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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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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63)
2017년 02월 22일 14시 27분  조회:1820  추천:0  작성자: 김장혁




                  
                                                        7. 매복습격

      어둠의 장막이 서서히 산과 들에 내리 드리웠다. 무시무시한 정적이 함흥촌을 감싸고 돌았다. 무엇인가 폭발하기 전 공포적인 정적이였다.
       성칠 대장은 유격대원들을 데리고 해동분주소를 덮쳐갔다. 그런데 어둠 속에 잠긴 분주소 안에 지학사의 사촌동생 지소장 놈과 일본 순사놈들의 꼬리도 보이지 않고 텅텅 비었다.
       “개놈새끼들, 몽땅 달아났구나."
       인삼 중대장의 말에 성칠 대장은 명령했다.
       "진수해로 쳐나자.”
       유격대원들은 곧추 해동다리를 건너 토성 안 진수해파출소로 쳐들어갔다. 적들은 불시에 기습당해 혼비백산했다.
      조선 강제병사들은 토성 안에 갇힌 일본 경찰들과 개다리들에게 일어로 고함쳤다.
      “투항해라! 투항하면 살려준다.”
      “총을 놓고 고향으로 돌아가라!”
     그러나 일본 놈들은 견고한 토성을 믿고 총을 쏘며 완고하게 반격했다.
     “네놈들은 포위됐다! 5분후에 투항하지 않으면 몽땅 소멸해 버릴 테다!”
      그래도 놈들은 대문 쪽에 대고 기관총을 갈기며 반항했다.
      성칠 대장은 손을 홱 휘두르며 명령했다.
     “1소대는 토성 안에 수류탄을 뿌려! 2소대는 기관총 사격! 3소대는 토성을 폭파하라!”
     1소대가 수류탄을 연신 토성 안 파출소에 뿌렸다.
    꽝! 꽝! 꽈르릉! 꽝꽝!
    토성 안에서 수류탄 폭파소리에 아우성 소리가 요란했다.
    2소대가 기관총을 뚜루룩 뚜루룩 쏘아댔다. 일본 놈들은 토성 밖으로 한 놈도 달아나오지 못했다.
    이때 파출소 안에서 고함소리가 들리었다.
    “계속 공격하면 우린 조선 위안부들을 살해할 테다!”
    꽈르릉! 꽝꽝!
    우뢰와 같은 폭음과 함께 토성이 네 곳이나 뭉청 무너져버렸다. 임호 소대장이 폭파소조를 거느리고 또 해냈던 것이다.
   “돌격!”
   오병선이 돌격나팔을 불었다. 돌격나팔소리가 우렁차게 울리자 유격대원들은 "돌격!' 고함소리 우렁차게 돌격개나갔다.
   “싸(杀)!”
   “죽여라!”
유격대원들은 고함치며 사면으로 덮쳐 나가며 수류탄을 파출소 안에 뿌렸다.
일본 놈들은 파출소 안에서 무리로 쓰러졌다.
뚜루룩 뚜루룩.
갑자기 기관총 소사에 돌격하던 유격대원들이 삼대처럼 쓰러졌다. 이때 갑자기 화염 속에서 요란한 엔진소리와 함께 토성안에서 괴물이 덮쳐나왔다.
"탱크!"
"엎드렷!"
성칠이 고함쳤다.
유격대원들은 땅바닥에 납짝납짝 엎드렸다. 그들은 탱크를 처음 보았다. 일부 유격대원들은 겁나 부들부들 떨었다.
성칠은  무너진 토성에 엎드려 탱크(땅크)를 쏘아보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임소대장!"
"옛!"
"폭파소조를 내보냇!"
"예!"
탱크가 덮쳐나오며 불을 토했다. 임호 소대장이 손을 홱 젓자 폭파소조가 무너진 토성 밑에서 폭파약을 끌어안고 기여나갔다.
"기관총 엄호!"
"사격!"
기관총들이 불을 토했다.
폭파소조가 탱크에 거의 접근해갔다. 뒤따라 나오던 일본 놈들이 몰사격을 가했다. 유격대원들이 폭파약을 끌어안고 벌떡벌떡 일어나 탱크를 향해 돌격해나갔다. 그러나 하나, 둘 흉탄을 맞고 쓰러졌다.
"개놈새끼들! 죽어봐라!"
임호 소대장이 주먹으로 벽돌을 탕 쳤다. 벽돌이 박살났다.
임호는 벌떡 일어나 달려나갔다. 그는 탱크 앞에 쓰러진 폭파대원의 손에서 폭파약을 주어 끌어안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푱푱푱!
총알이 그의 발부리에 날아와 박히며 흙똥이 사처로 튕겨 올랐다.
임호는  곤부박질쳤다.
"아차!"
성칠은 주먹으로 토성 벽을 쳤다.
그때 임호가 옆으로 몇바퀴 굴렀다. 탱크가 그의 앞에 다가왔다. 임호는 도화선을 입으로 물어당기고 폭파약꾸러미를 탱크  바귀 밑에 밀어넣었다.
    꽈르릉!
    요란한 굉음과 함께 탱크 무한궤도가 쭈르륵 벗겨졌다. 탱크는 페철무지로 되였다.
    "돌격!"
성칠 대장이 명령했다.
오병선이 돌격나팔을 불었다.
띠띠띠- 따따-따다-
돌격나팔소리가 재차 울리자 유격대원들은 "돌격!" 고함소리도 높이 돌격해나갔다.
탱크 웃덮개가 열리더니 자그마한 흰 천쪼각이  천천히 나왔다. 분명 투항신호였다.
"손들엇!"
희생됐는가 한 임호 소대장이 무쇠기둥처럼 벌떡 일어나 탱크 위에 뛰여올라가 돌격총을 탱크 웃구멍에 들이댔다.
 탱크 안에서 일본 놈 탱크운전사가 손을 들고 나왔다. 뒤이어 몇놈이 손을 들고 나왔다. 임호 소대장은 그 놈들을 압송해 탱크에서 내렸다. 성칠 대장은 그 놈들을 뒤에 따라온 유격대원들한테 넘겨주게 하였다.   
     나머지 놈들은 조선 위안부들을 앞에 내세우며 고함쳤다.
   “우린 투항하겠다. 군대를 뒤로 물려라!”
    성칠은 손을 들어 돌격을 멈추게 했다.
“잠간! 우리 조선 여성들을 상하게 해선 안 돼.”
조선 강제병사 출신 유격대원들이 일본 놈들에게 성칠의 말대로 고함쳤다.
“네 놈들은 무기를 내려놓고 한 놈 한 놈씩 나오라. 우린 포로를 죽이지 않는다!”
살아남은 일본 경찰 놈들 셋이 두 위안부여성의 뒤로 어정어정 따라 나오더니 총을 땅바닥에 놓았다.
“손 들고 나와!”
일본 경찰 놈들은 손을 들고 허둥지둥 걸어 나왔다.
