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changhe 블로그홈 | 로그인
김장혁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소설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40) 김장혁
2019년 10월 16일 11시 58분  조회:1388  추천:0  작성자: 김장혁





                             70. 황금몽
성호는 광고나 택시업이나 모두 식은죽먹기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흐리멍텅한 하늘아래 함박눈이 푸실푸실 흩날리는 엄동설한에 그는 광고를 얻으러 한 술공장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다.
그는 얼음이 살짝 깔린 철길을 건너다가 그만 미끌어져 허망 쿵 넘어갔다. 다른 차 바퀴 밑에 들어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였다. 그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겨우 일어나 오토바이를 밀고 쩔뚝거리며 간신히 철길을 건넜다.
찬찬히 오토바이를 여겨보니 받침대와 배기관이 후러들어 탈 수 없었다.
(박공장장과 약속해놓았는데 어쩌지?)
그는 아예 오토바이를 눈풍설이 윙윙 휘몰아치는 철길 옆에 세워놓고 자물쇠를 잠그어놓은 후 택시를  잡아타고 술공장에 갔다.
공장장 박광률은 성호 어깨에 묻은 눈을 털어주면서 아주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째 이제야  왔소?”
성호는 “미안하오.” 하고 박공장장의 손을 굳게 잡았다.
사연을 듣고 박공장장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에이, 괜히 사고를 칠 번했구만.”
호리호리하게 생긴 그는 항상 간판광고 덕분에 술판매가 잘 됐다면서 성호가 광고를 하자고 하면 인차 대답해주었다.
성호가 자리에 앉기 바쁘게 박공장장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요즘 우린 인삼술과 알로에술을 개발했소.”
그는 벽궤에 줄느런히 진렬해놓은 술병들을 가리켰다.
“인삼은 우리 장백산기슭 특산이 아니고 뭐요? 인삼술은 사람의 원기를 회복하는데 아주 좋은 보약이요. 알로에술은 소염과 원기회복에 다 좋은 술이요.”
“맞소. 우리 지방특산으로 술을 제조해야 우리 지방 외에 내지에도 널리 팔 수  있소.”
“한번 광고를 내보기요.”
성호는 그 날로 박공장장과 2만원 광고계약을 맺고 광고설계에 착수했다.
그러나 인삼술광고가 뜻밖에도 총경리 굉팔의 낮은 문턱에 걸릴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성호, 너거 왜 술광고에 집착해? 국가 광고법에는 술광고를 하지 못한다고 명확히 규정된 걸 몰라? 위법술광고까지 해? 우리 광고회사 의미지가 뭘로 돼? 참, 답답해. 공상국에서 전번에 벌금시켰는데도 아직도 술광고야? 진짜 소가죽보다도 더 질기군.”
성호는 통사정을 들이댔다.
“지금 세월에 광고를 얻어오기 그리 쉽습니까?”
꽝!
굉팔은 사무상까지 꽝 치며 벌떡 일어나 우멍눈을 희번뜩거렸다.
“야! 정신 차려! 위법광고를 했다가 누가 책임져? 엉?!”
굉팔은 총경리라는 권력을 빌어 지금 성호한테 심술을 부리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제 계속 술광고를 하는 날엔 전근시키지 않나 봐. 사람 귀에 말이 통 들어가지 않아?”
성호는 계속 통사정을 들이댔다.
“아니, 한다하는 텔레비죤방송에서도 술광고를 하던데 왜 못한다고 그럽니까? 눈을 질끈 감고 한번 대담히 해봅시다. 예?”
굉팔은 뒤짐을 지고 서서 큰소리를 쳐댔다.
“관둬(그만둬)! 호랑이 같은 범수도 다 쫓아냈어! 네깐 놈은 훅- 불면 어디로 날아가 처박힐지도 몰라. 흥!”
성호는 그런 심술쟁이 밑에서 한발작도 내딛기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 더 빌고 싶지도 않았다.
며칠 후 그는 한가지 령감이 피뜩 떠올라 박공장장을 또 찾아갔다.
