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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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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과학환상소설 황천의 유령(5)
2015년 06월 08일 09시 16분  조회:1761  추천:0  작성자: 김장혁
17장 어부지리
조왕돌 꼬마대통령은 임해의 허수아를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금은목걸이, 미녀군단, 우박과 운석은 몽땅 새로운 음모야. 인공우박과 별똥은 인위적인 거야!”
이 때 허수아도 만장굴 대통령 집무실에서 코치아를 의심했어요.
“조왕돌이 한 짓이야. 과학에너지로 새로 독립한 우리 임해를 무너뜨리려는 거야. 자기 나라에도 우박이 쏟아지고 가짜 운석이 떨어지게 한 것은 자기 죄증을 덮어 감추려는 수작일 거야.”
조왕돌은 지하 벙커에 옮겨가 왔다갔다 거닐다가 우뚝 멈춰 섰어요.
“허수아비를 용서하지 못해!”
보름은 만삭이 된 몸으로 안방에서 나와 “성내지 마. 좀 냉정하게 생각해 봐. 혹시 뱀 섬나라 놈들의 함정이 아닌지도 몰라.” 하고 말리었어요.
조왕돌은 두 팔을 벌려 보이면서 “뱀 섬나라 함정이란 증거가 없어.” 라고 하더니 벽에 걸어놓은 철갑모까지 벗겨 척 쓰고 지상으로 통한 계단을 척척 밟고 나갔어요.
보름은 근심스러운 눈길로 조왕돌을 바래었어요.
코치아 반도에는 전운이 무겁게 드리었어요. 남과 북으로 쪼개진 코치아에서는 서로 의심하고 반목하더니 끝내 비극적인 전쟁이 폭발했어요.
총사령관을 겸한 조왕돌 꼬마대통령이 직접 조왕돌 부대와 로봇부대를 영솔해 전선으로 날아갔어요.
연강 반은 화광이 충천하였어요. 미사일이 불꼬리를 달고 이쪽에서 저쪽 강안으로, 저쪽 강안에서 이쪽 산꼭대기로 날아 와 폭발했어요.
꽝! 꽝!
꽈르릉 꽝꽝!
벌써 선견부대는 변경의 철책을 무너뜨리고 탱크를 앞세워 연강 인조부교를 건너가고 있었어요. 하늘에서는 로봇 조왕돌 부대가 새까맣게 연강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었어요.
이때 금붕어가 남편 클론바우 16세와 함께 우주비행선을 타고 변경에서 내리었어요.
금붕어는 무릎을 탁 치면서 조카를 쏘아보았어요.
“제발 멈추세요. 동족상잔은 절대 안 돼요.”
그러나 조왕돌은 철갑모를 꾹 눌러 쓰더니 콧방귀만 뀌면서 거들떠도 보지 않았어요.
금붕어는 허연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조카의 두 손을 덥석 잡고 애원했어요.
“대화로 허수아를 평화통일의 장에 나오게 유도해야 해요. 전쟁으로 무엇을 해결합니까? 대자연을 파괴하고 백성들에게 동족상잔의 아픔까지 주려고 이러세요?”
조왕돌은 듣는 둥 마는 둥 했어요.
옆에서 클론바우 16세가 끼어들었어요.
“전쟁을 그만 두게나. 숱한 사람들이 식수를 하면서 어떻게 만든 새 생태환경인데. 핵폭탄에 날려보내려고 이래?”
조왕돌은 클론바우 16세를 쏘아보았어요.
“작작 끼어들라고! 군법으로 다스릴 테야!”
갑자기 클론바우 16세가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더니 하늘로 훨훨 날아 올라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하늘에서는 클론바우 16세의 너털웃음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어요.
“허허허, 코치아가 스스로 무덤을 파는구나! 허허허.”
클론바우 16세는 말을 마치자 날개를 힘 있게 퍼덕이더니 코치아 반도를 떠나 동쪽을 바라고 훨훨 날아가는 것이었어요.
이때 임해에서 쏜 미사일이 금붕어와 조왕돌이 마주 서서 말하는 산정에 날아와 떨어져 작렬했어요.
“고모, 여긴 위험합니다. 어서 피하십시오.”
조왕돌은 옆에 서있는 조왕돌 1호 뭐라고 귓속말을 하더니 이렇게 분부했어요.
“어서 고모님을 수도 지하 벙커에 모셔 가라!”
“옛!”
조왕돌 1호가 양팔을 붙잡아 우주비행선에 끌고 가자 금붕어는 팔을 뿌리치면서 고함쳤어요.
“뱀 섬나라 오랑캐들이 어부지리를 할 거야! 넌 꼭 후회하게 될 거야!”
이때 난데없이 낙동강 대안에서 고음확성기 소리가 우레 소리처럼 울려 퍼졌어요.
“코치아 군 장병 여러분, 나는 임해 대통령 허수아입니다. 우린 뱀 섬나라에서 코치아 반도에 인공우박과 별똥을 내리 퍼부은 증거가 있습니다!”
“쳇, 허수아비야, 겁나?”
조왕돌은 콧방귀를 뀌더니 확성기를 들었어요.
“허수아비야! 적반하장, 무함 싹 걷어치워! 네 놈이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곧이들을 사람이 없어! 포탄 알이나 받아라!”
쿵!
기실 조왕돌은 파리 정찰로봇과 모기 정찰로봇이 뱀 섬나라에서 무전으로 실시간 제공한 동영상을 통해 뱀 섬나라가 한 짓이라는 것을 빤히 알고도 남음이 있었어요. 허나 뱀 섬나라보다도 나라를 분열하고 독립을 선포한 허수아가 더욱 괘씸했어요. 그는 허수아비야 말로 놔두면 자기 대통령자리를 위협하는 제일 위험한 적이라고 여겼던 것이죠. 임해를 토벌해 허수아의 정변을 평정하고 나중에 아카시아와 노르망디 동맹국과 함께 뱀 섬나라 죄를 묻자고 해도 듣지 않는 판에 임해와의 전쟁을 작심했던 것이죠.
허수아도 녹녹치 않았어요.
“야, 고모 치마폭에 싸여서 노는 어린애야! 이마빼기에 피도 채 마르지 않은 놈 새끼, 감히 어르신님과 덤벼들어?!”
군사 가는 총과 대포로 말한다고 조왕돌은 더는 허수아비와 말을 섞기 싫었어요. 그가 손을 홱 휘두르자 상자에서 앵-앵- 날아 나온 파리특종부대가 임해 쪽으로 날아 넘어갔어요.
조왕돌은 로봇 조왕돌 1호로 둔갑해 연강을 날아 넘어갔어요. 그를 따라 조왕돌 부대와 로봇 부대는 파죽지세로 임해를 쳐들어갔어요.
임해의 장병들은 총 한방 제대로 쏴보지도 못하고 삽시에 난데없이 날아드는 파리 로봇과 모기 로봇에게 무리죽음을 당했어요.
폭격기에서 쏟아져 내린 파리와 모기 로봇들이 앵-앵 날아들어 임해 장병들의 팔에 매달려 독침을 쏙쏙 꽂아 넣고 독즙을 쏴넣어 독살해버렸어요. 더욱 무서운 건 벼룩이 로봇이었어요. 벼룩이 로봇은 작은데다 퐁퐁 뛰면서 사람들의 몸에 매달려 독침을 쏘고는 어디로 뛰어갔는지 잘 보이지도  않았어요.
조왕돌 부대는 하룻밤 사이에 임해의 이른바 수도 후산 교외에까지 쳐들어갔어요.
허수아는 조왕돌의 눈에 잘 뜨이지 않는 로봇에 당하자 망망한 바다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자고 허우적거리는 신세로 됐어요.
그때 허수아의 아내 임해자 부장이 좋은 제안을 했어요.
“인공소낙비를 퍼부으세요. 조왕돌의 미세로봇들은 비를 두려워 해요! 전기회로에 물이 들어가면 끝장날 거죠.”
그 전술이 묘했어요.
우르릉 꽝꽝! 꽈르릉 꽝꽝!!
갑자기 번개가 번쩍이더니 소나기가 울고 먹장구름이 동풍을 타고 연강 반의 맑던 하늘에 뒤덮여 왔어요. 하늘에서 억수로 쏟아지는 농구공만한 우박과 인공소낙비에 까맣게 덮쳐들던 코치아의 파리, 모기, 벼룩이 미형로봇들은 약을 맞은 파리 떼처럼 땅바닥에 무리로 떨어졌어요.
허나 소낙비는 복제 조왕돌 부대는 막아내지 못했어요.
코치아 대군이 수도 후산 부근 만장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기슭에까지 덮쳐오는 형편에서 허수아는 황급히 뱀 섬나라에 구원을 요청했어요.
그러자 뱀 섬나라 왕궁에서는 버새 형제는 쾌자를 불렀어요.
“허허허. 성공이요! 이간작전이 대성공을 했단 말이오. 저 놈들이 동족끼리 개처럼 물고 뜯더니 꼴이 보기 좋게 됐구먼. 이젠 출격할 때가 왔구먼.”
밴새가 떠들어대자 버새 왕은 손으로 눌러 앉히면서 눅잦혔어요.
“잠간!”
그는 뾰족한 턱을 두 손가락으로 고이더니 중얼거렸어요.
“우린 바다 건너 코치아에 붙은 불을 구경하다가 한 놈이 쓰러진 후 나머지 놈을 수습해버리면 되는 거야. 그것도 과학기술로 말이야.”
“모르는 소리. 지금 허수아비가 허우적거릴 때 구원하는 척 하면서 출병해 코치아 반도에 상륙해야 하오.”
그 말에 버새 왕은 무릎을 탁 치고 일어났어요.
“그거로구나.”
이때 임해 대통령 허수아가 비밀무전으로 또 아우성쳤어요.
“뱀 섬나라 대왕님, 지금 코치아 놈들의 파리와 모기들이 우리 후산에까지 덮쳐와 살길이 없습니다. 구원병을 보내 주십시오! 빨리!”
버새 왕은 왕궁에도 파리로봇이 날아다니는 것을 발견한지라 교묘한 조왕돌이 첨단도청기로 도청할까봐 비밀부호로 문자메시지를 보냈어요.
“좀 참으십시오. 우리 묘한 방법으로 그대를 도우리다!”
그 메시지를 받자마자 허수아는 무전기를 놓으면서 한숨을 후 내쉬었어요.
“살았어. 뱀 섬나라에서 지원군을 보낸다.”
그는 우성 대통령을 보고 “대통령 특사로 나가 뱀 섬나라 지원군을 마중하십시오.”라고 했어요.
허나 우성 대통령은 퍽 반기는 표정이 아니었어요.
“어찌 뱀 섬나라 오랑캐들을 우리 코치아 반도에 끌어들인단 말이오?”
허수아는 결기가 울컥 했어요.
“고 젖내 나는 애 새끼에게 포로될 거면 아예 죽고 말아야지.”
이때 만장굴 안쪽에서는 거의 죽어가는 선영의 신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긁었어요.
바깥에서는 우레와 같은 굉음이 울렸어요.
꽈르릉 꽝꽝!
버섯구름이 솟구치었어요. 뒤이어 폭풍이 덮치더니 햇빛보다 훨씬 강한 빛이 소사해왔어요.
“아차, 원자탄이야!”
