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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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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    수선화야, 나와 놀자... 댓글:  조회:2177  추천:0  2017-06-24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내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수선화    초록빛 스커트에 노오란 블라우스가 어울리는 조용한 목소리의 언니 같은 꽃 해가 뜨면 가슴에 종(鐘)을 달고 두 손 모으네 향기도 웃음도 헤프지 않아 다가서기 어려워도 맑은 눈빛으로 나를 부르는 꽃 헤어지고 돌아서도 어느새 샘물 같은 그리움으로 나를 적시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수선화, 그 환한 자리  거기 뜨락 전체가 문득  네 서늘한 긴장 위에 놓인다  아직 맵찬 바람이 하르르 멎고  거기 시간이 잠깐 정지한다  저토록 파리한 줄기 사이로  저토록 환한 꽃을 밀어올리다니!  거기 문득 네가 오롯함으로  세상 하나가 엄정해지는 시간  네 서늘한 기운을 느낀 죄로  나는 조금만 더 높아야겠다  (고재종·시인, 1959-) + 수선화·1  자존심이란 그런 건가  소슬바람에도  서릿발같은 사랑  노란 향기로 피우기 위해  제 몸 녹여 피는  얼음 꽃  (김길자·시인, 1948-)   + 수선화 앞에서  골반이 튼실해 씨방도 여물겠네  칼날 날개가 긴 척추 감싸고  오직 염원 하나  꽃네 마을 가는 길 위해  엄동을 깎아내고 있네  바람이 매울수록  탱글한 피관을 수직으로 타고  옹달샘 정갈한 물  시퍼렇게 퍼 올리고 있네  꽃네의 울, 여린 베일 속에  점화된 샛노란 눈빛이  운대감댁 별당아씨  청순한 부끄럼 닮았네  설한에 정제된 꽃내음이  살며시  내 하얗게 빈 마음에  정을 칠해 주고 있네.  (유소례·시인, 전북 남원 출생)   + 수선화  눈부시지 않은 모습으로  뜰 앞 정원의 모퉁이에서  봄을 안내하는 등을  켠  아프로디테  가녀린 몸매로  긴 겨울 어이 참아내었는지  무명의 어둠 끌어안고  삭이고 삭인 고통의 흔적  그 얼굴 어느 곳에서도  나타나지 않고  구시렁거리지도 않은  또 다른 별의 모습으로  꽃등을 켰다  항시 화려함이 아름다움은 아니듯  은은히 존재를 밝히는  가녀린 모습 앞에  마음도  한 자락의 옷을 벗고  노오란 향기와 모습 앞에  얼룩진 내 삶을 헹군다  (박정순·시인, 부산 출생)   + 수선화     이역 수 만리에서 씨앗으로 왔다는  그 수선화 새 싹이 돋았습니다  담으로 바람 가려 주고  남서쪽 활짝 열어 주어  따뜻한 하늘 손길 내리게 한  고요한 뜰에  수선화 새 싹이 돋았습니다  수선화 노오란 꽃이  청초한 그 꽃이 피었습니다  담으로 바람 가려 주고  남서쪽 활짝 열어 주어  따뜻한 하늘 손길 내리게 한  고요한 뜰에  수선화가 곱게 피었습니다  (임종호·시인, 1935-)   + 수선화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살아갈수록 외로워지기 때문이다  세상 싸움의 한가운데에서  나도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가슴속의 별들을 헤아려보고 싶다  당신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추억이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리울 때마다  나도 들꽃으로 피어서  당신의 기도 속에서 살아가고 싶다  (권태원·시인, 1950-) + 수선화·13  얘, 너도 주번이지?  꽃이 다 시들었어.  꽃병을 바라보던  소녀와 나  마주보며 웃음을 깨문다.  담도 없는  시골 초등학교 언저리  산야엔 야생화가 굽이치고  물소리가 드높은 개울을  소녀가 건너뛴다.  여기 좀 봐.  물결처럼 남실대는 수선화에  소녀의 눈빛이 흔들린다.  내민 꽃병에 들어차는  노란 꽃잎이 눈부시다.  (손정모·시인, 1955-) + 수선화 강가에 피어난  노오란 꽃 한 송이  수줍은 듯 고개 내밀고  까아만 세라복에 흰 칼라  갈분 풀 먹여 다림질하고  단발머리 찰랑이며  하얀 얼굴 하얀 미소  꿈속인가 천상인가  어스름 달밤에  비단개구리 짝 부르는데  그리운 님 찾아  고갯길을 오릅니다  사랑하는 님 생각에  어둠도 산길도 무섭지 않더이다.   (이문조·시인) + 수선화  눈이 아리도록 고와도  사랑해 줄 이 없으면 고독해  목을 길게 빼들고  오늘도 누구를 기다리는가.  그리움이 차오르면  얼굴은 점점 야위어 가고  소슬바람에도  힘없이 스러질 것만 같다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을 왈칵 쏟을 것만 같은  돌담 아래 외로이 서 있는  수선화 닮은 여인아  (박인걸·목사 시인) + 수선화 슬픈 기억을 간직한 수선화 싸늘한 애수 떠도는 적막한 침실 구원의 요람을 찾아 헤매는 꿈의 외로움이여 창백한 무명지를 장식한 진주 더욱 푸르고 영겁의 고독은 찢어진 가슴에 낙엽처럼 쌓이다 (함윤수·시인, 1916-1984) + 수선화·2 서울 우이동에서 마음씨 곱기로 소문난  이 생 진 선생님  식산봉 아래 부끄러이 자고있는 통나무집 한켠에  물맛 좋은 제주생수병에 수선화 꽂아놓아  서울 우이동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수선화는 슬피 울고있다  수선화는 말을 잃은 것 같다  수선화는 생기가 없다  수선화는 졸고있다  아마도  수선화는 선생님 마음이 너무 그리워  하루 이틀 온몸을 바르르 떨다  끝내 자결한 모양이다 (이승익·시인, 1951-)  + 그대 외로운 수선화야  그대는 늘 아름답지만  고독에 갇힌 눈망울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 슬픈 운명  조금 외로우면 어떠리  산다는 것은  외로움으로 피어난 꽃 한 송이  네 모습인걸  이젠 벗어버리면 어떠리  비가 오면 비에 젖고  눈이 오면 눈에 젖고  몸과 마음은 늘 젖어있지 않은가  오늘이 있기에 내일도 있는 거야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일 거야  이젠 허전한 영혼을  사랑으로 일으켜 세우고  더 따뜻한 내일을 기약해 보렴  과거는 언제나 추억으로 남는 것  그대 아름답지만  외로운 수선화야  (탁정순·시인, 1966-)  + 수선화 수선화!  사랑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고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되고  또 지금까지 믿고 사실로 인식했던 것들이  이따금 사실이 아닌 거짓임을 알게 될 때도 있단다 참된 사랑은 거짓된 삶의 그늘에선 필 수가 없어  그러니 수선화야  늘 따사한 물가를 찾아  꽃 피기를 염원하지 말어 사랑을 받지 못한다 하여 괴로워하지도 말어  사랑이란 스스로를 하염없이 태우는  순교자의 발걸음과 같은 것이란다  우리 인생에서  주어서 기쁜 것이 무엇 있겠니? 두루미 목빛 같은 의연함을 지니고  외로이 연못가에 홀로 핀 수선화야! 수선화야 수선화야  사랑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 보지 못한 나를 보게 되고 죽음도 이젠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고 내 가진 모든 것 사라진다해도 행복이 가득한 미소를 머금게 된단다 몸과 마음이 너의 꽃잎처럼 맑고 순결해지고 우주의 신비가 늘 봄비에 가득 젖어 빛나고 그리고 마침내 하늘과 바다와 산과 호수가  가슴에 다가와 수선화야! 가난한 우리는 그 속에 꽃핀 너의 눈망울을 보게 된단다. (유국진·시인, 경북 영덕 출생)  + 수선화의 기도            주께서는 금잔을 주시어  청정한 마음과  담을 만큼의 복을 주셨나이다  봄의 형상을 입게 하시고  빛의 영광을 드러나게 하시나이다  내 속에 선한 것들을 담게 하시어  고여져 썩지 않게 하시려고  기울여 흘려내게 하시오니  향은 흘러 시내를 이룹니다  햇살 아래 뿌리 내려  아삽의 노래를 부르게 하시고  무명 같이 그렁이는 눈망울들  봄을 담아 그 얼굴에 어룽지게 하시오니  주의 앞에서 순백하달 수만은 없는  숙여진 목덜미로  주의 은혜 찬양하게 하시나이다  (강은령)    
569    시의 제목이 때때로 주제를 요약하거나 암시하게 한다... 댓글:  조회:2373  추천:0  2017-06-24
  [시의 감상기법]  윤재순  시 감상을 위한 몇가지 물음  ♠ 시의 올바른 감상을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사항에 유의하여 감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시의 구조는 다음 세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  이미지와 이미지의 연관,그리고 이미지들의 주제와의 관계  리듬의 구성과 그것이 주제와 지닌 관계  연과 연의 짜임새와 그것이 주제와 지닌 관계  대부분의 시는 사건, 행동, 상황, 시대, 인물 혹은 어떤 관념들과 관련되어 있다. 이것들이 시가 지닌 관련(Context)을 이룬다. 이 관련은 흔히 시의 제목이나 첫 줄에 나타나 그 시의 존재 이유, 창작 동기 등을 밝힌다. 시의 문맥 속에서 화자는 어디에 자리하고 있나? 그는 혼자인가? 그가 그러한 환경 속에 있음은 어떤 뜻이 있는가?  화자는 누구인가? 다른 사람을 말하고 있는가, 아니면 어떤 사물에게 말하고 있는가? 혹은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시는 왜 그리고 무엇이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였는가?  시는 어떤 시대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가?  시는 어떤 역사적 상황에 관련되어 있는가?  화자는 누구인가? 성별은? 이름이 있는가? 나이와 처지는?  화자는 사건, 사물, 사람에게 또는 사상(관념)에 대해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갖고 있는가?  화자는 사람인가, 동물인가, 아니면 사물인가? 사람이라면 어떤 특징을 지녔고, 동물이나 사물이라면, 그것에 감정 이입(感情移入) 작용이 일어나 있는가?  화자가 이러저러한 생각, 느낌을 갖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그의 그러한 생각과 느낌은 보통 사람과 어떻게 같고, 또 다른가?  시인은 어느 대상을 제시할 때,어떤 이미지를 쓰고 있는가? 여러 이미지 가운데 공통의 속성을 가진 것은 없는가? 여러 이미지들이 중심적인 주제나 감정에 집중되고 있는가? 서로 다른 여러 이미지들을 서로 연관 짓는 실마리는 없는가?  여러 이미지들이 화자의 세계관이나 인생관에 어떤 인상,느낌을 부여하고 있는가? 이미지가 화자만이 특이하게 갖춘 행동,사고 방식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은가?  한 대상을 그려내고 있는 이미지가 그 대상을 대하는 일반 사람들의 전형적인 눈과 어떻게 다른가? 이미지가 한 사물에 특수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가?  시 속에 특수한 말,말투,말버릇 같은 것은 없는가? 화자가 특별히 시적인 표현을 하여 특수한 효과를 올리고 있는 어구(Poetic diction)나 표현은 무엇인가? 특수한 말,말투가 화자와 주제에 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 운율과 시의 형식은 주제에 영향을 미친다.  시가 지닌 운(韻,Rhyme)은 어떤 형식을 갖고 있는가? 그러한 운(韻) 형식은 시의 주제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리듬은 주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 혹,리듬이 시가 겉으로 드러내고 있는 의미와 어긋나 있지는 않은가? 만일 그렇다면,시는 풍자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다.  시는 어떤 특수한 형식을 갖고 있는가? 각 연은 몇 개의 시행을 갖고 있는가? 각 연은 똑같은 수의 시행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연의 짜임새는 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연과 연의 관계는 주제를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가?  각 시행은 독립적인 의미의 단위인가? 아니면,다른 시행과 엮어져 있는가? 시행의 짜임새는 주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시의 주제는 무엇인가? 독자가 포착한 시의 주제는 시의 중요 부분과 잘 어울리고 있는가?  시에서 찾아낸 주제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시에서 제시할 수 있는가?  시에서 찾아낸 주제가 다른 작품에서 흔하게 찾아 낼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인가?  시의 언어,이미지,운(韻),리듬 들이 찾아낸 주제를 뒷받침 할 수 있는가?  제목은 때때로 주제를 요약하거나 암시하게된다.시에 따라서는 제목에 유념하면서 시를 읽을 만한 것이 있는데,가령 유치환의 '생명의 서',박두진의 '묘지송' 등은 직접 그 제목이 주제를 요약하거나 암시하는 구실도 하고 있음에 유의하자.이는 시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글의 내용과 제목 사이에는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시에서 제목이 어떤 구실을 하며,주제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예)유치환 '생명의 서'  제목이 어느 지역과 특별히 관련되어 그것을 특징짓고 있는가?  예)김동환 '국경의 밤'  제목이 어떤 사람을 특징짓고 있는가?  예)'소년을 위한 목가'  제목이 어떤 사물과 특별히 관련지어 있는가?  예)서정주 '귀촉도',신경림 '갈대',김광섭 '성북동 비둘기'  제목이 어떤 사물과 사건을 특징짓고 있는가?  예)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제목이 시를 쓴 목적을 밝히고 있는가?  예)'소년을 위한  -----------------------------------------------------------------------       첫과 끝  ―김왕노 (1957∼ ) 나에게도 내 몸의 첫인 손가락과 끝인 발가락이 있다. 나는 그러니 첫과 끝의 합작품이다. 나의 첫인 손을 내밀었다가 그 끝인 발로 이별하기도 했다. 이 수족으로 나는 한 여자에게 첫 남자와 끝 남자이기를 꿈꿨다. 나의 첫과 끝으로 사랑을 찾아가 내 사랑의 첫과 끝을 어루만졌다. 너도 너의 첫과 끝으로 나의 첫과 끝이 되곤 했다.     그첫과끝이있기에우리는부둥켜안고전율하고눈물이났다. 너는 너의 첫을 내게 주므로 나의 끝이기를 바랐다. 너의 첫 키스, 첫날밤, 첫 요리, 첫 꽃을 주어 나의 끝이기를 바랐다.   다가갈수록 자초지종인 듯 내게 주는 너의 첫 그 첫이 너의 끝으로 나의 첫으로 이어가는 징검다리인줄 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뜬금없이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후배한테 들은 논술시험 채점 항목이 생각났다. 이해력, 분석력, 논리력, 창의력, 표현력. ‘나에게도 내 몸의 첫인 손가락과 끝인 발가락이 있다’라, 몸의 첫이 발가락이고 끝이 손가락일 수도 있지 않나? 첫 행에서 논리적 결함을 발견한 듯 갸웃거려지던 고개가 ‘나의 첫인 손을 내밀었다가 그 끝인 발로 이별하기도 했다’에서 이내 끄덕여진 때문인지 모른다. 시를 이런 식으로 분석해서 읽으면 안 되는데, 나쁜 버릇이다. 핑계를 대자면, 감정이입은커녕 독해가 안 되는 뉴에이지 시집이 드물지 않아 생긴 버릇이다. 시를 이해하는 코드가 내게 없는 게 아닌가, 겸허하게 한 수 배워보려고 시집 해설을 읽다가 ‘시도 이상한데 해설은 더 이상하네!’ 삐친 적도 여러 차례다. 그러다 보니 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게만 쓰여도 반가울 지경이다. 표현이 혼돈이든 수렁이든 그 세계의 창의를 즐길 독자도 있을 테다만. 세상만사에는 처음이 있다. 우정도 사랑도 처음엔 얼마나 온전한가. 그렇지만 처음이 있으면 끝도 있다. 그 때문에 어떤 관계도 아예 시작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화자는 그 첫과 끝이 있기에 우리는 부둥켜안고 전율하고 눈물이 난단다. 이것이 마지막인 듯 사랑하라! 화자의 상대는 ‘다가갈수록 자초지종인 듯 너의 첫’을 준단다. ‘너의 첫 키스, 첫날밤, 첫 요리, 첫 꽃’, 그 ‘첫’의 신선함을 끝까지 잃지 않으려면 얼마만큼 긴장해야 하는 걸까. 씹을수록 감칠맛 나는 시다.  
568    작가들의 책 증정은 타인의 존중이자 자아관리이다... 댓글:  조회:3202  추천:0  2017-06-24
책 증정 의미 □ 정호원 연변일보 2017-6-21    작가치고 책을 내지 않은 문인들이 별로 없을것이다. 거개 출간식을 갖거나 상을 타기 마련이니 말이다. 응당 꽃다발을 받을만한 장거이다. 그 뒤끝에는 대동소이하게 중세기의 례의처럼 책자를 선배동료 혹은 후배한테 선물한다. 그런데 책을 기증하든 증정하든 모두 작가 본인의 나름대로 치러지는 자유선택이겠으나 때론 증정의 목적에 빗나갈 때가 있다. 바로 필자의 경우엔 늘 후론이 등뒤를 따갑게 달군다. 자기는 남들이 선물하는 책을 증정 받고도 모르쇠를 댄다는 핀잔이다. 필자가 책을 출판했지만 다른 작가들한테는 기증하지 않는다는 꾸중이다. 책을 기증하는것은 자기의 성의와 로고 그리고 실력을 표현하는 과시이다. 법률의 해당 조목을 차치하고라도 인권파워에 속할 정상 행세이다. 필자도 이전엔 어느 소설가나 시인이 작품집을 주면 냉큼 받아 공문가방에 넣었다. 혹은 우편물이나 인편을 통해 발송해온 것을 별 고려없이 낭중취물처럼 챙겼다. 새책소개 포스터거나 출간기별을 다룬 기사를 보곤 의례 나한테도 한부 혹은 한권 날아들것이라고 기다리군 했다. 그런 관습에 체질화로 굳어지다보니 간혹 어느 작가가 새로 책을 발간하고도 공짜로 건네주지 않으면 린색한-수전노-자린고비-구두쇠-로 질책을 퍼부었다. 그러던 어느날 필자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어쩌다가 책을 출판했다.  회심작은 몰라도 늦둥이를 출생시켰으니 응당 희열을 느껴야겠으나 심정은 그 상반대였다.  책을 선물할 처사를 두고 느닷없이 불편을 겪었던것이다. 서재를 뒤졌다. 받은만큼 준다고 선물을 챙긴 보상때문에 기증자들의 책자를 훑어보았다. 다양한 글씨체로 증정한 문구흔적이 유표하게 돋보였다. 붓과 만년필에 이어 유성볼펜과 수성볼펜으로 알락달락 싸인한 책자들을 보노라니 문득 생각이 달라졌다. 책을 준다는것은 성의를 나타내고 실력을 보여주는 현시욕임을 절감한 순간이다. 그런만큼 품위가 있고 저력이 충분한 바탕을 구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충 긁적거린 졸저나 거친 토원책(兎园册)을 드릴바엔 차라리 건네지 않는것이 명지한 선택이리라 이쯤 성찰하니 저도 몰래 자신의 작품질을 검량하게 된다. 베스트셀러나 쾌심작은 몰라도 체면이 설 정도면 만족이렷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아직 신심이 미약하다. 난전에 내놓고 고객들을 향해 감히 를 고함칠 용기가 없다. 주눅이 든 뒤끝엔 감히 책자를 선물할 수신인을 고려할 여지도 없었다. 필자는 마침내 증정의 의향을 묵살했다. 선배고 은사고 동료고 다 포기했다. 그저 세월의 뒤안길에 남을 문서로만 치부하고 봉쇄해 버린 셈이다.  선물한답시고 공연히 오작품이나 저질품을 건네준다면 얼마나 꼴불견일가? 혹 먼 영겁이 흐른 뒤 어느 누가 발견해 괜찮은 수작이구나 하고 칭찬한다면 몰라도 당분간은 그럴 흥심이 전혀 없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는 경제적 기능보다는 사회적 부수성을 강조하면서 처음으로 선물교환이라는 개념을 사회생활의 여러 측면에 적용했다. 책증정 역시 선물교환범위에 속하는 인간교제이다. 상호간에 우의를 돈독히 하고 명예를 수립하고 형상을 부각하는 교류공정이다. 그런 인맥을 통해 서로 지지하고 아끼고 돕는 의지를 나타낸다. 책증정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호혜성이 제고될것만은 사실이다. 의무를 리행하고 인정을 집행하는 질서로서는 아름다운 양상이다.  작가의 경우 책을 선물로 거래하는것은 존중과 믿음 그리고 공신력을 높이려는 의향도 없지 않다. 하여 신중하기도 하고 또한 공명이 있어야 한다. 책증정의 사회적 의미는 일종 선물의 교환성을 부여한다. 당사자들은 자발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대인관계에서는 일종 기대치를 지닌다. 정보를 교류하고 지식구조를 확장하면서 부단히 혁신을 희망하게 된다. 즉 기증자 본인의 실력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하여 단순한 봉사행위를 벗어나 도덕과 수양과 학식 및 기교를 겨루는 교류공간으로 확장된다. 연집강변에 위치한 아침시장에는 책장사군들이 꽤 많이 운집한다. 필자는 며칠에 한번 꼴로 연하시장에 가서 책을 골라 산다. 그런데 콩크리트바닥에 줄느런히 벌여놓은 책들속에는 작자가 증정한 싸인과 함께 도장이 박혀있는 도서들이 내노란하는듯이 버젓하게 끼였다. 장군들과 행인들의 발길에 이리 채우고 저리 밟히면서 흙탕먼지속에 구겨진 책이 못내 불쌍해보였다. 작자는 성의를 넣어 출판했고 또 인정을 베풀어 증정했지만 소외된 취급을 면치 못했다. 거리에 내다 판 도서들속에는 이미 타계한 원로작가들의 증정본이 있는가 하면 신진작가의 처녀작이 담긴 신간도서도 있었다.  필자가 교원직에 근무할 때도 이와 류사한 일에 맞띄운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 열람실을 확장할 수요에서 학생들더러 가정의 도서를 기증하라고 동원했다. 학교도서실에 진렬된 장서를 보니 작가가 선물한 책을 할아버지가 손자한테 주어 학교에 했었다. 어디 그 뿐이랴? 작자의 칼라초상화에는 오물이 얼룩덜룩 게발렸고 일부 책자는 사진얼굴이 절반 찢어진 상처투성이가 아니겠는가! 작가가 기증할 땐 이런 것을 바라고 선물한것이 아니다. 문제는 책을 받은 쪽이 량심 없고 무책임이다. 공짜로 받은 선물을 헐값으로 팔아치우다니?  책증정 의미로부터 본 문화투시가 평범한 위트만 아니렷다. 자타 모두 성찰하면서 온고한 지탱점을 갖추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책을 선물하는 작자도 신중해야 한다. 적어도 자기 책에 고도의 경각성을 높이고 인권침해를 사전에 방지해야 하거니와 기증대상을 봐가며 선물함이 바람직하렷다. 아울러 증정본을 받는 독실한 라면 서뿔리 되넘겨 팔거나 하대하지 말아야겠다. 타인 존중이자 자아관리이니 말이다.
한영남, 윤청남 시인 시집 출간   2017-6-22    연변작가협회 계렬총서 작품집인 한영남의 서정장시집 《굳이 네가 불러주지 않아도 수선화는 꽃으로 아름답다》와 윤청남의 《백자기에 란초꽃》이 최근 연변인민출판사에 의해 출판됐다. 본 계렬총서는 연변작가협회에서 해마다 회원들의 신청을 널리 접수해 제9기 주석단 성원들로 구성된 편찬위원회의 평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작품을 선정해서 출판하며 올해로 세해째 이어지고 있다. 한영남의 《굳이 네가 불러주지 않아도 수선화는 꽃으로 아름답다》는 시인의 서정장시 10수로 묶어졌으며 때론 강렬하고 때론 부드러운 시어로 우리의 삶을 단편을 그려냈다. 윤청남의 《백자기에 란초꽃》은 6부에 거쳐 총 88편의 시가 수록, ’문학을 모방이라 해도 시는 혼자의 얼굴이 돼야 한다’는 그의 ‘철학’을 잘 보여주 듯 시인의 개성을 잘 담은 시들로 묶어졌다. 한영남 시인은 연변작가협회 회원, 흑룡강성 작가협회 회원, 중국소수민족작가학회 회원이며 각종 문학상을 다수 수상했고 현재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 편집으로 근무한다. 윤청남시인은 현재 도문시체육장에서 근무하며 《연변문학》 윤동주문학상, 《연변일보》 해란강문학상 등 다수 수상했다.  /연변일보 박진화 기자
566    "6월"의 시모음 댓글:  조회:2499  추천:0  2017-06-24
       금낭화         안도현     6월, 어머니는 장독대 옆에 틀니 빼놓고     시집을 가고 싶은가 보다     장독 항아리 표면에 돋은 주근깨처럼 자잘한 미련도 없이     어머니는 차랑차랑 흔들리는 고름으로 신방에 들고 싶은가 보다                                  어머니는 장독대 옆에 틀니   빼놓고                  늦은 6월       고재종        개망초 흰 꽃무리 꽃사래 쳐선      하늘가에 뭉게구름 피워올리고      뭉게구름 저편에 눈을 두고선      찬밥 몇술 삼키는 박영감 내외      발 아래 다랑논은 아직도 종종      심어논 어린 모는 바람에 살랑      시절은 미끈 6월 진초록인데      신작로엔 행락차량 즐비도 한데      우두둑대는 영감 내외 허리를 쓸며      온 들녘엔 쓰라린 쑥국새 울음              망종 저녁      하종오                망종 ㅡ 6월 5일 상수리 숲 솔숲이 산 그림자를 따라 옮겨다니다가 산그림자를 거두어서 그윽하게 산정에 오른다 찔레 나무들은 희디흰 꽃을 붐어대며 마을로 가서 홀로 밥 끓여 먹는 홀어미집 울타리 되어 둘러서고 자드락길들이 무너지면서 비탈밭으로 몰래 들어간다 그걸 보고 물에 잠긴 논 한 배미 두 배미 울렁거린다 이윽고 산을 넘어 오는 어스름에 곤충들이 자취를 지우고 종일 일한 괭이 호미가 흙을 털고 스르르 넘어진다 이 저물녁, 독주 마시고도 허언하지 않고 귀가하는 한 사내도 있고 가출하는 한 사내도 있고... 개구리들이 이 세상 순한 소리를 단번에 낸다                  산나리꽃     이오덕(1925-2003)  빨간 앵두알이 가게 앞에 보이는 유월이면 동무야, 산나리꽃 보고 싶다 감자알 자꾸 굵어 가는 이런 한낮에 누릇누릇 익어 가는 산비탈의 밀보리 밀보리 배릿한 냄새 바람에 실려 오는 밭둑엔 찔레꽃 인동꽃 흐드러지게 피고 이초강 이초강 이초강 이초강 ... 온통 귀가 멍하도록 울어 대는 보리매미들. 아버지께 갖다 드릴 찐 감자 보퉁이 들고 쳐다보던 그 산, 그 산에는 지금도 칡덩굴이 엉켜 벼랑을 덮고 살구나무 참나무 환한 그늘마다 주황빛 빨간 웃음 짓고 있는가, 산나리꽃. 까만 오디 열매 가게 앞에 보이는 유월이면 동무야, 산나리꽃 보고 싶다         여수           김소월 1 유월 어스름 때의 빗줄기는 암황색의 시골屍骨을 묶어 세운 듯 뜨며 흐르며 잠기는 손의 널 쪽은 지향도 없어라, 단청의 홍문紅門   2 저 오늘도 그리운 바다 건너다보자니 눈물겨워라! 조그마한 보드라운 그 옛적 심정의 분결 같던 그대의 손의 사시나무보다도 더한 아픔이 내 몸을 에워싸고 휘떨며 찔러라 나서 자란 고향의 해돋는 바다요          6월         김달진 고요한 이웃집의 하얗게 빛나는 빈 뜰에 우에 작은 벚나무 그늘 아래 외론 암탉 한 마리 백화와 함께 조을고 있는 것 판자 너머로 가만히 엿보인다   빨간 촉규화 낮에 지친 울타리에 빨래 두세 조각 시름없이 널어두고 시름없이 서 있다가 그저 호젓이 도로 들어가는 젊은 시악시 있다   깊은 숲 속으로 나오니 6월 햇빛이 밝다 열무꽃밭 한 귀에 눈부시며 섰다가 열무꽃과 함께 흔들리우다         6월      김수복 저녁이 되자 모든 길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추억 속에 환히 불을 밝히고 6월의 저녁 감자꽃 속으로 길들은 몸을 풀었다 산 너머로, 아득한 양털구름이 뜨거워져 있을 무렵 길들은 자꾸자꾸 노래를 불렀다 저물어가는 감자꽃 밭고랑 사이로 해는 몸이 달아올라 넘어지며 달아나고, 식은 노랫가락 속에 길들은 흠뻑 젖어 있었다              6월          김용택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 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6월          詩經      ㅡ 오랑캐를 정벌하고 개선한 이들을 위로하여 부른 노래   6월은 뒤숭숭한 달 병거를 정비하고 네 필 수말 씩씩한데 군복을 모두 실었네 험윤의 형세가 불꽃 같아 내 이를 서두르지 임금께서 출정시켜 나라를 바로잡게 하셨네   네 필의 말은 가지런히 발도 잘 맞추네 무더운 6월에 내 갑옷 만들어 놓고 갑옷 입고 투구 쓰고 하루에 삼십 리 길 달렸지 임금께서 출정시켜 천자를 돕게 하였네   네 필 수말 헌칠하고 덩지도 크기도 하네 험윤을 무찔러 큰 공을 이루리라 위엄 있게 부하 이끌며 무공을 세우니 무공을 함께 세워 이 나라를 안정시켰네   험윤의 무리 강하여 초호땅에 진을 치고 호鎬 땅 방方 땅을 쳐서 경양逕陽까지 이르니 새무늬 깃발 세우고 흰 깃발 나부끼며 큰 병거 열 량으로 앞장 서서 길을 여네   뒤따르는 병거는 엎드린 듯 뒤쳐진 듯 사마 모두 씩씩하여 나는 듯 잘 달리네 험윤 오랑캐를 쳐서 태원까지 몰아내니 문무 겸한 길보 장군 온 나라의 자랑이네   길보 장군 기뻐하니 복도 많이 받으시리 호땅에서 돌아오니 내가 떠난 지도 오래 되었네 벗들에게 음식을 권하는데 자라구이와 잉어회라 벗 중엔 효우로 이름난 장중도 있네   성왕, 강왕이 죽은 뒤 주나라는 점점 쇠해 가더니 여왕에 이르러서는 여왕이 포악하므로 주나라 사람들에게 원망을 샀다 이때 험윤이 침범하여 서울 근처까지 쳐들어와 여왕을 죽였다 아들 선왕 청이 왕위에 올라 윤길보에게 명하여 군사를 이끌고 이를 치게 하였는데 큰 공을 세우고 돌아왔다 이시는 그 공을 찬미하여 노래한 시라 한다       6월          엄원태(1955 - )  1 이 초록 공단엔 소음과 매연이 없다 삼교대 작업반이 연이어 투입된다 소리쟁이 밤과 교대한 지칭개 반이 대충 일을 마칠 무렵이면, 어느 샌가 보리뱅이 작업반이 한창 작업 중, 뭐 그런 식이다 당연히 태업이나 파업 따위도 없다 일단의 두상화들 수정 공정이 끝나면 전심전력, 꽃대 밀어올리기 작업이 진행된다   2 촛불집회가 오십 일재 계속되자, 조뱅이 노조원들이 목화 솜털 같은 두건들을 쓰고 침묵시위에 들었다 소리쟁이 작업반장은 끝내 분신을 기도했다 '대토대물' '딱지' 벽보가 덕지덕지 붙은 모퉁이 담벼락 아래, 햇살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3 포도밭엔 콘크리트 기둥들만 남았다 망월동 묘역이거나, 국립 묘지 같았다 하지만 애도와 추모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개망초 전경 열 개 중대가 원천봉쇄에 들었기 때문이다 마구 살포해 놓은 소화기 분말 같은 흰 꽃송이들만 자욱했다 연 밭엔 부평초들이 가득했다 시청 앞 광장 같았다   4 조립주택 별장 마당엔 접시꽃 기지국이 있다 서술한 브록담 너머 기우뚱, 쓰러질 정도로 부쩍부쩍 키만 키우는 타전이 있다 마당 한 귀퉁이 능소화도 한창이다 접시안테나로는 미진한 듯 트럼펫 같은 전언들로 가득하다 당신이 오래 거기 없었기 때문이다           6월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듯 숨 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은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6월               이외수 바람 부는 날은 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 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6월           이정화 사방이 풋비린내로 젖어 있다   가까운 어느 산자락에선가 꿩이 울어 반짝 깨어지는 거울, 한낮   초록 덩굴 뒤덮힌 돌각담 모퉁이로 스르르 미끄러져 가는 독배암 등줄기의 무지개 너의 빳빳한 고독과 독조차 마냥 고웁다   이 대명천지 햇볕 아래서는                6월       조연호 계집애들이 쪼그려 앉아 맑고 투명한 땀을 쥐며 공기놀이에 열중한다 얼굴을 만져주던 면사 같은 잠이었다 덥고 더럽고 지켜야 할 것 많은 6월 물웅덩이가 바람개비처럼 어린 모기들을 훅훅 창가로 날려보낸다 타인절대금지, 라고 써넣은 팻말을 화장실 문에 못질하던 노인의 손이 오늘은 붉은 애호박에게 끈을 달아준다 많은 자식들에게 그는 그렇게 못질을 하고 끈을 고쳐 매 주었을 것이다 애정 없이, 허기진 기억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어리고 어질고 어지럽혀진 6월 문 밖을 나서면 어미새처럼 둥지 주위를 맴돌다 푸드득 날아가는 골목길이 자기 울음보다 더 밝아지곤 했다        6월           황금찬(1918 - ) 6월은 녹색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으니   맑은 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소리 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 날개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창을 열면 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 벽 저만한 위치에 바람없이 걸려있다   지금은 이 하늘에 6월에 가져온 풍경화를 나는 이만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아르헨티나 이과수 국립공원          6월 기집애         나태주 너는 지금쯤 어느 골목 어느 낯선 지붕 밑에 서서 울고 있느냐 세상은 또다시 6월이 와서 감꽃이 피고 쥐똥나무 흰꽃이 일어 벌을 꼬이는데 감나무 새 잎새에 6월 비단햇빛이 흐르고 길섶의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은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나는데 너는 지금쯤 어느 하늘 어느 강물을 혼자 건너가며 울고 있느냐 내가 조금만 더 잘해주었던들 너는 그리 쉬이 내 곁을 떠나지 않았을 텐데 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 더 나누어 주었던들 너는 내 곁에서 더 오래 숨쉬고 있었을 텐데 온다간다 말도 없이 떠나간 아이야 울면서 울면서 쑥굴헝의 고개 고개를 넘어만 가고 있는 쬐꼬만 이 6월 기집애야 돌아오려무나 돌아오려무나 감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 쥐똥나무 흰꽃이 다 지기 전에 돌아오려무나 돌아와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 옆에서 우리도 양달개비 파란 꽃 되어 두 손을 마주 잡자꾸나 다시는 나뉘어지지 말자꾸나                                                    6월 들판           전태련  숲향기 층층이 내려앉는 유월 사래질 쳐놓은 무논에 뻐꾸기 울음소리 농부보다 먼저 또박또박 모를 낸다 갯가 물푸레나무 낮게 쳐진 가지 걸치고 둥지 튼 붉은 머리오목눈이 바쁘게 들락거린다 그 둥지엔 난데없는 뻐꾸기 새끼 한 마리 털도 없는 빨간 날개죽지로 주인이 없는 틈을 타 그의 알들을 밖으로 밀어뜨리고 있다 누가 가르쳐 주었는가 뻐꾸기의 본능적 살의 벌레를 물고 온 오목눈이의 머리가 통째로 들어갈 만큼 찢어지라 벌린 그의 입 속으로 먹이를 넣어 주는 천진한 새보다 뼈뼈에 새겨지고 세포마다 박힌 뻐꾸기의 생존 법칙이 더 슬픈 것을   남의 둥지 빌리듯 나도 어쩌면 너의 밥그릇 조금 훔치고 너의 목숨도 잠시 빌려 입는 것인지도 꿈틀거린 아카시아 뿌리 아래 어린 모 밑둥치 살지는 소리 남의 손에 키운 새끼 부르는 어미 뻐꾸기 울음소리에 무논의 모 빛깔 짙어지고 둥지가 부서져라 자라는 남의 새끼 먹여 살라느라 오목눈이 눈이 한 뼘이나 들어가는 살아가는 일로 푸는 비린내 질펀한 들판, 뻐꾸기 소리 무심하다            6월, 뜰에서       김은경 돌덤에 후두로잔 쥴정마저 선지피 같은 꽃잎 뚝뚝 떨구는 접시꽃들 보고 섰자면 불에 데인 듯 홧, 온몸이 뜨겁다 숨소리 왁자한 6월 볕 시래기마저도 몸을 다 드러내는구나 저렇게 며칠은 달궈져야 국 한 그릇 끼니로구나 문득 햇볕 아래서 보는 모든 삶이 치열해진다 살펴보면 물 없이 피어오르는 목숨도 없지만 열정 없이, 한 톨의 불씨 없이 마침표 찍는 것은 더더욱 없다   하다 못해 손톱만한 대추 하나 말랑한 식빵 한 조각도 바다에서 갓 나온 등 푸른 소름도 저를 끓이는 지상의 솥 안에서 바닥부터 데워지지 않고서는 세상의 모든 저녁과 어깨 끼고 앉는 김나는 밥 한 상 차릴 수 없구나   나는 그대에게 화염이었나 그대가 나에게 수심이었나 뜨듯한 국물에 밥 말아먹고 그대에게 가는 길 어두워지는 집집의 처마마다 목을 맨 나신의 불빛들이 불도장을 찍고 있다        6월이 오면         도종환 아무도 오지 않는 산 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 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많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를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도 혼자 보고 있으면 사위는 저녁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것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줄기를 보내 감자순을 아름다운 꽃으로 닦아내는 그리운 당신 눈물의 몫입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지 않고는 내 삶은 완성되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꼭 다시 당신을 만나야만 합니다           6월이 오면       로버트 브리지스 6월이 오면 향기로운 풀섶에 그대와 함께 앉아 있으리 솔바람 부는 하늘에 흰 구름이 지어놓은 눈부신 궁전을 바라보리   그대 노래 부르고 난 노래를 짓고 온종일 달콤하게 지내리 풀섶 위 우리들의 보금자리에 누워 오, 인생은 즐거워라! 6월이 오면                                      6월에          김춘수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밝아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도 밝아오는가 밝아오는가 벽인지 감옥의 창살인지 혹은 죽음인지 그러한 어둠에 둘러싸인 작약 장미 사계화 금잔화 그들 틈 사이에서 수줍게 웃음 짓는 은발의 소녀 마가렛을 빈 꽃병에 꽂으면 밝아오는 실내의 그 가자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 한동안 이는 것은 그것은 미풍일까 천의 나뭇잎이 일제치 물결치는 그것은 그러한 선율일까 이유 없이 막아서는 어둠보다 딱한 것은 없다 피는 혈관에서 궤도를 앓고 사람들의 눈은 돌이 된다 무엇을 경계하는 사람들의 몸에서는 고슴도치의 바늘이 돋치는데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는 하늘의 비늘 돋친 구름도 두어 송이 와서는 머무는가            6월에 쓰는 편지      허후남 내 아이의 손바닥만큼 자란 6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 곳에 계시는지요            6월엔 내가    이해인 숲 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6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 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     안톤 슈나크(1892-1973) 독일 시냇가에 앉아보자 될 수 있으면 너도 밤나무 숲 가까이 앉아 보도록 하자   한 쪽 귀로는 여행길 떠나는 시냇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른 쪽 귀로는 나무 우듬지의 잎사귀 살랑거리는 소리를 들어보자   그리고는 모든 걸 잊도록 해보자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 질투 탐욕 자만심 결국에는 우리 자신마저도 사랑과 죽음조차도   포도주의 첫 한 모금을 마시기 전에 사랑스런 여름 구름 시냇물 숲과 언덕을 돌아보며 우리들의 건강을 축복하며 건배하자                                                 6월의 나무에게         카프카 나무여, 나는 안다 그대가 묵묵히 한곳에 머물러 있어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왔음을   고단한 계절을 건너 와서 산들거리는 바람에 이마의 땀을 씻고 이제 발등 아래서 쉴 수 있는 그대도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되었다 산도 제 모습을 갖추고 둥지 틀고 나뭇가지를 나는 새들이며 습윤한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맑고 깨끗한 물소리는 종일토록 등줄기를 타고 오르며 저녁이 와도 별빛 머물다가 이파리마다 이슬을 내려놓으니 한창으로 푸름을 지켜 낸 청명은 아침이 오면 햇살 기다려 깃을 펴고 마중 길에 든다   나무여, 푸른 6월의 나무여          6월의 달력               목필균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길목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6월의 童謠          고재종 6월은 모내는 달, 모를 다 내면 개구리 떼가 대지를 장악해버려 함부로는 들 건너지 못한다네   정글도록 땀방울 떨구어서는 청천하늘에 별톨밭 일군 사람만 그 빛살로 길 밝혀 건넌다네   심어논 어린 모들의 박수 받으며 치자꽃의 향그런 갈채 받으며 사람 귀한 마을로 돌아간다네                6월의 바람 세찬 날         헤세 호수가 유리알처럼 굳어 있다 가파른 언덕 기슭에서는 가느다란 풀들이 은빛으로 나부낀다   비탄하며 죽도록 무서워 푸른 도요새들이 공중에서 비명을 지르며 경련하는 곡선을 그리며 비틀거린다   건너편 물가에서 건너온다 낫 소리가, 그리고 그리운 풀밭 향기가           6월의 살구나무      김현식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 아무 것도 없겠는가?  6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 단발머리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 보던 피아노 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 바람을 찌르는 햇살 같았지 건반처럼 가지런히 파르르 떨던 이파리 뭐 기억나는 일이 없겠는가? 양산을 꺼구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 웃음처럼 토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 아!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 생각하면 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살구처럼, 하얀 천에 떨어져 뛰어다니던 살구처럼 추억은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추억의 건반 위에 잠드는 비, 오는 밤          6월의 숲에는      이해인 초록의 희망을 이고 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 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 노래 먼저 들려오네   아카시아꽃 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 향기 먼저 날아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 모습은 아니 보이고   늘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나네   6월의 숲에 서면 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 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          6월의 시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물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닷가도 싶고 은물결 금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6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6월의 언덕          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6월이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든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하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피는 6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              6월의 장미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6월의 폭풍       헤세 해가 병들고, 산이 웅크리고 있다 검은 비구름 벽이 꺾인 기세로 잠복해 있다 겁먹은 새들이 나직이 퍼덕인다 땅 위로 잿빛 그림자   오래 전에 이미 들린 천둥이 더 요란하게 치기 시작하고 울림이 장려하게 치솟아 합창이 된다 거기서부터 번개가 트렘펫의 밝은 금빛으로 연이어 거센 파도를 꿰뚫는다   비가 두텁게 퍼붓는다 유리처럼 차가운, 창백한 은빛 개울들은 달려가고 강물은 출렁이며 오래 억누른 흐느낌처럼 거세게 놀란 골짜기 안으로 흘러내린다                  조선의 맥박        양주동 한밤에 불 꺼진 재와 같이 나의 정열이 두 눈을 감고 잠잠할 때에 나는 조선의 힘없는 맥박을 짚어 보노라 나는 임의 모세관, 그의 맥박이로다   이윽고 새벽이 되어 환한 동녘 하늘 밑에서 나의 희망과 용기가 두 팔을 뽐낼 때면 나는 조선의 소생된 긴 한숨을 듣노라 나는 임의 기관이요 그의 숨결이로다   그러나 보라, 이른 아침 길가에 오가는 튼튼한 젊은이들 어린 학생들 그들의 공 던지는 날랜 손발 책보 낀 여생도의 힘있는 두 팔 그들의 빛나는 얼굴 활기 있는 걸음걸이 아아, 이야말로 참으로 조선의 산 맥박이 아닌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갓난 아이의 귀여운 두 볼 젖 달라 외치는 그들의 우렁찬 울음 작으나마 힘찬 무엇을 잡으려는 그들의 손아귀 해죽해죽 웃는 입술 기쁨에 넘치는 또렷한 눈동자 아아, 조선의 대동맥 ,조선의 폐는 아가야 너에게만 있도다      하지        박현수(1966 - ) 경북 봉화 해가 가장 길게 혀를 빼어 지상을 오래 핥는 날 상처에 닿을 때마다 붉어지는 혓바늘 하염없이 핥아주는 것밖에 해줄 것이 없는 늙은 암캐의 혓바닥처럼 서러운 온기에 온 머리가 젖어 꿈이 맑아진 풀잎들 치유는 핥을 수 있는 따스한 거리에 있어 핥을 수 없는 곳바다 덧나는 상처들 혓바닥이 지난 곳마다 매미가 자라고 사슴의 뿔이 떨어진다 사람의 눈동자가 지상에서 가장 먼 곳에 올라 맑게 씻기는 날    
떠나면서 떠나지 않은 것  1. 하나의 전제  박인환은 8.15직후에 김경린, 김수영, 조병화 등과 더불어 나온 일군의 모더니스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들은 스스로 모더니즘의 갈래에 드는 시를 쓰고자 하는 시인들로 공동시집인 을 발간하여 당시 시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1946년 에 로 문단에 들어선 인환은 도시적 비애와 감상주의적 기질과 1940년대의 시대고를 주로 읊었다. 또 1950년대의 전쟁과 비극, 퇴폐와 무질서, 불안, 초조 등의 시대적 고뇌를 리드미컬하게 노래하였다. 1946년부터 1956년까지 광복의 기쁨과 동족상잔의 6.25, 그리고 조국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불안 속에서 인환은 시를 썼다. 기성 질서에 대한 대담한 반역과 도전을 끊임없이 시도했고, 남들이 전 생애를 통하여 이룩한 일을 30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온 힘과 정열을 기울여서 성취하려고 몸부림쳤으며, 자유에의 강렬한 열망과 좌절과 고뇌를 술과 친구와 사랑과 시를 쓰는 일로 승화시켰다.  그러나 여기에는 인환의 내면에 산재해 있는 부정과 긍정, 자기 존재와 부재, 그리고 생명에 대한 경외로움은 평론가들에 따라서 입장을 달리 하고 있다. 윤석산 교수가 `내재적인 정신의 면모를 외모에까지 나타내려고 했던, 전형적인 댄디스트’였다고 한 반면에 이동하 교수는 `한자어의 범람, 어휘의 빈곤, 경박한 멋부리기, 산만한 이미지’ 등의 이유로 부정적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인환은 자기본능의 요소가 다른 누구보다도 강했다. 그래서 자신이 시를 쓴다는 사실에 대해 한 번도 회의나 부정을 하지 않았다. 이것은 그가 31세의 짧은 나이로 유명을 달리하기까지 변함이 없었다. 신경쇠약으로 27세라는 짧은 나이에 음독 자살을 한 고월 이장희에 비해 인환은 31세로 유명을 달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내면에서 우러나온 詩作을 단순히 겉멋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단조로운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따라서 그의 실질적인 본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갈등하고 지향했던 문제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리라 믿는다. 이런 차원에서 이 글은 인환이 모더니스트로서 추구하고 현실의 고통 속에서 더욱 憺者로서 빛나게 되는 일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2. 고통에서 빛나는 단독자  1) 갈등과 지향  인환은 1946년 12월 에 라는 시를 발표함으로써 시단에 그 모습을 나타내었다. 이후 48년의 과 49년에 출간한 동인지 , 그리고 전후에 구성된 동인 활동을 했다. 는 동인지 없는 동인으로 무산되고 말았기 때문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으나 인환이 새로움에 대한 뜨거운 열망과 어둠을 바라보게 되는 과 은 인환의 독특한 개성과 침잠된 존재에서 고조된 세계를 추구하는 모더니즘의 요소를 갖고 있다.  김기림의 모더니즘 선언에 의하면 모더니즘은 감상적 낭만주의와 편내용주의에 대한 두 개의 부정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그들의 시방법은 `이미지의 창조와 추구’라는 회화성(繪畵性)이다. 그리하여 기성에 대한 강한 반발과 외부의 눈을 뜨게 된다. `새로움’ 이란 존재는 항시 과거의 것에 대해 지독히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인환에게도 본질적으로 가장 강하게 나타났던 것은 지난 것에 대한 기성에 대한 거부의 몸짓이었다. 이러한 형태는 그의 첫 작품 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스콜 같은 슬픔, 코코아의 시장, 아세틸렌 냄새, 베링 해안, 베고니아’ 등과 같은 엑조틱한 어휘들과 시대를 예민하게 관찰한 도시적 감각이 잘 드러나 있다.  넓고 개체 많은 토지에서  나는 더욱 고독하였다  힘없이 집에 돌아 오면 세 사람의 가족이  나를 쳐다 보았다 그러나  나는 차디찬 벽에 붙어 화상에 잠긴다.  <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일절  비록 겉으로는 화려하고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듯 하지만 인환을 바라보는 `세 사람의 가족’에서 갈등과는 상관없이 오히려 회상에 잠기는 인환의 강한 자존과 단독적인 정신의 소유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시이다. 이 세상에 나온 지 1년이 지난 1949년 4월 합동시집 을 발간하게 된다. 이 동인지를 내면서부터 인한은 본능과 현실이라는 현장에서 체험하게 되는 불안을 항상 지니고 살아 간다. 그러면서 나아가서는 두 세계를 통찰할 수 있는 고뇌에 침잠하게 된다.  나는 불모의 문명, 자본과 사상이 불균정한 싸움 속에서,  시민정신에 이반된 언어작용만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 중략 ……  그러나 영원히 일요일이 내 가슴 속에 찾아 든다. 그러할  때에는 사랑하던 사람과 시의 산책의 발을 옮겼던 고뇌의  원시림으로 간다. 풍토와 개성과 사고의 자유를 즐기던 시  의 원시림으로 간다.  <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발문 일절  여하튼 나는 우리가 걸어 온 길과 갈 길, 그리고 우리들 자  신의 분열한 정신을 우리가 사는 현실 사회에서 어떻게 나  타내 보이며 순수한 본능과 체험을 통해 본 불안과 희망 두  세계에서 어떠한 것을 써야 하는가를 항상 생각하면서 작품  들을 발표했었다.  (선시집 후기에서)  위의 두 인용문에서와 같이 `풍토와 개성과 사고의 자유를 즐기던 시의 원시림’으로 가서 `불안과 희망 두 세계에서 어떠한 것을 써야 하는가’를 고뇌해서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인환이었다. 인환은 본질적으로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이며, 서구지향적 일면의 단점을 내포하고 있으나 전통적 세계와는 다른 도시적 우수가 깃든 페이소스와 센티멘탈을 바탕으로 하여 한국적으로 토착화시키고 있다.  거북이처럼 괴로운 세월이  바다에서 올라 온다  일찍이 의복을 빼앗긴 土民  태양 없는 말레이  너의 사랑이 백인의 고무園에서  자스민처럼 곱게 시들어졌다.  …… 중략 ……  눈을 뜨면  南方의 향기가  가난한 가슴팍으로 스며든다.  < 남풍> 일절  이 시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이미지의 산만함이 없으며 어휘의 경박한 멋부림도 없다. `눈을 뜨면 태양 없는 말레이’가 `남방의 향기’가 되어 밀려드는 현실의 과학적 통찰이 잘 수용된 상당히 수준 높은 시이다. 에서 증명되듯 현실의 여러 고통스러운 문제들에 대하여 문학이 갖고 있는 궁극의 목적, 인간 정신의 회복과 시대와 사회에 대한 투명한 비평정신을 좀 더 가까이서 느끼고자 한 인환의 면모를 볼 수 있다.  2) 자기 존재와 부재  인환이 편집을 맡아 조판까지 끝낸 상태에서 6.25가 터졌다. 인환은 서울 수복이 될 때까지 지하실과 골방을 전전하며 수복이 될 날을 기다렸다.  나의 어린 딸이여  너의 고향가 너의 나라는 어데 있느냐  그때까지 너에게 알려 줄 사람이  살아 있을 것인가  일절  적 치하라는 공포 속에서 태어난 딸을 생각하며 쓴 이 시는 딸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살아 있을 것인가’하는 존재를 의식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겉멋이 아닌 심정적인 진실을 표현하는 예지를 갖고 있다.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와 우리들의 죽음보다도  더한 냉혹하고 절실한  회상과 체험일지도 모른다  …… 중략 ……  …… 아 최후로 이 성자의 세계에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분명히  그것은 속죄의 회화 속의 裸女와  회상도 고뇌도 이제는 망령에게 팔은  철없는 시인  나의 눈감지 못한  단순한 상태의 시체일 것이다.  <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이 시는 고독과 불안으로 충만된 작품으로 `살아 있는 것’은 `죽음보다도 더한 냉혹한 체험’으로 존재를 부재로서 연결하여 `속죄’나 `裸女’에게 팔은  `단순한 상태의 시체’로 보고 있다. 이것은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싸르트르식 명상을 수용하여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인간적 가치를 상실한 시체의 상태로서만이 가능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인환이 존재와 부재를 모두 초월하려고 한 의지를 암시 받을 수 있다. 이와는 좀 색다르게 자기 부재를 갈망하는 라는 시가 있다.  슬픔대신에 나에게 죽음을 주시오  인간을 대신하여 세상을 風雪로 뒤덮어 주시오  건물과 창백한 묘지 있던 자리에  꽃이 피지 않도록  하루의 1년의 전쟁의 처연한 추억은  검은 신이여  그것은 당신의 主題일 것입니다.  < 검은 신이여> 일절  죽음은 존재가 아닌 부재이다. 인환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인간존재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하게 되면서 전쟁이 주는 인간의 한계와 신의 존재를 실감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인환 자신도 심경의 변화에 동요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차라리 `슬픔 대신에 죽음’을 원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죽음을 관장하는 것도 `당신의 주제’로 파악하여 한 줌의 슬픔에 절규하고 있다. `인간을 대신하여 세상을 풍설로 뒤덮어 줄’ 신의 부재, 여기에는 존재를 가탁한 부재의 참담함이 내포되어 있다. 이것은 또 다른 존재를 규정하기 위한 의식의 주제로 인환이 현실을 바라보는 직시적인 안목이 나타나 있다.  나는 10여년 동안 시를 써 왔다. 이 세대는 세계사가 그러한  것과 같이 참으로 기묘한 불안정한 그러한 연대였다. 그것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성장해 온 그 어떠한 시대보다 혼란  하였으며 정신적으로 고통을 준 것이다.  시를 쓰다는 것은 내가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의할  수 있는 마지막 것이었다.  (선시집 후기에서)  인환이 마치 이것을 의식하였는듯이 대표작 를 쓰게 된다. 이 시는 인환 자신의 `마지막 것’처럼 떠나간 것에 대한 비애의 분위기로 가득차 있다. `목마를 타고 떠난, 가을 속으로 떠났다,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떠나는 것일까’ 등의 현실 부재의 정황을 나타내고 있다. 는 인환의 존재와 부재, 또는 자신의 세계를 리리시즘의 방법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다소 표면적인 감정에 치우친 면이 없지 않아 있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부재의 현실을 극복하고 있다. 그래서 목마를 타고 떠난 지금도 우리들 가슴에 `술병에 별이 떨어지는 소리’로 귓전에 남아 깊은 여운을 준다.  3. 떠나면서 떠나지 않은 것  인환이 31세의 젊은 나이로 작고하기까지 10여년 동안 작품활동을 하면서 60여 편의 시와 다섯 편의 산문을 썼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인환의 시는 시대고와 도시민의 삶의 애환을 리드미컬하게 표현한 모더니스트이다. 그러나 인환은 서구적 문명을 선망하는 본질이 갖게 되는 갈등을 작품을 통해 인간적인 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비애와 고독감에 빠지게 된다.  나는 돌아가서도 친구들에게 얘기할 것이 없고나  유리로 만든 인간의 묘지와  벽돌과 콘크리트 속에 있던  도시의 계곡에서  흐느껴 울었다는 것 외에는……  일절  `벽돌과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의 계곡에서’ 인환은 울었다. 그러나 도시적 문명의 위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순수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뒤이어 나온 에서는 인환의 주관적인 감성에 의해서 보다 면밀하게 직조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서 알 수 있다. 이것은 그만큼 인환이 내적 변화를 주관적이며 가장 개성적인 입장에서 노래했다는 뜻이 된다.  1953년 육군 종군작가단에 가입한 인환은 전장을 떠돌며 사실적이고 보다 절박한 작품을 구상하게 되는데, 그것은 거개가 전쟁이 주는 허무감과 비참한 `벽’이었다.  담배를 피우듯이  태연한 작별을 했다  그가 서부전선 무명의 계곡에서  복잡으로부터  단순을 지향하던 날  운명의 부질함과  생명과 그 애정을 위하여  나는 이단의 술을 마셨다.  < 어떤 날까지> 일절  어두운 밤이여  마지막 작별의 노래를  그 무엇으로 표현하였는가  슬픈 인간의 유형을 벗어나  참다운 해방을  그는 무엇으로 신호하였는가  일절  전장의 종군시, 해병대 중위와 수색대장 K중위의 장렬한 전사를 읊은 두 시는 죽음을 `복잡으로부터 단순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환에게 죽음은 개인의 궁극적인 소멸로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담배를 피우듯이 태연한 작별’을 하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따라서 죽음을 단순으로 인식하고 `마지막 작별의 노래’를 `참다운 해방’으로 보았던 것이다. 즉 그것은 단순한 최후의 표현이 아닌 참다운 해방과 죽음과 생명에 대한 경외로움의 순화였다.  인환의 시에 많이 산재해 있는 시어는 떠나기 위한 몸짓의 어두운 이미지들이다. 주지하다시피 인환의 대표작인 도 `떠난다’는 결별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게 내재되어 있다. 다음 시 에서도 죽음에 대해 평면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당신과 내일부터는 만나지 맙시다  나는 다음에 오는 시간부터는 인간의 가족이 아닙니다  왜 그러할 것인지 모르나  지금처럼 행복해서는  조금전처럼 착각이 생겨서는  다음부터는 피가 마르고 눈은 감길 것입니다.  < 밤의 미매장> 일절  오직 단독자로서의 고독을 뼈아프게 절감하고 자기 존재의 밑바닥을 예시할 수 있는 직관력으로 일체의 죽음 앞에 당당하게 서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러한 면은 `죽음을 친구와 같이 다정스럽게’ 생각하는 에서도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떠나기 위해 부침했던 인환에게 작용한 요인들은 상흔과 같이 남아 있는 불안과 허무였다. 전쟁이후 반자연, 반서정, 거기에다 시대고가 겹친 허무와 휴전협정 이후 각종 문인총회가 결성되고 기타 종합지로 인한 문단의 재변화가 위축된 심리로 불안하게 하였다. 이것은 시대의 고민이었건, 한 개인의 고민이었건 그에게는 실로 심란한 요인들이었다.  불행한 신  어데서나 나와 함께 사는  불행한 신  당신은 나와 단 둘이서  얼굴을 비벼대고 비밀을 터 놓고  오해나  인간의 체험이나  孤絶된 의식에  후회치 않을 것입니다  또다시 우리는 결속되었습니다  황제의 신하처럼 우리는 죽음을 약속합니다  지금 저 광장의 전주처럼 우리는 존재합니다.  < 불행한 신> 일절  인환이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광장의 전주처럼 존재’하고 있는 현실적인 어둠을 거부하지 못하고 있다. 떠나기 위한 시를 쓰면서 인환은 어쩌면 세네카의 역설과 같이 `완벽하게 사는 길은 항상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것’이라는 삶에 대한 의지적 모습을 보여 주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불행한 신’과 단 둘이 있는 인환이 `불행한 신’이다. `어데서나 얼굴을 비벼대고 비밀을 터 놓아도’ 후회하지 않는 `결속된 우리’로 보아 언젠가다가 올 죽음에게 `신화처럼’ 약속을 하고 있다.  인환이 작고한 지 45년이 되지만 그의 시는 아직도 `그의 눈동자 입술’처럼 남아 人口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인환이 떠나면서 떠나지 않은 인상을 주는 시는 , 의 끝부분이다.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일절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일절  두 시 다 여운을 남겨 아쉬움을 나타내고, 또 긍정의 기대감으로 영원히 떠나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에서 인환이 죽은 후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면서 오래오래 부리워지기를 예감했을까? 또 에서와 같이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처럼 허무하고 쓸쓸한 시대를 조용히 그리고 체념했을까? 비록 그가 죽음, 울음, 허망, 불안 등에서 심리상태가 위축되었다하더라도 결코 겉멋과 센티멘탈만으로 시를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환에게는 그 이상의 자기 고통이 있었다. 그것은 인환이 죽기 전 `이상 추모의 밤’에서 `인간은 소모품 그러나, 끝까지 정신의 섭렵을 해야지’하며 이진섭에게 써 준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인생을 소모품’이라고 보는인환 자신의 고통의 문제를 그는 죽는 날까지 섭렵하였다. 난잡한 이국적 어휘와 외면과 내면의식의 대립, 그리고 도시민의 애환, 겹친 시대고에서 모더니즘에 대한 강한 열의를 그는 자신의 고통문제로 수용하여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인환에 대한 평가는 논자에 따라 분분하나 너무나 절실했던 자기 고통 때문에 더욱 빛나는 `등대’로 밝힌 그의 시심은 재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인환이 선시집 후기에서 밝혔듯이 `시를 쓴다는 것은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것’으로 보아 인환도 `본질적인 시에 대한 정조와 신념’만을 지켜 온 시인이었으나, 그 자신도 결국 `불행한 신’이 되어 목마를 타고 하늘 속으로 떠나고 말았다.  출처: 시와문학 -------------------------------------------------------------------   그대가 없다면 ―미겔 에르난데스(1910∼1942)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 외로운 두 개의 개미집일 따름입니다. 그대의 손이 없다면 내 손은 고약한 가시다발일 뿐입니다. 달콤한 종소리로 나를 가득 채우는 그대의 붉은 입술이 없다면 내 입술도 없습니다. 그대가 없다면 내 마음은 엉겅퀴 우거지고 회향 잎마저 시들어가는 고난의 길입니다. 그대 음성이 들리지 않으면 내 귀는 어찌 될까요? 그대라는 별이 없다면 나는 어디를 향해 떠돌까요? 그대의 대꾸 없어 내 목소리는 자꾸 약해집니다. 바람결에 묻어오는 그대 냄새 좇아 희미한 그대 흔적을 더듬어봅니다. 사랑은 그대에게서 시작돼 나에게서 끝납니다.       사랑으로 마주보는 눈을 잃은 내 눈은 뜨고 있어도 뜬 게 아니다. 개미떼가 우글거리는 듯 따끔거리고 어지럽다. 그대의 보드라운 손을 잡을 수 없으니 내 손을 마구 휘두르고만 싶구나. 사랑하는 이여, 왜 내 곁을 떠났나요? 내 가슴에는 아직 사랑의 불이 타오르고 있는데! 대상을 잃은 잉걸불이 그 가슴을 애태워 이렇듯 뜨거운 실연 시가 태어났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날 수 있다. 그렇지만, 누가 그토록 사랑하는가?’로 시작되는 시 ‘비행(飛行)’의 시인이기도 한 미겔 에르난데스는 스페인 내전이 끝난 뒤 정치범으로 투옥돼,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감옥에서 죽었다. 슬픈 정열의 시들을 품고.  
