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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5권 (68) 김장혁
2023년 03월 20일 10시 02분  조회:1243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졸혼

      제5권

          김장혁

 

            78. 탈출

검푸른 파도가 무섭게 휘파람을 불며 들쓱날쑥한 바위를 들부셔놓고는 병 주고 약 주듯이 넘실거리면서 애무한다. 갈매기들이 집채 같은 파도 위를 날아예며 날개로 자유로운 서정시를 쓴다.

정호와 철석은 쇠사슬에 묶여 두 팔을 뒤짐진 채 경호녀들한테 끌리워 다녔다. 철석은 미희가 식인종 녀악마들한테 살해된 후 우울해졌다. 그는 어떻게 하면 식인녀악마들한테 복수의 칼을 박아주겠는가고 이를 쁙쁙 갈았다.

녀우두머리는 철석의 불찌 티는 눈길을 보고 속심을 진작 다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건장하고 날랜 경호녀를 뽑아 특별히 정호와 철석을 쇠사슬로 두 팔을 뒤짐 지워 묶은 채 끌고 다니게 했다.

녀우두머리는 정호와 철석을 륜번으로 데리고 놀았다. 워낙 성욕이 강한 녀우두머리는 어떤 때는 정호와 철석을 동시에 짐승처럼 유린했다. 

성자유를 그렇게 주장하던 변강쇠 정호도 이젠 성노예노릇을 하기든 진절머리났다.

색마 정호는 처음에는 워낙 변강쇠여서 녀우두머리의 저돌적인 섹스를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서로의 만족을 느끼면서 음양조화가 생기면서 어쩐지 서로 호감이 갔다. 녀우두머리는 심지어 어떤 때는 정호 두 팔의 쇠사슬을 풀고 즐기기도 했다. 물론 경호녀들이 대창과 시퍼런 칼을 들고 한시도 녀우두머리 옆을 떠나지 않고 지켰다.

녀우두머리는 이날도 정호의 쇠사슬을 풀어주고 침대에 들어누워 살진 눈시울을 살풋이 내리깔더니 살뜰한 애무를 기다렸다. 

“좋은 기회야. 개쌍년들을 쳐눕히고 도망치자.”

철석은 정호한테 중얼거렸다.

“안돼.”

정호는 손으로 녀우두머리 축 늘어진 젖가슴을 슬슬 매만져주면서 도리머리를 저었다.

“산굴을 벗어나기 전에 란도질 당할 거야.”

“요 몇이야 내 혼자라도 해치울 수 있어.”

정호는 녀우두머리 검누런 젖가슴을 혀로 핥아주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산굴 밖의 야만인들은 소라나팔 소리만 들으면 순식간에 우릴 포위하고 란도질 할 거야.”

녀우두머리는 우멍한 눈을 번쩍 떴다.

“이 놈들이 뭐라고 지껄여?”

경호녀들이 시퍼런 칼을 정호 목에 들이댔다.

“아니, 도정신해 애무하지 못할가?!”

정호는 뭐라는지 야만녀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다. 그러나 분명 그들이 대화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라는 걸 눈치챘다.

녀우두머리는 황급히 신음소리하면서 하신을 요리곰실 조리곰실 탈았다. 정호는 바삐 녀우두머리의 바빠하는 데부터 막아버렸다.

녀우두머리는 신음소리를 련발하더니 거머리 매달린 것 같은 검푸르고 두툼한 입술을 푸들푸들 떨더니 입을 쫙 벌렸다. 턱마저 점점 쳐들었다.

한참 란장판을 이룬 후 녀우두머리의 신음소리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녀우두머리는 만족됐는 모양이다. 저 꼴을 보소. 정호의 목을 꼭 끌어안고 헤쭉 웃으며 이마에 키스까지 뽁 해주었다. 

정호는 메스꺼워 볼에 묻은 걸죽한 침을 손등으로 쓱 씃었다. 

녀우두머리가 뒤를 둘러보며 뭐라고 호령했다.

경호녀들은 와락 달려들어 정호 두 손을 뒤로 탈고 쇠사슬로 묶어버리고 열쇠를 절컥 채웠다.

녀우두머리는 정호와 철석을 끌고 헤벌쭉거리면서 산굴에서 나갔다. 경호녀들은 시퍼런 칼과 예리한 대창을 들고 성노예 둘을 끌고 해변가로 나갔다.

