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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6권 91 김장혁
2023년 05월 13일 09시 15분  조회:1389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91. 자유와 참사랑의 신이여

철조망이 촘촘히 박힌 높다란 재빛벽돌담장을 두른 감옥, 재빛토성 네귀의 초소에서 법경이 총가목을 쥐고 경각성 높이 사위를 둘러보며 보초를 서고 있다.

희미한 해빛 몇가닥이 간신히 비껴드는 어둠침침한 감방에 번대머리가 차디찬 벽에 기대 앉아 있다.

"빨리 죽여라! 개새끼들아, 난 성자유를 위해 싸우다가 죽는다.죽어도 자유남신이 될 거다. 졸혼의 샛별이 될 거야!씨,"

그때 몇간 건나 독감방에에서 욕설이 쏟아져나왔다.

날강도,사형수 허병칠의 목소리다. 

허병칠의 옆방에서 오정룡은 코웃음쳤다.

“흥, 죽어 신이 되면 뭘 한다고 저래?”

오정룡은 공상국 부패분자 오청룡 국장의 동생인데 숱한 녀성들을 강간하고 살해하였으며 날강도질하다가 로씨야에서 인터폴에 나포돼 국내에 인도됐던 것이다.

사형을 앞둔 오정룡은 감방에 힌들 들어누워 수음을 하며 강간하던 녀성들을 떠올렸다.

그의 머리 속에 젤 인상깊은 일은 망아산 소나무숲 속에서 동료강도들과 함께 쇠파이프로 정호를 까눕히고 가무단의 림하영을 륜간하던 일이다.

(오호,가수 림하영,얼마나 예뻤는가.)

오정룡은 림하영의 우유빛 허벅다리와 엉덩이를 떠올리자 그것이 꿋꿋이 머리를 쳐들었다. 사람은 당장 죽게 돼도 그것만은 본능인가. 괴춤을 내리고 그걸 쥐여 손놀림을 빨리 했다. 끝내 걸죽한 옥수수죽 같은 걸 내쏘며 신음했다.생명의 마지막 순간,마지막으로 쾌감을 느끼고 맥없이 손을 스르르 놓으며 눈을 스르르 감았다.

"날강도, 살인범 오정룡, 나와!"

오정룡은 질겁해 몸을 옹송그리더니 뒤로 앉은걸음을 비실비실 하며 중얼거렸다.

“안가겠다.왜 죽으러 가겠니?"

쇠살창문이 절커덩 열렸다. 

법경 서넛이 우르르 쓸어들어와 독수리가 병아리 덮치듯이 오정룡의 팔을 붙잡아 끌고 나갔다.

사형장은 감옥과 별로 멀지 않은 화장터 토성 밖에 있었다. 재빛단층건물에 들어서자 침대 하나가 놓여 있었다.

법경은 오정룡의 신분을 확인한 후 호령했다.

"침대에 누워!"

그러나 오정룡은 도살장에 끌려들어가는 소처럼 퉁사발눈을 부릅뜨고 뒤걸음질쳤다.

"싫어!죽기 싫어!"

"이 놈 눕지 못해?!"

법경들이 덮쳐들어 오정룡을 침대에 쓰러눕히고 네각을 바줄로 꽁꽁 묶었다. 오정룡은 별 욕설을 다 퍼부었다.

녀법경이 주사바늘을 정맥에 꽂고 안락사주사기계 단추를 눌렀다. 

오정룡은 30초도 지나지 않아 까딱하지 못했다. 한때 망아산 수림 속을 누비며 강간, 략탈, 살인을 일삼던 날강도 오정룡은 끝내 처단되였다.  

오정룡에 뒤이어 살인범,부패부장 허병칠도 사형당했다.허병칠은 직권을 빌어 림하영 등 숱한 녀학생들한테서 돈과 성 착취를 했고 자기 부패한 죄행을 덮어감추려고 정희를 도끼로 머리를 찍어 처참하게 살해했던 것이다.  

허병칠은 사형장에서 침대에 사지를 꽁꽁 묶여 까딱 할 수 없게 되자 세상이 보기 싫어 눈을 스르르 감았다.

저승사자가 죽음을 재촉하는 북소리 어디선가 울렸다.온통 잿빛벽돌이 쳐다보였다.