광풍과 강열한 빛이 만장굴을 덮치었어요. 숨이 헉헉 막히고 얼굴이 따끔따끔해 났어요.
“아, 저 놈들이 핵무기까지 써?”
허수아는 핵 전술부대에 명령을 내렸어요.
“코치아 부대에 핵 미사일을 발사하라!”
코치아 반도에서 끝내 동족상잔의 처참한 핵전쟁 비극이 폭발했어요.
도처에서 버섯구름이 피어올랐어요. 핵무기의 위력은 엄청 컸어요. 설상가상으로 코치아와 임해의 동해안선에 가마솥처럼 줄느런히 늘어섰던 핵발전소마저 폭탄에 명중돼 엄청 거대한 충격파와 함께 강열한 방사선을 방출했어요. 그 거대한 충격파에 지상의 모든 건물이 폐허로 됐고 강렬한 방사선 폭사에 코치아와 임해의 장병들은 훼멸 되다 시피 됐어요. 용맹을 떨치며 후산으로 쳐들어가던 복제 조왕돌과 로봇 조왕돌 부대는 물론이고 백성들과 가축, 지어 산골짜기에서 평화롭게 살던 숱한 호랑이와 사자, 멧돼지들마저 뼈다귀도 치르지 못했어요. 겨우 살아남은 호랑이와 사자, 진돗개와 풍산개는 코치아를 떠나 살 길을 찾아 헤매었어요. 원숭이들은 혹달개와 지능 원숭이 인 매발톱을 따라 수렴동을 떠나 유라시아 대륙을 따라 동북쪽으로 떠났어요.
“가자,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이 이끄는 아마존 열대우림으로 가야 산다.”
완전히 폐허로 돼버린 코치아의 열대우림을 떠나는 원숭이들의 말이었어요.
허나 다행히 조왕돌은 만장굴에 쳐들어갔기에 핵 방사선에 덜 피복돼 목숨만은 건졌어요.
허수아는 조왕돌 부대가 침입하자 질겁해 딸 선영이마저 만장굴에 둔 채 부랴부랴 다른 구멍으로 빠져나가 숨어버렸어요.
조왕돌은 허수아를 찾아 어둠침침한 만장굴 막장까지 누비며 들어갔다가 침대에 누워 신음하는 선영을 발견했어요. 전지 불에 비친 선영의 모습은 산 송장이나 다름없었어요.
피골이 상접하고 피고름이 줄줄 흐르는 얼굴은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했어요.
조왕돌은 썩기 시작하는 손으로 다 썩어 갈고리 같이 뼈가 드러난 선영의 손을 잡고 흑흑 흐느끼었어요.
“선영아, 난 죽을 죄를 지었어.”
선영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면서도 조왕돌의 말소리는 알아듣고줄이 끊어진 구슬처럼 눈물을 흘리었어요. 허나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어요.
조왕돌은 침대머리에서 선영이 써놓은 쪽지를 주어 펼쳐들었어요. 거기에는 비뚤비뚤 쓴 글씨가 박혀 있었어요.
 
난 너와 영원히 함께 사랑하면서 살고 싶었어. 나를 먼저 죽이고 아빠에게 총을 겨눠라!
날 용서해.
 
“선영아!”
조왕돌이 선영을 끌어안는 순간 “꽝!” 요란한 굉음이 울렸어요. 화광이 충천하고 사람의 피와 살이 타는 그을음 냄새가 물씬 풍기어 코를 찔렀어요.
“허허허, 언감 이 어른과 대들어?!”
다른 굴에서 허수아가 너털웃음을 웃으면서 막장으로 들어갔어요. 모든 것은 허수아가 미리 획책한 마지막 고육계와 미인계였어요. 음흉하고 지독한 살인계책이었어요. 딸을 미끼로 폭탄을 인폭해 조왕돌을 죽였다고 생각한 허수아는 너털웃음만 터졌어요.
핵폭탄의 습격을 받았지만 수도 연화시 칼산 앞의 대통령궁 지하 벙커에 숨은 조왕돌의 어머니 사랑과 아내 보름 그리고 고모 금붕어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어요.
그 난세 판에 보름은 달덩이 같은 딸애를 낳았어요.
바다 건너에서 전쟁교사범들인 버새 형제는 왕궁의 벌건 기둥에 기대서서 징글맞게 너털웃음을 웃으며 쾌자를 불렀어요.
“허허허. 개처럼 서로 물고 뜯는 꼴 보기 좋구먼!”
“형, 퍽 쉽게 됐어. 히히히.”
버새 왕은 음흉한 몰골에 야심에 찬 이발을 들어냈어요.
욕심이 굴뚝같은 버새와 밴새는 코치아 반도에 꿀벌 로봇과 벼룩이 로봇 부대를 파견하고도 모자라 복제한 개 사람과 멧돼지 인도 파견했어요.
벼룩이 로봇은 몇 미터 높이로 폴짝폴짝 뛰는 놈들이어서 사람의 눈에도 로봇의 눈에도 띄지 않고 코치아 반도의 살아남은 로봇파리와 로봇모기들을 없애 치웠어요. 복제 조왕돌 부대는 뱀 섬나라의 개 사람과 멧돼지 인 부대에 모래성처럼 무너졌어요.
조왕돌 1호는 복제 조왕돌 부대와 원숭이인 부대를 파견해 막으려고 했어요. 허나 하늘에서 불시에 뱀 섬나라 폭격기가 투하한 폭탄에서 숱한 이가 기어 나왔어요. 그 놈 이새끼들은 매발톱 1호를 비롯한 원숭이 인들에게 덮쳐들었어요. 원숭이 인들은 총 몇 방 쏘지 못하고 벼룩과 이가 덮쳐들어 퍼뜨린 독 바이러스에 감염돼 목숨을 잃고 말았어요.
코치아 반도에 모든 생물과 로봇들이 소멸됐다고 인정한 버새 왕은 뱀 섬나라 방사능방지부대를 앞세우고 대군이 임해 남해안으로부터 등륙했어요. 후산 앞바다에는 섬나라 오랑캐들의 후속 군함들이 새까맣게 덮쳐들었어요.
그들은 핵 방사능으로 폐허로 된 코치아 반도를 반날도 되지 않아 남으로부터 북으로 백산 기슭까지 거침없이 점령하고 대통령 일가를 서캐 훑듯 하면서 찾았어요.
그들은 임해의 이른바 수도 후산 일대 만장굴 지하벙커에 숨어 간신히 가는 숨을 몰아쉬는 허수아 대통령을 나포했어요.
“허수아비 같은 놈, 너도 대통령이냐?”
밴새 총사령관은 허리춤에서 젓가락만한 레이저비수를 꺼내 들었어요.
“우린 친선 동맹국인데 어찌 이럴 수 있어?”
“허허허, 동족끼리 개처럼 서로 물어뜯는 놈들이 어찌 몇 천 년 원수를 진 우리 뱀 섬나라와 동맹국 의리를 지킨다고 믿을 수 있단 말이냐? 개보다도 못한 놈들!”
밴새가 손에 쥔 레이저비수를 번쩍 휘두르자 허수아의 목이 썩둑 잘려 나갔어요. 나라를 분열시킨 허수아비는 뱀 섬나라 오랑캐들의 손에 더러운 끝장을 보고 말았어요.
밴새는 폐허로 된 코치아 수도 연화시로 개인과 멧돼지 인 부대도 모자라 꿀벌 부대와 벼룩 부대를 끌고 가서 대통령 집무실을 포위하고 쳐들어갔어요.
그때 대통령 집무실을 지키던 살아남은 호위무사 원숭이 인들은 매발톱의 지휘에 따라 나무 위에서 수류탄을 뿌리고 반 탱크 포까지 쏘면서 영용히 싸웠어요. 허나 방사선과 자외선 피폭을 받아 피부암에 걸린 데다 벼룩과 이들이 이악스레 물어뜯는 바람에 원숭이 인들은 하나, 둘 쓰러지더니 나머지 원숭이 인들은 대통령 집무실 앞마당에까지 밀려갔어요. 그들은 마지막 사람이 남을 때까지 뱀 섬나라 개 사람과 멧돼지 인들과 결사적으로 싸웠어요.
이윽고 대통령 집무실 대문이 활짝 열렸어요.
“돌격!”
밴새 총사령관이 레이저비수를 휘두르자 악마들이 우르르 쓸어 들어갔어요.
조왕돌 대통령의 일가족과 고모도 지하벙커에서 몽땅 나포됐어요.
“아니, 이것들이 몽땅 조왕돌 꼬마대통령이란 말인가?”
밴새 총사령관은 지하벙커에 똑 같이 생긴 숱한 조왕돌을 보고 놀랐어요.
복제 조왕돌 1호는 악마들에게 체포돼서도 허수아비보다는 기개가 꿋꿋했어요.
그는 가슴을 뻗치고 나서면서 “내가 조왕돌이다. 능욕하지 말고 어서 죽여라!”라고 했어요.
“허, 천하의 조왕돌 각하께서 이렇게 쉽게 붙잡힐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밴새 총사령관은 징글맞게 웃으며 보름에게 눈길을 돌렸어요. 그 놈은 갓난애를 품에 꼭 껴안은 보름에게 한발자국한발자국 다가가더니 레이저비수로 볼을 건드리며 지껄이었어요.
“아이고, 보조개가 옴폭 파이는 요 볼이 아까워서 조왕돌 대통령이 어찌 죽겠어?”
밴새는 보름의 품속에 안긴 갓 태어난 딸애를 매만지면서 능청을 떨었어요.
“적어도 코치아의 귀공주인데 잘 키워서 우리 뱀섬나라 왕비를 삼아야지. 이쯤 하면 예의를 다 지킨 거겠지. 으흐흐흐. 흥!”
그는 사랑과 금붕어한테 다가가더니 차렷 자세를 취했어요.
“어마나! 이거 금별 대통령의 귀부인과 여동생이 아닌가? 조왕돌을 어떻게 잘 두었으면 이 지경이 됐어? 당신 남편과 아들놈은 우리 나까아멘 왕을 죽이고 왕궁과 야스쿠니 신사를 풍비박살 냈단 말이야.”
“나까아멘 악마가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판 거야. 우리 코치아에 우박과 별똥까지 퍼붓고 핵전쟁을 유발시킨 게 네 놈들이란 걸 모르는 거 같아?”
버새 총사령관은 레이저비수를 조왕돌의 목에 대고 빈정거렸어요.
“허나 누가 그걸 믿느냐?”
“하늘이 굽어본다. 무섭지도 않아?!”
밴새는 음흉한 몰골을 드러냈어요.
“넌 우리 죽기 전에 죽어!”
악마는 레이저비수를 들고 거들먹거리었어요.
“허, 천하의 조왕돌 총사령관, 아니, 꼬마대통령이 이렇게 쉽게 체포돼 우리 손에 죽을 줄 몰랐어!”
악마의 손에서 레이저비수가 번쩍하자 조왕돌 1호의 머리가 피를 뿜으면서 땅바닥에 퉁 떨어져 나뒹굴었어요.
“여보세요!”
“얘야!”
지하벙커에는 사랑과 보름, 금붕어의 통곡소리가 처량하게 터졌어요. 버새 일당의 징글맞은 너털웃음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뱀 섬나라 대군은 코치아 대통령궁의 금고를 열어젖히고 금은 덩어리를 몽땅 약탈해 비행기에 실어갔어요.
