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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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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    남미주 아르헨티나 시인 - 보르헤스 댓글:  조회:4592  추천:0  2018-01-10
  출생 1899. 8. 24,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망 1986. 6. 14, 스위스 제네바 국적 아르헨티나 요약 남아메리카에서 극단주의적 모더니즘 운동을 일으킨 작가로 평가된다. 1961년 사뮈엘 베케트와 함께 권위있는 포멘토상을 받은 후, 그의 소설과 시는 점차 20세기 세계문학의 고전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이전까지 보르헤스는 자신의 고향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 다른 작가들은 그를 단지 기교와 재주를 지닌 장인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다.  그가 죽은 후에야 비로소 그가 '창조해낸' 악몽의 세계는 프란츠 카프카의 세계에 필적할 만한 것이라는 평을 받았고 일반적인 언어를 가장 지속성 있는 형태로 응축시킨 작가로 높이 평가되었다. 보르헤스의 작품을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은 학문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전세계의 일반 독자들과 만나게 되었다. 목차 개요 생애 평가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시인, 평론가이다. 개요 남아메리카에서 극단주의(Ultraísmo)적 모더니즘 운동을 일으킨 작가로 평가된다(라틴아메리카 문학). 생애 보르헤스는 당시 빈민구였던 팔레르모에서 자랐으며, 이곳은 뒤에 그의 몇몇 작품의 배경이 되었다. 아르헨티나 역사상 주목할 만한 그의 집안에는 영국계 혈통이 흘러서 그는 스페인어보다 영어를 먼저 배웠다. 한 영국 학교의 교사였으며 박식했던 아버지의 서재에서 그가 처음으로 읽은 책들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 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H. G. 웰스의 소설들, 〈천일야화 The Thousand and One Nights〉, 〈돈 키호테 Don Quixote〉 등 모두 영어책들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꾸준한 자극과 모범에 힘입어 어린시절부터 문학의 길을 걷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에 가족을 따라 스위스의 제네바로 갔고, 그곳에서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배웠으며 제네바대학에서 문학학위를 받았다. 1919년에 그곳을 떠난 보르헤스가(家)는 마요르카와 스페인에서 1년씩을 보냈다. 스페인에서는 98세대(Generation of '98:기성작가들의 타락에 반발하여 일어난 극단주의 운동의 젊은 작가군)에 가담했다. 1921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돌아와 자신이 성장했던 도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과거와 현재를 형상화한 시들을 통해 고향 팔레르모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으로 출판한 책은 시집 〈시(詩),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열정 Fervor de Buenos Aires, poemas〉(1923)이다. 그는 또한 뒤에 관계를 끊기는 했으나, 남아메리카에서 극단주의 운동을 일으킨 사람으로 평가된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여러 권의 수필집·시집 등을 펴냈고 3개의 문학지를 창간했으며 전기(傳記) 〈에바리스토 카리에고 Evaristo Carriego〉(1930)를 완성했다. 그후 그는 순수주의 소설 창작을 대담하게 시도했다. 처음에는 〈불명예의 세계사 Historia universal de la infamia〉(1935)에 실린 단편에서처럼 다소 불명예스러운 사람들의 일생을 재구성하기를 즐겼다. 한편 생계를 위해 1938년 그의 조상 이름을 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도서관에서 중책을 맡아 9년간 그곳에서 일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1938년에 머리를 심하게 다쳐 그로 인한 패혈증으로 거의 죽을 뻔했는데 후유증으로 그후 말을 못하게 되었으며 자신의 정신이 온전한지를 걱정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이 그에게 내재해 있던 가장 강렬한 창작력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그뒤 8년 동안 가장 훌륭한 작품들을 창작했는데, 이 작품들은 뒤에 연작집 〈소설 Ficciones〉·〈알레프 외(外) The Aleph and Other Stories, 1933~69〉라는 영역판에 실렸다. 이 시기에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라는 작가와 함께 조상의 이름을 서로 결합해 만든 H. 부스토스 도메크라는 필명으로 탐정소설을 썼는데, 이 작품은 〈돈 이시드로 파로디의 6가지 문제 Seis problemas para don Isidro Parodi〉(1942)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실제 세계에 대한 반어적·역설적 설명이라 할 수 있는 그의 고유한 꿈의 세계를 독특한 언어와 서술 기법을 사용해 처음으로 보여주고 있다. 1946년 독재자 후안 페론이 권력을 쥐게 되자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측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도서관에서 쫓겨났다. 그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강연·편집·저술활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는 수필집 〈다른 종교재판들 Otras inquisiciones, 1937~1952〉(1952)에서 냉철한 판단력과 분석력을 보여주었다. 1955년 페론이 물러나자 명예직인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이 되었고,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에서 영미문학 교수직도 맡게 되었다. 이 시기에 이르러서는 앞을 전혀 못 보게 되었는데 이 병은 그의 아버지도 겪었던 유전질환으로, 1920년부터 점차 시력이 약해졌었다. 이로 인해 그는 손으로 직접 글 쓰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고 어머니나 비서, 또는 친구들이 받아써주어야만 했다. 후기 작품에 속하는 〈창조가 El hacedor〉(1960)·〈가상의 존재들에 대한 책 El libro de los seres imaginarios〉(1967) 등은 산문과 운문 사이의 장르 구별을 거의 없앤 작품들이다. 후기 소설집으로는 복수·살인·공포를 다룬 〈브로디에의 보고서 El informe de Brodie〉(1970)·〈모래의 책 El libro de arena〉(1955) 등이 있는데, 두 작품 모두가 민담 이야기꾼의 소박함과 자기 내면의 미로를 파헤쳐 그 핵심에 도달하려는 한 인간의 복잡한 시각을 결합시킨 우화들이다. 평가 1961년 사뮈엘 베케트와 함께 권위있는 포멘토상을 받은 후, 그의 소설과 시는 점차 20세기 세계문학의 고전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이전까지 보르헤스는 자신의 고향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 다른 작가들은 그를 단지 기교와 재주를 지닌 장인(匠人)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다. 그가 죽은 후에야 비로소 그가 '창조해낸' 악몽의 세계는 프란츠 카프카의 세계에 필적할 만한 것이라는 평을 받았고 일반적인 언어를 가장 지속성 있는 형태로 응축시킨 작가로 높이 평가되었다. 보르헤스의 작품을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은 학문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전세계의 일반 독자들과 만나게 되었다. ==============================덤으로 더...   시학 보르헤스 / 현중문 옮김     보르헤스 후기 시에서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보편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이 시에서도 물, 세월, 강물, 거울 같은 평범한 이미지를 중첩하여 헤라클레이토스의 유리((琉璃))라는  미학적 응결물을 창출해내고 있다. 원제는 Arte poetica       물과 시간으로 이루어진 강을 보고 시간이란 또 다른 강임을 기억하라. 우리들은 강처럼 사라지고 우리 얼굴은 물처럼 흘러감을 알라. 깨어 있다는 것은 또 다른 꿈, 꿈을 꾸고 있지 않다는 꿈이며 우리 육신이 두려워하는 죽음이란 밤마다 찾아오는 죽음, 꿈이라 생각하라. 나날의 일상에서 인간이 살아온 유구한 세월의 상징을 보고, 세월의 전횡을 음악과 속삭임과 상징으로 바꾸어라. 죽음에서 찾아낸 꿈, 석양에서 찾아낸 서글픈 황금, 이것이 시일지니, 가난하고도 불멸하는 시일지니, 여명과 석양처럼 번갈아드는 시일지니. 오후가 되면 종종 거울 깊은 곳에서 우리를 쳐다보는 얼굴 하나 있으니 예술은 그 같은 거울이 되어 우리 얼굴을 보여주어야 한다. 불가사의한 일에 신물이 난 율리시즈는 눈물이 났단다, 먼발치로 보이는 이타카 푸르고 소박한 고향, 예술은 그런 이타카 영원히 푸르지만 불가사의는 없는 이타카. 예술은 또한 흐르면서도 제자리에 머무르는 끝임없는 강물이며, 그 끝임없는 강물처럼 자신이면서 다른 사람으로 유전하는 헤라클레이토스라는 유리(琉璃)이다.   『제작자』(1960)중에서    
부록 중국력대하이퍼시 명시들.[련재 끝] 작성자: 최룡관   아래의 시들은 한국의 중국문학박사인 허세욱교수님이 편찬한 과 (1,2)을 중심으로 골라낸 중국력대하이퍼시 명시들이다. 이 명시집을 보면 하이퍼시는  중국의 시전통이라는것이 환히 알린다.  조금 손색이 가는 점이라면 어떤 시들은 감정절제가 잘 안된것 같다. 하지만 하이퍼시가 중국시문학에서 대간을 이루고있다는것을 감안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것 같다.     중국력대하이퍼시 명시선   1.     중국고대하이퍼시 명시선    전당강서 밤을 새우며(외1수)            맹호연(689ㅡ740)   연기 좌욱한 나룻가에 배를 묶고 어스름 저녁, 나그네가 고개 숙인다   아득한 들끝, 하늘이 나무에 내려앉고 맑은 강물, 달님이 사람곁에 다가선다     광릉 친구에게 부치노라     산그늘 넘어지자, 잔나비 우는데, 강물은 밤을 타고 더욱 급하다.   바람은 두골짜기 풀잎을 울리고, 달빛은 한잎새, 조각배를 비춘다.   건덕땅은 낯설지만, 광릉땅은 향긋 그리워   두줄기 눈물을 고이고이 싸서 서녁땅 친구에게 보내고파라.     가을밤 왕유(701ㅡ781)   빈 산에 가을비, 쓸쓸하고 썰렁하네.   소나무새로 달님이 비치고, 바위위로 샘물이 맑아,   빨래하는 녀인 오느라, 대숲이 바슥바슥, 고깃배 돌아가느라, 연잎이 흔들흔들.   봄풀은 어이 없이 스러지는데, 왕손은 여기서 서성인다.   오야제(烏夜题)(외1수) 리백(701ㅡ762)   황운성 변두리에 보금자리 찾는 까마귀 까악! 까악! 날아와 우네   베틀에 비단 짜던 진천의 아낙네 자욱이 파란 사창 저 안에서 무언지 중얼대다가   북을 멈춘채 멍하니 하늘 보며 먼먼 임을 그리는 외로운 방 주룩주룩 눈물 흐르네     촉도난   아이구! 저리도 높고 험할진저 촉나라 가는 길이 하늘 오르기보다 어려운가?   잠총이나 어부같은 선조들, 나라를 세울 때 얼마나 망연했을까?   그때로부터 사만팔천년전 바로 이웃나라인 진나라와도 벽을 치고 살았다.   서쪽으로 태백산이 막혔고, 거기엔 새 길이 났기로 그 길은 아미산꼭지를 가로 질렀다.   땅이 무너지고 산이 깎이느라 장사들이 죽은 뒤라서 저기 하늘끝에 사다리가 서고 돌띁에 다리가 매였거늘.   위로는 해를 끄는 륙룡마저도 넘지 못하는 봉우리 아래로는 넘실거리는 물결마저 거꾸로 돌아서는 골짜기   황학은 너무 높아 나래를 접고 잔나비고 너무 험해 손을 움추린다 ………………   나그네의 밤(외1수) 두보(712ㅡ770)   가는 풀 산들바람 강기슭에, 높은 돛대 혼자서 지새우는 밤.   별들이 들에 내려 별밭을 일구고, 달님이 따라 내려 강물에 출렁인다.   글 지어 얻은 명성 얼마나 가랴! 늙고 병들어 벼슬조차 던지련다.   훨훨 나부끼는 나무는 무엇일가? 모래사장 지평에 날으는 외기러기.     산에 올라   하늬바람 높은 가을하늘 잔나비 울음소리 슬프네 백사장 맑은 물에 오락가락 새 한마리   끝없이 나무잎은 우수수 쏟아지고 끝없는 장강물은 유유히 흘러간다   만리밖 나그네는 가을이 슬퍼 가도가도 병 든 몸 누대를 오른다   귀밑머리 센채로 한을 삼키고 꼬부랑 늙은 터에 술조차 끊었구나   영스님 거문고 소리를 듣고 한유(768ㅡ824)   속삭이는 련인들이 귀속말인가 사랑사랑 정이 넘쳐 애틋도 하다. 한번 긋자 바람소리 우렁차더니 장사가 적진에 돌진하는듯 흩날리는 버들꽃 떠도는 구름이라 드넓은 우주에서 자유로이 날아라. 백천마리 뭇새들이 지저귀는가 갑자기 들려오는 봉황새소리 더는더는 가락이 높아질수 없을 때 구천에서 떨어져 지심에 잦아드네. …………   오의항(乌衣港)(외1수) 류우석(772ㅡ842)   주작교다리아래 들풀꽃 만발하고 오의항어구로 석양이 내비치네   옛날 왕사집에 넘나들던 제비들 지금은 이름 모를 민가에 날아드네.     석두성에서   산이 옛땅을 에워싸듯 둘렀기로 썰물은 옛성을 두들기다 저 홀로 돌아간다.   회수 동쪽에 돋던 옛달은 이 밤도 저 낮은 담을 너머 가까이 다가온다.     강에는 눈만 내리고 유종원(773ㅡ819)   천산엔 새 끊기고 만경엔 사람 그림자 하나 없네   조각배우에 우장 삿갓 쓴 노인 혼자서 차디찬 강설을 낚네.     고기잡이 노인   고기잡이 노인 서쪽바위에서 밤을 새고, 새벽녘 상강물로 초죽을 태운다.   일출에 안개는 사라지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고 노젖는 소리에 강산만이 푸르다.   무심히 고개 들어 보니 하늘에서 물이 흐르고 바위위로 하염없는 구름이 오락가락.   가을밤(외1수) 리하(790ㅡ816)   가을바람소리 소슬히 불제 장부의 괴로운 심사, 깜박이는 등불에 여치마저 슬피우네   그 누구가 있어 올올이 엮어진 이 책을 비단벌레에게서 오래도록 지켜주리?   오늘밤 이 시름에 애타는 이 심정, 빗속에서 나를 찾는 여인의 넋이여!   가을 무덤가에는 어느 넋이 있어 포조의 시를 읊거늘 천년의 한이 흙에 묻혀 푸르리     장안을 떠나며     눈속에 계수나무 지고 까마귀, 총에 맞아 울고 간다.   관수엔 노새 그림자 진나라 바람결에 모자끈이 날린다.   고향 찾아 만리를 갔건만 벼슬을 얻지 못해 슬픔만이.   아내는 차마 묻지 못한채 거울에 비치는 두줄기 눈물.     산행 두목(803ㅡ852)   멀리 가을산의 돌길을 오르면, 흰구름 깊은 곳에 인가가 보이네.   이월의 꽃보다 붉은 단풍이 있어, 수레 멈추고 해지는줄 모르네.   상아여(외2수) 리상은(812ㅡ858)   운모(云母)는 병풍안 촛불 혼자서 떨고, 은하는 내려앉아 샛별도 희미하네.   지금쯤 상아는 선약 훔친것을 뉘우치며, 밤마다 푸른 하늘을 보고 가슴 치고있겠지.   낙화   높은 다락의 손님들 흩어질 때 뒤란의 꽃잎들 자욱이 흩날린다.   꼬부랑 논두렁을 오르락내리락 멀리 석양을 전송한다.   애타는 마음으로 낙화를 쓸수 없어 뚫어지게 보노라면 봄은 다시 돌아올듯   내 사랑 봄따라 가버리고 남은것은 눈물 젖은 옷자락뿐     거문고   거문고는 어이타 쉰줄인가? 줄마다 기러기발마다. 젊은 날이 묻히였네.   장자는 나비되여 새벽꿈속을 헤매고 망제는 두견되여 춘삼월을 슬퍼하네.   달 밝은 바다가에서 진주는 눈물을 훔치고, 남전(蓝田)의 따스한 날 옥구술이 연기를 뿜네.   먼 훗날에 이 모든 일들이 추억이 되련만 지금은 다만 망망한 마음, 어찌할바 모르네.   숙직 왕안석(1021ㅡ1086)   금로에 향불 사그라들고 누종소리 아득할 때, 솔솔 봄바람에 쌀쌀한 추위.   봄빛이 괴로워 잠 못 이룰 때, 달빛은 꽃 그림자를 마루에 드리우네.   봄밤 소식(1037ㅡ1101)   봄밤 한허리를 천금엔들 사겠는가? 꽃에는 맑은 향기 달에는 달무리.   누각의 풍악소리 굽이마다 슬픈데, 그네 걸린 뜨락엔 밤이 깊어만 가네.   쾌각에 올라 황정견(1045ㅡ1105)   소관이 공무를 마치고 나면, 쾌각의 노을은 끝없이 맑아라.   우수수 쏟아지는 락엽에 하늘은 멀고, 환하게 맑은 강물엔 달이 또렷해라.   붉은 거문고줄은 그대 위해 끊었고, 파란 눈빛은 술때문에 가로 보이네.   멀리 돌아가는 배에 처량한 피리소리 이제 내 마음은 갈매기를 벗하네.   검문에서 비를 맞으며 육유(1125ㅡ1210)   옷자락엔 먼지 술 흘린 자국 또한 겹쳤지만, 두루 떠돌아보니 곳곳마다 그리워 넋을 뺀다.   이내 몸도 시인일수 있을가? 가랑비 내리는 날 노새 타고 검문을 들어가네.   화제(花题) 탕얜(1470-1523)   삼만경 호수물은 물인지 하늘인지? 천그루 나무끝은 깊어가는 저녁놀.   아이를 불러 작은 배로 호수를 건너며, 누워 노을에 타는 뫼부리를 본다.   중국현대하이퍼시 명시선   눈물의 자취 刘大白(1880ㅡ1932)   그리움따라 아련히 잠들 때 그대를 교살하여 구유 저 깊은 곳에 묻는다. 봄소식 되살아나는 밤이면 그대는 또 한번 홍두(红豆)가지끝에 되살아난다   비늘구름 누가 저 먼 하늘에다 그렸을가   사람은 꽃속에 사람은 바람속에 바람은 우리들 마음속에   지구에서 달빛이 사라질 때도 어쩌면 이토록 쓸쓸하겠지 ㅡ 혼자 동그마니 앉은 나처럼   삼현(三铉) 선인머(1882ㅡ1964)   정오! 불같은 폭염이 아스팔트에 쏟아지는데 거리엔 인적도 끊긴채 바람만 가도의 버들을 쓰다듬는다   뉘집 부서진 대문틈새로 파란 잔디가 보이고 반짝이는 금빛으로 마당이 질펀한데 그 가장자리로 낮은 흙담이 빙 둘러 삼현을 튕기는 그 사람을 에워쌌건만 삼현의 질펀한 소리는 담을 넘는다   문밖에 해진 옷자락에 주검처럼 앉은 로인 있어 머리를 부둥켜 안은채 숨소리를 죽이고있다.   날더러 어찌 잊으란 말인가? 刘復(1891ㅡ1934)   하늘엔 송이구름 나부끼고 땅엔 산들바람 불어오는데 여보게 산들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휘날리는데 날더러 어찌 잊으란 말인가?   달빛은 저 바다를 사랑하고 바다 또한 저 달빛을 사랑하는데 여보게 벌꿀처럼 달디단 저 은하의 밤에 나더러 어찌 잊으란 말인가?   강물위에 락화가 둥둥 흐르고 물속엔 물고기 사쁜히 노니는데 여보게 제비는 무어라 지껄이는데 날더러 어찌 잊으란 말인가?   앙상한 가지는 바람에 흔들리고 야화는 놀속에 붉게 타는데 여보게 날더러 어찌 잊으란 말인가?    천상의 거리 꿔머뤄(1892ㅡ1978)   가물가물 가로등이 켜있다 무수한 별들이 깜박이듯 하늘에 별이 빛난다 무수한 가로등을 켜듯   저 아물아물한 공중엔 정녕 아름다운 거리가 있겠지 거리에 진열한 상품들은 인간세상에서 볼수 없는 진품이겠지   보아요 저 나직한 은하는 정녕 널다란게 아니겠지 은하건너의 저들 견우 직녀는 필시 소를 타고 오락가락하겠지   저들은 지금 정녕 하늘의 거리를 산책하겠지 믿어지지 않으면 저 류성을 보아요 저들은 초롱을 들고 걸어요   굿바이 케임브리지 서지마(1896ㅡ1931)   아무도 몰래 왔듯이 아무도 몰래 떠나네 하얀 손 흔들며 서녁하늘 떠가는 구름   강가의 금빛 버들은 석양에 시집가는 새아씨 물결에 밀려밀려 고운 그림자 가슴에 철렁철렁 물결을 이네   향그런 여울위에 파란 풀잎이 비단결 물속에서 그림 그리면 케임브리지 부드러운 파상을 따라 마음은 일렁이는 한가닥 물풀   느릅나무 그늘아래 작은 호수는 샘이 아니라 하늘의 무지개 마름풀 사이로 느릅이 부서지면 무지개 고운 꿈이 그리로 가라앉네   꿈을 쫓아간 쑥대를 짚고 푸른 풀 푸른 물을 거슬러 오르면 가득히 한배에 별빛을 싣고 별빛 비단속에 노래하며 돌아가네   그러나 나는 노래할수 없어라 어디선가 피리소리 가만히 새여오네 벌레도 목이 메여 노래 삼킬 때 오늘밤 케이브리지는 침묵에 잠겨   아무도 몰래 왔듯이 아무도 몰래 떠나네 나그네 옷소매를 훨훨 털면서 행여나 묻혀질가 서녘 땅 구름   케임브리지; 영국 동부 도시이름    어쩌면 문일다(1899ㅡ1946)   어쩌면 당신은 너무 울었나봐요 어쩌면 어쩌면 당신은 잠을 청해보세요 부엉이더런 기침을 삼가하고 개구리더런 울지 말고 박쥐더런 날지 말라고   해빛이여! 당신의 눈까풀을 건드리지 말게 바람이여! 당신의 눈섭을 쓸지 말게 아무도 당신을 깨울수 없나니 솔그늘로 양산 삼아 당신의 잠을 보호하게나   어쩌면 당신은 지금 진흙을 뚫고 가는 지렁이 소릴 듣는게지 어쩌면 당신은 지금 작은 풀뿌리의 물 빨아올리는 소릴 듣는게지 어쩌면 이토록 미세한 음악을 아귀다툼하는 인간의 육성보다 곱게 듣는게지   그래, 당신은 먼저 눈까풀을 내리게나 고이 자게! 고이 자게 내 노란 고물흙을 사뿐사뿐 덮어줄게 그리고 얇은 지전을 훨훨 태워줄게   새벽 리진발(1900ㅡ1976)   새벽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게. 미소는 치아들의 틈새에 끼워두고, 조심스런 손길로는 벨을 누르고, 치마끈으로는 융단모양의 국화의 이승을 헤치면서 오게나! 숨결은 어떨까? 나는 도무지 알수 없네 금빛 눈부신 새벽이여! 성큼성큼 다가오게! 구슬소리 달랑달랑 흔들며 오게나! 자네 신비로운 발자국을 가만히 셈세. 자네 팔뚝을 내게로 활짝 벌리고, 저들은 나처럼 잠꾸러기, 깊이 잠들어있네. 들어와 내곁에 앉게. 젖은 신일랑 벗어던지고. 무슨 꽃송이를 땄나? 이리도 자네 가슴에 흥건한 꽃내음. 아니, 그런데 보이지 않더냐? 그것들(꽃송이)이 함께 놀던 작은 양떼들을 떠난지라 얼마나 슬퍼하는지를. 자네처럼 절반쯤은 엄숙한 얼굴로 오거든, 내 화필을 놓겠네. 자네처럼 눈망울을 휘둥그렇게 하면서. 밤까마귀는 까맣게 내눈을 칠하더니만 그냥 날아갔고, 장미는 자네 입술에 붉은 연지를 칠하더니만 바람결에 지고 말더군. 우린 오솔길에 숨어서 여윈 풀들이 솔뿌리에서 통곡함을 보고있었네. 자넨 바람속에서 호흡하고, 난 멀리서 바라보고, 그들은 어둠 밤을 향해 광분했네. 더운 밤은 이제야 비로소 문턱을 넘어갔네. 얼마나 웨치다 가 분노와 오열속에 갔을까? 정말 자기가 오지 않았더라면 난 꿈속에서 자네를 내 품에 안았을걸세. 그렇지 어둠은 분명 문턱을 넘어갔네.      실비(외1수) 穆木天(1900ㅡ)   올올이 마음 가느다란 실비줄기마다 파고들어 아련한 빗소리를 파고들어 시나브로 흔들리는 실안개를 파고든다   아득히 먼 수풀 그 가지끝으로 스며든다 어둡도록 막막하게, 그리고 조금씩 들쑥날쑥한 지붕룡머리로 스며든다. 전선 한줄한줄에 스며든다 살살 불어와서 어디론지 아련히 사라지는 음악에도 스며든다   안개가 자욱한 연못에 스며든다 잠자는 련꽃위로 여기저기 엉기어 고요히 나붓기는 안개의 그물에 스며든다 끝없는 꿈속을 헤매는 공상에 스며든다 옛이야기에도 스며들어 어디론지 자욱하다   멀리 보이지 않는 산꼭대기에 스며든다 바람소리 빗소리로 오락가락한 숲속에 스며든다 영원한 순환으로 멀리멀리 휘감기는 강만에 스며든다 구름인지 물인지 , 비었는지 차있는지 모르는 영원한 하늘가로 스며든다  옛날의 도시, 농촌, 영원한 안개, 영원한 연기에 스며든다 영원한 몽롱, 몽롱뿐인 ㅡ마음에 스며든다 끝없는 담박, 끝없는 황혼, 영원한 점선, 영원한 나부낌, 영원한 그림자, 여원한 실체, 영원한 공허,   끝없는 비줄기 끝없는 마음의 실오라기 몽롱 몽롱 몽롱 몽롱 몽롱 가늘게 무한히 몽롱사이를 스며든다    올올이 마음 가늘게 한줄기한줄기 빗줄기 사이로 스며든다.    리발소 癈名(1901ㅡ)   리발사의 비누거품은 우주와 상관이 없다 마치 물고기가 강호을 잊듯 리발사 손에 쥔 면도기는 인류라는게 많은 자국을 그어야 된다는걸 상기시킨다 벽에는 사구려 라디오가 울린다 그것은 령혼의 침.   무덤 하나 朱湘(1903ㅡ1933)   무덤 하나 동그마니 무덤앞에 들풀이 무성하고 무덤 하나 동그마니 뱀이 기어가듯 바람이 풀을 스친다   반딧불 하나 어둠이 사방을 에워싸고 반딧불 하나 콩만한 빛을 낸다   해괴한 새 한마리 스산한 나무그림자에 숨어 해괴한 새 한마리 인간과는 달리 울음을 터뜨린다   누런 달 한갈쿠리 구름속에서 빼꼼히 내밀고 누런 달 한갈쿠리 문득 산기슭으로 진다    14행 대망서(1905ㅡ1950)   보슬비가 당신의 헝클어진 빈모자에 나붓기고있다 작은 구슬방울이 파란 미역덤불에 부서지듯 죽은 물고기가 하얀 파도위에 뒹굴듯 그 신비롭고 슬픈 빛을 번득이고있다   내 푸른 령혼을 데리고 사랑과 죽음이 깃든 꿈의 왕국에서 잠을 청한다 거기엔 황금색공기와 자색 태양이 있고 거기 불쌍한 생물들이 기쁨의 눈물을 가슴에 적신다 한마리 까맣게 야윈 고양이처럼 나는 그 어둠속에서 초췌하게 기지개를 켜며 내 모든 위선과 진실한 교만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고양이를 따라 몽롱한 뽀얀 안개속을 비틀거리며 연분홍 술거품이 호박종에 흩날리듯 나는 뜨거운 눈망울을 거기 어두운 기억속에 감추어둔다    편지 卞之林(1910ㅡ)   우체부가 평상처럼 벨을 누른다 바로 대문의 한가운데를 누른다 황해를 헤염쳐온 물고기인가? 시베리아를 날아온 기러기인가? 지도를 펴고 찾아라고 멀리 간 사람이 말했다 그는 자기가 사는 곳은 그 점신이 끝나는 작은 흑점이라고 표시했다 그것이 끔빛 빛나는 점이고 내 의자는 태산의 꼭지라면 휘영청 밝은 달밤 당신이 머문 곳은 틀림없이 외로운 정거장이겠다 하지만 나는 헌 력사책을 펼치고있거늘 서쪽으로 저녁노을의 함양 옛길을 내다보며 나는 한필의 준마가 달려오는 찰그랑찰그랑 말굽소리를 기다린다.   함양; 진나라서울    구름 하기방(1927ㅡ1977)   ‘’나는 저 구름을 사랑해, 저 나부끼는 구름을…’’ 그것은 어쩌면 보들레르 산문시구절 그 목을 한쪽으로 빼고 근심에 차 하늘을 바라보는 멀리서 온 사람   시골을 가면 농부는 성실해서 제 땅을 잃었다 그들의 집은 줄지어 농구로 변신되고 낮이면 논밭에 나가 먹이를 찾고 밤이면 메마른 돌다리에서 잠을 청했다   나는 해변의 도시로 갔다 겨울의 아스팔트위엔 별장들이 줄을 서는데 어쩌면 거리에 서있는 창녀같았다 그들도 여름의 환락과 부옹의 탐락,무치를 기다린다   지금부터 나는 북받치는 울분속에 맹서하리라 내게 차라리 작은 띠집 한채를 원할지언정 구름을 사랑하지 않으리 달과 별도 사랑하지 않으리    항해 辛笛(1912ㅡ)   돛을 달았다 돛은 노을이 있는 곳으로 맑고 이끼 낀 곳으로 돛대는 까만 물을 입맞춤한다 까만 나비와 흰 나비처럼   밝은 달은 머리를 비춘다 파란 뱀이 은빛 구슬을 희롱하며 돛대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바람이 불자 뱃사람들은 비와 별들을 묻는다   낮에서 밤까지 밤에서 낮까지 우리는 이 동그라미를 벗어나지 못한다 위에도 원 앞에도 원 영원하면서도 끝이 없는 동그라미   목숨이 망망함은 망망한 연기빛 물을 벗어난다   배 纪弦(1913ㅡ)대만   저 배 바다를 산보하고 난 여기 파도 흉용한 육지를 항해한다 내 파이프 자욱히 연기를 뿜으면 나직한 뱃고동 저음의 목청   배는 화물과 여객을 싣고 나의 적재단위는 ‘’인생’’이란 중량.     어렸을 때(외1수) 绿原(1922ㅡ)   어렸을 때 나는 글자를 모르고 엄마는 도서관   나는 엄마를 읽는다   어느날 이 세상이 태평해서 사람이 날고… 보리가 눈더미에서 돋고… 돈이 쓸데가 없고…   금괴는 집 짓는데 벽돌로 쓰고 지페는 발라서 연을 만들고 은전은 던져서 물에 무늬를 일으키고,,,   나는 떠돌이 소년이 되련다 금을 칠한 사과 하나와    은발의 초 한자루 그리고    이집트에서 날아온 홍학 한마리를 들고.    우울   태양이 부채꼴의 방사선을 공급하더니 몰락하고 예수는 노새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갔다 길손은 초롱불 하나를 사서 건너마을 주막집을 찾는다   성인은 황혼의 연기빛 물가에서 고뇌한다 (우렁은 그의 껍질로 돌아갔다.) 비가 내리는 성곽의 다락엔 (저녁종은 십자가 그림자를 그리며 울린다.) 언제나 투명한 소리 있어 너의 이름을 부른다 그래, 마땅히 꿈꾸는 나그네를 깨워야지   이것은 동화   밤이 깊었다 내게 성냥 한개비를 주소서.    겁회(劫灰) 羊令野(1923ㅡ)         ㅡ 다만 잡목사이로 보일뿐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는다. 천둥이 치고 불이 붙고 잿더미에서 나비가 날고   모든것은 무성하지 못한채 맨 손으로 하늘을 더듬는다 북두성은 하늘을 마르도록 퍼내면서 아직껏 단 술 한잔을 따르지 못한다 다만 눈, 비의 꽃송이들 당신의 과실 하나 맺지 못할 이마에 풍성하게 열렸다   뻐꾹새 온 3월을 울었건만 한알의 쌀도 남기지 않은채 봄과 함께 훌쩍 떠나고 당신의 나이테엔 해마다 거듭되는 녹음이 남았건만 모두가 지난 해의 낡은 가락들 당신의 마음에 맴도는 한마리 잠을 잃은 사자 밤마다 풍성한 장미를 맡는다 모든 꽃다움을 후호에 뱉으면서 손바닥에 길렀던 빨간 봉황을 깨워 불붙는 태양으로 날려보낸다   누구의 도끼로 당신의 우주를 철썩 쪼개놓고 우르 꽝꽝 천둥이 울린뒤 바람결에 재더미는 훨훨 남가몽의 나비.    민가 위꽝중(1928ㅡ)   듣건대 북방에 민가 한편 있거늘 다만 황하의 페활량이라야 노래할수 있다네 청해로부터 황하까지 바람도 듣고 모래도 듣고   황하가 얼어 빙하가 된다면 아직도 양자강의 가장 오랜 비음 있거늘 고원으로부터 평원까지 물고기도 듣고 룡도 듣는   양자강이 얼어 빙하가 된다면 또 내가 있지 나의 홍해가 남아 울부짖거늘 새벽 밀물부터 저녁 밀물까지 깨여도 들리고 꿈에도 들리는   어느날 나의 피마저 얼게 될 때 아직도 당신의 피와 저이의 피가 남아 합창하거늘 A형에서 B형까지 울어도 들리고 웃어도 들리고    스트리킹(裸奔) 뤄푸(1928ㅡ)   ……… 2 모자는 벗어 아버지께 옷은 벗어 어머니께 신은 벗어 자식들에게 넥타이는 풀어 친구에게 우산은 주어 이웃에게 건네준다   (그리고 하픔을 한다)   침대는 개미더러 책들은 바퀴더러 사진은 벽더러 편지는 화로더러 시고(诗稿)는 비바람더러 술주전자는 달더러 가져가라하고   (그 혼자서 가만이 쭈그려앉는다)   손발은 삼림에게 골격은 진흙에게 모발은 풀잎에게 지방은 화염에게 혈류는 강하에게 눈은 하늘에게 돌려주고   (그는 갑자기 머리를 세운다)   참새에게 환희를 주먹에겐 분노를 생채기에겐 슬픔을 거울에겐 분함을 폭탄에겐 원한을 력사에겐 망연함을 돌려주고   (돌격준비!)   그는 지금 막 거리로 용입한다 그는 지금 막 먼지로 치닫는다 그는 지금 막 눈보라로 뛰여든다 그는 지금 막 나무들새로 걸어간다 그는 지금 막 강철들과 합류한다 그는 지금 막 꽃내음에 말려든다   드디어 길기도 짧기도 세기도 부드럽기도 구름일수도 안개일수도 숨었다가도 나오며 있다가도 없고 비였다가도 가득한 알몸으로 승화한다   산의 소나무처럼 벌거숭이로 물의 붕어처럼 벌거숭이로 바람의 연기처럼 알몸 그대로 별의 밤처럼 알몸 그대로 안개의 선녀처럼 가리지 않고 얼굴의 눈물처럼 알몸 그대로              3   그는 지금 넘실거리는 종소리를 향해 달린다 달려간다….      2대2 뤄먼(1928ㅡ)   1   창밖은 문 문밖은 잠기고 산밖엔 물 물밖엔 망망한 하늘과 땅   2   사람은 옷을 입고 호주머니엔 려권을 모시고 새는 하늘을 입어도 하늘 그 주머니엔 아무것도 없다   3   새는 산과 물로 날아들고 닭은 푸성귀시장으로 옹기종기   4 바람과 구름과 새의 현주소를 알고자 하늘과 평원의 끝까지 웨쳐도 저들의 다리는 그 골목 그 거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5   엘리베이터로 엠파이어를 올라도 엘리베이터는 지붕아래에서 머물고 하늘이 구름을 타면 우리들의 시력이 얼마의 높이를 갖고 얼마의 깊이를 갖는지 누가 알랴!   6   낚시줄을 깊은산 시냇물에 띄우면 온 하늘은 거기서 조용히 앉았고 다시 그녀의 허리로 눈길을 옮기면 눈자위마다 번지는 죽은 이의 재즈가락 (16까지 있으나 길어서 삭제함)    말굽소리 바이화(1930ㅡ)   밤 댐,강물,차밭에 달빛이 살짝 깔릴 때 타이족꼬마가 엄마의 무릎에서 자고 꼬마의 꿈속엔 참새들이 줄을 지어 노래한다 꽃들은 풀더미속에 동글동글 미소하고 야자와 망고들이 산턱에 모여 아우성한다   순찰병의 말굽소리 철그럭철그럭 멀리서 가까이 다가온다… 어머니가 은근히 미소하는 순간 말굽소리는 또 멀리 사라진다   여명 풀밭, 텐트, 소, 염소들이 찬란한 서광을 이마받이할 때 이족아가씨가 님의 가슴앞에서 나직이 노래한다 그녀는 맑은 호반의 짙푸른 목장을 노래한다       소와 염소 떼속 준마를 탄 소념 그리고 와글와글 소리치는 젖소새끼들   순찰병이 말굽소리 찰그럭찰그럭 멀리서 가까이 다가온다… 아가씨가 수줍어 돌아보는 순간 말굽소리는 또 멀리 사라진다   석양 설산, 빙하, 파란 보리싹들에 지는 노을이 머물 때 장족의 손주가 할아버지어깨에서 피리를 분다 그가 스스로 그리는 먼먼 곳을 분다 먼 곳에 붉은 보석의 서울이 있고 그 붉은 보석이 성에 영원히 대지를 비추는 태양이 반짝이고있다   순찰병의 말굽소리 찰그럭찰그럭 멀리서 가까이 다가온다… 할아버지가 눈 깜박이는 순간 말굽ㅈ소리는 또 멀리 사라진다.   고도 호구에서 예웨이렌(1936ㅡ 대만)   줄이 끊긴 비파가 공중에 가로 놓여 바람의 손가락더러 치라한다 바람의 손가락더러 배속을 때리라 한다   그 다락에 앉은 여자가 머리를 빗는다 광서황제의 얼굴에 닿도록 빗질한다 머리가 너무 길어서 우리는 아무리 쫓아도 따라갈수 없다 우두커니 서서 하늘을 우러르며 줄이 끊긴 연 한닢을 볼수밖에 없다    종달새 레이수얜(1940ㅡ)   날아라! 종달새! 오월의 고요한 새벽을 날개쳐라!   너는 오만한 벼락 너는 즐거운 유성 너는  장려한 일출을 보았고 네 가슴에 일렁이는 행복 너의 사랑 전부로 이 광명을 노래하렴   날아라! 종달새! 오월의 고요한 새벽을 날개쳐라!   보리 푸탠린(1946ㅡ)   보리, 내 사무치게 사랑하는 보리, 내 그대를 위해 시를 쓰노라   청순한 오월엔 일년에 한차례의 수확을 기다린다 봅리수염의 휘날림은 해볕의 자상한 은총 낫을 놓고 절구통과 술을 두들긴다 묶어진 보리짚단은 허리에 수건을 졸라맨 사내   내게는 보리 말고 이 세상 무엇을 갖겠나?   나는 당신이 총애하는 계절인가? 나는 당신의 원야로서 혼례를 파종하는 밀월인가? 불어나는 열매는 갈수록 풍만해지는 내허리 아침 안개를 걸친 자세는 어느 천자의 긴 두루마기   아! 이른 아침, 어느 농부가 나를 공중으로 들어올린뒤   달밤은 버드나무 한줄과 살구나무 한줄로 경계를 쌓고 어쩌다가 메뚜기 한마리가 외밭으로부터 슬금슬금 도망나온다 뼈 없이 한들한들한 싹은 감수와 항쟁의 깃발 보리! 내 사무치게 사랑하는 보리 내 그대를 위해 시를 쓴노라   태양성편지 뻬이따오(1949ㅡ)     목숨   태양은 위로 오른다   사랑   고요, 기러기떼가 날아간다 황페한 처녀지로 고독이 쿵 넘어진다 하늘엔 짜고 떫은 비가 나부끼고   자유   찢어진 휴지가 나부낀다   아가씨   떨리는 무지개가 나는 새의 꽃털을 채집한다   청춘   붉은 물결이 고독한 노로 스며든다   예술   억만개 휘황한 태양이 부서진 거울에서 현신(现身)한다   인민   달빛에 찢겨 반짝이는 보리알이 성실한 하늘과 땅에 뿌려진다     로동   손, 지구를 에워싼다   운명   아이들은 아무렇게나 난간을 치고 난간은 아무렇게나 밤을 때린다   신앙   양떼가  파란 늪에 넘실거리고 목동은 외마디 퉁소를 분다   평화   식품은 쇼윈도를 빙빙 돌고 말 없는 초콜렛 대포   조국   그는 청동의 방패위에 주조되여 박물관 까만 판자울타리에 기대고있다   생활   그물     기왕 쉬징야 (1950ㅡ)   기왕 앞으론 망망대해 뒤로는 아득한 륙지일바에야 기왕 발아래론 파란 만장을 밟고 또 숙명대로 저 파도를 그릴바에야 기왕 기대고 참을만한 초석조차 해저로 가라앉은바에야 기왕 저륙지는 멀고 바다와 하늘에 가로막혔을바에댜 차라리 내 일생을 바다에 주자꾸나 저 앞에 아무런 안전표지도 없는 바다에 주자꾸나   시월의 헌시(외2수) 망커(1951ㅡ)   수확   가을이 살며시 내 얼굴에 오더니 내가 익었다   로동   나는 장차 모든 마차와 함께 태양을 보리밭으로 유인할것이다   과실   얼마나 귀여운 자식 얼마나 귀여운 눈빛 태양은 빨간 사과 그아래로 무수한 아이들 기묘한 환상   과실   얼마나 귀여운 자식 얼마나 귀여운 눈빛 태양은 빨간 사과 그아래로 무수한 아이들 기묘한 환상   가을숲   당신의 눈빛도 당신의 목소리도 없이 땅에는 붉은 스카프가 내리고…   만남   그것은 구름송이처럼 나플거리는 여인의 그림자   오솔길   그것은 줄곧 흔들리는 백양나무 그것은 백양나무에 기대선 아가씨 그 길은 아가씨가 절망한 굽이굽이 오솔길   구름   나는 당신이 당신이 하얀 잠옷 입을 때를 사랑한다   개척자   나는 강물 나는 젖줄 내게 물을 주오 젖을 주오 나는 쇠쟁기 나는 낫 내게 경작과 수확의 기회를 주오 ……………….   가을   1 과일이 익었습니다 이 붉은 피 나의 과수원엔 하늘처럼 붉게 물든 밤 2 가을은 정욕이 이글거리는 계절 당신의 눈엔 왜 나를 드러내고있나요 3 꽃피는 계절 아이들은 논밭으로 나가 손님이 된다 그들의 재잘거림은 밭갈이하는 사람과 더불어 수확의 계절로 들어간다 아, 가을 틀림없이 당신은 꽃피는 계절 4 당신의 눈망울속 구름은 하염없이 나부끼고 가을이여! 태양은 어이하여 당신을이토록 말리나이까? 5 당신의 품에 안은것은 무엇이뇨? 당신이 휘둥그래 찾는것은 무엇이뇨? 그 눈부신 해살아래 우울한 사람들 사내, 여인, 아이, 빵 그것은 가정의 필요 그것은 요람을 가득 채운 빵 6 아이들에게 더 많은 눈물을 주지 마오 그들에겐 죄가 없나이다 7 해볕속에 찬란한 이 장미 한송이를 사랑에게 드리나이다 8 아! 가을! 당신은 몇가지 빛갈을 지녔나요? 황혼은 목욕을 마친 아가씨의 수건 물결은 아가씨를 희롱하는 부끄러움 밤은 미쳐서 녀인들과 얽혀있거늘 가을 가을임에 틀림없습니다. 9 가을 나의 생일이 지났습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소 나마저 남기지 않은채 과일이 익었습니다 이 붉은 피 10 아! 문앞에 쭈그리고 있는 다신 어둔 밤 나의 적막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은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게는 땅 한조각이  있습니다   내게는 땅 한조각이 있습니다 내게는 까맣게 그을린 등뼈가 있습니다 내게는 태양도 감쌀 가슴이 있습니다 내게는 뜨겁게 달아오른 심장이 있습니다   내게는 땅 한조각이 있습니다 내게는 누군가에게 경작된 두개골이 있습니다 내게는 하늘도 들락거리는 머리가 있습니다 내게는 아득히 깊은 사랑이 있습니다   내게는 땅 한조각이 있습니다 내게는 누군가에게 갈고 닦인 손바닥이 있습니다 나는 별을 씨처럼 뿌리는 힘을 가졌습니다 나는 일꾼의 생각을 가졌습니다   내게는 땅 한조각이 있습니다 나는 피가 출렁출렁 흐르는 몸을 가졌습니다 나는 인류를 길러낼 젖을 가졌습니다 나는 미래에 부치는 희망을 지녔습니다   조국이여! 사랑하는 조국이여! 쑤팅(1952ㅡ)   나는 당신의 강가의 털털이 물레방아 여러백년 피곤한 노래로 물레질하는 방아 나는 당신의 이마에 까맣게 그을린 작업등 당신이 력사의 터널을 달팽이처럼 기여가로록 비추는 작업등 나는  말라빠진 벼이삭 망가진 길바닥 나는 좌초된 난파서 당시의 어께에 동아줄을 묶었나니 당겨주소서! ㅡㅡ조국이여!   나는 빈곤 나는 슬픔 나는 당신이 대대손손 아프디 아픈 희망이거늘 천사의 소매에서 천백년을 날다 아직도 땅에 떨어지지 않은 꽃송이  ㅡ조국이여   나는 방금 신화의 거미줄을 탈출한 당신의 참신한 리상 나는 당신의 눈더미속에 자란 고련의 싹 나는 당신의 눈물적신 보조개 나는 방금 석회를 뿌린 하얀 출발선 나는 지금 막 솟구치는          붉은 려명;     ㅡ조국이여!   나는 당신의 십억분의 일 당신 구백륙십만평방의 총화 당신은 갈기갈기 찢기운 가슴으로 헤매는 나를 생각하는 나를 끓는 나를 키웠다 그것은 나의 피와 나의 살더미위에서 당신의 풍요 당신의 영광 당신의 자유를 얻었나니 ㅡ 조국이여! 사랑하는 나의 조국이여!   증명(외2수) 얜리(1954ㅡ)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햇살이 내게 손짓하고 있을 때 새똥이 내 손가락끝에 떨어진다 소가락 마디는 내 몸에서 빼낸 시름 한토막 하지만 얼른 봄을 확인코저 나는 일벌 한마릴 꼭 쥐어본다 여기서 봄의 강림은 한차례의 아픔에서 시작됨을 확인하거늘 생채기를 벌리고 보아라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빈차   스무조각으로 좌우를 바느질한다 발빛아래서 노동한다 낯익은 바람 그대는 낡은 하늘을 꿰맨다      나는 눈(雪)이다   나는 일기를 쓴다 온 대지에 가득히   나는 눈이다 나부낌은 다만 도중의 일   나는 눈이다 시체를 덮는 하얀 베   혹시 내가 틀렸을지라도 내 어찌 노란 잎새를 이해하랴   나는 눈이다       눈을 깜박인다             ㅡ이 착란의 시대에 나는 이러한 착각을 생산한다. 꾸청(1956ㅡ)   나는 죽어서도 눈을 뜰것을 믿는다   무지개가 분수속을 노닐며 부드러이 길손들을 둘러보다가 내가 눈을 깜박이는 동안 어느새 뱀의 그림자로 둔갑한다   시계가 교회에 살면서 조용히 시간을 재지만 내가 눈을 깜박이는 동안 어느새 깊은 우물이 된다   붉은 꽃이 은막에 펼쳐지며 활활 봄바람을 맞건만 내가 눈을 깜박이는 동안 어느새 비릿내 나는 핏덩이가 된다   확신을 얻기위해 나는 두눈을 부릅뜨고있다    물가 양무(1940ㅡ)   나 여기서 벌써 나흘을 앉았네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곳에서 ㅡ 아무런 발소리 하나 울리지 않는 곳에서   (적막뿐)   풀고사리는 내 바지밑에 돋더니 어느새 내 어깨를 가리였네 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버릴수 없는 기억의 흐름 기억도 차라리 동동 구름에 적어둘걸   지금 눈을 돌리면 마냥 헤프게 웃는 개나리 그리고 민들레는 꽃가루를 날려날려 시나브로 내 삿갓에 내려앉네 가난한 내 삿갓더러 무엇을 주란 말인가 드러누운 내 그림자더러 또 무얼 주란말인가   오후마다 나흘째의 물소리는 오후마다 나흘째의 발소리런가 그것들이 모두 발을 굴리는 소녀들의 끊임없는 열렬한 고집이라면 ㅡ 아무도 올수 없어 아무도 올수 없네 나는 그저 낮잠이나 청하는수밖에.   심원춘            눈(1936작)        모택동   북국의 풍광 천리에 얼음 덮이고 만리에 눈 날리네 바라보니 장성안팎은 망망한 은세계여라 도도히 흐르던 황하도 홀연 그 기세 잃었구나 산은 춤추는 은배암이런가 고원은 줄달음치는 흰 코끼리런가 저마다 하늘과 높이를 겨루려네 날이 개이면 붉은 단장 소복차림 유난히 아릿다우리   강산이 이렇듯 아름다워라 수많은 영웅들 다투어 허리 굽혔더라 가석하게도 진시황 한무제는 문채 좀 모자랐고 당태조 송태조는 시재 좀 무디였느리라 천제의 총아라던 칭키스칸도 독수리 쏘는 한재주밖에 없었더라 모두 지나간 일이거니 영웅 호걸 찾으려거든 오늘을 보아야 하리                   2016년 4월초   참고문헌   물과 꿈 /가스통 바슐라르/ 문예출판사 몽상의 시학/가스통 바슐라르/동문선 구조주의 력사/프랑수아 도스 /신야사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 라캉쉽게 읽기/우치다 타츠루 /갈라파고스 구조주의와 기호학/ 테렌스 호옥스 /동문사 글쓰기 0도 /롤랑 바르트 /동문사 해체/ 자크 데리다/ 예술출판사 데리다의 유령들/니콜러스 로인/앨피 천개의 고원/질 들뢰즈 , 필릭스 가타리/새물결 하이퍼텍스트 3.0 /조지 P 란도/ 코무니케이션빅스 욕망 이론/자크라캉/문예출판사 현실과 초월/문덕수/ 시문학사 문덕수문학연구2/시문학사 심상운시론/ 컴에서 문심조룡/류협/연변인민출판사 《周易生活》/徐坤编著/气象出版社。 人间词话/王国维/吉林文艺出版社。 《秋思》/马致远/元代散曲集《东篱乐府》。 唐4柱大典/ 李仙岩,金虎日 共著/弘新文化社。 주역/장성문 금역, 김성우 한역/연변인민출판사 노자평전/쉬캉썽/미다스북스출판사 언어의 토대/ 로만야콥슨. 모리스할레/ 문학과 지성사 소쉬르/ 조너선 컬러/시공로고스총서 03 시의 리해/정현종, 김주연, 유평근편/민음사 시학/아리스토 텔레스/문예출판사 주석성경/기독지혜사(주) 기억이 나를 본다/시집. 토마스 트란스 트뢰메르/들녁사 하이퍼시 /종합시집/시문학사 하이퍼시2/종합시집/시문학사. 중국고대명시선/허세욱역주/혜원출판사 중국현대명시선.1/허세욱역주/혜원출판사 중국현대명시선.2/허세욱역주/혜원출판사 중국고전문학작품선(제2집)/허룡구편역/료녕인민출판사 남이다 하고난 질문/신세훈/도서출판 천산 최룡관 시선집/ 연변인민출판사 련꽃에 달의 집을 짓다/방산옥/연변대학출판사. 자유문학/계간지/96권/도서출판천산 도라지잡지/격월간/2015/제2기. 도라지잡지/격월간/2015/제4기 비비(1)/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편집/ 내부간물 비비(2)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편집/내부간물 비비(3)/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편집/내부간물      뒤풀이   을 출간하게 되니 심정이 사뭇 경건해 집니다. 이 책은 저의 문학생애에서 두번째 기념비를 세운것 같 습니다. 첫번째 기념비는 이였습니다. 두 개이 문학에서의 저의 자화상이라고 할수있을것 같습니 다. 문학은 새로운것에 대한 탐구입니다. 50살을 맞으면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문학의 본체에 대하여 사색하면서 홀로걷기를 한것 같습니다. 눈보라도 맞아야 했고, 소나기도 맞아야 했습니다. 눈보라와 소나기를 보내준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들은 저를 견강하게 하였고 분발하게 하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사명감을 느끼면서 분투하는 큰 힘을 얻었습니다. 나름대로 탐구한 저의 문학의 길은 말그대로 가시밭길이였던 같습니다. 너무도 외로운 길이였고, 너무도 어려운 길이였던것 같습니다. 그래도 거기에 보람도 있었던것 같습니다. 이 책을 내면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홍현기화백은 저한테 새로운 서적들을 많이 보내주셨고, 연변일보 전임사장 강룡운선생님은 제1독자로서 많은 조언을 주시였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충심으로 되는 감사를 드립니다. 또 이 책의 출판을 맡아나선  연변대학출판사 김미숙주임과 임직원들의 로고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 책이 저로서는 마지막 리론 탐구작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만큼한 졸작을 쓰는데는 꼭 10년이란 공부와 연구 그리고 집필시간이 수요되였습니다. 저한테 주어진 시간은 이 책으로 시리론연구를 마무리 해야 한다는 생각을 털어버릴수가 없습니다. 조금은 섭섭한 생각이 듭니다만 저는 나름대로 문학의 본연을 탐구해 본것에 자부감을 느낍니다. 저와 함께 하이퍼시를 탐구하는 연변동북아문예술연구회 회원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문학의 부흥을 빕니다.  
928    {쟁명} - 하이퍼시는 은유와 환유의 잔치, 설명과 해석은 금물. 댓글:  조회:2427  추천:0  2018-01-10
10.하이퍼시는 설명과 해석이 아니라 은유와 환유를 촉구 작성자: 최룡관 하이퍼시에서도 중점적이고 활약적인 수법은 은유와 환유라고 할수 있다. 은유는 돌발적으로 나타나며 시인의 대담한 상상의 표현이라고 할수 있다. 은유는 한 사물에서 다른 사물의 이름을 불러오기이며, 한사물에서 다른 사물로의 건너뛰기이며, 한사물이 다른 사물을 대체하기이다. 는 은유인데 물과 불타는 물체는 워낙 어떤 련관성을 갖고있는것이 아니라 전형적인 반대성을 지니고있다. 은유는 무엇은 무엇이다라는 격식을 갖고있는 자유로운 상상의 표현이며, 한 사물이 그와 다른 사물로 생성되기이다. 은유는 수직이며 분리이며 반대물과의 짝짓기이다. 환유는 한명칭을 다른명칭으로 대체하기이다. 명칭을 대체하면서 새로움을 발휘하는 문체이다. 는 환유인데 여기서 칼은 료리사를 대체한 언어이다. 에서 북경은 북경시위서기나 시장을 대체한 언어로서 환유에 속한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폴포르에게는 이런 시구가 있다.   아침의 조용한 물소리 장미처럼, 일몰의 사자는 거슬러 오리라. 은빛종소리는 헤염치리라, 얼마나 상냥한 바다인가… 아! 내방의 갈대는 얼마나 울부짖고 있는것일가(165쪽)   우의 시는 참말로 정채로운 이미지라렬이다. 물소리는 은유에 의하여  장미라는 새로운 사물이 되여  나타나고, 일몰은 은유에 의하여  사자라는 새로운 사물이 되여 나타나고, 은빛종 소리, 바다, 갈대들은 환유에 의하여 언어의 코드가 바뀌면서 사물이 새롭게 태여나고 있다겠다. 기이한 감이 드는 이러한 사물운동이 독자들을 놀라게 하며  떨리게도 한다. 은유와 환유에 대하여 여러가지 방법으로 분석해본학자는 로만 야콥슨과 모리스할레라고 할수 있다. 그들은 은유는 어떤 유사점, 상합적, 공시적, 수직적, 직유. 초현실주의, 능기생성, 시전경화, 해석불가의 성격을 띤다고 하였고, 환유는 유사성대신 인접성, 상합적대신 련합적, 수직성대신 수평적, 직유대신 제유,  능기생성대신 능기결합, 공시적대신 통시적. 시전경화대신 산문전경화. 초현실주의대신 입체파, 해석불가대신 해석거부라고 하였다.  은유는 한 사물이 다른 사물로 변하기이며, 환유는 한 사실이 다른 사실로 변하기인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은유를 특별하게 중시하면서 은유를 (.134쪽. 아리스토텔레스)이라고 하였다.  은유는 어떤 유사성이 있어야 한다는것이 정설이다. 이 유사성은 감각에 의거하기가 일수이다. 일 때 색갈에 의한 은유요, 일 때는 청각에 의한 은유요, 일 때는 촉각에 의한 은유요, 일 때는 미각에 의한 은유요, 일 때는 모양에 의한 은유다. 일 때는 성질이나 사물의 의미에 의하여 만들어진 은유이기에 경우가 다르다. 이런 등가성은 물은 불이다처럼 등가성이 먼곳에 있다고 할수 있다. 먼곳은 성질이다. 백두산이 술이라고 할 때는  취한다는 의미가 있기때문에 성립되는것이고, 물은 불이라고 할 때 물은 액체이고 액체는 불이 붙는것이 많기도 하거니와 노을속에서 물은 붉은 색갈이 번지기도 한다. 그래서 물도 바다도 호수도 다 불로 전환될수 있는것이다. 기어코 어떤 유사성이 있어야만 은유가 성립되는것은 아니다. 시인은 시를 쓸 때 이것이 은유인가 환유인가를 근본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우연히 은유적으로나 환유적으로 시구가 나오게 되는것이다. 어떤 상상은 몽환과 같은것이여서 은유나 환유가 맞느냐 틀리느냐는 비평가들이나 론할 일이지 시인들이 론할 일은 아니다. 시인은 령혼에 떠오르는 물질생성과 물질운동 즉 이미지를 따라가며 적어놓는 작업을 할뿐이다. 은유든 환유든 다 기발한것일수록 값이 비싼것이다. 소위 기발하다는것은 일상적인 상상의 지평을 넘어서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놓는는것이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은유나 환유,  누구의 상상이나 다 뛰여넘은 그 시인만의 은유나 환유, 누구도 깜짝 놀라게 하는 은유나 환유, 누구도 쉽게 리해하기 어려운 은유나 환유,  그것은 천금과도 바꿀수 없는 창조성과 예술성이 융합된것으로서 시인의 위상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그 시인만의 일회용 은유나 환유야말로 최상이것이리라. 최상의것은 코와 코구멍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 망치로 뚜드려도 부서지지 않고, 세월이 흘러가도 부식되지 않고, 색갈이 변하지 않는 은유나 환유를 창조한다는것은 예술의 정상에 오르는 표징이라 할수 있을것이다. 필자의 소견에는 환유보다 은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은유는 상징에 도달하는 지름길로서 일상적인 사유에서 신비하고 기이한 사유에로 전환하기 가장 좋은 문학수법인것이다. 은유와 환유에 대하여 많이 론한 석학중의 한사람은 자크 데리다라고 할수 있을것 같다. 그는 라는 글에서 무려 150쪽에 달하는 지면을 할애하여 은유와 환유를 피력하였다. 데리다는 은유는  텍스트의 체계속을  자유로이 넘나들면서 (동상. 249쪽) 또 은유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고 하면서 (자크 데리다  180쪽) 고 하였다. 찬찬히 읽어보면 알수 있기에 뱀에게 사족을 붙이지 않기로 한다. 태양은 아침에 아세아에서 떠서 아세아의 저녁이 되면 구라파로 가는것이 태양의 궤적 이다. 아침과 저녁은 지구의 자전에 의하여 명명된것으로서 중국은 구라파보다 아침을 먼저 맞게 된다. 태양의 빛은 많은 은유를 생산하는데 동방에서부터 서양으로 가면서 하게 된다. 한국 주역가 김승호의 말씀대로 하면 중국의 문명은 서양보다 적어도3500년을 앞섰다고 할수 있고, 중국 장승호주역가에 의하면 1500여년을 앞섰다고 할수있다. 이것은 주역과 성서의 년한의 차이로 립증할수 있는것이다. 태양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것은 영구불변의 도이며 진리이다. 그래서 데리다는  (동상. 245)면서 태양의 수사를 이라고 하였다. (동상) 고 감개무량해 하였다.  중국고대4대 발명인 제지, 인쇄, 화약, 지남침은 인류에게 지대한 발전을 가져오게 하였고, 철학에서는 으로부터 시작되여 도가, 유가 법가…문학에서는 로부터시작하여 를 거쳐 , , , , …등은 인류문화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고 할수 있다.  그래서 미국의 예일대교수 폴 케네디는  (.17쪽)고 하였으리라. 손오공이 72변술을 부려도 여래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수 없었듯이 서양의 근대, 현대, 당대의 시가가 중국의 고전에 그 뿌리가 있다는것은 벗어날수 없는것이다.  우리는 자호해야 한다. 중국 고전의 전통을 살리면서,  서양의 우수한 문학기교를 받아 들이면서, 우리의 전통인 을  모름지기 윤기나게 갈고 닦으면서, 하이퍼시를 찬란하게 꽃피워야 할것이다.               마무리   이 글은  구조주의의 무의식과 하이퍼시에 대한 감상품이며 습작품이라고 할수 있겠다. 많은 필묵을 들여서 말했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즉 하이퍼시는 사물의 생성을 말하는 시이고, 그 구성은 횡적구성으로서  생성은 하나를 말하는것이 아니라 여럿을 말하는것이다. 현대시에도 이런 시들이 있다. 그때는 파편문체라고 하였다. 21세기에 와서 하이퍼시의  개념을 정립하였고, 본격적으로 21세기 문학을 장식하고 있다고 하겠다. 하이퍼란 강대하다는 말이다. 하이퍼시라는 언어는 영어에서 나왔다. 우린 서양사람들의 하이퍼시를 연구하면서 중국의 시전통과 비해보면 명명의 새로운 감을 느끼고 수법의 신선함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하여 우리의 시궤도와 국제적인 시궤도를 련결하게 되며, 우리시의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게 된다.  우리의 전통에 하이퍼시가 한줄기 산맥을 이루고있다는것을 피부로 알고 하이퍼시를 해야 한다는것이다. 지식의 결핍과 연구의 제한으로 많은 오류가 존재할수도 있으므로 독자들의 량해를 바란다.              
927    <서시> 시모음 댓글:  조회:2554  추천:0  2018-01-10
    +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두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시인, 1917-1945)  + 序時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나희덕·시인, 1966-)  + 서시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  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  봉창 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  이 밤이 새기 전에 땅을 울리며 오라  어서 어머님의 긴 이야기를 듣자  (이시영·시인, 1949-)  + 서시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가 없습니다.  요행히 그 능력이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가 됩시다.  사랑하던 이를 미워하게 되는 일은  몹시 슬프고 부끄럽습니다.  설혹 잊을 수 없는 모멸의 추억을  가졌다 해도 한때 무척  사랑했던 사람에 대해  아무쪼록 미움을 품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김남조·시인, 1927-)  + 서시  세월이 가면  길가에 피어나는 꽃 따라  나도 피어나고  바람이 불면  바람에 흔들릴라요  세월이 가면  길가에 지는 꽃 따라  나도 질라요  강물은 흐르고  물처럼 가버린  그 흔한 세월  내 지나 온 자리  뒤돌아다보면  고운 바람결에  꽃 피고 지는  아름다운 강 길에서  많이도 살았다 많이도 살았어  바람에 흔들리며  강물이 모르게 가만히  강물에 떨어져  나는 갈라요  (김용택·시인, 1948-)  + 서시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바삐 살다 보니 어느덧 쉰 고개  한 고개 넘을 적마다 흥분으로 들뜨기도 하고  푸념으로 넋두리하며  고개, 고개 넘어 예까지 왔는데  뒤돌아보니 살아온 날이 너무 멀어  돌아갈 길보다 앞으로 갈 길이 가깝구나  고통을 이고 지고 갈 적  웃을 일도 많았으련만 왜 삶이 고단하다 하는가  눈물을 뿌린 것보다 웃음을 날린 것이 더 많은 날  나는 한 세상 잘 살아가노라 말하리라  고통이 말하거든 웃음으로 버무려버리고  죽음 앞에서 의연하게 미소 지으며  아니라 부정하는 손사래는 치지 않으리라.  (나선주·시인)  + 서시  누가 나에게  옷 한 벌을 빌려주었는데  나는 그 옷을  평생동안 잘 입었다  때로는 비를 맞고  햇빛에 색이 바래고  바람에 어깨가 남루해졌다  때로는 눈물에 소매가 얼룩지고  웃음에 흰 옷깃이 나부끼고  즐거운 놀이를 하느라  단추가 떨어지기도 했다  나는 그 옷을 잘 입고  이제 주인에게 돌려준다  (류시화·시인, 1958-)  + 서시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이성복·시인, 1952-)  + 사랑의 종말을 위한 서시  누구나 사랑할 자격은 있으나  누구나 이별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는 그것은 자유이지만  이별하는 그것은 자유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그것은 혼자서도 할 수 있으나  이별하는 그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사랑할 때는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으나  이별할 때는 용서할 수 있는 것만 용서됩니다.  사랑할 때는 겨울도 봄 같지마는  이별할 때는 봄도 겨울 같이 느껴집니다.  사랑할 때는 울어도 행복하지만  이별할 때는 웃어도 눈물이 흐릅니다.  부디 사랑을 위해 사랑을 하였거든  이별 역시 사랑을 위해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이별이 사랑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깨우치게 하여 주옵소서.  (조병화·시인, 1921-2003)  + 윤동주의 서시  너의 어깨에 기대고 싶을 때  너의 어깨에 기대어 마음놓고 울어보고 싶을 때  너와 약속한 장소에 내가 먼저 도착해 창가에 앉았을 때  그 창가에 문득 햇살이 눈부실 때  윤동주의 서시를 읽는다  뒤늦게 너의 편지에 번져 있는 눈물을 보았을 때  눈물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어이 서울을 떠났을 때  새들이 톡톡 안개를 걷어내고 바다를 보여줄 때  장항에서 기차를 타고  가난한 윤동주의 서시를 읽는다  갈참나무 한 그루가 기차처럼 흔들린다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인가  사랑한다는 것은 산다는 것인가  (정호승·시인, 1950-)  + 사랑 서시  사랑이 고통이라 하여도  사랑을 피하지는 않으리라  내가 누군가의 사랑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듯이  이 세상 어느 외진 곳에서  따스한 사랑의 손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외롭고 추운 영혼을 위해  사랑을 피하지는 않으리라  사랑을 위해 번뇌하지 않고  사람을 위해 번뇌하리라  머리 속으로만 번뇌하지 않고  몸으로 사랑을 행하리라  먼 훗날의 큰사랑을 꿈꾸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사랑에 성실하리라  입술로 사랑을 뽐내지 않고  묵묵히 몸으로 사랑하리라  작아도 깊고 견고한 사랑을 하리라  (정연복, 1957-)           
926    [시단소사전] - "글쓰기 충전구멍가게"... 댓글:  조회:3035  추천:0  2018-01-10
글 잘 쓰고 싶다면, 이 공식만 기억하세요 조성일 2018.01.10.  SNS 공유하기   인쇄하기 새창열림 글씨크기 조절하기     [조성일의 글쓰기 충전소] 글 구성하기  [오마이뉴스 글:조성일, 편집:이주영] 연말연시를 보내며 바쁘다는 이유로 게으름을 피웠다. 별다른 언질 없이 2회나 중단됐던 연재를 다시 이어나간다. 독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글을 일단 쓰고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가 중간에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러 내용이 얽히고설켜 뒤죽박죽이 되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당연히 수정을 해야 하는데, 그 수정이라는 게 다시 쓰는 것보다 더 어렵다. 난감하다. 그렇다면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있다(이 말에 혹 무슨 만병통치의 효과라도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않길 바란다.) 바로 글을 쓰기 전에 이정표 역할을 하는 '구성'을 짜는 것이다. '구성'이란 낱말은 흔히 '플롯'(plot)이란 용어로도 사용되곤 한다. 그런데 이 구성은 소설이나 영화, 연극 같은 서사에서 흔히 사용하는 것으로, 우리가 쓰려고 하는 일반적인 실용문과는 관련성이 적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소설과 같은 문학뿐만 아니라 실용문 등 어떤 글이라도 기본적인 구성은 있게 마련이다. 설령, 글쓴이가 사전에 구성 같은 건 전혀 고민하지 않고 일필휘지로 내갈겨 썼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글을 분석해보면 대략적인 구성의 형태를 볼 수 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문학작품을 분석적으로 접근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어떤 작품이라도 분석 앞에서는 두부모 자르듯 명쾌하게 구분되었던 사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구분을 바탕으로 작가의 애초 의도를 파악하곤 했었던 경험. 그런데 과연 작가가 우리가 정답으로 꼽았던 의도를 애초부터 갖고 있었을까. 아마도 우리들의 견강부회가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작가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모든 글에는 구성이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은 문학이 아닌 실용문 범주의 글을 쓸 때 어떻게 쓰면 효율적일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구성'의 문제를 다룬다. 노련한 작가의 일필휘지가 아닌 '초보 작가의 글 시작 전 필수과정'처럼 다룬다. ▲  글은 생각이나 사실 등 갖가지 콘텐츠들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런 콘텐츠들을 이용하여 글쓴이의 메시지(의도)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작업이다. ⓒ unsplash 자, 그럼 구성이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구성'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서너 가지의 풀이가 나온다. 그중 이 글에 부합하는 것을 골라보면, "문학 작품에서 형상화를 위한 여러 요소를 유기적으로 배열하거나 서술하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글은 생각이나 사실 등 갖가지 콘텐츠들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런 콘텐츠들을 이용하여 글쓴이의 메시지(의도)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독자가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쓴 글이 좋은 글이라는 사실은 앞선 글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글쓴이에게 다가오는 부담은 이런 생각이나 사실과 같은 콘텐츠의 조각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엮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노련한 작가라면 머릿속으로 전체 그림을 그린 후 나름 논리적인 주제별로 써내려간다 해도 중간에 길을 잃거나 힘들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초보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래서 구성을 짜라고 권하는 것이다. 구성의 종류에는 글의 종류만큼이나 많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글마다 다 제각각의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여기서는 몇 가지 대표적인 방식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구성 하면 으레 떠오르는 연관검색어가 있다. 서론-본론-결론이나, 기-승-전-결 같은 고전적이면서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형적인 방법론이다. 서론-본론-결론의 체제는 논리적이고 간단해서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논문이나 주장글에 가장 많이 활용된다. 서론은 "말이나 글 따위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하기 위한 실마리가 되는 부분"이고, 본론은 "말이나 글에서 주장이 있는 부분", 결론은 "말이나 글의 끝을 맺는 부분, 또는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림, 또는 그 판단"이다. 사전적 풀이가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그래서 글을 서론-본론-결론의 형태로 구성한다면, 이 글을 쓰는 이유와 앞으로 어떤 내용의 글을 쓸 것인지를 밝히고 난 다음 앞(서론)에서 예고한 대로의 내용과 주장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이 내용과 주장(본문)을 종합하여 자신의 판단(결론)을 쓰면 된다. 예를 들어보자.    "술 마시는 풍경이 새로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엔 으레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이 함께 모여야만 술을 마셨는데, 요즘엔 혼자서도 잘 마신다."    이런 시작글이 있다면 이 두 문장은 앞으로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대략의 방향을 제시한다. '술 마시는 풍경'이라는 주제로 글 쓰겠다는 것. 이를테면 서론이다. 그렇다면 다음엔 왜 술은 둘 이상이 마시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해왔는지, 그런데 요즘은 왜 혼자서도 술을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앞에서 제시한 주제를 설명하는 이야기들을 쓴다. 즉 본론이다. 그런 다음, 과거엔 여럿이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이 당연시되었지만 지금은 나홀로족이 늘면서 혼자서도 술을 마시는 문화가 유행처럼 번진다며 술은 꼭 여럿이 함께 마셔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도 얼마든지 의미 있게 즐길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쓴다. 결론이다. 물론 여기서 두괄식(결론을 앞에 놓는 방법)이냐 미괄식(결론을 맨 뒤에 놓는 방법)이냐 쌍괄식(결론을 앞과 끝 모두에 놓은 방법)이냐에 따라 구성 순서가 바뀔 수 있다. 결론-서론-본론, 결론-서론-본론-결론… 이런 방식도 가능한 것이다. 또한 기승전결(起承轉結) 방식은 어떤가.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기승전혼술(혼자 마시는 술)'과 같은 어법이 있다. 지금 여기서 얘기하는 기승전결 구성법에 기댄 표현이다. 사전의 풀이에 의존해 기승전결이 무슨 의미인지부터 보자.    ? 기(起): 문제를 제기하는 것 ? 승(承): 문제를 전개하는 것 ? 전(轉): 결정적으로 방향을 한 번 전환하는 것. ? 결(結): 끝맺는 것 '기승전혼술'이라는 말로 설명해보자. '술 마시는 풍경'이란 주제로 여러 사람이 모여 방담을 나누자고 해서(기) 참석자들이 각자 갖고 있던 다양한 음주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승), 그런데 그 중 혼자 사는 한 사람이 예전에 혼자 술 마시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요즘에 자주 혼자 술을 마시다보니 혼술도 나름 재미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화제를 혼술로 바꾼다(전), 그러자 모두 혼술했던 경험과 장단점 등에 대해 얘기하다, 요즘은 혼술이 대세라고 의견을 모은다(결). 어떤가. 이해가 되는가. 구성이라는 것은 글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를 미리 계획하는 것을 말한다. 친구들에게 어떤 힘센 아이와 싸웠던 이야기를 한다고 해보자. 이럴 때 화자는 어떻게 하면 이 이야기를 재미있고, 그리고 자신의 용기를 부각하는 무용담을 만들까 고민하게 된다. 이럴 때 상대방 코피 터진 얘기를 먼저 할까, 아니면 시비를 걸어오자 대담하게 결투를 받아들이는 것부터 얘기하는 게 효율적일까. 바로 글 쓸 때 구성을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이치다. 쓰고자 하는 글을 어떻게 배치하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자연스럽게 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과정이다.  그래서 글을 쓸 때 구성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길을 잃지 않을 확률이 높다. 아울러 글의 전개가 훨씬 자연스럽고 효과적이게 한다.
