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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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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98)
2018년 04월 20일 11시 16분  조회:1698  추천:0  작성자: 김장혁





                         4.먹장하늘
감때사납게 불어치던 눈보라가 동장군과 함께 물러가 사람들이 좀 기를 펴고 살까 했다. 훈훈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만물이 소생하자 농민들은 또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 상순 서기의 지휘아래 사원들은 부르하통하를 가로 막고 산종을 개간했기에 올해에는 산종에서 난 벼를 찧어 먹으면서 보릿고개도 무난히 넘길 수 있었다. 이제야 살맛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늘에 먹장구름이 뒤덮여 오며 마을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농사꾼들은 하늘을 쳐다보면서 밭으로 나가는데 그 놈의 하늘은 변화가 무쌍하고 심술궂었다.
맑은 하늘에서 불비를 퍼부어 대지를 불태우며 곡식을 시들어 죽게 하다가도 변덕스레 먹장구름을 몰고 와서 일하는 농사꾼들에게 생벼락을 내리치고 우박을 퍼붓고 소낙비를 퍼부었다. 룡호상박에 하늘에서는 번개 번쩍이고 우뢰가 으르릉거리며 요란하게 부산을 떨었다. 룡과 호랑이 모양의 먹장구름은 을씨년스런 하늘에서 아가리를 쫙 벌리고 서로 물고 뜯었다. 상아만큼한 커다란 껌정송곳이를 빼물고 불찌가 탁탁 튕긴다. 불꼬리로 높은 산마루를 툭 쳐 불찌가 튕긴다. 불비가 창대처럼 산과 들에 툭툭 떨어져 불찌가 사처로 튕긴다. 나중에 호랑이 구름이 패해 어디론가 형체도 찾아볼 수 없이 가뭇없이 사라졌다. 룡구름만이 하늘에서 룡트림하며 먹장구름 쪼각 사이를 유유히 날아예면서 패왕노릇을 한다.  
       농사군들은 그저 일방으로 변덕스런 하늘의 룡구름에 당하기만 하면서 하늘과 땅을 원망하며 살아야 했다.
      용트림하는 것 같은 먹장구름이 하늘을 어둠침침하게 뒤덮더니 불용이 불을 뿜어 대지를 번쩍 채찍질 하더니 우레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룡구름은 어느 산마루가 높은 것 같거나 어느 산천초목이 자기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 것 같으면 불채찍을 휘둘러 사정없이 후려쳤다. 천지가 놀라 뒤짚일 지경이였다.
       상순은 반 우파운동에 뒤이어 또 휘몰아쳐 오는 새로운 정치운동의 폭풍을 보고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이른바 "문화대혁명"이 홍수처럼 북경으로부터 전국에 범람하면서 감때사납게 터졌다.
      상순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착오적인 한마디 말 때문에 한 사람에게 한뉘 우파나 현행반혁명이란 엄청나게 큰 모자를 씌워 투쟁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정규상은 당총지 서기 포치대로 당 조직을 도와 군중들에게서 의견을 청취해 당총지에 바치지 않았는가. 그런데 아직도 투쟁하다니? 오옥선은 말을 한마디 잘못했다고 아직도 투쟁해? 그게 ‘병을 치료해 사람을 구하는 것’인가? 이젠 착오를 고치고 새 사람이 될 기회를 줘야 하는데. )
그는 오옥선과 정규상이 불쌍했다. 그러나 무슨 회의에서나 눈을 지긋이 내리감고 남의 말을 듣기만하고  입장을 꽉 찌르고 묵묵히 침묵만 지켰다.
그는 집에 있는 물초롱과 반디를 찾아들고 정규상을 찾아갔다.
규상과 집식구들은 그를 반갑게 인사했다.
정규상 일가는 이 두메산골에 와서 상순 일가를 큰집처럼 믿고 살고 있었다.
“동생, 속이 답답한데 오늘 우리 물고기잡이나 갈까?”
“양?”
정규상은 시내에서 살면서 물고기 잡이를 해본 적이라고는 없었다. 허나 상순이 모처럼 찾아 왔는데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그는 몇걸음 걷지 못하고 주춤 멈춰서더니 먹장구름이 몰려오는 하늘을 쳐다보더니 적이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소낙비가 쏟아질 거 같은데도 가겠소?”
“농촌에서 살면 소낙비를 맞는 것쯤은 예상사요. 어서 비닐박막이나 준비해 가지고 따라 오오.”
정규상은 집에 들어가더니 비닐박막을 들고 나오더니 상순의 손에서 물 초롱을 빼앗아 들고 따라 나섰다.
