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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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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36)
2019년 09월 21일 10시 53분  조회:121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66. 실련의 눈동자
심술이나 부리는듯이 시꺼먼 꿀뚝들에서는 시꺼먼 연기가 뭉게뭉게 괴여올랐다. 연기가 안개처럼 자오록이 낀 시내는 앞을 분간하기조차 어려울 지경으로 몽롱한 세상이였다.
성호는 연기 자오록한 시내를 내다보며 연화의 불운한 처지를 생각하니 불쌍하기 그지없었고 한숨이 땅이 꺼지게 나갔다. 연화를 눈물로 세월을 보내게 한 사내들을 한바탕 패주고도 싶었다.
동정심이 많은 성호는 연화로 하여금 실련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때때로  사먹이면서 친구해주었다. 나중에 정희가 연화한테 돈깨나 번다는 공장장 로총각을 소개해주어 결혼까지 성사시켜주었다.
연화는 결혼한 후 몇해 동안 련락이 딱 끊어졌다.
(무소식이면 희소식이지. 이젠 시름놓았어.)
성호는 속으로 못내 축복해주었다.
어느날 밤에 갑자기 연화한테서 전화가 왔다.
“리선생님, 안녕하세요? 엄선생도 잘 계시죠?”
“오, 그래. 엄선생 본가집에 가고 없어. 웬 일이요?”
“선생님, 전 막 죽고 파요.”
“또, 또. 무슨 일이요?”
성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더니 텔레비죤을 꺼버리고 전화를 도정신해 들었다.
“선생님, 부끄러운 일이지만요. 제 나그네 남자구실 못해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요? 아들까지 보지 않았소?”
“애야 두루 생길수 있지만요. 진짜 살기 애나요. 이제 3십대 중반인데요. 근본 제 구실을 못해요. ”
“아니, 그럼 병원에 가서 약을 써야지.”
성호는 연화의 팔자가 가슴아팠다.
“병원에 적게 갔는가 해요? 그간 나그네 고개 숙인 기를 살려주려고 모든 노력을 다했어요. 이젠 실망했어요. 나그네도 절망에 빠져서 리혼하고 새 출발을 하라고 해요.”
동정심이 많은 성호는 연화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답답해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선생님, 저의 집으로 올래요?”
“이 밤중에?”
“제가 목을 매 죽으면 시신이라도 걷어주세요.”
“잠간! 전화 놓지 말고 계속 내 말 듣소.”
성호는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들고 대화하면서 문 밖을 뛰쳐나갔다.
“연화, 죽을 용기가 있으면 왜 살 용기는 없소?”
“감사해요. 저도 괴로우나 서러우나 억지로 참으면서 살아보려고 무등 애를 썼어요. 이젠 세상 사내들 다 보기도 싫어졌어요.”
“연화, 멍청한 소릴 작작 하오. 이 세상엔 착한 남자들 많고도 많소. 절대 짧은  생각을 하지 마오. 곧 갈게.”
성호는 층계를 다 내려가자 황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쏜살같이 연화네 집으로  달려갔다.
성호는 4층까지 무슨 정신으로 올라갔는지 몰랐다. 문을 조용히 두드리자 이윽고 문이 열렸다.
연화는 목석처럼 우두커니 서있었다.
갑자기 그녀는 성호를 와락 끌어안고 쓰러져버렸다.
“연화, 짧은 생각을 하지 마오. 웬 일이요?”
연화가 무슨 독약이라도 먹지 않았는가 해 훌쩍 안고 침대에 가져다 눕혀놓았다.
“뭘 마시진 않았지?”
성호는 정신을 잃은 연화의 얼굴을 손으로 탁탁 쳐놓으면서 소리쳤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야, 이 멍청아, 나그네 구실 못하면 약을 써줘야지. 자살이라니? 무슨 일이냐?’
성호는 넉두리를 하면서 황급히 손으로 연화의 입을 벌렸다. 식지를 입 안에 쑥 밀어넣었다가 타액을 묻혀 자기 입에 넣어보았다.
씁쓸한 독약이 있는가 우둔하게 맛을 보았지만 쓰거운 맛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시름이 놓이지 않아 주방에 가서 바가지로 물을 퍼왔다. 그는 연화를 안아일으키고 물을 입에 부어넣었다.
연화가 물을 꼴딱꼴딱 받아 넘겼다.
“넘기지 말고 뱉소.”
드디여 연화는 왝왝 토해냈다.
성호는 바가지 물을 손에 담아 얼굴에도 마구 쳐댔다.
연화가 뜨거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천천히 떴다.
“미안해요, 선생님. 사랑해요.”
그녀는 천천히, 그러나 너무나도 분명히 또박또빡 말하였다.
“전 이 세상 남자들이 다 싫어요. 이젠 이 더러운 세상이 염오스러워요. 이제껏 진심으로 아껴준 선생님의 착한 마음 고마워요. 아니, 선생님에 대한 첫사랑을 간직하고 이제까지 살아왔어요. 이젠 더 지탱할 수 없어요. 선생님께 보답해주지 못해 미안해요.”
성호는 연화를 안아 앉히면서 어린애 달래 듯했다.