그는 박공장장을 만나자마자 굉팔이 심술을 부린 자초지종을 쭉 이야기했다.
박공장장은 피씩 쓴웃음을 웃었다.
“탐욕스러운 놈, 지금 큰 떡을 놓쳐 배 아파 그러오. 그 자가 며칠 전에 찾아와서 자기와 광고계약을 맺고 술광고를 하자고 했소. 광고비도 당신보다 더 싸게 정해주겠다고 했소.”
“예?”
박공장장은 화를 냈다.
“굉팔인지 나팔인지 술광고를 빼앗아가자는 거요. 당신과 이미 광고계약을 맺았기에 다른 사람과  계약을 맺지 않겠다고 툭 찍어 말했소. 그러자 어디 술광고를 내는가 보라면서 문을 쾅 차고 가버리지 않겠소. 광고를 못하면 말라지. 남의 발등을 밟는 새끼들과 누가 광고를 한다오?”
성호는 자기 령감을 말했다.
“한가지 묘안이 있소.”
“뭐요?”
박공장장은 성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술공장 건물 우에 간판술광고를 내건단 말이요.”
박공장장도 무릎을 탁 치고 일어났다.
“좋소. 그렇게 하기요!”
박공장장은 한참 간판광고설계를 의논하다가 근심했다.
“굉팔이 또 공상국에 고발하지 않을가?”
성호도 자리에서 일어나 공장장 사무실 안에서 버릇처럼 뒤지개를 짚고 왔다갔다 거닐며 사색에 잠겼다.
한참 후 그는 머리를 들더니 박공장장을 돌아보았다.
“괜찮을 것 같소. 자기 공장건물 우에 자기 공장 술광고간판을 내걸었는데 어쨌단 말이요?”
박공장장은 머리를 끄덕였다.
성호의 아이디어로 해 박공장장네 인삼술과 알로에술은 당지는 물론 내지에까지 널리 팔리게 됐다. 어떤 달에는 한달에 판매액을 100만원도 넘겨 올렸다.
박광률 공장장은 아무런 보스도 없이 진심으로 도와준 성호가 고마워서 인삼술을 몇상자 주겠다고 했다.
성호는 가만히 혼자 챙기지 않고 직원들한테 한상자씩 나눠주었다. 미운 놈을 떡 하나 더 준다고 굉팔도 빼놓지 않고 한상자를 주었다.
그런데 굉팔이 그 일로 성호한테 걸고들어 행패를 부릴줄이야.
이튿날 굉팔은 이른바 회의를 열었다.
그는 우멍눈으로 여러 직원들을 둘러보면서 뱀의 혀를 날름거렸다.
“올해 광고는 수많은 애로를 겪고 있는데이(있소). 국에서 준 광고임무를 완수할 것 같지 못하다니께(못하다니까).”
이번에는 성호를 쏘아보며 질책하였다.
“그게 뭔가? 전번에도 말했지만 개인택시업을 하면서 단위광고를 착실히 하지 않는단 말이야. 단위와 개인, 어느 게 더 중요한가? 불법술광고를 꿍꿍 해주고. 흥! 광고주들한테서 명품술이나 한 자동차씩 받아챙겨? 완전히 무조직무기률이야. 광고계 특등부패란 말이야. 마땅히 기률처분을 받아야 해. 또 술을 가져왔으면 회사에 바치고 경리가 나눠줘야지. 네가 뭔데 면목을 내? 엉?”
성호도 참을 수 없어 맞받아쳤다.
“심술을 작작 부리십시오. 이번엔 술광고를 한 적도 없습니다. 술공장에서 자기 공장건물 우에 술선전판을 내걸었는데 어째 불법이란 말입니까?”
“뭐라고?!”
굉팔은 움퍽한 사팔뜨기눈을 희번득거리며 야단쳤다.
성호도 물러서지 않았다.
“예, 자체선전입니다.”
“좋아. 자체선전이라 치자.”
굉팔은 벌떡 일어나 성호한테 손삿대질까지 했다.