검푸른 파도가 그들을 집어 삼킬 상 하면서 덮쳐들었다. 어선과 갑판에 묶어놓았던 쾌속정이 파도에 몸부림쳤다. 언제 야만녀들이 어선 위의 쾌속정을 바다에 부리워놓고 동아줄로 어선에 달아매 놓았다. 어선에는 대창과 시퍼런 칼을 들고 왔다 갔다하면서 보초를 서는 몇몇 야만녀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노호하며 덮쳐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녀우두머리는 오히려 두 팔을 쫙 벌리고 뭐라고 고함을 빽 쳤다.

경호녀들도 발로 꺼먼 바위돌을 탕탕 구르며 녀우두머리를 따라 고함쳤다.

그 틈에 정호는 철석을 넌지시 건너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도망치자.”

철석은 머리를 끄덕이며 쇠사슬을 거머쥐며 옆의 경호녀를 노려보았다. 철석의 근육이 울뚝불뚝한 두 팔에서 룡이 꿈틀거렸다.

정호가 녀우두머리를 흘끔흘끔 곁눈질하며 주먹을 으스러지게 쥐였다. 그는 한 발길에 녀우두머리를 바다에 차넣을 챤스를 노렸다. 

그때 녀우두머리가 쾌속정을 가리키면서 뭐라고 지껄였다. 경호녀들이 정호의 쇠사슬을 풀어주더니 쾌속정으로 떠밀었다.  

녀우두머리와 경호녀들도 쾌속정에 올라탔다.

녀우두머리는 정호를 보고 앞을 가리키며 쾌속정을 모는 손시늉을 했다. 쾌속정을 타고 놀 예산인 것 같았다.

정호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잘 됐어. 하느님이 우릴 살려주려는구나.”

그러나 그는 쾌속정을 몰줄은 몰랐다. 그는 녀우두머리를 돌아보고 철석을 가리키면서 몰게 하라고 손시늉했다. 

녀우두머리는 정호를 배에서 밀어내고 철석을 쾌속정에 올라오라고 손짓했다. 아마 둘다 쾌속정에 태우면 신변안전이 위험하다고 여긴 것 같았다.

정호는 고의로 늦장을 부리면서 철석이 쾌속정에 올라왔는데도 내리지 않고 서성거리며 기회를 노렸다. 

철석은 쇠사슬을 풀자 발동을 걸고 쾌속정을 씽- 바다로 몰았다. 

녀우두머리가 뭐라고 고래고래 고함쳤다.

철석은 쾌속정 키를 홱 탈았다. 

“앗!”

경호녀들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대창으로 하늘을 그으며 비틀거렸다. 정호는 맹호처럼 덮쳐나가며 경호녀들을 콱 떠밀었다. 그는 연신 뛰여오르며 원앙새발길을 날렸다. 몇몇 경호녀들이 바다물에 풍덩풍덩 떨어졌다. 그러나 몇몇 경호녀들은 대창과 시퍼런 칼을 휘두르며 우르르 정호한테 달려들었다. 정호는 살생하고 싶지 않아 경호녀를 차넘겨 바다에 처넣었다. 그러나 경호녀들은 칼을 입에 물고 헤염쳐 쾌속정 배전을 부여잡고 아득바득 쾌속정에 기여오르려고 했다. 정호는 한 경호녀 입에서 시퍼런 칼을 빼앗아내 무섭게 휘둘렸다. 그러나 항상 칼등으로 팔을 쳐 위협만 했다.

녀우두머리는 황급히 시퍼런 칼을 철석의 목에 댔다. 철석은 몸을 옆으로 탈며 홱 피했다. 그는 녀악마 칼을 빼앗아 되 그년의 목에 댔다.

정호도 무서운 호랑이처럼 고함치며 나머지 경호녀들을 발길질 주먹질해 바다에 마구 처넣었다. 정호가 마지막 경호녀가 휘두르는 대창을 긴 칼로 쳐올리고 칼등으로 대창을 쥔 팔을 탁 쳤다. 경호녀도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대창으로 칼을 걷어올리고 몸을 홱 피했다. 뒤이어 허망 공중에 날아올랐다가 내려오며 날창으로 찔렀다. 정호는 대창에 어깨쭉지 찔려 칼을 떨어뜨렸다.

그때 철석이 꽥 고함치며 녀우두머리 대갈통 위에 시퍼런 칼을 쳐들었다.

그 찰나, 녀우두머리가 뭐라고 꽥 고함쳤다. 

