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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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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67)
2017년 05월 08일 14시 57분  조회:1852  추천:1  작성자: 김장혁





                            
                                      6. 담판

흐릿한 하늘이 걷히면서 하늘에 차디찬 해가 대지를 비추었다. 드디어 맵짠 겨울바람이 마을을 엄습했다.
상순은 지난 밤에 토비들이 마을을 습격해 불을 지르고 무차별사격을 가한 일을 생각하자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 쉬였다.
“삼도만 토비들을 몽땅 숙청해 버리기 전엔 마을 사람들이 시름놓고 살 수 없어. 마을을 지키기만 해선 안돼. 언제 그 놈들의 습격을 받을지 몰라.”
      그는 마을 청년들을 동원해 함께 민주련군에 참군해 삼도만 토비들을 몽땅 소멸하기로 작심하였다. 
그는 마을에 나가 성수와 태수 등을 데리고 조개덕과 소서구, 패용천 촌을 돌아다니면서 조선족과 한족 청년들을 찾아가 참군하자고 동원했다.
그런데 장발래와 제해풍 한족청년들은 모두 도리머리 질 했다.
“다 참군하고 우리 집 농사는 누가 짓겠소? 황차 우리 마을 청년들이 다 참군하면 우리 마을과 우리 집은 누가 지켜?”
자기 집 울타리만 지키려는 장발래랑 보고 상순은 어이 막혀 말이 나가지 않았다.
“그럼 좋아, 너희들은 마을과 집을 잘 지켜라.”
그제야 장발래 등은 만면에 춘풍이 돼 엄지를 내둘렀다.
상순은 집에 돌아와 숙자를 업은 명옥을 보고 “내 부대에 갔다 오겠으니 아버지를 잘 모시오.”라고 했다.
명옥은 임신한 지 몇 달 됐다.
“여보, 내 간 후 수고 많이 하오. 토비들을 모조리 소멸하면 우리 마을 사람들이 편안히 살 수 있을 거요.”
명옥은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전쟁터에 남편을 보내기 아쉬웠지만 속으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겉으로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토비를 숙청하고 무사히 갔다 오오.”
명옥은 숙자를 상순에게 안겨 주었다.
상순은 숙자를 안고 뽀뽀를 해주었다.
“숙자, 에이고, 내 귀여운 딸아, 아버지한테 뽀뽀 해 달라.”
명옥은 “뽀뽀 해.”라고 했다.
숙자는 아버지의 볼에 난 구레나룻을 어루만지다가 쪽 뽀뽀했다.
이윽고 상순은 성수랑 병수랑 태수랑 마을의 끌끌한 청년들 30명을 데리고 기관총 두정을 가지고 촌공소 앞에서 부대로 떠나게 되었다.
병완과 기준 그리고 명옥과 금옥 등이 모두 바래러 나왔다. 명옥은 숙자를 업고 상순이네를 바래며 눈물을 줄줄 흘리더니 팔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금옥은 칠군을 업고 최학섭과 함께 나와 바래였다.
“오빠, 무사히 갔다 오오.”
상순은 칠군의 볼을 매만지면서 “그래, 근심하지 말라.”라고 했다.
상순은 이계삼과 허영주, 병완 등에게 군례를 척 올리고는  마을 민병 30여명이나 영솔해 성큼성큼 진수해 쪽으로 떠나갔다. 병완은 옆구리에 권총 두자루나 차고 기관총을 둘러메고 민병들을 영솔해떠나는 상순을 대견하게 목송했다. 
마을 사람들은 자기 아들들을 전쟁터에 내보내면서 눈물을 흘리었다. 여기저기에서 흐느낌소리로 울음소리로 웅성거렸다…
상순은 권총 두자루나 차고 30여명 민병들을 영솔해 기관총 두 정까지 가지고 진수해에 가서 동북 민주연군 길동군구 제19퇀에 입대하였다. 최낙현 퇀장은  이계삼 서기의 소개신을 받아 읽어보고 상순을 패장을 시키면서 기관총반까지 이끌라고 했다. 그러나 련장 허백호는 기관총반을 자기 마을에서 온 민병을 보고 령솔하게 하려고 고집했다. 
19퇀이 영월구에 가서 훈련할 때다.  기관총을 다룰 줄 아는 군인은 온 퇀에 상순 밖에 없었다. 기관총반 반장도 기관총을 쏠 줄은 알았지만 기관총을 분해했다가 되조립할줄을 몰랐다. 그런데 상순은 기관총 명사수일뿐만 아니라  기관총을 분해했다가 척척 조립하는  능숙한 기술자였다. 게다가 그는 항일유격대를 따라 실전에 여러번 참가한 실전경험이 있었다. 이런 정황을 알게 된 최낙현 퇀장은 상순을 보고 기관총반도 이끌라고  하였고 이성수와 이학수, 최병수, 이태수  등 한 마을의 민병출신들을 기관총반에 귀속시켜 주었다. 그 일로 해 허백호 련장은 상순을 아니꼽게 생각하였다. 
눈치챈 상순은 휴대하던 권총 한자루는 최퇀장한테 바치고 한자루는 허련장한테 드렸다.
허백호 련장은 모젤권총을 쥐고 이리저리 보며 흐뭇해했다.
"어디서 얻은 권총인가?"
상순은 곧이곧대로 말했다.
"최퇀장한테 바친 권총은  항일전쟁 때 일본 놈의 걸 로획한 것이고 이 권총은 함흥촌토비숙청전에서 로획한 거요." 
"그래? 감사하다이."
허백호는 권총을 허리춤에 차며 다른 눈길로 상순의 세귀눈을 훔쳐보았다.
(이 자식, 웬간한 놈 아니구나.) 
부대에서는 삼도만토비들을 어떻게 칠 것인가는 토론회를 퇀지휘부에서 열었다. 패장 이상 간부들이 참가하였다.
1련 지도원 김명호는 선참으로 나서 호언장담했다.
"저에게 한개 반을 주십시오. 그까짓 삼도만 토비들과 담판해 투항하게 만들겠습니다."
그러나 1련 허백호 련장은 반대해나섰다.
"안될 소릴. 그 놈들이 몇마디 말에 무기를 놓고 투항하겠소? 담판 갔다가 괜히 목숨을 잃겠소."
김명호 지도원은 가슴까지 탕탕 생고집했다.
"에이구, 백명도 안되는 고까짓 토비놈들이 뭘 대단해서. 흥! 천명이나 되는 우리 퇀이 치러 간다는 말만 들어도 벌벌 떨면서 투항할 놈들입니다. 개미굴을 치러 가는데 작두를 쓸 필요 있습니까?"
최낙현 퇀장은 한참 궁리하다가 무거운 입을 뗐다.
"싸우지도 않고 투항하게 하면 좋은 일이지. 건데 누가 감히 토비굴로 담판하러 가겠소?"
"제가 가겠습니다. 한개 반만 주십시오. 긍정코 그놈들을 투항하게 하겠습니다."
"좋소."
그때 상순이 나섰다.
"제가 비밀리에 토비놈들 소굴에 잠입해 그 놈들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게 하겠습니다."
"김패장! 여기 어디라고 나서는가?!"
허백호 련장은 코웃음쳤다.
"담판도 지금 성사되겠는지 모르겠는데. 그 놈들을 반란하게 해? 어림도 없는 소릴. 흥!"
상순은 세귀눈으로 허련장을 힐끔 쳐다보았다. 뒤이어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며 자리에 되앉았다.
"아니요."
최퇀장이 손사래를 치며 상순한테 눈길을 돌렸다.
"1패장의 말을 다 들어보기오."
상순은 재차 일어났다.
"삼도만 토비무리에는 우리 마을에서 도망간 장충국이란 자가 있습니다. 충국은 일찍 저와 함께 항일유격대에 쌀도 나르고 항일전투에도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그자를  이용해 내부반란을 일으킬가 합니다."
"쳇, 꿈이면 듣기나 좋지."
허백호 련장이 비양거리자 최퇀장이 또 손사래쳤다.
"상순 패장, 그 자가 지독한 전보홍을 설복할 수 있겠소?"
"전보홍을 설복시키긴 힘들지만 우리 치러 갈 때 내응하게 하면 어떻습니까?"
최퇀장마저 미심쩍어하며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충국이라던가?"
"예."
"그자는 혹시 반변해올지 모르겠소. 그런데 그 자 혼자 독불장군이지."
"아닙니다. 삼도만토비 중에는 지학구라는 자도 있습니다. 그자는 충국의 5촌외삼촌벌 되는데 일찍 일제 때 해동파출소 소장질을 했습니다. 지학구까지 기의하게 하면 그 주위 놈들 십여명은 따라 행동하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최퇀장은 뒤지개를 짚고 지휘부를 왔다갔다하며 상순의 말을 들으며 궁리했다. 
그는 주춤 멈춰서더니 페회를 선포했다.
모두들 헤여져 돌아갔다. 김지도원은 담판하러 떠나려고 나갔다.
"상순 패장, 잠간 남소."
"옛1"
최퇀장은 상순에게서 충국과 지학구란 자와 상순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알아본 후 오래도록 상순과 구체작전계획을 토론하고나서 이리이리 하라고 지시했다.
"옛, 꼭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최퇀장은 사무궤에서 권총을 꺼내 상순한테 주었다. 그 권총은 상순이 전번에 바친 것이였다.
"자, 김패장, 이걸 차고 가게나."
"이 권총은 제가 바친 건데..."
"동문 패장이 아니오? 패장은 권총을 찰 자격이 있소. 황차  이번엔 특수임무를 수행하기에 권총이 더 필요하오."
"넷, 목숨바쳐 꼭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아니오. 임무를 완수하고 꼭 살아돌아와야 하오."
"넷!"
상순은 군례를 척 붙히고 퇀지휘부를 나왔다.
한편 김명호 지도원은 일본 놈들에게서 로획한 자동차에 10여명 전사들을 싣고 영월구를 떠나 호박길을 덜커덕 거리며 산을 넘고 영을 넘어 삼도만 평강촌에 이르렀다.