“바로 네가 그렇게 부추기는 바람에 우린 그 술광고를 하지 못하게 됐어. 손실이 얼마나 큰지 알어?”
성호는 억이 막혀 말도 나가지 않았다.
“이보십시오. 어떤 땐 광고계약을 맺어오니까. 비법광고라고 하지 못하게 하더니. 이젠 또 광고를 하지 못하게 됐다고 야단칩니까?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합니까? 이제라도 똑똑히 말하십시오. 그 술공장 술광고를 하랍니까? 하지 말랍니까?”
굉팔은 결국 자기 창으로 자기 방패를 찌른 격이 되고 말았다.
그때 선희가 성호를 핼끔 쳐다보더니 째죽거렸다.
“리경리 말씀이 천만지당합니다. 우린 언제나 단위 리익부터 첫자리에 놓아야지.  개인 리익을 앞세워선 안되죠. 성호선생은 단위 광고보다 개인 택시업에 열중하는데요. 그게 옳은 처사인가요? 사람마다 이렇게 광고에 소극적으로 나간다면 올해 광고수입을 20만원도 올릴 것 같지 못해요.”
“선희 부총경리 말이 맞소.”
굉팔은 선희를 부쩍 춰올리면서 지껄여댔다.
“성호, 개인 면목을 작작 내란 말이야.”
성호도 지지 않았다.
“당찮은 말을 작작 하십시오. 백화상점이나 술공장에서 우리 단위와 광고를 하지 않고 자체로 선전판을 내건 건 완전히 리총경리 탓입니다. 이제 와서 책임을 나한테 떠밀지 마십시오.”
그는 선희한테 날카로운 눈길을 돌렸다.
“남이 과외로 택시업을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요? 난 광고사업시간에 택시업을 한 적이 없소.”
“흥, 옛말이면 듣기나 좋지.”
선희는 간사하게 웃으며 혀바닥을 날름거렸다.
“전번에 택시 운전수가 로임을 타러 우리 단위로 오지 않았는가요? 건 사업시간에 로임을 준 게 아니고 뭔가요?”
“잠간 나가서 로임 주고 들어왔는데 그걸 다 꿰드오? 내 입이 터지면 전 여기서 머리를 들고 앉아 있을 거 같소?”
선희는 등곬에 식은땀이 쪽 끼쳤다. 그녀는 미인계로 낚아챈 송준의사가 바로 성호의 넷째매형일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일이 단위에서 터지면 큰 일이 아닌가.)
그녀는 성호에게 눈을 흘기더니 입에 빗장을 지르고 덤덤히 앉아 있었다.
며칠 전에 선희는 오청룡 국장의 이른바 배려하에 부총경리 자리까지 차지하게 돼  욕심을 차릴 권력토대를 튼튼히 마련해놓았다. 그 더러운 욕심이 아니면 무슨 낯짝으로 굉팔과 오청룡한테 몸을 들이대면서까지 광고회사에 되기여들어 출납원을 맡았겠는가.
승호도 포문을 열었다.
“리경리나 선희는 너무 하오. 남이 과외시간에 택시업을 하든 말든 떠들 건 뭐요? 광고사업이 잘 되지 않는 건 전적으로 굉팔 경리가 광고를 롱단하면서 남의 광고를 빼앗으려 하고 남이 애나게 해온 광고를 비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고서야 아래 사람들이 어떻게 광고를 한단 말입니까?”
해연도 망설이다가 나섰다.
“우선 우리 광고회사 재무제도부터 완벽하게 내와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광고수입은 얼마도 되지 않는데 리경리는 사업경비라고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한해에 글쎄 7만원씩이나 령도접대에 쓰니까. 이게 진짜 밑굽이 빠진 항아리가 아니고 뭡니까? 그걸 절약해도 광고상납금을 내는데 얼마나 많이 보탬이 되겠습니까? 남의 호주머니 돈을 그만큼 얻어오기 어디 그리 쉽습니까?”
