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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18) 경성 힘장사 김장혁
2024년 02월 18일 11시 49분  조회:721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제3장 운주동
 
 
 
                   1. 경성 힘장사
 
 
 
       어느 날 하늘에서는 거위털 같은 함박눈이 푸실푸실 내렸다. 사냥하기 젤 나쁜 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칠은 생계를 유지하려고 말을 타고 눈길을 헤치면서 사냥 길에 나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의 앞길에 무슨 공포 뭉텅이가 퉁 떨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사냥길이었다.
    글쎄 운이 좋으면 꽃사슴이나 잡을 수도 있으련만. 성칠의 눈 앞에서는 희망이 아물거리며 유혹했다.
      "쨔!"
      성칠은 채찍으로 말 잔등을 탁 치고 달려나갔다. 
     저 뒤 마을 동구 밖에서 하옥과 은녀가 오도카니 서서 푸실푸실 쏟아지는 눈발 속을 헤집고 멀어져가는 성칠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가련하게 서 있었다. 
     검둥이는 여느 때처럼 앞에서 코로 킹킹 냄새를 맡으면서 달려 나갔다.
     성칠은 재수 없어 명천군 산골에서 박달령까지 넘으면서 고생했건만 토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성칠은 한길수가 은녀를 빼앗아 갈 예산을 하는 눈치가 보이는지라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는 그럭저럭 꿩 사냥이나 하면서 들어 가다나니 명천의 원시림도 벗어나고 경성군 주을면의 어떤 눈 덮인 산기슭에 이르렀다. 명천의 산보다는 달리 잔나무가 우거졌을 뿐이었다.
     그때 웬 중년사나이가 애들 둘을 데리고 무릎이 펑펑 빠지는 산기슭으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사냥군인가?)
     산에서 젤 두려운게  야수보다도 사람을, 특히 사냥군을 만나는 것이다. 
    순간 성칠은 총가목을 으스러지게 쥐고 경계의 눈초리 꼿꼿해졌다. 그런데 중년사나이와 애들은 손에는 총도 없이 빈 손이 아닌가?
     (그럼 나무군인가?)
    그런데 손에 낫도 도끼도 들지 않고 맨 바 줄만 어깨에 메고 터벅터벅 올라오고 있지 않는가.
    그 사내는 산 속의 나무들을 둘러보더니 어깨의 바줄을 벗어 애들에게 건네주었다. 뒤이어 그 사내는 팔뚝만하고 대여섯 길만큼 한 나무를 손으로 잡고 “윽!” 하고 어깨로 떠밀어서 툭 끊는 것이었다.
     애들이 나무를 척척 모아 놓고 바 줄로 꿍꿍 묶어놓는 것이었다.
      (정말 괴력을 가진 힘장사구나.)
     칠성은 말에서 내려 말고삐를 잡고 스적스적 다가가면서 인사를 건네었다.
     “여보시오. 과연 힘장사구먼. 도끼도 쓰지 않고 이 실한 나무를 어깨로 툭툭 끊다니. 쯧쯧쯧.”
     성칠은 혀를 끌끌 찼다.
     그 사내는 손을 마주 툭툭 쳐서 눈을 털면서 성칠과 적토마를 엇갈아보면서 말했다.
       “어데서 온 양반인지는 모르겠소만. 우린 대대로 이 지방에서 살면서 도끼를 쓸 줄 모르고 땔나무를 했다오.”
      성칠은 그 사내를 우러러보며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알고 지내기오. 난 명천군 상우남면 운주동의 사냥꾼 김성칠이오.”
      그 사내는 통쾌하게 대답했다.
      “경성군 주을면 용천동 리원삼이오. 이 애들은 내 맏이 장활과 둘째 장은이오. 얘들아, 어서 인사해라.”
      애들은 낯선 성칠을 힐끔 쳐다보더니 어색하게 그저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리원삼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시골에서 자란 애들이라서 수줍음을 많이 타 인사할 줄을 잘 모르오.”
     성칠은 저 산 아래 바라보이는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물었다.
    “여기 멧돼지나 호랑이 같은 큰 야수들이 출몰하지 않소?”
     리원삼은 도리머리를 홰홰 저으면서 넉두리처럼 중얼거렸다.
     “여긴 멧돼지랑 호랑이랑 많소. 여름과 가을 한철에는 그 놈의 멧돼지하구 곰 성화로 감자농사와 옥수수농사를 망쳐먹는 때가 많소. 그런데 온 마을에 사냥총 한 자루 없으니 그 놈들을 어디 당해내겠소?”
     성칠은 머리를 끄덕였다.
     이때 원삼은 성칠의 아래위를 살펴보더니 뒤말을 이었다.
     “이보시요. 먼 곳에서 왔는데. 자, 누추한 대로 우리 집으로 가서 토장국이나 먹고 사냥을 하오.”
