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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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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하소설 황혼(51) 사돈보기 하던 날 밤 김장혁 댓글:  조회:215  추천:0  2024-10-04
            51.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51. 사돈보기 하던 날 밤        류국장은 딸은 숨긴 정체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자기 뜻을 따른 딸을 못내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는 우물에 가서 숭늉을 마시려고 드는 급한 성미여서 사돈보기까지 밀어부치며 다그쳤다.     “당장 9.3명절에 사돈보기 하고 양력설이거나 음력설 쯤엔 결혼식을 올리자. 나도 이젠 예순이 다 됐는데 빨리 손자를 안아 봐야겠다.”     류생남 국장은 생남하지 못하고 무남독녀로 류려평 하나 자식 밖에 키우지 못했는지라 은근히 손주 비위를 냈다.     그는 약속대로 자기 동기인 신문사 사장한테 잘 부탁해 종호를  신문사에 졸업배치를 해주었다.     종호는 꿈만 같았다. 그는 신문사 기자로 출근한 첫날에 기자증을 타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이게 꿈인가? 생신가? 난 끝내 꿈을 소원성취했구나.”     종호는 류국장의 은덕에 마음 속으로 감지덕지 해 하면서 가시아버지 말이라면 죽으라는 소리 내놓고는 다 꼽싹꼽싹 들었다.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애초에 신문사에 들어가려고 류려평과 약혼하지 말았어야 했어. 어쩜 자기 리상을 고위간부 딸의 치마폭에 매달려 실현하려고 했단 말인가.)    종호는 이젠 후회약이 없었다.    그는 지하철에서 내려 구치소로 다가가면서도 사도보기 하던 일을 회상하면서 상념에 잠겼다.       사돈보기 하는 날에 종호는 그래도 성의를 산 새 자전거를 사서 류려평이네 집 문 앞에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류국장에 귀공주는 자전거를 왼눈으로도 차하지 않았다.     한족들은 약혼할 때면 금팔찌와 금목걸이는 물론 彩礼까지 그때 돈으로 몇천원씩 가져 왔다.     (고까짓 자전거 다 뭐야?)      그러나 가난한 종호는 그 자전거 하나도 진짜 온 집 안의 돈을 다 긁어모아 산 거나 다름 없었다.      그 새 자전거는 종호가 신문사에 배치받아 받은 첫 두 달 로임에 엄마가 고추가루를 장마당에 이고 다니면서 애나게 팔아 번 돈을 보태 산 것이였다. 그때 종호는 류려평의 태도에 어지간히 속상한 것이 아니었다.      종호는 가시집에 가서 허리 부러지게 처가 친척어른들께 절을 꾸벅꾸벅 했다. 그러고 류려평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어섰다.     그때는 교통이 불편한 때여서 그들은 자전거를 타고 시내에서 40여리나 떨어진 종호네 고향으로 가야 했다. 종호는 이쁜 처녀를 제 집에 데리고 가는 기분에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류려평은 부모 친척들 앞에서 입이 뽀로통해 몸까지 비틀어대면서 생떼를 썼다.     “난 안가! 그 먼 델 자전거를 타고 어떻게 가? 조선족들 혼인풍속은 이상해?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사돈보기에 왜 시집에 가야 해?      그것도 한밤 자고 온다면서? 난 안가?”     류생남 국장은 딸을 얼렸다.     “얘, 닭한테 시집가면 닭이야. 조선족한테 시집가려면 조선족 혼인풍속을 따라야 해!”     류려평은 부모한테 눈을 곱게 흘기면서 떼를 썼다.     “아빠 차로 우릴 실어다 달란 말입니다. 숱한 차를 타고 왜 하필 딱 자전겁니까? 그 먼 시골로 어떻게 간다고 그래요?     엄마도 딸을 달랬다.     “신랑감과 함께 재미나게 얘기하면서 자전거를 타면 한 둬 시간이면 갈 거야. 해지겠다. 어서 떠나라.”     류국장은 딸애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래일 돌아올 땐 차를 보내줄게. 이럼 됐지? 어서 떠나라.”     류려평은 닭 똥 같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마지못해 종호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떠났다.     한 20리 시골 호박길을 달리자 류려평은 맥이 없다고 자전거에서 내려 풀러덩 물앉아 떼를 썼다.     “난 더 못가겠어."     "이러면 대사날에 어쩌오? 어서 일어나오."     "난 죽어도 한발작도 더 못가겠다."     종호는 난감해졌다.     "사돈보기 날에 어런애처럼 뗄질 쓰면서 이게 뭐요?"     류려평은 마지못해 일어나더니 이번엔 종호의 허리를 끌어안고 어리광을 부렸다.     "대사를 망치지 않겠으면 날 업고 가렴. 응?”     종호가 업을 궁리하지 않자 류려평은 재차 풍덩 물앉아 울먹울먹해 입이 뽀로통해 도도거렸다.    종호는 어글어글한 눈을 흘기는 류려평을 보고 손으로 절벽 산 굽인돌이를 가리키면서 얼렸다.     “이제 저기 저 산 굽인돌이를 돌면 거의 가오. 어서 일어나오.”    종호는 류려평을 안아 일으켰다.    류려평은 별 수 없어 두덜거리면서 일어났다.     “업어!”    “그래 업어줄게.”    종호는 하는 수 없이 류려평을 훌 업고 량손에 자전거 한대씩 쥐어 끌면서 힘겹게 걸었다.    류려평은 잔등에 업혀서 그제야 해시시해 종알거리기 시작했다.    “종호, 이후에 내 말을 잘 듣겠니?”     “조선말을 꽤나 잘 하는구나. 우리 귀염둥이.”    “그래. 과외로 조선어를 좀 배웠어.”    류려평은 종호의 귀를 손으로 쥐어 비틀면서 따졌다.   “묻는 말이나 대답해. 내 말을 잘 듣겟니? 안 듣겠니?”    “옳은 말은 다 들을게.”     “내 말을 안 듣기만 해봐라. 죽여치우겠다. 난 호랑이띠야. 네 같은 개띠를 물어죽일 수도 있어.”    종호는 그 소리에 한족암펌의 살기를 느끼면서 섬찍한 감이 들었다.    (한족들이 신랑을 너무 관리해서 气管严이라더니, 헛, 참, 시집오기 전에 벌써부터 날 손아귀에 우겨넣을 작정인가? 어림도 없어. 흥!)    “이후에 내 대학졸업생이 아니라고 업신여길텐가?”    종호는 결혼 전이기에 수긍하는 척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무슨 말이오. 저는 위생학교 졸업생이지만 아는게 많고 자기 관점이 있잖소? 저는 나이는 어려도 총명하고 똑똑하다고 보오. 내 어찌 자기 색시를 업신겨기겠소.”     류려평은 종호 귀를 비틀면서 위협했다.     “흥, 날 업신여기고 내 말을 잘 듣기만 해 봐라. 이 호랑이 꽉 물어 죽여 치운다. 알아?"     "아이고, 호랑이 무서워 어쩌지?"     "우리 류씨 그리 헐한가 해? 우린 한고조 류방의 후대란 말이야. 시내에 한다하는 우리 류씨 종친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류씨 로지심, 무송, 리규, 별의별 호한이 다 있어. 은행 행장 하는 우리 큰 집 류덕재 오빠랑 널 가만 놔둘 거 같아? 까딱 다른 마음 먹기만 해봐. 넌 죽는다, 죽어! 알만해?”     종호는 재차 속이 섬찍해났다. 그는 류려평이 지금 무슨 얼음장을 놓는지 그 의미를 완전히는 다 몰랐다. 그저 사랑해달라고 사전에 엄포를 놓는 것이라고만 여겼다.     류려평은 업혀가면서 종호를 얼리고 닥쳤다.     "우리 아빠한테 없는게 없어. 돈이 수요되면 돈, 권력이 필요하면 권력, 없는게 없어. 黑道,白道 都能干,알았어?"     류려평은 종호 머리를 쥐어 비트는 시늉까지 했다.     "날 의심하거나 울리기만 해 봐라. 우리 아빠 널 신문사에서 당장 쫓아낼 수도 있어. 