925    "모든 죽어가는것" 中 하나가 "조선어"였던것 같다... 댓글:  조회:2372  추천:0  2018-01-09
서울·교토·연변 하나로 이어준 윤동주 ‘서시’의 매력 2018년1월7일  작성자: 아야 2017년은 윤동주시인 탄생 100주년의 해였다. 그의 생일인 12월30일에 맞춰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에 있는 명동촌을 방문했다. 이곳은 시인의 고향이자 생가와 묘소가 있는 곳이다.     중국에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어를 전혀 못하는 나는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을 때 불안해졌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되어서였다. 연변까지 버스를 타고 5시간을 가는 동안 ‘조금이라도 중국어 공부를 하고 올걸 그랬다’며 후회했다. 그런데 연변의 중심인 연길 시내에 들어서면서부터 한글표기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언어가 심리적으로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실감했다.     윤 시인은 한국 시인 중에서도 일본에 가장 많이 알려진 시인이다. 팬도 많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인데 그에 대해 깊이 알게 된 것은 교토 도시샤(同志社)대학에 있는 시비(詩碑)를 알고부터다. 윤 시인은 도시샤대 재학 중이던 1943년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지 50년이 되던 해인 1995년 도시샤대 재일코리안 졸업생들이 중심이 돼 시비를 설립했다고 들었다. 몇년 전 이 시비를 찾아오는 한국 여행객들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가봤더니 실제로 10대나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행객들이 잇따라 찾아와 꽃이나 편지를 바치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토의 숨겨진 명소를 소개하는 기획 기사를 담당했던 나는 2015년 2월 시인의 70주기에 맞춰 그 시비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 취재를 하면서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윤동주 시인의 열정적인 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도시샤대는 물론, 그 전에 시인이 다녔던 도쿄 릿교대학이나 옥사한 후쿠오카에서도 매년 기일에 가까운 2월 중순이면 추모 행사가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또 탄생 100주년인 지난해 10월에는 윤 시인이 도시샤대 친구들과 같이 소풍을 갔던 우지천(川) 가까이에도 새로 시비가 세워졌다. 남겨진 그의 마지막 사진이 촬영된 그 곳에 시비를 세우기 위해 일본 팬들이 모금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일본인들이 윤 시인에게 마음이 가는 첫번째 이유는 작품의 매력이지만 그의 비극적인 인생도 큰 이유가 됐으리라. 일본에서 윤 시인이 널리 알려진 계기는 유명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茨木のり子)라 자신의 에세이에 윤 시인의 작품과 그의 인생에 대해 쓰면서다. 그 에세이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면서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 도시샤대의 시비와 마찬가지로 그 에세이에 등장하는 시도 윤 시인의 대표작 ‘서시’다.     ...     물론 일본어로 번역돼 있는데 둘 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부분이 ‘모든 살아 있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뜻으로 쓰여 있다. 번역자는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번역한 것이라고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잘못된 번역이라는 지적이 많다. 나는 시비를 다루는 기사를 쓰면서 이 번역을 그대로 게재하면 안 될 것 같아 원어의 뜻을 같이 전달했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모든 죽어가는 것’ 중 하나가 ‘조선어’였던 것 같다.     조선인이지만 조선어를 마음대로 쓸 수 없었던 시대. 윤 시인은 위험을 무릅쓰고 끝까지 조선어로 시를 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젊은 나이에 죽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기에 일본 독자들도 정확한 뜻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말을 빼앗긴 적 없는 일본 사람들은 그 아픔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을 나는 윤 시인에게서 배웠고, 보다 많은 사람이랑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관련 이야기를 여러 번 글로 쓴 바 있다. 시인의 탄생 100주년은 지났지만, 그의 묘소 앞에서 약속했다. 앞으로도 시인의 정신을 잘 기억하고 내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고 말이다.     나리카와 아야 일본인 저널리스트(동국대 대학원 재학 중)  [중앙일보] 입력 2018.01.06 01:00  
924    <해빛> 시모음 댓글:  조회:2386  추천:0  2018-01-09
   + 허락된 과식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햇빛이 가득한 건  근래 보기 드문 일  오랜 허기를 채우려고  맨발 몇이  봄날 오후 산자락에 누워 있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햇빛을  연초록 잎들이 그렇게 하듯이  핥아먹고 빨아먹고 꼭꼭 씹어도 먹고  허천난 듯 먹고 마셔댔지만  그래도 남아도는 열두 광주리의 햇빛!  (나희덕·시인, 1966-)  + 햇빛이 말을 걸다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햇빛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에게 나뭇잎에게 세상의 모든 플랑크톤들에게  말을 걸며 내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반짝이며 날아가는 물방울들  초록으로 빨강으로 답하는 풀잎들 꽃들  눈부심으로 가득 차 서로 통하고 있었다  봄이야  라고 말하며 떨어지는 햇빛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의 소리를 듣고 푸른 귀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권대웅·시인, 1962-)  + 햇살에게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종일  찬란하게 비춰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호승·시인, 1950-)  + 햇빛 바람  손가락에 침 발라  쏘옥 쏙 쏙  장에 가는 엄마 내다보려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아침에 햇빛이 반짝  손가락에 침 발라  쏘옥 쏙 쏙  장에 가신 엄마 돌아오나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저녁에 바람이 솔솔.  (윤동주·시인, 1917-1945)  + 햇살의 분별력  감나무 잎에 내리는 햇살은 감나무 잎사귀만하고요  조릿대 잎에 내리는 햇살은 조릿대 잎사귀만하고요  장닭 벼슬을 만지는 햇살은 장닭 벼슬만큼 붉고요  염소 수염을 만지는 햇살은 염소 수염만큼 희고요  여치 날개에 닿으면 햇살은 차르륵 소리를 내고요  잉어 꼬리에 닿으면 햇살은 첨버덩 소리를 내고요  거름더미에 뒹구는 햇살은 거름 냄새가 나고요  오줌통에 빠진 햇살은 오줌 냄새가 나고요  겨울에 햇살은 건들건들 놀다 가고요  여름에 햇살은 쌔빠지게 일하다 가고요  (안도현·시인, 1961-)  + 햇살은 어디로 모이나  눈도 녹지 않았는데  어찌 그리 양달을 잘 아시는가  나물을 뜯으려고 바구니를 내려놓은 자리  거기다, 그곳이 햇살의 곳간이다  갈퀴 손으로 새순을 어루만지자  오물거리던 햇살이 재게 할머니의 등에 오른다  무거워라 포대기를 추스리자  손자 녀석의 터진 볼에 햇살이 고인다  엄마 잃은 생떼의 입술이 햇살의 젖꼭지를 빤다  햇살의 맞은편, 그러므로 응달은  할머니의 숯검댕이 가슴 쪽에 서려 있다  늘그막에 핏발 서는 빈 젖꼭지에 있다  항아리 숫돌에 녹물을 지운 나물 칼  응달은 자신의 남은 빛을 그 칼날에다 부려놓고  방금 새순을 바친 풀뿌리로 스며든다  우글거리던 햇살의 도가니, 그 밑자리로  응달은 겨울잠 자러 가는 실뱀처럼 꼬리를 감춘다  양달은 지금 어디에다 아랫목을 들였나  아기가 갑자기 제 트림에 놀라 운다  아기의 뱃속 어딘가에서  빙벽 하나 무너져내렸는가  (이정록·시인, 1964-)  + 몇 줌 시린 햇볕에도  지난밤 바람이 몹시 불더니, 하느님이 다녀가셨는가?  옆집에 마실 오듯 슬쩍 다녀가셨는가?  이파리들 다 떨구고  차마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 떠꺼머리총각처럼 서 있는 저 감나무  몇 줌 시린 햇볕에도  한없이 떨며 깊어지는  극빈의 그늘 속에  새소리, 새소리들  발목 붉은 새 울음소리들  이 세상을 다 가진 듯 맑고 높게  반짝이고 있으니  이런 날 내 공부는  경전이고 나발이고 읽던 책 탁 덮고  밖으로 나가  빨랫줄에 빨래를 널거나 마당을 쓸거나 아니면 빈둥빈둥 구름을 쳐다보며  눈 밑 점이 이쁜  한 사람을 생각하거나!  (전동균·시인, 1962-)  + 햇빛에 대하여   먼 길 걸어온 햇빛 반기는 것인지  넘치고 넘쳐나는 햇빛이 아까웠는지  생의 아래쪽으로 움츠려 있던 나무들이 활짝,  살림살이 그릇 죄다 꺼내어 펼쳐놓는다  저 많은 그릇에 넘쳐나는 햇빛의 둥근 기억들  달고 시고 쓰고 맵고 짜고 비린 기억의 햇빛들  햇빛은 그 맛의 기억을 찾아서 내린다  햇빛의 그릇들을 높이 걸어놓는  저기 저것 좀 봐  햇빛 어루만져 매달아놓은 과실들  햇빛 읽어 반짝반짝 소금이 자라는 바닷물  둥글게 햇빛을 깎아놓은 높다란 방에서  아늑하게 삶이 데워지기도 한다  햇빛이 닿으면 닿기 무섭게  꽃들이 향기를 타고 올라 생의 널 뛰고  곡식들이 절로 고개 숙인다  햇빛은 그 밝기만으로도 얼마나 겸손한 것인가  열매처럼 매달린 내 머리도 끄덕인다  어느 늦은 저녁  햇빛의 시장기가 몰려오는 것인지  나는 어질머리 흔들며 집으로 돌아간다  제 생의 햇빛을 다 담아냈던  그릇들이 달그락 달그락 소리내는  사과밭 지나 배밭 지나  (최창균·시인, 1960-)  +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햇볕에 드러나면 짜안해지는 것들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햇살이 닿으면 왠지 슬퍼진다  실내에 있어야 할 것들이 나와서 그렇다  트럭 실려 가는 이삿짐을 보면 그 가족사가 다 보여 민망하다  그 이삿짐에 경대라도 실려 있고, 거기에 맑은 하늘이라도 비칠라치면  세상이 죄다 언짢아 보인다 다 상스러워 보인다     20대 초반 어느 해 2월의 일기를 햇빛 속에서 읽어보라  나는 누구에게 속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진다  나는 평생을 2월 아니면 11월에만 살았던 것 같아지는 것이다   (이문재·시인, 1959-)  + 이분법에 대한 일상의 소견  햇볕에 빨래를 내다 건다  햇살에 걸린 빨래들,  너무 오만하게 지쳐 섰던 영혼이  햇살에 오징어처럼  타 없어질 때까지  일광욕중이다  몸과는 사이가 나쁜 영혼에게  영혼이라는 말에 갇혀 영영 우울한 영혼에게  가을 하늘, 햇살에 걸린 빨래들에 섞이어  제 순수를 잃어버릴까,  잔뜩 겁먹은 영혼에게  개살궂은 사내처럼  간지럼 태우다  깔깔,  영혼도 웃다가 배를 움켜쥐고 자지러진다  웃다가 오줌도 새는 줄 모르고  눈물이 쏙 빠지고  혼이 달아난다  영혼에 영혼의 얼룩이 빠지고  영혼은 비로소 다른 것들과 구별되지 않고  평범해졌다, 깨끗해졌다  햇살 참 좋다,  (조하혜·시인)  + 담북장 햇살  한겨울 할머니 묘소엘 가면  겨울 햇살에서 담북장 냄새가 난다  고드름 굵게 쳐진 처마 아래  김장철부터 시름시름 말려놓은 무청 시래기  듬뿍 넣고 끓인 담북장에선  할머니 곰삭은 팔십 평생 속울음 냄새가 난다  대청마루 밑에 넣어둔 보랏빛 씨감자  부엌 한 편에서 싹을 틔운 푸른 대파  끓어 넘치는 뚝배기에서 송송 끓으면  겨울 햇살도 입맛 다시며  한 술 뜨는 숟가락에 서둘러 내리꽂힌다  둥근 상 빽빽이 둘러앉아 수다 피지 말라고  눈치 주던 어머니 앞에서 분주한 형제들 입질  일 년 내 거둬들인 쌀가마랑 잡곡 가마랑  새봄 서울로 공부 떠나는 아이들  꽁무니에 붙여 딸려 보내고 나면  꼭두새벽부터 소여물 끓이는  할머니 이마에 식은 땀 쉴새 없지만  한 뼘씩 커진 손자들 쑥대머리 너머로  창창한 뭉게구름이 달리기를 한다  굼뜬 겨울 햇살 끼어 든 침침한 아랫목에  눈감으신 허리 굽은 할머니  팔십 평생이 저토록 곰삭았을까  (김금용·시인)  + 할머니의 봄날  볕 아깝다  아이고야 고마운 이 볕 아깝다 하시던  말씀 이제사 조금은 알겠네  그 귀영탱이나마 조금은 엿보겠네  없는 가을 고추도 내다 널고 싶어하시고  오줌 장군 이고 가  밭 가생이 호박 몇 구덩이 묻으시고  고릿재 이고 가  정구지 밭에 뿌리시고  그예는  마당에 노는 닭들 몰아 가두시고  문이란 문은 다 열고  먹감나무 장롱도  오동나무 반닫이도 다 열어 젖히시고  옷이란 옷은 마루에  나무널에 뽕나무 가지에 즐비하게 내다 너시고  묵은 빨래 일손으로 처덕처덕 치대  빨랫줄에 너시고  그예는  가마솥에 물 절절 끓여  코흘리개 손주놈들 쥐어박으며 끌어다가  까마귀가 아재, 아재! 하고 덤빈다고  시커먼 손등 탁탁 때려가며  비트는 등짝 퍽퍽 쳐대며  겨드랑이 민둥머리 사타구니 옆구리 쇠때 다 벗기시고  저물녘 쇠죽솥에 불 넣으시던 당신  당신의 봄볕이  여기 절 마당에 내렸네  당신 산소에서 내려다보이는 기슭에는  가을에 흘린 비닐 쪼가리들 지줏대들 태우는 연기 길게 오르고  이따금 괭잇날에 돌멩이 부딪는 소리 들리겠네  당신의 아까운 봄볕이  여기 절 마당에 내려 저 혼자 마르고 있네  (장철문·시인, 1966-)  +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을 아시는가 이것은 나락도 거두어 갈무리하고 고추도 말려서 장에 내고 참깨도 털고 겨우 한가해지기 시작하던 늦가을 어느 날 농사꾼 아우가 한 말이다 어디 버릴 것이 있겠는가 열매 살려내는 햇볕, 그걸 버린다는 말씀이 당키나 한가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은 끊임없이 무언갈 자꾸 살려내고 싶다는 말이다 모든 게 다 쓸모가 있다 버릴 것이 없다 아 그러나 나는 버린다는 말씀을 비워낸다는 말씀을 겁도 없이 지껄이면서 여기까지 왔다 욕심 버려야 보이지 않던 것 비로소 보인다고 안개 걷힌다고 지껄이면서 여기까지 왔다 아니다, 욕심도 쓸모가 있다 햇볕이 아깝다는 마음으로 보면 쓸모가 있다 세상엔 지금 햇볕이 지천으로 놀고 있다 햇볕이 아깝다는 뜻을 아는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다 사람아 사람아 젖어있는 사람들아 그대들을 햇볕에 내어 말려 쓰거라 끊임없이 살려내거라 놀고 있는 햇볕이 스스로 제가 아깝다 아깝다 한다  (정진규·시인, 1939-)  + 햇살  하늘에는  태양의 햇살  내 마음에는  님의 햇살  광활한 대지는  태양의 햇살에 잠을 깨고  내 작은 영혼은  님의 햇살에 잠을 깨어요  하늘에는  따스한 태양의 햇살  내 마음에는  따스한 님의 햇살  대지는  태양의 햇살에 따스하고  내 마음은  님의 햇살에 따스합니다  (정연복, 1957-)    인도 뭄바이의 아라비아해 해변에서 한 남자가 갈매기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다. / 2018년 1월 9일, /인도 뭄바이
923    <별> 시모음 댓글:  조회:2115  추천:0  2018-01-09
   + 별의 여인숙  친구하고 저녁에  술 한 잔 하고 그냥  집에 돌아가기는 싫어라.  다른 녀석네 대문을 박차거나  낯선 여자 지저분한 분내에 안겨  아무렇게나 하룻밤 잠들고 싶네.  그래도 그러지 못하고  바보처럼  허청허청 돌아오는 길.  내 지붕 위에 나지막이 내려걸린  하늘의 북두칠성  아 저기로나 기어올라가서 하룻밤  잠들어볼까.  일곱 별 중 아래쪽으로 기울어진 네 별  그 오목한 구석  하느님이 들고 계시는  잠자리채 같은 저 속에 들어가  쪼그리고 잠을 잘까.  새벽에 깨어나  별들과 우주로 잠적해버리거나  땅바닥에 떨어져 깨질지라도.  (이성선·시인, 1941-2001)  + 별  밤의 입천장에 박힌 잔이빨들, 뾰족하다  저 아귀에 물리면 모든 罪가 아름답겠다  독사의 혓바닥처럼 날름거리는, 별의 갈퀴  하얀 독으로 스미는 罪가 나를 씻어주겠다  (신용목·시인, 1974-)  + 어떤 마을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음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 담던 접동새소리 별 그림자  그 물로 쌀을 씻어 밥짓는 냄새 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떴다.  (도종환·시인)  + 眞光不輝!  참된 빛은 번쩍거리지 않는다  어둠 속의 별빛은 부드럽고  슬프고 은은하고 따뜻하다  지금 너무 눈부시고  너무 찬란한 별들을  경계하라  (박노해·시인, 1958-)  + 별에게 물어봐야지  내게  별빛 한 줄기 달려오는 데  140억 년이나 걸렸대  오직 내게로만 오는데.  오늘 밤,  별에게 물어봐야지  학교 갔다오는 나처럼  놀다오지는 않았는지,  개울에 들러 가재를 잡았다던가  장난감 가게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구경 조금,  하지는 않았는지,  거미줄에 맺힌 빗방울이랑  풀잎이 달고 있는 아침이슬,  보랏빛 작은 제비꽃을 보고도  정말, 그냥 지나쳤는지.  그래서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아니냐구  오늘 밤 별에게  꼭, 물어봐야지.  그래, 그것도 물어봐야겠다  나도 별처럼 빛이 되려면  얼마나 걸리는 지  그것도 꼭,  물어봐야겠다.  (허명희·아동문학가)  + 슬픈 어느 날  울음을 참으려고  애를 썼지만  별님이   먼저 알고  눈물이 글썽.  슬픔을 잊으려고  애를 썼지만  달님이   먼저 알고  수심이 가득.  (박지현·아동문학가)  + 사랑을 위한 서시  나는 행복하다.  네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외롭고 먼 이름 하나 있어  어두운 저녁마다  나를 지키는 별이 된다.  우리의 운명은  애초부터 멀리 떨어져 있도록 예정되어 있는가  수천 광년을 달려가도 만나지 못하는 거리  외롭고 쓸쓸한 이름 하나 있어  고독한 저녁마다  나를 지키는 별이 된다.  네가 이 세상에  그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나  (윤수천·시인, 1942-)  + 뜨지 않는 별  별이라 해서 다 뜨는 것은 아니리  뜨는 것이 다 별이 아니듯  오히려  어둠 저 편에서  제 궤도를 지키며  안개꽃처럼 배경으로만 글썽이고 있는  뭇 별들이 있어  어둠이 잠시 별 몇 개 띄워 제 외로움을 반짝이게 할 뿐  가장 아름다운 별은  높고  쓸쓸하게  죄짓듯 앓는 가슴에 있어  그 가슴 씻어내는  드맑은 눈물 속에 있어  오늘밤도  뜨지 않은 별은 있으리  (복효근·시인, 1962-)  + 별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정진규·시인, 1939-)  + 그대 그리운 별  그대 사랑할 때  별이 되고 싶어라  하늘에서 이슬 머금은 별  유난히 반짝이지 않는 그리움의 별  사랑 하나로 별이 되고  그리움 하나로 별이 되고  바람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대는 아시려나  그대 사랑하면 외로움으로  허공 중에 표류한다는 걸  그대 사랑할 때  외로운 별이 되고  바람이 되어도  온몸에  눈물 머금어 이슬 되어도  맺힐 수 없고  반짝일 수 없다는 걸  그리운 그대는 아시려나  차마 바람이 되고  별이 될 수 없다는 걸  그대는 아시려나  (박장락·시인)  + 그대가 별이라면  그대가 별이라면  저는 그대 옆에 뜨는 작은 별이고 싶습니다  그대가 노을이라면  저는 그대 뒷모습을 비추어주는  저녁 하늘이 되고 싶습니다  그대가 나무라면  저는 그대의 발등에 덮인  흙이고자 합니다  오, 그대가  이른 봄 숲에서 우는 은빛 새라면  저는 그대가 앉아 쉬는  한창 물오르는 싱싱한 가지이고 싶습니다  (이동순·시인, 1950-)  + 별빛, 저 환한 눈물 한 점  별이 밤마다 반짝이는 것은  아득한 세월 우주를 떠돌던 외로움 때문이다  그대에게 닿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 한 줌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신공양 제 몸에 불질러  한사코 빛 뿌리고 있는 것이다  별이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것은  제 몸 다 사르고 남은 외로움이  둥글고 환한 사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데굴데굴 굴러가 그대에게 가 닿고 싶은 마음이  세월 속에서 단단하게 뭉쳤기 때문이다  별빛 저 환한 눈물 한 점,  별은 제 외로움 끝나는 날까지  제 몸 사르는 일 그만 둘 수가 없다  지금도 어둠 속에서 별이 반짝이는 것은  수수천년,  무릎걸음으로 다가가야 할 그대와의 거리가  아직도 까마득하기 때문이다   (주용일·시인, 1964-)  + 지상의 봄  별이 아름다운 건  걸어야 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  부서지고 망가지는 것들 위에  다시 집을 짓는  이 지상에서  보도블록 깨어진 틈새로  어린 쑥잎이 돋아나고  언덕배기에 토끼풀은 바람보다 푸르다.  허물어진 집터에  밤이 내리면  집 없이 떠도는 자의 슬픔이  이슬로 빛나는 거기  고층 건물의 음흉한 꿈을 안고  거대한 굴삭기 한 대  짐승처럼 잠들어 있어도  별이 아름다운 건  아직 피어야 할 꽃이 있기 때문이다.  (강인한·시인, 1944-)  + 별들은 따뜻하다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시인, 1950-)  + 북극성  숲속에 홀로 누운 밤이면  나의 온몸은 나침반  그대 향해 파르르 떠는 바늘  밤새 외눈의 그대 깜빡일 때마다  나의 몸은 팽그르르 돌아  정신이 없다  극과 극의 사랑이여  단 하룻밤만이라도  두꺼비집을 내리고 싶다  (이원규·시인, 1962-)  + 바람과 햇살과 별빛  꽃잎에 맴돌다 가는 바람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바람에  꽃잎의 몸은 흔들렸으리  꽃잎에 머물다 가는 햇살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햇살에  꽃잎의 마음은 따스했으리  꽃잎에 입맞춤하는 별빛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별빛에  꽃잎의 영혼은 행복했으리  오!  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이여  (정연복, 1957-)    ㅡ철새들은 너나없이 오가것만...
922    <콩나물> 시모음 댓글:  조회:2218  추천:0  2018-01-09
   + 콩나물은 서서 키가 큰다  콩나물이 그렇다.  대개 머리가 위로 올라가면서  키 크는 것과 달리  발이 뻗으며  키가 큰다.  하늘을 넘보지 않고도  할 일을 다 하는 셈이다.  단순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법을 깨친  수도승처럼  담담하고 단호하게  발을 뻗는다.  콩나물은 서서 키가 큰다.  (김성옥·시인)  + 숨쉬는 일에 대한 단상  항아리 속 검은 보자기 아래  노란 꽃술들,  살짝살짝 보자기를 들어올리며  고르게 숨을 쉰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끼얹을 때면  하루가 다르게 살 차 오르는  둥글 달을 보는 것 같은데  물관부를 따라 물길어 나르는  노랫소리에 맞춰  4분 음표들, 방안을 뛰어 다닐 것 같은데           숨쉬는 일이란  틈새를 비집고 촘촘한 영토를 다스리는 일,  고개를 떨군 채  生을 수직상승 시키는 일이다  (이가희·시인, 1964-)  + 콩나물에 묻다  무엇에 놀란 삶이기에  저토록 노랗게 질린 얼굴일까  얼마나 생각이 많은 삶이기에  저토록 무거운 머리를 이고 있을까  온몸이 뿌리가 되어버리고도  어떤 무게를 견딜 수 없어 저토록 힘든 모습일까  얼마나 지독한 사랑을 앓았기에  저토록 허연 뱃속까지 드러나 있는 것일까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저토록 일생을 고개를 떨구고 들지 못하는 것일까.  (이용채·시인)  + 콩나물 시루   추, 추, 추, 요강에 오줌을 누며  할머니가 치를 떨었다  잠든 콩나물시루에 몇 바가지 물을 내리고  할머니는 다시 누웠다  콩나물 무수한 대가리들이  노란 부리를 벌려 물을 받아먹었다  콩나물의 몸을 빽빽하게 빠져나온 물이  밑 빠진 독의 구멍을 타고 흘렀다  방안은 깊은 동굴이 되었다  똑, 똑, 똑,.....  콩나물 시루의 물방울소리  식구들의 잠을 뚫고  억만 년 동안 떨어졌다  천장에서 무수한 石柱들이 내려왔다  (정병근·시인, 1962-)  + 다시 나에게 쓰는 편지  콩나물은  허공에 기둥 하나 밀어 올리다가  쇠기 전에 머리통을 버린다  참 좋다  쓰라린 새벽  꽃도 열매도 없는 기둥들이  제 몸을 우려내어  맑은 국물이 된다는 것  좋다 참  좋은 끝장이다  (이정록·시인, 1964-)  + 콩나물국, 끓이기  사내는 뚝배기 속으로  지휘봉을 가져간다  도에서 끓기 시작한 뚝배기 속의 음표들을  사내는 지휘하듯 휘휘 내젓는다  음계는 금세 높은음자리로 음역을 높인다  이 음악은 너무 뜨거워 맛보기가 힘들다  사내는 입술을 오므려 솔, 휘파람을 분다  휘파람이 뚝배기 속으로 뛰어든다  음악소리가 완전히 익기까지는  시간을 조금 더 끓여야한다  사내는 잠시 식욕을 닫고  기다리는 동안 창 밖을 바라본다  창 밖 나뭇가지가 세상을 휘젓는다  공중 부양하는 수많은 손바닥들  손대기에도 너무 뜨거운 세상 때문이다  땅의 뚝배기 속에 떨어지기도 전에  나뭇잎이 몸을 굴린다  사내가 삶의 안쪽으로 몸을 돌린다  뚝배기가 심장처럼 펄펄 끓어오른다  뚝배기를 식탁 쪽으로 옮긴다  사내는 나뭇가지 같은 손가락에 숟가락을 끼운다  뜨겁게 김이 오르는 음표들을 입으로 분다  음표들이 낮은 음계에 도달한다  뒷모습이 콩나물인 사내가  음악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는다  한 소절의 생이 고스란히 입안에서 씹힌다  창 밖 저녁노을이,  얼큰하다  (이동호·시인)  ------------------------------------------------------  + 콩나물에 대한 예의   콩나물을 다듬는답시고 아무래도 나는 뿌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무슨 알량한 휴머니즘이냐고 누가 핀잔한대도 콩나물도 근본은 있어야지 않느냐 그 위를 향한 발돋움의 흔적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하지는 못하겠다 아무래도 나는 콩나물 대가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죄 없는 콩알들을 어둠 속에 가두고 물 먹인 죄도 죄려니와 너와 나 감당 못할 결핍과 슬픔과 욕망으로 부풀은 대가리 쥐뜯으며 캄캄하게 울어본 날들이 있잖느냐 무슨 넝마 같은 낭만이냐 하겠지만 넝마에게도 예의는 차리겠다 그래, 나는 콩나물에게 해탈을 돕는 마음으로 겨우 콩나물의 모자나 벗겨주는 것이다  (복효근·시인, 1962-)  + 콩씨네 자녀 교육  광야로  내보낸 자식은  콩나무가 되었고.  온실로  들여보낸 자식은  콩나물이 되었고.  (정채봉·아동문학가, 1946-2001)  + 콩나물 가족  아빠는 회사에서 물먹었고요  엄마는 홈쇼핑에서 물먹었데요  누나는 시험에서 물먹었다나요  하나같이 기분이 엉망이라면서요  말시키지 말고 숙제나 하래요  근데요 저는요  맨날맨날 물먹어도요  씩씩하고 용감하게 쑥쑥 잘 커요  (박성우·시인, 1971-)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내 연못에서...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 ///[연합뉴스]
921    보이지 않는것들을 볼수있는 4차원적 발견의 눈을 길러라... 댓글:  조회:2215  추천:0  2018-01-07
                      좋은 시의 조건, 10 가지                                                박남희 (시인 · 문학평론가) 1. 함축성이 있고 입체적인 시를 써라   시와 산문이 다른 점은 시가 지니고 있는 함축성 때문이다. 시는 평면적인 글을 의미전환 시키거나 이미지화해서 그 속에 새로운 의미를 갖게 해준다. 시에서 다양한 수사법(은유, 상징, 역설, 알레고리, 아이러니 등)을 사용하는 것도 평면적인 글을 입체적이고 함축적인 글로 만들려는 노력인 것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인간이나 사회의 어떤 현상과 연결시켜서 바라보고 , 그것을 새롭게 인식하고 재해석해내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우리가 시를 쓸 때 세계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동화 - assimilation) 자아 속에서 세계를 발견하려는 것(투사 -projection)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동화는 세계(사물)를 자신의 내면으로 끌어들여 동일화시키는 것을 말하고, 이를 다른 말로 세계의 자아화라고 말한다. 이에 반해 투사는 자아의 감정을 세계(사물)에 이입시켜서 자아를 세계와 동일화시키는 것을 말하며, 이를 요약해서 자아의 세계화라고 말한다. 동화는 대상을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이와 반대로 자아를 대상에 상상적으로 감정 이입 시켜서 자아와 세계가 일체감을 갖도록 하는 방법으로 세계(사물)에 중점이 주어진다는 점이 다르다. 자아와 세계를 동일화하려는 것은 서정시의 가장 본질적인 성격이다.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하나님, 팽이 치러 나오세요 무명 타래 엮은 줄로 나를 챙챙 감았다가 얼음판 위에 휙 내던지고, 괜찮아요. 심장을 퍽퍽 갈기세요 죽었다가도 일어설게요 뺨을 맞고 하얘진 얼굴로 아무 기둥도 없이 서 있는 이게, 선 줄 알면 다시 쓰러지는 이게 제 사랑입니다. 하나님                          -최문자「팽이」전문   2. 관점과 표현이 새로워야 한다 - 다르게 보기와 낯설게 하기   좋은 시는 시인이 대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것을 얼마나 신선하고 새로운 언어로 표현하는가에 따라서 결정된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미 너무나도 낯익은 것들에 길들여져 있어서 낯익은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지 못하고 기계적이고 관습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시인은 이처럼 관습적이고 기계적인 것들을 일깨워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재창조해내는 자이다. 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 중의 하나인 상상력이나 창의력은 대상을 다른 사람과 다르게 바라보고 이것을 자신의 표현법으로 낯설고 새롭게 표현해 내는 데서 생겨난다. 이처럼 시를 새로운 관점에서 새로운 표현법으로 창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정관념을 없애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무수한 사람과 사물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고정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시인은 이러한 주제나 대상이 지니고 있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자유로운 상상력이나 사유(생각)를 통해서 그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재해석해서 새롭게 표현을 하게 되는 것이다.우리 시문학사를 더듬어 볼 때, 실험시나 해체시가 반복적이고 주기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것도 시적 '새로움'에 대한 시인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인 것이다. 우리가 고정관념의 틀에서 빠져나오려면 우리의 정신과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분열된 몽고의 부족을 결집하여 중국과 유럽을 정복한 징기스칸이 만약에 유목민의 후예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런 큰 역사는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유목을 뜻하는 노마드(nomad/nomade)는 들뢰즈가 그의 저서『차이와 반복』(1968)에서 노마드의 세계를 '시각이 돌아다니는 세계'로 묘사하면서 현대철학의 한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유목의 개념은 현대에 이르러서 어떤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고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노마드적인 정신으로 시를 쓸 때도 필요하다. 좋은 시를 쓰려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정 관념을 부수고 자아와 사물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지워버리고 그 위에 새로운 상상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상상력은 자유로운 정신에서나오고, 이것이야말로 새롭고 좋은 시의 원천이 된다.   사과 묘목을 심기 전에 굵은 철사 줄과 말뚝으로 분위기를 장악하십시오 흰 사과 꽃이 흩날리는 자유와 억압의 이중구조 안에서 신경증적인 열매가 맺힐 것입니다 곁가지가 뻗으면 반드시 철사 줄에 동여매세요 자기성향이 굳어지기 전에 굴종을 주입하세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억제입니다 원예가의 눈높이 이상은 금물입니다 나를 닮도록 강요하세요 나무에서 인간으로 퇴화시키세요 단단한 돌처럼 사과가 주럭주렁 열릴 것입니다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억누르세요 뺨이 벌•물 달아오를 것입니다 극심한 감정교차는 빛깔을 결정합니다 폭염에는 모차르트를 우기에는 쇼스타코비치를 권합니다 한 가지 감상이 깊어지지 않도록 경계하세요 나른한 태양, 출중한 달빛, 잎을 들까부는 미풍 양질의 폭식은 품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입니다 위로 뻗을 때마다 쾅쾅 발뚝을 박으세요 열매가 풍성할수록 꽁꽁 철사 줄에 동여매세요 자유와 억압의 이중구조 안에서 둥근 발작을 유도하세요                                    - 조말선「둥근 발작」전문   3. 현실의 구체성과 진정성에 토대를 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라   좋은 시는 우선 허황되지가 않다. 집도 토대가 튼튼해야 좋은 집이 될 수 있듯이, 시도 체험의 구체성이나 진정성 위에 서 있어야 감동을 줄 수 있다. 관념이나 허황된 상상만으로는 좋은 시가 될 수 없다. 관념도 시의 소재가 될 수는 있으나 그것을 객관적인 상관물로 사물화하지 못하면 독해가 불가능한 난해시나 주관적이고 피상적인 시밖에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기발한 상상력이 나타나 있는 시라 할지라도 현실과의 연관성이 아주 없거나 너무 희박해서는 곤란하다. 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 가운데 객관적으로 독해가 불가능한 시가 종종 보이는 것은 이러한 부분에 대한 통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체험이나 기억에 의존한 시를 쓰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좋은 시는 체험과 기억과 상상력이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의 경험이나 감동의 영역을 무한히 확장시켜 줄 수 있는 시이다. 우리가 시를 읽고 공감하게 되는 것은 시의 내용이나 주제가 현실과 일정한 소통의 통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적 표현이나 상상력, 시적 사유 등이 현실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에 매몰되어 있거나 잠들어 있는 부분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새로운 감각을 지니고 있는 시가 좋은 시이다. 우리가 좋은 시를 읽으면서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생각이나 상상력이 새로운 충격으로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도 좋은 시 속에 들어있는 신선한 감각의 힘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녁의 허리가 갈수록 부실했다. 소문의 꼬리는 길었다 검은 윤기가 흘렀다. 선무당 네는 삼단 같은 머리채를 곱게 빗어 쪽지고 동백기름을 바르고 다녔다. 언제나 발끝 쪽으로 눈 내리깔고 다녔다. 어느 날 이녁은 또 샐 녘에사 들어왔다. 입은 채로 떨어지더니 코를 골았다. 소리 죽여 일어나 밖으로 나가 봤다. 댓돌 위엔 검정 고무신이 아무렇게나 엎어졌고, 달빛에 달빛가루 같은 흰내의 모래가 흥건히 쏟아져 있었다. 내친 김에 허둥지둥 선무당네로 달려갔다. 방올음산 꼭대기에 걸린 달도 허둥 지둥 따라왔다. 해묵은 싸릿대 삽짝을 지긋이 밀었다. 두어 번 낮게 요령 소리가 났다 뛰는 가슴 쓸어내리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댓돌 위엔 반듯 누운 옥색 고무신, 고무신 속을 들여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달빛에, 달빛가루 같은 흰내의 모래가 오지게도 들었구나. 내 서방을 다 마셨구나. 남의 농사 망칠 년이! 방문 벌컥 열고 년의 머리끄댕이를 잡아챘다. 동네방네 몰고 다녔다. 소문의 꼬리가 잡혔다. 한 줌 달빛이었다.                                          - 문인수「간통」전문 4. 전체적인 통일성과 내용과 형식의 조화에 유념하라   시를 쓰다보면 처음과 끝의 발상이나 주제가 다르고 형식적인 통일성도 없이 산만하게 시가 써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과오는 초보자일수록 더욱 자주 범하게 되는데, 그것은 아직도 자신만의 시작법을 터득하지 못하고 시에 대한 막연한 개념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시는 처음 읽을 때는 어렵게 느껴질지라도 꼼꼼히 읽어보면 낯선 표현 속에서 일정한 시적 문맥과 흐름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시들은 시 속에 텐션(긴장)이 들어있어서 시를 읽는 맛이 새로운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중적 구조를 지닌 다층시와 독해 불가능한 난해시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전체적인 통일성이 결여되고 내용과 형식의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시는 난해시라기보다는 미숙한 시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시를 쓴 자신도 설명 불가능한 난해시도 역시 시적 숙련도가 덜된 시에 포함된다.   요즘의 젊은 시인들의 시가 난해시나 환상시, 해체시의 포즈를 취하면서 지극히 주관적인 난해시로 빠져 들고 있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요즘은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모든 지식들이 인터넷으로 공유할 수있는 네트워크의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유독 시만이 소통불가능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좋은 시는 익숙함과 새로움, 경험과 상상력, 자유로움과 질서, 모호성과 선명성, 자아와 세계가 서로 소통하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시이다. 꼬리지느러미가 푸르르 떨린다 그가 열심히 헤엄쳐가는 쪽으로 지상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그 꼬리 뒤로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더 멀리 사라져가는 초고속 후폭풍後爆風의 뒤통수가 보인다 그 배후가 궁금하다                          - 이덕규「풍향계」전문 5. 장식적인수사를피하고명징한이미지와행간의미학에유념하라   시만큼 언어적 수사에 민감한 장르도 찾아보기 힘들다. 시에서 언어적 수사는 옷과 같다. 옷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서 사람이 달라보이듯이, 시 또한 수사적 표현에 따라 느낌이나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화려한 옷이 모든 사람의 몸에 맞는 것이 아니듯이 불필요한 장식적인 수사법이 때로는 그 시를 망칠 때가 있다. 시에서는 화려한 수사법보다는 오히려 명징한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 시에서 명징한 이미지는 그 시의 구심점이 되어서 단순한 주제를 중의적으로 전경화 시켜준다. 대부분의 좋은 시에는 명징한 중심 이미지가 존재한다. 좋은 시는 그러한 중심 이미지를 구심점으로 체험과 상상력을 짜임새 있게 조화시키고 확장시켜나간다. 이미지는 시인이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을 간접화시켜서 보여줌으로써 설명에 갇히기 쉬운 상상력을 무한히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우리가 유념해야 할 사항은 시의 행간과 행간 사이의 긴장감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산문적 진술은 화자가 대부분의 상황을 직접 진술하기 때문에 행간과 행간 사이의 긴장감이 없다. 하지만 시는 생략과 침묵과 낯설게 하기를 통해서 행간과 행간 사이의 긴장감을 높인다. 이러한 시적 긴장감은 시적 화자가 아직 말하지 않은 것들이 행간 사이에 무수히 숨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급 독자는 시인이 설명하지 않고 행간 사이에 감추어 놓은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서 시의 묘미를 느낀다. 압축과 생략이 시가 지니고 있는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로 꼽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횡단보도 신호들이 파란불로 바뀔 동안 도둑고양이 한 마리 어슬렁어슬렁 도로를 질러갈 동안 나 잠시 한눈팔 동안, 꽃 먼저 피고 말았다 쥐똥나무 울타리에는 개나리꽃이 탱자나무에는 살구꽃이 민들레 톱니진 잎겨드랑이에는 오랑캐꽃이 하얗게 붉게 샛노랗게, 뒤죽박죽 앞뒤 없이 꽃피고 말았다   이 환한 봄날,   세상천지 난만하게 꽃들이 먼저 와서, 피고 말았다                         - 유인서「꽃 먼저 와서」전문 6. 계산된 논리보다는 자유로운 연상(상상력)을 활용하라   시의 길은 쭉 뻗은 고속도로나 아스팔트길 같은 것이 아니다. 시의 길은 오히려 꾸불꾸불한 시골길이나 출렁이는 물길과 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한눈에 빤히 보이거나 쉽게 측량되지 않는다. 현대화된 길은 이미 계획된 설계도에 의해서 만들어진 길이지만 시골길이나 물길은 만들어진 길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길이다. 시의 길 역시 자연에 가까운길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시는 친자연적이다. 우리는 종종 이미 계획된 논리를 바탕으로 시를 쓰려고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씌어진 시는 너무 논리적이어서 풍부한 상상력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이 빤한 알레고리 시에 머물거나, 머리로 쓴 작위적인 시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논리적인 시는 새로움과 놀라움이 없다. 물길은 늘 요동하면서 수시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우리의 마음도 물길과 같다. 인간의 마음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쩌면 마음은 물길보다도 더 알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마음속은 모른다는 속담은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그러므로 시를 쓸 때는 계산된 논리를 버리고 시상을 자유로운 연상에 맡겨야 한다. 우리의 마음과 자연 속에는 무한한 상상력이 숨어있다. 시를 쓰는 작업은 이러한 숨어있는 상상력을 캐내어 자아와 타자 사이의 동질성을 발견하고 이를 중심적인 주제나 이미지로 응집시켜나가는 것이다. 상상력이 깊고 넓은 시는 바다와 같은 심오함이 있다. 작은 냇물은 가뭄에 말라서 없어지지만 바다는 죽지 않는다. 바다 속에는 무수한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저희에게 한 번도 성대를 거친 적이 없는 발성법을 주옵시며 나날이 낯선 마을에 당도한 바람의 눈으로 세상에 서게 하소서 의도대로 시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옵시며 상상력의 홀시가 생을 가득 떠돌게 하소서 회고는 노쇠의 증좌임을 믿사오니 사물에서 과거를 연상하지 않게 하옵시며 밤벌레처럼 유년을 파먹으며 생을 허비하지 않게 하소서 거짓 희망으로 시를 끝내지 않게 하옵시며 삶이란 글자 속에 시가 이미 겹쳐 있듯이 영원토록 살갗처럼 시를 입게 하소서                         - 박현수「시작법을 위한 기도」전문 7. 어떤 것을 위한 도구인 시보다는 스스로가 존재인 시를 쓰라   이 땅에 존재하는 것들은 무수히 많다. 그것들은 자신만의 모습과 자신만의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다. 세상에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들은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식물이건 동물이건 간에 자신만의 존재방식이 있다. 세상에 있는 것들이 신의 피조물이라면 시는 시인이 창조해낸 새로운 언어적 피조물이다. 이는 1930년대 박용철로부터 현대에 이르고 있는 유기체시론의 맥락에서 시를 바라보는 것과 동일한 것이지만, 에이브람스가 말한 문학의 효용론과 존재론의 범주에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효용론의 관점에서 보면 시는 어떤 이념이나 사상을 전달하기 위한 교훈적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격동기나 시대적 전형기와 같은 불안정한 상황 속의 시들은 교훈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종교시와 연시(연애시), 행사시 등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파악된다. 이런 시들은 시 자체가 존재성보다는 어떤 것을 위한 도구로 시가 사용되기 때문에 문학적인 차원에서 보면 비본질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이런 시들은 시대적 상황이나 시간적 흐름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일시적이고 한정적인 경우가 많아. 따라서 문학의 영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시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론적인 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의 존재론적인 시란 어떤 관념이나 생각도 배제하고 오직 시 자체의 존재성만 추구한 김춘수류의 무의미시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시는 의미하면서도 존재할 수 있다. 다만 그 의미하는 바가 문학 외적인 목적성에 치우친 시는 순수한 의미의 존재론적인 시라고 말할 수 없다. 문학은 종교나 철학이 아니다. 물론 문학 속에도 종교나 철학이 들어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들은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다. 문학은 문학성이 주가 되어야 한다. 문학의 본령은 아름다움과 새로움에 있다. 그런데 문학에서의 아름다움은 형태적 아름다움 이라기보다는 언어적 아름다움이다. 시인은 시 속에 창조된 새로운 언어적 공간을 통해서 시적인 전율을 느낀다. 그러므로 시인이 시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은 낯선 아름다움이다. 현대시의 낯선 아름다움은 감각으로 느끼기보다는 직관으로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어떤 사물을 바라보고 그 사물을 통해서 새로운 시적 공간을 유추해내는 직관의 힘이야말로 좋은 시를 쓰기 위한 중요한 덕목이다.   시는 감촉할 수 있고 묵묵해야 한다 구형의 사과처럼 무언無言이어야 한다 엄지손가락에 닿는 낡은 훈장처럼 조용해야 한다 이끼 자란 창턱의 소뱃자락에 붙은 돌처럼 시는 말이 없어야 한다 새들의 비약처럼 시는 시시각각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마치 달이 떠오를 때처럼 마치 달이 어둠에 얽힌 나뭇가지를 하나씩 하나씩 놓아주듯이 겨울 잎사귀에 가린 달처럼 기억을 하나하나 일깨우며 마음에서 떠나야 한다 시는 시시각각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마치 달이 떠오를 때처럼 시는 비등해야 하며 진실을 나타내지 않는다 슬픔의 모든 역사를 표현함에 텅 빈 문간과 단풍잎 하나 사랑엔 기운 풀과 바다 위의 등대불들 시는 의미해선 안 되며 존재해야 한다             - 메클리시「시학」부분 8. 남의 것을 모방하지 말고 자연을 잘 활용하라   자연은 생명의 터전이고 원천이다. 모든 것은 자연 속에서 순환하고 생멸한다. 그러면서 자연 속에 있는 것들은 서로 닮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자연의 여러 사물들이 둥근 것이나, 부서져서 다른 것이 되기를 좋아하는 것이나, 아름답고 싶어 하는 것이나, 소통하고 싶어하는 것은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본능이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몸에도 둥근 것이 있고 부서지기 쉬운 것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으며,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이처럼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과 닮아 있다.   우리가 시를 쓸 때에 자연을 등장시키는 것은 본질적으로 자연과의 친연성親緣性때문이다. 인간이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시 역시 자연을 떠나서는 존재하기 어렵다. 특히 시는 비유적 언어를 생명으로 하고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비유의 원천인 자연을 배제하고는 시를 쓸 수 없다. 그러므로 자연이야말로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근원이며 시적 소재의 보고이다. 시를 쓰는 초보자들이 종종 남의 시를 모방하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 속에 들어있는 무궁무진한 말의 광맥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연을 보면 인간이 보인다. 이와 반대로 인간을 보면 자연이 보인다. 자연을 통해서 인간을 보든, 그 반대이든 그것은 시인의 몫이다. 남의 것을 모방하는 것은 표절이지만, 자연을 모방하는 것은 창조이다. 무엇인가가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르륵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 강은교「아주 오래된 이야기」전문 9.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는 발견의 눈을 길러라   시인은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남이 보지 못하는 것까지 보아내는 자이다. 그것은 시인이 창조적인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면 일상적이고 관습적인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보인다. 이런 것을 어떤 시인은 발견의 눈이라고 하기도 하고 직관의 눈이나 마음의 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표현은 각자 다 다르지만 시인은 남이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은 대상을 새롭게 바라볼 뿐만 아니라 대상 속에 숨어있는 것들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직관력에서 생겨난다. 그러므로 시인은 끊임없이 대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 속에 숨어있는 것들을 찾아내어 새로운 언어로 재창조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재창조 과정에서 주의할 점은 대상을 바라보는 창조의 눈과 언어가 일체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대상을 새롭게보았더라도 그것을 언어로 표현해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시인의 상상력은 한 개체의 내면뿐만 아니라 광활한 우주까지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시인은 이러한 상상력을 순간의 언어로 일체화시켜서 표현해내는 자이다. 이렇듯 시를 쓰는 행위는 사진 찍기와는 달라서 시를 쓰는 과정에서 창조적 상상력이 발현되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없는 관념이나 생각까지도 구체적인 이미지나 묘사를 통해서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시인이 순간적인 발견이나 깨달음을 통해서 얻게 되는 시상詩想은 기독교에서 신의 임재를 나타내는 에피파니(epiphany), 즉 현현顯現개념과 서로 상통하는 바가 있다. 에피파니는 겉으로 보이는 현상의 옷을 벗고 사물의 본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발견의 시학에 맥락이 닿아있다. 시인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시학적 의미의 에피파니를 통해서 가능해진다. 시인이 사물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해 내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시의 신이 열린 시인의 마음의 문을 통해서 사물 속에 숨어있던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된다. 이렇듯 시는 이미 사물 속에 숨어 있던 것이 시인의 언어적 에피파니를 통해서 구조화되어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삽시간이었다 한 사람이 긴 팔을 내려 덥석 내 발목을 움켜쥐더니 거꾸로 치켜들고는 털털 털었다 부러진 뼈토막들이며 해묵은 살점과 주름살들이며 울컥 되넘어오는 욕지기까지를 깡그리 내쏟았다 센 털 몇 올과 차고 작은 눈물 한 방울도 마저 털고 나서는 그나마 남은 가죽을 맨바닥에 펼쳐 깔더니 쿵! 키 높은 탑신을 들어다 눌러놓았다 그렇게 판판해지고 이렇게 깔려 있는데 뿐인가 하늘이 살몸을 포개고는 한없이 깊숙하게 눌러대는 지경이다 (탑 뿌리에 잘못 걸렸던 하늘의 가랑이를 그 사람이 시침 떼고 함께 눌러둔 것) 잔뜩 힘쓰며 깔려 죽는 노릇이지만 이것, 죽을 만큼 황홀한 장엄莊嚴이 아닌가 사지에서 구름이 피고 이마 맡에서 별이 뜬다                                      - 위선환「지평선」전문   10. 개성적인 문체와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시를 쓰라   흔히 문체라고 하면 소설의 문체를 떠올리지만 시에서도 엄연히 문체가 존재한다. 전통적인 7.5조의 운율을 보여주는 김소월의 시나, 평북 방언을 중심으로 전감어린 산문시적 회고체의 시형을 보여주는 백석의 시는 물론, 서정적 울림이 큰 반복적인 운율을 바탕으로 체험적 진정성의 세계를 보여주는 문태준이나, 주로 개인적인 의식 세계를 분열적이고 도착적인 어법으로 유니크하게 보여주는 황병승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인들은 그들 나름의 문체가 있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시의 문체들을 유형화시켜서 종류별로 나누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문체는 언어적 산물이면서 동시에 의식과 무의식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의 문체는 산문의 문체와는 달리 시 문맥의 이차적인 의미에 기여하기보다는 그 뒤에 숨어있는 의미나 상상력을 다층적이고 창조적으로 도출해내는데 기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의 문체는 시인의 어법이나 운율만으로는 그 윤곽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 시의 문체는 상상력과 결합해서 새로운 시적 공간을 창출해 내는데 기여한다. 그것이 서정적 공간인지, 아니면 분열적이거나 해체적 공간인지, 환상적 공간인지, 현실적 공간인지는 시인의 문체와 상상력의 유기적 결합의 양상에 따라 달라진다. 시의 문체는 시인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일정한 윤곽을 드러낸다.   하지만 시인의 문체는 한 가지로 고정되어서는 안된다. 옥타비오 파스는『활과 리라』에서 "스타일(문체)은 모든 창조적 의도의 출발점"이지만 "시인이 스타일을 획득하면 시인이기를 그만두고 문학적 인공물을 세우는 자로 변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어떤 시인의 스타일이 관습화되면 더이상 그것은 독특한 스타일이 될 수 없다는 경계의 말로 들린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자신의 문체를 고집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과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시세계를 창조해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이때 우리가 유의할 점은 개성과 보편성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다. 지나치게 시적 개성을 강조하다보면 보편성이 약해져서 자칫 난해 시에 빠질 우려가 있고, 반대로 보편성에 치우치다보면 통속성과 대중성에 영합하는 몰개성적인 시가 되기 쉽다. 시적 언어는 산문적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곳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는 산문이 도달할 수 없는 곳에서 별처럼 빛난다. 그곳은 시인 각자의 상상적 공간이다. 산문이 낮의 공간에 적합한 것이라면 시는 밤의 공간에 더 어울린다. 밤은 그 속에 무궁무진한 빛을 숨기고 있다. 밤하늘에 별이 아름다운 것은 그 주위에 어둠이 있기 때문이다.   새가 전선 위에 앉아 있다 한 마리가 외롭고 움직임이 없다 어두워지고 있다 샘물이 들판에서 하늘로 검은 샘물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논에 못물이 들어가듯 흘러들어가 차고 어두운 물이 미지근하고 환한 물을 밀어내고 있다 물이 물을 섞이면서 아주 더디게 밀고 있다 더 어두워지고 있다 환하고 어두운 것 차고 미지근한 것 그 경계는 바깥보다 안에 있어 뒤섞이고 허물어지고 밀고 밀렸다는 것은 한참 후에나 알 수 있다 그러나 기다릴 수 없도록 너무 늦지는 않아 벌써 새가 묽다           - 문태준「묽다」전문     출처-우리 시 카페   박남희 시인 �1996년 경일일보, 199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으로『폐차장 근처』『이불속의 쥐』가 있음.
920    항상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늘 기록하라... 댓글:  조회:2084  추천:0  2018-01-07
  글 잘 쓰는 방법   ① 첫 번째는 어휘   좋은 책을 반복해서 여러 번 읽으며 어휘를 익힌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 1,2권을 10번 이상(최소 5번 이상) 읽기를.)  토지는 우리말 어휘를 풍부하고 정확하고 예쁘게 구사한 소설.   새로운 어휘를 외우려 노력하지 말고 그냥 한 번 읽고 잊어버리고 또 한 번 읽고 잊어버리고…. 이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어휘들이 나의 것이 되어 있고 새 어휘를 출력할 수 있게 된다.       좋은 글은 말하듯이 옮겨 놓은 것이 가장 좋은 글. 좋은 글은 써놓고 읽어보면 듣기 좋다. 그럴듯하지만 읽어보면 어감이 나쁜 글은 잘못된 글. (이오덕 저 '우리글 바로 쓰기'(1권은 필수)를 추천)       ② 두 번째는 정신의 면역력 나쁜 글을 읽을 때 잘못 써진 것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이를 멀리 할 수 있어야 한다.     ③ 세 번째 글을 쓸 때는 이것이 확정적 사실에 관한 것인지 나의 주관적 판단(해석)에 관한 것인지 구별하고 나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된 문장에 대해서는 그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라.    ④ 글 잘 쓰는 마지막 요령 항상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끊임없이 기록하라. 생각은 그림자 같은 것이다. 길을 걸으며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바로 적을 수 있어야 한다.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무엇인가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가면 캐치 해야 한다. 완벽한 문장으로 쓰지 않아도 상관없다. 일단 메모를 해야 한다.     누군가를 기다릴 때, 메모를 해보라. 자기 주위의 모든 것을 묘사하고 기록해야 한다. (그림을 그리 듯 ex)'저기 꽃이 있다.  그리고 앞에는 한 연인이 지나간다…….')     메모장을 가지고 다니면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어떤 것, 어떤 상념, 어떤 단상 잡아야 한다. "기록되지 않은 사상은 사상이 아니에요. 기록되지 않은 논리는 논리가 아니에요." 반드시 글로 기록한 것만이 확실하게 남는 것이다. 조는 친구의 뒷모습, 주위 풍경. 그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그것을 절절하게 자기 생각 그대로 옮기는 훈련을 하루에 20~30분 짬 내서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일주일이면 210분 차이가 난다. 한 달이면 800분(13시간)의 차이가 난다. 한 달에 13시간 글쓰기 훈련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글쓰기에 관한 한 초등학생과 대학생 정도의 차이가 나게 된다.   