법경이 허병칠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없는가?"

허병칠은 눈을 스르르 감더니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띄염띄염 말했다.

"새는 먹이를 위해 죽는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은 먹이를 너무 탐내지 말아야 한다. 당간들한테 전해달라.공걸 훌훌 받아넣지 말고 법을 지키면서 사는게 젤 행복하다고.난 후회없이 살았다. 이쁜 림하영이랑 숱한 미녀대생들을 데리고 실컷 살았기에 후회없다. 한이... "

말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안락주사약이 정맥으로 흘러들어 목숨을 거둬갔다.

정호는 법률학습시간에 허병칠이 사형 직전에 남긴 말을 법경에게서 듣고 머리를 끄덕였다.

정호는 감방에 누워 비껴드는 몇가닥의 해빛을 바라보며 끊임없는 속궁리를 굴렸다. 

(저승사자 최혜영을 태평양 무인도 사지에서 구해주고 숱한 부패분자들의 죄행을 적발한 '립공속죄'로 해 나는 죽음은 면했다. 하지만  오정룡이나 허병칠의 끝장과 단지 종이 한장을 두고 있을 뿐이야.저승사자는 어찌 그렇게 몰인정해. 목숨 걸고 구해줬건만 그럴 수가? 쌍불을 켜고 내 죄행을 밑굽까지 파헤쳐 15년 징역살이를 다 하게 한단 말인가?

뜻밖에도 웬 녀성이 면회하러 왔단다.

(누군가?순정인가? 왔다간지 며칠도 안되는데.)

그러나 면회실에 나가 보니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금발미녀 아사꼬가 아니겠는가. 그녀는  남태평양 무인도 해적들의 손에서 자기와 최혜영을 구해낸 미녀로봇이였다.

"안녕하세요? 최국장님,무사히 보냈는가요?"

"아니, 어떻게 돼 여기까지 왔어?"

아사꼬는 금발을 뒤로 쓸어넘기면서 주위를 둘러보면서 앵두입으로 나직이 종알거렸다.

"어때요? 감옥살이 하기 싫은가요? 제가 구해줄가요? 요까짓 쇠살창이야 무슨?"
        아사꼬는 두 손으로 면회실의 쇠살창을 잡아 비틀었다. 그러자 쇠살창이 쭉 벌어졌다.

정호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니,절대 그러지 마. 이제 또다시 법을 어기고 싶잖아."
그러자 아사꼬는 비틀어벌렸던 쇠살창을 제대로  쭉 펴서 바로잡아 맞춰놓았다. 그녀는 도리머리를 잘래잘래 저었다.
      정호는 뒷말을 이었다.

    "혜영 덕분에 감옥에서 무탈하게 잘 보내고 있어.남태평양 무인도겠어? 먹을 근심, 잠자리 근심 없이 무탈하게 보내네."

아사꼬는 머리를 끄덕였다.

"최국장님도 준법교육을 받을만하구만요.무슨 어려운 일 있으면 저한테 말하세요.언제든지 도와줄게요."

아사꼬는 기실 문걸한테서 태평양 무인도에서해적들의 손에 혜영이 걸려들었다는 기별을  듣고 망망한 바다를 날아가 혜영과 정호를 구해냈던 것이다.정호는 아사꼬한테서 문걸이 보내서 아사꼬가 구하러 오게 된 사연을 듣고 속으로 놀랐다. 문걸의 깊은 죽마고우정이랄가, 인도주의 정신이랄가, 가슴깊이 맞혀왔다.

아사꼬가 떠나간 후 정호는 감방에 들어누워 눈을 스르르 감았다. 순간 공포의 파도가 덮쳐오는 망망한 남태평양의 무인도에서 벌어진 일이 눈 앞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정호는 해적들의 몰사격을 당할 수 없어 칼을 버리고 해안가 절벽에서 바다에 풍덩 뛰여들었다.

푱! 푱! 푱!

무수한 총알이 바다물 속에서 그의 머리를 스쳐지나가며 죽음의 노래를 불렀다.

