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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황혼(51) 사돈보기 하던 날 밤 김장혁
2024년 10월 04일 13시 11분  조회:216  추천:0  작성자: 김장혁


            51. 대하소설 황혼 제3

                    김장혁
 
   
        5
1. 사돈보기 하던 날 밤
 

     류국장은 딸은 숨긴 정체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자기 뜻을 따른 딸을 못내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는 우물에 가서 숭늉을 마시려고 드는 급한 성미여서 사돈보기까지 밀어부치며 다그쳤다.
    “당장 9.3명절에 사돈보기 하고 양력설이거나 음력설 쯤엔 결혼식을 올리자. 나도 이젠 예순이 다 됐는데 빨리 손자를 안아 봐야겠다.”
    류생남 국장은 생남하지 못하고 무남독녀로 류려평 하나 자식 밖에 키우지 못했는지라 은근히 손주 비위를 냈다.
    그는 약속대로 자기 동기인 신문사 사장한테 잘 부탁해 종호를  신문사에 졸업배치를 해주었다.
    종호는 꿈만 같았다. 그는 신문사 기자로 출근한 첫날에 기자증을 타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이게 꿈인가? 생신가? 난 끝내 꿈을 소원성취했구나.”
    종호는 류국장의 은덕에 마음 속으로 감지덕지 해 하면서 가시아버지 말이라면 죽으라는 소리 내놓고는 다 꼽싹꼽싹 들었다.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애초에 신문사에 들어가려고 류려평과 약혼하지 말았어야 했어. 어쩜 자기 리상을 고위간부 딸의 치마폭에 매달려 실현하려고 했단 말인가.)
   종호는 이젠 후회약이 없었다.
   그는 지하철에서 내려 구치소로 다가가면서도 사도보기 하던 일을 회상하면서 상념에 잠겼다.
 
    사돈보기 하는 날에 종호는 그래도 성의를 산 새 자전거를 사서 류려평이네 집 문 앞에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류국장에 귀공주는 자전거를 왼눈으로도 차하지 않았다.
    한족들은 약혼할 때면 금팔찌와 금목걸이는 물론 彩礼까지 그때 돈으로 몇천원씩 가져 왔다.
    (고까짓 자전거 다 뭐야?)
     그러나 가난한 종호는 그 자전거 하나도 진짜 온 집 안의 돈을 다 긁어모아 산 거나 다름 없었다.
     그 새 자전거는 종호가 신문사에 배치받아 받은 첫 두 달 로임에 엄마가 고추가루를 장마당에 이고 다니면서 애나게 팔아 번 돈을 보태 산 것이였다. 그때 종호는 류려평의 태도에 어지간히 속상한 것이 아니었다.
     종호는 가시집에 가서 허리 부러지게 처가 친척어른들께 절을 꾸벅꾸벅 했다. 그러고 류려평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어섰다.
    그때는 교통이 불편한 때여서 그들은 자전거를 타고 시내에서 40여리나 떨어진 종호네 고향으로 가야 했다. 종호는 이쁜 처녀를 제 집에 데리고 가는 기분에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류려평은 부모 친척들 앞에서 입이 뽀로통해 몸까지 비틀어대면서 생떼를 썼다.
    “난 안가! 그 먼 델 자전거를 타고 어떻게 가? 조선족들 혼인풍속은 이상해?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사돈보기에 왜 시집에 가야 해?      그것도 한밤 자고 온다면서? 난 안가?”
    류생남 국장은 딸을 얼렸다.
    “얘, 닭한테 시집가면 닭이야. 조선족한테 시집가려면 조선족 혼인풍속을 따라야 해!”
    류려평은 부모한테 눈을 곱게 흘기면서 떼를 썼다.
    “아빠 차로 우릴 실어다 달란 말입니다. 숱한 차를 타고 왜 하필 딱 자전겁니까? 그 먼 시골로 어떻게 간다고 그래요?
    엄마도 딸을 달랬다.