919    [작문써클선생님께] - 동시를 어떻게 쓸가ㅠ... 댓글:  조회:2223  추천:0  2018-01-07
“동시” 시란 강하게 느낀 감동을 짧은 문장으로, 노래하듯이 쓴 글이다. 즉 어떤 순간 마음이 크게 움직여 그려낸 마음 속 풍경을 압축적으로 리듬감있게 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는 일반적 시의 특성을 가지면서 어린이가 중심에 있다.  (1) 시의 특징 ① 행과 연이 있다. ② 소리 시늉말, 모양 시늉말, 직유법,은유법,의인법 등 다양한 표현으로 생각과 느낌을 나타낸다. ③ 운율을 살려 쓴다. 글자수나 단어로 노래와 같은 느낌을 준다. (2) 동시의 글감: 생활에서 체험한 직간접 경험과 모든 사물이 글감이 된다. (3) 동시 쓰는 법 ① 강한 감동이 일어난 한 순간의 느낌을 잡아 글감으로 정한다. ②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 말고 한 가지를 현미경으로 보듯 세밀하게 묘사한다.  ③의인법,은유법,직유법 등 다양한 표현을 사용하면 문장의 멋이 살아나고 읽는 사람에게 자신의 느낌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 (4) 표현 기법  ㉠직유법: 직접적으로 비유하는 기술로 어떤 대상과 공통성이 있는 다른 대상의 특성을 빌려와 표현하는 방법이다. ‘처럼,같이,듯이’라는 말을 쓴다.그러나 비유의 대상과 비유하려는 사물이 유사한 종류라면 문장의 묘미가 사라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소나무 잎은 전나무 잎처럼 뾰족하다’는 문장의 경우 직유법 표현으로 적당하지 않다.  ㉡은유법: ‘처럼,같이,듯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A는 B다’는 형태로 쓴 문장이다. 단, A와 B는 속성상 공통점이 있어서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예문) 귤껍질은 향기 물총이다. 내 친구 지현이는 웃음 폭탄이다. ㉢의인법: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의 행동이나 말,감정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아파트의 바람개비가 바람과 함께 놀고 있다.(이은지) *피뢰침은 천둥번개를 밥으로 먹고 산다.(김도선) *동상들이 반짝거리며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임지현) ㉣소리 흉내말, 모양 흉내말 쓰기 : 졸졸졸, 토도독 등 소리 흉내말과 흔들흔들, 폴짝폴짝 등 흉내말을 쓴다. ㉤ 도치법 : 주어, 목적어,서술어로 쓰는 문장 순서를 일부러 바꾸어 써서 강한 느낌을 준다.  (예) 마침내 우리의 꿈을 이루었네. --> 마침내 이루었네, 우리의 꿈을. ③ 대화글을 사용할 수 있다.  (예) “야, 이쪽으로 패스! 패스!.” “됐어! 내가 더 잘 할 수 있어.” ④ 자신의 생각과 느낌도 쓴다.  ⑤ 다 쓴 후 조사나 꼭 필요하지 않는 말은 생략한다.  ⑥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솔직하게 써야 한다.  ⑦ 설명하는 투의 말은 고쳐 쓴다. ⑧ 행과 연은 나누어 쓴다. (5) 좋은 시란? ① 감동을 느끼게 하는 시다. 그렇다면 어떤 시가 감동을 줄까? 그 것은 거짓으로 꾸며쓰지 않고 자신의 솔직한 생활과 진솔한 감정을 표현한 시다. ② 쉽게 읽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전개된 시다. 머릿속으로 짜맞춘 어려운 말,멋진 말로 꾸며쓴다면 자신의 감동도 전달되지 않고 읽는 사람도 지루할 것이다. ③ 자기만의 느낌을 자신의 언어로 쓴 시다. 누구에게나 사물을 보는 마음의 눈, 그것을 표현하는 자신의 말이 있다.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자신의 언어로 써야지 다른 사람의 느낌이나 생각,언어를 흉내내면 안 될 것이다. 그렇게 흉내낸 시는 마치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본인도 불편하고 보는 사람도 이상할 것이다.  ④ 사랑의 마음으로 쓴 시다. 무엇이든 사랑하게 되면 관심있게 보고 깊은 곳까지 살피게 된다. 바로 마음의 눈을 뜨는 것이다. 마음의 눈은 몸의 눈이 볼 수 없는 것도 본다. 두터운 얼음장 밑으로 생명이 살아 있는 것을 느끼고, 딱딱한 나무줄기 안에 신선한 수액이 힘차게 전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음의 눈을 뜨지 못한 사람은 좋은 시를 쓸 수 없다.   [자료:한우리북]  
윤동주의 시에 대하여     빨리 봄이 오면 죄를 짓고 눈이 밝어   이브가 해산하는 수고를 다하면   무화과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다. ----윤동주, [또 태초의 아침] 부분   *“나는 신성모독을 범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낙천주의자로서의 나의 존재론이고, “세계는 나의 범죄의 표상이다, 고로 행복하다”는 낙천주의자로서의 나의 행복론이다. 모든 창조자는 신성모독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되고, 우리는 그 신성모독자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코페르니쿠스의 신성모독, 부처와 예수의 신성모독, 니체와 쇼펜하우어의 신성모독, 보들레르와 랭보의 신성모독 등은 이 범죄의 생산성과 그 아름다움을 가장 역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한국시문학사상 어느 누가 “빨리/ 봄이 오면/ 죄를 짓고/ 눈이/ 밝어// 이브가 해산하는 수고를 다하면// 무화과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다”라고 노래한 적이 있었던가? 윤동주 시인은 한국적인 정한의 세계를 벗어나서, 대쪽같은 장인 정신과 성자의 영웅주의를 육화시킨 시인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어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윤동주, [십자가] 부분   *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위대한 것은 ‘사상’인데, 왜냐하면 사상은 이 세상의 삶에 대한 욕망마저도 헌신짝처럼 버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상은 그것이 만인평등이든, 내세의 천국이든지간에, 그 주체자에게 분명한 목적을 제시해 주고, 그 목표를 위해서는 마치, 자살특공대처럼 순교를 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것은 순교자의 삶이라고 할 수가 있다. 예수의 순교, 부처의 순교, 이순신의 순교, 윤동주의 순교 등----. 당신은, 당신은, 과연 당신만의 십자가를 짊어질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917    {쟁명} - 하이퍼시는 단일체가 아니라 다양체와의 춤사위이다 댓글:  조회:2558  추천:0  2018-01-05
하이퍼시 10대 촉구 9.하이퍼시는 단일체가 아니라 다양체를 촉구 2017년 12월 30일  작성자: 최룡관    첫머리에 이런 대목이 있다. 하나님이 첫째날에 낮과 밤을 만들고, 둘째날에는 물과 하늘을 만들고, 세째날에는 땅에 풀씨와 나무씨를 주고, 네째날에는 물들이 생물을 번성하게 하고 새를 하늘에 날게 하고, 다섯째날에는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의 짐승을 만들고 …사람을 만들고  남자와 녀자를 만들어 번성하여 다스리라 하고, 여섯째날에는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열매의 나무를 사람에게 주시고, 기는 놈이고 뛰는 놈이고 나는놈이고 가리지 않고, 생명이 있는 모든것들에게 푸른 풀을 주어서 먹고 살아가게 하였다.  이렇게 엿새동안에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을 만들어내였단다. 사실 이것들은 새로운 사물이 생성됨을 이야기한것이다. 사물들은 모두 이질적이다. 하이퍼시의 다양체란 이렇게 이질적인 사물들의 련속적인 산생을 쓰는것이라고 할수 있다. 노자가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되고 셋이 세상만물이 된다는것도 사물생성의 련속성과 이질성을 말한것이고, 에서 태극이 양과 음을 낳고 양과 음의 기에 의해서 세상사물이 생성된다는것도 실은 무의식이 다양체를 생성한다는 말과 다를바가 없다는 말이겠다. 주역은 5000년의 력사를 가지고 있다하고 창세기는 3500년의 력사를 가지고 있단다.주역은 유물론적이고 창세기는 유심론적인것으로서 주역과 창세기는 다른 학문이다.  창세기는 세상 만물을 하나님이 만들었다지만 주역은 양과 음의 기에 의하여 사물이 생성되였다고 하였다.  이렇게 여러가지 사물의 생성을 시적으로 쓰는것이 하이퍼시다.  련이어 새로운 사물이 나타나게 하는것을 시에서는 다양체라고 한다.  다양체란 이질적인 리좀들의 두개이상의 집합을 말한다. 들뢰즈와 가타리에 의하면 다양체란 말은 여러가지  리좀이란  말과  다름아닌데 일본의 우노 쿠나이치교수의 해석에 의하면 리좀은.(.98쪽) 20세기까지 우리 시들은 거개가 단일체였다고 할수 있고 , 21세기 시는 단일체가 아니라 다양체로 전의되고 있다. 다양체의 리좀은 기승전결이 아니라 기와 결이 따로 없다. 기이자 결이고 결이자 기이다. 리좀은 중간에서 생성되며 그속에서 충만되고 그속에서 넘쳐난다. 이것이 특점이기에 시에서 행을 대상으로 한  리좀이라면 행을 마음대로 바꾸어놓아도 되고, 련을 대상으로  한 리좀이라면  련을  마음대로 바꾸어놓아도 문제되지 않는다. 리좀과 리좀은 서로 본성이 다른것으로서 이미의 련결을 부인하며, 한리좀이 하나의 주제를 나타내고있다. 에서 례를 든 시 한수를 더보자. 아마 이 시는 하이퍼시의 법문에 속하는 시라고 할수 있겠다.   영웅의 얼굴 조슈아 래파포트   늙은 바이나모이네넨이 노래부른다 호수에 잔물결이 일고, 지구가 흔들리며 구리산이 떨어진다 억센 옥석들이 덜커덕 굴러가며 절벽이 둘로 갈라지고 돌들이 해변을 철썩 때린다 그는 젊은 요우카하이넨을 노래한다 그의 칼라활에 묘목을 얹고 말의 멍에엔 버드나무 관목 발자국끝에는 호랑버들 그의 금테 두른 썰매를 노래하며 바닷가에 있는 갈대에 구슬로 매듭지은 그의 채찍을 노래한다   먼저 이 시속에 등장하는 인물부터 보자. 바이나모이넨은 영원한 현자라는 뜻으로서, 칼레라바의 주인공이다. 요우카하이넨은 바이나모이넨의 라이벌이다. 둘은 신분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둘은 노래 경연을 한다. 요우카하이넨이 지면 녀동생을 바이나모이넨에게 주기로 한다. 요우카하이넨이 지자  그의 녀동생은 자살을 택한다.  요우카하이넨은 바이나모이넨을 죽이려고 하나 성공하지 못한다. 한수의 짜른 시에 대립되는 두 인물이 선택된 자체가 이색적이다.   늙은 바이나모이네넨이 노래부른다 호수에 잔물결이 일고, 지구가 흔들리며 구리산이 떨어진다 억센 옥석들이 덜커덕 굴러가며 절벽이 둘로 갈라지고 돌들이 해변을 철썩 때린다     바이나 모이네넨이 부른 노래이다.  여기에 세개의 이 있다. 구어적몸짓이란 언어로 표현된 사물의 움직임이다. 몸짓마다 다른 사물들의 운동이다. 첫번째의 몸짓은 이고 두번째 몸짓은 이고 세번째 몸짓은 이다. 에서도 옥석들이 굴러가며부터 일어나는 구어적몸짓이므로 련결이 아니라 분리이다.  굴러가며는 절벽이 둘로 갈라지는 원인같지만 토는 동시에 어떤 행동이 일어남을 표현하는것이지 처럼 앞의 문구가 뒤의 문구의 조건을 지어주거나 원인이 되는것이 아니다. 또 있다. 에서  토가 주어를 표시하므로 앞의 행동의 련결이 아니라 자체의 운동이라는것이다. 아래행의 도 위와 마찬가지이다. 시전반에서 차원이 다른 새로운 사물이 련계되든 말든 관계하지 않고, 한 사물이 나타나면 뒤에 사물이 나타나면서 먼저 사물을 밀어버린다. 나타나고 밀어버리고 하는것을 반복적으로 일으키는것이 바로 다양체의 수법으로 되는것이다.   그는 젊은 요우카하이넨을 노래한다 그의 칼라활에 묘목을 얹고 말의 멍에엔 버드나무 관목 발자국끝에는 호랑버들 그의 금테 두른 썰매를 노래하며 바닷가에 있는 갈대에 구슬로 매듭지은 그의 채찍을 노래한다   요우카하이넨을 노래한 내용이다. 이 노래는 언어의 흐름들이 천만뜻밖으로 흘러간다. .  이란다. , 일상적인 문법으로 말하면 맞지도 않는 무질서이다. 아래 세행도 마찬가지다. 금테두른 썰매, 바다가 갈대, 구슬로 매듭지은 채찍, 각행은 하나의 리좀이다. 세행이 각기 다른 리좀의 라렬이다. 기성의 관념으로는  이러한 시는 해설이 가능하지 않다. 롤랑바르트의 말을 빌리면 이러하다. (49쪽)  .  기성의 문법대로 하면 죄다 병구이다. 하지만 이런 시구는 인것이 아니라 이며 으로 대자연을 수정한것이라고 할수 있다. 이말은 첫째 시속에 의식의 태도가 나타나지 않아도 된다는것이다. 의식이 태도란 무엇인가? 시인의 감정이나 립장이다. 그러니 시에선 시인의 감정이나 태도를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된다. 시는 가 아니라 란다. 어떤것이 관계의 행위인가? 과 , 와 , 과 들이 이항대립관계를 이루며 을 이룬다고 하겠다. 에서는 와  및 등 네개의 차원이 다른 물질들이 동시에 대립을 이루며 련합되여있다고 할수 있다. 이러한 시구들은 시인의 어떤 의식의 흐름인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흐름이다. 시인은 어떠한 의식도 표현하지 않고 사물들의 관계의 흐름을 보여주고있다고 하겠다. 이 관계의 흐름만을 표현한다는것은 사실주의의 립장에서 말하면 망태기다. 현대주의립장에서도 사이비한것이다. 이런것들은  현대주의인것이 아니라 구조주의의 하이퍼텍스트이며 무의식의 산물인것이다.  이러한것에 대하여 들뢰즈와 가타리는 이렇게 말한다.(473-474쪽)여기서 차원이란것이 무엇인가를 극명하게 밝히고 있다. 차원이란 우의 리좀과 아래의 리좀의 한다는것이다. 본성이 변해야 한다는것은 우의 리좀과 아래의 리좀이 성질이 다른 사물이여야 한다는 말로 풀이 된다. 더 해석하면 우의 리좀이 물이라면 아래의 리좀은 돌이거나 태양이거나 불이거나 변소간이거나 …자연적인 다른 사물이거나 문화적인 다른 사물이여야 하는것이다.  있다는것이다. 소위 공생이란 한수의 시속에서 함께 살고있다는 말이 되겠다. 이런 변화와 공생은 다양체라는것에 내재되여있단다.   을 출간한 니콜러스 로일은 이렇게 해석한다. ( 230쪽.)여기서 말하는 선이란 한개 사물의 운동을 말하것이고  두번째 선이란 앞의 사물과는 련계도 되지 않는 새로운 사물의 운동이라고 리해하면 된다고 생각된다. 롤랑 바르트는 
916    {쟁명} - 하이퍼시는 자아가 아니라 타자와 노는것이다... 댓글:  조회:2394  추천:0  2018-01-05
하이퍼시 10대촉구 8.하이퍼시는 자아가 아니라 타자를 촉구 2017년 12월 20일 작성자: 최룡관   시는 자아가 아니라 타자란 말은 시는 일인칭이 아니라 삼인칭이라는 말이겠다. 타자란 말은 초자아 또는 무아와 통한다. 자아란 말은 인간제일주의와 통하고, 타자란 말은 자연제일주의와 통할것 같다. 자아를 내세우는 시작법은 현대시가 시인자신의 유토피아를  추켜들던 시였고, 타자를 내세우는 시작법은 유토피아를 허물어 중심을 버리는 하이퍼시다.  타자를 주장한 석학중에  자크 라캉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크 라캉 73쪽) 자아란 시에 자기정신을 개입하는것을 말한다고 할수 있다. 그런데 라캉은고 한다. 이제까지 문학작품에서는 정신을 내건 작품들을 창작하는것이 오랜 세월을 거치였다.   때문에 를 쌓았다고 할수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무의식이라는 새로운 명제를 내놓은 다음부터 에는 금이 가기 시작하였고 해체되기 시작하였다. 해체를 주장한 사람은 자크 데리다이다. 필자의 소견에는 하이퍼시를 간단히 말하면 세글자로 요약할수 있을 같은데 이다. 소위 이란 덧붙인다는 말이고, 소위 란 보충한다는 말이고, 소위 란 대체한다는 말이다. 이 세마디를 종합하면 대리보충이다. 대리보충이란 엄청 중요한명제이다. 데리다는 (. 니콜러스 로일.135쪽)고 하였다. 법칙이란 말에 우리는 반드시 주목하여야 한다. 법칙이라면 꼭 그대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법칙을 위반하면 벌을 받게 된다. 과거에 우리가 이런 법칙이 있다고 꿈이나 꿔보았던가? 바로 랭보가 말한것처럼 (96쪽. 후고 프리드리히작) 그래서 롤랑바르트는 (. 48쪽.)고 하였으리라. 타자란 유령과 같은것이지만 시에서는 절대로 홀시해서는 안되는 유령인것이다.  한국의 오남구시인은 오래동안 고독하게 시쓰기를 한 시인이다. 그의 시 한수를 보자.   밤비 오남구   깊은 밤, 내 몸은 몇 칼로리의 짐승이 불을 켠다. 빗소리가 깊게 깊게 몸 속을 지나가면서 적시고 짐승이 비를 맞고 서 있다. 깜박 깜박이는 신경 어디쯤일까 새파란 의식이 불을 켜고선 키 큰 미루나무가 선 밤비 속 짐승, 환하게 떠올랐다 캄캄하고 바람 몇 칼로리의 그리움 미루나무 이파리들을 흔든다. ㅡ「밤비」전문   이 시를 리해하기 쉽게 풀어 시로 쓰면   깊은 밤이다 내 몸은 몇카로리 짐승이 되여 새로운 깨침을 얻는다 비가 내리며 내 마음의 갈피갈피를 적시고 나는 짐승이 되여 비를 맞으며 서있다 깜박이는 깨달음이 새파란 의식의 불을 켜고 키 큰 미류나무에서 반짝인다. 밤비의 번개속에서 짐승이 환하게 떠오르다가 사라진다. 바람이 몇카로리 그리움이 되여 미루나무 이파리들을 흔든다   이렇게 를 개조해 놓으면 시의 리해에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필자가 여기서 중점적으로 착안하려는것은 내용이 아니라 첫단위를 비롯한것이다.    깊은 밤, 내 몸은 몇 칼로리의 짐승이 불을 켠다.   는 새로운 깨침을 얻는다는 말이고 , 짐승이라고 한것은 은유인데 나를 짐승으로 변형시키고 있다고 할수 있다. 즉 한 인간인 나를 다른 사물인 타자로 만들었다는것이다. 시는 타자가 주요하다. 시는 존재를 추구하므로 일인칭인 나가 중요한것이 아니라 삼인칭인 타자가 중요한것이다.  데카르트는 라고 하였으나 자크 라캉은 라고 하였다.     두 사람의 주장은 반대이다. 데카르트는 글의 대상과 작자가 동일하다는것이고, 라캉은 글의 대상과 작자가 다르다는것이다. 를 쓴 푸랑스아 도스는 이렇게 말한다. (172쪽) 이제 결론이 내렸다. 푸랑수아 도스와 자크 라캉은 다 구조주의자로서 같은 말을 한다. 데카르트는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기에 한물이 간 철학가라고 할수 있다. 데카르트는 자아를 중시하고 도스와 라캉은 타자를 중시한다. 필자는 타자를 중시하는 당대철학자들의 말을 믿고싶다. 이란 시구는 주관의 객관화이며, 주체의 객관화로서 나로부터  이라는 타자를 탄생시켰다. 시의 마지막행에 나오는 도 타자이다.  콩싹은 콩에서 나왔지만 콩이 아니며 사과는 사과나무에 달려서 익지만 사과는 사과나무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새로 탄생된 언어는 원래있던 언어와는 완전히 다른것이다.  둘은 아무런 관계도 없고 아무런 련민도 없다.  언어는 언제 어디서나 변형을 꿈꿀뿐이다. 언어의 꿈은 언어가 언어를 넘어서 새로운 언어를 불러낸다는것이다. 다시 말하면 작자는 언어를 넘어선 언어를 불러낸다는것이라겠다. 언어를 넘어선 언어란 변형된 언어이고 새로운 언어창출에 속하는 사물이라고 할수 있다. 언어가 언어를 넘어선 언어가 바로 타자로 된다는 말이겠다. 을 쓴 니콜러스 로인은  ( 91쪽) 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언어가 언어를 넘어서는 의미와 중요성을 밝힌것이라고 하겠다. 중국 청나라때 유명한 문학비평가 왕궈우이(王国维)라는 평론가가 있었다. 그는 동서양을 결합하여 문학비평서를 썼는데 그것이 《인간사화》(人间词话)이다. 그는 시에는 (有我境)과 (无我境)이 있다고 하였다. 유아경은 자아가 시속에 있는것이고 무아경은 자아가 시속에 없는 타자경이란 말이겠다.이 어구를 해석한 縢咸惠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고 하였다(8쪽)유아경과 무아경은 다 좋은 시를 쓸수 있는데 왜王国维는 무아경을 더 숭상하였을까? 王国维가 좋하하는 시구의 하나가 이런것이 있다,,자역하면 이다. 번역은  잘되지 못했더라도 원이미는 나타난것 같다. 이 시구는 봄물이 오르는 가지와 봄사이에 일어나는 관계를 썼다고 할수 있다. 王国维가 좋아하는 이미지는 아무 사람이 읽어보아도 아름다움을 그지 없이 느끼게 되는 시구이다. 이 이미지는 두사물의 관계를 말했을뿐 시인의 감정을 꼬물만치도 시에 개입시키지 않고있다.  유아경에는 시인의 주장이 있고 바램이 있지만 무아경은 그런것이 없다. 유아경은 주관화이고 무아경은 객관화이다. 주관화는 자기 중심주의이고 객관화는 존재를 존중한다. 우미한것은 개인과 리해충돌이 없다. 아름다운것은 누구나 다 좋아하지만 굉장한것은 이데올로기에 관여되기에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따로 있게 된다. 우미한것은 흔히 자연대 자연이고 사물대 사물로  이루어지고, 굉장한것에는 작자의 립장, 관점, 주장이 로출되여있기  마련이다. 사람은 자유를 바라지 예속을 바라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독자들중에는 시인의 립장, 관점, 주장을 옹호하는 사람과 별로라고 보는 사람이 있을것이고, 반대하는 사람도 따로 있을수 있다. 독자에게 자신의 관념을 강요하는것은 시적으로 모자라는 부분일것이다. 계급과 계층에 관계없이, 총통도 죄인도 관계없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시의 아름다움 즉 우미한 시를 왕궈우이는 상등으로 치부한것 같다.  중국고대에 성인은 뜻을 상으로 말한다고 하였다. 시인이 성인이다. 상이란 사물이다.  시인의 관점을 사물에 의탁한다는것은 중국 시문학의 전통이다. 예로부터 시는 시인의 관점을 로출시키는것이 아니라 시인의 관점을 감추어야 한다는것이다. 즉 사물속에 시인의 감정이 녹아있어야 한다는것이다.  고 호소하던 시의 계절도 지나갔거니와 이렇소 저렇소 하고 시인자신이 판단을 내리던 시풍도 사라져야 할 때가 온것 같다. 다시 말해 시인은 사물로서 말해야 하며 사물들의 관계로서 아름다움을 말해야 하는것이다. 사물을 떠나서 자신의 관점을 토로하는것은 류협의 말처럼 골수를 뽑아내는것이다. 골수가 다 빠지면 사람은 죽을것이다. 시는 죽은 송장을 쓰는것이 아니라 살아움직이는 생명을 쓰는 일이다.  사람은 여러가지 사물들속에서 존재한다. 그래서 사람이란것은 자연의 일속에 속한다. 한 시인이 한사물을 직시할 때 다른 사물들은 시인을 직시하는것이다. 그러므로 시인도 타자로 시에 나타나야 한다. 오남구시가 바로 이런 시이다. 시인이 리용하는 언어기표도 시인의것이 아니라 타자이다. 시인은 사물과 사물의 이항대립의 관계를 재구성하여 시를 쓰기에 문자의 놀이를 한다고 할수 있다. 그 놀이란 언어가 언어를 넘어서는 놀이이다. 언어가 언어를 넘어서는 놀이가 아닐 때, 그것은 현실그대로가 된다. 현실 그대로는 시의 가장 큰 적이다.        (.91쪽) 니콜러스 로인의 이 말은 언어가 언어를 넘어선다는것은 언어가 언어를 덧붙이고 보충하고 대체한다는것으로 리해되여야 할것으로 알고있다. 그리고 언어의 흐름이 일상성을 떠나서 새롭게 엮어져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것은 사물과 사물의 짝짓기이며 결혼이지 사물과 감정의 짝짓기거나 결혼이 아니며, 사물과 정신의 짝짓기나 결혼이 아니다. 시는 추억이나 기억을 완성시키는 일이 아니라 생성을 완성시키는 일이다. 이 말은 실로 중요하다. 시적대상을 잡은후 그와 관계되는 어떤 사실같은것을 쓰는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그 사물의 새로운 생성을 쓰는것이 중요한것이다. 회억하거나 추억하는것은 시를 쓴다고 할것이 아니라 마땅히 수필을 쓴다고 해야 할것으로 알고 있다. 타자는 회억이나 추억이 아니다. 회억이나 추억은 시적대상과 관련되는 사물이거나 사실이지 시적대상에 의하여 새롭게 생성된 사물 즉 차원이 다른 사물은 아닌것이다. 시는 한사물에서 다른 사물이 생성을 이쁘게 쓰는것이다.  그렇게 쓰는것이  하이퍼시의 좋은 표현이 될것으로 알고있다. 시인은 시종 어느 하나의 언어만 련민하고  사랑하는것이 아니다.   련민과 사랑은 순간일뿐이다. 현실에 대한 파괴파괴이고, 새로운것에 대한 건설건설이다. 건설된것은 파괴된것과 완전히 다른 두가지 사물이다. 건설된것은 파괴된것을 연연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다. 건설된것은 또 다시 파괴를 당하게 되고 새로운 건설이건설된 자리를 차지하게 될것이다. 어떠한 건설이나 다 잠시적이다. 이것이 하이퍼시에서의 타자의 의미라겠다. 아무래도 또 주역을 말해야겠다. 주역은 여덟가지 괘로 세상만물을 말하였는데 거기에는 자연사물을 말했을뿐이다. 자연사물이란것은 타자이다. 건괘. 지괘, 풍괘, 수괘, 화개, 연괘, 뢰괘,산괘 등 여덟가지 괘이다. 유감스럽게도 사람에 대하여 나에 대하여 직설한 괘는 없다. 사물속에 인간을 말하는 의미가 내포되여있고 사물의 도에서 나를 볼수 있게 하였다. 한마디로 말하면 타자속에서 나를 찾아야 한다는것이다. 그래서 류협의 은 사물과 사물을 비긴다고 하였고, 시인의 감정은 사물에 의탁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인간을 말하여도 사물과 사물을 비기는 도리로서 말해야 한다고하였다. 보매 타자의 도리란것도 그 뿌리는 중국에 있었다는 결론을 내릴수 있지 않으랴 하는것이다.  어불성설인지는 몰라도 서양에서 지금 말하는 현대시요 하이퍼시라는것들은  근대나 현대에 와서 중국의 고전을 부활시키고 꽃피운것이라고 하겠다.  
915    詩人 김파님께서는 갔으나 詩伯 김파님께서는 가지 않았다... 댓글:  조회:2628  추천:0  2018-01-05
새파란 거짓말이다-김파 령전에 □ 최룡관 연변일보 2018-1-4    김파 형이 갔다고 새파란 거짓말이다 친구여 친구여 다이아몬드 게임이 한창인 데 스물일곱 황제가 력사극을 공연하는 데 하얀 메아리새가 훨훨 날고 있는 데 태양의 종소리가 울리고 있는 데 흰 돛이 순풍을 타고 가는 데 … 그의 붓끝이 두 주먹을 쥐고 달리고 있는 데 김파 형이 갔다고 새파란 거짓 말이다 친구여 친구여… 그의 발자국에서 새들이 날아나고 있다 그의 손바닥에서 강물이 설레고 있다 그의 얼굴에서 태양이 빛나고 있다 그의 눈에서 해살이 쏟아지고 있다 그의 옷깃에서 바람이 나붓기고 있다 그의 손가락에서 달빛이 놀고 있다 김파 형이 갔다고 새파란 거짓 말이다 친구여 친구여 한 알의 모래에서도 한 방울의 이슬에서도 한 송이 도마도에서도 하나의 풀잎에서도 하나의 나무초리에서도 한오리 황소털에서도 … 그의 숨결이 따스하고 그의 말소리 열리고 그의 담배불이 반짝이고 그의 잔에 흰 술이 넘치고 그의 사발에 국수가 있는 데 김파형이 갔다고 새파란 거짓말 하지 말자 하지 말자 하지 말자 친구여 지인이여.   ※2017년 12월 28일, 중국조선족 시단 중견시인 김파선생이 향년 76세로 타계했다. 그는 지난 80년대, 조선족 문단에 현대시 시론 《립체시 시론》을 발표, 《태양의 종소리》, 《다이어몬든 게임》 등 많은 시집과 장편소설 3부작 《흑색의 태양》 등을 출간했다.   ======================== 讣告︱중국 조선족 저명한 김파 시인 타계   2017-12-31  ​     ​ 중국 조선족 저명한 김파 시인이 지난 27일 腹主动脉瘤가 파열되어 병원에 입원하였다가 28일 밤 23:15분에 76세의 일기로 타계하셨습니다.   김파 시인은 1942년12월6일, 흑룡강성 해림현 신안진에서 출생하여 도문시 2, 4중에서 교원을 잡았으며 그후 도문시 문화국 창평실에서 줄곧 일하다가 퇴직하여 1989년에 대련에 이주하여 지금까지 자유기고인으로 시창작을 해왔습니다. 시인은 연변작가협회 회원, 중국소수민족작가협회 회원, 국제안중근기념협회 상무부회장으로 적을 두고 있었습니다.   김파 시인은 서정시집 ‘흰 돛', '대륙에 묻혀있는 섬', '겨울나비', '하얀 메아리새', '보라빛 리유', '태양의 종소리', '프리즘 속에 비낀 풍경' 등; 동화시 '하늘의 별은 어찌하여 생겨 났나', '어부와 빨간 호박'; 서정서사시집 '사랑의 별', 장편서사시 '천추의 충혼 안중근'’ 장편대하사시(長篇大河史诗) '천년고국 고구려', 시론집 '립체시론', 장편대하소설 '흑색태양' 등 25부 책자를 발표 및 출간한 다산작가입니다.   2014년 4월 1일에는 연변 도문두만강공원에 시비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시비는 흰 대리석, 기초돌은 화강석으로 조합됐고 높이는 2.60m, 너비는 1.20m, 두께는 0.50m로서 시비의 정면에는 시인의 대표작 '돌의 음악'이 우리글과 중문(문초진 역)으로 새겨졌고, 뒷면에는 시인의 간력이 우리글과 중문으로 새겨졌으며 현재 가장 큰 시비로 세워졌습니다.   김파: "인류는 삶과 사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물질재부창조와 정신재부창조 두가지를 병견하는데 정신재부의 한개 장르인 문학, 그 가운데서도 시는 생명력이 강한 우월한 정신재부에 속한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물   /김파   새가 날고 꽃이 웃는 거울 속으로 파랗게 고여 오는 하늘 있어 해와 달도 그 안에서 돌고 돌아라   한 천 년쯤 흘러간 후에도 어느 오는 이 비추어보며 고이 머리 빗고 눈물자국도 지우며 옷깃 바로 잡으리니   얼룩이 지고 먼지 깔가 저어해 노상 마음 하얗게 헹구어 한생을 접어 닦고 닦는 명경 언젠가는 떠나가는 날 오면 세월의 벽면에 두고 갈가 하노라     ==============================   故 김파 선생을 그리며      [ 2018년01월24일 ]     글쓴이 / 전춘봉(길림신문한국지사장)       김파 선생이 2017년 2월 길림신문한국지사에서 남긴 사진     중국 조선족문단의 이름있는 시인 김파 선생을 알게 된 것은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당시 나는 길림신문의 문예편집이였던 관계로 투고된 원고를 접수하였는데 김 선생은 매달 두 편의 시편을 보내왔었다. 봉투 속지에는 번마다 시가 마음에 들면 신문에 싣고 마음에 들지않으면 사정없이 버려도 된다는 글구를 남기곤 했다. 물론 매한편의 시가 모두 출중하여 빠짐없이 문예전문란에 싣곤 했다. 그때마다 꼭 전화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며 자신의 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부족한 점이 있으면 가차없이 말해달라고 했다. 유명 시인의 시작에 대해 내가 어찌 감히 평가하겠는가. 항상 겸손한 그 자세에 심히 감동되었다. 그후 사업관계로 문예편집을 그만둔 후에도 자주 연계하였는데 그간 시집 몇편 냈고 수상도 했다면서 시집을 비롯해 ‘김파시 평론집’등 서적들을 보내오기도 했다. 나는 사업차로 대련에 갔을 때 몇 번인가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다. 그때마다 선생은 어김없이 기차역에 나와 마중하였으며 떠날때는 식사까지 잘 대접하여 바래주군 하였다. 문단에서 알아주는 시인이면서 그처럼 인자하고 후덥고 열정적인 그 모습이 오늘까지도 눈앞에 얼른거린다. 2011년 나는 신문사의 파견으로 한국에 오게 되면서 한동안 김 선생과의 연계가 끊어지게 되었다. 그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문안의 전화 한통도 못드려 죄송한 마음 앞섰다. 그러던중 2017년 2월 한국에서 전화가 왔는데 나를 찾는다고 숱한 고생을 했다면서 마침내는 만나게 되었다며 반기였다. 선생은 사무실 주소를 물어보고는 곧 지하철을 타고 찾아왔다. 손꼽아보니 8년만에 재 상봉 한 것이다. 선생은 그간 장편소설 ‘흑색태양(1,2,3집)’을 집필한다고 바삐 보냈으며 지난 1월에 이미 한국에서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어느 기획사에서 드라마로 개편하겠다고 하여 현재 협상중에 있다고 하였다. 평생 시를 써오다가 이번에 큰 마음먹고 소설을 썼는데 이제 드라마로 찍을 경우 이보다 더 큰 성공이 어디 있겠는가며 기뻐했다. 선생은 며칠후 ‘흑색태양’20권을 들고 사무실에 찾아와 흥취있는 사람들이 읽도록 하하라며 두고 갔다. 주위에 책읽기 좋아하는 지인들이 있어 몇권 가져갔는데 모두 재미있다는 평가였다. 이야기 경개가 핍진적이고 개성있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해 책을 들면 놓기싶지않다고들 말했다. 지난 12월 20일, 나는 당시 한국에 잠시 거주하고 있는 김선생께 전화를 걸어 24일 길림신문한국지사 송년회가 있는데 그때 책을 우수독자들에게 선물로 주는게 어떻겠냐는 청을 들었다. 선생은 그게 좋겠다고 하면서 유감스럽게도 23일 중국에 들어가기에 송년회에 참석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런데 이것이 그와의 마지막 통화가 될 줄이야. 송년회를 마치고 한 동안 지나 문안 인사를 할려고 중국에 전화하니 집의 사모님이 울먹한 목소리로 지난 12월 28일 선생이 급작스레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알리는 것이였다. 청천벽력이였다. 28일이면 귀국하여 엿새만에 돌아갔단 말이 아닌가! 믿기지않았지만 사모님이 직접 전한 것이라 그 엄연한 현실을 받아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드라마를 찍겠다고 그처럼 열심히 뛰어다니더니, 아니 이제 봄을 맞아 따뜻해지면 또 한국에 올 것이라는 약속을 남겨놓고는 어찌하여 이처럼 말없이 영영 떠난단말안가. 아직도 사무실 책장에 정히 세워져 있는 ‘흑색태양’에 눈길이 쏠릴때마다 그 따스한 숨결과 입김을 피부로 느끼며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    
914    이상(李箱)의 시는 이상(李箱) 이상(以上)이었다... 댓글:  조회:2453  추천:0  2018-01-04
이상(李箱)의 시에 대하여   나는 왜 나의 아버지를 껑충 뛰어 넘어야 하는지 나는 왜 드디어 나와 나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노릇을 한꺼번에 하며서 살아야 하는 것이냐 ----이상, [오감도烏瞰圖--詩第二號] 부분   이상 시인은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1937년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그는 한국시문학의 역사상 잠언적이고 경구적인 문체를 자유 자재롭게 구사할 줄 알았던 천재였으며, 초현실주의 기법을, 그러나 가장 지적이고 세련된 언어를 통해서 구사할 줄을 알고 있었던 천재였다. 그는 천성적으로 자유로운 예술가의 영혼을 지니고 태어났으며, 따라서, 유교적인 가계의 전통을 늘 항상, 크나큰 짐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상은 저주받은 시인이자, 전형적인 탕자였던 것이다.     나는 소화기관에 묵직한 총신銃身을 느끼고 내 다물은 입에 매끈매끈한 총구를 느낀다. ----이상, [오감도烏瞰圖--詩第九號] 부분 *이상 시인은 폐결핵 말기 환자였다. 일찍이 어느 누가 그 객혈과정을 이처럼 아름답고 뛰어나게 노래했던 적이 있었던가?     날개 축 처어진 나비는 입김에 어리는 가난한 이슬을 먹는다. ----이상, [오감도烏瞰圖--詩第十號 나비] 부분   * 이상 시인은 가엾은 나비였다. 가난한 이슬을 먹는 나비였다.     죄를 품고 식은 침상에서 잤다. 확실한 내 꿈에 나는 결석하였고, 의족義足을 담은 군용장화가 내 꿈의 백지를 더렵혀 놓았다. ----이상, [오감도烏瞰圖--詩第十五號] 부분 *이상 시인은 진정한 신성모독자였다. 기존의 역사와 전통을 모조리 부정하지 않으면 어떠한 인간도 세계적인 대서사시인으로 자라날 수가 없다. 이상 시인은 조선총독부 건축기사였으며,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신인 경성고등공업학교를 졸업한 수재였다. 그러나 그는 그의 장래가 촉망되는 건축기사의 길을 가지 않고, 그의 이상적인 꿈을 쫓아서 진정한 시인의 길을 걸어갔다. “죄를 품고 식은 침상에서 잤”고, 그는 그가 결석한 현실에서 사형선고를 받게 되었다.     나는 나의 자서전에 자필의 부고를 삽입하였다. ----이상, [1933년 6월 1일] 부분 1933년 6월 1일은 이상 시인이 조선총독부 건축기사직을 사직하던 해였다. 진정한 시인이 되기 위해서 그는 일상생활인으로서의 자기 자신의 사망선고를 기록하게 되었던 셈이다.     나는 지금 거울을 안 가졌소마는 거울 속에는 늘 거울 속의 내가 있소/ 잘은 모르지만 외로운 사업에 골몰할께요. ----이상, [거울] 부분 *거울 밖의 나는 현실적인 나이고 거울 속의 나는 이상적인 나이다. 거울 속의 ‘나’는 외로운 사업, 즉, 늘 시인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 키는 커서 다리는 길고 왼다리 아프고 안해 키는 작어서 다리는 짧고 바른다리가 아프니 내 바른다리와 안해 왼다리와 성한 다리끼리 한 사람처럼 걸어가면 아아 이 부부는 부축할 수 없는 절름발이가 되어버린다. 무사한 세상이 병원이고 꼭 치료를 기다리는 무병無病이 끝끝내 있다. ----이상, [지비紙碑] 부분   *의사가 육체적 질병을 치료하는 사람이라면 시인은 마음의 병과 세상의 병을 치료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가 있다. 무사한 세상이 병든 세상이고, 병든 세상이 무사한 세상이다. 정상적인 남편과 정상적인 아내도 따지고 보면 불구라는 것, 따라서 이 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마비된 의식을 일깨우고 있는 천하 제일의 명시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紙碑]는 무덤 속의 절름발이 세상을 지칭하게 된다.     화장은 있고 인상은 없는 얼굴로 안해는 형용처럼 간단히 돌아온다 나는 물어보면 안해는 모두 솔직히 이야기 한다 나는 안해의 일기에 만일 안해가 나를 속이려 들었을 때 함즉한 속기를 남편된 자격밖에서 민첩하게 대서한다. ----이상, [지비紙碑---어디갔는지 모르는 안해] 부분 *유흥업소에 종사하고 있는 아내를 믿지 못하고, 그 아내가 나를 속였음직한 이야기를 남편된 자격밖에서 적고 있는 시인의 처지가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가엾기도 하다.         외국어가 허고많은 세균처럼 꿈틀거린다. 나는 홀로 규방에 병신을 기른다. 병신은 가끔 질식하고 혈순血循이 여기저기서 망설거린다. ----이상, [파첩破帖] 부분 *이상 시인은 일본어를 한국어보다도 더 세련되고, 더 잘 구사한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러나 모국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외국어를 사용해야 하는 시인의 절망감과 좌절감이 이 [파첩破帖]에는 진하게 배어 있다. 외국어는 죽어 있는 언어이며, 모국어는 살아 있는 언어이다. 왜냐하면 외국어는 한 나라의 역사와 그 전통을 모조리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영어는 우리 한국인들의 언어와 우리 한국인들의 삶의 양식까지도 모조리 파괴시켜 놓고 있는 정체 불명의 괴상한 언어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집이 앓나본다 그러고 누가 힘에 겨운 도장을 찍나보다. 수명壽命을 헐어서 전당典當 잡히나 보다. ----[易斷] 부분 *모든 전쟁은 밥그릇 싸움이며, 이 밥그릇 싸움에는 양보라는 것이 없다. 프란츠 카프카의 ‘굶는 광대’와 ‘유형지에서의 장교’를 생각해 보아라! 시인은 자발적으로 밥그릇 싸움을 회피하고, 그 결과, 이처럼 가난의 옷을 걸쳐 입게 된다.     작난감 신부新婦는 낮에 색색色色이 풍경을 암송暗誦해 가지고 온 것인지도 모른다. 내 수첩手帖처럼 내 가슴 안에서 따근따근하다. 이렇게 영양분내를 코로 맡기만 하니까 나는 자꾸 수척해 간다. ----[I WED A TOY BRIDE] 부분 * 작난감 신부는 유흥업소의 아내이며, 그 아내의 푼돈에 의지해서 시인은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육체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하고, 이처럼 영양분내를 코로 맡기만 하니까, 그는 피골이 상접한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천진한 촌락의 축견아 짖지 말게나 내 체온은 적당스럽거니와 내 희망은 감미로웁다 ----이상, [이상한 가역반응可逆反應--공복空腹] 부분 * 우리 한국인들은 아직도 사색당파가 최고의 미덕인양 그것을 지키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의 목표와 그것을 추구할 수 있는 정책은 전혀 알 수가 없는 일이고, 오직 자나깨나 눈앞의 이익과 정당의 이익만을 집 지키는 개’처럼 지키고 있을 뿐인 것이다. 천진한 촌락의 축견들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한국의 정치인들(우리 한국인들)인 것이다.                    
913    "솔숲은 늘 푸른데, 숲에 난 발자국은 모두 다르더라"... 댓글:  조회:3312  추천:0  2017-12-28
교과서에 실리지 못한 정철 시조 (ZOGLO) 2017년12월27일  [박종인- 땅의 歷史] 솔숲은 늘 푸른데, 숲에 난 발자국은 모두 다르더라 담양의 두 사내 송강 정철과 제봉 고경명 16세기 士禍의 시대… 가혹하게 정적 죽이던 잔인한 세월… 많은 선비들이 낙향 가사문학의 대가 정철… 아버지가 사화 연루돼 유배지 전전하며 성장 담양에서 스승들 만나 문학과 세상을 배워 조선 최고 문장가이자 냉혹한 정치가로 성장 같은 마을 친구 고경… 명나라 위해 의병 일으켜 두 아들과 함께 순국 구한말 두 후손은 무장투쟁으로 항일… 신교육으로 인재 길러 아흔 살 담양 사내 강일수 "저 들판이 황금이다"   대나무가 많은 담양에는 인물도 많다. 인물이 많으니 사연도 많다. 사연 많은 인물만 추려도 글이 한 바가지이니, 비슷한 무렵 살았던 두 사람만 이야기한다. 정철이 살았다. 16세기 정적(政敵)들에게 공포를 안겨준 냉혹한 정치가요, 21세기 대입 수험생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대문장가다. 정철의 친구 고경명도 담양에 살았다. 환갑 나이에 전쟁이 터지자 두 아들과 함께 의병을 일으켰다가 죽었다.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 산 인물들인데, 누구는 냉혹한 정치가(政治家)가 되었고 누구는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의사(義士)가 되었다. 살아간, 죽어간 방법이 그리도 다르다. 같은 곳 같은 시대에 살았던 두 사람 이야기. 우리가 몰랐던 정철 18세기 후반~19세기 초 시조집 '근화악부(槿花樂府)'에 귀양살이 중인 노인과 기생이 주고받는 시조가 나온다. 내용이, 끔찍하다. 현대어로는 민망하다. 그대로 읽고 짐작만 해본다.   이미지 크게보기전남 담양에 있는 송강정. 정계에서 은퇴한 송강 정철이 살던 정자다. 조선 가사문학의 최고봉이라는 빛나는 얼굴 뒤에는 냉정하고 거침없는 정치가의 얼굴이 숨어 있다. /박종인 기자 '玉이 옥이라커늘/반옥(玉)만 너겨떠니/이제야 보아하니/진옥(眞玉)일시 젹실(的實)하다/내게 살송곳 잇던니/뚜러 볼가 하노라' 여자가 화답한다. '철(鐵)이 철(鐵)이라커늘/섭철(鐵·잡철)만 녀겨떠니/이제야 보아하니/정철(正鐵)일시 분명하다/내게 골풀무 잇던니/뇌겨 볼가 하노라' '살송곳'으로 여자를 유혹하는 시인은 송강 정철이다. '골풀무'로 역공을 하는 시인은 그 송강이 귀양 시절 만난 기생 진옥이다. 이 시조는 당연히 고등학교 국어책에 실려 있지 않다. 그런데 정철에 관해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내용이 또 있다. 문헌을 본다. "선조(宣祖)가 문득 깨닫고 전교했다. '음흉한 성혼과 악독한 정철이 나의 어진 신하를 죽였다(兇渾毒澈殺我良臣).' 이 여덟 글자가 간사한 그들의 속마음을 갈파하기 넉넉하다."(이긍익, '연려실기술') 정철더러 악독하다고 평한 기록은 한두 건이 아니다. '선조는 정철을 강계로 유배시키고 간사한 정철(姦澈, 간철) 또는 독한 정철(毒澈, 독철)이라고 칭했다. 그 자손을 독종(毒種)이라고까지 했다.'(윤선도, '고산유고', 국시소(國是疏)) 바야흐로 16세기, 사화(士禍)의 시대였다. 조선의 흑역사, 사화(士禍) 시대 조선 건국 초기부터 권력을 잡은 개국공신들을 훈구파라 한다. 훈구파는 왕권과 타협과 견제를 주고받으며 국가 체제를 만들어간다. 9대 임금 성종 대에 종합 법전인 경국대전이 완성되고 국가 체제가 확립됐다. 이제, 비대해진 훈구파를 성종이 두고 볼 리 없었다. 성종은 조선 개국을 반대하며 은둔했던 지방 학자들을 대거 중용했다. 속칭 사림파다. 이 신흥 권력집단을 또 기성 권력자들이 두고 볼 리 없었다. 성종이 죽고 4년 뒤인 연산군 4년 무오사화(1498년)를 시작으로 갑자사화(1504년), 기묘사화(1519년, 중종 14년), 을사사화(1545년, 명종 즉위년)가 잇달아 터졌다. 기득권 집단인 훈구파가 갖은 핑계를 걸어 사림파를 숙청한 암흑시대다. 한 번도 아니고 네 번이나 이 같은 일이 터지자, 많은 이들이 벼슬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사태가 심각했다.   이미지 크게보기의병장 고경명의 후손 고정주가 살던 고택. 담양 창평 삼지내마을에 있다. 충청도 공주 주학제독관(州學提督官, 감영 학교 교장)에 임명된 조헌(趙憲)이 상소를 올렸다. '(사화로 말미암아) 성수침은 성시에 은거했고 성운은 보은에 은거했고 이황은 예안으로 물러났고, 서경덕은 화담에 은둔했고 조식과 이항은 바닷가에 정착했고 성제원은 해학으로 일생을 보전했고 이지함은 미치광이로 세상을 피했다. 모두 세상을 구제할 재목들이었으나 산골짜기에서 늙어 죽었다.'(1586년 선조수정실록 19년 10월 1일) 50년 권력투쟁에 연패한 사림파는 집단으로 처형되고 유배당했다. 그 가운데 정철 아버지 정유침이 있었다. 왕실과 사돈 관계라 잘나가던 정씨 집안이었다. 그런데 을사사화에 연루돼 가족이 함경도로 전라도로 경상도로 유배를 당했다. 큰아들은 곤장을 맞고 죽었다. 1551년 유배가 풀렸다. 정유첨은 전남 담양 창평으로 은둔했다. 정유침의 넷째 아들 정철 나이는 열다섯 살. 철들기 전부터 정철 인생은 꼬여 있었다. 창평에서 완성된 모순된 인격체 누이들이 왕실로 시집간 덕에 궁궐을 맘대로 드나들던 아이였다. 영민했으되, 어른들 권력투쟁으로 그 모든 걸 빼앗긴 정철이었다. 전(前) 나주 목사 김윤제가 정철을 알아보고 자기 정자 환벽당에서 글을 가르쳤다. 김윤제의 학문적 동지인 송순, 임억령, 양산보, 양응정, 김인후가 환벽당에 모여 아이를 함께 가르쳤다. 당대 최고 지성이 총동원돼 지혜와 지식을 쥐어짰다. 정철은 당대 지성의 완전체였다. 11년 뒤 정철은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해 당당하게 중앙 정계에 진출했다. 그 완전체의 한 얼굴이 문학가 정철이다. 정철은 한학은 물론 16세기 유행한 언문 문학, 가사(歌辭)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다. 또 다른 얼굴은 무자비한 정치가 정철이다.   이미지 크게보기정철과 동향인 고경명의 후손, 고정주가 구한말 인재를 기른 학교 상월정. 수험생을 괴롭히는 명작, 사미인곡(思美人曲)을 본다. '이 한 몸 생겨날 제 임 좇아 생겨나니/한평생 연분이며 하늘 모를 일이런가/나 하나 젊어 있고 임 하나 날 괴시니/이 마음 이 사랑 견줄 데 다시 없다/평생에 원하기를 함께 가자 하였더니/늙어서 무슨 일로 홀로 두고 그리는고/임이야 나인 줄 모르셔도 내 임 좇으려 하노라.' 21세기 민주공화정 언어로 옮겨본다. '날 때부터 각하를 따른 동지애는 하늘도 압니다. 청년 시절 각하께서 저를 총애하셨으니 그 마음 비할 데가 있겠습니까. 죽을 때까지 동지로 여기겠다 하셨거늘, 제가 연로하다고 하여 저를 은퇴시키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각하께서는 모르셔도 저는 끝까지 각하와 함께하렵니다.' 낯 간지럽지 않은가. 1589년 임진왜란 직전 동인(東人) 정여립의 모반사건이 터졌다. 서인(西人) 영수였던 정철은 수사반장을 자임하며 동인 당원을 대거 숙청했다. 기축옥사라 한다. '임금이 정철에게 옥사를 다스리게 했다. 정철이 과격했던 동인은 죽이거나 귀양 보내니, 조정이 거의 비다시피 했다.'(이중환, 택리지 '복거총론-인심'편) 1000명 넘는 동인 선비들이 죽었다. 비겁한 권력자, 선조 동인 학살극인 기축옥사가 끝났다. 선조는 정철을 앞세워 비대한 집권여당을 정리했다. 옥사가 마무리될 무렵, '정철이 뜻이 다른 사람들을 없애고자 하였다'는 상소가 올라왔다. 선조는 그날로 공식문서 없이 비망록 한 장으로 정철을 강계로 유배시켰다.(1591년 선조수정실록 24년 5월 1일) 그가 한 말이 "악독한 정철이 나의 어진 신하를 죽였다(毒澈殺我良臣)"였으니, 아주 비겁한 토사구팽이다. 이러구러 한 여정 끝에 정철은 강화도 농가에서 굶어 죽었다. 정철의 친구, 고경명과 그 후손 정철과 같은 마을 창평에는 고경명이 살았다. 정철과 함께 식영정에서 스승 임억령으로부터 글을 배웠다. 고경명은 정철보다 세 살 위다. 1591년 동래부사를 끝으로 정계에서 은퇴하고 고향 창평으로 은둔했다. 이듬해 임진왜란이 터졌다. 선조가 중국으로 달아났다는 소식이 담양까지 날아왔다. 각지에서 도주한 관군을 모아 의병을 일으켰다. 혼자가 아니었다. 큰아들 종후와 둘째아들 인후가 선봉장이었다. 담양에 육천 의병이 일어났다. 7월 10일 충청도 금산에서 의병-관군 연합군은 일본군과 전투를 벌였다. 일본군은 관군을 먼저 공격했다. 관군이 패배했다. 이에 의병군 또한 전의를 상실했으나 고경명은 끝까지 전투를 지휘했다. 그날 고경명이 전사했다. 둘째아들 인후도 함께 죽었다. 첫째아들 종후는 아버지와 동생의 복수를 위해 다시 군사를 일으켰다. 복수의병장이라 불린 고종후는 진주성 2차 전투에 참전해 전사했다. 세 사람은 훗날 불천위(不遷位), 영원토록 제사를 지내는 지위를 나라로부터 받았다.   이미지 크게보기정철이 어린 시절 최고 지성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던 환벽당. 세월이 흘렀다. 300년 뒤 일본이 다시 조선을 침략했다. 1895년 고종 왕비 민씨가 일본 외교관과 깡패 집단에 살해됐다. 고경명의 후손 고광순이 의병을 일으켰다. 고광순은 1907년 구례 연곡사에서 의병 훈련 도중 일본군 포격에 전사했다. 역시 창평에 살던 만석지기 후손 고정주는 학교를 세웠다. 영어를 가르치고 일본어를 가르치고 수학을 가르쳤다. 고씨 문중 산속 상월정(上月亭)에 영학숙을 세웠다. 학생이 불어나자 창흥의숙으로 확대했다. 그 후신이 창평초등학교다. 군량미가 떨어지면 고광순은 한 마을에 사는 고정주 집 마당에서 쌀을 훔치곤 했다. 무장투쟁과 신교육으로 노선은 달랐지만, 고정주는 고광순을 존경했고 고광순은 고정주를 존경했다. 도사 전우치와 황금리 기록에 따르면, 사화의 시대를 살았던 도사 전우치는 실존 인물이다. 실학자 이덕무는 전우치를 담양사람이라고 했다.(청장관전서) 담양 어딘가에 황금대들보를 묻었다고 했다.(이규경, '오주연문장전산고') 금을 묻은 들판을 사람들은 황금리라 불렀다. 황금리 노인 강일수(91)는 오른손 세 손가락이 없다. "경운기가 먹어버렸다"고 했다. 백 년에서 10년 빠지는 세월, 함경북도 청진 일본제철소에서도 일했고 중국에서도 일했다. 6·25전쟁 때 인민군에게 잡혔다가 풀려나 "오해받기 싫어서" 국군에 자원입대도 했다. 인민군 포로 시절 배웠던 이발 기술로 국군들 머리 깎아주며 지냈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벼락을 네 번이나 맞은 팽나무가 서 있다. 한눈에 봐도 다 산 듯 보이는 팽나무 아래에 전우치가 황금대들보를 묻었다고 마을 사람들은 믿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땅을 파헤치는 대신 경운기에 손가락 먹여가며 농사를 짓는다. 손가락 몇 개 부족한 강일수가 말했다. "하우스 농사로 수확하는 방울토마토가 우리한테 황금이다." 정철의 황금, 고경명과 그 후손의 황금, 그리고 백 년을 살아온 노인의 황금. 무엇을 택할 것인가. ///조선일보
912    교육선구자 김약연과 명동학교를 아십니까?!... 댓글:  조회:2901  추천:0  2017-12-28
윤동주 애국혼 키워준 김약연과 명동학교 (ZOGLO) 2017년12월26일  윤동주가 학사모를 쓴 영정 사진이 2016년 2월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윤동주 추모식에 선보였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윤동주(1917∼1945)는 독립투쟁의 선봉에 서서 산화한 열사가 아니고 숱한 저작을 남기며 당대에 이름을 떨친 문사도 아니지만 이육사와 함께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 민족시인으로 꼽히고 그가 남긴 '서시'는 오늘날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한국인 애송시 1, 2위 자리를 다툰다. 맑은 영혼과 간절한 소망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그려낸 시구에다가 광복을 몇 달 앞두고 28살의 젊은 나이로 옥중에서 숨진 안타까운 사연이 더해져 지금도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짧은 생애 가운데서도 그가 조국 땅에 머문 기간은 평양 숭실중 1년과 서울 연희전문 4년을 합쳐 5년뿐이고 일본 체류 3년을 제외한 대부분의 발자취는 중국 북간도에 남아 있다. 윤동주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뜨거운 애국심과 순수한 감수성을 키운 것은 당시 북간도에 충만해 있던 독립정신과 온 집안이 믿어온 기독교사상 덕이었고 그 중심에는 '북간도의 대통령'으로까지 불리던 그의 외삼촌 김약연(1868∼1942)이 있었다. 윤동주의 외삼촌이자 명동촌을 일구고 명동학교를 세운 김약연 선생. [연합뉴스 자료 사진] 1899년 2월 18일 김약연·김하규·문병규·남도전을 비롯한 네 가문의 가족 142명은 고향 함경도를 등진 채 두만강을 건너 중국 지린(吉林)성 허룽(和龍)현으로 이주했다. 이들 가운데 지도자는 가장 젊은 김약연이었고 그의 일가는 장재촌에 터전을 마련했다. 윤동주의 조부인 윤하현도 1년 뒤 그곳에 자리 잡았다. 이들은 '동방을 밝힌다'는 뜻으로 마을 이름을 '명동촌'(明東村)이라고 지었다. 윤하현 집안을 포함한 다섯 가문은 혼인을 통해 인척 관계로도 발전했다. 김약연의 누이동생은 윤하현의 아들 윤영석과 결혼해 윤동주를 낳았고, 김하규의 딸 김신묵과 문병규의 손자 문재린 사이의 아들이 문익환(1918∼1994) 목사다. 이들은 땅을 공동으로 사서 나누며 반드시 1%를 교육 자금 충당을 위한 학전(學田)으로 활용했다. 처음에는 서당을 열었으나 이상설·이동녕·정순만·박정서 등이 1906년 10월 명동촌에서 40리 떨어진 용정촌에 '서전서숙'(瑞甸書塾)을 짓고 신학문을 가르치다가 1년 만에 문을 닫자 서전서숙의 창설 이념과 교육 정신을 이어받아 1908년 4월 27일 '명동서숙'을 설립했다. 서전서숙에 참여한 박정서가 서숙 대표인 숙장, 김약연이 실무 책임자인 숙감을 맡았고 교무주임으로 정재면을 초빙했다. 정재면은 주민들에게 기독교를 전도하고 학교 이념도 기독교로 바꿨다. 1909년 명동서숙을 명동학교로 개칭하고 김약연이 교장으로 취임했다. 이듬해 중학교, 1911년에는 여학교도 생겨났다. 중국 용정시 명동촌의 윤동주 생가. [시몽포토에이전시=연합뉴스]   민족교육의 요람으로 떠오르며 숱한 인재를 길러내던 명동학교는 1920년 들어 위기를 맞았다. 그해 10월 청산리전투에서 대패한 일본군이 간도의 한인들을 살육하고 마을을 파괴하는 경신참변을 일으킨 것이다. 이때 명동학교에도 불을 질러 잿더미로 만들었다. 1923년 건물을 복구하고 김약연이 다시 교장으로 부임했으나 기독교 신자와 공산주의자들의 갈등에다가 이듬해 대흉년까지 겹쳐 1925년 소학교만 남기고 중학교는 문을 닫았다. 윤동주는 그해 명동소학교에 입학했다. 명동학교 조선어 교사이던 송창희와 윤영석의 여동생 윤신영 사이에서 난 동갑내기 고종사촌 송몽규(1917∼1945), 한 살 아래인 문익환과 함께였다. 민족의식에 눈을 뜨고 문학에 심취한 이들은 5학년 때 원고를 모아 '새 명동'이라는 잡지를 펴내기도 했다. 1932년 윤동주·송몽규·문익환은 캐나다장로회가 세운 용정의 은진중에 진학했다가 송몽규는 뤄양(洛陽)군관학교로 떠나고 윤동주는 문익환을 따라 1935년 평양 숭실중으로 편입했다. 신사참배 명령을 거부해 숭실중 교장이 파면되고 휴교에 들어가자 둘은 용정으로 되돌아와 친일계 광명학원을 다녔다. 그 뒤 송몽규와 함께 연희전문에 입학한 윤동주는 최현배에게 조선어를 배우고 손진태의 역사 강의를 들으며 우리말 글쓰기를 가다듬고 민족사관을 형성해갔다. 졸업 후에는 송몽규와 일본 유학을 떠났다. 윤동주는 도쿄의 릿쿄대를 거쳐 교토의 도시샤대를 다녔고 송몽규는 교토제대에 적을 두었다. 그러던 중 둘은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1945년 2월과 3월 차례로 옥중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2016년 2월 개봉된 영화 '동주'의 포스터. 내외종 간인 윤동주와 송몽규의 이야기를 담았다. [루스이소니도스 제공=연합뉴스]   오늘날 명동학교 옛터에는 기념관이 들어서 개교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 김약연이 쓰던 책상과 친필 편지, 교실과 교과서, 윤동주 친필 원고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인근 윤동주 생가터와 주변에도 118년 된 북간도 최초의 개신교회인 명동교회, 윤동주와 송몽규 고택, '서시' 등을 비롯한 윤동주 시비, 김약연·윤동주·송몽규의 묘소 등이 자리해 100년 전 애국지사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유적과 기념관은 박제로만 남아 있을 뿐 이제 명동촌은 만주로 건너간 한인들의 제2의 고향이 아니다.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살던 동포 후손들은 한국이나 베이징 등 대도시로 떠나 공동화 현상을 빚고 있고 그나마 남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도 희미해져 김약연과 윤동주의 발자취를 찾는 이들도 한국 관광객과 답사객뿐이다. 국내에서도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에 윤동주의 이름을 딴 '시인의 언덕'이 조성되고 문학관이 들어섰으며, 연희전문 후신인 연세대에도 윤동주 기념관이 꾸며졌다. 이밖에도 그의 시비는 교토 도시샤대,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유고시집이 발견된 전남 광양시 망덕포구 등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를 기리는 기념물은 늘어나고 그가 지은 시구를 외는 사람도 여전히 많지만 정작 그가 찾고 지키려 했던 민족정신과 아름다운 우리말은 갈수록 흔들리는 느낌이다. 오는 30일은 윤동주가 탄생한 지 꼬박 100년이 되는 날이다. 내년은 김약연 탄생 150주년이자 명동학교 개교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이준익 감독은 지난해 영화 '동주'를 통해 윤동주의 평생 동지인 송몽규의 이름을 관객에게 각인시켰다. 이제는 윤동주를 키워낸 김약연과 명동학교의 이름도 기억하면 좋겠다. 이와 함께 조선족 동포들이 이들의 친구이자 이웃의 후손이라는 사실도 한번쯤 떠올리기 바란다.