굉팔은 성호를 진압하려다가 본전도 찾지 못했다. 그는 포위공격을 받게 되자 “회의를 끝낸다.”는 말도 하지 못한 채 문을 박차고 휑 하니 나가버렸다.
(에이, 저것들을 몽땅 쫓아냈으면 속이 씨원하겠어.)
그는 두덜거리면서 씨꺼먼 속을 끙끙 앓았다.
(내 사람들로 광고회사를 꽉 채워넣어야는데.)
며칠 후 어느날 아침이였다.
광고회사에는 일대 소동이 일어났다.
굉팔은 철색낯이 쌔까맣게 죽은 채 승호의 사무실에 찾아와 야단쳤다.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 어쩜 회사 돈을 몽땅 가지고 한국으로 도망친단 말인가!”
승호는 깜짝 놀랐다.
“누가 도망쳤단 말이요?”
“누군 누구겠나? 선희, 그 갈보년이지.”
굉팔은 앙상한 주먹으로 사무상을 꽝 쳤다.
“다 오청룡 탓이야. 저런 년을 출납에 부총경리까지 시키다니. 흥!”
승호는 억이 막혔다.
“아니, 그래, 올해 번 돈을 몽땅 가지고 달아났소?”
굉팔은 대답도 하지 않고 비좁은 가슴을 탕탕 치면서 사무실에서 나갔다.
그는 선희가 도망친 기회에 좋다고 몽땅 선희한테 죄를 덮어씌웠다. 그리고 선희를 부총경리 겸 출납원으로 임명한 책임도 몽땅 오청룡한테 떠밀어버렸다.
승호는 더럽고 음흉한 굉팔의 속알멀치를 다 꿰뚫어보면서도 시기상조라고 여겨 입을 꾹 다물고 앉아 있었다.
성호와 해연은 선희가 도망쳤다는 말을 듣고 억이 막혀 도리머리를 홰홰 흔들었다.
“며칠 전까지도 집체리익이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
“뺑덕이 에미처럼 광고비를 몽땅 가지고 도망쳤어?”
“흥! 량심도 없는 년!”
며칠 후 굉팔은 광고회사 전체회의를 열었다.
“상부에서는 우리 광고회사 돌발상황에 근거해 중대한 인사변동을 결정했습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 사무실 밖에 나가더니 일남일녀를 데리고 들어섰다.
“새로 부임된 서일철 부총경리와 허경옥 부총경리입니다.”
모두들 일어나 악수를 나누었다.
승호는 깜짝 놀랐다. 그와 허경옥은 악수를 나누기 어색해 머뭇거렸다.
그때 굉팔이 떠들어댔다.
“서로 아는 사인가?”
백지장처럼 창백한 경옥의 얼굴을 보고 굉팔은 말을 바꿨다.
“서경리와 허경리는 모두 오래 동안 상업분야에서 지도사업을 했기에 슈퍼경영 의식과 능력이 있는 분들입니다. 우리 광고회사가 꼭 번영하리라고 믿습니다.”
해연은 서경리를 보고 너무나도 놀라 막 소리를 지를 번했다. 향월의 애인, 색마 같은 서경리가 광고회사 부총경리로 오지 않았겠는가.
(어쩜 저 바람둥이 여기까지 왔어?)
서일철 경리는 모든 사람들 앞인지라 해연한테 그저 눈인사를 찔끔 보냈다.
해연은 핼끗 곁눈질하며 눈인사를 받아주었다.
승호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광고부문에서 낯짝을 내민 적도 없는 사람들을 하루 사이에 장기쪽처럼 마구 쥐여놓은 인사변동이였다. 더구나 원쑤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허경옥이 부총경리 겸 출납으로 오지 않았겠는가. 진짜 울지도 웃지도 못할 일이였다.
(어떻게 고양이와 쥐가 머리를 맞대고 일할가?)
승호는 눈 앞이 캄캄해나고 머리에서 윙- 소리났다.
허경옥은 쌀쌀한 눈길로 승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승호는 회의고 뭐고 훌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
굉팔이 불러세웠다.