유격대원들은 뭉청 무너진 파출소와 위안소 안으로 덮쳐들어갔다. 안에는 부상당한 일본 경찰과 헌병 몇 놈이 쓰러진 채 신음소리를 냈다. 유격대원은 그 놈의 손에서 총을 빼앗아내고 끌어냈다. 가슴팍에 총탄을 맞은 그 놈은 숨이 거의 넘어가고 있었다. 한 놈은 기관총 옆에 대갈통이 박살난 채 쓰러져 있고 그 옆에는 무너진 벽에 깔려 죽은 놈의 다리가 드러나 있었다. 여기 저기 썩어진 일본 경찰 놈들의 시체가 피 못 속에 나뒹굴었다. 유격대원들은 전장을 수습하면서 무기를 거둬 메고 나왔다.
“조선 독립 만세!”
“동북 해방 만세!”
유격대원들은 환성을 높이 질렀다.
성칠은 위안부 여성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고향이 어디오?”
얼굴이 복숭아처럼 둥근 40대 초반 여성이 머리를 숙이며 쥐구멍으로 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옥설이라고 부르는데요."
"고향은 어디오?"
"김해예요.”
그녀는 옆의 걀죽하게 생긴 중년 여성을 가리켰다.
“얜 만금이라고 하는데요. 고향이 명천이예요.”
성칠은 그들에게 다가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오. 우린 조선 항일유격댄데 나도 고향이 명천이오. 우리를 따라 함께 조선에 나가기요.”
"네. 고맙습구마.우린 한철주 놈한테 붙잡혀 여길 되나왔습구마. 억울한 녀자들입구마."
     성칠은  한철주 말이 나오자 다가서며 물었다.
"여기 한철주 왔댔소?"
"네. 며칠 전에 우릴 끌고 여기 왔다가 똘만놈하구 도망쳤어요.“
"음- 또 놓쳤군."
성칠은 머리를 끄덕이고나서 이상한 감이 들었다.
(용정을 칠 때도 탱크가 없었다. 그런데 요 쪼꼬만 진수해 파출소에 탱크가 있는데다가 한철주 놈도 왔다갔지 않았는가?)
그는 먼저 만금, 옥설 등을 위안했다.
만금은 성칠 대장에게 말했다.
“장교님, 우린 원래 넷입구마. 뽕녀란 애는 고향이 부산입구마."
성칠은 상순과 지군선의 딸 지춘실한테서 두루 들은 생각이 나서 물었다.
"여기에 은실이라고 부르는 처녀애도 있었다던데. 행방을 모르오?"
옥설이 눈물을 흘리면서 대답했다.
"은실하구 뽕녀는 길림에서 봉천으루 간후 행방불명이 됐어요. 그 애도 여기 진수해에 왔더라면 구원됐겠는데요."
만금도 동을 달았다.
"위안부라는 건 정말 개나 돼지보다 못한 짐승 같습구마.”
옥설과 만금은 어깨를 들먹이며 흑흑 흐느껴 울었다.
그녀들은 눈물을 훔치고 일본 경찰 놈들을 보자 악이 나 고무신을 벗어 쥐고 다가가더니 낯빤대기를 쨩쨩 후려갈기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놈, 이 놈들아, 또 우리를 짐승 개처럼 굴어봐라. 이놈, 이놈!”
“이 놈들아, 네 놈들도 맞아 봐라!”
일본 경찰 놈들은 어둠 속에서 두 손으로 낯빤대기를 감싸 안고 옥설과 만금을 쏘아보았다.
“아직두 대가리를 쳐들겐?!”
옥설은 고무신으로 일본 경찰 놈의 낯빤대기를 사정없이 후려 갈겼다. 경찰 놈이 손으로 날아드는 고무신을 막자 발길로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일본 경찰 놈은 사타구니를 싸안고 나뒹굴었다.
“앗! 이다이 시누(아파 죽겠다)!”
조선 강제병사 출신 유격대원들은 분개해 일본 경찰들을 마구 걷어차고 총 박죽으로 때렸다.
성칠은 손을 들어 말렸다.
“포로를 학대하지 마오. 무기를 내려놨았기에 용서해줘야 하오.”
그제야 모두들 손을 멈추었다.
성칠은 만금을 데리고 탱크 안에서 나온 놈들한테로 갔다.
"혹시 여기 높은 장교 놈이 있는지 알만 하오?"
"요놈이 장교 놈입니다."
장교 놈은 질겁해 목을 움츠렸다.
그때 최동욱이 다가와 그 놈을 여겨보았다.
"아니! 네 놈이 여기 있었구나."
"누군데?"
최동욱은 그 장교 놈의 멱살을 틀어쥐고 흔들며 고래고래 고함쳤다.
"가메다! 네놈도 오늘이 있구나."
최동욱은 자기 안해를 릉욕한 원쑤를 만나자 주먹으로 치며 대성통곡쳤다. 원쑤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가메다?!'
성칠도 고함치며 손이 허리춤에 갔다.
땅!
야무진 총소리와 함께 가메다 놈이  다리를 맞고 무릎을 털썩 꿇었다.  대가리를 뚝 떨어뜨렸다. 성칠이 쏜 총에 맞았던 것이다. 가메다 놈은 고향 히로시마가 미군이 뿌린 원자탄을 맞고 훼멸됐다는 소문을 듣고 여기 남아 최후발악을 하다가 포로됐던 것이다.
"이 놈을 쉽게 죽일순 없소."
최동욱은 허리춤에서 시퍼런 비수를 빼들고 가메다 놈한테 한발자욱 한발자욱 다가갔다.
"공산군은 포로를 죽이지 않는다던데. 제발 살려주오."
성칠 대장이 고함쳤다.
"이 놈, 네놈의 손엔 우리 중조인민과 유격대원들의 피가 즐벅하다. 희생된 유격대원들을 대표해 네놈을 총살한다."
최동욱은 비수를 날려 가메다 놈의 두 팔을 찍어냈다. 비수로 가슴을 짜개고 심장을 도려냈다.  나중에 목을 쳤다.
최동욱은 가메다를 비수로 연신 찍어대며 대성통곡쳤다.
"여보! 오늘 당신 원쑤를 갚았소. 여보- 구천에서 눈을 감소. 흐흐흑, 흑흑! 이놈, 썩어져라! 어떻게 하면 원쑤를 다 갚겠니."
 나머지 일본 놈들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싹싹 비볐다.
"우린 강제로 끌려온 강제병들입니다."
" 제발 살려주십시오."
탱크운전.사는 무릎걸음을 걸으며 나오더니 탱크를 가리키며 서툰 한어로 싹싹 빌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날 살려주면 이 탱크를 수리해 당신들 도와 싸우겠소. 나도 일본에서 가난한 백성이오. 내 녀동생 둘도 이 놈들한테 붙잡혀 강제로 위안소에 왔는데요. 삼도만림업분조소 소장놈한테 붙잡혀간 후 행방불명입니다."
성칠은 금방 탱크 안의 놈들한테 희생된 폭파소조 대원들을 생각하면 기관총으로 몽땅 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포로정책이 있어 탱크 운전사 등을 살려주었다.
   탱크 운전사 야마가와는 성칠한테 다가와 물었다.
"나도 나가사끼에서 강제병으로 왔는데. 여기 진수해 위안소에 온 요시꼬라는 녀동생을 찾아 여기까지 왔댔습니다. 녀동생을 찾아가지고 고향에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가사끼도 미군 원자탄을 맞고 없어졌다고 합디다. 녀동생들도 찾지 못하고 일본에 돌아간들 뭐 해요? 저의 녀동생들을 찾아주세요. 요시꼬와 야마꼬를 일본 장교가 데려 갔다던데 꼭 이 부근에 있을 겁니다. 좀 찾아주십시오. 장관님."