그들이 태평강을 건너갔을 때였다. 패용천산을 감싸면서 덮쳐들던 먹장구름 속에서 뻘건 불 뱀이 산허리를 번쩍 휘감아 채찍질했다.
꽈르릉!
천지를 진동하는 우레 소리가 울렸다. 패용천산의 천년 이끼 낀 벼랑도 마구 무너질 것만 같이 진동했다. 이윽고 대줄기 같은 소낙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규상은 황급히 비닐박막을 쓰면서 물었다.
“이렇게 소낙비가 쏟아지는데 물고기 있겠소?”
상순은 앞에서 비닐박막을 쓰고 걷다가 뒤돌아보면서 손까지 쳐들며 말했다.
“걱정 마오. 이런 소낙비가 내린 뒤에 흙탕물에 미꾸라지들이 더 많소.”
“오, 그렇구먼.”
정규상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들이 패용천산 앞의 차방까지 갔을 때다. 산기슭을 마구 휩쓸면서 내린 흙탕물이 허벅다리를 넘는 큰 물도랑에 마구 쏟아져 들어왔다.
“어째 비가 끊을 거 같지 않소?”
상순은 여기저기 살피다가 반비를 들고 큰 물도랑 우에 놓은 나무다리를 가리켰다.
“저기 가서 비를 피하기오.”
그들은 바지를 벗어 안고 나무다리 밑으로 들어갔다. 수레도 지나가게 놓은 나무다리 밑은 비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아 좋은 은신처로 됐다.
한참 논과 산비탈을 강타하던 소낙비는 한 시간 후에야 뚝 그쳤다. 먹장구름이 동쪽으로 밀려가자 동쪽하늘에 칠색무지개가 아름답게 걸렸다. 서쪽 하늘이 건뜻 들리더니 활짝 트이면서 밝은 해가 부채살처럼 내리 비췄다.
상순은 소용돌이치면서 다리 밑으로 흘러내리는 흙탕물을 보더니 “빨리 저 다리 아래 골통으로 가기요.”라고 했다.
“양.”
상순은 반디를 들고 둑으로 올라가 큰 물도랑의 골통으로 질척질척 뛰어갔다.
“야, 고기 많소.”
정규상이 뒤따라 가보니 고패를 치는 흙탕물에 미꾸라지들이 마구 뛰노는 것이 보일 지경이었다. 어떤 미꾸라지들은 소용돌이치는 물 옆의 자갈 우에 마구 뛰어나와 구불거리면서 흙탕물 안으로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상순은 아랫목으로 해 반디를 들이대더니 소리쳤다.
“빨리 고기를 쫓소.”
“양.”
정규상은 물 초롱을 들고 흙탕물에 뛰어들어 발로 물을 구르면서 고기를 상순이가 아랫목에 댄 반디 쪽으로 몰아갔다.
상순이가 반디를 들자 미꾸라지랑 버들치랑 미꾸라지랑 한 사발은 들어있었다.
“허허허. 오늘 물고기 탕을 배 터지게 먹게 생겼구먼.”
정규상은 처음 물고기를 잡는지라 희구해 입이 함박만이 벌어졌다.
그들은 한참 흙탕물에서 그렇게 반디를 대고 쫓으면서 반디 질을 해서 물고기를 한 초롱이나 잡았다.
“이만 하면 되지 않았소?”
“무슨 소리를 하오. 더 잡아야 하오.”
상순은 한참 쉬어 달아났던 물고기가 골통 쪽으로 다가오게 했다.
“아차, 초롱이 차서 고기를 어디에 담겠소?”
규상의 말에 상순은 물 초롱의 고기를 들고 둑 저쪽 옥수수 밭에 올라가더니 밭고랑을 손바닥으로 단단히 다져놓고 물고기를 와르르 쏟아놓았다.
“어째 이런 골통에 고기들이 이리 많소?”
규상의 물음에 상순은 반디를 들면서 대답했다.
“대체로 물고기는 골통에서 쏜살같이 쏟아져나오는 소용돌이나 물살이 센 곳에 잘 모이는 거 같소. 특히 오늘과 같이 소낙비가 내린 후 흙탕물에 물고기가 많이 모이오. 아마 물이 흐려서 숨을 쉬기 바빠 물살이 센 곳으로 모이잖소?”
“오- 도리 있소. 물이 흐리면 물에 산소가 결핍하니까.”
그들은 또 한식경이나 반디 질 해 한 초롱을 더 잡았다. 상순은 옥수수 밭고랑에 쏟아놓았던 물고기를 비닐박막에 담아 메고 정규상과 함께 물 초롱의 물고기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상순은 물 초롱에 담았던 물고기를 정규상에게 주고 비닐박막에 담아 멘 물고기를 자기 집으로 가지고 왔다.