보초병한테서 민주연군이 한자동차 왔다는 말을 듣고 전소교는 충국에게 암암리에 이리이리 하라고 명령했다.
김명호 지도원은 토비들의 소굴을 둘러싼 목책 대문에서 한 300메터 떨어진 곳에 자동차를 세워 놓고 입에 손을 모아대고 고함쳤다.
“삼도만 토비들은 들으라. 우린 민주연군이다. 네놈들과 단판을 하러 왔다. 우리 2천여 명 병력이 당장 네놈들을 숙청할 것이다. 네 놈들은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전보흥 소교는 사합원지휘부에서 보고받고 악이 나 입술을 깨물었다.
“투항하라고? 좋아, 마을에 들어와 담판하자고 햇!”
"옛!"
충국이 한개 반을 데리고 목책 대문 밖으로 나왔다.
"들어와 담판합시다."
그러자 김명호 지도원은 운전수를 보고 목책 안으로 자동차를 몰라고 했다.
토비들은 목책 대문을 활짝 열어 재끼었다.
운전수는 옆 좌석에 앉은 김 지도원을 보고 말렸다.
“들어가지 맙시다. 놈들이 다른 마음 먹었으면 어쩝니까?”
허나 김명호 지도원은 개의치 않았다.
“산골 놈들이 감히 우릴 어찌겠는가? 차를 대문 안으로 몰라. 이건 명령이야."
그들이 탄 자동차가 목책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대문이 삐꺼덕 닫기였다. 김 지도원 등은 무슨 판국인지도 알기도 전에 30여개 총구멍이 그들을 겨누었다.
장충국은 총을 휘두르면서 호통쳤다.
“몽땅 총을 내려놓아!”
“우린 담판하러 왔소. 무기를 해제하다니?”
충국은 김명호 지도원의 반발에 어느 결에 운전석 문을 열고 김 지도원의 옆구리에서 권총을 빼앗아냈다.
“담판하러 온 놈들이 권총을 차고 와?”
뒤이어 토비들은 전후좌우에서 차 바곤에 총칼을 들이대고 민주연군 전사들의 총을 빼앗아냈다.
그때 눈덮인 수림에서 난데없는 뻐꾸기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뻐꾹, 뻑뻑꾹.
충국은 수하토비들을 보고 김지도원이랑 토비지휘부에 압송해가게 하고 소변 보는 척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겨울에 웬 뻐꾸기야?)
그는 뻐꾸기 울음소리 나는 수림속을 눈빗질하였다.
(혹시 상순이?)
그때 저 멀리 하얀 눈 덮인 수림에서 하얀 그림자가 언뜰했다. 뒤이어 뻐꾸기 울음소리 났다. 항전 때부터 상순은 충국이나 춘실을 비밀리에 만날 때마다 뻐꾸기 울음소리를 암호로 썼던 것이다. 뻐꾸기 울음소리는 또 항일유격대의 암하이기도 하였다.
"개자식,"
충국은 욕을 하면서도 흘끔흘끔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총을 겨누어들고 하얀 그림자가 언뜻 움직인 곳으로 잠입해갔다.
"충국아!"
충국은 깜짝 놀라 돌아서며 총을 겨눴다.
아름드리나무 뒤에서 하얀 천을 뒤집어 쓴 상순이 희죽이 웃으며 나서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놈새끼!"
충국은 방아쇠에 손을 댔다가 맨 손인 상순을 보고서야 총구를 내리웠다. 금방 뒤에 선 상순이 자기를 죽이려고 했으면 맨 손으로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다는 것을 충국은 잘 알고 있었다.
"어째 여길 왔어. 난 네놈을 죽일 수도 있어."
그러나 상순은 충국의 손을 잡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내 말 들어. 이제 몇천명 민주련군이 여길 쳐서 재가루를 만들 거야. 이제라도 늦지 않아. 기의해라."
그 말에 충국은 질겁해 목을 움추려뜨렸다. 
"몇천명이나 온다구?"
"그래. 네놈들 몇십명이 살아남을 거 같아?"
"기의한다고 살려 주느냐? 난 전번에두 지학구하구 너네 마을 쳤어."
"기의만 하면 살려주고 말고. 너네 부모형제를 생각해서라도 기의해라."
충국은 상순이란 이 마지막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
"우리 부모 무사하냐?"
"그래. 우리 공산당은 너희 일가 항일유격대에 쌀을 대준 공훈을 생각해 다룬 지학사 같은 친일지주들과는 다르게 대하잖니?"
상순은 당의 정책으로 드센 정치공세를 들이댔다. 그러고나서 뒷말을 달았다.
"지학구하구 말해라. 이제라도 기의하면 과거는 묻지 않는다고."
그러자 충국은 머리를 끄덕였다.
"지학구하구 토론해 우리 민주련군이 들이칠 때 기의해라. 그러고 김지도원이 위험하면 구해달라."
"지학사네 일본첩과 애도 살려줄 수 있느냐?"
"살려주구 말구. 그 일본 여인도 일제침략전쟁의 피해자야. 지학사는 친일주구여서 총살했지만 처자는 갈라 관대하게 처리해주지 않았어? 너희들 잘못 빼돌렸지.  네가 기의하면 확실하게 살려주지."
"지시룡만 살려주면 지학구 외삼촌을 설득해 기의할게." 
상순은 충국의 귀에 대고 이리이리 하라고 하였다.
충국은 머리를 무겁게 끄덕였다.
"시간이 퍽 지났어. 어서 가라."
"응."
충국은 황급히 장총을 주어들고 대문쪽으로 달아났다.
한편 전 소교는 토비지휘부에 끌려온  김 지도원을 노려보며 호통 쳤다.
“몽땅 결박햇!”
김 지도원은 전 소교를 보고  물었다.
“자네 전소교인가? 담판하러 온 우리와 왜 이러는거야?”
"흥!"
전 소교는 코 방귀를 뀌더니 빈정거렸다.
“담판? 하하하,  아직도 주둥이만은 여물었구나.”
김 지도원은 기둥에 결박당해 가지고서도 머리를 숙이지 않고 고함쳤다.
“네놈들은 고작 5, 60명 밖에 안 된다. 우리 민주연군 2천여 명이 이제 토비 소굴을 들이칠 것이다. 지금이라도 무기를 놓고 투항하면 살려준다.”
허나 전 소교는 일어나더니 김 지도원의 귀 쌈을 찰싹 갈겼다.
“우린 조선 빨갱이들과 한 하늘을 쓰고 살 수 없어. 우리 수는 적지만 네놈들을 두려워 할 것 같은가? 2천명이 아니라 2만 명이라도 오라고 해라. 우린 험산을 이용해 네놈들을 한 놈도 남겨두지 않고 이 산골짜기에 소멸해 버리겠다. 네놈이나 투항해라. 투항하지 않으면 네놈부터 생매장해버리겠다.”
그러나 김 지도원은 굴복하지 않고 계속 전 소교를 보고 투항하라고 권고했다.
전 소교는 이를 악물더니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몽땅 총살해라!”
김 지도원은 끌려 나가면서도 전 소교를 보고 고함쳤다.
“네놈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가 후회할게다. 우리 민주연군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전 소교는 악이 날대로 났다. 그는 시퍼런 군도를 쓱 빼들었다.
“잠간!”
충국이 손사래를 치며 나섰다.
"전소교, 량군이 싸워도 찾아온 사자는 죽이지 않는 법이오. 이 자를 인질로 붙잡아 두면 어떻소?"
분명 상순의 부탁을 듣고 나선 것이였다.
"픽! 이 놈이 뭐 사자냐?"
전소교는 바깥으로 나가더니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지패장, 이 빨갱이 두목을 생매장해라! 다른 놈들은 몽땅 총살하고 두 놈만은 쫄딱 벗겨 놔줘라! 그 놈들이 돌아가서 우리 말을 전달하게 해라!‘
“옛!”
지학구 패장은 한무리 토비들을 이끌고 김명호 지도원을 평강 촌 뒤 골짜기로 통한 길 옆의 자그마한 둔덕 아래에 끌고 갔다.
       상순은 아름드리나무 뒤에 숨어 그 긴급정황을 보고 황급히 태수를 데리고 수림으로 해 뒤쫓아갔다. 토비들은 불을 피우고 언 땅을 녹인 후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그때 충국이 또 찾아와 지학구 귀에 대고 뭐라고 쑹얼거렸다.
"닥쳐! 이 놈을 살려줬다가 우리 죽으라고?! 흥!"
   토비들은 끝내 김지도원을 구덩이에 밀어넣고 생매장하기 시작했다.
  김명호 지도원은  계속 고함쳤다.
  “네 놈들은 꼭 후회하게 될 것이다. 우리 민주연군은 네 놈들을 이제 한 놈도 남겨두지 않고 몽땅 소멸할 것이다!”
상순은 김지도원 등을 구하려고 권총을 빼들었다.
"김패장은 혹시 김지도원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절대 경거망동하지 마오...."
그때 최퇀장이 하던 말소리가 상순의 귀전을 때렸다. 
상순은 태수의 총을 내리눌러놓고 권총을 허리춤에 되찼다.
    김지도원은 생명의 마지막순간에도 구호를 높이 외쳤다.
“국민당 토비들을 타도하자!”
“중국 공산당 만세!”
“민주연군 만세!”.
다른 민주연군 전사들도 모두 김명호 지도원을 생매장한 구덩이 옆에서 장렬히 희생됐다.
전 소교는 고의적으로 해가 지기를 기다려 민주연군 두 전사를 옷을 쫄딱 벗긴 후 호통 쳤다.
“얼어 썩어지지 않으면 돌아가서 너네 빨갱이 두목에게 전해라! 우린 절대 투항하지 않는다. 네 놈들이 오기를 기다려 민주연군 놈들이 쳐들어오면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소멸할 테다! 김 지도원의 끝장은 바로 네놈들의 끝장이다!”