564    "손에 쥐고 있는것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날이 있다"... 댓글:  조회:2184  추천:0  2017-06-24
시 읽는 재미 셋, "시가 던지는 암시와 비유의 메시지를 읽을 때"  그러나 시가 그런 것만 가지고 있다고 되겠습니까. 워즈워스로 다시 돌아가서 얘기하자면, 워즈워스는 시인이 보통사람과 다른 것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 말하고자 하는 것을 분명하고 힘있고 단순화시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을 했지만 덧붙여서 시를 읽는 사람들도 조금씩은 보통사람과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감수성, 직관력이 일반사람보다 뛰어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는 말입니다. 직관력 감수성 이런 것은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이미 다 가지고 있다는 얘기지요.  여기에 제 생각을 덧붙이자면 시를 쓰는 사람들은 그 바탕위에서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직관력과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일반인들에게 일정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것은 일반인들이 느끼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것, 즉 어떤 위험을 일반인들이 깨닫지 못할 때 그것을 알려주는 책임이나 의무를 시인이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시인이 알려주는 경고나 예감을 읽는 재미가 또한 시를 읽는 재미로 빠뜨릴 수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를 읽으면 도저히 자기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일깨워주는 경보나 예방을 시에서 발견하는 것도 시를 읽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이병철이라는 시인이 쓴 시가 있어요. 88년부터 해금되기는 했지만 6.25 전에 월북을 했던 시인입니다. 옛날에 이 시인의 시를 읽으면 반공법으로 잡혀갔었어요. 이병철 시인이 시를 많이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북쪽에서는 조금 발표한 모양이에요. 그런데 그쪽에서 발표한 시를 제가 보니까 도저히 읽어주지 못할만한 시가 많아요. 거기서는 수령에 대한 충성이 없으면 시를 발표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여기서 발표한 시 중에는 뛰어난 시가 있습니다.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나막신'이라는 시입니다.  은하 푸른 물에 머리 좀 감아 빗고  달뜨걸랑 나는 가련다  목숨 수(壽)자 박힌 정한 그릇으로  체할라 버들잎 띄워 물 좀 먹고  달뜨걸랑 나는 가련다  삽살개 앞세우곤 좀 쓸쓸하다만  고운 밤에 딸그락딸그락  달뜨걸랑 나는 가련다  1944년, 1943년 쯤에 썼던 시라고 합니다. 그 무렵이 얼마나 어려운 시절이었습니까. 이 시를 썼을 때 사람들은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한가한 소리를 하느냐는 얘기를 하고 핀잔을 줬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시 속에는 일제의 박해 속에서도 여유를 갖고 우리의 몸과 정신을 온전하게 보전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환경속에서 우리가 살려면 우리가 가지고 있던 온전한 것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이 시는 던지고 있는 거예요.  이 시를 제가 처음 읽은 것은 6.25 얼마 뒤에요. 미군부대 따라다니는 하우스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때 포성이 들리는 상황에서 먹고사는 가장 속편한 자리는 미군부대를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있으면 굶지만 미군부대 들어가면 배불리 먹고 동생들도 먹고 그랬으니까 모든 중학생들의 꿈이 미군부대에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갔습니다.  제가 6.25때 미군부대를 처음 들어간 것은 충청북도 영동이란 곳이었는데 그 부대가 원주에서 홍천으로 이동했어요. 그 부대가 중공군하고 싸움이 붙었을때 저를 관장하고 있는 미군 대위가 나한테 '너 미군하고 함께 다니는 것을 보면 너도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도망가라'며 원주까지 차를 태우고 와서 원주서 나를 놔줘서 충주까지 갔던 기억이 납니다.  이 시를 원주에서 미군부대 근처 헌 서점에서 사가지고 부대에서 읽었어요. 제가 이 시를 읽고 너무 감개가 무량해 하니까 대위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만 제가 영어가 안돼서 대위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리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를 읽으면서 저는 굉장히 위안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이런 나쁜 환경 아래에서도 조금도 주눅들지 말자는 뜻이 아니냐, 아무리 바빠도 천천히 돌아가고 여유를 갖고, 낭만도 가지고 살자는 얘기로 들렸습니다. 아마 제가 전쟁통에 시를 읽는 여유가 있었던 것은 그 시를 읽은 감동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여하간 시를 읽는 재미중의 또 하나는 지금 우리가 어떠한 곤경에 처해있는가, 또한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직접적인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어떤 암시나 비유를 읽을 수 있는 것이 시를 읽는 재미중의 하나입니다.  역시 월북한 시인의 시를 하나만 더 읽겠습니다. 이용악이라는 시인의 '북쪽'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북쪽은 고향  그 북쪽은 여인이 팔려간 나라  머언 산맥에 바람이 얼어붙을 때  다시 풀릴 때  시름 많은 북쪽 하늘에  마음은 눈감을 줄 모른다  이 시를 발표한 것은 1930년대입니다. 감회가 지금하고는 달랐겠죠. 그러나 상상하건대 그때 이 시를 읽는 독자들, 특히 북쪽에 고향을 둔 독자들은 이 시를 읽으면서 아마도 가슴이 뭉클했을 것입니다. '아 정말 우리가 너무 가난하게 사는구나,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더 북쪽의 나라 중국이나 러시아에 우리의 귀여운 딸을 팔아먹으면서 살아야 하는가' 하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도록 하는 시죠. 지금같은 환경하에서는 우리가 살 수 없으니까 개선해야 한다는 암시가 담겨있습니다.  물론 이 시속에 우리의 역사는 어떻고 오랑캐는 어떻고 하는 직접적인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사는 환경이 우리에게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역사가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일깨움을 읽는다면 그것도 시를 읽는 재미 중의 하나가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 읽는 재미 넷, "치열하고 처절한 '사랑의 시'"  처음에 제가 시에 접근하던 때에는 나하고 가장 감정이 처음에 제가 시에 접근하던 때에는 나하고 가장 감정이 통하는 시를 좋아했습니다. 그러한 시는 사춘기 때니까 '막연한 그리움', '이성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었죠. 저는 지금도 가장 아름다운 시는 연애시라고 생각합니다. 연애시를 읽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어떤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시를 보니까 거지 얘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질적 거지가 아니라 정신적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시는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진짜로 '정신과 정신의 작용' 같은 정서를 가진 연애시를 읽는 것도 시를 읽는 재미 중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중의 하나겠죠.  저는 연애시를 가장 잘 쓰는 시인이 유치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양반은 살아서 연애깨나 한 모양이에요. 연애시가 참 많고 절실합니다. 재밌게 읽힐 수 있어요. 연애시를 읽는 재미는 제가 어떠한 말을 해도 시를 읽는 재미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 분의 '그리움'이라는 시를 읽어보겠습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아주 쉬운 것 같으면서도 그리 쉽지 않은, 그래도 쓰기는 굉장히 쉬운 것 같죠. 시를 읽는 사람들이 이건 나도 쓸 수 있는데 빼앗겼구나 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시라는 것이 그런 거예요. 읽는 사람들이 읽고 났을 때 '야 이건 내가 써야 하는데 이 사람이 먼저 썼네' 하는 생각이 있을 때 그 시가 정말 좋은 시죠. '나로서는 도저히 생각도 못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면 재미난 시가 못되죠. 유치환씨는 바로 그렇죠. 파도가 치는 것을 보면서 짝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해보고 파도에 까딱않는 육지를 보면서 마치 내마음 같아서 그런 간단한 시를 쓴 건데, 누구나 쓸 수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 사람의 시 중에서 '그리움'이라는 시가 다른 한편 있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  요즘 이런 연애하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만, 이런 시를 보면 치열하고 처절한 사랑의 시를 읽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경계할 것은 가짜 사랑의 시입니다. 잘 뜯어 읽어보면 사랑을 억지로 만들어서 관념적이고 툭하면 '님이여' 하고 그럽니다. 유행가하고 시가 다른 점이 무엇입니까. 유행가는 남들이 하는 소리를 똑같이 하는 것이고 시는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이죠. 또 한가지는 유행가는 이미지가 식상하고 독창적인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시에서는 이미지가 독창적입니다. 자기만이 가질 수 있는 얘기라서 다른 것입니다.  가짜 사랑의 시라는 것은 이미지가 독창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시하고 대중가요의 중간쯤 속하는 사랑의 시는 읽어서 그다지 도움이 안되고 재미가 없습니다. 그런데에 재미를 들이기 시작하면 진짜 연애시를 읽는 재미를 못붙일 겁니다. 제가 중학교 3학년때 쯤 읽고 감동을 받은 연애시가 있습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데요, 김영랑의 '언덕에 바로누워'라는 시입니다.  언덕에 바로 누워  아슬한 푸른 하늘 뜻없이 바래다가  나는 잊었습네 눈물 도는 그 노래를  그 하늘 아슬하여 너무도 아슬하여  이 몸이 서러운 줄 미리사 알았거니  마음의 가는 웃음 한때라도 없더라냐  아슬한 하늘 아래 귀여운 맘 질기운 맘  내 눈은 감기었네 감기었네  이런 시는 대중가요가 못가진, 김영랑 시인만이 가질 수 있는 사랑에 대한 이미지 같은 것이 있죠. 그런 것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시를 읽는 재미중의 하나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래요. 시도 대중가요 같은 것이 아니냐.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이게 시가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시와 대중가요를 구별을 못한다면 진짜 연애시를 읽는 재미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독특한 재미가 있는 거죠. 다른 사람이 못해본 사랑을 표현한 시를 읽는 재미도 있죠.  서정주의 '동천'이라는 시도 사실은 연애시입니다. ----------------------------------------------------------------------       풍선  ―황학주(1954∼)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날이 있다 아이에게 풍선을 불어 묶어주려다 갑자기 바람구멍이 열리자 풍선이 갯벌 위로 끌려 날아간다 무슨 말을 저리 온몸으로 하나싶어 문득 소름 돋는다 간간이 대화를 하며 뭔가 부풀리다 열려버리는 바람구멍 묵은 굴레를 하나도 풀지 못한 채 입김처럼 그것이 사라지는 날이 있다 그 사이 나는 얼음장처럼 얼다 녹는다 색색의 풍선이 떠있는 바다 또 하나 풍선이 터지면 부끄러운 입술 하나가 다물어지는 걸까 풍선 속에 하나 둘씩 별을 묶던 여기, 마음은 그때 가난한 밤을 위한 묵념으로 흐른다     말이 나를 끌고 멋대로 날아가도 기절할 정도로 좋았던 시절은 이미 끝난 지 오래인데 아직도 풍선을 불고 있는 슬픈 입술     입으로 부는 풍선과 입으로 떠드는 말을 병치시켰다. 풍선을 입술로 살짝 물고 양손 엄지와 검지로 살포시 누른 채 후후! 바람을 불어 넣어 부풀린다. 언제까지 풍선을 불까. 거죽이 팽팽해지도록 최대한 크게 부풀리고 싶지만 한계를 넘으면 빵 터진다. 풍선을 부는 아빠나 보는 아이나 조마조마하다. 드디어 풍선을 다 불어 주둥이를 묶으려는 순간, 아이가 손뼉을 치며 기뻐하려는 순간, 풍선을 놓친다. 로켓처럼 발사돼 갯벌에 떨어져서 푸르릉푸르릉 제풀에 끌려가는 풍선. ‘무슨 말을 저리 온몸으로 하나!’  바닷가에서 아이에게 풍선을 불어주다 놓친 경험을 모티브로 자기성찰을 보여주는 시다. 떠드는 즐거움에 취해 말에 이끌려서 얼마나 많은 말을 하고 살아왔던가. 말이 많다 보니 지나치게 부풀리다 묶는 걸 놓친 적도 있었지. 말이 다른 데로 새어버렸지. 애먼 데로 튄 말, 핀트가 안 맞는 말에 어색하게 얼어붙었지. 아, 허풍선이! 입김처럼 사라져버린 말, 말, 말들! ‘풍선 속에 하나 둘씩 별을 묶던’, 말 한 마디 한 마디, 시 한 구절 한 구절에 진실과 아름다움을 새겨 넣던 시절도 있었건만. 겉만 번드르르한 말, 기교만 승한 시! 바다 위에 내가 불어버린 색색 풍선들이 떠다니는구나.
563    시를 읽을 때, 일단 그 시를 읽고 그림을 미리속에 그려라... 댓글:  조회:2561  추천:0  2017-06-24
시를 읽는 재미 / 신경림  오늘 강연 제목을 '시를 읽는 재미'라고 붙였지만 사실 요즘 사람들이 시를 읽는 것이 너무 재미없다고 해서 역설적으로 붙인 제목입니다. 오늘 아침 경향신문 책 소개란을 봤더니 한 기자가 걱정을 했어요.  '요즘 시집 얘기를 하는 사람도 없고 시를 읽었다는 사람도 없다. 시집이라는 게 한권에 5천원밖에 안하는 커피 한잔 값인데 왜 이리 인색한가. 시를 읽고 시집을 좀 사주자.'  이런 글을 보고나서 '시를 읽는 재미'라는 강연을 한다는 게 참 비참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시를 읽는 게 재미 없죠? 심지어 시를 읽는 것이 재미없고 신경질나게 한다고까지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시가 옛날보다 영향력을 잃은 것은 틀림없습니다. 시가 30년전, 50년전보다 사람들에게 덜 읽히고 그만큼 영향력을 미치지도 않습니다. 무슨 사이버 시대가 되고 매체가 다양화되다 보니 사람들이 영상매체에 이끌리지, 활자매체에는 이끌리지 않는 복잡한 환경 때문이라는 핑계를 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1930년대 제 1차대전이 끝나고 세계적으로 제일 앞서나간다는 영국, 프랑스 시단에서도 시가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때 오든이라는 시인이 있었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시인이죠. 노벨상 탄 유명한 T.S 엘리엇보다 조금 뒷 사람인데요, 엘리엇이 어렵고 고전적이고 산업적이고 관념적인 시를 쓸 때, 오든이란 사람은 '시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세상사는 사람속에 여러 사람의 정서와 사상을 그려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했던 진보적인 시인이었죠.  그 시인이 그때도 시를 사람들이 안 읽으니까 재미있게 읽힐 만한 시만을 골라서 책을 냈습니다. 그게 무엇이었냐면 '옥스퍼드 북 오브 라이트 버스', 그러니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시 모음입니다. 오든이 그 책 한권을 내면서 한 얘기가 '사람들이 시를 안 읽는데 사회적인, 환경의 변화도 있지만 시인들 자신에게는 죄가 없는가 따져볼 때다. 사람들이 항상 긴장해서 사는 것은 아니니까 어렵게 접근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읽힐 수 있는 시를 가지고 접근해보자'라고 했습니다.  강연 후 청중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신경림 시인.  ⓒ프레시안  시인들의 '자폐성', '소양 부족'이 시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  저도 문득 오늘날 라이트 버스라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발상도 해볼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얘기는 무엇이냐 하면 오늘 우리가 시를 안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사이버 영상매체의 등장으로 인한 매체의 다양화 등 사회환경의 변화도 있겠지만 그러나 다른쪽에서 보면 근본적으로 시인 자신에게도 상당부분의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50년쯤 시를 써왔지만 제가 읽어도 도대체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시들이 너무 많아요. 어떤 시를 읽고 나면 처음에 한번 읽어보면 참 어렵다, 한번 더 읽으면 정신이 몽롱해집니다. 너무 어려워서요. 한번 더 읽으면 안동소주 한잔 먹고서 뺑뺑이 친 것 같아요. 더 모르겠어요. 그래서 해설을 읽어보죠. 해설은 좀 이해할 수 있게 썼겠지. 그러나 해설을 읽어보면 안동소주 먹고서 뺑뺑이 친 것을 뒷다리 걸어서 넘어뜨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읽기가 더 어려워져요.  결국 시를 너무 어렵게 쓴다는 것인데, 저는 시를 어렵게 쓰는데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난해시라는 것도 있으니까 우리가 무조건 난해시를 쓰면 안된다고 타박해서는 안되죠. 시인이 복잡한 심리과정이 있어서 도저히 어렵게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형편도 있겠죠. 예컨대 저는 높이 평가하지 않습니다만 이상 같은 시인이 그렇습니다.  이상 시인은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데 사실 거기에는 다 먹고사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이상 같은 어려운 시들이 없으면 대학교수들이 학교에서 강의할 것이 없어져요. 이상 같은 사람이 자꾸 있어야죠.  잡담을 좀 하자면 이상은 시인이나 소설가라기 보다는 에세이스트입니다. 산문을 참 잘써요. 그 사람 산문은 우리나라 산문사상 가장 뛰어난 산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김수영 산문이 누구에게 뿌리가 있습니까. 김수영 산문은 본질적으로 뿌리를 이상에게 두고 있는 것이죠. 여하간 뛰어난 산문가이지만 시는 좀 아리까리하고 너무 어렵게 써서 무책임한 면이 있죠. 그래도 우리는 이상을 인정해줘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상은 그러한 복잡한 표현을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심리상태에 있었죠.  그러나 최근의 난해시라는 것은 그렇게 부득이하고 불가피한 성격이라기보다는 대체로 자폐성이 있다는 것이예요. 자기 마음을 남들에게 열지 않는다는 거죠. 마음을 꽉 닫아놓고 '좋다, 너희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나대로 혼자 나갈꺼야' 하는 자폐성이 있습니다.  또 한가지는 시를 정확하게 쓰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법 상에서, 재능 부족, 솜씨 부족이라는 거죠.  18세기에 워즈워스란 시인이 있습니다. 워즈워스라는 시인이 서정시집이라는 시집을 냈어요. 공동 시집에서 실명이 아니라 필명으로 낸 시집인데, 냈다가 반응이 좋으니까 30년 뒤에 재판을 했어요. 그 30년 동안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시인이란 무엇인가' 하는 자기 고민을 털어놨어요. 시인이란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이것저것 하다가 결론으로는 결국 '시인이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남과 똑같은 사람이다. 다만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남들보다 더 정확하고 분명하게 자기가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는 능력, 정확하고 분명할 뿐 아니라 힘있고 단순화시켜 얘기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우리 시하고 비교해서 얘기하자면 자기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시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되겠죠. 아마도 워즈워스의 이 결론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론이 없는 것 같아요. 일단 그것을 획득해야 하는데 요즘 시인들이 그것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죠.  엉뚱한 말을 좀 하겠습니다. 워즈워스 이전까지는 구어, 즉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살면서 쓰는 말, 장터에서 쓰는 말을 가지고 시를 쓰지 않았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시는 문어로 이루어졌어요. 처음으로 그것을 깨고 민중어라고 할까, 생활어로 시를 쓰기 시작한 최초의 시인이 워즈워스입니다.  생각도 처음에는 진보적이었죠. 프랑스혁명 당시 그 사람 나이가 스물 셋인가 넷이었을 겁니다. 이 사람이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보니 파리에 혁명이 일어났다고 하니까 파리로 쫓아갑니다.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파리 시민들이 어떻게 혁명을 성취해가는가를 감격스런 마음으로 보았습니다. 영국도 프랑스 같은 혁명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어느날 문득 친척이 죽어서 막대한 유산을 받게 됐습니다. 부자가 되니까 우물우물 시를 게을리 했습니다. 온갖 힘을 다해서 시를 쓴다는 게 재미가 없으니까 공주가 시를 써달라 하면 써주고, 왕이 축시를 해달라고 하면 해주면서 보수화됩니다. 그러면서 영국에서 화두가 됐던 모든 국민은 똑같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의무교육, 모든 여성도 똑같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여성교육을 가장 앞장서서 반대를 합니다.  반면 로버트 브라운이라는 영국시인이 있습니다. 워즈워스와는 40년 정도 차이가 나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워즈워스를 비판한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평생을 워즈워스 비판하는 데 바친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뭐라고 했냐 하면, '시인은 나이 들어서 시를 쓰면 안된다, 젊어서 쓰고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대상은 워즈워스였죠. 워즈워스는 젊을 때 쓴 시는 괜찮고, 39살까지 쓴 시는 그래도 읽어줄만한데 마흔 넘어서 쓴 시는 화장실에서 찢어버려야 한다고 비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인은 늙어서까지 시를 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여튼 시인이란 무엇인가를 얘기하다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요즘 우리 시가 어려운 까닭중에 하나는 바로 워즈워스가 정의하고 있는 시인의 능력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시인 중에 너무 많아서 그렇다는 얘기가 되는거죠. 그러니까 정말 자기가 쓰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시를 어렵게 쓰는 경향이 생기는 겁니다.  결국 시인이 자폐증에 걸려서 시의 소통의 통로를 어렵게 만드는 것 하나와 시인 자신이 능력이 모자라서 자기의 말을 정확히 시로 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겁니다.  어려운 시 중에는 복잡한 세상을 살다보니까 어쩔 수 없이 어려운 시를 쓰는 경향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는 지금 얘기한 경향이 더 많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시 읽는 재미 하나, "시는 단 몇 마디로 힘있고 분명하게 하는 대화"  반대로 시를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어려운 시를 한번 더 읽어줄 수 있는 아량이 있는게 좋겠죠. 또 읽어서 모르겠으면 안 읽어도 좋습니다. 그 시집 그래도 5천원 들여서 산 책을 내버리기는 아까우니까 어디 한구석에 뒀다가 1년, 2년쯤 후에 읽어보는 것도 좋겠죠. 그래도 모르겠으면 재활용 하는 곳에 버리면 다른 종이로 탄생할 테니까 버려도 아까운게 없죠.  시가 무슨 일을 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제가 자폐증으로 인한 독자와의 소통을 얘기했는데, 거꾸로 얘기하면 시도 다른 말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대화입니다. 단 몇마디로 힘있고 분명하게 하는 대화죠. 어떻게 보면 짧은 말을 가지고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대화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짧은 말을 가지고 어떠한 웅변가가 얘기할 수 있는 것보다 힘있고 감동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대화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를 쓰고 읽으면 자폐증은 어느 정도 풀어지겠죠.  예를 들어볼까요. 김종삼 시인의 시가 얼핏 생각납니다. 묵화라는 시가 있습니다. 짧으니까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물먹는 소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오늘 하루도 함께 지냈다고  서로 발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이 시 어떻습니까. 저는 이 시를 읽을 적마다 살기 어려운 것, 노동의 힘든 것, 인간의 고독이 얼마나 사람을 못견디게 만드는가 하는 여러 가지를 몇십 매 몇백 매의 에세이나 웅변보다도 이 시 몇줄이 강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루종일 할머니와 소가 함께 일한거죠. 얼마나 고달프고 힘들게 일했으면 소도 발등이 붓고 할머니도 발등이 부었겠습니까. 또 이것을 쓴 때가 1950년대로 알고 있는데 전쟁통에 가족을 다 잃고 혼자 외롭게 살고있는 할머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 시에서 떠오르죠.  이 시는 몇마디 가지고 많은 웅변이나 몇백장이 되는 산문이 가지는 대화보다도 강력한 대화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결국 시라는 것도 대화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를 읽으면 좀 더 시를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어려운 시보다는 서로 대화가 될 수 있는 시를 먼저 읽는게 시를 읽는 재미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시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제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만 추측컨대 이중섭이라는 화가의 '소'라는 그림을 보고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김종삼 시인과 이중섭 화가는 친하지는 않았지만 김종삼 시인의 형과 이중섭 화가가 친했고 또 이중섭 화가가 그 무렵 시인들과 어울려 놀았다고 해요. 그래서 그 그림을 보고 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 시가 이중섭 화가의 그림보다 값어치가 나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이 시에는 이중섭 화가의 소 그림에는 없는 그림이 이 속에는 많이 있죠. 아무리 그림 잘 그린다 하더라도 발등이 부은 것을 그릴 수 있는 화가가 있습니까. 또 하루종일 일을 한 모습을 그대로 그려넣을 수 있는 화가가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시를 읽을 때 한 개의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도 시를 읽는 재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시를 읽는 것은 시인과 서로 대화가 돼서 알아들을 때 재미가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머릿속에 선명한 그림 하나를 그려넣을 수 있을 때 시를 읽는 재미가 있다는 얘기죠.  시 읽는 재미 둘, "머릿속에 그림 한 폭 그려넣을 수 있는 시"  재미난 시라는 것은 어떠한 시라도 머릿속에 뚜렷한 그림 하나를 그리게 만들어 주는 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 시를 한편 외운다면 그림을 한 폭 머릿속에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효과가 있겠죠.  여러분들이 너무나 잘 아는 박목월 시인의 '윤사월'이라는 시 하나 읽어봅시다.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대고 엿듣고 있다  이 시를 읽으면 윤사월 연초록으로 덮인 산이 떠오르고, 노란 송화가루가 날리는 모습, 비록 눈이 멀었지만 아주 아리따운 처녀가 초가집에 앉아있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하나의 그림이 떠오르는 것이죠. 이렇게 시를 읽고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넣을 수 있을 때, 시를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때가 이때라고 할 수 있겠죠.  제가 선배 시인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시인이 조지훈 시인입니다. 지조론이라는 시를 썼을 만큼 지조도 있고 한학에도 조예가 깊고 학자로서도 훌륭한 분입니다. 시인으로서도 대단하죠. 조지훈 시인과 박목월 시인을 시 하나로 단순 비교하면 시가 무엇인지 잘 나타나니까 얘기를 해 봅니다.  여러분들 잘 아시는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란 시가 있습니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원래 이 시의 주제는 조지훈 시인이 쓴 '완화삼'이라는 시와 같습니다. 조지훈 시인이 완화삼이라는 시를 써서 친구인 박목월 시인에게 줬는데, '술익는 강마을에 저녁노을이여'이라는 구절을 박목월 시인이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로 바꿔서 나그네를 썼습니다. 그런데 '완화삼'은 유명해지지 않고 '나그네'는 유명해졌습니다.  왜그러냐 하면 완화삼은 뭔가 멋지고 근사한 말로 가득 차 있지만 머릿속에 그림 하나가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반면 '나그네'에는 분명한 그림이 떠오르죠.  '완화삼'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차운 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여기서 목월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를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로 살짝 바꿔서 '나그네'라는 시를 썼는데, '완화삼'을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목월의 '나그네'라는 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국민적인 시가 됐습니다.  왜냐하면 두 시를 비교하면 나그네를 읽으면 머릿속에 뚜렷한 그림 하나가 떠오르지만, 완화삼을 읽으면 분명한 그림이 떠오르지 않고 어딘지 어슴푸레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뚜렷한 그림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때 시에 가까워질 수 있는 이유가 되겠죠. 여러분들도 시를 읽을 때, 일단 그 시를 읽고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는 습관을 붙인다면 시를 읽는 재미가 한결 더해질 것입니다.  --------------------------------------------------------------       봄에 관한 어떤 추억 ―상희구(1942∼ )   국민학교 적 소풍날 꽁보리밥에 양념 친 날된장을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갔는데 다른 친구들 모두 쌀밥으로 싸왔거니 하고 산모퉁이에 숨어서 점심을 먹었다 이 기억만은 선연한데 그날 그 소풍 간 곳이 어디였는지 그날 어머니는 무슨 색깔의 옷을 입으셨는지 그날 아침밥은 무슨 반찬으로 어느 숟가락으로 밥을 먹었는지 그날 내가 사자표 가루치약으로 양치질을 했는지 어쨌는지 그날 우리 집 뜨락에 철쭉이 몇 송이나 꽃봉오릴 매달았는지 그날 우리 집 앞을 어떤 자동차가 몇 대나 지나갔는지 그날 신문에 무슨 기사가 실렸었는지 그날 또 어머니가 어떤 종류의 눈물을 흘리셨는지 도무지 기억에 없다 시를 옮긴 ‘권투선수 정복수’는 상희구의 ‘대구’ 시리즈 시집 중 한 권으로 ‘대구의 사람’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지방도시 대구를 무대로 1950년대를 살아간 사람들을 시인은 하나하나 되살린다. 대구사람 상희구가 그 시절, 그 사람들을 육정(肉情)에 가까운 사랑을 담은 사투리로 불러내는 건 단순한 향수로서가 아니다. 차라리 그는 외치고 싶을 테다. ‘응답하지 마라, 1950년대!’ 그 시절의 서민 생활은 오늘에서 보자면 빈민급이다. 하물며 서민도 못 되는 사람들의 삶은 어땠겠는가. 미친 사람, 오갈 데 없는 사람, 굶주리는 사람이 흔해터진 그 시대의 특색은 한마디로 ‘지지리도 가난함’이다. 하지만 똑똑한 사람, 이름을 날린 사람, 선택받은 사람도 있어, 그리고 그들이 바닥의 사람들을 저버리지 않아 시절을 넘기는 데 디딤이 됐을 테다. 생각느니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지리고 비리고 누린 가난의 냄새여! 비애의 ‘쩐’내여! 진저리치면서도 한 가닥 시인의 마음을 당기는 끈은 선린(善(린,인))의 추억이다.  ‘대구’ 시편으로는 드물게도 사투리 없이 쓰인 시다. 시 속의 ‘그날’은 소풍 당일을 포함한 그 시절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어린이에게는 어린이들의 세계가 있다. 그런데 그 세계의 잣대는 어른 사회의 잣대와 비슷하다. 어린이는 철이 없어 외부 환경에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어떤 어린이에게 소풍은 가난을 새삼 뼈저린 외로움으로 느끼게 하는 행사가 될 수 있다. 학교 급식시간이면 매번 이런 고통을 느낄 어린이에 대해 생각해 본다.  
562    시인은 지성과 감성, 사고와 감정이 늘 융합통일이 되여야... 댓글:  조회:2236  추천:0  2017-06-24
시를 창작하는 정신과 마음  조태일(시인)  시는 고도의 언어예술이기 때문에 시 창작에는 여기에 뒤따르는 수사적 기교나 방법 등이 당연히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손에서 나오는 재주나 방법상의 기교만으로는 좋은 시를 창작할 수 없는 것이다. 저 고려청자의 깊고 오묘한 아름다움이 단지 도공의 손끝에서 나온 재주라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거기에는 그것을 빚어냈던 도공들의 정신과 마음, 숨결, 더 나아가서는 그의 영혼까지 깃들어 있는 것이다.  탐스러운 장미꽃 한 송이를 피워올리는 데도 땅 속 깊이 숨어 있는 뿌리의 수고로움이 있어야 하며, 진실된 사랑 역시 인간의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정작으로 중요한 것은 '눈에 안 보이는 것'이며 '보이는 것의 건너편'에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시 창작에서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수사적 장치나 기법도 중요하지만 더더욱 중요한 것은 창작에 투신하는 정신과 마음의 자세다.  맹수의 왕이라고 하는 호랑이가 작은 토끼 한 마리를 사냥할 때도 거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며 정신을 집중한다고 한다. 사 창작에서도 이러한 정신 자세가 요구된다. 창작에 임하는 마음의 투철함이 없다면 그것은 언어유회로 빠져 버리거나 젊은 날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분출 정도로 그쳐 버리게 된다.  아무리 좋은 씨앗이라도 그것이 뿌리 내릴 수 있는 대지가 시원치 않으면 훌륭한 열매를 맺기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시의 씨앗을 뿌려야하는 마음의 밭을 옥토로 가꾸어 두는 일이야말로 시 창작에 가장 중요한일이라고 하겠다.  1.맑은 감성, 그 감성의 창조성  앞에서 "시가 갖는 중요한 특성 중의 하나가 '정서 표현'이다'라는 말을 언급한 바 있다. 정서는 어떠 대상이나 사건, 상황에 대한 경험에서 생겨나는 구체적인 감정의 실마리이며 각 개인마다 지니게 되는 주관적인 의식현상으로서 본능을 기초로 한다.  우리는 무수한 경험들을 쌓아 가면서 그 속에서 끊임없는 감정의 변화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슬픈 영화를 보고 가슴이 미어지는가 하면 이름 모를 꽃의 아름다움 때문에 마음이 환해지기도 하고, 남한테 싫은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불쾌해지기도 한다. 기쁜 것도 기뻐할 줄 모르고 슬픈 것도 슬퍼할 줄 모르는 '목석 같은 사람'도 있지만, 우리들의 대부분은 '희노애락애오욕'이라는 감정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면서 동시에 감성의 동물인 것이다.  감성이란 '느끼는 성질'이다. 우리로 하여금 어떤 대상에 대하여 무수한 감정 반응을 일으키게 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며, 대상으로부터 감각되고 지각되어 하나의 표상을 형성하게 되는 인식능력인 것이다. 따라서 감성은 이성과 함께 우리의 정신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두 개의 큰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동안의 인류역사를 살펴보면 이 감성의 기능이나 중요성보다는 이성의 힘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우위에 놓여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합리주의적 사고와 가치관을 중요하게 여기는 서구사회에 그토록 눈부신 과학의 발전과 산업의 발달을 가져오게 한 것이 이성의 힘이었던 만큼, 이러한 이성의 막강한 능력과 비교해 볼 때 감성은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등한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감성의 중요성이 새롭게 각되기 시작했다.'감성지수'니 '감성교육'이니 하며 감성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생긴 요인은 우리의 사회가 산업화, 기계화, 정보화의 시대에서 이제는 창조화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창조화시대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개인의 창조성이며 창의성이다. 그런데 감성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무한한 창조성의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각 개인마다 독특하게 지니고 있는 고유성이며, 끊임없이 사물과 부딪쳐서 다양함 새로움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성의 창조성이 가장 큰 구실을 하는 곳이 바로 학문이며, 그 중에서도 '시'이다. 감성은 시 창작의 바탕인 것이다. 결코 논리적인 사고나 합리적인 사고가 시를 창작케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사물에 닿아서 시인의 가슴에 구체적이니 감정과 느낌을 생생히 불러일으킬 수 있는 투명한 감성이 시를 낳는 것이다.  막 잎 피어나는  푸른 나무 아래 지나면  왜 이렇게 그대가 보고싶고  그리운지  작은 실가지에 바람이라도 불면  왜 이렇게 나는 그대에게 닿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지  생각해서 돌아서면  다시 생각나고  암만 그대 떠올려도  목이 마르는  이 푸르러지는 나무아래  -김용택,   시인의 깨어있는 감성은 지금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어린 이파리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새봄이 와서 새롭게 피어나고 있는 어린 잎들을 보면서 부재중인 그대가 더욱 그립기 때문이다. 그 이파리들의 아름다움이 눈부실수록 이런 고운 봄날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없는 안타까움은 더욱더 간절함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작은 이파리며 실가지들, 또 거기에서 살랑대는 바람 한 점까지도 놓치지 않고서 그것을 통하여 이렇듯 지순한 서정을 샘물처럼 퍼 올릴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시인의 맑은 감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시를 창작하려는 사람들은 이러한 감성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감성의 거울에 비춰지는 사물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 여기에는 그 누구의 것도 흉내 내지 않은 자신의 마음이 발견하고 포착한 사물의 모습이 있고 진실이 담겨 있다. 감성은 자신의 진심으로 사물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에는 꾸밈도 없고 거짓말도 없다. 사물에 대한 자기 자신의 대한 자기 진실함의 표현만이 있을 뿐이다.  어린 눈발들이 다른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로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도현,   위 시의 감동 역시 따뜻한 감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이다. 시인은 강에 흰 눈발이 떨어지는 사소한 풍경을 일상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지금 막 지상에서 태어난 듯한-천상에서 금방 내려온 것이므로-어린 눈발들이 강물 속으로 떨어져 속절없이 사라져 가는 모습이 시인의 마음과 강물은 서로 통하고 마침내 강물마저 자기 몸들을 바꾸어 눈의 몸들을 받아 낼 수 있도록 얼음을 깔기 시작했다.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 당연히 물이 얼게 되고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마저도 얼어버리는 것은 겨울에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며, 새삼스레 신기하게 여길 필요조차도 없는 과학적 현상이다. 그러나 어린 눈발들이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안타까워서 겨울 강이 제 스스로 몸을 바꾸어-몸을 바꾼다는 것은 얼마나 큰 변화인가? 다른 사람을 위해 철저히 변화한다는 것은 지극히 고통스러운 일인 까닭에 참된 사랑만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얼음을 깔기 시작했다는 것은 시인의 감성이 발견해 낸 시적 진실인 것이다.  독자들이 위 시에서 감동을 받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시적 진실이다. 이것은 시인의 감성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조지훈 시인은 "시적 진실은 예술적 가치로서 정서적 감동이다. 감성으로 받아들이고 감성으로 표현하여 감성에 자극하는 것이 시의 정통적 본질이다."라고 하며 감성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시 창작에 있어서 이렇게 중요한 바탕이 되는 감성은 모든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지니고 나오는 선천적인 요소이다. 그러므로 사람마다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이 감성도 다르게 갖고 태어난다. 시를 창작하려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남다른 감성도 다르게 갖고 태어난다. 시를 창작하려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남다른 감성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소한 풍경이나 사물일지라도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고 거기에 관심과 흥미를 갖고 경이롭게 여긴다.  그러나 우리들의 얼굴 모습과 인상이 삶의 환경이나 질의 의해서 변화하고 바뀌듯이 타고난 감성도 무수히 변하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맑고 순수했던 감성도 삶의 온갖 세파 속에 휩쓸리고 거기에 찌들어 버리면 따라서 함께 흐려지고 탁해진다. 샘물처럼 맑게 솟아나던 그것이 메말라 버리고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탁해지고 메말라 버린 감성으로서는 결코 시를 창작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시를 쓰려는 이들은 언제나 변함없이 샘물처럼 맑게 솟는 자연스런 감성을 지키고 더 나아가서는 그것들을 더욱 풍성하게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우리의 오관을 통한 사물의 체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을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은 사물에 대한 고정적인 인식, 관습적으로 굳어 버린 인식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물을 처음 대하는 어린아이들처럼 순수한 동심과 경이로운 마음으로 사물을 보고 느껴야 하는 것이다.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볼 때마다 내 가슴은 뛰노니, 나 어린 시절에도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에도 마찬가지라니...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노래했던 워드워즈의 시 구절처럼 순진무구하고 자연스런 동심을 자신 마음 속에 영원히 지속시켜 나갈 줄 알아야한다.  다음은 사물이 지닌 미지의 세계에 대하여 탐구하는 마음을 갖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현상을 살피고 관찰하는 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하고 그것이 전부인 것으로 여기려 든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가시적인 것도 많지만 불가시적 부분들이 더 많다. 그것들이 지닌 의미와 비밀들을 찾아내어서 새로움의 세계를 창조해 내는 것이 창작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물들이 지니고 있는 미지의 세계를 믿고 그 안에서 내재된 우주적 질서와 본질을 찾으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끝으로 욕심이 없는 겸허한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온갖 탐욕이 찬 마음에는 그 욕심만이 자리를 꽉 채우고 있어서 다른 사물들은 들어 올 수가 없다. 또한 마음의 눈이 흐려져서 사물의 모습조차 제대로 바라볼 수도 없게 된다. 맑고 겸허한 마음이 사물의 진정한 모습을 비추고, 끝없는 우주로까지 우리의 영혼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 속에서 사물을 보는 눈은 타성에 빠지지 않을 것이며 언제나 생생하고 새롭게 그것들을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을 풍부하게 유지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더욱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감수성이 시 창작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일이다. 물론 시 창작이 감성으로부터 출발하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감정의 노출로 드러나서는 안 된다. 또한 결핍된 상태로도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엘리어트는 '감수성의 분열'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는데 이것은 시인의 사고와 감정이 서로 통일되고 조화되지 못한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시인에게 있어 진정한 감수성이란 지성과 감성, 사고와 감정이 융합되어서 통일을 이룬 상태인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시를 창작하는 모든 시인들이 언제나 희구하는 정신적 상태인 것이며 시 창작에서 매 순간마다 유지시켜 나가야 할 정신적 태도인 것이다  ----------------------------------------------------------------------     아무렇지도 않게  ―김종미(1957∼ ) 여기는 꽃밭이라는데 꽃에 앉았던 나비가 포르르 날아 아무렇지도 않게 내 가슴에 앉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때문에 나는 놀란다 움직일 수도 없고 나비를 잡을 수도 없다 살인자를 쳐다보는 아기의 푸른 눈동자 그 속에 내가 비친다 나는 교묘히 머리를 써서 나비를 잡을 수도 있고 한 송이 향기로운 꽃인 듯 아량을 베풀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때문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 어리석게 손을 휘젓는 바람에 나비는 가볍게 날아가 버렸다 무게도 없는 나비가 잠깐 가슴에 앉았다 날아갔는데 한순간이 바윗덩어리보다 무거웠다 그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개나 고양이나 염소나, 무당벌레나 여치나 방아깨비 앞에서 마음이 편할 것이다. 꽃도 나비도 마찬가지다. 그 앞에서는 나이도 직책도 잘남도 못남도 다 잊고 어린애처럼 순수해질 것이다. 꽃밭에서 화자는 그 부드러운 방심에 빠져 있다. 한 나비가 포르르 날아와 가슴에 앉을 정도로. 작은 생물이 저를 경계하지 않고 곁을 주는 건 묘한 감동을 준다. 그 감동으로 화자의 방심이 부드럽게 깨진다. 화자는 나비가 날아갈까 봐 숨도 제대로 못 쉬었을 테다. 내가 어떻기에 내 몸에 앉아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물론 화자는 나비를 싫어하지 않지만 당황해서 ‘손을 휘젓는 바람에 나비는/가볍게 날아가 버렸다’. 나비를 놀라게 한 데 대한 후회와 나비가 날아가 버린 아쉬움이 ‘어리석게’라는 말에 담겨 있다. 나비가 날아와 앉았다가 날아간 짧은 시간이 한 행마다 행을 떼는 형식으로, 최면에 걸린 듯 느릿느릿, 선명하게 흘러간다. 어쩌면 이 시는 사랑의 시일지 모른다. ‘여기는 꽃밭이라는데’, 어여쁜 꽃이 지천인데, 한쪽에 비켜 선 화자에게 사랑인가 싶은 나비가 ‘아무렇지도 않게!’ 날아와 앉는다. 어떤 자의식이 화자를 움직일 수도 없고 나비를 잡을 수도 없게 한다. ‘살인자를 쳐다보는 아기의 푸른 눈동자//그 속에 내가 비친다’ 사람을 무장 해제시키는, 사랑은 두려워! 자의식과 관능의 작은 전투를 보는 듯하다.
56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6진방언" 알아보다... 댓글:  조회:2675  추천:0  2017-06-20
    ‘아오지’, ‘오랑캐’   6진은 함경북도 최북단에 있는 ‘회령, 종성, 온성, 경원, 경흥, 부령’의 여섯 고을을 묶어 일컫는 지역 이름입니다. 이 중에서 부령을 뺀 나머지 다섯 고을에서 쓰는 말을 ‘육진 방언’이라고 부르지요. 육진은 조선 세종 때 김종서가 개척한 지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그렇게 익숙한 느낌을 주는 곳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유명한 ‘아오지 탄광’이 경흥군(현 북한 새별군)에 있고, ‘이민족’을 낮잡아 일컫는 명사 ‘오랑캐’가 실은 이 지역에서 살던 여진족 부족의 이름인 점을 알게 되면 조금은 친숙한 느낌을 받게 되지 않을까요?                                                                                                        육진은 한반도의 다른 지역들과 달리 조선 초에 개척되어 그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고, 사민 정책에 의해 주로 하삼도(충청, 전라, 경상도) 지역의 주민들이 대거 이주한 곳입니다. 또한 원래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여진족의 문화적, 언어적 영향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이후 19세기 말부터는 육진 지역의 주민들이 두만강을 건너 만주 지역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중국어, 러시아어와 접촉하면서 그 언어적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 방언은 함경도의 다른 지역처럼 지리적으로 고립된 상황은 같지만, 언어적으로는 매우 독특한 배경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방언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육진 방언을 함경도 방언의 하위 방언으로 보면서도 그 고유의 특성을 감안하여 이를 별개의 방언권으로 떼어 내어 연구하고 있습니다. 함경도 방언과 같은 듯 다른 육진 방언만의 특성들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함경북도 회령 부근의 나루터. 만주 지역으로 이주하는 육진 주민.     ‘말소리 면에서 육진 방언이 다른 지역의 함경도 방언과 다른 점을 꼽자면 먼저 ‘ㅈ’의 발음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ㅈ’을 치조음으로 발음하는데요, 이는 우리가 북한 티브이(TV) 방송 등에서 들을 수 있는 평안도 방언의 ‘ㅈ’ 발음과 같습니다. 다른 함경도 지역은 중부 지역과 마찬가지로 ‘ㅈ’을 경구개음으로만 발음합니다. 그래서 육진 방언에서 ‘연장의 손잡이(柄)’를 뜻하는 ‘잘기’는 ‘곡식 등을 담는 자루(袋)’를 뜻하는 ‘잘기’와 그 발음이 다릅니다. 앞엣것은 치조음 ‘ㅈ’이고, 뒤엣것은 경구개음 ‘ㅈ’이기 때문이지요.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ㄷ’이 ‘ㅑ, ㅕ, ㅛ, ㅠ’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땨르다(짧다)’, ‘뎍다(적다, 記)’, ‘둏다(좋다)’, ‘듕간(중간)’ 등이 있습니다. 육진 지역은 다른 함경도 지역이나 중부 지역에서 일어난 ‘ㄷ 구개음화’ 현상을 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요. 특히 이는 15세기 중세 국어 시기의 문헌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육진 방언의 언어적 보수성이 다른 함경도 지역보다 더 강함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들 수 있는 것은 ‘비원순모음화’의 예들입니다. ‘느비(누이)’, ‘늡다(눕다)’, ‘드비(두부)’ 등의 낱말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는데요, 이들은 ‘ㅂ’의 앞에 있던 원순모음 ‘ㅜ’가 ‘ㅡ’로 변화한 결과입니다. 이것 또한 다른 함경도 지역은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중부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육진 방언 고유의 특성입니다. 육진 방언의 문법적 특성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문장을 끝내는 종결 어미의 형태입니다. 이를테면 ‘합쇼체’의 ‘-읍꿔니/습꿔니(평서법)’나, ‘-음둥/슴둥(의문법)’, ‘-겝쇼(청유법)’ 등이 그러합니다. 예를 살펴볼까요?         육진 방언의 어휘는 대개 함경도 방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지역에서 주로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습니다. 먼저 중부 방언과 형태는 같지만 그 의미가 다른 말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굴’은 대개 땅이나 바위에 사람이나 짐승이 뚫은 구멍을 뜻하는 말이지만, 이 지역에서는 가축을 기르는 ‘우리’를 뜻합니다. 돼지우리는 ‘도투굴’, 닭장은 ‘닭굴’ 하는 식이지요. 또 우리가 음식 따위를 물기가 거의 없도록 익힌다는 의미로 쓰는 ‘볶다’는 이 지역에서 ‘말을 빨리 하다’, 또는 ‘나물이나 채소 따위에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무치다’의 뜻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이처럼 육진 방언은 다른 함경도 지역과 구별되는 언어적 특성을 여럿 보이고 있는 말입니다. 다만 이러한 특성들은 대개 연변 조선족자치주에 거주하는 70대 후반 이상 노년층의 말에서만 겨우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한 현지나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중년층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말의 빠른 변화와 함께 사라져 가고 있는 것들이지요. 우리말의 당당한 일원이면서도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육진 방언, 더 늦기 전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_박진혁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학부 및 동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가톨릭대, 부산교대, 세명대, 중앙대, 신안산대 강사 역임. 현 서강대 전인교육원 강사. ======================== /////////////////////////////////////////////////////// ========================                                                                  아슴태니꾸마(아슴채이꾸마)!                                                                          - 옛말을 간직한 함경도 방언               “아슴태니꾸마(아슴채이꾸마).”   외국어 같기도 한 이 생소한 말은 대체 무슨 뜻일까요? 이 말은 바로 ‘고맙습니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함경 방언인데요, 이처럼 함경도에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독특한 말들이 많습니다. 함경도 방언은 정평 위부터 혜산, 단천까지 사용되는 함경남도 방언과 그 위쪽 지역에서 쓰이는 함경북도 방언으로 나뉘는데요, 이 함경도 방언 중 두만강 하류에 위치한 육진 지역(부령을 제외한 회령, 온성, 종성, 경원, 경흥)의 방언은 따로 육진 방언으로 분류합니다. 함경도 지역" src="http://www.urimal365.kr/_userfiles/2017_4/sub1_5_img2.png" style="max-width: 700px;" />  함경도 지역     서울을 중심으로 그 주변 지역의 말들은 여러 변화를 겪으면서 옛말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함경도는 정치·문화의 중심지인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고, 동쪽의 바다와 서쪽의 험준한 낭림산맥, 북쪽의 두만강 등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옛말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지요. 중세 국어 중에 지금도 함경 방언에서 쓰이는 어휘로는 간대르사(설마), 기티다(남기다), 나조(저녁), 드티우다(건드리다, 옮기다), 무리(우박), 신다리(허벅지), 우뿌다(우습다), 허튀(종아리) 등이 있습니다. 또 중부 방언과 형태는 같지만 의미가 다른 어휘로는 ‘고기’와 ‘밭’이 있는데요, ‘고기’는 ‘살’이란 뜻을 갖고 있고, ‘밭’은 ‘식물 따위가 자라거나 자연물이 들어찬 평평한 땅’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아래 예문에서 ‘고기’는 목 안의 살, 곧 ‘편도선’을 뜻한답니다.     목난디 뎌서 춤우 넘구는데 바뿌디. 목 안에 고기 살아납데. (편도선이 부어서 침을 넘기기 힘들지. 목 안의 살이 부어 오르데.)     함경 방언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이민족과의 접촉이 많아 일찍부터 외국어를 차용했습니다. 두만강의 ‘투먼(두만)’과 이 지역의 물고기 ‘야리’ 모두 여진어를 차용한 것이며, 19세기부터 차용된 러시아어 중에는 비지깨(성냥), 마선(재봉틀), 거르마니(호주머니) 등이 있습니다. 여진족을 물리친 함경도 도제찰사 신숙주(夜戰賦詩圖, 야전부시도)" src="http://www.urimal365.kr/_userfiles/2017_4/sub1_5_img3.png" style="max-width: 700px;" />  야전부시도(夜戰賦詩圖) 여진족을 물리친 함경도 도제찰사 신숙주      또한 함경도의 친족 호칭어는 모계와 부계의 구분이 없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형님, 아버지 누님의 남편(=고모부), 어머니의 오빠(=외삼촌), 어머니 언니의 남편(=이모부)은 모두 ‘맏아바니’(또는 ‘몯아바니’)라고 부릅니다. 할아버지는 ‘아바니’ 또는 ‘큰(클)아바니’라고 부르는데, 친족의 서열을 나타내는 접두적 요소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큰(클)’을 쓰는 점이 독특한 특징입니다.     “밥우 먹습꾸마.”                         독특한 어법을 지닌 함경 방언     ‘밥우 먹습꾸마(밥을 먹습니다)’, ‘내 즉금 일으 하압꾸마(내가 지금 일을 합니다). ’에서 볼 수 있듯 ‘-읍꾸마/-습꾸마’(합쇼체)로 끝나는 종결 어미 역시 함경도만의 독특한 어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쉐르 경슴 모시르 줬소?(소에게 점심 여물을 주었소?)’에서 보듯 조사 어미 ‘∼에게, ∼을’은 ‘∼으(르), ∼으(르)’로 표현합니다. 또한 아래 예문에서 보듯 부정 부사 ‘아니’, ‘아이’, ‘안’, ‘못’, ‘모’ 등이 놓이는 위치가 다른 방언과는 다르지요.   영원히 없어 못 지래르 노력해야 돼지(영원히 없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되지). 어딜 떠 못 나구 영게셔 한뉠 살았지(어디로 못 떠나고 여기서 한평생을 살았지). 내 이런 조애르 써 못 봤소(내가 이런 종이를 써 보지 못했소).   이렇게 옛말의 정취가 담겨 있는 함경 방언은 안수길의 소설 《북간도》, 이정호의 소설 《감비 천불붙이》 등의 문학 작품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방언학 사전》 〈야전부시도(夜戰賦詩圖)〉 곽충구, 〈옛말을 많이 간직한 함경도 방언〉, ≪새국어생활≫ 17-2, 국립국어원, 2007. 방언연구회, 《방언학 사전》, 태학사, 2001.        
