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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정형시 - 시조 쓰는 방법
2015년 05월 20일 22시 30분  조회:5927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조 쓰는 방법
 
     글 /해드림
時調란 무엇인가?
 
 
⑴ 時調란 時節短歌音調즉 그 시대의 짧은 노래라는 뜻에서 붙여진 명칭이다명칭에 글 자가 아닌 때 자를 쓰고 있는 것에 주의하자.
 
 
⑵ 광의의 정의 시조는 한국인의 性情과 시대정신을 율격적 또는 산문적으로 표현하는 3장의 정형시이다.
 
 
⑶ 협의의 정의 시조는 한국인의 性情과 시대정신을 4음보율로 표현하는 3장의 서정시이다.
 
 
 
 
 
시조란 어떤 글인가?
 
 
◈ 우리 민족이 만들어 낸 고유하고 독특한 정형시입니다.
◈ 우리 겨레만이 옛날부터 짓고 불러온 고유한 형식의 노래입니다.
◈ 우리 민족의 얼과 생활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문학 형식입니다.
 
 
 
 
 
시조의 형식
 
 
우리가 홀소리 닿소리 24자를 깨우치면한글을 마음대로 읽고 쓸 수 있듯이 시조의 정형을 익힌다면시조를 마음대로 쓸 수 있습니다.
 
첫째시조는 3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초장중장종장
둘째시조는 각 장마다 네 걸음(음보)을 걷습니다.
셋째종장의 첫걸음은 반드시 '석 자입니다.
넷째종장의 둘째 걸음은 5 ~ 7자가 좋습니다.
 
 
 
 
 
시조 바로 쓰기
 
 
제목 정하기 마인드 맵 만들기 비슷한 생각끼리 묶기 초장중장종장으로 앉혀 초안잡기 퇴고하기
 
 
 
 
 
퇴고하기
 
 
첫 째각 장마다 네 걸음이 되었는가?
둘 째종장의 걸음걸이(첫걸음 석 자둘째걸음 - 5 ~ 7)가 맞는가?
셋 째어색하게 읽혀지는 부분이 없는가?
넷 째다른 것으로 빗대어 표현할 부분은 없는가?
다섯째자기의 생각이 잘 나타났는가?
 
 
 
 
 
시조 풍의 구분
 
 
⑴ 의고파 고시조의 태를 못 벗고 고어와 숙어를 많이 쓰는 고전 영역의 시조임.
 
 
⑵ 기교파 신 고풍이 겹친 작품임고시조의 을 알고 현대어의 을 잘 살려서 새로우면서도 고풍스러운 신경지의 시조임.
 
 
⑶ 감각파 섬세한 관찰과 감각으로 일상생활을 있는 데로 그려보는 시조임.
 
 
⑷ 혁신파 신시의 영역에 육박하면서 시조재래의 자유율을 충분히 구사하여 창작시로서 현대시와의 대결의 위치에 있는 시조임.
 
 
 
 
 
시조의 종류
 
 
⑴ 시조의 종류 홑시조단시조연시조엇시조사설시조혼합시조(옴니버스시조.
① 홑시조 단시조에서 초중장을 한 장으로 한 시조양장시조라고도 함.
② 단시조 초장(3, 4, 3, 4), 중장(3, 4, 3, 4), 종장(3, 5, 4, 3)의 45자 전후의 형식.
③ 연시조 단시조의 형식에 충실하되 단시조가 2수 이상 연속되는 형식.
④ 엇시조 단시조의 초종장에서 어느 장이든지 더 길게 늘어나는 형식.
⑤ 사설시조 사설(사슬)형식으로 엮어지는 형식인데 보통 중장이 늘어나는 형식.
⑥ 옴니버스 시조 홑시조단시조연시조엇시조사설시조의 모든 형식을 수용하는 형식.
 
 
 
 
단시조의 형식
 
 
⑴ 보통,
초장 ; 3 : 4, 3 : 4,
중장 ; 3 : 4, 3 : 4,
종장 ; 3 : 56, 4 : 3 이나,
1구를 2박자로 보아 6덩이로 얽으면 된다자수에 구애됨 없이 7자내외의 구를 4개 만들어 초중장으로 하고종장 2구는 붙여서 그 1구에서 상을 전환시키고 2구에서 결론을 지으면 된다.
 
 
⑵ 시조는 3장 6구 12음보이다.
3장인 초종장은 천인 三才,
6구는 주역의 6(六爻),
12음보는 12개월을,
각장의 4음보는 4계절을 나타낸다.
시조의 음수율이나 음보율이 정형시이면서도 자유롭게 변화하는 것은 주역의 육효가 음양의 위치가 바뀌면서 천변만변화를 일으키는 원리와 같다이러한 주역의 대원리에 따라 시조의 형식도 초장에서 상을 일으켜 놓고승구인 중장에서 그 상을 이어받아 부연 또는 확장시키고종장 전구인 첫구에 와서는 35조로 껑쭝 뛰면서 절정에 이르러 다른 생각으로 바꾸어 놓은 후결구인 둘째구에 와서는 43조로 자연스럽게 내리막을 달리면서 결론을 제시하면 된다.(원용문;시조문학원론-백산출판사, 1999. 190-194). 그러므로 종장이 가장 긴장과 변화를 가져오고 또 생각을 결론짓는 대목이 된다초중장은 요식적 구성을 할 수 있어도(-묘사), 종장은 눈이요 심장이요 금고요 태양이다(-진술)(장 순화)
 
 
⑶ 定形而非定形(이병기). 不完全 定形詩(김춘수).
시조는 불완전한 정형시이지만 그 율격의 특징을 구별하는 학설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즉 운율의 기본단위를 글자(字數), 음보(音步), ()중 어느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구수율(句數律), 자수율(字數律), 음보율(音步律)로 나뉜다그러나 그 속에 우리민족의 공동체의식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신명처럼 독특한 내재율(內在律)이 살아 있어야 한다.
 
 
⑷ 3章 6句 12音步 :
音步는 한 걸음을 옮기는 데 걸리는 시간이 허용되는 범주까지 가능하다68자가 될 수도 있음에 유의하자시조란 그냥 걷는 것처럼 쉬운 리듬이다.
 