전소교가 손을 홱 휘젓자 충국은 토비 둘을 데리고 여우도 얼어 죽을 맵짠 겨울밤에 두 전사를 끌고 바깥에 나갔다.
“가라!"
토비들은 홀딱 벗긴 두 전사의 엉덩이를 발길로 차놓으며 을러멨다.
그들이 김지도원 등이 몰고 온 자동차 바퀴자욱을 따라 토비소굴 대문에서 몇백메터 떨어진 눈덮인 수림 속 령길에 들어섰을 때였다.
뻐꾹, 뻐꾹.
그때 충국이 별스레 뻐꾸기 울음소리를 냈다.
뻐꾹, 뻑뻑꾹.
토비 둘이 의아해 장총을 내리워 비껴들었다.
땅!
령길에서 야무진 총소리와 함께 토비놈이 푹 꺼꾸러졌다.  충국이 선손을 썼다.
나머지 놈이 충국을 겨눴다.
땅!
상순이 수림 속에서 뛰여나오면서 토비놈을 쏘았다. 토비놈은 푹 꼬꾸라졌다.
충국은 토비의 털옷을 벗겼다.
"빨리, 이 놈들 옷을 벗겨 입혀가지고 달아나라!"
"넌 탄로났어. 함께 가자."
"아니야. 꼭 기의할게. 근심말고 어서 가라!"
상순은 충국의 어깨를 잡고 귀속말로 부탁했다,
"토비지휘부 위치와 화력배치를 지도로 그려달라."
"언제 오겠니?"
"래일 여기 올게."
"알았다. 지학구는 전소교와 권력다툼 한다. 그러나 너무 믿지 말라."
충국은 김지도원을 생매장하러 갈 때 지학구를 보고 김지도원을 구해가지고 민주련군에 도망치자고 했다. 그러나 지학구는 시기상조라며 일찌기 폭로되면 대사를 그르친다고 했다. 지학구는 기의보다는 전소교를 죽여버리고 토비두목이 되면 다라고 궁리하면서 제 안속을 챙기려 하고 있었다.
"그외에 더 쟁취할만한 사람 없니?"
" 조소호란 모사가 있어. 그는 전소교가 자기 집을 쥐휘부로 만들고 자기 녀편네마저 릉욕했다고  전소교하구 원쑤로 됐어. 통신병 마룡은 지학사 일본첩을 탐내 죽자 살자 해. 그들도 모두 전소교를 죽이고 일본 여인을 차지하자고 벼른다. 그들 모두 쟁취해 볼게."
상순은 머리를 끄덕이며 량미간을 찌푸렸다.
"그외 지학구와 네 수하들도 더 쟁취해라. 우리 치러 오면 너희들 기의해 내응해라. 넌 전소교 어디 있는가를 잘 살펴 나한테 흰수건을 흔들어 가리켜달라."
"알았다."
땅!
충국은 권총으로 자기 왼팔을 쏘았다.
"앗!"
그는 권총을 툭 떨어뜨리고 왼팔을 붙잡고 토비소굴 대문 쪽으로 달아났다. 상순은 충국이 재잠입하려고 고육계를 쓰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장충국이 달려가는 뒤에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상순은 멀어져가는 충국을 바라보며  기의가 성공하기를 빌었다.
상순은 태수와 함께 두 전사에게 토비 옷을 벗겨 입히고 권총과 장총 두자루까지 가지고 무릎까지 펑펑 빠지는 령마루 길에 올라섰다.
     그때 토비소굴 쪽에서 총소리가 수림을 아츠럽게 울렸다. 분명 한무리 검은 그림자들이 추격해 오고 있었다.
상순은 두 전사를 보고 말했다.
"이 총으로 호신하면서 먼저 달아나오."
그러자 두 전사는 떠날 념을 하지 않았다.
"우리도 남아 함께 싸우고 싶소."
"옳소. 죽어도 원쑤를 갚겠소."
"빨리 퇀부에 돌아가 담판정황을 알려야 하오. 어서 가오. 이건 명령이오."
상순은 호주머니에서 언 주먹밥덩어리 몇개를 꺼내  전사에게 주었다. 태수도 언 주먹밥을 거내 주었다.
"빨리 가오."
"옛! 김패장!"
상순은 두 전사가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다가 태수에게 손을 홱 저었다. 그들은 번개같이 길 옆 수림 속에 들어가 놈들을 저격할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놈들은 토비놈들이 뒈진 자리에 달려와 시체를 보자 더럭 겁나 주춤거리며 더 추격하지 못했다.
     "죽은 놈들 총 다 걷어갔군. 몇놈이 왔댔어? "
    "전소교, 두 놈이 왔댔소. 여길 보오. 밀림에서 둘이 총을 쏘며 달려나온 발자국이 있잖소?"
   충국의 말소리가 들렸다.
"바보 같은 놈, 세놈이 두놈도 이기지 못해? 흥!"
전소교는 눈보라 휘몰아치는 수림 속을 둘러보더니 명령했다.
"돌아가자!"
충국은 고의로 지껄였다.
"추격해 죽여치웁시다. 내 팔 상하게 한 원쑤를 갚겠소."
"관둬! 놈들이 한둘이 온 거 같잖아. 날도 어두운데  저 형제들 시체나 메고 돌아가자."
"옛!"
상순 일행은 온 밤 달려 영월구로 돌아갔다. 영월구에 돌아갔을 때 벌거숭이 됐던 두 전사는 손과 발, 귀 다 얼었다.
전사 둘은 퇀 지휘소에 찾아가 최낙현 퇀장에게 담판정황을 알리고서도 토비들에게 당한 모욕감에 눈물을 흘리면서 울분을 토로했다.
최 퇀장은 성이 날대로 나서 책상을 탕 치며 고래고래 고함쳤다.
“개 같은 토비 놈 새끼들, 감히 우리 김명호 지도원을 살해 해? 당장 출병해 토비 놈들을 몽땅 소멸해 버려야 한다!”
영월구의 눈 덮인 밀림은 어둠속에서 휘몰아치는 눈보라와 함께 노호했다.
상순에게서 충국과 평강촌 토비 정황을 듣고 최낙현 퇀장은 머리를 끄덕였다.
"충국은 실제행동으로 기의할 진심을 보여줬소."
최퇀장은 눈보라 휘몰아치는 창 밖을 내다보며 무겁게 뒷말을 이었다.
"그러나 돌다리는 두드려보면서 건너야 하오. 지학구 그 사람은 권력다툼이기에 기의할 사람은 아니오. 자칫 충국이 기의하려는 의향이 탄로나면 위험하오."
그는 상순한테 몸을 돌렸다.
"임무를 초보적으로 잘 완수했소. 대부대가 평강촌 토비를 습격하기 전에 즉시 한개 반을 데리고 평강촌에 가서  충국과 련계를 달고 림기응변해 대처해야 하오."
"옛!"
상순은 군례를 척 붙이고 퇀지후부에서 나왔다. 그는 밤잠을 자지도 않고 자기 패에 돌아가 끌끌한 전사들을 뽑아 기관총 두 정까지 메고 평강촌을 바라고 떠났다.

                     7. 토비 소굴을 일망타진


     1946년 1월 26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아침에 19퇀은 영월구에서 삼도만 토비숙청 전투동원대회를 열었다.
최낙현 퇀장은 높은 둔덕에 올라서서 우렁찬 목소리로 동원했다.
“동지들, 극악무도한 삼도만 토비들은 김명호 지도원 등 10명을 살해하고 끝까지 인민정권과 최후발악을 하려고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이젠 삼도만 토비들과 담판이란 없습니다. 오직 우리 민주연군의 무장 력량으로 최후발악을 하는 토비들을 모조리 소멸해야 우리 인민들은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삼도만 평강촌의 적들은 5, 60명 밖에 안 됩니다. 우린 한 개 퇀의 천여 명 무력으로 평강 촌 토비들의 소굴을 잿더미로 만들고 토비들을 깡그리 소멸합시다. 동지들, 토비를 모조리 소멸할 신심이 있습니까?!”
최 퇀장의 물음에 모두들 장내가 떠나 갈듯이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있습니다!”
연설을 마치자 최 퇀장은 손을 홱 저으면서 명령했다.
“출발!”
민주연군 19퇀은 눈보라를 무릅쓰고 산등성이를 넘어 해지기 전에 삼도만에서도 30여리 떨어진 평강 촌 토비소굴 서쪽산에 이르러 바삐 허연 눈 뒤덮인 수림 속 산마루에 포진하였다.
   그때 수림 속에 미리 매복해 있던 상순이  뛰쳐나왔다.
"보고, 허련장, 1패장 김상순 이하 15명 여기서 대기중..."
"1패장, 퇀부에 가보오. 최퇀장이 기다리오."
"옛!"
상순은 허련장이 가리키는 퇀부 쪽으로 달려갔다. 
토비 놈들은 천여 명이나 되는 민주연군 대부대가 덮쳐온 것을 보자 화로 우에 올라앉은 개미들처럼 바글거렸다. 놈들은 전소교의 지휘 아래 황급히 반격준비를 하느라고 뺑뺑 맴돌았다.
최 퇀장은 바위 뒤에 숨어서 망원경으로 평강촌 토비소굴을 내려다 보면서 적정을 살피고 있었다.
"보고, 최퇀장, 1패장 김상순입니다."
상순은 차렷자세로 군례를 올렸다.
"좋소."
최낙현 퇀장도 답례를 하고 상순의 손을 잡았다.
"적정에 변화 있소?"
"네,"
상순은 웃호주머니에서 종이쪽지를 꺼냈다.
"충국이 보낸 지도입니다. 토비지휘부와 화력배치가 있습니다. 건데 오늘 아침에 전소교놈이 지휘부를 문서네 집으로부터 자동차 운전석에 옮겼답니다."
최퇀장은 도리머리질 했다.
"그놈 환장했군."
