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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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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71)
2017년 06월 26일 13시 13분  조회:140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6. 오두막의 부자간과 처녀애

이튿날부터 상순은 천용구와 허영호 등 여러 촌에서 새로 모집해온 30여명 신입공안일군들을 일렬횡대로 세워놓고 포치했다.
“동무들은 고찰을 거쳐 우리 공안국 준비소조에 들어온 훌륭한 동무들입니다. 오늘부터 각 마을로 내려가 군중들을 발동해 친일주구와 국민당 특무, 악질지주들을 검거해 내십시오. 일단 정황이 있으면 즉시 공안국 준비소조에 돌아와 보고하십시오.”
“옛!”
허영호는 안보 촌으로 내려가고 천용구는 흥기 촌으로 내려갔다. 다른 동무들도 모두 자기가 있던 마을로 파견돼 내려가 조사사업을 벌렸다.
상순은 또 10여명 공안일군을 진수해구, 영월구 등 전 현 각 구에 파견해 파출소 건립준비를 하게 포치하였다. 파출소 공안일군을 모집하고 사무실을 마련하는 일은 직접 상순이 책임지고 채바퀴 돌듯 돌아다녔다.
어느 날, 상순이 금방 영월구 시내에 내려가 파출소 건립준비정황을 검사하고 공안국 준비소조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다.
천용구가 헐떡거리면서 사무실에 급급히 뛰어 들어왔다.
“보고, 김 조장, 긴급정황입니다.”
“무슨 일이오?”
상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리 마을에서 한 십여 리 떨어진 골 안에 수상한 놈이 있습니다. 이전에 마을 사람들이 나무 하러 그 골 안에 갔다가 땅굴 같은 오두막에서 열대여섯 살 난 여자애와 함께 사는 한 마흔 살 푼한 한족사내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자기 아들을 데려온 후 그 여자애를 며느리로 삼았답니다. 나무꾼들이 그 원두막에 들어가서 몸을 녹이다가 보니 이불 밑에 비수랑 보이더랍니다.”
“그래?”
상순은 세 귀 눈을 떼룩거리더니 벌떡 일어났다.
“창남이, 가 보기요.” 
상순은 벽에서 개털 모자를 벗겨 쓰고 천용구를 따라 나섰다.
그들은 눈보라를 무릅쓰고 곧추 눈보라가 윙윙 휘몰아치는 산골 안에 있는 그 오두막으로 뛰어갔다.
그들이 오두막에 거의 뛰어갈 때었다. 때마침 눈보라 속에 웬 사람이 오두막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저 자입니다.”
상순은 “서라!”고 고함쳤다.
그 자는 이쪽을 내려다보더니 주먹을 불끈 쥐고 산등성이 쪽 수림으로 달아났다.
상순과 창남은 권총을 뽑아들고 쫓아가면서 고함쳤다.
“서라!" "서지 않으면 쏜다!”
그러나 그 자는 죽을둥 살둥 모르고 계속 달아났다.
상순은 오두막 안을 들여다보고나서 창남과 용구를 돌아보았다.
“저 자들을 잘 지키오. 내 저 놈을 붙잡을 게.”
말을 마치자 상순은 그 놈을 추격해 갔다.
그런데 용구도 뒤따라 왔다.
“어째 왔소? 빨리 돌아가오!”
“창남이 혼자 그 놈들을 지킬 수 있답디다.”
상순은 앞에서 도망치던 자가 계속 달아나는 것을 보고 공중에 총을 한방 갈겼다.
“계속 달아나면 쏜다!”
그 놈은 수림 속에 주춤 멈춰 섰다가 또 꼬리 빳빳해 도망쳤다.
그때 천용구가 주먹만한 돌멩이를 쥐고 쫓아가다가 뿌렸다.
씽- 날아간 돌멩이가 그 놈의 종아리를 딱 깠다.
“아이야!”
그 놈이 눈 우에 푹 꼬꾸라졌다. 그 놈은 다시 일어나 쩔뚝거리면서 또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때 천용구가 뛰어가 뒤에서 와락 덮쳐들어 안걸이를 걸어 메치고 오른 팔을 비틀어 대가리를 꽉 내리 눌렀다. 비틀린 그 자의 오른 손에는 시퍼런 비수가 쥐어 있었다.
“꼼짝 말엇!”
상순은 쫓아가 그 자의 대갈통에 권총을 겨누고 비수를 빼앗아냈다.
천용구는 그 자의 팔을 비틀며 일어났다. 상순은 그자의 가죽 띠를 풀어내 두 팔목을 뒤로 제껴 꽁꽁 묶었다. 천용구는 그 자의 목덜미와 묶은 팔을 비틀어 쥐고 산 아래 오두막으로 내려 왔다.
오두막에 들어가 보니 만삭이 된 어린 여자애와 청년이 이미 창남에게 결박된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상순은 오두막 안을 여기 저기 뒤번지다가 이불 밑에서 시퍼런 비수를 또 한 자루 들춰냈다.
상순은 비수를 중년 사나이에게 들이대면서 물었다.
“뭐 하려고 비수를 감췄어?”
그 자는 부들부들 떨면서 상순과 창남의 권총 구멍을 흘끔거리며 떠듬떠듬 말했다.
“난 살 길이 없어 여기로 와서 사는 불쌍한 류랑민이요.”
“고향은 어딘가?”
“산동이오.”
“왜 비수는 차고 다니는가?”
“산골에서 강도를 만날가 봐 그러오.”
상순은 창남을 돌아보며 조선말로 말했다.
“이 놈이 흘끔거리는 걸 보오. 참 수상한 놈이오. 세 사람을 따로 따로 신문하기요.”
상순은 중년사내를 끌고 바깥으로 나가 오두막 서쪽으로 가서 심문하였다. 창남은 청년을 데리고 오두막 동쪽으로 가서 심문하고 용구는 오두막 안에서 여자애를 심문했다.
상순은 한참 심문해도 중년사나이에게서 오두막 안에 있던 청년은 그의 아들이고 여자애는 며느리라는 것 밖에 더 알아내지 못 했다. 창남도 그 이상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용구는 여자애한테서 다른 정황을 알아냈다.
여자애는 진사괴라는 그 중년사내에게 납치당한 후 산동으로부터 이 산골에까지 끌려와 갖은 능욕을 다 당했다고 했다. 그 여자애가 임신해 배가 불러오자 자기 아들 진극신을 데려다가 남들이 물어보면 며느리라고 꾸며 대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중년사내는 낮이면 항상 비수를 차고 산골짜기 밀림 속에 가서 숨어 있고 밤이면 우두막에 돌아와 부자간이 자기를 윤간했다고 했다.
상순은 용구를 보고 중년사내와 청년을 지키게 하고 창남과 함께 여자애를 돌파구로 삼아 따로 심문했다.
그때 진사괴는 여자애를 쏘아보며 위협했다.
“더러운 년, 주둥이를 조심해라.”
힘장사 천용구는 두 작자를 한손에 한 놈씩 마구 끌고 바깥으로 나갔다.