그러고서도 성차지 않아 밴새 총사령관은 졸개들에게 명령해 군사비밀과 생물과학기술정보를 몽땅 들춰내게 했어요.
한참 서캐 훑듯 하던 군졸들이 대통령 지하벙커 안에서 두툼한 군사비밀문서를 들춰냈어요.
밴새는 군졸들을 끌고 대통령 지하벙커에서 뻗어나간 동굴로 한참 들어가다가 철문을 발견했어요.
몇몇 군졸들이 감자수류탄을 자물쇠에 달아매고 먼 곳에 숨어 총을 쏘았어요.
꽝!
수류탄이 폭파하면서 철문이 박살났어요.
횃불을 해 들고 군졸들이 먼저 실험실에 쓸어 들어가 유리실험관과 그릇들을 마구 팽개쳐 마스고 여기저기 서캐 훑듯 뒤번지었어요.
어둠침침한 실험실에서 밴새는 한 서류첩에서 금붕어 소장의 이름이 박힌 “음양인 개발에 대하여”란 실험보고서를 발견했어요.
“뭐? 음양인? 이 놈들이 별 특별한 새 인종개량을 하려고 들었구나.”
밴새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횡설수설 중얼거리었어요.
“금붕어, 이년, 클론바우 16세의 체외 사정한 정액을 받아 괴물을 만들더니 진짜 변태 됐구나. 어째 옆구리에서 애를 빼내는 여인을 개발해내지 못해? 쳇, 몇 천 년 전부터 모진 해산진통을 싫어서 여인들이 제왕절개를 해 애를 낳더니. 이젠 여인들이 입으로 씨를 받아서 똥집에다 애를 키워서 입이나 옆구리로 애를 빼낼 지경이구나.”
그는 그 연구실험 보고서를 서류가방에 슬쩍 넣고 또 다른 뭣이 더 없나 두리번거렸어요.
저쪽 책꽂이에는 조왕돌의 이름으로 된 파리로봇과 모기 로봇, 쥐 로봇, 독수리 로봇, 상어 로봇 등에 대한 자료였어요.
“몽땅 가져다 우리 걸로 만들어야지.”
실험실 안을 발칵 뒤져 그렇다할만한 자료를 몽땅 챙기자 악마 밴새는 군졸들을 데리고 지하과학연구실험실에 불을 질러놓고 떠나갔어요.
악마 밴새 총사령관은 대형수송기에 사랑과 보름이, 갓난애까지 전리품처럼 싣고 개 잡은 포수처럼 우쭐거리면서 뱀 섬나라로 날아갔어요.
그들이 코치아 상공을 날아 지나가보면서 내려다보니 코치아 땅은 인간생지옥이나 다름없이 돼버렸어요. 핵전쟁으로 인해 나무와 풀 한 대 찾아보기 힘들게 산천초목이 몽땅 검게 다 타버려 잿더미를 이루었고 수도 연화시와 후산의 고층건물은 지진이나 화산폭발을 맞은 듯이 폐허로 돼 버렸어요. 시멘트기둥이 가로세로 넘어진 도시 길거리와 산과 들판에 여기저기 사람과 가축, 짐승들의 시체가 널려 염라왕국의 무덤을 방불케 했어요. 굶주린 까마귀들이 새까맣게 모여들어 썩어가는 시체를 뜯어먹느라고 야단법석이었어요.
귀국한 밴새는 금빛이 눈부시게 장식하는 왕궁을 둘러보고 깜짝 놀랐어요. 금돌로 왕궁 둘레에 토성을 쌓았고 벌건 나무 기둥 사이에 금빛이 번쩍이는 금 기둥을 세웠고 왕궁 광장에는 열대우림의 야자수가 우거졌고 심지어 백산의 미인 송이 하늘을 찌르며 서 있었어요. 푸르른 연못에서는 금붕어와 황어가 지느러미를 치켜세우고 노닐고 있었고 연못가에는 임해에서 실어온 꺼먼 부식토에 심은 벚꽃, 무궁화, 난초가 그윽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어요.
자기가 목숨을 걸고 고치아와 싸워 실어온 전리품으로 왕궁이 도금되었던 것이죠. 지붕 용마루도 용트림하는 금용이 누어있었어요. 바닥에도 누런 금돌과 하얀 주옥을 반들반들하게 깔지 않았겠어요? 지어 벽도 금돌로 쌓았고 왕 보좌도 금으로 만들었어요. 금으로 조각한 왕 보좌 뒤에 금룡과 금 뱀이 타래 쳐 올라가 아가리를 쩍 벌리고 혀를 날름거리면서 옥을 박아 넣어 만든 눈깔로 자기를 노려보고 있었어요.
밴새는 형이 비스듬히 앉아 자기를 쏘아보는 왕의 금 보좌에서 빛나는 금빛에 눈이 부시어 부비고 나서 횡설수설했어요.
“형, 음양 인을 개발하면 어때? 한 몸에 음양 생식기가 다 달렸으니까. 세계에서도 유명한 생물대학자 금붕어의 실험보고서처럼 이 세상에 강간도 윤간도 살인도 없지 않겠어?”
그 말에 버새 왕은 도리머리를 저었어요.
“건 안 돼. 옥수수도 이파리를 너펄거리는데 황차 우린 지능동물인데 제 몸에 음양이 다 달려 있으면 무슨 멋이냐? 미녀를 쟁취하려고 경쟁할 필요도 없고. 에이, 생각만 해도 진절머리 난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외생식기가 좋아.”
“아니오. 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요. 자기 몸에 양물도 있고 옹달샘도 있으면 언제 하고 싶으면 밥을 먹다가도 돌아앉아 슬슬 할 수도 있고 길을 가다가도 서서 할 수 있고 얼마나 편리해?”
“이 개명치 못한 놈아, 음양이 한 몸에 달린 음양인은 수음을 하기보다 무슨 재미있어?”
버새 왕은 온 몸에 소름이 끼친 듯 부르르 떨더니 뒷말을 이었어요.
“넌 수컷할망구 그렇게 부러워?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반편이야. 어떤 자들이 남자 돼가지고 여자로 돼 보겠다고 변성 수술도 했지 뭐야? 결과 명만 짧아졌지. 남자면 남자로 사는 게 맞아. 뱀섬나라 왕족의 본성은 대외정복인 거야. 우리 나까 왕족은 낮에는 다라를 다스리고 밤에는 미녀를 정복하면서 사는 게 재미란 말이야. 우리 왕족에게서 성욕과 재물에 대한 탐욕을 빼고 나면 뭐가 남느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놈은 네 놈이야. 안나와 클론바우 가족이 대통령 보좌를 두고 싸우는 틈을 타 아카시아에서도 어부지리를 할 준비나 해.”
밴새는 욕심이 끝이 없는 형을 보고 도리머리를 흔들었어요.
“형, 왕궁에 황금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코치아 반도까지 먹어치우고서도 만족 안 돼?”
“에끼, 못 난 놈!”
버새 왕은 가물에 실 돌피 같이 가는 목을 빼들고 동생을 쳐다보면서 정색했어요.
“끝없는 성욕과 탐욕, 그 걸 꼴딱꼴딱 채우려고 우린 끝없이 지구촌을 정복해야 해. 아카시아를 정복하면 널 아카시아 총독으로 임명해 아마존 유역을 영지로 떼 줄게. 열대우림이 우거진 아마존 강반에 가서 살면 좀 좋아?”
“알았어. 내 아마존 괴물들을 싹 쓸어버리고 통일된 지구촌을 형님 대왕께 바치겠나이다.”
“이제야 총사령관 아우답군. 허허허.”
“으하하하~”
버새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군영으로 나가는 아우의 으쓱해진 어깨를 보면서 소파에 주저앉더니 한숨을 땅이 꺼지게 후~ 내쉬었어요.
 
 
 
 
 
 
 
 
 
18장 민주투표
저게 뭔가요? 하늘 현광 판에 글쎄 만삭이 된 안나 여대통령이 나타나지 않았겠어요?
화장을 짙게 한 안나 여대통령은 금발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더니 살기 찬 파란 눈알에 웃음기를 띠었어요.
“여러분, 제가 그리 쉽게 죽을 거 같아요? NO, NO!”
두덜거리는 클론바우 18세가 하늘 형광판에 나타났어요.
“아니, 분명 비명소리를 지르는 걸 들었는데…”
안나는 깔깔깔 웃었어요.
“햇내기라고야. 건 미리 내 목소리를 로봇에 녹음해놓았다가 틀어놓은 거야! 난 네 놈이 찾아올 걸 진작 알고 시골에 피해 있었던 거야.”
“참 간사하구먼.”
하늘의 형광판에서 똑 마치 대통령 선거경쟁 쟁론이나 벌리는 거 같았어요.
“여러분, 저 괴물의 말을 믿지 마세요. 저 놈이야 말로 핵미사일로 우리 대통령궁을 폭파시키려고 미쳐 날뛴 핵전쟁 범죄자인데요.”
“닥치지 못해! 난 그대들이 쏜 핵미사일을 받아 안고 백악관으로 날아가 마당에 박아놓았을 뿐이야.”
클론바우 18세는 화면에서 당장 코끼리 코를 뻗쳐 안나를 휘감아 내동댕이칠 듯 으르렁거리었어요.
그가 파초 같은 귀를 펄럭이며 코끼리 코로 콧방귀를 뀌었어요.
흥!
그 바람에 목화송이 같은 구름송이가 저 멀리 날리어 갔어요.
이때 하늘 어디에선가 부드러운 말소리가 은은히 울리어 클론바우 18세의 귀전을 울리는 것이 아니겠어요.
“클론바우 18세여, 그대를 핍박하는 자를 축복하고 저주하지 말라.”
누구의 말소린가?
괴물 클론바우 18세가 하늘을 우러러 보아도 보이지 않았어요. 목소리를 들어보면 하늘 나라에 계시는 할머니 유리 박사의 부드러운 목소리 같았어요. 허나 딱 그런 것 같지도 않았어요. 너무나도 신성한 말씀이었어요.
“그대는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높은 대통령 자리에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자리에 처하며 스스로 지혜 있고 힘이 있는 척 하지 말라. 안나 여대통령에게 악으로 악을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하라. 착함으로 악을 전승하라. 안나와 모든 사람들과 평화적으로 보내라. 능력 있는 자는 힘으로가 아니라 선으로 악을 이긴다.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진노하심을 멈추라. 원수가 주리면 먹여주고 목이 말라 하면 물을 마시게 하라. 섬나라에 도사리고 앉아 혀를 날름거리면서 아마존 열대우림을 노려보는 악한 독사를 경계하라. 하늘이 알아서 악한 자에게는 악을 내려 보내 숫구멍에 불덩이를 올려놓을 거고 착한 자에게는 착한 보응을 해주리다.”
하늘에서 울리는 그 철리 있는 말을 듣고 클론바우 18세는 안나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바꿔 좋은 제의를 했어요.
“그대여, 우리 설전을 그만두고 아카시아 백성들의 민주 투표로 대통령을 뽑으면 어때요?”
“좋아. 민주 투표를 해보자. 젖내 나는 네가 괴력을 믿고 날친다만. 우둔한 게 왕으로 된다면 황소가 왕으로 되겠어. 픽,”
안나는 콧방귀를 뀌더니 “너희들 아마존 열대우림에 사람 같은 게 몇이 있냐?” 하고 빈정거리었어요.