    “신랑감과 함께 재미나게 얘기하면서 자전거를 타면 한 둬 시간이면 갈 거야. 해지겠다. 어서 떠나라.”
    류국장은 딸애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래일 돌아올 땐 차를 보내줄게. 이럼 됐지? 어서 떠나라.”
    류려평은 닭 똥 같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마지못해 종호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떠났다.
    한 20리 시골 호박길을 달리자 류려평은 맥이 없다고 자전거에서 내려 풀러덩 물앉아 떼를 썼다.
    “난 더 못가겠어."
    "이러면 대사날에 어쩌오? 어서 일어나오."
    "난 죽어도 한발작도 더 못가겠다."
    종호는 난감해졌다.
    "사돈보기 날에 어런애처럼 뗄질 쓰면서 이게 뭐요?"
    류려평은 마지못해 일어나더니 이번엔 종호의 허리를 끌어안고 어리광을 부렸다.
    "대사를 망치지 않겠으면 날 업고 가렴. 응?”
    종호가 업을 궁리하지 않자 류려평은 재차 풍덩 물앉아 울먹울먹해 입이 뽀로통해 도도거렸다.
   종호는 어글어글한 눈을 흘기는 류려평을 보고 손으로 절벽 산 굽인돌이를 가리키면서 얼렸다.
    “이제 저기 저 산 굽인돌이를 돌면 거의 가오. 어서 일어나오.”
   종호는 류려평을 안아 일으켰다.
   류려평은 별 수 없어 두덜거리면서 일어났다.
    “업어!”
   “그래 업어줄게.”
   종호는 하는 수 없이 류려평을 훌 업고 량손에 자전거 한대씩 쥐어 끌면서 힘겹게 걸었다.
   류려평은 잔등에 업혀서 그제야 해시시해 종알거리기 시작했다.
   “종호, 이후에 내 말을 잘 듣겠니?”
    “조선말을 꽤나 잘 하는구나. 우리 귀염둥이.”
   “그래. 과외로 조선어를 좀 배웠어.”
   류려평은 종호의 귀를 손으로 쥐어 비틀면서 따졌다.
  “묻는 말이나 대답해. 내 말을 잘 듣겟니? 안 듣겠니?”
   “옳은 말은 다 들을게.”
    “내 말을 안 듣기만 해봐라. 죽여치우겠다. 난 호랑이띠야. 네 같은 개띠를 물어죽일 수도 있어.”
   종호는 그 소리에 한족암펌의 살기를 느끼면서 섬찍한 감이 들었다.
   (한족들이 신랑을 너무 관리해서 气管严이라더니, 헛, 참, 시집오기 전에 벌써부터 날 손아귀에 우겨넣을 작정인가? 어림도 없어. 흥!)
   “이후에 내 대학졸업생이 아니라고 업신여길텐가?”
   종호는 결혼 전이기에 수긍하는 척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무슨 말이오. 저는 위생학교 졸업생이지만 아는게 많고 자기 관점이 있잖소? 저는 나이는 어려도 총명하고 똑똑하다고 보오. 내 어찌 자기 색시를 업신겨기겠소.”
    류려평은 종호 귀를 비틀면서 위협했다.
    “흥, 날 업신여기고 내 말을 잘 듣기만 해 봐라. 이 호랑이 꽉 물어 죽여 치운다. 알아?"
    "아이고, 호랑이 무서워 어쩌지?"
    "우리 류씨 그리 헐한가 해? 우린 한고조 류방의 후대란 말이야. 시내에 한다하는 우리 류씨 종친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류씨 로지심, 무송, 리규, 별의별 호한이 다 있어. 은행 행장 하는 우리 큰 집 류덕재 오빠랑 널 가만 놔둘 거 같아? 까딱 다른 마음 먹기만 해봐. 넌 죽는다, 죽어! 알만해?”
    종호는 재차 속이 섬찍해났다. 그는 류려평이 지금 무슨 얼음장을 놓는지 그 의미를 완전히는 다 몰랐다. 그저 사랑해달라고 사전에 엄포를 놓는 것이라고만 여겼다.