그 호령소리에 경호녀는 대창으로 정호 가슴팍을 찌르려다가 주춤 멈춰섰다. 그 순간, 정호는 쓰러진 채 발길을 날려 녀경호의 종아리를 걷어차 딴죽을 걸었다. 경호녀는 맥없이 대창으로 배전을 찌르며 쿵 쓰러졌다. 정호는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날아내리며 발길로 경호녀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앗!”

경호녀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경호녀는 그저 야만녀 아니였다. 건장한 경호녀는 숨만은 붙어 있어 가슴을 할딱거렸다. 그러나 숨이 져가는지 펀히 뜬 깜장눈은 시퍼런 파도위에 날아예는 감매기들을 바라보는가. 깜장눈은 깜빡하지도 못하고 하늘 한 곳만 쳐다본다.

“이년 뒈져라!'

정호가 무쇠주먹으로 한대 더 안기자고 할 때였다.

“그만 둬!”

철석이 손사래쳤다.

“우린 살인죄를 질 필요까진 없잖아? 녀인도를 벗어났는데 죽이까지 할 필요없어.”

정호는 머리를 끄덕이며 손바닥을 탁탁 털었다.

그때 화살이 쓩- 쓩- 날아왔다.

녀인도 해변가에 순식간에 소라나팔 소리가 진동쳤다. 숱한 야만녀들이 먹장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년들은 쾌속정에서 우두머리와 경호녀가 당하는 걸 보면서도 쾌속정에 접근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고함쳤다. 

어떤 년들은 시퍼런 칼을 물고 바다물에 뛰어들어 헤염쳐 덮쳐왔다. 어떤 년들은 꽥꽥 고함치며 황급히 어깨에서 활을 벗겨들고 쾌속정에 화살을 날렸다. 

“아니, 저게 미희 아닌가!”

철석은 황급히 쾌속정을 몰고 도망치려다가 그만두고 해변가를 가리켰다. 

정호가 해변가를 살펴보니 두 팔을 결박당한 미희와 최혜영(은영)이 야만녀무리 속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지 않겠는가.

들쑥날쑥한 바위돌 위에 야만녀들이 미희와 머리 싯허연 혜영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쟤들은 전번에 칼탕맞고 잘못되지 않았던가?”

정호는 의아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뭔 소리야?”

정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환각인가? 아니, 악몽인가.”

철석은 쾌속정 핸들을 놓고 벌떡 일어났다. 그는 목이 터지게 고함쳤다.

“미희야!”

미희도 고함쳤다.

“오빠! 살려줘!”

정호는 철석을 보고 말했다.

“빨리 쾌속정을 몰아! 어두운 밤을 타서 쟤들을 구하자.”

“안돼. 당장 구해야 돼.” 

철석은 녀우두머리를 정호한테 넘겨주고 쾌속정을 씽 몰고 해안가로 달려갔다. 

“지금 어떻게 구한다고 그래?”

“이 우두머리년하구 미희를 바꾸자.”

정호도 우두머리년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망설였다.

“미희만 구하자.”

“왜? 너거 진짜 의리심이 없구나. 제 고향 여자도 구하지 않을래?”

“저년은 검사국장이야. 저 년을 구했다가 또 날 체포당하자고? 저년 살아나면 또 날 체호해가자고 악을 딱딱 쓸 거야.”

그러나 철석은 동감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렇긴 해도 어찌 쟤들을 식인악마들한테 두고 가겠는가?”

쾌속정은 하얀 물결꼬리를 달고 파도 세찬 바다로 나는듯이 달려갔다.

녀우두머리는 우쭐렁거리던 평소와는 달리 질겁한 우멍한 눈으로 정호를 쳐다보며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했다. 

정호는 시퍼런 칼을 쳐들고 희죽이 웃었다.

“네년도 오늘 같은 날이 있구나. 허나 네년은 아직 쓸모 있어. 변강쇠는 무인도에서 너 같은 못난 옥녀가 필요해.”

철석은 칼을 내리우며 손으로 녀우두머리 흙빛이 된 볼을 쓰다듬어주었다. 

“죽이진 않을게.”

정호도 마지못해 혜영을 구하기로 생각을 고쳤다.

(저년을 사경에서 구해주면 혹시 날 놔주겠는지도 몰라.)

그는 녀우두머리를 보고 해안가에 결박된 채 서 있는 미희와 혜영을 가리키면서 바꾸자는 손시늉을 했다.