네놈 전도를 풍비박산나게 망쳐놓을 수도 있어. 목을 비틀어 머리를 잘라 걷어찰줄도 알아라. 알만 해? ”     “그래, 호랑이 색시 위협 참 무섭구나. 내 어째 자기 색시 말을 안 듣겠어? 서로 믿고 살아야지. 어째 서로 의심하고 반목하겠어.”     “호호호. 그래야지. 내 말을 고분고분 들어야 꿀맛을 볼 수 있어. 안 그럼 양재물 한사발 타서 먹여버릴 거야.”     류려평은 종호 가슴을 꽉 껴안으며 너부죽한 잔등에 얼굴에 가져다 댔다.     종호가 류려평을 업고 힘겹게 산 절벽굽인돌이를 돌자 땅거미가 어둑어둑 지기 시작하였다.     “아이고, 왜 이리 멀어? 세상에 사람이 못 살 시골이야. 이 울퉁불퉁한 길을 봐. 어떻게 자전거를 타고 가? 정신 있니? 종호, 넌 울 아빠 덕분에 이런 시골에서 헤여나와 신문사 기자로 됐어. 울 아빠 은덕을 잊으면 안돼. 그만큼 날 잘해 줘야 해. 알만해?”     종호는 진심으로 말했다.    “알았어. 최선을 다 할게.”     류려평은 종호 잔등에서 어린 애처럼 떼를 쓰며 비난사정했다.    “해지면 난 무서워 못 가? 우리 후에 다시 오자. 집으로 돌아가자.”.     “안돼. 지금 숱한 친척들이 우릴 기다려.”     종호는 딱 잡아뗐다.    류려평이 죽는 소릴 치며 흥얼거리자 뒤이어 안되겠다 싶어 슬슬 얼렸다.     “이젠 거의 왔어. 저기 저 늙은 비술나무 있는데까지 가면 우리 마을이 나타나.”     류려평은 저 멀리 서 있는 늙은 비술나무를 바라보며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시골창인줄 알았으면 우리 아빠 관광국 차에 올 걸 그랬어. 어째 아빠하구 제대로 말하잖았어? 응?”   종호는 웃으면서 얼렸다.    “에이고. 우린 어려서부터 영화 보러 시내에 가도 두 다리로 걸어서 다녔단 말이오.”    “허나 난 시내 콩크리트길바닥들 다니던 여자애 돼서 이런 길 안된단 말이야. 어째 색시 생각은 꼬물만치도 안 했어? 에이고, 이런 바보 믿고 어떻게 한평생 살아?”    “우리 이렇게 걸어서야 언제 가? 어둡기 전에 내려서 자전거를 타고 가자.    종호는 끝내 류려평을 얼려가지고 저전거를 타고 땅거미를 밟으면서 간신히 집에 도착했다.      종호는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잊을 수 없는 사돈보기 하던 날 밤 일을 떠올리면서 도리머리질 절레절레 했다.     사돈보기 하는 날 밤에 오락을 다 놀고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을 다 보내고  종호는 어둠컴컴한 고방에 들어갔다.    류려평은 너무나도 피곤해 아무 소리도 못하고 깜깜한 고방에 시누이 만순과 함께 누워 있었다. 그런데 종호가 들어올 때 거의 돼 만순은 살며시 고방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그러다나니 류려평은 어두운 고방에 홀로 쓰러져 선잠에 곯아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살풋이 잠들었댔다. 종호가 고방에 들어와 어둠 속에서 손으로 자기 몸을 더듬어서야 그녀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종호는 류려평을 사르르 되눕혀 놓고 가슴에 손을 넣어 뭉글뭉글한 젖무덤을 매만지면서 나직이 귀속말을 했다.   “우리 행복하게 살아 볼가?”   "시누인 어데 갔소?"   "어째 시누이 보초 세우겠소?"   "너네 짜고 들었어?"    류려평은 시누이마저 없는 것을 보고 고방에서 종호한테 당해 자기가 숫처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날가봐 조마조마했고 저으기 불안해났다.     (이 걸 어쩌나? 올게 끝내 오고 말았구나. 안 돼.)     류려평은 당황해 두 손으로 종호를 마구 떠밀었다.     “왜 이래?”     종호는 류려평의 손을 뿌리쳤다.      류려평은 종호의 귀에 대고 애원하듯 귀속말을 계속 했다.     “우린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어떻게 그래오?"     "헛소리치지 말아. 사돈보기도 결혼과 한가지야. 너네 한족들은 우리 사돈보기를 작은 결혼이라고 하지 않니?"     "그래도 그렇지. 숱한 보초군들이 앞방 아래방 사처에 있는데 그만 두자. 이제 우리 집에 가서 다시 보자. 난 오늘 여기까지 살아 온 것만 해도 다행이야. 다리를 쳐들 맥도 없어. 몸이 불편한데 좀 봐달라고. 응?”     그러나 종호는 정욕이 숫구멍까지 치밀어 올라 류려평을 놔주지 않았다.     류려평은 속으로 자기가 숫처녀가 아닌 것이 너무나도 일찌기 발각될가 봐 겁났고 불안했다.     그러나 성난 사자 같은 종호의 손은 벌써 하신으로 마구 침략해왔다. 팬티를 쭉 벗기는 순간 류려평은 두다리를 버둑거리다가 맥없이 쭉 펴고 말았다. 종호의 우악한 두 손이 그녀의 야들야들한 허벅다리를 꾹꾹 눌렀다.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모든 걸 자포자기하고 말았다. 자기 연약한 몸으로, 아녀자 힘으로는 종호의 강렬한 성난 사자 같은 욕망을 말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에이고, 될대로 돼라. 언제든지 한번은 이 고비를 넘겨야 할 판인데. 정조를 잃은 걸 들키면 말라지. 그저 시골 조선족농민 집 며느리 안 되겠지. 내 인물체격에 어데 시집 못 가겠니?)      그녀의 눈 앞에는 처음 마구 달려들던 류덕재 말상이 떠올랐다. 그는 괴로워 도리머리질 하면서 쓸쓸한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오빠, 이걸 어쩌오? 난 꼬리빵즈한테 당하고 있는데. 오빠는 지금 어느 하늘 아래서 또 어떤 녀자를 끌어안고 자고 있소? 날 좀 구해달라.)     종호의 달아오른 몸이 속살을 침범하는 순간 띠끔띠끔 아파났다.     "아가!"     류려평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종호는 황급히 손으로 류려평의 입을 틀어막았다.     어두운 고방에서는 류려평의 신음소리 간간히 들렸다.     그런데 어둑시그레한 방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종호가 야수처럼 너무 저돌적으로 덤벼들어  그랬을까?     사돈보기 하던 그 날 밤 첫 회합에 글쎄 류려평의 하신에서 뻘건 피 터진 것이 아니겠는가.     류려평에게는 천만다행이었다.     첫 회합에서 요대기에 수놓은 아름다움 빨간 매화꽃은 정조를 잃은 가짜 숫처녀의 정체를 어둠 속으로 가려주었다. 그 독버슷 같은 뻘건 매화꽃은 이후에 그녀가 숫처녀라고 궤변을 부릴 좋은 방패막이로 되지 않았겠는가!  
1    대하소설 황혼 제3권(50) 악처와 첫 상봉 김장혁 댓글:  조회:189  추천:0  2024-10-04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50. 악처와 첫 상봉       종호는 대림역에서 지하철을 잡아타고 류려평을 면회하러 떠났다.     정작 리혼하자고 마음먹자 종호의 마음은 비할데 없이 홀가분하면서도 괴로웠다.     (진작 리혼해야 했는데. 이게 뭔가? 한뉘 평생 서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30여년이나 갈라 살지 않았는가?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사랑이 없는 가정, 허울 밖에 없는 삭막한 가정이란 허울 밑에서 둘 다 졸혼하고 려향 하나를 쳐다보면서 불행하게 살지 않았는가?)     순간 종호는 저도 몰래 코마루가 시큼해났다. 그는 지하철을 타고 달려가면서도 옛날 류려평과 처음 만나던 일로, 사돈보기 하던 일로, 결혼하던 일로 눈앞에 삼삼히 떠올랐다. 비록 그것은 기억하기도 싫은 쓰라린 회억이였지만 쓰라린 꿈, 허위적인 허상 같은 추억이 자꾸 떠오르는 것을 어쩌는 수 없었다.     (그때는 살기도 어려웠지. 건데 류국장은 딸을 시집 보내지 못해 그랬을까? 아님, 그의 말대로 ‘대학생 사위를 삼게 돼 기뻐 그랬을까? 사돈보기를 해서 넉달도 안돼 번개식 결혼까지 해버렸지.)