정호는 바다 복판으로 헤염쳐나가지 않고 잠수해 절벽 밑에 헤여가 들쑥날쑥한 바위돌에 딱 붙어 있었다.하영이랑 데리고 대학가 수영장에 다니면서 수영을 한 덕에 파도 세찬 바다에서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해적들은 한참 바다물에 헛총질하다가 뭐라고 씨벌이더니 혜영을 끌고 소굴로 떠나가버렸다.

정호는 사선에서 벗어나자 다  혜영이 해적들한테 잡혀간 걸 떠올랐다. 아직도 혜영이 구해달라고 애원하던 고함소리 귀전을 아프게 때렸다.
      정호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또 한편으로는 자기를 나포하려고 미쳐날뛰던 혜영이 해적들한테 살해당하면 모든 것이 끝날게 아닌가는 생각도 떠올랐다.그러나 그는 인차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돼, 절대 혜영을 해적들 손에 죽게 놔둘 순 없어. 날 잡으려고 쫓아온 건 괘씸하지만 한 고향  녀성인데. 꼭 구해야 한다.그런데 맨손으로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검푸른 공포의 파도가 덮쳐와 해안가 바위돌을 처절썩 들부시고 허연 물보라를 일궜다. 배가 촐촐해나면서 허기났다.

파다닥 파다닥

정호가 여겨보니 바위돌 틈에 손바닥만한 물고기가 파닥거리며 끼어 있지 않겠는가. 파도에 밀려왔다가 바위에 부딪쳐 끼워 미처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물고기였다. 정호는 손을 홱 날려 제꺽 물고기를 붙잡아 우두둑 우두둑 뜯어 질근질근 씹어 넘겼다. 그러나 허기를 달래긴 역부족이였다.    

정호는 해안가 바위틈에 손가락을 박으며 한걸음한걸음 간신히 절벽을 기어올라갔다. 절벽 돌틈에 비수가 있잖겠는가. 분명 그가 해적들의 총알을 피해 바다에 뛰여들 때 버린 비수였다.

(혜영을 구해야지.)

정호는 비수를 쥐자 혜영을 구할 신심이 솟구쳐올랐다. 그는 손으로 비수날을 닦아 달빛을 빌어 서슬푸른 칼날을 훑어보면서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서슬푸른 비수를 들고 달빛을 빌어 수풀 속을 헤치며 절벽을 타고 협곡의 해적들의 소굴로 한발작한발작 더듬어 나갔다.

한식경이 지나 정호는 천신만고 끝에 해적들의 소굴에 접근했다. 그가 수풀을 헤치고 희미한 등불빛이 비낀 자연석굴을 들여다보았다. 떠들썩하는 자연석굴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글쎄 반라체 혜영은 해적놈들한테 집단륜간당하고 있지 않겠는가!
        혜영은 해적들한테 깔린 채 개 목을 다는 비명소리를 질러대며 대성통곡치고 욕해댔다.

"짐승 같은 개놈새끼들, 어디 죽어봐라!"

정호는 비수를 빼들고 자연석굴로 덮쳐나가려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잠간!"

갑자기 머리 뒤 하늘공중에서 들리는 웬 녀인의 목소리,

정호가 머리를 홱 돌려보니 달밤에 하늘에서 웬 금발녀인이 수풀에 날아내리지 않겠는가.

"누구야?"

금발미녀는 식지로 정호 입을 막았다.

"쉿-"

그녀는 나직이 말했다.

"미녀로봇 아사꼰데요.문걸선생이 보내서 왔어요. 혼자 어떻게 숱한 해적들을 당한다고 그래요?"
       순간 정호는 저도 몰래 문걸의 의리심에 감동을 먹었다.
        (생사선에서 헤맬 때 그래도 문걸이구나, 아주 속이 깊은 놈이구나. 아직도 날 절친으로 보는가? 네 안해를 빼앗고 짓밟은 량심도 없는 놈인데.)

정호는 아사꼬의 손을 뿌리치며 앞으로 나가려고 했다.

"혜영이 해적들한테 륜간당하는 걸 어떻게 가만놔두오. 목숨 걸고라도 구해야지."

아사꼬는 정호의 팔을 붙잡았다.

"헤덤비지 말아요. 내 말 좀 들어요. 이제 해 밝으면 저 놈들이 또 강도질하러 바다로 나갈 겁니다.그때 우리 혜영을 구하는게 상책입니다."