상순은 배가 뚱뚱한 여자애를 먼저 안심시켰다.
“두려워하지 말고 말해라. 우린 공안일군들이다. 너를 고향의 부모에게 돌려보내 주겠다. 저 작자는 뭘 하는 사람이냐?”
“딱 뭐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허나 저 부뚜막 앞을 파면 권총이 있을 겁니다.”
그 여자애는 부뚜막에 내려가 손으로 검불을 치우고 널 쪼각을 뜯어냈다. 땅 밑에 파묻은 자그마한 상자 안에서 권총이 나왔다.
그때 바깥에서 우당탕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
천용구의 고함소리도 들렸다.
"감히 덤벼?!"
상순은 인차 창남을 데리고 와닥닥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웬 일인가!
사실 용구가 바깥에서 진사괴와 진극신을 지킬 때다. 진사괴는 적수공권인 용구가 혼자 지키는 것을 보고 불시에 와닥닥 달려들어 머리로 들이 받았다. 그러자 진사괴는 발길로 용구의 아랫배를 걷어찼다. 용구는 아픔을 참고 누워서 발길로 진사괴의 불 중태를 걷어차며 벌떡 뛰어 일어났다. 손을 뒤로 묶인 진사괴와 진극신은 용구를 걷어차고 머리로 받으며 협공했다. 천용구는 씨름재간이 있는지라 먼저 진극신을 안걸이를 걸어 땅바닥에 메쳐 놓고 무쇠 같은 주먹으로 때려 눕혔다.
그런데 진극신은 용구의 팔을 꽉 붙잡고 놓지 않았다.
“아버지, 빨리 도망쳐라!”
그 틈을 타 진사괴는 용구의 엉덩이를 탁 걷어차 눕히고 와닥닥 산골짜기로 달아났다.
상순과 창남은 달아나는 진사괴를 쫓아가며 권총을 뽑아 들었다.
“꼼짝 말엇!”
“계속 뛰면 쏜다!”
진사괴는 붙잡히면 죽을 것을 알고 계속 수림 쪽으로 엄벙덤벙 달아났다.
땅!
상순은 권총으로 진사괴를 쏘았다.
30여메터 달아났던 진사괴는 종아리를 붙잡고 풀썩 꼬꾸라졌다.
그제야 질겁한 진극신은 대가리를 뚝 떨어뜨렸다.
상순과 창남은 천용구와 함께 진사괴와 진극신을 압송해 영월구로 내려 왔다.
돌아오는 길에 진사괴와 진극신에게 들춰낸 권총을 보이면서 탄백하라고 하였지만 입에 빗장을 지른 채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진사괴의 고향에 알아본 결과 진사괴는 무순시에 주둔한 국민당군의 영장이였는데 심양이 해방될 때 도망쳐 온 놈이었다.
상순은 영월구 당위 허백호 서기를 찾아가 진사괴를 더 심문하여 당지 배후에 동당이 없는가 파보자고 했다.
“그 놈은 국민당 도주병일 따름이오. 무슨 배후가 있겠소?”
“그래도 잘 심문해 보아야 합니다.”
“그럼 그러오. 감옥도 온전한 게 없으니까 그 놈들을 잘 지키게나.”
상순은 “예.” 하고 공안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진사괴와 진극신을 따로 가둬놓고 주야로 심문을 들이댔다. 허나 진사괴와 진극신은 주둥이에 빗장을 지르고 한마디도 토설하지 않았다.
상순은 또 만삭이 된 여자애를 데려다 물었다.
“진사괴를 찾아다닌 놈들이 몇이 있다던데 알만 하니? 네가 우리 묻는 말에 잘 대답하면 고향으로 돌려 보내주겠다. 진사괴와 진극신은 총살당할 놈이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이실직고해라.”
그러자 여자애는 로실히 말했다.
“있습니다. 장가란 사람이 여러 번 왔댔습니다.”
“그래? 그 놈들이 무슨 토론을 하더냐?”
여자애는 상순을 미더운 눈길로 바라보면서 이실직고했다.
“영월구에 파출소가 선다던데 없애치우자고 했습니다.”
“그래? 언제쯤 손을 쓰자고 했니?”
“건 진사괴와 장씨가 바깥에 나가 쑤군거려서 잘 모릅니다.”
“그 외에 수상한 자가 더 없느냐?”
“장씨 외에도 둘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음, 알았다.”
그리하여 상순은 창남과 토론하여 대책을 세웠다. 상순은 먼저 상급 부문과 연계하여 그 여자애에게 로비를 주어 료녕성 무순의 고향에 돌려보냈다. 진사괴와 진극신은 영월구 공안국 준비소조 감옥에 가둬 놓았다.
상순은 국민당 잔여세력을 숙청하는 한차례 전투에서 용감히 싸운 천용구를 정식으로 공안일군으로 받아들이었다. 허백호 서기도 다른 말이 없이 공을 세운 천용구를 공안일군으로 받아들이는데 동의했다.
상순은 장씨 놈을 나포하기 위해 창남과 만호 그리고 천용구까지 데리고 오두막 주위에 가서 매복 진을 쳤다. 상순은 직접 미끼로 되어 오두막 안에 들어가 숨고 창남과 만호는 오두막 주위에 눈구덩이를 파고 주위 동정을 살폈다. 허나 낮에는 아무런 동정도 없었다.
밤중이 되자 수림 속에서 무슨 두런두런 말소리가 점점 가까이에서 들리었다. 바깥의 창남이네는 그 검은 그림자들이 진사괴와 련계 있는 국민당군 비도들이 옳은지 확인할 수 없어 총을 쏘지 못하고 있었다. 상순은 오두막 문 뒤에 숨어 권총을 빼들었다. 허나 그도 적을 확인하기 전에는 사격할 수 없었다.
검은 그림자 대여섯이 희희닥거리면서 눈을 빠드득빠드득 밟으며 오두막으로 다가왔다.
“장 연장, 우리가 여기서 유격전을 할 줄이야 공산군이 어찌 알겠습니까?”
“그래, 알 수 없지. 나도 이전에 영월구에 온 상순 놈과 함께 이 지대에서 일본 놈들과 유격전을 한 적이 있네. 난 바로 그때 항일유격대식 유격전술을 써서 장백산 일대에서 공산군과 유격전을 하겠네. 자네들은 날 믿게나. 우리 뒤에는 국자가에 있는 왕련락원이 있다는 걸 알게나. 그가 한마디만 하면 이제 국민당군 한 개 영이나 하늘에서 락하산을 타고 장백산 일대에 내릴 걸세. 그때면 상순이네 몇몇 민병들쯤이야 개미떼처럼 짓밟아 없앨 수 있어. 허허허.”
상순은 귀에 익은 목소리에 놀랐다.
(혹시 충국이? 설마?)
상순은 권총을 으스러지게 틀어쥐었다.
문을 여는 삐꺼덕 소리와 함께 검은 그림자가 들어왔다.
“진영장, 불을 켜오. 장충국 연장이 왔소.”
땅!
순간 상순이 먼저 들어서는 놈에게 총을 쏘았다.