그는 뒤에 따라오는 옥설과 만금 등 조선인위안부들을 돌아보며 뒷말을 이었다.
"저 위안부들도 명천에서 왔기에 요시꼬 어디 간 거 알 거 같은데. 내 일본군이라고 알려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장관님, 어떻게 내 녀동생을 알아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성칠은 유격대원들을 둘러보면서 나지막한 소리로 명령했다.
“우린 즉시 함흥 촌으로 되돌아간다.”
“옛!”
유격대원들은 포로들을 압송해가지고 다급히 해동다리를 건너 곧추 함흥 촌 쪽으로 출발했다.
성칠은 야마가와의 녀동생도 위안부였다는 말에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뒤에서 따라오는 만금을 불렀다.
"여기 위안소에 요시꼬라는 일본 녀성을 모르오?"
"네- 알아요."
"지금 어데 갔는지 모르오?"
만금은 이상해 했다.
" 일본 간나새끼를 찾아 뭘 합둥?"
성칠은 옆에 선 야마가와를 가리켰다. 
"이 사람은 요시꼬 오빠오."
만금은 힐끔 가로보았다.
" 탱크를 수리해가지고 우리를 도와 싸우겠다오."
성칠은 만금과 내심하게 말했다.
"요시꼬도 저네처럼 다 일본 침략군 놈들의 피해자요. 어데 갔는지 알려주오."
만금은 마지못해 대충 대답했다.
"요시꼬도 무한으로 간다더니 여기 도망쳐 왔댔는데 뭐 어디라던가."
"삼도만!"
옥설의 말에 만금이 손벽까지 쳤다.
"맞아! 삼도만림업분주소, 거기 소장놈이 숱한 돈 내고 요시꼬 자매를 데려내갔습구마."
"삼도만에 갔다고?"
야마가와는 성칠한테서 만금의 말을 한어로 번역해듣고 대성통곡쳤다.
"요시꼬야- 엉엉, 내 꼭 널 구해낼게."
후에 있은 일이지만, 야마가와는 함흥촌에 온 뒤 병완한테서 작은 녀동생 야마꼬도 지학사 지주의 첩으로 있다가 삼도만으로 들어갔는데 요시꼬와 함께 토비 두목의 첩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 야마가와는 또 민주련군이 삼도만토비를 치러 갈 준비를 하는 것도 보았다. 야마가와는 오직 삼도만토비를 쳐 없애야 토비두목에게서 두 녀동생을 구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야마가와는 두 녀동생을 구하려는 일념으로 그날부터 상순과 오병선의 압송하에 진수해 토성안 파출소에 가서 탱크의 무한궤도를 수리하였다.
      한편 유격대 대부대가 진수해파출소를 공격하는 폭음이 들리자 조덕산은 소서구 기준이네 집 자리에서 서서 어깨를 으쓱했다.
“유격대는 확실히 진수해파출소를 치러 가고 없다. 지금 함흥 촌에는 유격대 부상병과 민병 밖에 없다.”
왕부관은 담뱃불을 붙여 조덕산에게 주면서 간언했다.
“조 단장, 그래도 섣불리 들이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장백산 항일유격대는 일본 놈들과 싸울 때도 아주 교활하게 유격전과 매복습격 전을 잘 했습니다. 그놈들이 뭣 때문에 우리가 이 일대에서 활동하며 철거하지 않은 걸 뻔히 알면서도 진수해로 간단 말입니까? 여기에 문제 있는 게 아닙니까?”
그러나 조덕산은 큰소리를 땅땅 쳤다.
“장학산이 말하지 않던가? 대부대가 확실히 떠나갔다고.”
이때 장충국이 헐레벌떡거리며 달려 왔다.
“조 단장, 해지기 전에 인삼이가 우리 집에 왔댔습니다. 유격대는 모두 조선으로 간다고 말합디다. 금방 함흥 촌에 가 보았는데 확실히 유격대는 보이지 않고 상순이 민병들을 데리고 순라할 뿐입디다.”
조덕산은 어깨가 으쓱해 당지 지주무장대오와 국군대오를 둘러보며 을러멨다.
“여러분, 이젠 가난뱅이들에게 빼앗기었던 집과 밭을 찾을 때가 돌아 왔다. 여러분은 목숨 걸고 촌공소를 습격하고 공산군을 따르던 조선 가난뱅이들을 몽땅 살해해버리라. 자신 있는가?”
손호표랑 제지주랑 이구동성으로 고함쳤다.
“있습니다!”
조덕산은 “부관!” 하고 불렀다.
“옛!”
왕부관은 차렷 자세로 발뒤꿈치를 척 붙였다.
조덕산은 권총을 꺼내 들고 추상같이 호령했다.
“왕부관은 지주무장 대오를 데리고 즉시 촌공소를 점령하라!”
“옛!”
“난 가능하게 있을 유격대의 매복습격을 대비해 국군을 데리고 뒤에서 엄호하고 접응하겠다. 부관은 뒷근심을 하지 말고 촌공소를 점령하라! 만약 촌공소를 점령하지 못하면 네놈의 대가리를 박살내겠다!”
“옛! 꼭 촌공소를 점령하겠습니다!”
부관이 지주 무장 대오를 향해 손을 홱 저었다.
“출발!”
장충국과 장리국, 손호표, 제지주와 일부 국민당에게 미혹된 지주무장 50여명이 부관의 뒤를 따라 함흥 촌을 향해 달려 내려갔다.
조덕산은 뒤에서 충국을 불렀다.
충국이 뛰어 오자 교활한 조덕산은 재차 물어보았다.
“이전에 유격대 놈들이 토성 밑에 갱도를 팠다던데 진공하다가 일이 없을까?”
그러자 충국은 선선히 대답했다.
“이전에 판 갱도는 일본 놈들의 포위토벌 때 작탄에 맞아 다 무너졌습니다. 요새 갱도를 파는 거 보지 못했는데. 그저 토성 밖에 전호를 파는 걸 보았습니다.”
조덕산은 충국을 인질로 붙잡아 둘 궁리를 했다.
“자넨 나를 인도해 함흥 촌으로 들어 갑세.”
“옛!”
충국은 조덕산의 옆에 섰다.
조덕산은 국군을 돌아보며 명령했다.
“출발!”
부관은 지주 무장 대오를 끌고 태평강을 넘어 아름드리 버드나무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때까지 유격대의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너무 조용한 적막이 오히려 조덕산과 부관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교활한 조덕산은 국민당 군을 끌고 버드나무숲을 흘끔흘끔 살피면서 어슬렁어슬렁 토성 안 촌공소로 향해 다가갔다. 그러나 전투경험이 없는 당지 지주들은 우쭐해서 소리까지 치면서 곧추 토성안집을 향해 뛰어 갔다.
“가난뱅이 놈들아, 네 놈들의 제삿날이 왔다!”
“죽어 봐라!”
“이 놈들아! 우리 집과 밭을 내놔라!”
부관은 권총을 휘두르며 “토성 안으로 돌격!” 하고 명령했다.