 
⑸ 時調는 (묘사)과 (진술)의 조화이다중장에 (묘사)을 종장에 (진술)그리고 보이는 과 보이지 않는 사이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고가며 그 여백의 美學的인 균형을 회복하는 일이야말로 時調團의 과제이다.(김 만수 - “다섯 빛깔의 언어 풍경의 해설에서)
묘사(Description) : 묘사는 언어를 회화적인 방향으로 명료화시킨다可視的提示的感覺的이다수채화를 그리듯이 그려라.
F.S Flint의 이미지즘의 3대원칙 주관객관을 불문하고 事物을 근접하여 다룰 것표현에 보탬이 되지 않는 언어는 사용하지 말 것리듬에 관하여 메트로늄에 의하지 않고 음악의 프레이즈에 의하여 시를 쓸 것.
진술(statement) : 진술은 언어를 사고의 깊이로 체험화 시킨다思考的告白的解釋的이다진술은 시적 대상에 대한 시인의 해석이다.
에 있어서 묘사와 진술은 매우 중요한 두 축이다좋은 시는 묘사와 진술의 절묘한 조화에서 탄생된다즉 묘사-진술또는 묘사-진술-묘사-진술진술-묘사-진술 등으로 얼거보라묘사에 치중한 시는 산 듯해서 보기에 좋지만 깊은 맛이 덜하기 마련이다따라서 진술로 그 깊이를 파야 한다.(이지엽 교수의 시조에 있어서 묘사와 진술의 문제중에서)
 
 
⑹ 3장에 각각 다른 을 표현하면서도 3장이 서로 呼應되어야 한다초장에 중종장이 아울리든지중장에 종장이 대답하든지종장을 초장이 먼저 결론적 前提로 세우든지 하는 結章法이 요구된다.
 
 
⑺ 먼저 發想이 있어야 하고다음 熟想으로 진행된 다음表現段階에 이르며,主題를 정하여 素材를 고른다그리고 표현된 다음 推敲를 반복한다.
[조 지훈은 승무를 착상한 지(그의 나이 19열한 달집필을 시작한지 일곱 달 만에 완성함즉 착상한 지 18개월 - 1년반 만에 발표함.]
 
 
⑻ 명칭에 글 자가 아닌 때 자를 쓰고 있는 것에 주의하자시조는 당대의 정서당대의 시대상황을 담는 문학양식이기 때문이다.
 
 
 
 
 
현대 창작시조 요건
 
 
 
⑴ 형태미와 내용미의 조화주제의 조화
 
 
⑵ 결코 일률적인 또는 타성적인 작법에 사로잡힌다거나 그 내용이나 어투가 진부하여 맞추어무엇무엇 아이야” 무엇무엇 하노라(하여야이 아니냐,어즈버두어라나는 옌가 하노메)을 연발한다든지 혹은 고시조 풍의 호언 허장이나 난조 투어를 습용하여서 흉내나 내고 자수나 맞추는 태도는 일축되어야 한다또한야호” 등 감탄사는 현대시조에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⑶ 시조란 형식에 맞아야 하고()이 있어야 되며주제(主題)가 뚜렷이 세워져야 된다.
 
 
⑷ 현대시조를 분석해 보면 개성적 즉 개인적인 경험의 표현이 부족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⑸ 신 서정시조의 필요 및 분야 제시 급변하는 정보화시대에 대응하고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자면 새로운 서정의 지평을 열 수 있는 신서정시조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보아 다음 4가지 유형을 제시해본다.(류 준형)
① 독창적(개성적인식의 표현이 살아 있으면서 보편적 인간의 본성이 융화된 시조.
② 단순한 음풍농월이나 감상(고독슬픔이별회고여정 등)의 신변잡기적 토로나 기행시조가 아닌현대 정보화사회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소외와 갈등환경오염 등으로 상처 입은 삶을 끌어안아 밀도 있게 취재하여 고발(풍자)하고 치유하는 시조.
③ 주된 소재를 자연보다 물질문명(기계문명)과 도시문명으로 하여 현실성 있게 진술하고아울러 비인간화되고 있는 여러 측면을 진솔하게 조명하여 현대인의 진정한 삶을 추구하는 시조.
④ 황폐화되고 상실된 인간성을 되찾는 시정신이 치열하고 기아빈곤마약테러에이즈전쟁 등에 냉철히 도전하면서 현실을 승화시킬 수 있는 휴머니즘이 형상화되어 있는 시조.
⑤ 그러나 이것은 편의상 4가지 유형으로 기술해 본 것이기 때문에 절대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어서 작품의 다양성에 따라 중복되거나 복합적으로 나타날 경우도 있을 것이다.
본 글은 <시조대학홈에서 옮겨온 것임
 
 
 
 
 
 
 
시조를 잘 짓는 방법 10가지
 
 
 
1) 가락을 익혀 (운율)을 살려 쓴다.
 
① 푸른 산에 가보니까 바람이 불었다
누런 들에 가서 보아도 바람이 불었다
그 색을 가지고 와서 짝꿍 얼굴 그리겠다.
 
② 산에 산에 산에는 푸른 바람 불고요
들에 들에 들에는 노란 바람 분대요
산바람 들바람으로 내 짝꿍을 그려보자.
 
 
 
2) 일상 생활에서 매일 (반복적·상식적)인 내용은 쓰지 않는다.
 
① 세수하고 밥을 먹고 학교 가서 공부하고
집에 와 숙제하고 친구들과 놀고 나서
졸리워 내방에 가서 드러누워 잠잤다.
 
② 늦잠 자다 허둥대고 준비물 잊고 왔네
집에 가서 찾아올까 벌청소하고 말까
엄마가 달려오신다 눈물이 핑도네
 
 
 
3) 거짓 없이 (진솔한 생활경험)을 쓴다.
 
① 친구가 욕을 해도 나는 웃고 돌아서고
놀다가도 공부하라면 나는 제일 기쁘다
이 담에 돈을 벌어서 불쌍한 이 다 줄 거야.
 