총소리와 함께 바깥 눈구덩이에 매복했던 창남과 만호, 용구가 사격했다. 세 놈이 쓰러졌다. 다른 세 놈이 살아남아 수림 쪽으로 달아났다.
상순은 오두막에서 나와 그 놈을 추격하며 고함쳤다.
“충국아, 상순이 여기서 네놈을 기다린 지 오래다! 서라!”
“상순이? 허허허. 잘 만났어. 이발도 나지 않은 놈이 국군 연장을 잡으려고? 내 인정을 봐서 살려주니까 더 쫓지 말라!”
땅!
총소리와 함께 상순이 종아리에 총을 맡고 쓰러졌다.
“김 조장!”
용구가 달려와 자기 바지 자락을 찢어 상순의 상처를 싸매주었다. 수림 속에서 충국의 너털웃음소리가 들리었다.
“허허허! 한방 맞았지. 옛정을 봐서 쫓아오지 못하게 종아리를 쏘았다. 이제 더 쫓으면 대갈통에 구멍을 내 줄 테야!”
상순은 눈 우에 쓰러진 채 달아나는 허연 눈 우의 검은 그림자를 노려보더니 총을 쏘았다.
땅!
“앗!”
상순의 총소리와 함께 충국이 허벅지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땅!
용구가 방아쇠를 당기자 또 한 놈이 쓰러졌다. 살아남은 다른 한 놈은 다리야 날 살리라고 수림 속으로 도망쳤다.
상순은 눈 우에 누운 채 허연 눈 우로 달아나는 검은 그림자를 향해 쏘았다.
땅!
“앗!”
창남과 만호도 그 놈을 쫓아 수림 속으로 들어가며 총을 쏘았다.
땅! 땅!
장충국도 쓰러진 채 덮쳐가는 창남과 만호에게 총을 쏘았다.
땅! 땅! 땅!
절컥 절컥
충국은 총알이 떨어졌다. 그때 용구가 백두산의 맹호마냥 충국을 덮쳤다. 충국은 자살하려고 권총으로 자기 대가리를 마구 쳐대다가 용구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용구는 충국의 팔을 비틀고 권총을 빼앗아냈다. 만호와 창남은 눈가슴을 헤치며 도망친 놈을 추격했다. 허나 한참 뒤쫓다가 그 놈을 찾지 못해 되돌아 왔다.
상순은 용구에게 업힌 채 만호와 창남을 보고 충국을 압송해 오두막 안에 들어가라고 했다. 상순은 바깥에서 바지를 내리우고 오줌을 누면서 손으로 오줌을 종아리 상처에 발랐다.
상순은 등잔불을 밝힌 후 충국을 보고 오줌으로 허벅지 상처를 처치해주자고 했다.
그러자 충국은 “아무튼 죽을 목숨이니 처치할 필요 없다. 어서 한방에 죽여라.”라고 했다.
허나 상순은 용구더러 충국의 피 흐르는 허벅지에 오줌을 받아 처치하고 싸매주게 했다.
뒤이어 상순은 용구를 바깥에 보초를 서게 하고 창만과 만호를 보고 격살된 놈들의 총을 걷어 들이라고 명령한 후 충국을 단독으로 심문했다.
“총을 맞대고 너를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모두 몇 명이 왔느냐?”
충국은 등잔불 밑에서 냉소했다.
“쳇, 나를 욕보이지 말고 어서 한방에 죽여라!”
“내 뭐라던가? 고까짓 밭 몇무 때문에 또 국민당군에 들어가다니? 넌 삼도만에서 기의를 일으켰기에 관대처분을 받을 수 있었은데 왜  호박을 쓰고 돼지굴에 또 뛰여들었어? ”
“흥! 우리 둘은 계급 이익이 달라서 한 하늘을 쓰고 살 수 없다. 너는 조선에서 건너 온 가난뱅이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지 않느냐? 나도 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아오면서 물려온 우리 땅을 지키려고 싸웠을 뿐이야. 승패는 병가지상사이니 용감히 싸우다가 졌으니까 이젠 죽어도 후회 없어! 의형제의 옛정을 봐서 더 고통을 주지 말고 여기서 단방에 죽여달라! 우리 아버지에게 내 여기서 영용히 희생됐다는 말을 절대 하지 말라!"
충국은 토비들의 대세가 기운 것을 보고 마지못해 기의를 일으켰지만 야마꼬 모자를 상순에게 부탁하고는 시름놓고 수하들을 데리고 도망쳐 장춘의 국민당군을 찾아갔던 것이다. 전보흥 소교한테 기의한 일을 들키웠기에 전소교를 따라 길림에 가지 않고 장춘으로 도망쳤던 것이다. 
상순은 랭소했다.
"이 마당에 아비 근심돼?"
"응. 난 효자야. 량심있는 사람이야. 한가지 묻자."
"뭔데?"
"우리 부모형제와 야마꼬 모자 무사하냐?"
"허허허. 네 아버진 근심말라. 야마꼬는 일본에 보냈어."
"뭐라고?"
충국은 상순에게서 야마꼬 사연을 듣고 머리를 툭 떨어뜨렸다. 기실 충국은 지학사가 죽었기에 야마꼬를 자기 데리고 살 궁리를 했다. 그런데 자기 애비때문에 야마꼬를 놓친 것을 아쉬워했다.
"미안하지만 상순아, 내 아버지를 너에게 부탁하자. 그는 공산군에 미안한 일을 한 게 없잖니?”
상순은 한마디로 맺고 끊 듯했다.

“네 아버지는 근심하지 말라! 항일전쟁시기 유격대가 제일 어려울 때 쌀을 대주었지. 다른 지주와는 달리 총살도 하지 않았고 밭도 남겨주고 안전하게 살게 됐다. 허나 내 개인 인정으로 널 살려둘 순 없다. 넌 장춘에서 이미 숱한 인민들의 피를 손에 묻혔기에 인민정권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
충국은 머리를 툭 떨어뜨렸다.
“허나 난 네 다리를 쏘았을 뿐. 삼도만과 길림, 장춘, 심양 그리고 여기에서 한 사람도 죽인 적이 없다.”
“총 한방 쏘지 않고 연장까지 됐겠구나.”
“장춘이 포위되자 진사괴 영장은 패장인 날 보고 련장을 하라고 했다. 대부대 전투를 해보지 못한 너 같은 시골 놈은 잘 모를 거야. 장춘전투 얼마나 치열했는가를.”
“쓸 데 없는 말을 하지 말고 달아난 놈이 누군가를 말해라. 진사괴도 이미 체포돼 너까지 다 불었다.”
허나 충국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도리머리 질 했다.
마을에 내려갔던 용구가 둬 식경 후에 수레를 몰고 왔다.
상순과 충국은 한 수레에 앉아 산 아래 안보 촌을 거쳐 영월구로 내려가게 됐다.
충국은 안보 촌을 지날 때 한숨을 후 내쉬었다.
“상순아, 이전에 너와 형내와 함께 장백산에 약을 가지고 가다가 이 마을에서 일본군을 만났던 건데.”