녀우두머리 우멍한 눈에서 한가닥 삶의 의욕과 희망의 빛줄기가 어른거렸다.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해변가에 이르자 정호는 녀우두머리 보고 식지와 중지를 펴보이더니 미희와 혜영을 가리키며  바꾸는 손시늉을 했다.

녀우두머리가 쾌속정에서 일어나 뭐라고 고함쳤다. 

그때 쾌속정에 누워 있던 경호녀가 기적적으로 살아나 일어나 앉았다. 

해변가 야만녀들은 자기네 우두머리와 경호녀 우두머리가 살아 있는 것을 보고  혜영과 미희의 결박을 풀어주고 바다물에 떠밀며 쾌속정쪽으로 가라고 손시늉했다.

“미희야! 빨리 헤염쳐 오라!”

“최검사, 빨리 오오!”

혜영과 미희는 바다물에 풍덩 뛰여들어 이쪽으로 죽기내기로 혜염쳤다. 혜영은 평소에 시간만 나지면 대학 수영장에 가서 헤염치는 걸 배웠었다. 하여 집채 같은 파도가 아무리 사나워도 물고기처럼 헤염쳤다.

풍덩!

철석은 바다물에 뛰여들어 미희한테로 혜염쳐갔다. 어찌나 혜염을 잘 치는지 바다물을 꿰지르며 헤여가는 한마리 상어 같았다.

혜영은 배전에 떡 서 있는 정호를 떠 볼 양으로 소리쳤다.

“정호, 최국장 오빠, 어서 날 구해주오. 난 헤염칠줄 잘 몰라.”

“저승사자 같은게. 누굴 속여? 수영선수 돼가지고.”

“아냐, 난 맥이 다 바졌어.”

“어떤 때는 죽이지 못해 그러더니. 이런 땐 최국장이야!”

정호는 생각 같아선 혜영을 바다물에 빠져죽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멀리 이국 타향 바다에서 차마 한 고향 혜영을 죽게 놔두고 싶지 않았다. 음험하기로 이를 데 없는 정호도 이때만은 웬 일인지 착한 인간성과 동정심이 되살아났던 것이다.

“기다려.” 

정호는 녀우두머리의 결박을 풀어주고 바다물에 뛰여들라고 손시늉했다. 녀우두머리는 그간 변강쇠의 저돌적인 성애에 정이 들었는지 가래짝 같은 흑황색손바닥을 쳐들어 정호 볼을 살살 매만지다가 바다물에 풍덩 뛰여들었다. 녀경호 우두머리도 기적적으로 기여 일어나 바다 물에 뛰여들었다.

정호는 한 손으로 녀우두머리 배를 받들어주며 해얀가로 헤염쳐갔다. 해변가에 거의 이르러 그는 녀우두머리를 힘껏 들쑥날쑥한 바위 쪽으로 떠밀어주었다. 맞은 켠에서 몇몇 경호녀들이 헤여와 녀우두머리를 마중해 해변가로 혜여갔다.

정호와 철석은 각기 혜영과 미희를 물 속에서 받들고 자맥질하며 쾌속정 쪽으로 혜염쳐갔다. 

정호는 물 속에서 물결에 날리는 혜영의 싯허연 머리카락과 다 해진 적삼 밑으로 치마 밑으로 드러난 매마른 젖가슴과 불룩한 똥배를 훔쳐보면서 저도 몰래 도리머리질하며 한탄했다.

(은영이 꼴이 뭐야? 이게 성호랑 승호랑 숱한 대학생남자들이 그렇게 따르던  대학가 꽃이란 말인가? 세월은 어쩔 수 없어.)

집채 같은 파도가 그들을 삼켰다가도 왈칵 토해냈다.

그들 넷은 안간힘을 다해 간신히 쾌속정에 올라탔다.

“오빠!”

“미희야!”

철석과 미희 오누이는 부둥켜안고 왕왕 울었다.

“됐다. 야만인들의 손아귀를 벗어났잖아. 이젠 괜찮아.”

미희의 복숭아얼굴이 눈물바다로 돼버렸다. 가지색머리카락이 눈물 젖은 볼에 찰싹 달라붙어버렸다.

혜영은 그저 정호와 철석을 바라볼 뿐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정객이 돼서 이런가? 아니, 저승사자 돼 이렇게 지독한 랭혈동물인가? 괜히 구해줬잖아.)

정호는 때를 만났다고 횡설수설하면서 혜영을 골려주었다.