560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강원도방언" 알아보다... 댓글:  조회:3088  추천:0  2017-06-20
     ★강원도 사투리★           가르. 갈게 : 가루. 가루에   가름배 : 가리마 (화천)   가매 : 가마 (탈 것)   가매 : 가마. 가리마   가매 : 가마솥   가븝다 : 가볍다   가새, 가우 : 가위   가생이 : 가. 가에 (화천)   가수기. 가쉬기 : 손칼국수 (정선)   가작 : 기껏 (정선)   가재미 : 가자미   가제나 : 가뜩이나 (강릉)   가찹다 : 가깝다   각재 : 가재 (화천)   간 : 반찬 (정선)   갈구다 : 귀찮게 하다. 진로를 방해하다   갈매 : 깊은 바다를 말함.(속초) [출처]강원도 사투리 1|작성자 하늘 영  
559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황해도방언" 알아보다... 댓글:  조회:2674  추천:0  2017-06-20
    ★황해도 사투리★       가막조개 : 고막   가시아바이, 가시아바지 : 장인   가시아바지, 가시아바이 : 장인   가시오마이, 가시오마니 : 장모   가시오마니, 가시오마이 : 장모   가시집 : 처가   가슴패기 : 가슴팍   가심 : 가슴   가올 : 가을   간난이 : 갓난아이   감낸다 : 밭을 돌본다   갓저고리 : 여자 덧저고리   개바주 : 텃밭의 울타리   개엿 : 갱엿   개와 : 기와 [출처]황해도 사투리 1|작성자 하늘 영  
558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함경도방언" 알아보다... 댓글:  조회:3673  추천:0  2017-06-20
함경도방언 - 음식   간장(지렁) 갈비(갈배) 감자(갱기) 개피떡(씀바람떡) 고드름(고조리,고주럼,고즈래미) 고등어(고마이,고마에,고망어)  국수(국시) 꽈배기(타래떡) 나물(남새) 냉이(나상구,나숭개,나시) 녹두나물(녹디질금) 닭알(게랄,달기알) 도시락(곽밥) 된장(떼장, )  두부(드비) 마른오징어(낙지)  마사다(마이다) 메주(메지)  멥쌀(닙쌀) 무(노배,무꾸) 물어징어(오중어) 반찬(질게,찬새,해미,햄,햄새) 배추(배차,배채) 봉숭아(봉새) 부추(염지) 상추(불구) 송편(조개떡) 수수(고량,밥수끼,밥쉬) 쌀밥(이팝) 옥수수(옥시기,강내) 칡(츨기) 콩나물(질금)       함경도 방언-일반 언어.   가새비 : 장인 가세(가새) : 가위 가자미식혜 : 소금에 절인 가자미로 만드는 발효 음식 가시나(간나새끼).: 여자 아이 갓주지 : 갓을 쓴 젊은 주지. 아이들에게 무서운 대상의 상징 개당이 없다(깨끄머리 없다) : 깔끔하지 못하다 갯돌 : 배를 육지로 올리거나 바다로 내릴 때 끌고 갈 방향 앞쪽에 받치는 나무토막 건치 : 멍석. 거적 구름깔개 : 참나무를 엷게 밀어서 결은 자리 귀성스럽다 : 귀인(貴人)성스럽다 그기 : 그것이 글거리 : 그루터기. 풀이나 나무 또는 곡식 따위를 베고 남은 밑동 글거리 : 줄거리. 줄기. 그루터기 까막조개 : 바지락 깡태밭 : 갯벌 껍지 : 껍질 꼬마. 꾸마. 구마 : -입니다. -습니다. -어요. 명, 형, 동사의 뒤에 붙어 존칭으로 대답하는 데 쓰는 토 나무리다 : 나무라다 날래 : 빨리 낭 : 낭떠러지 낭그 : 나무 내내로 : 늘. 항상 녹마 : 녹말 녹마국수 : 녹말국수 누데기 : 포대기 누베 : 누에 눈포래 : 눈보라 늠 : 놈 다쪼매 : 대님 피께데기,패기,패끼딸각질 - 딸꾹질 돌대구리 : 돌대가리. 두렝이 : 두루마기 두루. 두뤄 : 들. 들판 두주리 : 둥우리 둔대 : 큰배를 움직이게 할 때 일종의 지렛대로 쓰는 나무토막 둥글소 : 황소 뒤울안 : 뒤란 뒤잽이줄 : 배를 선창에 묶어두는 밧줄 들뿌리 : 팬티 따발 : 똬리    함경도 방언 - 동물.   강아지(강생이) 고양이(고애,고앵이) 꿩(산닭) 나비(나붕이) 노루(놀가지,놀기,놀갱이)  닭(달기) 독수리(닥수리,독소리,독술) 돼지(뒈지,도티) 딱따구리(가막두거리,가막조가리,닥닥새,뚝뚝새) 망아지(매지,메아지) 메기(메사구)  메추리(모치래기) 물오징어(오중어)   송사리(눈젱이,뾰돌치) 송아지(쇄지,새지) 암말(피매,피매말) 암소(암세) 암캐(앙캐) 암코양이(암쾌) 암퇘지(피게) 염소(넘소,맴소,염쇠,염세) 올챙이(올채)  제비(지비) 종달새(종지리,예조리) 진드기(진둥개) 표범(아롱범)  황소(둥글쇠)     함경도 방언중에 식물.  함경도 방언중에 동물. 송키 >> 채소 콥대산이 >> 마늘 감저 >> 고구마 낭 >> 나무 놈삐 >> 무   지슬 >> 감자 가라지 >> 강아지풀 유입 >> 깻잎 노물 >> 나물 굴묵낭 >> 느티나무   새우리 >> 부추 태역 >> 잔디 퐁낭 >> 팽나무 부루 >> 상추  초마기 김치 >> 열무   대낭 >> 대나무 검질 >> 잡초 감낭 >> 감나무 녹디 >> 녹두 콩주름 >> 콩나물   메역 >> 미역 산디 >> 밭벼 모믈 >> 메밀 늣 >> 김  강아지(강생이) 고양이(고애,고앵이) 꿩(산닭) 나비(나붕이) 노루(놀가지,놀기,놀갱이)  닭(달기) 독수리(닥수리,독소리,독술) 돼지(뒈지,도티) 딱따구리(가막두거리,가막조가리,닥닥새,뚝뚝새) 망아지(매지,메아지) 메기(메사구)  메추리(모치래기) 물오징어(오중어)   송사리(눈젱이,뾰돌치) 송아지(쇄지,새지) 암말(피매,피매말) 암소(암세) 암캐(앙캐) 암코양이(암쾌) 암퇘지(피게) 염소(넘소,맴소,염쇠,염세) 올챙이(올채)  제비(지비) 종달새(종지리,예조리) 진드기(진둥개) 표범(아롱범)  황소(둥글쇠) 함경도 방언의 특징   함경도 지역은 북한에서도 사투리가 심한 지역입니다 특징으로는 ~둥,~꾸마,~지비 등과 같은 말을 말 끝에 붙여사용하며, 겹침말로는 ㄲ.ㄸ,ㅃ,ㅆ 등 을 사용합니다 받침말이 적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말의 음량, 높낮이가 심합니다 또한 지리적으로 중아에서 가장 먼 거리에 위치하며 사방이 고립되어 매우 보수적인 성격을 띱니다 대체로 어휘적으로 동부방언과 큰차이는 없으나 음운체계와 문 종결어미에서 일정한 차이를 보입니다   평안도 방언의 특징 대체로 평안남북도에서 말해지는 방언을 평안도 방언 혹은 서북 방언이라 하는데, 인접한 황해도의 북부와 서부 지역도 평안도 방언의 특징을 부분적으로 지니고 있다. 평안도 방언은 그 발음 특징이 다른 방언에 비해 독특하고, 문법이나 어휘 면에서도 중부 방언과는 다른 면을 지니고 있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       흔히 함경남도의 영흥 이남 지역(영흥‧고원‧문천‧안변)을 제외한, 함경남도 정평 이북의 함경도에서 말해지는 방언을 일컫는다. 학술적인 용어로는 흔히 동북 방언(東北方言)이라 한다. 함경도 방언권은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동쪽으로는 동해에 접해 있고 북쪽으로는 두만강과 압록강을 경계로 중국 및 러시아와 접하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험준한 낭림산맥을 경계로 평안도와 접하고 있다. 이에 비해 남쪽으로는 추가령지구곡을 따라 중부지역과의 왕래가 잦고, 또 태백산맥 동쪽으로는 강원도와 교류가 많은 편이다.   그밖에 평남과 함남의 고원을 연결하는 교통로가 있으며, 북부의 함남 삼수군과 평북의 자성‧후창을 잇는 교통로가 압록강 연안으로 이어져 있다. 이러한 인문‧자연지리적 요인으로 중앙어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남부의 함남 안변‧문천‧고원‧영흥은 대체로 중부 방언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영흥 이남 지역은 고려시대에는 동북 변경이었으며, 영흥 이북의 함경도는 고려말에서 조선 초기까지만 해도 여진족이 많이 거주하던 곳이었다. 또한, 함북 지방은 동북 변경의 주민이나 하삼도 사람들이 스스로 또는 관의 사민 정책으로 대거 이주한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정학적 또는 역사적인 요인으로 동북 방언은 고립 방언의 성격을 띠고 있어, 다른 방언에 비해 음운‧문법‧어휘적 특징이 보수적인 면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질적 요소도 많이 가지고 있다. 함경도 방언 내에서도 두만강 하류에 위치한 육진 지역(부령을 제외한 회령‧온성‧종성‧경원‧경흥)의 방언을 육진 방언(六鎭方言)이라 하는데 이 방언은 함경도 내의 다른 지역어와 약간 다른 특징을 지닌다.   이 방언은 지리적으로 중앙에서 가장 먼 거리에 위치하고 있고 사방이 고립되어 있어 매우 보수적인 성격을 띠는데, 대체로 어휘적으로는 동부 방언과 큰 차이가 없으나 음운체계와 문종결어미에서 일정한 차이를 보여 함경도 방언의 한 하위 방언권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독립 방언권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2.2.1.음운 2.2.1.1. 음운체계 1) 모음체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어 세대간의 차이가 크다. 노년층은 대체로 ‘ㅣ, ㅔ, ㅐ, ㅟ, ㅚ, ㅡ, ㅓ, ㅏ, ㅜ, ㅗ’의 10모음체계이나 전설원순모음 ‘ㅟ>ㅣ, ㅚ>ㅔ’의 비원순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 아래의 연령층은 ‘ㅟ, ㅚ’가 없고 후설모음이 불안정한 8모음체계이다. 특히, 함남에서는 후설모음의 동요가 두드러지는데  ‘ㅓ’와 ‘ㅗ’의 음성간극이 매우 좁아 평상적인 발화에서는 구분이 안 된다.   이러한 후설모음의 동요는, /ㅣ, ㅔ, ㅐ, ㅜ, ㅗ[ɔ], ㅏ/의 6모음체계를 가진 평남 방언의 모음체계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20세기초부터 지금까지 함경도 방언의 모음체계가 변화해 온 과정을 보이면 아래와 같다. ㅣ ㅟ ㅡ ㅜ ㅣ ㅡ ㅜ ㅣ (ㅡ ㅜ) ㅔ ㅚ ㅓ ㅗ → ㅔ ㅓ ㅗ → ㅔ (ㅓ ㅗ) ㅐ ㅏ ㅐ ㅏ ㅐ ㅏ ‘ㅡ’와 ‘ㅜ’ 및 ‘ㅓ’와 ‘ㅗ’는 원순성 자질에 의하여 대립되는 후설모음들인데, 대립 모음들의 조음역이 근접해 있다. 중부 방언의 ‘ㅓ’는 그 조음역이 꽤 넓은 편인데, 이 방언에서는 중부 방언보다 조음역이 좁고 다소 고설 위치에서 조음된다.   그리고 ‘ㅗ’의 원순성 약화가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때문에 ‘ㅗ’와 ‘ㅓ’의 대립이 점차 상실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조음상의 특징은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현저하다. 이중모음체계 : 상향 이중모음으로는 /ㅑ, ㅕ, ㅛ, ㅠ, ㅖ, ㅒ/가 있으나 자음이 선행하지 않는 경우에만 그 실현이 가능하다. 그런데 한자어의 경우, 주로 함남에서는 구개음화를 겪지 않고  ‘ㅛ>ㅚ’, ‘ㅠ>ㅟ’와 같이 단모음화하였다.   예. 교실(敎室)>괴실, 규칙(規則)>귀칙. 자음이 없는 경우에도  ‘야장이(冶匠)>얘재:’, ‘이(戴)-어라>여:라>예:라~에:라’와 같은 변화를 겪었다. 하향 이중모음 ‘ㅢ’는 주로 ‘ㅣ’로 단모음화하였다. w계 이중모음으로는  ‘ㅘ, ㅝ, ㅞ, ㅙ’가 있는데, 자음 아래에서는 점차 ‘ㅏ, ㅓ, ㅔ, ㅐ’로 단모음화하고 있다.     2) 자음체계 : 중부 방언과 같다. 3) 운소체계 이 방언은 성조(聲調)가 시차적이다. 성조소의 수에 따라 두 지역으로 나뉜다. (1) 함북(咸北)의 길주‧성진과 함남의 단천 지역어는 고조, 저조, 상승조의 세 성조소를 가지고 있다. 이 방언에서 중세국어의 거성은 ‘고조’, 평성은 ‘저조’, 상성은 ‘상승조’로 실현된다. (2) 그밖의 지역은 고조와 저조만이 시차적이다.   중세국어의 ‘거성’과 ‘상성’은 ‘고조’로 실현되고 평성은 ‘저조’로 실현된다. 그리고 장음(長音)이 있기는 하나 시차적 기능은 없다. 예. 쇄:지(송아지), 해:미(반찬), 왜:지(
557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연변방언" 알아보다... 댓글:  조회:2743  추천:0  2017-06-20
  생활 속의 연변 방언   연변 방언 한 국  표 준 어   옳습네다 일없다 정신나다 나그네 필업 (* 중국어 차용) 소학 (* 중국어 차용) 초중(초등중학) (* 중국어 차용) 고중(고등중학) (* 중국어 차용) 조선말 야덥(야덟) 딸로 흥취 (* 중국어 차용) 선생질하다 알아 못 듣다 일어 못 나다 아이 밥 먹다 곤란에 봉착하다 교학하다 (* 중국어 차용) 신체 좋다 새나다 재간(이다) 메사기 가무단 날로 먹다 싸스개 로동, 려행, 리해, 녀자 곱다 골 뿌다까이 애나다 소래 동삼 마수다 마사지다 똘구다(똘갔다) 섞갈리다 뉘기 방법 없다 령도 (* 중국어 차용) 달아나다 뽈차다(축구차다) 츄주 (* 중국어 차용) 비늘 재뿌리다 세(쎄)게 세게 덥다 너네(들) 땐스 (* 중국어 차용) 땐노 (* 중국어 차용) 채색 테레비 (* 중국어 차용) 변방부대 채 (* 중국어 차용) 술깡칠 서방가다 싸이제(재) 근 짜그베 새가 써장 비용돈 도투 샹채 량(량천, 량백…) (* 중국어 차용)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괜찮다 정신차리다 남편 졸업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한국어 여덟 따로 관심, 흥미 교직에 있다 알아듣지 못 하다 못 일어나다 밥을 먹지 않다 난처해지다 가르치다 튼튼하다, 건강하다 질리다, 물리다 능력, 재능(있다) 메기 예술단, 구연단 공짜로 챙기다 멍청이 노동, 여행, 이해, 여자 예쁘다, 아름답다 머리 충돌 애타다, 애먹다, 곤란하다 소쿠리, 바구니 겨울, 삼동 고장내다, 부수다 고장나다, 부수어지다 떼어놓다(떼어놓았다) 헷갈리다 누구 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지도자 도망가다 축구하다 택시 비누 버리다 많이, 강하게 많이 덥다 너희(들) TV PC 칼라 텔레비전 국경일선부대 채소, 반찬 술막지(비지) 장가가다 사위 1/2kg(체중, 밥의 량) 혼혈 여자에 대한 비속어(가시나) 외상 용돈 돼지 향이 진한 채소 2(2천, 2백…)       중국조선말(中國朝鮮—)은 중화인민공화국에 거주하는 재중동포 사이에서 사용되는 한국어를 가리킵니다. 지린 성, 헤이룽장 성, 랴오닝 성의 이른바 ‘동북 3성’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다음의 내용을 참조하세요. 개요 - 언어 규범 중국조선말에 관한 망라적인 언어 규범은 동북3성조선어문사업협의소조(중국어 간체: 东北三省朝鲜语文工作协作小组)가 1977년에 작성한 ‘조선말규범집’이 처음이다. 이 규범집에는 표준발음법,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부호에 관한 규범이 수록되었다. ‘조선말규범집’은 어휘에 관한 규범을 덧붙이고, 일부를 가필 수정한 개정판이 1984년에 만들어졌다.[1] 중국조선말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의 언어에 규범의 토대를 두어 왔다. 그러한 경위가 있어 중국조선말의 언어 규범은 모두 북한의 규범(조선말규범집 등)과 거의 동일하다. 따라서 만약에 이 규범을 가지고 중국조선말의 ‘표준어’를 규정할 수 있다면 그 ‘표준어’는 북한의 문화어에 한없이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중수교 이후에는 대한민국으로부터 진출한 기업이나 한국어 교육 기관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남한식 한국어의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 지역 차이 현실적으로 조선족 사이에서 사용되는 조선어는 균질적인 것이 아니라 아주 다양하다. 조선족은 조선 시대부터 일제 강점기 시대에 걸쳐 조선반도북부를 중심으로 조선반도각지에서 만주지역으로 이주했다. 일반적으로 함경도 출신자들은 두만강 건너편인 길림성으로 가고, 평안도 출신자들은 압록강 건너편인 료녕성으로 가는 경우 많았기 때문에 길림성에서는 함경도의 방언적 특징이 강하게 남아 있고 료녕성에서는 평안도의 방언적 특징이 강하게 남아 있다. 한국어의 방언과 각 지역의 관계는 대략 아래와 같다. 동북(함경도) 방언 :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 흑룡강성 목단강 시 등. 연변의 두만강 연안 동부 지역은 육진 방언이다. 서북(평안도) 방언 : 료녕성 중부,동부;길림성 남부. 동남(경상도) 방언 : 연변조선족자치주를 제외한 길림성 기타 지방, 흑룡강성 서북부와 서남부,료녕성 일부. 중부 방언과 서남(전라도) 방언은 큰 사용 지역이 없고 동북 각성에 산재하고 있다. 중부 방언 지역으로서 길림성 유하현 강가점향 경기둔(吉林省 柳河県 姜家店郷 京畿屯)을 들며, 서남 방언 지역으로서 길림성 교하현 천북향 영진촌(吉林省 蛟河県 天北郷 永進村)을 들 수 있다.[2]제주방언등 다른 방언의지역은 형성되지 않았으나 중국이주1세중에서 가끔 포함되여 있다. 특징 음운, 문법, 어휘 각 분야에 있어서 바탕에 깔린 한국어방언에 따라 지역마다 방언적특징을 가진다. 음운 서남 방언 지역에서는 단모음 [ø](ㅚ)와 [y](ㅟ)를 가지며 동남 방언 지역에서는 [ɛ](ㅐ)와 [e](ㅔ)가 구별되지 않는다. 중국조선말은 일반적으로 한반도북부 방언의 영향력이 강하여 일부의 /ㅈ/, /ㅊ/, /ㅉ/이 /ㄷ/, /ㅌ/, /ㄸ/으로 나타나거나 모음 /i/, 반모음 /j/에 앞선 /ㄴ/이 어두에 올 수 있는 등 북부 방언의 특징들을 잘 간직한다. 또 동북 방언, 동남 방언 지역에서는 변별적인 고저 악센트(이른바 ‘성조’)를 가지며 소리의 높낮이로 단어의 뜻을 구별한다. 문법 표준어의 ‘-ㅂ니까/-습니까’가 길림성 화룡시, 훈춘시(둘다 동북 방언 지역)에서 ‘-ㅁ둥/-슴둥’으로 나타나고 흑룡강성 태래현(동남 방언 지역)에서는 ‘-ㅁ니꺼/-심니꺼’로 나타나는 등 지역적특징이 있다. 또 통사론 차원에서 중국어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다. 전화를 치다 (전화를 걸다) < 중국어 간체: 打电话   어휘 어휘는 중국어의 영향이 아주 크며 적지 않은 어휘가 현대 중국어로부터 차용된다. 중국어 어휘를 한국 한자음으로 읽는 차용 어휘. 판공실 < 중국어 간체: 办公室 (사무실) 그외의 차음현상: 중국어 발음을 따른 차용어. 성조의 탈락 등 조선어의 음운 체계에 맞춰 중국어 원음이 약간 변형된다. 땐노 < 중국어 간체: 电脑, 병음: diànnăo (컴퓨터)
556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동북방언" 알아보다... 댓글:  조회:3858  추천:0  2017-06-20
요약 한반도의 동북부인 함경북도와 정평 이북의 함경남도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언.   동북 방언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동북 방언(東北方言)은 한국어의 대방언권 중 하나이다. 흔히 함경도 사투리라고 하나, 실제 분포 지역은 함경남북도(함경남도 영흥군(永興郡) 이남 지역은 제외) 및 평안북도 후창군(厚昌郡), 중국의 연변 조선족 자치주 일대이다. 아울러 19세기경 많은 함경도 주민들이 러시아의 극동 지방으로 이주해 갔기 때문에, 이 방언은 중앙아시아 한국어(고려말)와도 가까운 관계에 있다. 한편, 두만강 일대에서 쓰이는 방언을 따로 육진 방언(六鎭方言)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밑에 설명할 내용은 모두 육진 방언을 제외한 동북 방언의 특징이다.   목차   [숨기기]  1음운 1.1음운 체계 1.2음운 변화 2문법 2.1형태론 2.2문법 형태 3어휘 4관련 항목 5각주   음운[편집] 음운 체계[편집] 모음은 ㅣ', ㅔ, ㅐ, ㅟ, ㅚ, ㅡ, ㅓ, ㅏ, ㅜ, ㅗ'의 10 모음 체계이나, 젊은 층으로 갈 수록 'ㅟ'와 'ㅚ'가 다른 음으로 바뀌고 있다.[1] 이 방언은 말의 높낮이로 뜻을 구분하는 성조(聲調) 언어다. 길주, 성진, 단천 지역어는 고조, 저조, 상승조의 세 성조소를 가지고 있다. 이 방언에서 중세 한국어의 거성은 '고조', 평성은 '저조', 상성은 '상승조'로 실현된다. 그밖의 지역은 고조와 저조만이 쓰이며, 중세 한국어의 '거성'과 '상성'은 '고조'로 실현된다. 평성은 '저조'로 실현된다. 이 방언에서는 동남 방언과는 달리 중세 한국어 단어의 성조와 규칙적으로 대응한다. 이를테면 ':말(言, 상성)'은 지역에 따라 '상승조'나 '고조'로 나타나며, '말(斗, 거성)'은 고조, '말(
555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야생화 이름의 유래... 댓글:  조회:2412  추천:0  2017-06-19
야생화 이름의 유래에 대한 기초지식  한반도에는 대략 4천여 종(귀화식물이나 원예종은 제외)의 식물이 있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이름이 있는 것처럼, 식물의 이름은 식물을 구별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며  사람과 식물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합니다.  식물의 이름은 형태, 서식환경, 생태, 생리적 특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이름을 알면 직접 본 적은 없더라도 그 특성을 대충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는만큼 잘 보인다고 하며, 그만큼 야생화에게 애정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습니다.  꽃이름의 유래 및 유형 야생화 이름에는 각기 의미를 가지고 있어, 그 유래를 아는 것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야생화에 가까이 가는 지름길입니다.  야생화 이름의 유래는 토박이 사투리와 외래어에서 유래된 것이 있으며,  식물 전체의 느낌, 생태적인 습성, 사람과의 관계, 동물이나 사물에 비유한 것, 자라는 곳,  신화나 전설, 설화 등에 유래된 등 의미에 의해 유래된 것이 있습니다.  꽃이름에 붙는 접두어의 유래  꽃이름의 접두어는 그 식물에 대해 많은 것을 의미하지만  딱 부러지게 유형화시키기는 곤란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느정도 유형화가 가능한 야생화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덧붙인다면 접두어는 일반 표기법에서는 띄어 쓰거나 붙여 쓸 수 있지만  식물표기법에서는 붙여 쓰고 있습니다.  1. 자생지를 나타내는 말  * 갯 : 해안이나 갯벌, 계곡, 냇가 등지에서 자라는 것  (ex ; 갯개미취, 갯메꽃, 갯방풍, 갯질경이)  * 골 : 습한 골짜기에서 자라는 것  (골등골나물, 골사초)  * 구름 : 구름이 있는 높은 산지인 주로 백두산이나 북부 고원지대에서 자라거나  꽃이나 잎들이 구름처럼 뭉쳐 피는 것  (구름국화, 구름떡쑥, 구름송이풀, 구름체꽃, 구름패랭이, 구름사초)  * 두메 : 구름과 마찬가지로 역시 고산지역에서 자라는 것  백두산 같은 북부 고산지대에 자라는 것  (두메양귀비, 두메분취, 두메투구꽃, 두메고들빼기, 두메부추, 두메잔대)  * 벌 : 확 트인 벌판에서 자라는 것  (벌개미취, 벌노랑이, 벌등골나무, 벌깨풀)  * 물 : 습기가 많은 곳이나 물가에 자라는 것  (물매화, 물봉선, 물머위, 물미나리아재비)  * 돌 : 야생 혹은 돌이 많은 곳에서 자라는 것  (돌단풍, 돌마타리, 돌바늘꽃, 돌양지꽃, 돌나물)  * 바위 : 바위에서 자라는 것  (바위솔, 바위떡풀, 바위구절초, 바위채송화)  * 산 : 높은 산에서 자라는 것  (산구절초, 산부추, 산수국, 산솜방망이, 산오이풀, 산괭이눈, 산골무꽃)  * 섬: 육지와 단절된 섬에서만 자라는 것, 대부분 울릉도 특산식물을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섬초롱꽃, 섬백리향, 섬쑥부장이, 섬천남성, 섬기린초, 섬말나리, 섬쥐손이)  2. 진위를 나타내는 말  * 참 : 진짜라는 의미에서 유래  (참나리, 참바위취, 참좁쌀풀, 참개별꽃)  * 나도 : 원래는 완전히 다른 분류군이지만 비슷하게 생긴 데서 유래  (나도바람꽃, 나도송이풀, 나도양지꽃, 나도옥잠화)  * 너도 : '나도'와 같은 의미로 완전히 다른 분류군이지만 비슷하게 생긴 데서 유래  (너도바람꽃, 너도골무꽃)  * 개 : 기준으로 삼는 식물에 비해 품질이 낮거나 모양이 다른 것에서 유래  (개구릿대, 개쑥부장이, 개망초, 개여뀌, 개연꽃)  * 뱀 : 뱀과 관련이 있거나, 기준을 삼는 식물에 비해 품질이 낮거나 모양이 다른데서 유래  (뱀무, 뱀딸기)  * 새 : 기준으로 삼는 식물에 비해 품질이 낮거나 모양이 다른다는 것에서 유래  (새콩, 새삼, 새머루)  3. 식물 기관의 모양이나 특성을 나타내는 말  * 가는 : 잎이 가는데서 유래  (가는잎구절초, 가는잎돌쩌귀, 가는장구채, 가는층층잔대)  * 가시 : 가시가 있는데서 유래  (가시여뀌, 가시연꽃, 가시엉겅퀴, 가시오갈피)  * 갈퀴 : 갈퀴가 있는데서 유래  (갈퀴나물, 갈퀴덩굴)  * 긴 : 꽃 또는 식물체의 일부분이 긴 데서 유래  (긴담배풀, 긴병꽃풀, 긴산꼬리풀, 긴잎쓴풀, 긴오이풀)  * 끈끈이 : 끈끈한 즙액이 있는데서 유래  (끈끈이대나물, 끈끈이주걱, 끈끈이장구채)  * 선 : 줄기가 곧게 선 데서 유래  (선괭이밥, 선이질풀, 선씀바귀, 선괭이눈)  * 우산 : 잎이 우산같이 생긴데서 유래  (우산나물, 우산잔대, 우산방동사니)  * 털 : 털이 있는데서 유래  (털동자꽃, 털머위, 털여뀌, 털중나리)  * 톱 : 톱모양으로 커치가 있는데서 유래  (톱잔대, 톱풀, 톱분취, 톱바위취)  4. 색을 나타내는 말  * 금, 은 : 식물의 색이 금이나 은색인데서 유래  (금마타리, 금붓꽃, 금새우난초, 은난초, 은대난초)  * 광대 : 광대의 복장과 같이 울긋불긋한 데서 유래  (광대수염, 광대나물, 광대버섯, 광대싸리 )  5. 식물의 크기를 나타낸 말  * 각시 : 식물의 크기가 작은데서 유래  (각시붓꽃, 각시원추리, 각시취, 각시둥글레)  * 땅 : 초형이나 키가 작은데서 유래, 혹은 꽃의 방향에서 유래.  (땅나리, 땅비싸리, 땅채송화, 땅빈대)  * 애기 : 초형이나 키가 작은데서 유래  (애기나라, 애기현호색, 애기괭이눈, 애기원추리)  * 왜 : 키가 작거나 일본이 원산지인 데서 유래  (왜개연꽃, 왜솜다리, 왜현호색, 왜제비꽃, 왜당귀) * 좀 : 키가 작은데서 유래 (좀고추나물, 좀꿩의다리, 좀붓꽃, 좀가지풀)  * 병아리 : 초형이나 키가 작은데서 유래  (병아리풀, 병아리난초, 병아리다리)  * 큰 : 초형이나 키가 큰데서 유래  (큰구슬봉이, 큰까치수영, 큰꽃으아리, 큰복주머니란(광릉요강꽃), 큰앵초) * 왕 : 키가 큰데서 유래  (왕고들빼기, 왕제비꽃, 왕원추리, 왕별꽃, 왕갈대)  * 참 : 초형이나 키가 큰데서 유래  (참꿩의다리, 참좁쌀풀, 참나리, 참당귀)  * 말 : 초형이나 키가 큰데서 유래  (말나리, 말냉이, 말냉이장구채)  * 수리 : 초형이나 키가 큰데서 유래  (수리취)  * 선 : 식물이 직립해 있는 데서 유래  (선가래, 선괭이눈, 선갈퀴, 선괭이밥)  * 눈 : 식물이 누워 있는 데서 유래  (눈개승마, 눈개쑥부장이, 눈양지꽃, 눈범꼬리)  ///참고문헌 : 허복구, 박석근 저 '우리 꽃 이름의 유래를 찾아서' - 중앙출판사    
554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재미있는 식물, 나무이름의 유래... 댓글:  조회:2622  추천:0  2017-06-19
식물이름의 유래, 나무이름의 유래       //             1. 사마귀풀 유래 :  풀을 짓이겨 붙이면 피부에 난 사마귀가 떨어진다고 해 이름이 사마귀풀이다.   2. 애기똥풀 유래 : 줄기를 자르면 애기똥 같은 노란 액체가 나온다고 해서 붙여졌다.   3. 개구리밥 유래 : 개구리가 수면에 얼굴을 내밀었을 때 입가에 밥풀처럼 붙는다고 해서 붙여졌다   4. 두루미꽃 유래 : 잎의 모양이 두루미가 날개를 펼친 모습과 닮았기 때문에 붙여졌다.   5. 노랑매발톱 유래 : 꿀주머니 끝에 매발톱처럼 날카롭게 생긴 부리가 달렸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6. 물푸레나무 유래 : 나무줄기를 꺾어 물에 넣으면 물이 푸르스름해진다고 해서 붙여졌다. 7. 기린초 유래 : 두꺼운 잎과 꽃을 기린의 뿔에 비유해서 붙여졌다.   8. 용버들 유래 : 줄기가 용처럼 꼬불꼬불하게 생겨서 붙여졌다.   9. 노루오줌 유래 : 노루가 살 만한 산에서 주로 자라고 뿌리에서 독한 냄새를 풍긴다고 해서 붙여졌다.   10. 뱀딸기 유래 : 자라는 곳에 뱀이 자주 나타난다고 해서 붙여졌다.   죄송해요... 사진은 없네요... ㅠㅠ 그 대신 참고용 자료를 드릴게요~^^   우리 나라에는 약 1천 여종의 나무가 있고 남한만 하여도 약 6~7백 여종이 자라고 있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나무 이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우선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생소함에 당황하게 된다. 그러나 옛 사람들이 처음 나무의 이름을 붙일 때는 그 나무가 갖는 독특한 특성에 근거를 두었으므로 나무마다 어떤 의미를 가진 연유가 있으나 우리가 찾지 못할 따름이다. 이름을 붙일 당시는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수천 년 전이어서 지금은 그 의미를 새겨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으나 나무의 특성과 연관지어 추정해 보면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는 수종도 상당수 있다. 우리나라의 식물 이름은 다양한 단어의 조합으로 불려지는 것이 일반적인, 식물의 이름은 꾸미는 말이 있어도 띄여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 ‘큰꿩의비름’이라고 쓰지 ‘큰 꿩의 비름’이라고 쓰지는 않는다. 이때 특히 접두어가 다양하게 활용되는데, 접두어로 쓰이는 말에는 식물의 전체적인 느낌, 식물기관의 형태, 성질 및 숫자, 화학적 성분, 색깔, 냄새, 식물의 생활 습성, 식물의 활용, 동물이나 사물의 비유, 생육지, 신화(전설, 설화) 등을 표현하고 있기도 하고 꽃이나 나무의 모양, 잎의 모양이나 수피의 특색, 열매 또는가시의 특징, 나무의 쓰임새나 유사성, 크기 등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다음에서 그 예를 살펴보기로 한다.   □ 자생지     . 갯 : 해안이나 계곡, 냇가에서 자라는데 유래 - 갯개미취, 갯버들, 갯메꽃, 갯질이  . 골 : 습한 골짜기에서 자라는데 유래 - 골고사리, 골등골나물, 골병꽃나무, 골사초  . 구름 : 구름이 지나는 높은 산지에서 자라거나, 꽃과 잎의 생김새가 구름 같은데서 유래 - 구름국화, 구름패랭이꽃, 구름제비꽃, 구름체꽃  . 두메 : 고산지역에서 자라는데 유래 - 두메양귀비, 두메투구꽃, 두메꿀풀, 두메냉이  . 벌 : 벌판에서 자라는데 유래 - 벌개미취, 벌노랑이, 벌등골나물, 벌깨덩굴, 벌사초  . 물 : 주로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데 유래 - 물봉선, 물싸리, 물골풀, 물머위  . 돌 : 야생 혹은 바위나 돌이 많은 곳에서 자라는데 유래 - 돌단풍, 돌양지꽃, 돌나물, 돌앵초  . 바위 : 바위에서 자라는데 유래 - 바위솔, 바위채송화, 바위송이풀, 바위구절초  . 산 : 높은 산에서 자라는데 유래 - 산구절초, 사부추, 산수국, 산오이풀, 산용담, 산골무꽃  . 섬 : 육지와는 멀리 떨어진 섬지방에서만 자생하는데서 유래 - 섬국수나무, 섬기린초   □ 유사성  . 참 : 진짜라는 의미 또는 기본종이라는 뜻에서 유래 - 참개별꽃, 참개암, 참나리, 참당귀  . 나도 : 원래는 완전히 다른 분류에 속하지만 비슷하게 생긴데서 유래 - 나도고추풀, 나도국수나무, 나도냉이, 나도바람꽃, 나도송이풀, 나도양지꽃, 나도옥잠화  . 너도 : ‘나도’와 마찬가지로 다른 분류인데 비슷하게 생긴데서 유래 - 너도고랭이, 너도바람꽃, 너도골무꽃  . 개 : 기본종에 비해서 품질이 낮거나 모양이 다르다고 여긴데서 유래 - 개구릿대, 개다래, 개망초, 개머루, 개쑥부쟁이, 개여뀌, 개오동  . 뱀 : 뱀과 관련이 있거나, 혹은 ‘개’와 마찬가지로 기본종에 비해서 품질이 낮거나 모양이 다른데서 유래 - 뱀고사리, 뱀무, 뱀딸기  . 새 : ‘개’와 마찬가지로 기본종에 비해서 품질이 낮거나 모양이 다르다고 여긴데서 유래 -  새머루, 새모래덩굴, 새콩, 새팥, 새삼, 새사초 □ 식물의 생김새     . 가는 : 잎이 가는 데서 비롯 - 가는잎구절초, 가는잎돌쩌기, 가는장구채, 가는오이풀  . 가시 : 가시가 있음 - 가시여뀌, 가시연꽃, 가시오가피, 가시엉겅퀴  . 갈퀴 : 갈퀴가 있는데서 비롯 -갈퀴나물, 갈퀴덩굴, 갈퀴꼭두서니  . 긴 : 꽃 또는 식물체의 일부분이 긴데서 유래 - 긴담배풀, 긴병꽃풀, 긴사상자, 긴산꼬리풀  . 끈끈이 : 끈끈한 즙액이 있는데서 비롯 - 끈끈이귀이개, 끈끈이대나물, 끈끈이주걱  . 선 : 줄기가 곧게 선데서 유래 - 선괭이밥, 선사초, 선이질풀, 선씀바귀, 선제비꽃, 선괭이눈  . 우산 : 잎이 우산처럼 생긴데서 유래 - 우산나물, 우산잔대, 우산방동사니  . 털 : 식물체에 털이 있는데서 유래 - 털머위, 털사철난, 털별꽃아재비, 털여뀌, 털딱지꽃  . 톱 : 잎에 톱모양의 거치가 있는데서 유래 - 톱잔대, 톱풀, 톱바위취, 톱분취   □ 색깔  . 금.은 : 식물체 또는 꽃의 색깔에서 유래 - 금마타리, 금붓꽃, 금새우난초, 금꿩의다리 . 광대 : 식물체의 색깔이 광대와 같이 울긋불긋한 데서 유래 - 광대싸리, 광대버섯, 광대작약   □ 식물체의 크기    . 각시 : 식물체의 키가 작은데서 유래 - 각시둥글레, 각시붓꽃, 각시원추리, 각시제비꽃, 각시취  . 땅 : 식물체의 키가 작거나, 꽃의 방향에서 유래 - 땅나리, 땅비싸리, 땅채송화, 땅귀이개  . 애기 : 초형이나 키가 작은 데서 유래 - 애기괭이눈, 애기나리, 애기마름 애기원추리  . 왜 : 키가 작거나 일본이 원산지인 경우 - 왜개연꽃, 왜솜다리, 왜승마, 왜현호색, 왜제비꽃  . 좀 : 키가 작거나 꽃이 작은 데서 유래 - 좀고추나무, 좀비비추, 좀꿩의다리, 좀냉이, 좀붓꽃  . 병아리 : 키가 작음 - 병아리난초, 병아리풀, 병아리다리  . 큰 : 초형이나 키가 큼 - 큰개별꽃, 큰꿩의비름, 큰구슬붕이, 큰까치수염, 큰꽃으아리  . 왕 : 키가 큰데서 유래 - 왕고들빼기, 왕바랭이, 왕제비꽃, 왕원추리, 왕골, 왕갈대  . 참 : 초형이나 키가 큰 데서 유래 - 참갈퀴덩굴, 참개암, 참나리, 참당귀, 참고추냉이  . 말 : 초형이나 키가 큰데서 유래 - 말나리, 말냉이, 말냉이장구채  . 수리 : 초형이나 키가 큰데서 유래 - 수리취   . 선.눈 : 식물체가 서있거나 누워있는 데서 유래 - 선가래, 선괭이눈, 선괭이밥, 선메꽃 / 눈개승마, 눈개쑥부쟁이, 눈범의꼬리, 눈비름 등   □ 비슷한 이름 1. 나무이름은 비슷하나 과 혹은 속이 다른 수종  . 나도밤나무, 너도밤나무, 밤나무  . 오동나무, 벽오동, 개오동, 꽃개오동, 유동나무   2. 과는 같으나 속이 다른 이름  . 까치박달, 개박달나무, 물박달나무, 박달나무  . 돌배나무, 콩배나무, 아그배나무, 팥배나무   □ 지명 1. 산 이름이 붙은 경우  . 백두산자작나무, 백운산물푸레, 지리산오갈피나무, 한라산철쭉 2 특정 지방의 이름이 붙은 것  . 강계버들, 광릉물풀레, 서울귀룽나무, 설령오리나무, 제주광나무, 풍산가문비, 회양목 3. 나라 이름인 경우  . 구주물푸레, 구주소나무, 구주피나무, 당느릅나무, 당매자나무, 당버들, 미국산사나무,서양까치밥나무, 서양측백, 일본목련, 일본잎갈나무, 일본젓나무, 중국굴피나무, 중국단풍   □ 동물 이름    -개, 까마귀 등이 접두어로 붙은 경우가 가장 많으며 곰, 소, 호랑이, 여우, 고양이, 박쥐, 병아리, 까치 등이 있으며 특히 '개'라는 접두어는 본래의 나무와 비슷하나 무엇인가 좀 떨어진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즉 개나리는 나리꽃과 비슷하나 나리가 아니란 의미.  - 개나리, 개느삼, 개다래, 개머루, 개벚나무, 개벚지나무, 개비자나무, 개박달나무, 개산초,  - 까마귀머루, 까마귀밥나무, 까마귀베개, 까마귀쪽나무, 까치박달, 까치밥나무  - 곰딸기, 곰의말채, 호랑가시나무, 호랑버들, 호자나무  - 쇠물푸레나무, 여우버들, 괭이싸리, 괭이신나무, 박쥐나무, 병아리꽃나무   □ 한자 이름    . 호도(胡桃)나무 : 오랑캐나라에서 들어온 복숭아처럼 생긴 열매  . 골담초(骨擔草) : 뼈를 책임진다는 의미가 있고 한약제로 쓰임  . 가시나무 : 가서목(哥舒木)에서 가서나무를 거쳐 변함  . 노간주나무 : 노가자목(老柯子木)에서 변함  . 대추나무 : 대조목(大棗木)에서 대조나무를 거쳐 대추나무라 함  . 귀룽나무 : 구룡목(九龍木)에서 변함  . 서나무(서어나무) : 서목(西木)에서 변함  . 소사나무 : 소서목(小西木)에서 변함  . 고로쇠나무 : 수액을 채취하여 마시면 뼈에 좋다는 뜻의 골리수(骨利樹)에서 변함  . 구골(狗骨)나무 : 개 뼈다귀나무란 뜻 ,  . 상동나무 : 겨울에 반상록으로 지나나 대체로 살아서 겨울을 난다는 생동목(生冬木)에서 생동나무를 거쳐 변화된 나무  . 모란 : 목단(木丹)이 변함  . 철쭉 : 척촉이 변함  . 가중(假僧)나무 : 가짜 중이란 뜻 ,  . 참중(眞僧)나무 : 진짜 중이란 의미 . 거제수나무 : 한자이름은 황화수(黃樺樹)이나 수재를 막아주는 나무란 뜻의 거제수 (去災水)로 해석  . 회화나무 : 괴화(槐花)는 회화나무의 중국이름인데 '괴'의 중국발음이 '회'이므로 회화나무 혹은 회나무가 됨  . 쉬나무 : 중국의 오수유에서 나라 이름 '오'가 빠지고 수유나무로 부르다가 쉬나무가 되었으며 북한 이름은 수유나무이다.   □ 생태 및 기타  . 겨우살이 : 겨울을 상록으로 나므로 겨울살이가 변한 겨우살이, 혹은 겨우겨우 살아간다는 뜻  . 인동(忍冬)덩굴 : 반상록으로 겨울도 참고 잘 견딘다는 뜻  . 갯버들 : 주로 개울가에 자란다  . 담쟁이덩굴 : 담장의 덩굴이란 의미  . 바위말발도리 : 바위가 많은 지역에 자란다  . 해송(海松) : 바닷가에 자라는 소나무란 뜻  . 노린재나무 : 태우고 나면 황색의 재가 남는다  . 검은재나무 : 태우고 나면 검은 재가 남는다  . 붉가시나무 : 나무의 색이 붉은 가시나무란 뜻  . 팽나무 : 열매를 팽총의 탄환으로 사용할 때 날아가는 소리가 팽~한다  . 꽝꽝나무 : 잎이 두꺼워 불 속에 던져 넣으면 '꽝꽝'하는 소리가 난다  . 자작나무 : 수피를 태울 때 '자작자작'하는 소리가 난다  . 닥나무 : 분지를때 '딱'하고 분질러 진다  . 댕강나무 : 분지르면 '동강동강'하고 분질러지는 데서 동강나무가 변함.  . 나무가 자라는 곳이 습기가 많거나 나무의 생재 함수율이 높아서 붙은 이름 - 물박달나무, 물황철나무, 물오리나무, 물참나무, 물갬나무 등  . 유사한 나무와 구별하기 위하여 참자가 붙은 이름 : 참가시나무, 참개암나무, 참느릅나무, 참조팝나무, 참싸리 등  . 깊은 산에 자란다는 의미 : 산딸기나무, 산벚나무, 산뽕나무, 산앵도, 산조팝나무, 산팽나무, 묏대추, 두메오리나무 등   □ 냄새 및 맛  . 생강나무 : 잎이나 가지를 꺾으면 생강냄새가 난다  . 누리장나무 : 잎에서 역한 누린내가 난다  . 소태나무 : 지독히 쓴맛인 소태 맛이 난다  . 향(香)나무 : 나무에서 향기가 난다  . 오미자(五味子) : 익는 열매에서 신맛, 단맛, 쓴맛, 짠맛, 매운맛의 다섯 가지 맛이 섞여 있다는 의미  . 다래 : 열매가 달다는 뜻  . 정향(丁香)나무 : 꽃향기를 약제로 쓴다  . 서향(瑞香) : 상스러운 향기가 난다  . 백리향(百里香) : 향기가 백리에 이른다  . 물푸레나무 : 잔가지를 꺾어 물 속에 넣으면 푸른 물이 울어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   □ 가시의 특징  . 실거리나무 : 가시가 날카로운 갈고리처럼 휘어있어 실이 잘 걸리는 나무란 의미 (일명 총각귀신나무)  . 음(엄,嚴)나무 : 가시모양이 엄하게 생겼다  . 호자(虎刺)나무 : 가시가 굵고 튼튼하여 호랑이 발톱 같다 . 매발톱나무 : 탁엽이 변하여 매발톱 같은 날카로운 가시가 3개씩 달린,  . 호랑가시나무 : 잎의 가장자리가 단단한 침으로 변하여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등긁기로 쓴다  . 찔레나무 : 가시에 잘 찔린다  . 용가시나무 : 가시가 용의 발톱 같다  . 조각자나무 : 줄기에 큰 가시가 발달  . 가시가 접두어로 붙은 나무 : 가시오갈피나무, 가시딸기   □ 열매 특징 1. 열매의 바깥 모양에서 유래된 이름  . 은행(銀杏)나무 : 먹는 열매로서는 살구모양인데 은빛이라는 뜻  . 모과나무 : 참외모양의 열매가 나무에 달린다 하여 목과(木瓜)나무가 변함  . 주엽나무 : 주염 열매가 달림  . 천선과(天仙果)나무 : 신선의 과일  . 복분자(覆盆子)딸기 : 먹기만 하면 요강이 뒤집어질 정도로 정력이 세어진다   2. 독특한 열매모양을 갖는 나무  . 까마귀베개 : 까마귀가 베기에 적당한 작은 베개 모양  . 장구밥나무 : 열매가 전통악기인 장구모양  . 나래회나무 : 4개로 갈라진 열매의 끝이 선풍기 날개처럼 휨  . 족제비싸리 : 열매가 모여 족제비 꼬리모양  . 산딸나무 : 산 속의 큰 나무에 딸기 모양의 열매  . 미선(美扇)나무 : 열매의 모양이 마치 부채를 펴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생겼다는 뜻  . 괴불나무 : 흔히 두 개씩 마주보기로 달리는 모양이 개불알을 닮았다  . 중대가리나무 : 열매가 둥글고 반질반질하여 스님의 머리를 닮았다고 직설적으로 표현  . 쥐똥나무 : 열매가 쥐똥 같다. 북한에서는 검정알나무라 함   . 아그배나무 : 열매가 작은 아기배 모양이라서 아기배나무가 변함  . 말발도리 : 열매가 말발굽 모양  . 멀구슬나무 : 동그란 핵과가 구슬모양인데 익으면 과육이 푸석푸석하여 멀건 구슬나무란 뜻   3. 열매의 용도에 따라 붙여진 이름  . 만병초(萬病草) : 모든 병에 다 효력이 있는 만병통치약이란 뜻 ,  . 염주(念珠)나무 : 단단하고 새까만 열매가 달려 염주를 만들 수 있다  . 쪽동백나무 : 열매에서 머릿기름을 짜내는 동백나무에 비하여 열매가 작다는 뜻  . 유동(油桐) : 마찬가지로 기름을 짜는 열매가 달리고 오동나무 비슷하다   □ 꽃 모양 1. 꽃이 피었을 때의 생김새에 따라 붙인 이름  . 이팝나무 : 꽃이 만개 할 때는 흰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마치 쌀밥을 고봉으로 담아 놓은 것 같은 모양 조선시대 이씨의 밥을 먹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밥나무가 변하여 이팝나무가 되었다.  . 조팝나무 : 잔잔한 흰 꽃이 조밥을 연상시키는 조밥나무에서 변함  . 야광(夜光)나무 : 새하얀 꽃핀 모양을 밤에 보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 능소화(凌宵花) : 밤을 능가할 정도로 꽃이 환하다는 뜻  . 박태기나무 : 한편 꽃모양이 밥을 틔겨둔 것 같다하여 밥틔기가 변함  . 튤립나무 : 튤립 꽃과 비슷한 꽃이 나무에 달린다  . 수국 :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둥근 꽃이 달린다는 뜻의 수구화(繡毬花)가 변함  . 수수꽃다리 : 수수꽃을 닮은 꽃이 핀다  . 참꽃나무겨우살이 : 참꽃나무 비슷한 꽃이 달리나 상록으로 겨울을 난다  . 목련(木蓮) : 연꽃모양의 꽃이 피는 나무란 뜻  . 함박꽃나무 : 함박꽃 모양의 꽃이 핀다  . 동백(冬柏) : 겨울에도 꽃이 피는 겨울나무란 뜻  . 유도화(柳桃花, 협죽도) : 나무모양은 버드나무 비슷하나 복사나무를 닮은 꽃이 핀다  . 팥꽃나무와 분꽃나무 : 꽃의 생김새에 따라 붙은 비슷한 유래의 이름  . 병꽃나무 : 꽃모양이 병과 같다  . 불두화(佛頭花) : 하얀 꽃이 스님의 머리 같다   2. 꽃의 색깔로 붙인 이름  . 옥매(玉梅), 홍매(紅梅), 황매화(黃梅花)   3. 기 타  . 무궁화(無窮花) : 오랫동안 계속하여 무진장하게 꽃이 핀다  . 무화과 : 꽃이 없는 과일이란 뜻인데 꽃이 필 때 꽃받침과 꽃자루가 긴 타원형 주머니처럼 비대해 지면서 수많은 작은 꽃들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꼭대기만 조금 열려있어서 꽃을 잘 볼 수 없으므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   □ 잎의 특징 1. 잎 모양의 특징에 따라 붙여진 이름  . 박쥐나무 : 박쥐가 날개를 폈을 때 모양과 같다  . 팔손이 : 잎이 갈라지는 모양이 손가락 8개 달린 손바닥 같음  . 칠엽수(七葉樹) : 7개로 잎이 갈라짐  . 오갈피나무 : 잎이 5개로 각 각 갈라지고 껍질을 약제로 쓴다는 뜻으로 오가피(五加皮)가 변함  . 가새뽕나무 : 가위로 잘라 놓은 것처럼 잎이 깊이 파짐  . 고추나무 : 고추 잎을 닮음  . 좀깨잎나무 : 작은 깻잎 모양  . 좀사방오리 : 사방오리보다 잎이 작고 잎맥수가 많다  . 우묵사스레피나무 : 잎 끝이 우묵하게 들어갔다  . 비자(榧子)나무 : 침엽이 좌우로 줄처럼 달린 모양이 한자의 아닐 비(非)자를 닮았다 2. 잎이 떨어지는 모양으로 본 이름  . 낙엽송(落葉松) : 속생하고 있는 잎이 1개씩 떨어진다  . 낙우송(落羽松) : 잎은 물론 작은 가지의 일부가 깃처럼 떨어진다 3. 잎의 크기로 본 이름  . 졸참나무 : 참나무 종류 중에는 잎이 가장 작다  . 태산목(泰山木) : 잎의 크기가 다른 나무보다 훨씬 크다 4. 싹.눈.순의 모양  . 마가목 : 싹이 나오는 모양이 말의 이빨처럼 튼튼하게 생겼다하여 마아목(馬牙木)이 변함  . 붓순나무 : 순이 나오는 모양이 붓처럼 생김  . 호랑버들 : 겨울눈의 모양이 호랑이 눈을 닮았다  . 빗죽이나무 : 겨울눈 모양이 삐죽하다   5. 기 타  . 붉나무 : 단풍이 특히 붉게 든다  . 자귀나무 : 밤에는 복엽으로 붙은 작은 잎이 서로 닫히는 모양이 잠자는데 귀신 같다   . 은단풍(銀丹楓) : 잎 뒷면이 은빛인 단풍나무라는 의미  . 사철나무 : 사철 푸르다  . 사시나무 : 잎자루가 길어 약간의 바람에도 잎이 벌벌 떤다 . 미역줄나무 : 덩굴의 뻗음이 튼튼하여 미역 고갱이처럼 생겼다   □ 수피의 형태 1. 수피의 색깔로 붙여진 이름  . 백송(白松) : 거의 흰 빛의 얼룩얼룩한 수피  . 가문비나무 : 검은빛 수피를 가진 흑피목(黑皮木)에서 검은 피나무로 되고 다시 변하여 됨  . 분비나무 : 회갈색의 흰수피인 분피(粉皮)나무가 변함  . 곰솔 : 검은 소나무라는 뜻의 흑송(黑松)이 검솔을 거쳐 곰솔이 됨  . 주목(朱木) : 붉은 수피로 대표됨  . 황벽(黃蘗)나무 : 내수피가 짙은 황색을 나타냄  . 은백양(銀白楊) : 은빛 백양나무라는 뜻  . 노각나무 : 수피가 사슴뿔처럼 보드랍고 황금빛을 가졌다고 녹각(鹿角)나무라고 하다가 발음이 쉽게 변함.  . 벽오동(碧梧桐) : 수피가 푸른색이라서 붙여진 이름, 한자로는 청동목(靑桐木)이며 북한에서는 청오동  . 버즘나무 : 피부병의 일종인 버짐이 핀 것처럼 수피가 생겼다 2. 수피의 모양새가 독특하여 붙여진 이름  . 화살나무 : 줄기에 화살 날개모양의 코르크질 날개가 달림  . 혹느릅나무 : 코르크가 굵은 혹처럼 발달  . 굴참나무 : 두꺼운 수피 때문에 세로로 깊은 골이 파진다하여 골참나무로 부르다가 변함   □ 나무의 쓰임새 1. 나무 자체의 쓰임새로 이름이 붙여진 것  . 대팻집나무 : 대팻집 만듬  . 참빗살나무 : 참빗의 살을 만듬   . 작살나무 : 고기잡이 도구로서 작살에 쓰임  . 윤노리나무 : 윷을 만들기에 적합  . 키버들과 고리버들 : 키나 고리괘짝을 만듬  . 조릿대 : 조리를 만드는데 사용 2. 나무껍질의 용도로 붙여진 이름  . 피(皮)나무 : 껍질을 벗겨 삿자리 등으로 이용  . 사위질빵 : 사위가 짐을 질 때 힘을 덜 수 있도록 연약한 줄기를 가진 이란 이름   3. 이정표로 쓰인 나무  . 오리나무와 시무나무 : 5리 및 10리마다 심었다   4. 칠에 쓰인 나무   . 옻나무 : 옻칠에 쓰임 ,  . 황칠나무 : 황금빛을 낼 수 있는 황칠(黃漆)에 쓰임   5. 기 타  . 떡갈나무 : 잎으로 떡을 갈아 싼다,  . 무환자(無患子)나무: 환자가 생기지 않는다.  . 말채나무 : 가지가 낭창낭창하여 말채찍으로 쓰였다.   ----------------------------------------   나무 이름의 유래 |         조경수를 키우든, 산에 나무를 심어서 가꾸든지, 아니면 분재의 소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나무의 이름을 알고 키워야하는데, 각각의 나무에는 이름이 붙여진 유래가 있기 마련이다. 나무 이름의 유래를 보게되면,  살고있는 지방에서 유래된 이름. 나무의 특성에서 유래된 이름. 사용하는 용도에서 유래된 이름. 무엇을 기념하기 위해서  붙여진 이름. 역사적으로 유래된 이름등 다양한 것을 볼수가 있다.   1 ; 살고있는 지방이나 장소에서 유래된 이름.      갯버들 ; 냇가에서 자라기 때문에 붙여짐      풍산가문비 ; 함경도 풍산지방에서 자라기 때문에 붙여짐.      만주곰솔 ; 만주지방에서 자생하며 만주에서 처음 발견되어 붙여짐.      히말라야시다 ; 히말라야 지방에서 자생하기 때문에 붙여짐.      금강송(강송) ;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금강산에서부터 경북 울진까지 자생. 2 ; 나무의 특징에서 유래된이름     수양버들 ; 가지가 아래로 늘어져 자라는 특성 때문에.     능수버들 ; 수양버들과 같이 가지가 아래로 늘어지는 특성 때문에.     팔손이나무 ; 잎이 8개로 갈라지는 특성 때문에.     적송(소나무) ; 수피의 색갈이 붉고, 겨울눈의 정아가 붉기 때문에.     백송 ; 나무의 줄기가 나이를 들면서 겉 부분의 수피가 벗겨져 백색을 나타내기 때문.     흑송(곰솔, 해송) ; 수피의 색갈이 검기 때문에.     은백양 ; 잎의 뒷면이 백색으로 은색이 나타나기 때문.     생강나무 ; 잎을 비비면 생강냄세가 나기 때문.     전나무(젓나무) ; 줄기에 상처가 나면 우유같이 하얀 수액이 나오기 때문.     고추나무 ; 잎의 형태가 고추잎의 모양과 같기 때문.     노린재나무 ; 줄기나 잎을 태우면 재가 노랗기 때문.     황벽나무 ; 나무줄기의 걷 껍질은 벗기면 목질부와 맞 닫는 부분이 노란색을 나타내기 때문.     자귀나무 ; 밤이면 수분증발을 막기위해 잎은 모은 모습이 귀신이 자는 모습처럼보여                  붙여졌으며,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은 합한목이다.     물푸레나무 ; 5~6월 광합성이 왕성할때 나무가지를 꺽어 깨끗한 물속에 넣으면 수액이                  흘러나와 물을 푸르게 한다하여 붙여진 이름.     호랑가시나무 ; 잎의 갈라짐이 호랑이의 발톱처럼 보여 붙여짐.     수국 ; 물을 많이 먹은 국화의 꽃을 닮아서 붙여짐, 또 물가에서 자란다고 하여 붙여짐.     불두화 ; 부처님의 머리와 같은 꽃이라하여 붙여짐.     중대가리나무 ; 제주도에서 자라는 관목으로 꽃의 모양이 스님의 머리모양을 닮았다 하여.     등(참등) ; 줄기가 하늘을 향해 타고 올라가기 때문.     정향나무 ; 향기가 짙은 꽃임을 강조.     수수꽃다리 ; 꽃의 형태가 수수이삭을 닮았다고하여 붙여짐.     조팝나무 ; 꽃이 조 이삭을 닮았다고하여 붙여짐.     이팝나무 ; 하얀 쌀밥을 일컷는 이밥이 이팝으로, 절기상 입하에 핀다고 하여 입하목,                 이파목으로 변함.     주목 ; 나무 줄기의 색갈이 붉어서 혹은 나무의 판재로 켰을 때 붉은 색을 나타내기 때문.     낙우송 ; 잎은 침옆이며 침엽이 나란히 달려 마치 새의 깃털처럼 보이고 가을이면 이               깃털모양의 잎은 낙엽이 지기 때문.     버즘나무 ; 수피가 얼룩얼룩 허여게 벗겨진 나무의 수피가 버즘이 핀 것같다고 하여 붙여짐.     사철나무 ; 사철 푸른 잎을 가졌다고 하여 붙여짐.     쥐똥나무 ; 가을에 읶은 열매가 쥐의 똥처럼 보인다하여 붙여짐.     향나무 ; 나무 심재부분의 향기 때문에 붙여짐.     칠엽수 ; 성숙된 잎의 수가 일곱개라 하여 붙여짐.     겨우살이 ; 겨울에도 겨우 살아간다고 하여 붙여짐(프랑스의 마로니에나무).     잎갈나무(이갈나무) ;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진다고 하여 붙여짐.     피나무 ; 나무의 껍질은 섬유로 이용하였으므로 피나무라고 부름.     화살나무 ; 진회색의 수피에 달려있는 날개가 마치 화살에 붙이는 날개의 모양과 같다고                 붙여진 이름.     인동 ; 겨울을 이겨낸다고 하여 붙여짐.     조릿대 ; 복조리를 만든다하여 조릿대.     키버들 ; 키를 만드는 재료로 이용이 된다하여 붙여짐.     팥배나무 ; 배꽃처럼 하얀꽃이 피는 배나무, 열매는 배처럼 크지가 않고  팥처럼 작아서                붙여진 이름.      오미자나무 ; 열매에서 다섯가지 맛을 낸다고 하여 붙여진이름 , 닷맛, 신맛, 매운맛,                    쓴맛, 짠맛을 의미함.     뽕나무 ; 이 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소화가 잘되어 방귀를 뽕뽕 잘 뀌게 된다하여 붙여짐.     닥나무 ; 가지를 꺽으면 딱하는 소리가 난다하여 닥나무.     벽오동 ; 줄기의 색갈이 푸른 특징 때문에 붙여짐.     오갈피나무 ; 잎이 다섯개로 갈라져 붙여짐.     국수나무 ; 나무 줄기를 잘라 수를 막대기로 밀어내면 국수발처럼 나오기 때문에 붙여짐. 3 ; 용도에서 온 이름     잣나무 ; 잣을 식용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붙여짐.     사탕단풍 ; 당도가 높은 수액을 식용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붙여짐.     코르크 참나무 ; 수피를 코르크로 사용하기 때문에 붙여짐. 4 ;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     만년콩 ; 임업연구원 나무할아버지로 알려진 김이만옹이 처음 제주도 돈네고에서 발견한것을               정태현 박사가 김이만옹의 만자를 넣어 만년콩이라 명명함.     Sargent  Cypress ; 측백나무의 일종으로 유럽이 원산지인 Cypress 를 처음 발견한               Sargent라는 식물학자를 기념하기 위해 산벗나무의 학명 Prunus sargentii를               명명한 식물학자 5 ; 타국에서 온 이름     사쿠라 ; 벚나무류를 일본에서 부르는 이름.     모미지단풍 ; 단풍을 일본어로 모미지라고 함.     플라터너스 ; 버즘나무. 6역사적 사실과 부합이 되는 이름(전설)     능소화 ; 하늘같은 양반을 업신여길 것을 염려해서 능가할 능, 혹은 업신여길 능, 하늘 소를              붙여 만든 이름.      돈나무 ; 본래 제주도에서는 돈나무를 두고 '똥낭' '똥나무'라고 부르는데, 꽃이 지고 난               가을 겨울에도 열매에 끈적끈적하고 들쩍한 점액질이 묻어, 여름이나 겨울에도 항상               곤충, 특히 파리가 많이 찾아와서 똥낭이라 부르게 되었고, 오래전에 일본인이 제주도에               와서 이 돈나무의 모습에 매료되어 똥낭의 똥자를 발음하지 못하고, 돈으로 발음하여               돈나무로 불리워짐.     사위질방 ; 사위사랑은 장모라고 사위를 아끼는 장모가 다른 사람보다 짐을 적게실어 지게질을               하게 하자, 함께 일하던 농부들이 반은 불평으로, 반은 부러움으로 약하디 약한 이 식물의               줄기로, 지게의 질방을 만들어줘도  끊어지지 않겠다며 놀렸다고 하는 말에서 유래됨.     오리나무 ; 이 나무를 처음 만나면 오리, 두번째 만나면 십리를 온 것으로 계산하였다는 전설,               적어도 오리마다 만날수 있을만큼 인가 가까이에 심어졌다는 것을 보여줌    