② 상훈이와 맞붙어서 한참을 싸우다가
슬며시 화가 나서 주먹 한 방 날렸더니
주르르 코피가 나네 이를이를 어쩌나.
 
 
 
4) 아름답고 (따뜻한 생각)을 드러낸다.
 
<살구꽃 핀 마을이호우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 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 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는 초당(草堂)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5) (상상력과 관찰력)이 풍부한 글을 쓴다.
 
<짝꿍과 단 둘이서>
별을 따다 심어볼까 우리 집 꽃밭에다
무지개로 지붕 얹고 달을 따다 거울 달고
짝꿍과 단둘이 앉아 하모니카 불어볼까.
 
 
<금 붕 어>
어항 속 금붕어들 술래잡기 한 대요
고개 들고 뽀끔뽀끔 날 잡아라 다시 뽀끔
줄무늬 잽싼 녀셕이 찾아내고 말았대요.
 
 
 
6) (고운 말)을 가려 쓴다.
 
<성불사의 밤이은상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
 
땡그렁 울릴 제면 또 울릴까 맘졸이고
끊을 젠 또 들리라 소리나기 기다려져
새도록 풍경소리 더리고 잠 못 이뤄 하노라
 
 
 
7) (생각이나 느낌)이 드러나게 쓴다.
 
① 잠자리를 잡으려 마당으로 나갔더니
장대 위의 잠자리가 멀리멀리 날아갔네
그것을 잡지 못해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② 애걔걔 날아 버렸네 세 번째 허탕이다
장대 끝 높은 자리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용용용 날 잡아보렴 놀려대고 있네요.
 
 
 
8) 구와 구장과 장들이 (주제)에 맞게 관련 지어 쓴다.
 
① 푸른 산 속에는 요정들이 사나보다
우리 아빠 공장 가고 나는 또 학교 가고
은하수 한 자락 풀어 나의 시를 짓고 싶다.
 
② 엄마는 장엘 가면 망설이다 해가 진다
두부 한 모 받쳐들고 지갑 속을 훔쳐보다
내 성화 견디다 못해 빨간 구두 사 주셨다.
 
 
 
9) (글다듬기많이 하여 작품을 완성한다.
 
<퇴고 전>
① 우리 누나 하얀 꽃이 논두렁에 피었다
아기댕기 매달고서 소곤소곤 춤을 추네
꺾을까 생각하다가 그냥 두었다.
 
<퇴고 후>
② 우리 누나 닮은 꽃이 논두렁에 피었다
노랑댕기 매달고서 한들한들 춤추는 꽃
꺾을까 망설이다가 돌아서고 말았다.
 
 
 
10) 기초적인 수사법 (비유법강조법변화법)를 활용하여 쓴다.
 
<우물이영신
대문 앞 양지쪽에 돌담으로 빚은 우물
봄 햇살 볼이 고와 아침이면 떠오르고
한 옹큼 물맛 오르듯 반짝이는 은물결 .
 
 
 
********* 강호인의 오솔길 에서 퍼옴
 
 
 
 
 
 
 
 
 
 
 
● 時調의 形態(시조의 형태)
 
 
시조의 형태(혹은 형식)는 단형시조(평시조), 중형시조(엇시조), 장형시조(사설시조), 양장시조(2장시조), 옴니버스 시조(시조의 각종 형식을 아우른 混作 시조), 동시조(童時調등 여섯 종류가 있다또한 시조의 내용면에서는 서정시조,서사시조교훈시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평시조의 형태
 
 
평시조는 시조의 중심이 되는 형식으로서 3장 6구 12음보로 구성된 시형식이다시조는 어느 종류를 막론하고 초장중장종장 3장의 형식미학을 갖추고 있다평시조(단형시조)는 각 장이 2句 4음보의 율격을 갖추며 종장 첫 구가 1음보 3음절로 고정된 三章詩(삼행시)이다평시조의 특성은 간결한 형식미와 단시로서의 서정미학을 구현해내는데 있다고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조라고 하면 평시조를 가리키며 과거 학자들은 그 형식을 3장 6구 45자 내외로 규정하고이에서 몇 자를 가감할 수 있는 신축성 있는 형식이라 하였다.
<별첨 표 평시조의 형태 참고>
정완영 [가을 아내]
이상범 [民話 그리고 民畵]
장수현 [침몰하는 노을]
예문 / [시조 짓는 마을] 27쪽 천숙녀 청국장], 29쪽 하정화 [봄마중], <평시조>
 
 
이러한 시조의 형식상 특징을 일컬어 가람 李秉岐는 [整形詩]라고 규정하였고,노산 李殷相은 [定型而非定型()이며非定型而定型의 詩形]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잘 定型된 시형이라든가定型詩이면서 정형시가 아니며 정형시가 아닌듯 하면서도 정형을 갖춘 시라고 한 그 배경에는 字數律을 기준으로 삼은 주장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지침은 창작을 부당하게 구속하게 만든다}고 하였듯이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평시조의 형식규정은 맹점이 많은 것이다. 1930년 陶南 趙潤濟 박사가 평시조 2759수를 표본조사한 결과 초장 율격이 3·4·4(3)·4와 일치하는 작품은 47%(1298), 중장 40.6%(1121), 종장이 3·5·4·3과 맞아떨어진 작품은 21.1%(789)로 나타났다이것을 확률론의 공식에 따라 계산하면 초··종이 평시조의 정형과 일치하는 작품은 고작 4%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해낸 것이다.
趙東一 서울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전체의 4% 정도에 해당하는 것을 정형으로 삼는다면 평시조는 그 실상과는 사뭇 다르게 이해되고시조 창작의 방향도 왜곡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제 평시조는 字數律보다는 內在律(리듬)을 중시해야 한다.
예문 / <평시조 변형>
김상옥 [그 門前및 [빈 궤짝]
이근배 [내가 왜 산을 노래하는가에 대하여]
 
 
 