911    <시간> 시모음 댓글:  조회:2939  추천:0  2017-12-28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시인, 1939-)  + 하루의 시간  오늘 하루는  내 생애의 축소판.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잘 때까지  하루 종일 희망을 말하는 사람,  그게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권대웅·시인, 1962-)  + 세월이 가는 소리  싱싱한 고래 한 마리 같던 청춘이  잠시였다는 걸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서른 지나 마흔 쉰 살까지  가는 여정이 무척 길 줄 알았지만  그저 찰나일 뿐이라는 게 살아본 사람들의 얘기다  정말 쉰 살이 되면 아무 것도  잡을 것 없어 생이 가벼워질까.  쉰 살이 넘은 어느 작가가 그랬다.  마치 기차 레일이 덜컹거리고 흘러가듯이  세월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요즘 문득 깨어난 새벽,  나에게도 세월 가는 소리가 들린다.  기적소리를 내면서 멀어져 가는 기차처럼  설핏 잠든 밤에도 세월이 마구 흘러간다.  사람들이 청승맞게 꿇어앉아 기도하는  마음을 알겠다  (오광수·시인, 1953-)  + 시간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만 죄가 아니다  시간을 허비한 것도 죄가 된다  빠삐용이 죽음 직전까지 가서  깨달았던 것도  시간을 허비한 것에 대한 낭비죄였다  내일은 언제나 올 것 같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세상을 사는 동안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최선이란 말이다  (윤수천·아동문학가, 1942-)  +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  나폴레옹의 이 말은 10년 동안  내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송곳이었다  게으름을 피울 때마다  내 많은 실패를 돌아볼 때마다  송곳은 가차없이 찌르고 찔러왔다  모든 불행엔 충고의 송곳이 있다  자만치 말라는, 마음 낮춰 살라는 송곳  불행의 우물을 잘 들여다보라는 송곳  바닥까지 떨어져서  다시 솟아오르는 햇살의 송곳  송곳은 이제 지팡이처럼 내게 다가와  신들린 듯 거친 바다처럼 밀어간다  (신현림·시인, 1961-)  + 하루의 위대한 탄생  그 어떤 사건들보다 가장 나를 흥분케 하는 것은  '하루'의 탄생이다.  하루의 탄생을 지켜볼 때마다  나는 충만감을 느낀다.  왜냐하면 하루는 24시간 동안 매 순간 깨어나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나의 눈에는 하루의 탄생이  어린 아기의 탄생보다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내일은 또 다른 하루가 태어날 것이다.  내일 나는 다시 한번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 될 것이다.  (피에르 쌍소,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 시간의 탑  할머니,  세월이 흘러  어디로  훌쩍 가 버렸는지 모른다 하셨지요?  차곡차곡  쌓여서  이모도 되고  고모도 되고  작은엄마도 되고,  차곡차곡  쌓여서  엄마도 되고  며느리도 되고  외할머니도 되었잖아요.  우리 곁에  주춧돌처럼 앉아 계신  할머니가 그 시간의 탑이지요.  (유미희·아동문학가)  + 참 오래 걸렸다  가던 길  잠시 멈추는 것  어려운 일 아닌데  잠시   발 밑을 보는 것  시간 걸리는 게 아닌데  우리 집  마당에 자라는  애기똥풀 알아보는데  아홉 해 걸렸다.  (박희순·아동문학가)  + 병 속에 시간을 담을 수 있다면  작은 병 속에  시간을 담을 수만 있다면  예쁜 병 속에  한 시간만 담아서  아빠 가방 속에  살며시 넣어 드리고 싶다.  아무리 바쁘신 아빠도  그걸 꺼내 보시면  잠시라도 편히 쉴 수 있으시겠지?  하루에 단 한 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 만들어  아빠 가방 속에 몰래  넣어 드리고 싶다.  (정구성·아동문학가)  + 서정시  2년 후  아카시아는 시들어 있겠지  주가는 떨어지고  세금은 올라 있겠지  2년 후  방사능은 더 늘어 있을 거야  2년 후  2년 후  2년 후  양복은 누더기가 되고  진실은 가루가 되며,  유행은 바뀌어 있겠지.  2년 후  아이들은 애늙은이가 되어 있을 거야.  (요세프 브로드스키·러시아 시인, 1940-1996)  + 불혹(不惑), 혹은 부록(附錄)  마흔 살을 불혹이라던가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 어쩌면 나는  마흔 살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본책에 덧붙는 부록 정도로  여기는지 모른다  삶의 목차는 이미 끝났는데  부록처럼 남은 세월이 있어  덤으로 사는 기분이다  봄이 온다  권말부록이든 별책부록이든  부록에서 맞는 첫 봄이다  목련꽃 근처에서 괜히  머뭇대는 바람처럼  마음이 혹할 일 좀  있어야겠다  (강윤후·시인, 1962-)  + 세월이 흘러가는 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에 귀기울여 보라.  그것은 우주의 맥박이고  세월이 흘러가는 소리이고  우리가 살만큼 살다가  갈 곳이 어디인가를  소리 없는 소리로 깨우쳐줄 것이다.  이끼 낀 기와지붕 위로 열린  푸른 하늘도 한번쯤 쳐다봐라.  산마루에 걸린 구름,  숲 속에 서린 안개에 눈을 줘보라.  그리고 시냇가에 가서 맑게 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가보라.  차고 부드러운 그 흐름을 통해  더덕더덕 끼여 있는  먼지와 번뇌와 망상도 함께  말끔히 씻겨질 것이다.  (법정·스님, 1932-)  + 멈추어 쉬는 시간  인생은 우리에게  쉬지 말고 길을 가라고 재촉하지만,  우리에게는 멈추어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평소에 멈추어 서서  삶을 되돌아볼 만큼 여유를 지닌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예를 들어 갑자기 병이 찾아왔거나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인생이라는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갖게 된다.  (레이첼 나오미 레멘)  + 그 시간  어느 날,  내가 누군가로부터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기도하고 있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누군가의 모두를  이해하고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 마음이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애절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 마음이  샘물처럼 맑고 호수같이 잔잔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나는 한없이 낮아지고 남들이 높아 보였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 손이 나를 넘어뜨린 사람과  용서의 악수를 하고 있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 마음이 절망 가운데 있다가  희망으로 설레기 시작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 눈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시간이었습니다.  (정용철·작가, 『마음이 쉬는 의자』)  + 30초 규칙  인생은 늘 끊임없는  결정의 순간을 갖고 있지.  30초 규칙이란,  어떤 일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섰을 때  딱 30초만 더 생각하라는 것일세.  우유부단하게 망설이라는 뜻이 결코 아니라네.  어떤 결단의 기로에 섰을 때,  30초만 더 자신에게 겸허하게 물어보라는 것일세.  이 결정이 내 삶과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해 보라는 거지.  (호아킴 데 포사다·엘런 싱어,『마시멜로 이야기』)  + 세월  한 올 한 올 느는  새치 속에  내 목숨의  끄트머리도 저만치 보이는가  더러 하루는 지루해도  한 달은, 일 년은  눈 깜짝할 새 흘러   바람같이 멈출 수 없는  세월에게  내 청춘 돌려달라고  애원하지는 않으리  그래도 지나온 생 뒤돌아보면  후회의 그림자는 길어  이제 남은 날들은  알뜰살뜰 보내야 한다고  훌쩍 반 백년 넘어 살고서도  폭 익으려면 아직도 먼  이 얕은 생 깨우칠 수 있도록  세월아,  너의 매서운 채찍으로  섬광처럼 죽비처럼  나의 생 내리쳐다오  (정연복)   
910    해골의 노래에 맞춰 무도회는 잘도 돌아간다... 댓글:  조회:3260  추천:0  2017-12-27
감각 랭보 여름 야청빛 저녁이면 들길을 가리라, 밀잎에 찔리고, 잔풀을 밟으며. 하여 몽상가의 발밑으로 그 신선함 느끼리. 바람은 저절로 내 맨머리를 씻겨 주겠지. 말도 않고, 생각도 않으리. 그러나 한없는 사랑은 내 넋속에 피어오르리니, 나는 가리라, 멀리, 저 멀리, 보헤미안처럼, 계집애 데려가듯 행복하게, 자연 속으로.   나의 방랑생활 (MA BOHEME) 랭보 난 쏘다녔지, 터진 주머니에 손 집어넣고, 짤막한 외투는 관념적이게 되었지, 나는 하늘 아래 ㅇ나아갔고, 시의 여신이여! 그대의 충복이었네, 오, 랄라! 난 얼마나 많은 사랑을 꿈꾸었는가! 내 단벌 바지에는 커다란 구멍이 났었지. ----꿈꾸는 엄지동자인지라, 운행중에 각운들을 하나씩 떨어뜨렸지. 내 주막은 큰곰자리에 있었 고. ----하늘에선 내 별들이 부드럽게 살랑거렸지. 하여 나는 길가에 앉아 별들의 살랑거림에 귀기울였지, 그 멋진 구월 저녁나절에, 이슬 방울을 원기 돋구는 술처럼 이마에 느끼면서, 환상적인 그림자들 사이에서 운을 맞추고, 한발을 가슴에 가까이 올린 채, 터진 구두의 끈을 리라 타듯 잡아당기면서! 취한 배 A.랭보 유유한 강물을 타고 내려올 적에 이젠 선원들에게 맡겨져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어. 형형색색 말뚝에 발가벗긴 채 못박아놓고서 인디언들 요란스레 그들을 공격했었지. 플라망드르산 밀이나 영국산 목화를 져 나르는 선원들이야 내 아랑곳하지 않았지. 나의 선원들과 더불어 그 소동이 끝나자 강물은 내 마음대로 흐르도록 날 버려두었지. 격렬한 밀물 요동속에 밀리며 어느 겨울 아이들 머리보다도 더 귀멀었던 나, 나는 헤쳐나갔지. 그리고 출범한 반도들은 그보다 더 기승하는 소동을 겪은 적이 없었다. 폭풍우 해상에서 잠깨는 날 축성했고 콜크마개 보다 더 가벼이 떠돌며, 영원한 희생자들의 흔들배라고 불리우는 물결출렁이는 대로 난 춤추었네. 회한 없이 열날 밤을, 초롱불들의 흐리멍텅한 눈! 어린 애들에게보다 더 부드럽게 내 전나무 선체에 스며들고 청포도주 얼룩들과 토해낸 찌꺼기들이 키와 갈고리 닻에 흩어지며 날 씻었네. 이제 그때부터 초록 창공을 탐식하는, 젖빛의, 별들이 잠긴, 바다의 시 속에서 난 헤엄쳤네. 거기엔 해쓱하고 넋 잃은 부유물처럼 이따금 상념에 잠긴 익사체가 내리흐르고, 거기엔 갑자기 푸르스름한 색깔들 물들이며, 태양의 불그스름한 번득거림 아래에 느릿한 착란과 리듬, 알콜보다 더 진하게, 우리의 리라보다도 더 드넓게 사랑의 씁쓸한 바알간 얼룩들 술렁이며 삭아가네! 난 알고 있다네, 섬광으로 찢어지는 하늘들, 물기둥들, 격랑들 그리고 해류들을,난 알고 이다네, 저녁녘, 비둘기의 무리처럼 비약하는 새벽, 또 난 가끔 보았다네, 인간이 본다고 믿었던 것을! 난 보았네, 신비로운 공포 점점이 박힌 나지막한 해, 머나먼 고대 연극의 배우들 모양의 길다란 보랏빛 응결체들을 비추는 태양을 저 멀리 출렁이는 수면을 굴리는 물결들을! 난 꿈꾸었네, 현란스레 눈 덮힌 푸른 밤! 서서히 바다 위로 복받쳐 오르는 애무인 양 놀라운 수액들의 순환 그리고 노릇파릇 깨어나 노래하는 인광들을! 내 여러 날 쫓아다녔지. 히스테릭한 암소떼 처럼 넘실넘실 암소들을 덮치는 큰 파도들. 성모 마리아의 빛나는 발이라도 숨가쁘게 헐떡이는 대양을 억누르진 못했을 거야! 짐작하다시피 난 부딪쳤네, 엄청난 프로리다 주와, 꽃무리 속에 인간의 피부를 한 표범들 눈초리가 엉켜 잇었고 수레바퀴 테처럼 탱탱한 무지개들, 수평선 아래 바다의 청록색 양떼들과 어우러지고 있었지! 난 보았네, 어마어마한 늪들이 통발처럼 삭아가는 것을, 거기엔 골풀들 안에서 거대한 바다괴물이 통째로 썩어가고! 바다의 고요한가운데에서 부서지는 물의 붕괴, 그리고 심연을 향해 카르릉거리는 원방의 물결들을! 빙하들, 은빛 태양들, 진주모빛 물결들, 잉걸불처럼 바알간 하늘들! 갈색 물구비 복판에 꼴사나운 좌초물들, 거기엔 빈대들이 할퀴어버린 거대한 뱀들 시커먼 냄새 풍기며 비틀린 나무들처럼 쓰러져가고!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리, 푸른 물결의 그 만새기들, 그 황금색 물고기들 노래하는 물고기들을, 꽃모양 물거품들이 항상 나의 출범을 어르고 형언할 수 없는 바람들은 시시각각 날개치듯 날 스쳤네. 이따금 극지와 지대들에 지친 순교자처럼 바다는 흐느낌으로 내 몸을 부드러이 흔들어대며 노란 통풍창 뚫린 그늘의 꽃들을 내게로 올려보내고 난 거기 쪼그리고 있었네, 무릎꿇고 거의 넋 잃은 채. 섬처럼 내 뱃전 위로 달라붙은 하소연을 뿌리치고, 금빛눈을 빈정거리는 새들의 똥무더기를 가르며 나는 떠내려갔네. 어렴풋이 날 스쳐간 혼백들 다시금 뒷전으로 잠잠히 가라앉더라! 해서 난, 길 잃은 배되어 머리카락 휘감기듯 폭풍에 말려 새도 없는 창공으로 내던져졋지. 모니토르 군함들도 한스 조합의 범선들도 물에 취한 내 몸뚱아리 건지지 못햇을 나: 자유로이 보랏빛 안개를 타고, 피어올라 불그스름한 하늘을 돌파할 나, 벽을 돌파하듯 훌륭한 시인들에 바치는 별미의 과일쨈처럼, 태양의 지의들이며 창공의 넝마들을 걸친 나, 반달 전구들 점점이 박혀, 미쳐 날뛰는 판자처럼, 검은 해마들 호송받으며 달음질치는 나, 군데군데 타오르는 구덩이 난 군청색 하늘을 7월들이 몽둥이 삿대질로 무너뜨릴 때, 50리 밖에서, 발정하는 배헤못과 어마어마한 말스트롬 돌풍이 우는 소리를 느끼며 전율하는 나, 푸르른 부동으로 영구히 실을 잣는 자, 나는 고대 흉벽들이 늘어선 유럽을 애석해하노라! 난 보았네, 항성의 군도들을! 그리고 열광하는 그곳 하늘 항해자에게 열려 있는 섬들들, -바로 이 끝없이 깊은 밤들 사이에 그대 잠들어 달아나는 건가 백만의 황금새들, 오 미래의 활력이여? 하지만, 정말이지, 난 너무나도 흐느껴 울었네! 여명들은 비통하고 달이 온통 잔혹하고 해는 온통 가혹하고, 쓰디쓴 사랑은 취기 어린 마비상태로 날 부풀렼ㅆ네. 오 나의 용골을 터뜨리라! 오 날 바다로 가도록 하라! 내가 유럽의 물 갈구한다면 그것은 바로 검고 차가운 웅덩이, 거기엔 향긋한 황혼을 향해 슬픔에 겨워 쇠잔한 한 아이 쪼그리고 가벼운 배 한 척 5월의 나비처럼 더 잇는 곳. 오 물결들이여, 그대들 무기려함에 휩싸인 나, 이제는 목화짐꾼들로부터 그들의 자국 지울 수 없네, 깃발들과 불길들의 오만함 가로지를 수도 없네, 이제는 부교들의 험악한 눈들 아래에서 헤엄칠 수도 없네.     미셸과 크리스틴 (MICHEL ET CHISTINE) 랭보 빌어먹을 그때 만일 태양이 이 기슭을 떠난다면! 달아나라, 환한 홍수로다! 여기 길들의 그늘이 있다. 버드나무숲에서, 오랜된 앞뜰에서 뇌우는 우선 굵직한 물방울을 뿌린다. 오 백 마리의 어린양들아, 목가의 금발 병사들아, 수로들, 마른 히이드들아, 도망쳐라! 평원, 사막, 초원, 지평선이 뇌우의 붉은 화장을 돕고 있다! 검둥개야, 외투가 휘날리는 갈색 머리의 목자야, 탁월한 번개의 시간을 피하라. 금발의 무리야, 어둠과 유황이 떠다니니, 더 나은 은신처로 내려가도록 하라. 그러나 나는, 주여! 여기 내 성령이 날아온다. 얼어 버린 붉은 색 하늘 뒤에서, 흐르고 나는 천상의 구름들 아래, 철길처럼 긴 백 군데의 솔료뉴평원으로. 저기 많은 늑대들, 많은 야생의 씨앗들을, 이 종교적인 뇌우의 오후가 앗아간다. 메꽃들을 사랑하기는 하면서 많은 무리들 몰려올 옛 유럽 위로! 뒤에, 달빛이여! 황야 도처에서, 전사들이 얼굴은 붉고 이마는 하늘 향한채 자신들의 창백한 준마들을 천천히 몰고 간다! 이 당당한 무리 아래 조약돌들이 울린다! ----그리고 나는 볼 것이다 노란 숲을, 밝은 계곡 을, 파란 눈의 아내를, 붉은 이마의 남자를---- 오 갈리 아여, 그리고 그들의 소중한 밭 근처에서, 유월절의 하얀 양을, ---- 미셸과 크리스틴을, ----또한 그리스도를! ----목가의 끝. 모음 (VOYELLES) 랭보 검은 A, 흰E, 붉은I, 푸른U, 파란O : 모음들이여, 언젠가는 너희들의 보이지 않는 탄생을 말하리라. A, 지독한 악취 주위에서 윙윙거리는 터질 듯한 파리들의 검은 코르셋, 어둠의 만 ; E, 기선과 천막의 순백, 창 모양의 당당한 빙하들, 하얀 왕들, 산형화들의 살랑거림. I, 자주 조개글, 토한 피, 분노나 회개의 도취경속에서 웃는 아름다운 임술, U, 순환주기들, 초록 바다의 신성한 물결침, 동물들이 흩어져 있는 방목자으이 평화, 연금술사의 커다란 학구적 이마에 새겨진 주름살의 평화. O, 이상한 금속성 소리로 가득찬 최후의 나팔, 여러 세계들과 천사들이 가로지르는 침묵, 오, 오메가여, 그녀의 눈의 보랏빛 테두리여!   프롤로그 태양은 아직 뜨거웠다. 그렇지만 이젠 거의 지상을 비추고 있지는 않았다. 흡사 거대한 둥근 천장 바로 앞에 촛대가 이젠 아주 가냘픈 미광으로 밖에 천장을 비출 뿐인 것처럼, 지상의 촛대인 태양은 자기가 불태우는 축제에서 그 최후의 가냘픈 미광을 내면서 꺼져가려 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지막 가냘픈 미광이긴 했으나 그래도 아직 나무들의 풀빛 잎과 시들기 시작한 작은 꽃들이며 수백 년의 연륜을 거친 소나무나 포플러나 떡갈나무 등의 거대한 나뭇가지가 있는 곳을 희미하게 분간할 수 잇을 정도는 되었다. 몸을 상쾌해지게 하는 바람, 즉 일진의 미풍이 내 발밑을 흐르는 냇물의 은빛 재잘거림과 똑같은 일관성의 살랑거림으로써 나뭇잎들을 흔들어 술렁대게 하고 있었다. 양치 덤불이 바람 앞에서 그들의 푸른 이마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냇물에 내 몸을 담그며 잠들어 있었고...... 2 나는 꿈을 꾸었다...................................................................나는 1503년 렝스에서 태어난 것이었다. 렝스는 그 당시로서는 하나의 작은 마을이었다. 그렇기는 하더라도 크로뷔스 왕의 성별식 때, 증인 역할을 했던 그 아름다운 대서당 덕택에 꽤 유명한 도시이긴 했다. 우리 부모는 그렇게 부유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아주 정직한 사람들이었다. 부모로서는 예전부터 자기들에게 전해져온 것이기는 하지만 내가 태어나기 2년 전에야 비로소 자기들의 소유가 된 한 채의 자그마한 집과, 또, 여태껏 여전히 절약을 거듭하면서 몇 루이씩인가 적립해가야 하는 몇천 프랑인가의 저금이 전재산인 것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친위대 사관이었다. 키가 크고 마른 편이며 머리터이 검은, 턱수염도 눈도 살갗도 모두 엇비슷한 빛깔의 남자였다. 내가 태어났을 적엔 아직 겨우 48세나 50세 정도 밖에 되어 있지 않았으나, 다른 사람들의 눈엔 틀림없이 60세나 58세 정도로는 보였을 게다. 그는 급하고 흥분하기 쉬운 성격이어서 노상 화를 내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조금도 참으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와는 아예 딴 판이었다. 상냥하고 조용한 여성인데, 조그마한 일에도 늘 겁을 내고 있었다. 그러나 집안 일은 구석구석까지 빈틈없이 잘 처리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너무 조용한 사람이어서 아버지는 마치 젊은 아가씨 같다며 그녀를 놀려주기도 했었다. 나는 제일 많이 사랑받고 있었다. 형제들은 나만큼 무모하지는 않았는데 그건 나이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공부한다는 것, 즉 일기쓰기며, 수판 따위를 배우는 일이 어지간히 싫었다. 그런데 집안을 깨끗이 정리하거나 채소밭을 갈거나, 심부름을 하거나 하는 일은 썩 잘했다!.... 나느 그런 일을 좋아했던 것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거니와 어느 날 아버지는, 만일 네가 이 나눗셈을 잘 풀면 20수를 주겠노라고 말씀하시며 나에게 약속했다. 그래서 나는 하기 시작했으나 끝내 해내지 못했다. 아아! 아버지는 몇번이나 나에게 약속해주셨던 것일까. 만일 아버지한테 이러이러한 것을 읽어준다면 돈을 주마, 장난감을 주마, 과자를 주마. 언젠가 한번은 5프랑을 주겠노라고 까지 말씀하셨던 것이다. 이런 모양이었으므로 아버지는 내가 10세가 되자 학교에 넣어주셨다. 무엇 때문일까 하고 나는 생각했던 것이다. 왜 그리스어와 라틴어 등을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그런 것은 누구에게도 필요치 않은 것이다! 시험에 합격한다는 따위의 일이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어떤 도움도 되지는 않는다. 그렇잖은가?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높은 지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높은 지위 따위는 차지하고 싶지 않다. 나는 금리 생활이 시작되는 거야. 가령 높은 지위에 앉고 싶다고 생각한데도 대관절 무엇 때문에 라틴어를 공부해야 한단 말인가? 누구 하나 그런 말을 지껄이고 있는 건 아니야. 나도 어쩌다 한두 번쯤은 신문에서 라틴어를 보게 되는 수는 있다. 하지만 고맙게도 나는 신문기자 따위가 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왜 역사와 지리를 공부하는 것일까? 확실히 파리가 프랑스에 있다는 것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파리의 위도 가 어떠냐 하는 것 따위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역사도 그렇다 시날도니 나보폴라사르니 다리우스니 퀴로스니 아렉산드로스니, 그밖에 그 악마 같은 이름으로 유명한 자들의 생활에 관해 배우다니 그건 어지간히 고역이 아니겠는가? 알렉산드르가 옛날의 유명한 인물이었다는 것 따위가 나한테, 이 나한테 무슨 관계가 있는까? 대관절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모름지기 라틴어라는 건 조작해낸 말인 것이다. 혹시 라틴인이라는 녀석이 존재해 있었을지라도 내가 금리생활자가 되는 것으 방해해주지 앟기를 바라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 녀석들의 말은 그 녀석들만의 말로 해두어주기를 바라고 싶은 것이다! 이러 고역을 치러야 할 어떤 나쁜 일을 내가 그런 녀석들에게 했다는 말인가? 다음은 그리스어 이다. 이런 지저분한 말 따위는 누구 하나, 이 세상의 누구 한 사람도 지껄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아 아! 정말 지랄같다! 지랄 같은 짓이다! 나는, 나는 금리생활자가 되는 거야. 벤치에 앉아 반바지가 닳아버리게 한다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정말 지랄 같은 짓이란 말이다! 구두닦이가 되기 위해 구두닦이라는 직업을 얻기 위해 고작 시험에 합격하는 게 좋아. 자네들에게도 허용되어 있는 직업이라는 건 구두닦이나, 돼지치기나, 소치기나 그 정도의 일일테지. 고마운 일이다! 나는 그런 일은 면하겠네. 젠장 정말 지랄 같네! 자네들은 그렇게 해서 노력한 보상으로 뺨을 손바닥으로 철썩 얻어맞게 되는 거야. 자네들은 짐승 같은 놈이락 불리거나, 이건 진짜는 아니지만 개구쟁이니 하고 불리거나 하는 것이다. 이 계속은 다음 호에 기대해 주기 바란다. 아아! 지랄 같단 말이야! 1864년 랭보의 숙제장..   오필리어 A.랭보 1 별빛이 사라졌다가 비쳐지는, 어둡고 고요한 물결 위에 하얀 오필리어는 한송이 흰 백합꽃처럼 떠내려가는구나. 긴 장옷과 더불어 지극히 고요히 흘러가는구나. -아득히 먼, 깊은 숲속에서 들려오는 사슴 쫓는 몰이꾼의 각적소리. 가엾은 오필리어의 어렴풋한 환상이 어두운 강물줄기를 떠돌아다닌지 천 년 세월이 흘러갔노라. 그녀의 애처로운 광란이, 저녁 바람을 타고 그 연가를 속삭인지 어언 천 년 세월이 흘러갔노라. 바람은 그녀의 젖가슴에 입맞추고, 물결따라 부드럽게 흔들면, 그녀의 엷은 면사는 크게, 화관처럼 휘날리었노라. 헝클어진 버들가지들은 그녀의 어깨 근처에서 흐느끼고, 그녀가 꿈꾸는 넓은 이마는, 갈대줄기를 기울어지게 하였노라. 짓눌린 수련은 그녀의 몸 둘레에서 탄식하고, 이따금 작은 날개의 떨림을 전하면서, 개암나무 속 둥우리에 잠자는 것을 그녀의 흘러가는 몸이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노라. -금빛 별들로부터 쏟아져내리는 신비로운 노래여. 2 오, 창백한 오필리어여, 흰눈처럼 아름답구나! 어린 아기에 지나지 않았던 그대는 물줄기에 운반되어 죽었었노라! 노르웨이의 거봉에서 불어닥치는 한풍 -아주 낮게 내려와서, 처절한 자유를 그대에게 가르쳐 주었노라. 그대의 머리칼을 온통 매질하고, 꿈꾸는 그대의 마음을, 격렬한 소음으로 가득 채웠던 숨결이었다. 나무들의 통곡, 밤의 탄식 속에서 그대는 대자연의 절규를 들었으리라. 거대한 헐떡임과도 같은 바다의 소리는, 그대의 어린 가슴에는 너무나 인간적으로, 너무나 따뜻하게 생각되었노라. 사월 어느 날 아침, 얼굴이 맑고 창백한 한 사람의 기사, 어리석은 광인은 그대의 무릎 위에 말없이 앉았도다. 하늘이여, 사랑이여, 자유여, 아 가엾은 광녀여, 이 꿈은 어쩐 일인가 불에 녹아버리는 눈처럼, 그대는 그에게 마음까지 떠맡겨버렸노라. 그대의 커다란 환상이, 그대의 말을 질식시켜버렸도다. 그리하여 두려운 무한은 그대의 푸른 눈을 놀라게 하였으리라. 3 -시인은 지금도 말하노라. 별빛속에서 그대는 지금도 밤이 되면, 그대가 지난날 꺾었던 꽃을 찾으로 왔노라고, 또한 긴 장옷과 더불어 물을 침상 삼고, 백색의 오필리어가, 커다란 백합꽃처럼 물결 위에 흘러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왔노라고,   영원 A.랭보 그것을 되찾았도다! 무엇을?-영원을. 그것은 태양과 섞인 바다. 파수의 영혼 그토록 무가치한 밤과 불길 속 낮의 기원을 드리기로 하자. 인간다운 기도와 평범한 충동으로 거기서 그대는 벗어나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사틴의 불잉걸이여, 그대의 유일한 열정으로부터 '마침내'라고 말하지도 않고 의무는 다 타버리는구나. 거기엔 희망도 영광도 없는데 인내력이 강한 면학 그러나 형벌은 틀림없다. 그것을 되찾았네. 무엇을 말인가? 영원이라는 것 그것은 태양과 함께 가는 바다. 1872년 5월 비너스에 바치는 기원 A. 랭보 아이네아스 자손들의 어머니여,오오! 신들의 기쁨의 원천이여! 하늘이여, 유성 아래 있는 인간들의 환희여, 비너스여, 그대는 모든것을 가득하게 하는구나. 범선이 지나가는 물결과, 토양이, 숨쉬고 싹이트고, 솟아나며, 빛나는 태양을 보는 모든 존재를 그대에 의해 풍요하게 되는 구나. 그대 나타나니..... 바람과 어두운 구름이 빛나는 그대 이마를 보고 사라지는구나. 대양은 그대에게 미소짓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풍요한 대지는 그대 발 아래서 우아한 꽃들을 펼치고, 빛은 푸른 하늘 아래서 더 순수하게 빛나는구나! 4월이 와서 혈기로 부풀어오르자마자 달콤한 애정을 모두에게 금방 갖게 하네. 미풍의 숨결은 자신의 감옥을 강요하며 조류는 그대 계절을 알린다. 즐거움을 주는 새는 그대 사랑의 권능을 받는구나. 오오, 사랑의 여신이여! 야생의 짐승을 짙은 풀섶으로 뛰어가고 헤엄쳐서 물결을 가는구나, 그리고 그대의 속박된 은총으로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그대를 뒤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구나! 바다, 개울, 산 등지로 가득한 숲 녹색 평원을 통해 모든 이의 가슴에 정답고 깊은 사랑을 부어넣는 것이 바로 그대이구나. 귿르의 피를 대대로 퍼뜨릴 협로여! 세계는 오직 그대 사랑의 권세만을 알고 있구나! 비너스 신이여! 빛을 향해 일어서는 그대 없이는 아무거나 할 수 없을 텐데. 누구도 그대 없이는 숨쉴 수 없고, 사랑을 느낄 수 없도다! 내 작업에 그대의 숭고한 협력을 바라노니! 샤를르빌 중학교 통학생 아르튀르 랭보 1869년   교회에 모인 가난한 사람들 A. 랭보 사람들이 토해내는 후덥지근한 숨결로 그득한 교회당 한쪽 구석에서, 늘어선 떡갈나무 의자 사이에 꽉 들어찬 사람들의 눈은, 소리높이 경건한 찬미가를 부르는 성가합창대와, 본전에서 넘쳐흐르는 노랫소리로 향한다. 빵 냄새라도 맡는 것처럼 개걸스럽게, 양초 냄새를 맡으며, 지극히 만족하여, 두들겨 맞은 개처럼 온순하게, 가난한 사람들은, 보호자이며 영주이신, 신 앞에 우스꽝스럽고, 고집스럽게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일주일의 6일간, 괴로운 삶을 신으로부터 허락받고 있었건만, 일요일이면 걸상에 광택을 내기 위하여 찾아드는 기특한 여인들, 헐어빠진 외투 속에서, 필사적으로 울면서 악을 쓰는, 사나운 아이들을 달래고 있는 여인들. 더러운 때투성이 가슴을 드러내고, 수프를 훌쩍훌쩍 떠먹고 있는 야비한 여인은, 기도하는 체하면서, 사실은 기도따위는 아랑곳없이 이상한 모자를 쓰고 의기양양한 말괄량이 아가씨들의 일단을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있다. 문밖에서는, 추위와 굶주림뿐 그리고 술주정꾼. 아무튼 한 시간만 더 지나면 언어도단의 패거리들이 들이닥칠거다. -그동안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어리석은 이야기로, 콧소리로 투덜거린다. 주름살이 축 늘어진 노파들의 집단. 불안하고 조심스런 자들이었다. 어제는 거리에서, 누구나 피해서 지나갔던 간질병자들이었다. 너덜너덜한 낡은 미사 전집에 코를 비스듬히 갖다대고, 배고픈 배를 움켜쥐고, 개에게 이끌려 안마당으로 들어오는 맹인들. 온통 이런 패거리들이, 얼빠진 구걸가락을 붙여서, 긴 탄식을 토로하며, 거듭 호소해보지만, 차가운 유리창 너머로 드어오는 노란 햇빛을 받아, 아주 높은 곳에서, 아귀같은 깡마른 자에게나 배불뚝이에게나 아랑곳없이. 예수는 꿈꾸듯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고 계신다. 곰팡내나는 의류랑, 음식 냄새가 미치지 않는 먼 곳에서, 혐오감을 일으키는 동작과, 침울한 소극을 행하고 있다. 기도는 어마어마한 미사여구 장중한 격조가 주위에 신비로운 기분을 만들어내고 있다. 본당에 햇살이 엷어지기 시작할 무렵이면, 속된 면포의 주름을 달고, 귀족마을의 품위있는 부인들은 들떠서, -아, 예수시여. 미식가이며, 항상 간장에 탈이 나 있는 그 부인들이 상아빛 우아한손가락으로 성수반을 살짝 건드리는 것이었다. 1871년   태양과 육체                     A.랭보 오! 인간은 자유롭고 자랑스런 그의 머리를 쳐들었다! 그리고 그 태초의 아름다움의 갑작스런 광체는, 육체의 제단에 신의 심장을 고동시키는구나! 현재의 행복에 즐거워하며, 겪어 온 불행에 창백해져서 인간은 모든 것을 살펴보고 알려고 한다. 사고는, 오랫동안 너무나 오랫 동안 억눌려 있던 이 준마는 그의 이마에서 튀어나와 약진한다. 이 사고는 해답을 알게 되리라! 사고가 자유로이 약동할 때에, 인간은 신아을 가지리라! -왜 하늘은 말이 없고 우주는 불가사의한가? -왜 황금빛의 별들이 모래마냥 흩어져 있는가? 만일 인간이 계속 올라가 보면 그는 그 위에서 무엇을 보게 될 것인가? 어떤 목자가 이 우주의 공포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들의 무리를 인도하는가? 이 모든 벌들, 광막한 에떼르가 포옹하는 이 세계들은 영원한 목소리의 억양따라 진동하는가? -그리고 인간은 볼 수 있는가? 나는 믿는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사고의 목소리는 이미 한 꿈에 지나지 않는가? 인간이 그토록 일찍 태어난다면, 삶이 그토록 짧은 것이라면, 그는 어디에서 오는가? 씨앗의, 태아의, 애벌레의, 그 깊은 대양속에 모성적 대자연의 무한대한 도가니 속에 빠져들면 어머니 대자연은 거기에서 그를 생명있는 창조물로 소생시켜서 장미 속에서 사랑을 하고 밀밭 속에 성장하게 할 것인가? 우리는 알 수 없지! -다만 무지의 망또와 편협한 공상에 짓눌려 있지! 여인들의 음부에서 떨어져 나온 인간 원숭이들 우리의 창백한 이성은 우?르에게 무한을 숨기는구나! 보고 싶다!-그러면 회의는 우리를 벌주겠지! 회의, 그 음울한 새는 그의 날개로 우리를 후려친다. 그리고 지평선은 영우너한 도주로 사라져 버린다! 광대한 하늘은 열려있다! 신비는 우뚝 선 인간 앞에 죽어 버렸다! 이 인가은 자연의 광대한 광휘 속에 그 억센 팔짱을 끼고 선다! 그는 노래한다.-그리고 숲도 노래하고 강도 중얼거린다. 태양으로 향해 오르는 행복 가득한 노래 이것이 구원이다! 사랑이다! 사랑이다!   교수형에 처해진 무도회/Bal des pendus                                A.랭보 빈틈없이 사랑스런 검은 교수대 그 위에서 무사들이 춤을 춘다. 춤을 춘다. 깡마른 사나운 무사들과 사라딘의 해골도 춤을 춘다. 벨제브즈 님께서는, 깃장식으로부터, 하늘을 향해서 거들먹거리는 얼굴을 하고, 꼭두각시 인형을 꺼내서 헌 신발의 밑창에다 그놈들의 이마를 두둘기고 나서는, 옛날 크리스마스 노래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게 하였노라. 늘어진 인형들은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팔과 팔을 끼고, 일찍이 그 어느 곳 껴안았던 검은 오르겐과 같은 텅 빈 가슴은, 비열한 정사 때문에, 언제까지나 충격 받았다네. 만세! 쾌활한 무용수들은 배가 없구나. 뛰어다니는 것은 멋대로 하겠지만 익살무대는 너무 길구나! 잠깐! 그것은 싸움인지, 아니면 춤인지 알 수가 없구나! 벨제브즈도 화가 나서 바이올린을 긁어 댔노라. 단단한 뒷축이군! 샌들이 닳아버릴 염려는 마시라! 모든 사람이 가죽 셔츠를 벗어던졌다. 남은 자는 조금은 덜 성가스럽고, 몰염치한 자는 아닌가 보다. 두개골 위에 내려 쌓이는 눈의 모자. 멈춘 까마귀가 좋은 깃털 장식을 금이 간 머리에 했다. 그놈의 깡마른 턱 밑에서, 고기 한 조각이 떨리고 있구나. 어둠 속 마구 뒤섞인, 거치를 뼈의 용사들은 두터운 종이 갑옷과 사물의 도구들로 서로 충?했었노라. 만세! 해골들의 대무도회에서 불어닥친 북풍, 검은 교수대는 철로 만든 오르겐처럼 신음소리를 내는구나! 그 소리에 응답하여, 자색의 숲에서는 늑대들이 울어대고, 지평선의 하늘을 지옥의 불빛으로 물드는구나... -저기 음침한 장의사 대장일랑 떨쳐 버려라. 그놈은, 음험하게도, 갈라진 굵은 손가락으로 메마른 조골 근처에서 사라으이 염주를 굴리고 있었으리니, 망자들이여! 여기는 수도원이 아니라오. 죽음이 무도회의 한가운데로, 빨갛게 타오른 밤하늘 속으로 터무니 없이 커다란 해골이 갑자기 출현하였노라. 있지도 않는 팽팽한 교수형 밧줄을 목덜미에 느끼면서, 뒷발로 일어서는 준마에 채찍질하며, 도약함으로써 뭔가 냉소와도 같은 절규를 터뜨렸노라. 삐걱거리는 대퇴골 위에, 손가락들을 경련시키고, 뭔가 냉소와도 같은 절규를 터뜨렸노라. 빈틈없이 사랑스런 검은 교수대 그 위에서 무사들이 검은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악마의 깡마른 무사들이 사라딘의 해골들도 춤을 춘다. -1870년 11월   물에서 태어난 비너스/Venus Anadyomene A.랭보 양철로 만든 녹색 관 처럼, 낡은 욕조로부터, 머리 기름으로 찰싹 달라 붙은 갈색 머리칼의 여자의 머리 하나가, 얼빠진듯이, 느릿느릿 나타났다. 아예 위장해보겠다는 것은 잊고, 결점을 드러낸 채. 다음으로 거무칙칙한 굵은 목, 크게 돌출한 어깨뼈, 울퉁불퉁한 짤막한 허리. 피하지방은 잎사귀 같기도 하고, 허리 둘레는 지금이라도 당장 튀어나올 듯하구나. 척추는 약간 불그스레하고 전체의 모습은 기묘학 멋을 띠우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확대경으로 바라보고 싶을만큼, 야릇함이 눈에 뛴다. 허리부분에, 두 개의 단어가 새겨져 있다. '빛나는 비너스' -이윽고 이 육혼은 움직이기 시작하고, 커다란 엉덩이를 내밀면 항문의 종기까지도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우리들의 엉덩이는.../Nos fesses ne sont pas les leurs.. A.랭보 우리들의 엉덩이는 그녀들의 엉덩이와는 다르다. 종종 나는 여기저기의 울타리 뒤에서 단추를 벗기는 자들을 보았던 것이다. 도 아이들이 수선을 떨며 뛰놀고 있는,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우리들의 엉덩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싶어 나는 소상하게 관찰하기도 했다. 이쪽이 탄력이 있고 대개는 빛깔도 창백하며, 선명한 양면 선명한 양면 분계부를 갖추고 있다. 그걸 털이 센 울짱이 온통 뒤덮고 있다. 그런데 그녀 쪽은 더부룩하게 밀생한 긴 공간이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것은 그저 그 매력이 넘치는 줄무늬 속뿐.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불가사의한 조화는 바로 성화에 그려져 있는 천사들에게만 볼 수 있는 종류의 것. 그것은 미소지을 때 보조개가 생기는, 그 뺨의 모양 같은 것. 오오! 같은 벌거숭이 생물이 되어 그녀의 영광스런 부분에 이마를 돌려 기쁨과 휴식을 구하는가. 그리고 둘이 서로 껴안아 마음껏 환희의 목소리를 나직이 내는가?   나의 방랑(환타지)/Ma Boheme A.랭보 찢어진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른 채 나는 떠났네. 나의 외투 또한 관념적일 뿐! 시신이여, 창궁 아래를 걸어가는 나는, 그대의 충복이었구나. 오!라,라, 내가 꿈꾸었던 것은 눈부신 사랑이였으니! 나의 단벌 바지에도 커다란 구멍이 하나 나 있었다. -작은 몽상가인 나는 길목마다 시를 썼노라. 나의 여인숙은 큰곰자리 -하늘의 별들은 다정한 옷깃스치는 소리를 사각사각 내고 있었다. 나는 길가에 앉아 별들의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기울이고 있었다. 이 상쾌한 9월의 저녁, 나의 이마 위에서 미주인양 밤이슬의 방울을 또한 느끼고 있었노라. 환상적인 암영들의 한가운데서 운을 밟으면서 나는 가슴 가까이까지 한쪽 발을 치켜들고, 나의 너덜너덜한 신발의 고무끈을 마치 리라 타듯이 켜고 있었노라!   갈증의 희극/Comedie di la soif A. 랭보 1. 조상들 우리는 어버이 또 그 어버이다. 또 그 어버이들! 달님과 풀잎의 차가운 이슬에 젖어 정성 깃들인 이 포도주 거짓없이 이 세상에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그야 마시는 일이지. 나.-그렇지 않다. 야만적 강물에 빠지는 일이지. 우리는 이 고장 토박이고 너의 어버이의 어버이들이다. 버드나무 그늘의 어두운 물 저걸 보라. 미끄럽고 축축한 성벽을 둘러싼 도랑을. 우리들의 지하 창고에 내려가 봐 젖과 사과주는 뒤로 돌린다. 나.-그럼 소들이 거기서 물 마시러 가는 것 처럼 우리는 너의 어버이의 어버이들이다. 자, 마시게 어서 마셔. 천장의 술들을, 흔하게 볼 수 없는 커피차들이 주전자 속에서 끓고 있다. -그림을 보라, 꽃을 보라. 우리도 무덤이 싫어졌다. 나.-아아, 어느 항아리든지 죄다 비워버리고 싶구나. 2. 혼 영원한 물의 요정이여. 맛 좋은 물을 나누어 주라. 창공의 누이 비너스여, 맑게 펼쳐지는 물결을 치게 하라. 노르웨이의 방랑하는 유태인이여 눈의 이야기를 해다오. 사랑하는 옛 유형인이여 바다의 얘기를 해다오. 나.-안돼, 더 이상 청량음료도 컵에 피는 물의 꽃들도 전설도, 아름다운 모습도 아무런 보탬도 되지 않는다. 노래하는 이여! 그대의 영세 대자의 미칠 듯한 나의 목마름 절망하고 침식하는 입 없는 친밀한 칠두사 3. 친구들 바닷가에 넘치는 수많은 물결 오너라, 그것은 술이다. 보라. 천연의 비테르 술이 높은 산에서 굴러오는구나! 순례하는 현인들이여, 푸른 기둥마냥 줄을 서서 압생트 술을 받으시오. 나.-그런 풍경은 아무래도 좋다. 친구여, 대체 취한다는 건 어떤 일인가? 연못가에 가라 앉아 썩어가는 것이, 나에겐 어지간히 어울리니까, 더러운 진창 밑에 깔려 부목과 함꼐 떠 있는 것이 4. 가난한 자의 몽상 아마, 그런 밤이 나를 기다려 주리라. 어느 고도의 한 구석에서 조용히 술잔을 들고, 더욱 즐겁게 죽어갈: 그러니깐 난 끈기있게 살아야지! 내 불행이 좀 가셔지고 언젠가 돈이 좀 생기면 북쪽 나라에 가볼까 아니면 포도 열매가 풍성한 나라에? -아아! 몽상하는 건 덧없는 것이지. 그러니깐 그것은 순수한 상실이지. 비록 내가 다시 한번 옛날의 여행자가 될지라도 풀빛 여관이 내 앞에 나타나 활짝 맞이해 주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5. 결론 들판 안에서 떨고 있는 푸른 비둘기도, 뛰어가 밤을 보는 짐승도 물에 사는 짐승도, 가축도 마지막 살아 남은 나비도!... 모두가 목말라 있었다. 그러나 목적도 없는 구름이 엷어져 용해하며 -오오! 상쾌하게 하는구나! 새벽 빛이 이 숲을 비추는 축축한 제비 꼬쳉서 숨져갈 수 있다면!   별이 두 귀 가운데서 장미빛 눈물을 흘렸다/ A.랭보 별은 네 귀 한가운데에 장미빛 눈물을 흘리고, 신은 네 목덜미에서 허리까지를 하얗게 쓰다듬었다. 바다는 너의 홍조 띤 젖무덤에 다갈색의 물을 흐릴고 사람은 그지없는 네 옆구리에다 검은 피를 쏟게 했다   자애로운 자매 A.랭보 빛나는 눈, 윤기 흐르는 갈색의 피부, 나신으로 우뚝 선, 아름다운 20세 젊은이. 교교한 달빛을 받은 수려한 이마. 그는 페르시아 태생의, 미지의 정령, 처녀와 같은 순진무구함을 가지고 열렬히 추구하며, 처음으로 알았던 도취에 스스로를 떠맡겨버린 채, 다이아몬드의 반짝이는 바닥에 다시 밀려오는 청춘의 바다 여름 밤마다 통곡과도 닮아서, 이 세상의 추악함을 앞에 놓고, 이 젊은이는, 그의 마음속의 커다란 초조함에 몸을 떨면서, 너무도 깊고도 언제 치유될지 모를 가슴의 상처의 고뇌로 하여 자애로운 자매를 그리워하기 시작하였다. 아, 그러나, 여인이여, 장부의 한 덩어리여, 감미로운 연민이여, 그대는 결코, 결코, 자애로운 자매는 아니리라. 검은 시선도, 글김자진 부드러운 복부 조차도, 나긋나긋한 손가락도, 멋진 형태의 가슴도 아니리라. 이 커다란 눈동자에는 깨오날 수 없는 맹목, 우리들의 포옹은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로다. 우리들을 사로잡는 크나큰 정열과 매혹을 잔잔히 달래보는 것도, 젖가슴을 드리운 너의 탓이로다. 그대의 증오, 그대의 실신상태, 그리고 쇠약상태, 옛날의 참고 참았던 포악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밤마다, 밤마다 그대는 우리들에게 악의 없이 모든 일들을 저질렀도다. 매월의 지나친 많은 피흘림처럼. -애정과 생명의 부름과 행동의 노래 따위를 가지고, 여인이 한순간 젊은이를 감동시켰을 때, 열렬한 정의의 신도, 활기찬 시신도, 한데 어우러져서 엄숙한 신탁으로, 갈라놓고자 찾아오리라. 아, 쉴새없이 화려함과 정적이 뒤섞이고, 집념깊은 두 자매로부터 버림받고, 무기를 손에 들고, 예지를 따라 조용히 무언가 중얼거리면서, 꽃피는 자연 속에서 젊은이는, 피에 물든 이마를 들고 서성거리고 있었노라. 음산한 연금술도, 신성한 학문의 비의도 모두, 상처입고, 우울한 이 거만한 지자를 혐오한다. 젊은이는 자신에게, 잔인한 고독이 걸어 오고 있는 것을 느끼고, 그리하여 그때, 모든 것은 아름답고, 관까지도 혐오스럽지 않았도다. 젊은이는 광막한 미지의 이 세상의 종말과, '진리'의 밤을 통과하는 엄청나게 큰 '꿈'과 혹은 또 '산책'을 곰곰히 생각하였도다. 그리하여 그의 영혼과 병든 육신을 그대로 찾아 원하는 도다. 오, 진정 이상야릇한 죽음이여, 오 진정 자애로운 자매여. 1871년 6월   기억 A. 랭보 1 청명한 물, 그것은 어릴 적 눈물 속 소금 같은 것, 여인네들 희뿌연 몸뚱아리들의 태양으로 치솟는 듯: 떼거리로 뭉친 비단과 순결한 백합, 어떤 때묻지 않은 건 출입 금지 표시가 붙은 벽들 그 아래의 근엄한 깃발들: 깡총거리며 노니는 천사들이: 아니...내닫는 금물결이 풀에 감긴 검고 묵진한, 그리고 특히 신선한 두 팔을 찰랑이네 푸른 하늘을 침대 덮개 삼은 어스름한 물이 언던과 아치더러 커튼 삼아 그늘을 드리워 달라 하네. 2 저런! 축축한 네모꼴은 해맑은 거품들을 튕기네! 물은 희뿌연 황금색으로 찰랑이고 무한한 심연에 펼친 충돌. 녹음이 펼치는 빛바랜 초록 드레스들이 수양버들처럼 하늘거리고, 거기에서 굴레없는 새들이 솟구쳐 오른다. 금화보다도 더 노랗고 다사로운 눈까풀 물의 근심 -그대의 부부의 서약, 오 부인이여!- 덧없는 정오에, 그 흐릿한 거울을 시기하는, 무더운 회색 하늘에 장미빛의 고귀한 친구 3 부인은 일하는 사내들 수영하는 곳 가까이 들판에 너무도 꼿꼿이 서 있네, 작은 양산을 손가락에 움켜쥐고, 산형화를 밟으며, 그녀로서는 너무도 독하게, 만개한 녹음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모로코 붉은 가죽으로된 그드의 책! 애석하도다, 그는 길 위해서 작별하는 수천의 하얀 천사들처럼, 산 저 모퉁이로 멀어져가네! 그녀는, 아주 냉담하고 우울하게 서 있다. 달음박질하네! 사내가 떠나자마자! 4 두텁고 깨끗한 어린 솜털을 지닌 팔의 회한이여! 성자의 마음속에서 4월의 달빛이 읽혀지도다. 이 추악함을 싹트게 하는 8월의 저녁에 휩싸여 늘어나는 강가 작업장의 유희여! 지금 성벽 아래서 그녀가 울고 있도다 숱 많은 눈썹은 미풍에만 깜박이고 후회도 근심도 없는 회색의 상보 움직이지 않는 배 안에서 고통스럽게 일하는 늙은 어부여. 5 오! 이 움직이지 않는 배에서 음울한 물의 이 눈장난을 나는 잡을 수 없도다. 오! 너무도 짧은 팔이여! 어떠한 꽃도, 거기서 나를 괴롭히는 노랑꽃도, 잿빛 물에 떠 있는 연인, 파란 꽃도 나는 잡을 수 없도다. 아! 가지를 흔들고 있는 버드나무 꽃문이여! 이미 오래 전에 꺾여 있는 분홍빛 갈대들이여! 오, 움직이지 않는 내 배여: 그리고 가없는 이 물의 눈 속에 팽팽하게 당겨진 그의 쇠사슬이 무슨 비참한 처지에 있는가?   골짜기에 잠들어 있는 자 A.랭보 크나큰 산등성이로부터 해가 비치면, 여기 푸른 풀이 우거진 작은 골짜기의 움푹 패인 땅에는, 한줄기 작은 시냇물이 노래하고, 은빛 아지랑이는 남루한 풀섶 위에 미친듯이 헝클어지니, 작은 골짜기는 햇살로 넘치는구나. 젊디 젊은 한 병사가, 입을 헤벌리고, 맨머리로, 시원한 푸르른 쐐기풀 속에 머리를 박고 잠들어 있구나. 구름이 떠가는 풀밭 위 햇살 쏟아지는 녹색의 침상 위에 누워, 창백하구나. 두 발은, 수선창포 속에 박고, 병든 어린아이처럼 미소를 머금고 잠들었구나. 다정한 자연이여, 녀석은 추운 듯하니, 따뜻이 잠재워주라. 온갖 향기가 바람에 실려왔건만, 콧구멍은 움짓도 하지 않고 한쪽 팔을 가슴 위에 얹은 채, 이 적막함이여, 그의 바른 쪽 배에는 붉은 상처 구멍이 두개.   나의 작은 연인들 A.랭보 눈물의 증류 향수는 카베츠빛 녹색의 하늘을 씻는다. 그대들의 고무와도 같은 탄력을 그리워하는 새싹이 돋운 나무 아래서, 둥근 달무리가 져서 한층 더 휘영청 밝은 달빛이여. 장화와 장화를 서로 붇치도록 하라. 나의 못생긴 처녀들이여. 그무렵, 우리들은 서로 사랑했었노라. 창백한 얼굴의 못생긴 처녀여. 반숙의 삶은 계란과 별꽃의 잎을 먹었다오. 어느날 밤, 그대는 나를 시인이라 빈정대며 말했던 금발의 못생긴 처녀여 이리 내려오렴 나의 무릎 위에서, 두둘겨줄터이니 나는 그대의 머릿기름을 입에서 토해낸다. 검은 머리의 못생긴 처녀여. 그대는 나의 만도린 줄을 앞이마로 끊어버렸을지도 모르리라. 돼 메말라버린 두 사람의 침. 빨강 머리의 못생긴 처녀여. 그대의 둥근 가슴의 골짜기의 악취가 아직도 괴롭히는구나. 아, 나의 어린 연인들이여. 나는 그대들을 미워하노라. 그대들의 못생긴 유방을 고뇌의 숨결로 뒤덮어버려라! 나의 감상의 해묵은 항아리일랑 짓밟아버려라! 자!-이 순간 나를 위하여 무희가 되어다오! 그대들의 견골은 탈구한다. 오, 나의 연인들이여! 다리를 절름거렸던 그대의 허리의 별도, 함께 궤도를 선회하라. 내가 시를 만들었던 것도 이 양의 어깨뼈들을 위해서 였던가! 나는 일찍이 사랑했었노라고 말하면서, 그대들의 허리를 부셔버리고 싶었는니라! 잘못 쓴 별들의, 따분한 무리여 하늘 구석구석까지 가득히 뿌려놓으라! -천박스런 배려에서 끌려갔건ㅁ나, 그대들은 산산이 흩어져서 신이 되도록 하라! 둥근 달무리가 져서 한층 더 휘영청 밝은 달빛이여 장화여 장화를 서로 부딪치도록 하라. 나의 못생긴 처녀들이여!   어리석은 일들 / Conneries   Ⅰ. 젊은 폭음 폭식가 / Jeune goinfre   줄무늬가 있는 모자 음경은 상아로 만들어지고,   의상은 칠흑, 폴(Paul)은 노린다. 찬장을.   혀 모양의 것을 배 모양의 것에로 던진다.   자아, 시작된다. 마법의 막대기와 들뜬 소동이.   A. R.     Ⅱ. 파리 / Paris   알 고디요, 강비에, 가로포, 볼프- 프레이에르, -오오, 로비네! - 무니에, -오오, 그리스도! - 르페르드리엘!   캉크, 자콥, 봉보네르! 베이오, 트로망 오지에 지르, 망데스, 마뉘엘, 기드 고냉! - 갖가지 은총을   담은 바구니여! 레리세(L'Herisse) 유성 왁스! 낡은 빵, 정력이 넘치는!   장님들! - 그로부터는 누가 알까? - 순경들, 자가용의 양갱수! - 우리는 기독교도여야 한다!   A. R.     Ⅲ. 술취한 마부 / Cocher ivre   불결한 사내가 마신다. 나전이 본다.   용서하지 않는 율법 합승마차가 전복한다!   여자가 굴러 떨어진다.   허리에서   피가 나온다. - 자아, 고함치라! 불평을 터뜨리라.   A.R.   여름의 밤마다, 진열창(陳列窓)의 불타는 눈에는... / Les soirs d'ete...   여름의 밤마다 진열창의 불타는 눈에 응시되어 정기(精氣)가 어스름한 울타리 밑에서 겁에 질려 떨 때, 키다리 마로니에 뿌리에서 흩어져 펼쳐질 때,   운집한 사람들 속에서, 쾌활한 사람이나 나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서, 짧은 파이프를 피우는 사람들에게서, 시가에 입맞춤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내가 어슬렁 잘못 들어선, 절반이 돌로 되어 있는 협소한 정자에서, - 그 위 쪽에서는 이브레드 Ibled의 광고가 붉게 빛나고 있다. - 나는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윽고 겨울이 인간의 물결을 가라앉히면서, 소리내어 흐르는 깨끗한 가는 물줄기를 얼어붙게 할 것이라고. - 그리고 살을 에는 북풍이 행복한 영감 하나 남겨 두어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프랑소와 코페 A. 랭보 저주받은 소천사 A.랭보 흡사 일요일 밤인 듯 푸르스름한 지붕과 흰 문어귀가 이어져 있다. 변두리엔 소리 하나 없이 이 희뿌옇게 이어져 있다. 그리고 지금은 밤이다. 에는 이상한 집들이 늘어서 있다. 그 천창을 '천사'같은 덧문이 뒤덮고 있다. 그런데 마차를 피하기 위한 경계석 쪽으로 저걸 좀 봐. 기분 나쁜 듯이 몸을 후들후들 떨면서 뛰어 달려오는군. 검은 못브의 소천사가 비틀거리는 발로 걸어간다. 대추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인 것이다. 천사는 똥을 쌌다. 그리고 사라져 갔다. 그런데 그가 남긴 저주스러운 똥은 휴게중인 거룩한 달빛 아래서는 검붉은 피가, 작은 오수 구덩이를 만든 것같이 보일 뿐이다.   이를 잡는 여인들   불긋불긋한 고통으로 가득한 아이의 이마가 불분명한 꿈들을 꾸며 기어다니는 하얀무리를 고통스러워 할때면, 아이의 침대 곁으로 매력적인 두누이가 다가온다. 반짝이는 손톱에 여린 손가락들을 하고, 그녀들은 활짝 열린 십자형 창앞, 어지러히 핀 꽃들을 어루만지는 푸른 대기가 스며드는 곳에 아이를 앉히고, 이슬에 젖는 숱 많은 머리카락 속을 가느다란, 무섭고도 매혹적인 손가락으로 훑어나간다. 아이는 누이들의 조심스러운 숨결을 진홍빛 수액의 향기를 길게 풍기며, 입맞춤의 욕망으로 입술에 침을 축일때 간간이 휘파람 같은 소리에 끊어지는 숨결을. 향기로운 침묵속에서 아이가 누이들의 검은 속눈썹이 떠는 소리를 들으며, 얼얼히 무감각해 있는 동안에, 전기를 띤 부드러운 손가락들은 당당한 손톱으로 튀서 작은 이들을 죽인다. 의 취기가 아이의 머리에 올라 알아들을 수 없는 하모니커 한숨이 새어나오고, 아이는 느린 애무의 손길에 따라 울고픈 마음이 줄곧 일었다가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어린 학생의 꿈 A.랭보 때는 봄이었다. 로마에서는 오르비우스가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병상에 누워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었던 무렵이었노라. 인정 사정 없는 교장의 무기도 이젠 반쯤 느슨해져서, 찰싹 때리는 그 울림도 이젠 내 귀에 들리지 않노라. 징벌의 가죽 주걱도 줄곧 고통을 받을 내 손발을 더 괴롭히는 일은 없게 되었노라. 나는 이 기회를 포착하여 화사하게 웃을 수 잇는 전원에 도착했노라. 일체를 잊어버리고 있었노라..... 공부는 이미 멀어지고 걱정거리도 없어 졌으니, 부드러운 갖가지 유열은 지친 내 정신을 되살아나게 해주었노라. 내 마음은 말할 수 없는 충족감에 채워지고, 무미건조한 학교도, 또 매력없는 교사도 잊고 있었ㄴ롸. 나는 머나먼 들판을 바라보고, 봄의 대지의 한가로운 갖가지 기적을 바라보니 기쁨은 깊었노라. 이런 내가 찾은 건 전원의 소요 뿐은 아니었노라. 나의 작은 심장은 더더욱 높은 것을 바라는 갈망에 부풀어 있었노라. 어떤 거룩한 심령이 나의 앙양된 감관에 날개를 주었는데 나는 알지 못하지만, 내 눈은 관상에 짓눌려 침묵을 지킨 채 휘황한 광경을 응시하고 있었노라. 내 가슴에 스며드는 것은 부드러운 전원에의 애석. 그것은 흡사 저 마그네시아 자석이, 남 모르는 힘으로써 끌어당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갈고랑이로써 소리도 없이 옭아매어놓지 않는 철의 고리와도 같이, 그러나 나는 정처 없는 긴 여로에 손발이 지쳐버렸으니, 어느 풀빛 강변에 드러누워 그 물줄기가 일 으키는 희미한 중얼거림을 듣는 중에 꾸벅꾸벅 졸았노라. 새소리의 즐거운 노래, 서풍의 숨결에 몸이 흔들리며 게으름에 잠겨 있었노라. 이때 유난히 하늘 높이 보이는 골짜기를 따라 비둘기떼가 나타났도다. 그 흰무리는 비너스가 키프로스의 동산에서 따낸, 그 향그런 화관을 뿌리째 물고 있었노라. 비둘기떼는 조용히 날아 내려와 내가 드러누워 있는 잔디밭 위에 내려서서 내 주변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내 머리를 둘러싸고 내 두 손을 굵은 줄로 묶었도다. 그리하여 내 관자놀이를 향기 높은 도금양의 작은 나뭇가지로써 장식하고, 그런데 가볍게 주리 집 마냥 나를 공중에 납치해 가버렸노라.... 비둘기 떼는 높은 하늘의 꿈 사이를 날아가, 장미의 잎 덤불 속에 묻혀서 꾸벅꾸벅 줄곧 졸고 있는 나를 실어갔노라. 바람은, 그 숨결로써 천천히 흔들리는 내 잠자리를 애무했도다. 비둘기떼는 저들이 태어난 고향에 이르자, 곧 신속한 비상으로써, 높은 산기슭인 허공에 걸린 작은 둥우리를 틀림없이 내려섰을 것으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잠이 깬 나를 그곳에 두고, 얼마 후 날아가 버렸다. 아아, 기분좋은 작은 새들의 동우리여! 반짝이는 티없는 빛은 내 어깨 둘레에 펼쳐지고, 내 몸은 그 거룩한 빛으로써 치장되었노라. 그 빛은 그림자가 섞이어서 우리들의 눈이 흐려지게 하는 종류의 암울한 빛과는 아예 다른 것이로다. 그 천상의 원질에는 지상의 빛이 한 가락도 없어라! 왠지는 모르되 천계의 신성함이 내 가슴속에 스며들어, 넘쳐오는 큰 물결이 흡사 몸 속을 흘러 도는 듯싶구나. 오래 가 있지도 않고 비둘기떼는 돌아왔노라. 부리마다에 하마의 떨리는 현을 켜며 즐긴 그 옛날의 아폴론이 쓰고 있었던 것과도 매우 흡사한, 월계수로 짜서 만든 관을 물고 있구나. 그런데 비둘기들이 그 월계수관을 내 이마에 씌우자 바로 그때, 천공이 나를 향해 열리어 깜짝 놀란 내 눈에, 홀연 황금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포이보스의 모습이 나타났도다. 포이보스는 그 거룩한 손으로 하프의 발목을 나에게 내밀며 내 머리에 천상의 불길로써 이렇게 적었도다. "그대는 언젠가 시인이 되리라"하고...... 그때 내 손발엔, 이상한 열기가 스며오지 않는가. 그리하여 해맑은 수저의 광휘를 담은 투명한 샘은 태양의 빛을 받아 불타오르는구나. 그때 비둘기떼도 조금 전까지의 모습을 버렸도다. 미신의 합창대가 나타나 그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하고, 그 부드러운 팔로 우리들을 안아 올려 우리들을 공중에로 떠받쳐주면서, 세 번이나 아까 그 예언을 되풀이하고, 세번이나 월계수관을 씌워주는 그나. 1868년 11월 6일   최초의 성체배령 A.랭보 1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마을의 사원에서, 기둥이 때를 묻혀 더럽히고 있는 15명의 원숭이 같은 어린아이들이 신에 대해서 시끄럽게 수다를 떨고, 신발소리가 웅성거리는 야릇한 어둠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러나 태양은 숲을 뚫고, 불규칙한 그림이 들어 있는 유리창 색유리의 낡은 색채를 다시 선명하게 떠올리고 있다. 돌은, 어머니인 대지를 항상 잊지 않는다. 그대들은 소맥의 무르익은 이삭 근처에서, 서로엉켜 있는 장미나무와, 뽕나무의 검은 관절 매듭이, 바라보는 눈동자도 푸릇푸릇 물들이게 되는 푸르른 관목에 뒤덮인 황토색 오솔길을 걸어가면서, 엄숙하게 몸을 떠는, 발정하는 시골에 흙투성이가 된 돌무더기의 산더미를 보게 되리라. 몇백 년 동안이나, 남빛 물과 응고된 우윳빛 벽도료를 가지고 사람은 멋진 헛간을 만들었다. 만일 성모상이나, 벌거벗겨진 그리스도 상을 안치하기에는 이상야릇한 신비스렁무이 모자란다고 할지라도, 파리는 그곳을 좋은 숙소나, 좋은 외양간으로 생각하고, 햇살이 내리쬐이는 마룻바닥 위의 흘러내린 밀랍을 배불리 먹었으리라. 특히, 어린아이는 얌전히 집에 있어야만 할 것이다. 가족은, 소박한 충고와 따분하기 짝이 없는 일에 힘쓰고, 그리스도의 사제의 권세 있는 손가락에 닿아서, 그들의 몸이 간지로워지는 것도 잊어버리고 나선다. 그 사람들은 시커멓게 햇볕에 탄 이마를 더욱 햇볕에 태우고 싶은 탓인지. 관목숲으로 그늘진 정자를, 사제들에게 헌납해버렸노라. 최초의 흑의, 성스런 빵이 내려지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 나폴레옹이나 '작은 북'의 치하에서, 요셉과 마르타 등이 끝없는 사랑으로 혓바닥을 숨차게 하는 금빛 찬란함이여, 그리고 이 지혜의 잘엔 두 장의 카드가, 인연이 있어 결합되어, 한 장이 된다는 날이로다. 단 한 번의 감미로운 추억, 대축하의 날로서 그 날은 두 사람에게 남으리라. 언제나 딸들은 교회에 가고 싶어 한다. 미사와 만도가 끝난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이 아가씨와 저 아가씨들을 품평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그 젊은이들은 주둔부대의 복장이 아주 세련되게 어울리는 사내들. 그들은 카페에 떼지어 당구를 하다가, 공을 홀에 넣으면서 거칠은 노래를 큰 목소리로 외쳐대지만, 중요한 집안일 따위는 아예 무시해버린다. 그때 사제님은 어린아이들을 위하여,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저녁기도에 할 말을 구상한다. 멀리서 콧소리로 들려오는 가득 찬 댄스곡을 듣노라면, 천상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혼을 빼앗아가는 다리의 발가락과, 한번 보기만 하면 눈을 뗄 수 없는 장딴지를 상상 속에서 느끼지 않을 수 없었노라. -이윽고 밤은 찾아오리니, 금빛으로 물드는 저녁 하늘로, 검은 해적선은 밧줄을 풀고 출항한다. 2 사제님은 교리문답 중에, 시내의 조합원과 부자들 사이에서, 가엾은 눈매를 가진, 누런 얼굴빛의 낯설은 한 처녀를 발견했다. "양친들은 아마도, 가난하고 정직한 문지기 부부였으리라. '대축제의 날'에, 교리문답 중에 발견했던 이마 위로, 신은 반드시 성수반으로부터 눈을 내리게 하시리라." 3 대축제의 날의 전날에, 아이는 병이 났도다. 불길한 웅성거림으로 가득 찬, 훨씬 더 드높은 사원 속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것보다는 침대가 차라리 견딜 수 있었다. 다시 되돌아온 초인적인 추위로다.-"자, 나는 죽으련다" 그리하여 날아갈 듯이 그 아이는 당혹한 누이에게 달려가고 싶은 그리움이 있었노라. 누이는, 기진맥진하여, 동생의 가슴 위에 손을 얹고, 천사들과, 예수님과, 특히 성모 마리아를 곰곰히 생각하고, 그녀의 영혼은 고요히 모든 승리자들을 마셔버렸노라. 주여!...... 이 라틴어의 어미 가운데서는 녹색 물결무늬의 하늘이 주홍빛으로 성자들의 이마를 물들이고, 하늘의 성스런 군중들의 맑은 가슴에 피가 묻은 눈처럼 커다란 린넨천이 태양 위에 떨어진다. 현재와 미래의 처녀성을 위하여 그녀는 속죄의 상쾌한 맛을 씹는다. 그러나 물 속에 피어나는 백합보다도, 혹은 또 잼보다도, 그대의 용서는 차가웠노라. 오 시온의 여왕이여! 4 -그리하여, 책에 있어서의 성처녀는 아무런 소용없는 것이 되고 말았도다. 신비로운 비약도 이따금 좌절해버리는 일도 있나니...... 그 뒤에는 권태가 있을 따름이로다. 낡은 나무와 천박스러운 장식들이 상기시켜주는 것은, 하잘 것 없는 상상뿐이로다! 생각지 않았던 음탕한 호기심이, 예수님이 자신을 감추시는 린넨천이라든가, 천상의 속옷 둘레를 뜻하지 않게 알아차리게 되었으므로, 창백해진 순결한 마음은 소스라치게 놀라버린 것이리라. 그녀의 마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로움으로 하여금 산산이 부서지고, 천상의 은혜의 빛이 조금이라도 더 길어지도록 바라면서 숨 죽인 절규로 베개 위에 얼굴을 묻는다. 그리고 군침이 흘렀다....... 그리하여 집과 뜰에는 밤의 어둠이 가득히 차고 넘쳤다. 여전히 어린아이는 중태 였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따. 허리를 굽히고, 한손으로 푸른 커튼을 열어재치고, 시트 밑에 있는 불처럼 뜨거운 그의 배와 가슴이 있는 곳으로, 신선한 공기를 조금이라도 더 보내주려고 애쓰는 것이었다. 5 한밤중이었다.- 문득 눈을 떴을 때, - 창은 희게 물들어 있었다. 환하게 비쳐진 커튼의 푸른 수면앞에서 맑디 맑은 성일요일의 환상에 마음은 사로잡혀, 그녀는 붉디 붉은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녀는 코피를 흘렸다. 그리고 한결같이, 신의 은총이 사랑을 구하면서, 마음을 부드럽게 그리고 깨끗하게 보전하면서, 그녀는 가슴을 들뜨게 하였는가 하면, 또는 좌절하기도 하면서, 신이 계시는 하늘 아래서, 마음은 그렇게 깨달으면서, 그날 밤은 무척 목마른 밤이었노라. 밤새도록, 손으로 만져볼 수도 없는, '성처녀-성모'인 그대여, 젊은 날의 마음의 모든 동요를, 그대의 회색의 침묵으로 압살해버리는 밤이었노라. 살아 있는 피가 통하는 여심은, 남모르게 무언의 반항을 몰아내는, 그날 밤의 그녀의 목마름은 얼마나 격렬한 것이었는가. 살아있는 제물과 작은 신부를 맞아들이고, 별은 손에 양초를 받쳐들고 안마당에 내려 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하얀 유령처럼 상의가 널려 있고, 검은 괴물처럼 지붕이 올려다보이는 안마당이었노라. 6 성스러운 밤을 그녀는 뒷간에서 보냈노라. 양초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지붕의 구멍에서, 흰 빛이 새어들고 있었다. 청동빛 어둠을 향해서, 무모할 정도로 포도 넝쿨은 이웃집 마당으로 뻗어나가서 무너지려 한다. 추녀밑 창은, 새벽녘의 주홍빛 광선이 창유리를 빛나게 하는 안마당에서는, 제일 먼저 밝아졌다. 잿물 냄새나는 포도의 빛은 아직 지난 밤의 잠을 넓히고 있는 벽의 그림자를 좁혀가면서 몰아넣고 있다. ....................................................... 7 불결한 연민과 나른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는 누구인가? 혐오감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자, 나병이 이미, 그 아름다운 육체를 파먹어버린 다음에도, 신의 심은 세계를 개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자, 아, 터무니없는 바보들이여! ...................................................... 8 히스테리의 착란이 한꺼번에 되돌아왔을 때 그녀는, 행복에 겨운 슬픔 밑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괴로움을 간직한 채, 연인이, 백만인의 성모의 아름다움을 꿈꾸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으리라. "그대는 아시나요? 당신을 죽게 한 것을, 내가 한 짓이라는 것을. 당신의 입술을 닫아준 것도. 당신의 마음.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 모든 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 그리고 나는 병이로다. 찰싹찰싹 차오르는 밤의 조수의 죽음으로 가서, 아, 나는 그 속에서 나를 잠들게 하고 싶구나!" "나는 매우 젊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나의 입김마저 더럽혀버렸습니다. 나의 목구멍 목젖 있는 데까지, 그는 더러움을 밀어넣고 말았습니다! 양모처럼 숱이 많은 나의 머리털 위에 그대는 입을 맞추어주셨습니다. 나는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습니다...... 아! 그랬습니다. 당신에게 즐거운 일이었으니까요." "사나이들! 그대가 열애하고 있노라고 생각하는 여인이, 수치스런 공포의 의식 밑에서 스스로를, 가장 괴로움에 가득 찬, 가장 더럽혀진 것으로 생각하다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대에 대한 나의 열정이 모두 과실이라니, 어떻게 그런 일이!" "나의 최초의 성체배령은, 이것으로 훌륭히 끝났습니다. 그대의 입맞춤-게다가 나는 꿈에도 알 수 없었던 당신의 입술의 맛. 그대가 포옹해 주었던 나의 육체와 마음은, 아직도, 예수의 그 부패했던 입맞춤으로 하여 근질거리고 있습니다!" 9 그리하여, 부패하고, 황폐한 영혼은, 신들의 저주가 쏟아져내리는 것을 느꼈노라. -영혼들은, 올바른 정열로부터 도피한 후, 죽음을 위하여 비정한 신의 증오 위에 몸을 눕힌다. 그리스도여! 아, 그리스도여. 지칠 줄 모르는 정력적인 대도여. 삼천 년 동안 수치심과 두통으로 여인들의 괴로운 이마를, 대지 위에 못박게 하고, 그리고 뒤집어, 납빛의 생애를 희생시켜버렸던 음험한 신이여.   1871년 7월   무제   -폴드 카냑-보나파르 일간지 무제 -구십이삼 년의 주검들/Morts de quatre-vingt douze A.Rimbaud 1792년과 1793년의 주검들이여 그의 말발굽 아래서 조용하구나 자유의 강한 입맞춤으로 그대들은 창백한 영혼 위에, 휴머니티의 이마 위에 짓누르는 질곡을 부셔 버리시요. 고통 속에서 치해버린 위대한 인간들이여 누더기 옷을 입은 그대들의 심장이 사랑으로 고동치는구나 오래된 주름살 아래 그들을 재생키 위해 오, '사신(死神)'이 씨앗 뿌린 병사들이여, 고귀한 연인이여. 그대들의 피가 모든 더러운 위대함을 씻겼도다. 발미시(市)에서, 플레리 고을에서, 이태리에서 죽은 자들이여, 오, 어둡고 부드러운 눈을 한 수많은 예수들이여, 우리는 그대들을 공화국과 함께 잠들게 두노라 채찍 아래서처럼, 제왕의 밑에서 허리를 굽힌 우리 -카샤낙의 신사들이 우리에게 그대들에 대해 말해 주는구나! 1870년 9월 3일 마자스 감옥에서 작성     저녁기도 A.랭보   나는 앉아 있다, 이발사의 손에 머리를 맡긴 천사처럼, 굵은 홈이 파인 맥주잔을 움켜 쥐고서, 허리와 목을 구부린 채, 오지 파이프를 물고, 촉감할 수 없는 돛들로 부풀어 오른 공기 아래.   낡은 비둘기장 속의 뜨뜻한 배설물들처럼, 내 안의 수많은 꿈들이 부드럽고 뜨거운 자국을 남긴다. 그러면 때로 내 스산한 마음은 녹아흐르는 듯한 어두운 황금 빛으로 붉게 물드는 버드나무와 같다.   그럴 때 나는 조심스레 그 많은 꿈들은 접어두고, 서른 잔이나 마흔 잔쯤 마시고 나서, 몸을 돌려 배설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몸을 추스린다.   서양 삼나무와 히솝나무들에 둘러싸인 주 예수인 양 온화한 마음으로, 나는 갈색 하늘에 대고 아주 높고 멀리 오줌을 갈긴다. 키 큰 해바라기들의 동의를 얻어서.   앉아 있는 사람들                                   A.랭보                                   김학준 옮김   종창을 앓아 거무튀튀하고, 곰보 자국에, 눈 주위는 푸르 스름하게 그늘지고, 뭉툭한 손가락들은 대퇴골 근처에서 경련하며, 오래된 벽에 피어 있는 곰팡이 처럼 애매한 심술이 덕지덕지한 앞이마를 하고,   그들은 터무니없는 애정 속에서 의자의 검고 커다란 뼈대에 자신들의 뼈만 남은 괴상한 몸뚱아리를 붙이고 있었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굽은 창살처럼 마른 다리를 꼬고서.   그 늙은이들은 항상 의자들과 한데 얽혀서, 피부를 스치는 싱그러운 햇살을 느끼거나, 눈 녹는 창밖을 바라보며 두꺼비들처럼 고통스런 전율에 몸을 떤다.   는 그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있으니, 갈색으로 절은 밀짚은 그들 허리의 각을 따라 부드럽게 한다. 알곡이 익던 밀짚 다발 속에서는 기억 속 태양의 넋이 가려진 채 빛난다. 그때 은 무릎을 입에까지 끌어올리 고, 서투른 피아니스트들처럼 의자 밑으로 열 손가락을 늘어뜨려 톡톡 소리를 내면서, 자신들 속에서 찰랑거리는 슬픈 뱃노래를 듣는다. 그들의 머리를 사랑스런 흔들림에 내맡기고서.   오, 그들을 일어서게 하지 마라! 그건 낭패다. 얻어맞은 고양이처럼 으르렁거리며, 천천히 견갑골을 펴면서 그들은 몸을 일으킨다, 오, 분노여! 허리를 폄에 따라 바지는 온통 부풀어오르고.   그리고 당신은 그들의 벗겨진 머리들이 어두운 벽을 들이받고, 꼬여진 다리가 서로 부딪고 부딪는 소리를 듣는다. 그들 옷의 단추들은 야수의 눈동자들, 회랑의 구석에서 당신의 눈길을 사로잡는.   게다가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살인적인 손이 있다. 되돌아 오는 그들의 시선에서, 발길에 채인 암캐의 눈에 번지는 어두운 독기가 스며나오면, 당신은 그 끔찍한 동공에 사로잡혀서 진땀을 흘린다. 다시 앉은 그들은, 더러운 소매부리 속에서 주먹을 움켜 쥐고 그들을 일어나게 한 이들을 떠올린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빈약한 턱 밑 목울대를 지치도록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엷은 잠에 고개가 떨구어질 때 그들은 편안한 의자의 팔걸이에 몸을 기대고, 거만한 관리들이나 앉을 안락의자에 대한, 진실되고 애틋한 애정을 꿈꾼다.   잉크빛 꽃들은 잠자리들이 글라디올러스들 위로 날아다니듯 쉼표 모양의 꽃가루를 흩뿌리면서, 꽃받침이 웅크러든 생김을 따라 그들을 흔들어 재운다. -그러나 그들의 몸을 밀짚 꺼끄러기에 시달리고 있으니!   놀란 아이들                                                           A. 랭보   눈 안개 속, 커다랗게 불밝힌 환기창에 까맣게 달라붙어 동그란 엉덩이 나란히   무릎꿇은 다섯 아니, ----불행이로고! 빵장수가 만드는 묵직한 회색 반죽 휘저어 환한 구멍 속에 집어넣는 억센 흰 팔을 그들은 보고 있다.   맛나는 빵 구워지는 소리 들린다. 빵 장수는 기름진 미소 지으며 옛 노래 한 곡조 뽑고.   쪼그린 채 누구 하나 옴짝 않는다. 바알간 환기창으로 스며 나오는 젖가슴처럼 따스한 훈기.   그 어떤 메디아노슈를 위한 것인지, 먹음직스레 부풀은 빵을 꺼낼때,   연기로 그을린 들보 아래, 향기로운 빵껍질과 귀뚜라미 노래할 때,   ----저 따뜻한 구멍에 삶을 부풀리누나---- 아이들 넋을 잃고 바라본다. 누더기 걸치고서.   아이들은 부자가 된 듯한 느낌에 빠진다. 그러나 눈꽃으로 뒤덮힌 가련한 귀염둥이들, 모두 그대로 거기 있을 뿐.   자그맣고 발그레한 낯을 철망에 꼭 붙이고, 그 틈 사이로 무언가 잔뜩 종알거리며,   다시 열린 하늘의 빛을 향하여 게걸스레 기도하다가는, 다시 움츠러든다.   바지를 도려낼듯 셔츠를 짓찢을 뜻 모진 겨울 바람에.   가난한 자의 몽상 아마, 그런 밤이 나를 기다려 주리라. 어느 고도(古都)의 한구석에서 조용히 술잔을 들고, 더욱 즐겁게 죽어갈: 그러니까 난 끈기있게 살아야지! 내 불행이 좀 가셔지고 언젠가 돈이 좀 생기면 북쪽 나라에 가볼까 아니면 포도열매가 풍성한 나라에? -아아! 몽상하는 건 덧없는 것이지. 그러니까 그것은 순수한 상실이지. 비록 내가 다시 한번 옛날의 여행자가 될지라도 풀빛 여관이 내 앞에 나타나 활짝 맞이해 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수치 A.랭보 느닷없이 그 골통속을 칼로 도려내지 않는 한, 기름지고 희멀건 그 짐짝같은 녀석은 언제나 기분이 새로어지지 않는다. (아아! 그 녀석의 코. 그 녀석의 입술. 쉬 그리고 배도! 베어버려야 한다. 양쪽 다리도 잘라내버리는 거야! 오오, 굉장하군!) 그러나 말이다. 솔직히 거짓없이 말해서 나는 그 녀석의 목을 잘라내고 그 녀석의 뱃속에 작은 돌을 채워넣어, 오장육부를 불길로 그을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단행하지 않는 한 그 귀찮은 개구쟁이들 어리석은 짐승은 술책과 모반하려는 순간도 멈추지는 않아야 한다. 그리고 몽 로셰의 고양이처럼 여기저기 냄새를 뿌린다! -하느님! 그 녀석이 죽을 적엔 어떤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 할까요!   그녀는 이집트의 무희인가 A.랭보 그녀는 이집트의 무희인가? 새벽녘에 불꽃처럼 타서 꺼져가버리는 것이 아닐까. 거대한 꽃과 무너지는 도시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찬란한 공간 앞에서 너무나 아름답구나! 