“승호, 아직 회의 끝나지 않았어.”
승호는 마지못해 제자리에 물앉았다.
굉팔은 자리에서 우쭐 일어나더니 우멍눈을 희번뜩거리며 승호를 내리쓸어보며 실돌피 같은 가는 목에 지렁이 같은 피줄을 세우며 선포했다.
“광고사업의 수요에 의해 리승호의 부총경리직을 해임한다.”
순간, 승호는 쓴 외를 씹은 표정을 지었다.
성호는 참지 못해 질문했다.
“무슨 리유로 승호를 해임합니까?”
굉팔은 개를 잡은 포수처럼 어깨까지 으쓱해 장황히 늘여놓았다.
“언감 상부의 결정에 떠들어?”
성호는 승호가 말리는 것도 계속 떠들었다.
“아니, 그래 아무런 리유도 없이 부총경리를 마구 해임하는 것이 옳습니까?”
굉팔은 불찌 튕기는 우멍눈으로 성호와 승호를 번갈아 쏘아보았다.
“좋아. 똑똑히 말해주지. 승호는 해마다 광고임무를 완수하지 못했고 회사 직원들의 단결을 파괴하고 무리를 지어 총경리를 공격했다. 국에서는 광고사업과 단결을 위해 리승호의 부총경리직을 해임했다. 됐나?”
성호가 또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옆에서 승호가 무릎으로 성호의 다리를 툭 쳤다.
“오늘 점심에 서경리와 허경리 환영파티를 열겠소. 누구나 빠지지 마오.”
승호는 코방귀를 뀌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와버렸다.
굉팔은 뒤에서 두덜거렸다.
“죄꼬만 새끼들, 쫓아내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줄 알아. 이제 떠들어대면  진짜 쫓기울줄 알어. 흥!”
승호가 몸을 홱 돌리자 성호가 팔을 잡아챘다.
“가만놔둬라.”
그들 둘은 답답해 선화식당에 가서 조용히 마주 앉았다.
“굉팔을 놔둬선 안되겠다. 점점 못하는 짓이 없구나.”
승호가 성호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먼저 입을 뗐다.
성호는 잔을 들어 성호의 잔과 부딪치면서 맞장구를 쳤다.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손을 쓰니? 괜히 풀을 건드려 뱀을 놀리우겠다. 꾹 참고 있자. 언젠가는 누군가 굉팔의 정수리에 화로불을 올려놓을 거야.”
승호는 독한 술로 답답한 가슴을 지져대며 불만을 토로했다.
“굉팔은 오청룡와 짜고들어서 너와 날 몰아내려는 거야. 허경옥을 데려다 내 자리에 앉히고 마음대로 해먹을 궁리 아니고 뭐냐?”
성호도 맞장구를 쳤다.
“백화상점 광고를 빼앗으려는 씨꺼먼 속셈이 아니고 뭐냐?”
이때 문을 똑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성호가 내다보니 생각 밖으로 해연이 오지 않았겠는가.
해연이 들어오자 성호와 승호는 하던 말을 그만두었다.
성호가 어색한 분위기를 깼다.
“아니, 해연이, 어째 저쪽에 가지 않았소?”
해연은 성호를 째려보며 말을 받았다.
“거길 갔다가 꼬락서니 보기 싫어 나와버렸소. 어째 환영하지 않소?”
승호도 발라맞췄다.
“아니, 환영하지.”
해연은 성호와 승호의 잔에 술을 따라놓고 잔을 들었다.
“여긴 당신들의 로거점이란 걸 진작 알고 있었죠.”
성호는 승호와 눈을 마주치며 그저 빙그레 웃었다. 그들은 해연이 진의인지 의심했다.
해연은 잔을 높이 들었다.
“자, 우리 함께 단합해 리굉팔을 몰아내기요. 그 길만이 살길이요.”
승호가 잔을 내려놓고 한마디 물었다.
“전번에 굉팔을 고발했댔소?”
“맞아요. 제가 그 놈을 공금람용죄, 회뢰죄로 고발했어요.”