“저승사자도 내 도움받아 살아남는 이런 날도 있구만. ㅋㅋ. 오늘 우리 아님 최국장은 야만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야.”

혜영은 입귀로 쓴웃음을 흘려보냈다.

“이래도 날 붙잡아가겠어? 구명은인도 모르고. 흥!”

그러나 혜영은 대답 대신 콧방귀를 뀌면서 속으로 윽윽 별렀다.

(이제 륙지에 오르기만 해 봐라. 당지 령사관이나 인터폴에 련계해 네놈을 납짝 붙잡아가지 않는가!)

그때 해변가에서 야만녀들의 고함소리가 울렸다. 또다시 화살이 빗발치며 날아와 바다물에 꽂혔다. 

정호가 바라보니 녀우두머리가 뭐라고 고함치자 화살이 더 날아오지 않았다. 야만녀들은 대창과 시퍼런 칼을 휘두르며 뭐라고 이쪽에 대고 고함쳤다.

부르릉 

철석은 쾌속정 핸들을 잡고 시동을 걸었다. 쾌속정은 시퍼런 파도를 헤가르며 쏜살같이 내달렸다.

정호는 점점 멀어져가는 한 많은 녀인도를 바라보며 한숨을 길게 후- 내쉬였다.

그때 철석이 유표를 내려다보고 당황해했다.

“휘발유 얼마 남지 않았어. 우리 어디로 가야지? ”

“뭐라고?”

“어선에도 휘발유 얼마 남지 않았을 거야.”

“가만 세우라고.”

“왜?”

철석은 정호를 되돌아보며 물었다.


“우리 어델 갈가를 잘 타산한 후 몰라고. 괜히 휘발유를 랑비하지 말고.”

“알았어. 먹을 것도 하나도 없잖아. 어쩌지?”

쾌속정 엔진이 바다 한가운데서 꺼졌다. 

쾌속정은 파도에 몸을 싣고 파도에 떠밀려 망망한 바다에서 표류했다.

“저 어선이 아깝다. 아까워. 어선에는 고기그물하구 낚시도 있네. 먹다 남은 물고기랑 랭동고에 있는데…”

철석은 해변가에서 파도에 넘실거리는 어선을 멍해 바라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 기회를 보아 어선을 빼앗아냅세.”

“오늘 당장 가서 빼앗아내자구. 야만녀들이 대단하지도 않테이.”

철석의 말에 정호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지금 돌아가선 못 빼앗아. 괜히 놀래우지 말자고. 날이 어두워지면 가만히 쾌속정을 몰고 가서 빼앗아냅세.”

그 말에 철석도 머리를 끄덕였다.

“국장질 해먹은 사람 궁냥이 낫긴 나은기여. 이러다가 우리 해적무리 되잖겠나? ㅋㅋㅋ.”

정호는 혜영을 돌아보며 희죽이 웃었다.

“살기 위해선 별 수 없지. 최국장님, 안 그래유?”

혜영은 허연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아무 대구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두달 남짓 녀인도에 갇혀 있다나니 머리를 염색하지 못해 파뿌리 같은 흰 머리카락이 염색한 까만 머리카락을 떠이고 돋아나고 있었다.

“선녀처럼 아름답던 최국장, 이게 뭐요?”

정호는 혜영을 지껄이며 조소하였다.

“저승사자 그렇게 하고 싶어? 왜 한사코 나를 물고 놓지 않소? 날 잡으려고 여기까지 쫓아오더니 이게 무슨 꼴이오? 쳇, 하얀 밥 처먹고 할 일도 없긴 없소.”

“닥치지 못할가? 숨이 붙어 있는 한 부패분자 네놈을 놓아줄 거 같아? 염라국에 가도 귀신이 돼 네놈을 붙잡아 심판대에 올리고 말 거야.”

“진짜 견강한 검사구만. ㅋㅋ. 진짜 악귀 저승사자라고나 해라.”

정호는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부지중 혜영을 구한 것이 얼마나 후회되는지 몰라했다. 

그는 집채 같은 파도가 사납게 파도치는 망망한 바다를 멍해 바라보면서 못된 궁리를 했다. 

(이제라도 바다물에 콱 처넣을가? 끝장내고 싶은데. 어쩐다?”

그러나 그는 인차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무슨 죽을 죄를 졌니? 살인죄는 질 거까진 없어.”  

쾌속정은 각기 제 좋은 생각을 하는 네 사람을 싣고 망망한 먼 바다로 정처없이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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