너무나 아름답구나! -'어부'들과 해적의 노래를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그리고 또한 최후의 가면이 순수한 바다 위에서 밤의 축제를 아직 하고 생각하고 있는 이상!   사슴의 울음소리처럼 들으라 A.랭보 4월 아카시아 나무 곁에서 사슴의 울음소리처럼 완두콩 녹색띈 노젓는 소리를 들으라. 깨끗한 그 향기 속에서 달(phoebe)을 향해! 그대는 옛 성자 머리가 흔들리는 것을 보는구나. 맑은 짚더미에서, 갑에서 아름다운 지붕에서부터 멀리 이 사랑하는 옛 성자는 음험한 미약을 원하는데...... 그런데 평일도, 천체도 아닌 이 밤의 작용이 발산하는 애수만이 있구나. 그럼에도 그들은 그대로 머문다. -시실리 섬, 독일에 바로 창백하고 슬픈 이 안개 속에 있는   새 살림 A.랭보 방은 짙은 풀빛 하늘에 활짝 열려 있었다. 발을 들여놓을 자리도 없을 만큼 긴 함과 상자들! 벽 저편에 유령들의 잇몸을 떨게 하는 클로버가 가득히 펼쳐 있다. 낭비와 황폐한 듯한 무질서는 천재들의 간계이던가! 오디열매 가져다주는 아프리카의 요정이다. 그리고 어느 구석에도 그물을. 불만족스런 대모들이 벽면에 여린 빛이 비치는 부엌에, 여럿이 들어와서 거기에 머무는구나! 집은 약간 이상하게 비어 있고, 엉망이다. 돌아온 남편은 자신이 없는 동안 내내 속고 있는 기분을 느낀다. 엉큼한 물의 정령조차 잠자리 언저리까지 바오항한다. 밤이 되면 오오! 밀월이 그들의 미소를 띠고 구리로 만들어진 가는 띠로 하늘을 눈가림한다. -밤 미사를 드린 뒤에 총 한 방처럼 창백하고 미친 듯한 불이 비치지 않았더라면 -오오, 베들레헴의 거룩한 희뿌연 환영이여, 그들 창문의 푸르름은 차라리 매혹하였을 텐데! 1872.6.27.   금의 시대 A.랭보 언제나 천사같은 어떤 자의 목소리가 -나를 보살펴주며,- 엄숙하게 선언하는 것이다. 나뭇가지 잎 속을 헤집고 들어간 무수한 질문의 도취와 광증의 깊이에 잘못 들어가게 한다. 그토록 즐겁고 이토록 손쉬운 기교(곡예)를 배웠다. 그것도 파도이며 꽃들이다. 그리고 친근한 가족들이다! 그러고 나서 어떤 목소리가 -천사같은 목소리인!- 나를 보살피며 엄숙하게 선언하는 것이다. 한숨을 곁들이며 그때 노래한다. 불타고 격렬한 독일식 가락으로. 이 세상은 결점투성이다. 뭐라고. 놀랐다구. 아무렴 좋다. 살아야 한다. 불확실한 불운 따위는 불에 던져넣는 거야. 오오! 아름다운 성(城) 그대 인생은 투명하구나! 우리들의 위대한 형제인 귀족적인 '대자연'이여. 언제부터 그대는 있었는가! 나도 또한 노래한다. 무수한 자매들이여! 아주 공개적인 목소리는 아니지만 얌전한 영광으로 내 곁으로 다가와주어요...... 1872.6.   5월의 군기 A. 랭보 흔들려 바스락거리는 보리수 나뭇잎 그늘에, 사슴을 쫓는 각적소리는 아득히 멀어진다. 그러나 까치밥나무 숲속에서 영혼의 노랫소리가 바람에 흩나린다. 내 피도 혈관 속을 줄달음친다. 여기에는 또 뒤얽히는 포도덩쿨. 하늘은 천사처럼 이쁘고 창공과 파도는 서로 공감한다. 나가자꾸나. 비록 빛이 나를 축복한다 해도 나는 이끼 위에서 죽으리라. 인내하는 일, 지긋지긋한 일. 그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쳇! 얼마나 부질없는 걱정인가! 그 드라마틱한 여름이 행운의 수레에 나를 비끌어 매어주기를 바란다. 오오, '자연'이여, 그대 손에 되도록 많이 안겨서 -아아! 덜 외롭고, 덜 가치없이! -죽으리라. 웃기는 일이지만 목동들까지도 세상 사람들에 의해 거의 죽어가다니! 계절이 진정 나를 마멸시키기를 바라노라. 오오, 그대, '자연'이여, 나는 나를 그대에게 되돌려준다. 내 배고픔도, 갈증도 모두 함께 그런데 그대 원한다면 먹고 마시게 해주리라. 착각을 일으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태양에게도 어버이들에게도 그것은 웃음거리지만 그러나 나에겐 진지한 말이다. 이 몸의 불운이여 자유스럽게 되거라. 1872.5.   카시의 강 A.랭보 카시 강은 남모르게 흐른다. 기묘한 음악과 함께 진실로 수많은 까마귀 소리가 강을 따르고, 천사같은 다정한 목소리로 전나무의 큰 동요와 더불어 끊임없는 바람에 흔들리면서 모든 것은 흐른다. 옛 시골 사람의 차마 볼 수 없는 신비와 더불어 사람이 찾아가는 망루의 유명한 공원 강안에 서서 우리는 듣는다. 방랑하는 기사들의 식은 정열 그러나 바람은 얼마나 상쾌한가! 걷는 자는 이 조망을 보며 마음이 단련되어가는 것이다. 성주님이 보내준 숲의 군인, 살랑하고 상냥한 까마귀들 오래도니 나무토막으로 건배하는 교활한 농부들을 여기서 멀리하시오. 1872.5.   눈물 A.랭보 새들과 양떼, 마을 처녀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정다운 개암나무 숲에 쌓인 히드 황야에서 무릎 꿇고 훈훈한 초록색 오후의 안개 속에서 나는 술을 마셨다. 이 어린 와즈강에서 내 무엇을 마실 수 있었으리? 소리 없는 느릅나무, 꽃 없는 잔디, 흐린 하늘이여! 토란색 호리병에 따라 마시는 술은 맛도 없는 이 노란색 술은 땀이 될 뿐. 이처럼 나는 주막의 역겨운 선전간판이 되었네. 이윽고 저녁에 폭풍우가 하늘을 바꾸었고 그리고 사방은 호수와 말뚝과 창백한 밤하늘에 늘어선 주랑 강나루가 어두운 나라가 된다. 숲의 물은 순수한 모래에 스며들고 하늘에서, 바람은 늪에 유빙을 던졌다. 그런데 나는 황금과 진주의 채취자처럼 마시는 고뇌는 없었노라고 큰소리쳤던 것이다. 1872.5.   목신의 머리/Tete de faune A.랭보 녹색바탕에 금으로 얼룩지게 한 보석함, 수풀의 잎그늘로부터 입맞추고 나서 좋은 장소, 꽃들을 잔뜩 달고, 줄곧 흔들리기만 하는 수풀의 잎그늘로부터 정교한 자수물을 기운차게 찢고, 망설이는듯한 목신의 머리가 불쑥 나타나면서, 두 개의 눈을 굴리면서, 진홍빛 꽃을 닥치는 대로 하얀 이빨 밑에서 물어뜯었다. 해묵은 술인양 다갈색으로 빛나는 그 입술이 숱한 나뭇가지 밑에서 크게 웃어댔다. 이윽고 다람쥐의 재빠름으로 몸을 감추어 버렸으나, 그 웃음드은 나뭇잎마다 남아서 떨고 있었다. 피리새가 날아간 다음 놀라버린, 황금의 입맞춤의 숲은 이따금씩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   먼 옛날 동물들은../Les anciens animaux.. A.랭보 먼 옛날의 동물들은, 질주하고 있을 때조차도 힘차게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피가 묻고 오믈에 뒤범벅이 된 그 귀두 부분을. 우리들의 조상도 칼집 모양의 봉투에 넣고 자루 모야의 꼬리를 끼워 장식하여, 자기들의 육체의 그 부분을 자뭇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중세에서는 천사건 창녀건 무릇 여자에겐, 고형물처럼 빈틈없이 차림새를 갖춘 건장한 남자가 없어서는 안되었던 것이다. 크레베르 같은 남자조차도 미상불 거짓말을 하고 있을 테지만, 그 퀴로트의 모양을 보면 쓸모가 없었을 리는 없엇던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랍시고 뽐내 봐야 결국은 포유동물임에 변함은 없다. 동물들의 그쪽 부분이 거대한데 대해서는 놀라는 쪽이 우스운 것이다. 그러나 불모의 시각을 알리는 종이 울려 퍼지자 말도, 황소도 자기 자신의 정욕의 불길을 짓눌려 버렸다. 이젠 누구 하나 우스꽝스러움을 좋아하는 소년소녀들이 어슬렁거리는 이곳 저곳의 나무숲에, 자기 자신의 생식력의 오만을 자랑스레 내세우려 하려고는 하지 않을리라.   겨울을 위한 꿈/Reve pour l'hiver A.랭보 겨울이 되면, 둘이 함께, 장미빛 열차의 좌석이 푸른색 쿠션에 파묻혀서 떠나갑시다. 참으로 상쾌한 기분이 될 것입니다. 푹신하기 그지없는 어느 구석 광적인 입맞춤의 보금자리로 변해버리리라. 스쳐지나가는 창밖, 서글픈 저녁 경치의 찡그린 얼굴을 보지않기 위하여, 그대는 살며시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 좋으리라. 잔인무도한 인간과 늑대들의 불쾌한 모임. 밖에는 검은 악마와 검은 야수들이 있을 뿐이로다. 이윽고 그대는 알아차리게 되리라. 뺨이 쑤셔옴을. 미쳐버린 거미처럼, 입맞춤이 그대의 목덜미를 줄달음치고 있으리라... 그리하여, 그대는 약간 고개를 갸우뚱한 채로 나에게 말한 것이다. 찾아보세요! 하고. - 이윽고 두 사람은 아주 침악하게, 이 동물을 찾게 되리라. - 아무 곳이나 출몰하는 이 작은 동물, 입맞춤을. 기차속에서, 1870년 10월 7일   영원 A.랭보 그것을 되찾았도다! 무엇을? -영원을. 그것은 태양과 섞인 바다. 파수의 영혼(靈魂) 그토록 무가치한 밤과 불길 속 낮의 기원을 드리기로 하자. 인간다운 기도와 평범한 충동으로 거기서 그대는 벗어나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사틴의 불잉걸이여, 그대의 유일한 열정으로부터 '마침내'라고 말하지도 않고 의무는 다 타버리는구나. 거기엔 희망도 영광도 없는데 인내력이 강한 면학 그러나 형벌은 틀림없다. 그것을 되찾았네. 무엇을 말인가? 영원이라는 것 그것은 태양과 함께 가는 바다. 1872년 5월   사랑의 사막 a.랭보 그 집은 물론 같은 농촌의, 내 부모님의 동일한 전원의 집이다. 그 방문의 위쪽에 무기와 사자들과 더불어 다갈색의 양들로 장식되어 있다. 저녁식사 때는 양초와 포도주 그리고 전원의 나무판자들이 있는 접실이 하나 있다. 식탁은 아주 크고, 하녀들도있구나! 내 기억에 떠오를 저도로 그녀들은 여러 명이다. 거기에는 그들중에 내 옛 친구들 중의 한사람도 있었는데,그는 목사였으며, 지금은 사제복을 걸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좀더 자유스럽기 위함이었다. 노란 종이가 붙여진 창유리가 있는 자줏빛 그의 방이 기억난다. 그리고 대양에서 적셔진 숨겨놓은 그의 책들도! 나, 나는 이 시골의 방구석에 한없이 버려졌었다. 응접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손님들 앞에서 내 흙투성이 옷을 말리며, 부엌에서 책을 읽으면서, 아침 우유와 지난 암흑의 시대에 대해 말하며 극도로 감동하였다. 나는 굉장히 어두운 방이 있었다. 나는 그녀가 강아지였다고 말해도 좋을 성 싶다. 하긴 그녀가 아름답다고 나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모성적 고귀함을 갖추고있다 할지라도, 즉 순결하고 따뜻한 마음씨도 알 수 있었고, 굉장히 매력적이었었다. 그녀는 내 팔을 꼬집었다. 그녀의 팔을 상기해낸 까닭은 아니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파고들어 가면서 필사적으로 다가가는 조그마한 물결처럼, 내 입에 붙잡았던 그녀의 입도 아니다. 나는 어두운 구석에 있는 돛무늬가 있는 쿠션이랑 돛천이 들어있는 바구니 속에서 그녀를 넘어뜨렸다. 나는 흰 레이스가 있는 그녀의 바지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 후로는, 오 오! 절망의 극치다. 칸막이 벽은 윙윙소리가 나고 나무밑이 어둠이 되었다. 나는 그 밤이라고 하는 애욕에 가득 찬 깊은 슬픔속에 빠져버렸었다. ◇ 이번에 내가 그 도시에서 만난 그여자이다. 나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걸고 그녀도 내게 야기한다. 나는 불빛도 없는 방에 있었다. 그녀가 내 집에 있다고 누군가 말하러 왔었다. 그래서 돌아가보니 그녀는 맘대로 해주오, 하는 표저으로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난 굉장히 당황했었다. 그 집은 하숙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나는 궁지에 빠져버렸다. 나는 누더기를 걸치고있었고 그런데 그녀는 몸을 맡기러온 사교계의 부인이었다. 아무래도 그녀에게는 나가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녀를 붙잡았고 그리고 완전히 벗은 그녀를 침대바깥으로 밀어버렸다. 그리고 형언할 수없는 나의 나약함 속에서 나는 그녀를 덮쳤고 빛살도 없는 양탄자 사이를 그녀와 기어다녔다. 그 집의 램프는 옆방들을 하나하나 붉게 물들였다. 바로 그때 그녀가 사라졌다. 나는 신(神)조차도 결코 요구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눈물을 쏟아부었다. 나는 끝없이 그도시 속으로 들어갔따. 청각을 잃은 밤 행복의 도피 속에 빠져버린, 오오 피곤함이여! 그것은 마치 분명코 세계를 질식시켜버릴 눈 내리는 겨울밤과 같은 것이었따. 나는 친구에게 그녀가 어디 있느냐고, 소리질렀다. 그들은 거짓말로 대답했다. 나는 그녀가 매일 저녁 가는 창문 앞에 있었다. 나는 슬픔에 잠겨 정원속을 달리고 있었다. 누군가 나를 떼밀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소리내어 울고 있었다. 결국 나는 먼지가 가득 찬 어떤 장소로 내려왔고 건축물의 난간 위에 앉았다. 나는 오늘 저녁과 함께 내 몸의 모든 눈물들을 다 쏟아붓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러나 언제나 기진맥진해져 버렸다. 그녀는 매일매일의 삶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호의적 표현인 거동이 또 한 번 생기려면, 별을 하나 만드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이번만은 정말로 내게 와주리라고 예상 못한 이 '멋있는 여자 l'adorable'는 -나는 모든 세계의 어린이들보다 훨씬 더 많이 울었다.   천사와 아이들/L'ange et l'infant A.랭보 어느새 이미 새해도 그 최초의 하루가 끝나 버렸네. 아이들에겐 정말 즐거운 날. 오래 기다리고 기다려지는 날. 그러나 이내 잊어버리게 되는 날. 흐뭇한 숙면의 잠자리에 묻혀, 졸고 잇는 어린이는 말도 안하네. 그가 자는 곳은 깃털로 만든 요람 속. 손가락을 빠는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는 바로 옆의 잠자리 위. 어린이는 이미 그걸 되새겨 보고서는 즐거운 꿈에 잠기는 구나. 어머니로부터 세배돈을 받은 뒤에 천국에 사는 자에게서 선물이 온다. 어린이의 입은 미소를 지으며 반쯤 벌어졌네. 반쯤 열린 그 입술도 하느님을 향해 호소하는 듯. 이젠 그 머리맡 가까이에 천사 한 사람이 서 있어, 어린이 위에 몸을 굽혔노라. 천사도 순결한 마음의 은밀한 중얼거림에 귀를 기울이는 구나. 천사도 그 자신을 닮은 모습에 마음이 끌려, 어린이의 깨끗한 얼굴을 살펴보는구나. 천사가 찬탄하며 반한 듯이 보고 잇는 것은, 이 해맑은 이마의 기쁨. 이 영혼에 떠올라 있는 기쁨. 남쪽 바람에 여태 접해 보지 못한 이 꽃이어라. "나를 많이 닮은 아이여, 어서 오라. 나와 함께 천상에 올라가, 하느님이 계신 집에 들어가라. 잠 속에 그대가 본 그 궁전 안에서 살라. 그대야말로 그 궁전에 어울리는 자구나. 대지여, 이 하늘의 아이를 어찌하여 붙들어 두려 하는가! 지상에서는 누구 하나 믿을 만한 자는 없도다. 인간들은 진정으로 행복을 사랑하는 일을 하지 않노라. 저 꽃의 향기에서도, 어쩐지 쓴 것이 풍겨오를 뿐. 설레는 사람의 마음이 아는 것도, 구슬픈 기쁨일 뿐. 그늘이 없는 기쁨을 즐기는 일도 또한 없고, 모호한 웃음 속에 눈물만 반짝인다. 무엇 때문일까? 그대의 그 순결한 이마도 쓰디쓴 인생 탓으로 퇴색하는 것일까. 고달픈 괴로움은 그대의 그 푸른 눈을 눈물로써 더럽히는가. 사이프러스의 어두운 그림자가 그대 얼굴의 그 장미빛을 몰아내는가? 아냐, 아니지. 그대는 나와 함께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지어다. 그대는 하늘에 사는 자들의 합창에 맞춰 노래할지어다. 그대는 지상에 남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불안에 마음을 쓸지어다. 어서 오라. 그대는 이 이승에 매어 둔 끈을 이제야말로 하느님은 끊어 버리셨노라. 다만 바라건대 그대의 어머니가 상복을 입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우지 말기를, 다만 바라건대 그 요람을 볼 때와 다른 눈으로 그대의 관을 보는 일이 없기를. 구슬프게 눈살을 찌푸리지 말지어다. 그대의 장례 때에도 그 얼굴이 어두어지지 말지어다. 그보다도 한아름 넘치게 안은 백합꽃을 바칠지어다. 순결한 자의 그 마지막 날이야말로 항상 가장 아름답게 장식되어야 하겠기 때문이노라." 말을 끝내자 천사는 그 날개를 살며시 붉은 입에 가까이 대었노라. 걱정하지도 않은 채 어린이를 배어 내었도다. 배어내어진 어린이의 영혼을 날개에 싣고 자뭇 조용히 날개를 퍼덕이면서, 신의 나라로 실어가 버렸노라... 이제 요람에 남은 것은, 창백해져 버린 오체일뿐, 지금도 여전히 그 아름다움이 남아 있으되, 삶의 숨결은 이미 그것들을 기르지 못하게 되었노라. 생명을 주는 일도 없어졌노라. 이 아이는 숨져 버렸도다... 그렇기는 하나 아직껏 입맞춤의 향그런 입 위에는, 숨져가는 웃음이 보이는구나. 그 어머니의 이름이 떠오르는구나. 임종 때 어린이도 설날의 세배돈이 되새겨졌노라. 무겁게 드리워진 어린이의 눈은 마음 편한 잠으로서 감겨졌을까. 그렇기는 하나 이 잠이야말로 새로운 죽음의 자랑스러움이라 말하기보다는, 어째서인지는 모르는 천상의 빛, 이 아이의 얼굴을 둘러싸면서, 이미 지상의 아이가 아니라 천상의 아들임을 입증하는 것과도 흡사하도다. 아아! 어머니는 얼마나 빼앗겨 버린 아이를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을까. 얼마나 귀여운 아이 무덤 위에 뜨거운 눈물을 쏟았던가! 그러나 어머니가 눈을 감고 조용한 잠에 잠길 적마다, 자그마한 천사가 하늘 나라의 장미빛 입구에서 모습을 나탄내어, 사뭇 정겹게 엄마하고 부르며 기쁜 기색을 보는도다. 그제서야 어머니가 미소지어 보이면 자그마한 천사는 하늘로 이끌어져 나와, 눈처럼 하얀 날개를 퍼덕이며 노라고 있는 엄마 주위를 날아 돌다가, 엄마의 입술에 그 신성한 입술을 맞추는구나. 1869년 제 1학기 아르뛰르 랭보   음악을 따라서/A la musique -샤를르빌 역전 광장 A.랭보 초라한 잔디밭으로 구획된 광장의 주변, 정원수도 화단도, 모든것이 틀에 박혀있는 듯한 가두공원에, 시민들은 모두 무더위로 괴로운 듯 헉헉거리면서, 목요일 저녁이 되면, 각각 질투심 많은 우둔함을 안고 모여든다. - 공원 한가운데서 군악대는, 피리왈츠를 연주하면서, 화려한 군모를 흔들어댄다. - 이것을 둘러싼 제일렬 근처는 잘난 체하는 자들의 지정석, 공증인은 성명의 머리 글자가 들어있는 싸구려 장신구가 자랑이다. 코안경을 쓴 금리생활자들은 악대가 변조를 일으킬 때마다 방선을 치는 데 여념이 없고, 뚱뚱한 관청 근무자는 한층 더 비만한 아내를 동반하고 있구나. 그 곁에는 친절한 코끼리 사용인들, 옷단 장식들이 광고 포스터와도 같은 여인들. 은퇴한 향료상인의 클럽인양, 녹색의 베치에서, 손잡이가 달린 스틱으로, 모래를 쑤셔대기도 하고, 정색한 얼굴로 토론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금전 문제에 이르자, "요컨대 말씀이야......"로 낙착되어 디룩디룩 살찐 몸통을 벤치 위에 반듯하게 차지하고 있는 단추가 빛나는 부르조아들, 배가 나온 푸라만인은 여송연 담배를 태우면서 맛본다. 그리고 파이프 담배를 음미하면서 말한다. - 아시겠소. 이것은 밀수한 극상품입니다. 녹색의 잔디밭 너머에서는 거리의 건달들의 드높은 웃음소리가 들리고, 트럼본의 노래소리에 이끌려서, 점잖은 얼굴로, 장미꽃을 찾아 헤매는 보병들은, 아이를 보는 처녀를 농락해 보려고, 갓난아이를 얼르기 시작한다... - 그런데, 나로 말하자면, 칠칠치 못한 학생이어서, 푸른 마로니에의 가로수 그늘에서 말괄량이 아가씨들을 찾는다. 상대방도 눈치를 채고,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하게 내게로 눈길을 보낸다. 나는 아무말없이 그저 늘상 바라보기만 한다. 헝클어진 머리 타래로 하여, 한층 더 선명하게 하얗게 드러난 목덜미. 그녀들의 속옷과, 엷은 의상밑으로 나의 시선은 달려가서, 둥근 어깨의 선으로부터, 등 아래로 미끄러져 내린다. 그리고 나의 시선은 또다시 신발에 머물고 양말에까지 다다른다...... - 그리고 나는, 열병처럼 타오르는 아름다운 아가씨들의 알몸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그녀들은 나를 이상한 녀석이라 여겼음인지,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 서로 소근거린다. - 나는 입술 위에서, 그 아가씨들의 입맞춤의 입술맛을 느낀다. -1870년 11월 드므니 집(集)에 있는 원고   기억 A. 랭보 1 청명한 물, 그것은 어릴 적 눈물 속 소금 같은 것, 여인네들 희뿌연 몸뚱아리들의 태양으로 치솟는 듯: 떼거리로 뭉친 비단과 순결한 백합, 어떤 때묻지 않은 건 출입 금지 표시가 붙은 벽들 그 아래의 근엄한 깃발들: 깡총거리며 노니는 천사들이: 아니...내닫는 금물결이 풀에 감긴 검고 묵진한, 그리고 특히 신선한 두 팔을 찰랑이네 푸른 하늘을 침대 덮개 삼은 어스름한 물이 언던과 아치더러 커튼 삼아 그늘을 드리워 달라 하네. 2 저런! 축축한 네모꼴은 해맑은 거품들을 튕기네! 물은 희뿌연 황금색으로 찰랑이고 무한한 심연에 펼친 충돌. 녹음이 펼치는 빛바랜 초록 드레스들이 수양버들처럼 하늘거리고, 거기에서 굴레없는 새들이 솟구쳐 오른다. 금화보다도 더 노랗고 다사로운 눈까풀 물의 근심 -그대의 부부의 서약, 오 부인이여!- 덧없는 정오에, 그 흐릿한 거울을 시기하는, 무더운 회색 하늘에 장미빛의 고귀한 친구 3 부인은 일하는 사내들 수영하는 곳 가까이 들판에 너무도 꼿꼿이 서 있네, 작은 양산을 손가락에 움켜쥐고, 산형화를 밟으며, 그녀로서는 너무도 독하게, 만개한 녹음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모로코 붉은 가죽으로된 그드의 책! 애석하도다, 그는 길 위해서 작별하는 수천의 하얀 천사들처럼, 산 저 모퉁이로 멀어져가네! 그녀는, 아주 냉담하고 우울하게 서 있다. 달음박질하네! 사내가 떠나자마자! 4 두텁고 깨끗한 어린 솜털을 지닌 팔의 회한이여! 성자의 마음속에서 4월의 달빛이 읽혀지도다. 이 추악함을 싹트게 하는 8월의 저녁에 휩싸여 늘어나는 강가 작업장의 유희여! 지금 성벽 아래서 그녀가 울고 있도다 숱 많은 눈썹은 미풍에만 깜박이고 후회도 근심도 없는 회색의 상보 움직이지 않는 배 안에서 고통스럽게 일하는 늙은 어부여. 5 오! 이 움직이지 않는 배에서 음울한 물의 이 눈장난을 나는 잡을 수 없도다. 오! 너무도 짧은 팔이여! 어떠한 꽃도, 거기서 나를 괴롭히는 노랑꽃도, 잿빛 물에 떠 있는 연인, 파란 꽃도 나는 잡을 수 없도다. 아! 가지를 흔들고 있는 버드나무 꽃문이여! 이미 오래 전에 꺾여 있는 분홍빛 갈대들이여! 오, 움직이지 않는 내 배여: 그리고 가없는 이 물의 눈 속에 팽팽하게 당겨진 그의 쇠사슬이 무슨 비참한 처지에 있는가?   태양과 육체 A. 랭보 오! 인간은 자유롭고 자랑스런 그의 머리를 쳐들었다! 그리고 그 태초의 아름다움의 갑작스런 광채는, 육체의 제단에 신의 심장을 고동시키는 구나! 현재의 행복에 즐거워하며, 겪어 온 불행에 창백해져서 인간은 모든 것을 살펴보고 알려고 한다. 사고는, 오랫동안 너무나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이 준마는 그의 이마에서 튀어나와 약진한다. 이 사고는 해답을 알게 되리라! 사고가 자유로이 약동할 때에, 인간은 신앙을 가지리라! -왜 하늘은 말이 없고 우주는 불가사의한가? -왜 황금빛의 별들이 모래마냥 흩어져 있는가? 만일 인간이 계속 올라가보면 그는 그 위에서 무엇을 보게 될 것인가? 어떤 목자가 이 우주의 공포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들의 무리를 인도하는가? 이 모든 벌들, 광막한 에떼르가 포옹하는 이 세계들은 영원한 목소리의 억양따라 진동하는가? -그리고 인간은 볼 수 있는가? 나는 믿는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사고의 목소리는 이미 한 꿈에 지나지 않는가? 인간이 그토록 일찍 태어난다면, 삶이 그토록 짧은 것이라면, 그는 어디에서 오는가? 씨앗의, 태아의, 애벌레의, 그 깊은 대양 속에 모성적 대자연의 무한대한 도가니 속에 빠져들면 어머니 대자연은 거기에서 그를 생명있는 창조물로 소생시켜서 장미 속에서 사랑을 하고 밀밭 속에서 성장하게 할 것인가? 우리는 알 수 없지!- 다만 무지의 망또와 편협한 공상에 짓눌려 있지! 여인들의 음부에서 떨어져 나온 인간 원숭이들 우리의 창백한 이성은 우리들에게 무한을 숨기는구나! 보고싶다!- 그러면 회의는 우리를 벌주겠지! 회의, 그 음울한 새는 그의 날개로 우리를 후려친다. 그리고 지평선은 영원한 도주로 사라져 버린다. 광대한 하늘은 열려 있다! 신비는 우뚝 선 인간 앞에 죽어 버렸다. 이 인간은 자연의 광대한 광휘 속에 그 억센 팔짱을 끼고 선다! 그는 노래한다.-그리고 숲도 노래하고 강도 중얼거린다. 태양으로 향해 오르는 행복 가득한 노래 이것이 구원이다! 사랑이다! 사랑이다!   파란 집 무슨 일인지, 오늘따라 수많은 결들이 침잠하며, 날 짓누르는군요. 괜한 장난일까요. 몰아침에 놀란 맘을 진정 시키고 뒤를 돌아보니 또 다른 언행으로 나를 혼란시키고는 이내 다시 비웃고 마는... 스스럼없이 지내오던 이도, 당신을 안 다고 말해오던 또 다른 이도, 상처받은 그대! 강탈당한 그대! 오로지 꼬냑에 찌들어 애써 여유 있어 보이려는 의식된 행동을 낙으로 삼으며 그대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쉼 없이 반복하겠지요. 아마도 당신으로 하여금 그러한 일상들은 순간을 만족케 하는, 일종의 이질화된 환상으로 인해 붉어진 생경한 조화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눈을 뜨고 바라봐도 그대는 볼 수 없을 테지요. 참혹하며 그리고 냉정할 테니... 이제 당신이 가진 낡은 증표를 버리세요. 퇴폐적인 흔적들은, 묻어나는 쓰디쓴 표현 따위를 더욱더 깊어지게 할뿐이니까요. 물론 당신이나 나나 구차한 변명거리에 불과하겠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타인으로 하여금 선택 당한 길을 가버리는 그대여.. 제발 오늘만큼은.....제발... 거세 보이는 나무들 사이에 있지만... 그래도 작은 낭만을 알게 해주는 그 곳, 내가 항상 머물던 바로 그 곳, 파란 집으로 가시길...   니나의 재치있는 대꾸 그에게, ................................................................................... - 너의 가슴을 내 가슴에 기댄 채 자, 어서 둘이서 가지 않겠는가? 비공 가득히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상쾌한 햇볕을 맞으면서, 푸른 새벽이 흩뿌리는 포도주 같은 햇살을 맞으면서, 이때 숲은 온통 피로 물들고, 그리움에 말도 하지 못하고, 몸만 떨고 있을 뿐이로다. 가지마다 밝은 봉오리가 흡사 에메랄드의 물방울과 같구나. 노출된 모든 것이 그 육체의 덜림을 느끼게 하는구나. 클로버가 우거진 속을 그대는 옷자락을 끌고간다. 그대의 커다란 검은 눈 가장자리에는 검푸른 빛깔이 감돌고, 시골 아가씨의 사랑이기에 샴페인의 거품마냥 그대의 태평스런 웃음을 사방에 흩뿌리고 있구나. 취하여 거칠어진 나에게까지 그대는 웃으며 장난치는구나. 나는 그때 사로잡을까나 그 아름다운 땋아늘인 머리를, 이렇게, 딸기랑, 나무딸기와 같은 그대의 맛을 즐기게 될 때도, 오, 꽃의 육체여! 도둑처럼 몰래 바람이 그대의 입술을 훔쳐갈 때도 역시 그대는 장난기 넘치며 웃어대리라. 사랑스럽게 엉켜오면서 그대를 당혹케 하는 들장미의 가지에 특별히 소리내어 웃음녀서 재롱을 부리리라. 그대는 그대의 연인에게 몸도 마음도 다 바쳤도다! .................................................................................................. 십칠 세! 그대는 반드시 행복해지리라! 오! 광활한 목장이여. - 자, 어서 이쪽으로 바짝 다가오시오...... 너의 가슴을 내 가슴에 기댄 채 두 사람의 목소리에 뒤섞이면서, 천천히 내려가리라. 저기 물 흐르는 골짜기로 그곳으로부터 다시 깊은 숲으로. 그리하여, 죽어가는 소녀처럼 멍하니 기절한 상태인 양 그대는 눈을 반쯤 뜨고, 나에게 말하리라. 꼭 껴안아 달라고. 숲속의 작은 오솔길 위에서 나는, 가슴 울렁이며 그대를 포옹하리. 개암나무 가지 위에서는 작은 새들이 천천히 느린 가락으로 노래하기 시작하는구나. 그대의 입술에 내 입술이 맞닿을 듯 가까이서 나는 그대에게 말하리라. 어린아이를 잠재울 때처럼, 그대의 몸을 꼭 껴안은 채 그대의 피에 취하여 걸어가리라. 장밋빛으로 물든 그대의 설백의 피부 밑을 흐르는 푸른 혈맥 이윽고 나는 솔직하게 말하리라. - 아무렴, 그대도 알고 잇는 뻔한 일을 우리들의 숲은 수액으로 숨막힐듯 찌는 듯하게 되리라. 그리하여 태양은, 적갈색으로 흐려진 숲의 꿈을, 금박으로 뒤덮어버리게 되리라. 해가 저물면? ...... 끝없이 이어진 하얀 길 위를 집으로 향해 돌아가리라. 도중에 새싹을 뜯어먹는 가축처럼, 서두르지도 않고 천천히 거닐리라. 풀들이 푸릇푸릇 우거진 과수원에는 휘어진 가지의 능금들이 즐비하게 서 있고, 십 리도 떨어진 곳에서 이미 이렇게도 좋은 향기가 콧전에 진동하고 있구나. 저녁 하늘에 아직 미광이 남아 있을 무렵, 우리들 두 사람은 겨우 마을에 다다르고, 황혼 무렵의 공기 속으로 뒤섞인 우유 향기가 떠돌아다닌다. 뜨거운 깔짚이 가득하고, 완만한 호흡의 리듬으로 가득한 외양간에는 외양간 냄새가 그득하고, 그리고 커다란 등도 보이리라. 어렴풋한 빛에 비추어서, 희끄무레하게 떠오르는 곳에는 그쪽 너머로 황소가 똥을 떨어뜨리고 이다. 한 발자국 옮길 적마다 한 덩어리씩. - 할머니 안경은 미사의 책에 달라붙을 듯이 긴 코끝에서 멈춘다. 납으로 된 테를 두른, 맥주의 컵을, 커다란 파이프 사이에서 거품이 인다. 뻐끔뻐끔 연기를 토해내는 보기 흉한 두터운 입술에서 거의 동시에, 포크 끝으로, 커다란 햄을 나꿔채가는 듯 꿀꺽 받아삼킨다. 작은 침대를 비추는 난로와 크고 작은 찬장들. 큼직한 어린이의 기름지고 살찐 엉덩이. 그 어린이는 웅크린 채, 사발 속으로 하얀 코끝을 틀어박는다. 곁에서는 다른 콧등이, 맞붙을 듯 다가와서, 관대한 어조로 투덜거리면서, 마침내는 귀여운 어린아이의 둥그런 얼굴을 혓바닥으로 핥아대는 것이다. 의자 끝쪽에는, 붉고도 검은 불쾌한 얼굴, 한 사람의 노파가 빨갛게 핀 숯불 앞에서 실타래를 감고 있다. 회색의 유리창을 밝은 불빛으로 비출 때, 사랑하는 사람이여, 이토록 황폐한 오두막집에도 얼마나 많은 것들이 눈에 비쳐오는 것이리오! - 그리고, 백합꽃나무 그늘 아래는 그렇게도 아담하고 살기 좋은 집이, 숨겨진 듯한 창이, 저 너머에서 웃고 있구나. 그대 오려무나, 그대 오려무나,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틀림없이, 멋진 일이 되리라. 그대 오려무나, 오지 않겠는가. 그러고 나서...... 그녀 - 그러고 나서, 나의 일은요?                                             A.R. - 이장바르에게 준 자필 원고와 1870년 에 수록되어 있는 자필원고임 -   까마귀 Les Corbeaux A.R   신이여, 목장에 겨울이 찾아들고, 납작하게 엎드린 촌락에, 황량한 들녘 위에 일몰의 만경소리가 줄어들어가면, 높은 하늘로부터 내려오렴. 내 옛날의 다정했던 벗이여, 까마귀들이여.   쉰 목소리를 한 이상한 무리여. 한풍이 너희들의 보금자리를 엄습하였구나! 아직 황색으로 물든 강가에, 옛 고난의 언덕 위에, 해자와 움푹 팬 땅 위에, 흩어져라, 집결하라!   지난날의 싸움의 날, 사자들이 잠든 프랑스 국토 위에, 수천마리 무리지어, 선회하라, 겨울의 이날에, 길가는 나그네에게 뼈저리게 느끼게 하라! 잊혀진 의무를 생각나게 하라. 오, 불길한 검은 새여!   그러나, 하늘의 성자들이여, 드높은 떡갈나무가지 끝에는, 저녁 하늘 멀리 사라져가는 그 작은 가지 위에, 에오라지 오월의 멧새를 남겨주렴. 피할 수도 없이 풀숲 속 삼림의 가장 깊은 한 곳에 미래가 없이 패배의 몸을 길게 눕히고 있는 것을 위하여.   초기시 / 지옥에서 보낸 한철 / 민족문화사   깜찍한 아가씨 La Maline                                                A.R   니스와 과일 향기가 진동하는, 어느 갈색의 식당에서 나는 커다란 의자에 아주 편안하게 걸터 앉아, 이름도 모르는 벨기에 요리의 접시를 앞에 높고. 유유히 자세를 취하고 있었노라.   음식을 먹으면서, 나는 시계 소리를 듣는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김이 잔뜩 서려잇는 요리실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하녀의 모습이 나타난다. 나는 무슨 까닭인지 알지 못한다. 입은 옷이 한쪽 어깨에서, 반쯤 흘러내리고, 깜찍하게도 머리를 땋아올린 까닭을.   엷은 흰 빛이 감도는 복사꽃 빛깔의 벨벳과도 같은 뺨 주변을 떨리는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어린아이처럼 그 입술을 뾰죽 오무린다.   그녀는 내곁으로 다가와서, 내 손이 잘 닿도록 접시를 가즈런히 배열한다. - 그리고나서는, 이렇게 - 아마도 틀림없이 입맞춤을 받고 싶어할 테지- 그리고 아주 나직한 목소리로, 라고.   초기시 / 지옥에서 보낸 한철 / 민족문화사   카바레 「녹색」 에서 Au Cabaret-Vert A.R   -저녁 다섯시에- 팔일 전부터, 자갈길 위를 걸어왔던 나의 짧은 발목부츠는 너덜너덜 찢어지고 말았다. 나는 간신히 샤를르로와에 당도하였다. -캬바레 「녹색」에서 나는 반쯤 식어버린 햄과 버터를 끼워넣은 빵을 주문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두 다리를 녹색 테이블 아래로 쑥 뻗기도 하고, 녹색: 벽지의 아주 단순하기 그지없는 소재를 보고 있노라니, -그곳엔 놀랍게도, 풍만한 젖가슴과 시원한 눈매를 가진 아가씨가 나타났다.   -입맞춤 따위로는 조금도 겁낼 것 같지 않은 아가씨였따! 미소지으면서, 그녀는 그림이 새겨진 접시 위에 버터와 햄이 든 빵을 날라왔다.   강렬한 마늘 냄새가 나는 연분홍빛과 흰 빛의 햄, 그리고 그녀가 맥주를 맥주 컵에 가득이 따라주면, 석양을 받아 금빛으로 거품이 일고있다.   초기시 / 민족문화사   소설 Roman                                                A.R 1 열 일곱살이 되면, 착실할 수만은 없다. -어느 상쾌한 저녁, 맥주와 레모네이드, 샨데리어가 눈부신 떠들썩한 까페가 구역질나서, -산책로의 푸르른 보리수 나무 그늘을 걷는다.   보리수는 향긋한 냄새를 풍기고, 유월의 이 싱그러운 밤이면. 너무나 감밀운 대기 속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눈까풀을 덮는다 저자거리는 그리 멀지 않아서, 바람결을 따라 실려오는- 포도의 냄새와 맥주의 냄새...   2   -잔가지 사이에 막혀있는 검푸른 하늘을 은연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흉조인 별 하나 하늘에 떠올라, 희고 작게, 감미롭게 떨다가 사라진다...   유월의 밤! 열일곱살! 술에 취해본다. 혈액은 샴페인*이어라. 머리까지 뜨겁게 달아오르고... 비틀거리며 헤매이노라면 입술 위에서는, 새끼짐승처럼, 꿈틀거리는 입맞춤을 선명하게 느낀다.   3   광적인 정열은, 모든 소설을 독파하며 표류한다. -그때 마침, 까스등의 푸른 불빛에 비치어, 매력적인 자태의 처녀가 지나간다. 그녀의 아버지가 입은 드높은 옷깃의 그늘에 가리운 채...   -그녀는 그대를 무척 순진한 사람이라 알아차렸음인지, 작은 발목부츠의 재빠른 걸음거리로 지나쳐가면서 잽싸게 되돌아본다... -노래하고 있었던 그대의 짧은 영창곡이 멈춰버린다...   4   그대는 연모의 나날을 보내게 되리라. 팔월달까지는. 정녕 그대는 사랑하는 몸이 되리니, -그대가 써보낸 소네트를 보고, 그녀는 웃으리라. 친구들은 그대로부터 떠나가 버리고, 그대를 악취미를 가진 놈이라 할 것이다. -이윽고, 어느날 저녁, 놀라운 일이 아닌가, 그녀로부터 편지고 그대에게 당도하게 되었으니...   -그날밤... - 그대는 눈부신 까페로 다시 되돌아 간다. 레모네이드랑 맥주를 청한다... 열일곱살이 되면, 착실할 수 만은 없다. 산책로의 푸르른 보리수 나무 그늘로 가게 될 무렵이면.   초기시.. , 민족문화사   타르튀프의 벌 Le Chatiment de Tartufe A.R   검은 승복 안에서 연심을 북돋우면서, 장갑을 끼는 동안에도 가슴 두근거리면서, 무섭게도 침착한 마음으로, 어느 날 그는 떠나가버렸다. 이빨이 빠져버린 입으로부터 기쁨의 누런 군침을 흘리면서,   그놈은 어느날 떠나가 버렸도다. 어느날. -「오레뮈스」-그런데 한 망나니가 나타나 갑자기 그놈의 축복받은 귀를 사납게 움켜잡더니, 땀에 찌들은 살결을 감싸고 있었던 검은 승복을 홱 벗겨버렸다. 그리고 온갖 끔찍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바로 천벌이로다!...그놈의 승복 단추는 뜯기우고, 저질렀던 죄악만큼이나 긴 염주 구슬을 한알 한알 몸에 사무치듯 굴리면서 성(聖) 타르튀프는 풀이 죽었도다.   그리하여, 놈은 모조리 고백하였노라. 숨가쁘게 기도하였노라. 그 녀석은 승복의 가슴 장식들을 떼어버리고, 지극히 흡족해 하였노라. 헛헛! 타르튀프 녀석,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벌거벗게 되었구나!   *타르튀프 - 위선적인 종교가   일곱살의 시인들   그리하여 어머니는, 숙제장을 덮고 나서, 만족한 듯이, 아주 자랑스럽게 나가 버렸다. 그녀의 귀여운 아들의 푸른 눈 속에서, 그리고 영리한 이마에 감추어져 있었던 공부가 싫은 본심을 알아차릴 도리는 없었다. 온종일 그는 해야할, 공부 때문에 땀을 뻘뻘 흘렸다. 총명한 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습관들과 어두운 안면 경련을 앓고 있었기에, 내부에 숨겨진 쓰라린 위선을 속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습기찬 벽지가 발라진 어두 컴컴한 복도로 나와, 걸어갈 때면, 두 주먹을 사타구니에 찔러 넣고서, 혓바닥을 낼름 내밀곤 했다. 눈을 감고, 어머니가 주신 좋은 점수를 생각해 보는 것이였다. 저녁의 어둠을 향해서 문이 하나 열려 있었다. 등불에 비친 그를 보노라니, 그는 난간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지붕에서 덜어지는 천창의 밝은 불빛 아래서. 여름이면 특히, 그는 기진맥진하여, 머리는 멍해지고, 현기증을 억누르며 시원한 변소에 틀어박혀서, 혼자 조용히, 콧김을 불어대면서 사념에 잠기는 것이었다. 겨울이 되면, 대낮의 냄새를 씻어버리고 차디찬 달빛이, 뒷마당 가득히 교교히 빛날 무렵이면, 벽 옆에 쓰러진 채, 비료의 이회투성이가 되어, 환영을 쫓는 일념으로 한쪽 눈을 꼭 감고, 그는 지저분한 생울타리의 수런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가엽기도 하여라! 이 어린이가 함께 노는 친구들은, 영양실조에, 모자도 없이, 뺨은 깡마르고, 생기 잃은 눈매, 고물시장의 먼지 냄새가 밴, 아주 퇴색해버린 낡은 옷 소매 밑으로, 흙투성이가 되어 더러워진, 말라빠진 검고 누런 손가락들을 감추면서, 백치들처럼 착하디 착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패거리들이었다. 만일 이렇게도 불결한 패거리들이 친구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의 어머니는 소스라치게 놀랐을 것이지만, 이 어린이의 우애의 깊음이, 그 놀라움을 월등했었다. 아무튼 이것은 좋은 일임에 틀림없었다. 어머니는 이 어린이의 밝고 푸른 눈의 시선을 받는다. 거짓이 깃든 눈을! 일곱살에, 이 어린이는, 대사막을 주제로 한 소설을 쓴 적이 있었다. 그곳은 빛나는 자유의 천지였다. 대삼림과 태양, 큰 강기륵과 대초원이 있었다. 그는 그림 화보가 들어있는 신문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는 그림책을 열심히 들여다 보았다. 그곳에서는 스페인 사람이랑, 이탈리아 여인이 생긋이 웃고 있는 것을 보고 얼굴을 붉히기도 하였다. -근처에 있는 직공의 딸로서, -여덟살 먹은 갈색 눈의 야성적이며, 인도사라사 옷을 입은 꼬마 말괄량이 아가씨는,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땋아느린 머리꼬리를 흔들면서, 갑자기 그의 등에 올라탔다. 밀에 깔린 그는 상대방 엉덩이를 깨물어 주었다. 말괄량이 아가씨는 속옷 따위는 입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주먹질과 발길질로 멍이 든채, 그녀의 살결의 맛을 그대로 자신의 거실까지 가져갈 수 있기는 하였다. 그는 침울한 십이월의 일요일을 참으로 싫어했다. 그런 날엔, 머리에 포마드를 바르고 마호가니 목재의 원탁에 앉아서, 책장 가장자리가 캬제츠 색깔로 된 성경책을 읽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밤마다 그는 잠자리에 들면 여러가지 꿈으로 가위에 눌리곤 했다. 그는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러나 적갈색으로 타오른 일몰이 오면, 타운크라이어가 삼박자로 큰 북을 울리면서, 포고의 주면에 사람을 끌어모아, 군중을 웃기기도 하고, 고함치게 하는 도시의 변두리로 시커멓게 되어 되돌아오는 작업복의 사람들을 바라다보는 것을 그는 무척 사랑했다. 그는 꿈꾸었다. 빛의 물결과 건강한 향기, 황금빛 솜털이 천천히 흔들리면서, 그를 싣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처럼 -사랑스럽고 상쾌한 목장에 와 있는 꿈을 그는 무엇보다도 특히 어두컴컴한 것을 좋아했다. 쇠살문을 꼭 닫아 잠그고, 천정은 높고, 습기가 가득한 텅빈 방안에서 그 나른하고 무겁게 드리운 황토색 하늘과 그리고 습기에 찬 숲, 별들이 총총한 숲속에서 개화하는 육체의 꽃들로, 항상 마음에 걸려 떠나지 않는 그 소설을 읽었을 때면, 현기증과, 붕괴와, 패배, 그리고 연민을! -멀리 아래쪽에서는, 저자거리의 소음이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홀로 그는 거친 천으로 된 이불위에 누워, 그 천으로부터 강렬하게 범포를 그리워했다. A.R   첫날밤   -그녀는 아주 옷을 벗고 그리고 버릇없는 거목들의 나무잎이 아주아주 가까이서 짓궂게 유리창에 기웃거리며 두드린다.   내 큰 의자에 반나체로 앉아서 그녀는 두 손을 팔짱끼고 그토록, 그토록 가느다란 두 발은 기뻐서 마루바닥에서 전율한다.   -밀랍빛이 되어 나는 바라본다. 관목에 작은 빛살이 그녀의 미소 속에서, 가슴 위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을-마치 장미나무의 파리처럼.   -그녀의 가냘픈 발목에 난 키스를 했다. 그녀는 맑은 트릴음에 잇달아 꾸밈없는 다사로운 미소를 지었따. 예쁜 크리스탈 미소를.   슈미즈 속으로 작은 두 발은 들어갔다 : -첫 버릇 없음이 용서되었고 그 상냥스런 미소가 벌 주는데 주저하게 했다.   -내 입술 아래 고동치는 가여운 발 나는 고이 그녀의 두 눈에 입맞춤을 했다. -그녀 깜찍스런 머리를 뒤로 젖히고 어마, 그 모습이 더더욱 좋구나...   -나는 거침없이 나머지 키스를 그녀 가슴에 던졌다. 간절히 원하는 만족스런 미소 그녀를 웃게하는 입맞춤 속에서...   -그녀는 아주 옷을 벗었고 그리고 버르없는 거목들의 나무잎이 아주아주 가까이서 짖궂게 유리창에 기웃거리며 두드린다.   A.R   도둑맞은 마음   A.R   싸구려 담배가 배어 버린 내 마음이, 나의 슬픈 마음은 선미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다. 그놈들은 수프를 되돌리고 있는데, 내 마음은 선미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다. 그들의 조롱이 너무나 악착같아 모두들 한바탕 까르르 웃어대는데, 내 마음은 선미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다. 싸구려 담배가 배어버린 내 마음이!   군인 출신의 음경 자랑, 타락한 그놈들은 딱 질색이다. 군인 출신의 음경 자랑, 키 위에도 장난기 서린 그림. 기기묘묘한 파도여, 내 마음을 사로잡아 가라, 그리고 구원하라. 군인 출신의 음경 자랑, 타락한 그놈들은 딱 질색이다!   그놈들의 씹는 담배가 끊어진다면 돋구맞은 내 마음이 정말 문제로구나. 그것이야말로 박카스 신의 말버릇이 되겠구나. 그놈들의 씹는 담배가 끊어지면, 만일 슬픈 내 마음이 꿀꺽 삼켜버려진다면, 내 위장은 그야말로 뒤집히고 말 것이다. 그놈들의 씹는 담배가 끊어진다면, 도둑맞은 내 마음은 정말 문제로구나.   1871년 5월   허기의 축제 A. 랭보   내 허기, 안느, 안느여, 네 당나귀 타고 달아나라.   내 맛이 좋다면, 흙과 돌 뿐이니. 딘! 딘! 딘! 딘! 공기를 바위를, 대지를, 쇳덩이를 먹읍시다.   내 허기여, 돌아라! 허기여, 뜯어먹어라. 소리 가득한 들판을! 메꽃의 즐거운 독을 모으라!   가난한 자가 깨뜨리는 조약돌을, 교회의 낡은 돌을, 홍수의 아들인 자갈을, 잿빛 계곡에 누운 빵을!   내 허기여, 검은 공기의 끝자락, - 하늘빛 나팔수 그것은 나를 잡아당기는 위장. - 그것은 불행.   땅 위에 나뭇잎이 나타났다. 나는 농익은 과육에게 간다. 밭이랑 한가운데서 나는 들상치와 제비꽃을 딴다.   내 허기, 안느, 안느여, 네 당나귀를 타고 달아나라.   목메어 죽은 자의 무도회 / Bal des Pendus A.랭보   다정한 불구의 검은 교수대에서, 기사가 춤추네, 춤을 추네, 악마의 깡마른 기사와 살라딘의 해골도.   벨제브즈 공이 찡그리며 밧줄로 하늘에서 작고 검은 꼭두각시 꺼내서 낡은 신발 밑창으로 그 얼굴 두드리고, 옛 성탄 곡조에 맞춰 춤추게 하네!   깜짝 놀란 꼭두각시 가느다란 팔로 얼싸안네. 우아한 아가씨들 예전 껴안았던 검은 오르간처럼 창살 있는 가슴이 지독한 사랑으로 오래 부딪치네.   어라! 즐거운 무용수는 배가 없구나! 깡충깡충 뛰어다닐 수 있네. 이 무대는 아주 기네! 앗, 싸움인지 춤인지 알 수 없네! 화난 벨제브즈가 바이올린을 엉터리로 켜네!   단단한 뒤축이여! 이제 샌들은 닳지 않으리! 거의 모든 이가 가죽 셔츠를 벗었네. 별로 거슬리는 것도 없고 소란스럽지도 않네. 두개골 위에 눈 내려 흰 모자를 만드네.   까마귀가 금 간 머리 향해 곤두박질하네. 깡마른 턱 아래 살점 한 조각 떨고 있네. 혼란스런 어둠 속을 맴돌며 거친 용사와 허울 좋은 갑옷이 부딪쳤다고 하네.   어라! 북풍이 해골 무도회에서 불어닥치네! 검은 교수대가 철제 오르간처럼 신음하네! 늑대가 붉디붉은 숲에서 대꾸하듯 울어대고, 지평선 하늘은 지옥 불빛이 되네...   이제 그만, 나를 흔들어 다오, 죽음의 장수여, 귿르은 부러진 손가락으로 엉큼하게도, 창백한 등뼈 위에서 사랑의 묵주 돌리고 있으니, 죽은 자여! 이곳은 수도원이 아니니!   죽음의 무도 한가운데 붉은 하늘에 커다란 미친 해골이 튀어오르네. 말이 뒷발로 일어서듯이 힘차게 튀어오르네. 여전히 목에 팽팽한 밧줄을 느끼면서,   비웃듯 소리를 내지르며 무너지는 대퇴골 위에서 작은 손가락 꼭 쥐고, 광대가 오두막으로 돌아가듯이, 해골의 노래에 맞춰 무도회에서 튀어오르네.   다정한 불구의 검은 교수대에서 기사가 춤추네, 춤을 추네, 악마의 깡마른 기사와 살라딘의 해골도.   모음 / 랭보   검은 A, 흰 E, 붉은 I, 푸른 U, 파란 O, 모음들이여, 언젠가는 너희들의 보이지 않는 탄생을 말하리라. A, 지독한 악취 주위에서 윙윙거리는 터질듯한 파리들의 검은 코르셋,   어둠의 만(灣), : E, 기선과 천막의 순백 창 모양의 당당한 빙하들, 하얀 왕들, 산형화 들의 살랑거림.   I, 자주조개들, 토한 피, 분노나 회개의 도취경 속에서 웃는 아름다운 입술. U, 순환주기들, 초록 바다의 신성한 물결침. 동물들이 흩어져 있는 방목장의 평화, 연금술사의 커다란 학구적인 이마에 새겨진 주름살의 평화   O, 이상한 금속성 소리로 가득찬 최후의 나팔, 여러 세계들과 천사들이 가로지르는 침묵. 오, 오메가여. 그녀 눈의 보랏빛 테두리여!            지옥에서 보낸 한 철 /A 랭보 - 서시      예전에,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나의 삶은 모든 사람들이 가슴을 열고 온갖 술이 흐르는 축제였다.    어느 날 저녁, 나는 무릎에 아름다움을 앉혔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녀는 맛이 썼다. 그래서 욕설을 퍼부어주었다.    나는 정의에 대항했다.    나는 도망쳤다. 오 마녀들이여, 오 비참이여, 오 증오여, 내 보물은 바로 너희들에게 맡겨졌다.    나는 마침내 나의 정신 속에서 인간적 희망을 온통 사라지게 만들었다. 인간적 희망의 목을 조르는 완전한 기쁨에 겨워,  나는 사나운 짐승처럼 음험하게 날뛰었다.    나는 사형집행인들을 불러들여, 죽어가면서, 그들의 총 개머리판을 물어뜯었다. 나는 재앙을 불러들였고, 그리하여 모래와 피로  숨이 막혔다. 불행은 나의 신이었다. 나는 진창 속에 길게 쓰러졌다. 나는 범죄의 공기에 몸을 말렸다. 그리고는 광적으로 못된 곡 예를 했다.      하여 봄은 나에게 백치의 끔찍한 웃음을 일으켰다.    그런데 아주 최근에 하마터면 마지막  소리를 낼 뻔했을 때, 나는 옛 축제의 열쇠를 찾으려고 마음먹었다. 거기에서라면 아 마 욕구가 다시 생겨날 것이다.    자비가 그 열쇠이다. 이런 발상을 하다니, 나는 꿈꾸어왔나 보다.    「너는 언제까지나 하이애나이리라, 등등......」, 그토록 멋진 양귀비꽃으로 나에게 화관을 씌워준 악마가 소리 지른다. 「너의 모 든 욕구들, 너의 이기심, 그리고 너의 큰 죄업들로 죽음을 얻어라」    아! 나는 그것들을 실컷 맞이했다. 하지만, 친애하는 사람이여, 간청하노니, 눈동자에서 화를 거두시라! 하여 나는 뒤늦게 몇몇 하 찮은 비열한 짓을 기다리면서, 글쟁이에게서 묘사하거나 훈계하는 역량의 부재를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내 악마에 들린 자의 수첩 에서 이 흉측스러운 몇 장을 뜯어내 덧붙인다.              나쁜 혈통 / 랭보 - 지옥에서 보낸 한 철      나는 내 갈리아 선조들로부터 푸르고 흰 눈과 좁은 두개골과 싸움에서의 서투름을 물려받았다. 내 옷차림은 그들의 옷차림만큼 야만스럽다. 그러나 나는 머리칼에 버터를 바르지는 않는다.    갈리아 사람들은 그 시대의 가장 무능한, 짐승 가죽을 벗기는 자들, 풀을 태우는 자들이었다.    그들로부터, 나는 얻었다. 우상숭배와 신성모독에 대한 사랑을. 오! 모든 악덕을, 분노, 음란-- 훌륭하도다, 음란은--특히 거짓과  게으름을.    나는 모든 직업을 무서워한다. 주인과 노동자들, 모두 촌스럽고 상스럽다. 펜을 쥔 손은 쟁기를 잡은 손과 비길 만하다. 굉장한 손들의 세기로다! 나는 결코 손을 갖지 않으리라. 나중에, 하인근성은 너무나 달갑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거지의 정직은 나를 난 처하게 한다. 죄인들은 거세된 자들처러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아무런 손때를 입지 않았다. 그건 아무래도 좋다.    그러나! 누가 이렇게 내 배신의 허를 만들어, 그 허로 하여금 나의 게으름을 안내하고 수호하게끔 했는가? 살기 위해 내 몸조차 이 용하지도 않고, 두꺼비보다 더 한가롭게, 나는 도처에서 살았다. 내가 모르는 유럽의 가족은 하나도 없다. 나는 여러 가족들을 내 가 족처럼 이해한다. 그들은 「인권 선언」으로부터 모든 것을 얻는다. 나는 각 명문가 자제를 알았다.   -------------------------------------------      프랑스 역사의 어떤 시점에 선행자들이 있었으면!    아니야, 전혀없어.    내가 언제나 열등한 종족이었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 나는 항거를 이해할 수 없다. 내 종족은 악랄하기 위해서만 봉기했다. 늑대 들이 스스로 죽이지 못한 짐승에 대해 그렇게 하듯이.    나는 교회의 맏딸 프랑스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시골뜨기인 나도 하마터면 성스러운 땅을 여행했을 것이다. 내 머리 속에는 슈 바벤 평원의 길들, 비잔틴의 풍경들, 솔림의 성벽이 박혀있다., 마리아 숭배, 십자가에 못 박힌 자에 대한 감동이 많은 세속자 선경들 과 함께 내 속에서 깨어난다. 나는 태양이 갉아먹은 벽의 발치에서, 깨진 항아리들과 쐐기풀섶 위에 문둥이로 앉아 있다. 나중이었 더라면, 나는 프랑스의 용병이던 독일 기병으로 야영했을텐데.    아! 여전히. 나는 숲속 빈터의 마녀 집회에서, 노파들과 아이들 사이에 끼어 춤춘다.   -----------------------------      나는 이 땅과 기독교보다 더 먼 옛날을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한없이 계속 그 과거 속에서 나를 다시 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늘  혼자다. 가족도 없다. 심지어, 나는 어떤 언어를 말했는가? 나는 그리스도의 권고에서는 결코 나를 보지 못한다. 그리스도의 대리인 인 영주들의 조언에서도.    지난 세기에 나는 무엇이었는가. 나는 오늘날에야 나를 되찾는다, 유랑자들도 없고, 어정쩡한 전쟁도 없다. 열등한 종족이 모든 것 을 담당했다. 인민을, 이른바 이성을, 나라와 과학을.    오! 과학이여! 모든 것이 수정되었다. 육체를 위해 그리고 영혼을 위해--영혼의 길참--의학과 철학이 있다--민간약과 편곡된 민요 들. 그리고 제후들의 오락과 그들이 금지한 놀이들! 지리학, 우주형상학, 역학, 화학!......    과학, 새로운 위엄! 진보. 세계는 나아간다! 무엇 때문에 세계가 바뀌지 않을 것인가?    이것은 수에 관한 직관이다. 우리는 에게로 간다. 내가 말하고 있는 것, 이것은 매우 확실하다. 이것은 신탁이다. 나는 이해 한다. 하여 나는 이교의 말없이는 해명할 수 없으므로, 차라리 침묵라고 싶다.    이교의 피가 되살아난다! 성령은 가까운데, 그리스도는 왜 나를 돕지 않는가, 왜 내 영혼에 위엄과 자유를 주지 않는가! 아 슬프다! 복음서는 지나갔다! 복음서! 복음서.    나는 게걸스럽게 신을 기다린다. 나는 아주 옛날부터의 열등 종족에 속해 있다.    나는 지금 아르코리크 해변에 있다.l 저녁이어서 도시들이 등불로 환하다. 나의 하루가 다 지나갔다. 나는 유럽을 떠난다. 바다 공 기가 내 양쪽 허파를 얼얼하게 할 것이다. 외진 고장들인지라 나를 성가시게 할 것이다. 헤엄치기, 풀씹기, 특히 담배피우기, 끓는 금 속 같은 쎈술 마시기, 그 정다운 조상들이 모닥불 주위에서 그랬듯이.      나는 돌아올 것이다. 강철의 사지와 새까만 피부와 격렬한 눈으로. 내 용모를 보고, 사람들은 나를 강한 종족의 사람으로 판단하겠 지. 나는 금을 소유할 것이다. 하여 나는 한가롭고 난폭할 것이다. 여인들은 더운 나라에서 돌아온 이 사나운 병약자들을 돌본다. 나 는 정치 문제에 개입할 것이다. 구원을 받을 것이다.    지금은 저주받은 몸이다. 나는 조국이 무섭다. 가장 좋은 것은 잔뜩 취해 해변 모래판에서 자는 잠이다.   ---------------------------      나는 떠나지 않는다. 내 악덕으로 덮인 이곳의 길을 다시 가자. 철들 무렵부터 내 곁에 고통의 뿌리를 내밀었으며, 하늘로 올라가 고 나를 때리고 나를 뒤엎고 나를 끌고가는 악덕.    마지막 순진함과 최후의 소심함. 이것은 이미 말했다. 나의 거부감과 배신감을 세계에 가하지 않기.    가자! 행렬, 짐, 사막, 권태의 분노.    누구에게 나를 세놓을까? 어떤 짐승을 숭배해야 하는가? 어떤 성상을 공격할까? 어떤 가슴들을 상하게 할 것인가? 어떤 거짓을 품어야 하는가? 어떤 유혈 속으로 걸어가야 할까?    오히려, 정의를 경계할 것. 힘겨운 삶과 그저 멍한 상태. 말라빠진 주먹으로 관 뚜껑을 열고 앉아 숨 막히게 할 것. 그러면 노쇠도 위험도 없다. 공포는 프랑스적이지 않다.    --아! 나는 이토록 버림받아, 어떤 신의 영상에게 건 완벽을 향한 도약을 봉한 한다.    오 나의 헌신이여, 오 나의 경이로운 자비여! 그렇지만, 이 세상에!     나는 바보이다.   -----------------      아직 어렸을 때 나는 수시로 도형장에 갇히는 다루기 어려운 도형수를 찬양했다. 하여 그의 체류로 말미암아 축성되었을 주막과 곳간들을 찾아다녔다. 나는 파란 하늘과 들판의 꽃피는 변형을 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도시들에서 그의 숙명을 냄새 맡 았다. 그에게ㅐ는 성자보다 많은 힘과 여행자보다 많은 양식이 있었다. 하여 오직 그만이! 그의 영광과 이성의 증인이었다.    길에서, 겨울 밤에. 숙소도 옷도 빵도 없는데, 한목소리가 내 얼어붙은 가슴을 껴안았다: 「약함 또는 힘. 너 거기 있구나. 힘이로 다. 너는 네가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모른다. 너는 아무데나 들어가고 모든 것에 대답한다. 사람들은 너가 시체일 때와 마찬가지 로 너를 죽이지 못할 것이다」 아침에 나의 눈초리는 너무나 멍하고 거동은 너무나 활기가 없어서, 내가 마주친 이들이        도시들에서는 진창이 갑자기 붉고 검게 보였다. 이 옷방에서 등불이 돌 때의 창유리처럼, 숲속의 보물처럼! 좋은 기회라고 나는 외쳤다. 나는 하늘에서 불꽃과 연기의 바다를 보았다. 그리고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무수한 천둥처럼 온갖 풍요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주연과 여자들의 우정은 나에게 금지되었다. 심지어 동행도. 나는 흥분한 군중 앞에서, 총살집행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 이 이해할 수 없었을 불행을 슬퍼하고 용서하면서! 잔 다르크처럼! 「사제, 교수, 선생들이여, 당신들은 나를 잘못 생각하여 나를 재 판에 넘기는구나. 나는 결코 이런 사람들에 속하지 않았다. 나는 기독교도가 아니었다. 나는 체형을 받으면서 노래하는 종속이다.        나는 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에게는 도덕 감각이 없다. 나는 짐승 같은 사람이다. 당신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 나의 눈은 당신들의 빛을 받아 감긴다. 나는 짐승이다. 흑인이다. 그러나 구원받을 수 잇다. 당신들은 가짜 흑인, 당신은  미치광이, 무자비하고 탐욕스럽다. 상인이여, 그대는 흑인이다. 관리여, 그대는 흑인이다. 장군이여, 그대는 흑인이다. 황제여, 늙 은 가려움이여, 그대는 흑인이다, 그대는 사탄의 공장에서 생산된 세금 붙지 않은 술을 마셔왔다. 이 민중은 열병과 암에 고취되어 있다, 병약자와 노인들은 스스로 끊어지기를 요구할 정도로 존경할 만하다. 가장 약삭빠른 것은 이 한심한 자들에게 볼모를 마련해 주려고 광기가 횡횡하는 이 대륙을 떠나는 것이다. 나는 캄의 진실된 어린이 왕국에 들어간다.    나는 아직도 자연을 아는가? 나는 내 자신을 아는가?  나는 죽은 자들을 내 뱃속에 묻는다. 외침, 북, 춤, 춤, 춤, 춤! 나는 백인들이 상육하여 내가 무로 떨어질 시간을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굶주림, 목마름, 외침, 춤, 춤, 춤, 춤!          
909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댓글:  조회:3084  추천:0  2017-12-26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울고만 있는 너는. 말해 봐,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베를렌느, [하늘은 지붕 위로......]에서     * 베를렌느는 1844년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1896년 그의 나이 52세 때, 이 세상의 삶을 마감했다. 27세 때 랭보와 만나면서 그의 신혼생활을 파탄내고 동성애를 즐겼던 베를렌느, 랭보와의 동거와 여행 생활----, 즉, 떠돌이 방랑생활을 하다가 그를 떠나겠다는 랭보의 말에 충격을 받아서 랭보에게 권총을 쐈던 베를렌느, 첫 번째 몽스 감옥에서 [하늘은 지붕 위로......]라는 그의 걸작품을 썼던 베를렌느, 몽스감옥에서 교회로 귀의하고 말았지만 또다시 방탕한 생활 끝에 그의 어머니를 목졸라 죽이려고 했다가 끝끝내 두 번째 감옥의 죄인이 되어야만 했던 베를렌느......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울고만 있는 너는./ 말해 봐,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베를렌느의 반성은 수천 길의 낭떠러지를 이루고, 그의 참회는 알프스의 고산영봉들처럼 웅장하고 장엄하게 솟아오른다. 그의 눈물은 폭포를 이루고, 그의 울음 소리는 수많은 산 메아리와 산 메아리들을 울려 퍼지게 한다. 그러나 그는 참다운 반성과 참회자의 길을 걸어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저주받은 자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쿤룽(鯤龍)’ AG600 광둥(廣東) 주하이(珠海) 진완(金灣) 공항에서 이륙, 중국 첫 대형 소화/수상 구조 수륙량용 려객기 첫 비행 성공...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서부 '슬라뱐스키 불바르' 지하철역 부근에서ㅡ              인도 서부 라자스탄주(州) 사와이마도푸르 부근 바나스 강에서...   중경 초대형 "마라훠궈"     12월 19일 충칭(重慶, 중경)의 대표 건축물 라이푸스(來福士)광장에서 ‘공중 회랑’이 최초 250m 높이까지 올려진 모습이다.                                                                                                  [인민망 한국어판 12월 25일] 충칭(重慶, 중경) 차오톈먼(朝天門)부두 개조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공중 회랑’이 리프팅에 성공했다. 1,100톤 상당의 철강 구조로 된 회랑이 250m 공중에 설치된 것이다. 설치된 회랑은 4만 톤에 달했으며 같은 계열의 회랑 건축물 가운데 최고 높이를 경신했다. 두 강이 서로 만나는 차오톈먼 소재지, 이곳에 위치한 충칭의 랜드마크인 ‘차오톈양판(朝天揚帆)’은 라이푸스(來福士)광장이라고도 불린다. 250m 초고층 건축물 8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중 회랑’은 그중 4동의 건축물을 서로 연결하고 있다. ‘공중 회랑’의 길이는 300m이며 넓이 약 30m, 높이 약 22.5m 등의 크기를 자랑한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 회랑은 가로로 세워진 하나의 건축물로도 볼 수 있으며 250m 높이에서 4개의 건축물을 서로 연결하고 있다. 중건3국(中建三局) 프로젝트의 수석 엔지니어인 우슝페이(武雄飛) 씨는 해당 공중 회랑은 30m 정도 되는 2동의 건축물 사이에서 시공을 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시공팀은 1년 전부터 모의실험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8개의 유압기를 이용해 회랑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수정 회랑’은 총 3번에 나눠 공중으로 올려졌고 공중에서 최종 결합을 마쳤다. 이번에 올린 회랑은 T3S와 T4S 건물 사이의 트러스 부분이었다. 길이 42m, 무게 1,100톤에 달하는 회랑은 시간당 4-6m 정도의 속도로 올려졌다. 한편 해당 ‘수정 회랑’은 300m 길이의 3D 철강구조의 트러스로 세계 최초를 자랑한다. (번역: 은진호) ///인민망(人民網)   사람들이 베개를 가지고 서로를 공격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민망 한국어판 12월 26일] 12월 22일 저녁 상하이(上海, 상해) 시민들이 상하이 소재의 한 가게에서 열린 ‘베개 싸움’ 현장을 찾았다. 스트레스 해소와 즐거움이 있는 베개 싸움은 많은 시민들의 참가를 이끌어냈다. (번역: 은진호)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
908    <말(言)> 시모음 댓글:  조회:2331  추천:0  2017-12-24
  + 말의 힘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신선하다.  짜릿하다.  후련하다.  기분 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  얼음.  바람.  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린다.  비!  머릿속에 가득 기분 좋은 느낌표를 밟아보자.  느낌표들을 밟아보자.  만져보자.  핥아보자.  깨물어보자.  맞아보자.  터뜨려보자!  (황인숙·시인, 1958-)  + 말은  말은  가슴에 와 닿는  햇빛처럼  솔직해야 한다  번드르르한 말들과  지켜지지 못한 약속들이  떠오를 때마다 내 가슴은  찢어지는 듯하다  세상에는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  (코치세·치리카후아족 인디언 추장)  + 유일한 재산  말은 내가 가진 유일한 보석  말은 내가 입는 유일한 옷  말은 내 삶을 유지하는 음식  말은 내가 사람들에게 주는 유일한 재산  투카람은 말이 신이라고 증언한다  나는 나의 말로 신을 예배한다  (투카람·인도의 시인, 1608-1649)  + 문답법을 버리다  산에 와서 문답법을  버리다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구름을 조용히 쳐다보는 것  그렇게 길을 가는 것  이제는 이것뿐  여기 들면  말은 똥이다  (이성선·시인, 1941-2001)  + 풀잎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 덧  푸른 풀잎이 돼 버리거든요.  (박성룡·시인, 1932-2002)  + 나무는 말을 삼간다  나무는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니다  말을 삼가는 것이다.  할 말 있으면 새를 불러  가지 끝에 앉힌다.  새가 너무 말을 많이 하면  이웃 나무의 어깨 위로  옮겨 앉힌다.  동네가 시끄러우면  건너편 산으로  휘잉 새를 날려 보내기도 한다.  (강수성·아동문학가)  + 귀  입의 문  닫을 수 있고  눈의 문  닫을 수 있지만  귀는  문 없이  산다  귀와 귀 사이  생각이란  체 하나  걸어 놓고  들어오는 말들 걸러 내면서 산다.  (정현정·아동문학가)  + 마음공부  혼자 있을 때는  자기 마음의  흐름을 살피고  여럿이 있을 때는  자기 입의  말을 살펴라  (작자 미상)  + 말하라  땅 속의 뿌리를  보지 못하면서  꽃을 말하지 말라  뭇 짐승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서  산을 말하지 말라  별이 어둠과 있음을  알지 못하면서  우주를 말하지 말라  그러나 세상 한 티끌도  모른다 함은  언제든 순순히 말하라  (청포 이동윤·시인)  + 말의 빛  쓰면 쓸수록 정드는 오래된 말  닦을수록 빛을 내며 자라는  고운 우리말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억지 부리지 않아도  하늘에 절로 피는 노을 빛  나를 내어주려고  내가 타오르는 빛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언제나 부담 없는  푸르른 소나무 빛  나를 키우려고  내가 싱그러워지는 빛  "용서하세요"라는 말은  부끄러워 스러지는  겸허한 반딧불 빛  나를 비우려고  내가 작아지는 빛  (이해인·수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시)  + 흰 종이의 숨결  흔히 한 장의 백지가  그 위에 쓰여지는 말보다  더 깊고,  그 가장자리는  허공에 닿아 있으므로 가없는  무슨 소리를 울려 보내고 있는 때가 많다.  거기 쓰는 말이  그 흰 종이의 숨결을 손상하지 않는다면, 상품이고  허공의 숨결로 숨을 쉰다면, 명품이다.  (정현종·시인, 1939-)  + 고요함에 대하여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고요함이다.  산에 둘러싸인 작은 밭에서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플 때까지 괭이질하며  가끔 그 허리를  녹음이 짙은 산을 향해 쭉 편다.  산 위에는  작고 흰 구름이 세 조각 천천히 흘러가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고요함이다.  산은 고요하다.  밭은 고요하다.  그래서 나는 고향인 도쿄를 버리고 농부가 되었다.  이것은 하나의 의견인데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고요함이다.  산은 고요하다.  흙은 고요하다.  벌이가 안 되는 것은 괴롭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하고 소중한 것은  고요함이다.  (야마오 산세이·일본의 생명운동가)  + 신이 내게 묻는다면  무너진 흙더미 속에서  풀이 돋는다  신이 내게 묻는다면  오늘, 내가 무슨 말을 하리  저 미물보다  더 무엇이라고 말을 하리  다만 부끄러워  때때로 울었노라  대답할 수 있을 뿐  풀은 자라  푸른 숲을 이루고  조용히 그늘을 만들 때  말만 많은 우리  뼈대도 없이 볼품도 없이  키만 커간다  신이 내게 묻는다면  오늘 내가 무슨 말을 하리  다만 부끄러워  때때로 울었노라  대답할 수 있을 뿐  (천양희·시인)  + 침묵 수행   눈과 얼음으로  담벼락을 높이 둘러친  겨울숲이 안거에 들었다  봉쇄 수도원처럼  침묵으로 정진하고 있다  눈 내리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  새 날아가는 소리도  멋모르고 숲속에 들어왔다가  얼어붙은 채 허공에 걸려있다  길도 끊기고  한 번 발 들이밀면  결코 밖으로 나갈 수가 없는  무덤 같은 곳이라  저절로 숨이 턱턱 막히는 곳이다  겨울숲에서는  살과 살이 붙어서내는  화로 같은 말을 잃어버릴 것이다  뼈와 뼈가 부딪혀내는  칼날 같은 소리를 잊어버릴 것이다  겨울숲에  한참 앉아있으면  안거 끝내고 나가는  나무가 하는 말이라든가  바위의 소리라든가  눈 깜빡거리며 들을 수 있겠다  (김종제·시인)  + 묵언(默言)   내 나이  어느새 쉰 셋  불혹의 고개 넘은 지  오래  이제 침묵으로  말할 때가 되었다  입으로 내뱉은 말  많은 날에는  마음 한구석이 왠지  허허롭고 편치 않다  앞으로 남은  세월에는  입은 바위처럼 무겁게  귀는 대문처럼 활짝 열고  마음은 깃털같이 가볍게  하루하루 살아야지  가슴속 깊이  푹 익은 얘기  말없이 눈빛으로 말해야지  (정연복) 
907    시와 시작론 댓글:  조회:1941  추천:0  2017-12-22
시로 쓰는 시작론 묶음 / 오남구  작성자: 강려   고정관념 / 오남구 -시로 쓰는 시작론·1     고정관념의 대표 선수  신神은 시인 앞에 오면  한 낱의 낱말이다  시인은 낱말을  죽이고 또 창조한다.   부서진 이미지의 조각 / 오남구 -시로 쓰는 시작론·2     아스팔트 위에서  유리, 산산이 깨어진  아침 햇살이 찬란하다.  아니, 아침의 풍경들이  산산이 깨뜨려진다.  수많은 유리조각 하나 하나마다  온전하고 현란한  하늘이 들어가 있다.  -꽤 오랫동안  유리 조각들을 들여다보고  부서진 유리의 이미지 조각들을  창틀에다 짜맞추어 본다.  실제로 셀로판지를  구겼다 접었다 쫙 펴듯이 한다.  그 때마다 비쳐서  움직이는 사물의 모습  유리를 통해서 투시된  구겨서 버리는 내면,  -두 개의 생각이 반복하여  쫓기고 쫓는다.   감각 여행 / 오남구 -시로 쓰는 시작론·3     자-, 자세를 가다듬고 눈을 감는다  편안히 호흡을 고른다  깊이 숨을 들이 마신 후에  아랫배에 지그시 힘을 모은다. 그리고  천천히 천천히 숨을 쉰다  1초, 2초, 3초,…  이제 감각여행을 떠난다. 태양!  태양을 마음에 그린다  태양을 향해서 몸이 둥둥 떠간다  경비행기 속도로 간다  빛의 속도로 간다고 생각한다  1초, 2초, 3초,…  태양! 태양이다  느껴 본다. …뜨겁다 …탄다 …눈을 뜬다   우주 유영遊泳 /오남구 -시로 쓰는 시작론·4     지구 밖의 한 점에서 보자  지구의 자전에 따라서  낮에 서 있던 나무가  밤에는 쳐박히는 모습이 된다  어둠 속에 산발한 잎들  느낌을 움직여 보자  “자, 나무를 눈 앞에 떠 올리시오!”  “빙글 움직인다, 밤!”  “빙글 움직인다, 낮!”   직관지直觀知  / 오남구 -시로 쓰는 시작론·5     “꽃을 하나하나 분해하시오!”  “눈을 맞추시오!”  되도록 자세하게 분해하며  부분부분을 보도록 한다.  “쓰레기통에 버리시오!”  해서 모두 쓰레기를 만들어 버린다.  그러면 꽃은 없게 되고  눈맞춘 느낌만 있게 되고,  그 후 그 느낌을 그대로  필름을 거꾸로 돌리듯이  꽃잎이며 수술이며 자유로이  마음 속에 그래서 핀  마음의 꽃.    의식의 불빛 / 오남구 -시로 쓰는 시작론·6     낮에는 건물의 분명한 외형  선명히 강한 느낌을 나타내다가  밤이 되면 모든 윤곽은 사라지고  다만 의식의 불빛이 빛난다.  이 때 내부가 환희처럼  드러나 보인다.  내부가 환히 드러나 본질이 보인다.  빛에 의해 형상이 보이던 꽃  모습이 몽롱히 사라지면  형체가 없는 무형한 꽃  생명의 본질이 움직인다.   탈관념脫觀念 / 오남구 -시로 쓰는 시작론·7     살포시 눈을 감으면 좋다  마음 속으로 눈 앞에  깨끗하고 가장 아름다운 공을  상상해서 그린다  공을 튀기어 본다  공이 점점 높이 튀어 오르도록 한다  그래서 천장도 뚫고 올라가서  하늘 높이 튀어 오른다  이렇게 튀는 상상을 반복해서  파란 하늘까지  튀어 오르게 하여  별로서 박힐 때까지 계속한다  이런 일을 반복한다  심상이 관념의 벽인 천장도 뚫고 나서  중력의 아무런 관계 없이  눈을 떠 본다. 컵이며 휴지며  모든 사물이 뜬다.   마음에 비치는 언어 / 오남구 -시로 쓰는 시작론·8     눈을 감고 있는  명상하는 배경이  수묵화처럼 펼친다  조선의 여인이 앉아 있듯, 달 기울고  싸락눈 북새치고  외로운 개가 깨어 짖는다  그토록 시간이 가고  푸르도록 바라본 세월이었을까  가끔은 눈물도 찍어 내는  그 자신을  애틋이 직관하기도 한다.   마음이 물을 보면 물 / 오남구 -시로 쓰는 시작론·9 마음은 원래 비어 형상이 없고 마음으로 보고 느끼는 것들 만상萬象이 있게 된다 마음이 물을 보면 물이 되고 바람을 보면 바람이 된다 내 손에 꽃을 들고 있을 때 마음이 화병이면 꽃이 된다 꽃은 마음의 질서이다 몸을 이루고 있는 성품이 작용하는 느낌이다 질서는 성품이 투사된 느낌이다.   시인의 화두 / 오남구 -시로 쓰는 시작론·10     ‘꽃!’하고 오직 집중이다.  스님이 화두를 가지고  혜안慧眼을 열어가듯  눈을 감고 있노라면  마음 속에서 거품이 올라오듯  잠재해 있던 느낌  꽃들이 떠오른다.  끝내는 아무 생각도 없이  맑게 되어 어느덧 그  마음도 맑아 투명하다.   우주는 생명체 / 오남구 -시로 쓰는 시작론·11     육신에 마음이 있듯  나와 우주는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로서  우주에도 마음이 있으니  그 마음이 신이다. 그러니  곧 내 마음이 신이요  신의 마음이 내 마음이다.  마음이 흐트러지면  신도 흐트러진다.  
