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꼬리긴토끼 김장혁 1
아름드리나무숲이 우거진 삼림락원에서 코끼리 대왕이 여러 동물들을 거느리고 화목하게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엄청나게 크고 꼬리 긴 토끼가 삼림락원으로 깡충깡충 뛰여 왔어요.
코끼리 대왕은 길다란 코를 슬슬 만지면서 규례대로 숱한 집식구들 앞에서 새로 온 토끼 신분부터 조사했어요.
“넌 어데서 살던 토끼냐?”
토끼는 앞발을 쳐들고 수다를 떨었어요.
“대왕님, 저를 삼림락원에 받아 주세요. 저는 마음이 착해서 백두산 일대에 소문이 자자한 백설토끼예요. 저는 백설이란 이름처럼 마음이 깨끗하죠.”
“백설토끼?”
“예. 저는 밀림 속에서 이슬맺힌 풀을 뜯어먹고 맑은 샘물을 마셔서 마음이 이슬처럼 깨끗하죠. 보세요. 티없이 깨끗한 저의 마음이 바깥으로 우러나와서 털마저 백설 같고 티없이 깨끗하죠. 마음은 어찌나 새빨간지 눈알마저 빨갛지요. 백두산 일대에선 모두 마음씨 착한 저를 명실에 부합되는 백설토끼라고 칭찬이 자자한데요.”
코끼리 대왕은 토끼의 횡설수설에 귀가 솔깃해졌어요.
“음, 참 그럴 듯하구나.”
이때 호랑이 경찰이 불쑥 백설토끼한테 물었어요.
“네 꼬리는 왜 그렇게 기냐?”
화뜰 놀란 토끼는 긴 꼬리를 사타구니에 끼여 늘어뜨리면서 아양을 떨었어요.
“호호호. 잊으셨나요? 옛날 한 토끼가 어는 강물 속에 꼬리를 넣어 고기를 낚는 척해서 호랑이를 꾀여 강물에 꼬리를 넣게 해 얼어붙게 한 이야기 있잖아요? 그후부터 그 토끼 후손들은 꼬리가 몽땅 짧지요. 그러나 저의 조상의 마음은 호랑이를 속이지 않았지요. 그래서 깨끗한 마음을 가진 우리 조상들은 긴 꼬리를 대대로 물려줄 수 있었죠.”
그 감언리설에 호랑이 경찰도 “오- 그런 판이였구나.” 하고 흰 수염을 슬슬 쓰다듬었어요.
토끼는 신나서 부산을 떨었어요.
“저의 큰 빨쭉귀는 산중 어른들의 말을 특별히 잘 듣지요. 요 오물오물 입은 남의 허물을 절대 하지 않지요. 리간 따위는 한마디도 할줄 몰라요. 하기에 만물의 령장 인간들도 달나라 옥토끼 어쩌구저쩌구 하지 않는가요?”
사냥개가 왕왕 짖어대며 나섰어요.
“대왕님, 저자의 감언리설 소홀히 믿지 마세요. 토끼는 이전에 룡왕도 속이고 거부기 잔등을 타고 룡궁을 벗어났잖아요? 왕왕왕!”
토끼는 눈알이 빨개 반박했어요.
“작작 짖어대라. 남을 헐뜯긴? 물어뜯는 건 너희 사냥개들 큰 흠이야. 흥!”
세상만사에 두 귀가 뻘쭉하고 비리에 도전하면서 왕왕 짖어대는 사냥개는 물러서지 않았어요.
“하나 묻자. 넌 왜 몸통이 그렇게 크냐?”
토끼는 쓴 웃음을 지었어요.
“흥!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개 새끼 가소롭구나.”
코끼리 대왕과 호랑이 경찰 그리고 사냥개의 눈길이 일제히 토끼한테 쏠렸어요.
토끼는 아주 태연자약하게 떠들었어요.
“에이, 너희들은 장백산 아래 토종 토끼만 알았지. 유럽에서 갓 들여온 벨지끄 토끼는 모르는구나?”
“뭐?”
“벨찌끄 토끼?”
모두들 의아해 귀를 도사렸어요.
토끼는 앞으로 나오면서 지껄여댔어요.
“벨지끄 토끼는 특별히 커서 보통 몸무게가 10여킬로그람이나 되는데요. 꼬리도 특별히 길지요.”
모두들 머리를 끄덕였어요.
코끼리 대왕은 파초 같은 귀를 너펄거리더니 길다란 코를 슬슬 매만지면서 령을 내렸어요.
“깨끗한 마음을 헤아려 백설토끼를 삼림락원에 받아들여 창고관리원으로 임명한다.”
