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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황혼 제4권(64) 괴상한 집들이 김장혁
2024년 10월 27일 09시 48분  조회:126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황혼 제4

           김장혁
 
     
        64. 괴상한 집들이




    종호는 세입녀를 찾아가 마지막 아파트를 19만원에 팔기로 집판매계약을 맺고 예약금 5만원까지 받아넣고 민박을 찾아가면서 그 마지막집을 두고 깊은 추억에 잠겼다.
    새도 둥지 있건만 종호는 결혼한지 석3년이 되도록 엉덩이를 들여놓을만한 집도 없어 피눈물나는 셋집살이를 했다. 그 셋집이라는 것도 주인 집 석탄창고에 대충 구들을 놓은 콧구멍만한  셋집이었다. 중천장도 누르지 않아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아침에 일어나 쌀을 씻으려고 물독을 열어보면 물이 떵떵 얼군 했다. 하여 바가지로 살얼음을 깨고 물을 퍼 써야 했다.
    무더운 여름에는 콧구멍만한 셋집에서 려향을 중간에 눕히고 세 식구가 총총 드러누우면 돌아눕기도 어려워 숨이 막혀 질색해 죽을 것만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소낙비 쏟아지는 날에는 셋집 천정에서 비물이 새 말이 아니었다. 하여 여기저기에 대야랑 바가지랑 사  발이랑 널어놓고 뚝뚝 떨어지는 비물을 받아내야만 했다.
    류려평은 주인집에 가서 물초롱으로 물을 길어 들고 와서 물독에 부으면서 두덜거렸다.
    “이런 집도 집이라고 살아? 본가집에 들어가 살기오.”
   그러나 종호는 가시집에 얹혀 살기 싫어 완곡하게 거절했다.
    “좀 참고 견디오. 이제 신문사 옆에 집을 지으면 한채 달라고 할 판이오.”
     류려평은 코웃음치면서 종호 말을 곧이듣지도 않고 세집살이 고달프다고 두덜거렸다.
     그때마다 종호는 둥지 없는 새 신세를 한탄하면서 국장 집 귀공주를 데려다 피눈물 나는 셋집살이를 시켜서 미안한 마음이 그지 없었다.
     (엉덩이를 들여놓을 제 둥지도 없어가지고 장가를 들어 뭘 해? 괜히 남의 귀공주를 데려다 고생시키면서?)
     그의 귀전에서는 류려평이 두덜거리던 소리 귀전을 아프게 때렸다.
    “제 노릇도 못하는 나그네 그거 개를 떼서 줘라.”
    종호는 이를 악물고 참으면서 자기 집을 마련할 기회만 기다렸다.
    몇달이 지나지 않아 신문사에서 재정지원을 받아 단위 기자들의 아파트를 지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종호는 수박 하나 달랑 사 들고 윤광수 사장을 찾아갔다.
     때마침 윤사장 부부가 집에서 텔레비를 보고 있었다.
     종호가 윤사장네 층집에 처음 들어가보니 비록 부사급 신문사 사장인데도 윤사장네는 한 40평방미터도 되나마나한 자그마한 낡은 층집에서 살고 있었다.
    속으로 종호는 윤사장은 경제시대 지도자와는 달리 청렴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종호는 윤사장을 보고 단도직입으로 아파트 한채를 달라고 비난사정했다.
    “지금 제가 사는 셋집은 교외에 자리잡고 있어 눈이 오는 날이면 제때에 출근하기도 어렵습니다. 교외는 눈을 제때에 치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때에 취재하러 가지 못할 때도 많았습니다. 지금 사는 세집은 겨울에는 추워 물독이 떵떵 얼고 여름에는 비 새서 살기도 힘듭니다.”
     윤사장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그런데 윤사장의 안해는 종호가 가져간 수박을 칼로 쪼개서 차탁에 올려놓으며 앞쇄기질했다.
     “그럼 시내에 셋집을 잡아야겠구만.”
    종호는 억이 막혀 입을 함박만큼 벌렸다. 이윽고 그는 간신히 무거운 입을 뗐다.