906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7 댓글:  조회:2187  추천:0  2017-12-22
동시조 창작의 이해 동시조 짓기는 이해-감상-창작이란 세 단계를 거치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가. 암송을 통한 동시조의 이해 동시조 이해의 과정은 동시조를 암송하는 일이다. 소년한국일보 김수남(색동회 회장) 전 사장은 한 평생 시 보급 및 암송과 독서운동을 펴시다 작고하였다. 그는 명시 200편 정도 외우고 있으면 저절로 시인이 된다고 하였다. 또한 서정주 시인도 시인이 되기 위해서는 시를 200편 정도 외우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피나는 암송의 노력을 말하는 것이다.  동시조는 결코 정해진 몇 가지의 지적인 문제의 해결로 이해가 되는 것이 아니다. 동시조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사물에 대한 깊은 정감은 동시조를 쓴 사람이 아니면 체험하기 어렵다. 이러한 지은이와의 교감이 바로 암송을 통해 가능하다. 동시조의 암송은 동시조 이해에 있어서 필수적인 과정이다. 나. 감상을 통한 동시조의 이해 동시조의 감상 과정은 동시조를 읽거나 암송한 동시조를 감상한 후 동시조의 소재를 찾아보고, 주제를 찾아내고, 느낌을 말하고, 재미있는 표현을 찾는 일이다. 이처럼 명시에 대한 감상이 끝난 다음 동시조집을 통하여 많은 동시조를 읽어보고 같은 방법으로 제목 붙이기, 소재 찾기, 주제 알아내기 등으로 감상하면 동시조에 대한 이해가 더욱 빠르다. 바위 신현배 잠자리가 잠시 앉아/졸다 간 그 자리에// 나도 가만 누웠다가/깜박 잠이 듭니다.  잠자리 꾸다 만 꿈을/내가 대신 꿉니다.(아동문예 2000. 3월호) 즉물적, 서경적인 표현에 안주하지 않고 , 와 시적 화자인 와의 교감을 내면적인 꿈의 경지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는 깨어 있는 시인의 열린 세계를 지향하는 끊임없는 자기 확충이기도 하다.  여름밤 신현배 해수욕장 모래밭에/텐트 치고 누운 밤은// 나는 금세 잠 못 들고/바다처럼 뒤척여요.// 동생은/파도 소리 덮고/새근새근 자는데.(아동문예 2000. 3월호) 라는 묘사는 그 비유가 적확(的確)하고 예리하다. 칼로 따지면 날카로운 비수(匕首)다. 낭만적인 바닷가 여름밤의 정경이 아닌 생활의 시로서 시적 진실에 육박하는 그러한 유의 동시조이다.  사진 찍기 신현배 부처님 사리탑이/서있는 절 마당에// 아이가 엄마 앞에서/독사진을 찍는다.// 때마침 독경 소리가/ 배경으로 찍힌다.// 정으로 돌을 쪼듯/내리쬐는 볕 따가워// 셔터를 누르기도 전에/눈감아 버리는 아이// 저만치 솟은 미륵불도/따라 눈을 감는다.(아동문예 2000. 3월호) 앞서도 말했지만 라는 이지적인 표현도 날카로운 비수와 같다. 라는 표현은 청각적 상상에서 시각적 상상으로 전이되는 시적 효과를 내고 있다.  신현배 씨의 동시조는 비유가 날카롭고 생동감이 있다. 주관적 감흥을 철저히 배제하고 냉철하고 예리한 비유로 시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옛 시조의 구각(舊殼)에서 벗어나 현대인의 생활 감정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현대시조 특유의 감각과 품격을 갖춘 동시조를 쓸 수 있는 시인이라고 보아진다.  허일 씨는 에서 ‘내 나이 일곱 살,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그 모두가 신기하고 아름답다. 아침이면 풀잎에 이슬 구르는 소리가 귀에 들리고. 밤이면 은하강물에 별조무래기들이 잠방거리며 멱 감는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올해 내 나이 일곱 살, 그 위에 더께로 쌓인 60년 세월의 얼루기를 지워버리고, 내 사랑하는 손자놈과 동갑나기가 되어 동시조를 갈고 다듬노라면 이 세상에서 나는 가장 행복한 어린이가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동심에 젖어 사는 원로 시인의 행복한 심경의 고백이기도 하다.  개나리 허 일 망울진 꽃눈들이/도톰 도톰/눈부시다.// 따스한 햇살이/한나절만 어루만지면// 봄이다!/소리지르며/눈뜨겠네 일제히.(아동문예 2000. 3월호) 햇살이 개나리 꽃망울 터뜨리는 봄의 환희를 높은 시적 경지로 나타내었으며 서정적인 동시조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세 발 자전거 허 일 따르릉/바퀴에 불붙었다/세 발 자전거// 앞산이 달려온다/가로수가 뒷걸음친다// 활짝 핀 코스모스 길/만국기가 펄럭인다.// 달린다/따릉따릉/바람처럼 구름처럼// 짱아를 동동 날리며/무지개 뜬 언덕 넘어// 노을이 사윌 때까지/별이 눈뜰 때까지.(아동문예 2000. 3월호) 신나는 세 발 자전거 타기를 통해 숨돌릴 틈도 없이 전개되는 시적 호흡으로 생동감과 박진감이 넘쳐나고 있다. 영원으로 회귀하는 동심의 문학. 이는 아동문학만이 갖는 매력이자 앞으로 우리 동시(조)인들이 추구해야 할 영원한 테마이기도 하다. 신현배 씨와 허일 씨의 동시조의 향연은 새봄을 재촉하는 봄비와 같은, 오랜만에 맛보는 동심의 봄 잔치였다.  다. 작법을 통한 동시조 이해 김제현 교수는 시조라는 장르의 전통이 우리 문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접하게 된다. 흔히 전통이란 독창성이 없는 것, 이미 지나버린 것, 보수적이거나 과거 지향적인 것쯤으로 생각하기 일쑤이지만, 실은 오늘에 되살려야 할 가치 있는 것, 새로운 창조의 기반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은 그저 상속되는 것이 아니다. 전통을 갖기 원하거든 굉장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 T.S 엘리어트의 말과 같이 전통을 살아가는 힘으로서, 창조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답습과 고수가 아닌 새로운 추구의 연구와 노력이 따라야 한다. 동시조도 우리의 전통시조로서 그 몫을 다하고 오늘의 시로서 작품성을 제고해 나가기 위해서는 작시 태도와 방법상에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변화가 있어야 한다. 첫째, 주제 의식의 확대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영탄적 정서를 지양하고 실존의 의미와 현실적인 삶의 정서를 노래해야 한다. 현실의식과 현대적 감각이 없는 시조란 현대 시조일 수 없기 때문 이다. 둘째, 소재의 확충이다. 산수경물만이 시의 소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 사물, 현상들이 모두 시조의 재 료가 되는 것이며 체험적 사실이 시조의 소재로 선택됨으로써 사실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시조 형식에 대한 철저한 이해이다. 3·4나 4·4조로 글자 수를 맞춤으로써 시조가 되는 것이 아니다. 시조란 4음보의 음보율에 따라 의미가 전개되는 율격의 시이기 때문이다. 시조가 율격 4음보율 시임 을 이해함으로써 넓고 다양한 의미를 자유롭게 표현해 나갈 수 있게 된다.  넷째, 상상력의 확대이다. 시조는 전통적으로 감성적 상상력에 의존해 왔다. 그로 인해 사상성의 단순성을 면 치 못하고 있는 터이다. 이를 극복하고 사물 또는 생명의 본질적 의미를 형상화해 가기 위해서는 논리적 상상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동시조 작법에서 대체적으로 지켜야 할 점을 살펴보면 ① 운율을 살려 정직하고 고운 말로 솔직하게 쓴다. ② 매일 반복적, 관념적, 설명적, 상식적인 내용은 쓰지 않는다. ③ 생활 주변 얘기로 아름답고 따뜻한 생각을 드러낸다. ④ 관찰력과 상상력으로 나만의 새로운 발견을 해야한다. ⑤ 장과 장, 연과 연들이 주제에 맞게 관련지어 쓴다. ⑥ 기초적인 수사법 (비유법, 강조법, 변화법)를 활용하여 쓴다. ⑦ 쉬운 시어를 활용한다. ⑧ 각종 동시조집, 시조집을 감상한다. ⑨ 다독, 다찰, 다송, 다사, 다작(1만-3만장 습작 : 시도열림)을 한다. ⑩ 글다듬기를 한다. ♣ 기초적인 수사법 ♣ ☞ 직유법은「~ 같이~처럼 ~인 듯 ~인양 ~만큼 ~마냥」등과 같이 어떤 사물을 무엇에 빗대어 나타낸 말. ◈ · 달은 술 취한 농부의 얼굴(처럼) 벌겋다. · 사시나무는 템버린(처럼) 잔결소리를 낸다. · 낮달(만큼) 높이 떴구나. · 거북이(인양) 아기가 기어간다. ☞ 은유법은「~은 ~이다」처럼 나타낸 말 (메타포)」 ◈ · 꽃봉오리(는) 등불. 분수(는) 수양버들. 민들레(는) 징검다리 ☞ 활유법은 무생물을 생물처럼 나타낸 말(의인법, 의태법, 의성법)  ◈ · 징검다리 건너는 (바람의 뒤꿈치). · 풀잎에 (앉아 망을 보는 아지랑이). · 나무는 (초록빛 깃발을 꺼내 들고) · 풀잎 속으로 (가라앉은 가을) · 꽃이 웃고 있네 ☞ 도치법「날아라 비행기야」, 영탄법「아, ~는 구나」, 비교법「~보다」, 반복법「산에 산에 산에는」, 대조법「산은 높고 바다는 깊다」등이 있다. 라. 창작과정을 통한 동시조의 이해 동시조 창작에 있어서도 이해를 돕기 위하여 일본인 ‘이또 게이지(伊藤桂一) 시 창작의 8단계를 인용하면 좋다. 이 8단계만 잘 이해한다면 동시조를 쓰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동시조를 어떻게 쓰는 것인가를 충분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럼 ’한 그루의 나무‘를 보고 ‘이또 게이지’ 시 창작의 8단계를 살펴보자고 한다. 한 그루의 나무 ① 1단계 :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2단계 :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3단계 :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4단계 :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5단계 :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6단계 :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7단계 :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8단계 :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이 8단계의 발상차원 중 1단계~4단계까지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1단계~8단계까지는 시인으로서의 고도한 시각을 지녔을 때만이 가능하다. ① 1단계 : ‘한 그루의 나무가 그저 서 있구나’(누구나 볼 수 있는 시각) ② 2단계 : ‘무슨 나무일까’ 하고 의문을 갖는다든지, ‘꼭 모양이 벌 서 있는 것 같지’ 라 고 생각했다면 2단계에 해당된다. ③ 3단계 : 그냥 바람에 가지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 에 눈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나무가 춤을 추듯 흔들리는구나’ 표현했다면 일단 시(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④ 4단계 : 바람에 스친 나무 잎사귀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세밀히 관찰 해야 한다. 그 결과 '아, 나뭇잎도 춤을 추는구나' 한다든지 '수십 마리의 목어가 가지 끝에 낚여 있구나' 했다면 충분히 시적이 된다. 이상 발상차원의 4단계는 사실, 조금만 눈을 뜨거나 시(詩)적 시각을 갖추면 능히 해 볼만한 단계다. 왜냐하면 일단 눈에 보이는 외양만 잘 관찰하면 능히 나무를 새롭게 볼 수 있고 또 새롭게 창출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가 되기 위해서는 새롭게 보았다거나 겉모습만 새로이 바꿔 놓았다고 해서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시가 되려면 아직 아무도 생각해 보지 못했고, 또 누구도 그렇게 느낀다거나 상상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것으로 재구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⑤ 5단계 : '나목은 더운 체온을 꿈꾸며/ 마른기침을 해댔다' 의인화를 통해 '체온', '마른기침'은 생명의 표징이란 점에서 보면 나무의 생명력을 말해주는 것으로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되고 그 때문에 발견적 시각을 동원했다고 할 수 있다. ⑥ 6단계 : '나무는 팔을 들어/ 하늘과 손을 맞잡고자/ 종일토록 발돋움하고 있었다//' 이 시에서 나무가 하늘과 손을 맞잡고서 발돋움 한 것은 구원의 시사가 된다. 즉 나무를 통해 구원을 시사한 것을 발견해 냈을 때만 이 나무의 궁극적 사상은 성립되므로 이는 곧 나무의 사상을 발견한 것이 된다.  ⑦ 7단계 : '바람은 늦가을 가지 끝에 앉아/ 멀리 투망을 던져/ 마지막 치어 까지 예인해 갔다//' 이 시에서 바람은 볼 수가 없지만 바람으로 하여금 투망질을 하게 하고, 또 예인을 하게 하여 바람을 동태화 하면 바람의 모습이나 행위가 의인화를 통해 분명히 드러나게 된다. 시도 언어로 형상화되는 언어 미학이고 보면 부득이 이런 수사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⑧ 8단계 : '나무가 가리키는/ 손 끝 저쪽에는 수림의 향수가/ 자운으로 피어 있었다//' 이 시에서 나무 저쪽의 세계는 나무가 향수 하는 세계, 혹은 향수가 자운으로 물든 채색된 세계가 된다. 즉 나무가 항시 서서 발돋움하는 것은 세계지향으로 볼 수 있고, 이 드러나지 않는 세계지향을 보는 것이 바로 나무 저쪽의 세계를 보는 시인의 눈인 것이다.  이를 정리하면 1단계~4단계까지는 눈에 보이는 것을 보았던 것으로 5단계~8단계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를 보아야 한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즉 시인은 발견자로서  첫째, 눈에 보이는 것을 보는 시각의 소유자가 아니라, 남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줄 아는 사람을 의미하고  둘째, 드러나지 않고 가려진 부분까지를 발견해 낼 줄 아는 사람을 의미하고  셋째, 꼭 보지 않으면 안될 것을 볼 줄 아는 사람(랭보:프랑스 상징주의 대표적인 시인)을 말한다.
905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6 댓글:  조회:2095  추천:0  2017-12-22
▶ 동시조, 그 아름다운 이름으로 일어나라 ◀   동시조  1.동시조론    이 글은 울산병영초등학교에서 매주 실시하고 있는 “느티나무 동시조교실”교실 내용을 요약한 내용으로 서술의 성격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문학용어나 시어 사전적 단어들을 제한적으로 사용하려 하였으며 이는 이론서의 개념보다 현장에서 쓰여질 목적에 그 눈높이가 있다. ‘동시조론’이 ‘시조론’과 다르다는 영역의 확장을 고심했으며 ‘동시론’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였다. 특히 '동시조 퇴고 실제 예' 와 '시조 가락의 열림과 닫힘의 미학' 부분중 지면 관계상 장과 장의 부분만 서술하고 '6구와 12음보의 열림과 닫힘의 미학'부분은 다음을 약속한다.   * 마당에 줄 세우기 *   1). 시조(時調) 어원 재해석 2). 동시조 출발 의미 3). 동시조와 동시 4). 동시조 형식의 재해석 5). 동시조의 전개 방법 6). 동시조 퇴고의 실제 방법    (1).동시조에 쓸 수 있은 단어인가?    (2).시조 가락의 열림과 닫힘의 미학    (3).의성어·의태어 사용법    (4).한 작품내에 동일 단어의 사용    (5).곁가지 치기    (6).고시조 답습식 단어군 퇴고    (7).장과 장 퇴고    (8).종장 퇴고    (9).내용과 제목의 퇴고   7).배열(행연)의 문제 8).동시조에 쓰지 못하는 단어 9).시조작법 명언집 10).마당 닫은 글   1).시조(時調) 어원 재해석            (1).시조의 '시(時)'자의 의미 잡기   “시(時)”자는 漢字어로 때(시간)를 나타내는 말로 이것은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말입니다.“시(詩)” 즉 문학의 한 부분의 의미로 사용하는“시(詩)”자를 사용하지 않고 시간이란 의미의 “시(時)”자를 사용하였을까요? 그것은 여러 친구들에게 “시간”이란 무엇입니까?'  먼저 묻고 싶은 말입니다. 시간은 세상을 움직이는 흐름의 기본 단위입니다.즉 시간은? 인간의 일생이고,풀 한포기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살아있고 바다와 하늘이 가지는 흐름의 의미로 보아야 합니다. 시간은 미래 지향적이며 과거를 거울로 현재의 삶을 충실히 한다는 인간 삶의 의미로 확대 가능 합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시조〕의 “시(時)”자는 단순한 문학적 요소가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우주관가 역사관 그리고 우리 삶의 미래 지향을 위한 의미로 '시(시간)'이란 시(時)자를 썼습니다.              (2).시조의 '조(調)'자의 의미 잡기    시조의 “조(調)”의 한자(漢字)적 뜻은 “조절하다”란 뜻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왜 시조의 앞 자인 시간의 뜻인 “시(時)”자 다음에 “조절 한다”란 “조(調)”자를 썼을까요? 그것은 '시(時)'자가 가지는 시간의 흐름을 조절하고자하는 의미로 사용 되었습니다.    즉 시간을 조절한다는 것은?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이성적인 행동으로 자신을 아끼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도덕을 지키며, 법을 지키고, 질서를 지킨다는 작은 의미에서부터 자기 자신을 수양하고 남을 이롭게 하며 우리 민족과 더 크게는 세계의 주인인 나를 다스린다는 큰 의미도 포함 됩니다.    즉 우리 선조들은 '시(詩)'를 쓴다는 의미보다 자신을 수양하고 나라를 생각하고 민족을 생각하는 큰 의미로 이 '시조(時調)'란 단어를 만드신 뜻입니다.    그러므로 '時調'는 자신의 생활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물을 맑은 눈과 냉정한 이성으로 깊은 관찰 결과에 문학적 감동을 이 시조(동시조) 얹어 자신의 수양과 우리 민족과 더 나아가 이 세계를 다스리고자하는 뜻이 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단순히 우리 고유문학이라는 의미에서 벗어나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3).시조 어원의 이해     ①.과거형이 아닌 현재형 쓰기이며 미래형으로 닿는 쓰기여야 한다.     ②.소재,내용,단어의 선택이 (1)항을 충실히 수용해야한다.   즉 이 시대 시조의 방향이 저 초가지붕 위의 박과 달빛을 담기에는 그릇이 그 시대의 그릇이 아니라는 자기 성찰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시조 어원의 재해석’의 이해는 곳 시조의 근본적 이해로 볼 수 있다.   2). 동시조 출발 의미    동시조의 출발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우리를 안으시고 밤마다 불러주시던 자장가다.그것은 우리 귀에 자연히 앉은 우리 언어의 구조이며 수천 년 우리 언어의 흐름이며 해부학적으로는 우리 입과 목과 치아의 구조입니다.    그 흐름은 3.4조의 흐름이며 글자 수(자수)와 음보(가락)가 어우러지는 우리 민족의 내재율 입니다. 그 중심의 자수는 3자이며 그 흐름의 길이는 3자수를 축으로 우리 언어의 자연스러운 길이인 앞이 짧고 뒤가 긴 틀에서 조율되는 우리의 언어이자 그 언어의 문학적 실체화입니다. 자유시(세계 모든 시)와 다른 기준이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써야 하는 의무감도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글사랑과 그 동일 선에서 흘러야 하는 큰 이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3). 동시조 와 동시            (1).동시와 동시조가 같은 점    그 내용과 소재 그리고 쓰는 목적이 같다.            (2).동시와 동시조의 다른 점    동시는 일정한 형식이 없이 자유로운 행과 배열이 자유스럽다 그러나 동시조(시조)는 앞에서 말한 우리 언어의 기본 구조인 3.4조의 음보(걸음)에 '하늘(초장)' 과'땅(중장)'과 '인간(종장)'의 기본 구조인 초장· 중장·종장의 형식에 얹어 하늘을 땅을 인간을 다스리는 정형(형식)의 시다.   이는 전장에 서술한바와 같이'시조(時調)'의 단어 풀이에서 말했듯이 단순한 문학적 종류인 동시(詩)를 넘어 즉 시조는 시간, 현재, 과거와 미래, 생(生)과 사(死), 그리고 우주를 스스로 다스리는 우리민족의 고유한 우주관이 담긴 문학입니다.   4). 동시조 형식의 재해석    시조의 기본 형식을 따른다.그러나 그 형식의 해석을 동시조의 눈높이로 다시 할 필요성은 지금의 시조단이 가지고 있는 3장6구12음보의 어려운 형식적 해석으로 그 한계가 있다. 이는 해석의 질의 수준이 아니라 동시조 눈높이라는 선과 우리 민족의 정서와의 선에서 서술하려고 한다.   시조의 기본 형식은 아래와 같다. ------------------------------------- 초장│....3....│....4....│....3....│....4.│ ------------------------------------- 중장│....3....│....4....│....3....│....4..│ ------------------------------------- 종장│...(3)...│..5.... │....4....│....3. │ --------------------------------------    위 형식에서 각 장을 다시 반으로 나누면 6구가 그리고 그 6구를 다시 반으로 나누면 12음보다. 이는 누구나 한번쯤 듣고 아직 이 형식의 해석에서 가감의 말이 없는 것이 사실이고 어찌 보면 이 형식의 무게로 인해 시조의 대중성 (대중성이란 많은 사람들이 쓴다는 것 보다 이 글에서는 생활속에 쓰여 진다 로 해석 한다)을 확보 못하는 무게다.     여기서는 의 해석은 우리 민족의 정서에서 그 출발점을 찾고자 한다. ----------------------------------------------- 초장(하늘)│ 3(1월) │ 4(2월) │ 3(3월) │ 4(4월) │ ----------------------------------------------- 중장 (땅) │ 3(5월) │ 4(6월) │ 3(7월) │ 4(8월) │ ----------------------------------------------- 종장(인간)│(3)(9월)│5(10월)│4(11월) │3(12월)│ -----------------------------------------------   이는 앞장에서 해석한 '시조(時調)'의 어원 풀이에서 서술한 것처럼 막연한 문학적 장르가 아닌(詩) '시간(時) 즉 生과死을 포함한 우리 민족의 정서 그리고 우주관이 담긴 시(時)조(調)를 즉,'하늘과 땅 인간(작자)을 다스리는 우리 고유의 문학이다'라는 선상에서 3장의 형식이 아우르며 그 하늘. 땅. 인간 즉 다스림의 길에 우리 언어의 자연스러운 길이(한국인이 가지는 언어의 기본 길이) '구'가 형성이 되고 각 구의 형성하는 단위인 음보가 12음보로 통하며 이 12음보는 일 년 12달의 각 내재적 특징을 가진다.    이는 3장6구12음보가 시조의 형식이란 존재보다는 아우름과 다스림의 존재이며 하늘·땅·인간이 서로 공존한다는 형식속에 내재되어진 형식이 시조의 특징이 있다.    초장(하늘)·중장(땅)·종장(인간)은 독립적이나 그 독립은 각 장의 공존으로 다시 어우르며 생성되는 원리이다.    좋은 시조(동시조)를 보면 각장이 독립적이면서 각장이 전체로 아우러짐을 볼 수 있다.즉 자유시와 또 다른 특징이다. 이는 3장6구12음보의 막연히 글자수 맞추는 문학이 아니라 우리 민족적 정서가 승화된 우리 자신의 태를 찾는 극히 자연스러운 '쓰기'로 발전하는 행이다. 즉 시조는 형식 속에 더 큰 형식이 내포되어 있다. 이 쓰기란 '한글사랑'의 가장 보편적인 행함이다.   5). 동시조의 전개 방법   동시조 전개 방법은 아래 분류 내용의 순서를 정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이론적으로 시간을 정하고 계획표를 만들어서 적용하기에는 문학이 가지는 비선형성을 강조하고자하며 동시조 쓰기 선행 뒤에 이론의 따름이 그 이유다.   즉 어린이들은 시조의 이론을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조를 쓰고 싶어 한다. 아래 각 항목은 서구적 문학이론이 가지는 시간적인 순서의 논리이며 서구적'과 우리 정서의 표현 실제 예는 '연극'과 '마당극'의 차이로 그 예를 볼 수 있다.이는 연극이 가지는 장소(무대)의 제한의 성격과 우리 마당극이 가지는 무한의 공간미와 원형(태극)의 멋이 그 차이다.   아래 각 항목은 그때그때 마당극적인 요소로 앞과 뒤가 없으며 뒤가 앞을 앞지르지 않으며 버리되 찾을 곳에 두어야하며 내가 아닌 우리로 우리가 나로 돌아오는 원리로 적용 해야 한다.    즉 동시조 작품 생산의 도구로 우리 마당문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놀이(제기차기,윳놀이,팽이치기,화살던지기,연만들기 등)에서부터 마당의 성격을 이용한 놀이 개발과 사용으로 동시조가 단순히 쓰기 문학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야하며 이는 동시조 생산의 지속성의 최대 무기이다.   ●소재(글감의 대상) 찾기 ●제목·주제 찾기 ●소재(글감의 내용) 찾기 ●일반적 이야기 전개와 정 ●동시조 형식에 얹음과 겯가지 치기 ●퇴고 ●감상·낭송 ※감상의 단계에서 낭송은 꼭 필요하다.   6). 동시조 퇴고 실제 방법    여기에 소개하는 퇴고법의 목적은 다수(50이상) 어린이들이 짧은 시간에 동시조 쓰기를  생활화 할 수 있고 그 작품 수준이 참여 어린이들 모두가 한번의 작품 퇴고로 일정 수준의  작품을 쓸 수 있게 하기위해 적용된 사례를 정리한 내용이다. 어느 작품에도 즉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며 특히 다수의 인원을 시조쓰기에 동참하도록 하기위한 방법을 목적으로 한   다.          (1).동시조에 쓰지 못하는 단어인가?                                  ( 8. 동시조에 쓰지 못하는 단어 참조 할 것)          (2).시조 가락의 열림과 닫힘 미학    여기에서는 장과 장의 열림과 닫힘만을 서술한다. 음보와 음보의 열림과 닫힘은 다음을   약속한다. 가락의 열림과 닫힘이란 장과 장이 넘어가면서 가지는 가락의 조절 기능을 서술   하는 것으로 가락의 부분과 내용의 부분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시조가   가지는 장의 열림과 닫힘 그리고 종장이 가지는 가락조절 형식의 내포을 서술하며 시조가   가지는 가락의 열림과 닫힘의 미를 작품 속에서 느끼기 위함. 시조의 내용의 흐름은 일반   적으로 초장은 작품을 펼치고 중장은 아우르며 종장은 다스림의 완성 형태의 작품들이   대분이다.    이런 내용적인 흐름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생성되는 시조의 가락의 열림(가락 여운의 진행)     과 닫힘(가락 여운의 맺음)이 발생하며 이는 내용의 흐름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면이 많다.    여기에서는 대표적인 시조의 열림 소리와 닫힘 소리를 구분하며 시조가 가지는 가락의 열림    과 닫힘의 미학을 실제 작품에 적용하기위한 기술적 서술이다.    열림과 닫힘은 각 장의 마지막 가락(네째 음보)의 여운 성격이 가지는 장과 장의 연결적 기    술이며 그 특징적인 구분을 통해 시조가 가지는 열림과 닫힘의 미학을 발견하기 위함.   ❶열림소리 * 완전열림:'~고' '~이' '~을(를)' '~은(는)'’~면’ 등 * 중성열림:종결형 어미(~다,~요,~네 등) 명사 등   ❷닫힘소리 * 닫힘:종결형어미( ~다,~요.~네 등)    시조 가락의 열림과 닫힘의 기본 형태는 초장-열림, 중장-열림(중성열림) 종장-큰닫힘의 형    태 하나와 초장-열림(중성열림),중장-닫힘 종장-큰닫힘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즉 가락의 완    급조절을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투영한 결과물이다.      문제는 중성열림의 쓰임이다. 이를 구분하기위해서는 기준이 있어야하기에 그 구분의 성격    을 서술한다. 작품에서 초장이 완전열림 소리로 끝나고 중장에서 닫힘과 중성열림 소리인 종    결형 '~다'가 왔다면 이것은 완전 닫힘으로 구분하고 초장이 닫힘과 중성열림인 '~다'로 끝    나고 중장에 완전열림인 '~고'가 왔다면 초장의 그것은 닫힘으로 본다.  초장이 닫힘인 '~다'로 끝나고 중장이 다시 닫힘인 '~다'가 왔다면 초장 중장이 중성적 닫힘   이다. 초장이 완전열림 '~고'로 끝나고 중장도 완전 열림인 '~고'로 끝났다면 중성적 열림이    다.  위의 중성적 열림과 중성적 닫힘 작품의 완성은 종장의 성격으로 작품의 완성도가 나타난다.    중성적 열림의 작품이 종장에서 똑 같은 완전열림인 '~고'로 마무리한다면 가락의 열림과    닫힘의 미가 조화를 잃은 특징이 있다.즉 작품이 완전열림의 작품이 된다. 이런 작품은 읽는    맛이 반복적이며 나열식 느낌을 가진다.   이 중성적 열림의 작품은 3장중 한 장은 닫힘의 가락적 여운이 필요하다.    중성적 닫힘의 작품이 종장에서 똑 같은 닫힘 '~다'로 마무리한다면 이 또한 가락의 열림과    닫힘의 미가 조화를 잃은 특징이 있다.즉 이 작품은 완전닫힘의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읽는    맛이 산문적인 서술형태의 글의 느낌을 가진다. 이 중성적 닫힘의 작품도 3장중 한 장은 완    전열림의 가락적 여운이 필요하다.    즉 이런 시조의 미를 잘 이해 못하는 작품에서는 읽은 맛이 떨어지고 이를 보완하기위해     여러 가지 행연의 조합(자유시적 배열) 및 무의미한 쉼표, 말줄임표, 느낌표, 물음표 등의 겯    가지가 발생한다.    여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종장이 가지고 있는 시조 가락의 완급 조절 기능이다.종장의    자수 형식은 초장 중장의 가락의 완전한 완급조절을 위해  ★첫째 음보는 우리 언어의 가장 자연스러운 길 3자수를 고정시키고,  ★둘째 음보에서는 초장·중장 가락의 모난 부분들의 아우름을 위해 긴 여운의 5~7자수를 두었으며,  ★세째 음보에서는 둘째음보의 긴 여운을 자연히 삭히듯 급격한 자수의 변화를 두지 않기위      해 4자수를 두었고, 셋째 음보의 여운을 마무리하는  ★네째음보는 종장의 첫 음보처럼 3자수로 돌아오는 우리 언어의 미적 완결을 가진 것이 시      조 종장의 특징이라는 사실이다. 즉 시조는 종장의 성격으로 인해 시조의 깊이를 스스로       느끼게 하는 맛이 있다.    이 열림과 닫힘의 미를 장과 장의 범위에서만 서술하였으나 더 확대하면 6구와 12보로의     열림과 닫힘의 원리로 이어진다. 지면상 6구12음보의 열림과 닫힘의 원리는 다음 지면을 약    속하며 조금은 기술적이나 이는 시조의 내적가락 무게의 원리로 보아 자유시와 다른 기준의    기준이다.   즉 열림은 닫힘으로 이르며 닫힘은 열림으로 닿고 종장은 그 열림과 닫힘의 완전한 완급조    절 기능을 가진다. 이는 단수에서 그 특징이 잘 나타나며 연시조의 경우 조심해야 할 것은     자유시의 영향으로 이 가락의 열림과 닫힘을 버리고 단편적 자수의 맞춤과 배열(행연)의 회    화적 무족건적 수용이 위험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실제 예와 작법은 지면상 다음 기회를     약속한다.               (3).의성어·의태어 사용법    동시조란 특성상 작품에 쓰여지는 단어군의 특징중 의성어·의태어의 사용과 그 많은 사용상    꼭 퇴고의 범주에서 서술해야하는 필요성을 본다. ①.그 수를 어느정도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수의 문제보다 시조가 가지는 언어의 다스림(가락)에 기준이 있다.    즉 의성어·의태어의 다용은 시조가 나열식 문장으로 흐르고 그 가락의 흐름이 튀고    탁해지는 성격을 가진다. ②.동일 성격의 의성어·의태어가 또 다른 형태로 사용되었는가? ③.의성어·의태어의 연속적 사용이 있는가? ④.의성어·의태어의 연속적 사용이 자연 스럽는가? ⑤.의성어 의태어의 자수가 3.4음보에 맞게 고쳐질 수 있는가?    특히 종장 마지막 음보에서는 기본 형식에 맞도록 퇴고해준다               (4).한 작품 내에 동일 단어의 사용 ①.그 단어의 수가 적당한가?(단수에서 특히 조심하여 사용) ②.동일 이미지(내용포함)를 가지는 성격으로 중복되어 사용되지 않았는가? ③.동일 단어가 변이형으로 여러번 사용되지 않았는가? ④.동일한 단어 사용이 자수을 맞추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지 않았는가? ⑤.제목으로 이미 사용한 단어를 작품 속에 다시 사용하였는가?                 (5)곁가지 치기     여기서 곁가지란, 작품속에서 버려도 그 뜻이 통하고 자수의 자연스러움(3.4조)에 가까워     질 수 있다면 버려도 되는 작품속의 모든 문자형태. 즉 겯가지 치기의 원칙은 시조가 가락     의 축에서 자수로 가는 문학이라는 것을 실천하기 위함.   ❶'~의'를 버려도 그 풀림이 자연스럽고 뜻이 전달되는가? ❷'~에'를 버려도 그 풀림이 자연스럽고 뜻이 전달되는가? ❸'~를(을)'를 버려도 그 풀림이 자연스럽고 뜻이 전달되는가? ❹'와(과)'를 버려도 그 풀림이 자연스럽고 뜻이 전달되는가? ❺'~도'를 버려도 그 풀림이 자연스럽고 뜻이 전달되는가? ❻'그래서,그래도,그러나,하지만'등의 쓰임이 꼭 필요한가?      주의)위 곁가지 치기의 우선 순위는 가락의 다스림이 자수의 다스림으로 가야 한다.                 (6).고시조 답습식 단어군 퇴고    일선에서 어린이들이 생산하는 동시조를 보면서 놀라운 사실의 하나가 고시조풍의 단어의    사용과 그것을 시조라고 믿는 어린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 시대 시조교육의 극명한 현실이며 시조인들 사이에도 아직도 그런 작품을 생산하고 그것 이 시조라고 믿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시조의 노령화의 연속적 수레바퀴의 틀에서 현실인식    과 자기 노력이 없는 현실의 결과이다. 시조라는 어원의 재해석의 인식이 없다는 사실이다.    즉 시조는 과거의 답습이 아니라 현실의 치열한 삶이며 그 치열함이 미래지향적이 문학의     생산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예) ~거라,~니,~랴,~라,~리,~이다,~더니,~로다,~오,~도다,세월,달빛,풍경,업겁,목탁소리,    청산 등.                     (7).장과 장 퇴고 ①.각 장은 뒷장 가락의 가락을 방해하지 않는가? ②.각 장의 넷째 음보의 여운이 뒷장의 첫째 가락에 영향을 주지 않는가? ③.각 장은 독립적인 완결성을 가지는가? ④.각 장의 내용은 잘 어울리는가? ⑤.제목과 각 장의 내용이 잘 어울리는가?                    (8).종장 퇴고    종장을 따로 서술하는 이유는 시조의 중심에 있는 장이며 시조의 특징이 있는 장이기에 그     퇴고의 중요성은 어는 장보다 중요하다.   ①.종장의 첫음보의 자수 3은 지켜지고 있는가? ②.종장의 둘째 음보는 5~7자의 가락을 갖는가? ③.종장의 첫음보가 둘째음보에게서 독립성을 확보하였는가? 즉 자수가 아니라 가락이다. ④.종장의 둘째 음보가 나열식 단어 사용으로 작품이 쓰여지지 않았는가? ⑤.종장의 둘째음보가 의성어·의태어의 단순 채움이 아닌가? ⑥.종장의 마지막 음보가 의성어·의태어 자수를 3으로 퇴고 할 수 있는가? ⑦.종장의 첫 음보가 막연한 자수을 맞추기 위한 연결형 '그리고, 그러나. 그래서. 하지만 등 등'등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는가?                    (9).내용과 제목의 퇴고     동시조에 쓰여지는 내용(소재포함)과 제목은 일부 기성시인들의 동시조(동시) 작품의 내용     과 제목에서 그 문제 점을 찾을 수 있다.이는 동시에서도 자주 문제시되는 동시와 비동시의     문제와 같은 문제로 동시조의 주체가 어린이라는 인식의 바탕은 공감하면서도 실제 발표되     는 작품에서 보면 어린이들이 수용하기에는 힘든 내용과 제목을 가진 작품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최고 작가 등용문이라는 신춘문예 동시부문에서도 이런 문제가 아직도 도출되고 있는 현실     에서 그만큼 접근 방법이 쉽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내용부분은 ①.어린이가 읽기에 적절한 소재와 내용인가? ②.불건전한 내용이 아닌가? ③.개인의 우상화나 자랑의 내용이 아닌가? ④.종교적 비방이나 우월성의 내용이 아닌가? ⑤.세계평화의 이념에 벗어나는 내용이 아닌가?   ※제목부분은 ①.비논리적 제목 ②.추상적인 제목 ③.특정인을 지칭한 제목 ④.어린이 정서와 멀어져 있는 제목 ⑤.어린이가 수용하기 힘든 소재의 제목   7).배열(행연)의 문제     배열의 문제를 올리는 이유는 현재 기성시인들이 쓰고 있는 시조작품의 많은 양이 자유시     가 가지고 있는 배열을 따르고 있고 이는 동시조를 배우는 어린이들에게 자유시적 배열을     학습하기보다 자유시와 시조의 차이점을 알리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즉 자유시의 그 자유     분방한 배열이 시조의 멋인 가락의 맛과 분명 다르며 여기에서 현재 문제시 되고 있는 시     조 파격의 한계 기준이 있다는 사실을 명시한다. 즉 시조의 표준형인 3열배열 고수가 아니     라 자유시와 다르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며 그 차이를 어린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해야한다.             (1). 3열배열(3장배열)  ★ 3장의 각장을 한 열로 보고 3줄로 배열한 형식    ˚초기 동시조(시조)를 배우는 어린이들에게는 3열 배열 쓰기를 익히도록 해야 하며    ˚쓰기와 함께 필수적으로 낭송으로 우리 시조의 3장6구의 맛을 몸으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    시조의 맛을 가장 느낄 수 있는 형식이며 자연히 3장6구12음보를 몸으로 습득할 수 있는      형식.             (2). 종장나눔4열배열    초장과 중장을 각 한 열로 하고 종장의 첫 음보을 다시 한 열로 잡고 종장의 첫 음보를 뺀    음보를 한 열로 하는 형식이다. 이 형식의 특징은 시조의 종장이 가지는 첫음보의 자수의 맛     과 종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형식이다.             (3). 종장독립5열배열   종장 나눔4열이 종장을 둘로 나눈다면 본 형식은 초장과 중장을 각각 반으로 나누어 4열로    하고 종장을 한 열로 한 형식. 초장과 중장의 구의 맛을 느낄 수 있고 종장의 독립성으로 시    조가 가지는 종장의 독립적 맛을 느낄 수 있는 형식.             (4). 3장나눔6열배열    각 장을 반으로 나누되 종장의 첫 음보를 한열로 하여 6열로 배열한 형식. 이 형식에서는 종장의 두 열(연)을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시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5). 기타 배열    이외에도 많은 배열이 있을 수 있으나 어린이들에게 시조의 맛과 처음 시조를 배우는 사람    들에게는 자유시와 혼동 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위험한 발상으로 본다. 즉 시조의 정형은     단수 3열 배열이라는 힘을 얹는다.   8).동시조에 쓰지 못하는 단어     이 항목을 따로 서술하는 근본 목적은 '한글사랑'의 실천이며 퇴고의 실질적 방법으로 사    용하기 위함.            (1)사전에 없는 단어. 단 작자의 의도에 따라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쓰여 져 객관    화한 조어(만든 단어)는 제외.      예) 꽃바람,꽃그늘,하늘바다,꿈길,꿈나라,하늘나라 등등            (2).개인적인 단어.    즉 개인의 언어생활 중에 굳어진 단어로 표준어의 범위를 벗어난 단어.            (3).욕, 장난 단어와 은어 및 채팅언어            (4).특정 상품의 이름 및 제품     예) 나이키.프로스펙스.신라면,진로소주,안성탕면,엘란트라(차 이름) 피카추.            (5).특정인의 이름     예) 가수, 연예인, 운동선수 등등 그러나 역사를 속 위인 및 나라를 빛낸 사람들 제외.     예) 이순신,손기정,유관순,이이,최영,황영조            (6).사전에 있는 단어중 글자수(자수)에 맞추기위해 단어를 늘여서 쓴 단어            (7).아름다운 한글이 있으나 한자어로 쓴 단어   9).시조작법 명언집   시조작법 명언집을 올리는 이유는 이것이 이론적인 측면보다도 실천적인 측면에서 나온 글이라 그 의미가 크다고 본다.   *추구하는 것을 게을리 하는 데서는 그 진수가 드러나지 않는다.      (1994.8 고 박재삼 시인) *특히 단수에서 열고(초장) 펼치고(중장) 닫는 (종장) 가락의 완급 조절을 어떻게 했느냐가 곧       작품의 성패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1993.6 박시교 시인) *시조는 오늘 우리들 삶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이지 결코 영탄일 수가 없다.      (1993.12박시교 시인) *항상 캐는 것이 없이는 안되는 것이 시조이다.      거기서 시도(정형율) 다스려야 하며 가락도 우러나와야 한다      항상 시조는 이 두가지가 운명적으로 따라다닌다.      (1994.9 고 박재삼 시인) *그것은 마치 절에가서 공 들이는 행위와 비슷한 일인지도 모른다.      (1994.8 고 박재삼 시인) *형식 그리고 가락 그리고 創意도 캐야하는 것, 요는 부지런히 대드는 것이 요긴하다.      (1994.6 고 박재삼 시인) *보폭이 마치 물흐르듯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1996.2 박시교 시인) *가락을 자연스럽게 다스리는 것이 누구에게나 주어진 과제다.   즉 시조를 잘 쓴다는 것은 이       합격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난다.          (1994.12 고 박재삼 시인) *시조의 정석은 역시 단수(短首)입니다.(고 박재삼 시인) *불필요한 생각의 곁가지를 과감하게 쳐내는 일도 아주 중요합니다. (1995.6 박시교 시인) *시조는 말할 나위 없이 가락의 문학이다.         (1992.10 고 박재삼 시인) *시조는 자고로부터 정형(定型)이면서 비정형(非定型)의 면모도 아울러 갖고 있는 셈이다. (고        박재삼 시인)   *한국시의 내일은 시조와 더불어 논의되어야 마땅하다.         (1994.1 박시교 시인) *시조는 3.4조로 되어있는 우리 한민족이 가지고 있는 정형시다.         (1994.7 고 박재삼 시인) *하루 이틀의 가벼운 수련으로서는 불가능한 것이고, 요는 부지런히 대드는 것이 요긴하다 .           (1994.6 고 박재삼 시인) *오늘 마음대로 안되니 어렵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늘 보물을 캐는 심정으로 노력해야 한다.           (1994.11 고 박재삼 시인) *항상 캐는 것이 없이는 안되는 것이 시조인 것이다.         (1994.4 고 박재삼 시인) *초중종장의 연결고리가 잘 어우러져야 하고 특히 종장 머리가 산뜻하여야만 한 편의 시조로         서 그 성과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1996.2 박시교 시인) *3행(장)의 짧은 시행속에 모든 생각을 정리하여 담아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 입니다.            (1995.6 박시교 시인) *시조의 단수는 정형시로서의 가장 정제된 외형률뿐 만 아니라 내용도 잘 다듬어야만 하는 시         의 보석인지도 모릅니다.        (1995.4 박시교 시인) *시조의 멋은 역시 가락이다.그리고 그 가락은 지극히 자연스러워야 한다. 마치 강물이 흐르듯         이 유장하여야 하며 작위적인억지가 드러나서는 아니된다. (1993.3 박시교 시인)   10).마당 닫는 글    동시조가 가지는 의미중 그 방법의 실천적 바탕에 무게를 두고 싶다.그것은 시조가 우리글이란 자기만족에서 탈출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방법이고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의 눈에 가까워지는 미래 시조의 완성 행동이다.    동시조는 앉아서 쓰는 작품의 세계가 아닌 시조 어원이 가지는 의미가 그렇듯 일어나 행동하는 시조의 쓰기와 가르침의 원형이다.    동시조는 시조가 가지고 있는 일반 독자들의 생각       ❶어려운 글(문학)이다       ❷사회 현실 외면의 문학이다.       ❸옛 냄새의 문학이다.       ❹서정은 있으나 사유에 벗어나 있는 노인들의 문학이다.를 한 순간 벗을 수 있는 대안          이다.    시조론의 이론 습득이 아닌 쓰기와 가르침의 실천을 위해 동시조 그 아름다운 이름으로 일     어나라. 이 시대 시조가 가진 최대의 적은 ‘자기 노력이 없이 시조란 울타리에서 안주하는     것이다’   동시조, 아름다운 이름으로 일어나라.   (사)한국시조문학진흥회 제공  
904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5 댓글:  조회:2343  추천:0  2017-12-22
동시조의 과제와 전망  김복근  1. 머리글  아동문학은 독자인 어린이들이 문학적 인식과 비판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독자로부터의 반향을 기대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비평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아동문학가들은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문학활동으로 만족하고 있다. 더욱이 그 출발이나 작품의 양이 동시나 동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동시조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더 크게 노출되고 있다.  1920년대 방정환에 의해 어린이 문화운동이 주도되고, 최남선에 의해 많은 어린이 잡지가 발간되었으며, 국민문학파에 의해 시조부흥운동이 전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조는 1940년대에 와서야 겨우 이구조에 의해 「아동시조의 제창」이라는 글로 『동아일보』에 선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대동아 전쟁이 일어나고, 일제가 우리말 말살 정책을 쓰는 시점이라 더 이상의 진전을 보이지 못하였고, 8.15해방 공간과 민족 상잔의 6.25전쟁으로 인해 동시조는 제대로 싹을 틔우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와서야 이명길, 박평주 등에 의해 동시조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박경용, 정완영, 서벌, 경철 등에 의하여 창작과 이론에 대한 발표가 있었으며, 90년대에 와서야 박석순이 주도하는 『한국 동시조』에 의해 동시조 작단이 형성되기에 이른다.  동시조 작단이 형성되었다고는 하나 동시조만 창작하는 전문 동시조인은 보이지 않고, 성인시조를 하는 시조시인들이 여기로 창작한 것으로 보이며, 발표되고 있는 작품에 대한 비평활동도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발표되고 있는 작품들도 주관적 동심주의와 유년 회상에 의한 퇴행적 심리 표현, 자연친화적 소재주의 등이 주류를 이루어 현대 아동의 심리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아픈 현실이다.  따라서 본고는 최근에 발표되고 있는 동시조 작품들을 중심으로 동시조의 양태와 과제를 점검하고, 동심의 심상 구조화와 현대 아동의 심리 변화 추이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와 현실 체험의 시적 변용에 의한 동시조 창작의 과제와 지향점을 모색하기 위해 비판적 관점에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2. 주관적 동심주의의 극복  수집어 수집어서 다 못타는 연분홍이  부끄려 부끄려서 바위틈에 숨어 피다.  그나마 남이 볼세라 고대 지고 말더라  -이은상 「진달래」전문  노산 이은상의 진달래 전문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바 있어 비교적 많이 읽혀진 작품 중의 하나다.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우리의 정서가 배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노산의 자연애는 본능적이고 생리적이다. 자연과 동화되어 자연 속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바위틈에 / 숨어’ 핀 진달래가 ‘남이 볼세라 / 고대 지고 말더라’는 표현은 천진난만한 동심 그대로이다.  인간은 자신을 대단한 것처럼 생각하다가도 때로는 무척 왜소함을 느끼기도 한다. 진달래는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스스로 겸손해짐을 상징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쇠약해져, 사멸하여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스스로의 힘에 의해 생명력을 가지고 생성 발전하다 자연 속으로 귀의한다. 자연은 인간에 대하여 이질적이거나 대립적인 것이 아니고, 동질적으로 조화하는 것으로 신마저도 자연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세계에 함의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노산은 우리의 전통과 동양의 자연 사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시조에 대한 장르 개념이 형성되기 이전에 이미 노산은 이나 등 어린이들의 정서가 배인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부드럽고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동시조와 동시조요를 발표해왔다.  노산과 가람 등에 의해 시조 부흥운동이 일어나 현대시조가 왕성하게 발표되고 있을 즈음에 아동문학은 방정환과 최남선 등에 의해 주도되면서 아동문화운동으로 다기적인 양상을 띄게 된다.  주목할 만한 일은 초기에 각광을 받던 아동문학 작품의 경향성인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아동의 마음처럼 자유로 날개를 펴는 것은 없고, 또 순결한 것은 없다.”는 방정환의 동심지상주의적 아동관과 천사주의적 아동관에 대해 강한 반발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린이를 순진무구하고 천진난만한 천사적 존재로 보는 견해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미화된 관념을 비판하면서 사회에 실재하는 보편적 아동 상을 그리려는 리얼리즘 정신이 추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동시·동화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비판의 대상이 된 주관적 동심천사주의 계열의 작품이 동시조에서는 정보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에까지 버젓이 발표되고 있어 놀라움을 주고 있다.  얘들아 엄마 아빠께 / 말 잘 듣고 효도하자  한번 가시고 나면 / 다시 오지 않으신 데  날마다 / 효도하면서 / 예라고만 하고 살래.  -김상형의 「효도」전문  이마를 마주 대고 / 눈물 콧물 주고받던  우리는 어깨동무 / 길섶의 들꽃이다.  어느 날 / 고향 어디쯤 / 반가운 손잡을 날이…  -김몽선의 「헤어지는 날」  나무도 새 옷 입고 / 꽃들조차 환히 웃는  교정은 꽃밭이 되어 / 나날이 새 날이다.  3월은 / 날마다 축제 / 웃음 폭죽 터지는 날  -유선의 「3월의 교정」전문  동시조는 어린이를 위해 쓴 글이다. 시인의 시정신이 어린이에게 이해되고 어린이 수준에 맞도록 받아들여지게 형상화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자면 동심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요구된다. 현대의 어린이 세계는 추상적인 관념의 세계가 아니라 시·청각적 영상 매체와 함께 자란 새로운 세대다. 따라서 현실세계를 살고 있는 어린이의 심리 상태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여기에 시인으로서의 지성과 감성, 시정신 등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작금에 발표되고 있는 상당수의 동시조는 시인의 주관적 동심주의를 미화시키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동시조 중에서 임의로 선정한 세 편의 동시조는 현대 어린이들의 심상 세계와는 거리가 먼 세계의 이야기들을 주제로 하고 있다. 「효도」와 같은 작품은 문명 세계와 거리가 있는 청학동 어린이들이 봐도 웃을 소재와 표현이다. ‘얘들아 엄마 아빠께 / 말 잘 듣고 효도하자’는 구어체로서 시적 표현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소재 또한 진부하기 이를 데 없다. 중장의 ‘한번 가시고 나면 / 다시 오지 않으신 데’ 도 그렇고, ‘날마다 / 효도하면서 / 예라고만 하고 살래.’라는 종장에 오면 그만 실소를 자아내게 된다.  「헤어지는 날」도 비슷하다. 부모들의 이주에 따라 전출입을 자주 하는 현대의 어린이들은 ‘이마를 마주 대고 / 눈물 콧물 주고 받’지도 않으며, ‘길섶의 들꽃’처럼 어깨동무를 하지도 않는다. 더욱이 산부인과를 고향으로 알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고향 어디쯤’에서 반갑게 ‘손잡을 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시인의 유년 시절에 대한 단순한 회상이요, 화자 자신의 주관적 동심주의에 불과한 것이다.  「3월의 교정」도 마찬가지다. 요즈음 아이들은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고 있다. 학교야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한다고 ‘나무도 새 옷 입고 / 꽃들조차 환히 웃'게 하고, ‘교정은 꽃밭이 되어 / 나날이 새 날이’ 되어 있을 지라도 어린이들이 느끼는 학교에 대한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더욱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불안과 학습에 대한 과중한 부담으로 인하여 동심이 멍들다 보면 ‘3월은 / 날마다 축제 / 웃음 폭죽 터지는 날’이 아니라 오히려 힘들고 괴로운 나날의 연속이 될 수도 있다.  주관적 동심주의에 의해 피상적으로 형상화된 작품으로 말미암아 어린이들이 시조와 거리를 느끼게 된다면, 차라리 이런 작품은 발표가 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유익할 것이다. 관심 있는 단체와 시조 사이트에서 백일장을 비롯한 학생 시조가 활기를 띄고 있는데, 이런 일련의 작품들로 인하여 오히려 장애가 될 소지가 있기에 바른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3. 유년 회상의 퇴행적 심리 표현  우리가 쓰고 있는 작품을 읽어줄 어린이들은 과연 어떤 아이들인가. 우리는 어린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 지를 생각해 보았는가.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즐겁게 받아들이도록 작품을 형상화하고 있는가.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시인이 얼마나 될까?  성인에게 감동의 대상이 된다고 하여 어린이에게도 감동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더구나 현실 사회에서는 별로 할 일이 없어진 어른들의 유년 회상의 퇴행적 심리 표현에 의한 작품들은 아동문학의 주체인 어린이들에게는 관심거리조차 되지도 못하고 있다.  할머니가 / 세상에서 / 제일 맛있게 드시는 것  잇몸으로 / 호물호물 / 잘도 잡수신다.  먼발치 / 바라만 보아도 / 군침 도는 가을 한 때.  -진복희의 「홍시」전문  밤하늘 / 멀리 멀리 / 아련한 / 저 별자리  무릎 위 / 앉아 듣던 / 구수한 / 이야기들,  어느 새 / 나도 별 되어 / 외손녀를 안고 있다.  -경철의 「할머니 얼굴」전문  담 밑에 라일락꽃 / 누이의 봄빛이다  봄바람에 살랑살랑 / 꽃향기 가득 담아  올해는 시집간다고 / 자꾸자꾸 소문낸다.  -김양수의 「라일락」전문  요즈음 아이들에게 미래의 희망이나 꿈을 물어보면 컴퓨터 그래픽이나, 프로그래머, 프로게임머, 가수나 탤런트 등의 연예인, 축구나 야구 선수 등 흥미와 감각적인 직업, 동적이고 속도감이 있는 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어린이들에게 아직도 동시조의 제재는 꽃이요, 나비요, 아가의 웃음이요, 홍시이거나 할머니의 옛이야기, 누이의 봄빛이다. 근본적으로 현 시점의 어린이들의 사고와는 동떨어진 전시대적 발상이다.  「홍시」를 한번 보자. 피자나 핫도그에 입맛이 바뀐 아이들이 홍시 맛을 알기나 할까. ‘할머니가 / 세상에서 / 제일 맛있게 드시는 것’이라면 아마도 할머니나 드시라면서 돌아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요즈음 시대에 어느 할머니가 홍시를 ‘잇몸으로 / 호물호물’ 잡수시고 있겠는가. 치과 의술이 발달하여 이를 심거나 의치를 하여 잇몸으로 호물호물 음식을 먹는 노인은 보기가 힘들어졌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먼발치 / 바라만 보아도 / 군침 도는 가을 한 때.’라는 표현에 오면 그만 어안이 벙벙해진다. 시인 자신의 유년 회상에 의한 퇴행적 사고를 쉽게 볼 수 있다.  「할머니 얼굴」은 작품 자체에 바로 자신의 사고가 노출되어 있어 이러한 예를 더욱 쉽게 찾을 수 있다. ‘밤하늘 / 멀리 멀리 / 아련한 / 저 별자리’를 볼 수 있는 경우는 이제 천체 실험실에서나 가능한 형편이고, 도시 생활에서는 성인들도 보기 어려워졌다. 시인이 유년 시절을 회상하여 ‘무릎 위 / 앉아 듣던 / 구수한 / 이야기들’을 들었다는 것이고, 이제는 ‘어느 새 / 나도 별 되어 / 외손녀를 안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무릎 위에 있을 정도라면 어린 아이일 것이고, 어리다면 글을 읽기 어려울 것이다. 외손녀가 읽으라고 쓴 작품이 아니라면, 독자가 누구인가를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 아닌가. 유희 세계에 안주하여 회상에 의한 유년 세계나 상징적인 도덕을 가르치려고 한다면 요즈음 어린이들의 공감을 사기 어려운 현실이다. 동심의 유희 세계는 주제의 빈약성과 제재의 한계성 때문에 동시조를 어린이에게 더욱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4. 자연친화적 소재주의 문제  고도 정보 사회를 사는 현대에 농경시대의 정서를 노래하면 오늘날의 어린이는 이를 어떻게 수용하게 될까. 작금에 발표되고 있는 상당히 많은 동시조들이 농촌의 자연 풍경을 소재로 하고 있고, 그 자연도 아름답게만 형상화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런 현실 도피적 문학 작품을 어린이들이 제대로 수용하지 않음은 당연한 이치이다. 자연친화적 소재주의는 동시조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로 보여진다.  엄마를 닮았는지 / 따스한 봄 마음  겨우내 추위 속에 / 참았던 노래를  화알짝 꽃 잎새마다 / 담뿍 담아 피운다.  -이명길의「개나리」전문  60년대에 동시조 보급운동을 펴던 이명길의 동시조「개나리」전문이다. 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의 서정이 남아 있었기에 쉽게 자연 서정을 노래할 수 있었다. 이명길은 당대의 어린이들을 위해 이 땅에 가장 먼저 피는 아름다운 꽃 개나리로부터 어머니의 따스한 사랑과 생명의 순결함을 찾아내고 이를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영상매체와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한국 동시조』2001년 봄호에 똑 같은 제재인 「개나리」가 3편씩이나 수록되어 있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노랑나비 한 무리가 / 울타리에 앉아 논다  고양이 걸음하여 / 나비 채로 잡았더니  나비는 간 데가 없고 / 개나리꽃이 화알짝  -김사균의「개나리」전문  앞산 양지쪽의 / 갓 피어난 개나리가  노오란 고운 빛으로 / 새 봄을 즐기면서  호호호 웃는 소리가 / 마을까지 들리네  -김상형의「개나리」전문  햇살이 간지러워 / 웃다가 뛰어나와  울타리 빙빙 돌며 / 꽃불을 질러놓고  오가는 사람들 불러모아 / 꿈 빛을 팔고 있다.  -김양수의「개나리」전문  세 편이 한결같이 개나리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주제마저도 이명길이 노래한 생명성과 꽃피는 봄에 대한 단순 서정을 노래한 것까지 닮아 있다. 문학적 성패를 따지기 전에 이렇게 유사한 소재와 주제로 어린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발표하였는지 의문이 간다. 어린이 시조 백일장에서 동일한 시제를 주고, 쓰게 한 것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면 평자의 시안이 나빠서일까.  동시조지로서는 유일한 발표 매체인 『한국 동시조』에 수록된 작품들을 주제만 놓고 살펴봐도 이러한 자연친화적 소재주의는 쉽게 볼 수 있다.  민들레, 새싹, 까치, 봄 편지, 봄비, 진달래, 노루, 라일락, 3월의 눈, 봄방학, 고추잠자리, 수리부엉이, 장수거북, 함박꽃나무, 별, 이슬, 제비, 떠돌이별, 해돋이, 경칩, 수박, 마타리, 눈, 아빠의 고향, 내 마음은 호수, 겨울, 민들레 꽃씨, 장미꽃, 여름들판, 기러기 울며 날면, 파도, 해, 상사화, 풀밭에서, 산길, 왕개구리 등 대부분의 작품들이 자연친화적 소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열린시조 2001. 봄호의 기획특집 한국의 동시조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시조를 쓸 때는 다양한 포에지를 보이던 시인들이 동시조를 쓸 때는 자연친화적 소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돋이와 햇콩싹, 연보라 진보라, 하늘은 민들레 꽃밭, 옛날 옛날 옛날에는, 할머니, 홍시, 산길, 병아리, 눈밭에서, 해바라기, 수양버들, 봄, 봄비 오는 날, 눈, 눈사람 등 절반이 넘는 작품들이 그러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오늘날 순수한 의미에서의 자연이 존재하는가. 청학동과 동강까지 인간에 의해 짓밟히고 있으며, 대부분의 농어촌은 공해에 의해 수질과 토양까지 오염되고 있다. 유해 식품과 약품 공해, 폐기물 처리 등 도시에서 야기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이 온 국토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와 도시 주변에서 살고 있는 시인이 농촌에서 살고 있는 어린이들의 심리 세계도 모르고, 대다수 도시 어린이들의 정서를 외면한 채 있지도 않은 꿈같은 전원적 소재만을 노래하고 있다면, 이는 유년시절의 단순 회상에 의한 현실 도피적 문학에 다름 아닐 것이다.  따라서 농촌 어린이들의 정서를 담고 있다고 착각되고 있는 자연친화적 단순 소재주의는 하루 빨리 극복되어야 할 문제로 보여진다.  5. 다양한 소재와 현실 체험의 시적 변용  동시조는 시이면서 동시와 현대시조가 되어야 하는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 주관적 동심주의와 유년 회상에 의한 퇴행적 심리 표현, 자연친화적 소재주의를 극복하기 어려운 것도 동시조가 갖고 있는 특유의 순수 정서와 미적 쾌감, 현장 체험적 감각이 어우러진 창조적 심상 표출과 절제와 응축의 형식 처리 문제 때문으로 보여진다.  현대 동시조는 오늘날의 어린이를 주 독자로 생각하며 쓰는 시다. 21세기 새 밀레니엄 시대를 살아가는 첨단 사회의 어린이들에게 오늘의 현실을 수용할 수 있는 소재의 다양화와 생활 체험의 시적 변용이 요구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욕심이 많았어요 / 먼저 크고 싶었지요  햇빛 사랑 바람 사랑 / 나 혼자만 받으려고  친구는 아랑곳 않고 / 새콤 달콤 익었어요  내가 제일! 뽐냈는데 / 어, 어 이게 웬 일■  욕심 많은 벌레들이 / 자꾸 나를 따라 와서  이렇게 변해 버렸죠 / 못난이가 된 걸요  -이승은의 「썩은 사과」전문  이승은의 「썩은 사과」는 지금까지의 동시조와는 다른 작법상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에서 소재를 채택하고 있는 점은 유사하지만, 의인화된 화자의 아픈 삶과 자연 현상의 변화에서 현대 어린이들의 심상 변화를 묘하게 포착하고 있다.「썩은 사과」라는 제목에서 새로운 시적 포에지를 엿볼 수 있으며,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라는 교훈성을 리얼하게 형상화함으로써 시적 인식을 높여주고 있다. 현대 어린이들의 이기적 삶에 대한 반성적 태도와 함께 대화체를 활용하는 기법까지 동원하여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현대 아동의 생활과 심리 변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접근, 유희적 제재에서의 탈피, 동심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고정 관념의 타파를 볼 수 있는 새로운 형상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어린이를 단순한 독자로 보지 않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동반자로서의 눈높이를 맞춤으로서 가능한 작업이다.  저것은 줄 아니다 / 레이더 달린 그물  여섯 개 가는 발로 / 하늘 촘촘 엮어놓고  날벌레 / 이슬방울도 / 놓치는 법 한번 없네  -서재환의 「거미줄」부분  서재환의 「거미줄」은 영상 매체와 함께 자라온 현대 어린이들의 정서를 그리고 있다. ‘저것은 줄 아니다 / 레이더 달린 그물’이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자연 현상에서 취재해온 사물을 인위적 메타포로 변용함으로써 울림을 주고 있다. 작은 거미가 공중에서 집을 짓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동작 하나 하나에서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날벌레 / 이슬방울’을 잡기 위함이라는 현대적 감수성으로 풀어놓음으로써 어린 독자들과의 공감을 확대시키면서 시적 교감을 꾀하고 있다.  나는 나는 게으름뱅이 / 미루면서 살아왔다  한숨 자고 나중에 하지 / 좀 놀다 내일 하지 뭐  그 숙제 / 산더미 같아 / 허둥대며 사는 오늘  -김호길의 「숙제」전문  김호길은 경남 사천 출신으로 육군 항공학교를 졸업하고, 월남전 헬리콥트 조종사로 참전하였고, 전역 후 대한 항공 조종사로 근무하다 지금은 도미하여 농사를 짓고 있는 이색적인 약력을 가진 시인이다.  그가 가진 이채로운 약력만큼 동시조에서도 어린이들의 생활 소재를 선택하는 혜안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이 새벽 과외를 나가야 하고,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특기·적성 교육부터 도구 교과까지 과외를 받아야 하는 현실적 상황 속에서 ‘그 숙제 / 산더미 같아 / 허둥대며 사는 오늘’이라는 시적 인식은 어린 독자들의 관심을 쉽게 유도할 수 있다. ‘나는 나는 게으름뱅이 / 미루면서 살아왔다’와 ‘한숨 자고 나중에 하지 / 좀 놀다 내일 하지 뭐’와 같은 운율과 율격 구조를 지키면서 구어체를 동원하는 새로운 기법으로 리듬감을 살려놓고 있다.  그의 어린 독자들이 동시조 사이트 「느티나무」에서 조회를 많이 하여 접속 빈도가 높고 감상문을 많이 남긴 것만 보아도 어린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린이를 유달리 사랑하는 그에게서 고학년용 생활 동시조를 기대해 본다.  물과 물 사이엔 틈이 없어 보이지만  물과 물 사이를 알코올은 파고든다  짝궁과 나 사이에도 누가 끼면 어쩌지?  -문무학의 「실험실에서」 중 어쩌지  과학 실험시간 분자의 혼합에 대한 실험을 하면서 느낀 생각을 다루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동시조와는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물과 알코올의 혼합에 대한 실험을 소재로 하여 짝궁과 나와의 관계를 연계시킨 발상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요즈음 어린이들은 교우 관계에서도 독점욕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부모의 바쁜 일상 때문에 가족끼리의 제한된 스킨 쉽을 하다보니 욕구불만과 함께 자기 것에 대한 소유욕이 강해지고, 이런 소유욕은 친구끼리의 교우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짝궁과 나 사이에도 누가 끼면 어쩌지?’의 종장 처리는 이런 어린이들의 심리 변화를 알지 못하면 표현 할 수 없는 시적 인식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동시조 작단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주관적 동심주의와 자연 친화적 소재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제의 다양화와 참신성이 요구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조정관념에서 탈피하는 착상, 일상생활 속에서의 특이성 찾기, 상식을 뒤집어 생각하는 역사고적 발상, 양방향성의 디지털적 사고, 특정주제에 대한 집중 조명, 불가능한 현상에 대한 가설적 사고, 자연과 현실 공간의 유사·대비에 의한 착상 등을 들 수 있겠다.  어린이들의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린이들의 생활과 생각을 읽을 수 있고, 앞에서 말한 새로운 주제에다 포에지가 더해진다면 울림이 있는 읽히는 시적 표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6. 마무리  집필을 하면서 고민을 하였다. 발표되고 있는 동시조 작품의 한계 때문에 쓴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고, 쓴 소리를 하다보면 비난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시조의 발전을 위해서는 학생 시조가 지도되어야 하고, 학생 시조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동시조 창작이 선행되어야 한다.  망설임 끝에 곰이 인간으로 환생하려면 쑥과 마늘을 먹어야 한다는 건국신화를 떠올리며, 비난을 사더라도 사심없이 문제를 진단하고, 그 처치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 여겨졌다.  김순희(2001 시조문학)에 의하면 초등학교 교과서에 고시조 16편과 현대시조 1편이 수록되어 시조 교육의 부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솔직히 교과서에 수록할 만한 동시조를 찾기 어렵다면 그 상당 부분의 책임을 시조시인이 져야 하지 않겠는가..  시월의 바람에는 가을이 들어 있다.  길고 긴 여름 햇살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여물어가던 씨앗을 재촉한다.  -한은정의 「씨앗」부분  제10회 경남시조 백일장 중등부 장원으로 입상한 한은정의 「씨앗」전문이다. 씨앗으로 형상화된 이 작품은 중학교 1학년의 솜씨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예리한 감성과 형식적 기교가 잘 어우러져 있다. ‘시월의 바람에는 가을이 들어 있다.’는 강한 메타포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도하면서 ‘길고 긴 여름 햇살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여물어가던 씨앗을 재촉한다.’는 생명에의 강한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새 삶에 대한 갈망과 고통, 그리고 생명으로 이어지는 상상력은 학생 시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적절한 비유와 긴장감이 감도는 참신한 학생 시조를 보면서 주관적 동심주의와 유년 회상에 의한 퇴영적 심리 표현, 자연친화적 소재주의는 동시조단이 극복해야 할 과제임을 재확인 할 수 있으며, 독자들에게 읽히는 동시조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재와 현실 체험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적 변용이 요구된다.  감각적 대중 문화와 시청각 매체가 어린이들의 관심을 사고 있는 이 시대에 동시조가 살아남으려고 하면, 각고의 노력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상상력이라는 광대무변한 사유와 오묘한 체험한 시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전문 동시조인들이 많이 나와 동시조에 의한 특별한 의미의 탑을 세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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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조 이해와 지도의 실제                                                                   서울망우초등학교 교감 백 민         Ⅰ. 동시조의 이해 / 1 1. 동시조의 발달 / 1 2. 동시조의 정의 / 2 3. 동시와 동시조의 차이점 / 2     Ⅱ. 동시조 작법 지도의 실제 / 3 1. 동시조 작법의 기본 자세 / 3 2. 동시조 작법의 기본 형식 / 5 3. 동시조 작법지도의 기초 공부 / 6 4. 동시조 짓기 지도의 실제 / 10       Ⅰ. 동시조의 이해   1. 동시조의 발달 1930년대의 아동문학의 특징은 예술동요, 시적동요로 발달되어 간 것이다. 1932년에 최초의 작품집으로 윤석중 동요집이 나왔고 1933년에는 윤석중에 의하여 최초 동시집이란 장르로《잃어버린 댕기》가 나왔다. 또 잡지《어린이》,《신소년》등을 통하여 방정환, 마해송, 이주홍, 이원수 등 많은 아동문학인들이 아동문학 작품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조문단에서는 동시조라는 장르조차 없었던 동시조 황무지였으나 심훈이 1934년 4월《중앙》에 동시조 작품 을 발표하였는데 이것이 동시조 작품으로는 최초로 알려져 있다.   달밤 심훈   저 달이 네 눈에는 능금으로 보이다냐   어린 것 등에 업고 따 달라고 조르네   네 엄마 얼굴을 보렴 달 한 송이 열렸고나.   또한 1935년 5월《사해공론》에 발표한 조연제의 가 동시조의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봄비 조연제   띄 밭에 봄비가 보슬보슬 뛰논다 샛노란 띄 싹은 흙덩이 헤치고 작은 손 목 넘겨들어 나도 나도 달라 하네. 1940년 5월 29일 이구조가《동아일보》에 아동시조의 제창《어린이 문학 논의》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1955년 정훈이《호서문학》에 동시조 작품을 발표하는 등 동시조 운동이 소수에 그치고 말았다. 동시조 짓기가 문학운동으로 전개된 것은 1981년 8월 15일 동인회 국민동시조 운동본부(현재 한국동시조 문학회)가 결성되어 1981년 9월 30일 동인지《동시조 문학》(발행인 김두원)창간호의 출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 이후 1988년 김형진 발행《동시조 사상》1991년 경철《동시조 개설》1995년 4월 8일박석순 발행《한국동시조》를 창간하여 현재 제 13집까지 발행하였고, 1997년 동시조 쪽배 동호회가《쪽배》창간하여 현재 제 3집을 발행하였으며, 2000년 6월 30일 김창현 발행《대전 동시조》를 창간하여 제 3집까지 나왔다. 결론적으로 동시조의 황무지였던 한국문단에서 1930년대에 나타난 심훈의 , 조연제의 는 동시조의 효시라고 할 수 있으며 뒤를 이어 이구조의 동시조론이 발표되어 비로소 한국 문단에 동시조의 씨를 뿌렸다고 할 수 있다. ☞    2. 동시조의 정의 시조에 있어서 광의의 정의는 “시조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시가 형식으로서 한민족의 性情과 시대정신을 운율적으로 표현한 3장의 정형시다”이다. 또한 협의의 정의는 “시조는 한민족의 고유한 시가형식으로서 사상과 감정을 운율적으로 표현한 3장 6구 12음보의 율격을 갖춘 정형시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조는 시조의 형식을 빌어 어른이 어린이를 위해 지어낸 동시조와 어린이가 스스로 직접 지어낸 아동시조가 있는데 이를 통틀어 동시조라고 한다. 즉, 동시조의 정의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시조 형식으로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동심의 사상과 감정을 운율적으로 표현한 3장 6구의 정형시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3. 동시와 동시조의 차이점   가. 같은 점 ① 그 내용과 소재 그리고 쓰는 목적이 같다.   나. 다른 점 ① 동시는 일정한 형식이 없이 자유로운 행과 배열이 자유스럽다. ② 동시조(시조)는 우리 언어의 기본 구조인 3.4조의 음보(걸음)에 '하늘(초장)' 과'땅 (중장)'과 '인간(종장)'의 기본 구조인 초장․ 중장․종장의 형식에 얹어 하늘을 땅 을 인간을 다스리는 정형(형식)의 시다.   ☞ 동시조는 단순한 문학적 종류인 동시(詩)를 넘어 즉 시조는 시간, 현재, 과거와 미래, 생(生), 사(死), 우주를 스스로 다스리는 우리민족의 고유한 우주관이 담긴 문학입니다.         Ⅱ. 동시조 작법 지도의 실제   1. 동시조 작법의 기본 자세 동시조 창작을 위해 다독, 다찰, 다송, 다사, 다작 기본 5요소를 꾸준히 지키면서 동시조와 친근감, 지속성과 끈기로 노력과 반복을 하다 보면 나만의 독특한 동시조의 세계가 자신도 모르게 형성된다. ☞ ① 괴테는 시를 위해 10일간을 기도하는 자세로 강과 산을 바라보았다 한다. ② 이백 시인은 시를 위해 3년간이나 강물에 빠져보았다고 한다. ③ 일본의 제일인자 석천탁목(石川