“그게 다 옛날 일이지. 그때처럼 공산당을 따라 계속 싸웠더라면 무슨 오늘과 같은 일이 있겠는가? 삼도만에서 기의한 후 집에 돌아갔어두 이런 일 없지. 흥!”
충국은 머리를 툭 떨어뜨리더니 한숨을 후 내쉬었다.
“앞날이 멀잖기에 너에게만 말하마. 나는 장춘에서 빠져나온 후 진영장을 따라 심양 부근까지 갔어. 심양이 함락될 때 나와 진영장은 영구로 달아나는 대오에서 빠져 여기에 나왔어. 부모형제와 고향을 버리고 군함에 앉아 대만으로 가긴 싫었어. 장백산 원시림에 숨어 유격전을 하려고 했어. 이렇게 네한테 붙잡힐 줄은 몰랐군.”
묻지도 않는 말을 하자 상순은 한마디 물었다.
“수림 속으로 달아난 놈은 누군가?”
“말할 수 없어. 다 나를 따라 온 불쌍한 애들이니까.”
“그럼 자네 아버지 생사를 담보하지 못해.”
충국은 한숨을 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눈보라가 눈앞을 분간하기 어렵게 윙윙 기승스레 휘몰아쳤다.

                  7. 자위대를 숙청

며칠 후 안보 촌에서 조사하던 허영호가 공안국 준비소조 사무실에 헐금씨금 뛰어 들어왔다.
“김 조장, 마을 애들이 한 집 이영 밑에서 새 둥지를 들추다가 권총 한 자루를 발견했습니다.”
“뭐라고?”
상순은 벌떡 일어나더니 물었다.
“그래 한족 집이던가?”
“아니, 조선족집입니다.”
“그래?”
“권총은 회수하고 그 집 식구들을 조사하는 중입니다.”
영호는 권총을 꺼내 상순의 책상 우에 놓았다.
상순은 권총을 주어들고 찬찬히 보았다.
“진사괴의 권총과 똑같은 미제 모젤권총이구먼. 틀림없이 진사괴와 한 무리일 거야.”
“집주인은 한족이오? 조선족이오?”
“한족입니다.”
“수상한 점이 없는가?”
“요즘 그 집 주인 장부귀란 사람은 낮이면 쿨쿨 자기만 하고 밤이면 어디엔가 자주 나다녔습니다.”
“어데 상한 데는 없었소?”
“손을 붕대로 동여맸는데 말로는 땔나무를 패다가 도끼에 찍혔답니다.”
상순은 대뜸 세귀 눈을 치켜떴다.
“그래? 오른손? 왼손?”
“아마 오른손인 거 같은데.”
영호는 머리를 갸우뚱 했다.
“가기요!”
상순은 노획한 모젤권총도 허리에 찌르더니 일어서다가 상을 찡그렸다.
용구는 바삐 상순을 부축하며 말렸다.
“김 조장, 다리를 상해 어떻게 갑니까? 우리 가서 잡아 오겠습니다.”
그리하여 용구와 영호가 자전거를 타고 안보 촌으로 달려갔다. 영월 구에서는 괜찮았는데 시내를 벗어나자 눈길이 나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여간만 힘들지 않았다. 그들은 몇 번이고 내려 안간힘을 다해 자전거를 밀기도 하면서 간신히 안보 촌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안보 촌에 도착하자 다짜고짜로 그 집에 뛰어 들어가 집 주인을 체포했다.
공안국 준비소조 사무실에서 상순은 세귀 눈을 부릅뜨고 쏘아보며 심문했다.
“이름이 뭔가?”
“장부귀오.”
“고향은 어딘가?”
“료녕성 영구.”
장부귀는 뻔뻔스레 머리를 쳐들고 대들었다.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러오?”
상순은 권총을 꺼내 책상 우에 꽝 놓았다.
“이건 뭔가?!”
장부귀는 대수럽잖게 권총을 보더니 억울하다는 듯이 웃었다.
“아, 애들이 우리 집에서 들춰낸 걸 가지고. 난 그 집에 이사해온지 오래지도 않소. 누가 우리 집 이영에 권총을 치웠는지 내 어떻게 아오?”
상순이 찬찬히 여겨보니 장부귀의 피로 얼룩진 오른 손이 무릎 우에서 바르르 떨고 있었다.
“오른손은 어떻게 된 일인가?”
“땔나무를 패다가 도끼에 찍혔소.”
상순은 책상을 꽝 치며 벌떡 일어났다.
“이 놈, 아직도 이실직고하지 않겠는가? 오른 손 붕대를 풀어!”
상순의 명령이 떨어지자 용구가 장부귀의 오른 손의 붕대를 풀었다. 상순이 다가가 찬찬히 여겨보니 손바닥에 난 상처는 절대 도끼에 찍힌 일자로 된 상처가 아니었다. 찬찬히 여겨보니 분명 총알구멍이었다.
상순은 장부귀의 오른 손을 비틀며 고래고래 고함쳤다.
“이 놈! 네 놈이 며칠 전 수림 속에서 총에 맞은 상처라는 걸 모를 거 같애? 살겠거든 탄백해라. 진사괴와 장충국도 우리한테 몽땅 생포돼 다 탄백했다. 네 놈도 고향에 끌고 가면 모든 게 백일하에 드러나고 말 거야.”
장부귀는 아파 바스러지는 듯이 비명을 지르면서도 요행을 바라고 입에 빗장을 지른 채 한마디도 탄백하지 않았다.
상순은 용구에게 “그 놈을 따로 가둬라.”라고 했다.
사실 상순은 진사괴와 진극신, 장충국을 각각 다른 감방에 격리해 가두었던 것이다. 놈들은 서로 탄백했는지 죽었는지 하나도 알지 못하게 됐고 서로 내통하지 못하게 됐던 것이다.
상순은 용구와 영호에게 “진사괴를 끌어오오.”라고 했다.
“옛!”
진사괴는 끌려오자 왕청 같은 소리를 했다.
“난 국민당 군 영장이야. 네놈들과 싸우다가 포로 됐다. 듣는 말에 의하면 공산군은 포로를 환대한다던데. 넌 무슨 계급의 놈이건대 본 영장한테 매를 들이대는 거야!”
상순은 책상을 꽝 치며 호통 쳤다.
“포로? 네놈은 투항한 게 아니야. 우리한테 총을 맞고 나포된 거야.”
용구가 옆에서 상순을 가리키며 끼어들었다.
“저분은 우리 공안국 준비소조 조장이다! 네놈이 탄백하지 않았다간 총살해 버릴 수도 있는 분이다.”
“조장? 허허허!”
진사괴는 허무해 허구한 너털웃음을 웃었다.
“조장 따위가 국민당 정규군 영장을 심문해? 자격 없어!”
“이 놈, 여긴 공안국이야. 생포된 주제에 빈정거리긴?! 꿇어 앉혓!”
상순은 세귀눈을 부릅뜨고 진사괴를 쏘아보며 심문했다.
“우리 공산당 정책을 알지? 로실히 탄백하면 관대하게 처리하고 항거하면 호되게 징벌한다. 말해! 네 놈들의 이른바 장백산 원시림 유격전의 구체계획이 뭔가?!”