지주들은 악을 쓰며 토성 안에 서 있는 유격대원들한테 총을 쏘며 덮쳐들어갔다.
부관은 총에 맞아도 쓰러지지 않는 옥수수단을 보고 주춤 멈춰 섰다.
“아차! 속았구나!”
촌공소안에는 옷을 입혀놓은 옥수수단만 서 있을 뿐 텅텅 비어있었다. 부관은 돌아서 되 달아 나가려고 했다.
그때는 늦었다.
“사격!”
“몽땅 죽여라!”
칠백 중대장과 동욱 중대장의 명령과 함께 토성 밑의 갱도 화구에서 섬광이 번쩍이며 총알이 빗발치듯 날아 나왔다.
지주들은 총을 쥔 채 무리로 쓰러졌다. 이때 대문마저 삐꺼덕 닫혀버렸다. 손호표는 다리에 관통상을 입고 개목을 다는 소리를 쳤다. 손호표의 머슴이 손호표를 훌쩍 업고 부랴부랴 도망쳤다. 부관은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엉금엉금 기여 대문 곁으로 다가갔다. 그는 벌떡 일어나 대문을 어깨로 떠밀어 열어 재끼었다.
“빨리 후퇴!”
나머지 제지주랑 토성 밑에 총을 난발하면서 대문 밖으로 도망쳤다.
뚜르륵 뚜르륵
상순의 기관총 소사에 부관 놈이 즉살했다.
또 민병들의 사격에 대문 밖으로 도망치던 지주들은 무리로 쓰러졌다. 제지주도 상순이 쏜 기관총에 흉부를 맞고 쓰러졌다.
그때 조덕산이 끌고 온 국민당 정예군이 대문 밖으로 뛰어 나온 지주들을 엄호하며 접응하려고 다가들었다.
장충국은 “리국아! 빨리 뛰어 나오너라!” 하고 고함쳤다.
리국은 겨우 기어 토성 밖으로 나와 형과 함께 수림 속으로 도망쳐 목숨을 구했다.
그때였다. 난데없이 아름드리나무들 우에서 우박이 쏟아져 내리듯이 총알이 날아왔다. 원래 진달래 중대장이랑 이끈 유격대원들이 농사군 옷을 갈아입고 아름드리 비술나무숲 속 에 스며들어 나무 우에 올라가 매복해 있었던 것이다.
진달래와 훈련받은 유격대원들은 나뭇가지를 구르면서 이 나무 저 나무 가지를 구르면서 평지를 달리듯이 날아다니면서 국민당 정예군에게 맹사격을 가했다. 지상의 민병들과 나무 우의 유격대원들의 교차사격에 국민당군은 머리도 들지 못하고 무리로 쓰러졌다.
바빠 맞은 조덕산은 뒤에서 “철퇴!”하고 고함쳤다.
적들은 매복에 걸린 것을 알고 함흥 촌 동산 쪽으로 철퇴하기 시작했다. 두 개 소대나 되는 유격대원들은 칠백과 동욱 중대장의 명령에 따라 갱도에서 전호로 뛰쳐나와 당지 지주와 토비들을 소멸하고 조덕산 국민당 군을 추격했다.
교활한 조덕산은 함흥 촌 동쪽의 산골짜기를 따라 령을 넘어 계수동 골안에 들어섰다.
그때다!
“죽여라!”
난 데 없이 복병이 뛰쳐나오면서 포위 습격했다.
원래 성칠 대장은 1중대 2소대와 3소대를 진수해로 가지 말고 벌판의 버드나무숲 속에 매복해 있게 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계수동 동쪽 산등성이에 매복해 있었다.
조덕산은 옆에 따라온 충국을 보고 고함쳤다.
“이놈, 유격대 몽땅 진수해로 갔다더니 이게 웬 일인가?!”
장충국은 당황해났다.
“조단장!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확실히 함흥 촌에 유격대가 없었습니다. 이게 웬 일이지?  아마 진수해로 갔던 대부대가 되돌아 온 거 같습니다.”
“개나발을 작작 불어! 그 놈들이 나는 재간이 있다고 진수해파출소를 치고 번개처럼 여기까지 온단 말인가?”
조덕산은 권총을 들어 충국을 겨누며 을러멨다.
“이 놈, 빨리 앞장서 포위를 돌파해! 포위를 돌파하지 못하는 날엔 네 놈부터 총살할 테다!”
“옛!”
장축국은 옆에 선 국민당 놈에게서 기관총을 빼앗아 들더니 제일 앞에서 달려 나가면서 유격대를 향해 뚜르륵 뚜르륵 몰 사격을 가했다. 뒤따라 국민당군은 포위를 뚫고 나가려고 서둘렀다.
그때 성칠 대장의 우렁우렁한 한어 고함소리가 어둠이 뒤덮인 골짜기를 쩌렁쩌렁 울렸다.
“조덕산! 네 놈들은 몽땅 포위됐다. 장충국은 국민당 토비들을 위해 목숨을 팔지 말고 투항해라!”
그러나 장충국은 엎드려 고함쳤다.
“네 놈들을 따라 일본 놈들을 쳤건만 네 놈들은 우리 밭을 빼앗아 네 애비와 형제들에게 나눠주지 않았느냐? 죽어도 네놈들과 한 하늘 아래에서 살지 못한다! 네 놈이나 총을 놓고 투항해라!”
고함질을 마치자 장충국은 기관총을 뚜르륵 뚜르륵 갈겨댔다.
그제야 조덕산은 충국을 재차 신임하고 기여가 나직이 말했다.
“충국아, 나를 따라 삼도만으로 가자!”
“옛!”
조덕산은 충국이 대신 다른 놈에게 기관총을 주면서 엄호사격하라고 했다.
뚜르륵 뚜르륵
국민당 패잔병들이 몰사격하는 틈을 타 조덕산과 충국은 몇몇 놈들을 데리고 어둠속에 계수동 골짜기 아래로 사라졌다.
그 놈들이 계수동 막치기에 있는 도가 집 부근에 이르렀을 때였다.
“이 놈들아! 인삼 중대장이 여기서 기다린 지 오래다!”
땅! 땅! 땅!
총소리와 함께 몇 놈이 쓰러졌다. 이때 한 개 분대는 될 유격대원들이 조덕산과 충국을 향해 덮쳐왔다.
“인삼아, 오늘 내 죽든지 네 죽든지 싸워 보자!”
충국은 인삼의 소리가 난 쪽에 권총을 쏘았다.
땅!
인삼은 권총을 내리우고 소리쳤다.
“충국아, 조덕산 놈을 붙잡아 바쳐라. 그 길만이 네가 살아남는 유일한 선택이다. 양아버지를 생각해 하는 마지막충고야.”
“양아버지란 말을 하지도 말라! 우리 부자간이 창고 쌀을 대주고 네놈들과 어깨 겯고 싸웠건만 우리 밭을 몽땅 빼앗겼다. 네 놈들과 절대 한 하늘을 쓰고 살지 못한다. 잔말 말구 죽기내기로 싸워 보자!”
충국은 권총을 이쪽에 대고 쏘았다.
땅!
총소리와 함께 인삼은 왼쪽어깨에 총탄을 맞고 푹 꺼꾸러졌다.
땅!