     성칠은 그러지 않아도 언 주먹밥을 먹고 눈보라를 무릅쓰고 헤매느라고 시장기가 들었다. 그리하여 리원삼의 집에 가서 잠간 쉬고 싶었다. 황차 황소처럼 우람지게 생긴 리원삼이가 사내대장부 같아 마음에 들었다.
     “그러기요.”
      리원삼은 어깨로 사발 밑굽 같은 나무 몇 대를 더 떠밀어 툭툭 끊어 큰애의 손에서 바 줄을 받아쥐어 대여섯 대씩 묶어 두 단을 만들었다.
     이때 둘째 장은이가 손에 눈덩이를 쥐여 형 장활에게 뿌렸다. 면바로 장활의 낯에 맞아 눈만 팬들거렸다.
    “이 새끼, 어디 덤벼봐라.”
      맏이는 동생에게 연속 눈을 쥐여 뿌렸다.
      “그만두지 못하겠니?”
      원삼이 눈을 뚝 부릅뜨자 애들은 그제야 머리를 수굿하면서 손에 쥐였던 눈을 버리고 손을 톡톡 털었다. 그리고 땔나무 하나씩 골라잡고 산 아래로 끌고 내려갈 잡도리를 하는 것이었다.
      성칠은 원삼에게 권고했다.
      “나무 단을 말 잔등에 싣고 가기요.”
     그러나 원삼은 사양했다.
      “아니, 그만두오. 산에서 말보다 내 어깨가 낫소.”
     성칠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때 원삼은 긴 머리 태를 목에 몇 번 감고 손바닥에 침을 퉤퉤 뱉어 비볐다. 뒤이어  그 큰 나무 단을 두개나 “엇차!” 소리와 함께 단번에 오른쪽 어깨에 척 둘러메고 산 아래로 발길을 돌렸다.
    “가기오.”
    성칠은 입이 함박만큼 딱 벌어졌다.
    “아니, 그러지 말고 내 말 배때에 한단씩 달아매면 되오. 저 죄꼬만 애들이 어떻게 나무를 끌고 간다고 그러오.”
    원삼은 머리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일없소. 그 애들도 어려서부터 나무를 끌고 내려가 놔서 괜찮소.”
    원삼은 나무단을 두 단이나 메고 눈 덮인 산비탈에서 성큼성큼 걸어 내려갔다.
     성칠도 힘을 꽤나 썼지만 원삼의 로지심 같은 괴력에 저으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나무단을 메고 눈 덮인 산비탈을 평지를 걷듯 내려가는 원삼의 억대우 같은 뒤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애들이 끌고 내려가는 나무 두대를 바로 묶어 말안장에 매여 끌고 원삼을 따라 산 아래로 내려갔다. 검둥이는 버릇처럼 성칠의 앞에서 귀 벌쭉해서 달려 나갔다.
     원삼은 중도에서 한 번도 숨도 돌리지 않고 산기슭까지 내려가 한 헐고 낮은 초가집 울안에 들어가 나무단을 쾅 메쳤다.
      그는 뒤에서 말에 나무 두 대를 매 끌고 오는 성칠과 두 아들을 돌아보았다.
        “에이, 사람도 끝내 말로 끌고 오네.”
       성칠이 울안에 들어섰을 때 집안에서 키가 작달막한 중년여인이 나왔다.
      “인사하오. 명천군 영월동에서 온 사냥꾼 김성칠이오.”
      “반갑습구마.”
      원삼의 아내는 허리를 굽혀 함경도 말로 인사하고는 집안에 들어가더니 부엌에 내려가 불을 일구고 솥을 부시였다.
      성칠은 적토마 배때에 걸어놓았던 그물주머니에서 꿩 두 마리를 꺼내 들여갔다.
     “자, 사냥을 많이 하지 못하였소. 이걸 끓여 먹기오.”
     “야, 양양 맛있다. 꿩고기 맛있다.”
     “양양 맛있다. 오래오래 맛있다.”
     애들은 알락달락한 꿩을 보자 퐁퐁 뛰면서 노래를 불렀다.
     “아니, 이 눈 덮인 산속에서 헤매면서 잡은걸 주다니. 참, 자넨 빈손으로 집에 가겠소?”
      “근심하지 마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사냥하면 될게 아니겠소.”
      원삼은 마지못해 꿩 두 마리를 받아 아내한테 주었다.
      그러자 묵직한 꿩 두 마리를 받은 원삼의 아내는 “아니, 두 마리나!” 하고 여간 감탄해마지 않았다.
       성칠은 사냥총을 들고 집안에 들어가 벽에 기대 세워놓고 원삼과 마주 좌석을 정해 앉았다.
      원삼이가 털모자를 벗자 고슬고슬한 양머리가 드러났다. 원삼의 양머리라든가 툭 튀어나온 이마아래 쑥 꺼져 들어간 눈이 사내내장부의 매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나이에 비해 때 이르게 이마에 패인 밭고랑 같은 주름살이 지지 않았겠는가. 그 주름살은 풍상고초를 겪으면서 살아온 원삼의 흘러간 인생길을 보여주는 상 싶었다.