진사괴는 코웃음 쳤다.
“이 놈아, 탄백해도 죽고 탄백하지 않아도 죽을 건 뻔해! 더 괴롭히지 말고 단방에 죽여라!”
상순은 세귀눈을 치켜떴다.
“정말 죽기 전엔 말하지 않겠는가?!”
“두 말하면 잔소리지. 어서 총살해라!”
상순은 진사괴를 무섭게 쏘아보았다.
“악질 국민당 놈! 당장 끌어내다 총살해!”
상순은 용구와 만호를 시켜 진사괴를 끌고 나가게 하고 다른 공안일군들을 시켜 장충국과 진극신, 장부귀를 간격을 두고 끌고 진사괴가 끌려간 뒷산으로 끌고 가게 했다.
산에서는 앙상한 나무를 스치며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소리가 사납게 들릴 뿐이었다.
상순은 그간 장단지에 오줌으로 찜질을 했기에 총상이 많이 나아 지팡이를 짚고 자체로 걸을 수 있었다. 충국도 상순이 억지로 오줌으로 찜질하여 많이 상처가 나았다. 허나 걷기 힘들다고 상순은 수레를 메워 가지고 충국과 함께 앉아 뒷산으로 갔다.
산기슭에 이르자 상순은 손을 들었다.
“멈춰라!”
상순은 진사괴를 꿇어앉히고 쏘아보면서 호통 쳤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네 놈들의 계획을 탄백해라!”
“나는 군인이다. 능욕하지 말고 어서 죽여라!”
진사괴는 상순을 마주 쏘아보면서 고래고래 고함쳤다.
상순은 장충국과 진극신, 장부귀를 보란듯이 권총으로 진사괴의 뒤통수를 겨누었다.
“인민정권과 맞서 로실히 탄백하지 않는 자들은 이런 끝장 밖에 없다!”
진사괴가 반동구호를 부를 때 총소리가 울렸다.
진사괴의 뇌장이 허연 눈 우에 튕기었다. 인민의 철천지 원수 진사괴는 푹 꼬꾸라졌다.
“아버지!”
진극신은 고함치더니 상순을 쏘아보았다.
상순은 총구멍을 진극신의 머리에 돌렸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네놈들의 행동계획을 탄백해라! 로실히 탄백하면 살려준다!”
진극신은 단말마적을 몸부림치며 고래고래 고함쳤다.
“몰라! 내 살아남기만 하면 아버지를 죽인 네 놈들을 한 놈도 살려두지 않을 테다!”
땅!
상순의 권총에서 연기가 폴싹 내 쏘았다.
진극신도 피못 속에 대갈통이 박살난 채 쓰러졌다.
상순은 악이 날대로 나서 이번엔 권총 구멍을 장부귀의 눈에 들이댔다.
“네 놈에게 마지막으로 묻겠다. 탄백하겠느냐? 않겠느냐? 로실히 탄백하면 관대히 처리하고 항거하면 당장에서 총살한다!”
장부귀는 풀썩 꿇어앉더니 머리를 푹 떨어뜨렸다.
“장관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난 국민당 군 패장입니다. 심양보위전에서 패하자 우린 영구로 달아나지 않고 장충국 연장을 따라 장백산 원시림에 와서 유격전을 하자고 했습니다.”
충국은 장부귀를 쏘아보면서 “네 이 놈, 정녕 반역자로 되겠는가?”라고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상순은 장부귀를 노려보면서 “좋다! 돌아가서 탄백해라.”라고 하면서 용구와 만호에게 손을 홱 휘둘렀다.
용구와 만호는 장부귀와 장충국을 격리해 끌고 영월구 공안국 준비소조 사무실로 돌아왔다.
상순은 장부귀를 다시 심문했다.
“탄백해라.”
장부귀는 상순의 무서운 눈길을 피하면서 탄백하기 시작했다.
“장충국 련장은 진사귀 영장과 토론하고 고향에 돌아와 장백산 원시림에서 유격전을 벌리자고 하였습니다.”
“건 다 알아! 네 놈들의 구체적 행동계획을 토설하지 못하겠는가?”
장부귀는 “예, 예. 다 탄백하겠습니다.”라고 하더니 무릎을 꿇고 풀썩 꿇어앉더니 술술 탄백했다.
“장관,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난 진영장과 한 고향 사람입니다. 이번에 우린 장충국 연장을 따라 이 곳에 와서 당지 지주들을 조직하여 반공자위대를 건립하고 동만 해방구건설을 교란하고 국민당군의 반공을 협조하려고 하였습니다. 우선 길림, 장춘과 동만을 연결한 군사요충지 영월구 공안국이 서기 전에 없애치우자고 했습니다. ”
그제야 굳어졌던 상순의 얼굴의 근육이 조금 느슨해지며 용구와 창남, 만호와 영호를 건너다보았다.
“그럼 네 놈들의 반공자위대에 든 지주들은 몇 명이나 되는가? 이름을 일일이 대라!”
장부귀는 머리를 들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난 다른 마을 정황을 모릅니다. 건 장충국 연장과 진사귀 영장이 압니다. 그들은 모두 단선연계를 취하더나니 난 정말 모릅니다. 장연장은 이제 국자가의 왕련락원이 무전기로 련계하면 국민당군이 비행기로 무기랑 보내준다고 했습니다.”
“안보촌의 자위대원 몇놈을 발전시켰는가?”
“둘 밖에 없습니다. 옛날 유격대에게 살해된 십가장어른의 아들과 지게군으로 위장한 일제간첩의 아들입니다. 안보촌은 조선 마을이여서 조선 지주는 우리 말을 듣지 않아 더 발전시키지 못했습니다.”
상순은 장부귀를 쏘아보며 계속 물었다.
“우리에게 격살된 네 놈은 무슨 놈들인가?”
장부귀는 질겁해 꺼멓게 질린 낯으로 상순을 쳐다보며 이실직고했다.
“우린 모두 부대에 있을 때 진사괴 영장의 수하입니다.”
“그 놈들이 자위대원 몇을 발전시켰는가?”
“건 모릅니다. 단선연계를 취하다나니 정말 모릅니다. 단 하나만은 알만합니다. 우린 한 사람이 최저로 셋씩 발전시킬 임무를 맡았습니다. 내가 둘 밖에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진영장이 나를 욕한 적이 있습니다.”
“또 다른 정황을 아는 게 없는가?”
“진영장은 한족지주를 위주로 발전시키라고 공작방향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조선족은 빨갱이들의 물을 많이 먹어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목이 마른데 물을 한 사발만 주십시오.”
장부귀는 영호가 떠온 물을 한사발이나 꿀꺽꿀꺽 마시고 나서 팔소매로 입귀를 쓱 닦았다.
“아, 이제 떠오른 게 있습니다. 장충국은 자기 고향에 가서 한족지주들을 조직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
상순은 옆에 앉은 창남과 만호와 눈길을 맞추더니 물었다.