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 집은 가난해 한 해에 사돈보기를 하고 결혼까지 할 돈이 없었지. 그렇게 번개식결혼을 총망히 하다나니, 헛참, 류려평 말처럼 한족색시한테 한족 례법대로 제대로 해주지 못했지. 그래서 류려평은 항상 두덜거렸지. 금팔지나 금목걸이를 사주지 않은게 그렇게 속에 내려가지 않았을까?  전번에 려향이 면회하러 찾아 갔을 때까지도 우리 집 흉 봤다지 않는가. 원, 참. 가난이 죄였지.)      보통 딸을 가진 부모, 그것도 금이야 옥이야 하고 손에 쥐만 부서질가 봐 겁나고 놓으면 날아날가 봐 아까와 할 무남독녀를 시집 보내지 못해 그랬을까.     류려평의 아버지 류생남은 관광국 국장이였다. 그는 아들을 낳으려고 부모가 지어준 좋은 이름까지 버리고 생남(生男)으로 고쳤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류려평을 낳은 후에는 더 생육하지 못했다. 일부 의사들은 그가 너무 공술을 몇십톤이나 마셔서 저액이 다 취해 생육하지 못한다고 했다고도 한다.     류생남 국장은 자기 단위에 실습으로 취재하러 온 종호를 보자 첫 눈에 마음에 들어 자기 딸의 중매를 서기까지 했다.     류국장은 종호가 취재하는 모습을 보고 첫 눈에 사내답게 잘 생겼다고  인상이 아주 좋았다.     그는 너부죽한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종호의 손을 잡고 이것 저것 물었다.     “정치학부 졸업생이라. 내 후배구만.”     “네- 그렇습니까?”     “고향은 어느 시내에 있소?”     “아닙니다. 저는 이 시내에서 30여리 떨어진 시골 농촌에 있습니다.”     “오- 그래? 출신이야 아무 것도 아니지. 자기 노력으로 운명을 개변해야지.”     종호는 그저 머리를 숙이고 듣기만 했다.     “취재에 흥취 있는 거 보면 혹시 기자 되는게 소원이 아니오?”    종호는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면서 속이지 않고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고중 때부터 기자로 되는 것이 꿈입니다.”    류국장은 퉁사발눈을 내리깔고 좀 궁리하더니 물었다.    “이제 당장 대학교를 졸업하겠는데 신문사에 배치받게 되오?”    종호는 머리를 푹 숙였다.    “파악이 없습니다. 저 같은 시골 농민 아들이 언제 신문사에 다 배치받겠습니까? 어림도 없습니다. 우리 학급에는 한다하는 교수네 딸로, 공안국 과장네 아들로, 명작가네 며느리로 문벌이 높은 자녀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런 동기들이 뒤문치기 해 다 좋은 단위에 배치받고 나면 언제 내 차례 다 있겠습니까?”     그때 류국장은 됐다 싶었는지 사무상을 손바닥으로 살짝 치며 벌떡 일어섰다.     “리기자, 그게 무슨 그리 대단하오? 자, 내 말만 듣소. 그럼 신문사에 들어가게 도와줄게.”     그래도 종호는 류국장을 미덥잖은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류국장은 손으로 아래로부터 하늘로 쭉 그어올리면서 큰소리를 탕 쳤다.     “리종호씨를 시골로부터 신문사에 쒹- 날아들어가게 도와줄게.”     “네?”     종호는 천천히 일어나면서 멍해 놀란 눈길로 류국장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졸업배치 그리 식은 죽 먹기겠습니까? 제 같은 시골 농민의 자식이 신문사에 들어가 기자로 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일입니다.”     류생남 국장은 확신에 차 말했다.     “종호는 아직 사회 단련이 없어서 잘 모르오. 인간의 관계와 권력이  얼마나 위력이 있는가 잘 모르고 있단 말이오. 내 말만 잘 듣소. 그럼 당장 신문사에 들어갈 수 있소.”     그는 종호한테 다가와 어깨를 다독였다.     “내겐 무남독녀 하나 있소. 먼저 그 애와 만나보오.”     “네?”     (류국장의 딸은 한족 여자 아닌가? 민족심이 강한 내가 어찌 한족여자한테 장가 들겠는가?)     그러나 류국장은 고집을 부렸다.     “종호가 내 사위 되면 모든게 풀리게 되오. 알만 하오?”    류국장은 아주 로련하게 고삐를 좀 느슨히 늘여주면서 뒷말을 달았다.     “글쎄 내 딸이 마음에 안 들면 그만두오. 혹시 한족이라고 나무릴지는 몰라도 우리 딸은 이 시내에 내놓으면 뒤에 숱한 총각들이 줄을 설 지경이오. 또 한족이면 어떻고 조선족이면 어떻소? 황차 우린 민족자치지역에 있는데 한족과 조선족이 결혼하면 민족단결에도 좋을 거 같소. 여기 한족이나 조선족이나 이젠 민족습관도 거의 비슷해졌잖았고 뭐요? 그저 호구부에 한족과 조선족을 갈라 썼을 뿐이지. 안 그래? 우린 장차 민족단결 모범가정이 될 수도 있잖아? 허허허.”     그러나 종호는 소홀히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류국장은 조급해났다. 그는 류덕재가 류려평과 너무 가까이 치근거리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자칫 한고조 류씨 집 안 망신을 시킬가 봐 겁났던 것이다. 그래서 일찌기 류려평을 조선족이든 뭐든 대학생한테 시집 보내면 그만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자기가 소를 잃고 창고 문을 고치는 격이 된 줄도 모르고 뒷북을 치고 있었다.     “종호, 자기 원대한 리상을 실현하자면 내 방조를 받아햐 실현할 수 있소. 특히 제 같은 농민의 아들은 말이오. 내 같은 가시아버지를 만나면야 커다란 날개를 단게 아니오. 등을 기댈 높은 산도 있어야 장차 정계에 진출해 큰 일을 할 수 있단 말이오. 알만 하오?”     그 말에 종호는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 내 딸을 불러 올게 만나보겠소?”     “네. 그러죠.”    “좋소. 마음에 안 들면 이 일은 없는 걸로 하면 되오.”       류국장은 말을 마치자 부랴부랴 전화를 쳤다.     “려평아, 여기 내 사무실에 당장 오라. 내 급한 일이 있다. 뭐? 빨리 오라. 좋은 일이 있다. 응? 응. 그래. 어서 오라.”     종호는 그때 성급한 류국장이 우스워 희죽이 웃었다.     반시간도 안돼 눈이 어글어글한 이쁜 한족 처녀애가 헐레벌떡 사무실에 들어섰다.      종호는 눈뿌리 빠지게 처녀애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말똥데쌍머리채를 땋아 달랑 늘여뜨린 처녀애 얼굴색이 백지장처럼 하얗고 꽤나 이쁘게 생겼다. 체격도 물찬 제비처럼 균형이 잡혀 있지 않겠는가.    특히 우유빛 얼굴에 어글어글한 한쌍의 쌍겹눈이 퍽 매력적이었다. 시내에 내세우도 흠잡을데 없는 미녀가 틀림없었다. 진짜  80연대 인기배우 刘晓庆이나 陈冲처럼 이뻤다.     류려평은 종호을 할끔 쳐다보다가 따가운 눈길을 피해 아빠한테 다가갔다.     “아빠, 무슨 일인가요?”     류국장은 마중나가며 말했다.     “왔느냐? 내 공주님.”     “아빠,”     류려평은 낯선 종호가 사무실에 있는 것을 보고 어리광을 부리려다가 그만 두었다. 빈 사무실이면 진작 그녀는 아빠 품에 와락 안겼을 것이다.     “려평아, 서로 알고 지내라. 우리 단위에 실습취재하러 온 리종호 기자야.” 려평은 눈인사를 했다. 아무리 봐도 시골 티가 났다. 람루한 옷이랑, 허연 헝겁신이랑… 얼핏 봐도 가난한 집 자식이라는 것이 엿보였다.      “종호, 내 딸 류려평이오. 알고 지내오.”     종호는 쑥스러워 손을 내밀 엄두도 못하고 그저 눈인사를 했다.     류국장은 종호한테 다가와 말했다.     “내 딸 어떻소? 이쁘지?”     종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정말 이쁩니다. 영화배우 류효경이나 진충처럼 이쁩니다.”      “됐어. 류려평과 자주 만나 사이좋게 보내오. 모든 건 저네 둘한테 달렸소. 기자로 되는 꿈도 그렇고, 휘황찬란한 앞날…모든게 단꺼번에 해결될 수 있소. 내만 믿소.”     