“연화, 제발 짧은 생각을 하지 마오.”
“유일한 희망은 선생님인데요.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게 뭔가요? 그저 편지로 병문안 밖에 더 할 수 있는가요? 선생님을 무지무지 사랑하는데요. 선생님은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첫사랑인데요.”
연화는 몸을 일으켜 바로 앉더니 두 손으로 성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선생님의 사랑을 가지지 못할바에야 살아서 뭘 해요?”
“바보 같은 소릴 작작 해. 난 마흔고개를 넘어선 유부남이야.”
“사랑은 나이에 있는게 아니죠. 지적인 사랑이 행복하죠. 착한 마음을 가진 사내 가슴이 제일 따뜻해요.”
그녀는 끝나지 않았다.
“선생님을 믿어요. 외로워요. 죽고파요. 절 살려 주세요.”
성호는 뒤로 물러앉았다. 련화의 불찌가 튕기는 듯한 눈동자가 두려웠다.
연화는 성호를 와락 끌어안고 뒤로 훌렁 들어누웠다.
“이러지 마오. 난 연화 선생이란 말이요.”
성호는 스승의 존엄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다 써서 련화를 떼버리려고 애썼다.
연화의 단말마적인 발악이라고 할가?
미친 듯한 손놀림, 손에 닿는 탄력있고 풍만한 가슴, 뜨거운 키스벼락…
성호는 점점 무기력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맥을 풀며 스르르 쓰러지는 순간 놀랍게도 연화가 벌떡 일어나 성호의 몸을 덮어버렸다.
성호는 느껴본 적이 없는 흥분과 격정을 느껴갔다. 그는 절망에 빠진 연화를 말리기 힘들었다.
스승의 존엄이 산산히 부서지려는 순간 성호는 기적처럼 벌떡 일어나며 연화를 훌 밀어냈다.
“안돼! 절대 안돼!”
성호는 대낮같이 환한 전등불빛 아래 어깨를 들먹이는 연화의 절망에 빠진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불륜행위까지 도울 순 없소.”
그는 신발을 주섬주섬 주어 신었다.
“꼭 남편을 잘 보신시키오. 그게 가정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요.”
“픽! 지옥 같은 이 가정을 지켜 뭘 해요? 밤이 너무나도 길고 두려워요.”
연화는 현관까지 쫓아나와 자물쇠를 절컥 잠그더니 성호의 팔에 매달리며 애원했다.
“살려줘요. 둘 다 리혼하고 재혼하자요. 알아요, 선생님이 절 사랑하고 있다는 걸. 엄선생은 선생님의 대가 끊어져도 아들애를 낳아주려고 하지 않고 뭔가요? 아들 하나뿐이겠어요? 둘이라도 낳아드릴게요. 효성을 다해 선생님의 부모를 모실게요.”
성호는 악몽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는 아무런 맘설임도 없이 연화의 손을 치우고 자물쇠를 절컥 열고 나와버렸다. 어쩌면 연화가 파놓은 함정 같은 감도 들었다.
그렇긴 했다. 만약 연화가 자살이라도 했다면 집 안에 들어간 성호는 살인사건의 제1피의자로 되고 말 것이 아닌가.
(최악의 올가미로 나를 자기한테 올가매놓으려 해선 안되지.)
 순간 연화가 너무 무서워졌다.
집 안에서 연화의 울음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도 남잔가요? 어쩜 부처님 상을 해요. 선생님은 꼭 후회할 거예요.”
성호는 아무런 미련도 없이 층계를 탕탕탕 내려왔다.
그때 아래층계로부터 키가 작달막하고 똥똥하게 생긴 사내가 남자애를 업고 올라오다가 이상한 눈길을 보냈다. 연화의 공장장 남편 같았다.
성호는 미안한 감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좁은 생각을 한 연화를 구한 것으로 해 당당했다.
한편, 층계를 내려오면서 남편구실을 못하는 그 나그네한테마저 동정이 갔다.
(절대 남의 집에 불이 난 틈에 기여들어 남의 안해마저 훔치는 도적놈으로 될 수 없어.)
그는 희미한 가로등이 줄느런히 걸린 큰 길에 들어서자 핸드폰을 꺼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연화, 미안해.
충고 한마디 하기요. 절대 스승으로서의 내 착한 마음과 동정심을 오해하지 마오. 누구에게나 다 잊지 못할 첫사랑이 있소. 그러나 성공하지 못한 첫사랑은 추억의 마음 속의 창고에 깊이깊이 소중하게 간직해두는 것이 나을 거요. 더 매력적이고 여운이 있소. 그런 첫사랑은 귀중한 빛을 영원히 발산할 거요.
누구나 다 첫사랑을 잊지 못해 구구히 찾아가 첫사랑을 불태우려고 한다면 순박한 사제간의 사랑에 무덤을 파는 거나 다름없잖소? 첫사랑의 금빛 금자탑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매력도 없는 재무지로 변할 거요.
연화, 약을 써봐서 안되면 그 공장장나그네와 리혼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오. 그러나 절대 이젠 날 찾지 마오. 난 성적인 문제마저 도와줄 순 없소. 우리 두 가정에, 량심에 미안한 일을 할 수 없소. 나는 절대 서문경과 같은 불의한 감정도적놈이 되지 않겠소.
부디 완강한 의력으로 모든 역경을 이기고 행복하길 바라오.
 
