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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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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고백- 김장혁
2012년 11월 19일 11시 12분  조회:1787  추천:8  작성자: 김장혁
청춘의 고백

김장혁



  나는 아무리 섹시한 미스라고 해도 더는 사귀고싶지 않다. 만남의 기쁨과 즐거움끝에 언젠가는 눈물어린 리별의 슬픔과 아픔을 맛보아야 하기때문이다.

  어제날 우리는 네가 제일 좋아하는 해물관에 가서 골뱅이살도 이쑤시개로 뽁뽁 뽑아 먹으면서 생글방글 싱글방글 즐겼다. 바알간 포도술잔을 댕 마주치며 가는 눈웃음을 짓는 너의 예쁜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마냥 흥겨웠다. 우리는 찜질방에서 시원히 목욕도 하고 적외선체험실에서 땀을 흘리며 자지러진 쟈즈곡에 맞춰 처녀총각들과 함께 미칠듯이 디스코를 추었지. 서늘한 찜질방의 구들에 나란히 누워 소설같은 인생살이도 이야기하고 세상 못하는 말이 없이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우리는 이상야릇한 감정에 폭빠져 다방의 희미한 불빛아래에, 공원의 드높은 밤하늘에 격조높은 사랑의 서정시를 쓰고 또 썼다.

  너는 나를 보고 한번쯤은 취하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하였댔지. 그러나 나는 영원히 너의 스승이라는것을 지켰다. 그건 아주 힘들게 지킨 영예이다. 또 너의 순결한 마음과 그 옛날의 수양있는 녀학생의 섹시한 모습을 지켜주었고 한 남자의 색시, 한 딸애의 위대한 조선족어머니라는 숭고한 명예와 위신을 지켜주었다. 너는 나를 미워하였을수도 있다. 나도 몰라, 너는 정한 나를 존경하고 따랐을수도 있는데 나는 너를 순결하지 못한 마음으로 대한것이나 아닌지?

  네가 나와 더불어 이 밤을 새우고싶다고 조용히 속삭일 때 혹시 나를 스승이 아니라 남자로 보지나 않았는지? 나는 네가 의연히 옛날 빨간 골덴옷을 입고 글을 지어가지고 찾아오던 그때의 그 천진한 소녀로만 보였다. 너의 처녀작수필이 발표되였을 때 우리는 애들처럼 입이 합박만해 기뻐 어쩔줄 몰라하였다. 그러나 나는 점차 네가 예쁜 녀자로, 섹시한 미스로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러는 내가 미웠고 불쌍하였다. 어데 녀자가 없어서 자기 옛 학생을 그러는가고 자기를 책망하기도 하였다. 그러는 내가 두려웠고 스스로 도리머리질을 하면서 “그러면 안되지.” 하고 중얼거리였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을 죽이려고 하여도 마음이 흔들리는것을 어찌할수 없었다. 그런 나를 욕하지 말아달라. 점차 네가 옛 학생이라기보다도 아주 가까운 녀자친구로 보였고 지어 애인을 하면 어떨가고 망연하게 생각하기도 하였다.

  네가 다른 남자와 핸드폰으로 친절히 대화하는것을 보아도 속이 별스럽더라. 마치 네가 내 색시거나 애인이기나 한듯이 다른 남자와 노는것이 축나는것처럼 좋지 않더라. 그러나 네가 모든 사내친구들의 요청도 다 뿌리치고 나와 친구들이 노는 노래방에 찾아와서 밤새껏 나와 함께 춤을 추고 노래부를 때 나는 사춘기소년으로 된 나를 볼고 깜짝 놀랐다.

  해물관의 유리창문옆에 너와 마주앉아 빨간 포도주를 마실 때 나는 너를 흐리마리하게 애인으로 착각하기도 하였다. 얼마나 엉뚱하였니? 예쁘고 섹시한 너를 마주 바라보며 음미하면서 한수 또 한수의 사랑의 노래를 엮는것이 아주 유쾌하였다. 참 우습지? 사내들의 마음이란 왜 이래? 산꼭대기에 부어놓은 물과 같이 산산이 부서져 산기슭으로 내달리다가도 어는 때인가는 부서지고 흩어졌던 마음이 한곬으로 흘러 강을 이루고 나중에 저수지로 되고 바다로 흘러들어가는것이지.
 
  네가 내팔을 정겹게 끼고 귀가 간지럽게 어깨너머 파도치는 머리카락을 흩날리면서 네온등이 반짝이는 정다운 밤거리를 거닐 때, 시내 제일 동쪽으로부터 서쪽끝까지 택시도 타지 않고 걸어가면서 웃고 떠들 때, 난 어쩐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였지. 나는 청춘을 되찾은듯이 더운 피가 온몸에서 끓어번지는것을 어찌할수 없었다.

  예쁜 미스 화야, 넌 정말 기막히게 귀여운 미스야. 네가 그 쌍까풀깜장눈으로 나를 정겹게 마주 바라보면서 생글 웃을 때, “선생님”, “우리 선생님” 하고 애교섞인 어조로 나를 부를 때, 나를 마주하고 포도술잔을 마주치고 빨간 립스틱이 진한 작은 입으로 굽을 낸후 깔깔 웃어대며 못하는 말이 없을 때 나는 온 몸의 세포가 흥분에 떠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너도 알았지? 난 그렇게 훌륭한 아들을 두었건만 딸비위를 얼마나 하였더냐? 그런 나를 동정하던 너를 고맙다고 하여야 할가? 어찌면 좋을가? 내가 이런 엉뚱한 질문을 건네던거 기억나느냐? 넌 만약 너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어떤 남자와 재혼하게 되면 딸애 하나 낳아줄수 있는가? 그때 넌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들었던 포도술잔을 내려놓고 한동안 놀란 표정을 지었더랬지. 나중에 너는 생글 웃으면서 뭐라고 하였더냐?