    “시내에 어디 셋집을 얻기도 쉽습니까? 단위에서 지은 아파트 한채를 주십시오. 그럼 제가 제때에 취재하겠는데 말입니다. 저는 제 집이 있으면 윤사장님을 모시고 기자사업을 잘해 보고 싶습니다.”
    윤사장은 한참 궁리하다가 한마디 물었다.
    “종호 우리 신문사에 들어온지 몇해던가?”
    “올해까지 3년 됩니다.”
    윤광수 사장은 머리를 끄덕였다.
    “종호는 참 전도 있는 기자라고 생각하오. 보도기사도 참 사회문제성기사를 많이 쓰더구만.  단위에서 공령, 사령(社龄), 사업성과로 점수제를 해서 아파트를 분배할 예산이오. 이제 단위 지도부에서 토론할 때 종호문제를 잘 토론해보지. 내 생각에 종호는 사회부 주임하기에 적절한 인사라고 생각하오. 좋은 소식을 기다리오.”
   종호는 그 말에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앉으면서 허리 굽혔다.
    “아파트를 주면 저는 윤사장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사업을 더욱 잘해 보답하겠습니다.”
   윤광수 사장의 안해가 또 코웃음쳤다.
   “쳇, 우린 사장인데도 요만한 집에서 사는데. 이제 온지 3년 밖에 안되는 일반기자가 어떻게 46평방짜리 아파트를 타겠소? 어디 그리 쉬울 거 같소?”
   (무슨 뜻일까?)
   수박 하나 달랑 들고 와서 아파트를 타겠다고 그러는가는 말 같게도 들렸다.
    그러나 이변이 생겼다.
    종호는 숱한 중대한 뉴스, 문제보도기사를 써서 숱한 전국, 지역급 뉴스상을 탄데다가 항일투쟁사 책까지 냈다. 게다가 윤광수 사장과 김사장이 극구 주장해 종호를 신문사 사회부 주임으로 긴급임명했다. 아마 종호의 사업실적도 있었지만  기어이 종호한테 집을 주려고 주임 점수도 올려주려는 지도부의 의도도 있은 것 같았다.
     좌우간 윤광수 사장과 김부사장의 덕을 입어 종호는 뛰어난 사업성과 점수에 주임 점수까지 추가하여 종합점수가 누구보다 높았다. 그런 연고로 종호는 자기보다 공령과 사령(社龄)이 훨씬 긴 기자들을 제치고 46평짜리 아파트를 반값에 타게 됐다.
    그때 청렴한 윤광수 사장도 40평방메터가 되나마나 한 아파트에서 살았다. 종호는 윤광수 사장의 관심에 마음 속으로부터 고마웠다.
    그 아파트는 무료로 주는 것도 아니고 반값은 단위에서 대고 반값은 기자 개인이 부담해야 했다. 그런데 갓 주임으로 임명된 종호가 새 아파트를 탄 일은 특급뉴스로 돼 물의를 일으켰다.
    일부 공령이 긴 기자들은 신문사에 온지 3년 밖에 안되는 종호를 주임으로 임명한데다가 새 아파트까지 줬다고 사장실에 가서 떠들어댔다.
    어떤 기자들은 뒤에서 종호는 국장 가시아버지 사장들과 뒤문거래한 덕분에 입사한지 3년 밖에 안돼 헬기를 타고 주임으로 제발됐다,  총편급이 탈 새 아파트를 가졌다고 떠들어댔다.
     그때 윤광수 사장은 묵은 그루터기에 이밥을 먹으려는 그런 기자들을 손가락질하면서 명확히 말했다.
    “종호는 저네와는 달리 뛰어난 사업성과를 따냈소. 때문에 당당하게 새 아파트를 탈 자격이 있소. 동무네 종호만큼 해놓은 일이 뭐 있소? 종호는 나이는 어리지만 사회문제성 보도를 했소. 그는 기자로서 여론감독을 젤 잘한 젊은 주임기자란 말이오. 저네처럼 젤 헐한 회의보도나 슬슬 쓰면서 자리만 오래 지키면 되오? 그렇게 해선 10년 있어도 아파트를 탈 거 같소? 꿈도 꾸지 마오. 작작 떠들고 돌아가서 사업이나 잘하오.”