연화는 핸드폰을 속치마 밑에 감춰가지고 불청객 나그네 눈을 피해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녀는 절망에 빠진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그 문자를 보고 또 보다가 핸드폰을 얼굴에 대고 비비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구실을 대지 말아요. 언제까지라도 잊을 수 없는 첫사랑 당신을 기다릴 거요. 흐흐흑, 흑흑흑.”
성호는 절망에 찬 연화의 눈동자에 슬픔과 절망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이제껏 그 실련의 천진한 눈동자가 삶의 희망과 희열로 빛나게 하려고 무등 애를 썼다. 자기 실련한 과거사를 둘춰내 얘기해주기까지 하면서 새 출발을 하도록 인도해주었다.   광고에 눈코뜰새 없이 보내면서도 친구처럼, 아니, 련인처럼 그녀가 즐겨 먹는 해물점에도 가서 대접하면서 삶의 희열을 느끼게 해주었다. 또 나이트클럽에도 데리고 가서 함께 춤도 추면서 삶의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련화는 실련한 녀제자에 대한 스승의 순박한 사랑에 먹칠을 하려고 허둥대지 않았는가.
심지어 성동반자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녀는 눈길마저 변했다. 이젠 옛날 천진란만한 처녀의 눈동자가 아니다. 예술을 사랑하고 무용수를 동경하던 리상이 있는 처녀의 눈동자가 아니였다.
성호는 고통스러웠다. 자기가 그렇게 아끼던 녀제자의 기구한 운명이 안타까웠다. 그렇게 옳은 삶의 길로 나가도록 위안해주고 보듬어주고 인도하던 스승을 뭐로 만들려고 하는가?
성호는 연화가 변질돼가는 것 같아 가슴을 저며내는듯이 아파났다.
(어떻게 하면 연화를 옳바른 길에 들어서서 행복하게 살게 할 수 있을가?)
그때 핸드폰에 메시지 오는 소리가 들렸다.
성호는 연화의 메시지라는 것을 짐작하고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이윽하여 혹시 또 자살소동을 일으킬가 봐 마지못해 열어보았다..
 