정호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아사꼬와 함께 절벽 수풀 속에 납짝 엎드려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지루한 시간이 공포와 함께 천천히 흘러지나갔다.

 하늘이 서서히 푸름히 밝아왔다. 남태평양은 북반구와는 달리 동북쪽 바다에서 해가 불쑥 뜨더니 북쪽하늘에 서서히 걸려 있는 것이였다.

아사꼬 말처럼 해적들은 해적선을 부르릉부르릉 발동을 걸더니 바다로 나갔다. 석굴 주변을 둘러보니 몇몇 해적들이 보초를 서고 있을 뿐이였다.

아사꼬는 옆에 엎뎌 있는 정호를 돌아보며 나직이 말했다.

"강공을 해선 안돼요.지혜롭게 구출해야죠.내 먼저 자연석굴에 접근해 보초병 놈들을 해치우면 그때 쳐들어 오세요."

정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아사꼬는 적수공권으로 자연석굴로 스적스적 걸어나갔다.

해적들은 아마 서라고 꽥 고함치는 것 같았다.

아사꼬는 해쭉해쭉 웃으며 두 손을 쳐들고 주춤 멈춰섰다.

해적들은 꿈처럼 무인도에 나타난 금발미녀를 보자 총을 거두고 덮쳐들었다.

그런데 저게 뭐야?

아사꼬는 불시에 허망 날아나가며 발길을 날려 보초병을 쓰러눕혔다.그녀는 어데서 그런 힘이 생겼는지  섬약한 손으로 한놈을 허망 들어 태를 쳐놓았다. 나머지 보초병놈은 총을 갈겼다. 아사꼬는 하늘로 씽 날아올랐다.그는 슈퍼맨처럼 씽-씽 -날아나가며 보초병의 목을 잡아 비틀어 줴뿌렸다.

쿵!

보초병놈의 대가리 바위돌에 부딪혀 서리맞은 박대가리처럼 우글어들었다.

그때 정호도 비수를 빼들고 자연석굴로 덮쳐내려갔다.그는 아사꼬한테 채워 쓰러진 보초병놈들을 비수로 푹푹 찍어 숨을 거둬버렸다.

온 밤 혜영과 녀성들을 륜간하고 곤하게 자빠져 자던 해적 두목은 바깥이 소란스러워 눈을 번쩍 떴다.그는 바깥 뜻밖의 정경에 질겁해 선불 맞은 노루처럼 자연석굴에서 빠져나와 해안가로 도망쳤다.

"어디로 도망쳐!"

아사꼬가 씽 하늘로 솟구쳐 올라 날아갔다. 두목 놈은 하늘공중에 날아오는 미녀한테 권총을 휘둘렀다. 

푱! 푱!

총알이 금발미녀 몸에 맞아 불꽃을 튕겼다.그러나 금발미녀는 끄떡하지 않고 계속 추격해 날아갔다.

질겁한 두목 놈은 권총을 버리고 바다물에 풍덩 뛰여들었다.아사꼬는 하늘로 씽 날아가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두목을 한손으로 붙잡아 씽- 절벽가로 날아가 바위돌에 탕 태를 쳐놓았다.

개 목을 다는 비명소리, 두목놈의 피섞인 뇌장이 바위돌에 더럽게 튕겼다.

정호는 아사꼬와 함께 권총과 자동카빈총 빼들고 자연석굴로 쳐들어갔다.녀성들이 아우성치며 석굴 구석에 숨는다. 해적 두 놈이 총을 쏘며 반격했다. 정호가 련발사격해 두 놈을 쓰러뜨렸다.

"최국장!"

혜영은 정호를 와락 끌어안았다.
      녀성들은 정호를 다른 해적인가고 두려워 흘끔거렸다.
       
      정호가 보니 혜영의 초췌한 몰골은 그제날 언제 위풍이 당당한 현퇀급 검사였는가 의심될 정도. ㅋㅋ. 
     검불이 다닥다닥 붙고 푸시시한 파뿌리머리카락, 독기 빛나던 어글어글한 눈은 어데 가고 정기를 잃은 두 눈, 팔에서 너펄거리는 람루한 와이샤쯔, 가랭이 다 째지고 피 즐벅한 청바지,  너무나 처참한 몰골.
     정호는 해적의 시신에서 군복을 와락와락 벗겨 헤영을 입으라고 주었다. 혜영은 주춤 주저하다가 별 수 없이 한쪽 구석에 가서 해적의 옷을 주섬주섬 주어 입었다. 랍치당해 온 이국 녀성들도 해적들의 시신에 달려들어 옷을 벗겨 입고 반라체를 가리었다.
    옆에서 아사꼬가 거들면서 혜영의 삼검불 같은 머리에 붙은 검불을 뜯어주었다. 