“옛, 고마와요. 저한테 창고를 맡기면요. 고기 한점 축나지 않을 거예요.”
백설토끼는 기뻐서 깡충깡충 뛰였어요.
2
이튿날, 백설토끼는 수림 속에서 먹음직한 나무이파리를 보자 깡충깡충 뛰여가 코끼리 대왕을 모셔다 대접했어요. 코끼리 대왕은 백설토끼의 충성심에 흐뭇하였어요.
이때 사냥개가 풀숲에서 코로 냄새를 씩씩 맡으면서 뛰여다녔어요. 백설토끼는 대뜸 빨간 눈에 복수의 불길이 이글거렸어요.
고개를 갸우뚱하던 백설토끼는 구새먹은 통나무 쪽으로 뛰여가 한창 늘어지게 자던 곰을 불러 깨웠어요.
“아흠, 남의 잠을 깨우면서. 참, 웬 일이냐?”
곰이 통나무굴 속에서 어슬렁어슬렁 기여나왔어요.
백설토끼는 곰의 귀에 대고 앞발로 삿대질했어요.
“곰아저씨, 저 놈 사냥개 글쌔 아저씨를 헐뜯지 않겠어요.’
“뭐라고?”
“사슴이랑 잡아먹는 젤 악독한 놈이라고 했어요.”
“뭐? 고 놈 범 무서운줄 모르는 하루강아지 어데 있냐?’
“저기-”
곰은 부리나케 사냥개한테로 덮쳐갔어요. 허나 사냥개가 깨갱거리면서 잔나무숲 속으로 들어가 숨었어요. 곰은 잔나무숲 속으로 들어갈 수 없어 씩씩거렸어요.
시에미 역정에 개 배때를 찬다고 성이 꼭두까지 치민 곰은 사냥개를 놓치고 저쪽에서 풀을 뜯는 꽃사슴한테로 덮쳐갔어요. 곰은 미처 도망치지 못한 사슴을 앞발로 와락 덮쳐 뿌리를 내리누르며 목을 꽉 깨물었어요. 꽃사슴은 짹 소리도 못치고 피를 흘리면서 풀밭에 쓰러졌어요.
노루와 기린 같은 초식동물들은 그 처참한 광경을 보고 곰을 욕했어요.
백설토끼는 노루와 기린한테 다가가 소곤거렸어요.
“기실 곰보다 더 요사하고 괘씸한 건 저 놈 사냥개야. 금방 곰이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하자 잔나무숲 속에 곰을 데리고 가서 개고기보다 스슴고기 더 만만하고 맛있다고 꼬드겼어. 그 바람에 사냥개 대신 애매한 꽃사슴이 목숨을 잃고 말았어.”
“음-참 고약한 놈이구나.”
백설토끼는 간사한 웃음을 지었어요.
사냥개는 불찌가 탁탁 튀는 눈길로 백설토끼를 노려보았어요.
질겁한 백설토끼는 통나무굴 쪽으로 뛰여갔어요.
“곰아저씨, 저기 사냥개 잔나무숲에서 나왔어요.”
“그래? 때마침 고발했다. 고 놈 성가신 사냥개까지 잡아먹어야지. 흐흐흐.”
3
온종일 사냥개를 쫓아다니다가 헛물을 켠 곰은 해가 질녘에야 나무동굴 부근 바위돌 쪽에 돌아왔어요. 바위돌을 들고 허기진 배를 달래려던 곰이 갑자기 고래고래 고함쳤어요.
“아니, 어느 놈이 내 꽃사슴고기를 뭉청 뜯어먹었어?”
호랑이 경찰이 뛰여와 보니 바위돌 밑 흙을 판 자리와 웬 꼬리가 끌리운 자리가 나 있었어요.
사냥개가 뛰여와 씩씩 냄새를 맡더니 왕왕 짖어댔어요.
“분명 저 백설토끼 냄샌데요. 왕왕왕!”
백설토끼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어요.
“아니, 이 엉큼한 사냥개야, 내 마음이 얼마나 깨끗하다고 헐뜯어? 그래 고기도 먹지 않는 내가 훔쳐먹었다면 누가 믿겠느냐?”
그는 코끼리 쪽으로 돌아서더니 대성통곡쳤어요.
“아유- 코끼리 대왕님, 억울해 죽겠어요. 분명 사냥개 저 놈이 훔쳐먹구 나한테 덮어씌우려 해요. 엉엉엉.”
코끼리 대왕은 백설토끼가 만만한 나무이파리와 기름진 풀을 먹게 해준 일을 떠올리자 퉁사발 같은 눈알을 부라렸어요.