    류려평은 업혀가면서 종호를 얼리고 닥쳤다.
    "우리 아빠한테 없는게 없어. 돈이 수요되면 돈, 권력이 필요하면 권력, 없는게 없어. 黑道,白道 都能干,알았어?"
    류려평은 종호 머리를 쥐어 비트는 시늉까지 했다.
    "날 의심하거나 울리기만 해 봐라. 우리 아빠 널 신문사에서 당장 쫓아낼 수도 있어. 네놈 전도를 풍비박산나게 망쳐놓을 수도 있어. 목을 비틀어 머리를 잘라 걷어찰줄도 알아라. 알만 해? ”
    “그래, 호랑이 색시 위협 참 무섭구나. 내 어째 자기 색시 말을 안 듣겠어? 서로 믿고 살아야지. 어째 서로 의심하고 반목하겠어.”
    “호호호. 그래야지. 내 말을 고분고분 들어야 꿀맛을 볼 수 있어. 안 그럼 양재물 한사발 타서 먹여버릴 거야.”
    류려평은 종호 가슴을 꽉 껴안으며 너부죽한 잔등에 얼굴에 가져다 댔다.
    종호가 류려평을 업고 힘겹게 산 절벽굽인돌이를 돌자 땅거미가 어둑어둑 지기 시작하였다.
    “아이고, 왜 이리 멀어? 세상에 사람이 못 살 시골이야. 이 울퉁불퉁한 길을 봐. 어떻게 자전거를 타고 가? 정신 있니? 종호, 넌 울 아빠 덕분에 이런 시골에서 헤여나와 신문사 기자로 됐어. 울 아빠 은덕을 잊으면 안돼. 그만큼 날 잘해 줘야 해. 알만해?”
    종호는 진심으로 말했다.
   “알았어. 최선을 다 할게.”
    류려평은 종호 잔등에서 어린 애처럼 떼를 쓰며 비난사정했다.
   “해지면 난 무서워 못 가? 우리 후에 다시 오자. 집으로 돌아가자.”.
    “안돼. 지금 숱한 친척들이 우릴 기다려.”
    종호는 딱 잡아뗐다.
   류려평이 죽는 소릴 치며 흥얼거리자 뒤이어 안되겠다 싶어 슬슬 얼렸다.
    “이젠 거의 왔어. 저기 저 늙은 비술나무 있는데까지 가면 우리 마을이 나타나.”
    류려평은 저 멀리 서 있는 늙은 비술나무를 바라보며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시골창인줄 알았으면 우리 아빠 관광국 차에 올 걸 그랬어. 어째 아빠하구 제대로 말하잖았어? 응?”
  종호는 웃으면서 얼렸다.
   “에이고. 우린 어려서부터 영화 보러 시내에 가도 두 다리로 걸어서 다녔단 말이오.”
   “허나 난 시내 콩크리트길바닥들 다니던 여자애 돼서 이런 길 안된단 말이야. 어째 색시 생각은 꼬물만치도 안 했어? 에이고, 이런 바보 믿고 어떻게 한평생 살아?”
   “우리 이렇게 걸어서야 언제 가? 어둡기 전에 내려서 자전거를 타고 가자.
   종호는 끝내 류려평을 얼려가지고 저전거를 타고 땅거미를 밟으면서 간신히 집에 도착했다.
 
   종호는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잊을 수 없는 사돈보기 하던 날 밤 일을 떠올리면서 도리머리질 절레절레 했다.
    사돈보기 하는 날 밤에 오락을 다 놀고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을 다 보내고  종호는 어둠컴컴한 고방에 들어갔다.