정규상의 아들딸들은 처음 숱한 보고 희구해 어쩔 줄 몰라 했다.
한편 집으로 돌아온 상순은 덕돌을 시켜 물고기를 작은 대야에 담아 할아버지를 잡수라고 먼저 가져가게 한 후 성욱과 동림, 순녀한테도 한 사발씩이라도 가져다주게 했다. 동림과 성욱은 물고기를 보고 군침까지 넘기면서 야단쳤다. 하지만 순녀는 구불거리는 거먼 미꾸라지를 보고 상을 찡그렸다.
그날 저녁에 명옥이 풍로 불에 물고기된장국을 보글보글 끓여놓자 상순은 정규상을 불렀다.
정규상은 대대 합작사에 가서 소주 한 근과 사탕과자를 사들고 왔다.
그들 둘은 윗방에서 물고기국을 퍼 후후 불며 마시면서 소주를 들었다. 순간 정규상은 우파 모자를 쓴 스트레스를 다 잊고 물고기국을 맛있게 먹었다.
상순은 술잔을 들더니 “자, 한잔 들기요.”라고 하더니 규상의 잔과 딱 마주치고 쭉 굽을 냈다.
“우리 조개덕에 와서 고생이 많소. 동생이 아니면 우리 마을은 폐 염이 전염돼 몰살했을 거요.”
상순의 말에 정규상은 “형님도 별 말씀을 다 하오.”라고 겸손하게 말하며 물고기국을 후후 불며 맛있게 먹었다.
규상은 술을 별로 마시지 않던 상순이 술을 쭉쭉 마시는 것을 보고 한잔 쭉 냈다.
“폐 염은 수그러들었는데 극산 병이 돌까봐 더 무섭소.”
정규상의 그늘진 얼굴을 바라보며 상순은 “극산 병?” 하고 눈을 치켜떴다.
“양. 극산 병은 무서운 병이오. 별나게 여성들과 애들이 아침에 왈칵왈칵 토하다가도 저녁이면 죽소.”
“뭐라오?.”
규상은 물고기를 떠서 맛있게 먹으면서 말했다.
“이전에 내 돈화현 태평령과 현유공사, 안도현 명월구, 대전자(만보향)에 갔을 때 극산병 환자들을 많이 치료했소. 그때 돈화현에서 몇 백 명이 죽고 안도현 대전자에서도 17명이 죽었소.”
상순은 생선국도 먹을 맛이 없어 숟가락을 내려놓고 공포의 빛이 어린 얼굴로 정규상을 쳐다보았다.
“허나 너무 근심하지 마오. 그때 나는 학생들을 데리고 거점을 잡고 기초조사를 해서 극산 병 근을 밝혀내고 현 방역소 협조를 받아 비타민C와 포도당, 강심제를 혈관 주사해 많은 환자를 구해냈소. 그 후부터 그 곳에서 극산 병으로 죽은 사람은 없소. 옥수수 대를 삶은 달달한 물에는 당분이 많은데 그 물을 먹으면 극산 병이나 폐 염을 예방하는데 아주 좋았소. 면역력이 높아지니까.”
그제야 상순은 한숨을 후 내쉬었다.
바깥에서는 우레가 울고 번개가 번쩍였다. 뒤이어 또 소낙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초가집 추녀 끝 조이 짚대 끝에서 실 폭포수가 줄줄이 쏟아져 내렸다.
“형님, 이럴 때 또 고기 많잖소?”
“그래. 많지. 또 잡기 싶소?”
정규상은 머리를 가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오. 집에 숱한 물고기를 언제 다 먹겠소? 어쩜 그 골통에 물고기가 그렇게 많소?”
상순은 다시 숟가락을 들고 물고기국을 퍼 먹었다.
그때 벽에 간장 물 같은 빗물이 흘러내리고 천정에서 빗물이 새 물고기국에 방울방울 떨어졌다.
“아니, 집에 비가 새는구먼. 형님도 이영을 잇을 게지.”
상순은 대야랑 큰 사기사발이랑 들어다가 여기 저기 벌려 놓아 빗물을 받으면서 대수롭잖게 말했다.
“언제 자기 집 이영을 이을 새 있소? 난 밤낮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을 사원들을 이끌어 배를 곯지 않게 하겠는가고 달아다니기에 집 손질을 할 새 없소.”
정규상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그래도 손질할 건 하고 일해야지. 쯧쯧.”