553    중국 "양주팔괴"의 한사람 - 정판교 댓글:  조회:4769  추천:0  2017-06-19
        ‘난득호도’의 유래   ‘난득호도경(難得糊塗經)’을 우리 말로 알기 쉽게 풀이하면 ‘바보경’이라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바보인척 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중국 청나라의 문인 정판교(鄭板橋)이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그가 산둥(山東)에서 고을지사로 있던 어느 날, 외출했다가 날이 어두워져  길가의 한 집에 머물게 되었다. 주인은 점잖고 인자한 얼굴의 노인이었는데 말투가 범상치 않았 다. 대화 중 노인은 방안에 있는 책상크기의 정교한 벼루를 가리키며 정판교에게 그 뒷면에 쓸 글 귀를 적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판교는 글을 적은 뒤 강희황제 때 ‘수재’에 합격하고 옹정황제 때 ‘거인’에 합격하고 건륭황제 때 ‘진사’가 되었다는 뜻의 ‘康熙秀才雍正擧人乾隆進士’가 적힌 인장을 찍었다. 인장을 찍은 후에도 공백이 많이 남아 노인도 붓을 들고 써내려 간 즉 “모양이 고운 돌을 얻기도 힘들지만 고운 모양이 나올 수 있는 막돌을 고르기는 더욱 어렵다. 고운 돌에서 막돌 로 되기는 더더욱 어렵다…”였다. 그리고 끝머리에 남긴 인장에는 정판교보다 훨씬 높은 등급의 ‘수재시험 일등, 거인시험 이등, 진사시험 삼등’을 뜻하는 ‘院試第一, 鄕試第二, 殿試第三’ 아홉 글 자가 적혀 있었다. 그제야 정판교는 어르신을 알아보지 못한 것을 황송하게 생각하며 놀랐다. 그는 관직에서 물러나 바보노인(糊塗老人)이라 자칭하며 조용히 여생을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노인에게서 많은 것을 느낀 정판교는 다시 붓을 들어 여백에 “총명하기는 어렵다. 멍청하기는 더욱 어렵다. 총명하면서 멍청한 척 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마음을 비우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면 모든 것이 쉬워진다.”고 덧붙였다 한다.  ‘난득호도’이란 말은 바로 이로부터 유래 된 것이다.     ‘난득호도’의 처세술     ‘난득호도’에는 힘든 인생살이와 대인관계를 무난히 이어갈 수 있는 지혜가 들어있다. 매사에 자기가 제일 똑똑한 척 타인의 흠집을 찾아내지 말고 조금은 서투르거나 어리석은 듯, 알면서도 모르는듯이 한 걸음 물러나 좀 더 부드럽고 너그러운 마음가짐으로 타인과  사물을 본다면 우리의 눈에 비치는 세상은, 그리고 사람들은 더욱 아름답고 따뜻하지 않을까?    어쩌면 자신의 색깔을 감추고 남에게 맞춰 살아가는 혐오스런 위장술 같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것 또한 제창할 바는 못 된다. 모든 사람은 타인에게 자신을 보일 때 자신의 잘난 점부터 보인다. 이렇게 남의 눈에 내가 잘나 보인다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 또 과연 백퍼센트 진실한 모습대로 보이려는 이가 몇이나 될까? 자신을 꾸미고, 미화하고, 잘난척하고, 똑똑한 척 하는 사람은 빛 좋은 개살구일 수도 있다. 이렇게 남의 반감을 자아내고 함께 어울리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을 낮추고 남의 장점을 보는 것, 그리고 사소한 작은 것에 전전긍긍하지 말고 둥글게둥글게 사는 것, 넓은 마음으로 타인과 세상을 용납하는 것, 이것이 250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희망하는 바람직한 처세술이 아닐까?/ 상해경제                정판교(鄭板橋, 1693~1765)는 이름이 정섭(鄭燮)이고 자가 극유(克柔)이며 판교는 호이다. 청나라의 뛰어난 문학가이자 서화가로 시(詩)·서(書)·화(畵)에서 모두 놀라운 재능을 보였으며 양주팔괴(楊州八怪: 청나라 중기의 신흥 상업도시 양주에서 활약한 8명의 화가를 지칭하는 말. 전통적인 화법이나 기교에 구애되지 않고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표현으로 꽃, 식물과 인물화를 즐겨 다룬 것으로 유명함)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특히 난초와 대나무에 능했다. 지방관리로 있을 때 기근에서 백성을 구하려다 상관과 충돌한 뒤 면직당해 병을 핑계로 고향에 돌아와 여생을 마쳤다.       //       출처 :각현서당@재미있는한자@  정판교(郑板桥)의 자는 극유, 호는 판교이다. 고향은 강소성 흥화이다. 정판교는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나 3살 때부터 부친한테서 글을 배웠다. 그는 6살에는 "사서오경"을 숙달할 정도로 총명했다. 20살에 정판교는 육종원을 스승으로 모시고 서예를 배웠다. 그 후부터 정판교는 시, 그림, 서예 창작에서 두각을 나타나게 되였다. 1736년 정판교는 진사가 되여 경성(京城,지금의 베이징)에 머무는 기간 시인묵객들과 널리 사귀면서 시야를 넓혔다. 1741년 그는 산동 범현의 7품 현령(县令)으로 발령받았다. 현령으로 있는 기간 장판교는 늘 백성들의 생활상황을 돌아보면서 실제 문제를 해결해 주어 청렴한 관리로 백성들의 애대를 받았다. 건륭 31년 (1766년) 정판교는 유현 현령으로 발령받았다가 부호들의 모함으로 파직 당한다. 고향으로 돌아온 정판교는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면서 여생을 보냈다. 시, 서예, 그림 창작에서 뛰어난 재질을 보인 정판교는 특색 있는 문인으로서 금농, 황신 등과 더불어 "양주팔괴(扬州八怪)"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행해에 전예의 구조를 그대로 도입하여 독자적 서풍을 확립하였으며 그림 창작에 있어서 묵죽화에 뛰어났다. 그의 시풍은 남송의 육유(陆游)에 가까웠다. 저서로 "판교전집"이 있다. 그의 작품 중 "난득호도경"이 있는데 후세에 와서 이 저서는 정판교의 처세철학을 집대성한 것으로 유명해졌다."호도(糊涂)"란 "바보"라는 뜻으로도 통하니 "난득호도(难得糊涂)"는 바보인 척하기도 어렵다는 말이다. 이 말은 혼란한 세상에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 보이면 화를 당할 것이기에 자신의 재주를 될수록 감추고 그저 바보인 척 인생을 살아가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정판교의 처세철학을 보여준 이 저서에는 지혜로우나 어수룩한 척하고 기교가 뛰어나나 서툰 척하고 강하나 부드러운 척하고 곧으나 휘어진 척해야 하며 이밖에도 사소한 잘못을 따지지 말고 다 함께 화목하고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사람을 부드럽게 대하는 인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새겨들을 만한 인생살이 지혜가 고전의 사례와 더불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정판교는 7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는 중국 문학사와 미술사에 빛나는 한 페이지를 수록했다. ===================                     竹詩(죽시)  ​ ​                                   鄭板橋 (정판교) ​ 咬定靑山不放松 (교정청산불방송)  主根原在破巖中 (주근원재파암중)  千磨萬擊還堅勁 (천마만격환견경)  任爾東西南北風 (임니동서남북풍) 新竹高於舊竹枝 (신죽고어구죽지)  全憑老幹爲扶持 (전빙노간위부지)  明年再有新生者 (명년재유신생자)  十丈帝孫繞鳳池 (십장제손요봉지)  ​ ​ ​ ​대나무 시 ​ ​                             鄭板橋 (정판교) ​ 푸른 산 꽉 물어 헐렁함이 없고 곧게 뻗은 뿌리는 바위 깨고 들어갔네 수없이 비비고 부딪치며 단단해졌으니 동서남북 모든 바람 네게 맡기리 새로 난 대나무 옛 가지보다 높지만 모두가 오래된 줄기에 떠받쳐 있네 내년에도 또 다시 새 가지 나올 테니​ 하늘이 낸 자손들 연못 둘러싸겠네 ​ ​ ​ ​ @ 鄭板橋 (정판교 1693~1765) 중국 청나라 서화가. 자는 극유(克柔), 호는 판교(板橋). 장쑤성[江蘇省(강소성)] 싱화[興化(흥화)] 출신. 1736년 진사가 되었다. 한림에 들어가 뒤에 산둥성[山東省(산동성)]의 판현[范縣(범현)]·웨이현지사가 되어 명성이 높았다. 시와 술을 즐겼으며, 때문에 병을 핑계로 관직을 사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는 출사하지 않았다. 시·서·화의 3가지 모두 뛰어났으며, 건륭기(乾隆期)의 특색있는 문인으로서 금농(金農)·황신(黃愼) 등과 더불어 <양주팔괴(揚州八怪)>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서예는 고주광초에 뛰어났으며, 행해(行楷)에 전예(篆隸)의 구조를 그대로 도입하여 독자적 서풍을 확립하였다. 또한 묵죽화(墨竹畵)에 뛰어났고 시풍은 남종의 육유(陸游)에 가까웠다. 저서로 《판교전집》이 있다. ​ ​   난죽도(蘭竹圖 / 청대(淸代) 판교(板橋) 정섭(鄭燮) ==========================================   양주팔괴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양주팔괴(揚州八怪)는 금농(金農)을 필두로 나빙(羅聘), 정섭(鄭燮), 이선(李鱓),  왕사신(汪士慎), 이방응(李方膺), 고봉한(高鳳翰), 황신(黄慎), 민정(閔貞) 외에  고상(高翔), 거기에 화암(華嚴)을 더하여 함께 이르는 말이다. 대부분은 양주(揚州) 이외의 출신(出身)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와 경제적인 원조를 구해 양주에 정착한 사람들이다. 명대 중기(明代中期) 이후 현저해진 문인화가의 직업화(職業化)의 좋은 본보기이다. ===============================================   요약 중국 청나라 건륭연간(1735~96)에 장쑤 성[江蘇省] 양저우[揚州]에서 활동했던 8명의 화가들을 일컫는 말.   즉 정섭·금농·황신·고상·이방응(李方膺)·이선(李鱓)·나빙·왕사신 등을 가리킨다. 화암을 비롯한 몇몇 다른 화가들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들을 한 화파로 지칭하게 된 것은 회화양식 때문이라기보다 활동지역이 같은 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그림은 양식에 있어서도 유사성을 보이고 있는데, 대개 간단한 스케치라고 할 만한 것이 많고, 보다 덜 웅장한 자연의 모습을 표현한 소품들이 많으며, 양식상의 창조적인 독립성도 느낄 수 있다. 양주8괴에서 '괴'의 의미는 당시 유행하던 의고주의적 예술 조류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길을 개척한 것이 괴이하다는 의미이다. ===========================       정섭은 판교체를 六分半書, 隸書八分라고하는데 일반 사람들은 마치 길바닥에 깨진 돌을 던져 놓은 것 같다고 하여  亂石鋪街体라고 부른다고 한다. 한나라때, 당나라때 그리고 금석문까지 보고 만들어진 그림같은 글씨가 판교체라고 한다. ==========================     팔괴는 청나라 건륭 시기 양주에서 활약했던 여덟 명의 대표적인 화가를 이르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왕사신. 황신. 금농. 고상. 이선. ​이방응. 나빙. 이옥분을 가리킨다.   이들 모두 시에도 능해 서예나 전각으로도 유명하며  시, 서, 화의 결합을 추구하였다 ​ 후에 오월지역에서 생겨난 화파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552    민들레야, 나와 놀자... 댓글:  조회:2480  추천:0  2017-06-19
민들레 시 모음                  민들레 - 도종환​ 날이 가물수록 민들레는 뿌리를 깊이 내린다 때가 되면 햇살 가득 넘치고 빗물 넉넉해 꽃 피고 열매맺는 일 순탄하기만 한 삶도 많지만 사는 일 누구에게나 그리 만만치 않아 어느 해엔 늦도록 추위가 물러가지 않거나 가뭄이 깊어 튼실한 꽃은커녕 몸을 지키기 어려운 때도 있다 눈치 빠른 이들은 들판을 떠나고 남아 있는 것들도 삶의 반경 절반으로 줄이며 떨어져나가는 제 살과 이파리들 어쩌지 못하고 바라보아야 할 때도 있다 겉보기엔 많이 빈약해지고 초췌하여 지쳐 있는 듯하지만 그럴수록 민들레는 뿌리를 깊이 내린다 남들은 제 꽃이 어떤 모양 어떤 빛깔로 비칠까 걱정할 때 곁뿌리 다 데리고 원뿌리를 곧게 곧게 아래로 내린다 꽃 피기 어려운 때일수록 두 배 세 배 깊어져간다 더욱 말없이 더욱 진지하게 낮은 곳을 찾아서   민들레  - 류시화​ 민들레 풀씨처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슬픔은 왜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보면 슬프지 않은 것일까 민들레 풀씨처럼 얼마만큼의 거리를 갖고 그렇게 세상 위를 떠다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민들레 홀씨 되어 박미경 달빛 부서지는 강둑에 홀로 앉아 있네 소리 없이 흐르는 저 강물을 바라보며 가슴을 에이며 밀려오는 그리움 그리움 우리는 들길에 홀로 핀 이름모를 꽃을 보면서 외로운 맘을 나누며 손에 손을 잡고 걸었지 산등성이의 해 질녘은 너무나 아름다웠었지 그 님의 두 눈속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지 어느새 내 마음 민들레 홀씨되어 강바람 타고 훨 훨 네 곁으로 간다   민들레 조 현경 지나는 사람마다 이리 저리 밟고 그 모진 발길 질 참고 참으며 너하나 키우려고 터잡으니 갓길에 고생끝에 피운 하이얀 꽃 어이 아름답지 않으리 이 시련의 세월이 애지중지 키운 봄바람속 홀씨들 훨훨 창공을 날아가려므나 너희들 자유찾아 행복을 찾아 굿세게 자리 잡고 살아 가거라 내 곁을 떠나가네 사랑하는 나의 홀씨들 바람따라 그리우면 하늘을 보리 창공을 날아 갔던 그 푸른 하늘을   민들레 겨우내 어두운 땅 속에 누워있다 얼굴 내밀어 봄 소식을 알려요. 기쁜 마음으로 전하고 싶은 소식 봄은 따스한 금빛 햇살로 오고 떠났던 것 돌아 와 세상 밝아져요.  햇살이 꽃 잎에 내려와 앉아 얼어붙은 땅과 가슴을 녹여요. 고만한 키와 얼굴의 친구들 보며 웃고 봄이 왔음을 온 들에 알리고 난 후 작은 꽃으로 할 일 다 했다는 듯 어렵게 찾은 자리 미련 없이 떠나지요.  멋적은 이별의 말도 없이, 씨앗을 품고 바람에 날려 가며 어느 외로운 가슴에 뿌리내려 웃을지  잘 꾸며진 화단이 아니면 어떤 가요? 버려진 땅, 어둡고 그늘진 구석이라도  민들레 가면 햇볕 따라가 어느 땅이고 민들레 웃으면 환하게 밝아지지요.     +== 민들레 == 민들레는 왜  보도블록 틈 사이에 끼여  피어날 때가 많을까  나는 왜  아파트 뒷길  보도블록에 쭈그리고 앉아  우는 날이 많을까 (정호승·시인, 1950-) +== 민들레 ==  우리 집 앞 시멘트 틈 사이 민들레 한 포기. 쇳덩어리도 아니고 돌덩어리도 아닌데 승용차가 지나가도 죽지 않고 짐차가 지나가도  죽지 않고. (서정홍·농부 시인, 1958-) +== 민들레 꽃씨들은 어디로 ==    그날  당신이 높은 산을  오르던 도중  후, 하고 바람에 날려보낸  민들레 꽃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하릴없이 무너지는 내 마음이 파, 하고 바람에 날려보낸 그 많은  민들레 꽃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곽재구·시인, 1954-) +== 너 닮은 꽃 민들레 == 돌 틈에 피어 있는 너 닮은 꽃 민들레 시멘트 담 사이로 고개 내민 훤하고 착한 얼굴 작지만 약하지 않은 네 웃는 모습 보며 나는 네 노란 웃음 보며 나는 네게 가 안기고 싶다. 힘들어도 표 내지 않는,  밟혀도 꺾이지 않는, 네 얼굴 보며 나는 한 아름 하늘을 안고 싶다 (김재진·시인, 1955-) +== 민들레 ==  이 봄 무슨 죄가 방마다 차고 넘치길래 감금할 방도 없나  구치소 처마 밑  노오란 빈혈이 동전처럼 번지는 얼굴들  삼삼오오 머리 맞대고 앉아서 돌려피우는 담배 한 대 담배 꼬나물고 있던 그 자리에 빛바랜 수의 고스란히 벗어두고 낙하산부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구치소 담벼락을 훌쩍 뛰어 넘고 있다 무슨 죄가 저리 가벼울까 (김나영·시인, 경북 영천 출생)  +== 민들레처럼 == 민들레꽃처럼 살아야 한다.  내 가슴에 새긴 불타는 투혼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대도  민들레처럼  모질고 모진 이 생존의 땅에  내가 가야할 저 투쟁의 길에  온몸 부딪히며 살아야 한다.  민들레처럼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아­아 민들레  뜨거운 가슴 수천 수백의  꽃씨가 되어  아­아 해방의 봄을 부른다  민들레의 투혼으로 (박노해·시인, 1958-) +== 민들레 ==  이제 몇 장 남지 않은 내 인생의 백지 위에  어느 사형수의 마지막 진술 같은  착한 시 몇 줄 쓰고 싶네  흙먼지 풀풀 나는 길섶에  가난하게 자리 비비고  기침 콜록이며 한세월 살았어도  밟히고 밟힌 꽃대궁 힘겹게 일으켜 세워선  어느 날 아침 노랗디노란 꽃 한 송이 피워  그 누가 보든 말든  민들레라 이름지어놓고 홀씨나 되어  바람 좋은 날 있으면 그냥 서운할 것도 없이  이 세상 홀홀이 떠나면 그만이듯  버리고 버린 나날 끝에  그런 시 몇 줄 쓰고 싶네 (이인해·시인, 1945-) +== 별과 민들레 ==  파란 하늘 그 깊은 곳 바다 속 고 작은 돌처럼 밤이 올 때까지 잠겨 있는 낮별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꽃이 지고 시들어 버린 민들레는 돌 틈새에 잠자코 봄이 올 때까지 숨어 있다 튼튼한 그 뿌리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가네코 미스즈·27살에 요절한 일본 여류 동요시인) +== 민들레의 노래 ==  나의 자리가 아무리 낮다고 해도 하늘 아래 땅 위인 것이다.  세상에서  제아무리 높은 산도  지상에서   우뚝 키가 큰 꽃도  까마득히 하늘 아래 있듯이 나 또한  그렇게 있는 것이다. (정연복·시인, 1957-)       +== 민들레 ==  은밀히 감겨진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로 풀어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차라리 입을 다문 노란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 길이 없어 하얗게 머리 풀고 솜털 날리면 춤추는 나비들도 길 비켜 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바람한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각하다 혼자서 별을 헤다 땅에서 하늘에서 다시 피는 민들레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민들레 홀씨 ==  홀씨 몇 개 구름으로 떠간다  어딘지 모르지만 그 막막함을 이기고  하 깊은 세상을 향해  훌훌 떠나간다  홀로 선다는 건 외롭고도 두려운 일  그 굴레를 벗어 던지고 지금 가는 저 길을  홀씨의 무한도전이라 말하면 안 되나  으라차차  바람의 화랭이가 되어  가벼웁게 날아가는 처녀비행  그 거리낌없는 솟구침,  그러나 홀씨에게도  절묘한 타이밍이 있다  제 몸 우주로 뽑아 올릴 최적의 바람이 불 때까지  끈덕지게 기다리는 인내가 있다  홀씨 깊숙이 따라가 보면  오늘을 있게 한 민들레의 아픔이 있다 (신종범·시인, 1960-) +== 하얀 민들레 ==   이제는 짐을 줄여야 할 나이  날아갈 듯 가벼워야 하리라  버릴 것 찾아 창고를 뒤지다 마주친  전기밥솥, 점잖게 앉아 있다  보름달처럼 둥실한 몸통에 앉은키도 의젓한 십인 용 그만은 해야 두 애들 도시락에 남은 식구 점심이 되었지  오로지 취사와 보온에만 속을 달구던 것이  쥐 빛 머리 위로 먼지가 보얗다  저녁에 쌀 씻어 앉혀 놓고  새벽에 단추만 살짝 눌러 주면  밥물 넘을 걱정 없이 단잠 한숨 더 재워 주고  추운 겨울 따시게 밥 품어 주던  저것이 언제 창고로 밀려났더라?  쌀도 웬만한 열로는 응어리가 안 풀려  압력으로 암팡지게 열을 올려야  찰진 밥이 되는 세상에서  찰기 없는 밥 품고만 있던 어느 날  날벼락 맞듯 창고로 밀려났으리라  오늘도 청암 양로원 담장 밑엔  나란히 나부끼는 하얀 민들레들 (조미자·시인) +== 민들레 압정 == 아침에 길을 나서다 걸음을 멈췄습니다 민들레가 자진自盡해 있었습니다 지난봄부터 눈인사를 주고받던 것이었는데 오늘 아침, 꽃대 끝이 허전했습니다  꽃을 날려보낸 꽃대가, 깃발 없는 깃대처럼 허전해 보이지 않는 까닭은 아직도 초록으로 남아 있는 잎사귀와 땅을 움켜쥐고 있는 뿌리 때문일 것입니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다 멈춘 민들레 잎사귀들은 기진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낸 자세입니다 첫아이를 순산한 젊은 어미의 자세가 저렇지 않을는지요  지난봄부터 민들레가 집중한 것은 오직 가벼움이었습니다 꽃대 위에 노란 꽃을 힘껏 밀어 올린 다음, 여름 내내 꽃 안에 있는 물기를 없애왔습니다 물기가 남아 있는 한 홀씨는 바람에게 들켜 바람의 갈피에 올라탈 수가 없습니다 바람에 불려가는 홀씨는 물기의 끝, 무게의 끝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잘 말라 있는 이별, 그리하여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결별, 민들레와 민들레꽃은 저렇게 헤어집니다  이별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오지 않습니다 만나는 순간, 이별도 함께 시작됩니다 민들레는 꽃대를 밀어 올리며 지극한 헤어짐을 준비합니다  홀씨들을 다 날려보낸 민들레가 압정처럼 땅에 박혀 있습니다 (이문재·시인, 1959-) +== 민들레와 제비꽃 == 보도블록  틈새를 뚫고 세상에 얼굴을 내민 작고 낮은 꽃 진노랑 민들레와 연보라 제비꽃 오순도순  다정한 동거 속에 더없이 밝고 행복하게 웃고 있네. 너도 작고 나도 작지만 너도 낮고 나도 낮지만 나란히 함께 있어  참 좋다고.   (정연복·시인, 1957-) + 서울 민들레   보도블럭 틈새에  노랗게, 목숨 걸었다  코흘리개 아이들 등교길 따라가다  봄 햇살 등에 업고 장난치며  놀다가, 길을 놓쳤다  꿀꺽-- 서산으로 넘어가는  봄. (김옥진·시인, 1962)   + 꽃의 자존심 뭉쳐놓은 듯 버려놓은 듯 땅에 바짝 엎드려 꽃자루 없이 앉은 앉은뱅이 꽃 피우는 노랑 민들레 흔해서 보이지 않고 흔해서 짓밟히는 꽃이 제 씨앗 은빛으로 둥글게 빚는 바로 그 순간 하늘로 꽃대 단숨에 쑥쑥 밀어 올리는 꽃의 마지막 자존심이 있다 (정일근·시인, 1958-) + 민들레 민들레꽃 진 자리 환한 행성 하나가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가벼운 홀씨들이 햇빛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정거장도 아닌 곳에 머물러 있는 행성 하나 마음의 끝에는 돌아오지 않을 행성 하나 있어 뿔뿔이 흩어질 홀씨들의 여려터진 마음이 있어 민들레는 높이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윤학·시인, 1965-) + 민들레 풀씨로 흩날려  산천을 떠돌다  못 다한 넋이 되어  길가에 내려앉다  곧은 심지를 땅 속에 드리우고  초록이 어두워 대낮에도 노랗게 불 밝히며  겸손되이 자세 낮춘  앉은뱅이 꽃이여!  불면 퍼지는 하이얀 씨등  바람결에 흩날려도  머무는 곳 가리지 않는  떠도는 넋이여,  끝없는 여정이여!  뜯겨도, 짓밟혀도  하얀 피로 항거하며  문드러진 몸을 털고  다시금 고개 드는 끈질긴 생명  (손정호·시인) + 신기한 노랑 민들레 하나     3월 14일 따뜻한 오후 2004년 신기하다  노랑 민들레 하나 잎은 바짝 땅에 붙고 꽃대도 없는 노랑 민들레 하나 자갈 깔린 마당 돌 사이에 피어난 노랑 민들레 하나 놀랍다는 느낌이 가슴에서 배로 스쳐 간다 정말 처음이야 저 노랑 민들레는 정말 신기해 (김항식·시인, 1925년 만주 흑룡강성 출생) + 민들레꽃 연가     한적한 논둑 길 이름 없는 들풀 속에 자라나서 어느 봄날  노란 꽃잎 곱게 펼쳐 미소를 보낼 때 그때도 당신이 모른 척하시면 그리움으로 맺힌 씨앗 하나하나에 은빛 날개를 달아서 그대 창에 날려보내노니 어느 것은 바람에 방향을 잃고 어느 것은 봄비에 쓸려가기도 하겠지만 간절한 그리움의 씨앗 하나 그대 창에 닿거든 무심히 버려둬서  척박한 돌 틈에 자라게 하지 말고 그대 품 같은 따스한 햇살 잘 드는 뜨락에 심어서 이듬해 봄 화사하게 피어나면 내 행복의 미소인냥 아소서  (이임영·시인) + 나는 민들레를 좋아합니다  꽃집에는 민들레꽃이 없습니다. 그것은 팔 수 있는 꽃이  아닌가 봅니다. 마치 우리가 사랑과 다정함 우정과 소중한 사람을 살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야생으로 자라나 한적하게 꽃을 피우고 마침내 자신을 향해 허리를 굽힐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나는 당신에게 민들레꽃 하나를 꺾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꽃이 몹시 원망스런 눈빛으로  나를 보았습니다. 나는 무언가 다른 것이 없는지 두리번거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안드레아 슈바르트·독일) + 앉은뱅이 부처꽃  천지 사방에다 무허가 판잣집을 지은 그는  이름 없는 목수였다  갈 봄 여름 없이  연장통을 옆에 끼고  삼천대천세계를 정처 없이 떠돌았다  깎아지른 벼랑 위에 암자를 지었고  지붕 위로 날려온 흙 위에도 초가를 지었다  눕는 곳이 집이었고  멈추는 곳이 절이었다  몇 달 전부터 요사채 말석에  가부좌를 틀고 웅크리고 앉아  문득 한 소식을 얻었는지  노오란 안테나를 하늘로 띄우며  꽃씨 몇 개 날리며 천리 길을 떠나는 그는  제 앞으로 등기한 집 한 채 없이도  바닥에서 자유롭게 살았다  오늘은 민들레꽃이 세운 집 한 채를 보았다.  (고영섭·시인, 1963-) + 작은 잎사귀들이 세상을 펼치고 있다 시멘트 블록과 블록 사이 가느다란 틈 사이 돋아있는 민들레 잎사귀들이 작은 실톱 같다 이제 막 시멘트 블록을 힘들게 톱질하고 나온 듯하다  무엇이 저렇듯 비좁은 공간을 굳이 떠밀고 나오게 했을까 저 여리고 푸른 톱날들을 하나도 부러뜨리지 않고  시멘트 블록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있다 이제 꽃대를 올리면 금빛 꿈의 꽃망울이 허공에 반짝 피어나겠지 시멘트 불록과 불록 사이 가느다란 틈 사이 작은 민들레 한 포기 푸르게 펼쳐놓은 세상을 본다 저 푸른 세상 속 그 무엇이 이렇듯 나를 잡아끌고 있는 것일까  아니 나는 짐짓 끌려가 또 한 세상 깜빡 빠져드는 것일까 시멘트 블록과 블록 사이 가느다란 틈 사이 실톱 같은 작은 잎사귀들이 푸르게 세상을 펼치고 있다  (이나명·시인, 강원도 원주 출생) + 민들레 압정  아침에 길을 나서다 걸음을 멈췄습니다 민들레가 자진自盡해 있었습니다  지난봄부터 눈인사를 주고받던 것이었는데 오늘 아침, 꽃대 끝이 허전했습니다 꽃을 날려보낸 꽃대가, 깃발 없는 깃대처럼 허전해 보이지 않는 까닭은 아직도 초록으로 남아 있는 잎사귀와 땅을 움켜쥐고 있는 뿌리 때문일 것입니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다 멈춘 민들레 잎사귀들은 기진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낸 자세입니다  첫아이를 순산한 젊은 어미의 자세가 저렇지 않을는지요 지난봄부터 민들레가 집중한 것은 오직 가벼움이었습니다 꽃대 위에 노란 꽃을 힘껏 밀어 올린 다음, 여름 내내 꽃 안에 있는 물기를 없애왔습니다 물기가 남아 있는 한 홀씨는 바람에게 들켜 바람의 갈피에 올라탈 수가 없습니다 바람에  불려가는 홀씨는 물기의 끝, 무게의 끝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잘 말라 있는 이별, 그리하여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결별, 민들레와 민들레꽃은 저렇게 헤어집니다 이별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오지 않습니다 만나는 순간, 이별도 함께  시작됩니다 민들레는 꽃대를 밀어 올리며 지극한 헤어짐을 준비합니다 홀씨들을 다 날려보낸 민들레가 압정처럼 땅에 박혀 있습니다 (이문재·시인, 1959-) + 민들레, 너는  돌부리 널브러진 땅  온 힘 다해 내린 뿌리,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서로를 껴안으며  겹겹이 돋아  노랑 꽃대를  밀어 올렸다.  민들레, 너는  금메달에 빛나는  역도 선수다.  (장화숙·아동문학가, 1960-)  + 아기 손바닥  아까부터  담을 넘으려는  민들레 홀씨 하나  어른들 모두  그냥 가는데  엉덩이  살짝 들어  넘겨 주고 가는  아기 손바닥  (안영선·아동문학가)  + 민들레꽃  노란 신발 신고  나에게  가만가만 다가와서  봄햇살 쬐고 있는  쬐고만 여자 아이.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낙하산  까만 몸  머리엔 하얀 솜깃 꽂고  나는야 한 알 민들레 꽃씨.  동네 아가들  호, 입김에  하늘에 둥실  예쁜이, 그 고운 입으로  붙여준 이름  한길가  먼지 속에 누웠어도  지금, 나는  아흔 셋  알알이 흩어진  내 형제들 생각  꽃구름 보며  별을 헤며  돌아올 봄 기다려  노란 꽃잎  노란 나비떼 꿈꾸는  나는야  낙하산을 타고 온  한 알, 민들레 꽃씨.  (윤두혁·아동문학가)  + 민들레  누가 불렀니  가난한 시인의  좁은 마당에  저절로 피어난  노오란 민들레  해질녘  골목길에 울고 섰던  조그만 애기  두 눈에  눈물 아직 매달은 채로  앞니도 한 개 빠진 채로  대문을 열고 들어섰구나  만 가지 꽃이 피는  꽃밭을 두고  가난한 시인의  좁은 마당에  환하게 불을 켠  노오란 민들레.  (허영자·시인, 1938-)  + 민들레꽃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 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조지훈·시인, 1920-1968)  + 민들레  가장 높은 곳에 보푸라기 깃을 단다  오직 사랑은  내 몸을 비워 그대에게 날아가는 일  외로운 정수리에 날개를 단다  먼지도  솜털도 아니게  그것이 아니면 흩어져버리려고  그것이 아니면 부서져버리려고  누군가 나를 참수한다 해도  모가지를 가져가지는 못할 것이다  (신용목·시인, 1974-)  + 민들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은 꽃송이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둘러앉아  둥글고 낮은 한 생애를 피워낸다  노랗게 화장한 얼굴들 뒤로  젖은 거울 한 개씩을 숨기고  원무를 추는 시간의 舞姬들  깊은 바람을 품고 사는 꽃들일수록  낮은 땅에 엎드려 고요하다  한 계절의 막이 내리고  텅 빈 무대 위에서 화장을 지울 때면  삶이란 늙은 여배우처럼 쓸쓸한 것  무거운 욕망들을 게워낸 무희들은  하얀 솜털 날개 속에  부드러운 씨앗들을 품고  허공으로 가볍게 솟아오른다  허공 속에서 바람과 몸을 섞고  바람의 아기들을 낳는다  오, 깃털처럼 가벼운  죽음에 매달려  다시 지상으로 탯줄을 묻는  삶, 무거운 꽃  (이경임·시인, 1963-)  + 민들레  민들레꽃 진 자리  환한 행성 하나가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가벼운 홀씨들이  햇빛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정거장도  아닌 곳에  머물러 있는 행성 하나  마음의 끝에는  돌아오지 않을  행성 하나 있어  뿔뿔이 흩어질  홀씨들의  여려터진 마음이 있어  민들레는 높이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윤학·시인, 1965-)  + 민들레  영문도 모르는 눈망울들이  에미 애비도 모르는 고아들이  담벼락 밑에 쪼르르 앉아있다  애가 애를 배기 좋은 봄날  햇빛 한줌씩 먹은 계집아이들이  입덧을 하고 있다  한순간에 백발이 되어버릴  철없는 엄마들이  (정병근·시인)  + 민들레  특별하지 않아도 빛나지 않아도  조금도 쓸쓸하지 않고 봄비 뿌리면 그 비를 마시고  바람 불면 맨살 부대끼며  새 눈과 흙무더기 들풀과 어우러져 모두 다 봄의 주체로  서로를 빛나게 하는  민들레의 소박함으로 살아야겠습니다.  그래요. 논두렁이건 무너진 뚝방이건  폐유에 절은 공장 화단 모퉁이  쇠창살 너무 후미진 마당까지  그 어느 험난한 생존의 땅 위에서건  끈질긴 생명력으로 당당하게 피어나는  민들레 뜨거운 가슴으로 살아야겠습니다.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우리는  보호막 하나 없어도 좋습니다.  말하는 것 깨지는 것도 피하지 않습니다.  마땅히 피어나야 할 곳에 거침없이 피어나  온몸으로 부딪치며 봄을 부르는  현장의 민들레  그 치열함으로 살아야겠습니다.  자신에게 단 한번 주어진 시절  자신이 아니면 꽃피울 수 없는 거친 그 자리에  정직하게 피어나 성심껏 피어나  기꺼이 밟히고 으깨지고 또 일어서며  피를 말리고 살을 말려 봄을 진군하다가  마침내 바람찬 허공 중에 수천 수백의 꽃씨로  장렬하게 산화하는 아 - 민들레 민들레  그 민들레의 투혼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작자 미상)     
551    시작은 시에 생명이 없는것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댓글:  조회:2301  추천:0  2017-06-19
비유는 어떻게 만들것인가  1. 비유의 원리  ① 문학의 표현기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유)이다.  비유를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유추)이다.  ②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명확하게 틀린 두 개의 사물사이에서 동질성을 찾아내는 능력)이 바로 시인의 특징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러한 능력을 (유추)능력이라 한다.  ③ 베이컨: 상상력이란 자연이 결합 시켜 놓은 것을 분리하고 자연이 분리해 놓은 것을 결합시키는 인간의 힘이다.  -우수한 비유는 유추적 대상의 발견에 기인하고 그 발견행위를 유발 시키는 것은 시인의 (상상력)이다.  ④ 일반적인 언어의 발달과정  -흉내내기를 위주로 하는 묘사의 단계  -유추적 단계 : 시적 표현의 근본원리 -유추작용에 의한 비유의 창조  -상징적 단계 : 시적 표현의 근본원리 -유추작용에 의한 비유의 창조  2. 비유의 종류  ① 직유(명유): 장식적 효과 형식  ② 은유(암유): 조명적 효과 : 숨겨진 비유  : 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전이의 개념으로 파악한 이래 가장 중요한 문학적 요 소로 수용 형식  ③ 의유: 의인,의성,의태법을 총괄적으로 가리키는 말  -의인법: 은유의 변형된 형태로 대상과 인간을 융합시킨 것  : 원시적인 상상력  :인간의 주관이 대상의 존재론적 관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감정 이입의 방법을 쓴 다.  -활유법: 생명이 없는 것이 생명을 부여한다.  ④ 제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인 경우, 방망이(무기의 전부), 빵(식량의 전부), 벽안(서양인)  ⑤ 환유: 제유처럼 유의와 본의가 부분과 전체의 관계로 밀접하게 연결되지 않고 조금 동 떨어지게 맺어지거나 유의가 본의를 환기시킬수 있는 경우  :엽전, 고무신(한국인), 만해(한용운의 시), 바가지(헌병)  3. 비유 사용의 방법  ① 직유로만 이루어진 경우  -관념적 주제를 시로 형상화 시키는데 자주 쓰인다.  -일상적 어법을 꾸미는 장식적 기능 외에 이러한 어법을 낯설게하는 창조적 기능을 소유한다.  -일상어를 지배하는 직유가 두 사물의 (표면적 유사성)에 토대를 두고 있다면 시적 직유 는 두사물의 (이면적 유사성)에 토대를 두고 있다.  -가장 소박하고 원초적인 시적 수사의 형태를 갖고 있다.  -마광수(사랑) : 우리는 사랑했다 꽃과 같이.....  -이승훈(어느 조그만 사랑): 오늘 광화문에서 만난....  ② 은유로만 이루어진 경우  -직유보다 자의적 표현이 가능하다.  -시의 난해성이나 애매성이 시적 긴장미를 유발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유사성 보다는 (이질성)쪽에 신경을 쓴다.  -박두진(꽃), 김춘수(나의 하느님), 유치환(깃발), 최인희(미소)  ③ 의인법으로만 이루어지는 경우  -김종길(고고): 북한산이....  -박남수(종소리): 나는 떠난다.....  -신승철(비가 말한다): 황금 달빛도 피로풀 듯 타 죽었고......  -노창선(섬): 우리는 섬이되어 기다린다 어둠속에서....  -마광수(사랑이여)  ④ 어떤 비유적 사건을 유의로 삼는 경우  -산문시 또는 산문시에 가까운 형태의 시에서 쓰이는 수법  -한편의 시에 나오는 어떤 사건이나 행동 전체를 비유로 구성하는 경우  -강우식(바나나)  -김춘수(부재)  -박세현(모란)  -마광수(잡초)   ------------------------------------------------------------------------       줄넘기 8  ―정진명(1960∼ ) 아내가 줄넘기를 한다. 스치는 발바닥으로 줄을 넘기며 사라진 줄이 만드는 둥근 공간 속에서 활짝 웃는다. 하나, 두울, 세엣, 네엣 박자를 겨누다가 잠시 열린 줄의 틈으로 딸아이가 뛰어든다. 엄마의 방 속에서 엄마와 함께 뛰는 딸아이의 머리채가 구름 높이 출렁인다. 환한 하늘이 이마로 내려온다. 엄마와 마주했다, 뒤로 돌아섰다, 방향을 바꾸며 솟을 때마다 줄 안의 공간도 덩달아 환해진다. 아내와 딸이 하는 한 박자 줄넘기. 박자가 드러낸 줄 틈으로 아이가 재빨리 뛰쳐나오고 통통 튀는 방 속에 아내 혼자 남아있다. 아들아이도 박자로 줄의 틈을 열고 들어간다. 등이 굽은 할머니도 들어갔다 나온다. 줄과 줄 사이의 엇박자가 온 가족을 토하고 뱉는 줄넘기. 나도 그 줄 속으로 들어가 본다. 아내의 숨결이 얼굴에 닿는다. 오랜만에 맞춰보는 경쾌한 박자에 몸속 깊이 잠든 율동이 파도처럼 인다. 아내의 줄이 만든 작은 방 속에서 온 세상이 함께 뛴다.     아내의 방에서 빠져나간 아이들이 아내한테 배운 박자로 저만의 줄넘기를 한다. 하하호호 웃으며 작은 방의 빛 송이를 끌고 제 갈 길로 멀어져간다.     이 시를 읽으니 골목이 떠나가라 목청 높이고 뛰놀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꼬마야, 꼬마야, 줄을 넘어라!/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꼬마야, 꼬마야, 땅을 짚어라!/꼬마야, 꼬마야, 만세를 불러라!/꼬마야, 꼬마야, 잘∼ 가거라!’ ‘꼬마야 꼬마야’는 술래 두 사람이 양끝을 잡고 돌리는 줄을 넘는 놀이다. 줄넘기 줄은 기특하다. 아니, 인간은 기특하다. 돌돌 말면 한 줌밖에 안 되는 줄 하나로 얼마나 많은 놀이와 운동을 할 줄 아는지! 정진명 시집 ‘줄넘기와 비행접시’에는 줄넘기에 삶의 여러 양태와 속성을 겹쳐 보는 줄넘기 시 스물일곱 수가 실려 있다. ‘줄넘기 8’의 줄넘기는 단둘이 하는 줄넘기다. 한 사람이 돌리는 줄이 만드는 공간에는 아주 친한 사람만 함께 할 수 있다. ‘아내가 줄넘기를 한다.’ 기실 가정이란 저절로 화목하고 견고한 게 아니다. 줄을 밟으면 죽는 줄넘기 놀이처럼 한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는 것이다. 화자의 아내는 건강하고 밝은 성품에 센스 있는 여인이다. 이런 이가 가정의 중심이니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운가. 아내가 팔뚝 힘 다해 부지런히 줄을 돌리고 힘차게 뛰며 줄넘기를 한다. 그 줄넘기의 ‘둥근 공간’에 가족들이 하나하나 깃들인다. 넷째 연의 부부 줄넘기가 경쾌하게 에로틱하다.  
550    망초꽃아, 나와 놀자... 댓글:  조회:2270  추천:0  2017-06-18
망초忘草꽃                      김상현  골령골* 골짝에 망초꽃 피었어요  하늘을 향해 반듯이 누워있는 당신  흙속에 머리 묻고 엎디어 있는 당신  쭈그린 채로 고개 떨구고 있는 당신  여태 집에 가지 않았어요?  당신 알지 못 했던 마르크스주의로 인해  살처분 된 당신  그날, 그렇게 끌려와  시퍼렇게 눈 뜬 채로 백골이 된 당신  넋도 한이 서려 당신 곁을 떠나지를 못하고  별빛 아래 시름시름 앓던 혼불  여태 집에 가지 않았어요?  당신 거기에 두고 우린 울지 못했어요  풀벌레도 목을 놓아 우는데 우린 울지 못했어요. 60년 동안  잊어버린 풀, 망초꽃 피었네요  총구멍 백골 사이로 뿌리내린 망초꽃  오늘에야 봐요  눈이 시리도록 봐요.  주) 골령골은 대전 산내에 있는 야산으로 국민보도연맹 1,800여명이 1950년 6.28일부터 7월 17일 사이에 국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학살 된 곳. -   개망초꽃  장하빈  자전거 타고 달리다가 철길 건널목에 멈추었습니다  차단기 내려지고 종소리 땡땡땡땡 울려와  꼬리에 꼬리를 문, 검은 물체가 휙 지나갔습니다  훈장처럼 어깨에 꽂혀 나부끼던 개망초꽃  바람에 날리어 검은 바퀴에 깔리고 말았습니다  스무 해를 개망초꽃으로 떠돌았지요  등 뒤로 덤프트럭 언제 덮칠 지도 모르는 길섶에서  나의 페달은 자꾸 헛돌았지요  차단기 굳게 내려진 가슴 속, 종소리 울려 퍼질 때마다  검은 물체에 대한 기억을 벼랑 끝으로 밀쳐냈습니다     실어증 앓던, 개망초 같은 시절이었습니다    
549    시창작에서 고독은 최고의 창작환경이다... 댓글:  조회:2102  추천:0  2017-06-18
  1. 동물의 이름을 머리와 가슴속에 넣고 다녀라.   (조류,곤충류, 어패류,동물들의 이름을 가령 종달새, 굴뚝새, 파리, 물거미,  달이, 소라고동, 바다사자, 고양이 등)  2. 바람과 쉼 없이 마주하라.   (동서남북 바람, 강바람, 산바람, 의인화한 바람까지도)  3. 기후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라.   (안개, 폭풍, 빗소리, 구름, 4계절의 풍경 등)  4. 사람들의 이름을 항상 불러 보라.   (옛 사람이든 오늘 살고 있는 사람이든, 모두)  5. 무엇이든지 뒤집어서 생각하라.   (발상의 전환을 위해 가령 열정과 불의 상징인 태양을 달과 바꾸어서 생각한다든지   또 그것을 냉랭함과 얼음의 상징으로 뒤집어 보는 것이 그 방법   그리고 정지된 나무가 걸어다니다고 표현단다든지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상식을 배상식으로 구상을 추상으로   추상을 구상으로 유기물을 무기물로 무기물을 우기물로 뒤집어서 생각하라.  이것이 은유와 상징 넌센스와 알레고리의 미학이며 파라독스에 접근하는 길이다)  6. 타인의 경험도 내 경험으로 이끌어 들여라.   (어머니와 친구들의 경험, 혹은 성인이나 신화속의 인물들의 경험이나   악마들이나 신들의 경험까지도)  7. 문제 의식을 늘 가져라.   (어떤 사물을 대할 때나, 어떤 생각을 할 때 그리고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적 현상을 접할 때 이것이 시정신이며 작가 정신이다.)  8.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 안 보이는 것까지 손으로 만지면서 살아라  (이 우주 만물 그리고 지상위의 모든 사물과 생명체들은 다 눈과 귀,  입과 코가 달려 있으며 뚫여있다고 생각하라.  나뭇잎도 이목구비가 있고 여러분이 앉아 있는 의자도 이목구비가 있고   여러분이 매일 무심코 사용하넌 연필과 손수건에도 눈과 귀 입과 코가   달려있는 사실을 생각하라. 우주안에선 모든 것이 생명체이다)  9. 문체와 문장에 겁을 먹지 말아라.   (하얀 백지 위에선 혹은 여러분 컴퓨너 모니터에 들어가선   몇 십번을 되풀이 해 자유자재로 문장 훈련을 쌓아가라.)  10. 고독을 줄기차게 벗 삼아라.   (고독은 시와 소설의 창작에 있어서 최고의 창작환경이다.  물론 자신의 창작을 늘 가까이 읽어주며 충고해 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     월요시장 ―여태천(1971∼ ) 어제와 같이 오늘의 날씨를 생각하며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본다 향료를 싣고 인공의 도시를 찾아다니는 푸른 눈의 낙타 길게 속눈썹을 늘어뜨린 채 걸어오고 있다 도시의 사막에서 발이라도 빠질까 조심조심 걷는다 되새김질을 하며 얇은 모래의 언덕을 오르는 낙타의 가쁜 숨소리 덜 덜 덜 오래 된 아라비아의 음악이 들린다 전국적으로 황사가, 기상 캐스터의 또박또박한 음성이 모래의 귀를 밟고 지나갔다 단단하게 굳은 모래의 집들 사이에 사람들이 떼를 지어 웅성거린다 늙은 낙타의 등에서는 재빨리 지중해의 과일과 고랭지 채소가 내려지고 천막 안에는 남태평양의 비린내를 풍기며 생선 이 쌓인다 풀 한 포기 없는 곳에 장이 선다 오늘은 비를, 며칠째 물과 먹이를 찾고 있는 원시인의 표정으로 창밖을 본다 영 글렀다 황사는 벌써 아파트 단지를 점령한 모양이다 혹시나 비라도 오면, 그래서 이 오랜 사막의 구릉을 내려갈 수 있다면 햇빛이 황사와 부딪혀 나는 소리가 들리다 말다 그랬다 움직일 때마다 바싹 마른 몸이 먼지를 피우며 스르르 흘러내렸다  구두 굽 딛는 소리 쪽을 바라보니 ‘향료를 싣고 인공의 도시를 찾아다니는/ 푸른 눈의 낙타/ 길게 속눈썹을 늘어뜨린 채 걸어오고 있’단다. 눈두덩엔 푸른색 아이섀도, 속눈썹엔 마스카라, 향수 냄새를 훅 끼치며 지나가는 화장 짙은 여인 낙타다. 알 밴 종아리에 발목 가는 여인이 하이힐을 신고 있으면 무릎 아래 뒤태가 낙타나 말 같은 발굽동물의 다리를 연상시킨다. 그에 촉발됐을까. 주위 풍경이 순식간 사막으로 바뀐다. 매연을 뿜으며 간신히 언덕을 올라가는 차도 낙타고, 과일과 채소를 실은 낡은 트럭도 낙타다. ‘어제와 같이 오늘의 날씨’ ‘전국적으로 황사’ ‘며칠째 물과 먹이를 찾고 있는 원시인의 표정’, 날씨마저 머리가 지끈거리고 가슴이 답답한 나날이란다. 불모감에 무기력하게 가라앉아 있던 화자는 차라리 사막의 환상, 사막의 몽상을 집요하게 펼친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사막 도시에 시장이 열리고 낙타 떼 같은 사람들 웅성거린다. ‘풀 한 포기 없는 곳’에서, 그래도 살아 보겠다고! 월요일을 환대할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유독 울적한 화자의 월요일이다. 어지간한 비로는 적시지 못할 불모감, 지독히 건조한 우울증을 앓는 시대와 개인이 황사 자욱한 풍경으로 그려졌다.  