종호는 그제야 류국장의 속심을 알게 됐다.      “아빠!”     류려평은 아빠한테 눈을 곱게 흘겼다. 그녀는 시골의 꼬리빵즈 총각이 싫었던 것이다.      그러나 류국장은 우물에 가서 숭늉을 먹을 상으로 다그쳤다.      “우리 딸이 어떠오? 우리 딸은 시집 보내겠다고 내놓으면 중매군이 문턱이 다슬 지경이오.”      종호는 너무나도 당황해 자리를 뜨려고 했다.      “후에 천천히 봅시다.”     류국장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 대답할 필요없소. 잘 고려해 보오. 신문사 김사장은 내 대학 동기오. 난 종호 기자 꿈을 얼마든지 성사시켜줄 수 있단 말이오.”     류국장은 자리를 뜨면서 종호 어깨를 다독여주며 힘을 실어주었다.      류려평이 아니꼬운 눈길로 쏘아보자 류국장은 류려평한테 눈을 찔끔해 보이며 엄지를 척 내둘렀다.       그는 어떻게 하나 류려평과 류덕재를 시급히 갈라놓아야 했다. 그는 그들 둘이 죽마고우여서 어려서부터 친오누이처럼 찰떡처럼 붙어다니는 걸 아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성인이 된 다음에는 종친 남녀 자식들이 한데 붙어다니다가 일이라도 칠가 봐 저으기 근심됐다. 그러던 차 종호가 백마왕자처럼 딸 앞에 나타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류국장은 딸과 종호 일이 될 거 같아 흐뭇해 사무실에서 나가며 딸과 종호한테 자리를 비워줬다.       종호는 눈길이 그리 곱지 않은 류려평을 흘끔 훔쳐보고나서 몇마디 말도 나누지 않고 자리를 떴다.      그러나 후에 종호는 신문사에 배치받으려고 끝내 류국장의 뜻대로 류려평과 사귀기로 했다. 종호와 류려평의 혼사말은 진짜 신문사 기자를 내걸고  흥정하고 거래하기 위한 혼사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의 악연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류려평은 집에 돌아가 종호와의 혼사말을  반대해나섰다. 종호가 사내답게는 생겼지만 시골 “농포 아들”인데다가 꼬리빵즈이고. 맏이여서 시부모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 처지여서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숱한 시누이, 시동생이 있어 생각만 해도 진절머리 날 지경이었다.      “얘, 신랑감이 좋으면 됐지. 시어머니나 시동생들과 산다고 그래? 위생학교 졸업생이 어데 가서 저렇게 츨한 대학생을 얻는다고 그래?”     류려평은 두툼한 입술에 따발 서너개를 걸 지경으로 뽀도통해서 몸까지 탈면서 떼를 썼다.      “시골 꼬리빵즈지. 생활습관이고 뭐고 맞지 않는데 어떻게 산다고 그래요? 애를 낳아도 조선족으로 올려야 하는데. 종호한테 시집 안 가겠습니다.”      한편 류려평은 류덕재와 그래서 임신한 일이 탄로나면 아빠한테 혼나는 건 둘째고 정조관념이 센 그때 시집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도 근심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날이 갈수록 점점 부어오르는 배를 내려다보면서 불안하기만 했다.      류생남 국장은 비록 딸이 종친네 아들한테 유린당해 임신한 일을 몰랐지만 종호가 딱 마음에 든데다가 대학생 사위를 삼으려고 무남독녀 류려평을 얼리고 닥쳐서 끝내 종호와 억지로 약혼시켰던 것이다.      종호는 신문사 기자로 되려고 눈을 질끈 감고 류려평과 약혼했던 것이다.     그때 류려평은 류덕재 애까지 밴 처지이기에 하는 수 없이 싫은대로 눈을 찔끈 종호와 약혼했던 것이다. 지난 세기 80년대만 해도 전통적인 정조관념이 센 때여서 정조를 잃은 걸 아는 날엔 류려평은 시집가기도 어렵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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