정규상은 빗물이 새는 천정 여기저기를 쳐다보았다. 꾸불꾸불한 나무대로 중 천정을 댄 여기저기에서 빗물이 새 물 도랑 형 지도를 그리면서 주르르 흐르다가 구들의 여기저기에 벌려 놓은 대야와 사발에 뚝뚝 떨어졌다. 실로 바깥에서 소낙비가 쏟아지면 집안에는 실 폭포수가 쏟아지는 격이었다.
“형님, 할 말인지는 모르겠소만. 아무리 당원은 사심이 없다지만 그래 집 손질도 하지 말아야 하오?”
상순은 세 귀 눈으로 규상을 치켜보았다.
“동생, 누구 앞이라고 그런 말을 하오? 또 우파 모자를 쓰고 싶은가?”
그러나 정규상은 시무룩이 웃었다.
“형님 앞에서야 무슨 말인들 하지 못하겠소?”
“허허허. 사람이. 아직도 덜 혼났구먼.”
상순은 통쾌하게 웃고 나서 속심을 털어놓았다.
“참 답답하오. 정치운동이 끝이 없소. 우파를 한 10년 두드리더니 이번에는 또 뭘 타도하려는지 ‘문화대혁명’을 한다오. 자, 한잔 들어.”
그들은 또 한잔을 통쾌하게 마시고 생선국을 국자로 퍼서 사발채로 굽을 냈다.
“어, 진짜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겠구먼.”
상순의 말에 정규상은 생선국 사발을 내려놓으면서 입귀를 닦았다.
“양. 헌데 심상치 않소. 내 전번에 시내 병원에 돌아가 보니 ‘문화대혁명’이 터져서 온 시내가 발칵 뒤집혔더구먼. ‘정성해 서기를 타도하자’는 대자보가 시내 한판에 나붙고 정성해 서기를 따라 사업하던 간부들마저 수태 잡혀 지하실에 갇힌 채 날마다 고문을 당한다오.”
“양?”
상순은 놀라움과 격분을 금치 못하면서 상을 찡그렸다.
“그분이 우리 지역 건설을 잘하려고 얼마나 고생하신 분이라고. 쳇, 말도 안 돼.”
상순과 정규상은 술맛이 다 떨어져 물러앉아 한숨을 땅이 꺼지게 후 내쉬었다.
상순은 속이 타 담배를 말아 붙이더니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집안에는 담배연기로 꽉 차 매캐한 연기냄새가 코를 찔렀다.
“정 서기는 항일전쟁 때 로 항일투사 아니고 뭐요? 해방전쟁에도 얼마나 뛰어난 지휘관이었소? 그런데 그를 타도한다고? 정말 무슨 혁명인지 모르겠소?”
“말을 주의하오. 나를 보오. 혀끝을 한번 잘못 놀렸다가 한뉘 고생을 하는 거.”
상순은 코 방귀를 “흥” 하고 뀌었다.
“정말 이해되지 않소. 이제 또 내리 내리 다 붙들어 투쟁하겠구먼.”
“양. 돌아가는 정치형세가 심상치 않소. 군분구 지도자 조남기동지는 정성해 서기를 보호했다고 철직당하고 농학원에 가둬 넣고 변소청소나 시켰다오. 정성해 서기를 보호하던 정치문교를 주관하던 김부서기도 반란 파들에게 붙잡혀 갖은 고문을 다 받다가 자살까지 했다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김부서기는 흑룡강성에서 정성해 서기를 따라 여기 나온 분이 아니오?”
“양, 그게 문제로 된다오. 정성해 서기를 따라 흑룡강성에서 나와 제발된 숱한 간부들이 감옥에 들어가고 투쟁 받고 심문을 당한다오. 방송국에 간 김영만 국장도 아무런 죄도 없는데 반란 파들이 지금 그를 투쟁한다오. 김영만 국장은 정성해 서기를 따라 조선민족간부학교 동창생들과 함께 흑룡강성에서 나와 당교 교장을 하다가 방송국 국장으로 제발됐소. 그런데 터무니 없이 민족우파요, 반혁명분자요, 반역자 모자를 씌워놓고 투쟁한다오.”
“말도 안 되오. 조선족간부들을 다 투쟁하는게 ‘문화혁명’이라오? 김부서기하구 김영만 국장이 뭘 잘 못했다오?”
정규상은 비가 새는 천정이 다 날아나게 한숨을 후 길게 내쉬었다.
