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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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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제주도 며느리 김장혁
2019년 10월 11일 10시 21분  조회:736  추천:0  작성자: 김장혁





                수필
          제주도 며느리
      한국 제주도를 사나흘 유람하면서 아름다운 경치구경도 좋았지만 제주도 한 려행사의 가이드 성아가씨가 들려준 시집살이이야기가 퍽 인상이 깊었다.
성아가씨는 네 며느리가운데서 셋째며느리였다. 그녀는 시부모와 한 층집에서 살면서 슬그머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였다.
그녀는 제주도나 한국 대륙의 사람들 앞에서는 시집 말을 하지 못하고 늘 바다가에 가서 출렁이는 파도에 조약돌을 쥐여뿌리면서 한참 고함치고나면 스트레스가 조금 풀린다고 하였다.
“시어머니, 어떻게 그렇게 할수 있어요? 녜?”
“셋째며느리 뭘 잘 못해서 큰며느리 발바닥 취급해요? 녜?”
그러고도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는 날엔 늘 다시 볼지 말지 한 중국관광객들과 한바탕 시집말을 하고나면 시어머니에게서 받은 스트레스가 풀려 마음이 후련하다고 하였다.
성아가씨는 맏며느리도 아니고 셋째며느리인데 시부모와 한 층집에서 사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제주도의 성읍민속마을을 참관하면서 들을라니 제주도에는 전통적인 미풍량속이 있었다. 어느 아들며느리든지 하나는 시부모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였다. 난생처음 들어 알게 되였다. 옛날부터 이제껏 제주도의 부모와 아들며느리 한 집에서 부엌을 따로 두고 세간살이도 따로 하여왔다고 한다. 그리하여 아들며느리가 옆에서 조석으로 부모를 돌봐드릴수 있고 세간살이도 따로 하니까 상대적으로 독립된 가정과 같아 아들며느리에게도 아주 편리하였다. 누가 부모를 모시는가는 아들며느리와 토론도 없이 부모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고 하였다. 제주도의 그 미풍량속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어 제주도의 아들며느리들은 대부분 시부모를 모시고 한 집에서 산다고 하였다.
보통키에 꽤 예쁘장하게 생긴 성아가씨는 셋째며느리였지만 마음씨가 좋은데다가 가이드를 하면서 돈을 꽤나 버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제주도의 풍속대로 시부모의 선택을 받아 시부모를 모시고 살게 되였다.
생활의 편리를 위하여 성아가씨네는 2층에서 살고 시부모는 1층에 모시였다. 성아가씨가 가이드를 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밤중에라도 꼭 1층에 들려서 시부모에게 인사하고 선물을  드리고서야 2층 자기 집으로 올라가군 하였다. 그녀는 처음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다나니 시부모에게 선물만 챙겨주고 자기네가 먹을 것만 들고 2층에 있는 자기 집으로 올라갈 때도 있었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주는 선물을 받아 챙기고서도 자기들이 먹을 것만 사왔다고 노여워하기가 일쑤였다.
어떤 때 시어머니는 마루바닥에 나앉아있다가도 “셋째며느리, 저쪽손에 든 건 뭐냐?” 하고 물으면서 시부모들의 몫을 사오지 않았다고 훈계하기도 한다는 것이였다.
그리하여 그녀는 어데를 갔다오면 뭐나 꼭꼭 두몫을 사서 들고 집으로 가는 것이 이젠 습관되였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명절에 어느 며느리가 무엇을 가져왔는가고 눈박아 보군 한단다. 그래도 옆에서 모시는 셋째며느리가 더 고생을 하였건만 시누이나 다른 며느리들이 어쩌다가 놀러 오면서 옷견지나 돈 몇십만원(한화)을 가져오면 시어머니는 그것을 크다고 혀를 끌끌 찬단다. 그럴 때면 성아가씨는 열이 욱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였다. 그리하여 일본 도꾜에서 온 맏시누이와 섧은 말을 하였단다. 맏시누이는 셋째올케를 위안하면서 어머니에게 그러지 말라고 귀띰해주었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맏시누이가 귀띰해주는 말을 들은 후부터는 극력 네 며느리들을 똑같이 대하느라고 여간 신경쓰지 않았다고 하였다. 외지에 관광하러 갔다가도 네 며느리와 두 시누이에게 똑 같은 선물을 사다가 준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며느리 넷은 누구를 더 좋은 걸 주는가고 여겨보다가도 똑같은 선물을 받고서는 서로 마주 보면서 폭소를 터뜨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뿐이 아니였다. 시부모는 그래도 네 아들며느리 가운데서 셋째아들과 며느리가 제일 믿음직하기에 함께 살자고 한것 같다고 하였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에 대한 믿음으로 해 영광을 느끼면서 스스로 위안해야 하였다.
그런데 한번은 시아버지가 중풍에 걸려 일신을 쓸 수  없게 되여 병원으로 모셔가야 하였다. 그런데 시아버지는 셋째아들과 며느리를 옆에 두고서도 다른 세 아들과 며느리를 다 불러 왔다.
(이번에 누구 등에 업혀 승용차에 앉는가 보자. 의례 제일 믿는 우리 신랑의 잔등에 업혀 나가야지.)
성아가씨는 속으로 이렇게 궁리하면서 시아버지 거동을 살폈다. 아들들은 서로 자기한테 업히우라면서 잔등을 들이댔다. 그런데 시아버지는 잘 말을 듣지 않는 손으로 맏아들을 손짓하여 불러 업히워 나갔다.
그러자 시아버지 마음 속에는 그래도 맏아들을 믿는다는 서운한 감이 별스레 들더라는가!
하여간 성아가씨는 제주도 제일 남쪽 천지연폭포를 구경하고 제주도 제일 북쪽에 있는 룡두암에까지 달리는 길에서 뻐스에서 한식경이나 시집 말을 하였다.
나는 눈을 감고 성아가씨의 말을 들으면서 제주도의 미풍량속이 무너지는 것을 마음이 아프게 느꼈다. 뭐나 변증법적인 통일인가 봐! 아들며느리와 함께 한 아빠트에서 살기에 부모는 편리하지만 며느리는 몇갑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닌가! 한 구들도 아니고 1, 2층에 나뉘여 부엌이 따로 있고 세간살이도 따로 하건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만약 한 집에서 부모와 함께 산다면 어떨가? 실로 생각만 해도 기막힌다.
옛날 한 구들에서 팔촌이 함께 살았다는 우리 민족의 전통은 깨여진지도 오랜 옛말로 됐다. 이젠 한 구들에서 부모와 자식마저 함께 살지 못하게 되였다. 제주도의 며느리들은 대륙의 며느리들을 아주 부러워한다고 하였다. 그것은 대륙의 며느리들은 부모와 함께 살지 않고 남편들도 아주 살갑게 대해주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반면에 삼다도(돌과 바람, 녀자가 많은 섬) 제주도에서는 녀자(며느리)가 벌어서 남편을 먹여살리는 페단이 많다고 한다. 해녀들은 일흔이 넘도록 잠수복을 입고 바다물 밑에 들어가 굴조개도 건지고 해삼도 건져내 팔아서 온집식구들을 먹여살린다고 한다. 제주도 며느리 성아가씨도 날마다 가이드를 하면서 동분서주한다고 하였다. 그러기에 제주도의 남편들은 안해가 대륙의 남자들에게 유혹될가봐 혼자 대륙으로 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아뿔싸! 이젠 부모와 자식이 한 룡마루 아래에서 사는 제주도의 오랜 전통미풍량속마저 지키내기 어렵게 되였구나.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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