 

아사꼬와 정호는 바다로 나간 해적들이 무인도에 되돌아올가봐 근심됐다. 그들은 혜영 등 녀성들을 구해가지고 재빨리 한 많은 무인도를 떠나야만 했다. 그들은 해적들이 해안가에 정박해뒀던 나머지 해적선에 해적들의 소굴의 금은덩이와 식량, 휘발유를 싣고 무인도를 서서히 떠났다...
     그런데 항해경험이 없는 정호는 그만 지구 남반구에 속하는 남태평양에서는 해가 북반구와는 달리 남쪽에 뜨는게 아니라 북쪽에 뜬다는 걸 몰랐다. 하여 그는 조국이 있는 북으로 간다는 것이 그만 남쪽으로 해적선을 몰고 망망한 바다에서 헤맸다. 설상가상으로 휘발유마저 다 떨어져 해적선은 방향도 없이 표류하였다. 다행히 남태평양의 자그마한 섬나라 경비정이 바다에서 표류하던그들을 구원하였다.
      남태평양 섬나라에서는 정호와 아사꼬가 자기 나라 녀성들을 해적들의 마수에서 구하고 숱한 금은보화를 섬나라에 기부했다고 영웅으로 상대접하였다. 원시마을 추장 같은 자그마한 섬나라 까마잡잡한 딸맹이 국왕은  자기 나라에  남아 해적들을 다 잡아달라고 했다. 그러나 정호와 아사꼬는 황선희를 귀국할 때까지 보필하면서 조국에 돌아왔던 것이다.
      (죽어도 조국의 귀신이 되고 싶었지.)  

정호는 여기까지 생각하자 감방을 둘러보며 저으기 허전하고 쓸쓸한 감이 들었다.    

(혜영이 야속하다, 야속해. 목숨걸고 구해줬건만 대의멸친해 날 15년징역에 구형해 법원에 기소했다.)
     무인도에서 헤영의 옷이 다 해진 져 가슴이 다 훌렁 드러난 걸 보고 정호는 자기 와이샤쯔를 벗어 입혔다. 그런데 석굴에서 해적들한테 륜간당하면서 그 와이샤쯔마저 다 째졌다. 정호와 아사꼬는 해적들을 처단하고 두목의 시신에서 얼룩덜룩한 군복을 벗겨 헤영한테 입혀가지고 해적선에 올라 한많은 남태평양 무인도를 벗어났던 것이다.
(전번에 혀영은 머리도 염색하고 남색검찰복을 척 입고 면회하러 감방에 나타나잖겠어? 파뿌리처럼 허옇고 푸시시한 머리카락, 갈기갈기 찢어진 람루한 와이샤쯔를 입었던 무인도 혜영의 처참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지. 그런데 그게 뭐야? "무인도에서 제 륜간당한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라. 만약 탄로나는 날엔 가만놔두지 않겠다." 진짜 육친도 구명은인도 모르는 저승사자야.) 

 그는 억지로 심리균형을 유지하려고 들었다. 

(그래도 저승사자 덕분에 난 힘든 로동개조는 안하잖는가. 감옥에서 죄수들의 문화과 교원노릇을 하면서 춤도 추고. 이게 내 여생에 인생의 가치를 실현하는겐가? 아, 서글프구나. 내 인생, 참 자유와 성해방을 추구하던 사랑의 유령, 졸혼의 신이 이게 무슨 처지람?원통하다. 원통해. 이젠 하소연할 데도 없어. 또 하소연해 뭘해?) 

얼마 지나지 않아 군철이 면담하러 왔다고 하였다.

면담실에 나가보니 구레나룻이 더부룩한 번대머리가 우멍눈에 뜨거운 눈물범벅이 돼 기다라고 있지 않겠는가.