“참 답답하오. 김 부서기는 반란 파들이 정성해 서기를 나쁜 놈이라고 승인하라고 어찌나 핍박했는지 층집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오. 반란파들은 그를 지하 감방에서 몽둥이로 때리고 코에 고추 물을 쏟아 넣고 손가락에 참대가시를 찌르면서 고문했다오. 그 놈들은 김부서기를 보고 정성해 서기가 나쁘다는 말만 하면 반동분자나 민족우파라는 모자를 벗겨주고 이른바 ‘해방’시키겠다고 얼리고 구슬렸다오. 그러나 김부서기는 끝까지 '정성해 서기는 중국 혁명에 공훈이 큰 훌륭한 조선족지도자'라고 했다오. 반란파들은 김부서기에게 하루만 고려할 시간을 더 주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오. 김부서기는 그날 밤에 감방에서 나와 아픈 다리를 쩔룩쩔룩 끌며 하남다리를 건너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오. 그는 방송국의 김영만 국장네 집을 가만히 찾아가서 울면서 반란 파들의 악독한 행위를 공소했다오. ‘난 절대 정성해 서기를 반동분자라고 말할 수 없소. 내가 살자고 어떻게 당과 인민의 훌륭한 정성해 서기를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이오. 난 절대 양심을 어기고 그렇게 할 수 없소. 김국장, 나와 함께 목숨으로 꼭 정서기를 보호해 싸우기오.’ 그렇게 자기 굳은 결의를 말하고 나간 후 김 부서기는 홍색반란파들이 불을 질러 불길이 활활 불타는 층집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오. 그는 목숨으로 정성해 서기를 보호했고 정의를 지켰다오.”
“야, 불쌍한 지도일군들이오. 어쩜 세월이 이렇게 변했을까? 참 답답하오.”
“군 분대의 조선족책임자 조남기동지와 김영만 국장도 정성해 서기를 보호했다고 투쟁을 받는다오.”
“그 놈 반란파들은 무슨 담이 있어 그런다오?”
“지금 시내에 할빈에서 나온 이 씨란 자가 반란파 두목이라오."
정규상은 허리를 굽히더니 입을 상순의 귀에 가까이 대고 나직이 말했다.
"누구와도 말하지 마오. 그 이씨란 자는 모주석의 조카 모원신이라오. 모원신은 할빈공업대학 출신이라오..."
"오- 그래?"
"양."
정규상은 상순한테 나직이 뭐라고 중얼거리고 나서 뒷말을 이었다.
"그 자가 할빈으로부터 팔에 '홍위병'이란 뻘건 완장을 낀 숱한 학생 반란파들을 데리고 연길에 기어들어 진상을 모르는 청년들로 홍위병이라는 무리를 조직해 가지고 노간부들을 돌아가면서 타도한다오. 백화상점으로부터 아래개방지로 쭉 내려가면서 정성해 서기 이른바 죄상을 적발비판한 대자보와 만화가 다닥다닥 나붙었습데. 이씨는 조남기동지를 보고 기어이 주덕해를 반역자라고 승인하라고 핍박했다오. 그러나 조남기동지는 주덕해동지는 중국 혁명에 공훈이 큰 중국 공산당 훌륭한 혁명간부라고 하면서 정의를 지켜 이씨와 견결히 맞서 싸웠다오. 그래서 조남기동지는 이씨라는 자의 정치피해를 받아 연변군분구 지도자에서 철직당하고 노동개조를 한다오. ”
“이씨가 무슨 놈이기에 할빈에서 와서 우리 이 곳의 문화대혁명을 지휘하오?”
“이씨는 대단한 인물 모주석의 친조카라지 않소. 흥!”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니깐. 우리 이 곳의 모모한 간부들도 다 타도하지.”
“양, 참 답답하오. 후에 모원신은 심양군구 사령원이 되지 않았구 뭐요. 그러니깐 진상을 모르는 청년들은 모주석의 조카 모원신이 하는대로 하는게 혁명이라고 여겨 개 잡은 포수들처럼 우쭐렁거리면서 망종하지.”
그들은 답답한 이야기를 밤중까지 나누면서 생선국 쟁반이 굽이 난 후에야 헤어졌다. 풍로불도 다 죽어 재만 남았다.
상순은 정규상을 바래면서 먹장구름이 몰려오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숱한 반란파들의 주먹에 얻어맞았는지 마을 상공의 먹장구름에 구멍이 펑펑 뚫렸다. 저쪽 패용천산과 칼산 쪽에는 벌써 먹장구름에 뒤덮여 공포의 어둠이 야수들처럼 슬금슬금 기어들어와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한줄기 희망의 빛줄기를 기대하기는 허무맹랑한 먹장구름이 뒤덮인 하늘이 아닌가.
       기막히고 침침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하늘이었다.