548    시는 언어로 만들어진 그림... 댓글:  조회:2356  추천:0  2017-06-18
 이미지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1. 이미지와 상상  ① 이미지란  -머리에 떠오른 것으로서 감각적 성질을 지닌것(심리학용어)  -언어로 만들어진 그림(문학용어)  -현대 모더니즘시의 기준  -이미져리: 언어에 의하여 마음속에 생산된 여러 이미지군  -인긴의 가장 순수하고 진솔한 표현 방법은 원시인이나 아이들의 언어가 갖는 상징적 기능처럼, 이미지를 통해 획득하는 원초적인 성질의 것이어야 한다.  -상상력이 이미지들을 결합해서 새로운 이미지의 통일체를 만들어 낸다고해서 그것이 기계적으로 결합되는 것은 아니다.  ② 흄, 알딩턴 - 이미지스트 선언  -일상어를 사용하되 정확한 말을 고르며 모호한 말이나 장식적인 말을 배척한다.  -새로운 기분의 표현으로 새로운 리듬을 창조해야 한다.  -제재의 선택은 자유로와야 한다.  -명확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모호하고 불확정한 것이 아니라 견고하고 명확한 시를 쓴다.  -긴축된 것만이 시의 본질이다.  ③ 상상  -재생적 상상(과거의 기억)  -생산적 상상(과거의 이미지들중 선택된 여러 가지 요소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 의 통일체를 만드는 경우) : 우리가 시를 창작 할 때 사용하는 상상의 일반적 의미  -창조적 상상(관념적인 연상활동) : 생산적 상상의 더 높은 단계  2. 이미지의 종류  ①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 김광균(뎃상): 향료를 뿌린 듯 곱단한 노을 위에....  -청각적 이미지: 정지용(바다): 오.오.오.오.오 소리치며 달려가니....  정지용(향수): 질화로의 재가 식어지면.... : 공감각적 이미지  김억(오다가다): 뒷산은 청청..... : 공감각적 이미지  -미각적 이미지: 네루다(페데리꼬에의 오우드): 페데리 꼬여....  -기관적 이미지: 서정주(화사): 석류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 맥박.심장고동.호흡 따위의 자각을 형상화 한 것  -중첩된 이미지: 마광수(칠월장마): 청각, 시각  ② 비유적 이미지  - 두사물이 모두 이미지인 경우  : 김요섭(옛날): 언덕은 꿈을 꾸는 꾸는 짐승.....  : 언덕과 짐승이 모두 이미지  -두 사물이 모두 감정이나 관념들인 경우  :김춘수(나의 하나님): 사랑하는 나의 하느님....  :하느님-관념, 비애=감정  -원관념이 이미지, 보조관념이 감정이나 관념들인 경우  :조병화(분수): 분수야 쏟아져 나오는 정열을 그대로 뿜어도.....  : 분수=이미지, 정열=감정  -원관념이 감정이나 관념, 보조관념이 이미지인 경우  : 신동집(목숨): 목숨은 때 묻었다...  : 목숨=추상적 관념, 흙이 된 빛깔=이미지  ③ 상징적 이미지  -시인 자신의 정서적 긴장과 갈등을 변장.전이 시킨 결과  -극적인 형태로 시 전체에 유기적 긴장미를 부여한다.  -신화나 원형, 인간 잠재의식과 관련있다.  -이미지의 중첩된 다발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마광수(사랑노래)  3. 이미지 창조의 방법  -이미지의 통일성에 대한 이야기 - C.D루이스  ① 사물시의 경우  -어떤 사상이나 의지를 배제하고 사물의 이미지를 중시  -이미지즘시  -관념이 없는 순수시, 회화적 이미지의 시. 풍경화적인 시  -시인이 대상을 바라보며 얼마나 상상력을 잘 활용하여 새로운 연상작용을 불러 일으 키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달려 있다.  -서정주(한양호일): 풍경화시  -전봉건(피아노): 가장 시난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은 그 중의 가장 매혹적인 음율 의 부분을 비유한 것  -유치환(깃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장만영(달, 포도, 잎사귀)  ② 관념시의 경우  -사물의 이미지 보다 어떤 관념세계를 드러내어 독자를 설득시키려는 의지를 표현한 시  -사물시보다 먼저 있었다.  -시인의 관념, 주제의식이 바로 이미지의 묘사의 대상이 되는 시  -요즘 쓰고 있는 일반적인 대부분의 시  -정현종(사랑의 꽃)  -마광수(당세풍의 결혼)  -박재삼(섭리)  ③ 형이상시  -관념시의 한 부류  -추상적인 관념을 감각적 이미지로 표현 한다는 점에서 관념시 보다는 더 좁은 영역  -관념시의 발전된 형태  -이미지 표현에 있어 중층묘사를 중요한 방법론으로 내세운다.  -중층묘사란 같은 내용을 추상적 차원과 감각적 차원으로 교차시켜 입체적으로 표현하 는 방법 - 김현승(마음의 집)   ----------------------------------------------------------------------------       떨어뜨린 것들  ―김행숙(1970∼) 여름 과일은 물주머니지 겨울에 물은 얼지 강물이 단단해지고 있어 10센티쯤…… 내 얼굴에도 눈이 쌓였으면…… 나의 시체처럼 그것은 내가 볼 수 없는 풍경이겠구나 아이들은 흙장난을 하다가 이상한 것들을 발견하곤 하지 어느 날은 야구공이 굴러간 곳에서 이상한 것을 줍지 손을 잃어버린 손가락 같은 것 뭐지? 찾았니? 저쪽에서 한 아이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어 과일을 깎다가 둥근 과일을 떨어뜨리지 향기로운 벌레가 기어 나왔어   자기만의 공간에서 과일을 깎든, 뜨개질을 하든 고개를 수그리고 나른히 손을 움직이며 빠져드는 상념의 흐름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과일을 깎는다, 손목까지 흘러내리는 과일즙,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달콤한 향기. 과일을 깎는다, 한 손에 과일, 다른 한 손엔 칼! 방심해도 좋을 ‘과일 깎기’란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시인은 방심의 부드러움과 방심의 아슬아슬함을 보여준다. 고삐를 놓으면, 생각이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  ‘떨어뜨린 것들’은 자동연상기술의 매력이 담뿍 담긴 시다. 자동연상기술이란 떠오르는 대로 그리는 것, 자유로이 자기 상념에 몰두하는 것. 그리하여, ‘그리하여’가 생략됐기에 시구들에 묘한 뉘앙스가 발생하는 것. 김행숙은 이 뉘앙스를 십분 살리면서, ‘맥락 없이 흘러가는 상념’이라는 그림 안에 미묘하게 맥락의 그림자를 새겨 넣은 홀로그램을 만든다. ‘내 얼굴에도 눈이 쌓였으면’, 얼굴에 흰 눈이 쌓인다면 누워 있는 것일 테지, 누워서 얼굴에 흰, 시트가 덮인 죽은 사람…. 마치 ‘흙장난을 하다가 이상한 것들을 발견하곤 하는’ 아이처럼, 여름 과일을 깎다가 ‘볼 수 없는 풍경인 나의 시체’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니. 김행숙의 시를 읽을 때면, ‘뭐지?’ 싶을 때가 드물지 않다. 누구나 어렸을 때 길바닥에서 정체 모를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뭐지?” 놀라면서 소중히 주운 기억이 있을 테다. 도토리껍질인지 조가비인지 알쏭달쏭한 것, 닳아서 모서리가 둥글어진 유리조각이나 사금파리, 병뚜껑이나 돌멩이 같은 걸 보물이나 되는 듯 두근거리며 주머니에 넣곤 했지. 김행숙의 시, 향기로운 벌레!  
547    [작문써클선생님들께]-프랑스 비행사 작가 생텍쥐페리 명언... 댓글:  조회:6150  추천:0  2017-06-16
      1. Language is the source of misunderstandings. (Antoine de Saint-Exupery)  언어는 오해의 근원이다. (생텍쥐페리)     2. A goal without a plan is just a wish. (Antoine de Saint-Exupery) 계획 없는 목표는 한낱 꿈에 불과하다. (생텍쥐페리)   3. It is truly useful since it is beautiful. (Antoine de Saint-Exupery)   아름답기 때문에 정말 유용하다. (생텍쥐페리)   4. Only children know what they are looking for. (Antoine de Saint-Exupery)  아이들만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생텍쥐페리)   5. He who would travel happily must travel light. (Antoine de Saint-Exupery)  행복하게 여행하려면 가볍게 여행해야 한다. (생텍쥐페리)   6. I know but one freedom, and that is the freedom of the mind. (Antoine de Saint-Exupery)    나는 오직 하나의 자유를 알고 있다. 그것은 정신의 자유다. (생텍쥐페리)   7. What makes the desert beautiful is that somewhere it hides a well. (Antoine de Saint-Exupery)    사막은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거야. (생텍쥐페리)   8. You become responsible forever, for what you have tamed. (Antoine de Saint-Exupery)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영원히 책임져야 하는거야.('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9. I am very fond of sunsets. Come, let us go look at a sunset... (Antoine de Saint-Exupery)  나는 해 지는 풍경이 좋아. 우리 해지는 거 구경하러 가자…('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10. One runs the risk of weeping a little, if one allows himself to be tamed. (Antoine de Saint-Exupery)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것을 각오하는 것이다. (생텍쥐페리)   11. If someone wants a sheep, then that means that he exists. (Antoine de Saint-Exupery)   누군가 양을 갖고 싶어 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증거다.('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12. One should never listen to the flowers. One should simply look at them and breathe their fragrance. (Antoine de Saint-Exupery)   꽃들의 말에 절대로 귀를 기울이면 안돼. 그저 바라보고 향기만 맡아야 해. (생텍쥐페리)   13. When you've finished getting yourself ready in the morning, you must go get the planet ready. (Antoine de Saint-Exupery)  아침에 몸 단장을 하고 나면 정성들여 별의 몸 단장을 해주어야 해.('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14. It is only with one's heart that one can see clearly.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Antoine de Saint-Exupery)  마음으로 보아야만 분명하게 볼 수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거든. (생텍쥐페리)   15. You're beautiful, but you're empty.... No one could die for you. (Antoine de Saint-Exupery) 너희들은 아름다워. 하지만 너희들은 공허해. 아무도 너희를 위해 목숨을 바치지는 않을 거야.('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16. A rock pile ceases to be a rock pile the moment a single man contemplates it, bearing within him the image of a cathedral. (Antoine de Saint-Exupery) 한 사람이라도 큰 성당의 이미지를 품고 돌무더기를 본다면, 그 순간 더 이상 그것은 돌무더기가 아니다. (생텍쥐페리)   17. What saves a man is to take a step. Then another step. It is always the same step, but you have to take it. (Antoine de Saint-Exupery)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오직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걸음. 항상 같은 걸음일지라도 내딛어야 한다. (생텍쥐페리)   18. "Then my sunset?" insisted the little prince, who never let go of a question once he had asked it. (Antoine de Saint-Exupery)  "그럼 제가 해 지는 것을 보게 해달라고 한 것은요?" 한번 한 질문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다. (생텍쥐페리)   19. Here is my secret. It is very simple: one sees well only with the heart. The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s. (Antoine de Saint-Exupery) 내 비밀은 바로 이거야. 정말 간단해. 마음으로 볼 때만 진정으로 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생텍쥐페리)             20. Love has taught us that love does not consist in gazing at each other but in looking outward together in the same direction. (Antoine de Saint-Exupery)  사랑이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똑같은 방향을 내다보는 것이라고 인생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생텍쥐페리)   21. Grown-ups never understand anything by themselves, and it is tiresome for children to be always and forever explaining things to them. (Antoine de Saint-Exupery)  어른들이란 스스로는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하니, 어린이들이 늘 끝도 없이 설명해주어야 한다는 건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22. You shall have your sunset. I shall command it. But I shall wait, according to my science of government, until conditions are favorable. (Antoine de Saint-Exupery) "해가 지는 것을 보게 해 주겠노라. 짐이 요구하겠노라. 그러나 내 통치 기술에 따라 조건이 갖추어지길 기다려야 하느니라."('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23. "Men have forgotten this truth," said the fox. "But you must not forget it. You become responsible, forever, for what you have tamed." (Antoine de Saint-Exupery)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넌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해.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하는 거야."('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24. "Where are the people?" resumed the little prince at last. "It's a little lonely in the desert..." "It is lonely when you're among people, too," said the snake. (Antoine de Saint-Exupery)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 마침내 어린 왕자가 말을 이었다. "사막에서는 조금 외롭구나..."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뱀이 말했다. (생텍쥐페리)   25. One man may hit the mark, another blunder; but heed not these distinctions. Only from the alliance of the one, working with and through the other, are great things born. (Antoine de Saint-Exupery)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타인과 함께, 타인을 통해서 협력할 때에야 비로소 위대한 것이 탄생한다. (생텍쥐페리)   26. If you want to build a ship, don't drum up the men to gather wood, divide the work and give orders. Instead, teach them to yearn for the vast and endless sea. (Antoine de Saint-Exupery)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생텍쥐페리)   27. ne must command from each what each can perform," the king went on. "Authority is based first of all upon reason. If you command your subjects to jump into the ocean, there will be a revolution. I am entitled to command obedience because my orders are reasonable." (Antoine de Saint-Exupery)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해야 하는 법이다." 왕은 말을 이었다. "권위는 무엇보다도 이성에 근거해야 한다. 백성에게 바다로 뛰어 들라고 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짐이 복종을 명할 권리가 있는 이유는 짐의 명령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28. You are beautiful, but you are empty. One could not die for you. To be sure, an ordinary passerby would think that my rose looked just like you--the rose that belongs to me. But in herself alone she is more important than all the hundreds of you other roses: because it is she that I have watered. (Antoine de Saint-Exupery)    너희들은 아름답지만 공허해. 누가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수 없을 테니까. 물론 나의 꽃도 지나가는 사람에겐 너희들과 똑같겠지. 그렇지만 나에겐 그 꽃 한송이가 너희 모두를 합친 것보다 소중해. 내가 직접 물을 준 꽃이니까.('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29. 고립된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슬픈 자는 타인을 슬프게 한다. -생텍쥐페리   30. 그들이 만약 우정 때문에 당신에게 복종한다면 당신은 그들을 배신하는 셈이 된다. 당신에게는 개인으로서 남에게 희생을 요구할 권리 따위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생텍쥐베리   31. 기계는 인간을 위대한 자연의 문제로부터 분리시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욱 심각한 문제로 인간을 괴롭힐 것이다. -생텍쥐페리   32. 미래에 관한 한 그대의 할 일은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생텍쥐베리 [모래알의 시계]   33. 부모들이 우리의 어린 시절을 꾸며 주셨으니 우리는 그들의 말년을 아름답게 꾸며 드려야 한다. -생텍쥐페리   34. 사람이 된다는 것은 바로 책임을 안다는 그것이다. 자기에게 속한 것 같지 않던 곤궁 앞에서 부끄러움을 아는 그것이다. 돌을 갖다놓으면 세상을 세우는 데에 이바지한다고 느끼는 그것이다. - A. 생텍쥐페리   35. 사랑이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생텍쥐베리   36. 산다는 것은 서서히 태어나는 것이다. -생텍쥐베리   37. 우리가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참으로 미스테리 한 일이다. 이보다 더 미스테리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인간들이 어두운 우물 안에 들어갔다가 나와서는 아무 것도 발견한 게 없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텍쥐베리 [야간비행]   38. 의무의 이행이 없으면 성장이 없다. -생텍쥐페리   39. 인간은 상호관계로 묶어지는 매듭이요, 거미줄이며, 그물이다. 이 인간관계만이 유일한 문제이다. -생텍쥐페리   40. 자유와 속박은 한가지이면서 다른 것이 되어야하는 똑같은 필요성의 양면이다. -생텍쥐페리   41. 정해진 해결법 같은 것은 없다. 인생에 있는 것은 진행중의 힘뿐이다. 그 힘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그것만 있으면 해결법 따위는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다. -생텍쥐베리   42. 진리라는 것은 그대도 알다시피 세상을 간소화하는 것이지 혼돈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진리라는 것은 보편적인 것을 뽑아내는 언어이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과 해가 떠오르는 것을 동시에 표시할 수 있는 인간의 언어를 창정(創定)한 것이다. 증명되는 것이 진리가 아니고 간단하게 만드는 그것이 진리이다. -생텍쥐페리   43. 행복하게 여행하려면 가볍게 여행해야 한다. -생텍쥐페리   44. 그들이 만약 우정 때문에 당신에게 복종한다면 당신은 그들을 배신하는 셈이 된다. -생텍쥐페리   45. 인간들이 어두운 우물 안에 들어갔다가 나와서는 아무 것도 발견한 게 없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텍쥐페리   46.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과 해가 떠오르는 것을 동시에 표시할 수 있는 인간의 언어를 창정(創定)한 것이다. -생텍쥐페리   47. 증명되는 것이 진리가 아니고 간단하게 만드는 그것이 진리이다. -생텍쥐페리     출생 1900. 6. 29, 프랑스 리옹 사망 1944. 7. 31, 지중해 상공 국적 프랑스 요약 대표작 〈어린 왕자〉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이 소설에서 그는,-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은 가장 단순한 것이고 진정한 재산은 남에게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부드러우면서도 진지하게 상기시켜준다.   생 텍쥐페리(Antoine(-Marie-Roger) de Saint-Exupéry)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공군 장교였다. 북서 아프리카·남대서양·남아메리카 항공로의 개척자이며, 야간 비행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시인의 눈으로 모험과 위험을 바라본 그의 작품들은 조종사이자 전사(戰士)인 작가의 독특한 증언을 담고 있다.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으로, 가난한 학생이었던 그는 해군사관학교 입학시험에 떨어졌다. 군복무 동안 조종사 면허를 땄고(1922), 1926년 툴루즈의 라테코에르사(社)에 들어가 아프리카 북서부와 남대서양 및 남아메리카를 통과하는 항공우편항로를 개설하는 데 이바지했다. 1930년대에는 시험비행사와 에어프랑스항공회사의 홍보 담당자 및 〈파리 수아르 Paris-Soir〉지 기자로 일했다. 심한 비행기 사고로 평생 불구가 되었지만, 1939년에 육군 정찰기 조종사가 되었다. 프랑스가 함락되자(1940) 미국으로 탈출했고, 1943년 북아프리카 공군에 들어간 후 정찰 임무를 수행하다가 격추당했다. 그는 비행에서 영웅적 행위의 원천과 새로운 문학적 주제를 발견했다. 그의 작품들은 목숨을 내건 위험한 모험이야말로 인간의 소명을 가장 숭고하게 실현하는 것이라고 찬양했다. 첫 작품 〈남방 우편 Courrier-Sud〉(1929)에서 새로운 하늘의 사나이인 우편항공기 조종사 자크 베르니스는 아프리카 북서부에 있는 리오데오로 사막에서 죽는다. 2번째 소설 〈야간 비행 Vol de nuit〉(1931)은 최초의 정기 항공기 조종사들에게 헌정된 작품으로, 그들이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다가 죽음을 맞이할 때 맛보는 그 불가사의한 환희를 찬미했다. 그 자신이 비행할 때 겪었던 모험은 〈인간의 대지 Terre des hommes〉(1939)에 기록되어 있다. 그는 세계를 탐험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행기를 이용했고, 임무를 완수하려 분투하는 남자들의 동지애 속에서 인간의 유대를 발견했다. 그의 언어는 서정적·감동적이며, 소박한 고귀함을 갖고 있다. 〈전투 조종사 Pilote de Guerre〉(1942)에서는 1940년 5월 승산이 거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정찰 임무를 띠고 희생 정신으로 출격했던 일을 회고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동안 프랑스인의 단결을 호소하는 〈어느 인질에게 보내는 편지 Lettre à un otage〉(1943)와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1943)를 썼는데, 〈어린 왕자〉를 통해 그는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은 역시 가장 단순한 것이고 진정한 재산은 남에게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부드러우면서도 진지하게 상기시켜준다. 인간에 대한 그의 견해는 슬픔과 비관론의 색조를 더해가는데, 이런 경향은 그가 죽은 뒤에 발표된 수상록인 〈성채 Citadelle〉(1948)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도 그는 인간의 유일한 존재 이유는 문명의 가치를 전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생 텍쥐페리(Antoine(-Marie-Roger) de Saint-Exupéry)의 추모비   어린 시절의 생텍쥐페리 1 2 3 1생텍쥐페리 부부 21933년 비행기 앞에서 찍은 사진 3베스트셀러 작가로 최전성기를 누린 1939년에 찍은 사진 비행기 조종사로 사는 삶을 고수한 생텍쥐페리 =============================================   생텍쥐페리의 유품인 팔찌를 발견한 어부 장클로드 비앙코 1998년 9월, 트롤 어선 로리종호의 선장 장클로드 비앙코는 프랑스 마르세유 근처 지중해에 그물을 내렸다. 얼마 후 선원들은 윈치로 그물을 감아올리면서 잡힌 물고기들을 분류하고 쓰레기들을 바닷속에 버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등항해사 하비브 베나머는 석회화된 검은색의 침전물 덩어리를 바다로 던지려다가 무언가가 은빛으로 빛나는 물체를 발견했다. 그는 덩어리의 덮개를 해머로 두들겨 속에 있는 것을 꺼냈다.  그가 발견한 것은 팔찌였다. 그는 곧바로 선장에 보고했다. 팔찌를 받은 비앙코 선장은 긁히고 시커멓게 변해 있는 부분을 세제로 문질러 보았다. 팔찌에는 예상대로 글자가 나타났다. 대문자로 ‘ANTOINE DE SAINT-EXUPER Y(앙트완 드 생텍쥐페리)’라고 적힌 글자와 함께 그 옆에는 ‘CONSUELO(콩수엘로)’라고 적혀 있었다. 콩수엘로는 생텍쥐페리의 아내 이름이다. 비앙코는 로리종호의 그물이 20세기 문학의 가장 큰 수수께끼 중 하나인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가 실종된 사건을 푸는 큰 열쇠를 건져 올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팔찌를 발견한 로리종호의 비앙코 선장은 다음날 마르세유에 있는 다이빙 회사 사장인 앙리 제르멩 드로즈에게 팔찌를 보여주었다. 해저에 가라앉은 파편을 주로 조사하는 드로즈는 생텍쥐페리가 탔던 비행기의 잔해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생텍쥐페리가 실종된 장소에서 건져 올린 항공기 잔해 그는 곧바로 탐사선 미니벡스호를 타고 로리종호가 그물을 내렸던 해역으로 가서 수중 음파탐지기, 케이블로 유도되는 로봇, 2인용 미니 잠수함을 이용한 수색에 착수했다. 그러나 100제곱킬로미터의 해저를 뒤지는 중에도 비행기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생텍쥐페리의 비행기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언론에서는 보도에 열을 올렸다.  비행기 탐사가 답보하고 있을 때 마르세유의 전문 잠수부인 뤽 방렐이 등장한다. 그는 비앙코 선장이 팔찌를 발견했던 곳을 잠수하면서 금속 잔해가 널려 있는 곳을 발견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자신이 금속을 발견했던 장소로 잠수하여 사진을 찍었고 미국의 전문가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제367전투비행단의 P-38 조종사였던 잭 커티스는 그것이 P-38의 잔해임을 알려주었다. 커티스의 조언에 힘을 얻은 방렐은 2년 동안 파편이 널려있는 곳으로 계속 잠수해서 잔해들의 사진을 찍었다. 항공기의 잔해는 충격으로 폭발되었음을 증명하는 듯 넓은 지역에 파편이 흩어져 있었다.  작업은 매우 어렵고 오래 걸렸지만 그는 계속 자료를 모았고 2000년 5월 마르세유에 있는 수중유물관리국에 자신이 발견한 것을 신고했다. 그는 당시의 자료를 검토하여 당시에 P-38기 네 대가 추락했는데 그중 세 대는 이미 잔해가 확인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방렐이 발견한 파편들이야말로 생텍쥐페리의 항공기 파편일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는 방법은 파편 중에서 아직 남아있을지 모르는 비행기의 일련번호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프랑스에서는 아마추어 잠수부들이 바다에 수장된 고대 유물들을 건져서 판매하는 일이 많으므로 해저에서 인공물을 건져올리는 행위를 엄격히 규제했다. 더구나 관리들은 생텍쥐페리의 비행기에 대한 수색 작업을 반대했다. 한 기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처럼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은 신성한 신화와 같은 것이다. 많은 사람이 그런 신화를 굳이 깨뜨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텍쥐페리의 비행기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워낙 큰 화제를 몰고 오자 수중유물관리국은 3년에 걸쳐 허락하지 않던 발굴 작업을 2003년에야 승인했다. 2003년 9월 드로즈는 방렐과 함께 미니벡스호를 몰고 리우 섬 근처에서 항공기의 파편을 건져 올렸다. 항공기의 10퍼센트 가량을 건져낸 그들은 결국 그들은 생텍쥐페리가 몰았던 항공기의 고유번호 2734가 뚜렷이 찍힌 숫자를 발견했다. 생텍쥐페리는 리우 섬에서 1킬로미터쯤 떨어진 지중해에 추락한 것이다.  비행기가 리우 섬 근처에 추락한 사실이 밝혀지자 왜 그곳에 추락했는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었다. 많은 가설 중의 하나는 독일 전투기에 격추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는 생텍쥐페리의 명예를 올리는 데 크게 이바지하므로 프랑스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답변이었다.  둘째는 엔진이 고장 나 베테랑 조종사인 생텍쥐페리도 어찌해볼 수 없이 추락했다는 것이고, 셋째는 당시 최신 비행기이므로 산소 공급 장치를 사용했는데 이것이 고장을 일으켜 기절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었다.  그러나 첫째 가설은 당시 독일 공군 기록에 1944년 7월 31일 P-38기를 격추했다는 문구가 발견되지 않았고, 발견된 파편에도 탄환 구멍이 나 있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인정받지 못했다. 둘째 가설도 부정되었다. P-38기는 엔진 하나만 온전해도 비행을 계속할 수 있는 첨단 비행기였다. 마지막으로 산소 공급 장치에 이상이 있었다 해도 베테랑 비행사인 생텍쥐페리가 낮은 고도로 내려왔다면 숨 쉴 공기가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후 잔해를 면밀히 검토한 학자들은 비행기가 엄청난 속도로 바다와 충돌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구부러졌고 주름이 잡혀있었다. 이는 생텍쥐페리가 마지막 순간에도 엔진을 완전히 가동한 채 거의 수직 강하했음을 의미한다. 이들 증거를 종합해볼 때 유력한 가설은 생텍쥐페리가 항상 이야기했던 말, 즉 자살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프랑스인들이 씁쓸해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프랑스인의 사기를 한껏 올려주는 사건이 발생한다. 2008년 3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공군 메서슈미트 전투기 조종사였던 호르스트 리페르트(당시 89세)가 프랑스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생텍쥐페리가 타고 있던 비행기를 격추했다고 고백했다. 1944년 7월 31일 당일 리페르트는 프랑스 남부 해상을 비행하고 있었는데, 미국산 ‘P-38 라이트닝’을 발견하고 수차례 근접 공격하여 격추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안 찾아다녀도 된다. 내가 바로 생텍쥐페리의 비행기를 격추한 사람이다. 나중에야 바다에 떨어진 그 비행기에 생텍쥐페리가 타고 있었음을 알았다. 나는 제발 그가 아니길 바랐다. 우리 시대의 모든 젊은이가 그러했듯이 나도 그의 책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리페르트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는 말도 있지만 프랑스인으로서는 위안을 받기에 충분한 설명이었다. 생텍쥐페리가 45세의 나이에도 비행기를 몰다가 전사했다는 사실은 그의 명예도 올리고 프랑스인들의 자존심도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생텍쥐페리의 명성을 높여준 일이 있었다. 타마라 미하일로프나 스미르노바가 1975년 11월 2일에 소행성대에서 발견한 소행성 ‘1975 VW3’을 ‘2578생텍쥐페리’로 명명한 것이다. 한편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는 소행성 B-612에서 살고 있다. B-612는 실제로 존재하는 행성으로 ‘소행성 46610베시두즈’로 불린다...     1997년 프랑스에서 발행된 생텍쥐페리와 어린 왕자가 새겨진 지폐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 《어린 왕자》 삽화 ======================= 생텍쥐페리 '어린왕자'에 대한 7가지 진실 B612 별에서 온 지구별 여행자 어린왕자!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린왕자’에 대해서 알긴 아는데 잘은 모르는 어른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에 대해서 ‘어린왕자 인문학당’을 운영하는 송태효 교수(불문학 박사)를 통해서 살펴봤다.   1.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 절대 어린 아이들은 읽을 수 없는 책이고, 인문학적인 소양이 없는 어른들도 읽기 어려운 책이다. 단순히 문자적이고 사전적인 읽기는 가능하지만 장미이야기, 양 이야기, 별 이야기 등 반 고흐, 윤동주, 생텍쥐페리 등 밤에 빛을 내는 별을 표현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별은 밤에만 빛이 나고 어둠 속에서 진실을 찾아간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공동체정신인데, 학교에서는 시민교육(교양)을 알려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우정도 없고 사람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고 성장한다. 어떻게든 성적을 올리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 많은 사회문제들이 친구라는 개념이 사라져서 생기는 것들이다.       2. 의 구조 는 두 사람의 여행 이야기이다. 하나는 진실을 찾아 나선 ‘어린왕자’의 구도 여행이고, 또 하나는 어린왕자의 기원을 찾아가는 작가 ‘생텍쥐페리’ 자신의 여행이다. 비행사의 분신이기도 한 어린왕자는 어른들이라는 여러 장애물을 극복하고 친구삼은 여우와 뱀과의 예기치 못한 만남을 통해 우정과 사랑이라는 지혜를 얻어 자신의 별로 돌아간다.   3. 화가가 되고 싶었던 어린왕자, 어린 시절은 '내 마음의 보석상자' 어린왕자는 화가가 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어른들은 화가 따위가 돼서 뭐하냐며 말린다. 수학이나 지리나 산술 공부나 하라고 한다. 사회적 통념으로 아이들의 꿈을 꺾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결국 어린왕자는 화가가 된다. 실제로 보아뱀 그림은 생텍쥐페리가 어렸을 때 처음으로 그렸던 그림이다. 사람들이 모자라고만 하니깐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그려 보인다.   그리고 생텍쥐페리는 어린 시절이야 말로 ‘내 마음의 보석상자’라고 한다. 집이 가지고 있는 신비스러움과 보물들이 숨겨져 있을 것 같은 분위기 등 자신만이 알고 있는 어린 시절. 결국 살다보니 어린 시절의 추억만 남는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철없는 어린 시절이 뭐가 중요하냐고 한다. 그런데 생텍쥐페리는 거꾸로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4. 친구가 없는 시대의 진정한 친구 친구가 없는 시대다. ‘사이’는 있다. 사회적 자산으로써의 동창, 거래관계, 학연, 지연 등의 사이는 존재한다. 술 마시는 사이는 있지만 친구는 없다.   “누구에게나 친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친구가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실제 친구는 별로 없다. 그래서 어린왕자가 친구가 돼주는 것이다. 학교의 동기들은 동창일 뿐 친구는 아닐 수 있다. 사회적 자산이지 진정한 친구는 드물다. 사람들에게 진정한 친구가 있었느냐?고 물어보면 별로 대답을 못한다.   관계맺음은 ‘길들이기’다. 서로가 길들여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마음 길들이기다. 어린왕자는 여우와 뱀과 어린왕자가 길들여지는 이야기다. 길들이기는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나를 찾기 위해서는 친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정, 관계맺음, 길들임, 사랑 같은 것이며, 서로 책임지는 것이다. 여우는 어린왕자가 떠날 때 비밀을 알려준다.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만 볼 수 있어.” 실제로 우리는 마음의 존재나 가치를 도외시하고 성공과 자기계발에만 매달려있어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5. 에 대한 극찬들 철학자 하이데거는 20세기 최고의 인문서로 를 꼽았다. 애독하는 책을 소개할 때 를 추천하였으며, 어려운 말들을 많이 만들었었는데 어린왕자를 읽으며 ‘길들이기’에 다 포함되어 있었다고 고백한다. “어린왕자야말로 우주의 위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시인의 언어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왕자를 제일 많이 읽은 사람은 법정스님이다. 만약 불자들에게 실서를 2권 권한다면 과 다. 법정스님은 ‘어린왕자’를 화두로 꺼냈을 때 상대방 눈동자의 반응을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할 정도였다고 한다.   6. 과 7장 ‘사막 한 가운데서’라는 챕터가 있다. 거기서부터 어린왕자 이야기가 시작된다. 1935년 생텍쥐페리가 실제로 사막에 불시착해서 4박 5일 동안 구조당하기 직전까지 겪었던 고독과 절망, 죽음을 직면한 사투(신기루, 환상, 구토, 갈증, 기아 등)를 다루고 있다. 이 전편이고, 는 후편인 것이다. 차례대로 읽어야 ‘어린왕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7. 는 생텍쥐페리의 마지막 작품 는 생텍쥐페리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의 사후에 가 출판되지만 이전에 쓰인 것이다. 생텍쥐페리는 개인은 관계맺음이라는 매듭의 하나일 뿐이며, 인간이 존재하는 것은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로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이데거의 실존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생텍쥐페리의 죽음에 관련된 안타까운 일화가 있다. 생텍쥐페리는 자신의 소설을 읽고 비행사의 꿈을 키웠던 독일 공군 조종사 호르스트 리페르트에 의해 격추되어 죽게 된다. 당시엔 실종으로만 여겨졌던 사건이 지난 2008년 자신이 생텍쥐페리가 타고 있던 비행기를 격추했다고 고백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1944년 7월 31일 ‘p38라이트닝’을 격추시켰는데 부대로 복귀해보니 생텍쥐페리가 격추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생텍쥐페리는 사활이 걸린 극한 상황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가 아니었다. 어린왕자를 만난 것이다. 그 어린왕자가 뱀의 독으로 자신의 허물을 벗고 죽음을 통해 소혹성 B612호로 떠나자 그는 참을 수 없는 고독의 실체를 느끼게 된다. 고독감을 느끼면서 인간은 그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자신을 벗어나게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의 중요성을 체험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통해 타인과 더불어 있음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고독을 느끼고 있던 어린왕자도 비로소 자신이 장미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장미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별로 돌아가게 된다.   (자료제공 = 어린왕자 인문학당)                                                   모정희 시           바오밥나무 무성한 스물일곱 어느 날       못다 쓴 일기장을 소혹성에 부쳤다       덧나는 얼룩배기 우표       모래톱에 묻었다           서걱대던 발부리 올망졸망 옮겨 놓고       연갈색 커피 한 잔 오선지에 그렸다       은하에 길을 내고 건너던,       몸의 노래 불렀다           기다림도 화석이 된 분화구에 물을 부어       한 줄기 바람으로 그리움도 녹였다       다시 본 마흔 넷 가을       소혹성에 부쳤다                                                                    =================================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와 그의 부인 콘수엘로의 사랑이 감동을 자아냈다. 17일 오전 방송된 MBC '신기한 TV 서프라이즈'의 코너 서프라이즈 시크릿에서는 '비운의 사랑'이란 생텍쥐페리와 그의 아내 콘수엘로를 둘러싼 이야기가 그려졌다.  생떽쥐베리는 한 파티에서 콘수엘로를 만나 첫 눈에 반했다. 생텍쥐페리는 첫 만남에서 청혼까지 하면서 콘수엘로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  콘수엘로도 생텍쥐페리가 싫진 않았다. 그러나 콘수엘로는 유학 시절 만난 첫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었고, 과테말라 출신 작가와 재혼 했지만 1년도 안 돼 남편이 자살하면서 사별했다.  연달아 두 번이나 남편과 헤어진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콘수엘로의 탓이라고 비난했다. 마음을 문을 닫은 콘수엘로도 어떤 남자의 구혼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생텍쥐페리는 적극적으로 콘수엘로에게 구애를 멈추지 않았고, 결국 두 사람은 결혼했다.  결혼 생활 중 파리부터 사이공까지 비행시간을 단축하겠다고 나선 생텍쥐페리는 갑작스런 기기 결함으로 사막으로 추락, 실종됐다. 이에 콘수엘로는 "내가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은 탓"이라고 자책했다.  생텍쥐페리는 추락사고 5일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돼 돌아왔지만, 콘수엘로는 이혼을 요구했다. 콘수엘로는 "내 곁에 있으면 당신이 죽는다"며 강하게 이혼을 주장했다. 생텍쥐페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콘수엘로는 더욱 차갑게 대했다.  생텍쥐페리는 콘수엘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소설을 썼고, 이 작품이 '어린왕자'였다. '어린왕자'의 머플러와 머리 스타일도 콘수엘로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었다. 소설 속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는 콘수엘로와 하고 싶었던 대화를 담았다.  소설을 읽은 후 콘수엘로는 생텍쥐페리의 마음을 알고 사과했다. 그러나 1944년 세계대전 중 정찰을 나갔던 생텍쥐페리가 실종되면서 콘수엘로는 임종까지 "나 때문에 당신이 그렇게 된 것"이라고 미안함을 가슴에 안은 채 살아갔다.  
546    제비꽃아, 나와 놀자... 댓글:  조회:2115  추천:0  2017-06-16
♥ 제비꽃 연정(戀情) ♥  김기현   삭막한 아파트 콘크리트 길 척박한 틈바구니에서 봄 햇살을 가득 머금고 누구를 기다리기에 청순하고 가녀린 몸매로 길게 목을 빼고 서있을까?   보고픈 임의 눈길을 기다릴까? 그리운 임의 손길을 기다릴까? 아니면 떠나간 임의 소식을 기다릴까? 궁금한 이방인의 발걸음을 가장 낮은 자세로 멈추게 하네.   아무려면 어쩌랴 수줍게 웃고 있는 너의 앙증맞은 모습과 은은한 연보랏빛 너의 자태를 바라보며 잠시라도 삶의 시름 떨쳐버리고 어여쁜 너를 닮은 사랑 꽃 하나 가슴속에 살며시 들여야 되겠다.   ♥ 제비꽃 연정(戀情) : ================================================================================ ♥ 연정(戀情) :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마음 ================================================================================                   ================================================================================  ♥ 제비꽃의 종류 / 꽃말 나를 사랑해 주세요, 순애, 순진한 사랑, 겸양의 꽃말인 제비꽃 (제비가 돌아올때 핀다고 하여 붙여짐)은 어릴때 오랑캐꽃이러고 불렀다. 제비꽃이란 이름보다는 오랑캐꽃으로 더 많이 불렀었다. 그때는 친구들과 꽃을 따서 뒷쪽에 투구처럼 튀어 나와 있는 꿀주머니를 서로 걸어서 잡아당겨 누구꽃이먼저 떨어지는지 내기를 하며놀았다. 제비꽃의 종류는 참 많다. 보라색으로는 제비꽃, 호제비꽃, 털제비꽃,고깔제비꽃, 왜제비꽃, 자주잎제비꽃, 알록제비꽃, 콩제비꽃, 낙시제비꽃이 있고, 노랑색으로는 노랑제비꽃, 흰색으로는 남산제비꽃, 잔털제비꽃,흰제비꽃, 금강제비꽃,왕제비꽃, 흰젖제비꽃,졸장제비꽃,그리고 제비꽃과 아주 흡사한 종지나물이 있다. 따라서 토질 , 일조량, 고도, 영양상태, 습도, 온도등 주변환경에 따라 형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구별이 쉽지 않다. ========================================================================        ♥ 사진출처 : 2017.4.9. 충북 음성군 음성읍 용산리  / 봉학산 산길에서 만난 제비꽃~/ 김기현 ================================================================================  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 안도현 /제비꽃 편지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이 못 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두었지요 안도현 시집 《그리운 여우》에서 ----------------------------------------   제비꽃         - 조문경      천둥과 비바람으로 벚꽃 졌다     어제만 해도 눈부심으로 사람들 열광했다     꽃잎 떨어진     고개 숙여야     볼 수 있는 거기     보랏빛 모으는     입술,     제비꽃     어제는 번개에 깨진 어둔 하늘     비바람의 살내 모았으리     오롯한     모든 발 돋음은     호흡 가쁘다     하나의 이상은 떨어졌고     땅의 명령은 지금, 제비꽃     도도함 ------------------------------------------    -조동진- /제비꽃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면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너머 먼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 제비꽃 ==  좋은 땅 기름진 곳 모두다 버려 두고  하필이면 자갈길에 뿌리를 내렸구나.  보랏빛 활짝 타올라 망울망울 피었네.  마침표 같은 씨앗 주머니에 담아 두고  바람이 불어오면 아낌없이 나눠주네.  꽃말도 아름다워라 사랑이라 하더래. (조말현·교사 시인, 1955-) +== 제비꽃에 대한 단상 ==  이름도 많구나  제비꽃, 오랑캐꽃, 병아리 꽃  그리고 장수 꽃, 외 나물, 씨름 꽃  때로는 예쁘다  때로는 오랑캐다  말, 말, 말 많은 세상  보일 듯 말 듯  키가 작아 더욱 가여운 제비꽃아  세상 사람들 입방아가 싫어  여기 산밑 길섶, 풀숲에  숨어서 피었구나  싫기도 하겠지  깊은 산중  올망졸망  진보랏빛, 네 얼굴  너의 눈이 눈물로 글썽 하구나  내 오늘은 너의 마음 아픈 이야기  한 소절 듣고 가련다. (최영희·시인)  +== 제비꽃 ==  울고 싶었구나  동긋이 핀 눈망울에 초롱초롱 자줏빛 이슬  너 곧 울겠구나  내 사랑 잃던 날  오늘처럼  야트막한 오름까지 먹장구름 앉았음을  누가 일러주더냐  그때 내 안에 내리던  하염없는 장맛비가 생각나  너 금방  왈칵 울고 말겠구나 (양전형·시인, 제주도 출생) +== 제비꽃 ==  제비꽃이 피었다  여럿 모여 가족이 되었다  가만가만 살펴보니  하늘도  땅도  햇볕도  온통 꽃 웃음  넘어가는 서쪽 해까지  꽃 속에 모여있다  요즘은 나도  마음을 못 잡는데 놀러나 가볼까  먹구름도 말간 눈을 뜨고 지나간다 (김귀녀·시인, 1947-) +== 제비꽃 곁에서 == 나의 사랑은 들꽃과 같았으면 좋겠다. 자주자주 새로운 아침과 저녁을 맞이하면서  곱게 지는 법을 아는 풀꽃이었으면 좋겠다.  긴 사랑의 끝이 오히려 남루할 때가 있나니  키 낮은 풀꽃 뒤에 숨길 수 없는 큰 몸을 하고 파란 입술의 제비꽃아.  나는 얼마를 더 부끄러워하면 되겠느냐.  내 탐욕의 발목을 주저앉히는 바람이 일어  깊이 허리 눕히는 풀잎 곁에서  내 쓰러졌다가 허심의 몸으로 일어서야겠다 (김선광·시인) +== 제비꽃 == 흰색이나 노란색 옷도 가끔은 입지만 대개는 보라색 옷을 즐겨 입는 너. 몸은 작지만 키도 무척 작지만  봄의 들판에서  활짝 웃는 네 모습에 반하지 않을 사람 세상에 하나도 없을 거야.  여자도 보라색이  잘 어울리면 미인이라지 수수한 연보랏빛  옷 하나만 걸치고 있으면 예뻐도  너무너무 예쁜 너. (정연복·시인, 1957-)       김윤자의 '제비꽃' 외      +== 제비꽃 ==  이른 봄 들녘 끝자리  행인의 눈에 띌까  보랏빛 수줍음 물들이어  가슴 열어 핀 꽃  꽃병에 꽂혀 본 적  화단에 심겨 본 적  없이  봄꽃이라 불리는  그 한마디에  마음 열어 핀 꽃  꽃송이 작으니  키라도 컸으면  줄기 짧으니  잎이라도 넓었으면  작음에  숨어 숨어 참빛 발하는  보랏빛 겸손 (김윤자·시인, 1953-) +== 제비꽃반지 ==  송아지 맬 말뚝 박을  땅 한 평 없던 그집 아이는 보석들이 지천으로 깔린 들에서 까만 사파이어 눈동자로 보라색 제비꽃 루비반지를 곁눈질로 끼워주었다 땟국물 목걸이 건 그 아이 손등엔 이명래고약 시계가 돌고 있었다 (김순진·시인, 1961-) +== 제비꽃의 노래 ==  그대 길목에 핀 나는  한 송이 외로운 들꽃이어요  바람 한 줄기에도 몸을 꺾어  보랏빛 가녀린 울음을 흩날리지만  어김없이 돌아와 다시 그 자릴 지키는  변치 않는 그대 그리움이어요  날 바라보는 당신의 눈길은  세월 따라  그대의 마음 따라 흔들리지만  보셔요 올해도 이렇게 불 밝혀선  여린 손길과 수줍은 나의 눈길  언제라도 다녀가셔요  힘겨운 그대의 작은 어깨가  봄 햇살 한 줌 품지 못하고 흔들릴 때도  아시잖아요  그대 눈길에 달려와 피었다가  그대 더운 숨결에 말없이 녹아드는  나는 한 떨기 제비꽃인 걸요  변치 않는 당신의 사랑인 걸요 (고증식·교사 시인, 1959-) +== 제비꽃 == 해맑은 눈망울, 고운 뺨,  진보랏빛 스웨터.  긴 머리 날리며  포로롱 포로롱  농협창고 뒷골목으로 사라진 소녀  성도 이름도 알 수 없었지만  그 검은 눈그리매 가슴에 박혀  봄날 오후 행여나 하고  창고 앞 다리 난간에 앉아 기다리면  휘파람새만 휘이 휘이익  살구꽃 환한 하늘로 날아올랐지.  세월이 아득하게 지난 뒤, 어느 봄날  무등산 자락 팔각정 오르는 골짜기  길섶에서 문득 만난 얼굴  말을 붙일까 망설이다  물끄러미 바라만보며 지나친 사람  그날 밤  인터넷 검색창에  "진보랏빛 소녀"라고 치자  예쁜 그 소녀의 사진과 함께 이런 문구가 떴다.  "경상남도 삼천포시 노산공원 부근에  살고 있는 제비꽃입니다." (백수인·시인, 전남 장흥 출생) +== 제비꽃 머리핀 ==  산자락 묏등에 제비꽃 한 송이 피었는데 누군가 꽂아준 머리꽃핀이어요 죽어서도 머리에 꽃핀을 꽂고 있다니 살아서는 어지간이나 머리핀을 좋아했나 봐요 제비꽃 머리핀이 어울릴만한 이생의 사람 하나를 생각하고 있는데 멀리서 찻물 끓이며 지나는 솔바람이 연두색 신갈나무 새잎을 흔들고 있어요 진달래는 얼굴처럼 붉고 산벚꽃나무가 환하게 등불을 켜고 있어요 (공광규·시인, 1960-)     신석종의 '제비꽃' 외  ♥ 제비꽃 좋아요  보고만 있는데도  눈물 나려고 합니다  예뻐서요  가녀린 여인이  한복을 입은 것 같은  그런 청초함이 보여요  이 작은 꽃에서요  몇 걸음 위에  진달래랑 생강나무꽃도  숨죽인 채 아까부터  여기만 보고 있어요  말 한마디 못 하고  마음에 품고 있나봐요  연보라 이 꽃을요  사랑이겠지요  (신석종·시인, 1958-) ♥ 제비꽃  내 고향 지새울  시오리 수로 둑길에  고개 숙여 수줍게 핀 꽃  멱감고 오돌오돌 떨던  순이 입술 같아  살포시 입 맞추고 싶던 꽃  (심시인) ♥ 제비꽃·1        그대 떠난 자리에  나 혼자 남아  쓸쓸한 날  제비꽃이 피었습니다  다른 날보다 더 예쁘게  피었습니다.  (나태주·시인, 1945-) ♥ 제비꽃·2  아직도 나를 기다려  고개 숙인 철부지 소녀.  (나태주·시인, 1945-) ♥ 노랑제비꽃 누구의 눈길이  그리웠을까  지나던 길  눈길만 주어도  여린 꽃잎  노랗게  흔들린다  누구의 얼굴을  기다렸을까  지나던 길  곱다만 하여도  여린 가슴  파랗게  두근거린다  (목필균·교사 시인) ♥ 제비꽃       네 부드러운 입술 위로  구름이 지나간다  구름 속엔  내 어릴 적 고향마을  골목이 누워 있고  나는 또래들과 어울려  숨바꼭질을 한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제비꽃 작은 잎새 위  구름 떠 있고  구름 속엔 보랏빛 꿈꾸던 얼굴이  아직까지 숨어 있다  (임명자·시인, 경기도 김포 출생) ♥ 제비꽃       이 봄에  북한산 제비꽃이 없었던들  나는 누구하고 놀았을까  아무도 놀자고 하지 않는 이 봄  그 때문에 날이 갈수록  사람이 싫어지는 병에 걸렸다  작은 제비꽃  이 꽃을 잊으면서 시름시름 앓았다  새삼 널 찾아온 것은 비인간적이다만  널 다시 알고부터 나아지는 병  이 봄에 네가 없었던들 나는 약국에서  쓰디쓴 알약만 삼켰을 거다  (이생진·시인, 1929-) ♥ 제비꽃 연가   나를 받아주십시오  헤프지 않는 나의 웃음  아껴 둔 나의 향기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웃을 수 있고  감추어진 향기도 향기인 것을 압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내 작은 가슴속에  하늘이 출렁일 수 있고  내가 앉은 이 세상은  아름다운 집이 됩니다  담담한 세월을 뜨겁게 안고 사는 나는  가장 작은 꽃이지만  가장 큰 기쁨을 키워드리는  사랑 꽃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삶을 온통 봄빛으로 채우기 위해  어둠 밑으로 뿌리내린 나  비 오는 날에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  작은 시인이 되겠습니다  나를 받아 주십시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제비꽃 끝없이 너른  봄의 들판에서 나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도 않지만 날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어코 나를 찾아낸다. 나를 좋아하니까 나를 정말 보고 싶으니까 연보랏빛 내 작은 몸이 눈에 번쩍 들어오는 거다. 이렇게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어  크고 잘난 다른  봄꽃들이 하나도 안 부러운  나는 올 봄도 한철 기쁘게 살다 갈 것이다. (정연복 1957~)   ♥ 통째로   제비꽃 하나가 피기 위해  우주가 통째로 필요하다  지구는 통째로 제비꽃 화분이다. (반칠환)   ♥ 제비꽃/구경애   원래부터  그러지 않았어 응달이든  양달이든  욕심 없이 잘 자랐었지 눈이 펑펑 오던 날이었어 보라색 날개를 활짝 펴 날아 오르려 하고있지 뭐야 깜짝 놀라서 들여다보았어 가냘픈 그 몸으론 역부족이야 아무리 펴봐도  너의 날개로는 날아 오르지 못 해 온 세상이 하얀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을 왜 했을까 앉은뱅이 제비꽃은 날지 못함을 아는 줄 알았는데 무모한 욕심은 금물이야 눈송이 아래로 들어갔다가 새 봄이 오면  다시 나와보시지 약이 쪼끔 오르겠지만 !            