조덕산이 권총을 쏘면서 고함쳤다.
“충국아, 빨리 달아나자!”
또 다른 유격대원이 놈들에게 덮쳐 나가다가 총에 맞아 장렬히 희생됐다.
인삼은 아픔을 참으면서 권총을 뽑아 들었다.
“사격!”
유격대원들은 도가 집 쪽으로 도망치는 조덕산과 충국을 향해 몰사격하며 추격했다.
땅! 땅!
산등성이 쪽으로 도망치던 조덕산이 허벅다리에 관통상을 입고 푹 꼬꾸라졌다.
“조 단장, 빨리 업히시오!”
조덕산은 쓰러진 채 충국을 밀어 버렸다.
“난 틀렸네. 어서 삼도만으로 도망쳐 가서 전보흥 소교한테 이 곳 정황을 알리게!”
충국은 조덕산에게 등을 돌리며 고함쳤다.
“빨리 업히시오! 죽어도 함께 죽어야지!”
“빨리 달아나라니까! 이건 명령이야. 듣지 않으면 내 총에 죽는다.”
충국은 그래도 조덕산을 껴안아 일으켰다.
조덕산은 권총을 충국에게 들이댔다.
“빨리 가라! 이 정황을 알리지 않으면 삼도만 숱한 형제들도 준비 없어 죽게 돼! 빨리 가!”
충국은 몸을 돌려 도망치다가 되돌아보며 고함쳤다.
“조 단장!”
조덕산은 쓰러져서도 권총으로 유격대에게 총질하며 충국을 도망치게 엄호했다.
땅! 땅!
절컥! 절컥!
인삼은 고함쳤다.
“조덕산 놈이 탄알이 떨어졌다! 생포해라!”
조덕산은 자살하려고 머리에 방아쇠를 당겼다.
절컥!
조덕산은 탄알이 떨어지자 권총박죽으로 자기 대가리를 마구 땅, 땅 조겨댔다.
그때 인삼과 유격대원들이 덮쳐나가 일거에 조덕산의 손에서 권총을 빼앗아냈다.
“꼼짝 말앗!”
조덕산은 권총으로 자기 대가리를 조겨대다가 붙잡혔다. 유격대원들은 각반을 풀어 대가리가 피투성이 된 조덕산을 꽁꽁 결박해 가지고 함흥 촌 촌공소로 내려왔다. 몇몇 유격대원들이 남아 국민당 비적들의 시체에서 총을 거둬 가지고 뒤따라 내려왔다.
                
               
                        8. 지주무장
두목을 총살

조덕산은 유격대원들에게 압송돼 토성 대문 안에 들어서면서도 고래고래 고함쳤다.
“나는 군인이다. 목숨 걸고 용감히 싸우다가 탄알이 다 떨어져 포로로 됐을 뿐이다. 나를 능욕하지 말고 한방에 죽여라!”
인삼은 조덕산을 촌공소 앞의 늙은 비술나무에 결박해 놓으라고 지시했다. 상순은 성수랑 함께 마른 장작을 마당에 안아다 쌓아 놓고 불을 피웠다.
장작불이 활활 타올라 토성 안 마당을 대낮같이 환히 비추었다.
이때 성칠 대장과 진달래 중대장도 유격대원을 데리고 회합하여 대문 안에 들어섰다. 칠백 중대장도 유격대원들을 데리고 갱도와 전호 속에서 나와 회합했다. 병완과 상순은 마을의 민병들을 데리고 마당에 들어왔다.
 “만세!”
“만세!”
모두들 승리를 환호하여 하늘땅을 진동하게를 높이 웨쳤다.
상순이 거느린 민병들은 유격대원들을 따라 혁명노래를 불렀다.

           나가자 나가자 싸우러 나가자
           용감한 기세로 어서 빨리 나가자
           땅 없는 농민은 식칼 들고 나오고
           집 없는 로동자  망치 들고 나오라


            나가자 나가자 싸우러 나가자
           용감한 기세로 어서 빨리 나가자

성칠 대장은 손을 들어 노래를 그만 부르게 하고 마루 위에 뛰어 올라가 우렁찬 목소리로 연설했다.
“여러분, 우린 일본 놈들을 이 강산에서 몰아내고 광복을 맞이했습니다. 또 오늘 우리 행복한 새 생활을 파괴하고 약탈하려는 국민당 군 토비들을 일망타진했습니다.”
토성 안에서는 또 구호소리가 우레 소리같이 울려 퍼졌다.
성칠 대장은 손을 흔들더니 계속 연설했다.
“우리 함흥 촌 인민들은 공산당의 영도아래 무기를 들고 우리 마을을 지키고 우리 피로 바꿔온 이 역사의 비밀이 숨어 있는 땅을 지켜 싸워야 합니다. 아직도 삼도만과 돈화 등지에는 국민당 토비들이 욱실거리고 있습니다. 국자가와 천수해, 영월구에도 국민당 지하조직이 창궐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왕청현 춘양과 녕안 동경성 일대에는 마희산 토비가 출몰하고 목단강과 해림 일대에는 아직도 독수리와 허몽둥이 토비들이 욱실거리고 있습니다. 국민당 토비들은 호시탐탐 공산당 영도아래에 있는 마을들에 쳐들어와 강탈하고 살인할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우린 공산당을 따라 민주연군에 들어 이런 토비들을 몽땅 소멸하고 우리 행복한 지상낙원을 꾸려야 합니다. 여러분 신심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이계삼과 허영주가 군중들 속에서 구호를 불렀다.
“공산당 만세!”
“국민당 토비들을 소멸하자!”
토성 안 마당은 구호소리가 하늘을 진감했다.
성칠 대장은 당 지부에서도 지하활동을 할 필요 없이 공개적으로 일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고 이계삼과 허영주 그리고 아버지와 조카 상순을 마루 우에 오르게 했다.
“이제부터 여러분께 우리 함흥 촌 당 지부 성원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는 이계삼과 허영주를 소개했다.
“이분은 조선의용군 제3지대에서 파견해 온 우리 함흥 촌 당 지부 서기 이계삼동지입니다. 허영주 동지도 역시 3지대에서 파견한 우리 함흥 촌 당 지부 조직위원입니다.”
뒤이어 그는 아버지와 상순을 돌아보며 소개했다.
“여러 분들도 다 알겠지만 저의 부친은 지하당원이며 함흥촌 촌장입니다. 조카 상순은 당지부 선전위원 겸 민병 련 련장으로 이번에 임명됐습니다. 이후에 여러분들은 이 네 분의 주위에 굳게 뭉쳐 우리 마을을 든든히 지켜야 합니다. 신심이 있습니까?”
"있습구마!"
군중들은 이구동성으로 화답하며 박수를 쳤다.
상순이 성칠 대장의 연설을 즉석에서 한어로 통역해 주자 지어 가난한 한족 농민 장풍이랑 장발래랑 제해풍이랑 장용객이랑 모두 좋다고 웃고 떠들었다. 조덕산은 피투성이 된 대갈을 툭 떨구며 중얼거리었다.
(저 지하당원 놈들부터 참살해야 했었는데 그랬어.)
상순은 품속에 이제껏 숨겨 뒀던 권총을 꺼내 큰아버지에게 바쳤다.