(딱 나를 떼닮았구나. 저 대머리,우멍눈을 봐라. ㅎㅎ.)

"아버지!태평양 무인도에서 해적들한테까지 붙잡혔다던데 얼마나 고생했겠습니까?어떻게 해적들 손에서 빠져나왔는지 살아오기만 해도 천만다행입니다."

"하느님 안배겠지. 다 아사꼬가 구해준 덕분이야."

정호는 군철에게 태평양 무인도에서 있은 일을 쭉 이야기하고 나서 정색했다.
      그는 아들의 두 손을 꼭 잡고 신신당부했다.

"군철아, 넌 절대 아버지 전철을 밟아선 안돼. 남이 돈뭉치를 줘도 훌훌 받아먹지 말라. 사람은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직권을 빌어 공걸 탐내지 말고 법을 지키면서 사는게 젤 행복하다.나를 봐라. 공걸 훌훌 받아먹구 이게 무슨 꼴이냐?"

그는 한숨을 후 내쉬더니 뒷말을 이었다.

" 졸혼이구 뭐구 다 그만둬라. 졸혼은 비극의 프롤로그, 크라이막스야. 나를 봐라. 졸혼하구 얼마나 숱한 녀성들을 해쳤느냐?네 엄마 영희,이모 순정도 해친게 마음이 아프다. 어디 그뿐이야? 황선희, 나영이, 정희, 임하영이, 미희… 그 외에도 숱한 녀성들을 데리고 질탕하게 놀았지.난 숱한 녀자들을 해쳤다. 나영은 내하구 살아서 임신해서 자살하고 정희는 도끼에 찍혀 죽었어. 하영은 륜간당하고 제명당했지. 하영이 불쌍하다. 황선희랑 하영이랑 너네 회사에 갔다는데 네가 잘 보살펴라. 내 죄과 를 네가 씻어주고 보듬어 줘라. 너네 엄마도 불쌍하다. 한뉘 속을 태우며 살다가 사망했지. 그땐 졸혼하고 미녀들의 육감에 좋아 놀아났지.난 사랑을 일종 유희로 보았다."
     정호는 우멍눈으로 군철을 마주 보며 물었다.
    "문걸이 정신병에 걸렸다더니 어떠냐?"
   "지금 춘희박사랑 옆에서 보살펴서 많이 낫습니다."
   "그래, 문걸은 기실 정신병자 아니야. 아사꼬를 보내 우릴  구한 걸 봐라. 속이 얼만 깊은 사람이냐? 다만 참사랑인지 뭔지 너무 집착하는게 흠이야. 지금 세상에 어디 티없이 맑고 깨끗한 참사랑이 있느냐? 춘향이 사라진지 몇백년인데. 허이구, 참 답답하다. 난 문걸이 주장하는 정신적인 사랑, 전통적인 사랑을 부정하고 나는 육감적인 사랑을 추구했다. 그래서 숱한 녀성들을 몇해에 하나씩 갈아타면서 놀았지. 나는 졸혼하고 가정을 벗어난 자유로운 생활을 추구했지. 순정을 속이고 문걸을 속이고 영희를 데리고 몇십년을 살았어. 지금 생각해보면 숱한 녀성들을 즐기는 것이 참된 사랑이나 락이 아니지.진정한 행복한 사랑은 녀성의 미모나 수량에 있는게 아니야. 한 녀성을 진정으로 깊이, 넓게 사랑하는 사랑이야 말로 진정으로 행복한 사랑이지."

정호는 원래 말수 적었다. 그러나 아들과 말할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서인지, 아니면 군철의 장래가 근심돼서인지 숨돌릴새도 없이 죽 이야기했다.

"얘야, 넌 이젠 절대 졸혼이구 뭐구 그냥 해선 안돼. 아서라.졸혼은 구름처럼 떠돌아다니는 사랑의 유령이야. 졸혼은 구름 속의 허황한 신기루야. 실체가 없이 구름 속에서 숨박곡질하면서 사람들을 괴롭히고 바람결처럼 사라지는 괴물이야. 졸혼은 바람쟁이야. 숱한 사람들을 유혹해 행복한 가정을 파괴하고 떠돌이 사랑유령에 홀리워 환각과도 같은 사랑의 바다에서 떠돌게 하는 방랑객이야. 넌 어서 졸혼 그만두고 리나하구 복혼해 애들을 데리고 행복하게 살아라.그게 사랑의 자유보다 낫고 더 행복해."