“허허허. 원숭이, 호랑이, 표범, 사자, 코끼리, 사슴, 서우. 호수의 악어, 하마, 물소, 또 바다의 고래, 물개…”
“안 돼! 서우나 표범, 사자가 어찌 우리 아카시아 백성이란 말이여?! 동물을 동원해 투표해 대통령이 될 꿈을 꾸지도 마!”
“왜? 우산나무, 칡넝쿨도 목숨을 가지고 있어요. 이 나라 백성들과 동식물에게 물어 보세요? 지구의 생태환경과 그들을 보호할 진짜 대통령이 누구인가요?”
“호호호!”
안나는 배를 끌어안고 요절할 듯 웃어댔어요.
“정말 웃기는 괴물이구나.”
지구촌의 백성들은 오리무중에 빠져 어느 편에 서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 했어요.
허나 뱀 섬나라 버새 왕은 남의 집에 불난 틈에 도적질이라도 한 기분에 잠겼어요.
“아카시아에 난리 나고 맥도 총사령관이 꺼졌어. 코치아 내란 때처럼 어부지리를 하기 한창이야.”
밴새 총리는 싯누런 송곳니를 드러내며 음흉한 웃음을 웃었어요.
클론바우 18세는 생김새는 괴물이었지만요. 착한 정치를 펼치었어요. 그는 자기를 죽이려고 미쳐 날뛰던 안나를 넓은 흉금으로 용서했어요. 물론 그 일로 아카시아에 날아온 할아버지 클론바우 16세의 반대도 받았지만요. 클론바우 18세는 세상의 인심을 한 몸에 받아 안을 욕심이 생겼던 것이죠. 뱀 섬나라 악마 나까아버새를 제거하고 지구촌의 평화와 안정, 생태환경을 보호하려면 아카시아의 분열과 내전을 막아야 했어요.
괴물 클론바우 18세는 그리스 이야기 속의 아르고스처럼 눈이 백 개는 없어도 네 개 있었어요. 얼굴의 코 양옆에 두 개가 있는 외에 뒷골과 식지에도 하나씩 있었어요. 뒷골에 난 눈 덕분에 뒤로 달려드는 놈들도 방비할 수 있었어요. 옛날 섬나라 악마 나까아멘이 자객들을 보내 조왕돌을 비디오촬영기에 장착한 미형미사일을 쏘아 암살하려고 하는 것도 그가 뒷골에 난 눈으로 발견해 짓 부셔 버렸던 것이죠. 게다가 네 눈은 윤번으로 자면서 항상 주위를 살피고 있어 원수들에게 진공할 틈을 주지 않았어요.
그리스 이야기 속의 아고로스의 눈도 밤을 자지 않고 백여 개 눈이 교대로 주위를 살피었지만요. 그도 당할 때가 있었죠. 제우스는 상대를 현혹시키는 힘을 가진 헤르메스에게 헤라의 명에 따라 아고로스에게 결박당해 있는 이오를 구하라고 명령했어요. 괴력을 자랑하는데다가 백여 개나 되는 감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를 정면으로 덤벼들어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헤르메스는 목동으로 변신해 아르고스에게 접근해 피리를 불어 아르고스를 소르르 잠들게 만들었어요. 그때를 놓치지 않고 헤르메스는 아르고스를 죽여 버리고 이오를 구했던 것이다. 아르고스의 죽음을 슬퍼한 여신 헤라는 하늘에 흩어져 있던 아르고스의 100여개의 빛나는 눈을 자기가 기르던 공작새의 꼬리에 옮겨 달아 그의 충의를 기렸다고 했어요.
괴물 클론바우 18세의 네 개의 눈도 아르고스의 100여개 눈보다 못지않게 신통력을 가졌지만요. 후에 비참한 운명을 겪지 말아야 하겠는데요. 괴물이 스스로 아르고스의 비극적인 죽음에서 교훈을 삼아 네 개의 사발만한 눈에는 항상 경계의 빛이 어리어 있었어요.
괴물 클론바우 18세 뇌가 둘이어서 번갈아가면서 밤낮 자지 않고 궁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주 총명했어요. 그가 밤 낮 없이 궁리하는데 하늘에서 또 그 부드러운 말소리가 봄바람을 타고 들려 왔어요.
“클론바우야, 내 말을 좀 들어라.”
클론바우가 정수리에 달린 눈으로 검푸른 밤하늘을 쳐다보았어요. 분명 허연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할머니 유리 박사가 하늘에서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나도 아마존 열대우림에 간 손자가 퍽 보고 싶구나. 옛날 그리스에는 수도 케크롭스를 지키는 수호 여 천사 아테나가 있었다. 그때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여신 아테나는 이 도시를 서로 자신의 관할 하에 두겠다며 제왕 제우스에게 허락을 구했다. 제우스는 올림포스의 12신을 모두 소집해 회의를 열었어. 회의 결과 인간들에게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자가 케크로피아의 수호천사로 될 수 있다고들 했지.
그러자 포세이돈은 곧바로 삼지창을 휘둘러 큰 바위를 부순 다음 아름다운 말을 만들었어.
‘나는 말을 줄 수 있다. 너희들은 이 말을 타고 달려 나가 적을 무찌를 수도 있고 무거운 물건도 나를 수 있다. 또 쟁기를 매달아 밭을 갈 수도 있다.’ …”
클론바우 18세는 사발만한 눈을 슴벅이면서 하늘을 쳐다보면서 시조 할머니 유리 박사의 말씀을 귀담아 들었어요.
“반면에 아테나는 창으로 땅을 내리쳐서 한 그루의 나무가 솟아나게 했다.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나 가지를 넓게 뻗으며 수없이 많은 푸른 열매를 맺었다.
‘저는 이 올리브나무를 줄 수 있어요. 한낮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도시를 아름답게 꾸며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열매에서 나는 기름은 여러분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 줄 것입니다.’
말이나 올리브나 모두 필요했지만 케크로피아 사람들은 고민 끝에 올리브를 선택했어. 그때로부터 그리스 수도의 이름을 여신 아테나의 이름을 따서 아테네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몇 천 년이 되도록 지금도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는 도시 수호의 여 천사 아테나의 10여 미터나 되는 동상이 서 있어. 그는 제우스의 딸로 태어났는데…”
“할머니, 지금 안나와 경쟁 때문에 몇 천 년 전의 이야기를 들을 새 없어요.”
“넌 총명한 애어서 알아들을 수 있을 건데. 도시 수호천사 아테나의 이야기를 하는 건 너도 우리 지구를 지키는 현시대의 수호천사가 되라는 거야. 인류에게 올리브나무를 만들어 준 가냘픈 힘을 가진 아녀자 아테나는 민심을 얻었어. 허나 싸울 궁리를 한 용맹한 투사는 괴력으로 삼지창을 휘둘러 커다란 바위를 부스고 전마를 만들어냈지만 민심을 잃어 수호신으로 되지 못했어. 폭력은 새로운 폭력을 낳을 뿐이야. 적수가 폭력을 휘두르더라도 선으로 악을 전승해라.”
총명한 클론바우 18세는 인차 알아들었어요. 그는 이전에도 우라노스, 크로노스, 제우스 3대 신과 신들의 어머니 가이아의 가르치심을 언제나 잘 들었어요. 그는 인디 인들과 아마존 동물 인들의 힘을 빌리어 우리 사랑스러운 지구를 지키고 싶었던 것이죠.
그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거닐면서 파초 같은 귀를 퍼덕이며 코끼리코를 슬슬 매만지면서 궁리했어요. 어떤 때에는 대붕의 날개같이 커다란 날개를 퍼덕여 검푸른 하늘을 날아예면서 날이 감에 따라 망가져 가는 지구촌을 돌아보며 안나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궁리하고 또 궁리했어요. 나중에 그는 안나를 미운대로 착한 마음으로 포옹해 주기로 마음을 굳히게 됐어요.
안나는 클론바우 18세를 괴물이지만 조무래기 취급을 하면서 아직도 양보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때 시골 대통령궁에는 대머리를 번들번들 빛내면서 한 양키아저씨가 나타났어요.
안나는 대통령궁 소파에서 놀라 일어나면서 “당신 누구요?” 하고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어요.
그자는 번들번들한 대머리를 손으로 툭툭 찍으면서 상냥한 표정으로 안나 가까이에 다가갔어요.
“나는 노르망디 생물학자 크론 박사입니다.”
그러자 경호원들이 막아 나서려고 했어요.
“가만!”
안나는 손을 들어 제지시키었어요.
“아, 알만해요. 거 복제기술로 코치아의 조왕돌 꼬마대통령의 복제 조왕돌 부대까지 만든 유명한 생물박사지요?”
크론 박사는 어깨를 으쓱했어요.
안나는 태연자약하게 소파에 앉으면서 크론 박사에게 자리를 권했어요.
“용건은 뭔데요? 그 머나먼 노르망디에서 여기까지 왔어요?”
크론 박사는 안나의 옆 소파에 앉으면서 나직이 말했어요.
“그리스 이야기 하나 들려주려고. 에헴.”
“뭘? 언제 그럴 새 다 있겠어요?”
안나는 시끄럽다는 듯이 손을 내저으려고 했어요.
“아테나 이야기를 들으면 안나 대통령께서 클론바우 18세와의 모순을 푸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여겨서 만리창파를 헤가르고 날아왔습니다.”
“아테나 이야기라? 거 유리 박사가 한밤중에 클론바우 18세에게 말하는 걸 내 훔쳐 들은 적이 있는데요. 또 나보고 올리브 나무를 심어야지. 아마존 열대우림을 해쳐선 안 된다는 게 아닌가요?”
“그보다도 더 중요한 거 있는데 말입니다.”
“뭔데요?”
크론 박사는 “에헴, 에헴.” 하고 건 가래를 떼더니 천천히 얘기하기 시작했어요.
“아테나는 제우스의 딸이지요. 제우스는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딸이 태어나서 자기를 죽일까봐 아테나를 태어나자마자 입안에 넣어 삼켜버렸습니다. 그런데 아테나가 제우스의 머리 안에서 어찌나 요란하게 구는지 불사신은 제우스는 두통이 심해 아들 헤파이스코스에게 도끼로 자기 머리를 두 쪽으로 짜개고 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아테나는 세상에 태어났지요.”
안나는 조금 기의한 눈빛을 보였어요.
크론박사는 계속 이야기했어요.
“아테나는 소아시아의 어느 한 마을에는 천을 잘 짜는 아라크네라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 소녀는 아테나와 천을 짜는 기술을 비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테나는 밸이 꼬여 노파로 변신해 아라크 소녀 앞에 나타나 ‘네가 천을 잘 짠다고 자랑하고 다닌다는데 인간들에게 그러면 괜찮은데 나와 그렇게 하려면 허락을 받아야 해.’라고 했어요.
그런데도 아라크네는 ‘아테나를 불러 시합을 해보면 확실한 걸 알 수 있을 겁니다.’라고 으스댔어요.
그리하여 아테나는 본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합을 해보자고 했습니다.