           
                            5. 여우파와 지주 아들


      세찬 비바람에 태평강 가의 가는 버드나무들이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면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비탈 밭의 강냉이 대들은 폭풍우와 우박을 맞아 부러지고 담배 잎에 구멍이 펑펑 뚫려 살풍경을 이루었다.
      오옥선은 우파 모자를 쓴 채 “문화대혁명”이란 12급 태풍에 날려 날 까봐 방황하고 있었다.
(이 놈의 정치투쟁은 끝이 없구나. 우파 모자를 벗고 환한 날을 볼 거 같잖아.)
그녀는 몇 번이고 집 외양간에 감춰 둔 장 바를 쥐었다 놓았다 하면서도 부모 앞날이 불쌍하고 나이 아까워 차마 목을 매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한 것은 외동아들을 삼도만 토비숙청에서 잃은 데다 유일한 희망인 딸마저 잃으면 늙은 부모가 어떻게 살겠는가 걱정됐던 것이다.
요즘 옥선은 장충국이 자꾸 지분거려 퍽 귀찮았다.
며칠 전에도 옥선이 지친 몸으로 학교에서 마을로 돌아올 때었다.
충국은 함흥 촌과 조개덕으로 갈라지는 갈림길 어귀 늙은 비술나무 아래에서 사위를 둘러보더니 말을 걸었다.
“오 선생, 오 선생은 우파, 나는 지주 아들. 오 선생은 노처녀, 나는 노총각. 우린 천생배필이오. 어찌 한뉘 노처녀로 늙어?”
충국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이런 거 생각해 보았소?”
“뭘?”
충국은 마흔 고개를 넘은 중년답지 않게 뒷더수기를 긁적이더니 겨우 입을 뗐다.
“미련과 경주를 보오. 떡돌 같은 아들까지 보지 않았소? 지주 딸과 남조선특무 아들이지만 결혼해 얼마나 재미있게 살고 있소? 우리도 결혼하면…”
오옥선은 귀찮아 그의 말을 채 듣지도 않고 자리를 떴다.
“됐소, 됐소. 누가 한뉘 고생하자고 지주 아들하고 살아? 정말 머리 뜨거워도 분수가 있어야지.”
그런데 오늘도 충국이 또 찾아와 올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충국은 여기저기 늙은 비술나무 주위를 맴돌며 살피더니 오옥선의 집 문을 뚝 떼고 들어와 또 그 말을 꺼냈다.
“생각해 보았소?”
허나 오옥선은 단 마디에 딱 잡아뗐다.
“싹 걷어 치워!”
허나 충국은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난 다른 지주 아들들과 달라. 우리 아버지와 난 모두 항일유격대에 쌀을 대준 애국항일투사란 말이다.”
오옥선은 입을 딱 벌렸다.
“그래도 지주 아들은 지주 아들이야. 지주 성분을 고칠 순 없어.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 난 말 한마디 잘 못해 억울하게 모자를 쓴 것뿐이야. 허나 성분만은 깨끗한 빈농이야. 오빠는 해방전쟁 때 삼도만 토비숙청을 할 때 영용히 국민당 반동파와 싸우다가 장렬히 희생된 열사야! 그때 네놈은 국민당의 편에 서서 삼도만 토비 두목으로 되지 않았니?”
충국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때 잘못을 나는 뉘우친다. 계속 공산당이 영도하는 항일유격대 편에 서야 하는데 말이다. 그때 어찌 공산당이 국민당과 싸워 이길 거 알았겠냐?”
“길게 말할게 없다. 절대 지주 아들과 결혼할 수 없어. 더욱이 우리 오빠를 죽인 삼도만 토비와 결혼하지 않는다.”
충국은 섬찍해났다.
사실 충국은 삼도만 토비무리에서 반장을 할 때 한 개 반의 토비들을 데리고 함흥촌 민병들의 정황을 정찰하러 왔다가 일성촌에서 한 가족을 몽땅 살해했던 것이다. 물론 그때 충국은 직접 손을 대지 않았지만 어쨌든 학살을 지휘한 죄악만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일성촌에서는 아직도 충국의 그 죄악을  밝혀내지 못했다.
충국은 아닌 보살을 떨면서 옥선한테 마지막으로 애원했다.
“공산당 정책은 명확하다. 지주 아들도 현재표현을 봐서 지주 아버지와 계선을 나눠 본다고 했다. 제발 우리 둘이 결혼하자.”
충국은 떠나가려는 옥선의 팔을 와락 잡아 끌어당겼다.
“왜 이래?”
옥선은 팔을 팽개치며 꼿꼿한 눈길로 충국을 쏘아보며 욕했다.