“이 권총은 큰어머님이 생전에 쓰던 권총입니다.”
성칠 대장은 권총을 받아 매만지더니 상순에게 내밀었다.
“민병련 련장 상순은 민병련을 령솔해 이 권총으로 이 마을을 보위하고 토비 놈들을 족쳐라!”
상순은 권총을 받아 옆구리에 차고 차렷 하고 군례를 올렸다.
“옛! 꼭 우리 인민민주정권과 마을을 보위하고 토비들을 숙청해버리겠습니다!”
민병들은 모두 부러운 눈길로 상순을 바라보며 우렁차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때부터 상순은 허리춤에 권총 두 자루나 찬 민병 대장으로 소문 높게 되였다.
성칠 대장은 비술나무에 묶인 조덕산의 앞으로 걸어가 우렁차게 을러멨다.
“미국 신식무기로 무장했다고 떠들던 네 놈들도 그저 그렇구나. 큰소리나 쳤지 어찌 일본제국주의도 무찌른 우리 일당백의 유격대를 당하겠는가?”
“흥!”
조덕산은 불복했다.
“너희들은 오늘 보니 한 개 영의 병력은 실히 되는구나. 잔꾀를 부려 진수해를 치는 척 하면서 말머리를 돌려 창으로 찌를 줄은 몰랐어.”
성칠은 조덕산의 코에 대고 삿대질하면서 비난했다.
“단장이라는 놈이, 퉤!"
성칠은 침을 내뱉았다.
" 아름드리나무숲과 갱도에 우리 복병이 매복 습격 전을 벌리리라는 것쯤은 짐작해야 할 게 아니냐? 너희 국민당 비적들은 신사복차림에 무기 자랑이나 하면서 거들먹거리기나 했지. 전술 같은 건 근본 모르는구나. 이런 밥통 같은 놈도 상좌 단장이라니 삶은 소대가리 웃다가 꾸러미 터지겠다.”
“하하하”
“허허허!”
유격대원들과 마을 사람들은 배를 끌어안고 웃어댔다.
조덕산은 피투성이 된 대갈을 쳐들고 하늘을 쳐다보더니 중얼거렸다.
“모욕하지 말고 어서 한방에 죽여라! 나는 군인답게 죽겠다!”
성칠 대장은 엄숙하게 말했다.
“네 놈은 내일 공개재판대회를 열고 진수해 부근의 숱한 군중들 앞에서 총살할 테다!”
“좋다! 빨리 죽여 달라! 허나 한마디만 묻겠다. 난 너희들과 싸우다가 붙잡힌 포로다. 포로를 우대한다던데 포로를 총살하는가?”
성칠은 조덕산의 가련하고 비굴한 꼬락서니에 코웃음이 나왔다.
“허, 그 놈 비굴하게 목숨 따위를 구걸할 셈이냐? 네 놈은 포로가 아니라 당지 지주무장을 조직해 우리 항일유격대를 여러 명 살해한 악질 토비 놈이다. 마땅히 총살해야 한다.”
조덕산은 마지막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네 놈의 간계에 넘어가 죽는 게 한이다!”
성칠은 조덕산의 코에 대고 삿대질하며 우렁차게 고함쳤다.
“인민과 적대시하면서 인민을 못 살게 구는 네 놈들은 백번 죽여도 마땅하다!”
성칠은 말을 마치자 소대장 임호를 불러 한쪽구석으로 가서 조용히 명령했다.
“소대를 이끌고 밤도와 선바위 부근의 물레박골로 가서 악질지주 이영룡을 사로잡아 오오.”
“옛!”
그때 병완이 듣고 성칠에게 다가왔다.
“얘야, 내 임호 소대장을 데리구 물레박골 갈게.”
성칠 대장은 그 자리에서 말리였다.
“연세가 계시는 아버님을 어떻게 보냅니까?"
그는 상순한테 눈길을 돌렸다.
"상순도 물레박골을 알지?”
그때 옆에 서있던 상순이 제꺽 가슴을 뻗치며 나섰다.
“예, 큰아버지, 내 임호 소대장을 데리고 가겠습니다.”
“응, 그 놈을 해뜨기 전에 여기까지 끌고 오라.”
성칠은 또 인삼을 불러 명령했다.
“즉시 소서구로 가서 악질지주 장학산을 잡아오라!”
그러자 인삼은 성칠을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조용히 말했다.
“장학산은 이전에 항일유격대에 쌀이랑 대주었고 충국도 필경은 우리 유격대와 어깨 겯고 일본 놈들과 싸우지 않았소? 그들 부자간은 달리 처리하면 어떻소?”
그러나 성칠은 엄숙하게 말했다.
“인삼 중대장은 철저하게 혁명을 하게나. 양아버지라고 인정에 얽매우지 마오.”
그는 붕대를 감은 인삼의 어깨 상처를 가리키면서 정색했다.
“이 상처가 모든 걸 말해주지 않소? 그들 부자가 확실히 지난날 우리 유격대를 도왔고 일본 놈들과 싸운 건 사실이오. 허나 오늘 국민당 반동파에게 넘어가 우리에게 총부리를 돌려댄 이상 그 놈들을 놔둬선 안 되오. 즉시 가서 장학산을 붙잡아 오오.”
성칠 대장은 칠백 중대장을 불렀다.
“칠백 중대장이 가서 장학산 놈을 붙잡아 오오. 그 놈들 부자는 우리 마을 정황을 정탐해 국민당 토비들에게 보냈소. 그 놈들을 총살해 후환을 없애 버려야겠소.”
“옛!”
인삼 중대장은 하늘을 우러러 보더니 한숨을 후 내쉬었다.
이윽고 칠백 중대장이 유격대원들과 함께 장학산과 여편네, 딸 장미련까지 결박해 왔다.
장학산은 마당에 우두커니 서있는 인삼을 보자 욕했다.
“얘, 인삼아, 네한테 미안하게 대한 게 뭐냐? 이 토성 안 집도 내 친아들에게도 주지 않고 널 주었지. 쌀을 빡빡 긁어 너 유격대에 대주었지. 이번에도 조덕산 저 놈이 준 권총을 주면서 오늘 밤에 이 마을을 친다는 정보까지 제공해 주었는데 이게 웬 일이냐?”
조덕산은 장학산 쪽에 대고 피가래를 뱉었다.
“더러운 자식, 죽어도 꿋꿋하게 죽어라! 공산군의 개가 되더니 싼 통 했다.”
이때 조덕림과 물레박골 리영룡도 결박당한 채 임호가 이끈 유격대원들과 상순에게 끌려 왔다.
조덕림은 토성 안에 들어서자마자 비술나무에 묶인 동생을 보자 아우성쳤다.
“아우야! 이게 웬 일이냐? 아이고, 쫄딱 망했구나. 큰소리를 땅땅 치는 네 말을 믿고 날치지 않았더라면 난 목숨은 건졌겠는데 이게 웬 일이냐? 우리 조개 집안이 쫄딱 망했구나.”
조덕산은 다른 비술나무에 묶인 조덕림을 보고 목청껏 소리쳤다.
“형님! 우린 죽어도 떳떳하게 죽기요. 절대 꼬리빵즈 가난뱅이들 앞에서 비굴하게 목숨 따위를 구걸하지 말기오.”