545    인류 최초의 시인은 원시사회에서 신체적 불구자???... 댓글:  조회:2478  추천:0  2017-06-16
시인이 말하는 시 창작기법  제1장, 시란 무엇인가  ① 시는 일상적 언어를 버리고 보다 완전한 언어로 실현 하려는 인간 노력의 소산이다.  일상적 언어를 일상의 언어, 산문의 언어, 도구의 언어로 완전한 언어를 시의 언어, 사물의 언어, 존재의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② 키이츠의 오류  → 결국 시는 사실의 보고 보다는 그것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 보다 중요한 문학 양식이라는 점을 증명  ③ 이렇듯 시가 사실의 언급 또는 정보 전달에 따르는 언어의 정확성, 질서화, 논리화를 배척하고 애매성, 직관성, 비논리성을 추구 한다는 것은 결국 상상력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④ 그리하여 시는 일차적으로 그 언어가 관념적, 추상적 , 직설적 진술이 되어서는 안되며 그것은 적어도 이미지에 의해서 형상화 되어야 하는 것이다.  ⑤ 엘리옷: 시를『객관적 상관물』로 정의  → 시는 종교적, 도덕적 차원의 비판, 적절한 지성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⑥ 추하고 혐오스러운 정서가 오히려 예술적 심미감을 유발 할수 있다.  그이유는 시적으로 형상화시킨 시인의 심미적 기법과 관습화된 의미나 개념을 깨뜨려 새로운 영역을 내 보일수 있었던 시적 상상력의 신기성이다.  한편 시를 例를 들면 서정주(문둥이)  해와 하늘 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제2장 시상은 어떻게 잡는가  1. 시의 씨앗  ① 슈클로프스키 - (낯설게 하기)기법  -예술의 기법이란 대상들을 낯설게 하기의 기법이며 그 형식을 애매하게 하는 기법이며 지각의 어려움과 지속을 증가시키는 기법이다.  -예술이란 사고와 시각을 의도적으로 어렵게 만들어 구체적인 사물의 본질을 전달하는 것  ② 낯설게 하기 = 시적 표현의 원리  삐닥하게 보기 = 시적 발상의 원리  ③ 사물의 모순된 현상을 바로 잡기 위해서 모든 화두가 모순과 궤변으로 점철된 (삐닥하게 보기)의 例  -산은 물이요, 물은 산이다.  -뱀은 꽃대님 보다 아름답다.  -비듬이 떨어지듯 눈이 내린다.  -이완용은 애국자다.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  2. 감정의 당당한 배설  ① 아리스토텔레스 - 카타르시스  -정화, 배설, 공포와 연민(비극적 카타르 시스)  ② 당당한 배설  -심리적으로 왜곡되고 억압된 자아의 해방  -例- 김수영(性): 그것하고 하고 와서........  3. 상상력의 확장  ① 게으름,심심함,몽상(꿈)  ② C.D루이스- 시학입문  -인류 최초의 시상은 (게으르고 심심한 생활태도)에 의한 공상에서 시작 되었다.  -인류 최초의 시인은 원시사회에서 사냥을 할 수 없었던 신체적 불구자 였을 것이다.  ③ 로트레아몽 - 상상력의 확장이 시인에게 있어서 얼마나 폭넓게 용인될 수 있는가를 보 여주는 산문시  -긴손톱 → 아이 → 죽지 않을 정도로 상처 → 상처를 핥으며 피를 마신다.  제 3 장 소재는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1. 소재와 주제  ① 라이나. 마리아. 릴케  - 『시는 체험이다.』라고 시를 정의  ② 상상력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 체험이며 체험중 직접적인 체험만이 소재의 원천이 된다.  2. 소재 선택의 기준  ① 보편성: 시공을 초월한 법칙  김동명(밤), 마광수(눈)  보편성이 결여되어 있는 例: 김광균(추일서정)  ② 객관성: 확실하고 정확한 타당성 있는 소재의 제시를 통해서 얻어진다.  -객관성에 결여 되어 있는 例: 조향(바다의 층계)  ③ 참신성: 독창성, 구체성, 필연성, 친근감, 서스펜스, 극적요소, 유우머, 풍자, 아이러니 등이 참신성 범주에 든다.  < 예>이장희 (봄은 고향이로다.)  천상병 (땅) : 보편성과 참신성을 겸비한 모범적 例  박인화 (목마와 숙녀): 참신성은 있지만 객관성이 결여  3. 소재의 종류  ① 자연을 소재로 하는 시  -윤동주(서시)- 자연을 소재로 우주관, 인생관, 운명관, 도덕관등을 함축적으로 투영시키는데 성공한 작품  -김소월(산유화)- 자연을 소재로 자연계 삼라만상의 무상한 윤회와 변전, 반복을 노래한 가작  -시를 형이상학의 차원까지 끌어 올렸다.  -동양인의 자연 철학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단순한 자연이 아닌 심오한 주제를 담고 있다.  -김수영(풀) (폭포) (눈)  ② 일상적 사건을 소재로 하는 시  -유의해야 할 점  ○ 시속에 전개되는 사건이 전체적으로 뭉뚱그려진 상징적 사건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 시인이 아니면 느낄수 없는 어떤 시정신, 시적 진실 같은 것을 독자가 간접적으 로 체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 시의 한행 한행이 이루는 기교의 수일함 보다는 전체가 주는 상징적 감동을 노려 야 한다.  -박목월(가족)  -박노해(지문을 부른다.)  -윤동주(트루게네프의 언덕)  ③ 역사적 사실, 인물을 소재로 하는 시  -유의해야 할 사항  ○ 어떤 특정한 역사적 사실. 인물에 대하여 시인 나름의 독특한 해석의 시각을 마 련 해야 한다.  ○ 역사적 사실 그 자체의 전거에 대한 실증적 고찰을 할 필요는 없다.  ○ 정서적으로 느끼는 소감을 시로 표현해야 한다.  ○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심한 공부가 있어야 한다.  -변영로(논개)  -안도현(서울로 가는 전봉준)  -정일근(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④ 주변의 대상물을 소재로 하는 시  -시의 초보자(습작기)가 해야할 일  ○ 충실하고 객관적인 묘사법을 연습  ○ 대상물을 충실히 묘사하려는 의도  ○ 소재를 확대, 부연하지 말 것  ○ 주관적 관념성을 극도로 억제  ○ 소박함, 꼼꼼함  -쨩.콕또(귀) 내귀는 소라껍질.....  -김광균(뎃상) 향료를 뿌린 듯 곱단한 노을 위에....  -전연옥(멸치) 한 종지의 왜 간장에 몸을 담그고......  -이제하(빨래) 높은 가시 울타리에....  -허영자(백자) 불길속에 머리칼 풀면....  -한하운(개구리) 가갸 거겨 고교.....  -이세룡(성냥) 감옥속에는 죄인들이 가득하다......  ⑤ 추상적 관념을 소재로 하는 시  -창작할 때의 태도  시적 표현은 반드시 구체적 이미지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상징적 풍경화를 그려서 보여준다.  상징적 사건을 통해서 관념적 소재가 안고 있는 내포적 의미를 암시적으로 환기시 켜 주어야 한다.  관념어는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유치환(그리움) (행복)  -한용운(이별의 뒷부분)  -김광섭(고독)  -김춘수(부재)  -마광수(사치) --------------------------------------------------       생각의 사이 ―김광규(1941∼ ) 시인은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고 정치가는 오로지 정치만을 생각하고 경제인은 오로지 경제만을 생각하고 근로자는 오로지 노동만을 생각하고 법관은 오로지 법만을 생각하고 군인은 오로지 전쟁만을 생각하고 기사는 오로지 공장만을 생각하고 농민은 오로지 농사만을 생각하고 관리는 오로지 관청만을 생각하고 학자는 오로지 학문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이 낙원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시와 정치의 사이 정치와 경제의 사이 경제와 노동의 사이 노동과 법의 사이 법과 전쟁의 사이 전쟁과 공장의 사이 공장과 농사의 사이 농사와 관청의 사이 관청과 학문의 사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만 휴지와 권력과 돈과 착취와 형무소와 폐허와 공해와 농약과 억압과 통계가     남을 뿐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스페셜리스트, 한 가지 분야를 깊이 아는 사람이 대접받는다. 자기가 아는 분야 바깥의 다른 일은 전혀 몰라도 잘살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떤 일의 ‘전문가’가 되려고 전력투구한다. 그러면 ‘이 세상이 낙원이 될’까? 어떤 직업을 가졌건, 상황이 어떻건, 모든 사람이 제 분야만 생각하고 다른 분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세계를 상상해 보라. 스페셜리스트가 넘쳐나면 세상은 엉망이 될 테다. ‘오타쿠’의 세계에서는 군사 문제에만 빠삭한 사람, 정치에만 빠삭한 사람, 역사에만 빠삭한 사람을 ‘밀덕’ ‘정덕’ ‘역덕’이라 한다지. 뭐, 나는 ‘오타쿠’를 싫어하지 않지만, 세상이 ‘덕’, ‘오타쿠’들로만 구성된다면 그 세상은 얼마나 황폐할 것인가. ‘휴지와/권력과/돈과/착취와/형무소와/폐허와/공해와/농약과/억압과/통계가//남을 뿐’일 테다. 왜냐고? 제가끔 자기 전문의 벽을 쌓고 들어앉아 있는 사회, 특정 분야의 지식(정보)들이 커다란 벽으로 막혀 있는 사회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소통도 안 되고 타인을 이해할 수도 없을 테니까!  옛날 사람들은 어떤 일을 깊이 알지 못해도 세상일을 두루 알았다. 그처럼 제 세계에만 갇혀 있지 않고 열린 사람, 여러 분야를 두루 알면서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람, 생각이 치우치지 않은 사람, 요컨대 ‘사이’의 사람이 도태된 사회를 시인은 조곤조곤 담담히 비판한다. 쉽게 읽히면서 숨은 뜻이 씹히는 시다.  
544    세계적 글쟁이들이 글쓰기 조언 41 댓글:  조회:2374  추천:0  2017-06-16
세계적 작가들이 전하는 글쓰기 조언 41개          1. 누구도 좋은 책을 읽으며 자살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책을 쓰면서는 많은 이들이 자살했다. (로버트 번)   2. 캐릭터가 스타일이다. 나쁘고 잘 다듬어지지 않은 캐릭터에선 좋은 스타일이 나올 수가 없다. (노먼 메일러)    3. 없애는 건, 남아 있는 걸 응축시킨다. (트레이시 세발리에)   4. 다른 출판물에서 익숙하게 본 비유나 직유, 상징을 절대 사용하지 마라. (조지 오웰)    5. 캐릭터는 작가가 창조하는 게 아니다. 원래 존재하고 있었는데, 발견되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보웬)   6. 다 완성하기 전까진, 절대 이렇게 이렇게 쓸거야 남에게 말하지 마라. (마리오 푸조)   7. 우울하지 않으면, 당신은 진지한 작가가 될 수 없다. (커트 보네거트)   8. 언어 사용은 우리가 죽음과 침묵에 맞서 싸우게 할만한 유일한 것이다. (조이스 캐롤 오츠)    9. 영감이 찾아오길 기다려선 안된다. 몽둥이를 들고 그걸 쫓아가야 한다. (잭 런던)   10. 작가가 지켜야할 규율은 가만히 서서 등장인물들이 말하는 걸 들어보는 것이다. (레이첼 카슨)   11. 글쓰기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형태의 정신분열증이다. (E.L. 독토로우)    12. 그 순간 나오는 생각을 적어라. 골똘히 짜내지 않은 생각들이 보통 가장 가치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   13. 내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냐고? 지어낸다. 다 내 머리 속에서 나온다. (닐 가이먼)   14. 난 글을 쓸 때, 정확한 방향성을 가진 약간의 증오가 유용하다는 걸 발견했다. (앨리스 워커)   15. 너무 멀리 갈지 모를 위험을 감수하는 이들만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T.S. 엘리어트)   16. 소설을 써야겠다면 써라. 하지만 돈을 버는 건 우연한 사고(accident)라고 생각해라. 보상은 쓰는 것 자체로부터 얻어라. (펄 벅)   17. 아마추어들이 영감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 프로들은 일어나서 일하러 간다. (스티븐 킹)   18. 픽션의 문제점은 그게 너무 말이 된다는 점이다. 반면 현실은 결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앨더스 헉슬리)   19.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두려움이 '잘 해내지 못한다'는 두려움을 초월할 때, 비로소 일하기 시작한다.  (알랭 드 보통)    20. 저널리즘은 독자로 하여금 역사를 목격하게 하지만, 픽션은 독자로 하여금 역사를 살게 한다. (존 허시)   21. 난 항상 하나의 아이디어, 심지어 지루한 하나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한다. 그건 내가 답을 갖고 있지 않은 질문이 된다. (토니 모리슨)   22. 좋은 작가가 되는 건 3%는 재능이고, 97%는 인터넷에 주의를 뺏기지 않는 것이다. (무명)   23. 재능은 싸구려다. 중요한 건 훈련이다.  (앙드레 드뷔)   24. 아이디어에 대해 큰 소리로 논의하는 건, 종종 그걸 완전히 죽이는 거라는 걸 발견했다. (조앤 K. 롤링)   25. 모든 이야기는 끝가지 계속 가면 죽음으로 끝난다. 그 사실을 숨기려 하는 자는 진정한 스토리텔러가 아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26. 테크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열정을 가져야 한다. 테크닉 그 자체는 수를 놓은 냄비받침대에 불과하다.  (레이먼드 챈들러)   27. 젊은 작가들을 쓰도록 독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작가라는 생각은 못하게 해야 한다. (월러스 스테그너)    28. 썼을 때와 그걸 고칠 때 사이에 꽤 시간 간격을 둬라. (제이디 스미스)    29. 가능한 한 자주 글을 써라. 그게 출판될 거라는 생각으로가 아니라, 악기 연주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J.B. 프리슬리)   30. 매일 글을 써라. 강렬하게 독서해라. 그리고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번 보자. (레이 브래드버리)   31. 당신이 창조한 캐릭터들을 존중해라. 심지어 별볼일 없는 캐릭터까지도. 예술에선 실제 인생에서처럼, 모든 이들이 각자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사라 월터스)   32. 매우 일찍 일어나서 바로 일을 시작해라. 먼저 일하고, 씻는 건 나중에 해라. (W.H. 오든)   33. 명확하게 쓰는 사람들은 독자를 갖게 되고, 불명확하게 쓰는 사람들은 평론가를 갖게 된다. (알베르트 카뮈)    34. 의식은 편집자고, 무의식은 작가다. (스티브 마틴)    35. 글쓰기의 목적은 여러분 아버지와 어머니가 부끄러워서 졸도하게 만드는 데 있다. (J.P. 돈리비)   36. 픽션은 거짓말이다. 좋은 픽션은 그 거짓말 속에 감춰진 진실이다. (스티븐 킹)    37. 핵심 감정(key emotion)을 발견해라. 이게 단편을 쓰기 위해서 알아야할 전부다. (스콧 피츠제랄드)   38. 자기 글을 가차 없이 대해라.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그럴 것이다. (존 베리먼)   39. 내게 작가란 모든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을 뜻한다. (수전 손택)   40. 좋은 작가란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러다. 학자나 인류의 구원자가 아닌. (아이작 싱어)   41. 난 한 문장, 한 아이디어, 한 이미지를 갖고 시작한다. 그 이상으론 아무 것도 모른다. 그저 따라 간다. (데이빗 라비)          /작성자 모아산
543    장미꽃아, 나와 놀자... 댓글:  조회:2352  추천:0  2017-06-15
  오 순수한 모순이여...  릴케의 묘비에 이렇듯 묘사된 장미(Rose)꽃을  좋아하시나요? 로마시대에서는 귀족들의 화폐로 사용되기도 했다는 장미꽃은 취기를 몰아준다하여 술잔에 띄워지기도 하고 ,베개속에 넣어 향긋한 수면을 기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꽃이었고 연인들에게는 정열적인 사랑을 의미하여 일명 로즈데이에 서로 주고받기에 이르렀으니 장미야말로 꽃중의 꽃이라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런 장미꽃에 관한 시 를 모아 감상해보려구요. 사랑이 그대를 부르거든 그를 따르고 그에게 사랑한다는 고백과 함께 로즈데이에 장미와 어울리는 시와 꽃을 선물해보면 어떨가요^^   장미꽃 터널                                곽진구  하루도 빠짐없이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을 기억하고서  몰래 꽃을 보낸 이가 그대더냐?  네 마음을 알겠다  하늘만 쳐다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는 사람이거나,  자포에 빠져  이 날 저 날을 소주로 소일하는 사람이거나,  아무튼 이런 류(類)의 눈물족(族)은 모두  보내온 꽃으로  답답하거나 꽉 막힌 가슴속을  한 백 번쯤  쿡쿡 찔러보란 말이지?   그러나 어쩔거나  꽃을 받아도  그 꽃을 꽂을 가슴조차 보이지 않는,  외로움이 너무 오래 되어  빈자리가 기운 해바라기 목처럼 긴 사람들에겐        장미를 생각하며                                                                          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내가 정말 장미를 사랑한다면                                            복효근 빨간 덩굴장미가 담을 타오르는 그 집에 사는 이는 참 아름다운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낙엽이 지고 덩굴 속에 쇠창살이 드러나자 그가 사랑한 것은 꽃이 아니라 가시였구나 그 집 주인은 감추어야 할 것이 많은 두려운 것이 많은 사람이었구나 생각하려다가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이구나 생각하기로 했다       내 사랑은 빨간 장미꽃                                           R.버언즈         내 사랑은 유월에 갓 피어난 빨간 한 송이 장미 오 내 사랑은 부드러운 선율 박자 맞춰 감미롭게 흐르는 가락   그대 정녕 아름다운 연인이여 내 사랑 이렇듯 간절하오 온 바닷물이 다 마를지라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으리   온 바닷물이 다 마를지라도 모든 바위가 태양에 녹아 없어진다 해도 모래알 같은 덧없는 인생이 다하더라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으리.     잘 있거라.내 사랑하는 사람아 잠시동안 우리 헤어져 있을지라도 천리 만리 떨어져 있다해도 그리운 님아, 나는 다시 돌아오리다.       장미를 사랑한 이유                                             나호열   꽃이었다고 여겨왔던 것이 잘못이었다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이 고통이었다 슬픔이 깊으면 눈물이 된다 가시가 된다 눈물을 태워본 적이 있는가 한철 불꽃으로 타오르는 장미 불꽃 심연 겹겹이 쌓인 꽃잎을 떼어내듯이 세월을 버리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처연히 옷을 벗는 그 앞에서 눈을 감는다 마음도, 몸도 다 타버리고 난 후 하늘을 향해 공손히 모은 두 손 나는 장미를 사랑한다           장미와 가시                                           김승희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 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요.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장미                                      신재한   내가 키우는 것은 붉은 울음 꽃 속에도 비명이 살고 있다 가시 있는 것들은 위험하다고 누가 말했더라 오, 꽃의 순수여 꽃의 모순이여 죽음은 삶의 또 다른 저쪽 나도 가시에 찔려 꽃 속에 들고 싶다 장미를 보는 내 눈에서 붉은 꽃들이 피어난다         노을 속의 백장미                                     헤르만 헤세    슬픈 듯 너는 얼굴을 잎새에 묻는다. 때로는 죽음에 몸을 맡기고 유령과 같은 빛을 숨쉬며 창백한 꿈을 꽃피운다.   그러나 너의 맑은 향기는 아직도 밤이 지나도록 방에서 최후의 희미한 불빛 속에서 한 가닥 은은한 선율처럼 마음을 적신다.   너의 어린 영혼은 불안하게 이름 없는 것에 손을 편다. 그리고 내 누이인 장미여, 너의 영혼은 미소를 머금고 내 가슴에 안겨 임종의 숨을 거둔다.   장미                                 모윤숙   이 마음 한켠 호젓한 그늘에 장미가 핀다   밤음 어둡지않고 별은 멀지 않다 장미는 밤에도 자지 않는다   숲 없는 벌 하늘 틔지 않은 길 바람 오지 않는 동산 장미는 검은 강가에 서 있다   너의 뿌리는 내 생명에 의지 하였으매 내 눈이 감기기 전 너는 길이 못가리   너는 내 안에서만 필 수 있다 봄 없고,비 없고, 하늘 없는 곳 불행한 내 마음에서만 피여간다   밤은 어둡지않고 별은 멀지않다 너는 밤에도 자지 않는다.       장미                     정연복   나는 세상의 모든 장미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세월의 어느 모퉁이에서 한순간 눈에 쏙 들어왔지만 어느새 내 여린 살갗을 톡, 찌른 독한 가시 그 한 송이 장미를 나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여자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세상의 모든 별빛보다 더 많은 눈동자들 중에 남몰래 딱, 눈이 맞아 애증(愛憎)의 열차에 합승한그 한 여자를 나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한다.       장미 한 송이                                         용혜원         장미 한송이 드릴 님이 있으면 행복하겠습니다.   화원에 가득한 꽃 수 많은 사람이 무심코 오가지만 내 마음은 꽃 가까이 그리운 사람을 찾습니다.   무심한 사람들속에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장미 한다발이 아닐지라도 장미 한송이 사들고 찾아갈 사람이 있는 이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꽃을 받는 이는 사랑하는 님이 있어 더욱 행복하겠습니다.   + 장미꽃  화병에 꽂아 두었던  빨간 장미꽃 한 송이  자줏빛으로 쪼그라진 채  말라죽었다  쓰레기통에 버리려다  무심코 꽃송이에  코를 대어 봤더니 아직도  은은하게 향내가 났다  나는 깜짝 놀라  도로 꽃병에 꽂았다  비록 말라죽기는 했지만  향기만은 아직 살아 있기에  죽으면서도  향기만은 빼앗길 수 없다는 듯  품속에 꼬옥 품고 있는 장미꽃!  꼭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오삼·아동문학가, 1943-) + 장미       작은 뜨락의 장미꽃이 유월 아침 이슬  몽글몽글한  젖가슴을 품어 안고 있습니다.  (노현숙·시인, 경북 의성 출생) + 장미 빨갛게 소리치는 저 싸 ·늘 ·함.  (홍해리·시인, 1942-) + 장미 생각날 때마다 잊어버리려고 얼마나 제 가슴을 찔렸으면 가시 끝에 핏빛 울음일까? (이훈식·목사 시인) + 장미 깊숙이 묻혀 버린 그 진한 비밀들이  아픈 피 쏟으면서 빠알간 살 드러낸다  한 계절 여백을 채워도 가시 찔린 넋두리뿐  (송명·승려 시인) + 장미  누가 그 입술에 불질렀나  저토록 빨갛게 타도록  누가 몸에 가시울타리 쳐 둘렀나  그 입술에 입맞춤 못하도록  나도 그 입술이고 싶어라  불타는 사랑의 입술이고 싶어라  이별이 내게 입맞춤 못하도록  가시 울타리 치고 싶어라  (손석철·시인, 1953-) + 장미가 되리 무슨 칼로  가슴을 여며내면  저리 핏빛 꽃잎이 될까  무슨  불로 구워내면  저리 핏빛으로 燒成될까  무슨  사랑으로 문지르면  흰 가슴이  저리  붉은 피로 묻어날까  장미가 피는 날엔  가슴 아파라  장미가 피는 날엔  가슴 아파라  (류정숙·시인) + 장미         술잔을 비우고  장미로 안주하다  꽃의 독소  퍼진들 어떠랴  그것이 해롭기로니  사랑의 독보다 더할까보냐  (정숙자·시인) + 성난 장미  성난 것인지 발정한 것인지  예사롭지 않은 노란 장미  내게 덤비는 것 같은데  도망칠 곳이 없다  힘없이 당하는 꼴이 됐다  즐거운 비명이라도 칠까  도무지 식물 같지 않은 열기  내가 꽃이었으면  당하고 말았을 뜨거운 열기  (이생진·시인, 1929-) + 모시는 말씀 - 장미의 이름으로  가시를 갈아 꾹꾹 눌러 쓴 초청장을 보냅니다  초록 바퀴를 가진 바람 우체부 편에  짤막한 파티  절정에 이른 몸짓으로 밤잠 설치며 겹겹이 타오를 줄 아는  당신만을 모십니다  들숨과 날숨 사이  빗물에 적신 햇볕을 끼워 짠 아랑주(紬)에  살점을 문질러 진하게 물들인  새빨간 야회복을 입고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이 꼭 오신다면  몰래 감추어둔 꽃술 한잔도 마련하겠습니다  5월이라고 쓴 팻말을 따라  꿈의 계단으로 올라오십시오  (권천학·시인, 일본 출생) + 장미원에서 저 붉디붉은  장미 한 송이  꺾어드릴까요  그대로 하여  붉어진 내 가슴  꺾어드릴까요  그대 아니면 쓸모없는  내 나머지 인생을  꺾어드릴까요  (강인호·시인)  + 한 송이 장미꽃     장미꽃 한 송이  뜰 위에 피었네  그 집  그 뜰은  초라한데  장미꽃 곱게도 피어 있네  아침에는 함초롬이 이슬을 먹고  뜨거운 양지쪽 한낮에도  장미꽃 누군가 기다리며  말없이 그 뜰을 지켜 섰네  장미꽃 한 송이 피어 있네  가난한 그 뜰에 피어 있네  (임종호·시인, 1935-)  + 아내는 장미꽃  아내는 장미화다  가끔 화(花)를 낸다  곱지만  잘못 건드려 가시에 찔린다  아내여,  자꾸 피지 마라  릴케도 장미가시에 찔려  눈꺼풀 완전히 닫았대  (양전형·시인, 제주도 출생) + 6월의 장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부활의 장미  피었다 지는 것이야 쉬운 일이지만  그 향기까지야  쉽게 잊혀지겠습니까? 사랑하는 것쯤이야 쉽게 한다고 하지만 그리워하는 것까지야 어찌 막을 수 있겠습니까 먼 훗날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사무친 가시가 되고 당신은 숨가쁜 꽃봉오리가 되는 하나의 뜨거운 몸이 되어요 (정문규·시인, 전남 화순 출생) + 평신도의 장미  흰 장미와  붉은 장미가  지하에서  나의 시에 맺히는  아침의 이슬  주여  주여  주여  어리석은 것으로  충족한 오늘 속에서  밤의 명상과  아침의 찬송가  환한 긍정의 눈을 뜨고  마음 가난하게 살기를 다짐하는  평신도의  짧고도 힘찬 기도  진실로  당신이 누구이심을  짐작하는 것으로만  빛나는 풀잎새  흰 감자와  자줏빛 감자가 알을 배는  땅 밑으로 스미는  사랑의 입김.  주여  주여  주여  하루에 세 번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것으로  지팡이를 삼고  오늘을 사는  어리석고 충만한 자의  이마에  저녁햇살.  붉은 장미와  흰 장미가 되는  풍요 속에서  순간마다 피어나는  생기 찬 당신의 모습.  (박목월·시인, 1916-1978) + 장미의 내부 어디에 이런 내부를 감싸는 외부가 있을까. 어떤 상처에 이 보드라운 아마포(亞麻布)를 올려놓는 것일까. 이 근심 모르는 활짝 핀 장미꽃의 내부 호수에는 어느 곳의 하늘이 비쳐 있을까.  보라, 장미는 이제라도 누군가의 떨리는 손이 자기를 무너뜨리리라는 것을 모르는 양 꽃이파리와 꽃이파리를 서로 맞대고 있다. 장미는 이제 자기 자신을 지탱할 수가 없다. 많은 꽃들은 너무나 충일하여 내부에서 넘쳐나와 끝없는 여름의 나날 속으로 흘러들어 간다. 점점 풍요해지는 그 나날들이 문을 닫고, 마침내 여름 전체가 하나의 방, 꿈속의 방이 될 때까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오스트리아 시인, 1875-1926) + 장미의 열반 한철 통째로  불덩이로 생명 활활 태우며 한밤중에도 치솟는 송이송이 불면의 뜨거운 불꽃이더니 이제 지는 장미는 살그머니  고개를 땅으로 향하고 있다. 불타는 사랑은 미치도록 아름다워도 이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나 아름다움은 없음을 알리는 자신의 소임 하나  말없이 다하였으니 그 찬란한 불꽃의 목숨  미련 없이 거두어들이며 이제 고요히 열반에 들려는 듯.  (정연복·시인, 1957-)    
542    시인은 자기자신의 원고를 "퇴고"할줄 알아야... 댓글:  조회:2460  추천:0  2017-06-15
퇴고  일단 완성된 글, 즉 초고를 다시 읽어 가며 다듬는 일을 ‘퇴고’라 한다.  퇴고는 한 편의 글을 더 매끈하고 충실한 글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므로,  퇴고의 요령은 이제까지 우리가 배워 온 작문의 절차에 관한 갖가지 요령,  주의사항 등과 거의 일치한다.  (1) 퇴고의 원칙  ① 부가의 원칙 : 미비한 부분, 빠뜨린 부분을 첨가·보충하면서 표현을 자세하게 한다. ② 삭제의 원칙 : 불필요한 부분,지나친 부분, 조잡하고 과장이 심한 부분 등을 삭제하면서                         표현을 간단 명료하게 한다. ③ 재구성의 원칙 : 글의 순서를 바꾸거나 어휘를 바꾸어 효과를 더 높 일 수는 없는가를                        살펴본다. 적절한 것으로 변경하여 주제 전개의 양상을 고쳐 나간다.  (2) 퇴고의 방법  ① 전체의 검토 가. 주제는 처음에 글을 쓴 의도 및 동기와 일치하는가? 나. 주제 외의 다른 부분이 오히려 강조되어 주제가 흐려지지 않았는가? 다. 주제를 뒷받침하는 제재가 주제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쉽게 씌여져 있는가?  ② 부분의 검토 가. 문단 간의 연결이 잘 되어 있으며, 중요도에 따라 적절한 비율이 지켜 지고 있는가? 나. 문단이나 문장 간의 접속 관계에서 논리적인 모순은 없는가? 다. 비문이나 모호한 문장은 없으며, 효과적인 문장으로 되어 있는가?  ③ 어휘의 검토 가. 글의 주제와 분위기에 알맞은 어휘를 선택했는가? 나. 적절하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표현했는가?  ④ 표기법 및 문장 부호의 검토 가. 맞춤법 및 띄어쓰기가 바르게 되어 있는가? 나. 문장 부호의 사용은 적절한가?  ⑤ 자연스러움의 검토:소리를 내어 읽어 보았을 때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곳은 없는가?  ⑥ 최종적인 검토 : 퇴고를 다 끝내고 나서 다시 한 번 부족한 곳이 없는 지 살펴본다.  (3) 퇴고할 때의 유의할 점  ① 될 수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읽게 하여 충고를 듣는다. ② 낭독해 가며 어색한 곳을 고친다. ③ 적어도 서너 번 정도 읽고 수정한다. ④ 참고 서적을 적절히 이용한다.  --------------------------------------------------------------------------     꽃 보자기 ―이준관(1949∼ ) 어머니가 보자기에 나물을 싸서 보내왔다 남녘엔 봄이 왔다고. 머리를 땋아주시듯 곱게 묶은 보자기의 매듭을 풀자 아지랑이가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남녘 양지바른 꽃나무에는 벌써 어머니의 젖망울처럼 꽃망울이 맺혔겠다. 바람 속에선 비릿한 소똥 냄새 풍기고 송아지는 음메 울고 있겠다. 어머니가 싸서 보낸 보자기를 가만히 어루만져 본다. 식구들의 밥이 식을까봐 밥주발을 꼭 품고 있던 밥보자기며, 빗속에서 책이 젖을까봐 책을 꼭 껴안고 있던 책보자기며, 명절날 인절미를 싸서 집집마다 돌리던 떡보자기며, 그러고 보면 봄도 어머니가 보자기에 싸서 보냈나 보다. 민들레 꽃다지 봄까치풀꽃  한 땀 한 땀 수놓아 만든 꽃 보자기에 싸서.  겨울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봄은 한 걸음 다가왔다 두 걸음 물러나는 듯 안타까이 더디 온다. 어쨌든 무슨 일이 있어도 어김없이 시간은 가고 봄은 제가 오고 싶건 말건 기어이 오게 돼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메리 올리버 산문집 ‘휘파람 부는 사람’에 한 해의 이맘때 썼을 구절이 있다. ‘지치고 졸린 겨울은 긴긴 밤에 천천히 달을 윤나게 닦고 북쪽으로 물러난다. 겨울의 몸이 줄어간다. 녹아간다.’ 그 달은 우리에게 정월 대보름달이다. 대보름달이 기울면서 겨울의 몸은 사뭇 줄어가리라. 다음 보름달은 봄으로 차오른 달이리라. ‘어머니가 보자기에 나물을 싸서 보내왔다/남녘엔 봄이 왔다고’, 아직 겨울인 듯 몸과 마음이 움츠러져 있던 화자는 어머니가 보자기에 싸 보낸 나물에 뭉클해진다. 남녘엔 벌써 봄이 왔구나. 이렇게 보내주자고 어머니는 봄이 오자마자 부지런히 나물을 캐셨구나. 남녘, 고향의 봄같이 따사롭고 한결같은 어머니의 정! 그 손길로 ‘곱게 묶은/보자기의 매듭을 풀자’ 코를 싱글거리게 하는 나물 냄새와 함께 ‘아지랑이가 와르르 쏟아져 나왔’단다. 어린 날의 화자가 나물 캐는 어머니 곁에서 보았을, 봄 들판에 피어오르던 그 아지랑이!  다용도로 톡톡히 쓰이던 어머니의 보자기를 기억 속에서 정답게 떠올리며 화자는 ‘그러고 보면’ 어머니가 이번에는 봄을 보자기에 싸서 보낸 거라고 흥겨워한다. 화자를 감싸듯 나풀나풀 내려오는 봄, 어머니의 꽃 보자기.  
541    "오월의 짧은 그림자"야, 섭섭하다... 다시 놀자... 댓글:  조회:3658  추천:0  2017-06-14
      5월의 시(詩) 모음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 하이네 (독일시인-Heinrich Heine 1797-1856)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 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어라.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 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어라.       그해 오월의 짧은 그림자 / 진수미     사랑을 했던가 마음의 때, 그 자국 지우지 못해 거리를 헤맸던가  구두 뒤축이 헐거워질 때까지 낡은 바람을 쏘다녔던가  그래 하기는 했던가 온 내장을 다해 엎어졌던가    날 선 계단 발 헛디뎠던가 하이힐 뒤굽이 비끗했던가  국화분 위 와르르 무너졌던가  그래, 국화 닢닢은 망그러지든가 짓이겨져 착착 무르팍에 엉겨붙던가   물씬 흙 냄새 당기든가  혹 조화는 아니었는가  비칠 몸 일으킬 만한던가  누군가 갸웃 고개 돌려주던가  달려오던가   아야야, 손 내밀던가  그래, 그 계단 밑,  아픈 복사뼈, 퉁퉁 붓고, 화끈 화끈 그게  사랑이라며  탈골하며 환하게 바람 스미던가 그래  사랑이던가 그 누군가는 혹.       5월 / 권경업     물오른 보릿대궁  하늘대는 밭고랑 끝에  산자락은  버선발을 살며시 올려놓고  짙푸른 짧은 치마  수줍다고 얼굴 가리네 재넘어 영마루에  뭉게 구름 피어오르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 속에  칡 캐는 아이들의 마음은  짖궂은 바람 따라  이리저리 물결치며  푸르른 오리나무 숲으로 가네.       5월 / 김상현       나와 봐  어서 나와 봐 찔레꽃에 볼 부벼대는 햇살좀 봐  햇볕 속에는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려고  멧새들도 부리를 씻어   들어 봐  청보리 밭에서 노는 어린 바람소리  한번 들어 봐  우리를 부르는 것만 같애  자꾸만 부르는 것만 같애 .       5월 /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진다 바람은 넘실 천이랑 만이랑  이랑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숫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山 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5월 / 오세영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 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창 밖은 오월인데 / 피천득     창 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 라일락 향기 짙어가는데 너는 아직 모르나 보다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크리스탈 같은 미라 하지만 정열보다 높은 기쁨이라 하지만 수학은 아무래도 수녀원장   가시에도 장미 피어나는데 '컴퓨터'는 미소가 없다 마리도 너도 고행의 딸.       푸른 5월 / 노천명     靑磁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당 창포잎에 ㅡ 여인네 행주치마에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같이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5월의 푸른 여신 앞에 네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 밀려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어 눈은 먼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진 길을 걸으면 생각은 무지개로 핀다.     풀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순이 뻗어나던 길섶 어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가잎나물 젓갈나물 참나물 고사리를 찾던 ㅡ 잃어버린 날이 그립구나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아니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이 모양 내 맘은 하늘 높이 솟는다   5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5月 恨 / 김영랑     모란이 피는 오월달 월계月桂도 피는 오월 달 온갖 재앙이 다 벌어졌어도 내 품에 남는 다순 김 있어 마음 실 튀기는 오월이러라.   무슨 대견한 옛날였으랴 그래서 못 잊는 오월이랴 청산을 거닐면 하루 한 치씩 뻗어 오르는 풀숲 사이를 보람만 달리던 오월이어라.   아무리 두견이 애닯아해도 황금 꾀꼬리 아양을 펴도 싫고 좋고 그렇기보다는 풍기는 내음에 지늘꼈건만 어느새 다 해-진 오월이러라.       5월 5일- 어린이 날 / 윤극영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 날 우리들 세상     5월 8일 어버이 날- 어머니 은혜 / 양주동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요   어머니의 은혜는 가이 없어라.       5월17일 은사의 날-스승의 은혜 / 강소천(함남.1915 - 1963)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 아 !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 오월의 신록 오월의 신록은 너무 신선하다. 녹색은 눈에도 좋고 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 두 살 된 나는 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지만 신록은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천상병·시인, 1930-1993)  + 오월 모란이 지자 장미가 피어난다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 꿀벌들은 종일 윙윙대고 알을 낳으려나, 종달새는 보리밭 위에서 애가 탄다 찔레꽃이 광목 홑청처럼 볕 바라기를 하는 들녘  산마루엔 초록 구름 하늘엔 뭉게구름 빨간 자전거 우체부 (임보·시인, 1940-) + 오월 장미꽃 봉오리 그 봉오리에 해님은 쉼 없이 햇살을 부어넣고 있다 하루 이틀 햇살의 무게에 못 이겨 장미꽃 활짝 벌어졌다 장미꽃 속에서 차르르 차르르 쏟아져 내리는 빛구슬, 구슬 (하청호·시인, 1943-)) +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어라.  (하인리히 하이네·독일 시인, 1797-1856) + 오월의 하루를 너와 함께 오월의 하루를 너와 함께 있고 싶다. 오로지 서로에게 사무친 채 향기로운 꽃 이파리들이 늘어선 불꽃 사이로 하얀 자스민 흐드러진 정자까지 거닐고 싶다. 그곳에서 오월의 꽃들을 바라보고 싶다. 그러면 마음속 온갖 소망들도 잠잠해지고 피어나는 오월의 꽃들 한가운데서 행복이 이루어지리라. 내가 원하는 그 커다란 행복이. (라이너 마리아 릴케·체코 시인, 1875-1926) + 푸른 오월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왠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씬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팥나물 호박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랑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노천명·시인, 1911-1957) + 5월의 다짐 초록 이파리들의 저 싱그러운 빛   이 맘속  가득 채워 회색 빛 우울(憂鬱) 말끔히 지우리. 살아 있음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살아 있음은 생명을 꽃피우기 위함이라는 것   살아 있는 날 동안에는 삶의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는 것. 초록 이파리들이 전하는 이 희망의 메시지 귀담아 듣고 가슴 깊이 새기리. (정연복·시인, 1957-)   오월이 오면 / 청원 이명희 초록으로 반짝이는 햇살 아래 핀 찔레꽃 향기 가슴에 물들면 먹먹한 마음 서러워서 어쩔거나 푸르러 푸르러 투명하게 푸른 하늘 눈이 큰 사슴처럼 어찌 보고 서 있을꺼나 시름도 두려움도 없이 노고지리 설렁설렁 하늘은 나는데 하르르 감겨오는 그리운 얼굴 보고 싶어 어찌 살거나 두근두근 방망이질로 다가오는 눈부신 저 푸름의 함성에 가슴 벽 무너지면 어찌 할거나    
540    철쭉아, 나와 놀자... 댓글:  조회:2406  추천:0  2017-06-14
            ♥ 철쭉 / 윤인구     멋대로 스러져도 좋겠다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연분홍 꽃향기 버거운 숨 잠시 놓아버릴까 아니야 나는 쑥국새가 아니야   간밤에 황매산에 비가 내려서 이봐요, 지난밤 고독을 얘기합시다 지들끼리 모여서 수다를 떨다가 그만 툭툭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네   새파란 열일곱 살 장박리 부잣집에 시집가더니 골골거리던 서방님 죽고 탈상도 안지나 떡갈재 철쭉꽃 몸살나게 붉던 날 쑥꾹 쑥꾹새 따라 달아났다고   멋모르고 온 산에 꽃불을 질렀네 때가되면 시들어 지고우는 꽃이 아니야 어느 봄날 미련없이 꽃잎을 벗어버리지 진한 연분홍 꽃향기속에 묻히고 싶었네 쑥꾹 쑥꾹 애타는 쑥국새 울음소리 온 산에 꽃불을 질러대는           ♥ 철쭉꽃 / 양전형   다 펼친 게 아름다운가 다 숨긴 게 아름다운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세상은 거침없이 속 다 꺼낸 너를 용서한다 붉은 고백 하나로도 너는 죄를 다 씻었다 네 붉은 입술에 하늘이 내려앉아 묵묵히 불타고 있구나 아, 너의 뜨거움을 바라봄으로 너의 소갈머리 닮은 꽃눈이 지금 북풍설한의 빙점 똟고 돋아난 내 안의 꽃눈들이 지금, 아아 나는 몰라요 그대여! 나 지금 철쭉이어요 피고 싶어요         ♥ 철쭉꽃 / 박인걸     철쭉이 핀다. 핏빛으로 핀다. 사월에 죽은 영혼들이 눈물을 흘리며 핀다.   꽃잎처럼 떨어져간 새파란 젊음들이 사월이 오면 길섶에 붉은 피를 칠한다.   사랑을 위해 쏟았던 숭고한 생명의 액체가 붉은 눈물로 튀어 산야를 뜨겁게 물들인다.   일찍 사라져간 그리움의 사무침이 못내 아쉬워 눈부시도록 피고 있다.           ♥ 철쭉꽃 / 안도현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철쭉꽃이 피었습니다 열일곱 살 숨가쁜 첫사랑을 놓치고 주저앉아서 저 혼자 징징 울다 지쳐 잠든 밤도 아닌데 회초리로도 다스리지 못하고 눈물로도 못 고치는 병이 깊어서 지리산 세석평전 철쭉꽃이 먼저 점령했습니다 어서 오라고 함께 이 거친 산을 넘자고 그대, 눈 속에 푹푹 빠지던 허벅지 높이만큼 그대, 조국에 입 맞추던 입술의 뜨거움만큼         ♥ 철쭉이 피면 / 인이숙     뜨거운 햇살에 아침잠을 깨어보니 눈앞에 모두 모여 소곤대는 꽃잎들을 보았네   손톱에 물이 들까봐 조심스레 만지고픈 아이의 순진함에 붉은 얼굴이 더 빨개져서 고개를 못 드네   이 한몸 밝은 세상 향해 많은 이의 가슴속에 붉은 꽃물 들어 머무를 수 있을까?   새벽이슬 닮은 얼굴 예쁘게 아침을 맞이하는 꽃 입가에 환한 웃음 짓네   내가 피면 얼마나 예쁠까? 나비의 시샘은 고울까? 두근거린다네 세상에 선보일 푸른 날을         ♥ 철쭉꽃 / 손병흥     신라 서라벌의 절세미인이었던 수로부인(水路夫人) 앞에 어느 노인(老人)이 천길 벼랑위에 홀로 만발한 꽃을 꺾어 그윽한 눈빛과 함께 무릎을 조아리면서 바쳤다고 알려진 걸음을 멈추고 아름다움에 취해 머뭇거리게 한다는 의미 옛날엔 척촉화(躑躅花)로도 불리어졌던 연분홍빛 철쭉꽃   아름다운 여인 한마디에 바쳐진 사랑의 즐거움이란 꽃말 진달래 질 무렵 온통 산기슭 수놓는 설화 속 향가 이야기 서정시가로 전해져 내려오는 헌화가 가사에도 있는 것처럼 험준한 절벽위의 꽃을 꺾어오게 했다는 위대한 매력 그 자태 먹지 못해 개꽃이라고 불렀던 진달래목 진달래과 낙엽관목             ♥ 철쭉꽃 몸살 / 이솔     철쭉이 몸살을 앓는다 산허리 이리저리 헤매며 핏줄을 감아, 핏줄이 터지려 한다 발길 닿지 않는 곳, 산사로 오르는 어귀마다 눈을 찌르는 핏빛으로, 가시 찔린 손톱색으로, 보랏빛으로 햇살에 색이 바랜 분홍저고리 등짝 같이 텁텁한 색으로. 철쭉은 핏덩이를 삼키지도 못해 떨어져나간 탑 모서리 핏줄을 삭인다 삼층석탑 깨어진 귀퉁이의 아픔까지 묵언으로 돌고돌아 대웅전 부처의 눈 밑에 엎드린다         ♥ 철쭉에는 핏빛이 배어있다 / 최범영     사월이 오면 진달래꽃 지고 조팝나무에는 누군가 배고픔 잊으려 하얀 종이로 접은 밥풀꽃들이 주렁주렁 피는 때 그 곁엔 늘 철쭉이 서 있다   연산홍, 아잘리아 그리고 또한 다 못 욀 사람들의 이름으로 불리는 꽃 철쭉에는 핏빛이 배어있다   눈 씻고 또 보라 사랑을 위해 피흘려야 했던 사월을 기억하라고 철쭉에는 그렇게 핏빛이 배어있다         ♥ 철쭉꽃 붉은 입술 / 김숙경     시를 다듬다가 커피를 마시다가 낭송을 하다가 문득 진홍의 철쭉꽃과 눈이 맞았습니다 해마다 성긴 머리처럼 꽃잎이 줄어가지만 뭘 먹고 저리도 고운 옷을 입었는지요   약간의 비료가 섞인 화분속의 흙만으로 조금의 물 창사이로 스민 바람결 영롱한 햇살 그냥은 보내지 않더니만 저리도 붉디붉은 입술을 물고 저리도 화사하게 피어날 줄이야   자연을 훼손하는 영장이 숙연하게도 바라만 보아도 연한 자태 가슴이 뜁니다 남달리 많이 먹고 읽고 쓰고 많이 웃고 우는 사람이 자지러지게 붉은 꽃잎으로 뺨이 따뜻해집니다...     ♥ 꽃말 : 사랑의 즐거움. 사랑의 기쁨.      " style="max-width: 700px;" />    
539    시적 탐구의 과정은 곧 삶의 잉여적 표현이다... 댓글:  조회:2276  추천:0  2017-06-14
>                               - 나호열 아침 출근길, 본관 앞 목련이 드디어 꽃봉오리를 열었습니다. 4월인데도 유난히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잔뜩 웅크린 나무들이 안쓰러웠는데 아! 하고 짧은 감탄사가 하나로 세상을 환하게 하였던 것입니다. 무엇에 그렇게 홀연해졌을까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넋을 놓아버렸을까요? 한번 스쳐간 봄바람, 한 스푼의 따스한 햇살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짧은 순간의 몸섞음, 그런 生의 전율이 느껴졌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生을 사랑합니다. 대상을 향하여 사랑한다고 되뇌일 때 그것은 생을 긍정하는 자신의 몸짓일 뿐이라는 당신의 말씀이 되살아납니다. 대상과 부딪칠 때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전율, 직관적인 대상과의 몸섞음, 그것으로부터 나의 글쓰기는 시작됩니다. 간사한 소리가 사람을 느끼게 하면 어긋난 심기가 그러한 느낌에 응하여 나타난다. 올바른 소리가 사람을 느끼게 하면 심기가 그러한 느낌에 응하여 조화된 樂이 일어난다. 이렇게 간사한 소리를 부르면 어긋난 심기가 응하고 올바른 소리를 부르면 따르는 심기가 응한다. 그리하여 도리에 어긋나고 틀려 曲과 直이 나타나 각각 그 分限에 돌아간다. 이것이 만물의 이치다. 만물은 곡이냐 직이냐에 따라 느껴지는 것이다.                                                       -禮記 조화된 樂이란 무엇일까요? 樂이란 즐기는 것이고 인간의 情은 그 즐거움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하였는데 그 즐거움 속에는 淨化된 기쁨과 슬픔이 混融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요. 더 이상 분해될 수 없는 核, 그 알맹이는 나를 둘러싸는 印象, 영육을 감싸는 신비한 물감 같은 것이 되지요. 詩를 쓰고자 하는 사람은 사랑으로 충만 되어 있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사물들, 현상들, 증오는 사람을 이길 수 있겠지만 사랑은 지는 일에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작은 몸짓이라고 말입니다. 서울 근교 어느 화가의 작업실 겸 찻집 한 귀퉁이에 아직 표구되지 않은 그림이 있습니다. 벌거벗은 두 남녀가 포옹한 채 뜨거운 입맞춤을 하는 …… 몸을 감싸안은 팔뚝의 힘줄에서 절실한 꿈틀거림이 나타나 있지요. 그 꿈틀거림에서 문득 불꽃을 보게 되었습니다. 타오르는 불꽃 속에는 두 사람이 있다. 여기에서 생각은 잠시 멈춥니다. 위대한 舞임금게서 詩는 뜻을 말하는 것이고 노래는 말을 읊는 것으로 밝혔다……마음속에 있을 때는 持가 되고 말로 표현되어서 詩가 된다……詩는 持와 인간의 情性을 간직하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七情을 간직하여, 사물과의 자극으로 감응되며 사물에 감응되어 志를 읊는다.                                                  -[문심조령] 내 마음속의 志는 무엇일까, 당신을 절실히 사랑한다는 것은 그 행위를 통해서 나의 삶을 갈구하는 것, 우리는 창 너머의 그 무엇이 아니라 서로의 흐리고 작은 창이라는 사실이 때로는 아름답고 슬프지요. 그래서 차 한모금 마시고 다음 구절을 옮기게 됩니다. 하나가 되기 위하여 가슴을 맞대어도 더욱 활활 타올라도 억세게 포옹하고 있는 모습에서 환희보다는 처연한 아픔이 떠오르는 것은 만남의 덧없음과 끝내는 놓아버릴 수밖에 없는 삶의 끝을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생각은 포옹에서 불꽃으로, 불꽃에서 불꽃의 덧없음을 하염없이 흘러가고 맙니다. 여기에서 가슴은 답답해집니다. 시구를 다듬는 법은 杜甫가 그 묘를 다했다. 사람의 재주란 그릇의 모나고 둥근 것과 같아서 함께 겸비할 수 없다. 천하의 기이한 경치나 이상한 구경거리가 마음과 눈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많지만 실로 사람의 재주가 뜻을 따르지 못한다. 그러므로 옛날 사람들은 뛰어난 재주가 있어도 경거망동하게 손을 놀리지 않고 반드시 갈고 닦은 연후에야 빛을 내려 무지개처럼 천고에 빛낼 수 있었다...                                            -李仁老 [破閑集] 나는 무엇을 가슴에 각인하려 하는가, 이렇게 행간을 훌쩍 넘어 재주나 부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가, 과연 절실한가 물끄러미 당신은 나를 쳐다봅니다. 초에 불을 당기며 '당신도 지금 이 촛불처럼 타고 있어요'라고 나지막히 말합니다. '우리는 불꽃을 이루며 그냥 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향기를 뿜어내는 것이 아닐까요.'웃습니다. 삶이, 욕망이 부끄러워지면서 멋쩍게 다음 구절을 남깁니다. 우리는 서로를 밝히지 못한다. 한숨이 되어 뿜어 나오는 향기 그 몸짓만이 남아 우리의 삶은 무엇일까요. 힘겨움과 역겨움, 끊임없는 가난과 회의를 거듭하며 어느 아침의 목련처럼 문득 피어나면서 시듦을 예감하는 찰나적 희열에 어떻게 몸을 가누어야 하는 것인지요. 그림은 기울어가는 햇살의 그림자를 흡입하여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의 엉킴도, 윤곽도 하나의 검은 덩어리로 모습을 바꾸고 있습니다. 하나가 되자 하나가 되자 더도 가지말고 이 자리에서 풀석거리는 한 줌의 재 불꽃 속에는 타오르는 두 사람이 있다 한지를 빌려 [불꽃]이라고 제목을 붙여 쑥스럽게 당신에게 보여 줍니다. 당신은 또 웃습니다. 시간을 재촉하여 서둘러 길을 되짚습니다. 산방의 주인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림도 보이지 않습니다. 노을 속에 [불꽃]을 던집니다. 무릇 시는 意로서 主를 삼는다. 의를 설정하기가 제일 어렵고 말을 다듬는 것은 그 다음이다. 의는 氣로서 주를 삼으니 기의 우월에 따라 시의 깊고 낮음이 비롯된 뿐이다. 그런데 본래 기는 타고난 것이니 배워서 얻기가 힘들다. 그러므로 기를 타고나지 못하면 詩文을 아로새겨 다듬을 분 意로서 뜻을 펴지 못한다 시문을 아로새기고 단청을 들이듯 꾸미면 실로 아름답기는 하나 시 속에 함축된 것이 없어 깊이와 두터움의 意가 없게 되어 처음엔 그럴 듯 하지만 다시 보면 볼수록 시의 맛이 공허해져 버린다...                                         -李奎報, [白雲小說] ------------------------------------------------------------------------------------       탐구생활 ―이진희(1972∼ ) 나는, 나는 매일 나는 애벌레거나 곤충의 상태인 듯한데 밤이면 짐승이나 꿀 법한 꿈에 시달리면서도 한낮에는 천연덕스럽게 꽃이나 나무의 이름표를 가슴에 붙이고 간신히 성장하는 기분, 도무지 나는 무얼까 어떤 숙제도 제대로 한 적 없는데 어떤 통과의례도 차분히 겪은 적 없는데 혓바늘이 따뜻한 입속 부드러운 혀를 상기시킨다, 내게 식도와 위장, 항문 말고도 아름다운 허파와 성대가 있다는 것을     성장 속도가 현저히 느린 나는 무엇이 아니면 좋을까 태어났으므로 죽음에 분명 가까워지고 있는데 사람으로서 살아가고자 애쓰는 이들에 대한 무례 무례함만이라도 조금 지워보자 나 혼자 체험했던 사소한 부끄러움과 당신이 애써 펼쳐 보여준 슬픔의 커다란 뺨이 동일하다고 쉽사리 단정 짓지 않기 위하여 ‘나는 무얼까’, 묻게 될 때가 있다. 나이나 성별이나 가족 관계나 직업이나 용모나, 기타 외부적인 조건 외에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고, 또 내가 알고 있는 ‘나’가 실제 ‘나’와 다를 수도 있다. 가령 거짓을 끔찍이 혐오하는 성향의 사람이 제 거짓 언행을 의식하지 못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무얼까’라는 질문에 진지해지면 ‘나는, 나는’ 하고 말을 더듬게 될 테다. 그런데 화자의 ‘나는, 나는’은 ‘매일 나는 애벌레거나 곤충의 상태인 듯한데’라는 노골적 자기 비하 표현에 대한 염치를 의식하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아, 그런데 ‘애벌레’는 ‘알에서 나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곤충의 한 상태다. ‘벌레’라고 쓰려다 헛갈린 듯)   감정도 생각도 미개하고 미미함이 벌레 같다고, 제 낮의 얼굴과 밤의 얼굴이 완연히 다르다고, ‘어떤 숙제도’ ‘통과의례도’ 게을렀다고, 화자는 자신을 마구 나무란다. 참담한 자기 직시에 화자는 혓바늘이 돋는 지경이다. 그 ‘혓바늘’이 사람의 입, 즉 욕망은 ‘식도와 위장과 항문’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말과 노래에 복무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상기시키네. ‘나’란 무엇인가를 넘어 ‘인간’이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윤리적 성찰을 보드랍게 담고 있는 시다. 사족: ‘탐구생활’이란 말은 사실 잉여적 표현이다. 삶이라는 건 그 자체가 탐구의 과정 아닌가. 아리스토텔레스도 말했다. ‘알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본성.’ 탐구생활이 끝난 뒤의 우리 삶이란 아마 별 볼 일 없는 것일 테다.
