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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버릴줄 알아야 김장혁
2019년 07월 19일 11시 17분  조회:76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수필

            버릴줄 알아야

                                                김장혁
 
 
       나의 안해는 무엇이나 버리기를 좋아하였다. 몇번 입지 않은 옷도 자기에게 조금만 어울리지 않는것 같으면 남에게 훌훌 줘버리는가 하면 가지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쓰레기무지에다 여지없이 버렸다. 쓸만한 가구도 역시 헌것이라고 버림을 당하는 운명을 면할수 없었다.
반면에 나는 뭐나 건사하기를 좋아한다. 어머니를 닮아 그런지 버리기 아까와하고 건사해두군 하였다. 그리하여 우리 부부는 수많은 재미나는 에피쑈드를 낳기도 하였다.
 
        어느날 안해는  내가 쓰는 사무상 의자가 헐었다고 눈에 거슬려 버리려고 하였다. 그러자 나는 쓸만한 것을 왜 버리겠는가 하면서 버리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자 내가 집에 없는 틈을 타서 안해는 아들을 시켜 끝내 내다버리게 하고야 말았다.
 
이전에 나는 없는 재간을 다하여 나무를 대패질하여 부엌틀도 세우고 세멘트로  매질도 하고 자기타일도 붙여 그럴 듯하게 주방가구를 만들어놓았다. 그런데 안해의 마음에 들지 않을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나를 동경성에 있는 막내누나네 집에 가을걷이를 보낸 후 일군을 불러다가 내가 그렇게 정성들여 만든 주방가구를 다 뜯어버리고 몽땅 자기 마음에 들게 다시 만들고 야말았다.
 
이번에 새 집에 이사하면서 또 숱한 가구들이 버림을 당하고 말았다. 나는 쓰던 책장과 사무상, 침대, 쏘파, 밥상만은  꼭 가지고 이사하자고 하였다. 그러나 안해는 고급침대를 내놓고 쓰던 가정기물은 일률로 버리고 가고 새 집에는 몽땅 새 가구를 사놓고 산다고 선포하였다.
 
“아니, 여보, 참대쏘파는 9년전에 2천 1백원이나 주고 산 거구. 책장은 2천 9백원이나 주고 산 거잖소? 왜 쓸만한 걸 가지고 안가오? 저 밥상두 천원 돈을 넘어 주고 산 건데 왜 버리오? 그리구 저 사무상두…”
“여보세요, 낡은 걸 버리지 않구서야 어찌 새 것이 차례질 수 있어요? 다 버리구 갑시다.”
안해는 끝내 자기 주견대로 쓰던 가구를 버리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새 쏘파, 새 밥상을 사다가 새 집에 척척 들여놓았다. 새 집안은 침대를 내놓고는 몽땅 새 가구를 사놓다나니 참말로 황홀하게 눈부실 정도였다. 알른알른하는 새 집에서 사니 나도 새 사람이 된 것 같고 우리 부부도 새 부부로 된 기분에 잠겨 살게 되였다. 그리고 낡은 가구들을 원래 집에 버리고 왔댔는데 세집살이를 하는 젊은 부부들이 쓰게 하고 보니 실로 일거량득이 아닐 수 없었다.
 