군철은 그저 건성으로 머리를 끄덕이면서도 이렇게 되뇌였다.

"아버지, 리나를 지내보지 못해 잘 모르고 하는 말씀입니다. 리나는 싸가지없는 녀잡니다. 양아버지를 어찌나  괄시했는지 양아버진 딱 질색입니다. 자기 먼저 밥을 먹겠는데 양아버지 애를 봐주지 않는다고 뭐라고 욕했는지 압니까? '며느리를 배려할줄도 모르는 바보 령감태기'라고 욕했습니다. 리나는 또 한심하게 탐욕스럽습니다. 이번에 회사에서 아파트를 짓자 직권을 빌어 양아버지와 춘희, 이모를 받아 아파트를 더 타자고 꿍꿍이를 합니다. 얼마나 과욕합니까? 리나는 꼭 이후에 부패분자로 될 위험한 녀자입니다. 애들을 보면 불쌍하지만요. 어떻게 그런 탐욕스럽고 싸가지도 없는 녀자와 삽니까?애들과 내 전도를 망치고 우리 집안을 망치라고 그럽니까?"

사실 리나는 군철이 아파트를 더 챙기려고 하지 않자 끝없이 도도거렸다.

“당대표라는 명예를 위해 그럽니까? 아니면, 더 높은 벼슬자리에 기여오르려고 그러는가요? 그런데 어째 성당위 조직부에서 조직건설처 처장으로 제발시키려 할 땐 가지 않는가요?”

군철은 당시 성당위 조직부의 요구에 따라 성내 대도시 대기업에 돌아다니면서 어떻게 외자기업에서 당조직을 건설했는가는 사적보고를 하였다. 그리하여 성당위 조직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조직처 처장으로 임명됐었다. 그러나 군철은 미국 상무부의 간섭과 압력으로 해 회사와 직원들의 밥통문제가 위기에 처한 시기에 회사를 훌 떠나갈 수 없었던 것이다. 

정호는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그래도 송림과 길림의 에민데 너무 참혹하게 굴지 말라. 손자들이 퍽 보고 싶구나.”

군철은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애들이 크면 데리고 오죠."
"아니야, 내 감옥에서 나가기 전엔 애들을 데리고 오지도 말라. 애들이 할애비 이런 모습 보면 장차 좋찮다."
     군철은 머리를 끄덕였다.
    " 저와 리나 일은 근심하지 마십시오. 제가 아량있게 처리할테니까.졸혼은 글쎄 아버지 말씀처럼 가정을 파괴하고 병주고 약주는 요사한 뺑덕에미죠. 양아버지도 이렇게 인정합디다. 보십시오. 졸혼 때문에 양아버지와 어머니 리혼하고 가정이 깨여지고 얼마나 망신스럽습니까? 아버지도 졸혼 때문에 이모와 리혼하고 이게 뭡니까?"

부자간은 면회실에서 호심탄회하게 소설 같은 인생사, 가정사를 담론하고 사랑과 결혼, 졸혼과 재혼, 가정과 자녀들에 대해 한참이나 이야기하고 혜여졌다.

정호는 면회실에서 돌아서나가는 아들의 넓직한 뒷잔등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그때 한 나이 이슥한 녀검사가 군철을 불러세웠다. 그녀는 군철을 한 사무실에 데리고 가더니 나직이 말했다.
        
        "난 황선희라고 부르오. 최국장 아드임이죠?"
       "예, 무슨 일입니까?"
       황선희는 정색했다.
      " 아버지 옥바라지를 근심하지 말고 회사 일이나 잘 보오."
      "네?"
      뜻밖의 말에 군철은 저으기 놀라 우멍눈을 흡떴다.
      황선희는 인정이 넘치는 어글어글한 눈으로 군철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 최국장은 내 구명은인이오.  내 이제 당장 퇴직하게 되는데 아버지 옥바라지를 도맡겠소."
       군철은 아버지한테서 들은 것과는 달리 황선희 국장검사는 대의멸친하지만 인정과 의리도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후에 황선희가 면회하러 와서 "옥바라지를 도맡겠다."고 하는 말을 하자 정호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뒤이어 정호는 무인도 비극의 어두운 그림자를 채벗어나지 못한 까마잡잡한 황선희 모습을 보고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덕은 쌓은 데로 가고 죄는 지은데로 가는구나. 이게 다 인과보응이지.) 
       정호는 황선희와 헤여진 후 끝없는 상념에 잠겼다.