리성호, 선생님은 위선자예요. 스승이란 허울을 벗어버리세요. 그래, 성호는 칠정 륙욕도 없는 목석인가요? 허수아빈가요? 어쩜 입 안에 들어간 고기마저 뱉어버릴 수 있는가요? 당신도 남자인가요? 혹시 우리 집 공장장처럼 남자 구실을 하지 못하는 병신은 아닌지요?
 
성호는 그 메시지를 보고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뒤이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오해하지 마오. 나는 실습교원으로서 실련에 빠진 녀학생을 구했을뿐이요., 환자나그네를 만나 절망에 빠진 채 자살까지 하려는 한 녀인을 구하려는 스승의 의무를 했을뿐이요. 아니, 최저한도의 인도주의 책임을 다했을뿐이오. 나한텐 아무런 미련도 가지지 마오. 새로운 상처를 입을가봐 근심되오. 하루속히 절망과 기로에서 헤매지 말고 참다운 인간으로 돼 새 삶을 살 것을 간절히 바라오.
 
연화한테서 인차 메시지가 날아왔다.
 
이미 새 상처를 주었는데요. 한 녀인이 마음 속에 깊은 상처를 받고 절망에 빠졌는데요. 건져주지도 않고 치료도 해주지 않는 그런 몰인정한 인간도 있는가요?
 
성호는 인차 메시지를 보냈다.
 
인간은 육체적인 사랑보다 정신적인 사랑이 더 고상하다고 보오. 육체적인 사랑은 동물적인 본능에 지나지 않는 저급적인 사랑이오. 딱 육체로 교제해야 사랑이라고 보오? 어떤 사랑은 천리만리 떨어져 있어 한평생 몇번 만나지도 못했지만 시간과 공간을 뛰여넘어 영원한 사랑도 있소.
 
호호호.
물론 정신적인 사랑으로 끝날 수도 있어요. 육체적인 사랑은 정신적사랑의 고조이며 승화라는 걸 몰라요? 온몸이 바르르 떨리고 허공에 붕 뜨는 감을 느끼고 미칠듯이 황홀한 육체적인 사랑을 떠나 영원한 정신적사랑을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유치한가요
제가 어디 세살짜리 소녀인가요?
 
연화와 더 할 말이 없구만. 나는 정희와의 순결한 사랑에 먹칠하고 싶지 않소. 또 신성한 교원의 얼굴에 먹칠까지 하면서 그런 “저급적인 사랑에 빠질 수 없소. 더우기  행복한 가정을 깨면서까지 연화와 저급적인 취미에서 놀아날 수 없소.
 
성호는 숱한 남자들을 지내본 한 녀인을, 정조가 풀린 기구한 운명을 가진 연화를 더는 동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최저한도로 가정을 지키고 스승의 존엄을 지켜야 했다. 연화의 신성하고 참된 사랑을 위해, 앞날의 행복을 위해서는 그렇게 무정하게 해야만 했다.
 
연화의 문자메시지는 끝이 없었다.
 
리선생은 진짜 다채로운 현시대 리몽룡이군요. 누가 리선생한테 기념비를 세워줄 거 같애요?
현시대 바보!
 
“아니, 이건 정희 메시지가 아닌가?”
 
잘했어요, 한나 아버지. 진짜 내 랑군답군요. 정조관념이 산산히 깨지고 저급취미에서 놀아나는 녀자를 동절할 게 없어요. 여기저기 쓸데 없는 동정과 인정을 쏟아버릴 게 있나요? 그 정력이면 부모한테 효성을 더 하고 처자들을 더 생각해주겠어요. 그런 녀자들과는 무정하게 관계를 끊어야 해요.
 
성호는 뒤잔등에 식은 땀이 쪽 돋았다.
(정희가 어떻게 우리 주고받은 메시지를 다 보았단 말인가?)
이윽고 정희의 파랗게 질린 외씨얼굴 뒤에 첨단통신기술을 연구하는 가시아버지 엄숙한 얼굴이 서서히 겹치면서 떠올랐다.
성호는 무릎을 탁 쳤다.
“아차!”
그는 온몸에 소름이 쪽 끼쳤다.
(장인님, 그대의 감시대상은 제가 아니라 깡패들인데요. 이젠 그 첨단도청기술을 공안기관에 넘길 때도 된 것 같군요.)
성호는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더니 과하기술이 폭발하는 현시대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그가 집으로 돌아와보니 정희가 쏘파에 앉아 텔레비죤을 보고 있었다.
“랑군님 오셨군요.”
정희는 전에없이 현관까지 마중 나와 포옹하며 뽀뽀까지 뽁뽁 해주었다.
성호는 정희를 밀어놓으며 침실로 들어갔다.
“당신, 정말 장해요.”
성호는 정희가 아양을 떨면 떨수록 역겨워 코웃음치며 침대에 털렁 들어누웠다.
정희는 성호의 곁에 나란히 누워 목을 끌어안고 다정하게 말했다.
“이젠 모든 짐을 다 벗어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우리 가정이나 잘 꾸리자요. 부모께 효성을 다하고 한나를 잘 키우면서 잘 살아보자요.”
성호는 정희를 밀어내면서 뿌루퉁한 소리를 했다.
“사람을 그렇게 믿지 못하고서야 어찌 화목하게 살 수 있소? 첨단과학기술까지  동원해 남편을 감시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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