“소릴 칠 테다! 오줌을 싸놓고 제 주제를 보고 덤벼들어라!”
충국은 입을 악물고 옥선을 노려보다가 저쪽에서 상순이 삽을 둘러메고 오는 것을 보고맥 없이 팔을 스르르 놓았다.
옥선은 충국을 뿌리치고 학교 쪽으로 뛰어갔다.
충국은 늙은 비술나무 아래에서 닭 쫓던 개 지붕을 쳐다보는 신세로 되고 말았다.
충국은 저 멀리 학교 쪽으로 달아나는 옥선을 멍해 서서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상순은 지나가다가 이상해 충국의 어깨를 툭 쳤다.
“뭘 그렇게 쳐다보는가?”
“어, 허허. 형님.”
충국은 상순을 돌아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옥선을 작작 지껄여.”
“형님은 어째 나를 관심하지 않소?”
“감옥에서 끌어내왔으면 됐지. 그만 관심했는데도 모자라니?”
충국은 눈을 흘겼다.
“형님은 아들딸이 한 구들이나 되지 않소? 허나 나는 이게 뭐요? 쉰 고개를 쳐다볼 때까지 홀아비로 늙는단 말이오.”
“옥선을 건드리지 말라!”
“어째? 지주 아들이라서? 국민당 토비 돼서?”
“옥선은 너와 달라!”
상순은 눈을 똑바로 뜨고 똑똑히 말했다.
“저 앤 언젠가는 우파 모자를 벗을 수 있다. 허나 넌 안 돼! 열사 여동생을 넘보지도 말아!”
“개 XX 같다! 원!”
이때 흥수가 다가와 끼어들었다.
“그래, 이 지주 놈 새끼, 아직도 갱, 갱 살아나서 대들겐?”
충국은 흥수의 뾰족 턱을 한 대 올리 쳐놓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허나 억지로 참느라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어째 덤벼들 테냐? 어디 덤벼봐라!”
흥수는 손바닥을 쫙 편 채로 충국의 귀쌈을 쨩 후려 갈겼다.
“누구를 쳐?!”
충국은 흥수의 팔을 틀어쥐고 콱 밀쳤다.
흥수는 저 만치 뿌리어나가 썩박나무 넘어가듯이 자빠지었다. 흥수는 엉덩이를 만지면서 상을 찡그리었다.
허나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벌떡 일어나 충국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이 밀고 닥치고 하자 상순은 달려들어 뜯어놓았다.
“손을 떼지 못하겠는가?!”
상순은 누구에게라 없이 소리쳤다.
그러자 흥수는 상순을 가로보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서기라는게 지주 아들 말리잖고 날 욕해? 계급입장이 어데 갔어?”
상순은 흥수를 콱 밀어놓으면서 책망했다.
“입은 뒀다 뭘 하고 쩍 하면 주먹질인가?!”
흥수는 조개턱을 쳐들고 외까풀 눈으로 상순을 무섭게 쏘아보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어, 잘한다, 잘해! 이제 보니 너희들 해방 전에 의형제였지?”
이때 충국이 흥수를 콱 밀어놓으면서 떠들어댔다.
“옳다. 어째? 우린 항일전쟁 때 장백산에서 항일유격대와 함께 목숨을 내걸고 일본 놈들과 싸웠다. 그때 넌 낯짝도 보이지도 않았다! 어째?”
상순은 충국을 쏘아보면서 고함쳤다.
“너 아무 개소리나 마구 치겐?!”
“사실이 아니오?”
“그래도 그렇지.”
흥수는 뒷걸음질을 쳐 모여드는 사람들 속으로 물러가면서 고함쳤다.
“여러분, 보았지? 우리 저 김 서기를 보슈. 지주 아들과 전우라고 하지 않아? 계급입장을 완전히 상실한 사람이우.”
그때 학수와 성수 형제까지 와서 맏형 흥수 역성을 들었다.
“당신, 치보주임이라는 게 누구 편을 들어?”
학수는 자기 맏형을 두둔해 나섰다.
"맞지 않았어?”
성수는  흥수의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우먹눈덕에 퍼런 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새끼!"
성수는 주먹을 으스러지게 틀어쥐고 충국한테 달려들었다.
이성을 잃은 충국도 주먹을 쥐고 권투 자세를 취했다. 성수가 주먹질을 하면서 덮쳐들자 충국은 자세를 낮춰 날아드는 주먹을 피하며 주먹으로 성수의 아랫배를 강타했다.
성수는 “억!” 소리와 함께 맥없이 푹 꺼꾸러졌다.
“이 새끼!”
뜻밖의 강타를 받은 성수는 배를 부둥켜안고 물앉아 헐떡거리었다.