 
<평시조의 형식>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첫 어) (둘째 어절) (세째 어절) (네째 어절)
3 4 3 4
----------- ----------
첫째 구 둘째 구
7 7
-------------------
초 
14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첫 어절) (둘째 어절) (세째 어절) (네째 어절)
3 4 3 4
------------ -----------
셋째 구 넷째 구
7 7
---------------------
중 장
14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첫 어절) (둘째 어절) (세째 어절) (네째 어절)
3 5 4 3
---------- ----------
다섯째 구 여섯째 구
7 7
---------------------
종 장
15
 
 
동창이 밝았느냐 // 노고지리 우지진다
3 4 4 4
소치는 아해들은 // 상기 아니 일었느냐
3 4 4 4
재 너머 사래 긴 밤을 // 언제 갈려 하느니
3 5 4 3
 
 
 
 
<평시조>
 
 
 
가을 아내(부분)
정 완 영
 
 
한 잔 술 등불 아래 못달랠 건 정일레라
세월이란 풀섶 속에 팔베개로 지쳐 누운
당신은 귀뚜리던가 내 가슴에 울어 쌓네.
 
 
 
 
 
民話 그리고 民畵(부분)
이 상 범
 
 
문갑에 쌓인 고요 닦으면 날이 서고
청댓잎 어른대다 달의 몸을 찌를 때면
병풍 속 잠자던 수탉 홰울음을 울었다.
 
 
 
 
침몰하는 노을(부분)
장 수 현
 
 
저 강에 가라앉은 울창한 대나무숲
단단한 마디처럼 상처가 새겨지고
따숩던 마을 언저리 침몰한다 노을이
 
 
 
 
 
<평시조 변형>
 
 
 
그 門前(전문)
김 상 옥
 
 
모처럼
지는 꽃 손에 받아
사방을 두루 둘러본다.
 
지척엔
아무리 봐도
놓아 줄 손이 없어
 
그 문전
닿기도 전에
이 꽃잎 다 시들겠다.
 
 
 
 
 
 
빈 궤짝(전문)
김 상 옥
 
 
마루가 햇빛에 쪼여 찌익찍 소리를 낸다책상과 걸상과 화병그 밖에 다른 세간들도 다 숨을 쉰다그리고 주인은 혼자 빈 궤짝처럼 따로 떨어져 앉아 있다.
 
 
 
 
 
내가 왜 산을 노래하는가에 대하여
이 근 배
 
 
목숨을 끊은 양 누워 슬픔을 새김질해도
내 귀엔 피 닳는 소리 살 삭이는 소리
너는 죽어서 사는 너무도 큰 목숨이다.
 
그 황토흙 무덤을 파고 슬픔을 매장하고 싶다
다시는 울지 않게 천의 현을 다 울리고 싶다
풀 나무 그것들에게도 울음일랑 앗고 싶다.
 
어느 비바람이 와서 또 너를 흔드는가
뿌리처럼 해도 누더기처럼 덮여오는 세월
깊은 잠 가위 눌린 듯이 산은 외치지도 못한다.
 
 
 
 
 
 
엇시조의 형태
 
 
 
··종장 가운데 어느 한 장이 6음보로 이루어진 시형이다.
엇시조의 []이란 한자의 []에 吏讀 [()을 붙여 만든 吏讀式 造語이다. []은 접두사로서 평시조와 엇비슷한또는 평시조에서 어긋난 형식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엇시조는 평시조의 기본 틀인 3장 6구 12음보에서 어느 한 장의 1구가 2, 혹은3음보 정도 길어진 형태이다대개 초장과 중장이 길어지지만중장이 길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종장만이 길어진 경우는 드물다.
 
다시 정리하면 엇시조는 평시조와 사설시조의 중간 형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종장 가운데 어느 장이든지 길어질 수 있으나 중장이 길어진 형식이 일반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예문 / [예문<2>] 金麟厚 <靑山도 절로 절로및 윤금초 [땅끝], [빗살무늬 바람]
 
 
 
<엇시조>
 
靑山도 절로 절로 綠水라도 절로절로
山 절로 절로 水 절로 절로 山水間에 나도 절로
그중에 절로 절로 자란 몸이니 늙기도 절로 절로 하리라.
金麟厚
 
 
 
 
땅 끝
윤 금 초
 
 
반도 끄트머리
땅끝이라 외진 골짝-------------------2구 14
뗏목처럼 떠다니는
전설의 돌섬에는
한 십년
내리 가물면
불새가 날아온단다.
 
갈잎으로밤이슬로
사쁜 내린 섬의 새는
흰 갈기날개 돋은
한마리 백마였다가
모래톱
은방석 위에
둥지 트는 인어였다.
 
象牙質 큰 부리에
선지빛 깃털 물고
햇살 무등 타고
미역 바람 길들여 오는,
잉걸불
발겨서 먹는
그 불새는 여자였다.
 
달무리
해조음
자갈자갈 속삭이다
십년 가뭄 목마름의 피막 가르는 소리,
삼천년에 한번 피는
우담화 꽃 이울 듯
여자의
속 깊은 宮門
날개 터는 소릴 냈다.
 
몇날 며칠 앓던 바다
파도의 가리마 새로
죽은 도시 그물을 든
낯선 사내 이두박근
기나긴 적요를 끌고
훠이훠이날아간 새여.
 
 
-------
 
<엇시조>
 
 
빗살무늬 바람
윤 금 초
 
 
섬진강 놀러온 돌 은빛 비늘 반짝이고
드레스 입은 물고기 시리도록 푸르다.
 
강변 수은등이 흐린 눈 끔벅이고
구르는 갈잎 하나 스란치마 끄는 소리
바람도 빗살무늬로 그렇게 와 서성이고.
 
수심 깊은 세월의 강
훌쩍 건너온 한나절,
저 홀로 메아리 풀며
글썽이는 물빛들이
포구 죄 점령하고
이 가을 다 떠난 자리
格子 풍경 예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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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조의 형태
 
 
사설시조는 초··종장 가운데 어느 한 장이 8음보 이상 길어지거나 各 章이 모두 길어진 散文詩 형식의 시조이다.
 