사랑이란 무엇이고 졸혼이란 무엇인가? 구경 졸혼에 사랑 자유가 있고 인생 자유가 있는 걸가? 졸혼은 왜 이다지도 사람들을 들볶고 속타게 하는 걸가?

정호는 쇠살창을 거머쥐고 흐리멍텅한 밤하늘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아, 자유와 졸혼의 신이여! 그대는 지금 이게 뭡니까?”

그때 하늘에서 문걸의 목소리가 울리는 상 싶었다.    

 “아, 참사랑의 유령이여, 그대는 어데 있는가?”

순간 강남의 안개 자오록한 호수에서 원앙새들이 쌍쌍이 호수물에 떠노닐면서 종알거리지 않겠는가.
       "세상에 순박한 참사랑이 어디 있는가요? 우리 원앙새도 기실 짝꿍이 눈을 피해 가만가만 바람 피우는데요."
        찰나, 어둠침침한 하늘에서 성자유의 람루한 깃발이 졸혼을 걸치고 보기 싫게 펄럭거리며 날아지나가며 콧노래를 흥얼흥얼 부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갑자기 성자유의 유령과 참사랑신이 밤하늘에서 꽝 격돌해 폭발했다. 
       빨갛고 노랗고 파랗고 하얀 별찌가 강남 호수에  퉁퉁  떨어진다.

호수에 강렬한 기포가 일어나고 호수물이 부글부글 끌어번진다. 원앙새들이 어둠침침한 호수에서 암암리에 바람 피우다가 깜짝 놀라 푸드득푸드득 흐리멍텅한 하늘로 풍겨오른다.
      웬 일일가? 
     흐리멍텅한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졌는가?
    거부기들과 게들이 모여왔다. 
    "아니야, 참사랑의 별이야."
"아니야, 전번에 호수에서 건진 뻘건 참사랑의 심장이야." 
     자유와 참사랑에 슴배인 펄떡펄떡 높뛰던 심장이 하늘로 솟아올라 참사랑의 별이 되지 않았던가.
     그 자유와 참사랑의 신이 별찌로 떨어져 호수물 속에서 북극 상공의 
오로라처럼 빨갛고 파란 한줄기 빛이  빛발친다. 백길 물 속에서도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아닌가.
     참사랑의 오라라 찬란한 빛발에 음침한 허위가 산산히 부서지는 순간이다.
    후수에서 시뻘건 번개가 번쩍이며 뻘건 혀로 호수의 잡 것들을 핥아버린다.  천둥소리 하늘땅을 진동하며 호수를 들었다 놓으며  격조 높은 참사랑의 서정시를 폭발시킨다. 
      어둠침침한 호수에서 암암리에 바람 피우며 짹짹거리던 원앙새와 사다새들이 푸드득푸드득 도망간다.
     밤하늘에서 뜨거운 심장으로 연주하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은은히 메아리친다.
    참사랑의 신은 자유와 참사랑 유령마저 사라진 세상에서 살기도 싫었으리라.
"졸혼의 허울을 훌훌 벗겨버리고 참사랑의 한줄기 밝은 빛으로 어지러운 세상을 밝게 비주치라."
    
저게 뭔가?
     아사꼬와 영희, 춘희, 순정이, 하영이, 나영이, 정희 등이 숱한 미녀들이 밤하늘에서 사랑의 유령처럼 너울너울 졸혼원무를 추고 있지 않는가. 
       
     탐욕스런 색마가 쇠살창을 거머쥐고 우멍눈을 뚝 부릅뜨고 미녀들을 노려보며 게춤을 흘리며  버둑질한다. 

    성자유의 람루한 깃발이 철조망을 두른 쇠살창에 걸려 발버둥질친다.

    아, 졸혼의 유령이여! 자유와 참사랑의 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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