승호는 성호와 눈을 마주치고나서 잔을 들어 해연한테 권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잔 들기요.”
그들 셋은 통쾌하게 한잔씩 굽을 냈다.
해연은 서너순배 돌자 얼근해서 승호와 성호의 얼굴에 돌아가면서 손삿대질했다.
“너희들도 하늘을 떠인 사내들이냐? 그저 굉팔한테 당하기만 하고 찍소리 한마디 못쳐? 참 답답하다, 답답해.”
그녀는 종주먹으로 가슴을 쾅쾅 쳐댔다.
“광고회사 공금을 7만원씩이나 손님접대비로 람용하고 오국장한테 장식비로 5만원이나 가져다준 것도 그저 엄중경고란다. 말이 되오?”
성호는 해연을 말렸다.
“됐소. 취했구만.”
그는 술잔마다 술을 따랐다.
“이 잔으로 끝내자.”
그들 둘이 한잔씩 쭉 마시고 일어나려고 할 때였다.
해연이 머리를 쳐들었다.
“내 말 좀 들으면 안돼?”
성호와 승호는 해연을 내려다보았다.
“서경리를 우리 사람으로 만들 수 있어.”
성호와 승호는 서로 눈길을 마주쳤다.
해연은 뒤말을 이었다.
“그 자를 얼려서 굉팔의 뒤를 얼마든지 파낼 수 있을 거야.”
성호는 해연을 부축해 일궈세우고 정색했다.
“서경리는 숱한 녀성을 유린한 색마야. 우린 그런 색마와 단짝이 될 필요없어.”
해연은 성호의 목을 끌어안으며 아양을 떨었다.
“지금은 힘을 모을 때야. 서경리를 리용해먹잔 말이야.”
승호와 성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놈아. 난 언제까지나 네 편이야.”
그녀는 얼굴에 뽀뽀를 뽁 해주었다.
성호는 오만상을 찡그리면서 손으로 볼에 묻은 게침을 쓱 닦았다.
“하하하.”
그녀의 해사한 너털웃음소리 속에서 승호는 황금몽이 물 먹은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것을 느겼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8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27 장편소설 황혼 제2권(22) 기구한 운명 김장혁 2024-07-16 0 643
426 장편소설 황혼 제2권 (21) 애인 김장혁 2024-07-15 0 502
425 장편소설 황혼 제2권(20) 구명은인 김장혁 2024-07-15 0 592
424 장편소설 황혼 제1권(19) 류씨네 오누이 김장혁 2024-07-15 0 548
423 장편소설 황혼 제1권(18) 참회의 눈물 김장혁 2024-07-14 0 493
422 장편소설 황혼 제1권(17) 면회 김장혁 2024-07-14 0 587
421 장편소설 황혼 제1권 (16) 일거량득 김장혁 2024-07-14 0 424
420 장편소설 황혼 제1권(15) 쩍하면 수술 김장혁 2024-07-13 0 740
419 장편소설 황혼 제1권(14) 색마의 우멍눈 김장혁 2024-07-13 0 688
418 장편소설 황혼제1권(13) 의심병 김장혁 2024-07-13 0 525
417 장편소설 황혼 제1권(12) 조강지처 김장혁 2024-07-13 0 594
416 장편소설 황혼(11) 나포 김장혁 2024-07-12 0 449
415 장편소설 황혼(10) 욕망 김장혁 2024-07-12 0 468
414 장편소설 황혼 제1권 (9) 안락사 김장혁 2024-07-12 0 480
413 장편소설 황혼(8) 무함 김장혁 2024-07-11 0 541
412 장편소설 황혼(7) 악처 김장혁 2024-07-11 0 685
411 장편소설 황혼(6) 미련 김장혁 2024-07-11 0 453
410 장편소설 황혼(5) 꿈인가 생신가? 김장혁 2024-07-10 0 429
409 장편소설 황혼(4) 나영이 김장혁 2024-07-10 0 395
408 장편소설 황혼(3) 한족본처 김장혁 2024-07-09 0 506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