사설시조는 평시조의 기본 음률과 散文律이 혼용된 散文體의 시조 형태를 말한다시조문학의 변화·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평시조는 사대부(士大夫문학이었고사설시조는 서민(庶民문학이었다달리 말하면 평시조는 양반계층의 문학이었고 사설시조는 서민대중의 문학이었다사설시조는 사대부 시조의 관념성과 대립되는 사실적 요소에 의한 현실인식의 시였고그것은 다음에 올 자유시의 기초를 닦게 해준 기폭제였다고 볼 수 있다.
 
박철희 서강대 교수는 사설시조가 발전하여 현대 자유시의 모태를 이루었으며,더 나아가 오늘의 산문시를 낳게 한 밑그림과 같은 시형태였다고 풀이한 바 있다사설시조는 그 형태 때문에 더욱 독특함을 보이는 시조다.
 
사설시조의 형태를 규정하는 데는 평시조의 음수율을 기준으로 하여 왔으며 지금까지 거론된 학자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사설시조는 초··종장에 두 구절 이상 또는 종장 초구라도 평시조의 그것보다 몇 자 이상 되었다그러나 초·종장이 너무 길어서는 안된다.
李秉岐 [國文學槪論] P.117
 
 
2). 자유로운 형식을 취하여 초··종 3장 중에 어느 이 임의로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초장은 거의 길어지는 법이 없고 중장이나 종장 중에 어느 것이라도 마음대로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대개는 중장이 길어지는 수가 많다.
趙潤濟 [國文學槪論] P.112
 
 
3). ·중장이 다 제한없이 길고 종장도 어느 정도 길어진 시조다.
高晶玉 [國文學要綱] P.396
金思燁 [李朝時代의 歌謠硏究] P.254
 
 
4). 사설시조는 초··종 3장의 句法이나 字數가 평시조와 같은 제한이 없고 아주 자연스러운 것으로 語調도 純散文體로 된 것이다.
金鍾湜 [時調槪論과 詩作法] P.89
 
 
5). ··종장이 다 정형시에서 음수율의 제한을 받지 않고 길게 길어진 작품을 사설시조라 하며
金起東 [國文學槪論] P.115
 
 
6). 短時調의 규칙에서 어느 두 句 이상이 各各 그 자수가 10자 이상으로 벗어난 시조를 말한다이 破格句는 대개가 중장(2)의 1, 2구다물론 종장도 초장도 벗어나고 3장이 각각 다 벗어나는 수도 있다.
李泰極 [時調槪論] P.69
 
 
7). 사설시조는 시조 3장 중에서 초·종장은 대체로 엇시조의 중장의 자수와 일치하고 중장은 그 자수가 제한없이 길어진 시조다.
徐元燮 [時調文學硏究] P.32
 
 
8). 종장의 제1구를 제외한두 구절 이상이 길어진 것을 長型時調 또는 辭說時調라고 한다.
鄭炳昱 편저 [時調文學事典]
 
 
9) 엇시조는 2음보가 세번 중첩되어 6음보가 나타난 곳이 한 군데만 있는 시조라고 규정할 수 있고 2음보가 세번 중첩되어 6음보가 나타난 곳이 두군데 이상 있거나 2음보가 네번 중첩되어 8음보가 나타난 곳이 한 군데 이상 있는 시조를 사설시조라고 규정할 수 있다.
趙東一 [한국시가의 전통과 율격]
 
 
사설시조 약 300수를 분석한 결과 초·종장이 단독으로 길어진 경우는 극히 드물며중장만이 단독으로 길어진(3구 이상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이러한 분석 결과 사설시조는 초··종장의 3장시로서 종장 첫 구 3자의 固定을 원칙으로어느 한 장이 3구 이상 길어지거나 두 장이 3구 이상혹은 각 장이 모두 길어진 자유로운 구수율의 산문 시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장 이상혹은 각 장이 모두 길어질 경우 자유시와 다른 시조 고유의 변별성을 획득할 수 없으므로초장·종장은 평시조의 정형률을 따르되 중장만을 길게 하는 것이 사설시조의 타당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윤금초)
예문 鄭澈 [장진주사],
조운 [구룡폭포],
윤금초 [해일] [인터넷 유머 / 1] [인터넷 유머 / 2]
 
 
여기서 중요한 것은 古典 사설시조의 본령인 해학성현실비판상소리(요설체), 풍자에로티시즘유머 등은 오늘의 감각에 걸맞게 개발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서사적 요소와 해학성 및 풍자정신을 가미한 사설시조를 활발하게 창작하게 되면 우리 시조문학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이 보일 것이다.
 
따라서 사설시조는 1) 서사구조, 2) 伏線(나중에 전개될 사건을 미리 넌지시 귀띔해 주는 장치), 3) 극적 요소(드라마), 4) 걸찍한 입담(요설), 5) 웅장한 스케일, 6) 판소리의 아니리調(극적 줄거리를 엮어내는 사설), 7) 갈등구조, 8) 풍자정신, 9) 쉬어가는 대목(休止), 10) 종장의 大反轉 효과 등을 들 수 있다특히 사설시조의 매력은 散文詩를 뛰어넘는 문장의 긴장감 유지와압축과 생략의 미학을 추구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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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조>
 
장진주사
 
 
盞 먹세그녀 또 한盞 먹세그녀 곶 것거 算 노코 無盡無盡 먹세그녀
이몸이 죽은 후면 지계우혜 거적더퍼 줄이여 메여 가나 流蘇寶帳에 萬人이 울어예나 어욱새 속새 덥개 나모 白楊속에 가기 곳 가면 누른해 흰달 가는 비 굴근 눈 소소리바람 불제 뉘한盞 먹자 할고
하물며 무덤우헤 잰납이 파람 불제야 뉘우친들 어떠리
鄭 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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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폭포
 
조 운
 
 
사람이 몇 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겁이나 轉化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금강에 물이 되나!
샘도 강도 바다도 말고 옥류 수렴(水簾진주담(眞珠潭만폭동 다 그만 두고 구름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 안개 풀 끝에 이슬되어 그슬구슬 맺혔다가 연주담(蓮珠潭함께 흘러
구룡연(九龍淵천척절애(千尺絶崖)에 한번 굴러 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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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일
 
윤 금 초
 
 
때린다부순다세상 한 켠 무너버린다.
 