그는 인차 지도를 보면서 망원경을 들어 평강촌 적진을 일일이 살폈다.
"누굴 속이려고? 저 놈들이 지휘부란 자동차 텅 비였소. 건데 저건 뭐지? 웬 놈이 자동차 안에서 흰 수건을 흔드오."
상순이 보니 충국인 것 같았다. 충국은 수건을 일자로 틀어 북쪽 산골짜기를 가리켰다.
"충국이 신호를 보냅니다. 토비 지휘부가 북쪽 산꼴짜기에 있다고 가리키는 것입니다."
"알았소. 전보흥, 네놈이 아무리 교활해도 여래불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해."     
 최낙현 퇀장은 전투명령을 내렸다.
“1련, 북쪽 산마루를 점령하고 토비지휘부에 적탄통을 쏘라! 기관총반에서는 엄호준비를 하라!”
명령에 따라 1련에서는 번개같이 동쪽산마루와 삼도만으로 통한 길을 점령해 토비들의 퇴로를 차단했다. 뒤이어 허백호 련장은 몇십문 적탄통(소포)을 걸어놓았다.
허백호 련장이 고함쳤다.
"동지들, 김지도원의 원쑤를 갚을 때 왔습니다. 적진에 맹렬히 쐇!" 
"가만! 허련장!"
갑자기 상순이 손사래를 쳤다.
"뭐야?!"
허련장은 손을 허리춤에 가져가더니 권총을 뽑았다.
상순은 말렸다.
"맹탕 쏘지 맙시다. 여긴 놈들의 사격거리에 들어있습니다. 먼저 은페하기 좋은 지형에 부대를 잘 은페시킨후  토비지휘부를 조준해 쏩시다."
"비겁쟁이, 숨을 궁리부터 해? 어느게 지휘분지 어떻게 아는가? 먼저 한바탕 쏴서 토비놈들의 기염을 꺾어놓아야 해."
"쐇!"
 "가만!"
상순이 재차 손을 쳐들고 막아나섰다.
"이제 내응하는 충국이 정확히 지휘부 위치를 가리켜줄 겁니다."
"언제 파악도 없는 그 놈을 기다려? 명령이야. 1패장은 기관총으로 적진을 소사하라. 적탄통을 쏘는데 작작 삐쳣!"
허련장은 결이나 우멍눈을 희번뜩 부라렸다.
"항명하면 이거야!"
그는 권총으로 상순을 겨누기까지 했다.
상순은 별수 없이 1패에 돌아가 기관총반을 거느리고 적진에 맹령히 사격했다.
"쐇!"
허퇀장이 거느린 대부대에서도 적진에 맹렬한 적탄통 사격을 가했다.
“탕!” “쿵!” “탕!” “쿵!”
적탄통은 적들의 진지에 날아가 보기 좋게 폭발했다. 굉음과 함께 적들의 진지에 자주빛이 섞인 검은 화염이 삼단처럼 솟구쳤다. 토비들의 시체조각들이 하늘로 날아올라 사처로 흩어져 떨어졌다.
      토비들은 질겁해 개인 집에 뛰여들어가 창문을 열고 총질했다.
       그때 충국이 전호를 따라 북쪽 산꼴짜기로 뛰여왔다. 그는 흰수건으로 산꼴자기 중턱에 구불구불한 전호를 가리켰다. 상순은 인차 그리로 조준해 기관총소사를 하라고 명령하였다. 태수와 병수, 흥수 등은 그리로 기관총을 돌려 멩렬히 사격했다.
전보흥 소교는 바삐 전호에 뛰어 들어 권총을 휘두르며 반격을 명령했다.
충국이 헐레벌떡거리며 전호로 뛰여왔다.
전보흥은 눈깔을 부라렸다.
"자넨 내 안해들을 지키라는데 어째 여기 왔어?"
"장관님 안전이 근심돼 왔소."
기실 충국은 혼란한 틈에 조소호네 집 김치움에 숨겨놓은 요시꼬와 야마꼬랑 토비소굴 대문 밖으로 빼돌려 상순한테 넘겨주고 싶었다. 그러나 충국은 전소교네 지휘부를 가리켜주는 것이 더 긴급한 임무라고 생각했다. 황차 아녀자들과 애를 데리고 대문 밖을 뛰쳐나간다고 해도 토비들의 마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몰삭격에 벌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푱푱푱!
총알이 충국의 머리 위로 날아와 전호 벽에 꽂혔다. 흙덩이와 자갈이 마구 튕겨올랐다.
"흥, 지휘부 탄로난 거 같아."
교활한 전보흥은 허리를 구부정하고 전호를 따라 마을 쪽으로 도망쳤다. 그때 뒤에서 지학구가 권총을 빼들고 흘끔흘끔 사위를 살피며 뒤따랐다. 그는 전보흥 뒤대가리에 한방 갈기고 싶었다. 그러나 경호반이 뒤따라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상순은 한창 기관총 반 전사들을 거느리고 네 대의 기관총을 걸어놓고 충국이 가리킨 전호에 대고 맹렬히 소사했다. 적들은 전호에서 머리도 들지 못했다.
“탕!” “쿵!” “탕!” “쿵!”
적탄통이 연신 날아가 토비무리 속에 날아가 폭발하면서 토비들이 보기 좋게 쓰러졌다.
통신원 오병선은 산등성이에서 허백호 련장과 나란히 서서 적탄통이 날아가 폭발하는 것을 구경하며 쾌자를 불렀다.
“어허, 잘 폭발한다!”
“하하, 또 세 놈이 뒈졌다!”
상순이 고함쳤다.
“병선아, 위험해. 엎드렷!” 
“앗!”
갑자기 통신원 병선이 비명소리와 함께 가슴을 붙안고 핑그르르 돌더니 푹 쓰러졌다. 열여덟 살 밖에 안 되는 통신원 오병선은 적탄에 가슴을 맞고 즉사했다.
금방까지 앞뒤로 뛰어다니다가 쾌자를 부르던 생기발랄한 통신원 오병선이 쓰러졌다. 상순은 기관총을 쏘다가 말고 달려가 끌어안고 애타게 불렀다.
“병선아, 병선아, 눈을 떠라! 야, 이게 무슨 일이냐?”
병선의 가슴에서는 뻘건 선지피가 쿨쿨 흘러내리었다. 허나 열여덟 살 밖에 안 되는 오병선은 입귀에서까지 피를 주르르 흘릴 뿐 다신 눈을 뜨지 못했다.
“병선아! 병선아!”
상순은 병선을 두 팔로 감싸 안고 총알이 덜 날아오는 바위 뒤에 끌고 갔다.
한 마을에서 토비숙청부대에 참가한 병선은 조개덕에 갓 이사해온 오국권의 외동아들이었다. 병선이 참군할 때에도 상순은 그가 외동아들이라고 동의하지 않았다. 허나 오병선은 아버지와 상순이가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토비를 숙청해야 편안하게 산다면서 기어이 참군했던 것이다. 그에게는 형제란 진수해중학교를 다니는 나 어린 여동생 오옥선 밖에 없었다. 상순은 집에 돌아가 병선의 아버지를 무슨 낯으로 보겠는가고 마음이 아파했다.
상순은 눈물을 쓱 닦더니 병선을 내려놓고 허 연장한테로 달려갔다.
“허 연장, 여긴 적들에게 사격당하기 쉬운 곳입니다. 빨리 적들의 사격을 피해 유리한 지형 쪽에 숨읍시다.”
       허 연장은 상순의 아래 우를 훑어보더니 대수로워하지도 않았다. 
       “네가 뭘 알아서 피하라고 하는가? 퇀장은 우리를 보고 여기서 토비들을 도망치지 못하게 차단하고 총돌격명령을 기다리라고 했다."
그는 권총을 휘두르며 명령했다.
"넌 기관총사격이나 해라!”
그러나 상순은 계속 허 련장에게 권고했다.
“빨리 전이합시다. 최 퇀장이 어찌 우릴 적탄에 맞을 자리에 서있으라고 했겠습니까?”
허 련장도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두덜거렸다.
    “그 놈이 기관총수 재간 있다고 패장까지 시켰더니 이젠 련장도 눈에 안 보여?”
그래도 상순은 물러서지 않았다.
"숱한 전사들의 목숨과 관계되니 하는 말입니다.”
허련장도 그 말에 일리가 있는지라 생각을 고쳤다.
“그럼 네가 퇀장한테 가봐라. 퇀장이 뭐라고 하는가?”
“옛!”
상순은 군례를 붙이고 나서 기관총 반에 계속 기관총소사를 하라고 명령하고는 황급히 최 퇀장을 찾아 고지로 달려 올라갔다.
최퇀장은 적탄통과 기관총에 맞아 무너지는 적진을 망원경으로 살피고 있었다.
상순은 달려가서 보고했다.
“보고, 최퇀장,"
"김패장, 무슨 일이오?"
상순은 헐떡거리며 이마의 땀을 팔소매로 닦으며 보고했다.
     "우리 련이 서 있는 곳은 적들의 눈에 환히 드러난 곳이어서 적탄에 맞기 쉬운 곳입니다. 은폐하기 유리한 지형에 피해 적들에게 사격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련 통신원이랑 몇몇 전사들이 이미 적탄에 맞아 희생되었습니다. 그런데 허 련장은 피하자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퇀장이 여기서 돌격명령을 기다리라고 했다면서 고집을 씁니다.”
최퇀장은 그 보고를 듣고 도리머리 질 했다.
“내 언제 적탄이 날아오는 곳에 서 있으라고 하였소? 허백호 련장은 말이 아니군. 기동영활하지 못하게 숱한 전사들을 불리한 지형에 세워 두다니? 빨리 가서 그 자리를 피해 유리한 지형에 숨으라고 하오!”
“옛!”
상순은 군례를 붙이고 총알이 비발 치는 고지를 쏜살같이 달려 내려왔다.
연장은 헐레벌떡 뛰어 온 상순을 보고 다급히 물었다.
