 적이 한두번 아니야. 우둑진 체구라든지 메부리코라든지 자기를 닮지 않았다고 했어.”
“언제 아버지와 물어봐야겠습니다.”
성호는 이모부의 그 말을 미심해했다. 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화제를 바꾸었다.
“이모부, 내 공안국에 와서 일하면 안됩니까?”
“안된다.”
“무엇때문입니까?”
“마흔살 넘었는데 이제 공안국에 와선 전도 없다. 황차 경찰실무도 잘 모르지. ”
성호는 “알았습니다.”고 한마디 하고는 국장실에서 나왔다.
성호는 허탈감을 느꼈다.
(승호하구 혹시 진짜 혈연관계가 있다면 어쩌지? 먼 친척도 아니고 배다른 친조카?!)
성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난 진짜 점쟁이 말처럼 납작코 돼서 항상 쓸데 없는 소릴 들을가? 항상 남을 돕는 걸 락으로 삼았건만 왜 승호마저 날 괴롭힐가? 하늘도 무심하지.)
그는 쓸쓸히 감관대대 녀자수용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 승호와 내  DNA를 대조해봐야지.)
그는 착잡한 생각에 빠진 채 철조망을 둘러친 높은 담장 안의 녀자수용소 대문으로 들어갔다.
승호의 아버지가 당직실에서 내다보고 찾아온 사연을 듣고 대대장실에 가서 면회비준을 받으라고 했다.
박철운 대대장은 정의용사인 성호가 찾아가자 인차 면회를 비준했다.
성호는 자그마한 면회실에서 쇠살창을 사이에 두고 정희와 마주 앉았다.
정희는 초췌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멍해 바라볼뿐이였다.
“정희, 안심하오. 이제 백사장과 엄희선을 나포해 손실금액을  피해자들한테 돌려주면 되오. 이모부도 법적으로 도와줄테니 너무 근심하지  마오.”
정희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성호는 정희 손을 꼭 잡아주었다.
“돈은 있다가도 없을 수 있고 없다가도 있을 수도 있소. 이젠 헛욕심을 부리지 말고 아들이나 하나 낳아 기르면서 조용히 오손도손 살기요. 그게 황금덩이를 얻은 것만 낫소.”
정희는 뜨거운 눈물을 닦으면서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아직도 마음이 죽지 않았구만요. 아들비위를 작작 쓰세요. 괜히 이 세상에 태여나서 남들처럼 살지 못하게 고생시켜 뭘 해요? 저도 이젠 마흔고개를 넘은지도 몇해 되는데요. 어떻게 애를 낳아요? 우리 중학교 교장의 안해도 마흔에 애를 낳다가 해산대에서 출혈이 너무 심해 불행하게 사망했어요. 어째 날 죽이고 싶은가요?”
그 말에 성호는 할 말을 다 잃었다.
정희의 마음 아픈 말을 계속 이었다.
“동무가 너무 아들비위를 하니 저도 낳지 않으려고 한게 아니죠. 이 몇해 환도 빼버리고 임신하려고 했지만요. 안되던데요. 어쩌다 임신해도 궁외임신을 했어요..”
“어째 나한테 알리지도 않았소?”
“알면 속상해할가봐 몰래 긁어버렸어요.”
정희는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이젠 포기하세요. 독신자녀증이나 영광의 선물로 품고 살아요. 달마다 15원씩 탈 수 있잖아요? 국가 산아제한정책도 어기지 않고 얼마나 영광스러워요?”
그녀는 나직이 뒤말을 이었다.
“이젠 교원이란 공직도 떼웠지. 어떻게 살아요?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한국이나 미국에 가겠어요. 숱한 교원들과 친척한테 손해를 끼쳤는데 피나는 돈을 물어줘야죠. 이젠 하나한테 아빠트 한채도 물려줄 게 없게 됐는데요. 늙어서 쓸 양로비라도 벌어야 살죠.”
“그게 무슨 당찮은 소리요. 내가 있잖소? ”
정희는 도리머리를 맥없이 절레절레 저었다.