538    시인의 눈물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렌즈"이다... 댓글:  조회:2705  추천:0  2017-06-14
현실과 꿈 사이의 희망온도        박남희(시인)   1.공갈빵의 희망온도   이영식 시인처럼 시와 사람이 일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나는 지금까지 이영식 시인만큼의 호인을 별로 만나보지 못했다. 그는 인품이 따뜻한 시인이다. 따라서 그의 시도 따뜻하다. 하지만 시와 사람이 이처럼 한결같은 따스함을 유지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이영식 시인의 ‘따스함’을 그의 시의 한 모티브인 ‘희망 온도’에서 발견한다. 최근에 발간된 그의 두 번째 시집의 제목이 『희망온도』인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이영식 시인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느껴지는 교감과 정서를 온 몸으로 체감하고 싶어한다. ‘희망온도’는 그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느끼고 싶어하는 가장 이상적인 온도를 가리키는 상징적인 개념이다. 그의 시는 대부분 일상성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 일상성 뒤에는 언제나 ‘희망온도’가 지향하는 그의 꿈이 자리하고 있다. 현실과 꿈 사이에 존재하는 ‘희망온도’는 이영식 시인의 시와 삶을 이끌어 가는 천칭저울과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등단하고 2년 뒤인 2002년에 첫 시집『공갈빵이 먹고 싶다』를 상재한 바 있다. 그의 첫 시집은 주로 가난하고 보잘것 없는 자들의 소외된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노래하고 있다. 이 시집의 표제시인「공갈빵이 먹고 싶다」만 하더라도 길거리에서 빵을 굽는 여자를 소재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시인은 단지 소외된 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새로운 시적 의미를 발견한다. 이처럼 사소한 소재를 통해서 새로운 미학적 의미를 발견해내려는 노력이야말로 이영식 시의 가장 큰 미덕이다.    빵 굽는 여자가 있다 던져놓은 알, 반죽이 깨어날 때까지 그녀의 눈빛은 산모처럼 따뜻하다 달아진 불판 위에 몸을 데운 빵 배불뚝이로 부풀고 속은 텅─ 비었다 들어보셨나요? 공갈빵 몸 안에 장전된 것이라곤 바람 뿐인 바람의 질량만큼 소소해 보이는 빵, 반죽같은 삶의 거리 한 모퉁이 노릇노릇 공갈빵이 익는다 속내 비워내는 게 공갈이라니! 나는 저 둥근 빵의 내부가 되고 싶다 뼈 하나 없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 몸 전체로 심호흡 하는 폐활량 그 공기의 부피만큼 몸무게 덜어내는 소소한 빵 한쪽 떼어먹고 싶다 발효된 하루 해가 천막 위에 눕는다 아무리 속 빈 것이라도 때 놓치면 까맣게 꿈을 태우게 된다며 슬며시 돌아눕는 공갈빵, 차지게 늘어붙는 슬픔 덩이가 불뚝 배를 불린다        -「공갈빵이 먹고 싶다」전문   이영식 시인의 등단작이기도 한 이 시는 공갈빵을 통해서 세상을 읽어내는 묘미가 남다르다. 이 시는 ‘공갈빵’이 시의 은유로도 읽힌다는 점에서 일종의 메타시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공갈빵’이 시의 은유라면 ‘빵 굽는 여자’는 시인 자신의 은유인 셈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빵굽는 여자의 눈빛이 따뜻한 것까지 시인을 닮았다. 속이 텅 비고, 몸 안에 장전된 것이라곤 바람뿐인 빵이야말로 시의 모습이 아닌가? 그러면서도 시인은 ‘공갈빵’ 즉 시가 “뼈 하나 없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과 “몸 전체로 심호흡 하는 폐활량”을 가지고 있는 ‘꿈’이라는 것을 믿고 있다. 이처럼 시인은 자신의 시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힘을 믿고 있으면서도, 때를 놓치면 까맣게 꿈을 태우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희망온도’는 그의 시와 꿈을 알맞게 익혀주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의 첫 시집과 두 번째 시집은 모두 온도 모티브를 통해서 상동관계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그의 첫 시집에는 표제시가 있는데 반해, 두 번째 시집에는 ‘희망온도’라는 제목의 시가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살펴보면「눈물렌즈」라는 시에 ‘희망온도’라는 시어가 나온다. 이 시는 ‘눈물’과 ‘희망온도’를 연결시켜 일상적인 삶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내려는 노력이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어머니, 눈물 너머 바라본 도시의 숲과 새들이 슬퍼요 밤 도토리 몽땅 털린 다람쥐 청설모가 슬프고 아파트 공사장 쇠붙이로 둥지를 엮는 철새가 슬퍼요 눈물 닦인 세상은 슬픔 밖인 줄 알았는데 구겨진 신문지로 견디는 노숙의 잠이 슬프고 나어린 가장들 라면 끓이는 소리 설거지 소리가 슬퍼요 어둠 속 떼 지어 일어서는 붉은 십자가 숲에서도 눈물로 녹여야 닿을 수 있는 희망온도가 있나봐요 언제부터 실금이 갔는지 슬픔이 자꾸 새요, 어머니                    -「눈물렌즈」전문   이 땅에는 점점 눈물이 사라져가지만, 뻑뻑한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눈물이 필요하다. 특히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까지 보고 느끼는 시인이야말로 ‘눈물렌즈’를 끼고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때때로 ‘눈물렌즈’는 세상을 부옇게 보여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남들이 바라보지 못하는 것들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특수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시인은 눈물렌즈를 끼고서야 세상에 숨어있던 슬픔의 실체를 똑바로 보게 된다. 시인은 인간 욕망의 산물인 문명의 힘에 희생되어 가는 ‘다람쥐’, ‘청설모’, ‘철새’의 슬픈 모습을 ‘노숙자’나 ‘나어린 가장’과 대비시키면서, 점점 피폐화되어 가는 자연환경의 실상과 만나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희망온도’가 필요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데 이영식 시에 나타나는 ‘희망온도’는 외적인 것이 아니라 시인의 ‘눈물’과 관계된다는 점에서 내재적인 성격을 지닌다. 눈물이 사라진 세상 속에서 시인의 눈물이야말로 세상을 온전히 바라보는 마음의 ‘렌즈’인 것이다.     2.희망온도의 ‘거리’와 ‘사이’   희망온도는 주체와 대상, 대상과 대상의 일정한 ‘거리’와 그 ‘사이’에 존재한다. 일종의 촉감을 공간적으로 바라보려는 시인의 이러한 태도는 관계성을 중시하는 그의 인생관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의 대부분의 시에는 주체와 대상 사이의 일정한 거리에 ‘희망온도’가 존재한다. 그 희망온도는 시인으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하고, 슬픔이나 그리움이나 사랑을 느끼게도 해주며, 때로는 몽유의 세계 속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이렇듯 시인은 ‘희망온도’를 주로 공간적으로 느끼고 싶어하지만, 공간은 시간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간과도 연관된다. 두 번째 시집『희망온도』에 나오는 다음의 시는 ‘희망온도’가 시간과 공간에 어떻게 결부되어 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겨울 강가에 불을 놓다가 허공에서 꺼지는 눈송이를 보았다 어깨 위 붐비다 사라지는 눈발들 나는 아우의 유품 몇 점을 푸새 더미 불길 속에 던져 넣었다 한 사람의 생애처럼 반짝 곧추섰다가 숨을 죽이는 불꽃 갈대가 머리 풀고 어깨 들먹인다 홀로 먹먹한 마음, 하릴없이 강가에 밀려온 부유물에 가 닿는다 패트병. 라면봉지, 주인 잃은 신발… 삶의 파편들로 만원사례다 강은 깊이를 더해 흐를 뿐인데 나는 너무 많은 꿈 띄워 놓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절망했던 것일까 한 겨울 언 강에 던져놓은 돌멩이도 참고 기다려야 강 바닥에 닿으리             -「강물의 시간」부분        이 시를 읽어보면 ‘희망온도’를 시간적 개념으로 바꾸어 보면 ‘강물의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시인은 죽은 아우의 유품을 태우기 위해 겨울 강가에서 불을 놓다가 “한 사람의 생애처럼 반짝/ 곧추섰다가 숨을 죽이는 불꽃”을 보게 된다. 이런 불꽃의 모습은 허공에서 흩날리다가 사라져버리는 눈발의 모습과 흡사하게 수직적 소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급격하게 타오르다 사라지는 불꽃처럼 격동하던 시인의 먹먹한 마음은 패트병, 라면봉지, 주인잃은 신발 같은, 강가에 떠내려온 부유물을 보면서 차츰 가라앉게 된다. 시인의 마음 속에서 너무 뜨겁던 온도가 알맞은 ‘희망온도’를 되찾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시인이 ‘강물의 시간’을 인식하면서부터 가능해진다. 시인은 “강은 깊이를 더해 흐를 뿐인데/나는 너무 많은 꿈 띄워 놓고/기뻐하고 슬퍼하며 절망했던 것일까”라고 자신의 반성하면서 자신의 수직적 열망의 온도를 수평적 강물의 시간에 침잠시켜서 ‘희망온도’를 복원해 낸다. 그는 “한 겨울 언 강에 던져놓은 돌멩이도/참고 기다려야 강 바닥에 닿”는 이치를 강물의 시간을 통해서 새롭게 깨닫는다.    이번에 발표된 시들 중에는 그의 두 번째 시집의 제목과 같은「희망온도」라는 제목의 시가 들어있다. 이 시는 ‘희망온도’가 그의 따뜻한 마음의 산물임을 말해준다. 새해가 밝았다 甲남乙녀  너와 나, 누구랄 것도 없이 먼 듯 가까운 듯 사부작사부작 서로 마음 기대어도 좋은 눈빛 하나로 닿는 따뜻함의 거리를 희망온도라 하자 창이 작은 집 바람벽 위 자동보일러 눈금처럼 아주 뜨겁지도 않고 아주 차갑지도 않게 서로 손 잡아 끌어주며 갱엿 하나 녹이는 가난한 사랑을 희망온도라 하자      -「희망온도」부분   시인은 이 시를 통해서 “먼 듯 가까운 듯” “눈빛 하나로 닿는 따뜻함의 거리” 즉 따뜻한 인간미를 희망온도라고 말하면서, 기름을 절약하느라 보일러의 눈금을 바라보며 차지도 덥지도 않게 온도를 유지하던 어린 시절의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사랑 역시 희망온도라고 말하고 있다. 시인이 이처럼 시를 통해 희망온도를 말하고 있는 것은 이 시대가 너무 차갑기 때문이다. 시인은 이 시의 말미에서 “너와 나, 꿈꾸는 사람이 되자/ 희망온도를 높이자”라고 말함으로써 이 시대가 차가운 것이 꿈을 잃어버린 시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의 시 「아부이가방에들어가신다」는 꿈이 없이 가난에 찌들어 살던 부모님 세대의 풍경을 자조적인 어법으로 그리고 있다. 시인은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를 잘못 읽을 경우 ‘방’이 ‘가방’이 되는 것을 그대로 패러디해서, 그동안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아오신 부모님께 효도한답시고 귀뚜라미 보일러 하나 놔드리고, 부모님은 기름이 없어서 ‘가방’으로 표현되는 좁은 방 속에서 새우잠을 자는 모습을, 도시에서 여우같은 아내와 꿀잠을 청하는 자신의 모습과 대비시켜 허울뿐인 효도를 반성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것은 단지 가난의 문제가 아니라 ‘희망온도’의 문제인 것이다. 이 시를 통해서 보면 ‘나’와 ‘부모님’과의 거리는 도시와 농촌만큼 멀다. 그렇기 때문에 “아부이의 희망온도는 가방 아래 불기 없는 구들장 밑으로 숨어내려간다”. 그렇기 때문에 밤새 문풍지가 울고, “아부이 아버지를 덮고 어무이 어머니를 덮고 꿈조차 꽁꽁 얼려 주무”시는 것이다.  이렇게 ‘아버지’와 ‘어머니’로서 대접을 받고 살고 싶은 시골 부모님의 소박한 꿈은 ‘희망온도’를 잃고 꽁꽁 얼어버리게 된다.      3.백치시인과 희망온도     이번에 발표된 신작시들을 보면 「백치시인」연작이 3편이나 끼어있다. 그의 두 번째 시집에 실려있는「백치시인1~7」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이 시들은, 시인 자신의 메타언어적 시관이 흥미롭게 드러나 있다. 이영식 시인의 「백치시인」 연작은 신달자 시인의 「백치애인」의 패러디라고 볼 수 있는데, 신달자 시인의 「백치애인」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애타는 심정을 모르듯이, 이영식 시인의 「백치시인」역시 자신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무지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백치시인 8」은 잡지에 시를 발표할 때 시인 이름 아래 덕지덕지 붙어있는 허명의 수식어 대신 넉넉하게 비어있는 여백이 산뜻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백치시인 9」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아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 선생의 말을 역으로 패러디해서 “시를 읽지 않았다//혀에 바늘이 돋지 않았다//시를 쓰지 않았다//밥맛도 좋고 쾌변이었다//종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나서 돌연   아니다! 함박꽃이 찢어지게 얼굴 열고 종자돼지가 새끼를 열두 마리나 낳았는데 아무 일도 아니라니, 오늘 하루 큰 역사를 이루었던 것이다.  라고 하여 또 다른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 시의 이러한 반전은 시인이 시를 쓰는 것만이 시가 아니라 자연이 피워내는 꽃이나 돼지가 새끼를 낳는 일도 시와 같이 중요한 일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이영식 시인의 「백치시인」은 삶에 무지하고 세상에 무지하고 자연의 섭리에 무지한 시인 자신을 나타낸다. 이 시는 시인의 의식 속에 언행일체言行一体, 즉 시와 삶이 하나라는 생각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의식은「백치시인 10」에도 드러나 있다.  공자야 놀자 퀴즈야 놀자 영어야 놀자 한자야 놀자 논리야 놀자 공자 맹자보다 훨씬 앞서 삶을 이끌었던, 놀자 놀자, 가라사대 서점 한 구석 책꽂이 속에 벌서고 있는, 너는 언제 한번 신명나게 놀아볼래? 시야!   “놀자, 가라사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시는 요즘 서점에서 유행하고 있는 ‘놀자’ 시리즈에 나오는 ‘놀자’라는 단어를 ‘공자’, ‘맹자’와 유사한 의미로 패러디해서, 지금까지 한번도 신명나게 놀아본 적이 없는 시의 불쌍한 처지를 우화적으로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이 시 역시 글과 놀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는 의식이 깔려있다. 이처럼 시인은 현실과 꿈 사이에 벌어져 있던 거리를 좁혀서 ‘희망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볼 때 이영식 시인의 시에서 패러디와 풍자는 현실과 꿈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장치인 셈이다. 특히 최근들어 그의 초기시에서는 흔히 찾아보기 힘든 패러디 시가 많이 보이는 것은 그의 의식 속에서 꿈틀거리던 깨달음이나 의식이 더 이상 내면에 머물러 있지 않고 밖으로 분출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희망온도’는 그의 내면에서 끓고 있던 마그마를 의식 밖으로 끌어내어 새로운 화석으로 거듭나게 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자신의 패러디 시에 그다지 관대하지 않다. 그는 두 번째 시집에 실려있는 시「백치시인 1」에서 “가끔 언어를 비틀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성찬을 베풀기도 하지만 돌아서면 어느새 개다리소반에 찬밥이다”고 말함으로써, 90년대 이후 거대담론이 사라진 후 점점 왜소화되는 신변잡기식 시쓰기에 자성적 태도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그는 “세상의 저녁, 어느 한 불빛이 내 시를 읽고 있는가? 우리가 상한 날개 껴입고 헛춤을 추는 것은 아직도 추락할 꿈이 남아 있음이라”고 하여 시가 지니고 있는 역설의 힘을 환기시켜주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영식 시인은 따뜻하면서도 예리하고, 백치같으면서도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의 ‘희망온도’가 현재 어떤 눈금에 와 있는지를 가늠할 줄 아는 시인이다. 그는 그가 이 땅에 내놓고 싶어하는 ‘공갈빵’이 어떤 온도에서 가장 고소하게 익는지를 아는 시인이다. 그는 척박한 현실을 벗어나 하루쯤 넉넉한 나비의 꿈에 들어 몽유의 세상을 즐길줄 아는 시인이다. 그는 이제 단호하게 말한다. “시, /이 깊은 꿈도 생의 은유라면/세상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수면내시경」), 그가 그동안 무수한 허무의 벽을 넘어 내적 확신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자신을 교란시켰던 것이 혼란이 아니라 집착이었음을 몸소 체득했기 때문이다. 리얼리즘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영식의 시가 더욱 희망적인 것은, 시인이 이미 리얼리즘 시의 한계가 ‘집착’에 있는 것을 알고 ‘몽유’의 열린 세상 속으로 새로운 모색의 시작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몽유’는 때로 모호하고 불확실하지만 ‘공갈빵’을 알맞게 익혀주는 효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시인은 이미 잘 알고 있다.             ----------------------------------------------------------------------------- 죽  ―강기원(1957∼ ) 죽집에 간다 홀로, 혹 둘이라도 소곤소곤 죽처럼 조용한 사람들 사이에서 죽을 기다린다 죽은 오래 걸린다 그러나 채근하는 사람은 없다 초본식물처럼 그저 나붓이 앉아 누구나 말없이 죽을 기다린다 조금은 병약한 듯 조금은 체념한 듯 조금은 모자란 듯 조그만 종지에 담겨 나오는 밑반찬처럼 소박한 어깨들 죽집의 약속은 없다 죽 앞의 과시는 없다 죽 뒤의 배신도 없을 거라 믿는다 고성이 없고 연기가 없고 원조가 없고 다툼이 없는 죽집 감칠맛도 자극도 중독도 없는 백자 같은, 백치 같은 죽 무엇이든 잘게 썰어져야 형체가 뭉개져야 반죽 같은 죽이 된다 나는 점점 죽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요지를 이빨 사이에 낀 채 긴 트림을 하는 생고깃집과 제주흑돼지 오겹살집 사이에서 죽은 듯 죽집은 끼어 있다 죽은 후에도 죽은 먹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죽은 ‘곡식을 오래 끓여서 알갱이가 흠씬 무르게 만든 음식’이다. 입맛을 돋우고 영양가를 높이기 위해 소고기니 닭고기니 전복이니 버섯이니 굴이니,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먹을 사람의 식성에 따라 다른 재료를 더 넣기도 한다. 뭉근한 불에 놓고 지켜보면서 끓어 넘치거나 눋지 않도록 가끔 저어주며 만드는, 시간과 정성이 듬뿍 들어가는 죽. 그걸 알기에 죽집에서 ‘채근하는 사람은 없다’. 솥에서 사발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냄새와 훈김 속에서 ‘나붓이 앉아’ ‘말없이 죽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성정은 죽처럼 순할 테다. ‘조금은 병약한 듯/조금은 체념한 듯/조금은 모자란 듯’ 보이기도 하는 그 순함.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인 죽은 푹푹 떠먹을 수 없다. 한 숟가락씩 떠서 호호 불어가며 조심스레 입에 넣으면 모든 재료가 어우러져 푹 퍼진 죽이 혀에 감긴다. 그 맛에 죽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개는 소화불량이거나 치아가 부실하거나 식욕이 없는데 무얼 먹긴 먹어야겠는 사람들이 죽을 찾는다. 화자는 죽이 좋아 죽집에 간 게 아닌 듯하다. 이빨을 가진 포유류의 ‘씹는 맛’을 만끽하는 ‘고깃집’ 사이에 ‘죽은 듯 끼어 있는 죽집’에서 화자는 ‘점점 죽이 되어가는 느낌이’란다. 어딘지 아픈 듯한 사람들, 삶의 전장에서 한 발 물러난 듯한 사람들이 한 사발 죽을 기다리는, 쓸쓸하고 평화로운 죽집…. 죽집 안팎 풍경과 죽의 속성을 삶에 대한 성찰로 뭉근히 이끄는 시어들이 깔끔하고도 씹을 맛이 난다.
537    진달래야, 나와 놀자... 댓글:  조회:2305  추천:0  2017-06-13
  진달래 꽃말은 첫사랑, 절제,  사랑의 기쁨입니다... 진달래를 보며   나지막한 산자락 듬성듬성 하던 진달래가 사방으로 피어나고   속내를 감추지 못한 여린 꽃잎은 바람이 지날 때마다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다.   지난날 애틋하게 남아 있는 추억들이 이제는 너무나 아득해서 기억에도 없을 것이라고   이름마저 서먹해서 꿈속에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꼭 그럴 것만 같았는데   산마루를 향해 번지는 분홍빛 꽃잎처럼 내 안에 갇혀 있던 그리움도 함께 피어나고 있다.   (이미순·시인, 경남 의령 출생)     진달래   눈을 감아라 봄날 산에서는 숨을 고르라   아련히 떠오르는 그대들의 표표한 상징들 산꽃들이 날리며 물들어 버린 산에는   아, 미치도록 점점이 뿌려지고 흩뿌린 선홍색 꽃잎들이 아스라이 따스운 피 뿌리는데   산마다 끝머리에서 혼백들이 온통 젖어 들어 물드니 눈을 감아라   (이국헌·시인, 1956-)     진달래   순이 볼 언저리 매양 돌던 배고픈 짝사랑을   이 산에서 저 산까지 다 먹어도 겨우내 주린 배는 부르지 않으리   척박한 땅의 맨살에 뿌리와 뿌리로 얽혀 육신을 부풀리는   살아 단 한번 양달진 가슴 쬐어 보지 못했던 이들의 새붉은 노여움을   이 마을에서 저 마을까지 다 헤매도록 한세월 앓아온 내 사랑은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리   (박계희·승려 시인)     초롱불 진달래   삭둑삭둑 키를 잘라낼 땐 피 한 방울 안 나던 진달래 오늘 아침 창문을 열고 보니 꽃분홍 선혈을 뒤집어쓰고 있네   조금씩 가지를 쳐낼 땐 신음소리 한마디 안 내던 진달래 오늘 아침 물주다 보니   빨갛게 켜든 초롱불 속에 마디마디 아픔이 웅크린 눈물을 감추고 있네   초롱불 한 잎 한 잎 만지작거리다 돌아선 나의 등뒤에서 진달래 아픈 비명소리가 딸,딸,딸, 신발을 끄을며 따라오네   (김지향·시인, 1938-)     진달래   겨울을 뚫고 왔다 우리는 봄의 전위   꽃샘추위에 얼어 떨어져도 봄날 철쭉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 외로운 겨울 산천에 봄불 내주고 시들기 위해 왔다   나 온몸으로 겨울 표적 되어 오직 쓰러지기 위해 붉게 왔다   내 등뒤에 꽃피어 오는 너를 위하여   (박노해·시인, 1957-)     진달래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한 잎 두 잎 따먹은 진달래에 취하여 쑥바구니 옆에 낀 채 곧잘 잠들던 순이의 소식도 이제는 먼데   예외처럼 서울 갔다 돌아온 사나이는 조을리는 오월의 언덕에 누워 안타까운 진달래만 씹는다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조연현·시인, 1920-1981)     진달래   순이나 옥이 같은 이름으로 너는 온다 그 흔한 레이스나 귀걸이 하나 없이 겨우내 빈 그, 자리를 눈시울만 붉어 있다 어린 날 아지랑이 아른아른 돌아오면 사립문 열고 드는 흰옷 입은 이웃들이 이 봄사 편지를 들고 울 너머로 웃는다   (전연희·시조시인, 1947-)     진달래   연분홍 입술마다 웃음을 머금었다 새 봄의 기쁜 소식 온 산에 알려주니 벙그는 미소에 따라 이 산 저 산 붉어간다   설레는 가지마다 꽃다발 한 아름씩 나물 캐는 봄처녀 설레는 맘 안아주듯 온산을 붉게 태우는 그 모습이 고와라   (최우연·시인)     진달래   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 눕는 우리들의 지병(持病)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 점 흰 구름 스쳐가는 나의 창가에 왜 사랑의 빛은 이토록 선연한가   모질게 먹은 마음도 해 아래 부서지는 꽃가루인데   물이 피 되어 흐르는가 오늘도 다시 피는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이해인·수녀 시인, 1945-)     사랑하면 진달래처럼   사랑하면 가슴이 진달래처럼 곱게 물든다   연분홍 수줍음 머금어 마음이 순해진다.   사랑하면 의지가 진달래처럼 굳세어진다   긴긴 겨울 다 견디어내고 마침내 꽃을 피운다.   단 한 사람이라도 참으로 깊이 사랑하면   꽃의 영혼 꽃의 투혼을 갖게 된다.   (정연복·시인, 1957-)     진달래   겨울 잘 지냈다 붉은 꽃 한아름 안아보아라 가슴 가득히 네 사랑이다 뜯어먹어 보아라 얼굴 파묻고 울어 보아라 꽃이다 사랑이다 피눈물이다.   (유한나·시인, 강릉 거주)     진달래 감격     보는 것이다 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눈감는 것이다.   (정영자·시인이며 문학평론가)     진달래   산 가득 뒤덮듯 흘러내립니다. 지난해, 산에 묻은 시퍼런 슬픔을 봉우리마다 얼마나 찧고 찧었는지 짓붉은 피 배어 올라 사태집니다.   (김하인·시인이며 소설가, 1962-)     진달래꽃   적들이 뛰어내린 자리 그 벼랑 위에서 피 묻은 손수건을 흔들어대며 또 다른 적들이 제 혼을 불사르고 있다   (고명·시인, 전남 광주 출생)     진달래   조숙했나 보다. 이 계집 계곡에는 아직도 겨울이 웅크리고 있는데 잎이나 피워 그 알몸 가리기도 전에 붉은 꽃잎 내밀어 화사하구나 싸늘한 가시바람 억세게 버틴 가냘픈 가지들의 이 꽃덤불 꽃덩어리 꽃등불 에덴의 이브도 잎새 하나야 있었는데 유혹할 사내도 없는 이 천부적 화냥기는 제 알몸 열기로 불태우는구나 아직도 파란 겨울 하늘이 남아 있는 걸 진달래야 진달래야 진달래야 진달래야   (이길원·시인, 1944-)     진달래 꽃빛     진달래 만발한 산천에 취하여, 종일 뛰노는 아이들을 살피다가 문득 깨닫겠다, 왜 이 나라의 무구한 아이들은 그 두 불과 팔다리는 물론 발바닥까지 아름다운 진달래 꽃빛인가를.   (박희진·시인, 1931-)     진달래꽃처럼   사람아, 이 사람아 숫처녀 부끄럼 같은 봄이 왔네 서늘했던 겨울의 잔영은 흐릿하고 천지 사방에 눈부신 꽃불이 붙었네 향기만 고와 봄꽃이려나 지들끼리 속삭여대지만 온 누리에 퍼뜨려져 있네, 그 온화한 숨결   사람아, 이 무심한 사람아 두 팔 힘껏 벌려 저 푸르른 계절을 품어 안으세 나도 이제 그만 부끄런 생애를 말끔히 벗으려네   사람아, 눈물겹게 소중한 사람아 이 계절마저 다 이울기 전에 우리 서로 흐드러지게 어울려 보세 대책 없이 바람 든 저 철부지 진달래꽃처럼 한 번 오지게 사랑해 보세   (장세희·시인)     진달래꽃     입술은 타고 몸은 떨리고 땀에 혼곤히 젖은 이마,   기다림도 지치면 병이 되는가, 몸살 앓는 봄밤은 길기만 하다.   기진타가 문득 정신이 들면 먼 산 계곡의 눈 녹는 소리, 스무 살 처녀는 귀가 여린데   어지러워라 눈부신 이 아침의 봄멀미.   밤새 地熱에 들뜬 山은 지천으로 열꽃을 피우고 있다.   진달래.   (오세영·시인, 1942-)     4월의 진달래   봄을 피우는 진달래가 꽃만 피운 채 타고 또 타더니,   꽃이 모자라 봄이 멀까요?   제 몸 살라 불꽃 산불까지 내며 타고 또 탑니다 (백우선·시인, 전남 광양 출생)     진달래꽃 피다   겨울그림자 걷힌 마음에 진달래꽃 피다.   소소리바람 불어와도 봄은 오듯이   갓바위 부처님 얼굴 닮은 진달래꽃 피다.   (김용수·시인, 완도 출생) * 소소리바람: 이른봄의 맵고 스산한 바람     진달래꽃   지고 또 지고 그래도 남은 슬픔이 다 지지 못한 그날에 당신이 처음 약속하셨듯이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산이거나 강이거나 죽음이거나 속삭임이거나 우리들의 부끄러움이 널린 땅이면 그 어디에고 당신의 뜨거운 숨결이 타올랐습니다.   (곽재구·시인, 1954-)     진달래꽃 피는 거   진달래 저리 꽃피는 거 그거 봄비 때문 아니다 보고픔이 저도 모르게 삐어져 나오는 것이다   소쩍새 저리 우는 거 그거 어둠 탓이 아니다 그리움이 저도 모르게 울음 토해내는 것이다   내 마음 이리 쓸쓸한 거 누가 시키는 거 아니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이 저 혼자 그러는 것이다   (강인호·시인)     진달래꽃 따라   솔바람 풀어놓은 산등성이에 이르면 바윗돌 감아 도는 분홍빛 여울목   눈길 따라 사르르- 번져 가는 그리움 시린 가슴 녹이며 추억의 무늬로 핀다               이 산자락 타고 가면 그리운 이 만날 수 있을까               온 누리 그리운 얼굴로 다가와 피는 꽃이여               산길 따라 내 마음도 연분홍 물결이고 싶다   (오경옥·시인)     진달래·   꽃이 피기는 아직 멀어도 꽃이 피기는 아직 더뎌도 이 땅은 한번씩 묵은 분노 토하는 서슬찬 거부의 붉은 생채기 아프게 아프게 내뱉는 그런 날 꼭 있습니다 민둥산에 황토산에 있습니다. (류종호·시인, 1961-)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시인, 1902-1934)     진달래꽃   감추려 애써도 자꾸자꾸 망울지는 이 붉은 그리움   아직은 쌀쌀한 당신인데도 그 앞에 자꾸만 부푸는 가슴   오늘은 당신 앞에서   붉고 붉은 빛으로 피는 사랑을 감출 수가 없네요 (손상근·시인)     진달래   그대 이 봄 다 지도록 오지 않는 이 기다리다 못내 기다리다 그대 오실 길 끝에 서서 눈시울 붉게 물들이며 뚝뚝 떨군 눈물꽃 그 수줍음 붉던 사랑   (박남준·시인, 1957-)   진달래    새벽 안개 가르며 경부고속도로를 지나다가 그댈 닮아 수줍어 고백도 못하고 웃기만 하는 분홍빛 사랑이 있습니다   그저 지나치는 눈길만으로도 행복에 겨워 꽃잎 떨며 몸서리치는,   봄이면 해소병처럼 도지는 열꽃 같은 사랑   (최원정·시인, 1958-) * 해소병: 천식     진달래   봄바람이 치맛자락 살랑거리며 임을 찾아 이 산 저 산   옷깃 스친 자리마다 그리움의 한(恨) 붉게 물들어   바쁜 길손 눈길 잡고 임 소식 물어오네   (권선환·시인, 1966-)     진달래·   물안개 머리 풀어 떠도는 물에 살짝 비친 연분홍 고운 꽃송이   만지면 스러질 듯 가녀린 꽃잎 하늘 향해 살며시 미소짓는데   그리움 찾아 나선 종달새 울음 마른 가지 흔들어 홍조를 띠네.   (손정모·시인, 1955-)     먼 산 진달래     속 깊은 그리움일수록 간절합니다 봄날 먼 산 진달래 보고 와서는 먼 데 있어 자주 만날 수 없는 벗들을 생각합니다 그들이 내게 와서 봄꽃이 되는 것처럼 나도 그들에게 작은 그리움으로 흘러가 봄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끼리 함께 어울려 그만그만한 그리움으로 꽃동산 이루면 참 좋겠습니다   (김시천·시인, 1956-)     진달래가 핍니다   진달래가 핍니다. 삼천리 방방곡곡에 진달래가 핍니다. 파도로 해일로 진달래가 핍니다. 갈 것은 가고 사람만 남아 오천 년 역사로 핍니다.   역사의 멀고도 먼 어둠, 그 어둠의 거칠고도 험한 뿌리, 그 위로 돋아나는 어린 꽃잎들, 고향으로의 긴 행진, 막혔던 행진을 다시 합니다.   이 세상 정말 죽은 것들은 없습니다. 절망의 단단한 껍질을 깨고 죽은 씨앗들은 다시 일어나 삶의 거친 물살로 피어납니다.   진달래가 핍니다. 삼천리 방방곡곡에 갈 수 없는 곳까지 멀리 멀리 피어납니다.   (윤석성·시인, 1948-)     한반도에 진달래꽃 피었습니까?     겨우내 찬바람 속에 웅크리고 봄 기다린 꽃 진달래   반도는 엄동설한일지라도 밑바닥 삶의 애환에 아직 따뜻한 옛 봄기운 남아 있어 활짝 피려고 꿈꾸는 화려한 꽃   이 산 저 산 팔도에 두루 자리잡고 경계선 지우는 분홍빛 봄꽃   꽃 봉우리 맺혔습니까 한반도에 진달래꽃 피었습니까?   (함영숙·재미 시인)     진달래   삼월의 마지막 날 으스름 저녁   꽃샘추위 아직도 매서운데   야트막해도 곳곳에 바위들이 카펫처럼 깔린   투박한 길을 따라 아차산에 올랐다   산의 여기저기 몇 그루씩 무리 지어   어느 틈에 만발한 진달래꽃은   저 먼 옛날 만주 벌판을 호령하던   고구려의 기상이 환생한 것인가   진분홍 그 고운 빛깔로   봄의 도래를 알리는 저 핏빛 아우성   (정연복·시인, 1957-)     아, 진달래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네 마음속에 자꾸 커 가는 이 짓붉은 사랑 무더기로 피어나 나를 흔드네 내 살아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 이리도 가슴 뛰는 일이네 내 살아 너를 훔쳐볼 수 있다는 것이 이리도 숨막히는 슬픔이었네 파도치는 내 마음 감춘다는 건 다 말장난 아, 진달래   (홍수희·시인)     진달래꽃   아리어라. 바람 끝에 바람으로 먼 하늘빛 그리움에 목이 타다 산자락 휘어잡고 文身을 새기듯 무더기 무더기 붉은 가슴 털어놓고 있는 춘삼월 진달래꽃.   긴 세월 앓고 앓던 뉘의 가슴 타는 눈물이런가.   大地는 온통 생명의 촉수 높은 부활로 출렁이고 회춘하는 봄은 사랑처럼 아름다운 환희로 다가온다.   (박송죽·시인, 1939-)     진달래   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 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 눕는 우리들의 持病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 점 흰 구름 스쳐가는 나의 창가에 왜 사랑의 빛은 이토록 선연한가   모질게 먹은 마음도 해 아래 부서지는 꽃가루인데   물이 피 되어 흐르는가 오늘도 다시 피는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이해인·수녀 시인, 1945-)     진달래                                          신작로 잘려나간 산자락에   그네에 매달린 아기처럼 피어 있는    진달래   초연(超然)한 연분홍 색깔 너머로 무거운    하늘을 이고   마음 저리도록 그리운 내 님 모습 같이 피어 있다   (김근이·어부 시인)     진달래   꽃샘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삼각산을 오르다가   나목(裸木)들의 더미 속 가녀린 여인의 몸 같은   진달래 한 그루가 몇 송이 꽃을 피웠다   수줍은 새악시 볼 같은 연분홍 고운 빛 그 꽃들은   속삭이듯 말했지 봄이다!   너의 그 가냘픈 몸뚱이 하나로 온 산에 봄을 알리는   작은 너의 생명에서 뿜어 나오는 빛나는 생명이여   말없이 여림의 강함이여!   (정연복·시인, 1957-)   4월의 진달래   봄을 피우는 진달래가 꽃만 피운 채 타고 또 타더니,   꽃이 모자라 봄이 멀까요?   제 몸 살라 불꽃 산불까지 내며 타고 또 탑니다   (목필균·시인)     진달래와 어머니   진달래 숲길을 걷고 계신 어머니는 배고프던 옛날에 진달래를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고 하신다. 진달래 한 송이를 맛보시면서 앞산 진달래를 꺾어 와 부엌 벽 틈마다 꽂아두면, 컴컴하던 부엌이 환했다고 하신다. 진달래 맛이 옛맛 그대로라고 하신다. 얼핏 어머니의 눈빛을 살펴보니 어머니는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계셨다. 처녀 적 땋아 내린 긴 머리 여기저기에 진달래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빨간 풍선처럼 이 산 저 산을 마구 떠다니시는 듯했다. (어머니, 너무 멀리 가지 마셔요.) 하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산에 피는 꽃이나 사람꽃이나 사람 홀리긴 매한가지라시며, 춘천을 오갈 때는 기차를 타라고 하신다. 일주일에 내가 이틀씩 다니는 경춘가도의 꽃길이, 마음에 걸리신 모양이다. 어머니 말씀이 제겐 詩로 들리네요 하니깐, 진달래 숲길에서 어머닌 진달래꽃 같은 웃음을 지으신다.   (설태수·시인, 1954-)     진달래 능선에서   진달래 한 송이 지게에 달고 꽃 같은 마음이라야 하느니라 하시던 아버지 그 말씀......   아버지 생전에 지게발통 작대기 장단에 한을 노래 삼아 콧노래 부르시더니   저승 가시는 길에 가난의 한을 씻기라도 하시듯 배움의 한을 씻기라도 하시듯 허리 굽은 능선에 빨갛게 꽃으로 서 계시는 당신   오늘도 진달래 불타는 산 허리춤에 꽃가슴 활짝 열고 계시군요 생시처럼   아버지! 당신 계시는 음택(陰宅) 진달래 타는 불꽃에 가슴이 아려 꽃잎에 이슬이 내립니다   (이계윤·시인)     진달래와 아이들   지금은 없어진 이 땅의 보릿고개 에베레스트 산보다도 높았다는. 밑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은 풀뿌리 나무껍질 따위로 연명했죠.   허기진 아이들은 산에 들에 만발한 진달래 따먹느라 정신이 없었고.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다르데요. 어제 숲 속의 샘터로 가는데,   두 아이가 진달래 꽃가지를 흙을 파고 정성껏 심는 것을 보았어요. 물론 그들이 꺾은 것은 아니고,   누군가가 꺾어서 버린 걸 말예요. 나는 집에 돌아와서야 깨닫게 되었지요 그 진달래는 내 가슴속에도 심어졌다는 것을.   (박희진·시인, 1931-)        
536    개나리야, 나와 놀자... 댓글:  조회:2742  추천:0  2017-06-13
♥ 개나리꽃 ♥ 두보 김기현   겨우내 움츠러든 게으른 사내와 어여쁜 처자의 꿈과 희망을 가득 품고 온 들판을 샛노랗게 물들입니다.   세상의 모든 척박한 땅 위에 희망의 물감을 덧칠하며 이젠 진짜 봄이 왔다고 여기저기서 속닥거립니다.   얼마나 급했으면 잎사귀도 나기 전에 노오란 속치마만 걸치고 맨얼굴로 뛰어 나왔을까요?   저기 저 꽃은 게으른 사내와 처자의 희망이고 저기 저 꽃은 보고 싶은 당신과 나의 사랑입니다.   ♥  ======================================================================================== ♥ 처자 : 아내와 자식을 아울러 이르는 말 ♥ 속닥거리다 : (사람이 무엇을)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은밀하게 자꾸 이야기하다. ======================================================================================== ♥ 개나리/이해인   눈웃음 가득히 봄 햇살 담고 봄 이야기 봄 이야기 너무 하고 싶어   잎새도 달지 않고 달려나온 네 잎의 별꽃 개나리꽃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길게도 늘어뜨렸구나   내가 가는 봄맞이 길 앞질러 가며 살아 피는 기쁨을 노래로 엮어 내는 샛노란 눈웃음 꽃   ♥ 개나리 꽃대에/나태주   개나리 꽃대에 노랑불이 붙었다. 활활. 개나리 가늘은 꽃대를 타고 올라가면 아슬아슬 하늘 나라까지라도 올라가 볼 듯 … 심청이와 흥부네가 사는 동네 올라가 볼 듯 …     ♥ 개나리 /전병철   병아리떼 다 어딜 가고 부리만 오밀조밀하게 모아서 꽃을 만들고 모양과 크기가 변함없는 형태로 마주서서 서로를 위로하고 토닥거려 주면서 하늘을 우러른다.   ♥ 개나리/장수남   삼월. 봄이 왔네. 어제저녁 꽃샘추위 안달하더니.   이른 새벽 수줍은 노란 저고리 새색시 모셔왔네.   아침햇살 창문 열면 개나리 노란 옷고름. 이슬 한 잎 손 끝. 여민 가슴 푼다네.   ♥ 개나리/이문조   나리 나리 개나리 노오란 개나리   봄 나라의 대표선수 노오란 운동복의 개나리   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꽃 개나리   다닥다닥 붙은 앙증맞은 꽃 무리 노오란 꽃 덤불   봄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꽃 전혀 까탈스럽지 않은 꽃 개나리   그러기에 너에게 정이 많이 간다.   ♥ 개나리/류정숙   입춘이 몰고온 노란 제복의 합창단   방울종이 울리면 얼었던 가지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버들강아지 기어나와 눈 대신 귀를 키워 귀동냥으로 종소리 듣고 수직으로 뚫렸던 골목이 노랗게 휘어든다.   ♥ 개나리/유소래   너의 창 밑에 파수병 되어 죽은 듯 살아 있는 마른 몸 하나 배반을 모르는 순종의 눈빛 봄을 알리는 척후대로 진치고 있다   부대끼는 허리 입술 깨물던 어젯밤의 통증은 나를 버리고 나를 일으키는 헌신의 다짐인가!   이른 아침 사열하는 사열대에 조롱조롱 부리를 벌리고 "봄이 왔어요" 외치는 소리가 노랗게 퍼져간다.   ♥ 개나리/남경식   따스한 봄볕에 개나리 길가로 목을 내어 한 무더기 아이들과 해맑게 탄성을 지르며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개나리 피는 곳은 항상 따뜻하고 화사하여 그곳엔 열정과 환희와 모든 이의 사랑이 함께 머문다   재민이와 바다와 하늘이와 보람이와 그리고 여드름 닥지닥지 영근 선주의 꽃으로 피어난다   다시 보는 오래된 벗처럼 그렇게 함박웃음으로 노랗게 찾아왔고 내년에도 나와 너와 그와 또다른 모든 이들의 꽃으로 화사하게 환생하리라 사랑과 희망의 꽃이여.   ♥ 개나리/정세훈   개나리가 창끝이 되어 내 동공으로 파고듭니다.   잠들지 말라고 깨어 있으라고 예수처럼 오고야 말 봄날을 위하여 예비하라고   후미진 울 밑으로부터 녹슨 공장 울타리를 타고 올라와 날카롭게 내 허기진 노동을 재촉합니다.   하품 나는 졸리운 삼월에.   ♥ 개나리/ 정재영   겨우내 연탄가스에 중독이 되어   빈혈기 가시지 않아 어지러움만 더하고   아직도 찬바람에 헛기침만 해대는 강가는 살얼음인데   황달기로 누렇게 뜬 영양실조의 얼굴.   ♥ 개나리/손정모   언 땅에 물기가 돈다 몇 달을 고행(苦行)했다. 너는 먹먹한 설움을 털어 내며 햇살이 적요로이 조는 양달에서 앙상한 몸뚱이로 기를 뿜어낸다 솔잎이 드러눕고 달빛이 일어선다 솔잎에 매달려 며칠 동안을 하얗게 떨며 들려주던 바람의 목소리   이제 넌 두렵더라도 몸을 열 때가 되었어   목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푸른 바람결에 떠밀려 아뜩한 현기증에 몸을 떨던 너 어느새 아랫도리의 힘이 풀리면서 펑펑펑 하늘을 향해 기포들처럼 터지는 샛노란 바람구멍   ♥ 서울의 개나리/손석철   서둘렀습니다 매연과 턱밑까지 깔린 아스팔트 열기 소음과 아귀다툼 빈부와 노동과 땀 서러움과 분노와 숨이 막혀 빨리 꽃잎을 내보냈습니다   ♥ 개나리꽃 /권성훈   가꾸지 않아도 우리보다 먼저 와 들녘에서 기다려주는 개나리 지난겨울 너무 추워 별빛 내려와 불을 지펴 놓았나 혼자 타지 않고 마음까지 태우고 있어 그저 보기만 해도 이리 눈부신데 가꿀수록 곰팡이 피는 세월, 미안한 마음 꽃잎 몇 개 떨어지고 몸만 왔다 가는.   ♥ 개나리꽃/도종환   산 속에서 제일 먼저 노랗게 봄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나 뒤뜰에서 맨 먼저 피어 노랗게 봄을 전하는 산수유나무 앞에 서 있으면 며칠 전부터 기다리던 손님을 마주한 것 같다   잎에서 나는 싸아한 생강 냄새에 상처받은 뼈마디가 가뿐해질 것 같고 햇볕 잘 들고 물 잘 빠지는 곳에서 환하게 웃는 산수유나무를 보면 그날은 근심도 불편함도 뒷전으로 밀어두게 된다.   그러나 나는 아무래도 개나리꽃에 마음이 더 간다 그늘진 곳과 햇볕 드는 곳을 가리지 않고 본래 살던 곳과 옮겨 심은 곳을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깊은 산 속이나 정원에서만 피는 것이 아니라 산동네든 공장 울타리든 먼지 많은 도심이든 구분하지 않고 바람과 티끌 속에서 그곳을 환하게 바꾸며 피기 때문이다.   검은 물이 흐르는 하천 둑에서도 피고 소음과 아우성 소리에도 귀 막지 않고 피고 세속이 눅눅한 땅이나 메마른 땅을 가리지 않고 피기 때문이다.   ♥ 개나리꽃/이인석   활짝 핀 개나리꽃이 울타리마다 얼굴을 내밀고 섰다 안녕하시냐고 반가이 인사하는 것일까 안타까이 기다리는 사람 있어 발돋움하는 것일까   일제히 부르는 소리 손들어 저으며 그리운 사람을 찾는 소리 꽃잎마다 눈동자가 되어 그리운 사람 찾는구나 꽃잎마다 얼굴이 되어 그리운 이를 부르는구나   서울에도 평양에도 지리산 산골 마을에도 백두산 기슭 어느 외딴 마을에도 개나리꽃이 피었건만 기다려도 올 수 없는 사람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   모두가 개나리꽃이 되어 일제히 부르는 소리 모두가 개나리꽃이 되어 일제히 손을 젓는 모습 이젠 그만 하라고 한결같이 아우성치는 소리…   ♥ 이 늦은 참회를 너는 아는지 /안도현   내가 술로 헝클어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어둔 길가에 개나리꽃이 너무 예쁘게 피어 있었지요 한 가지 꺾어 들고는 내 딸년 입술 같은 꽃잎마다 쪽, 쪽 뽀뽀를 해댔더랬지요   웬걸 아침에 허겁지겁 나오는데 간밤에 저질러버린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내 잘못이 길바닥에 노랗게 점점이 피를 뿌려 놓은 것을 그만 보고 말았지요   개나리야 개나리야 나는 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인간이다 인간도 아니다.       ♥ 개나리꽃   함께 무리 지어 도도한   진노랑 빛의 물결   개나리꽃 덤불 속에 섰다.   방금 전까지 슬픔에 젖어 있던 나   졸지에 희망의 한복판에 있다. * 개나리 꽃말은 '희망'이다. (정연복·시인, 1957-)   ♥ 개나리   눈웃음 가득히 봄 햇살 담고 봄 이야기 봄 이야기 너무 하고 싶어 잎새도 달지 않고 달려나온 네 잎의 별꽃 개나리꽃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길게도 늘어뜨렸구나   내가 가는 봄맞이 길 앞질러 가며 살아 피는 기쁨을 노래로 엮어 내는 샛노란 눈웃음 꽃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개나리꽃 폈다   삼월의 첫째 주일 약속한 날이 발 밑에 와 있다. 햇빛과 바람이 먼저 깨운다. 삼월의 둘째 주일 전 지역에서 쓸 소리와 불꽃을 준비했다. 삼월의 셋째 주일 봄비가 한밤에서 새벽녘까지 가야금을 뜯었다. 실핏줄이 가렵다. 삼월의 넷째 주일 그대가 점지한 날 다함께 하늘을 들어올리고 촛불을 켠 채 뛰어나갔다. 개나리꽃 폈다! (김종해·시인, 1941-)   ♥ 개나리꽃   텅 빈 운동장 붉은 울타리 너머 눈부신 햇살 폭포처럼 쏟아지는 봄날 오후.   샛노란 개나리 개나리꽃 오호호! 자지러지는 소리도 아랑곳없이 교실에선 눈만 멀뚱멀뚱 숨죽여 책장 넘기는 소리.   안쓰럽게 조울거리는 우리 학교 문과반 아이들의 슬픈 눈빛! (김경윤·시인, 1957-)     ♥ 개나리를 기리며   이제인가 저제인가 기다리는 마음 때아닌 폭설에 발목을 잡혔는가 해마다 기별 없이 얼굴 불쑥 내밀어 기쁨을 배로 주던 가야로 축대 위 노랑 개나리 애기 나팔수 일 년 내내 고마운 마음 깜짝 마중 하렸더니 졸지에 베어져 마음 싹둑 잘린 이 봄. (이순남·시인)     ♥ 새치골 개나리   남자들 공장 가고 공사장 간 사이 닭 쫓는 개떼처럼 우르르 몰려와 가슴에 불 하나씩 켜 놓고 사는 사람들 촉수 낮은 불빛들 깨뜨려 놓고 닭집 부수고 개집 부수고 쫓기는 달구새끼들처럼 우르르 몰려가 버린 시청 철거반들   가슴이 캄캄해서 어젯밤 늦도록 깨진 불빛들 긁어모아 불 지펴 놓고 소주잔 기울이던 사람들 오늘은 아침까지 가로등 하나 불 켜 놓고 불빛 조금씩 나누어 갖는지 공사장 출근길 조용하고   민병국씨 집 울타리 조그만 개나리꽃 사람들 가슴에 되살아나는 불빛처럼 노오랗게 피어납니다 (김해화·노동자 시인, 1957-)                  
535    시작은 내적인 노예상태를 까부수어 나아가는 과정이다... 댓글:  조회:2091  추천:0  2017-06-12
결핍과 상처에게 말 걸기           박 남 희   ‘주변부’에 서식하는 것들은 한결같이 보잘 것 없고 초라한 것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주목받지 못하는 삶을 짊어지고 스스로 결핍과 상처 속에서 살아간다. 이들은 중심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스스로부터도 소외되어 이중적인 소외를 겪게 된다. 이러한 소외는 관습화되고 세습화되면서 끝없는 소외의 연결고리를 낳는다. 이러한 소외의 연결고리를 끊어보려는 노력은 근래 들어 서구를 중심으로 점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주변을 중심부로부터 배제된 추방당한 자의 공간이 아니라 저항의 공간, 급진적 열림과 가능성의 공간”으로 정의한 흑인 여성 비평가 벨 훅스의 주장은 그 좋은 예에 해당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아직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벨 훅스는 주변부가 보여주는 결핍의 공간을 단지 억압의 결과물로만 보지 않고 그것을 뛰어넘는 저항의 공간으로 볼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소외된 현실을 뛰어넘으려는 적극적인 동인을 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운동성’과‘효율성’이 강조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페미니즘 같은 사회운동의 차원에서는 유용한 것이지만, 소외된 영혼들의 상처와 결핍을 정서적으로 치유해주지는 못한다.    필자가 김유석 시인의 시를 논하는 자리에서 벨 훅스의 이론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은 그의 시가 상처와 결핍의 자리에 위치하면서도, 자신을 포함한 소외된 무수한 타자들과 내밀한 대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유석 시인이 등단 15년 만에 펴낸 첫 시집『상처에 대하여』는 상처, 배고픔, 외로움, 기다림, 망설임, 그리움 같은 결핍의 정서들을 시인의 체험적 삶과 직관을 통해서 새롭게 환기시켜주는 시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런 관점에서 표제 시 「상처에 대하여」는 그의 시 쓰기와 삶을 하나의 관점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시 중의 하나이다.  탱자나무를 감고 먼 길을 가는 호박넝쿨은 몸이 곧 길이다. 따끔거리는 곳마다 꽃을 피우고 쉬어가고 싶은 곳엔 열매를 매달며 장난처럼, 어쩌면 자해하듯 살 속에 가시를 찔러 넣는다. 무엇엔가 상처받는다는 건 그것을 사랑하는 일보다 한한 아픔인 줄, 온 몸을 쥐어틀며 견디어나가는 호박넝쿨은 박혀든 가시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빠질 때 생길 고통까지를 살로 삭혀서 흠집 하나 없이 매끄란 호박덩이를 완고한 가시 사이에 저렇듯 매달아놓는다           ―「상처에 대하여」부분   인용 시에서 “탱자나무를 감고 먼 길을 가는 호박넝쿨”이 시인 자신처럼 읽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시인이야말로 “몸이 곧 길”인 존재이고, “따끔거리는 곳마다 꽃을 피우고”무엇엔가 상처 받는다는 것이 그것을 사랑하는 일보다 환한 아픔인 줄을 아는 사람이다. 더군다나 시인은 “박혀든 가시가 미처 생각지 못한/ 빠질 때 생길 고통까지를 살로 삭혀서/ 흠집 하나 없이 매끄란 호박덩이”인 시를 “완고한 가시 사이에” 매달아 놓을 줄 아는 존재인 것이다. 시인은 이렇듯 상처나 결핍을 내면화시켜서 호박덩이 같은 시를 낳는다. 시인의 이러한 태도는 고통이나 상처를 단순히 넘어서기 보다는 그것을 끌어안음으로써 그런 것들과 말 걸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강성이 느껴진다. 그는 자신의 사랑이나 욕망조차도 부끄러움이라는 정서 속에 감추려들지 않는다. 그는 “퇴폐적일수록 마음은/혹하는 것들과 닮아간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욕망의“그 텅 빈 항아리 속에서/ 뭔가 썩는 냄새가 난다”(「세월의 감옥」)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서도 그는“무얼 심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따뜻한 확신인가”( 「봄날은 간다」)를 깨달음으로써 생의 긍정에 이른다. 그에게 있어서 “아물 수 있는 것은 상처도 아니다”왜냐하면 그는 “어지럼병처럼/ 사랑이 있던 자리는 늘 아프다”( 「별사」)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인의 태도는 종종 극심한 고통을 온몸으로 감내해내는 견인주의적인 태도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시인의 견인주의는 단순히 욕망을 의지의 힘으로 견디어내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일상적인 의미의 견인주의자라기보다는 일종의 비판적 견인주의자이다. 다음의 시를 읽어보자. 철판 위에 오리를 올려놓고 불을 지핀다 물론 오리는 살아있다 오리 알에서 곧 오리를 꺼낼 수 없듯, 살아있다는 것은 이내 별난 요리가 되고 말 한 마리 살진 오리를 말하지 않는다 미운 오리새끼가 되고 때론 무수정의 알을 낳기도 해야 하는 오리는 자신이 먹이라는 것에 대하여 회의하거나 불우라 탓하지도 않는다 오직 뒤뚱거리던 세상의 한 부분을 맛있게 먹어줄 사람들의 초조한 낯빛을 멀뚱히 쳐다보다가 먹이와 울에 길들여진 날개처럼 서서히 달구어지는 철판의 뜨거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그것을 던져준다            ―「오리 발바닥 요리에 관한 一考」부분   시인은 중국의 요리법 중에서도 가장 잔인한 요리법 중의 하나인 ‘오리 발바닥 요리’를 시적 소재로 차용하고 있는데, 시인의 이러한 의도는 단순히 잔혹한 장면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이 시의 오리가 “살아있는 오리”라는 점과 과거에 “미운 오리새끼”도 되고 “무수정의 알을 낳기도 해야”했던 오리라는 점에서 그 단순성이 극복된다. 살아있는 오리가 불이 지펴진 철판위에 올라가서 “자신이 먹이라는 것에 대하여 회의하거나/불우라 탓하지도 않”고 오직 “자신을 맛있게 먹어줄 사람들의/ 초조한 낯빛을 멀뚱히” 쳐다보는 것을 통해서 우리는 오리의 분노, 즉 시인의 내면에 감추어진 분노를 본다. 시인이 이 시를 통해서 바라보는 오리는 단순히 맛있는 오리요리이기에 앞서서 소외되고 결핍된 존재의 환유적 대상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여기서“오리 발바닥 요리”는 시인이 온갖 고통을 견디고 얻어낸 시에 다름이 아닌 것이다. 여기서의‘발바닥’은 비천함과 주변부적 삶에 대한 제유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듯 시인은 시의 내부에 비판의 눈빛을 숨기고 있지만, 그것을 노골화하지 않는 것은 자칫 그의 시가 알레고리나 아포리즘에 떨어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시에 이렇듯 비판의 포즈가 숨어 있다는 것은 그의 현실극복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상처와 결핍을 단순히 견디는 차원에 두지 않고 시를 통해서 극복해보려는 것이다. 이러한 시인의 태도는 이번에 선보이는 일련의 시들을 통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까마귀 문양이 걸려 있는 그 곳의 통로는 구름이다. 참을 수 없을 만큼 심심한 하품 구름 부글거리는 거품 구름 먼지보다 가벼운 추억이라는 뭉게구름, 구름들 삶은 은폐된 구름공장 숨구멍 같은 수많은 굴뚝들을 공중에 감추고 있다 외로움을 담은 욕망이 그 증거다 중독을 전제로 오래도록 불어놓은 풍선 같은 구름들 하품구름과 뭉게구름이 만나 부풀고 있다 옅게 내비치는 하늘색 커튼을 치고 끈적끈적한 분비물이 나올 때까지 전희처럼 서로의 삶을 어루만진다 닮아있을수록 몽롱하게 빠지는 일탈의 자리 실제보다 꼿꼿한 픽션을 끼워 넣으려면 좀 더 강렬한 자극이 필요하다              ―「모텔 」부분   시인은 남녀가 만나서 자신의 욕망을 발산하는 장소인 모텔 를 다양한‘구름’의 이미지에 수렴시키고 있다. 특히 3연에서 ‘하품구름’과 ‘뭉게구름’이 모텔에서 만나서 하는 무료하고 가벼운 사랑을 노골적인 성 묘사를 통해서 보여줌으로써 그 이면에 일회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가벼운 성에 대한 비판을 숨기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이 시의 마지막 연에서 “구름이 없다면 하늘은 어떻게 떠있나/구름이 없다면/세상은 희미한 옛사랑처럼 늙어버릴 것이다”라고 말함으로써 사랑의 육체성과 욕망을 긍정하고 있다. 그런데 김유석 시인의 이러한 논리는 본질적으로 이율배반적이라는 점에서 그 안에 갈등을 내장하고 있다. 시인은 이러한 세상을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을 넘어설 수 없다는 한계를 동시에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이러한 딜레마는 종종 전도된 상상력을 낳기도 한다. 그는 윤동주의 시 제목을 패러디 한「별 밟는 밤」에서, 그가 평소에 우러러보던 하늘을 물구나무를 서서 밟는다. 그의 발밑에서 그가 꿈꾸던 “바람望과 날개와 공상”같이 평소에 그의“발꿈치를 세우게 하던 것들”이 밟히고, 하늘에 떠 있던 별 조차“건들면 밤송이처럼 톡 벌어지”거나 “혼자 징징거리다 흘러”버린다. 그는 물구나무서서 하늘 밟기를 통해서 그가 평소에 꿈꾸던 것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절실하게 깨닫는다. 그리하여 시인은 하늘을 보면서 “허방이다. 떠있는 것들/잠시 들어본 지상이 더 가볍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는 현실주의자이다. 그는 현실의 모순을 형이상학적이나 이상적 방법으로 넘어서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현실 속에서 삶의 진리를 발견하고 싶어 한다. 그의 시 「못질」은 현실적인 삶의 한 단면인 육체적인 사랑을 ‘못질’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못을 치다보면 치는 힘보다 더 강하게 튕기는 망치질이 있다. 하나의 못이 아닌 벽 전체가 망치를 받아내고 있다는 생각 벽에 갇힌 찡찡한 울음을 꺼내며 못이 휜다. 벽이 감당해내야 하는 저릿함을 제 몸에 먼저 받아보는 거다 못을 받아들이는 벽은 완강하던 힘으로 못을 조인다. 그 걸 주려고 몇 번이나 못을 굽게 하였던 것 수건이 걸리고 시간이 걸리고 몸통처럼 벽이 걸린다. 빼내기가 더 힘든 구부러진 못                       ―「못질」전문   시인은 벽에 못을 박는 행위를 통해서 사랑이나 삶의 작용과 반작용의 이치를 깨닫는다. 망치로 벽에 못을 박는 행위는 단순히“하나의 못이 아닌/벽 전체가 망치를 받아내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이러한 사유만 보더라도 사소한 것에서 삶의 총체성을 발견해내는 시인의 혜안이 느껴진다. 망치질에 못이 휘는 것 역시 “벽이 감당해내야 하는 저릿함을/제 몸에 먼저 받아보는”것이며, 벽이“몇 번이나 못을 굽게 하였던 것”은 자신의 몸을 주려고 그랬던 것이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벽에 구부러진 채 박혀있는 못이 빼내기가 그렇게 힘든 것은 벽과 못과 망치가 어우러져 이룩해 낸 ‘의미 있는’노력의 결과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도 구부러진 못과 같다. 운명이라는 벽에 더 박히지도, 그렇다고 다시 쉽게  빼낼 수도 없는 것이 사랑이다. 어쩌면 사랑은 ‘재즈’같은 것이다. 시인은 「한밤중 혼자 재즈를 듣는다」에서, 재즈의 가사 속에 흐르는 흑인 노예들의 배고픈 삶을“무엇엔가 끌려왔음을 느껴야 하는/내 안에 갇힌 노예들의 흐느낌”으로 전이 시킨다. 이러한 내적인 전이는 시인이 한밤중에 혼자 재즈를 듣는 행위가 단지 사회적 모순을 자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시인은 오히려 외적인 노예상태보다 내적인 노예상태에 주목한다. “재즈는 삼키는 거다/설득당한 듯 꾸역꾸역,/노예들의 몸속에 더 가엾은 노예들이 살고 있다”는 이 시의 마지막 연은 시인의 이러한 의식을 대변해준다. 이 시는 시인과 재즈 속의 노예가 동일시되는 지점에서 평소에 우리가 깨닫지 못하던 내적 노예상태에 대한 자각을 환기시켜준다. 시인이 꿈꾸는 진정한 삶이란 이러한 내적인 노예상태를 부수어나가는 과정이지만, 그것을 부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재즈는 클래식과는 달리 자유로움과 파격을 지향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형식이 엄연히 존재한다. 일종의 자유로운 형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재즈의 형식은, 고전적 인듯하면서도 자유나 파격을 꿈꾸는 김유석 시인의 삶이나 시 쓰기를 이해하는데 또 다른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 잠시  ―박승자(1958∼) 저녁을 짜게 먹었다 싶어 슬리퍼 끌고 슈퍼 가는 길 환하게 불 밝힌 슈퍼 문에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주인 백 팻말이 손잡이에 걸려 있다 잠시라는 문구에 등 돌리지 못하고 발자국으로 보도블록 위에 꽃판을 만들고 있는데 잠시 만에 돌아올 수 있는 무언가를 많이도 버려 둔 것만 같기도 하고 까맣게 잊고 있던 어느 시절에 저 팻말을 잠시 빌려 걸어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데 시린 발끝으로 꼭, 꼭, 꽃판을 수 겹으로 만들어도 주인은 오지 않고 잠시만으로 턱없이 부족한, 건널 수 없는 심연이 발걸음을 한없이 머물게 하고 고개를 드니 슈퍼 안이 환했다가 어두워지는 것을 다 지켜봤을 회화나무, 쉬지 않고 물을 퍼 날랐을 물관도 어느 나무 속의 아늑한 습기를 잠시라도 방문하고 싶었을 터 야윈 가지 사이 별들이 환한 밤 마음도 잠시 마실 갔다 온 것처럼 말개져 있었다   식당에 들어설 때는 날이 환했는데 국수 한 그릇 먹고 나오니 어두컴컴하다. 순식간 밤의 긴 여로를 지나온 듯 이상하고 쓸쓸한 기분으로 시계를 보니 여섯 시도 안 됐다. 이제 차차 이 어둠의 시차에 익숙해질 테다. 저녁을 먹은 뒤라면 깊은 밤처럼 캄캄할 한겨울, 화자는 집 근처 슈퍼에 간다. ‘저녁을 짜게 먹었다 싶어’라니 페트병에 든 생수라도 살 생각이었겠다. 그런데 슈퍼 문은 닫혀 있고 그 손잡이에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란 팻말이 걸려 있다. 화자는 ‘잠시라는 문구에 등 돌리지 못하’는 사람. ‘잠시’라는데 그걸 못 기다리고 다른 가게에 갈 수야 없지. 슈퍼의 환한 불빛이 거리를 밝히고, 화자는 눈 쌓인 보도블록 위에 꽃 모양으로 발자국을 찍으며 슈퍼 주인을 기다린다. ‘슬리퍼를 끌고’ 잠시 나선 길이 이리 오래 걸릴 줄이야. 잠시라더니 대체 언제 올 거야? 약이 오르기도 하련만, 목마른 것도 잊고 화자는 하염없이 ‘시린 발끝으로 꼭, 꼭, 꽃판을 수 겹 만들’며 언제까지라도 머물 태세다. ‘잠시’라는 말이 불러일으킨 상념에 화자 마음은 ‘까마득히 잊고 있던 어느 시절’의 ‘아늑한 습기’에 젖어든다. 아, 머물고 싶었던 순간들, 함께하고 싶었던 사람들, 어쩌다 그냥 스쳐 보내고 아득해졌을까. ‘잠시’…, 머묾도 헤어짐도 평생 가게 하네….  