   류려평은 너무나도 피곤해 아무 소리도 못하고 깜깜한 고방에 시누이 만순과 함께 누워 있었다. 그런데 종호가 들어올 때 거의 돼 만순은 살며시 고방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그러다나니 류려평은 어두운 고방에 홀로 쓰러져 선잠에 곯아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살풋이 잠들었댔다. 종호가 고방에 들어와 어둠 속에서 손으로 자기 몸을 더듬어서야 그녀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종호는 류려평을 사르르 되눕혀 놓고 가슴에 손을 넣어 뭉글뭉글한 젖무덤을 매만지면서 나직이 귀속말을 했다.
  “우리 행복하게 살아 볼가?”
  "시누인 어데 갔소?"
  "어째 시누이 보초 세우겠소?"
  "너네 짜고 들었어?"
   류려평은 시누이마저 없는 것을 보고 고방에서 종호한테 당해 자기가 숫처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날가봐 조마조마했고 저으기 불안해났다.
    (이 걸 어쩌나? 올게 끝내 오고 말았구나. 안 돼.)
    류려평은 당황해 두 손으로 종호를 마구 떠밀었다.
    “왜 이래?”
    종호는 류려평의 손을 뿌리쳤다.
     류려평은 종호의 귀에 대고 애원하듯 귀속말을 계속 했다.
    “우린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어떻게 그래오?"
    "헛소리치지 말아. 사돈보기도 결혼과 한가지야. 너네 한족들은 우리 사돈보기를 작은 결혼이라고 하지 않니?"
    "그래도 그렇지. 숱한 보초군들이 앞방 아래방 사처에 있는데 그만 두자. 이제 우리 집에 가서 다시 보자. 난 오늘 여기까지 살아 온 것만 해도 다행이야. 다리를 쳐들 맥도 없어. 몸이 불편한데 좀 봐달라고. 응?”
    그러나 종호는 정욕이 숫구멍까지 치밀어 올라 류려평을 놔주지 않았다.
    류려평은 속으로 자기가 숫처녀가 아닌 것이 너무나도 일찌기 발각될가 봐 겁났고 불안했다.
    그러나 성난 사자 같은 종호의 손은 벌써 하신으로 마구 침략해왔다. 팬티를 쭉 벗기는 순간 류려평은 두다리를 버둑거리다가 맥없이 쭉 펴고 말았다. 종호의 우악한 두 손이 그녀의 야들야들한 허벅다리를 꾹꾹 눌렀다.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모든 걸 자포자기하고 말았다. 자기 연약한 몸으로, 아녀자 힘으로는 종호의 강렬한 성난 사자 같은 욕망을 말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에이고, 될대로 돼라. 언제든지 한번은 이 고비를 넘겨야 할 판인데. 정조를 잃은 걸 들키면 말라지. 그저 시골 조선족농민 집 며느리 안 되겠지. 내 인물체격에 어데 시집 못 가겠니?)
     그녀의 눈 앞에는 처음 마구 달려들던 류덕재 말상이 떠올랐다. 그는 괴로워 도리머리질 하면서 쓸쓸한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오빠, 이걸 어쩌오? 난 꼬리빵즈한테 당하고 있는데. 오빠는 지금 어느 하늘 아래서 또 어떤 녀자를 끌어안고 자고 있소? 날 좀 구해달라.)
    종호의 달아오른 몸이 속살을 침범하는 순간 띠끔띠끔 아파났다.
    "아가!"
    류려평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종호는 황급히 손으로 류려평의 입을 틀어막았다.
    어두운 고방에서는 류려평의 신음소리 간간히 들렸다.
    그런데 어둑시그레한 방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종호가 야수처럼 너무 저돌적으로 덤벼들어  그랬을까?
    사돈보기 하던 그 날 밤 첫 회합에 글쎄 류려평의 하신에서 뻘건 피 터진 것이 아니겠는가.
    류려평에게는 천만다행이었다.
    첫 회합에서 요대기에 수놓은 아름다움 빨간 매화꽃은 정조를 잃은 가짜 숫처녀의 정체를 어둠 속으로 가려주었다. 그 독버슷 같은 뻘건 매화꽃은 이후에 그녀가 숫처녀라고 궤변을 부릴 좋은 방패막이로 되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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