    그제야 뒤공론은 잠잠해졌다.
    종호는 그때 때마침 항일투쟁사 책을 낸 원고료 11,000원이 있어 가시집에 손을 내밀지 않고서도 시가의 절반 밖에 안되는 새 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됐다.
    종호는 그때 그 집 일만 생각하면 돌아가신 윤광수 사장님이 그리워 저도 몰래 콧마루가 시큼해났다. 동시에 그때 윤광수 사장네 사모님을 얻어먹자고 그러는가고 오해한 것이 못내 후회됐다.
    종호는 추억의 돛배를 타고 30여넌 전에 그 집을 애나게 다 꾸려놓고 류려평을 데리고 괴상한 집들이를 하던 일도 피뜩 떠올랐다. 그때 일을 생각하며 종호는 씨무룩이 웃었다.
    류려평은 종호가 새 집에 가서 집들이 의식을 하자고 하자 퉁사발눈이 데꾼해졌다.
    “아니, 가구도 하나 갖추지 못하고?”
    류려평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침대도 없이 불시에 어떻게 집들이한다고 그래오? 이사짐을 하나도 옮겨오지도 못하잖았소? 제 정신 있는 거 같잖다. 흥!”
    “글쎄. 이제 로임을 타면 하나하나 갖춰놓고 오늘은 그저 집에 드는 의식을 하면 되오.”
    “딱 오늘 해야 되오?”
    “그래. 신을 셋이나 업은 신선할아버지한테 가서 오늘 날을 받았다니까.”
    종호는 류려평을 데리고 시장에 가서 삶은 옥수수 여섯 이삭에 삶은 돼지고기 두근을 사가지고 새 아파트에 갔다.
    종호는 집에 들어가 어정쩡해 서 있는 류려평의 손목을 잡아 끌고 들어가 집 안을 한고패 휘 돌아보았다.
    뒤이어 종호는 침실에 들어가 유리창문 카텐을 쭉 쳐놓고 류려평을 와락 끌어안았다.
    “싯허연 대낮에 왜 이래?”
    류려평은 와뜰 놀라 두 손으로 종호 팔을 뿌리쳤다.
    종호는 류려평을 더욱 으스러지게 끌어안고 뜨거운 입술로 그녀의 두툼한 입술을 찾아 헤맸다.
    “려평이, 우리 이 집에서 아들 하나 더 낳고 행복하게 살기오.”
    “왜 이래? 오늘 아들애를 만들자는 건 아니겠지?”
    “날을 받은 오늘 만들면야 대박이지. ㅎㅎㅎ.”
    종호는 려평의 뒤로 달려들어 보라색 치마를 훌 쳐들었다. 우유빛 하얀 반달이 훌러덩 드러났다. 종호는 성난 막대기를 짚고 그 하얀 반달 속으로 급급히 마구 달려들어갔다.
    류려평은 허벅다리를 배배 꼬면서 아우성쳤다.
    “아이고, 이런 집들이도 다 있어? 당신 참 괴상한 이벤트를 다 해. 아이유, 흑흑, 흑흑.”
    뒤이어 자그마한 새 아파트에서는 거친 숨소리와 류려평의 아우성소리, 흐느낌소리, 신음소리 걸걸하게 반죽돼 마구 울려퍼졌다.
    한참 후 그들 둘은 화장실에 들어가 대충 하신을 씻고 나왔다.
    종호는 신문종이를 주방 부엌에 펴더니 삶은 돼지고기와 강냉이를 비닐주머니에서 꺼내놓았다.
    “자, 이 새 집에서 첫 때를 먹기오.”
    뒤이어 그들은 돼지고기에 강냉이나 먹으면서 웃고 떠들었다…
    종호는 추억에서 깨나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 그게 어제 일 같은데. 이젠 그 집에서 모든 게 끝났구나. 이젠 옛말도 많고 말썽도 많았던 그 놈 집을 팔아버랴야지. 헛되히 흘려버린 청춘과 정열의 흔적을 마라끔히 지워버려야지. )
    하나 밖에 없는 둥지를 털어 성림을 구할 생각을 하자 종호의 마음은 더 없이 홀가분해졌다. 그의 걸음걸이도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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