다음날 그들 둘은 각기 짜온 베를 사람들 앞에 공개했습니다. 아테나가 짠 베에는 오랜 옛날 그녀와 포세이돈이 서로 케크로피아의 수호천사가 되기 위해 다투던 때의 모습이 묘사돼 있었지요. 아라크네의 베에는 에우로파를 납치해가는 흰 소와 레다를 강제로 데려가는 백조의 모습이 묘사돼 있었습니다. 흰 소와 백조는 여신 아테네의 아버지 제우스가 변신한 것이어서 아라크네는 연애를 주제로 묘사했습니다. 그 소녀는 자기 작품이 아테네의 작품보다 낫다고 으시댔습니다. 아라크네가 묘사한 내용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아테나가 분노를 폭발하자 질겁한 아라크네는 목을 매여 죽어버렸습니다. 허나 아테나는 그것마저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너는 살아 있어야 해. 그래서 나를 모욕한 인간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 후세에 널리 전해지도록 할 것이다.’
아테나의 저주를 받은 아라크네의 몸은 점점 작아졌습니다. 피부는 회색으로 물들고 손과 발은 구부러져 여덟 개 다리로 갈라졌습니다. 결국 아라크네는 추한 용모를 가진 거미로 돼 계속 실을 뽑아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운명이 되고 말았습니다.”
안나는 호 한숨을 쉬더니 “난 바보가 아닌데요. 거미로 되기 싫어요.”라고 하면서 크론 박사를 넌지시 바라보며 허무한 웃음을 지었어요.
“크론 박사가 아테네와 아라크네의 이야기를 하는 목적은 날 보고 클론바우 18세에게 투항하라는 말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아니, 투항이 아니라 양보하라는 것이 적절합니다. 클론바우 18세는 당세에 신통력을 가진 괴물입니다. 그와 싸우면 질 건 뻔합니다. 게다가 두 분이 세력 싸움을 하면 우리 지구 생태환경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안나는 답답한지 담배 한가치 꺼내 붙여 물고 뽁뽁 빨더니 시퍼런 연기를 호 내뿜었어요.
“참말 복제기술의 원조다운 생물학자군요. 하긴 클론바우 18세 그 괴물은 당신의 그 복제기술에 의해 탄생된 거니까요. 당신이 복제기술을 발견했기에 클론바우 같은 괴물이 생겨 인류에 얼마나 큰 혼란을 불러 일으켰는가요? 옛날 아인슈타인이 핵을 발견했기에 지구촌에서 숱한 원자탄을 만들어내게 한 거나 뭐가 다르단 말인가요? 당신은 정말 괴짜죠. 지구촌에 당신 같은 괴짜가 나타날 때마다 세상은 온통 혼란해진다니까. 흥! 인류에 복제기술의 아들과 같은 괴물을 위해 나를 물러앉게 설득할 만 하지요. 흥!”
크론 박사는 트집을 쓰는 안나에게 인내성 있게 다가앉았어요.
“딱 그런 것도 아닙니다. 전 객관적인 입지에서 말씀드린 건데요…”
“뭔가 조금 알리는 거 같군요.”
“거미신세로 되려고 하지 말고 클론바우 18세와 합작해 세상을 아름답게 개조해 보십시오. 그것이 당신을 구하고 지구촌과 인류를 구하는 유일한 출로입니다. 이제 신통력을 가진 괴물과 싸우다가 복중 아기마저 보호하지 못하고 뱀 섬나라 오랑캐들이 어부지리를 하게 하지 마십시오. 조왕돌과 허수아비를 보십시오. 동족끼리 싸우더니 결과가 어떻게 됐습니까?”
안나는 하얗게 질린 이마를 왼손으로 고이고 오른 손을 바깥으로 저었어요.
크론 박사는 그쯤하면 됐다고 대통령궁에서 물러나 나왔어요.
며칠 후 안나는 클론바우 18세에게 민주투표를 해서 대통령을 뽑는데 동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죠.
클론바우 18세는 환영했어요.
허나 아카시아의 안나 여대통령의 비서이자 남편인 죤스카는 어깨를 으쓱하며 두 팔을 벌려 보이면서 도리머리를 흔들었어요.
“No! No!”
“왜?”
안나는 만삭이 된 배를 내리쓸면서 말했어요.
“이 배로 그 괴물과 싸워 이길 수 없어요.”
“우리에겐 선진적인 핵미사일과 유도탄이 있어요. 괴물 따위가 다 뭡니까?”
허나 안나는 뚱뚱한 배를 두 손으로 안고 소파에 김빠진 공처럼 물앉으면서 신음소리를 냈어요.
“헤이~ 그만 두세요.”
“어찌 아카시아 강산을 하루아침에 괴물에게 내준단 말입니까?”
“그게 우리 아카시아 대통령이 아시아의 코치아나 뱀 섬나라 대통령들과 다른 점입니다. 우린 아카시아에서 또 남북전쟁과 같은 전쟁이 일어나는 비극을 연출할 수 없어요. 우리 핵미사일이 무슨 소용 있어요? 괴물 클론바우 18세는 하늘에서 날아가는 핵미사일을 붙잡은 후 휘감아 안고 방향을 돌려 백악관에 날아와 폭파시킬 수 있었단 말이죠. 허나 마당에 박아놓고 가버리었어요. 어린 괴물의 흉금이 얼마나 넓은가요? 나는 우리 지구촌의 심장과 폐 같은 아마존 열대우림을 해친 악마가 되기 싫어요. 또 조왕돌이나 허수아비 같은 끝장을 보기 싫단 말이야.”
안나는 가냘픈 하얀 손으로 만삭이 된 배를 어루만지면서 “호~ ” 한숨을 내쉬었어요.
“난 애나 낳으면서 현처양모로 되고 싶어요. 당신의 현숙한 아내로, 이 배속 어린애의 착한 어머니로 편안히 살고 싶어요.”
그러자 죤스카도 맥없이 소파에 물앉더니 턱을 고이고 눈을 내리깔며 중얼거렸어요.
“불시에 착한 척 한다고 헤라나 아테나 될 거 같습니까? 흥, No! No!”
그날 저녁이었어요.
안나 여대통령은 침대에 누워 항아리 같은 배를 슬슬 어루만지면서 텔레비전을 보았어요.
그런데 뭐예요. 침대채로 훌 들리더니 창문을 열고 날아나가 곧바로 아마존 열대우림에 순식간에 이르렀어요.
(이게 또 괴물이 무슨 요술을 부리는 게람?)
안나는 자기 몸을 내리 보다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글쎄 자기가 수사슴으로 변한 게 아니겠어요?
(이 일을 어쩐담?)
그녀는 머리 위에 나무뿌리처럼 자란 뿌리를 매만지다가 흔들었어요.
“배 속의 애는 어데 갔나? 이게 무슨 꼴이람? 망측해라.”
이때 채벌 공들이 총을 메고 자기한테 덮쳐 왔어요. 분명 자기가 클론바우 괴물을 나포하라고 아마존 열대 열대우림에 보낸 자들이었어요.
“아하, 꽃사슴, 내 거야!”
“고기는 네 먹고 뿌리는 내 거야!”
그 자들은 앞 다퉈 침대 위에 서 있는 수사슴을 잡으려고 총을 겨누었어요.
안나는 황급히 손을 흔들어 제지시키려 했는데 사슴 앞다리가 사람의 손처럼 말을 잘 듣지 않았어요.
그녀가 황급히 “안 돼! 난 안나 대통령이야!” 하고 고함쳤어요.
허나 안나는 그 고함소리가 여대통령의 고함소리가 아니라 수사슴의 고함소리라는 것에 깜짝 놀랐어요.
그녀는 너무나도 어처구니없어 “이 놈들, 난 안나야! 살려 달라는 말이 안 들려?!” 하고 또 고함쳤어요.
허나 수사슴의 고함소리를 알아들었을 리 없는 채벌 공들은 큼직한 수사슴 안나를 향해 총을 겨누더니 방아쇠를 당겼어요.
땅! 땅!
안나 수사슴은 가슴을 붙안고 쓰러졌어요.
“앗! 사슴을 살려 달라!”
“여보, 여보!”
안나가 깨나 보니 그것은 허황한 꿈이었어요.
“그래, 내가 사슴이 돼보니까 그래, 아마존 열대우림의 모든 짐승들도 말하지 못하는 인간과 같아. 몽땅 살려내야 해, 절대 살해할 수 없어!”
죤스카는 또 빈정거리었어요.
“여보세요. 나의 안나, 꿈에서 깨나세요. 누가 안나 여대통령의 동상을 세워 줄 거 같아요? 지구촌에는 유리 박사의 동상이나 클론바우 17세의 지구통일기념탑이면 다입니다. 허허허.”
허나 안나 여대통령은 식은땀이 흐른 얼굴과 잔등을 닦더니 만삭이 된 배를 다시 어루만지면서 뭐라고 중얼거리었어요.
한편 아카시아의 대부분 백성들은 클론바우와 같이 착하고 괴력을 가진 신과도 같은 클론바우 18세를 대통령을 모셔야 강대한 아카시아를 건설하고 뱀 섬나라 악마 형제를 전승하고 아카시아와 지구촌을 수호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죠. 더구나 아마존 열대우림의 인디인과 짐승들마저도 길들여 진 양처럼 순순히 클론바우 18세를 따랐어요. 그들은 클론바우 18세에게 한 표를 던졌어요. 결국 클론바우 18세는 총 한방 쏘지 않고 나약한 안나 전임 여대통령을 꺾고 아카시아의 신임 대통령으로 우뚝 일떠섰어요.
허나 그는 폐허로 된 백악관 대통령궁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안나가 새로 지은 목조 대통령궁에도 들지 않았어요. 그는 절반이나 타버린 아마존 열대우림에 임시 원목으로 지은 커다란 통나무집에 들어 초심에 묻혀 정사를 돌보았어요.
 
 
 
 
 
 
 
 
 
 
 
19장 평화
어느 하루, 할아버지는 자꾸 안나를 무력으로 없애 버리라고 귀띔했어요.
그러자 클론바우 할아버지의 솥뚜껑 같은 손을 잡고 말했어요.
“할아버지, 이제 또 안나와 전쟁을 하면 이 아마존 열대우림은 끝장입니다. 할아버지가 코치아를 떠나 아마존 열대우림에 온 건 옛날 성인께서 가나안을 떠나 바빌론에 들어온 거나 다름없습니다. 몇 십 길이나 되는 해일이 덮쳐 올 때 집채 같은 파도가 바람벽으로 돼 광풍을 막아준 건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모두 하늘의 뜻이 아니겠습니까? 이제부터 할아버지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손자가 평화와 자유의 새 세상을 여는 것을 구경하십시오.”
클론바우 16세는 머리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리었어요.
“네 할미가 악마의 마수에 걸릴 거 알았더라면 훌 안고 아카시아로 날아오는 건데 그랬어.”
클론바우 18세는 침대 같은 소파에서 일어나 소나무 껍질처럼 터덜터덜한 손으로 손수 할아버지 얼굴의 눈물을 닦아드리며 위로했어요.
“할아버지, 뱀 섬나라 악마들은 죄를 만나서 제명에 죽지 못해요. 그런데 조왕돌 삼촌이 그렇게까지 무맥하게 버새에게 당할 줄은 몰랐습니다.”
클론바우 16세는 도리머리를 흔들었습니다.
“기실 버새 놈은 죤슨이나 나까아맨과는 달리 교활하고 백가지 낯가죽을 가진 독종악마야. 양면수법을 쓰는 버새를 자칫 잘못 대처했다가는 큰 코를 다치겠어.”