"퇀장이 뭐라고 하던가?”
상순은 숨도 돌리지 못하고 회보했다.
“우리 련을 빨리 안전한 산 둔덕 뒤에 전이해 숨으라고 했습니다.”
바빠 맞은 허 련장은 인차 명령을 내렸다.
“산 뒤로 철퇴!”
전사들은 몽땅 우박 치듯 하는 탄우를 무릅쓰고 안전한 산 둔덕 뒤에 철퇴해 은폐했다. 상순은 기관총 반을 영솔하여 기관총으로 적진에 소사하면서 전사들의 철퇴를 엄호했다. 상순의 덕분에 한차례 대량 사상을 피했다.
상순은 기관총으로 사격하면서 성수와 태수에게 명령했다.
“기관총을 연발로 쏘지 말아! 적들을 조준해 서너 발씩 갈겨라!”
“옛!”
뚜르륵 뚜르륵
기관총 반에서는 여섯 정의 기관총으로 연발사격으로부터 조준하여 사격하기 시작했다.
푱! 푱! 푱! 푱!
총알이 전호에서 총질하는 토비들에게 날아가 불꽃을 튕기며 토비들을 염라왕국에 보냈다. 하여 토비들은 목책 안의 전호에서 머리도 들지 못했다. 머리만 들면 묘준 사격하여 쓰러뜨렸다.
허나 무리하게 돌격했다가는 많은 사상자를 내기 마련이었다. 교활한 토비들은 고의적으로 평강촌 주위 산비탈의 나무들을 반반하게 잘라버리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시퍼런 대낮에 비발 치는 탄우 속을 꿰뚫고 하얀 눈이 덮인 반반한 산비탈 아래로 돌격해 내려간다는 것은 천만 위험한 일이었다.
평강촌 산골짜기와 산비탈에는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전사들은 저녁밥을 든든히 먹고 야밤 습격을 준비했다.
밤장막이 드리우자 최락현 퇀장은 명령을 내렸다.
“돌격!”
돌격 나팔소리가 온 산골짜기에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민주연군 전사들은 “돌격!”, “싸(杀)!” 고함치며 산비탈 아래 적진으로 돌격해 내려갔다.
적들은 또치까와 전호에서 전보흥 소교의 지휘아래 최후발악을 하며 맹사격했다. 교활한 전소교는 은페된 또치까와 갱도 토비들을 잠잠히 있다가 민주련군이 총돌격하자 또치까와 갱도의 총구를 열고 기관총으로 반격하라고 명령했다.
민주연군 전사들은 뜻밖에 또치까와 갱도에서 맹사격하는 바람에 새하얀 눈이 깔린 산비탈에 숱한 희생자를 냈다. 산비탈의 허연 눈은 전사들의 피로 벌겋게 물들여갔다. 허나 서너길 씩 나무 장재를 세운 토비들의 소굴에 근본 접근도 하지 못했다.
최 퇀장은 사상자가 더 나기 전에 명령을 내렸다.
“철퇴! 철퇴하라!”
철퇴 나팔소리가 맥없이 울렸다. 민주연군 장병들은 숱한 사상자를 내고 평강툰을 점령하지도 못하고 영월구로 철거했다.
영월구에서 열린 련 이상급 간부들이 참가한 전투총결회의에서 최 퇀장은 허백호 련장이 유리한 지형에 부대를 매복시키지 않아 통신원을 비롯한 숱한 사상자를 냈다고 비평하였다. 그는 상순이 제때에 보고했기에 숱한 사상자를 낼 번한 것을 방지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고나서 상순이 충국이란 토비를 포섭해 적정을 정찰해 제때에 보고 했기에 적 지휘부와 화력망을 조준해  파괴했다고 하면서 능란한 우리 군 지휘자 후보라고 하면서 마땅히 제발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허백호 련장은 반대해나섰다.
"상순은 패장을 해도 과합니다. 정찰을 잘 했으면 우리 군이 수태 살상됐겠습니까? 은페된 또치까와 화력망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최퇀장도 충국이 보낸 지도에 평강촌 동쪽 산 기슭에 은페된 또치까 몇개 빠졌다는 것을 후에야 발견했다.  그 바람에 숱한 사상자를 냈다는 것도 안다.기실 내심 사상모순이 있는 충국은 이 기회에 도대체 민주련군이 토비들을 이기는가 보려고 몇개 은페된 또치까 위치를 지도에 그려넣지 않고 상순한테 넘겼던 것이다. 후에 상순은 직접 자기 눈으로 적진과 화력배치를 확인하지도 않고 충국의 지도를 소홀히 믿은 잘못을 최퇀장을 찾아가 검사하였다.
그러나 최퇀장은 모든 사람들 앞에서 상순의 경솔함을 확대해 비판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상순한테는 교훈을 섭취하라고 엄숙히 비평교육했기 때문에 재차 처분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건 충국의 문제지 상순한테 책임지울 수는 없지 않는가?"
최낙현 퇀장을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쳇, 상순 동무는 혀련장보다 못잖소."
그러자 허백호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럼 절 철직하고 상순한테 련장을 시키시오."
최낙현 퇀장은 책상을 탕 치며 일어났다.
"시키라면 못 시킬 거 같소?"
"아니, 그래, 패장을 시킨지 한달도 안돼 제발시킨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또 충국이랑 토비들 기의를 일으켜 내응하게 한다더니 어떻게 됐습니까? "
최퇀장은 숱한 간부들의 앞인지라 언성을 좀 낮추었다.
"허련장, 허허허. 절대 질투하지 마오. 동무넨 모두 같은 민병련장출신이오."
그는  허백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뒷말을 이었다.
"허련장, 조급해 하지 마오. 전번엔 기의를 일으키지 못했지만 내심하게 기다리오. 전번에 충국이 적지휘부를 수시로 흰수건으로 가리켜줬기에 전보흥을 추격사격해 대가리도 들지 못하게 하지 않았소. 이제 꼭 내응할 기회가 있을게요. 또 동무도 민병련장 출신인데 오자마자 련장을 하지 않았소? 상순동무도 민병련장 출신이오. 이번 전투를 통해 그의 전투지휘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었소. 허련장,  조수로 임명하겠으니 잔말 말고 잘 합작하오."
허백호는 더는 말을 못하고 반쯤 외면하며 돌아앉았다.
그날 저녁에 최 퇀장은 통신원을 시켜 상순을 퇀부에 불러갔다.
최 퇀장은 패기 있는 상순의 아래 우를 대견스레 여겨보면서 단마디에  홍두깨 내밀듯 했다.
“동무를 1련 지도원으로 제발하겠소.”
뜻밖의 말에 상순은 깜짝 놀랐다.
“전 김명호 지도원보다 못합니다. 전 항일전쟁 때 유격대에서 몇 차례 유격전에 참가했을 뿐입니다. 아직 전투를 지휘해본 적도 없습니다.”
최퇀장은 눈이 휘둥그래 무릎을 탁 쳤다.
“무슨 소리를 하오? 동무는 지도원을 잘 할 지휘인재요. 그날 동무의 판단과 보고가 숱한 전사들을 살려 냈소. 동무가 충국을 통해 수시로 적정을 알아냈기에 아군의 공격이 아주 효과적이였소.”
허나 상순은 의연히 손사래를 치며 사양하였다.
“지도원을 못하겠습니다. 이제 제가 대포 쏘기와 지휘재간을 제대로 배운 후 하겠습니다.”
그러자 최 퇀장은 내심하게 말했다.
      “동무는 너무 겸손하오. 겸손한 건 좋지만 자기를 너무 과소평가해도 나쁘오. 조직에서 수요할 때 척척 무거운 짐을 메고 나가야 하오."
상순은 머리를 숙였다.
최퇀장은 상순의 어깨를 다독였다.
       "상순이, 전쟁 속에서 전쟁을 배워야 하오. 언제 뭐나 다 배운 후 지휘관이 되겠소? 이계삼 서기 소개신을 보니 동문 벌써 항일전쟁과 함흥촌토비숙청 전투 때 기관총사수로 잘 싸웠더구만. 민병 련장을 하면서 100여명 민병들을 지휘해 조덕산 국민당 정규군과도 아주 잘 싸웠더군. 동문 우리 민주연군에서 당당히 지도원을 맡을 수 있는 인재요.”
상순은 허백호 련장의 발등을 밟는 것 같아 극구 사양했다.
"허백호 련장의 잘못이 없습니다. 그는..."
"알았소. 1련 지도원하기 불편하면 2련 지도원과 바꾸면 되오."
최 퇀장은 더부룩한 구레나룻을 매만지며 도리머리질 했다.
“참 너무 겸손하고 연약하구만. 한뉘에 제발될 기회 몇 번 있다고 그러오? 동무는 지금 하지 않으면 꼭 후회할거요.”
상순은 마지못해 군례를 올리며 우렁차게 말했다.
"조직의 수요에 복종하겠습니다."
최퇀장은 상순의 두 손을 굳게 잡았다.
"김지도원, 허련장을 잘 협조하오."
"옛! 잘해보겠습니다."
최퇀장은 밤이 깊도록 토비 내부기의를 책동하게 할 방안을 상순과 토란하고 새로운 임무룰 포치하였다...
      한편, 민주연군이 영월구로 퇴각해 간 후 토비 놈들은 승전이나 한 듯이 환성을 질렀다.
전보흥 소교는 우쭐해 길죽한 상통을 비틀며 술상에 침을 더럽게 튕기며 고래고래 고함쳤다.
“형제들, 우린 60여명이 천여 명 빨갱이들의 토벌을 막아냈다. 우리 국민당군 형제들은 진짜 일당백의 용사들이야. 우리는 대승리를 거두었다."
    전보흥은 시퍼런 군도를 뽑아 술상에 콱 박아놓고 술사발을 높이 쳐들었다.
"자, 마음껏 마시고 내일 삼도만으로 쳐내려가자!”
“와-!”