902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3 댓글:  조회:2364  추천:0  2017-12-21
         한국 동시조의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                                                                  /이지엽 (시인, 광주여대 교수)   1    후천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시인들은 성장기 때 대개 어떤 계기가 주어져서 시를 쓰게 됩니다. 큰 깨달음보다는 어찌보면 아주 사소한 일이 평생의 진로를 바꾸어 놓는 것입니다. 아동문학은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같은 아동문학의 범주라 할지라도 하위 장르의 속내를 들여다보년 여기에도 엄연히 냄새나는 위계질서가 있고, 시인으로서 마땅이 받을 대접을 못받는 소외그룹이 있습니다. 상업화의 논리가 팽배해 있는 현실 상황 탓이라고 보기에는 신중히 검토해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전문가 집단이 이미 형성된 동시와는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동시조는 그야말로 어쩡정한 상태에서 지리멸렬해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강렬한 문학적 상상력이나 영감을 줄 어떤 제도적 장치와 노력이 동시조 창작을 위해서는 없는 것입니다. 이 글은 한국 동시조의 흐름에 대해 살펴보고 여기에서 도출되는 문제를 근거로 한국 동시조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아울러 동시조 창작에도 도움이 되도록 창작기법 쪽으로 접근해 보고자 했으며 되도록 작품 전문을 인용하였습니다.  2     동시조의 역사는 지금까지 밝혀진 가장 오래된 동시조 작품인 심훈의「달밤」으로 보면 70년 가까이 되었지만, 동시조 창작에 대한 자각이 구체적으로 일어난 1968년을 기준으로 보면 30여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것도 동시조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낀 몇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다 보니 많은 이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작품만을 놓고 보자면 오히려 장르담당층이 좀더 확산된 오늘날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  저 달이 네 눈에는 능금으로 보이다냐  어린 것 등에 업혀 따 달라고 조르네  네 엄마 얼굴을 보렴 달 한 송이 열렸고나.  ―심훈,「달밤」전문,『中央』(1934. 4)   (2)  띄 밭에 보슬보슬  봄비가 뛰논다  샛노란 띄싹은  흙덩이 헤치고  작은 손 목 넘겨들어  나도나도 달라네.  ―조윤재,「봄비」전문,『四海公論』(1935. 5)  (3)  창에만 피는 얼음꽃  꽂아둘 꽃은 없어  빈 병에 버들강아지  한 가지를 심어놓고  겨울 속  싹트는 봄을  나랑 둘이 지킵니다.  보송한 더듬이로  얼음꽃을 쓸어 먹고  강아지, 버들강아지  눈 비비는 하루 아침.  요요요!  젖줄을 따라  품에 들며 설렙니다.  ―박경용,「버들강아지」,『카톨릭 소년』(1968. 4)  (4)  사쁜 사쁜 사쁜  가만 가만 가만 거미줄 채를 쥐고  가슴도 달싹 달싹 큰마당  빙빙 맴돈다  잠자리를 쫓는다.  앉을까 말까  챌까 말까 잡힐 듯 또 파르르  마음 졸인 술래잡기   잠잘아  고추잠잘아  고기고기 앉아라  ―이근배,「잠자리」,『소년』(1969년)       (1)과 (2)의 작품은 1934년 과 1935년, (3)과 (4)의 작품은 1968년과 1969년에 발표된 것으로써 두 작품군에는 30년 이상이 간극이 있지만 그 서정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1)과 (2)의 작품에는 '달'과 '봄비'의 자연적 대상을 통해 동심의 세계를 그려내었습니다. '조르네'와 '달라네'의 청유적 진술을 통해 순박한 동심이 당대 현실에 어떻게 굴절되고 있는가에 대하여 우회적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 주목됩니다. 일제강점기 시기의 궁핍한 농촌 실상 가운데 우리의 어린이들이 겪어내야만 했던 배고픔과 절망의 가장 진솔한 표현 방법이 아니었을까요.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현실을 '달 한 송이' 열린 '엄마의 얼굴'로 환치시키면서 거기에 넘치는 무한한 평화와 안온함을, '너도 나도' 작은 손을 디미는 새싹들에게서 푸릇푸릇한 생명성과 건강함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3)과 (4)는 보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동심에 가까이 다가가 있음이 감지됩니다. 보다 현대적인 감각은 단순한 서술형 어미를 쓰지 않고 '요요요!'라든지 '잠잘아/고추 잠잘아/고기고기 앉아라'등 감탄이나 독백 등 다양한 수사법을 동원하여 시적 긴장과 굴곡을 느끼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보다 동심에 접근하고 있음이 감지되는 것은 (1), (2) 작품의 서정자아가 어른이거나 의제된 어른인 점에 반해 (3)과 (4)의 경우는 온전하게 어린이라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3 )    90년대 동시조는 60∼70년대와는 달리 장르 담당층과 세계관이 훨씬 다양해집니다. 자연을 통한 아름다움과 깨달음이 가장 광범위한 주제로 나타나면서 때로 현실에서 느끼는 아픔, 더 나아가서는 역사 현실에 대한 자각과 존재론적 성찰의 깊이에도 이르는 다양한 무늬를 보여줍니다. 이 다양한 무늬의 바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뭐니뭐니해도 대자연일 것입니다. 크게는 산과 바다와 강과 들판, 작게는 꽃, 나무, 새 등에 이르기까지. 그래서 이것들을 대상으로 쓴 작품들이 많습니다. 동시조 마찬가지입니다.    (5)  홀딱 반할 마을 하나 도화지에 옮겨놓자  산 하나 세워놓고 시냇물도 돌려놓고  울 밖에 살구꽃 피면 짝꿍 불러 함께 놀자.  기와집이 어떨까 아니야 초가집이야  동구밖 그 자리에 느티나무 자라게 하자  위에선 까치도 놀고 그늘에는 나그네.  들머리 훨씬 지나 무지개 걸어 놓고  송아지 두어 마리 제물에 울게 두고  오늘은 원두막으로 동화책을 들고 가자.  ㅡ유성규, 「내가 살 꽃마을」, 한국동시조 제 9호       유성규 시인의「내가 살 꽃마을」(5)은 배산임수의 살구꽃 피는 초가집이 있는 마을입니다. 인정이 넘치고 따스한 마을이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전형성을 지닌 시골 마을입니다. 그 속에 '짝궁 불러 함께 놀'고, '동화책'만큼 건강한 마을……. 그러나 아이러니칼하게도 이제 그런 마을은 없지요. 시인은 이를 염두에 두고 가상적 공간으로 처리하였습니다. 박옥위 시인의 다음 작품에도 자연의 위대성은 그대로 살아납니다.    좁쌀같은 배추씨앗  한알을 받고는  무슨 의논 했을까  그 밭의 흙들은  커다란 통배추 하나로  스스로 자랄동안.  강냉이 한알 받고  강냉이 몇자루 주고  콩 한알 받고서는  콩꼬투리째 몇 개나 주고  흙은 꼭 엄마와도 같이  아무말도 안한다.  ―박옥위,「흙은, 참!(1)」, 한국동시조 제2호       흙 속에 심어논 '배추 씨앗 한 알'이나 '강냉이 한 알'이라도 허술하게 놓아보내지 않고 '커다란 통배추'와 '강냉이 몇 자루'로 돌려주는 흙의 위대성은 '어머니'와 다를 바가 없다할 것입니다.    (7)  샛노란 보름달을  누가 베어 먹었지  혹시나 하느님이  밤참으로 먹었을까  아니야 스치는 갈바람이  먹장 구름 가리킨다.  ―김옥중,「조각달」, 제3호  (8)  사알짝 돋아난 막내 동생 젖니 같은  흙 틈새 뚫고 나온 봄나물 새촉같은  가느단 새 순 한 가닥  하늘밭에 솟아났다.  ―윤삼현,「눈썹달·2」, 한국동시조 제4호  (9)  하늘은  푸른 바다  눈썹 배가 떠가고  하늘은  넓은 호수  구름 새가 쫓아오고  바람이  얼굴을 감춘채  씽씽 뛰는 운동장.  ―김사균,「하늘은」, 한국동시조 제4호       이 작품들은 하늘이나, 하늘에 떠있는 달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려내는 것은 각기 다릅니다. 김옥중 시인은 '보름달'의 일부분만 남아있는「조각달」을 '하느님이/밤참으로 먹었을까'라고 엉뚱하게 추측해보다가, 그것보다는 그 '보름달'을 가린 '먹장 구름'이라고 슬며시 핑계를 댐으로써 동시에서 얻기 어려운 재미성을 가미하고 있습니다. 윤삼현 시인은 재미보다는 참신한 비유를 통해서 이제 갓 생겨난 초승달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초승달을 '눈썹달'이라고 새롭게 해석하려는 것도 재미있어 보입니다. '동생 젖니'나 '봄나물 새촉'은 '초승달'과 잘 어울리는 비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김사균 시인은 하늘을 '푸른 바다'와 '넓은 호수', '운동장'으로 비유하여 그려내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각각 이와 대응되는 사물들을 한 가지씩 설정하였는데 '눈썹 배', '구름 새', 얼굴을 감춘 바람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단순하게 하나의 비유로 그려내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가) 하늘은/푸른 바다/눈썹 배가 떠가고  나) 하늘은 /푸른 바다/파도치는 푸른 바다     가)는 하늘이 푸른 바다로 변하여 거기에 더 보태어 바다 위에 조각배(원래 의미는 초승달 혹은 그믐달)가 떠가는 풍경까지를 보여주지만 나)는 다만 '푸른 바다'라는 단순한 묘사에 그치고 맙니다. 자연은 어떻게 어디까지를 그려내느냐에 따라 이렇듯 달라집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적 대상을 그냥 멀리 있는 것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 대상에 시인의 마음을 실어주게 되면 더욱 그 대상은 우리와 친근하게 가까워 집니다.    (10)  꽃이 지네  하얀 잎이  땅바닥에 떨어지네.  어머나!  이렇게  고운 잎에 흙이 묻네  꽃잎아  두 손 벌렸다  내 손바닥에 떨어져라.  ―김상형,「꽃잎」, 한국동시조 제3호  (11)  옥수수  개꼬리가  붙잡다가  놓치고  수수이삭  서속이삭  붙잡다가  놓친 것을  마당의  바지랑대가  힘 안들이고  잡았네  ―정태모,「잠자리」, 한국동시조 제4호        김상형 시인의「꽃잎」에는 꽃이 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어린이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정태모 시인의 작품에도 부드럽게 위어지는 물체에는 앉지 못하고 '바지랑대'라는 버팀대에는 쉽게 앉은 잠자리를 보고 그것을 놓치고, 잡는 것으로 의인화하여 동심을 실어낸 것이 눈에 보일 듯, 손에 잡힐 듯 친근감을 느끼게 합니다.    4    자연을 대상으로 한 동시조는 자유시나 동시가 그런 것처럼 절대 다수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며, 사회와 현실을 떠나서는 살아가기 힘듭니다. 그러기에 현실이나 역사를 시에 담아내고자 하는 노력은 소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동시조에도 이런 작품들은 소중하게 읽힙니다.    (12)  하나님께 은밀히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주소도 전화 번호도  모르고 있잖아요  더구나 팩스 번호를  제가 어찌 알겠어요.  ―장순하,「하나님은 내 친구·1 -전화번호 」, 한국동시조 제5호  (13)  겉으론  끄덕끄덕  안으로  도리도리,  독버섯  여기저기  냄새나는  사람숨결,  그래도  하늘 뜻 하나  안에 새겨  살곺다.  ―경철,「새로운 출발·2」, 한국동시조 제4호  (14)  오늘은  젓가락 쓰는 법을 배웠다.  반찬이 퉁그러지고  밥은 흐트러지고  콧등에 입언저리에  앙괭이를 그렸다.  새들은  젓가락같은 긴 부리로 잘도 집는데  우리는  손가락이 자꾸 얽혀 애를 먹는다.  아차차 또 놓쳐버렸네  떠오르는 엄마 얼굴.  ―허일,「콩이의 일기」, 한국동시조 제3호  스르르  별똥별이 미끄럼 타고 온다.  깜박 깜박  개똥벌레 반딧불을 켜고 간다.  별 하나 반딧불 하나  아, 그리고 나도 하나  ―허일,「방학 일기」, 제3호  (15)  등나무에 기대 서서  신발코로 모래 파다,  텅 빈 운동장으로  힘빠진 공을 차본다.  내짝꿍 왕방울눈 울보가  오늘  전학을 갔다.  ―김일연,「친구 생각」, 한국동시조 제7호       장순하 시인은 일찍이 '국민시조'라 하여 '경시조'쓰기 운동을 펼친 바 있습니다. 이를테면 본격시조인 중시조보다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고 쓰기 쉬운 생활시조 운동의 하나로 이 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두 권의 경시조집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예를 든 작품도 '하나님'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초월한 신성한 존재를 평범한 사람으로 끌어내려 아무렇지 않게 그려냅니다. 경철 시인의 작품에도 현실의 모습을 '독버섯/여기 저기'라고 하여 비판하고 있습니다. 허일과 김일연 시인의 작품에는 또래들이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것들 중 인상적인 기억이나 사건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15)  사진을 보는 순간 눈앞이 아찔했다.  빛 한점 없는 아득한 어둠 세계  시커먼 개펄이 온통 천지를 다 메웠다.  어렴풋하게나마 드러난 수평선 위엔  분명, 샛별을 거느린 조각달이 떠 있었다.  바다는 물때를 만나 곰실곰실 기어오고  그 개펄 밤 풍경을 카메라에 담느라고  플래시를 터트리며 내딴은 공들였는데  어쩌면! 한낱 개펄로만 둔갑해 버리다니  아쉬움 못 떨치고 눈여겨 보느라니  차랑차랑 밀려오는 빛물결을 지켜서서  진흙에 발목 잡힌 채 내가 혼자 거기 있다.  *물 때 : 밀물이 들어오는 때  ―박경용,「별난 사진」, 한국동시조 제7호       박경용 시인의 이 작품에는 밤 바다에서 찍은 애 사진이 현상된 것을 보고 그 느낌을 아주 자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주 근사한 사진이 나오리라 기대했는데 '시커먼 개펄'만 드러난 상황을 차분하게 그려냄으로써 동시조로서는 아주 독특하면서도 정밀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6)  어머닌 내 손을 끌고  차도를 뛰어 건넙니다  선생님은 날마다  이러지 말라하셨는데  이럴 때  어떡해요 나  선생님 어떡해요.  ―문무학,「어떡해요, 나」, 한국동시조 제4호  (17)  초가집 헐어내고 빨강 파랑 양철 지붕  하아! 세상은 갈수록 깨끗하고 깨끗하여라  국도 변  신고 받습니다 전주 위의 까치집.  ―이지엽,「깨끗한, 참 깨끗한」, 한국동시조 제9호  (18)  덧셈 뺄셈에다  곱셈과 나눗셈을  배운 대로 익히고는  분수 숙제하는 오늘.  분단된  남한과 북한  서로 2분의 1이구나.  ―서벌,「1/2」, 한국동시조 제6호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생각으로 그려내는냐는 더욱 중요합니다. 위의 작품들은 그러한 예를 보여주는 작품들입니다. (16)의 작품에는 교통신호를 무시하는 어머니와 잘 지켜야한다는 선생님의 당부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린이의 심정을 통해 어른들의 잘못을 꼬집고 있습니다. (17)의 작품에도 날로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문명 속에 점차 잃어만가는 인간적인 따뜻함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18)분단된 현실을 산수 숙제를 하면서도 드러냄으로써 자연스럽게 역사의식까지 생각을 연장시키고 있습니다. 동시조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깊은 감명과 교훈을 주는 쪽으로 전개된다면 더 바람직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5  자연이나 혹은 현실, 더 나아가 역사까지가 동시조의 시적 대상이 되고, 이에 대해 창작되된 작품이 주종을 이루어 왔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 폭 넓계 활용되는 방법을 보면 어떤 사물에 시선을 집중시켜 그 사물을 재미있게 묘사해보는 것입니다.    (19)  뙤약볕에 그을리는  초록색 지구덩이  씨줄은 지워지고  날줄만 선명하다  적도쯤  쪼개고 보면  진다홍의 속엣말.  ―경규희,「수박」, 한국동시조 제2호  (20)  별빛 먹고 자랐을까  이슬 먹고 깨었을까  햇살도 눈이 부셔  파르르 떠는 길섶  수줍어 입술 빼무는   새악시를 닮은 꽃.  날개 젖힌 꽃잎 두 장  살폿한 정 품어 안고  파르라니 고운 자태  바람도 숨을 죽여  가신 이 보일 듯 말 듯  그리운 맘 닦는 꽃  ―윤현자,「달개비꽃」, 한국동시조 제3호  (21)  바닷물도 숨이 가빠 새파라니 올라온  화엄사 각황전 추녀 끝에 물고기는  땅그랑 땅그랑 울며 하늘못을 맴도네.  사람들만 사는 세상 높은 굴뚝 연기 매워  살랑살랑 꼬리 저어 바람따라 가다 말고  떠나온 물길 그립다, 가을비나 부르네.  ―홍성란,「물고기 한 마리」, 한국동시조 제6호  (22)  와! 비다  쏟아진다  북소리 쏟아진다  마음을 열어라  목청을 돋구어라    우렁찬 오케스트라  빗방울의 음악회.  어디선가 들려온다  툭투툭 후두두둑  케스넷 소리다  작은 북소리다  산울림 울려 퍼지는  빗방울의 음악회.  ―박석순,「음악회」, 한국동시조 제5호     (19)의 작품은 '수박'을, (20)의 작품은 '달개비꽃'을 (21)의 작품은 '풍경(風磬)'을 (22)의 작품은 '빗방울'을 각각 그려냈습니다. 보이는 외면을 세밀하게 그려 내보는 것이 기본이지만[(20)], 사물의 속성[(19), (22)]을 파악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거기에 상상력이나 비유를 얹으면 보다 다양한 느낌을 가져옵니다. (19)의 '수박'을 지구덩이로 보는 것이라든지, (22)의 '빗방울'이 쏟아지는 것을 음악회를 열고 있는 것으로 본다든지 (21)의 '풍경'을 울려나는 것을 물고기 한 마리가 물길을 그리워하는 것으로 보는 것 등이 이러한 예에 해당됩니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자연이나 삶을 나름대로의 소박한 논리로 해석해보는 시도도 있는데 다음의 경우는 그 좋은 예에 해당됩니다.              (23)            산이            선 채로            한없이            견딜 수 있는 것은            발 아래           무릎 아래            맑은            강물 속에            물고기            뛰노는 모습            항상            볼 수 있기 때문.            강이            산의 주위만            한사코            맴도는 것은            산에서            새어나오는            아름다운            향기며            새들의            노래 소리를            늘            들을 수 있기 때문.            ―이해완,「산과 강」, 한국동시조 제8호     산과 강이 언제나 연대어 있는 것은 지형적인 이유에 해당되지만 시인은 '물고기의 모습을 항상 볼 수 있'고,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동심의 순박한 이유를 들어 나름대로의 해석을 보여준 것입니다.  한국 동시조의 깊이있는 발전을 위해서는, 작품을 통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그 생각으로 삶이 여물어 갈 수 있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요.    (24)  나직한 콧노래처럼  가슴 촉촉히 젖는 밤  날 새면  부신 연분홍  앵두꽃도 벙글겠다  내 동생  무거운 말문도  그냥 슬슬 열리겠다.  ㅡ진복희,「봄비」, (쪽배 2호 『5 : 3』, 책만드는집, 1999년)  (25)  밤나무 아래 서서  하늘 한참 쳐다보면  할배가 감췄다가  꺼내 주는 알사탕처럼  한 개 뚝!  떨어지는 아람  산 고요가 무너진다.  ㅡ서재환,「산고요」, (쪽배 2호 『5 : 3』, 책만드는집, 1999년)       위의 두 편의 작품에서도 '봄비'나 '고요'의 의미를 통해 시의 행 사이에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봄비」에서는 그 '봄비'가 어떠한 역할을 해줄 것인가라는 추측과 바램을, 하나는 앵두꽃 벙그리라는 자연적 현상을 통해 다른 하나는 동생의 말문이 트이리라는 생활 가운데의 기대를 통해 작지만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산고요」에서는 밤 한 송이가 그 큰 산의 고요를 무너뜨리는 것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것은 중장의 비유에서 연유하고 있습니다. 위의 세 작품은 시적 대상을 통해 나름대로의 해석을 통해 보여주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26)  하필이면 다른 아홉 그루는 다 놔두고 어쩌면  저기 저 느티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 언제쯤  그 둥지 아기새에게 그걸 물어 볼 수 있을까  ㅡ이정환,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  (이정환 동시조집, 만인사, 2000년)       이 작품에는 해석이나 판단을 시인이 한 방향으로 정하여 보여주지 않습니다. '아홉 그루는 다 놔두고 어쩌면 저기 저 느티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라고 시인은 독자에게 묻습니다. 독자들은 이 질문을 각자에게 던져보며 생각하게 됩니다.  과연 뭘까? 여러 가지 답이 가능합니다. 정답이 따로는 없지요. 어떤 것에 대해 사유하고 고민하게 하는 것. 거기에 시인은 의미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6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동시조의 흐름을 어떤 시적 대상을 가지고 어떠한 방법으로 창작되어져 왔나를 살펴보았습니다. 자연과 현실 혹은 역사, 그리고 사물 등에 이르기까지 아주 광범위한 소재를 시적 대상으로 삼아 다양하고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고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21세기 우리 동시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할까. 지금까지 전개되어온 양상을 전제로 다음 몇가지를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동시와 마찬가지로 동시조 역시 아동을 위한 시이고 보면 당연히 교훈성을 띨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서정성에 바탕을 두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주장을 한다든지, 추상적인 어휘로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비만 오면/강물에는 고기떼가 죽어나니//  막 버린/자연훼손/너도나도 막아보세  ―「이래서 되겠는가」중에서 (2-149∼150)  높다란 하늘아래/기다긴 목을 느리고//  평화를 노래하면서/자유가 그립대요  ―「동심의 꽃밭에서」중에서 (2-172)  흘러가는 영원으로/먼 훗날/불멸의 노래/부를 날을 위하여  ―「화병의 꽃다발」중에서 (2-202)  사람이 사람의 도리를 모르면/만물의 영장이라 말 할 수 있겠는가  ―「효도」중에서 (2-214)       동시가 그러하듯 동시조 역시 시적 화자는 아동이여야 합니다. 아동의 눈과 아동의 가슴과 아동의 목소리여야 합니다. 그런데 동시조 중에는 제목이「아내를 바라보며」같은 것들도 종종 눈에 띄는 것을 봅니다.     다음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동시조를 창작하는 전문가가 배출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창작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시조는 동시와 달리 지금껏 시조시인들에 의해 비전문적이고 간헐적으로 창작되어져 왔습니다.『한국 동시조』(발행인 : 박석순)가 그나마 90년대를 지켜왔고, 박경용, 서재환, 신현배, 진복희, 허일 시인 등이「쪽배」라는 동인을 결성 두권의 동인지를 내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더욱이 기성 시조 전문지에서는『열린시조』가 초·중·고등학생의 작품 현상공모를 통해 여기에서 선정된 작품을 매호 소개하는 정도고 다른 곳에서는 철저하게 소외당하고 있습니다. 동시조를 쓰는 전문 작가군이, 각종 신인상을 통해 등단할 수 있도록 신인상 부분에 동시조 부분을 신설해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하루 아침에 될 수는 없으므로 시조시인들이 동시조에 대한 애정을 아울러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동시조 창작을 하는데 있어서도 고전적이고 자연적인 소재보다는 오늘의 우리 현실을 가감없이 담아내는 작품들이 많이 창작되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21세기의 첨단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동시조만이 초가집과 둥근 달을 그려내고 있다면 문제지요. 사이버 공간과 컴퓨터와 테크노 댄스와 채팅방에 길들여진 우리의 어린이들이 과연 얼마만큼 그러한 세계에 공감할 수 있을까요. 이제 이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마음이 되고 그들의 사고를 가져와야 합니다. 동시조가 사랑 받을 수 있는 장르가 되기 위해서는 민족 고유의 숨결이 흐르는 그릇 안에 오늘날의 생각과 역사를 살아 숨쉬게 해야 합니다. 이것은 동시조를 창작하려는 모든 이에게 주어진 신성한 의무이며 책임인 것입니다.           출처 :목련동시조  글쓴이 : 양계향
90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시조, 동시, 시 차이점?... 댓글:  조회:3502  추천:0  2017-12-21
시조 (時調)   한국 고유의 정형시.    시조 이전의 모든 시형(詩型)은 시조의 발생을 위한 준비이고, 시조 이래의 시형들은 시조에서 분파한 형식이라 할 만하다. 민족생리에서 우러나오지 않은 시형들은 일시적으로 각광을 받았다 하더라도 곧 도태되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시조만은 700∼800년을 두고 민족의 얼과 정서를 담아 줄기차게 오늘에 이른 유일의 민족문학이다.   [시조의 형식] 오늘날 대부분의 학자들이 시조를 말할 때 ‘3장 6구(三章六句)’ ‘3장 8구(八句)’ ‘3장 12구(十二句)’ 등 구(句)에 대한 견해를 달리하고 있으나, 장(章)은 한결같이 3장이라고 하니 시조가 3장으로 구성되었다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또 3장이라고 하는 대신, 3행(行)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이것은 별로 문제가 안된다. 그러므로 시조의 장은 초장(初章) ·중장(中章) ·종장(終章)의 3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특징이요, 이는 엇시조에서나 사설시조에서도 다를 바가 없다. 시조의 구에 대한 개념 규정은 여러 가지이지만 ‘3장 6구설’과 ‘3장 12구설’이 가장 지배적이다. 시조와 자유시와의 구분이 날로 불가능할 정도로 비정형화(非定型化)되어 가는 경향을 미연에 방지한다거나 외형율로서의 리듬을 고려하여 자유시와 색다른 면을 더욱 부각되게 하려면 3장 6구로서의 느슨함보다는 3장 12구로 정형성을 팽팽히 매어 시조의 고유성을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시조형식의 3장 12구체가 지니는 자수는 초 ·중 ·종장 각 15자 내외로 잡아서 한 수가 소요하는 자수는 45자 내외가 되는 셈이다. 각 구의 자수가 약간씩 넘나드는 것은 무방하나 종장 처리에서만은 종장 제1구의 3자를 어기지 않는 것이 정도(正道)이며, 종장 제2구는 5자 이상을 확보할 때 시조의 율격이 살아난다.   동시 (童詩)      동심의 세계를 표현한 시.    동시의 특색은 ‘어린이답다’는 데 있으므로 동시는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단순한 사상 및 소박한 감정을 담아야 한다. 동시의 모태는 동요이나 이 동요의 정형율을 깨뜨린 내재율(內在律)과 산문률을 지닌 시가 동시이다. 한국 동요는 1925년 무렵까지 창가조의 것뿐이었는데, 윤석중(尹石重)의 동시집 《잃어버린 댕기》(1933)를 효시로 동시의 기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동시의 형태도 서정시와 서사시 ·서경시로, 그리고 자유시와 산문시로 나눌 수 있다. 또 이들을 내용면에서는 동시와 동화시(童話詩)로, 형식면에서는 동시와 산문시로 나눌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이석현(李錫鉉)의 《원숭이의 꿈》(1967)은 동화시이고, 유경환(劉庚煥)의 《아이와 우체통》(1964), 박경용(朴敬用)의 《애드발룬이 띄우는 하늘》(1966) 등은 산문동시이다. 김영일(金英一)의 《자유시론》(1937) 이후 본격적인 동시가 출현하여 박영종(朴泳鍾:朴木月) ·이원수(李元壽) ·강소천(姜小泉) 등이 자유로운 형식의 동시를 썼고, 일제강점기 말에서 8 ·15광복 때까지 박화목(朴和穆) ·어효선(魚孝善) ·이응창(李應昌) 등이 활약했다. 1950년대에는 최계락(崔啓洛) ·이종택(李鍾澤) ·박홍근(朴洪根) 등이, 1950년대 말에 등단한 박경용 ·조유로(曺有路) ·신현득(申鉉得) ·김종상(金鍾祥) 등이 본격 동시운동을 일으켜 1960년대 동시문학의 꽃을 피웠다. 이때부터 1980년대까지 동시문학에 공헌한 작가는 석용원(石庸源) ·윤부현(尹富鉉) ·유경환 ·이상현(李相鉉) ·김사림(金思林) ·문삼석(文三石) ·권오순(權五順) ·이오덕(李五德) ·엄기원(嚴基元) ·김녹촌(金鹿村) ·하청호(河淸鎬) ·전원범(全元範) 등이 있다.    시 [詩]      자신의 정신생활이나 자연, 사회의 여러 현상에서 느낀 감동 및 생각을 운율을 지닌 간결한 언어로 나타낸 문학 형태.    한국어로 보통 시라고 할 때에는 그 형식적 측면을 주로 가리켜 문학의 한 장르로서의 시작품(詩作品:poem)을 말할 경우와, 그 작품이 주는 예술적 감동의 내실(內實)이라고 할 수 있는 시정(詩情) 내지 시적 요소(詩的要素:poetry)를 말할 경우가 있다. 전자는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통합된 언어의 울림 ·리듬 ·하모니 등의 음악적 요소와 언어에 의한 이미지 ·시각(視覺) 등 회화적 요소에 의해 독자의 감각이나 감정에 호소하고 또는 상상력을 자극하여 깊은 감명을 던져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문학작품의 일종으로, 거기에서는 언어의 정동적(情動的)인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언어의 배열과 구성(構成)이 요구된다. 후자에 관해서는 시작품뿐만 아니라 소설 ·희곡 등의 문학작품으로부터 미술 ·음악 ·영화 ·건축 등의 예술작품, 더 넓혀서 자연이나 인사(人事) ·사회현상 속까지 그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 가능하다. 시와 산문과의 차이를 말할 때의 시란, 일정한 울림 ·리듬 ·하모니를 가진 운문(韻文)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시작품을 성립시키는 각 시구(詩句)를 가리킨다. 프랑스 시인 발레리는 시와 산문과의 차이를 말함에 있어서 전자를 무용(舞踊)에, 후자를 보행(步行)에 비유하고, 산문은 보행과 같이 명확한 하나의 대상을 가지고 어떤 대상을 향한 한 행위로서 그 대상에 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데 반해, 시는 무용과 같이 그것도 행위의 한 체계이기는 하지만 도리어 그 행위 자체를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고 말하였다. 즉 시는 무용과 같이 어딘가를 목표로 하여 가는 것이 아니라 굳이 말한다면 하나의 황홀한 상태, 생명의 충일감(充溢感)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보행과 무용의 공통점은 그때 쓰이는 것이 육체(肉體)라는 점인데, 이것을 시와 산문에 적용시켜 보면 양자는 다같이 언어(言語)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즉 시에 쓰이는 언어, 시적 언어(詩的言語)는 산문에 쓰이는 언어가 이른바 의미기호(意味記號)로서의 언어, 전달을 첫째 목표로 하고 있는 실용적인 언어인 데 비해, 독자 속에 있는 어떤 감동 상태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쓰이는 언어, 즉 감화적 ·정동적인 기능을 달성하기 위한 언어인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우리가 대하고 있는 시에 쓰이는 언어는 반드시 의미 전달의 기능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적 언어의 본질은 그런 데에 있으며 이런 사고(思考)를 밀고 나갈 때 소위 순수시의 개념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는 어떤 경로를 거쳐 발생하며 또 발전해 왔을까. 어린이가 내적 감정(內的感情)의 솟아오름을 육체적으로 나타내려 할 때, 표정과 함께 몸까지 떨며 그리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노래를 입속으로 흥얼거리는 수가 있다. 미개인(未開人)에게 있어서도 이와 같아서 희로애락의 감정은 춤이나 소박한 노래라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오늘날의 춤의 기원과 더불어 시의 기원을 거기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단계에서 한걸음 나아가 생산 노동에 수반하여 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집단적으로 불리어진 노동가요(勞動歌謠)나 언어의 초자연적(超自然的)인 힘을 믿는 고대 신앙과 결부되어 욕망이나 기대의 실현을 바라는 주문(呪文)으로서의 기도가(祈禱歌)의 단계를 지나 그 자체로서 양식을 완성하려는 자각이 생김으로써 문학으로서의 시가 탄생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또한 고대 사람들이 포획물(捕獲物)인 동물을 한 마리라도 더 잡기를 기원하며 그린 동굴벽화(洞窟壁畵)에서 오늘날의 미술이 탄생한 과정과도 걸맞는 것이다. 동시에 시의 이와 같은 발생의 역사는 오늘날의 시의 본질적 성격까지도 얼마만큼 규정하고 있고, 훌륭한 시는 인간의 일상생활에 있어서 각성된 의식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사회적으로 억압된 충동이나 소망을 표면에 끌어내어 일종의 심리적 억압에서 해방시키는 작용이 인정된다. 반복이나 압운(押韻) ·직유(直喩) ·암유(暗喩) ·우유(寓喩) 등, 소위 시의 기법(技法)도 독자의 의식세계를 흔들어, 잠자고 있는 기억이나 소망을 불러 깨우기 위한 수단이라고 해도 좋다. 시는 크게 서정시(敍情詩) ·서사시(敍事詩) ·극시(劇詩)의 세 가지로 구별한다. 서정시는 개인의 내적 감정을 토로하는 것으로 근대시의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영어의 lyric poem이나 프랑스어의 poéme lyrique는 본시 lyre(七絃琴)에 맞추어 노래 불렀던 데서 온 호칭이다. 서사시(epic poem)는 민족 ·국가의 역사나 영웅의 사적(事蹟)과 사건을 따라가며 소설적으로 기술하는 것인데 그리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프랑스의 《롤랑의 노래》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극시(dramatic poem)는 극형식을 취한 운문(韻文) 내지 운문에 의한 극을 말하는데 셰익스피어, 코르네유, 라신, 괴테 등의 희곡이 이에 해당한다. 시에는 그 밖에 흔히 행(行)을 나눠서 쓰는 시와 대조되는 것으로 산문의 형식을 취하면서 그 속에 시적 감명(詩的感銘)을 담은 산문시(prose poem)가 있는데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 로트레아몽의 《마르도롤의 노래》, 투르게네프의 《산문시》 등이 유명하다. 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시어를 배열 ·구성하는 정형시(定型詩)가 있는가 하면 그와 같은 형식적인 규칙을 무시하는 자유시가 있으며 또한 그 내용에 따라 생활시(生活詩) ·사상시(思想詩) ·연애시(戀愛詩) ·종교시(宗敎詩) ·풍자시(諷刺詩) ·전쟁시(戰爭詩) 등의 호칭도 쓰여지고 있다.     ///콩쥐와 생쥐 | ================== [동시조] 할머님의 입술 속에 /박찬승   할머님과 살던고향  도깨비  놀이마당 개암을  똑 바자작  다락방 도깨비 동구 밖 물구나무선 빗자루 도깨비   개울가 달각달각 돌자갈 도깨비 달걀이 빙글빙글 달걀 도깨비 외양간 숨어 지키는 쇠 빗장 도깨비   부뚜막 맛 참견 조왕 신 도깨비 부엌엔 엎드린 부지깽이 도깨비 지붕위 우꾹선키다리 굴뚝도깨비   마루 위 달그락 쿵 다듬이돌 도깨비 마루 밑 웅크린 홍두깨 도깨비 돌저귀 삐거덕 푸푸  문고리 도깨비   안방의 아랫목엔 터주 신 도께비 윗방의 설광엔  메주 도깨비 화롯불 고구마구이 부젓가락 도깨비   뒤주 앞 항아리 위 성주 신 도깨비 도깨비 도깨비 할머님의 옛이야기 할머님 입술 안에는 도깨비가 살아요 
900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2 댓글:  조회:2479  추천:0  2017-12-21
동시조를 잘 짓는 방법 10가지 ◐                                                 /강호인 (시조시인)   1) 가락을 익혀 (운율)을 살려 쓴다. 푸른 산에 가보니까 바람이 불었다 누런 들에 가서 보아도 바람이 불었다 그 색을 가지고 와서 짝꿍 얼굴 그리겠다.   ② 산에 산에 산에는 푸른 바람 불고요 들에 들에 들에는 노란 바람 분대요 산바람 들바람으로 내 짝꿍을 그려보자.   2) 일상 생활에서 매일 (반복적·상식적)인 내용은 쓰지 않는다. ①세수하고 밥을 먹고 학교 가서 공부하고 집에와 숙제하고 친구들과 놀고 나서 졸리워 내방에 가서 드러누워 잠잤다.   ② 늦잠 자다 허둥대고 준비물 잊고 왔네 집에 가서 찾아올까 벌청소하고 말까 엄마가 달려오신다 눈물이 핑도네   3) 거짓 없이 (진솔한 생활경험)을 쓴다.   ① 친구가 욕을 해도 나는 웃고 돌아서고 놀다가도 공부하라면 나는 제일 기쁘다 이 담에 돈을 벌어서 불쌍한 이 다 줄 거야.   ② 상훈이와 맞붙어서 한참을 싸우다가 슬며시 화가 나서 주먹 한 방 날렸더니 주르르 코피가 나네 이를이를 어쩌나.   4) 아름답고 (따뜻한 생각)을 드러낸다.    이호우   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 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는 초당(草堂)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5) 상상력과 관찰력이 풍부한 글을 쓴다.     별을 따다 심어볼까 우리 집 꽃밭에다 무지개로 지붕 얹고 달을 따다 거울 달고 짝꿍과 단둘이 앉아 하모니카 불어볼까.     어항 속 금붕어들 술래잡기 한대요 고개 들고 뽀끔뽀끔 날 잡아라 다시 뽀끔 줄무늬 잽싼 녀셕이 찾아내고 말았대요.   6) (고운 말)을 가려 쓴다.    이은상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   땡그렁 울릴 제면 또 울릴까 맘졸이고 끊을 젠 또 들리라 소리나기 기다려져 새도록 풍경소리 더리고 잠 못 이뤄 하노라   7) (생각이나 느낌)이 드러나게 쓴다.   ① 잠자리를 잡으려 마당으로 나갔더니 장대 위의 잠자리가 멀리멀리 날아갔네 그것을 잡지 못해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② 애걔걔 날아 버렸네 세 번째 허탕이다 장대끝 높은 자리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용용용 날 잡아보렴 놀려대고 있네요.   8) 구와 구, 장과 장들이 (주제)에 맞게 관련 지어 쓴다.   ① 푸른 산 속에는 요정들이 사나보다 우리 아빠 공장 가고 나는 또 학교 가고 은하수 한 자락 풀어 나의 시를 짓고 싶다.   ② 엄마는 장엘 가면 망설이다 해가 진다 두부 한 모 받쳐들고 지갑 속을 훔쳐보다 내 성화 견디다 못해 빨간 구두 사 주셨다.   9) (글다듬기) 많이 하여 작품을 완성한다.     우리 누나 하얀 꽃이 논두렁에 피었다 아기댕기 매달고서 소곤소곤 춤을 추네 꺾을까 생각하다가 그냥 두었다.     우리 누나 닮은 꽃이 논두렁에 피었다 노랑댕기 매달고서 한들한들 춤추는 꽃 꺾을까 망설이다가 돌아서고 말았다.   10) 기초적인 수사법 (비유법, 강조법, 변화법)를 활용하여 쓴다.    이영신   대문 앞 양지쪽에 돌담으로 빚은 우물 봄 햇살 볼이 고와 아침이면 떠오르고 한 옹큼 물맛 오르듯 반짝이는 은물결 . -강호인의 시조샘에서(http://www.sijosam.com/)- kh   *시조(동시조) 짓기 위한 방법* 1.생각 품기 - 아름다운 생각 품기 - *시는 사랑의 노래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조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워하는 마음 원망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았다면 이제부터 따뜻한 눈으 로 바라보며 좋은 시를 지어 본다   2.마음 담기 - 그리운 마음을 담자 - *무엇을 그리워하는 마음을애릇 하고 아름 답습니다 지난일을 되돌아 보는 마음을 순수해지고 맙니다. *세월이 흐르면 미워 했던 사람도 살며시 부고 싶어 집니다 지나단 일들을 떠 올리며 맑고 순수한 마음을 시조로 써 봅니다.   3.우리말 - 아름답고 쉬운 우리말을 골라 쓰자 - *시조를 지을 때 어려운 한자어나 딱딱한 시사용어. 학술용어를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마땅한 우리말이 없다면 몰라도 가능하면 쉽고 듣기 좋은 우리말을 골라 쓰도록 해야 한다.   4.바른 표현 - 이치에 맞게 바르게 표현 하자 - *시조를 쓸 때 모르는 가운데 엉터리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읍닌다 사실과 다른 표현을 바르게 쓰자   5.짜임새 - 구와 장을 마무리 하자 - *글 자수만 맞춘다고 시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퇴고퇴고 하면서 구와 장을 마무리 하여 시조를 고쳐 본다.   6.감동잡기 - 감동을 잡아라 - *감동이 없는글은 생명이 없다 *감동이란 무엇을 깊이 느끼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말 함 *시조는 우리가 경험하고 상상한 감동을 정해진 시조의 틀에 맞추어서 아름답게 그려낸다.   7.특징잡시 -글감이 되는 대상의 특징을 잘 잡아야 한다 - *대상의 특징이 무엇인지 생각 해 보면 문득 떠오르는 좋은 생각이 있다.   8.주제 잡기 - 한가지 주제가 나타나도록 쓰자 - *초장은 본 모습을 중장은 움직이고 행동하고 하는 모습 종장은 본 느낌을 9.이미지 묘사 - 풍경을 스캐치 하듯 하여라 - *어떤 사물의 모습을 보고 그림이나 글로 재현하는 일을 묘사라 한다 글을 쓸때에 그림을 그리듯 풍경을 묘사하는 방법으로   10.체험 바탕 -체험을 바탕으로 느낌과 생각도 함께 하라- *시조를 쓸 때 머리 속으로만 상상해서 스면 좋은 글이 나오기 힘들다(자칫 허무맹랑하고 뜬구름 잡는 듯 한 글. 알맹이 없는 글이 되기 쉽다) *자신이 직접 체험 했던 사실을 바탕으로 느낌과 생각을 더하여....   11.의인법-사물에게도 인격을- *의인법을 인용하면 글감이 풍부하다 *의인법을 사용해 글을 쓰면 우선 글감을 자세히 관찰하고 특징을 잘 살려 좋은 시를 쓸수 있다.   12.퇴고 -쓴 글은 반드시 다듬어라 - *쓰고 난후 반드시 읽어 보며 소흘 한 곳을 고처라 *글을 잘 쓰는 사람은 퇴고 하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여 있다.   ★위와 같이 시조 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1).많이 읽어라. 2).자세히 관찰 하라 3).많이 외워라 4).깊이 생각 하라 5).여러번 지어라   ★지도에 시조를 이해 시킬려면 1).시조(동시조)란 무엇인가? -정형시-일정한 형식이 정해져 있는 시를 말 한다 - *우리민족의 고유한 문학으로 어린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동심과 성인의 사상과 감정 을 운율적으로 표현한 3장 6구 12음보의 일정한 형식이 있는 정형시로 세계에서 몇 않되는
899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 댓글:  조회:2210  추천:0  2017-12-21
世界의 童詩史 ( 略 ) 1. 童謠의 根源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어린이들 사이에 동요가 전해 왔다. 이것이 < 傳承童謠(傳來童謠)>이다. 전승동요가 창작동요의 근원이 되었고, 창작동요가 定型의 틀을 벗고 自由詩化한 것이 自由童詩이다. 東洋에서는 동요가 예언의 기능을 가졌다고 믿어 왔다. 이러한 예언의 동요를 라 하였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文獻童謠가 또한 참요였다. 그것은 중국 『帝王世紀』에 기록된 「擊壤歌」였다. 日出而作 해뜨면 일하고 日入而息 해지면 쉬네. 鑿井而飮 우물 파서 물 마시고 耕田而食 밭을 갈아 배불리는데 帝力于我何有哉 제왕의 힘이 내게 무슨 소용. 즉, 堯帝가 민정을 살피기 위해 微服을 입고, 몰래 동요를 들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동요의 기록은 『三國遺事』武王條에 전하는 「薯童謠」(590년경)이다 (童謠滿京 達於 禁宮… ). 그러나 현대적 안목으로 보면 그보다 500여 년이나 앞선 『三國遺事』 駕洛國記의 「龜旨歌」(A.D.10년 경)이다. 龜何龜何 首其現也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若不現也 燔灼而喫也 내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이 讖謠는 아동 심리적으로나 構成·內容 등에서 현대동요와 유사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전승동요에는 외 < 口傳童謠> · < 小說收錄 童謠 > 등이 있다. 2. 韓國 童詩의 時代區分 한국 현대아동문학은 1908년 六堂 崔南善(1890∼1957)이 한국 최초의 아동지 《少年》에서, 童詩 「海에게서 少年에게」를 創刊 序詩로 발표하면서 起點이 이루어졌다. 世界 現代文學史 상 동요나 동시로써 아동문학을 시작한 나라는 韓國 외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한국 아동문학은 동시가 그 주류를 이루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동시 분야는 한국아동문학의 특성이면서 자랑이므로 이를 잘 지켜 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동시는 다음과 같은 시대를 거치면서 발전하였다 Ⅰ. 傳承童謠 時代 ( 古代 ∼ 1908년 ) Ⅱ. 創作童謠 時代 ( 1908년 ∼ 1945년 ) 1. 唱歌開發期 ( 1908년∼1923년 ) 2. 創作童謠成長期 ( 1923년∼1935년 ) 3. 創作童謠衰退期 ( 1935년∼1945년 ) Ⅲ. 自由童詩 時代 ( 1945년 ∼ 현재 ) 1. 自由童詩形成期 ( 1945년∼1960년 )  2. 自由童詩成長期 ( 1960년∼1976년 ) 3. 自由童詩發展期 ( 1976년∼ 현재 ) 근래에 가 정리되면서 한국 아동문학의 세계적 위치가 밝혀졌다.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동요·동시로 현대 아동문학을 시작한 유일한 국가라는 사실과 함께 동요시인의 수가 많고, 작품 수준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우리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동시를 창작하는 나라임을 자인하게 되었다.  3. 世界의 童謠詩人(한국 제외) ① 라 퐁텐의 寓話詩 서양에서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시집을 처음 만든 사람은 17세기, 프랑스의 시인 장 드 라 퐁텐(Jean de La Fontaine·1621∼1694)이었다. 그러나 어린이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治水保林官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자연과 친하였고 그것이 詩作에 영향을 미쳤다. 1658년 재무장관에 바친 長詩 「아도니스(Adonis)」를 시작으로 1661년까지 御用詩人으로 있었으며 이후 오를레앙大公 부인 드 라 사브리에르 부인과 델바르 부인 집에 기식하면서 천진한 성격으로 여러 가지 일화를 남기면서 『寓話詩』와 여타의 작품을 썼다. 그러나 그의 명성은 우화시에서 얻었다. 퐁텐의 우화시는 1668년에 시작하여 그가 沒하기 전년인 1693년까지 27년에 걸쳐 12권, 240편에 이르렀다. 그는 「이솝 이야기」나 「여우 이야기」, 기타 동양 이야기 등에서 우화를 취하여 콩트적 구상으로, 서정적이며 풍자적인 작품을 빚었다. 퐁텐의 우화시는 3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프랑스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참나무와 갈대  장 드 라 퐁텐 어느 날, 참나무가 갈대에게 말했지. ― 너는 자연을 탓할 만해 한 마리 굴뚝새도 너에겐 무거운 짐이 되고  물 무늬나 일으키는 산들바람에게도 머릴 숙여야 하니 말야.  그렇지만 나는 카프카즈산 같다구.  햇빛을 가로막고, 폭풍에도 끄떡 않지 모든 게 네게는 큰 바람, 나에겐 미풍일 뿐. 안됐군, 네가 내 그늘에 자랐더라면 너를 돌보기라도 할 텐데 말야,  그처럼 괴로워하지 않게 바람을 막아 줄 텐데, 네가 자라는 곳은 언제나 바람 많고 축축한 물가란 말이야. 자연은 너무 너를 괴롭히는군. ― 네가 나를 동정하는 건 쓸데없는 걱정이야 하고 갈대가 말했지. ― 나는 바람을 두려워 않는다구. 몸을 굽히지만 부러지는 게 아냐. 지금까지 넌 거센 바람에 버티기만 했지, 그런데 긑까지 두고 보자구. 그때 지평선 끝에서 큰바람이 몰려왔지. 지금까지 옆구리를 뒤흔들던 것 중 가장 무서운 놈이었어. 참나무는 버티고 갈대는 굽혔지 그러다가 마침내 참나무는 뿌리째 뽑혔다구, 꼭대기는 하늘에 닿았고, 뿌리는 지하왕국에까지  뻗어있던 그 나무가.  창고에 든 족제비 장 드 라 퐁텐 길고 가는 몸매, 족제비 아가씨가 좁은 구멍으로 광에 들어갔어요. 병에서 갓 회복된 족제비는  광 속에서 닥치는 대로 갉아먹곤 했죠. 그러자 곡간의 양식이 줄어들었어요. 뺨에 살이 오르고  기름기가 돌고 뚱뚱해졌죠. 일 주일 동안 실컷 먹은 다음에 소리가 들리는 구멍으로 나가려했죠. 그런데, 나갈 수가 없었어요. 들어오던 구멍이 아닌가 했죠. 광을 몇 바퀴 돈 다음 그 구멍이 틀림없음을 알고 "대엿새 전에 여길 지나왔는데" 하고 말했죠. 그 꼴을 보던 쥐가 말했어요. "그땐 자네가 홀쪽했었네. 홀쪽한 몸으로 들어왔으니, 홀쪽한 몸으로 나가야해. 찍찍." 이 말은 나 말고도 누구든지 할 수 있는 말. ② 윌리엄 블레이크의 『순결한 노래』 서양에서 동요·동시의 창작은 영국의 화가이며 시인이었던 윌리암 블레이크(William Blake·1757∼1827)에서 시작되었다. 판화가이며 삽화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어린이의 눈에 비친 세계를 노래한 시집 『순결한 노래(Song of Innocence)』(1789)를 내어 근대 동시의 선구자가 되었다. 그에게는 그밖에 『경험의 노래』(1794) 등 시집과 산문집이 있다. 아기의 기쁨 윌리엄 블레이크 "나는 아직 이름이 없어요. 태어난 지 이틀밖에 안 되는 걸요." 네 이름을 무엇이라 불러야 하나? "나는 바로 행복이지요. 기쁨이 내 이름에 어울릴 거예요." 달콤한 기쁨이여, 네게 있어라! 아름다운 기쁨이여! 달콤한 기쁨이다, 이틀박이야. 달콤한 기쁨이라 이름 짓자. 아가야 웃어 보아라. 노래를 불러 줄께 달콤한 기쁨이여, 네게 있어라! ③ 뉴우베리의 『마더 구우스』 존 뉴우베리(John Newbery·1713∼1767)는 세계 최초의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를 차린 영국인이었다.  16세 이후, 인쇄소 직공으로 일하였고, 31세에 이라는 출판사를 차려 값 싼 어린이 책 을 200종 출간하였다. 그중 연국의 저래동요집 『어미거위의 동요(Mother Goose's Melody)』(1760)가 있었다. 이 동요집은 오늘까지도 동시·동요의 본보기 글이 되고 있다. 동요집 출간에서 뉴우베리는 당시의 대시인 골드스미스(Oliver Goldsmith·1730∼1774)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는 그 뒤, 전래동요를 가리키는 이름이 되었다. 이 전래동요집은 여러 사람에 의해 계승 편찬되었는데 많은 것은 1500편이나 수록된 것이 있다. 온 세계의 바다가 『마더 구우스』에서 온 세계의 바다가 하나된다면 얼마나 크겠니? 온 세계 나무가 하나된다면 얼마나 크겠니? 온 세계 도끼가 하나된다면 얼마나 크겠니?  온 세계 사람이 하나된다면  얼마나 크겠니? 그 커다란 사람이 그 커다란 도끼로 그 커다란 나무를 잘라 그 커다란 바다에 넘어뜨리면  얼마나 얼마나 큰 소리가 나겠니? 모두 몇일까 『마더구우스』에서 내가 세인트 아이브스에 갔을 때 한 남자를 만났지. 그 사람이 거느린 여자가 일곱. 여자는 모두 자루를 일곱씩 들고 있었지.  자루마다 어미 고양이가 일곱 마리. 어미 고양이마다 새끼 고양이가 일곱 마리씩 새끼 고양이, 어미 고양이, 자루, 그리고 여자를 합쳐 세인트 아이브스에 간 것은 모두 몇이 ― 게? ④ 램 남매의 『어린이를 위한 시』 영국의 수필가로 알려진 메리 램(Mary Lamb·1764∼1847)과 촬스 램(Charles Lamb)이공저 『어린이를 위한 시(Poetry for Children)』(1809)를 내어 童詩의 개념이 형성되었다. 램 남매는 改作 童話集 『세익스피어 이야기(Tales from Shakespeare)』(1807)의 편자로 알려져 있다. ⑤ 에르쇼프의 童話詩 『곱추 망아지』 페트르 파블로비치 에르쇼프(Pyotr Pavlovich Ershov·1815∼1869)는 러시아의 시인으로 시베리아 서부에서 출생, 어려서부터 시베리아에 전해오는 民話·民謠 등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페테르스부르크 대학(뒤의 레닝그라드 대학) 재학 중, 동화시 『곱추 망아지(Konek­Gorbunok)』(1834)를 발표하였는데 민화를 이야기 시로 재구성한 것이었다 왕과 관리를 날카롭게 풍자한 이 작품은 각국에서 영화와 발레로 소개되고 있다. 곱추 망아지(Konyok-Gorbunok) 농사꾼의 집에 아들 3 형제를 두었다 막내아들 이름이 이반(Ivane)이었다. 이반은 마음이 착했으나 똑똑하지는 못했다.  3형제가 차례를 정해, 밤마다 밀밭을 지키게 되었다. 이반이 밀밭을 지키던 밤이었다. 밤중에 하늘에서 암말 한 마리가 내려와 밀밭을 밟아 놓는 것이었다. 이반은 날뛰는 암말에게 달려들었다.  "잘 만났다. 네가 밤마다 와서 우리 밀밭을 망쳐 놓는단 말이지." 바보는 말꼬리를 잡고 말 등에 거꾸로 올라타고, 아무리 날뛰어도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약간 바보였으므로 두려움 같은 것을 잘 몰랐다. "밭 주인님, 제가 잘못했어요. 놓아주세요." 그래도 바보는 말을 놓아주지 않았다. 말이 사흘 뒤에 망아지 세 마리를 데려다 주겠다고 하자, 다짐을 받고 말꼬리를 놓아주었다. 말은 약속한대로 망아지 세 마리를 데려다 주었다. 그중 한 마리는 꼽추 망아지였다. "꼽추는 요술 말이에요. 절대로 팔지 마세요." 하고 어미 말이 사라졌다. 바보 이반은 이렇게 하여 망아지 세 마리를 기르게 되었다. 그러나 꼽추 망아지는 잘 자라지 않았다.  그런데 이반의 형이 나쁜 사람들이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의 형은 동생의 말을 훔쳐서 타고 서울로 달아났다. 이반은 곧 꼽추 망아지를 타고 달려가서 두 형을 붙잡았다. 마음씨 좋은 이반은 형들을 용서하고, 두 마리 말을 팔아서 돈을 나누어주기로 하였다. 말을 사겠다는 사람은 이 나라의 왕이었다. 왕은  "이렇게 좋은 말은 처음 본다."  하고 비싼 값으로 말을 사들였다. 그리고,  "자네가 이 말을 돌보아야겠군." 하고 이반을 마부 두목에 임명하였다. 거기에다 서울로 오는 길에서, 값으로는 따질 수 없다는 불새 깃털까지 줍게 되었다. 운수가 트인 것이었다. 그런데 이반 때문에 마부 두목에서 밀려난 신하가 그를 시기하게 되었다. "대왕님, 이반이라는 저 마부 두목은 나쁜 사람입니다. 대왕님도 가지지 않은 불새 깃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 이반을 당장 이리로 잡아들여라." 왕은 고자질하는 신하의 말을 듣고 이반에게 화를 내었다. "신하의 신분으로 그런 값진 것을 가지다니 뻔뻔스럽지 않느냐?" "아닙니다. 저는 이것이 불새의 깃털인지, 그처럼 값진 것인지도 모르고 주웠을 뿐입니 다." "무슨 소리냐? 너는 불새 있는 곳을 알 것이다. 3주 이내에 불새 한 마리를 잡아오너라. 아니면 네 목숨은 없다." 바보 이반은 꼽추 망아지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반은 꼽추망아지를 타고 8일을 달려가서 불새를 붙잡아 왔다. 불새가 빛을 내자 궁전 안이 환해졌다.  "귀한 새를 잡아왔구나. 이 새는 값을 따질 수 없는 것이다. 이반이 내 마음에 쏙 든다. 그런데 부탁이 또 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 바다의 공주를 사로잡아 오너라." 이반은 곱추 망아지의 도움으로 바다의 공주를 붙잡아 왔다. 그러자 왕은 이 예쁜 공주의 마음에 들기 위해, 그녀가 바다에 빠뜨리고 온 반지를 찾아오라는 것이었다. 이때에도 꼽추 망아지가 도와주었다. 왕은 공주에게 결혼을 요구했다. "싫어요. 젊은이가 되신다면 결혼하지요." "젊어지라고? 젊어질 수만 있다면 지옥에라도 가지." "방법이 있어요. 요술 가마에 우유를 탄 물을 끓이세요. 그 곁에 맹물 한 가마를 더 끓 이세요. 그 곁에 찬물 한 가마를 두세요."  이 끓는 가마에 차례로 들어갔다가 찬물 가마에 몸을 헹구면 젊은이가 된다는 것이었다. '정말일까? 저 이반을 시켜 시험을 해 봐야겠다.' 두 개 가마에 물을 끓여 놓고 왕은 이반을 불렀다.  "이반은 충성스러운 신하다. 네가 먼저 이 끓는 물에 들어가 보아라!" "대왕님, 저는 대왕님을 위해 어려운 일을 많이 해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끓는 물에 삶겨 죽으라는 겁니까?"  바보 이반은 이제 죽는가 보다 하고, 눈물까지 흘렸다. "명령이다. 따르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죽여버리겠다.!" 이반은 끓는 물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꼽추 망아지가 도와주었다. 그는 끓는 물에 뛰어들었다. 물에서 나오자 이반은 기품이 넘치고, 슬기로운 젊은이가 되어 있었다. "안심해도 되겠군."  하고 왕이 가마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꼽추 망아지의 도움이 없는 왕은 끓는 물 속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슬기의 젊은이 이반은 바다의 공주와 결혼을 하고, 이 나라의 왕이 되었다. ⑥ 로세티의 『싱 송』 19세기에 와서 영국의 여류시인 크리스티나 로세티(Christina Rossetti·1830∼1894)가 순결한 동심을 노래한 동요시집 『Sing Song(노래 부르기)』(1872)을 출간하였다. 그녀는 시인이자 화가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1828∼1882)의 여동생으로『도깨비 시장 그외』(1862) 등 여러 권의 시집을 내었고 영국에서 손꼽히는 여류 시인으로 존경을 받았다. 엄마 없는 아기와 크리스티나 로세티 엄마 없는 아기와 아기 없는 엄마를 한 집에 정답게  살게 해 줘요. 바 람 크리스티나 로세티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 아무도 본 이가 없다구, 그렇지만 나뭇잎이 가만히 흔들리면서 바람은 거기를  지나가지.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 아무도 본 이가 없다구, 그렇지만 나뭇잎이 머리를 숙이면서 바람은 거기를 지나가지. ⑦ 스티븐슨의 『어린이 시의 동산』 영국의 소설가이며 시인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1850∼1894)이 출간한 동시집 『어린이 시의 동산(A Child′s Garden of Verses)』(1885)은 지금까지 세계 동시의 본보기 글이 되고 있다. 그는 23세부터 肺患으로 투병을 했으며, 요양을 위해 1886년부터 남태평양 사모아에 정주하였다. 동시집 외에 『보물섬(Treasure Island』(1882),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1885),『新 아라비안나이트(New Arabian Night's』(1882) 등 이름난 작품이 있다. 가보지 못한 나라 스티븐슨 조그만 내가 아니면 아무도 이 벚나무에 오르지 못할 거예요.  나는 두 손으로 가지를 잡고  오르던 나라를 바라보았어요. 이웃의 뜰이 꽃으로 꾸며져 눈앞에 있어요. 그리고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많은 희한한 곳이 보여요. 강물이 주름져 흐르고  푸른 하늘이 거울 같아요. 먼지가 이는 길이 벋어 있고 사람들이 읍 쪽으로 가고 있어요. 내가 좀더 높은 나무에 오를 수 있다면 훨씬 먼 곳이 보일 테지요, 강이 자꾸만 커져서  바위 배 사이로 흘러드는 곳도 보이겠죠. 또한 어느 길이나  옛날 얘기 나라로 이어지고 아이들은 거기서 다섯 시에 밥 먹고, 장난감들이 살아 움직이는 곳도 볼 수 있겠죠. 그 림 자 스티븐슨 그림자 하나가 나를 따라 다녀요. 내가 나오면 저도 나오고 내가 들어가면 저도 들어가고 왜 그렇게 따라다니는지 모르겠어요. 머리끝에서 발꿈치까지 꼭 나를 닮은 놈이 이불에 들어갈 땐 냉큼 제가 먼저 들어가죠. 젤 우스운 건  이놈이 부쩍 크는 거예요. 두고 두고 자라는 우리 키는 거기에 견주면 어림없죠. 어떤 땐  고무공 튀어오르 듯 한꺼번에 컸다가  어떤 땐 아주 아주 작아지죠. 우리처럼 잘 놀 줄도 모르는 녀석이 별별 우스운 짓을 다해 곧잘 나를 놀리죠. 그러면서 밤낮 나한테 붙어 다니죠. 아주 녀석은 겁쟁이예요. 내가 그렇게 엄마께 붙어다닌다면 모두들 흉을 보겠죠. 하루는 아주 일찍 해 뜨기 전에 일어나 이슬에 반짝이는 쇠민장이꽃을 보러 갔는데요, 잠꾸러기 내 그림자는 집에 혼자 남아  이불 쓰고 쿠울쿨 자고 있지 뭐예요. ⑧ 월터 데 라 메어의 『어렸을 때의 노래』 20세기에 이르러 영국의 시인 월터 데 라 메어(Walter De La Mare·1873∼1966)가 동시집 『어렸을 때의 노래(Song of Childrenhood』(1902)를 내었다. 그는 네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로부터 들은 자장가, 요정 이야기로 꿈을 길러 시인이 되었는데 특히 동시에 재능이 있었다. 그밖에 동화집 『원숭이 왕자의 모험』과 시집을 남겼다. 파 리 월터 데 라 메어 조그만 파리 눈에는 조그만 것들이 얼마나 크게 보일까 장미꽃 봉오리는 비단 침대 만해 보이겠지. 조그만 가시가 창 만해 보이겠지. 이슬방울은 큰 거울 만하고  머리카락은 금빛 철사 만하고 작고 작은 겨자씨는 불붙은 숯 덩이 만해 보이겠지. 빵 덩이는 산으로 꿀벌은 무서운 표범으로 보일 거야. 집어든 흰 소금은 목동들이 지켜 주는 흰 양떼처럼 환해 보이겠지. 찬 장 월터 데 라 메어 나는 다 알고 있어요, 찬장 속에 무엇이 들어 있나. 열지 못하게 채워 논 그 속엔 엿 항아리가 들어 있지, 내가 내가 먹을. 찬장 속엔 선반이 매여 있고 그 위에 깊숙이  고기 만두 접시를 놓아 두었지, 내가 내가 먹을 것. 키가 작고 뚱뚱하신 우리 할머니 찬장 열쇠를 맡아 계시지. 할머니 아니곤 열 수가 없어. 내가 내가 얌전히 굴 때는, 내가 내가 귀엽게 보일 때는, 고기 만두랑 엿이랑 나 먹으라고 꺼내 주신대. ⑨ 밀른의 『우리는 이제 여섯 살』 앨런 알렉산더 밀른(Alan Alexander Milne·1882∼1956)은 영국의 작가였다. 문학의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하였는데, 부인은 도로시 드 세린코트라는 작가였다. 아들이 아기였을 때, 노는 모습을 글감으로 하여 동시집 『어렸을 무렵(When We Were Very Young』(1924),『우리는 이제 여섯 살(Now, We are Six』(1927) 등을 내었다. 그의 작품은 특히 미국과 영국 어린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동화 『곰 푸우』(1926)의 작가이기도 하다. 연 못 가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금 낚시질을 하고 있어요.) 쉬, 가까이 오지 마세요. 물고기가 알면 안 돼요. 물고긴 내가 실을 갖고 놀고 있는 줄 알 거예요.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건 낚시질. (아니지 도룡뇽을 낚고 있어요.) 기침 소리 내지 말아요. 다가오지 말아요. 바삭하기만 해도 도롱뇽은 놀라죠. 도룡뇽은, 나를  풀숲이나 새로 난 나무로 알 거예요. 다른 사람으로 알 거예요. 바로 난 줄은 모를 거예요.  (저들을 낚고 있는 걸 몰라요. 도롱뇽 낚고 있는 걸 짐작도 못하죠.) 그런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건 도룡뇽 낚기. 내버려 두세요 앨런 알렉산더 밀른 난 싫어요 전 싫어요, "조심하지 못하겠니!" 하고 야단치는 거. 쓸 데 없는 걱정 하지 마셔요. 난 싫어요, "이 손 꼭 잡지 못하겠니!" 하고 야단치는 거.  난 싫어요, "냉큼 내리지 못하겠니!"  하고 야단치는 거. 누가 하라는 대로 할 줄 알구. 그러지 좀 마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⑩ 타고르의 『초생달』 인도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Rabindranath Tagore·1861∼1941)는 1913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서 쓴 시 40편을 한데 모아 시집 『초생달(The Crescent Moon』을 내었다. 이것은 동양 최초의 동시집이었다. 「종이배」 「참바꽃」·「판얀나무」「시작」 등은 특히 유명하다. 종 이 배  타 고 르  나는 날마다 종이배를 접어 하나씩 하나씩 물위에 띄워 보냅니다, 커다란 먹 글씨로 내 이름과 사는 마을 이름을 적어서요. 어느 먼 나라 동무가 그걸 건져 보고 내가 누구인지 알아 줬으면 좋겠어요. 나는 뜰에서 딴 나팔꽃을 가득 실어 보내면서 아침에 피는 이 꽃이 탈없이 어느 밤 나라에 가 닿길 바라지요. 종이배를 띄우며 쳐다보면 하늘에도 작은 구름들이 바람 실은 흰 돛을 달고 있어요. 하늘에 사는 어느 동무가 내 배와 그 구름을 경주시키려는 건 아닐까요! 밤이 되면 나는 얼굴을 두 팔에 묻고 내 종이배가 캄캄한 밤 깜빡이는 별 아래로 떠 흐르는 걸 꿈에 봅니다. 그 배엔 예쁜 선녀들이 타고 있고, 아름다운 꿈들이 가득 실려 있어요. 시 작 타 고 르 "엄마 난 어디서 왔어? 어디서 데려 왔지?" 아기가 엄마께 물었어요. 엄마는 울음 반 웃음 반으로, 아기를 가슴에 꼭 껴안으며 대답했어요. "아가야 너는 오랫동안 내 가슴에 숨긴 소망이었단다.  너는 내 어렸을 때 소꿉놀이 인형 속에 있었고, 아침마다 진흙으로 빚던 그 모습 속에 들어 있었지. 그때 나는 너를 만들기도 부수기도 했었지. 너는 우리 집안에서 가장 우러러보는 것, 가장 높이 받드는 것 그것이었단다. 내 온갖 희망과 사랑 속에서 내 생명 속에서, 내 어머니의 생명 속에서 너는 살았고  우리 집안을 이어온 정신의 무릎 위에서 너는 귀엽게 길러졌지. 내가 아직 아가씨라 불렸던 시절, 내 가슴이 바야흐로 꽃피려할 때 너는 그윽한 향기처럼 가까이에 떠돌았고 너의 달가운 피와 살은 해 돋는 하늘의 빗살처럼 내 젊은 팔다리에 넘쳤단다.  하늘에서 태어난 첫 아가야. 아침해와 쌍둥이로 태어난 아가야. 너는 이 세상 생명의 샘을 떠흘러 오다가 마침내 내 가슴에 깃들었구나. 네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노라면 알지 못할 신비가 내 몸을 휩싼다. 온 세상의 것으로 된 네가 내 것으로 되었나니! 혹시나 놓칠세라, 꺼질세라, 이렇게 대견해서 꼭 껴안았단다. 아, 그 어떤 천사가 세상에서 제일 귀한 보배를 이처럼 가느다란 내 팔에 안겨 주었을까? ⑪ 기타하라 하쿠슈우의 童謠  일본의 시인 기타하라 하쿠슈우(北原白秋·1885∼1942)는, 1918년 아동문학 잡지《아카이 도리(빨간 새)》 창간과 함께 이 잡지에 동요를 발표하기 시작하여 일본의 대표적 동요시인이 되었다. 원래는 耽美派의 시인으로 여러 권의 일반 시집을 내었다. 달 밤 기타하라 하쿠슈우 똑 똑 똑 문 좀 열어 주세요. 누군가요? 나뭇잎이예요. 딸깍 딸깍. 똑 똑 똑 문 좀 열어 주세요. 누구세요? 바람이예요. 딸깍 딸깍. 똑 똑 똑 문 좀 열어 주세요 누구세요? 달 그림자예요.  딸깍 딸깍. ⑫ 사이죠 야소의 童謠 사이죠 야소(西條八十·1892∼1970)는 기타하라 하쿠슈우와 같은 무렵에 활동하던 일본의 시인으로 불문학을 전공하였고, 象徵主義 시를 썼다. 아동문학지 《아카이 도리》를 통해 동요를 발표하였고, 일본을 대표하는 동요시인의 한 사람이 되었다. 『사이죠 야소 동요전집』(1924)이 있다. 엄 마 사이죠 야소 엄마 엄마, 나 좀 봐요, 엄마. 그냥 불러 보고 싶은 엄마란 소리. 엄마 엄마, 나 좀 봐요, 엄마 암만 불러 봐도 좋지요. 대답 안 해도 좋지요.  엄마 엄마, 나 좀 봐요, 엄마 그러면 그렇지, 이쪽을 보시네. 상그레 웃으시며, 너 왜 불렀지?     
