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경기도 안양시에 갔다가 별난 택시 운전수아가씨를 만난 적이 있다.
그날 서울에서 지하철1호선을 타고 안양역에 내리자 폭우가 쏟아져 앞길을 막았다. 나는 7년만에 매형과 누님을 만나려고 그들이 오라고 하는 덕천시장 입구로 가려고 앞뒤를 가릴 새 없이 우산을 들고 묵직한 짐을 끌고 가까이에 있는 택시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안양역 앞에는 그날따라 몽땅 모범택시였다. 나는 그런 것을 가릴 새 없이 한 모범택시 뒤문을 열고 짐을 올려놓고 한국 택시문화를 지켜 점잖게 운전수 옆의 문을 열고 앉으려고 하였다. 보통 보스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 운전수 뒤좌석 오른쪽에 앉고 손님이나 친구, 련인들은 운전수 옆에 앉는 것이 한국 택시문화의 례절이였다.
그런데 내가 앉기 바쁘게 아츠러운 목소리가 울렸다.
“아니, 저 젖은 짐! 보아하니 중국 교포 같구만요.”
그 목소리에는 분명 중국조선족을 멸시하는 감정이 다분하였다. 나는 택시에서 되내려 짐을 좌석에서 바닥에 내리워놓고 다시 택시운전수아가씨 옆에 앉았다.
“중국 교포는 택시에 앉으면 안됩니까?”
“택시에 앉아도 알고 앉으세요. 이건 모범택시예요.”
“모범택시에 앉으면 안돼요?”
“모범택시는 택시료금이 엄청나게 더 비싼걸요. 보통 개인택시 기본료금은 3천원, 모범택시는 4천 500원이예요. 그래도 앉을래요?”
“모범택시료금을 알고 있어요. 아무리 중국조선족이라고 하여도 택시료금도 가지고 다니지 앉는가 합니까? 자, 갑시다, 덕천시장 입구로.”
한국 택시운전수아가씨는 택시를 휭하니 몰았다. 입에서는 계속 뭐라고 도도거렸다.
“중국 교포들 참 살기 어려운 모양이지요? 지하철을 타도 표를 사지 않고 개찰구 란간을 뛰여넘어 도마뱀처럼 빠져나가죠. 돈을 남으려면 모범택시보다 개인택시를 타는게 낫죠.”
나는 이 한국 택시운전수아가씨를 그대로 두고 스쳐지나갈 수 없었다. 중국조선족의 위신을 봐서 반격을 가해야만 하였다.
“아마 운전수아가씨는 중국에 가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예?”
“하긴 요 죄꼬만 안양에서 택시를 몰고 밤낮 뺑뺑 맴돌아치다나니 그 넓은 중국에 가볼 새나 있었겠습니까? 그러니 한다는 말이 전탕 우물 안의 개구리 소리지.”
“아니, 이런 중국 교포 첨 본다니까. 보통 중국 교포들은 더러운 일, 힘든 일, 위험한 일 다 하잖아요? 남에게 당해도 불법체류라고 신고할가 봐 쩔쩔 매면서 찍소리도 못하더구만요. 손님은 큰 소리만 빵빵 치면서 정 별론데요.”
“이보세요. 중국 조선족이라고 너무 업신여기지 마십시오. 난 관광하러 왔지 불법체류하러 온게 아닙니다. 중국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살기 어려운가 합니까? 난 중국에서 편집기자를 하면서 과외로 택시업도 하는 보스입니다. 살기 어려운 편이 아닙니다. 그러나 난 아가씨처럼 잘 산다고, 보스노라고 손님들과 잘난 척하면서 큰소리 쳐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남편이 벌어서 산다던데 이렇게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 택시를 몰고 달아다닌는 걸 보면 아마 운전수아가씨는 퍽 살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전 중국에서 택시업을 해도 운전수를 고용해 몰게 하지 내가 택시를 운전한 적이 없습니다.”
“쳇!”
“여기 한국에서는 소고기 한킬로에 15딸라도 넘지만 중국에서는 10딸라도 안해요. 여기선 소갈비국도 변변히 못 먹지만 우리 중국에선 일반 로동자도 한대야씩 사먹을 수 있습니다. 여기 물가가 비싸기에 실제 생활순준은 중국보다 별로 높은게 없습니다.”
“그런데 왜 중국 교포들이 예 와서 글케 더러운 일을 해요?”