“장충국이 진수해 일대에 갔댔는가? 혹시 소서구나 조개덕이거나 패용천 촌을 말하던가?”
“예. 자기 고향에 한족지주들과 그 자식들이 많기에 한 개 패도 조직할만하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누구 누구란 말은 한 적이 없는가?”
장부귀는 “이펑거라던가? 지괴호라던가? 있다더구만.”
상순은 눈썹을 치키며 물었다.
“또 더 없는가?”
장부귀는 도리머리 질 했다.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더 아는 거 없는가?”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상순은 절룩거리며 다가와 엄숙하게 말했다.
“오늘 표현 좋다. 이제 감방에 돌아가 잘 생각해 보라.”
“예, 예. 이젠 살려 줍니까?”
“이제도 너의 표현에 달려 있다! 영월 구 국민당자위대를 짓부시는데 공을 세우면 살려 줄 수 있다.”
“아직도?”
상순의 표정은 퍼런 바위처럼 무표정하게 굳어져 있었다.
상순은 장부귀가 나간 후 두 눈을 스르르 감고 한참이나 생각에 잠겼다.
한참 후 상순은 두 눈을 번쩍 뜨더니 만호를 보고 “가서 장충국을 데려오오. 내 단독으로 그 놈을 심문해야 하겠소.”라고 말했다.
이윽고 만호가 장충국을 데리고 사무실에 들어오고 다른 공안일군들은 다 문 밖에 나갔다.
상순은 충국을 보자 책상에서 일어나 정중히 자리를 권했다.
“앉소. 요즘 허벅지 상처 좀 괜찮은가?”
“의제 덕분에 많이 났소. 거 오줌약이 확실히 명약은 명약이야.”
“의제? 허허허.”
상순은 충국을 마주 바라보았다.
“의제? 흥!”
문 밖에서 창남과 만호가 서로 눈길을 마주쳤다.
“그래, 넌 내 의제가 아니냐? 전번에도 말했지만 너한테 내 아버지를 부탁하자. 아버진 맏아들을 잃게 됐다. 아버지가 불쌍하구나.”
상순은 충국한테 가까이 다가가 나직이 말했다.
“아버지를 나한테 부탁하겠으면 영월 구 국민당자위대 조직구성을 탄백해라. 넌 이전에 항일유격대를 도와 쌀과 약을 가져가고 일본 놈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 용사였다. 이제라도 로실히 탄백하면 살려주지.”
허나 장충국은 도리머리 질 했다.
“누굴 속이려고 그래? 전번에 넌 내 손에 피가 너무 많이 묻었다고 하지 않았니? 흥!”
상순은 장충국의 가슴을 주먹으로 탕탕 치며 고함쳤다.
“그 착취계급의 본성을 고치란 말이야. 어째 혼자 그 숱한 땅을 차지하고 배때 터지게 살 궁리냐?”
“그만 둬라!”
장충국은 목에 지렁이 같은 퍼런 피 줄을 세우면서 고래고래 고함쳤다.
“우린 한 길로 갈 수 없다. 내가 살아 나간다면 또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물려준 땅을 되찾으려고 너희들과 싸울 거야. 그러기에 나한테 아무런 미련을 두지 말고 죽여라! 나도 이젠 지쳤다. 괴롭다. 막 죽고 싶다. 다만 너와 총을 맞대고 싸움 같은 싸움 한번 해보지 못하고 이렇게 죽는 게 한일뿐이다. 하하하.”
상순은 충국의 귀 쌈을 쨩 갈겼다.
“이 놈, 권하는 술은 마시지 않고 벌주를 마시겠니? 네 놈이 탄백하지 않으면 소서구에 끌고 가서 네놈 애비 어미 앞에서 총살할 테다! 네 놈 일가식솔을 한 놈도 남겨두지 않고 총살해 버릴 테다! 네 애비가 밤중에 토성을 구멍 내고 도망쳐서 일성 촌 부근에서 네 놈과 내통해 함흥 촌 일대 정보를 네놈한테 제공한 걸 모른가 하는가? 네 놈을 잡기 위해 네 애비를 미끼로 남겨 두었을 뿐이다. 이제 네 놈을 잡았으니 더 이상 살려 둘 필요 없다.”
순간 충국의 정신 기둥은 와그르르 무너졌다.
이윽고 그는 머리를 툭 떨어뜨리었다.
상순은 충국의 표정변화를 놓치지 않고 계속 드센 공세를 들이댔다.
“네 놈이 탄백하면 네 애비와 너를 살려 줄 수도 있다. 허나 네 놈이 제 부모형제의 목숨과 자위대 놈들의 목숨을 바꾸겠다면 별 수 없다.”
한참 후 장충국은 가련하게 상순에게 빌었다.
“살려 달라. 다 탄백하겠다.”
“그래, 진작 그렇게 나와야지.”
상순은 문 밖에 대고 소리쳤다.
“만호, 창남이, 들어와 기록하오.”
만호와 창남이 들어와 상순의 옆 책상에 마주 앉아 필기준비를 했다. 용구와 영호는 들어와 충국의 뒤에 서서 경계했다.
상순은 따뜻한 물 한 컵을 떠다 충국에게 주었다.
“각 마을에 발전시킨 자위대원들의 명단을 다 탄백하오.”
장충국은 따가운 물을 후후 불며 궁리하더니 입을 무겁게 열었다.
“패용천촌의 지학사네 아들 지괴호와 이펑거네 아들 이와해, 조개덕의 제지주네 아들 제해산이네. 여긴 내 직접 발전시킨 게 없고 전날 죽은 국민당 군 영장과 당지 지주들이 모두 8명을 발전시켰네. 자위대는 모두 17명이네. 다 진사귀와 단선연계를 가지고 나는 명단만 장악했을 뿐이오.”
상순은 바투 들이댔다.
"국자가에 있는 국민당군 동만 특파련락원 왕씨 거처를 말해라."
"단선 련계돼서 모르오. 진영장이 혼자 알 뿐이야."
"이전에 삼도만에 있을 때부터 네놈들이 왕 특파원과 무전으로 련락한 거 다 장악했어. 지금은 뭐로 련계해?"
"장춘에 있을 땐 무전기로 련락했어. 그후 무전기 없어 진영장과 단선련계 한 거 같아. 무전기 소린 못 들었어. 왕 특파원은 아마 무전으로 관내로 도망간 국민당군 사령부와 련계 있은 거 같아. 그쪽에서도 진영장한테 지령이 자꾸 왔댔어."
상순은 한숨을 후 내쉬였다.
그는 인차 연변전원공서와 강신태 사령관에게 긴급정황을 회보하였다. 연변전원공서 군관위원회와 공안국에서는 세밀한 수사를 거쳐 국자가 아래개방지에서 수상하게 자주 치는 무전기 전파를 수색해냈다. 그리하여 무전기전파를 따라 수색해 끝내 국민당군 동만 특파련락원 왕씨를 나포했다. 그 자는 두 녀동생들의 집에 번갈아 거처해 있으면서 김치움에 무전기를 가설해 놓고 국민당군 사령부 본부와 연락하면서 지방 지주무장들과 국민당 패잔병들을 긁어모아 국민당자위대를 건립해 새로 탄생한 동만인민민주정권을 전복하려고 창궐하게 시도했던 것이다.  국민당군 동만 특파원 왕씨는 길림감옥에 압송돼 수감돼 있다가 1958년도에  인민정권에 의해 총살됐다.