토비들은 문서 조소호네 사합원 집에 설치한 지휘소 마당에 큰 술상들을 차려 놓고 돼지를 잡고 이른바 대승리를 경축하여 술을 퍼 마시었다. 
요시꼬와 야마꼬는 전보흥의 양 옆에 붙어 앉아 아양을 떨며 술을 따른다, 멧돼지 고기점을 집어 전보흥의 입에 넣어준다하면서 부산하게 놀았다.
       조소호는 그 가면에 찬 장면을 보고 침을 택 뱉더니 이를 쁙쁙 갈았다. 조소호는 자기 집을 차지하고 자기 안해를 릉욕한 전보흥을 보면 치떨렸다.
       그날 전보흥은 그를 보고 삼도만에 가서 술을 떠오라고 해놓고 집이 빈 틈에 그의 안해를 릉욕했던 것이다. 그 일로 해 그의 안해는 뒷울안 살구나무에 올라가 바줄로 목을 매기까지 했다. 다행히 그가 제때에 돌아왔기에 살구나무에 목을 맨 안해를 풀어내 겨우 구해냈다. 후에 애들한테서 모든 사연을 알게 됐다.
      충국이나 조소호는 손을 쓰자고 했지만 지학구가 시기상조라고 해 지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런데 마룡은 천명이나 되는 민주련군이 평강촌을 어쩌지 못하고 퇴각한 걸 보고 생각이 바뀌였다.
(기의했다가 국민당군을 이기지 못하면 어쩌지? 난 그저 야마꼬를 데리고 놀면 다야.)
그리하여 마룡은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리며 갈팡질팡했다.
       이튿날 기고만장해진 토비들은 전보흥 소교의 명령에 따라 삼도만에 쳐 내려갔다. 그들은 삼도만 둘레에 서너길 되는 통나무로 장재를 둘러세우고 또치까를 구축하였다.  지어 삼도만과 평강 촌에 통하는 전화까지 가설했다. 놈들은 일단 어느 쪽에 위험사태가 생기면 서로 접응하려고 했다. 토비들은 삼도만과 평강 촌을 철통같이 지켰다.
이때 돈화의 토비 두목 마대포가 100여명 토비들을 데리고 삼도만 토비무리에 가담했다. 삼도만 주위 한족들이 대거 토비군에 가담하는 바람에 삼도만과 평강촌의 토비 무리는 무려 300여명으로 늘어났다.
며칠 후 최퇀장은 상순, 태수, 병수 등 정찰소조를 파견해 적정을 손금 보듯 정찰해오게 했다.
상순은 충국과 내통해 인차 적정을 정찰해 영월구에 돌아와 최퇀장에게 회보하였다.
   평강촌의 대부분 토비들은 전소교를 따라 삼도만에 내려가고 평강촌에는 지학구와 모사 조소호 그리고 마룡 등이 지킨다는 것이였다. 
    변화된 적정을 회보받은 최퇀장은 무릎을 탁 치였다.
"평강촌 토비들을 소멸할 절호의 기회요." 
 그때 민주연군 18퇀은 박락권의 지휘아래 국자가(연길) 떠나 팔도로부터 일본 놈들에게서 노획한 탱크까지 앞세우고 삼도만으로 진군했다. 탱크는 투항한 일본포로 야마가와가 직접 몰았다. 그는 민주련군 탱크 운전수를 둘이나 배양했지만 직접 탱크를 몰겠다고 나섰다. 직접 탱크를 몰고가 요시꼬와 야마꼬를  구해낼 생각이었다.  박락권 퇀장은 비준하엿다. 그리하여 민주련군 두 운전수는 조수로 돼 기관포와 기관총을 각각 잡았다.
     민주연군 19퇀은 최낙현 퇀장의 지휘아래 다시 영월구를 떠나 산등성이를 넘어 평강 촌으로 진군했다. 천명이나 되는 민주연군 장병들은 량쪽으로 협공해  평강촌과 삼도만 토비들을 포위하며 조여들어갔다.
     최퇀장은 평강촌 서쪽 산마루에 이르자 부대를 산등성이 뒤에 은페시키고 먼저 상순을 불렀다.
"김지도원, 정찰소조를 데리고 가서 충국과 련계해 기의를 일으키게 하오,"
"예."
상순은 날랜 병수와 명사수 태수를 데리고 토비소굴 대문 밖에 접근해 뻐꾸기 울음소리를 냈다.
뻐꾹, 뻑꾹.
그러자 대문 안에서 뻐꾸기 울음소리 들렸다.
뻐꾹, 뻐꾹. 뻑뻑꾹.
뒤이어 대문이 삐-꺼-덕- 소리내며 천천히 열렸다. 충국이 조소호와 함께 나왔다.
충국이 다가와 조소호한테 상순을 소개했다.
"조문서, 민주련군 김패장이오."
"아니, 김지도원이오."
옆에서 태수가 말했다.
그러자 조소호는 상순의 두 손을 굳게 잡았다.
"김지도원, 민주련군을 환영하오."
상순도 조소호와 충국의 손을 꽉 잡아 흔들었다.
"당신들의 기의를 환영하오. 기의만이 당신들의 명지한 선택이고 유일한 출로요."
조소호는 그래도 시름놓이지 않는지 상순을 보고 물었다.
"기의하면 내 지주라고 우리 집이랑 빼앗지 않을 수 있소?"
"있구 말구. 우린 충국의 집도 빼앗지 않고 부모도 보호해주고 있소."
"오-확실히 민주련군은 전소교랑 국민당군 말과 다르구만."
조소호는 상순을 보고 확신에 차 말했다.
"대부대를 데리고 근심하지 말고 마을로 들어오오. 우리 기의를 반대하는 토비들을 몽땅 없애치우겠소."
"알았소."
그때 대문 안에서 마룡이 언뜰 나타났다가 지휘부 쪽으로 사라졌다.
상순은 조소호랑 갈라져 퇀지휘부에 돌아가 최퇀장에게 정황을 보고하였다.
"좋소."
그는 즉시 대부대를 지휘해 평강촌 대문 쪽으로 진군하였다. 충국이 몇몇 졸병들을 데리고 대문을 활짝 열어재꼈다.
총소리 한방 울리지 않고 민주련군 대부대가 대문 안으로 쳐들어갔다.
땅! 땅! 땅!
"민주련군이 쳐들어왔다!"
십여명 토비들이 아군을 발견하고 총질하며 전호로 해 지휘부 쪽으로 도망쳤다. 그런데 지휘부 안에서 지학구와  조문서가 경호반을 령솔해 사격하며 덮쳐나왔다. 그 놈들은 몽땅 뒈지고 말았다.
이때 지휘부 북쪽 둔덕의 또치까에서 기관총이 불을 토했다.
지학구가 지휘부 대문에서 뛰쳐나가 권총을 휘두르며 고함쳤다. 
"형제들, 우린 기의했다. 민주련군은 우릴 보호하러 왔다. 살려주니깐 모두 무기를 놓고 기의에 참가하라. 누가 거역하면 몽땅 총살한다."
그 고함소리에 또치까에서 기관총소리가 뚝 멎었다. 
민주련군 대부대가 새까맣게 마을에 쳐들어온 것을 보고 대세가 이미 기울었다고 여긴 토비들은 또치까에서 기여 나와 무기를 내려놓고 두 손을 들었다. 마을 여기저기서 토비들이 나와 투항했다. 전소교한테 미혹돼 토비무리에 가담했던 마을 한족농민들은 무기를 버리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 김치움이나 수수대무지를 헤집고 들어가 숨었다.
      민주련군 전사들은 토비들의 무기를 몰수하고 한쪽에 줄을 세워놓았다.
       지학구와 조소호는 헤벌쭉 웃으며 상순의 안내하에 지휘부 쪽으로 오는 최탄장 일행을 마중했다.
"환영합니다. 장관님!"
충국이 최탄장한테 그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최퇀장은 마주 나가 지학구 일행을 일일이 손잡아주었다.
"당신들 기의를 환영하오. "
그는 포로들을 둘러보며 우렁차게 말했다.
"민주련군에 투항하고 기의하는 것만이 당신들의 유일한 출로요. 우린 포로들을 환대하오."
조소호가 중얼거렸다.
"우린 포로 아닌데. 기의했는데."
"네, 기의군은 아군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러나 반항하는 토비는 좋은 끝장 없습니다."
지학구는 포로라는 말에 섬찍해났다. 더욱이는 민주련군 속에  권총을 차고 서 있는 상순의 무서운 세귀눈을 보는 순간  뒤잔등에 소름이 쭉 끼쳤다.
"저놈이 날 살려주겠는가?"
그는 자기는 지학사처럼 친일주구이기에 총살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뇌리에 번쩍했다. 그는 한참 무슨 궁리하더니 웃으며 최퇀장한테 다가가 말했다.
"장관님, 전소교랑 몽땅 삼도만에 도망쳤습니다. 빨리 삼도만을 치십시오. 우리 평강촌을 지키다가 전소교가 여길 도망쳐오면  생포해 바치겠습니다. 그 놈 일본 여편네들이 여기 있어 꼭 여기 올겁니다."
  최퇀장은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합시다. 기의한 일을 비밀로 부치겠습니다. 꼭 전보흥이 여기 도망쳐오면 생포하십시오."
말을 마치자 최퇀장은 대부대를 거느리고 삼도만을 향해 진군하였다. 그는 일부 장병을 평강촌에 남겨 지키게 할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괜히 지학구네 불신을 살 것 같고 혹시 기의한 일이 탄로나 전보흥을 생포하는데 불리할까봐서였다.
     "잠간만!"
지학구가 최퇀장네를 불러세웠다.
그는 충국을 돌아보고 말했다.
"야마꼬와 시룡일 상순에게 맡겨라."
그는 그것만이 그들 모자를 구하는 유일한 출로라고 여겼던 것이다.
"알았소. 외삼촌."
충국은 조소호네 김치움 문을 열고 껌껌한 안에 대고 소리쳤다.
"외삼촌댁, 어서 나오오."