       원삼의 아내가 꿩 깃털을 한대씩 뽑아주자 애들은 좋다고 깃털을 기발처럼 쳐들고 밖으로 뛰어나가 깡충깡충 뛰놀았다.
      성칠이 집안을 둘러보니 서발막대기를 휘둘러도 걸칠 것이 없었다. 덕 우에 놓인 함지와 조왕 쪽에 반지르르한 쌀독 몇 개, 벽 쪽에 놓인 농짝 두개밖에 눈에 뜨이는 것이 없었다. 까래는 따닥따닥 기워 볼품없었다.
     “이 마을에 모두 몇 호 살고 있소?”
       성칠의 물음에 원삼은 곰방대에 담배를 쑤셔 넣고 불을 붙이면서 대답했다.
      “한 십여 호 사오. 내 춘삼 맏형님과 인삼 둘째형님, 무삼 동생도 이 마을에서 사오. 우리 집안은 몇 대를 이어 이 골 안에서 살아왔소. 그런데 죽물이나 겨우 먹는 신세요.”
       성칠은 집안 살림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아까 들으니 강냉이농사나 감자 농사를 믿고 사는 거 같은데 곰과 멧돼지 성화에 어떻게 살겠소?”
     원삼은 가래짝 같은 손으로 무릎 우에 떨어진 담배 재를 털면서 한숨부터 내 쉬었다.
     “살기 어렵소. 황무지를 일궈 강냉이하구 감자를 심어먹고 몇 십리 동쪽으로 나가서 동해바다에서 물고기나 잡아 먹고 살지. 그런데 여름과 가을에는 정말 그 놈 곰 멧돼지 성황에 강냉이 밭과 감자밭이 절단 난단 말이오. 하도 산에 나무가 많아서 땔나무걱정은 하지 않지만 이 골안에서 살기 힘드오..”
      성칠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술이 서너 순배 돌자 원삼은 우묵한 눈을 슴벅이면서 성칠을 보고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초면강산이지만 부탁 하나 해도 되겠소?”
     “무슨 부탁이 있으면 말하오.”
      원삼은 이런 말을 꺼냈다.
      “명년 여름이나 가을에 우리 여기 와서 멧돼지하구 곰 사냥을 해주오. 그 놈의 멧돼지하구 곰 성화에 어디 감자하구 강냉이 농사를 해먹고 살겠소?”
      성칠은 두 말 않고 서슴없이 대답했다.
      "알았소. 꼭 오지."
      원삼은 희쭉 웃으면서 술잔을 쳐들었다.
      "감사하오. 자, 한잔 쭉 들기오."
     성칠은 한장 굽내고 술잔을 밥상에 놓았다.
     원삼은 껌정눈을 슴벅이면서 성칠한테 물었다.
     “손님네 명천은 그래도 우리 여기보다는 살기 괜찮지 않소?”
     성칠은 한숨을 후- 내쉬었다.
     “우리 거기도 한가지오. 밭이 몇 무 안되는데 그것도 한길수라는 지주네 땅을 붙이는 게요. 소작료를 내고나면 멀건 죽물도 마시기 힘드오. 그래서 나는 일년 사지장철 사냥을 하느라고 산에서 헤매오. 사냥을 하는 게 농사를 짓는 것만 퍽 나으니까.”
       그들은 살림살이 말을 하다나니 마주 앉아 한숨만 푸푸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성칠은 부엌의 솥에서 쌕 김이 쌕 뿜겨 나오는 것을 보자 배를 굶어온 적토마와 검둥이가 생각났다.
     “아차, 깜짝 잊었구먼. 집에 말먹이풀이 좀 없소? 벼 짚이라도 좋소.”
     그러자 원삼은 구척 같은 몸을 움쭐 일으켰다.
     “있소. 사냥꾼이 말을 굶겨서야 안 되지.”
      성칠은 원삼을 따라 나가 벼짚을 한 아름 안아다가 작두에 썩썩 썰어서 외양간의 암소와 함께 말을 먹였다.
      뒤이어 그들이 되들어왔을 때에는 구들복판에 꿩고기국과 막걸리동이 한동이 더 올랐다…
     그날 성칠은 원삼과 함께 꿩고기를 안주하여 권커니 작커니 하면서 막걸리를 두 동이나 마시였다. 원삼 일가도 성칠의 덕에 꿩국을 실컷 먹었다.
     점심상을 물리자 성칠은 원삼이부부가 말리는 것도 마다하고 말을 타고 사냥 길에 다시 올랐다.
      하늘이 무너졌는지, 함박눈이 앞을 가리지 못할 지경으로 수림에 무너져내렸다. 검둥이는 킹킹 거리면서 앞에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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