“동문 효성스럽고 의리심도 강하죠. 부모한테 효성해야 하고 형제들과  조카들까지도 챙겨야죠. 언제 날 먹여살릴 겨를이 있어요? 어서 가보세요. 제 걱정은 하지도 마세요. 손해비를 물게면 감옥에서 징역살이 몇해 하다가 나가는 게 나을 거 같애요.”
“그따위 소릴 다신 하지도 마오. 사람이 있고 돈이 있지. 아빠트를 팔아서라도 당신을 구해내가겠소.”
정희는 랭소했다.
“어떻게 피나는 돈으로 산 건데 팔아?”
성호는 정색했다.
“여보, 이젠 모든 걸 잃게 됐소. 이제 사랑하는 당신까지 잃을 순 없소.”
정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혀를 홰홰 내둘렀다.
 “에이구, 로봉건통이라구야. 쯧쯧쯧.”
그녀는 코웃음쳤다.
“당신 진짜 바보야. 이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요? 내보다 퍽 젊은 연화나 예화 또래를 얻어서 님도 따고 아들도 보고 일거량득 너무 좋아서요? 호호호.”
“말이라고 해?”
성호는 성이 나서 씩씩거리면서도 정희 손을 꼭 잡고 신신당부했다.
“헛된 생각을 하지 말고 내심하게 기다리오.”
정희는 줄 끊어진 구슬처럼 눈물을 주르르 흘리였다.
성호는 면회시간이 다 돼 정희 손을 꽉 잡은 채 차마 놓지 못했다. 경찰이 재촉해서야 눈물을 휘뿌리며 리별하고나서 떨어지지 않는 걸음으로 면회실을 나왔다.
(난 이젠 아들을 다 보았구나. 우리 집은 내 대에 와서 대가 끊어지게 됐구나. 이 절통한 심정을 그 누가 알겠는가?)
그는 피뜩 막연한 환상이 떠올랐다.
녀자감옥 대문 앞의 눈보라 치는 강뚝 너머 천지꽃이 활짝 핀 동산이 떠오르지 않겠는가. 분명 그것은 고향의 천지꽃산이였다. 연분홍 천지꽃이 만발한 천지꽃산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순희가 자기를 보고 생글방글거리며 구름을 나래처럼 등에 지고 날아내려오지 않겠는가. 순희를 와락 끌어안으려는 순간 새침한 표정을 지으면서 눈꽃처럼 어데론가 사라져버렸다.
(어처구니 없는 환각!)
그는 막연하고 한심한 생각도 해보았다.
(혹시 순희와 살았더라면 아들 쌍둥이를 보지 않았을가? 순희는 딸 쌍둥이를 낳지 않았던가? 혹시 연화와 재혼하면 아들을 볼 수도 있지 않을가? 그 애는 공장장한테 시집가서 떡 돌 같은 아들을 낳았지.)
성호는 인차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리혼과 재혼이 어디 그리 쉬운가? 그렇게 죽자살자하고 따르던 본처도  시집살이에 신물이 나서 아들을 낳아주지 않았어. 재혼한 후처가 아들을 낳고 부모를 잘 모시려고 하겠는가?)
언젠가 성호는 연화를 만나 다방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슬쩍 물어본 적이 있다.
“연화, 만약 이제라도 누구와 재혼한다면 아들을 낳아줄 수 있소?”
연화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한술 더 떴다.
“만약 감정이 깊은 선생님과 재혼한다면 아들뿐이겠어요? 딸도 더 낳아줄 수 있어요.”
성호가 팔순이 넘은 부모를 모시면서 살 수 있겠는가고 묻자 연화의 보름달 같은 얼굴에는 검은 구름이 뭉게뭉게 피여올랐다.
한참 궁리하던 연화는 마지못해 이렇게 대답했다.
“로실히 말해서 이 세상에 시부모를 좋아할 녀자들이 몇이겠어요. 시부모와 며느리는 집을 따로 잡고 사는게 제일이지요. 입 안의 혀도 씹을 때 있다고 어찌 난 부모도 아닌데 갈등이 생기지 않겠어요. 녀자들은 신랑이 좋아 시집갔지 시부모가 좋아 시집간 게 아니잖고 뭔가요?”