“그래, 아무렴 초식동물이 고기를 훔쳤겠느냐? 흥!”
그 코바람에 주먹만큼한 돌멩이가 먼지를 일구면서 쒹- 날려갔어요.
백설토끼가 앞발질하며 사냥개를 욕했어요.
“저 놈 사냥개 리간놓고 밤낮없이 짖어대기에 삼림락원이 조용할 새 없어요. 대왕님, 저 놈 사냥개를 당장 쫓아내세요.”
사냥개도 지려고 하지 않았어요.
“여러분, 그래 바른 말을 하는 제가 잘못했는가요? 나와 곰아저씨도 조 놈이 리간질했죠. 도적은 분명 조 놈이예요.”
곰이 앞발로 백설토끼를 덮치며 피묻은 주둥이로 꽉 물려고 들었어요.
백설토끼는 황급히 코끼리 대왕의 쇠기둥 같은 다리 사이로 깡충깡충 도망쳤어요.
“왜 이래요? 도적도 증거가 있어야 잡는 거죠.”
코끼리 대왕은 어느 말을 들어야 할지 몰라 퉁사발눈을 데룩거리다가 꾹 감고 덤덤히 앉아 있었어요.
그때 호랑이 경찰이 무슨 묘수라도 생각난듯이 코끼리 대왕의 축 늘어진 귀에 대고 뭐라고 쑤근거렸어요.
코끼리 대왕은 퉁사발눈을 번쩍 떴어요.
“그래, 여기 우리 집 식구들 가운덴 도적이 없어. 서로 의심 말고 모두 돌아들 가라구.”
모두들 헤여져갔어요. 백설토끼와 사냥개는 서로 독기어린 눈깔로 쏘아보았어요. 그들의 부딪치는 눈길 사이에서 우뢰가 울고 번개가 번쩍이었어요.
4
삼림락원에 밤장막이 서서히 드리웠어요. 곰은 먹다남은 꽃사슴고기를 바위돌로 꾹 짓눌러놓고 나무굴에 가서 쿨쿨 자기 시작했어요.
한밤중에 사냥개는 어데선가 땅을 긁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어요. 그는 소리나는 쪽 풀숲에 살금살금 다가갔어요.
깜짝이야!
후미진 풀숲 속에 웬 굴이 펑 뚫려 있지 않겠어요. 분명 웬 놈이 바위돌 밑까지 굴을 파고 들어가 번마다 곰의 고기를 훔쳐 먹은 것이 아니고 뭔가요?
사냥개는 통나무굴 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곰을 깨웠어요. 뒤이어 코끼리 대왕과 호랑이 경찰도 불러왔어요.
그들이 바위돌 주위와 굴어귀를 둘러싸고 숨을 죽이고 있을 때였어요. 바위돌 밑에서 까드득까드득 고기를 뜯어먹는 소리가 들렸어요.
“에익, 도적놈!”
곰이 바위돌을 움쩍 들었어요.
와닥닥 놀란 도적놈이 몸을 돌려 굴 속으로 달아나려고 했어요.
“이 놈, 죽어봐!”
곰이 들었던 바위돌을 꽝 메쳤어요. 도적놈은 그만 바위돌에 긴 꼬리를 끼운 채 굴 안으로 들어가려고 바득거렸어요.
호랑이 경찰이 도적놈의 몽뚱이를 콱 밟았어요. 순간 곰이 도적놈의 긴 꼬리를 잡아당겼어요. 굴 속으로 도망치려던 도적놈이 그만 가죽이 쭉 벗겨졌어요.
“아니, 이게? 마음씨 그렇게 깨끗하고 착하다던 백설토끼 가죽이 아닌가?”
호랑이 경찰의 말에 모두들 눈이 휘둥그래졌어요.
코끼리 대왕이 퉁사발눈을 뚝 부릅뜨고 똑똑히 보았어요. 꼬리 긴 토끼는 분명 토끼가죽을 쓴 여우였어요.
사냥개가 짖어댔어요.
“왕왕! 보세요. 이래서 천길 물 속은 알아도 한치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잖았어요. 왕왕왕!”
“에익, 안팎이 다른 교활한 놈! 원레 리간질이나 하구 도적질을 일삼는 간사한 도적놈이였구나!”
성이 꼭두까지 치민 코끼리 대왕은 망돌짝 같은 발굽으로 여우놈의 배때기를 꽝 밟았어요.
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여우 배때끼가 터졌어요. 그 엉큼한 배때기에서 꽃사슴 고기가 왈칵 터져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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