534    시인은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또 하나의 열쇠가 있어야... 댓글:  조회:2386  추천:0  2017-06-12
약속과 위반, 긴장과 이완의 풍경들       박 남 희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이 땅의 모든 역사는 약속과 위반의 기록이다. 역사는 쉬지 않고 흐른다. 역사는 흘러 흘러 또 다른 약속과 위반을 낳는다. 신이 내려 준 가장 대표적인 경전인 구약과 신약 역시 약속과 위반의 기록으로 채워져 있고, 그리스로마 신화 역시 약속과 위반의 기록이다. 자세히 보면 우주도 인간의 몸도 약속과 위반의 연쇄로 이루어져 있다. 우주는 한편에서는 신이 약속한 질서를 따라서 움직이지만, 우주의 또 한편에서는 예기치 않은 무질서가 존재한다. 인간의 몸 역시 생로병사의 과정 속에서 무수한 약속과 위반이 일어난다. 이렇듯 세상사는 무수한 약속과 위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약속은 위반을 낳고 위반은 다시 약속을 낳는다.    나는 시를 읽을 때도 무수한 약속과 위반의 풍경을 본다. 시의 내용과 형식은 물론이고, 시가 지시하고 담아내고자 하는 것들이 대부분 약속과 위반의 풍경 안에 포섭된다. 그런 점에서 시 역시 약속과 위반의 산물이다. 시는 약속과 위반이라는 인간의 삶을 끌어안고 무수히 길항하면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아나간다. 이러한 시의 존재방식은 때때로 긴장의 시학을 낳기도 하고, 이완의 미학 쪽으로 다가서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시학에서는 이완보다는 긴장을 선호하는데, 이는 인간이 본래 지니고 있는 모험성과 무관하지 않다. 실낙원이 신의 예정에 있는 것이라면, 신은 본래부터 인간에게 ‘모험성’이라는 중요한 속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러한 모험성이야말로 인간의 창조성의 원천이다. 현대 문명이 기존의 안정적인 문화의 고정적인 틀을 부정하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노마드(Nomad), 즉 유목민적 마인드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모험성’이 새로운 ‘창조성’을 낳는 바탕이 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현대의 시학 역시 끊임없이 미학적, 사상적 탈영토화를 추구하면서 새로운 시 쓰기와 전통적 시 쓰기 사이에서 단속적으로 길항해 온 것이 사실이다. 시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문학적 탈영토화를 추구해야 하지만, 자칫 기존의 미학적 범주를 무시하고 끝없는 모험을 추구할 경우에는 지나친 긴장이나 불안이 찾아오게 된다. 실낙원 한 아담이 다시 낙원을 그리게 되는 것도 일종의 안정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약속이 위반을 낳고, 위반이 다시 안정을 갈구하게 되어 약속을 희망하게 되는 것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숙명인지도 모른다.   신이 인간의 몸을 흙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인간의 몸이 자연과 하나라는 것을 말해준다. 자연에서 나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연의 질서를 위반하고 인간이 만든 문명을 통해서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려 든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욕망은 자연의 힘에 견주어 보면 극히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것에 불과하다.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시-공간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변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다음의 시를 읽어보자.  늙은 경비원이 비질하고 있다 비 쏟아지기 직전 마당이 팽팽하다 한 발짝 건너 갓 씻어 놓은 하얀 접시들 잠시 하늘이 얼비치고 간 엄마는 폐경기였고 노을 한 국자씩 풀어  붉은 국을 끓이는 저녁마다 어둠은 화단을 넘어와 마루 끝을 핥았다 시간의 모서리가 자욱이 부서져내리던 생각나지 않는 록밴드 이름처럼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스러져 간 구름들 점점 밀려오고 부풀어 오르고 드디어 쏟아지는 빗소리 세상의 접시들 왕창 왕창 깨지는 저, 믿을 수 없는 나비떼 그 순간을 엄마는 모란이라 불렀을까 작약이라 불렀을까 부서지는 음악 나는 손톱을 물어뜯었다 초경 중이었다               ―박유라,「그 순간의 나비떼」전문   인간의 삶은 순간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순간과 순간이 단절되는 순간 인간의 생명은 끝이 난다. 그러므로 인간에게는 순간이 매우 중요하다. 위의 시를 통해 시인은 구름이 밀려오고 비가 쏟아지는 풍경에 폐경기의 엄마와 초경중인 시인 자신을 나비 떼의 이미지로 겹쳐놓음으로써, 자신의 생을 뒤흔들었던 엄청난 변화의 순간을 회상하고 있다. 이 시의 첫 연, “늙은 경비원”의 이미지는 폐경기의 엄마에, 하얀 꽃을 지시하는 듯한 “갓 씻어놓은 하얀 접시들”은 초경중인 ‘나’에 대응되면서, 늙음과 젊음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상황에 적용되는 소통의 통로인 ‘나비 떼’의 알 수 없는 정체에 주목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시에서 나비 떼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시인의 엄마가 사추기에 겪게 되는 심리적 황홀감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이러한 황홀은 직접적으로는 엄마와 관련되어 있지만, 간접 체험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시인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므로 시인은 그 나비 떼의 추억을 쉽게 잊을 수 없다. 일종의 카오스를 동반하는 듯한 이러한 황홀은 인간이 영원한 코스모스에 이르는 과정 속에서 만나게 되는 잊을 수 없는 환영 같은 것이다. 아마도 사춘기의 시인은 폐경기에 있는 엄마가 추구하는 꿈과 사랑이 “세상의 접시들 왕창왕창 깨지는” “믿을 수 없는” 일로 느껴졌을 것이다. 엄마가 모란이나 작약으로 느꼈을 황홀한 감정이 사춘기의 시인에게는 ‘부서지는 음악’처럼 들렸을 것이다. 이러한 시인의 혼란은 엄마가 자식에게 보여준 약속과 위반에서 비롯된다. 시인에게 있어서 모성으로서의 엄마는 약속이지만, 여자로서의 엄마는 일종의 위반인 것이다.  이제 나는 흐르는 눈물 때문에 뒤로 물러나는 물고기 낯선 바다에서 온 물고기 죽는 순간 단 한번 눈을 감는 물고기 당신을 무덤처럼 봉인하는 그때까지 뒤로 물러나는 물고기 당신의 주름살에 눈물의 힘이 심해의 파도를 일으키고 감정이 딱딱하게 굳는 그 순간까지 제자리에서 천천히 지느러미를 젓는 물고기 흐르는 눈물 때문에 당신이 정말 거기 계신지도 모르는 단 한번 당신 모습 제대로 본 적 없는 이제 나는 반쯤 눈이 먼 장님 물고기         ―박형준,「장님 물고기」전문   장님 물고기는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심해에 살기 때문에 눈이 퇴화되어 장님처럼 된 물고기를 말한다. 시인이 이 시에서 유독 장님 물고기를 시적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은 극한적인 삶의 환경이나 조건을 통해서 신이 물고기에게 부여해 준 존재조건을 부정해보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다. 시인은 각주를 통해서 장님 물고기가 보르헤스의 별칭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장님 물고기가 단순한 물고기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음을 암시해 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여기서 장님 물고기는 시인의 또 다른 자화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흐르는 눈물 때문에 뒤로 물러나는 물고기”야말로 시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므로 시인은 “낯선 바다에서 온 물고기”이며, “죽는 순간 단 한번 눈을 감는 물고기”이며, 시 또는 뮤즈로 표상되는 “당신을 무덤처럼 봉인하는”, “감정이 딱딱하게 굳는 그 순간까지” 뒤로 물러나거나 제자리에서 지느러미를 천천히 젓는 물고기인 것이다.    이러한 물고기는 물론 일반적인 물고기의 이미지에서 상당히 일탈해 있는 것으로 일종의 위반인 셈이다. 시인은 겸손하게도 단 한번도 ‘당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시인의 태도는 물살을 거슬러 올라서 끝없는 욕망의 성취를 꿈꾸는 다른 물고기들과는 다른 삶의 태도와 맞물려서 시인으로서의 심성과 인생관이 근본적으로 무욕에 닿아있음을 말해준다. 이 시가 근본적으로 위반의 표정을 하고 있으면서도 비교적 편안하게 읽히는 것은 시인의 이러한 삶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대기는 만성(大器 晩成)이라는데 인어공주 신데렐라 백설공주 피터팬 피노키오……등등 자라기도 전에 유명인사가 된 이 아이들에게도 성장권을 주어야 해 고통의 악취 진동하는 세상으로 데려와야 해 고독과 절망과 공포를 혼신으로 겪어보게 해야 해 모든 것이 애매하고 불투명하고 불확실하여 오히려 가능성만 넘치는 세계에서 쓸쓸하고 불쾌하고 두렵고 고통스런 대가를 날마다 때마다 혼신으로 감당해 내면서 제 힘으로 당당하게 어른으로 자라도록 이 아이들을 명사로 만들어 내느라고 악역을 강요당한 어른들도 누명을 벗겨주고 복권시켜 줘야 해 철없는 아이들의 동화童話 속에 갇혀서 끝도 없이 매도당하는 건 인권유린이니까 뉴턴 하면 사과 사과 하면 뉴턴이지만 사과는 익어 향기를 풍기고 아이작 뉴턴 그도 늙어서 죽었는걸 그가 발견한 운동법칙이 적용되는 여기가 훨씬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계인 걸.                  ―유안진,「독후감」전문    시인은 인어공주, 신데렐라, 백설공주, 피터팬, 피노키오와 같은 명작동화를 읽고 쓰는 독후감의 형식을 빌려 “자라기도 전에 유명인사가 된 아이들”을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시인의 인식은 본질적으로 나약해져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에 대한 우려와, 매스컴을 통해서 자라기도 전에 유명인사가 되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실을 통해서 왜곡되는 것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런 “아이들을 명사로 만들어 내느라고 악역을 강요당한 어른들도” 해당된다. 이와 같은 시인의 비판은 지나치게 환상을 쫓는 현대인들의 허황된 현실인식을 바로잡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시인의 이러한 비판은 단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다. 왜냐하면 시인은 “모든 것이 애매하고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세계를 오히려 가능성이 넘치는 세계로 바라볼 수 있는 건강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인의 인식은 “가장 어려운 시기가 오히려 기회의 시기”라는 역설과 맞닿아 있다. 그러므로 시인은 동화속의 세계를 부정하고 현실 세계를 직시할 것을 주장함으로써,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동화적 낭만성이나 문학적 천진성에 대한 선입견을 전복시켜서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있다. 시인의 이러한 인식은 문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위반이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위반의 바로잡기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시를 또 다른 측면에서 분석해 보면, 고통에 정면으로 대응해 나감으로써 건강한 어른이 되어가는 통과 제의적 성격이 감지된다. 이는 시인의 풍부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으로, 인간이 훨씬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이 시가 표면적으로는 비판의 표정을 하고 있지만, 날카로움보다는 오히려 건강성과 인간다움이 느껴지는 것도 시인의 이러한 인간적인 풍모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아이가 또 열쇠를 잃어버렸다 등짝을 때리고 내 열쇠를 건네준다 뭔가 이야기를 하려던 아이가 성난 얼굴을 보더니 훌쩍이며 그냥 나간다 하루 종일 내 마음속에 틀어 앉아 울고 있는 아이 열쇠는 다시 복사하면 되는데, 미안하다는 생각에 자꾸 전화하지만 텅 비어 있는 집 내가 아이에게 건네준 것은 열쇠만이 아니었다 문을 여는 순간 왈칵 쏟아질 서러움 아이는 어쩌면 그 서러움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한동안 잊고 있었다 빈 집에 들어와 가장 먼저 불을 켜는 사람이 바로 아이라는 것을 그 불빛을 보고 나와 남편이 들어선다는 것을         -정경란,「또 하나의 열쇠」전문   아이가 열쇠를 잃어버리면서 시인과 아이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그것은 아이가 열쇠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엄마와의 약속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엄마의 성난 얼굴을 보고 그냥 나가버리고, 엄마는 복사하면 되는 열쇠 문제로 아이에게 너무 심한 상처를 준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시인은 자신이 “아이이게 건네준 것은/ 열쇠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곧 깨닫는다. 시인이 열쇠 이외에 아이에게 건네준 것은 ‘서러움’이다. 아이의 서러움은 엄마가 자신을 알아주지 못하는 데서 생긴 것이다. 사실 “빈 집에 들어와 가장 먼저 불을 켜는 사람”은 바로 ‘아이’였으므로, 아이는 시인이 사는 집의 또 다른 열쇠였던 것이다.    시인의 이러한 깨달음은 아이의 위반이 단순한 위반이 아니라 ‘빈집’의 적막을 여는 ‘또 하나의 열쇠’였다는 사실을 통해서, 오히려 자신이 ‘또 하나의 열쇠’인 아이의 존재가치를 망각하고 있었다는 반성에 이르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시인 자신이야말로 ‘또 하나의 열쇠’인 아이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역전은 약속과 위반의 절대성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시를 쓰는 작업 역시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뜨려서 새로운 인식의 지평으로 나아가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시는 약속과 위반, 긴장과 이완이 끊임없이 길항하면서 생겨난 창조적 산물이다. 하지만 시는 위반을 넘어서 또 다른 약속을 지향하거나 긴장을 해소하고 이완에 이르려는 노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약속과 위반, 긴장과 이완은 그것들 나름대로 하나의 문학적 가치를 지니면서 서로 조응하고 대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우열을 가리는 일은 하늘에 떠다니는 별들의 우열을 논하는 것만큼 공허한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또 하나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깨닫고 그 열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시인들의 몫이다.    ------------------------------------------------------------------------------------------     공 속의 허공 ―채필녀(1958∼ ) 공이 대문 한쪽에 놓여 있다 저 공, 운동장 한구석에서 주워왔다 그 한구석도 어딘가에서 굴러왔을 것이다 또 어딘가에서 또 어딘가에서 왔을 것이다 무심하게 놓여진 공은 또 어딘가로 가고 있을 것이다 공은 한 번도 스스로 굴러본 적이 없다 우주가 돌아가는 대로 몸을 맡길 뿐이다 엄마의 큰 보폭에 아이가 종종종 발짝을 맞추듯 커다란 톱니에 작은 톱니가 맞물리듯이 둥그런 우주를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지구와 공이 겨우 이마를 맞대거나 손가락 하나 걸고 있는 듯 아슬아슬하다 어쩌면 공은 새처럼 나무처럼 살고 싶어 빈 가죽부대로 버려지고 싶은지도 모른다 팽팽한 긴장에서 벗어나고 싶은지도 모른다 공의 상처를 본다 제 몸을 터질 듯 솟구쳐 승리에 도취하기도 했던, 함정에 빠져 패배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공의 내면이 궁금하다 공기가, 공의 몸이 될 수 있을까 살이 되고 세포가 될 수 있을까 공의 몸이 허공으로 풀어지고 있다 공의 중심이 허공의 중심을 채우고 있다 붉은 살이 서쪽 능선을 넘고 있다 공이 제 몸인 허공을 보고 있다 허공은 언젠가 공의 몸이 되어 굴러가고 또 굴러올 것이다      대문간의 낡은 공이 ‘지구와 겨우 이마를 맞대거나/손가락 하나 걸고 있는 듯 아슬아슬’한, 그러나 ‘둥그런 우주를 살아내고 있는’ 인간 존재까지 튀어 오르고 굴러간다. 직관과 성찰, 그리고 그를 시로 형상화하는 능력을 빼어나게 보여주는 시다. 이 시가 담긴 시집 ‘나는 다른 종(種)을 잉태했다’는 혈기 방장한 처자 시인의 시골생활이 발랄한 해학과 감성으로 그려져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힌다. 가령 ‘우리 집은 동네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첫 번째 집도 아니고 수령 이백 년 된 은행나무집도 아니고 마을회관 옆이나 뒤도 아닌 평범한 나무대문집이다 대문 안에 들어서면야 커다란 사철나무가 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 가지가 넘는 붓꽃이 자라고 있지만 자장면 배달은 대문 밖의 일이다 이름이나 번지수가 아닌 표시를 대라고 성화다, 아직 신이 오르지 않아 깃발도 꽂지 못하고 아들이 없어 농구대도 세우지 못한 나는, 우리 집 지도를 그릴 길이 막막하다 길이 없다//비 오는 날, 대문 밖에 나가 무슨 깃발처럼 두 팔을 흔들어 배달된 불어터진 자장면을 먹으며 내가 누구에게든 하나의 상징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시 ‘자장면 배달은 상징 찾기이다’)에서 읽히는, 아무도 알아보는 이 없는 소외감을 대범한 편임에도 어쩌지 못하는 시인의 마음. 보석 같은 재능이라도 주목 받지 못하면 도태된다지. 흙 속에 묻힌 보석 같은 시인이 얼마나 많을까….
533    시인의 눈은 저 쪽의 세계를 명징하는 고감도의 눈이여야... 댓글:  조회:2535  추천:0  2017-06-09
겹눈의 상상력과 시의 명징성 박남희(시인) 1.잠자리의 눈과 시 잠자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곤충들은 겹눈을 가지고 있다. 수만 개의 작은 눈이 모여서 하나의 눈을 이루고 있는 겹눈은 주로 원거리보다는 근거리를 바라보는데 유리하며, 사물의 선명성보다는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하는데 유리하다. 잠자리가 겹눈 뿐 아니라 홑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편향성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리라. 만약 인간이 잠자리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전문가들은 인간이 잠자리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세상은 모자이크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잠자리는 세상을 선명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그 대신 세상의 움직임의 미세한 부분까지 잡아내서 그것들을 관찰하고 주어진 상황에 반응한다. 그렇기 때문에 잠자리는 인간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인간과는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런데 이러한 잠자리의 눈을 생각해보면 쉽게 떠오르는 것이 시인의 눈이다. 시인의 눈이야말로 평면적인 세상을 중층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겹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시인의 눈은 잠자리처럼 세상을 모자이크화해서 보는 겹눈이 아니다. 잠자리의 눈은 눈의 구조가 겹눈으로 되어있지만 시인의 눈은 세상을 중층적으로 바라본다는 차원에서의 겹눈이다. 하지만 시인의 눈은 잠자리의 눈처럼 흐릿하게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선명하게 보려는 노력을 아울러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시에서 사용되는 비유는 언뜻보면 대상을 흐릿하게 보이게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시에서 비유를 쓰는 목적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설명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려는데 있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인간의 본능 중 대상을 선명하게 이해하려는 본능은 매우 강한 본능에 속한다. 시에서 표현의 명징성과 내용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인간의 이러한 욕망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므로 좋은 시에는 중층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겹눈과 대상을 명징하게 바라보는 홑눈의 특장이 조화롭게 녹아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다음의 시는 잠자리와 시인의 상관성을 매우 강하게 암시해준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졸음에 있다 빳빳, 헛헛한 날개로 허공을 가린 저 졸음은 겹눈으로 보는 시각(視覺)의 오랜 습관이다 라는 말의 벼랑 위, 붉은 가시 끝이 제 핏줄과 닮아서 잠자리는 잠자코 수혈 받고 있다 링거 바늘에 고정된 저 고요한 날개! 잠자리의 불편한 잠은 하마, 꺾이기 쉬운 목을 가졌다 어쩌면 아름다움은 알면서도 위태롭게 졸고 싶은 것, 등이 붉은, 아주 붉은 현기증이다 그녀에게도 오래 떠밀리는 세월이 필요했는지 저기 저 꿈 속인 양 졸고 있는 등이 붉은, 아주 붉은 그녀 -천수호,「잠자리의 빨간 잠」전문(『작가세계』2005년 가을호) 이 시에서 잠자리는 흡사 시인을 닮아있다. 잠자리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과 존다는 것과 벼랑 끝 가시에 앉아 있다는 점에서 시인과 닮아있다. 생각해보면 시인이야말로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서 벼랑 끝 가시 위에서 졸고 있는 존재가 아닌가? 이 시에서 졸음은 꿈꾸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시인의 속성과 닮아있다. 시인은 꿈꾸는 자이다. “뻣뻣, 헛헛한 날개로 허공”을 가리고 있는 것이나 오랜 습관처럼 겹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역시 시인의 속성으로 읽힌다. 이렇듯 시인은 정신 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의 관습에는 무디지만 시인 자신의 느린 삶의 방식에는 익숙한 존재인 것이다. 시의 내용처럼 아름다움을 위해서 ‘꺾이기 쉬운 목’을 가지고 ‘불편한 잠’을 자는 자야말로 시인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말한다. “어쩌면 아름다움은/알면서도 위태롭게 졸고 싶은 것”이라고. 그리하여 “등이 붉은, 아주 붉은 현기증”을 느끼고 싶은 것이 시인이라고. 시인의 말처럼 ‘붉은 현기증’을 느끼기 위해서는 “오래 떠밀리는 세월이 필요”하다. 시인 역시 시를 쓰는 희열 즉 ‘붉은 현기증’을 느끼기 위해서 세상의 헛된 것들에 떠밀리는 오랜 세월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시는 잠자리의 빨간 잠을 통해서, 관습적 세상의 문법과는 다른 시인의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시이다.  2.겹눈과 시적 상상력 일반적으로, 세상을 겹눈으로 보는 것이 시인이지만, 그 양태는 시인에 따라서 매우 다르다. 세상을 거시적인 안목에서 바라보고 우주적 상상력으로 인간의 삶을 조망해 보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현미경으로 대상을 보듯 세상을 미세하게 분석적으로 바라보는 시인도 있다. 이 세상에는 큰 것과 작은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밝은 것과 어두운 것, 단단한 것과 물렁한 것들이 혼재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서로 상이할 수 밖에 없다. 시인은 대상을 본질적으로 낯설게 바라보는 존재이지만, 그 표현 방법은 역설, 아이러니, 반어, 알레고리, 은유. 환유, 대비, 병치 등 무수히 많다. 우선 다음의 시를 읽어보자. 들어갈 수록 솔밭에는 솔내음이 진동했다 용트림 우람할 수록 송진 범벅이었다 앉을 수도 누울 수도 없는 고추 서서 견디느라 뼈가 녹아 살이 녹아 흐른 소나무의 눈물이 한 천년 땅 속에 묻히면 금패錦貝가 되고 또 천년을 견디면 밀화蜜花가 되고 다시 천년을 더 견디면 호박琥珀이 된다고 땅의 숨결 땅의 내음 땅의 체온에 썩고 익고 썩고 익는 세천년을 견디고서야 한없이 가벼웁고 한없이 단단한 보석이 된다고 눈물이 아니면 보석이 될 수 없는, 끝없이 못 견디면 보석이 될 수 없는, 죽은 듯 묻혀야만 보석이 될 수 있는 그 뻔한 이치는 안내인의 믿음이자 학설이지만 뜨건 눈물 그대로가 더욱 보석이고 단명하여 더 아까운 나의 보석은 늘 그랬는데, -유안진,「사라지고 마는 것」전문(『창작21』2005년 가을호)  유안진 시인은 요즘들어 부쩍 인간의 영원성과 유한성에 관심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인용 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히는 시인데, 이 시를 살려주는 것은 마지막 연의 시인의 관점이다. 시인은 안내인을 따라 솔밭에 가서 송진이 수천년 후에 호박이 되는 과정을 듣는다. 시인에 의하면 송진은 일종의 ‘소나무의 눈물’인데, 이 눈물은 수천년이 지나서 굳어지면 보석이 된다. 하지만 시인은 눈물이 굳어져서 된 보석의 영원성과 고귀함 보다는, 금방 사라지고 마는 이 세상에서의 뜨거운 눈물보석의 고귀함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인은 말한다. “뜨건 눈물 그대로가 더욱 보석이고/단명하여 더 아까운/나의 보석은 늘 그랬는데.”라고. 시인의 이러한 태도는 오래 견디고 연단을 받아야 보석이 되고, 그렇게 보석이 된 것이야 말로 귀한 것이라는 형이상학적 정신주의를 넘어, ‘눈물’로 상징되는 현세적 삶의 세목들이야말로 사라지고 마는 것이지만 ‘보석’ 못지 않게 귀한 것이라는 깨달음에 이르고 있다. 유안진 시인은 이렇듯 세상적인 통념으로서의 보석의 자리에 ‘눈물’이라는 세속적 가치를 환치 시킴으로써 견인주의라는 홑눈으로 바라보던 ‘보석’의 가치적 범주를 일상의 자리에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액체로 된 보석인 눈물을 발견해 낼 수 있는 것이야말로 시인의 특권이다. 이 시를 읽는 묘미가 여기에 있다.  공터에 깨진 거울조각이 쌓여있다 서로 다른 각도로 서로 다른 크기로 주변을 쳐다보는 거울의 망막 계수나무를 감고 올라간 나팔꽃 줄기가 끊어져 꽃봉오리 터뜨린다 커다란 해바라기 얼굴이 조각나 싱싱하게 피어 있다 공터를 서성이던 내가 바닥에 박혀 찢어진 치마 속에 두 다리 감추고 있다 모서리마다 갇혀있는 하늘 긁히며 구름이 간다 바로 옆으로 건너가지 못하는 구름 바로 옆은 가까운 곳이 아니다 한 발짝만 움직여도 금방 다른 빛을 내며 다른 걸 담아내는 거울의 시선 바로 옆을 곁으로 삼지 않는다 -김산옥,「거울조각」전문(『현대시』2005년 11월호)  위에서 인용한 두 시가 시인의 겹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시는 시적 소재인 ‘거울조각’ 자체가 겹눈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시인은 공터에 버려진 무수한 거울조각을 보면서 그들이 사물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각도에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시선을 지닌 수 많은 거울조각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계수나무를 감고 올라간 나팔꽃도 줄기가 끊어진 채 꽃을 피우는 것으로 보이고, 거울 조각 위에 서있는 시인의 다리 역시 찢어진 치마 속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하늘을 거침 없이 흘러가는 구름이 거울조각 속에서는 바로 옆으로도 건너가지 못하는 단절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 시가 새롭게 읽히는 것은 거울의 겹눈보다는, 깨어진 거울조각이 상징하는 파편화된 현대인의 삶을 감지해 내는 시인의 겹눈에 기인한다. 시인은 삶이라는 공터에 무수히 부서져 산재해있는 파편화된 인간들의 눈을 통해서 왜곡된 세상에서 서로 소통할 수 없는 현대인들의 단절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한 발짝만 움직여도/ 금방 다른 빛을 내며/ 다른 걸 담아내는 거울” 즉 파편화된 개인은 “바로 옆을 곁으로 삼지 않는다” 이처럼 하나가 될 수 없는 가치관의 극단에 거울조각들은 제각기 반짝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거울은 본래 깨어진 것은 아니다. 거울의 본 직분은 깨어지지 않은 온전한 몸으로 온전히 세상을 담아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음의 시는 깨어진 거울과 온전한 거울을 동시에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온 동네가 가난을 식구처럼 껴안고 살던 시절 언니와 나는 일수 심부름을 다녔다. 우리집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던 일수(日收). 월곡동을 지나 장위동을 거쳐 숭인동까지 카시오페아좌처럼 뚝뚝 떨어져 있는 다섯집을 다 돌면 일수 수첩 사이에서 돈의 두께가 부풀어 오르고 내 가슴에 도장밥 빛깔의 별들이 철없이 떠올랐다. 일수 수첩 속에는 각각 다른 여러 겹의 삶들이 붉은 도장의 얼굴을 하고 칙칙하게 접혀있었다. 어느날 추위를 툭툭 차며 집에 도착했을 때 ‘벌써 갔다 왔니?’하던 엄마의 이마에 송송 맺혀있던 땀방울과 아버지의 헐클어진 머리칼과 파도처럼 널브러진 이불, 들킨건 나였다. 아무 것도 못 본 척 문을 닫고 나오던 내 뒤통수를 쌔리며 사춘기는 내게로 다급하게 휘어들었다. 삽십대 후반의 젊은 부모에게 꼭 묶어 두어도 터져 나오던, 때론 밥 생각보다 더 절박했을, 한 끼의 섹스가 가난한 이불 위에 일수 도장으로 찍혀 있던, 겨울 그 단칸방. 언니와 나는 일수(日收) 심부름을 다녔다. -김나영,「어느 섹스에 대한 기억」전문(『시와 반시』2005년 가을호)  한 가정을 온전한 한 장의 거울로 본다면, 부모와 자식은 같이 살면서 서서히 거울의 균열을 경험하게 된다. 그 시기는 대개 사춘기가 되는데, 이 시기는 어린 자식이 부모의 곁을 떠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시기는 라캉의 표현을 빌면 상상계에서 상징계로 넘어가는 시기에 비견된다. 물론 상상계에서 상징계로 넘어가는 일차적인 단계는 유아가 엄마와 자신을 분리해서 인식하기 시작하는 시기이지만, 또 다른 의미의 상징계로의 진입은 사춘기 이후라고 말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시를 보면 부모와 자식간의 어긋남, 즉 가족이라는 커다란 거울이 깨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시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유대를 강화시켜주는 것은 가난이지만, 가난은 동시에 부모자식간의 금기를 깨뜨려서 일정한 간격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중적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  시인은 어린 시절 언니와 함께 일수 심부름을 다니게 되는데, 어느 날 일수를 나간 사이에 부모님이 섹스를 한 흔적을 발견하고 당황하게 된다. 정작 섹스의 흔적을 들킨 건 부모님이었는데도 시인은 “들킨 건 나였다”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은 이미 시인이 사춘기 시절을 겪으면서 자신의 내부에 성을 꼭꼭 감춰두고 있었는데, 부모님의 섹스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면서 순간 자신의 성을 들켜버린 것과 같은 무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순간이야말로 짧은 시간이지만 부모와 자식의 성이 만나는 순간이고, 깨어졌던 거울이 일시적으로나마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시인의 성과 부모님의 성은 차츰 이해의 장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시인은 이제 “때론 밥 생각보다 더 절박했을” 부모님의 “한 끼의 섹스”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시는 내용상의 반전을 통해서 시인의 사춘기적 심리를 극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고, “들킨 건 나였다”는 진술에서 보듯 시인의 또 다른 눈, 즉 겹눈을 통해서 부모님의 성을 바라보던 사춘기의 내면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감동을 더해준다.  종종 뒷산의 산새들이 학교 유리창에 부딪쳐 죽는다 유리창에 숨어 사는 뒷산 때문이라고도 하고 발효한 산열매를 쪼아먹고 음주비행을 했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새가 되고 싶은 유리창의 음모라는 풍문이 설득력이 있다 유리창에는 새의 충격이 스며있다 유리창은 종종 깊은 울음을 운다 비가 올 때는 눈물길이 열길 스무 길이 생긴다 유리창에 부딪쳐 죽은 새는 다시 살아나 유리창을 마음대로 통과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산맥과 달님도 마음대로 뚫으며 날아다닌다고 한다 -장인수,「유리창」전문(『시인세계』2005년 가을호)  새가 벽에 부딪쳐 죽었다는 말은 이미 신라 진흥왕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당시의 유명한 화가 솔거가 황룡사 벽에 그렸다는 노송도(老松圖)에 새들이 부딪쳐 죽었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외국의 한 조류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새가 유리창에 와 부딪치는 것은 유리창에 나무 그림자가 반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런 일이 종종 있기 때문에 머리가 나쁜 사람을 일컬어 새대가리(bird brain)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새는 때로 착각을 해서 사고를 당하기도 하는 것이다. 장인수 시인의 시 역시 이러한 모티브가 바탕이 되어 있다. 시인은 새가 유리창에 부딪치는 것이 유리창에 숨어 사는 뒷산 때문이라고, 새의 음주비행 때문이라고 하는 풍문을 소개하면서 “새가 되고 싶은 유리창의 음모라는 풍문”에 무게 중심을 가져간다. 하지만 이러한 풍문은 사실 실제로 존재하는 풍문은 아닐 것이다. 시인은 실재하지 않는 풍문을 실재하는 것처럼 끌어들여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펼쳐나간다. “유리창에는 새의 충격이 스며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쉽게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이지만, “유리창은 종종 깊은 울음을 운다”는 것이나, 비가 올 때 유리창에 “눈물길이 열길 스무 길이 생긴다”는 사실을 보아내는 눈은 범상한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유리창에 부딪쳐 죽은 새는 다시 살아나/유리창을 마음대로 통과하며 살아간다고 한다/산맥과 달님도 마음대로 뚫으며 날아다닌다고 한다”는 상상력은 일상인의 홑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일상인들은 유리창에 비친 그림자 정도를 보아내지만 시인은 유리창에 갇혀서 날아다니지 못하는 유리창 속의 새를 보고, 유리창 속에서 갇혀서 울고 있는 새의 울음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새가 유리창에 와서 부딪치는 것은 유리창 속에서 울고 있는 새가 그리워서 그렇게 하는 것이 된다. 물론 이러한 상상력은 과학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지만 과학적 사실과는 다른 차원에서 보아내는 시인의 겹눈이야말로 새로운 시세계를 창조하는 창조의 눈인 것이다.  3.겹눈으로 보는 명징성의 세계 이 글의 서두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잠자리의 눈은 겹눈이지만 세상을 명징하게 보아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시인의 눈은 세상을 겹눈으로 보면서도 명징한 세계를 보고 싶어한다. 시인은 보이지 않는 관념을 감각화 해서 보여주는 자들이다. 그러므로 현상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형이상학적 현상들을 구체적인 사물들을 통해서 보여줄 수도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들 중 인간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죽음의 세계이다. 하지만 이승에 사는 인간은 죽음의 세계를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종종 초혼제를 지내거나 여러 가지 종교행위를 통해서 살아생전 그립던 사자(死者)와 만나고 싶어한다. 다음의 시는 보이지 않는 사자를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녀는 기차를 갈아탄다 한 줌 뼛가루로 굴참나무 밑에 하얗게 뿌려진다 보풀 많던 어머니라는 이름, 흙뿌리가 된다 팔십 년을 세운 몸의 사원을 헐고 다시 팔십년을 큰키나무로 꾸리시려나 옆구리로 싯달타를 낳은 마야부인처럼 옆으로만 누워 꿈을 꾸던 여자 매운 슬픔, 맹물로 삼켰듯 크고 작은 빗방울, 잎으로 잎으로 게워낼 거다 살아 생전 한번도 내비치지 않았던 가슴속 아라비아바다 붉은 열매로 출렁출렁 매달릴 거다 껍질 무거웠던 한 겹 생애 헝겊바람처럼 가볍게 가볍게 풀어놓으며 치익포옥 치익포옥 다음 역까지 흔들흔들 갈 게다 마중나온 옹이들 손붙잡으며 그 여자, 기차를 갈아탄다 굴참나무라는 저 푸른 환승역 -김수우,「수목장 樹木葬」전문(『신생』2005년 가을호)  수목장은 1999년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새로운 장묘방식이지만, 시신을 화장해 골분을 나무 밑에 묻는 자연친화적인 요소가 호응을 얻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새로운 장묘문화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시인은 인간이 이 세상에 왔다가 다른 세상으로 가는 죽음의 과정을 수목장이라는 장례행위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죽은 어머니가 이 세상에 왔다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지만, 시인은 마치 우리가 한 열차에서 다른 열차로 갈아타듯 환승하는 것이 죽음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이 시에서는 이렇듯 환승 모티브야말로 보이지 않는 사후의 세계를 생생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시적 장치인 셈이다. 인용 시에 의하면 시인의 어머니는 “옆구리로 싯달타를 낳은 마야부인처럼/ 옆으로만 누워 꿈을 꾸던 여자”이다. 불교에서 싯달타 즉 석가가 옆구리로 태어났다는 것은 난산을 의미하기도 하고 탄생의 신비를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인의 어머니가 옆으로 누워서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은, 그 아래의 “매운 슬픔. 맹물로 삼켰듯”이라는 구절과 연결시켜 보면 노환이나 긴 병으로 병상에 누워있었다는 것을 추리해 볼 수 있다. 살아 생전에는 가슴 속에 감추고 내비치지도 못했던 가슴속의 아라비아바다, 즉 가슴 속에서 출렁거리던 회한이 붉은 열매로 출렁출렁 매달린다는 것은 분명히 축복이다. 시인은 이렇듯 수목장이라는 장례를 통해서 현세보다 더욱 행복한 세상으로 가는 열차를 갈아타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 보는 것이다.  시인이 지니고 있는 겹눈은 죽음 저 쪽의 세계도 명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고감도의 눈이다. 그런데 요즘은 점점 시인의 겹눈이 그 기능을 잃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의 사물들이 시인의 겹눈을 기피하는 것인지 수 많은 문학잡지를 뒤져도 겹눈의 싱싱한 감각이 살아있는 시를 발견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필자의 부족한 글에 선뜻 승차해준 위의 시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맨발  ―문태준(1970∼ )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개조개 상자가 어물전 진열대 앞자리에 있었나 보다. 장을 보는 참이었는지, 지나가는 참이었는지, 화자의 발이 그 앞에서 멈춘다. 큼지막해서 대합이라고도 불리는 개조개. 바다의 탐스러운 열매들, 두툼한 살이 살짝 비어져 나온 개조개를 보고 주부들은 탕이나 찜을 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테다. 화자는 개조개들, 그중에서도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는 한 개조개에 시선이 붙들려 있다. 신발이나 양말을 신은 조개가 있을까만, 화자는 조개의 발을 새삼 맨발이라 느낀다. 제 살던 펄에서 끌어내져 스티로폼 상자에 담긴 개조개를 기다리는 게 뭘까. 우리 모두는 죽음 앞에서 속수무책 맨몸이다. 부처도 예수도 마찬가지였을 테다. 화자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단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개조개의 부르튼 듯 뭉툭한 맨발과 그 천천한 거두어들임이 화자에게 누군가를 떠오르게 한다. ‘아― 하고 집이 울 때/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선 이. 집-가족이 울 때 그러할 이는 가장-아버지이리라. 아버지가 험한 길바닥을 맨발로 헤매듯 온종일을 보내도 집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겼다. 그래도 아버지의 맨발이 삶의 진창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덕에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웠다! 화자 가슴에 캄캄하게 멎어 있는 맨발의 아버지….
532    음악 전통속에서 새로운 시적인 표현을 만들어내다... 댓글:  조회:2108  추천:0  2017-06-09
딜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 제출… 800만 크로네 곧 받는다 (ZOGLO) 2017년6월6일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팝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을 스웨덴 한림원에 제출했다고 한림원 측이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싱어송라이터로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딜런은 상과 함께 주어지는 800만 크로네(미화 92만3천 달러·10억3천여만 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후 서울에 등장한 밥 딜런 자서전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림원 측은 "연설은 대단했고, 사람들이 기대하듯이 유창했다"면서 "강연을 보내와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딜런의 모험은 끝나게 됐다"고 밝혔다. 딜런은 강연에서 "내가 처음 노벨문학상 받았을 때 나는 내 가사와 음악이 정확하게 문학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의아해했다"고 말한 뒤 버디 홀리 등 자신에게 영감을 준 음악가와 10대 때 그에게 큰 영향을 준 고전소설인 '모비 딕', '서부전선 이상 없다', '오디세이' 등에 대해 언급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상금을 수령하기 위해선 짧은 연설이나 연극, 방송 동영상이나 음악 등 어떤 형태로든 기념 강연을 노벨상 수상일(12월 10일) 이후 6개월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작년 10월 노벨상위원회는 딜런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발표하면서 "미국 음악 전통 속에서 새로운 시적인 표현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밥 딜런 정규 38집 발매, 노벨상 수상 후 첫 신작(서울=연합뉴스)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 후 첫 신작 앨범 '트리플리케이트'(Triplicate)를 발매했다고 음반유통사 소니뮤직이 14일 전했다. 이번 앨범은 밥 딜런의 정규 38집이자 CD 3장짜리 앨범으로 앞서 발표한 두 개의 전작 '섀도 인 더 나이트'(Shadows In The Night), '폴른 앤젤스'(Fallen Angels)와 마찬가지로 신곡을 발표하는 대신 미국의 고전 명곡을 재해석해 담았다. 2017.4.14 [소니뮤직 제공=연합뉴스]
531    벗꽃아, 나와 놀자... 댓글:  조회:2399  추천:0  2017-06-09
      벚꽃나무의 둘레가   곽진구       벚꽃나무의 둘레가 눈부시다   무엇이 저렇게   내 눈을 못 뜰 만치   눈부시게 다가오는가 싶었더니   꽃 속에 숨어 있는,   어느 새 성장한 여인이 되어버린   딸애가,   오 귀여운 딸애가   주변의 예쁜 풍경을 거느리고   활짝 웃고 있지 않는가   항상 품안에 있는 줄로만 알았던   한 그루의 벚꽃!   주변이   꽃의 살처럼 느껴졌다 +== 벚꽃나무 여자 == 지는 꽃이 눈부시다 활짝 핀 벚꽃길 걸어가는데 약속이나 한 듯 하르르 져 내리는 꽃잎, 꽃잎들 견딜 수 없는 간절함으로 피었다가 그 사랑 거둬버린다 허공에 흩뿌리는 부질없는 맹세와 속삭임 한 점 꽃잎으로 떨어져 꽃그림자 어지러운 짧은 봄날 가슴 한 쪽을 도려낸 꽃여자 어긋나고 스치기만 하는 당신에게로 가고 있다 눈 감았다 뜨는 사이 봄은 가고 날은 저물고 꽃비 내려서 아득한 거기 꽃 몸살 앓으며 야위어가는 벚꽃나무 여자 (최춘희·시인)     == 밤벚꽃== 해는 이미 져버린 지 오래인데 벚꽃은 피고 있었다 와∼ 벚꽃이 팝콘 같다 아이들 떠들썩한 소리에 갑자기 까르르 웃는  벚꽃 다시 보니 참 흐드러지게 먹음직스럽다 (도혜숙·시인, 1969-)       == 직지사(直指寺) 벚꽃 그늘에서 == 사무치기도 하여  캄캄한 그리움이기도 하여  내 기다림은 이렇게  글썽이는 하얀 소복(素服)이다  무너지듯 마음 벗으며  맨발로 먼길 나서는 흰 이마의 사람아  봄하늘 너울대는 시름도 맑게 헹구고서  치마폭 환히 펼쳐 하얗게 대지 뒤덮은  해탈 같은 이 울음들 꼭꼭 밟고  이제 가라  닿지 않는 오랜 기다림 무심히 내려놓고  맨발의 소복으로 묵상하는 봄  마음 가리키는 비밀의 흰 손 환하게 일어나  땅 속 천불천탑(千佛千塔)을 세운다 (김은숙·시인, 충북 청주 출생)     == 벚꽃, 이 앙큼한 사랑아==  햇살 한 줌에  야무진 꽃봉오리  기꺼이 터뜨리고야 말  그런 사랑이었다면  그간 애간장은  왜, 그리 녹였던 게요  채 한 달도  머물지 못할 사랑인 것을  눈치 챌 사이도 없이,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 얄궂은 봄날  밤낮으로 화사하게 웃고만 있는 게요  한줄기 바람에  미련 없이 떨구어 낼  그 야멸찬 사랑이라면  애당초 시작이나 말지  어이하여  내 촉수를 몽땅 세워놓고  속절없이 가버리는 게요  이 앙큼한 사랑아 (최원정·시인, 1958-)           == 벚꽃과 목련 사이== 그대 벚꽃으로 온다 나는 벌써 목련이다 벚꽃과 목련 사이 지나가는 우리 같아 아무 일 아니었는 듯 화안한 꽃 속이다 (권도중·시인, 1951-)       == 벚꽃==  봄의 고갯길에서  휘날리는 꽃잎 잡으려다가 깨뜨렸던  내 유년의 정강이 흉터 속으로  나는 독감처럼 오래된 허무를 앓는다  예나 제나  변함없이 화사한  슬픔,  낯익어라 (송연우·시인, 경남 진해 출생)         == 벚꽃나무==  잎새도 없이 꽃피운 것이 죄라고  봄비는 그리도 차게 내렸는데  바람에 흔들리고  허튼 기침소리로 자지러지더니  하얗게 꽃잎 다 떨구고 서서  흥건히 젖은 몸 아프다 할 새 없이  연둣빛 여린 잎새 무성히도 꺼내드네 (목필균·시인)         == 벚꽃의 꿈==  가야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일은  얼마나 아름답고 눈이 부신가.  일시에 큰소리로 환하게 웃고  두 손 털고 일어서는 삶이 좋아라.  끈적이며 모질도록 애착을 갖고  지저분한 추억들을 남기려는가.  하늘 아래 봄볕 속에 꿈을 남기고  바람 따라 떠나가는 삶이 좋아라 (유응교·건축가 시인)       == 벚꽃 잎이==  벚꽃 잎이 머얼리서 하늘하늘 떨리었다  떨다가 하필 내 앞에서 멈추었다  그 눈길이 내 앞을 운명처럼 막았다  가슴이 막히어서 숨을 쉴 수 없었다  나는 흐느끼었다  이대로 죽어도 좋아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다  두 번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없었다  벚꽃 잎은 계속 지고 있었다 (이향아·시인, 1938-)       == 벚꽃== 천지天地에 저뿐인 양  옷고름 마구 풀어헤친다  수줍음일랑 죄다  땅 밑으로 숨기고  백옥같이 흰 살결 드러내  하늘에 얼싸 안긴다  보고 또 보아도  싫증 나지 않는 자태  찬란도 단아도  이르기 부족한 말  수십 여일 짧은 생  마른 장작 타듯 일순 화르르  온몸을 아낌없이 태우며  세상천지를 밝히는  뜨거운 사랑의 불꽃  아무리 아름다워도  찰나에 시들 운명,  순응이나 하듯  봄비와 산들바람을 벗삼아  홀연히 떠나버린 자리에  오버랩되는  고즈넉한 그리움 (안재동·시인, 1958-)       == 벚꽃==  봄빛의 따스함이  이토록 예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겨울 냉기를  하얗게 부풀려 튀긴 팝콘  팝콘 같기도 하고  하얀 눈꽃 같기도 한  순결한 평화가 나뭇가지에 깃들인다  그 평화는 아름다운 꽃무리가 되어  가슴 가득 피어오른다  사람들이 거니는 가로수의 빛난 평화를  4월의 군중과 함께 피어나는 벚꽃은  말끔히 씻기어 줄  젊은 날의 고뇌 (박상희·시인, 1952-)           == 벚꽃== 봄날 벚꽃들은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무엇이 그리도 좋아 자지러지게 웃는가 좀체 입을 다물지 못하고 깔깔대는 웃음으로 피어나고 있다 보고 있는 사람들도 마음이 기쁜지 행복한 웃음이 피어난다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벚꽃== 우리 마을 해님은  뻥튀기 아저씨  골목길 친구들이  배고프면 먹으라고  아무도 모르게  강냉이를 튀겼어요 (김태인·시인, 1962-)     == 벚꽃==  요절한 시인의 짧은 생애다  흰빛이 눈부시게 떨린다  살아서 황홀했고 죽어서 깨끗하다 (김영월·수필가 시인, 1948-) == 벚꽃이 감기 들겠네==  비가 그친 저녁  더 어두워지는 하늘가  이 쌀쌀한 바람에  여린 꽃망울들이 어쩌지 못하고  그만 감기 들겠네  그 겨울 지나, 겨우 꽃눈이 트이고  가슴 설레는데  아무도 보는 이 없고  꽃샘추위만 달려드네  우리가 꿈꾸던 세상은  이게 아니었네  좀더 따스하고 다정하길 바랬네  윤중로 벚꽃 잎은 바람에 휘날려  여의도 샛강으로 떨어지고  공공근로자 아주머니의  좁은 어깨 위에 몸을 눕히네 (김영월·수필가 시인, 1948-)                                                                   ​  벚꽃의 생   아무리 길게 살아도 밋밋한 생은 싫다. 단 며칠 동안의 짧은 생일지라도 온 몸으로 뜨겁게 온 가슴으로 열렬하게 화끈하게 살다가 미련없이 죽고 싶다. 딱 며칠만 세상에 있다가 없어지지만 그 있음과 없음이 하나도 초라하지 않은 벚꽃같이 그냥 벚꽃같이. ​  꽃비   며칠 만발했던 벚나무에서 오늘은 사르르 꽃비 내린다. 하얀 눈송이같이 춤추며 떨어지는 잎들. 단 며칠을 살아서도 그리도 밝고 눈부시더니 지면서 떠나면서 더욱더 아름답구나 허공을 가벼이 나는 꽃이여. ​  꽃비 내리는 날에   꽃비 내리는데 아른다운 꽃비 내리는데 그 꽃비 맞으며 순해지는 가슴들이 있는데 세상이 악하다는 생각은 잠시 접기로 하자. 꽃비 내리는데 아롱다롱 꽃비 내리는데 그 꽃비 맞으며 연인들이 다정히 걸어가는데 세상에 사랑이 식었다는 생각은 떨쳐버리기로 하자. ​  지는 벚꽃의 노래   꼬박 일년을 꽃 피기 기다렸건만 단 며칠만 살다 가야 해도 슬퍼하지 않으리. 하룻밤 새 피었다가 하룻밤 새 지는 내 모습 남들의 눈에는 덧없어 보일지 몰라도 한 점 하얀 불꽃 되어 세상을 환희 밝혀 주었던 나의 화끈한 생애 후회나 아쉬움은 없어 내년을 기약하며 기쁘게 총총 떠나가리.   == 벚꽃==  관촉사 벚꽃 속에서  문상 못한 친구 만나  흠칫 놀라다 (주근옥·시인, 충남 논산 출생) ==벚꽃 축제==  겨우내  비밀스레 숨어있던  그들이 환하게 피어났다  벚꽃 세상을 만들었다  벚꽃을 닮은 사람들이 다가오자  벚꽃은 꽃잎을 바람에 날리며 환영해준다  벚꽃의 세상이다  벚꽃 아래 사람들이 옹기종이 모여 앉아 점심을 먹는다  벚꽃 같은 사랑을 피고자 하는 연인들이 모여든다  벚꽃 닮은 강아지가 뛰어다닌다  벚꽃나무와 함께 아이들이 웃는다  벚꽃 세상의 사람들이  벚꽃 아래에서  벚꽃처럼 즐거워한다  벚꽃 세상에 모여든 사람들의 마음은  벚꽃처럼 아름답다 (박인혜·시인, 1961-)   ​   ​  벚꽃의 열반   꽤나 오래 심술궂던 꽃샘추위의 눈물인가 미안한 듯 서러운 듯 살금살금 내리는 봄비 속에 이제야 피었나 싶더니 어느새 총총 떠나는 아기 손톱 같은 벚꽃들 한 잎 두 잎 보도에 몸을 뉘여 오가는 이들의 황홀한 꽃길이나 되어 주며 말없이 점점이 열반에 들어 세상 한 모퉁이 환희 밝히고 있다. 행여 그 꽃잎 밟을까봐 조심조심 걸었네 부러워라 부러워라 뭇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서도 가만히 웃는 저 작고 여린 것들의 순결한 마침표.       == 정오의 벚꽃==  벗을수록 아름다운 나무가 있네  검은 스타킹에  풍만한 상체 다 드러낸  누드의 나무  이제 저 구겨진 햇살 위로  티타임의 정사가 있을 거네  보라!  바람 앞에 훨훨 다 벗어 던지고  봄날의 화폭 속에  나른하게 드러누운  저 고야의 마야부인을 (박이화·시인, 경북 의성 출생)   == 벚꽃== 백설기 떡잎 같은 눈 봄날 4월 나뭇가지에 온 세상의 나무를 네가 덮었구나 선녀 날개옷 자태인 양 우아한 은빛 날개 펼치며 송이송이 아름드리 얹혀 있구나 희지 못해 눈부심이 휑한 마음 눈을 뜨게 하고 꽃잎에 아롱진 너의 심성 아침 이슬처럼 청롱하구나 사랑하련다 백옥 같이 밝고  선녀 같이 고운 듯 희망 가득 찬 4월의 꽃이기에 (이재기·시인, 1938-) == 벚꽃== 그 깊은 곳  아무도 보는 이 없는  그곳에서 너는 참 고운 모습으로  단장을 하고 왔구나  화장을 한 듯 안한 듯한 모습으로  너는 무슨 표 화장품으로 화장을 했니  나는 참존 화장품으로 화장을 한단다  그리고 나는 빨간 립스틱은 바르지 않는단다  왜냐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나면 내가 바라보아도  내가 아닌 듯 하거든  그래서 나는 아주 연한 립스틱으로 입술을 마무리하지  바라보아도 오래도록 싫증나지 않는 너처럼  나도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구나  너 그 깊은 곳에서 무엇으로 치장을 했는지  나만 살그머니 가르쳐주지 않으련 (권복례·교사 시인, 1951-) == 벚꽃나무의 둘레가==  벚꽃나무의 둘레가 눈부시다  무엇이 저렇게  내 눈을 못 뜰 만치  눈부시게 다가오는가 싶었더니  꽃 속에 숨어 있는,  어느새 성장한 여인이 되어버린  딸애가,  오 귀여운 딸애가  주변의 예쁜 풍경을 거느리고  활짝 웃고 있지 않는가  항상 품안에 있는 줄로만 알았던  한 그루의 벚꽃!  주변이  꽃의 살처럼 느껴졌다 (곽진구·시인, 1956-)     == 벚꽃==  온몸  꽃으로 불 밝힌  4월 들판  눈먼  그리움  누가  내 눈의 불빛을 꺼다오. (안영희·시인)   == 벚꽃 속으로 == 첫사랑의 확인  눈감아도 환한  잠깐 사이에  잠깐 사이로  꽃잎 떨어져  떨어져도 환한 꽃잎  살짝 찍는 마침표  하얀 마침표 (유봉희·재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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