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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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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시모음
2018년 01월 09일 20시 08분  조회:2219  추천:0  작성자: 죽림

<콩나물에 관한 시 모음>  


+ 콩나물은 서서 키가 큰다 

콩나물이 그렇다. 
대개 머리가 위로 올라가면서 
키 크는 것과 달리 
발이 뻗으며 
키가 큰다. 

하늘을 넘보지 않고도 
할 일을 다 하는 셈이다. 

단순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법을 깨친 
수도승처럼 
담담하고 단호하게 
발을 뻗는다. 

콩나물은 서서 키가 큰다. 
(김성옥·시인) 


+ 숨쉬는 일에 대한 단상 

항아리 속 검은 보자기 아래 
노란 꽃술들, 
살짝살짝 보자기를 들어올리며 
고르게 숨을 쉰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끼얹을 때면 
하루가 다르게 살 차 오르는 
둥글 달을 보는 것 같은데 
물관부를 따라 물길어 나르는 
노랫소리에 맞춰 
4분 음표들, 방안을 뛰어 다닐 것 같은데 
        
숨쉬는 일이란 
틈새를 비집고 촘촘한 영토를 다스리는 일, 
고개를 떨군 채 
生을 수직상승 시키는 일이다 
(이가희·시인, 1964-) 


+ 콩나물에 묻다 

무엇에 놀란 삶이기에 
저토록 노랗게 질린 얼굴일까 

얼마나 생각이 많은 삶이기에 
저토록 무거운 머리를 이고 있을까 

온몸이 뿌리가 되어버리고도 
어떤 무게를 견딜 수 없어 저토록 힘든 모습일까 

얼마나 지독한 사랑을 앓았기에 
저토록 허연 뱃속까지 드러나 있는 것일까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저토록 일생을 고개를 떨구고 들지 못하는 것일까. 
(이용채·시인) 


+ 콩나물 시루  

추, 추, 추, 요강에 오줌을 누며 
할머니가 치를 떨었다 
잠든 콩나물시루에 몇 바가지 물을 내리고 
할머니는 다시 누웠다 

콩나물 무수한 대가리들이 
노란 부리를 벌려 물을 받아먹었다 
콩나물의 몸을 빽빽하게 빠져나온 물이 
밑 빠진 독의 구멍을 타고 흘렀다 

방안은 깊은 동굴이 되었다 
똑, 똑, 똑,..... 
콩나물 시루의 물방울소리 
식구들의 잠을 뚫고 
억만 년 동안 떨어졌다 

천장에서 무수한 石柱들이 내려왔다 
(정병근·시인, 1962-) 


+ 다시 나에게 쓰는 편지 

콩나물은 
허공에 기둥 하나 밀어 올리다가 
쇠기 전에 머리통을 버린다 

참 좋다 

쓰라린 새벽 
꽃도 열매도 없는 기둥들이 
제 몸을 우려내어 
맑은 국물이 된다는 것 

좋다 참 
좋은 끝장이다 
(이정록·시인, 1964-) 


+ 콩나물국, 끓이기 

사내는 뚝배기 속으로 
지휘봉을 가져간다 
도에서 끓기 시작한 뚝배기 속의 음표들을 
사내는 지휘하듯 휘휘 내젓는다 
음계는 금세 높은음자리로 음역을 높인다 
이 음악은 너무 뜨거워 맛보기가 힘들다 
사내는 입술을 오므려 솔, 휘파람을 분다 
휘파람이 뚝배기 속으로 뛰어든다 
음악소리가 완전히 익기까지는 
시간을 조금 더 끓여야한다 
사내는 잠시 식욕을 닫고 
기다리는 동안 창 밖을 바라본다 
창 밖 나뭇가지가 세상을 휘젓는다 
공중 부양하는 수많은 손바닥들 
손대기에도 너무 뜨거운 세상 때문이다 
땅의 뚝배기 속에 떨어지기도 전에 
나뭇잎이 몸을 굴린다 
사내가 삶의 안쪽으로 몸을 돌린다 
뚝배기가 심장처럼 펄펄 끓어오른다 
뚝배기를 식탁 쪽으로 옮긴다 
사내는 나뭇가지 같은 손가락에 숟가락을 끼운다 
뜨겁게 김이 오르는 음표들을 입으로 분다 
음표들이 낮은 음계에 도달한다 
뒷모습이 콩나물인 사내가 
음악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는다 
한 소절의 생이 고스란히 입안에서 씹힌다 
창 밖 저녁노을이, 
얼큰하다 
(이동호·시인) 

------------------------------------------------------ 
+ 콩나물에 대한 예의  

콩나물을 다듬는답시고 아무래도 나는 뿌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무슨 알량한 휴머니즘이냐고 누가 핀잔한대도 콩나물도 근본은 있어야지 않느냐 그 위를 향한 발돋움의 흔적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하지는 못하겠다 아무래도 나는 콩나물 대가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죄 없는 콩알들을 어둠 속에 가두고 물 먹인 죄도 죄려니와 너와 나 감당 못할 결핍과 슬픔과 욕망으로 부풀은 대가리 쥐뜯으며 캄캄하게 울어본 날들이 있잖느냐 무슨 넝마 같은 낭만이냐 하겠지만 넝마에게도 예의는 차리겠다 그래, 나는 콩나물에게 해탈을 돕는 마음으로 겨우 콩나물의 모자나 벗겨주는 것이다 
(복효근·시인, 1962-) 


+ 콩씨네 자녀 교육 

광야로 
내보낸 자식은 
콩나무가 되었고. 

온실로 
들여보낸 자식은 
콩나물이 되었고. 
(정채봉·아동문학가, 1946-2001) 


+ 콩나물 가족 

아빠는 회사에서 물먹었고요 
엄마는 홈쇼핑에서 물먹었데요 
누나는 시험에서 물먹었다나요 

하나같이 기분이 엉망이라면서요 
말시키지 말고 숙제나 하래요 

근데요 저는요 
맨날맨날 물먹어도요 
씩씩하고 용감하게 쑥쑥 잘 커요 
(박성우·시인, 1971-)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내 연못에서...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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