괴물 꼬마대통령도 코끼리 코를 슬슬 만지면서 머리를 끄덕이었어요.
“그런 거 같아요. 뱀 섬나라 악마들의 조상신은 원래 뱀이랍니다. 지금도 그 놈들은 사당을 짓고 저들의 조상신으로 뱀을 높이 모시는 걸 보십시오. 지어 금빛이 번쩍이는 새 왕궁의 보좌에도 타래 쳐 오르는 금룡과 뱀의 조각상을 세워놓았다고 합니다.”
클론바우 16세는 허연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머리를 끄덕이었어요.
클론바우 18세는 아들을 시켜 안나 고문과 호랑이 왕 카시마, 사자 왕비컨, 맥도 총사령관 모셔오게 했어요. 허나 안나의 얼굴만은 보이지 않았어요. 컴퓨터에 마주 앉아 회의에 간접으로 참가한다면서 오지 않았던 것이죠.
말이 대통령궁이지 아마존 열대우림에 높이 쌓아 올린 커다란 통나무집일 뿐이었어요.
육중한 괴물 클론바우 18세는 커다란 침대나 다름없는 소파에 앉아 사발 눈을 굴리며 수하들을 둘러보더니 코끼리 코를 슬슬 만지면서 독수리 주둥이 같은 입을 벌리었어요.
“오늘 여러 분들을 모신 것은 뱀 섬나라 악마들을 어떻게 처치할 건가를 의논하려는 것입니다. 뱀 섬나라 악마들은 암암리에 대량살상무기와 핵탄두를 생산했습니다. 악마들은 벼룩이와 이 같은 생물세균무기까지 개발해 코치아의 복제인 조왕돌 부대와 파리로봇 부대, 모기로봇 부대를 전멸시켰고 코치아를 핵무기로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뱀 섬나라는 또다시 독사의 이발과 발톱을 드러냈습니다. 뱀 섬나라 악마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주변국은 물론 멀지 않아 우리 아카시아에도 매우 큰 위협으로 됩니다.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습니까?”
맥도 총사령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선코를 뗐어요.
“제가 뱀 섬나라에 주둔한 우리 아카시아 특수부대를 이끌고 가서 싹 쓸어버리겠습니다. 반날이면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사자 왕 비컨도 장담했어요.
“대통령, 우리도 뱀 섬나라에 보내 주십시오. 악마형제들을 뼈다귀도 추리지 못하게 해 치우겠습니다.”
호랑이 왕 카시마도 “내 우리 호랑이들을 데리고 가서 금강석 송곳니로 악마 놈의 대가리를 물어 뜯어오겠습니다.” 하고 떠들었어요.
클론바우 18세는 컴퓨터 현광 판에 나타난 금발머리 안나 고문에게로 눈길을 돌리었어요.
“고문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안나는 백악관에서 금발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더니 심중한 표정을 지었어요.
“아직 뱀 섬나라에서 아카시아에 도전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전쟁보다는 평화담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클론바우 18세 꼬마대통령은 파초같이 넓적한 귀를 퍼덕이며 사자머리를 끄덕이었어요.
“전쟁은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닙니다. 이제 뱀 섬나라와 전쟁을 하면 우리 아마존 열대우림은 끝장납니다. 상처를 많이 입은 지구촌을 더는 핵전쟁의 상처를 입게 해서는 안 됩니다. 될수록 평화담판으로 해결합시다.”
“NO! NO!"
이때 맥도 총사령관이 앞에 놓인 원목탁자를 탁 치며 벌떡 일어나 노란 눈으로 괴물 대통령을 쏘아보면서 고래고래 고함쳤어요.
“아낙네의 나약한 소리를 듣지 마십시오! 화근을 자초에 뿌리 채로 뽑아버리지 않으면 꼭 큰 화근이 됩니다. 뱀 섬나라 오랑캐들은 얼마나 교활하고 간사한 양면 파들이라고 어루만지려고 그럽니까?”
호랑이 왕은 자기 새끼 가죽을 벗겨간 원수 안나 몰골을 컴퓨터에서 보자 눈에 쌍불을 켜면서 쌍욕을 퍼부었어요.
“남의 새끼 가죽을 다 벗겨 대통령 보좌에 깔던 년이 작작 착한 척 해라!”
난장판이 된 회의장소를 보고 괴물 꼬마대통령이 원목탁자를 두드리었어요.
“됐습니다, 됐어. 우린 먼저 뱀 섬나라에 경고메시지를 보냅시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자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통나무집에서 나갔어요.
그날 밤에 하늘에 달처럼 걸린 대형형광판에는 아카시아의 괴물 클론바우 18세 대통령이 나타났어요.
“세계 정의적인 인민들은 전쟁의 폐허로 돼버린 코치아를 보라. 만약 뱀 섬나라에서 계속 세계 평화를 사랑하는 정의적인 인민들의 마음을 짓밟고 암암리에 핵무기와 대량살상 생물화학무기를 생산한다면 세계 정의적인 인민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버새 왕은 황급히 동생을 불러 대책을 논의했어요.
“평화담판을 하자고 제의하세요. 그 다음에…”
버새 형제는 뭐라고 한참 쑤군거리더니 한바탕 너털웃음을 웃어댔어요.
며칠 후 밴새 총리가 평화담판대표단을 이끌고 아마존 열대우림 상공에 나타났어요.
밴새 총리는 그를 쳐다보는 대표단 수하들을 보고 나직이 “투하하라!”라고 하며 손을 홱 저었어요.
수하들은 우주비행선 꽁무니를 살며시 열더니 검은 함을 열고 뭔가 꺼내 아래로 흩날려 보냈어요.
놈들이 허리춤에서 원격조종기를 꺼내 뚝뚝 누르자 날려 보낸 검은 점들이 쫙 흩어지더니 바람결처럼 열대우림에 사라져 버렸어요.
이윽고 호수 가에서 그들이 탄 우주비행선이 서서히 착륙했어요.
그들 일행은 아카시아 호위병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통나무 대통령궁 앞에 나타났어요.
10여 미터나 되는 육중한 클론바우 19세가 몸소 마중해 안으로 안내했어요.
괴물 꼬마대통령은 팔 네 개를 휘두르면서 “환영합니다. 머나먼 열대우림에까지 오느라고 수고했습니다.”라고 인사하고 나서 밴새 일행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어요.
괴물의 손이 어찌나 큰지 악수라기보다 밴새는 그저 넓적한 솥뚜껑 같은 손바닥에 손을 올려놓았다는 것이 나을 거예요.
통나무 대통령궁은 진짜 뱀 섬나라 수도 소꼬 연못가에 자리 잡은 금빛이 부시는 으리으리한 왕궁에 비하면 보잘 것 없이 누추해 보였어요. 허나 무엇인가 말할 수 없는 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만 같았어요.
저쪽에서 호랑이 왕과 사자 왕이 불이 뚝뚝 떨어지는 사발 눈을 부릅뜨고 당장 한 입에 물어뜯을 듯 으르렁거리었어요.
밴새는 잔등에 소름이 쪽 끼치어 낯가죽에 식은땀을 줄줄 흘렸어요.
클론바우 18세와 원목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나까아밴새 총리는 가죽만 웃고 살갗은 웃지도 않는 양면 파 몰골을 극력 감추면서 입술을 나풀거리었어요.
“대통령님, 우리 뱀 섬나라와 아카시아는 친선의 국가로 대대로 보냅시다. 우리나라의 독립을 허락해 주십시오. 아무리 전패국이라고 해도 어찌 장장 몇 십 년 동안이나 군대를 주둔시켜 깔고 들어앉아 계속 식민지 통치를 한단 말입니까? 너무 하지 않습니까?”
클론바우 18세는 파초 같은 귀를 벌쭉이며 귓구멍의 미형도청기에서 울려오는 안나 고문의 말소리를 들었어요.
“평화를 위해 독립을 비준한다고 하세요.”
“음, 알았소. 오늘부터 뱀 섬나라의 독립을 비준하오. 허나 한 가지 전제가 있어.”
“뭔데요?”
클론바우 18세는 긴 코끼리코를 슬슬 만지면서 엄숙히 말했어요.
“우리나라와 영원한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오.”
그 말에 뒤로 좀 물러앉던 밴새는 교활한 눈깔을 땔 굴리더니 무릎을 탁 치고 일어나기까지 했어요.
“좋습니다. 우린 괴물, 아니, 괴력을 뽐내는 꼬마대통령을 보기만 해도 항상 위압감을 느낍니다. 헌데 평화협정을 맺으면 좋지요. 우린 허리를 펴고 살게 아닙니까? 허나 우리도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클론바우 18세 대통령은 파초귀가 뻘쭉해졌어요.
“뭔가?”
밴새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발가벗고 나왔어요.
“우리 뱀 섬나라에 주둔한 아카시아와 노르망디 연합군을 철수하고 집단자위권을 허락해주십시오. 그래야 우리나라는 완전한 독립국으로 되는 겁니다.”
“뭐라고?!”
클론바우 18세는 노기충천해 불도저 갈고리 같은 손으로 탁자를 탁 치더니 고래고래 고함쳤어요.
“건 어디 평화적으로 보내자는 건가?! 연합군이 철수하면 당신들은 언제라도 평화협정을 찢어버리고 전쟁이라도 하려는 거 아닌가?! 흥!”
코끼리 코의 콧방귀에 땅바닥의 먼지가 맞은쪽에 앉은 밴새 얼굴에 훅 풍기었어요.
“애햄, 햄, 칵~ 퉤! 대통령궁이라는 게 이게 뭔가?”
밴새는 먼지를 먹고 목이 꽉 메 한참 꽥 질을 하다가 노기를 좀 눅잦히더니 낯가죽에 웃음기까지 바르면서 어조를 낮춰 부드럽게 말했어요.
“우리가 집단방위 권을 달라는 건 절대 동맹국인 아카시아제국을 적대시하거나 전쟁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클론바우 18세대통령과 아들 클론바우 19세의 굳어졌던 사자 얼굴이 조금 느슨히 풀리었어요.
그걸 눈치 챈 밴새는 아첨과 이간질을 하는 것을 잊지 않았어요.
“어느 나라든 동맹국인 아카시아와 전쟁을 하자고 덤벼들면 우린 집단자위권을 행사해 군대를 파견해 지원할 겁니다. 특별히 노르망디에 도망가 여대통령까지 하고 있는 죤슨 악마의 딸 예리나가 앙심을 먹고 아카시아를 들이친다면 우린 동맹국인 아카시아를 지원할 것입니다.”
“어~허, 허허허. 거 처음 듣는 좋은 소리군 그래. 뱀 섬나라 집단자위권을 비준하겠네.”
그러나 클론바우 18세는 뱀 섬나라를 마음 놓을 수 없어 한마디 더 했어요.
“이후에 뱀 섬나라가 강대해져도 절대 우리 아카시아와 노르망디를 싸우게 이간질을 하고 어부지리를 할 생각을 하지 말게나.”
“예~ 우리가 어찌 감히 괴물, 아니, 호랑이 코를 쑤시겠습니까요? 해해해.”
교활한 웃음을 짓는 나까아밴새 총리는 딱 불여우 같았어요.
“오늘부터 우리 뱀 섬나라가 독립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괴물 대통령님의 덕분입니다. 우린 꼭 충성을 다해 괴물 대통령을 옹호해 지구촌의 평화와 자유를 보호할 것입니다.”