“여기는 로임이 높고 중국은 물가가 낮습니다. 여기 돈을 벌어서 중국에 가서 살면 좋으니까. 여기 와서 더러운 일이고 힘든 일이고 위험한 일이고 다 하는 겁니다. 지금 중국은 눈뜨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살기도 그렇게 어려운게 아니라 풍요롭게 살고 있습니다. 언제 한번 중국에 놀러 오십시요. 웅위로운 백두산도 구경하고 우리 연변에 오면 제가 소갈비국을 한대야 대접하겠습니다.”
그제야 한국 택시운전수아가씨는 아무 말도 없이 잠잠해졌다.
어느덧 덕천시장 입구에 닿았다. 우리 말도 자연히 끝났다. 짐을 들고 택시에서 내리면서 여겨보니 그렇게도 오만하던 한국 택시 운전수아가씨의 표정은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그러나 나는 한국 택시운전수아가씨의 택시가 비 내리는 안양시 덕천시장에서 멀어져갔어도 착잡한 생각을 걷잡을 수 없었다.
살다가 보면 한국 택시아가씨처럼 세상물정을 모르면서도, 자기 본신은 별나지도 않으면서도 개 잡은 포수처럼 우쭐렁거리며 남을 깔보는 그런 인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중국 조선족가운데서 한다하는 문인이 한국 서울에 갔을 때 일이라고 한다.
서울의 한 교수는 그 문인에게 양복 세벌을 가져다주면서 “몇번 입지 않은 양복인데 중국에 가 입으세요.”라고 하면서 주더라는 것이였다.
그 문인은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어 그 자리에서 양복을 되돌려주면서 “우리 중국이 이 지경으로 가난하지는 않습니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서울의 그 교수는 악의적으로 모욕하느라고 그렇게 밤중에 홍두깨 내밀듯이 양복을 주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는 중국 인테리들의 생활형편을 모르고 선의적인 의미에서 주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중국 조선족문인이 양복을 받지 않는다고 어안이 벙벙해하였다는 그 서울 교수의 무지한 모습에서 우리는 뭔가 보이지 않은가! 세상물정도 모르는 사람들의 초라한 모습을 엿볼수 있지 않는가! 서울에서 한다하는 교수가 어쩌면 중국 조선족들의 생활형편을 어진간히 몰랐으면 양복도 없이 사는가 하고 입던 양복을 선물하였을가! 또 입던 양복을 선물한 교수의 품위가 얼마나 낮은가! 그 교수는 중국 조선족문인이 모욕감을 느끼리라는 것을 짐작도 못하였을가!
하긴 우물 안의 개구리가 쳐다본 하늘은 둥글기만 하니까. 한국 택시아가씨나 서울 교수의 색안경을 낀 눈에는 중국 사람들이 모범택시료금도 못내고 양복도 변변히 입지 못하는 가난뱅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들이 자기 견해가 우물 안의 개구리들이 하늘을 쳐다본 편견이라는 것을 아주 모르고 있다. 우물 안에서 조금만 폴짝폴짝 뛰여나오면 높고 푸른 하늘과 꽃구름이 두둥실 뜬 하늘, 그리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돌돌 흐르는 시내물도 볼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우물 안에 앉아서 하늘을 둥글다고 여기듯이 한국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중국 조선족들을 가난뱅이라고 업신여기는 것이 참 가증스럽고 저주롭다.
한국 모범택시 운전수아가씨와 서울 교수를 욕하고나니 가슴이 후련할 대신 우리 주변에도 이런 “우물 안의 개구리”들이 많은 것에 련상이 가자 가슴이 아프다. 중국 조선족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온 동포들을 업신여기지 않았는가! 한 나라 한 지역이라고 하여도 가난한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았는가! 그들에게 사람대접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친척이라도 친척대접을 제대로 하는가!
그보다도 우리 주위에는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자아도취되여 자기만 위대하고 지고무상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없는가! 이런 우물 안의 개구리들은 많고도 많다. 실로 자기절로 자기 머리를 틀어쥐여 억지로 하늘로 끌어올리여 키를 높이려는 페단, 이런 어처구니 없는 페단을 삼가하였으면 좋겠다. 이런 행위는 남을 해치고 자기를 해치는 결과 밖에 있을 수 없다. 여문 곡식일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혹시 이런 말을 하는 내 본인도 우물 안의 개구리일 수도 있고 “50보가 100보를 웃는 격”이 될지도 모르겠다. 옛날부터 “문인은 서로 깔본다.”고 하였지만 남을 존중하는 것이 자기를 존중하는 것이라는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쳐든 머리 보다 숙인 머리가 더 멋질 수도 있다. 항상 개턱처럼 쳐들고 다니는 것만큼 꼴불견이 없다.
한국 모범택시 운전수아가씨나 서울 교수처럼 남을 웃기는 초라한 “우물 안의 개구리”로 되지 말았으면 얼마나 좋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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