안해와는 정반대로 옛날부터 가난하고 어렵게 살아오신 나의 어머님께서는 무엇이나 버리기 아까와하였다. 어머님께서는 쌀독과 물독은 늘 꼴똑꼴똑 채워놓고 살고 가구나 그릇은 낡아도 마스거나 버리지 말고 뺑뺑 돌려놓으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하기에 어머님께서는 무엇이나 집의 물건을 내다 버리는 습관이 없었다. 정말 프팡스 대작가 발자끄의 소설 “고리오령감”에서 나오는 주인공 고리오령감처럼 몇푼어치도 되지 않는 잡동사니들을 온 집안 가득 무져놓았다. 오십년 전에 마반산에서 가져왔다는 매돌로, 어머님께서 시집오실 때 외할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농궤와 나무함지로… 몇십년씩 묵은 골동품을 다 보관하면서 92년세월을 살아오셨다. 물론 그 골동품들에는 지나간 이야기와 추억이 깃들어 있어 돈으로 헤아릴 수 없이 어머님께는 아주 귀중하다는 것은 조금 리해된다. 그런 골동품쯤은 그래도 건사가치가 조금 있다고 하자. 그러나 지금 어머님의 방에 들어가보면 그 좋은 옷궤와 침대궤를 두고서도 침대 옆에 크고 작은 종이상자에 옷견지를 가득 넣어 무져놓으신 것을 볼 수 있다. 또 여기저기에서 나무꼬챙이마저 주어다가 깎아서 무엇에 쓰려는지 여기저기 주룽주룽 걸어놓으셨다. 어머님의 방은 참말로 페품상점을 방불케 하였다. 쓰레기무지에 내다버려도 주어갈 사람이 없는 그런 잡동사니를 무져놓다나니 새 가구를 사다가 놓을 자리마저 없었다. 어머님께서는 그런 종이상자마저 재부로 생각하면서 만족해하시였다.
 
어느 하루 내가 어머님께서 몇해 모으신 잡동사니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버리였다. 어머님께서는 내가 없을 때 아까와 그것들을 하나하나 집으로 되주어들여오셨다. 이렇게 어머님의 소비관념은 일조일석에 고치실 수 없었다.
어느 잡지에서 나는 이런 만화를 본적이 있다. 어떤 나그네가 헌신짝으로 잔등긁개로, 이발 빠진 빗으로, 쓰레바키로, 장대걸레로, 몽당비자루 등을 가득 넣은 커다란 대바구니를 구부정한 허리에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힘겹게 걷는 장면을 그린 만화였다. 그 만화 설명문도 퍽 인상깊었다.
 
“대부분 늙은이들이 잘 살지 못하는 원인은 버릴줄 모르기 때문.”
곰곰히 생각해보면 참말로 철리가 있는 만화였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건사할줄 알아야 할뿐만아니라 낡은 것을 버릴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밑굽이 빠진 항아리처럼 버리기만 하고 건사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정말 안해의 말처럼 낡은것을 버리지 않으면 새것이 생기지 않는다. 낡은 것들을 다 버리지 않으면 새 것을 놓을 자리마저 없게 된다. 낡은 것을 깨끗이 버리면 기분도 홀가분하고 새것을 바꿔 쓰면 그만큼 기분도 새로와지게 된다. 물건과 환경이 새로와지면 사람도 자연히 새로와지게 되며 낡은 것에 대한 만족감과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추구를 하게 되며 분발노력하게 된다.
 
이전에 나는 그 보잘 것 없는 졸작수필이나 소설들을 발표하고 어깨가 으쓱해하였고 아주 정성스레 나의 작품이 발표된 신문과 잡지를 건사하였다. 나는 그런 두부모만한 보잘 것 없는 졸작들에 만족하면서 그럴듯한 새로운 탐구작을 써내지 못하였다. 그러나 요즘 이사하면서 내가 쓴 두부모만한 졸작들이 실린 신문과 잡지들을 들춰보고서야 정말 보잘 것 없는 졸작들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몽땅 버리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나는 그것들을 주머니에 넣어서 고향마을 로인활동실에 가져다 주었다. 고향마을을 떠나 오면서 나는 이제부터 새로운 의식과 시각으로 사회를 관찰하고 문학작품 같은 글을 써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서 많은 생각에 잠기였다.
 
사람은 없는것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낡은 물건을 버리듯이 케케 묵은 사상과 관념, 낡은 의식과 가치관을 말끔히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새 사상과 관념, 새 의식과 가치관을 받아들여 자기를 새 시대에 맞는  새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자질구레한 일을 마음에 넣고 끙끙거리지 말고 머리도 마음도  비우고 바꿀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속세에서 벗어나 굵직굵직한 일을 마음에 담고 해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

                       
                           본 수필은 한국 KBS방송 
2021년 수기우수상을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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