바람도 바다에 들면 울음 우는 짐승되나검푸른 물 갈기 세워 포효하는 짐승이 되나뜬금없이 밀어닥친 집채 만한 파도파도해안선 물들였던 지난철 허장성세 재갈매기 날개짓 소리 환청으로 들려오고우리 더불어 한바다 이루자던 동해 바다 문무대왕 수중릉 대왕암이 하는 말도몇 문단 밑줄 친 언어 다 거품되어 스러진다미완성 내 그림자 물거품되어 쓰러진다난파의 세간살이 부러진 창검처럼 이에 저에 떠밀리는 먹빛 아찔한 이 하루천길 궁륭같은 푸른 물 속 한 걸음 헛디딘 벼랑길 이 하루가 멀고 험한 파랑에 싸여 자맥질한다자맥질한다.
저 바다 들끓는 풍랑 어느 결에 잠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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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터넷 유머 / 1
윤 금 초
 
 
IMF, 정축 국치
 
앞산도저 바다도 몸져 누운 국가부도 위기.
03 대통령 IMF 기사를 읽다가 "임프임프가 뭐꼬?" 묻는다경제수석 더듬거리며 "국제통화기금이라는 뜻입니다." 03 대통령이 "누고누가 국제전화 많이 써 나라 갱제를 이 지경으로 맹글었노도대체 이번 사태까지 오게 된 원인이 뭐꼬?" "네네 네 여러가지 있습니다만종금사 부실경영이." 03 대통령 탁자를 내리치며 "도대체 종금사가 어데 있는 절이고?"
이튿날 대중 대통령긴 한숨 내쉬며 "언제 디카프리오(빚 갚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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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터넷 유머 / 2
윤 금 초
 
 
Y
 
문민 정부 최후 만찬엔 [Y]이 만발했다.
 
서울을 온통 하얗게 덮어버린폭설 내리는 밤 삼청동 총리 공관문민 정부 최후 만찬이 베풀어지고 있었것다. "밤의 청와대는 적막강산심심하고 썰렁하고 고독해 못있것다"는 03 대통령 위로하기 위해 고건 총리가 주선한 자리였것다. "국무위원 여러분요즘 대통령 심기가 영 불편한데 우리 Y담이나 한 마디씩 걸판지게 합시다걸판지게." 총리가 바람 잡았능기라이 분위기 잡칠세라 정무장관이 서둘러 "제 고향 이북에선 전구(電球)를 불이 켜진다고 해서 불알이라고 합니다형광등은 긴 불알샹들리에는 떼불알." 뒤 이어 총무처장관 "어떤 사람이 검은 콘돔을 가지고 다니기에 물었더니 마누라 상중(喪中)이라 그런다"고 했것다오량액에 얼큰해진 03 대통령 "영국을 방문했을 때 엘리자베스 여왕 옆에 앉아 식사를 하는데만찬이 끝날 무렵 갑자기 테이블 밑으로 여왕이 맨발로 내 다리를 자꾸 건드리는 거라한번도 아니고 세번 네번 건드리는 거라순간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겠더라구혹 무슨 메시지는 아닐까할 말이 있는 건 아닐까 별 생각 다 들더라구알고 보니 영국 여왕 하 답답하여하이힐이 하 답답하여식사 전에 신발 벗어 두었는데 글쎄구두 한 짝이 내 발쪽으로 와 있었던 게야으흐히잇!"
 
폭설 속 총리 공관서 엮은 복카치오 데카메론.
 
 
 
 
 
양장시조의 형태
 
 
시조의 형식 가운데 개화기에 이르러 출현한 시형으로서 초·중장 가운데 한 장이 생략된 형식이다양장시조혹은 2章 시조라고도 하는 이 시형은 말 그대로 두 장으로 이루어진 형태의 시조를 말한다우리 시가문학은 개화기에 이르러 많은 변형이 나타났으며 양장시조도 단시조의 축약적 변형으로 발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산도 의구하고 물도 의구하건만
엇지타 우리 강토는 이 디경이 되얏노> [警世木鐸]
예문 / [시조 짓는 마을] 25쪽 김혜선 [반다지],
29쪽 이효정 [봉선화 물들이기],
37쪽 우순조 [어머니],
윤금초 [빗살무늬 바람첫 수
 
 
 
 
 
옴니버스 시조의 형태
 
 
[옴니버스 시조]는 한 편의 連作時調 속에 앞에서 말한 평시조·사설시조·엇시조·양장시조 등 다양한 시조 형식을 모두 아우르는 混作 형태를 말한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내용이 형식을 지배한다}는 전제 아래1970년대 이후 시도된 새로운 시조 형태이다.
 
윤금초의 장편시조 [청맹과니 노래]가 그 시발점이며근래 패기에 찬 젊은 시조시인들이 다투어 試圖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현대 사회의 複雜多技한 문명의 흐름을 포착하고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오늘의 시대에 적응해가는 인간들의 사고와 심리의 重層構造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표현 영역의 확대]는 필수적이다. 286시대, 386시대는 이미 과거 역사로 기록되고 있으므로이제 [새로운 세기에 부응한 새로운 표현 양식]을 개발해야 한다.
 
시나 소설을 구획 짓는 장르 개념이 차츰 허물어지고 있는 요즘장편서사시조 같은 스케일이 웅장하고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變奏]를 시도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옴니버스 시조]를 활발하게 창작시조문학의 지평을 한껏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근자에 현대 시조의 [누벨 바그 운동(새 물결)]에 참여하고 있는 몇몇 중진과 신인들이 [옴니버스 시조]를 대담하게 시도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예문 송광룡 [돌곶이 마을에서의 꿈]
윤금초 [주몽의 하늘], [백악기 여행]
현상언 [유년코카콜라 뚜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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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시조>
 
 
돌곶이 마을에서의 꿈
송 광 룡
 
 
1
돌꽃 피는 것 보러
돌곶이 마을 갔었다.
 