상순은 연변전원공서 상부의 지시에 따라 장충국의 탄백에 근거하여 그날부터 즉시 공안일군들을 여러 마을에 파견하여 국민당 잔당들의 이른바 자위대원들을 몽땅 체포하고 비수와 검, 사냥총 등을 몰수했다.
영월구인민정권은 상부의 판결에 따라 자위대에 든 악질지주들을 정상에 따라 총살해 버리거나 감옥에 처넣었다.
며칠 후 상순은 창남과 용구, 만호, 영호 등 공안일군들과 함께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장충국을 압송하여 기차를 타고 함흥 촌에 돌아갔다.
충국은 함흥 촌에 들어서기 전에 슬며시 상순에게 물었다.
“난 탄백할 거 다 했는데 기어이 총살할 테냐?”
“아니. 우린 신용을 지킨다. 너희들을 따르던 이 곳의 무리들을 체포해야겠어. 널 보여줘야 지주들이 더는 미쳐 날뛰지 못하지.”
“흥! 진짜 닭을 잡아 원숭이들을 훈계할 작정이군.”
상순은 소탈하게 웃었다.
“허허허. 넌 제대로 말하지 못했어. 이건 원숭이를 잡아 닭들을 훈계하는 게야. 알았어?”
병완은 촌공소에서 막내 손자를 만나자 대견해 얼싸 안았다.
“참말 장하다. 충국까지 잡아가지고 오다니. 허허허.”
기준과 명옥도 소문을 듣고 숙자와 금숙의 손을 잡고 달려왔다. 촌공소 옆에 있던 상우와 조카 공학과 동선도 뛰어 나와 반긴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상순은 먼저 창남과 용구 등 공안일군들을 영솔해 조개덕과 패용천 촌에 가서 지괴호와 제해산, 이와해 등 지주 아들들을 체포하고 소서구 장학산 일가도 데려왔다.
장학산은 비술나무에 결박당한 충국을 보자 울음보를 터뜨렸다.
“아들아, 멀리 도망쳤는가 했더니 이게 웬 일이냐?”
“아버지!”
민병들은 그들 부자간을 마구 떼 놓았다.
병완이 비술나무에 매단 종을 호미로 치자 온 마을 사람들이 촌공소에 모였다.
상순과 병완은 마루 우에 높직이 올라섰다.
상순은 마을 사람들과 지주들의 자제들을 둘러보면서 연설했다.
“여러분, 보십시오. 국민당 반동파 잔여세력과 지주들은 우리 가난한 백성들이 잘 사는 세상이 온 것을 눈에 든 가시처럼 생각하고 배 아파합니다. 국민당 반동파와 악질지주 놈들은 실패를 달가워하지 않고 항상 기회를 엿보아 우리 인민민주정권을 뒤엎으려고 합니다. 허나 일체 반동파들은 우리 위대한 중국 공산당이 영도하는 인민민주정권과 인민무장력량의 일망타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중국인민해방군은 이제 곧 황하와 장강을 뛰어 넘어 전국을 해방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승리에 자만하지 말고 시시각각 경각성을 높여 우리 인민정권을 보위하고 우리 마을을 보위하여야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마을 사람들 속에서 지춘실은 상순의 늠늠한 풍채를 보고 귀밑까지 자주 빛으로 붉히며 한숨을 호 내쉬었다. 허나 옆에 선 지군선은 이상한 눈빛이 번뜩이었다.
뒤이어 상순은 소리높이 명령했다.
“국민당 반동파 자위대 놈들을 인민정권의 판결에 의해 자위대활동을 미친 듯이 한 제해산과 이펑거를 사형에 처한다! 자위대의 졸개 지괴호는 그 죄상에 따라 유기징역 15년에 처한다. 장충국 부자는 항일전쟁 유공자이고 이번 자위대 숙청에 공을 세웠기 때문에 잠시 총살하지 않고 감옥에 가둬 노동개조를 시킨다. 만약 그 어떤 지주와 부농들이거나를 막론하고 계속 착취계급의 본성과 사상을 개조하지 않고 완고하게 인민정권과 맞서려고 한다면 인민정권의 호된 처단을 면치 못할 것이다!”
병완은 민병들을 영솔해 태평강 가에 자위대 놈들을 끌고 나갔다. 공안일군들이 그 놈들을 한 놈, 한 놈 총살해버렸다.
숱한 까마귀들이 앙상한 아름드리버드나무 가지에 날아와 앉아 시체를 널려고 내려다 보며 까욱까욱 울어댔다.
봄날의 기운은 두 번째 고향 땅에 그물그물 피어올랐다. 훈훈한 봄 아가씨는 들로 벌로 사뿐사뿐 다가오고 동장군은 산으로 뒷걸음질 쳐 물러갔다.
허나 소서구와 천지꽃산에는 아직도 겨우내 땅바닥에 악착스레 얼어붙었던 얼음과 잔설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병완은 곰방대를 뻑뻑 빨며 착잡한 생각에 잠겼다.
(장학산이랑 충국이랑 숙청당했지만 조개덕의 조덕림과 제지주, 패용천 촌의 손호표지주의 가족들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알 수 없다.)
그는 상순과 토론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마을의 흥수랑 불러 민병들 10명을 세 개 조로 나누어 지주들의 집을 불시에 돌연습격해 수색했다.
병완은 흥수와 학수를 데리고 장학산네 집으로 갔다.
장학산의 처 충씨와 장리국, 장미련은 질겁해 낯이 새파랗게 질렸다.
병완은 다짜고짜로 그들을 쏘아보며 호령했다.
“말해! 장학산이 집에다 뭘 숨겨뒀다던데 어데 숨겨뒀는가?”
충씨는 고개를 조금 들며 병완의 붉으락푸르락하는 구레나룻이 더부룩한 얼굴을 슬며시 곁눈질했다.
“뭘 말이오?”
“시치미를 떼겠어? 들춰내는 날엔 네년들도 감옥으로 들어가야 해.”
충씨는 오히려 제 쪽에서 노발대발했다.
“참 억울하오. 내 남편과 아들을 가두고 우리 땅을 다 빼앗아 가고서도 모자라는가? 우리 집마저 빼앗아가자고 그래?”  

병완은 충씨의 반발에 흔들리지 않았다.
“뭐라고? 그러지 않아도 이 집을 청산해 가난한 백성들한테 나눠주지 않았다고 의견이 많다. 우리가 옛 주인을 너무 많이 봐준다고. 탄백하겠는가?”
허나 충씨는 마음대로 해라는 듯이 입을 꼭 다물고 눈치만 할끔할끔 살피었다.
“수색하라!”