김치움에서 일본 여인 둘이 나왔다. 야마꼬는 우는 지시룡을 안고 나왔다. 요시꼬는 만삭이 된 배를 이기지 못해 충국이 손을 잡아 끌어서야 겨우 김치움에서 올라왔다. 일본 여인들은 낯선 민주련군 장병들을 보고 바들바들 떨었다.
"겁나 마오. 우린 전쟁피해자인 일본 여인들을 보호해 일본 고향에 보내줄거요."
"고향에 돌아갈 수 있나요?"
야마꼬는 공포에 찬 얼굴에 일시 활기를 띄었다. 옆에서 요시꼬가 그녀의 옆구리를 툭 치며 못미더운 눈길로 최퇀장을 힐끔 훔쳐보았다.
     지학구는 야마꼬한테 다가가 부드럽게 말했다.
    "아주머니, 민주련군은 인자한 군대오. 믿고 가오. 그래야 시룡일 구할 수 있소."
뒤이어 지학구는 지시룡을 안고 뽀뽀 하더니 상순한테 다가갔다.
"상순이, 이들 모자를 부탁하오."
상순은 최퇀장의 눈치를 살폈다.
"김지도원, 이들 모자를 어떻게 하나 보호하오."
최퇀장의 말을 듣자 지학구는 요시꼬를 보고도 권고했다.
"사돈도 함께 가오. 함흥촌에 가면 살수 있소. 만약 기회 있으면 고향에 돌아갈 수도 있소."
그러나 요시꼬는 남산만한 배를 매만지며 망설였다.
"전소교를 기다리지 마오. 그 놈은 당신을 놀이개로 데리고 놀지. 아내로 보지 않소. 언제든지 버릴수 있소."
  충국이 끼여들었다.
요시꼬는 전보흥을 원쑤로 여겼지만 민주련군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황차 그녀의 배 속에는  토비두목의 애가 있는데 살려줄가는 의혹이 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조소호를 힐끔 곁눈질해보았다. 솔직이 그녀는 조소호와 함께 있고 싶었다.
      한편, 삼도만 토비들은 산골에서 보지도 못한 괴물 같은 탱크가 덮쳐오자 황급히 아우성치며 전호에 뛰여들어가 숨었다.
"형제들, 겁내지 말라! 수류탄을 뿌려!"
전보흥이 군도를 빼들고 탱크를 향해 고함쳤다. 몇놈이 수류탄을 뿌리고 총을 쏘았다. 그러나 탱크는 끄떡도 하지 않고 목책 대문을 꽝 부딪쳐 깔아 짓뭉개더니 짓쳐 들어갔다. 토비들은 질겁한 나머지 아우성치며 전호에서 기여나나와 개인 집으로 도망쳐 숨는 자도 있었다.
      그런데 탱크가 그만 대문을 벋치어 놓았던 원목을 타고 넘어가다가 가로 타고 말았다. 두 바퀴가 건뜻 들려 엔징 소리만 우르릉우르릉 울릴 뿐 빈 무한궤도만 빙방 돌아가면서 한발작도  더 전진하지 못했다. 그래도 두 조선인 운전수는 시뻘건 불을 토하는 적의 또치까를 향해 기관포를 쏘았다. 야마가와는 여동생을 구하려는 일념으로 너무 호위보병들과 동떨어져 너무 빨리 탱크를 몰고 진격하다나니 탱크는 고립무원에 빠지고 말았다.
야마가와는 탱크 윗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윗문 열지 마오."
그러나 야마가와는 들을념을 하지 않고 윗문을 열어재꼈다.
"여동생을 구해야겠어! 요시꼬! 야마꼬! 오빠 너넬 구하러 왔다."
그가 탱크 웃문을 열고 나갔을 때였다.
그때 몇몇 토비들이 욱 달려들었다. 야마가와는 권총을 휘둘러 몇놈을 쏘아눕혔다. 두 운전수들은 기관포와 기관총을 쏘며 야마가와를 엄호했다. 그러나 야수 같은 토비들은 총탄이 떨어진 야마가와를 걸이대로 찌르고 도끼로 찍어 비참하게 살해했다.

사기 난 토비들은 성에 붙어 탱크를 따라 돌격하던 민주연군 전사들에게 몰 사격을 가했다. 그 바람에 숱한 민주연군 전사들이 살상되었다.
정황은 아주 위급했다. 아군의 시체가 사처에 널리고 피가 눈 덮인 길바닥을 적시었다. 18퇀은 몇시간 숱한 희생을 내면서 공격했지만 토비소굴로 쳐들어가지 못했다.
이때 서북쪽에서 19퇀이 덮쳐왔다. 두개 퇀은 양쪽으로 협공하기 시작했다.  최퇀장의 명령에 따라 상순은 기관총 반을 이끌고 강 둔덕 뒤에 기관총 여섯 대나 걸어 놓고 적진을 향해 맹렬하게 사격했다. 그들의 맹사격은 돌격하는 전우들을 유력하게 엄호했고 후퇴를 엄호했다.
이때 최 퇀장은 상순에게 다가와 명령했다.
“한 곳에서만 사격하지 말고 동산과 서산, 북산 산기슭에 올라가 적들의 배후에 대고 교차 사격하라!”
상순은 기관총 반을 세 개 조로 나눠 한 개 조에 두정의 기관총을 가지고 동산과 서산, 북산으로 올라가 높은 산등성이에서 토성과 전호에서 사격하는 적들의 잔등에 대고 맹렬하게 사격했다.
뚜르륵 뚜르륵
세 곳에서 교차 기관총으로 맹사격을 하는데다가 산등성이에서 삼도만 적들의 목책안의 소굴에 대고 적탄통까지 갈겨 댔다. 그러자 토비 놈들이 보기 좋게 쓰러졌다.
그 틈을 타서 영용한 민주연군 전사들은 방락권 퇀장과 최낙현 퇀장의 명령에 따라 드센 진공을 시작했다. 민주연군 전사들이 맹호와도 같이 무너진 목책 대문 안으로 진군해 들어갔다. 뚝 터진 홍수마냥 짓쳐들어오는 민주연군 전사들을 본 30여명 토비들은 전보흥을 따라 말을 잡아타고 뒤문을 열고 서산 쪽으로 빠져 평강 촌 쪽으로 도망쳐갔다.
나머지 적들은 개인 집에 숨어들어가 평민으로 가장하고 아낙네들의 이불 속에 들어가 대가리를 파묻고 숨었다. 어떤 놈은 돼지 굴에 뛰어들어 숨고 어떤 놈은 마구간에 뛰어 들어가 말구유에 숨어 말먹이를 들쓰고 누워 있었다. 실로 대가리는 가리었으나 엉덩이는 드러나 꼴불견이었다.
아군은 함성도 드높이 삼도만 토비소굴에 뛰어 들어가 발악하는 토비를 숙청하고 여기 저기 숨은 놈들을 붙잡아냈다. 그들은 적들이 숨을 돌릴 새도 주지 않고 평강 촌 쪽으로 추격해갔다. 그런데 말을 타고 도망치는 토비들을 어쩌는 수 없었다.
그때 상순이 대문 어귀에 멈춰선 탱크를 보고 피뜩 번개치는 것이 있었다.
그는 허백호 련장과 말했다.
"탱크를 몰고 추격합시다."
허백호 련장은 탱크 위문 우에 기관총을 부여잡고 쓰러져 있는 운전수를 보고 코방귀룰 뀌였다.
"또, 또, 또. 되지도 않을 소릴. 흥!"
"내 탱크를 몰게!"
"김지도원이 탱크를 몬다구? 듣다 첫소린데. 동네집 수렐 모는겐가 하오?"
상순은 가슴을 퉁퉁 치며 장담했다.
"이전에 야마가와가 탱크를 손질할 때 운전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허련장은 도리머리질 했다.
"통마무를 깔고 넘어가 끄떡 못하는 탱트를 어쩐단 말이오?"
상순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대문 어귀에 널린 통나무에 눈길을 멈췄다. 그는 전사들에게 손을 홱 저었다.
"빨리 통나무를 들어다 탱크 바퀴를 받치오."
태수랑 병수랑 희수랑 왁 모여가 통나무를 들어다 양쪽 바퀴를 받쳤다.
상순은 윗문에 쓰러져 머리에 피가 랑자한 운전수를 치우고 윗문을 열고 탱크 안에 들어가며 명령했다.
"태수는 기관총을, 희수는 기관포를 쏠 준비해라. "
태수와 희수는 탱크에 뛰어올랐다.
상순은 기관포를 안고 쓰러진 민주련군 조선인운전수를 보자 희수를 돌아보았다.
"빨리 위생원을 부르오. 숨이 붙어 있는 거 같소."
희수와 태수는 운전수를 들어 내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부르릉 부르릉
요란한 발동이 걸렸다. 그 요란한 엔징소리에 운전수가 눈을 스르르 떴다.
"내 운, 운전해야..."
상순은 숨이 가들가들하는 운전수를 보고 말렸다.
"안되오. 그 머리를 보오. 어서 구급해야 하오."
"내 방조할게."
상순은 조급했지만 텡크가 제자리에서 부릉거리며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유, 유문을 콱 밟소."
상순이 유문을 콱 밟자 엔징소리가 더 요란해지며 탱크가 기적적으로 통나무를 타고 앞으로 쭉 나갔다. 
"운전수를 내보내도 되오."
희수와 태수는 윗문을 열고 정신 잃은 운전수를 들어 내보냈다. 밖에서 위생원 등이 황급히 뛰여와 머리에 중상을 입은 운전수를 받았다. 
상순은 탱크를 몰고 대문을 빠져나와 쏜살같이 북쪽으로 향한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토비들을 추격해갔다.  
그들이 탱크롤 몰고 한참 추격해가니 말을 타고 도망치는 토비무리 꼬리가 보였다.
"사격!"