길은 굽이 돌면 또 한 굽이 숨어들고 산은 올라서면 또 첩첩 산이었다지칠대로 지쳐 돌아서려 했을 때 눈 앞에 나타난 가랑잎 같은 마을들무엇이 이 먼 곳까지 사람들을 불러냈나살며시 내려가 보니 무덤처럼 고요했다가끔 바람이 옥수수 붉은 수염을 흔들 뿐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사람의 자취 묘연했다.
 
여러 날 헤매이다가
텅 빈 집처럼 허물어졌다.
 
 
2
화르르 타오르는 내 몸엔 열꽃이 돋고
세상은 천길 쑥구렁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누군가 눈 좀 뜨라고 내 이마를 짚었다.
 
그 서늘함에 화들짝 깨어났다
눈 뜬 돌들이 지천으로 가득했다
온전히 제 안을 향한 환한 꽃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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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의 하늘
윤 금 초
 
 
그리움도 한 시름도 潑墨으로 번지는 시간
닷되들이 동이만한 알을 열고 나온 주몽
자다가 소스라친다서슬 푸른 殺意를 본다.
 
하늘도 저 바다도 붉게 물든 저녁답
비루먹은 말 한 필비늘 돋은 강물 곤두세워 동부여 치욕의 마을 우발수를 떠난다영산강이나 압록강가 궁벽한 어촌에 핀 버들꽃같은 여인천제의 아들인가 웅신산 해모수와 아득한 세월만큼 깊고 농밀하게 사통한늙은 어부 河伯의 딸 버들꽃 아씨 유화여유화여태백산 앞발치 물살 급한 우발수의문이란 문짝마다 빗장 걸린 희디흰 適所에서 대숲 바람소리 우렁우렁 들리는 밤 발 오그리고 홀로 앉으면 잃어버린 족문 같은 별이 뜨는 곳어머니 유화가 갇힌 모략의 땅 우발수를 탈출한다.
말갈기 가쁜 숨 돌려 멀리 남으로 내달린다.
 
,앞을 가로막는 저 검푸른 강물.
금개구리 얼굴의 금와왕 무리들 와와와 뒤쫓아 오고 막다른 벼랑에 선 천리준총 발 구르는데말 채찍 활등으로 검푸른 물을 치자 꿈인가 생시인가수 천년 적막을 가른 마른 천둥소리 천둥소리문득 물결 위로 떠오른 무수한 물고기,자라들손에 손을 깍지끼고 어별다리 놓는다소용돌이 물굽이의 엄수를 건듯 건너 졸본천 비류수 언저리에 초막 짓고 도읍하고청룡 백호 주작 현무 四神圖 布置하는광활한 北滿대륙에 펼치는가 고구려의 새벽을.
둥 둥 둥 그 큰북소리 물안개 속에 풀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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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기 여행
- 우항리 공룡 발자국 화석에 관한 단상
 
윤 금 초
 
 
물새떼 날개짓에는 하늘색 묻어난다
중생대 큰고니도갈색 부리 익룡들도
후루룩 수면 박차고 날자 날자 날자꾸나.
 
장막 걷듯 펼쳐지는 광막한 저 백악기 공원.
물벼룩 물장구치는 안개 자욱한 호숫가켜켜이 쌓아올린 색종이 뭉치 같은 시루떡 암석층 저만큼 둘러놓고 배꼽 다 들어낸 은빛 비늘 아기공룡 물끼 흥건한 늪지 둑방길 내달릴 때 웃자란 억새풀 뒤척이고 뒤척이고발목 붉은 물갈퀴새볏 붉은 익룡 화석도 잠든 세월 걷어내고 두 활개 훨훨 치는 비상의 채비한다.
1억년 떠돌던 시간거기 머문 자리에서.
 
한반도 호령하던 그 공룡 어디 갔는가.
지축 뒤흔드는 거대한 발걸음 소리
앞 산도 들었다 놓듯 우짖어라불의 울음.
 
저물면서 더 붉게 타는 저녁놀놀빛 바다.
우툴두툴 철갑 두른 폭군 도마뱀 왕인가파충류도 아닌 것이도롱뇽도 아닌 것이초식성 입맛 다시며 발 구른다 세찬 파도 밀고 온다검은 색조 띤 진동층 지질 아스라한 그곳결 고운 화산재·달무리·해조음 뒤섞이고 뒤섞여서 잠보다 긴 꿈꾸는 화석이 되는 것을별로 뜬 불가사리도 규화목(硅化木튼실한 줄기도 잠보다 긴 꿈꾸는 화석이 되는 것을깨어나라깨어나라발목 붉은 물갈퀴새볏 붉은 익룡 화석도 잠든 세월 걷어내고 이 강물 저 강물 다 휩쓸어 물보라 치듯 물보라 치듯하늘색 풀어내는 힘찬 저 날개짓!
후루룩 수면 박차고 날자 날자 날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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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조의 형태
 
 
동시조는 평시조 형태 속에 동심(童心)을 담아내는 양식이다.
예문 박경용 [발자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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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조>
 
발자국·2
 
박 경 용
 
 
솟는 해가 풀어놓은
싱그런 황금 물감을
 
발가락에 듬뿍 찍어
붓질하는 갈매기들
 
나날이
너럭바위에다
새 아침을 그린다.
 
글자로 수놓인 듯한
곰실대는 발자국들.
 
갈매기 주인인
이 바다이 화폭에
 
오늘은
가창오리 한 떼가
덧칠을 하고 간다.
 