조덕림은 끝없이 아우성 쳤다.
“에이고, 죽고 보면 모든 게 끝인데 비굴하면 어떻고, 떳떳하면 어떻냐? 누가 영웅비석이라도 세워 준다더니? 에이고, 국민당군두 그저 그래? 저런 토박이 팔로 빨갱이들도 당하지 못하다니? 에이고, 저런 멍청이들을 믿고 밭을 찾자고 너덜거린 게 머저리지. 죽어 싸지.”
이영룡은 비술나무에 묶여 꽥꽥 고함쳤다.
“너희들, 장관을 불러 오라! 내 무슨 국민당과 한통속인가? 일본 놈들과 한 물건 짝인가? 어쨌다고 여기까지 붙잡아 왔는가? 난 조선 고향으로 가겠단 말이야!”
그때 병완과 성칠 대장과 기준이 촌공소에서 나왔다.
병완과 기준을 보자 이영룡은 섬찍해 부들부들 떨었다.
병완은 이영룡의 귀 쌈을 쨩 갈겼다.
“이 악질 지주 놈아! 오늘까지도 자기 죄를 모르는가? 네 놈은 일본 놈들과 결탁해 우리 원삼 조카를 가혹하게 착취하였다. 그를 죽인 장본인이다. 네 놈은 일본 놈들에게 쌀을 대주었고 밀정질을 하여 우리 무고한 백성들을 수많이 밀고해 용정 통감부 간도파출소에 붙잡혀 가 죽게 만들었다. 네 놈은 총살해 마땅하다!”
리영룡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대가리를 툭 떨어뜨리고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었다.
토성안 마당에 있던 군중들은 돌멩이를 비술나무에 결박해 매 놓은 조덕산과 조덕림, 이영룡에게 뿌렸다. 그러나 모두 장학산만은 때리지 않고 불쌍하다고 했다. 성칠은 그 세세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여겨보다가 군중들을 제지시켰다.
“여러분, 그만 돌을 뿌리십시오. 내일 저 놈들을 숱한 군중 앞에서 공개재판한 후 처단합시다!”
그 말에 군중들은 돌멩이질을 멈추었다.
가을바람에 아름드리 비술나무와 버드나무가 무섭게 쏴 쏴 소리를 내며 설레였다.
이튿날 태평강 가에 진수해 부근의 숱한 군중들이 모여 왔다. 김병완 촌장과 이계삼 서기, 성칠 대장과 유격대 중대장들이 임시로 만든 주석 대 위 걸상에 앉았다. 사형장 부근에는 유격대원들과 민병들이 둘러서서 삼엄하게 보초를 섰다.
이계삼이 공개재판대회를 사회했다.
“지금으로부터 공개재판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국민당군 영장이며 토비 단장 조덕산을 비롯한 국민당 토비두목들을 끌어내라!”
명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민병 련장 상순이 유격대원들을 영솔해 고깔모자를 씌운 조덕산, 조덕림, 장학산, 이영룡을 끌어다 구덩이 앞에 꿇어 앉혔다.
조덕산은 죽어라고 꿇어앉으려고 하지 않으며 반항했다.
“난 국민당 장관이야. 난 너희들의 포로야.”
상순이 장총박죽으로 종아리를 콱 내리치면서 발로 종아리를 꽉 밟아서야 겨우 억지로 꿇어 앉혔다.
이계삼은 다음과 같이 선포했다.
“아래 함흥 촌 촌장 김병완 동지로부터 조덕산 등 국민당 군관과 악질지주들의 주요 죄장을 공소하겠습니다.”
김병완은 주석 대에서 일어서서 우렁찬 목소리로 공소했다.
“국민당 군 영장 조덕산은 고향에 기여 들어 조덕림 등 지주들을 긁어 모아 70여명이나 되는 국민당반동파와 지주 무장 대오, 토비무리를 건립했다. 한족과 조선족 간의 민족 이간을 도발했다. 뭐? '조선족가난뱅이들이 한족들을 죽이고 밭을 빼앗자고 한다'구?  한족군중들을 미혹하여 국민당반동파 지주무장대오에 끌어들였다. 이 놈은 지주무장대오로 토비를 조직해 갓 광복을 맞은 우리 함흥 촌 공산당조직과 북만에서 온 조선의용군과 유격대 그리고 민주연군 전사들을 소멸하고 중국 공산당의 토지개혁을 파괴하려고 망상했다. 이 놈은 지주무장과 토비들 그리고 국민당 정예군 한 개패를 끌고 우리 마을을 습격해 수많은 민주연군과 유격대 전사들을 살해했다. 조덕산, 이 토비두목 놈의 하늘에 사무치는 죄는 백번 죽여도 마땅하다.”
상순이 주석대에 서서 즉석에서 한어로 통역했다.
숱한 한족군중들도 조덕산을 “죽여라!”라고 고함쳤다.
병완은 계속해 조덕림의 죄상을 공소했다.
“악질지주 조덕림은 우리 함흥 촌 민병들이 자기 토지와 집을 청상하여 마을 가난한 한족백성들에게 나눠 주자 조덕산이 준 권총으로 상순을 사격했다. 또 동생인 조덕산 토비두목을 협조하여 우리 진수해 부근에서 지주 무장 대오를 세운 죄가 있다. 마땅히 총살해 후환을 없애야 하며 가난한 백성들의 원한을 갚아야 한다. 재산을 몽땅 가난한 한족과 조선 농민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한족군중들은 기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조덕림을 청산하자!”
“조덕림을 총살해라!”
“조덕림의 밭을 나눠가지자!”
병완은 계속해 이영룡의 죄상을 밝혔다.
“친일주구 악질지주 이영룡 놈은 일본 놈들과 결탁해 우리 고향의 이원삼 조카를 가혹하게 착취하였으며 그를 화나서 죽게 만든 장본인이다. 게다가 이 놈은 일본 놈들에게 쌀을 대주었고 일본 놈들의 밀정으로 돼 우리 무고한 백성들을 수많이 밀고해 용정 통감부 간도파출소에 붙잡혀 가 살해당하게 했다. 이 놈은 총살해 마땅하다! 지주 이영룡의 집과 밭을 몰수해 이원삼의 다섯 자식을 비롯한 물레박골 가난한 농민들에게 나눠준다!”
이제 장학산이 혼자 남았다.
병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주 장학산은 우리 일가를 가혹하게 착취했다. 이번에도 장학산은 조덕산의 꼬임에 들었고 권총으로 유격대 간부를 위협했다. 또 그의 맏아들 장충국과 둘째아들 장리국은 무기를 들고 국민당 토비들과 함께 우리 유격대와 민병들을 습격했다. 특히 장충국은 우리 마을 군사정보를 조덕산에게 제공하였고 우리 인삼 중대장을 어깨에 중상을 입히고 삼도만 토비 굴로 도망쳐갔다. 그러나 장학산은 조선에서 의지 가지 없이 살길을 찾아온 우리 일가와 주현경에게 황무지를 개간하게 주었고 쌀이 없으면 쌀을 대주었다. 간고한 항일전쟁시기에 유격대에 쌀을 대주었고 아들 충국을 시켜 항일유격대와 함께 일본 놈들과 싸우게 했다. 그리고 이번 지주들의 무장대오가 어제 밤에 치러 온다는 중요한 정보를 양아들 인삼 중대장에게 알려 주었다. 장학산은 죄도 있고 공로도 있다."