뚜르륵 뚜르륵
명사수 태수는 토비들을 겨누고 기관총을 갈겼다.  몇몇 토비들이 보기좋게 말에서 퉁퉁 떨어졌다.
그런데 희수는 기관포를 어떻게 쏘는지 잘 몰라 포탄을 재우고 여기저기 마구 눌러댔다.
상순이 다급히 고함쳤다.
"희수, 단추를 눌러!"
꽝!
포탄이 토비무리 옆에 날아가 폭발했다. 허연 버섯구름이 치솟아올랐다. 언 흙덩이가 마구 튕겨올랐다가 허연 눈길에 어지럽게 떨어졌다.
     교활한 토비들은 탱크가 축겨하자 눈길을 버리고 산기슭을 타고 도망쳤다. 상순은 탱크를 몰고 계속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추격하였다. 태수는 기관총을 산기슭에 돌려대고 쏘았다. 그러나 탱크가 덜컥거리는데다가 교활한 토비들이 산에서 이리저리 구불구불 뱡향을 바꾸며 도망치는 바람에 명중탄을 안길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탱크가 맥없이 멈춰서며 발동이 꺼졌다. 휘발유가 다 떨어졌던 것이다.
상순은 조종간을 놓고 기관포로 도망치는 산 위의 적들을 겨누고 단추를 눌렀다.
꽝!
희수는 또 포탄을 재웠다.
꽝!
또 몇놈이 보기 좋게 쓰러졌다.
토비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상순 등은 탱크 안에서 나왔다. 그들은 죽은 토비들의 말을 잡아 타고 쏜살같이 평강촌 쪽으로 추격해갔다.
전 소교는 마대포, 동생 전소광 등 20여명  잔여토비를 데리고 범에게 쫓기는 개처럼평강 촌 목책 안으로 도망쳐들어갔다. 그는 목책 대문을 꽉 닫아걸게 하고 지휘소에 뛰어 들어갔다.
만삭이 된 요시꼬가 전 소교를 반겨 맞았다.
“여보, 승전했어요? 빨갱이들을 물리치고 왔지요?”
전 소교는 아양을 떠는 일본 여인이 도리어 미워났다.
“우린 망했어.”
요시꼬는 뚱뚱한 배를 뚱기적거리며 대뜸 걀쭉한 낯에 당황한 기색을 띠우며 야단쳤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요? 빨리 도망쳐야죠.”
전 소교는 만삭이 된 요시꼬를 데리고 달아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군도를 쓱 뽑아 들었다.
그는 시퍼런 군도를 요시꼬의 목에 대며 지껄였다.
“널 가지지 못할 바엔 죽여버리겠다. 절대 빨갱이들한테 넘겨줄 순 없어!"”
요시꼬는 질겁해 하며 마지막으로 애원했다.
“여보, 제발 목숨을 살려 주세요. 내 배속에는 당장 세상에 나올 당신의 자식이 있어요. 애를 봐서라도 나를 데리고 도망쳐요. 예?”
"여보? 네 놈이 조개놈과 좋아하는 걸 다 알았어. 마룡이 다 고발했어."
악마와 같은 전 소교는 이를 악물더니 군도 자루에 침을 뱉아 단단히 쥐었다.
"닥쳣!"
갑자기 조소호가 뛰여들어오며 권총을 쏘았다.
땅!
전보흥이 군도를 툭 떨어뜨리고 왼팔을 부여잡았다.
"네놈이 감히?"
조소호는 전보흥을 무섭게 쏘아보며 을러멨다.
"네놈은 내 집과  아내를 강탈한 원쑤야. 오늘 원쑤를 갚겠다."
그때 한무리 경호원들이 뛰여들어왔다.
땅!
그때 지학구가 들어오면서 조소호를 쏘았다. 
조소호는 쓰러지며 중얼거렸다.
"네놈이...?" 
"이놈과 충국이랑 기의를 획책했습니다."
마룡이 뛰여들어와 고발했다.
"아니야. 충국은 기의하지 않았어."
충국은 지휘소에 들어오다가 마룡의 고발소리를 듣고 권총을 뽑아들었다.
땅!
총소리와 함께 마룡의 대갈통이 박살났다. 경호원들은 총을 뽑아들었지만 어쟀으면 좋을지 몰라 전소교의 눈치만 살폈다.
"충국, 네놈이? 왜 마룡을 쐈어?"
"이놈과 조문서가 장관님 애첩들을 릉욕했소."
충국은 말을 마치자 황급히 문 밖으로 도망쳤다.
지학구는 내친 김에 전보흥을 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전소교 주위에 둘러선 경호반 놈들을 보고 억지로 참았다.
"뭐라고?"
 전보흥이 권총을 뽑아들었다.
그때 지학구가 권총을 뽑아든 전보흥을 막아나섰다.
"충국의 말을 믿소. 나도 직접 보았소. 저 년놈들이 노는 걸."
"그래? 건데 마룡이 죽었으니 누가 무전기로 국자가 왕특파원과 련계하지?"
전보흥은 턱주가리 상처 흉터를 매만지었다.
그는 경호원을 돌아보며 명령했다.
"빨리 김치움에 들어가 무전기를 가져와."
"옛!"
경호원이 바깥으로 뛰여나간 후 전보흥은 바들바들 떠는 요시꼬를 쏘아보았다.
그새 충국은.눈덮인 수림 속에 자취를 감춰버렸다.
전보흥은  군도를 주어들더니 말이빨을 악물고 요시꼬한테 다가갔다.

"더러운 년! 야마꼬는 어디 갔어?"
"공산군이 랍치해갔어요."
"그래? 네년은 왜 랍치해가지 않았어? 엉?!"
전보흥은 살인마귀처럼 을러메면서 군도를 쳐들었다. 그는 군도로 꿇어앉아 바들바들 떠는 요시꼬의 배를 푹 찔렀다.
“억!”
요시꼬는 배를 끌어안고 피못속에 쓰러졌다. 극악무도한 전 소교는 군도로 요시꼬의 배를 가르고 태아를 빼 목을 쥐여 쳐들고 미친 듯이 너털웃음 쳤다.
“하하하, 이게 내 자식이야! 내 자식!”
전 소교는 태아를 땅바닥에 메친 후 시퍼런 군도로 땅바닥에서 배를 끌어안고 신음소리를 내는 요시꼬의 목을 쳤다.
그 처참한 장면을 보는 마대포와 그의 동생 전 소광마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어 외면했다.
“가자! 빨리 천교령 마희산 무리 쪽으로 달아나자!”
전보흥 소교는 군도를 줴뿌리고 지휘소에 불을 콱 질러 놓았다. 뒤이어 마대포와  전소광 등 20여명 토비들을 데리고 천교령을 바라고 도망쳤다.
이윽고 민주연군이 쳐들어왔다. 상순 등은 평강 촌 토비소굴 지휘부에서 피못속에 쓰러진 조소호와 요시꼬를 발견하였다. 문어귀에 쓰러져 어느 곳을 뚫어지게 쏘아보는  마룡의 시체도 발격하였다. 
상순이 찬찬히 여겨보니 조소호는 오른 쪽 어깨에 총탄을 맞았었다. 목에 손을 대보니 아직도 맥이 가늘게 뛰고 있었다. 코에 손을 대보니  가는 숨이 붙어 있었다.
"위생원!"
"옛!"
위생원이 황급히 달려왔다.
"빨리 조문서를 구하오."
"옛!"
위생원은 급히 조소호의 상처를 닦아내고 지혈제도 바르고 처치했다.
뒤이어 들어선 최퇀장은 지휘부 마당에 세우놓은 자동차에 조소호를 실어  룡정병원에 보내 구급하게 하였다. 
상순은 자동차 운전수에게 당부했다.
"룡정에 가면 위생학교 정규상선생을 찾아가 내 조문서를 꼭 구해달라고 하더라고 전하오."
"알았소. 꼭 그렇게 하지."
상순은 창걸을 시켜 한개 반 전사들을 데리고 자동차에 올라가 조문서를 룡정에 호송하라고 명령하였다. 
뒤이어 상순은 지휘부에 들어와 전사들을 보고 요시꼬의 시체를 잘 거둬 잘 묻어주라고 하였다.
"일본 여자구먼."
한 전사가 두덜거렸다.
그러자 상순은 그 전사를 보고 내심하게 타일렀다.
"이 일본 여자도 일제 침략전쟁과 토비놈들의 희생자오. 잘 묻어주오."
그제야 전사들은 납득됐는지 더 말하지 않고 시체를 거두어 수레에 실어 뒷산에 실어다가 묻어주었다. 

민주련군 전사들은 개인 집에 숨어 발악하는 토비들을 한 놈 한 놈 붙잡아내 처단했다.
삼도만과 평강 촌에는 토비 한 놈도 없이 숙청됐다. 토비숙청전투는 우리 민주연군의 대승리로 끝났다.
민주연군 전사들은 총을 추켜들고 승리를 경축하며 환성을 질렀다.
     상순은 최퇀장과 1영장 박경수, 허백호 련장 등을 데리고 김명호 지도원 등이 장렬히 희생된 골짜기 어귀로 갔다. 그들은 생매장당한 김지도원의 언 시체를 파내 관작에 넣어 양지바른 산기슭에 매장하였다. 뒤이어 전사들의 시체도 여기저기서 찾아내 관작에 넣어 김지도원 산소 옆에 나란히 묻어주었다.
    최퇀장 일행은 김지도원의 묘소 앞에서 모자를 벗고 울먹이며 말했다.
"김지도원, 우리 너무 늦어 왔소. 우린 그대들의 원쑤를 꼭 갚을 것이오. 고이 고이 잠드오."
허백호 련장과 김상순 지도원 등 장병들은 모두 모자를 벗고 머리를 숙이며 어깨를 들먹였다.
     땅! 땅! 땅!
   조총소리가 눈덮인 화약냄새나는 산골짜기에 울려퍼졌다.
   흐리멍텅한 하늘에 까마귀들이 까욱까욱 슬프게 울며 빙빙 맴돌며 날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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