897    웃음은 모든 인간들의 모든 독을 제거하는 해독제이다... 댓글:  조회:2298  추천:0  2017-12-20
   + 웃음 예찬  웃음은 별로 밑천이 들지 않지만  건설하는 것은 많으며,  주는 사람에게는 해롭지 않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넘쳐나고,  짧은 인생으로부터 생겨나서  그 기억은 길이 남으며,  웃음 없이 진정한 부자가 된 사람도 없고,  웃음을 가지고 정말 가난한 사람도 없다.  웃음은 가정에 행복을 더하고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친구 사이를 더욱 가깝게 하고  피곤한 자에게 휴식이 되고  실망한 자에게 소망이 되고  우는 자에게 위로가 되며  인간의 모든 독을 제거하는 해독제이다.  그런데 웃음은 살 수도 없고,  빌릴 수도 없고,  도둑질을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데일 카네기·미국의 저술가, 1888-1955)     + 미소짓는 것은 전염성이다     미소짓는 것은 전염성이 있다  당신은 감기처럼 미소에 걸린다  누군가 오늘 나에게 미소지었을 때  나도 또한 미소짓기 시작했다.  나는 모퉁이를 돈 곳에 건네주었고  누군가 나의 싱긋 웃음을 보았다  그가 웃었을 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그에게 미소를 전달했다.  나는 그 미소에 대해 생각했고  그후에 나는 미소의 가치를 깨달았다  단 하나의 미소는, 내 미소 같이  지구를 돌아 여행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당신이 미소가 시작되는 걸 느끼면  미소가 들키지 않게 두지 마라  순식간에 전염을 시작하자  그리고 세계를 감염시키자!  (작자 미상)  + 웃는 얼굴  사람들은 웃은 얼굴을 좋아합니다.  얼굴은 마음의 움직임과 상태를 가장 예민하게 반영하는 부분이지요.  얼굴은 인격이 드러나는 표면,  웃음은 그 얼굴의 여러 근육들을 수축하며 빛을 발합니다.  웃음은 화를 쫓아내고 복을 부릅니다.  웃음은 자아와 세상을 화해시키고,  아울러 밋밋하고 재미없는 세상을 멋진 신세계로 바꾸는 마술이지요.  (장석주·시인)  + 생긋 웃는 얼굴  생긋 미소를 짓는 그대를 보면  웃음이 태어난다.  공연히 우울할 때  아픔이나 괴로움을 제거할 때  웃으면 훨씬 좋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침울하거나 슬퍼 보이고  불행과 하잘것없는 일에 말려 있는 것 같으면  당신의 조끼를 조금 끌어내리고  가슴을 부풀리고  웃음을 주라.  웃음,  당신의 웃음  (사무엘 울만·유대교 랍비이자 시인)  + 오늘, 웃으셨나요   오늘, 웃으셨나요  아니면 직장 동료를  웃기기라도 하셨나요?  아이들과 농담 따먹기는요?  아니, 아직도 안 하셨다고요?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하셔야 해요!  웃음은 최고의 명약일 뿐 아니라,  성공으로 향하는 지름길입니다.  잘 웃는 사람들은 일도 잘하지요.  저들은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주적인 태도를 보여주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은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보다는  즐겁게 사는 이들을  본능적으로 더 신뢰하는 거고요.  우리는 어떤 축에 드나요?  근심에 차서 이마를 잔뜩 찌푸리고  사무실을 우왕좌왕하나요?  당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도록  마법을 걸어보세요.  미소를 짓는다고 해서 당신을  바보 취급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들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멋진 사람이야, 저 사람이라면 잘할 거야.'  (메리 페티본 풀)  + 웃음을 아끼지 말자  세상에서 가장 인색한 것은  밝은 웃음을 아끼는 일이다.  눈가의 근육을 조금만 움직여  한두 번 미소 짓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안겨줄 수 있는데,  그것조차 안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덴)  + 한 가닥의 미소     우리는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단순한 한 가닥의 미소가  할 수 있는  그토록 큰 일에 대하여.  (마더 테레사·수녀)  + 웃음으로 시작하라  가능하면  보기 좋은 옷차림에다가,  미소와 좋은 태도, 그리고 유머 감각을 함께 갖도록 하라.  그렇게 하면 평균 이상의 급료를 받게 될 것이며,  인생에 있어서도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다.  일단 모든 것의 시작은 웃음이다.  (지그 지글러·미국의 소설가)  + 두 번 웃기 위해 세 번은  -형!  -응?  -형도 울고 싶을 때가 있어?  -응!  -언제?  -아무 때나.  -형은 항상 웃었잖아.  -두 번 웃기 위해 세 번은 울었단다.  (한희철·감리교 목사)  + 따스한 웃음을  나의 슬픔에만 깊이 빠져  이웃을 향한  한 가닥의 웃음에도 인색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주님, 당신이 선물로 주신  영원한 생명을  나의 어리석음으로 놓치는 일이 없게 하소서  모든 일상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굴복이 아니라 극복의 태도로  임하게 해 주소서  살아 있을 때 이웃에게  한 번이라도 더  따스한 격려의 말과 웃음을 주게 하소서  (이해인·수녀)  + 민들레가 웃고 있네  민들레가 웃고 있네  밭둑 담벼락 길바닥 언덕  가리지 않고  땅에 온몸을 바싹 붙이고서  아기 얼굴 닮은  동그란 얼굴로 곱게 피어나  샛노란 봄 가루를 너울너울  온 천지에 날려보내네  앙증맞은 꽃 이파리에  봄이 퍼질러 앉아  함박 웃음을 마구 흘려대네  온 땅이 웃어대네  온 하늘이 웃어대네  햇님도 웃고 있네  민들레도 행복에 겨워 웃네  (김선옥·시인)  + 웃으십시오   날마다 꼭 웃으십시오.  재미있는 일이 없으면 우습던 일을 기억하십시오.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꼭 한 번 웃도록 하십시오.  우리 삶은 재미있는 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것들을 관찰해 보십시오.  슬픈 일에도 우스운 면이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것을 찾으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꼭 있습니다.  당신에게 일어난 우스운 일들을 항상 많이 기억해 두십시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얘기해 주십시오.  될 수 있는 한, 수술 같은 끔찍한 얘기들은 삼가십시오.  당신의 아픔과 고통들을 항상 되뇌지 마십시오.  아무도 그런 얘기들을 듣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M. 메리 마고)  + 내 미소는 나의 명함   미소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나의 미소는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고  서먹한 얼음을 깨트리고  폭풍우를 잠재우는 힘을 갖고 있다.  나는 이 미소를 끊임없이 활용한다.  나는 늘 제일 먼저 미소 짓는 사람이 되겠다.  내가 그런 선량한 태도를 보여주면  다른 사람도 그것을 따라하게 된다.  어떤 현자는 말했다.  "나는 행복하기 때문에 노래 부르는 것이 아니라  노래 부를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  내가 미소 짓기를 선택할 때, 나는 내 감정의 주인이 된다.  낙담, 절망, 좌절, 공포는 내 미소 앞에서 다 사라져 버린다.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을 선택하겠다.  나는 감사하는 마음의 소유자이다.  과거에 나는 어떤 우울한 상황을 만나면 크게 낙담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신선한 바람이 공기 중의 연기를 말끔히 걷어가듯이  감사하는 마음은 절망의 구름을 순식간에 없애버린다.  나는 남과 비교하지 않겠다.  나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한 사람이다.  이런 감사하는 마음에는 절망의 씨앗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하느님은 나에게 많은 선물을 주셨다.  나는 이 선물을 늘 고마운 마음으로 기억하겠다.  과거에 나는 아주 여러 번 거지의 기도를 올렸다.  늘 더 내려달라고 요구했을 뿐  감사하는 마음을 바치지 못했다.  나는 탐욕스럽고,  고마워할 줄 모르고  존경할 줄 모르는  그런 아이 같은 사람이 되지 않겠다.  나는 내 시력, 내 청력, 내 호흡  이 모든 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만약 내 인생에 이것 이상의 축복이 찾아온다면  나는 그 풍성함의 기적에 깊은 감사를 드릴 것이다.  나는 매일 매일을 웃음으로 맞이할 것이다.  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미소로 맞이할 것이다.  나는 감사하는 마음의 소유자이다.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을 선택하겠다.  (앤디 앤드루스·작가)  + 꽃잎  꽃잎은 겨우  한 계절을 살면서도  세상에 죄 지은 일  하나 없는 양  언제 보아도  해맑게 웃는 얼굴이다  잠시 살다가  총총 사라지는  가난한 목숨의  저리도 환한 미소  마음 하나  텅 비워 살면  나의 생에도  꽃잎의 미소가 피려나  (정연복)  + 미소  제비꽃 작은  미소 하나  너에게로 띄워 보냈다  나에게로 돌아온  채송화처럼  환한 웃음 한 다발  두둥실 하늘을  나는 마음에  난 다시 너에게로  나팔꽃  싱그러운 웃음 한 바구니  실어 보냈다  미소에서 미소로 이어지는  이 신비한 전염  행복한 미소의  에스컬레이션  (정연복)   
896    <돌> 시모음 댓글:  조회:2515  추천:0  2017-12-19
   + 돌에 관한 명상          태초에 그는 무엇이었을까  달 뜨고 바람 불면 흔들리는  박꽃처럼 그렇게 여리기도 했을까  아주 머언 옛날부터  커다란 산이었다가  바위였다가  한때는 원시인의 밥그릇  지금은 정원의 귀퉁이서  혹은 거리 어디쯤에서  미천한 모양으로 살아있을  돌  태초에 그도 나처럼  작은 일에 서럽기도 했을까  굴러갈망정 절망하지 않는  야무진 목숨 하나  돌  멩  이  (박현자·시인, 경기도 양평 출생)  + 돌멩이  흐르는 맑은 물결 속에 잠겨  보일 듯 말 듯 일렁이는  얼룩무늬 돌멩이 하나  돌아가는 길에 가져가야지  집어 올려 바위 위에  놓아두고 잠시  다른 볼일보고 돌아와  찾으려니 도무지  어느 자리에 두었는지  찾을 수 없다  혹시 그 돌멩이, 나 아니었을까.  (나태주·시인, 1945-)  + 조약돌  수천 년을  갈고 닦고도  조약돌은 아직도  물 속에 있다  아직도  조약돌은  스스로가 부족해서  물 속에서  몸을 씻고 있다  스스로를 닦고 있다  (이무일·아동문학가)  + 돌담  발길에 걸리는 모난 돌멩이라고  마음대로 차지 마라  그대는 담을 쌓아 보았는가  큰 돌 기운 곳 작은 돌이  둥근 것 모난 돌이  낮은 곳 두꺼운 돌이  받치고 틈 메워  균형 잡는 세상  뒹구는 돌이라고 마음대로 굴리지 마라  돌담을 쌓다 보면 알게 되리니  저마다 누군가에게  소중하지 않는 이 하나도 없음을  (김기홍·시인, 1957-)  + 뒤돌아보기  돌담에 기대어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봅니다.  사라진 것들과  남겨진 것들,  그리고 간직할 것들….  (하삼두·문인화가)  + 돌에 대하여  구르는 것이 일생인 삶도 있다  구르다가 마침내 가루가 되는 삶도 있다  가루가 되지 않고는 온몸으로 사랑했다고 말할 수 없으리라  뜨겁게 살 수 있는 길이야 알몸밖에 더 있느냐  알몸으로 굴러가서 기어코 핏빛 사랑 한번 할 수 있는 것이야  맨살밖에 더 있느냐  맨살로 굴러가도 아프지 않은 게  돌멩이밖에 더 있느냐  이 세상 모든 것, 기다리다 지친다 했는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지치지 않는 게 돌밖에 더 있느냐  빛나는 생이란 높은 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치열한 삶은 가장 낮은 데 있다고  깨어져서야 비로소 삶을 완성하는  돌은 말한다  구르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삶이,  작아질수록 더욱 견고해지는 삶이 뿌리 가까이 있다고  깨어지면서 더욱 뭉쳐지는 돌은 말한다  (이기철·시인, 1943-)  + 아기 돌탑   산길을 가다보면 굽이굽이  작고 못생긴 돌 조각으로 쌓은 탑 있네  누가 쌓았을까  산처럼 커야 한다고  백장암 삼층탑처럼 높아야 한다고 믿었던 나에게  들패랭이 같은  용담꽃 같은  온 천지 들꽃 같은  애기 돌탑  돌  위에  돌  아래  돌  그것은  돌이  아니라네 탑이라네  산길 가다보니 돌멩이 하나 하나가  두고 온 그대  떠나간 내 모든 그대 얼굴이네  어느덧 지리산도  소슬한 한 채 탑으로 서 있네  (복효근·시인, 1962-)  + 우울 씨에게  날씨도 맑은데  돌밭으로 가요  돌의 영원성 앞에서는  인생은 하루살이  한결같기에는  돌의 속마음만 하랴마는  돌을 사귐으로  한껏 위로를 받아요  나풀거리던 그 입의 나뭇잎  우수수 낙엽이 되었는가  돌밭으로 가요  날씨도 맑은데  (나석중·시인)  + 돌에 관한 명상  잔돌이 정다운 건  해남 대둔사 성보박물관 앞 뜰  석축을 보면 안다  큼직한 돌덩이 사이사이에 박힌  살결 고운 잔돌들,  보아라  당당한 덩치에 눌린 것이 아니라  힘으로 채우지 못한  허허로운 공간에서 밀알이 된  저 부처님의 미소 같은 얼굴들  꼭 근엄한 것만이 유용한 것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  어머님의 둥근 젖무덤이  사람의 빛깔을 만들었듯  저 우윳빛 잔돌들의 포근함이  경내를 감싸고 있는 것  이제야 깨닫는다  오랜 세월 계곡을 굴러  갈고 다듬은 저 잔돌들  침묵의 돌덩이보다 아름답다  (박명용·시인)  + 길가의 돌     나 죽어 하느님 앞에 설 때  여기 세상에서 한 일이 무엇이냐  한 사람 한 사람 붙들고 물으시면  나는 맨 끝줄에 가 설 거야  내 차례가 오면 나는 슬그머니 다시  끝줄로 돌아가 설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세상에서 한 일이 없어  끝줄로 가 서 있다가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내 차례가 오면  나는 울면서 말할 거야  정말 한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무엇인가 한 일을 생각해 보라시면  마지못해 울면서 대답할 거야  하느님, 길가의 돌 하나 주워  신작로 끝에 옮겨놓은 것밖에 한 일이 없습니다  (정종수·시인)  + 동글동글  세상의 모든 씨앗들은  동글동글하다  그 작은 동그라미가 움터  파란 잎새들이 돋고  세상의 어느 모퉁이를 밝히는  방실방실 꽃들이 피어난다.  세월의 강물에 깎이고 깎인  조약돌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가 손 같은 동그란 조약돌 하나  가만히 만지작거리면  이 세상에 부러울 것 없고  평화의 파도가 밀려온다.   흐르는 세월의 강물 따라  이 마음도 날로 동그랗기를....  (정연복)   
895    산골물 / 윤동주 댓글:  조회:2859  추천:0  2017-12-17
  좋은시 산골물 윤동주           ‘산골물 ’ 윤동주 시인       괴로운 사람아 괴로운 사람아 옷자락 물결속에서도 가슴속 깊이 돌돌 샘물이 흘려 이 밤을 더불어 말할 이 없도다. 거리의 소음과 노래 부를 수 없도다.   그런 듯이 냇가에 앉았으니 사랑과 일을 거리에 맡기고 가만히 가만히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
누가 생텍쥐페리를 격추시켰을까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Marie Jean-Baptiste Roger de Saint-Exupéry)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세상에 나온 것은 1943년, 프랑스가 아니라 미국에서 먼저 영어로 출간됐습니다. 프랑스어판으로 출간된 것은 1946년, 그러나 생텍쥐페리는 모국어로 나온 자신의 책을 볼 수 없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인 1944년 7월 31일 정찰비행을 나갔다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렇게 53년이 흐른 1998년 9월 7일, 마르세유 근해에서 생텍쥐페리의 은팔찌가 한 어부의 그물에 걸려 올라왔고, 이를 단서로 프랑스 고고학계가 바다 밑을 샅샅이 뒤져 그가 탔던 정찰기의 잔해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르 피가로〉가 생텍쥐페리의 최후를 시간대별로 재구성했습니다. 1944년 7월 31일 오전 8시 45분, 그는 고도 정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P38 정찰기를 몰고 코르시카 섬의 바스티아 보르고 기지를 이륙했습니다. 오전 9시 10분 남프랑스 해안을 넘었습니다. 오전 10시 45분에서 11시 10분 사이, 사부아 지역과 론 계곡의 상공을 정찰비행한 후 남하했고, 오전 11시 40분 3,000미터 고도에서 급강하, 마르세유 근해로 추락했습니다. 독일 공군에게 격추당했으리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사고로 추락했을 가능성 역시 높았습니다. 그러다 2009년 3월, 놀라운 증언이 나왔습니다. 전 독일 공군 조종사 호르스트 리페르트가 자신이 바로 생텍쥐페리가 탄 정찰기를 격추시킨 장본인이라고 고백한 것입니다. 당시 리페르트가 몰았던 전투기는 독일 전투기의 상징 메서슈미트 ME-109기. 리페르트는 남프랑스 마라냔 기지를 이륙해 비행하다 약 3킬로미터 아래에서 마르세유 방향으로 향하는 P38기를 발견했고 접근해 기총소사를 가했습니다. P38기는 여러 발을 맞고 거꾸로 해상에 곤두박질쳤습니다. 그러나 기체 안에서 누구도 탈출하지 않았으며 조종사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여기까지가 리페르트가 고백한 생텍쥐페리의 최후입니다. 독일 공군 리페르트가 비슷한 방식으로 전시 중 격추시킨 연합군의 전투기는 모두 스물여덟 대, 생텍쥐페리가 탄 정찰기는 그중 한 대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 날의 사건은 리페르트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안겼습니다. 리페르트가 바로 생텍쥐페리의 팬이었기 때문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책을 읽으며 자랐고, 특히 《어린왕자》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리페르트가 P38기를 격추시키고 기지로 돌아오자 생텍쥐페리가 행방불명됐다는 소식이 독일군 진영에도 전해졌습니다. 리페르트는 자신이 격추시킨 P38기에 제발 생텍쥐페리가 탑승하지 않았기를 기도했다고 합니다. 여든여덟의 리페르트는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고백했습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였습니다. 생텍쥐페리가 조종하는 비행기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결코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흔넷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오로지 평화를 향한 열망으로 공군에 자원했다가 세상을 떠난 생텍쥐페리였습니다. 이런 그의 죽음도 안타깝지만, 65년이 지나서야 자신이 생텍쥐페리가 탄 정찰기를 격추시켰다고 고백한 리페르트의 사연도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던 작가의 생명을 본인이 전혀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앗아갔으니까요. 그날 이후 리페르트는 평생을 자책하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생텍쥐페리의 죽음이 계기가 되어 자신이 격추시킨 다른 스물일곱 대의 연합군 전투기에 타고 있던 생명 또한 얼마나 소중한지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덤으로 더... “사랑은 서로를 마주보는 게 아니라, 둘이서 똑같은 방향을 내다보는 것이다.” 사랑이나 결혼과 관련해서 종종 인용하는 글입니다. 앙투안드 생텍쥐페리가 쓴 책 《바람, 모래, 그리고 별들》에 나옵니다. 그러나 이 문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생텍쥐페리가 이성간의 사랑과 관련해 쓴 글이 아닙니다. 생텍쥐페리의 참전경험은 2차 세계대전뿐만이 아닙니다. 스페인 내전 초기, 마드리드 전선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는데 프랑코 측에 포로로 잡혀 처형 직전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번번이 전선에 뛰어든 생텍쥐페리였지만 전쟁에 대한 기본적인 신념은 ‘전쟁이란 아무 의미도 없으며 인간이 이런 식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바람, 모래, 그리고 별들》에서 전장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꺼냈습니다. 어느 날 인근 마을 가옥 스무 채를 폭격할 것이니 공격태세를 갖추라는 명령을 받고 대기하던 중 공격이 취소됐습니다. 생텍쥐페리는 그 명령을 선물로 받아들였지만 다른 군인들은 심하게 불평했습니다. 생텍쥐페리는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당신들을 흔들어놓는 소명이 모든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당신들이 속고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 공격이 취소돼서 더 오래 살 수 있게 된 것을 기뻐하라고. 그러나 그것만으로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올 수는 없습니다. 생텍쥐페리가 믿었던 평화의 방식이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사랑은 서로를 마주보는 게 아니라, 둘이서 똑같은 방향을 내다보는 것이라고 인생은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동일의 숭고한 노력 속에 화합을 이루지 않고서는 동료의식을 누릴 수 없다. 우리의 목적이 인류와 인류의 염원을 이해하고 인류의 근본적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라면 결코 한 인간의 진리와 다른 인간의 진리를 적대관계에 놓아서는 안 된다. 모든 신념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 생텍쥐페리, 《바람, 모래, 그리고 별들》 중에서 ‘사랑은 서로를 마주보는 게 아니라, 둘이서 똑같은 방향을 내다보는 것이다.’ 이 말은 생텍쥐페리가 몸소 전쟁을 치르면서 깨달은, 인류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똑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숭고한 노력이 필요하고, 상대방이 믿는 신념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가 들어 있습니다. 그의 말은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나,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나, 마찬가지로 적용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893    윤동주, 백석, 릴케 - "삼종(三鐘)의 종소리 웁니다"... 댓글:  조회:3988  추천:0  2017-12-16
윤동주와 백석이  동시에 사랑한 시인     릴케(Rainer Maria Rilke) 오스트리아의 시인이자 작가이다. 우리나라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시집은 무엇일까요? 지난 2012년 한 문학잡지에서 시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위는 백석의 시집 《사슴》이었습니다. 백석은 스물다섯 살이던 1936년 1월에 시집 《사슴》을 100부 한정판으로 발간했습니다. 워낙 적은 부수라 당시에도 희귀본이었는데, 신경림 시인은 대학시절 청계천의 고서점에서 백석의 이 시집을 발견했을 때 느낀 환희를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는 아직도 《사슴》을 처음 읽던 흥분을 잊지 못하고 있다. 실린 시는 40편이 못되었지만 그 감동은 열 권의 장편소설을 읽은 것보다도 더 컸다는 느낌이다. 나는 읽고 또 읽었다. 저녁밥도 반 사발밖에 먹지 못했으며 밤도 꼬박 새웠다. 그 뒤 《사슴》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꺼내 읽고는 했으니, 실상 그것은 내가 시를 공부하는 데 교과서가 되었던 셈이다.” 그런가 하면 끝내 백석의 시집을 구하지 못해 손수 필사본을 만들어 밑줄까지 그어가며 탐독했고 ‘그림 같다’, ‘걸작이다’ 등의 메모를 남긴 대학생이 있었습니다. 바로 윤동주입니다. 백석과 윤동주, 이름만으로도 벅찬,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들이지요.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까요. 백석과 윤동주의 시에는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 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중에서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짬, 라이넬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 윤동주, 〈별 헤는 밤〉 중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1982년도 출판본입니다. 그리고 1,800원이었네요.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될 일이지만 굳이 이 옛날 옛적의 시집을 찾아 꺼내든 까닭은 인터넷에 나오는 앞서의 구절이 어쩐지 원본과 다른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달랐습니다. 어느 부분이냐 하면, ‘프랑시스 짬’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입니다. 이 부분을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로 바꾸었더군요. 누군가는 그냥 ‘이름’일 뿐이잖아, 할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획 하나도 손대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그것이 오타라고 할지라도 말이지요. 백석과 윤동주가 불렀던 이름 그대로 불러보고 싶고, 백석과 윤동주가 썼던 대로 읽고 싶어서입니다. 흥미롭게도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경우에는 두 시인 모두 ‘라이넬 마리아 릴케’라고 불렀으나 프랑시스 잠에 대해서는 각각 다르게 불렀습니다. 백석은 ‘쨈’으로, 윤동주는 ‘잼’으로 말이지요. 백석과 윤동주는 일본어로 번역된 릴케와 쨈, 혹은 잼의 시집을 곶감 빼먹듯 두고두고 아껴 읽으며 시를 향한 꿈과 사랑을 키웠을 것입니다. 백석과 윤동주에게 서울은 타향이었습니다. 백석은 평안북도 정주, 윤동주는 만주 간도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지요. 먼 북쪽에 고향을 둔 둘은 1930년대에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기도 했지만 교류를 나눴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윤동주보다 다섯 살 위인 백석은 이미 유명한 시인이었고, 윤동주는 백석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그러나 백석이 1940년에 만주로 떠나면서 인연이 이어질 기회는 영영 사라졌습니다. 그 후 두 사람의 운명이 일제의 식민통치와 남북분단의 비극 속에서 어떻게 희생됐는지는 잘 알려진 대로입니다. 이 시대에 남은 독자로서 두 시인의 시에 프랑시스 잠과 마리아 라이너 릴케가 똑같이 등장하는 구절을 읽으며 이처럼 닮은 취향을 가진 둘이 만났더라면 서로 얼마나 좋아했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무릎을 맞대고 마주 앉아 하늘과 바람과 별과 꽃과 당나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텐데, 하는 슬픔을 느낄 뿐입니다. 백석이 프랑시스 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북한의 시인’으로 억류됐던 영향이 크겠지요. 대신 윤동주가 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북간도 친구였던 문익환 목사의 회고 덕분입니다. 문익환 목사는 윤동주가 연희전문대학 시절에 잠의 시집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읽었노라 하면서 시집의 이름까지 정확하게 기억해냈는데 바로, 《밤의 노래》입니다. 이 시집은 나중에 《새벽의 삼종에서 저녁의 삼종까지》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됐는데 서문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장난꾸러기들의 조롱을 받으며 고개를 숙이는, 무거운 짐을 진 당나귀처럼 길을 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시는 때에, 당신이 원하시는 곳으로 나는 가겠나이다. 삼종(三鐘)의 종소리가 웁니다. - 프랑시스 잠, 《새벽의 삼종에서 저녁의 삼종까지》서문 중에서 백석이 나타샤와 함께 그토록 사랑한 ‘흰 당나귀’가 어떤 당나귀인지 투명하게 그려지지요. 프랑시스 잠의 삶이 그런 당나귀와 같았습니다. 그는 19세기 말에서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이어진 ‘벨 에포크(belle époque)’의 시인입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웠고 일상은 화려했으며 미술과 음악, 문학이 활짝 피어나 훗날의 사람들은 그 시절을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불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공허하고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잠은 이 모든 것에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파리의 풍요로움과 화려함으로부터는 물론, 공허와 불안으로부터도 등을 돌려 평생 피레네 산맥 근처에 은거하며 단순하고 현실적인 삶, 자연과 종교에 뿌리를 둔 시를 썼습니다. 그 덕에 잠의 시는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며 다정합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서양의 시를 읽을 때면 쉬이 느끼는 난해함 없이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일상으로부터 소재를 끌어온 덕입니다. 특히 〈식당〉이라는 시는 그냥 우리 시라고 해도 믿길 정도로 친숙해서 윤동주가 왜 ‘짬’의 시는 구수해서 좋다고 했는지 알 수 있는데요. 어느 늦은 오후, 석양이 비쳐드는 방 안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고즈넉하게 앉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세월의 태엽을 뒤로 돌려봅니다. 새삼 오랜 세월 내 곁에 말없이 있어준 사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 집 식당에는 윤이 날 듯 말 듯한 장롱이 하나 있는데, 그건 우리 대고모들의 목소리도 들었고, 우리 할아버지의 목소리도 들었고 우리 아버지의 목소리도 들은 것이다 그들의 추억을 언제나 간직하고 있는 장롱 그게 암 말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그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까 거기엔 또 나무로 된 뻐꾸기시계도 하나 있는데, 왜 그런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난 그것에 그 까닭을 물으려 하지 않는다 아마 부서져버린 거겠지 태엽 속의 그 소리도 그냥 우리 돌아가신 어르신네들의 목소리처럼 또 거기엔 밀랍 냄새와 잼 냄새, 고기 냄새와 빵 냄새 그리고 다 익은 배 냄새가 나는 오래된 찬장도 하나 있는데, 그건 우리한테 아무것도 훔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충직한 하인이다 우리 집에 많은 남자들이, 여자들이 왔지만, 아무도 이 조그만 영혼들이 있음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 나는 빙그레 웃는 것이다 방문객이 우리 집에 들어오며, 거기에 살고 있는 것이 나 혼자인 듯 이렇게 말할 때에는 — 안녕하신지요, 잠 씨? - 프랑시스 잠, 〈식당〉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떠오른 것은 어머니 방에 있는 30여 년 된 장롱처럼 오래된 사물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어느 날 잃어버린,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잃어버린 물건과 기억이었습니다. 가졌을 때는 이렇게 쉽게 잃어버릴 줄, 잊어버릴 줄 몰랐던 것들 말입니다. 그와 같은 사물, 그와 같은 기억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을까요. 잠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런 프랑시스 잠을, 백석과 윤동주가 좋아한 또 다른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좋아했습니다. 릴케의 유일한 장편 소설 《말테의 수기》에는 덴마크 귀족 출신의 젊은 무명 시인 말테가 파리의 국립도서관에서 한 행복한 시인의 생활을 접하고 그 시인처럼 글을 써봐야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행복한 시인이 프랑시스 잠이었습니다. 그러나 말테의 생활은 파리라는 화려한 도시에서 불안과 소외로 비참하기만 했지요. 이런 말테를, 아니, 릴케를 일으켜 세운 또 한 명의 예술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오귀스트 로댕입니다. 둘의 인연은 1902년, 릴케가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로댕의 평전을 쓰면서 시작됐습니다. 1905년부터 이듬해까지는 로댕의 비서로 일했지요. 로댕은 릴케에게 사물과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데 있어 ‘바라보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줬는데, 그것은 시각적인 관찰뿐 아니라 미학적 성찰까지 아우른 것이었습니다. 릴케가 《말테의 수기》에 쓴 구절이 있습니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때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한평생,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의미(意味)와 감미(甘味)를 모아야 한다. 그러면 아주 마지막에 열 줄의 성공한 시행을 쓸 수 있을 거다. 시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감정이 아니라 경험이기 때문이다. - 릴케, 《말테의 수기》 중에서 릴케의 문학론이자 예술가의 기본 자세라고 할 수 있을 이런 깨우침은 로댕으로부터 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보다 전에 로댕에 대해 이런 글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돈의 필요에 쫓겨 하찮은 일이라도 해야 했던 시절에도 로댕은 자신을 잃은 법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체험한 일이 언제까지나 계획만으로 머무는 적은 없었으며, 낮에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그날 밤 안에 곧장 실행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모든 것은 끊임없이 실현되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까지나 꿈만 꾸거나 계획과 기분에 젖어 멈추어 있지 말고 항상 모든 것을 무리하게라도 ‘물(物)’로 이입하는 일이다. 로댕이 그렇게 했듯이.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로댕론》 중에서 로댕과 릴케가 천재이기 전에 얼마나 대단한 노력가였는지 깨닫게 해주는 글이지요. 로댕은 릴케가 예술가로서 힘든 순간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냐고 조언을 구했을 때도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철인 로댕이라 해도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삶이 힘들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로댕이 릴케를 만났을 때가 60대, 릴케에게 매일 해준 말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힘내라고!”였습니다. ‘힘내라고!’ 밤에 헤어질 때, 아주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에도 아무 관련 없이, 로댕은 곧잘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알고 있었던 겁니다. 젊었을 때, 얼마나 이 말이 매일처럼 필요한 것인가를. 두 사람의 그 장면을 상상할 때마다 가슴이 뭉클합니다. 젊은 시절에 로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러나 곁에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아서입니다. 그래서 젊은 날의 자신에게 필요했던 것을 젊은 시인 릴케에게 주었을 것입니다. “힘내라고!”는 격려의 말이지요. 그리고 그 기운이 릴케에게로, 또 릴케에서 백석과 윤동주에게로 전해졌을 것입니다. 로댕의 묵직하고 따뜻한 두 손이 어깨를 쓰다듬는 것 같은 이 말을 당신에게도 전합니다. “힘내라고!” =============================     소재지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산 4 일대 가는 법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지선버스 7022,1020, 0212번 환승. 자하문 고개 하차. 고가 아래 왼쪽 언덕 계단(청운공원) 목차 접기 여운과 은유의 계단 저만치 누상동 옛집의 언덕 청운에서 품은 서울이어라 윤동주 시인의 언덕 하늘의 색과 바람의 결과 별의 빛마저 예사롭지 않다. 시인의 언덕에서는 딛는 걸음마다 청초한 감성이 운율처럼 스민다. 그가 별을 헤며 북간도의 어머니를 그렸듯,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두를 사랑하리라 다짐했듯, 언덕마루에서 누상동 시인의 옛집을 바라본다. 여운과 은유의 계단 청운동길을 올라 부암동과 청운동의 경계에서 멈춘다. 머리 위로 고가가 지난다. 인왕산길과 북악산길을 잇는 아스팔트다. 옛날에는 인왕산 줄기가 그 길을 따라 창의문과 잇댔겠지. 그리고 다시 북악산으로 이어졌으려나. 서울성곽도 나란했겠지. 아주 먼 시절이다. 그럼에도 부암동과 청운동은 서울에서 가장 고전적인 동네다. 아련한 그리움을 품은 마을이라지. 대변하듯 저만치에 ‘클럽 에스프레소’다. 부암동의 오래된 카페다. 진한 에스프레소향이 걸음을 부른다. 시인의 언덕 앞에서 잠깐 망설인다. 시(詩)와 커피다. 걸음을 돌려 계단을 오른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은 최규식 동상을 지나 왼쪽으로 첫 번째 길이 난다. 너른 아스팔트를 따라 청운공원의 진입광장에 이른다. 하지만 부암동을 앞둔 고가 아래 두 번째 길을 택하는 것이 낫다. 첫 번째 길은 청운공원과 시인의 언덕 가운데를 가른다. 두 번째 길은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올라 청운공원으로 내려가는 행로가 자연스레 이어진다. 물처럼 흐르는 동선이다. 산책에 알맞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오르는 콘크리트 계단은 매혹적이다. 곱게 써내려간 붓글씨는 시의 운율처럼 걸음을 이끈다. 계단을 내려올 때는 한눈에 들어온다. 사뿐히 즈려밟고 내려설 이유가 없겠지. 여운과 은유가 없는 시어(詩語)라니. 계단을 올라갈 때는 숨은 그림처럼 한 구절씩 차례로 고개를 내민다. 한 걸음에 한 줄의 시구(詩句)다. 하지만 거꾸로 읽어가는 시다. 그것이 또한 묘미다. 몇 계단 올라서 한 편의 시가 끝나면, 그제야 지나온 걸음을 돌아본다. 계단을 걷는 한 편의 시 위로 긴 그림자가 발자국처럼 남는다.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다던 「자화상」 같은 풍경이다. 시인의 길에서는 시처럼 걸어도 나쁘지 않겠지.   저만치 누상동 옛집의 언덕 첫 계단에 다가서는 시가 「자화상」은 아니다. 그 마지막 행은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라고 적혔다. 한 번에 써내려간 일필휘지(一筆揮之)의 거침없는 글씨체도 시성을 담았다. 시인의 마음처럼 흐른다. 한 걸음 더 내디디니 ‘코스모스 앞에서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란다. 윤동주 시인의 「코스모스」다. 1938년 9월 20일에 쓴 시다. 그는 시마다 쓴 날짜를 적었다지. 그리고 계단의 끝자락에서 「별 헤는 밤」과 마주한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라는 첫 구절이다. 시인은 이 언덕에서 밤하늘의 별을 헤아렸을까.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멀리 북간도에 계신 어머니를 그렸을까. 계단을 지나 언덕배기로 향하는 길에는 나무 난간이 가지런하다. 난간마다에도 시인의 시구들이다. 손끝으로 담으며 걷는다. 길가로는 코스모스가 하늘거린다. 시인은 저 꽃들의 마음이 ‘내 마음’이라 했던가. 기억에 남은 몇 구절의 시가 코스모스를 따라 아른거린다. 언덕 한가운데는 자그마한 반원의 무대가 마련됐다. 주변으로는 자연스레 쉼터들이다. 그 곁에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섰다. 앞면에는 「서시」가 새겨졌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랐던 시인의 마음이다. 「서시」는 누상동 하숙 시절에 쓴 시다. 그는 1941년 5월 연희전문학교 기숙사를 나와 옥인동 아래 누상동에 하숙집을 얻었다. 소설가 김송의 집이었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청운공원의 제일 높은 자락에 자리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언덕에서는 청운동과 옥인동, 누상동을 잇는 풍경이 차례로 이어진다. 반대로 시비의 뒤편은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한 첫 해에 쓴 시다. 「슬픈 족속」이다. 각 2행 2연으로 쓴 짧은 시는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의미심장하다. 서정을 배제한 의기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가슴 아린 현실이 서렸다.           청운에서 품은 서울이어라 한 편 한 편 시를 읽으며 시인의 언덕을 걷는다. 부암동 쪽으로는 서울성곽이 지난다. 성곽 쪽 길 끝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시인의 눈인 양 언덕을 굽어본다. 언덕에서도 가장 높은 장소다. 길의 난간에는 그의 시 「눈」이다. ‘지난밤에 눈이 소복이 왔네’라는 시구다. 눈 쌓인 겨울날 이 언덕에 걸음을 내도 좋으련…. 소나무 아래 서서 풍경을 바라본다. 부암동의 전경이다. 가까이에는 초록지붕의 동화 같은 집이다.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배경이다. 「찬란한 유산」도 찍었다지. 그리고 인왕산과 북한산까지 내달리는 풍경이다. 높게 솟은 빌딩이 없으니 동네가 산세에 포근히 안긴다. 사람의 집이 소박하므로 자연은 장대하다. 가까운 북악산 쪽으로는 창의문 지나 서울성곽이 오른다. 그 또한 장관이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생기기 전부터 조망 명소로 사랑 받던 이유를 알겠다.         반대쪽 서울 시가의 풍경도 곱다. 먼발치 남산의 N서울타워에서 종로 일대까지 퍼져나가는 전경이다. 가까이로는 청운벽산빌리지다. 주황색 지붕들이 층층이 자리해 마치 유럽의 어느 마을인가 싶다. 이색적인 풍광이 매력 있다. 서울 시가지는 윤동주 시비 옆이나 언덕 아래 전망대 정자에서 보는 풍경이 좋다. 정자에 앉아 있으면 자연스레 공공미술 「인왕산에서 굴러온 바위」에도 눈길에 닿는다. 청운공원 진입광장의 랜드 마크다. 높이 2.6미터에 긴지름이 4.86미터에 이르는 타원형 철구조물이다. 작품 위로 시민들이 소망을 담은 돌을 쌓은 것이 특징이다. 2008년 10월 경복궁 고궁박물관 뜰에서 옮겨왔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청운공원은 「인왕산에서 굴러온 바위」에서 출발해 바닥분수까지 이르는 산책로로 이루어져 있다. 두 갈래로 갈라져 다시 만난다. 여름날에는 분수가 더위를 씻겨준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전망도 좋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위태한 아파트 단지였다. 1970년대 초에 지어진 청운시민아파트가 있었다. 안전상의 문제로 철거한 후 2006년 청운공원으로 조성했다. 그후로는 동네 사람들만 알음알음 찾아들었다. 서울의 전경을 조망하고 서울성곽의 길을 걸었다지.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생기고서는 시인의 자취 덕에 찾는 이가 늘었다. 하늘과 별과 바람의 부름이겠지. 그래도 아직은 환한 낮의 걸음이다. 하지만 밤이어도 좋다. 연인과 다정히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을 노래할 수도 있겠지. 별이 바람에 스치우는 소리도 들을 수 있으려나. 별빛 같은 도시의 밤 풍경인들. 청운공원은 야경도 아름답다지.  
윤동주 시인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       [문갑식 기자의 기인이사(奇人異士): 동주와 백석과 자야와 길상사와 자작나무       지난 2월17일(2016년), 개봉된 영화 ‘동주’가 관객 1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있다고 합니다. 저예산으로 제작된데다 흑백영화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는 알다시피 비운의 시인 윤동주(尹東柱·1917~1945)를 다뤘습니다. 최근 영화 ‘동주’를 관람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인은 제가 졸업한 대학의 대선배로, 관람하는 내내 신촌 캠퍼스 한켠에 있는 시비(詩碑)와 그가 기숙했던 핀슨홀을 떠올렸습니다. 핀슨홀은 연세대 건립자인 언더우드 목사 동상 옆에 있는 건물입니다. 영화를 보면 의외로 그의 친척이었던 송몽규가 주인공, 윤동주가 조연(助演)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이것은 이준익 감독의 계산된 연출이 아닌가 싶습니다. 뭔가 소심해보이는 시인이 암울했던 시대를 살아온 지식인의 전형적인 자화상 아닐까요?                   시인 윤동주의 연희전문 졸업사진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영화 말미 일본 형사가 강제 자백을 받아낸 진술서에 서명을 강요할 때 윤동주가 한 말이었습니다. “당신들이 조작한 이 서류처럼 내가 행동하지 못한게 한스럽다. 이런 시대에 시(詩)를 써보겠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기인이사 43편은 암울한 시대 한반도와 만주와 일본을 떠돈 시인들과 그 연인, 그 이후 벌어진 일들을 이야기해보려합니다. 윤동주는 중국 길림성 용정(龍井)에서 태어났습니다. 저는 수차례 탈북자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의 출생지를 본 적이 있습니다. 부근에 있는 해란강을 고지(高地)에서 바라본 것이 10년도 훨씬 전의 일인데 아직도 눈앞에 생생합니다.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두고 흐른다’는 가사의 가곡 ‘선구자’에 나오는 해란강은 용정에서 4㎞ 정도 떨어져 있지요. 뱀처럼 꾸불꾸불 만주 벌판을 감아도는 해란강의 모습을 비암산이라는 곳에서 바라볼 때 한국인들은 남다른 감정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이곳에 있던 소나무가 한민족의 민족정신을 고취시킨다고 일제가 고사(枯死)시켰다는 것은 잘알려져 있습니다. 시인 윤동주는 명동학교-숭실중학교에서 수학한 뒤 지금의 연세대학교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2학년 때 ‘소년’지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그때가 1939년입니다. 연희전문학교에 다닐 당시 시인의 하숙집은 지금의 서촌이었지요. 소설가 김송이 살았다는 서촌의 가옥에 ‘윤동주 하숙집’이라는 표시가 붙어있고 인왕산 자락 청운동 언덕은 ‘윤동주 시인의 언덕’으로 명명돼 있습니다.  청운동 산꼭대기에 있는 윤동주 문학관이다. 시인의 성격을 닮아 건물이 깔끔하게 건축됐다. 거기에 시인의 대표작인 ‘서시(序詩)’가 새겨진 검은색 바위가 청와대와 서울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청운동 인왕산 자락 윤동주 문학관 맞은편에는 1968년 1·21사태 때 김신조를 비롯한 북한 124군부대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를 급습할 때 이를 저지하다 순직한 고 최규식 총경의 동상이 서있습니다. 최 총경 역시 연세대 정외과 출신이지요. 그래서인지 나라를 위해 숨진 시인과 그 후배인 최 총경을 바라보며 읽는 윤동주의 대표작 서시는 남다른 맛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를 내려다보며 뭔가를 암시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드는 서시를 감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인의 언덕에는 '서시'를 새겨놓은 바위가 있다. 시인은 우리에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이 살아나가길 기원하고있을 것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인 윤동주가 하숙하던 집 앞 벽에는 안내문과 함께 태극기가 걸려있다. 오른쪽 뒷편으로 인왕산이 보인다. 시인은 일본으로 건너가 도시샤(同志社) 대학에 다니던 중 항일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1943년 일본 경찰에 체포돼 후쿠오카 형무소(福岡刑務所)에 투옥됐습니다. 옥중에서 요절했을 때 그의 나이는 29세였으며 100여 편의 시를 남겼지요. 광복을 불과 6개월여 앞두고 눈을 감은 시인의 사인(死因)에 대해선 차마 옮기기 힘든 설(說)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일제가 생체실험, 즉 시인을 ‘마루타’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역사를 되짚어볼수록 일본은 우리에게 참으로 못된 짓을 많이 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시인의 마지막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공식적으로 그는 1945년 2월 16일 오전 3시 36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죽고 열흘뒤, 그의 가족에게 다음과 같은 의심을 살만한 내용의 전보(電報)가 전해지지요. ‘2월 16일 동주 사망, 시체를 가지러오라.’ 전보를 받고 아버지 윤영석과 삼촌 윤영춘이 일본으로 갔는데 ‘동주 위독하니 보석(保釋)할 수 있음. 사망시 시체를 큐슈제대(九州帝大) 의학부에 해부용으로 제공할 것임.’ 이란 전보가 또 온 것입니다. 후일 시인의 동생 윤일주씨는 “사망했다는 전보보다 10일이나 늦게 온 전보를 보고 온 집안 사람들이 느낀 원통함은 이를 갈고도 남음이 있었다”고 회고한 바 있습니다. 참으로 의문이 많이 남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화 ‘동주’에 등장하는 송몽규 역시 실존인물로 윤동주 시인의 친구이자 고종사촌입니다. 그 역시 독립운동에 가담하려다 체포돼 죽음을 맞는데 일제는 그도 생체 실험 대상으로 사용했다고 하지요. 가수 윤형주와 시인 윤동주는 6촌 재종형제간입니다. 윤동주가 만주에서 태어난 것은 우리의 어두운 민족사와 관계가 깊습니다. 원래 이 집안은 본관이 파평이고 함경북도 종서군 동풍면 상장포에 살았는데 19세기 말 기근이 심해지자 시인의 증조부인 윤재옥이 1886년 가솔과 함께 만주로 이주했지요. 시인의 아버지 윤영석은 1910년 독립지사인 김약연의 누이동생 김용과 결혼했습니다. 그의 고모인 윤신영이 송창희와 결혼했는데 그 고모의 아들이 영화에 나오는 송몽규였습니다.                   폭설이 내리던 날, 청운동 윤동주 문학관 앞 담장에 누군가 만들어놓은 꼬마 눈사람이다. 시인 윤동주의 삶을 살펴보면 목사 문익환(文益煥·1918~1994)도 등장합니다. 1935년 윤동주는 평양의 숭실중학교로 전학가는데 거기 용정의 명동소학교 동창 문익환이 다니고있었던거지요. 또한 숭실중학에는 이미 장준하(張俊河·1918~1975)가 재학중이었습니다. 이 셋은 훗날 숭실중이 신사참배 거부로 폐교되자 자퇴합니다. 윤동주는 다시 용정의 광명중학교로 돌아가는데 거기서 국회의장을 지낸 정일권(丁一權·1917~1994)을 만나지요. 영화 ‘동주’에 문성근이 시인 정지용역으로 출연한 것은 이런 인연 때문이었을 겁니다. 정지용의 대표작 ‘향수’를 보고 갑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러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섭 이슬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 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참하 잊히리야.         그런데 영화에도 나오다시피 시인 윤동주가 가장 흠모했던 시인이 있습니다. 오랜기간 잊혀졌다가 복권된 백석(白石·1912~1996)입니다. 윤동주는 연변에 살 때부터 다섯살 위인 백석의 시집 ‘사슴’을 읽은 뒤 그에게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이후 윤동주는 시집 ‘사슴’을 옆에 끼고 살았으며 일본으로 유학갔을 때는 동생 일주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시집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백석과 윤동주는 과연 같은 시풍(詩風)을 지녔을까, 다음의 두 시를 감상해봅니다.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중략)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陶淵明)’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이 시는 백석이 쓴 ‘흰 바람벽이 있어’의 구절들입니다. 1941년에 발표된 이 시를 두고 평론가들은 “고향을 떠난 인물의 내면을 통해 부정적 현실을 이겨내려는 내적 의지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윤동주의 ‘별헤는 밤’입니다. 윤동주의 육필원고인 '별헤는 밤'이다. 글씨 모양을 보면 사람됨을 알 수 있겠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않은 까닭입니다. 별하나에 추억과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함과 별하나에 동경과 별하나에 시와 별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도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어떻습니까? 1941년 11월5일 연희전문학교 졸업을 앞두고 윤동주가 쓴 이 시는 1948년 정음사에서 간행된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등장하는데 서울 종로나 광화문의 어느 골목에서 두 시인이 마주친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이미지 크게보기윤동주 시인의 별헤는 밤 육필원고다. 글씨는 사람의 됨됨이를 보여준다.   시인 백석의 고향은 평북 정주군 갈산면 익성동입니다. 정주 오산학교 설립자인 남강 이승훈 선생의 영향으로 기독교 세력이 강한 곳이지요. 백석은 부친이 37살, 모친이 24살 때 낳은 귀한 ‘손’이었다고 합니다. 어머니 이봉우는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시집왔는데 음식 솜씨가 남달라 고당 조만식 선생이 오산학교 교장시절 그 하숙집에 기거했으며, 백석의 부친 백용삼은 고당, 계초 방응모 선생과도 친분이 두터웠다고 합니다. 어릴 적 ‘백기행’으로 불린 백석은 이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겠지요. 백석의 부친 백용삼은 개화기 사진계의 초창기 인물입니다. 동향인 계초 방응모 선생은 그런 그를 조선일보의 사진반장으로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훗날 백석이 조선일보를 통해 등단한 것이나 조선일보 기자를 지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백석은 1918년 평북 정주의 오산소학교에 입학했지만 학교는 1년뒤 일어난 3·1운동의 여파로 교실이 불타면서 1년6개월간 문을 닫아야했지요. 백석은 1924년 오산고등보통학교에 진학하는데 이때의 교장이 고당 조만식 선생이었습니다. 백석이 경성(京城), 즉 지금의 서울을 처음 본 것은 1927년 수학여행 때라고 합니다. 그는 서울에 대해 “건건쩝쩔한 냄새가 나고 황혼녘 같은 서글픈 거리”라는 인상기를 남겼지요. 1929년 오산학교 졸업 후 백석은 가정형편 때문에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1930년 1월5일 조선일보 신년현상문예(지금의 신춘문예)에 그가 쓴 단편 ‘그 모(母)와 아들’이 당선되면서 인생에 전기가 마련됩니다. 조선일보 부사장으로 있던 계초 방응모 선생이 일본 유학자금을 대준 것입니다. 백석은 일본 아오야마(靑山)학원 영어사범과에 진학해 1학년 때는 영어, 2학년 때 프랑스어, 3학년 때 러시아어를 공부했습니다. 이때 세례도 받았고 ‘동경 길상사(吉祥寺) 1895번지’에 살았다는데 이 이름은 훗날 다시 등장하지요. 아오야마학원에서 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백석은 학교로 가는 대신 조선일보 출판부에 입사합니다. 1934년 4월의 일이었습니다. 여기서 백석은 잡지 ‘여성’의 편집업무를 하는 한편, 조선일보 지면에 러시아 작가 안톤 체홉의 단편을 번역 발표했습니다. 백석은 1935년 8월 시 ‘정주성’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인의 길을 걷습니다. 그의 일생에서 기념비적인 시 ‘정주성(定州城)’은 유년시절의 기억을 방언으로 표현한 것인데 감상해봅니다.     ‘산턱 원두막은 비었나 불빛이 외롭다. 헝겊심지에 아주까리 기름의 쪼는듯한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잠자리 조울든 무너진 성(城)터 반딧불이 난다 파란 혼(魂)들 같다 어데서 말 있는듯이 크다란 산(山)새 한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헐리다 남은 성문이 한울빛같이 훤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영화 ‘동주’에도 등장한 백석의 첫 시집 ‘사슴’이 나온 것은 1936년 1월20일입니다. 100부 한정판으로 나온 ‘사슴’은 당시 시인이 되기를 꿈꾸던 문학청년들이 서로 돌려보면서 시집을 통째로 암기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시 ‘여승(女僧)’을 봅니다. 최근 초판본 그대로 복각돼 출판된 윤동주의 시집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 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 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 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어떻습니까, 비록 북한작가였지만 그가 시인들이 뽑은 ‘한국의 대표시인’의 반열에 당당히 오른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백석의 삶은 시 못지않게 여러 여인들과의 로맨스로 유명한데 그 첫번째는 친구의 혼인 축하자리에서 처음 본 박경련이었습니다. 백석은 생애 통틀어 세번 경남 통영에 갔으며 시를 남겼는데 첫번째 통영행은 1935년 6월, 친구 허준의 혼인축하 회식자리였다고 합니다. 그때 남긴 시 ‘통영’에는 박경련이라는 여인이 ‘천희(千姬)’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지요. 시인 윤동주가 사망한 뒤 1948년 발간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다.   ‘옛날엔 통제사가 있었다는 낡은 항구의 처녀들에겐 옛날이 가지않은 천희라는 이름이 많다 미역오리같이 말라서 굴껍질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는다는 이 천희의 하나를 나는 어느 오랜 객주집의 생선가시가 있는 마루방에서 만났다 저문 유열의 바닷가에선 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방등이 붉으레한 마당에 김냄새 나는 비가 나렸다.’    백석은 이후로도 두번 통영에 가 시를 남겼는데 이번에는 박경련이 ‘난(蘭)’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지요. 백석은 1936년 조선일보를 그만두고 함흥 영생고보 영어교사로 옮겼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난은 절친했던 친구 신현중과 1937년 혼인하지요. 하필이면 신현중은 백석이 난을 향한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으면서 통영에 갈 때마다 동행했던 친구였습니다. 실연의 아픔을 달랠 시기 이번에는 김영한(1916~1999)이라는 여인이 백석의 앞에 등장합니다. 김영한에 대해 잠시 살펴봅니다. 서울 관철동에서 태어난 김영한은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16살 때 조선 권번, 즉 기생조합에 들어갑니다. 어머니와 할머니가 근근이 이어가던 생활이 금광을 한다는 친척 때문에 풍비박산나면서 기생의 길로 밀어넣은 것인데 기명은 진향(眞香)이었습니다. 그는 정악계(正樂界)의 대부 하규일 문하로 들어가 창가곡, 궁중무를 배우는 한편, 잡지 ‘삼천리문학’에 수필을 발표할만큼 재능이 많았습니다. 김영한이 백석을 만난 것은 자신의 일본 유학을 주선해준 신윤국이 함흥 감옥에 투옥됐기 때문입니다. 신윤국을 면회갔다가 만나지 못하자 함흥권번에 주저앉은 김영한은 우연히 영생고보 교사들의 회식장소였던 함흥관에 갔다가 운명적으로 백석을 만나지요. 백석은 옆자리에 앉은 김영한의 손을 잡고 이렇게 속삭였다고 합니다. “오늘부터 당신은 나의 영원한 마누라야. 죽기 전엔 우리 사이에 이별은 없어요.” 백석은 김영한에게 자야(子夜)라는 아호를 지어주는데 이것은 ‘당시(唐詩)선집’에 나온 이백의 시 ‘자야오가(子夜吳歌)’에서 따온 것이었다고 합니다. 자야오가는 중국 장안에서 서역으로 오랑캐를 정벌하러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 자야의 애절한 심정을 담은 시인데, 앞서 말한 백석의 일본 주소 ‘길상사’나 결국 이뤄지지 못한 백석과 자야의 사랑을 보면 뭔가 운명적인 것이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1937년 백석은 자야에게 만주로 가자고 했지만 자야는 홀로 경성으로 떠났습니다. 백석은 결국 만주 대신 자야를 따라 경성으로 와 청진동 자야의 집에서 동거하지요. 이때 3년간 살며 그가 남긴 대표적인 시가 바로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입니다. 윤동주가 가장 흠모했던 시인 백석의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다. 오른쪽은 백석을 평생 사랑했던 김영한씨가 쓴 '내사랑 백석'이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탸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탸샤는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탸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탸샤를 생각하고 나탸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같은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탸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응응앙 울을 것이다.’   뜨거웠던 백석과 자야의 사랑은 3년만에 백석의 부모에 의해 끝장나고 말지요. 백석이 기생과 동거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백석의 부모가 1939년 충북 진천에서 한 처녀와 혼례를 올리게 한 것입니다. 그 처녀와 백석의 결혼은 머지않아 끝났습니다. 부모의 강요에 의해 혼인을 한 백석은 다시한번 자야에게 만주행을 권유했지만 자야는 자기가 백석의 인생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에 괴로워합니다. 백석은 1939년 만주 신경(지금의 장춘·長春)으로 떠나는데 이것이 영원한 이별이 되고 말았습니다.   백석은 이후 고당 조만식 선생의 일을 돕다 1947년 북한 문학예술총동맹 중앙위원회의에서 외국문학문분과원이 됐으며 이후 파데예프의 ‘청년근위대’, 솔로호프의 ‘고요한 돈강’, 파블렌코의 ‘행복’ 등을 번역했다는 북한측 기록이 있습니다. 시는 1957년 평양신문에 ‘감자’ 등을 발표했지만 반동분자로 몰렸는지 1959년 양강도 삼수군에 있는 국영협동조합으로 하방(下放)돼 양치기 일을 하기도했지요. 1962년 일체의 창작활동을 중단한 그는 1995년 84세까지 살다 사망했습니다. 백석이라는 인물에 대해선 여러가지 평이 가능한데 저는 한때 조선일보에서 같이 일했던 문학평론가 백철(1908~1985)의 평이 가장 정확하지않나 생각합니다. 그는 ‘1930년대 문단’이라는 글에서 백석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백석에 대해 사내(社內)의 평판이 그리 호감적인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 내게 말한 것인데 ‘사람이 새파랗게 젊어가지고 도도하기만 하단 말이야. 원 그러면서 시를 쓴다는거야?’ 백석은 본시 성품이 모질지 않았다. 대신 결벽성이 심한데가 있었다?.” 그런 백석을 보며 제가 생각한 것은 만주와 한반도 함경도 일대에 많이 자라는 자작나무였습니다. 백화(白樺)라고도 불리는 자작나무는 순결의 상징인데 의외로 백석은 자작나무를 소재로 한 시를 꽤 남겼습니다. ‘백화’라는 시를 감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백석이 떠돌았던 만주와 함경도 일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자작나무 숲이 인제에도 있다.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자작나무들은 속살을 벗어낸다. 나무의 흠들이 사람의 눈처럼 그것을 지켜보고있다.   그러고보니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사랑했던 윤동주 역시 자작나무처럼 순결한 존재로 저에겐 비쳐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강원도 인제에 다녀왔지요. 남한에서 유일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인제 명품 자작나무 숲을 보고 싶었던 겁니다. 임도를 따라 1시간 정도 올라가야하는 인제 자작나무숲은 ‘인제국유림관리소’라고 네비게이션에 치면 되는데 경춘고속도로 동홍천IC를 빠져나와 인제쪽으로 가다보면 38선 휴게소 근처에 진입하는 길이 있지요. 시인 박인환 문학관 훨씬 못미쳐입니다. 이 숲 초입은 자작나무로 구성돼있다가 중턱부터는 자작나무가 보이지 않습니다. 정상부근에 가면 아랫쪽과 확연히 다른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하필 제가 갔을 때 백석의 표현처럼 ‘펄펄 눈이 나려’ 더욱 환상적인 자태를 감상했습니다. 그렇다면 백석과 결별한 후 남한에 남은 진향, 즉 김영한은 어떻게 살았을까요. 김영한은 1951년 성북구 지금의 길상사가 있는 땅을 구입합니다. 원래 이곳은 일제시대 백인기의 별장으로 건물 3채가 들어서 있었으며 해방후에는 청암장으로 불렸습니다. 김영한은 당시로서는 거금 650만원을 주고 청암장을 인수한 뒤 요정으로 탈바꿈시켰지요. 이곳은 1970년대까지 부근의 삼청각, 우이동의 선운각과 함께 한국의 3대 요정으로 명성을 날렸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사라져버린 요정은 대체 뭐하는 곳이었을까요. 시인 고은이 쓴 다음의 시를 보면 요정이 뭔지를 알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대원각이 길상사로 바뀌기 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이미 요정이 아닌 고깃집으로 바뀐 후였지만 ‘대원각’의 명성을 들었기에 건물을 유심히 관찰한 적이 있지요. 이 작은 건물들이 대원각 시절 손님들이 기생과 운우지정을 나누던 곳이다. 이 건물들은 대원각이 고깃집으로 바뀐 뒤 고기냄새로 찌들어있다 지금은 스님들이 거처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70년대 성북동 대연각이라 우이동 삼청각이라  아니 코밑의 청진동 장원이라  거기 가면  온통 번드르르르  아리따운 연인의 치맛자락 방바닥을 쓸어가며  교자상 가득히  산해진미  점심때라면 밥도 은수저로 떠 넣어주고  그렇게 밥 먹고 나면  야들야들한 손으로  등때기 굳은 살 풀어주고  슬슬 졸음 오는 척하면  뒷방으로 모셔가  그 침침한 방 요 위에 눕혀져  졸음은커녕  난데없는 운우의 정이 쏟아지니  정아무개가 뒹군 방  아무개가 뻗은 방  박아무개  김아무개가 늘어진 방  이렇게 점심때  대낮 주색 마치니  퇴근 후에는  영락없는 모범공직자 아니었던가  그것으로도 모자라지만’ 삼청각-선운각과 함께 한국 3대 요정으로 불리던 대원각은 길상사로 바뀌었다.   여하간 이렇게 돈을 모은 김영한은 북으로 간 백석을 잊지 못했는지 백석의 생일인 매년 7월1일이면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곤 팔순을 바라보던 1987년 자신이 평생 애독하던 에세이 저자 고 법정(法頂)스님과 연락하게 되지요. 김영한씨는 김대도행(金大道行)이라는 분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고려사에서 법정스님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아무 조건없이 대원각을 시주할 테니 절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정스님은 “평생 주지도 맡아본 적이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법정스님은 여러 번 사양했지만 1994년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운동’을 펴며 불교의 사회적 책무를 알리다 마침내 김영한씨의 청을 받아들입니다. 폭설 내리던 날 극락전앞이다. 백석이 자야로 불렀던 김영한은 이렇게 눈내리던 날 이곳에 자신의 재를 뿌려달라고했다.   1996년 마침내 대원각은 길상사로 이름을 바꾸는데 대지-임야가 7000여평, 시가 1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렇게 통큰 시주를 하고 김영한이 법정스님으로부터 받은 것은 염주 한벌과 길상화(吉祥華)라는 법명이었으니 아름다운 기부가 분명하지요. 여기서 여러분은 백석이 동경 아오야마학원 유학시절 머문 주소가 길상사였다는 그 우연을 다시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왼쪽 아래건물이 김영한씨가 거주하던 길상헌이다. 김씨의 유골은 눈 내리던 날 길상헌 뒷편에 뿌려졌다. 지금 그곳엔 김씨를 기리는 사당과 유골함이 서있다.   1999년 김영한씨는 세상을 떠나며 화장을 한 뒤 첫눈이 길상사에 내리면 자신이 머물던 길상헌(지금의 길상사 입구에서 왼쪽 건물) 뒷편 계곡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지금 길상헌 뒤에는 작은 사당과 김씨의 소박한 유골함과 ‘나와 나탸샤와 흰당나귀’가 적힌 김씨의 약력판이 서있습니다. 요정을 절로 바꾼 법정스님도 2010년 여기서 입적했지요. 길상사 맨 윗쪽 진영각은 법정스님의 초상화를 모신 곳이며 진영각으로 들어가서 오른쪽 밭에는 법정스님의 유골함이 있습니다. 스님의 유골함은 송광사에도 있는데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법정스님의 영정을 모신 진영각에는 작은 유골함도 있다.   송광사의 옛 이름이 바로 길상사였다는 것입니다. 마침 3월11일은 법정스님이 입적한 날입니다. 길상사를 돌면 법정스님과 김영한씨의 인연, 그에 앞서 백석과 김영한의 사랑, 더 나아가 백석을 흠모한 윤동주가 생각날 것입니다. 윤동주 문학관위로 올라가면 시인의 언덕이 나온다.   서촌의 윤동주 하숙집에서 청운동 윤동주 문학관과 시인의 언덕을 거쳐 북악스카이웨이 건너 길상사까지는 걸어서 2시간이 채 안걸릴 것입니다. 다가오는 봄날, 이곳을 거닐며 우울했던 시절, 우리 문학계를 빛낸 찬란한 별들의 내면을 밟아보기를 권합니다.   Photo by 이서현 [출처] 조선닷컴에서  [출처] 윤동주 시인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 [문갑식 기자의 기인이사(奇人異士) (글벗문학(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 |작성자 남찬우   ======================== 옥천군, 정지용 시인 문학 혼으로 中 물들이다 中 항주·상해서 ‘제21회 연변(상해) 지용제’ 성료 전화위복…정지용 문학의 세계화 발판 마련 계기 (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 2017년 12월 13일    지난 9일 중국 항주사범대학교에서 충북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이 주최하고 남방아리랑창작위원회와 항주사범대학이 주관해 열린 ‘제21회 연변 지용제’ 기념사진.(사진제공=옥천군청)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로 우여곡절 끝에 열린 ‘제21회 연변(상해) 지용제’가 중국을 정지용 시인의 문학혼으로 물들였다. 13일 충북 옥천군에 따르면 '향수 시인'  정지용 선생(鄭芝溶.1902∼1950)의 문학 혼을 기리고 민족의 정체성 회복을 위한 ‘제21회 연변(상해) 지용제’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중국 항주와 상해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최근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 및 사드 문제로 난항을 겪었던 이 행사가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연변이 아닌 항주와 상해지역으로 장소를 변경해 전격 열린 것이다.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이 주최하고 남방아리랑창작위원회와 항주사범대학이 주관한 ‘제21회 연변 지용제’는 백일장, 시 낭송 대회, 세미나 등으로 풍성하게 꾸며졌다. 지난 9일 중국 항주사범대학교에서 열린 제6회 연변(상해) 정지용 한글 백일장 및 시 낭송 대회에는 항주사범대학교, 절강외국어대학교 등 150여명의 학생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백일장에서는 ‘가을비’를 쓴 절강외국어대학교 임효민 학생이 장원을 차지했으며 ‘친구’를 쓴 항주사범대학교 노의영 외 10명의 학생이 수상했다. 현지 중국 학생임에도 한글을 또박또박 써 낸 모습에 심사위원들은 감탄을 연발했다. 시낭송대회에서는 정지용의 ‘고향’을 낭송한 절강외국어대학교 황열우 등 6명이 입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어의 서툰 발음으로 정 시인의 시를 한 구절씩 낭독할 때마다 관객들로부터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지난 10일 중국 상해 메리어트 바이 펑션 호텔에서 열린 ‘정지용·윤동주 학술세미나’ 기념사진.(사진제공=옥천군청) 지난 10일 상해 메리어트 바이 펑션 호텔에서 열린 ‘정지용·윤동주 학술세미나’에는 한국과 중국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사회는 남방아리랑창작위원회 현충혁 위원장이, 좌장은 경희사이버대학교 홍용희 교수가 맡았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북경 제2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 김영옥 교수가 정지용 시에 나타난 ‘자연과 전통지향성 고찰‘에 관해 ▶(사)세계문인협회 김묘순 부이사장이 ’정지용 ‘향수’의 질서‘에 관해 ▶윤동주연구회 김혁 회장이 ‘잊힌 윤동주의 용정자택에 대한 고찰’을 ▶김호 소설가가 ’모더니즘의 불꽃 : 김기림과 정지용 시‘를 각각 발제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됐다. 옥천문화원 김승룡 원장은 “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을 안고 열게 된 정지용·윤동주 연변(상해)세미나와 백일장은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며 “옥천군의 해외 인지도 상승과 함께 정지용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군 이용범 문화관광과장은 “정지용 백일장과 세미나를 위해 애써준 남방아리랑창작위원회와 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백일장 참가자들이 최고의 문학가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891    치욕의 력사에서 참회의 역사로 바꾸어 놓은 시인 - 윤동주 댓글:  조회:3605  추천:0  2017-12-16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유고시집으로 우리에게 절대적 양심과 순연한 정신을 남긴 시인 윤동주. 자기성찰의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윤동주는,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예언자적 지성으로 승화시키면서 일제 말 암흑기의 우리 시사를 치욕의 역사에서 참회의 역사로 바꾸어 놓은 시인으로 한국 문학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매년 우리 근대문학의 성과를 재조명하고 또 독자들에게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해 온 문학그림 전시는 , 2017년 윤동주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화가 6명을 초청하여 그의 대표 시 35편을 그림으로 새롭게 형상화 하였습니다. 강경구 작가는 한국화의 조형적 특성과 정서적 분위기로 「참회록」, 「쉽게 쓰여진 시」 등에 나타나는 자아성찰의 정신을 이미지화 하였고, 김선두 작가는 장지에 먹 분채를 이용하여 「만돌이」, 「오줌싸개 지도」 등 윤동주의 동시 세계를 토속적이고 해학적으로 그려냈습니다. 김섭 작가는 자기희생의 정신이 드러나는 시인의 기독교적 세계관을 혼합재료를 이용하여 추상화로 재해석하였고, 박영근 작가는 식민지 시대의 어두운 현실 인식이 드러나는 작품들을 유화로 서정적이면서도 묵직하게 표현해냈습니다. 이강화 작가는 나무 위 유화를 이용하는 등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내는 특유의 방식으로 청년 윤동주의 모습을 묘사하였으며, 정재호 작가는 한지에 아크릴, 먹, 목탄을 이용하여 고유의 정적이고 동양적인 색조로 「별 헤는 밤」, 「자화상」 등에 나타나는 윤동주의 이상세계와 실존의식을 그려냈습니다. 작가들이 그린 각각의 회화 작품들은 텍스트에 머물러 있던 윤동주의 시를 미술의 영역으로 불러내어, 일제 강점기 시대의 폭력을 내면의 세계로 응시한 윤동주 시 속 이미지를 개성적 시선으로 표현해 내었습니다. 2017년 윤동주 탄생 100주년 시그림 전시도, 대표적 기초 예술인 ‘문학’과 ‘미술’이 상호소통하며 어떻게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지, 관객들께서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자리가 될 것입니다.         강경구 [쉽게 쓰여진 시(부끄러운 날)] 72.7×60.6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7         강경구 [참회록(운석)] 91×72.7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7         강경구 [소년(슬픈 강물)] 45.5×53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7         김선두 [고향집] 91×64cm 장지에 먹, 분채 2017         김선두 [아우의 인상화] 39×66cm 장지에 먹, 분채 2017         김선두 [오줌쏘개 디도] 37×22cm 장지에 분채 2017         김섭 [츠르게네프의 언덕] 76×57cm 종이에 혼합재료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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