순간 성호는 붙었던 정이 다 떨어졌다.
(만약 그때 연화가 시부모도 잘 모실수 있다고 대답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가?)
그는 인차 허구픈 미소를 짓고 말았다.
“성호야, 어디로 왔다가니?”
귀에 익은 목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종수가 아니겠는가.
“무슨 일로 여기 왔니?”
성호의 반문에 종수는 허구푼 웃음을 지었다.
“금방 녀자감옥에서 매음녀들의 변질과정을 취재하고 나오는 길이야. 저걸 봐라. 얼마나 새파란 녀자들이냐?”
그때 녀자감옥 울 안에서 라지오체조 전주곡이 울렸다. 창호가 바라보니 젊은 녀자죄수들이 와-야- 밀려나와 줄을 서는 것이였다. 그 속에는 정희도 머리를 수깃한 태 서있는 것이 피뜩 띄였다.
성호는 종수를 보기 얼마나 조마조마하고 바늘방석에 앉은 듯했는지 몰랐다.
알락달락한 등산복을 입은 20, 30대 젊은 녀자들이 노랗고 빨간 머리카락을 흩날리면서 라지오체조를 하였다.
종수는 장탄식했다.
“야- 저렇게 잘 생긴 녀자들이 육체와 령혼을 팔아가면서 돈을 벌다니? 헤이, 참, 비극이야. 우리 지역은 경제가 락후해서 저 녀자애들을 다 취직시킬만한 기업소가 없는 게 문제야.”
그는 성호와 함께 감관대대 녀자감옥 대문을 나오면서 몇몇 매음녀들의 비극적인 변질과정을 쭉 이야기했다.
성호는 그런 이야기에 오래동안 귀를 귀울일 겨를도 없었다.
그는 하루속히 한국 사기군들과 한희선 총경리가 빼돌린 불법수입을 되찾아내야  했다.
큰길에 나와서야 성호는 종수한테 한마디 물어보았다.
“전번에 쓴다던 조선족력사이야기 책은 거의 됐니?”
종수는 가슴을 쑥 내밀고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거의 쓴다. 이제 출판되면 출간식에 꼭 오라. 이젠 정치학부에 간 게 후회돼. 조문학부나 가서 문학을 배워 작가로 됐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니? 이제라도 필끝이나 벼려가지구 조선족이민사를 하나하나 차곡차곡 정리해야겠어.”
그는 갈라지기 전에 성호의 손을 잡고 정색해 말했다.
“너 기분이 말째구나. 그까짓 가정일에 너무 신경쓰지 말라. 에이구, 아낙네들처럼 그 놈의 집구석에 빠지면 빠질 수록 머리 아파. 옛날 황제도 나라는 다스려도 가정은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다고 하잖니? 이젠 우리 나이 마흔고개도 넘었는데 사회를 위해 뭔가 해놓을 때 아니고 뭐야? 돈을 대줘서 우릴 대학생으로 만든 당과 국가, 인민들한테 미안하지 않게 보답해야지. 물론 부모한테 효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린 당과 나라, 민족과 인민들께 충성하고 효성하는 게 더 크나큰 효성이고 충성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해. 돈을 따르지 않아도 효자한텐 자연히 돈이 생기는 거야. 하늘은 항상 공정하니까.”
종수는 성호의 기색이 좋지 않은 걸 눈치채고 택시에 앉아 눈가루를 새뽀얗게 일구면서 멀어져갔다.
어둠이 깔린 거리에 눈보라가 윙-윙- 기승스레 휘몰아쳤다.
        성호는 멍하니 서서 저 멀리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택시 뒤꽁무니를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였다.
        그는 대학교를 졸업한지 근 20년만에 처음 종수 앞에서 스스로 작아지는 자기를 발견하였다.
        그는 헐망한 소사양실에 부모를 모신 일을 생각하자 마음이 아파나고 밑도 끝도 없는 환멸을 느꼈다.
       (부모도 잘 모시지 못했고 아들도 보지 못했다. 내가 사회나 가정에 해놓은 일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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