“지주 놈 새끼, 감히 주먹을 휘둘러?”
학수와 흥수가 단번에 충국에게 덮쳐들었다.
허나 필경 충국은 이전에 상순과 함께 장백산에서 항일유격대 성칠 대대장에게서 권투와 무술을 배웠기에 그들 둘이 달려들어도 식은 죽 먹기로 대처했다.
충국이 몸을 날려 덮쳐드는 학수와 흥수의 어깨 넘어 날아지나가면서 원앙 발길을 날리자 둘은 동시에 꺼꾸러졌다.
“손을 떼지 못하겠니?”
상순이 충국에게 고함치면서 팔을 걷고 나섰다.
“네 놈도 다 한가지야!”
충국은 상순에게 씽 덮쳐들었다.
독수리가 토끼를 덮치듯이 훌쩍 몸을 날려 상순의 목을 노리고 덮쳐들었다. 상순은 뒤로 몸을 슬쩍 번져 누우면서 토끼가 매를 걷어차는 동작을 취하며 두 발로 날아드는 충국의 아랫배를 탁 걷어차 올렸다. 사타구니를 찼더라면 *알이 툭 터졌을 것이다. 허나 상순은 모든 사람들 앞에서 그저 충국을 치는 시늉을 했을 뿐이다.
기세등등하게 덮쳐들던 충국은 저 만치 뿌리어나갔다. 상순은 몸을 뒤지기로 벌떡 일어나면서 쓰러진 충국의 목을 조였다.
“언감 우리 대대 간부에게 달려들어?!”
충국은 희죽이 웃으면서 눈물까지 주르르 흘렸다.
“날 죽여라! 총살해라! 죽기보다 못하단 말이야!”
일 밭으로 나가던 사원들은 상순이 충국을 쳐 눕히는 정채로운 장면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그러나 흥수는 픽 코웃음 쳤다.
“의형제 간에 연극을 잘 노는구먼. 흥!”
“그래야 대의멸친 하는 척 하지.”
학수도 맞장구를 치면서 흥수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성수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상순을 손가락질 하면서 “당신은 서기 자격이 없소. 당장 내놓소.” 하고 떠들어댔다.
형제들의 역성에 흥수가 일어나더니 또 나섰다.
“금방 김 서기 충국을 보고 뭐라 했는지 아오? 감옥에서 끌어 내왔으면 됐지. 그 보다 어떻게 더 관심하는가 하지 않겠소? 분명 의형제를 암암리에 돕고 있소.”
그러자 상순은 시비를 똑똑히 가르려고 나섰다.
“우리는 지주와 아들에 대해 계선을 나눠 봐야 하오. 충국은 지주 아들이지만 항일전쟁 때 목숨을 내걸고 항일투쟁을 한 사람이오. 비록 국민당 삼도만 토비무리에 들어갔지만 현재 개조표현을 봐서 지주와 아들은 갈라 봐야 하오. 황차 장학산은 다른 지주와는 다르오. 항일전쟁 때 자기 집 쌀을 몽땅 항일유격대에 지원한 애국주의 사상을 가진 지주였소. 후에 국민당의 입장에 선건 우리 당과 인민에게 죄를 지은 게요. 우리는 한 사람을 평가할 때 전면적으로 봐야 하오. 그의 죄만 볼게 아니라 혁명에 한 공헌도 봐야 하오. 그래서 우리 정부에서는 장학산과 장충국을 감옥에서 풀어주고 지방에서 노동개조를 하게 했소.”
흥수는 그래도 콧방귀를 뀌었다.
“장 지주 팔자 얼마나 좋아? 거지로 중국에 들어온 상순이네 할애비부터 황무지를 줘서 개간해 살게 한 덕분에 감옥에서도 나오고. 한뉘 보호를 받는 게.”
상순은 분명히 말했다.
“나는 절대 개인 인정으로 혁명과 계급투쟁을 대하지 않았소. 원칙을 견지했고 우리 당의 계급성분과 계급투쟁 정책대로 처사했소.”
“서기를 내놓게. 계속 서기 할 예산인기여?”
흥수의 말에 학수도 맞장구를 쳤다.
“옳다니까. 김 서기한테 권력이 너무 집중됐소.”
그 말에 상순은 머리를 숙이고 뭔가 궁리했다. 그들의 말에 일부 도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머리를 들더니 사원들을 보고 소리쳤다.
“모두 일하러 갑세!”
사원들은 구경하다가 그제야 일 밭으로 우르르 쓸어나갔다.
저쪽 패용천산 상공에 먹장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우박이거나 소낙비가 내리려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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