  “감정이 깊어지고 행복하면 딸 하나겠어요? 아들까지 하나 척 낳아줄수도 있지요.”

  그 말에 나는 전률하였다. 네가 두렵고 부풀어오르는 내 마음이 두려워지더라. 너를 자주 만날수록 네앞에서 엉뚱한 꿈도 많아지고 말이 빨라지고 많아지고 혈액순환이 숨이 바쁘게 빨라지고 옴몸이 해나른해지는 감을 느꼈다. 나는 너와 나를 이길것 같지 못하였다. 너의 매력에 취해 너를 멍하니 마주 바라볼 때가 많아졌고 언젠가는 네앞에 맥없이 쓰러질것 같더라. 나는 너를 깊이 사랑하고있다는것을 온 몸과 마음으로 느꼈다. 지어 너를 마구 애인으로, 후처로 만들고도 싶어졌다. 그러는 내가 스스로 참 두려웠다.

  하기에 나는 너를 떠냐야만 하였다. 만나고싶어질수록 너를 기어이 떠나야만 하였다. 너를 내 사람으로 만들지 못할바에야 엉뚱한 마음을 혹독하게 죽이고 또 죽여야 하였다. 마치 콩물이 부글부글 끓어 가마를 넘치려고 할 때면 찬물을 끼얹듯이 말이다. 아니, 콩물이 끓지 못하게 불을 때지도 말고 물을 쳐서 불을 죽여버려야 하였다. 계속 그대로 끓어번지면 너와 내가 언제든지 마음을 크게 다칠것만 같았다. 만나고싶어도 만나지 않는것은 갈라지기 아쉬워서였다. 혹독한 리별의 아픔을 받아당할것 같지 않아서였다.

  그런 독한 마음을 먹은 나를 너는 몰랐다. 기분이 엉망이 되여 마지막으로 너의 다방을 쓸쓸하고 무거운 심정으로 떠나는 나를 보고 너는 어째 선생님은 기분이 썩 좋지 않은것 같다고 하면서 자기가 잘못한 일이 있잖는가고 물었다. 그래, 화야, 누군들 만나기만 하면 좋고 갈라지기만 하면 아쉬운 녀자를 떠나야만 할 때 기분이 좋겠느냐? 나는 그런 리별의 아픔이 싫어서 다시는 너를 포함한 미스들을 만나지도 사귀려고도 하지 않는다. 차라리 내 홀로 외롭게 실련같은 쓸쓸하고 비참한 기분을 안고 한숨속에서 살더라도 너같은 미스들에게 리별의 눈물을 흘리게 하고싶지 않다. 미스들에게 환상으로 가슴이 부풀게 하고싶지 않고 환락뒤에 외로움의 심연속에 몰아놓고 살짝 빠져나오기 싫었다. 나는 “빠이빠이!”라는 말을 제일 듣기 싫어한다. 그만큼 리별이 싫고 마음이 아프기때문이리라.

  아, 리별이란 이다지도 마음이 아픈줄을 몰랐다. 리별의 아픔을 해소하려고 너의 약속대로 택시를 타고 항상 만나던 다방앞에까지 달려갔다가도 , 택시문고리에 식지를 걸고 열려고 하다가도 마음을 죽이고 그대로 되돌아오군 하였다. 너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전화로 나무랐지만 나는 만나고싶어도 만나서는 안되였다. 너의 그 정답고 부드러운 전화마저 받지 않으려고 전화번호마저 바꿔버렸다. 그럴수록 이전에 너를 수수한 음식점에 끌고 다니면서 잘 챙겨주지 못한것이 못내 후회된다.

  자주 만나도 싫어지는 사람이 있지만 한평생 다시 만나지 않아도 잊지 못할 미스가 있지 않는가! 너를 오래동안 만나지 않았지만 내 마음속에 항상 날씬하고 예쁘고 섹시하고 수양있고 활발한 미스 네가 있는것으로 하여 마냥 즐겁고 기쁘다. 너와 함께 엮은 아름다운 추억의 멜로디를 고독하게 홀로 감상하면서 추억속에 잠겨 사는것이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다. 그것이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갈망과 망상으로 엮은 비극적인 사랑의 멜로디라고 하여도 우리의 비할바없이 순결하고 아름다운 서정시라는데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이 떳떳하고 한가슴 뿌듯하다.

  미스 화야, 너에게 혹독하고 비참한 리별의 아픔을 준 이 못난 스승을 용서해달라. 이 못난 스승을 외로운 심연속에 그냥 놔달라. 래세가 있다면 근사한 해물관에 예쁘고 섹시한 너를 데리고 가서 빨간 포도술을 마시자. 세속에서 벗어나 랑만적으로 사랑도 해보자. 이것이 네가 그렇게 따르던 못난 스승의 마음아픈 고별인사이고 한동안 너로 하여 청춘의 꿈으로 가슴이 부풀었던 나의 페부속에서 우러나오는 고백이다.

  아, 좋아하면서도 혹독하게 정을 떼야 하고 만나고싶어도 만나지 말아야 하는 마음의 아픔이 오죽하랴. 그리워도 그리지 말아야 하고 사랑하면서도 사랑해서는 안되는 그 지독한 내 마음의 고통을 그 누가 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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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2 ]

2   작성자 : 김정섭
날자:2012-11-20 11:21:57
장혁 선생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건필 !
1   작성자 : 오기활
날자:2012-11-19 20:22:19
참 순수하고 진정어린 고백입니다.
좋은 글을 올린 김장혁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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