불여우 밴새는 발딱 일어나 군례까지 척 붙이었어요. 클론바우 18세 꼬마대통령은 그 엉큼한 속내를 꿰뚫어보지 못하고 어깨춤까지 덩실덩실 추었어요.
저게 뭐예요?
글쎄 클론바우 18세는 뱀 섬나라 총리의 몸뚱이를 한 손으로 휘감아 쥐더니 어깨에 달랑 올려놓고 지축을 울리게 펄쩍펄쩍 뛰며 댄스를 쳐댔어요.
밴새는 10여 미터 높이나 되는 괴물의 솥뚜껑 같은 손에서 떨어질까 봐 낯이 새까맣게 질리었어요.
그는 두 다리를 바둑거리면서 비명을 질렀어요.
“얼른 내려놓으시오! 이게 뭡니까? 남의 나라 총리를 대하는 예의가 통 말이 아니야!”
그제야 제 정신이 펄쩍 든 괴물은 외손으로 어깨 위의 밴새의 사타구니를 잡더니 장기 쪽을 다루듯이 스리슬쩍 땅바닥에 내리어놓았어요.
밴새는 팔소매로 때 괴죄죄하게 묻은 낯가죽의 식은땀을 쓱 닦더니 괴물을 흘겨보며 두덜거리었어요.
“평화협정에 서명이나 합시다.” 클론바우 18세는 항아리만한 사자머리를 흔들어대며 불도저 갈고리 같은 손가락으로 밴새 총리의 조개턱을 치켜들면서 너털웃음을 웃었어요.
“허허허, 평화협정 체결을 경축하는 활동을 했더니만 밴새 총리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구먼. 히히히.”
클론바우 18세는 붓을 들어 평화협정과 호상 불가침협약 그리고 뱀 섬나라 연합군 철수조약, 뱀 섬나라 집단자위권 비준서, 뱀 섬나라 독립인정서에 일일이 서명하고 통나무로 새긴 도장까지 쾅 찍었어요. 도장을 어찌나 힘차게 찍었는지 지축이 쿵 울릴 지경이었어요. 먼지가 사처로 흩날렸어요. 뱀섬나라 외교관들은 손으로 코구멍을 막고 상통을 징그렸어요.
뱀 섬나라 밴새는 먹물도 마르지 않은 그 숱한 문서들을 들고 보면서 간사한 웃음을 지었어요.
“감사합니다. 괴물 꼬마대통령님!”
그는 천금이나 얻은 듯이 괴물 꼬마대통령에게 허리 굽혀 인사한 후 평화담판대표단 일행을 데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갔어요.
그들이 탄 우주비행선은 흐릿한 하늘을 날아 뱀 섬나라로 향하면서 꽁무니로 뭔가 자꾸 날려 보냈어요.
 
 
20장 불쌍한 원숭이와 호랑이
뱀 섬나라 버새 왕은 며칠도 지나지 않아 악마의 본질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그는 코치아가 망한 틈을 타서 코치의 수도 연화시 공원에 자리 잡은 국립과학연구소의 철책에서 도망쳐 화과산 수렴 동으로 도망친 원숭이들을 잡아 헬기로 뱀 섬나라 왕궁에 강제로 실어왔어요.
금빛으로 눈 부시는 왕궁에서 버새 왕은 금 왕좌에 앉아 넓적하게 썬 고기 점을 씹더니 입을 쩝쩝 다시며 뱀 미녀에게 물었어요.
“이건 무슨 고기야?”
“고래 고긴데요.”
“그러게 썩썩 한 게 맛이 없지. 물고기는 그래도 우리 뱀 섬나라 참치 생회 맛이 제일이지.”
그가 참치 생회를 집어먹는데 동생 밴새가 도리머리를 흔들었어요.
“형, 모르는 소리야, 그래도 방사능 오염이 덜한 심해의 고래 고기를 먹는 게 제일 좋아. 고래 수명은 200여년이나 된대.”
“그럼 넌 천년 산다는 학의 고기나 만년 산다는 거북이 고기를 먹으렴. 흥!”
버새는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진수성찬 상을 두루 살펴보더니 박수를 짝짝 치었어요.
“원숭이를 끌어오라!”
궁인들이 커다란 원숭이를 가둔 쇠살창을 실은 밀차를 밀고 궁중으로 들어왔어요.
아니, 쇠살창 안에 갇힌 원숭이는 혹달개가 아닌가요?
국립과학연구소에서 가짜 원숭이 왕인 로봇 조왕돌 1호의 원형이 드러난 후 혹달개는 수렴 동에서 왕이나 다름없었어요. 그는 인간세상을 벗어나 대자연의 원숭이 왕국- 수렴동에 돌아간 것을 다행으로 여겼어요.
그런데 며칠 전에 또 뱀 섬나라 궁인들에게 잡히어 여기까지 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버새 왕이 또 박수를 짝, 짝, 짝 치었어요.
내시가 가물에 실 돌피 같은 목을 빼들고 궁중이 쩌렁쩌렁 울리게 고함을 질렀어요.
“풍악을 울려라!”
병풍 뒤에 줄느런히 둘러앉은 악사들이 살기 넘치는 풍악을 울렸어요.
그러자 요염하게 치장한 뱀 미녀들이 꼬리를 흔들며 기어들어와 상반신을 쳐들더니 주옥을 박은 바닥에서 춤을 추었어요. 뒤이어 병풍 양 옆에서 궁녀들이 손바닥을 짝짝 마주 치며 다리를 엇바꿔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나오더니 뱀 섬나라 전통무용을 신나게 추었어요.
혹달개는 살기 찬 눈으로 자기 머리를 노리는 악마들을 둘러보며 쇠살창 안에서 부들부들 떨었어요.
드디어 풍악이 멎고 미녀들이 무용을 멈추고 병풍 양옆에 줄느런히 늘어섰어요.
밴새 총리가 저로 집었던 물고기점을 사라에 탁 뿌리치더니 “퉤, 퉤!” 내뱉었어요.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는 맛이 없어 어디 먹겠어?”
버새가 말리었어요.
“음식투정을 작작 하라. 자, 원숭이 뇌 장이나 파먹자!”
궁인들이 집게로 혹달개의 머리만 쇠살충 위로 나오게 딱 고정시킨 후 면도칼로 머리 털을 빡빡 밀었어요. 머리카락이 잘리어 우멍한 혹달개의 눈 위로 흩어져 내리었어요.
혹달개는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송곳니를 사려 무는 악마들을 둘러보았어요.
이때 우성 대통령이 벌떡 일어나 말렸어요.
“원숭이를 잡아 먹는 건 너무 잔인합니다. 원숭이는 우리 인류와 제일 가까운 친척입니다.”
“뭐, 뭐? 어쩌고 어째?”
버새가 벌떡 일어나 우성 대통령을 손가락질 했어요.
“방사능 오염으로 지금 어디 먹고 살 게 있는가? 고기고 남새고 모두 세슘이 검출됐단 말이네. 그래도 저놈 원숭이들만은 고산지대 수렴 동굴 안에서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단 말이야. 저 놈들의 고기야 말로 방사능 오염이 덜한 일등 식료품이란 말이야. 잔말 말게.”
그 말에 뱀 인들은 질겁해 꼬리를 바들바들 떨었어요. 몇 해 전에 나까아멘 왕은 전문 뱀 인들을 잡아먹었으니까요. 버새 왕도 언젠가는 자기들을 잡아먹을 지 누가 알겠어요.
버새 왕은 망치를 쳐들고 혹달개 머리를 치려고 했어요.
“안 돼!”
이때 우성 대통령의 연체 기형아 아들이 뛰쳐나오면서 팔을 네 개나 뻗쳐 내들어 쳐든 망치를 막아섰어요.
두 얼굴에 난 두 입에서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소리―
“혹달개를 죽이겠으면 먼저 나를 죽여라!”
“아니, 얘가!”
버새는 망치를 천천히 내리었어요.
“혹 달개라니?”
그는 실눈으로 혹달개의 빡빡 밀어버린 머리를 내려다보았어요.
“에끼, 퉤!”
그는 혹달개 머리에 달린 혹을 보더니 상통을 찡그리었어요.
“저 혹을 봐라! 분명 방사능에 오염돼 암 덩이가 생긴 거 아냐? 이 놈들 암투성이 원숭이 골을 파먹고 날 죽으라는 거 아냐?!”
궁인들은 목을 움츠리었어요.
“다른 원숭이를 끌어와!”
“예~잇~”
궁인들은 혹달개 머리를 짝 한 대 갈겨주고 밀고 달려 나갔어요.
“어서 날 죽여라!”
혹달개가 원숭이 말로 마구 고함쳤어요.
허나 궁인들은 알아듣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어요.
이윽고 머리를 빡빡 민 다른 원숭이가 쇠살창 안에 갇힌 채 밀차에 끌려나왔어요.
아니, 수렴 동에서 호랑이와 싸워서도 죽지 않은 원숭이 매발톱이 아니겠어요.
매발톱은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악마들을 쏘아볼 뿐이었어요.
버새는 망치를 쳐들고 거들먹거리며 쇠살창에 다가가 매발톱의 머리를 슬슬 매만지면서 유심히 살펴보았어요.
“아니, 이 놈이 대가리는 깨끗하구나.”
말을 마치자 그는 이를 사려 물더니 망치를 힘차게 휘둘러 매발톱의 머리를 내리깠어요. 딱 소리와 함께 매발톱의 두개골이 깨지면서 선지피가 사처에 튕기었어요.
“악!”
매발톱 원숭이 비명을 지르는데요. 정수리에서는 뻘건 피가 줄줄 흘러내렸어요.
궁인들이 황급히 달려들어 집게로 부서진 두개골 조각을 집어내고 줄줄 흐르는 피를 닦아버렸어요. 원숭이는 죽어가느라고 온 몸을 바둑거리였는데요. 악마 형제는 포크와 숟가락으로 수박을 파먹듯이 매발톱의 뇌 장을 파먹었어요.
버새 왕은 입귀에 흐르는 뇌 장과 피를 손으로 쓱쓱 닦았어요.
“어, 살 거 같다. 그 놈 방사능 오염 때문에 오래간만에 영양보충을 해본다.”
그 악귀 같은 모양을 보기도 끔찍해 뱀 인들은 온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외면해 버렸어요.
“풍악을 울려라!”
뒤이어 궁녀들이 또 춤판을 벌렸어요. 뱀 인들은 사시나무 떨듯 하면서도 춤을 추지 않으면 안 되었어요.
우성 대통령과 연체 기형아 아들은 보기도 처참해 연회 상에서 일어나 나가 버리었어요.
그들 부자간은 궁중에서 나오자 곧추 혹달개를 가둬 놓은 창고에 슬그머니 찾아 갔어요.
우성 대통령이 망을 보고 연체 기형아가 보초를 서는 궁인과 말을 걸면서 다가갔어요. 기형아는 두 팔로 궁인의 목을 끌어안고 다른 몸에 달린 손으로 팔소매 안에서 포크를 꺼내 목을 찔러 죽이고 창고 안에 뛰어 들어갔어요.
연체 기형아는 네 손을 급히 놀려 쇠살창문을 열고 혹달개를 구원해 냈어요.
“어서 아마존 열대우림으로 달아나라!”