민병들은 우르르 달려들어 집 안 밖을 발칵 뒤집었다. 지붕 추녀 밑과 닭장, 개굴까지 다 들춰도 아무 것도 들춰내지 못했다. 집안도 부엌과 쌀독, 장독 궤짝 지어 까래 밑까지 다 들춰도 없었다. 흥수는 방바닥을 파보고 지어 구들장까지 뜯고 꼬챙이로 푹푹 찍어 보았다. 허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장리국은 흘끔거리더니 “흥!” 하고 콧방귀까지 뀌었다.
병완은 구들에 걸터앉아 충씨와 미련을 살피다가 집안을 두리번거리었다. 그는 종이를 바른 바람벽으로부터 천정을 살피다가 별스레 천정의 누런 종이 우에 새로 덧댄 허연 종이에 눈이 멎었다. 눈을 슬며시 아래로 내리 뜨며 충씨 모녀와 장리국을 흘끔 곁눈질 해보았다. 충씨는 천정을 곁눈질하다가 병완을 흘끔거리더니 제꺽 눈을 내리 까는 것이었다.
(수상해!)
병완은 바깥에 나가 사다리를 들고 들어와 벽에 기대 세워놓고 올라가려고 했다.
“내 올라가 보지요.”
학수가 새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병완과 흥수는 새다리를 붙들었다.
“그 허연 종이를 붙인 데를 뜯어보오.”
“예.”
학수는 천정에 덧댄 허연 종이를 쫙쫙 뜯어냈다.
기름종이에 싼 묵직한 봉지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손바닥만 한 물건은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무거운 쇠붙이소리를 냈다.
병완은 경각성을 높여 사다리를 놓고 제꺽 기름종이봉지를 주어 풀어보았다. 봉지를 찢고 보니 미제모젤권총이 나왔다.
“봐라! 이 놈들이 웃음 속에 칼을 품고 있었다.”
병완은 권총을 충씨 코끝에 들이대고 호통 쳤다.
“이건 뭐냐?!”
장리국과 충씨 모녀는 무릎을 꿇고 물앉더니 두 손을 발이 되게 싹싹 비비었다.
“어르신님, 제발 목숨을 살려 주오. 조선에서 왔을 때 이 집에 재워준 사람 누구요? 그 은정을 봐서라도 우리 모녀 봐주오.”
“흥! 진작 탄백했더라면 관대하게 처리하겠지만 늦었어!”
병완은 대뜸 호령했다.
“천정종이를 몽땅 뜯어리!”
모두들 달려들어 천정종이를 다 뜯어냈지만 무엇을 더 발견하지 못했다.
“벽지를 몽땅 뜯어라!”
병완의 호령소리에 이번에는 벽지를 몽땅 뜯어냈다. 부엌 쪽의 벽지를 뜯어내니 벽에서 서랍만한 구멍이 드러났다. 구멍 안에는 누런 필기장과 노랗고 번쩍번쩍하는 권총 탄알이 몇 십 발이나 나왔다.
병완은 버럭 고함쳤다.
“몽땅 끌어내라!”
미련은 병완의 팔을 붙들고 발을 동동 구르며 대성통곡 쳤다.
“할아버지, 난 어려서 아무 것도 모르오. 제발 날 잡아가지 마오. 흐, 흐, 흑.”
“안 돼!”
병완은 쌀 주머니를 들어 구들에 쌀을 왈 쏟아놓고 주머니에 탄알과 권총 그리고 빚 문서를 주어 넣다가 남쪽 구들 궤우에 얹어놓은 비단이불에 눈길이 멎었다.
그가 다가가 왼손으로 비단이불을 훌 쥐어 들었다. 시퍼런 비수가 땅바닥에 툭 떨어졌다. “이건 뭐야?”
리국이 고개를 들며 변명했다.
“밤에 날강도를 무서워서…”
“개소릴 작작 쳐! 웃음 속에 칼을 품은 놈들.”
병완은 흥수와 학수 형제를 보고 “끌고 갓!” 하고 명령했다.
병완은 충씨와 미련을 촌공소 창고에 가둬 넣고 그 기세를 몰아 민병들을 거느리고 조개덕과 패용천 촌에 덮쳐갔다. 그들이 달리는 곳에 총창이 서슬 푸르게 번뜩이었다…
그들은 세 마을의 숱한 지주들의 집을 돌연 습격해 숱한 비수와 검, 사냥총을 수색해냈다.
병완은 투쟁대회를 열고 군중들을 동원하여 지주들을 투쟁했다. 장학산의 처 충씨와 아들 장리국, 딸 장미련도 지주들과 함께 군중들이 앞에 두 손을 쳐들고 섰다. 투쟁대회 집행 주석 대에는 진수해 허영주서기와 현 당위 조직부 부장 이계삼 그리고 병완 촌장이 앉아 있었다. 군중들은 지주들의 집에서 들춰낸 권총과 탄알, 시퍼런 비수, 검, 빚 문서들을 둘러보고 이를 갈며 투쟁에 목청을 높였다.
나중에 병완 촌장이 나서더니 목소리를 가다듬어 연설했다.
“빈농 여러분, 보십시오. 악질지주들은 우리 빈고농민들이 자기 집과 땅을 청산해 나눠 가진 것을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하면서 웃음 속에 칼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 놈들은 언젠가는 자기들의 천당을 찾고 우리 빈고농민들에게서 빚을 받아내려고 빚 문서까지 감춰 놓고 칼을 갈아 왔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한시도 경각성을 늦추어서는 안 됩니다. 인민민주정권의 재판에 의해 장학산의 여편네 충씨와 아들 장리국을 감옥에 보내 노동개조를 시킨다. 장학산의 딸 장미련은 권총을 치워놓은 진상을 몰랐기에 집에 남겨 금후의 태도와 표현을 고찰하기로 한다. 시퍼런 검과 비수를 숨겨둔 지주들은 몽땅 감옥에 보내며 그 가속들은 지방 관제한다.”
“국민당 잔여세력을 타도하자!”
허영주서기가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고 구호를 부르자 촌공소 마당의 군중들은 따라 목청껏 구호를 불렀다.
“악질지주들을 타도하자!”
“계급 원쑤를 영원히 잊지 말자!”
“계급투쟁을 끝까지 진행하자!”
군중들은 병완과 함께 지주들의 빚 문서 무지에 불을 콱 질렀다. 싯누런 빚 문서 무지가 타면서 삼단 같은 불길이 활활 치솟아 올랐다. 가난한 빈농들은 타버리는 지주들의 빚 문서를 보면서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민병들은 지주들을 바로 묶어 진수해로 압송했다.
미련은 민병들에게 압송돼가는 장리국과 충씨를 보고 팔을 뻗치며 “엄마! 엄마!” 하고 목 놓아 울었다.
흥수는 달려들어 미련을 마구 떠밀어 떼놓고 장리국과 충씨를 마구 끌고 갔다.
춘실은 흥수를 보고 눈을 흘겼다.
“우쭐거리긴? 언제 지주들한테 보복당하자고 그래?”
허나 흥수는 빈정거리는 춘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까마귀 한마리가  눈풍설이 이는 하얀 서산으로 날아넘어가며 눈가루를 흩날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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