병완은 군중들을 둘러보며 계속 말했다.
      "우리 중국 공산당은 애증이 분명하고 법이 밝다. 장학산은 항일과 반토비전투에서 세운 공훈이 크기에 즉시 석방하며 집에서 노동개조를 하게 하면서 후일을 경계한다. 만약 다시 국민당 반동파들과 단짝이 된다면 호되게 처벌한다. 그러나 항일에 공로가 있는 맏아들 장충국을 이제라도 설복해 토비들과 한 무리로 되지 않고 고향에 돌아오게 한다면 과거의 죄를 묻지 않고 금후 태도를 위주로 보아 관대하게 처리하려고 한다.”
민병들은 즉시 장학산과 일가족의 결박을 몽땅 풀고 석방했다.
장학산은 주석대 앞으로 와 무릎을 꿇더니 두 손을 맞잡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감사하오. 공산군 장관 여러분. 꼭 충국더러 총을 놓고 돌아오게 하리다.”
인삼은 주석대에서 내려와 직접 양아버지를 부축해 일으켰다.
“양아버지, 어서 집으로 돌아가십시요. 많이 놀랐겠습니다.”
조덕산은 핏발이 선 눈깔로 장학산을 쏘아보며 욕했다.
“더러운 놈, 빨갱이 놈들한테 우리를 팔아먹고 제만 살아 남겠다구. 흥! 내 귀신이 돼서라두 네 놈부터 목줄을 물어 끊어놓지 않는가 봐라! 더러운 반역자 놈!”
성칠 대장은 장학산을 교육하고 장충국을 설복하게 하려고 고육지책을 썼던 것이다.
이때 이계삼이 목청을 가다듬어 고함쳤다.
“아래 김성칠 대장으로부터 사형명령을 내리겠습니다.”
그러자 상순은 또 이계삼의 말을 즉석에서 조선말로 소리 높이 통역했다.
성칠 대장은 주석 대에서 일어나 우레 소리와 같은 목소리로 사형명령을 선포했다.
“국민당 영장, 토비두목 조덕산과 토비두목 악질지주 조덕림, 친일주구 악질지주 이영룡을 사형에 처한다. 즉시 처단하라!”
한족과 조선족 군중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웅성거렸다.
상순은 장총으로 조덕산을 꿇어앉게 했다.
조덕산은 피투성이 된 대가리를 들고 주석 대 위에 있는 성칠을 쳐다보더니 고함쳤다.
“난 국민당 영장이지 토비두목이 아니다. 군인답게 죽게 해 달라.”
성칠이 주석대에서 내려갔다.
“말해봐라!”
“난 걸상에 앉아 죽겠다. 마지막으로 담배를 한 대 줄 수 없는가?”
성칠은 통쾌하게 대답했다.
“걸상을 가져 주라!”
조덕산은 걸상에 앉더니 고래고래 고함쳤다.
“오늘은 내가 죽지만 이제 오래지 않아 삼도만 우리 형제들이 와서 네 놈들을 몽땅 천당에 보낼 게다!”
상순은 자갈을 쥐여 조덕산의 주둥이에 처넣었다. 성칠이 말리면서 손수 담배를 말아 조덕산의 입에 밀어 넣어 주었다. 그리고 조덕림의 죄꼬만 아들애를 시켜 조덕산의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여주게 했다.
악질 국민당군 영장, 토비단장 조덕산은 걸상 앞의 구덩이를 내려다보다가 머리를 들어 맑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더니 담배를 풀썩풀썩 빨아 연기를 토해냈다.
이윽고 담뱃대를 퉥 뱉더니 중얼거렸다.
“됐다! 나를 마주 보면서 총을 쏴라! 난 군인이다. 절대 죽음을 두려워하는 비겁한 놈이 아니다! 형님, 내 먼저 가오. 우린 황천에 가서도 훌륭한 형제요!”
인삼 중대장이 옆에서 총을 든 유격대원들에게 “사격!” 하고 명령했다.
땅! 땅! 땅!
유격대원들은 조덕산의 뒤통수에 대고 총을 놓았다.
연신 세발을 맞은 국민당 군 토비 두목 조덕산은 대갈통이 박살났다. 시체만 멀건 물이 고인 구덩이에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조덕림은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면서도 고함쳤다.
“아우야! 나도 따라간다!”
땅!
조덕림은 뭐라고 욕지거리를 하려다가 대갈통이 박살나 구덩이에 굴러 들어갔다. 조덕림의 처자들은 울고불고 했다.
성칠 대장은 지시했다.
“조덕림의 처자들은 조덕림과 계선을 나누어 처리하는바 즉시 석방하라!”
그는 조덕림의 처자들을 보고 호통쳤다.
“네 놈들도 조덕림과 조덕산처럼 인민정부와 적대시하면서 토비들을 돕는다면 그땐 저런 끝장을 보게 될 것이다!”
애들은 질겁해 달아나는데 조덕림의 여편네는 시체를 치우자고 재판대회장에 서 있었다.
병완과 상순이 총을 들고 주석대에서 내려왔다.
“네놈에게 물리어 죽은 원삼을 비롯한 물레박골 수많은 무고한 백성들의 원수를 갚는다.”
말을 마치자 병완과 상순은 이영룡의 앞에서 대갈통을 조준해 사격했다.
땅! 땅!
악패지주 이영룡도 대갈통이 박살나고 허파에 구멍이 뚫렸다.
병완은 발길을 날려 악질지주 이영룡의 시체를 툭 걷어차 구덩이에 처넣었다. 상순은 구덩이에 대고 침을 뱉었다.
병완이 지주들의 빚 문서를 한 아름 안아다가 쌓아놓고 명령했다.
“지주들의 빚 문서를 몽땅 불태우라!”
성수랑 상순이랑 숱한 지주들의 누런 빚 문서 무지에 기름을 치고 불을 질렀다.
순간 시뻘건 불이 확 달려 삼단 같은 시꺼먼 연기가 하늘을 찌르며 뭉게뭉게 솟구쳐 올랐다.
병완은 주먹을 불끈 쥐고 고함쳤다.
“여러분, 이제부터 우리 가난한 백성들은 지주들에게 진 빚이 한 푼도 없습니다. 우리는 진정 이 나라 땅의 주인이 됐습니다!”
 가난한 농민들은 기뻐 야단쳤다.
그들은 허영주를 따라 구호를 불렀다.
“인민정권 만세!”
이계삼이 마지막으로 연설했다.
“여러분, 우리 중국 공산당은 지주를 청산하여 민족을 가리지 않고   가난한 농민들에게 나눠 줍니다. 때문에 국민당의 민족리간 음모에 미혹되지 말고 모두 공산당을 따라 우리 마을과 인민민주정권을 지키고 토지개혁을 끝까지 해나가야 합니다.”
백성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들은 병완을 따라 한어와 조선어로 구호를 높이 불렀다.
“중국 공산당 만세!”
“영원히 중국 공산당을 따라 혁명하자!”
저쪽 버들강변에서는 까마귀 몇 마리가 날아와 앉아 깍깍 하고 울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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