혹달개는 알아들었는지 머리를 끄덕이더니 몸을 훌쩍 날려 왕궁 토성에 뛰어 올라가더니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죽기내기로 뛰어 간신히 화과산에 이른 혹달개는 저 멀리 폭포수와 숭숭 뚫린 원숭이 구멍을 바라보면서 수렴 동에 돌아갈까 하다가 주춤 멈춰 섰어요.
(아니야, 언젠가 또 섬나라 오랑캐 악마들에게 붙잡혀 죽을 거야!)
혹달개는 수림의 나무위에 올라가 나뭇가지를 가로타고 앉아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고민했어요.
(조왕돌도 우리 원숭이들의 구세주가 아니었어. 가짜 원숭이 로봇 조왕돌 1호를 보내 욕심 많은 우리 원래 원숭이 왕을 척살하고 바나나로 우리를 꾀여 화과산에서 내려가게 해 공원에 연금했지. 결국 우린 코치아 국립과학연구소의 새 인종개량 실험 품으로 됐지. 뭘? 우리 머리를 자르고 사람의 머리를 달아서 원숭이 인을 만들어? 원숭이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원숭이 인을 말이야. 방사능 오염이 심한 화과산에 더 있을 수 없어.)
오갈 데 없게 된 혹달개는 쓸쓸하기만 했어요.
(그래도 우리 열대우림과 모든 동물들을 보호하는 클론바우 18세를 찾아가자.)
혹달개는 나뭇가지에서 훌쩍 뛰어내리었어요. 그리하여 혹달개는 화과산의 원숭이들을 데리고 수렴 동에서 도망쳤어요.
이때 하늘에 괴물들이 나타났어요. 바로 클론바우 18세가 이끄는 괴물 무리이었어요.
클론바우 무리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려고 차디찬 북태평양 바닷물에 뛰어들어 허우적거리는 원숭이들을 건져내 고래등 위에 앉혔어요. 클론바우 18세는 혹달개를 안고 아마존 열대우림으로 훨훨 날아갔어요.
한 달 남짓이 혹달개와 원숭이들은 나무숲이 우거진 아마존 열대우림에 이르렀어요.
(이젠 뱀 섬나라 악마의 마수에서 벗어나서 살 거 같구나.)
헌데 뭐겠어요.
뱀 섬나라 악마들은 아마존 열대우림의 동물들이 방사능 오염에도 죽지 않는 생생한 먹이라고 여기까지 마수를 뻗쳐왔어요.
열대우림에서 혹달개는 질겁해 사시나무 떨듯 하는 원숭이들을 둘러보면서 정수리의 혹을 매만지면서 중얼거리었어요.
“그 놈이 이 먼 데까지 올 수 있어?”
호랑이 왕 카시마는 산중왕답게 너럭바위 위에 드러누워 입을 다시었어요.
“흠~, 겁도 많아. 그 놈들이 언감 어쩔라고?”
이때 하늘에 헬기가 열대우림 상공에 나타나 맴돌았어요.
“아마존 열대우림의 생령들이여, 괴물과 호랑이 왕의 시달림 속에서 어떻게 고생하면서 살겠습니까? 우린 노르망디에서 날아온 저승사자들이야. 모든 생령들을 대표해 호랑이 왕 모녀를 잡아 가겠습니다. 절대 삐치지 마십시오.”
기실 그 놈 오랑캐들은 버새 왕의 령에 따라 금 왕좌에 펼 호랑이 가죽을 벗겨오라는 령을 받았던 것이었어요. 그것도 늙은 호랑이 왕의 가죽을 말고 호랑이 노왕의 귀여운 딸 카오바의 가죽을 벗겨 오라는 령이었어요.
호랑이 노왕 카시마는 엉거주춤 일어나 헬기를 쏘아보면서 으르렁거리었어요.
“따~웅~”
호랑이들은 헬기를 노려보면서 어슬렁어슬렁 나무 숲속으로 숨어 버리었어요. 허나 헬기에서 총을 든 괴한들이 밧줄을 타고 나무숲에 뛰어내렸어요.
원숭이 왕 혹달개는 나무 위에서 그 놈들을 대뜸 알아보고 찍찍 소리쳤어요.
“아니, 저 놈들은 뱀 섬나라 악마들이 파견한 놈들이야!”
“뭐라고?”
호랑이 왕도 놀라 사발 눈을 슴벅이었어요.
“아니, 저 오랑캐 놈들이 그 먼 태평양을 어떻게 건너 여기까지 왔어?”
원숭이들은 칙 넝쿨을 타고 이쪽저쪽 뛰면서 괴한들을 노려보면서 소리쳤어요.
“저 놈들은 우리 뇌 장을 파서 먹는 악마들이야!”
“악마들을 족쳐라!”
원숭이들은 미인 송의 잣 송치를 뱀 섬나라 오랑캐들에게 뿌리었어요.
아마존 열대우림의 동물들은 호랑이 왕의 지휘에 따라 싸울 태세를 갖추었어요.
땅! 땅!
괴한들은 총을 쏘았어요.
한 원숭이가 총을 맞고 미인 송 꼭대기에서 절벽 아래로 떨어졌어요.
뱀 섬나라 악마들의 피해를 받을 대로 받은 혹달개의 령에 따라 총을 든 괴한들을 겨누고 돌멩이를 날렸어요. 한 괴한은 대가리를 맞고 절벽에서 떨어졌어요.
얼룩 뱀은 칙 넝쿨에서 스르륵 기어 내려와 괴한의 목을 밧줄처럼 휘감아 칙 넝쿨에 매달아 죽이었어요.
호랑이들은 “따웅~” 사납게 울부짖으며 괴한들에게 덮쳐들었어요. 앞발로 총을 쳐 떨어뜨리고 송곳이로 괴한을 깨물어 죽였어요.
질겁한 괴한들은 헛총을 쏘면서 열대우림에서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이때 헬기에서 우레 같은 소리가 울렸어요.
“아마존 열대우림의 친구들이여, 우린 버새 대왕의 령을 받고 호랑이 카시마의 가죽만 벗겨 가면 된다. 다른 동물들을 죽이지 않을 테니 쓸데없이 삐치지 말라!”
호랑이 왕 카시마는 자기 얼룩덜룩한 가죽을 내려다보면서 중얼거리었어요.
“저 놈들이 우리 가죽을 욕심내 여기까지 쳐들어 왔단 말인가?”
카시마와 카마바 모녀는 이를 갈았어요.
“죽여치울 놈들!”
호랑이들은 으르렁거리면서 열대우림에서 빠져나가는 뱀 섬나라 괴한들을 쫓아 덮쳐나갔어요.
“가만!”
호랑이 노왕 카시마가 딸을 불러 세웠어요.
“왜요?”
카마바는 뒤돌아보며 물었어요.
카시마는 산 아래로 내려가 말리었어요.
“얘들아, 총을 든 악마들에게 다치겠다. 이쯤 해 그만 두자.”
카마바는 꼬리를 흔들며 대가리를 쳐들고 쩌렁쩌렁 고함쳤어요.
“아버진 금강석 송곳니를 해서 뭘 합니까?”
카시마는 주둥이를 벌려 번쩍이는 금강석 송곳니를 드러내 보이었어요.
“보복이 무서운 거야.”
“뭐? 저 놈들이 헬기에서 방송하는 거 보세요. 우리 가죽을 벗겨가려는 겁니다.”
정말 그랬어요. 코끼리랑 사자랑 모두 꼬리도 보이지 않았어요.
다만 원숭이들만은 미인 송 나무 위에서 계속 오랑캐들에게 돌멩이를 뿌리었어요.
“아마존의 형제들, 뱀 섬나라 오랑캐들에게 속지 말라. 저 악마들은 우리를 하나, 하나 다 잡아 잡아먹을 거야.”
원숭이 왕 혹달개의 말에 일리가 있었어요.
“아참, 이런 관건적일 때 그래도 클론바우 18세 대왕님께서 있어야 대책이 서는 건데.”
이때 느닷없이 헬기가 나무숲을 스치면서 나타나 밧줄로 카마바의 목을 턱 걸어 하늘로 끌고 올라갔어요. 아무런 방비도 없이 그저 당하고 말지 않았겠어요.
목이 매달려 헬기에 끌려 하늘로 올라가 저 멀리 사라지는 아들을 보면서 카시마는 그저 으르렁거리면 눈물을 흘릴 뿐 이었어요 …
하늘에 또 헬기가 나타났어요.
“카시마는 들으라, 어시로 생겨서 어찌 아들의 가죽을 벗기는 걸 뻔히 두 눈을 뜨고 보고 있겠는가?”
카시마는 하늘의 헬기를 쏘아보며 으르렁거리었어요.
“개 놈 새끼들, 제 명에 죽지 못할 놈들, 어디 두고 보자!”
“우리 버새 대왕님은 왕 보좌에 펼 호랑이 가죽만 벗겨 가면 돼. 건데 금방 칼로 호랑이 가죽을 벗기다가 구멍을 내서 안 되겠어. 카시마, 어서 아무 호랑이 가죽이나 내놔.”
헬기에서 뭔가 수림에 쿵 떨어졌어요. 카시마랑 혹달개랑 뛰어가 보고 깜짝 놀랐어요. 글쎄 가죽을 벗긴 카시마의 알몸뚱이가 아니겠어요.
“아니, 카시마야~ 불쌍한 내 새끼야!”
호랑이 노왕 카시마는 가죽이 다 벗긴 카오바를 껴안고 대성통곡 쳤어요.
그 소리에 혹달개는 남의 일 같지 않아 미인 송에서 뛰어 내려와 머리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었어요.
이때 갑자기 헬기에서 숱한 말벌들이 날아 내리어 호랑이 왕 카시마의 옆에 있던 호위병 호랑이에게 덮쳐들었어요. 말벌들은 호랑이 온 몸에 새까맣게 덮쳐들어 독침으로 찔러 죽이었어요. 카시마가 아무리 꼬리로 탁탁 치면서 쫓아도 막무가내였어요.
말벌들은 순식간에 독침으로 호랑이 가죽을 쏙쏙 도려 벗겨냈어요. 헬기가 날아와 카마바의 가죽을 밧줄에 매단 갈고리에 걸어가지고 날아갔어요.
이때 하늘에 괴물 클론바우 18세가 클론바우 가족을 거느리고 훨훨 날아왔어요.
그는 기다란 코끼리 코로 헬기를 휘감아 호수에 거꾸로 처박았어요.
풍덩!
굉음과 함께 허연 무보라가 사처로 튕겨 오르고 악마들은 물귀신으로 돼 버리었어요. 악어와 상어들은 이게 웬 떡이냐고 악마들의 고기를 뜯어 먹어 버리었어요.
갑자기 호수 물 위에 호랑이 가죽이 떠올랐어요. 분명 카마바의 얼룩 가죽이었어요.
악어와 하마가 호랑이 가죽을 물고 호수 물을 헤가르면서 헤어오더니 뭍에 훌 뿌리어 던지었어요.
호랑이 왕 카시마는 뭍에 뛰어가 카마바의 가죽을 매만지면서 대성통곡을 치었어요. “아무리 범은 죽으면 가죽만 남긴다고 해도 그렇지. 우리 범은 값진 얼룩가죽 때문에 가죽을 벗기고 생죽음을 당해야 하는가?”
아마존의 모든 생물과 나무숲은 슬픔에 잠겨 흐느끼고 호수 물도 비애에 잠겨 출렁이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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