 
 
 
 
 
 
 
 
#### 시조 쓰는 법(형식)과 퇴고
 
 
 
 
 
시조의 형식 - 3장 6구 12음보
 
초장 감의 씨를/잘그시 쪼개면//작은 스푼/들어 있다(4/6//4/4)
중장 흙 속에/썩어지면//단물 들어/일용할 양식(3/4//4/5)
종장 내 죽어/내 영혼 스푼은//어느 땅 시로/태어나랴.(3/7//5/4)
<이상범의 '작은 스푼전문>*
 
 
아들 추창호
 
대문짝만한웃음 하나// 씨익남겨 놓고// --------초장
3 4 3 4 --------기본음수율
책가방무게만큼// 힘겨운세상 길을// --------중장
3 (3) 4 3(4) 3(4) --------기본음수율
열려진새벽을 따라// 성큼성큼가는구나//--------종장
③ 5-9 4 3 --------기본음수율
 
* / 음보, // 
 
첫째시조는 3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초장중장종장
둘째시조는 각 장마다 네 걸음(음보)을 걷습니다.
셋째종장의 첫걸음은 반드시 '석 자입니다.
넷째종장의 둘째 걸음은 5 ~ 7자가 좋습니다.
 
 
퇴고하기
 
첫 째각 장마다 네 걸음이 되었는가?
둘 째종장의 걸음걸이(첫걸음 석 자둘째걸음 - 5 ~ 7)가 맞는가?
셋 째어색하게 읽혀지는 부분이 없는가?
넷 째다른 것으로 빗대어 표현할 부분은 없는가?
다섯째자기의 생각이 잘 나타났는가?
 
 
 
 
우리는 리듬이 모든 생명의 본질임을 깨닫게 된다협의의 리듬은 시를 포함한 일체의 문화현상에 적용된다일체의 문화현상은 자연현상이나 우주현상과 대비되는 개념이다문화현상이 리듬을 나타내는 데에는 그 현상이를테면 시면 시음악이면 음악회화면 회화가 그들만의 리듬의 단위를 띨 때 가능하다시의 경우 리듬은 언어적 단위음악의 경우 리듬은 소리 단위회화의 경우 리듬은 선·형태·색이 된다그러나 이러한 단위들이 리듬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말했듯이 그것들이 리듬의 기본개념인 주기성상이성반복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시의 리듬은 상이한 언어적 단위들이 주기적으로 반복될 때 나타난다여기서 언어적 단위들은 어디까지나 음성적 단위로 드러난다이를테면 시의 리듬은
 
냇가에 해오라비 므스일 셔잇난다
無心한 져고기를 여어 므슴 흐려난다
아마도 한믈에 있거니 니저신들 엇다리
 
같은 시조를 중심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신흠의 시조이다. 2행의 '여어'는 '엿보아'라는 뜻이다이 시조는 그 언어적 단위이를테면 낱말의 음절수가 기본이 되어 리듬을 형성한다.
여기서는 상이한 음절수를 지닌 두 개 이상의 낱말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분명한 이론적 체계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들이 분분하기는 하지만시조의 형식은 초장·중장·종장으로 되어 있으며음절수를 중심으로 초장은 3. 4. 3(4). 4, 중장은 3. 4. 3.(4).4, 종장은 3. 5. 4. 3의 형식으로 드러난다시조가 리듬을 띠게 되는 것은 음절수를 기준으로 3음절로 된 낱말과 4음절로 된 낱말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이다위의 시조의 경우 그것은
 
3 · 4 · 3 · 4
3 · 4 · (4) · 4
3 · (6) · 4 · 3
 
 
음수률이란 흔히 자수율음절율이라고도 부르며 음절의 수를 한 단위로 하여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음수율은 크게 두 가지의 유형로츠에 의하면 순수음수율과 복합음수율로 나뉘어진다7). 순수음수율이란 통사적 체계곧 낱말이나 문장 속에서 오직 음절수만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으로 우리시의 경우에는 2. 3, 3. 3, 3. 4, 4. 4, 3. 3. 2, 3. 3. 3, 3. 3. 4조로 나타나며 개화기 이후 일본에서 수입되었다고 주장되는 7. 5조가 있다그러나 7. 5조의 경우 7은 3. 4 , 5는 2. 3 등으로 가를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통적 음수율의 변형으로도 본다
8). 김준오 교수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시행들을 보기로 들 수 있다
 
9).
 
(1) 살어리 살어리 랏다
청산에 살어리 랏다
 
(2) 元淳文 仁老詩 公老四六
李正言 陳翰林 雙韻走筆
 
(3) 古人도 날 못보고 나도 고인 못뵈
古人을 못 뵈도 녀던 길 알파 잇나
녀던 길 알파잇거든 아니 녀고 엇뎔고
 
(4)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한 상 綠分이며 하날모를 일이런가
 
(5) 대조선국 건양원년 자주독립 기쁘하세
천지간에 사람되야 진흥보국 제일이니
 
(6)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7)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1)은 고려속요 靑山別曲의 일부로 3.3.2, (2)는 경기체가翰林別曲의 일부로 3.3.4, (3)은 이황의 시조 陶山十二曲의 일부로서 3.4, (4)는 정철의 가사 思美人曲의 일부로 4.4, (5)는 작자미상의 개화가사 愛口歌의 일부로 4.4, (6)은 민요아리랑의 일부로 3.3.4, (7)은 김소월의진달래꽃의 일부로 7.5조로 되어 있다.
 
 
 
 
 
현대시조의 좋은 작품의 한 예
 
 
 
 
--이호우//<開花중에서--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이호우// <龜裂중에서--
꽃이 피네한 잎 한 잎 차라리 絶望을 배워 바위 앞에 섰습니다.
무수한 주름살 위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
바위도 세월이 아픈가 또 하나 금이 갑니다.
 
 
 
----가람 // <계곡중에서----
그리운 옛날 자취 물어도 알리 없고
벌건 뫼 검은 바위 파란 물 하얀 모래
맑고도 고운 그 모양 눈에 모여 어린다.
 
 
 
----이은상// <가고파에서---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박재삼 //<내사랑은에서----
여울 바닥에는 잠 안 자는 조약돌을
날 새면 하나 건져 햇볕에 비쳐주리라
가다간 볼에도 대어 눈물 적셔 주리라.
 
[2006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 당선작]
 
사과를 만나다
박연옥
 
 
길어야 일주일쯤 머무는 줄 미리 알아
올핸 꼭 만나리라 서둘러 꽃 피워놓고
받침이 집인 줄 모른 채 사과꽃은 지더니
 
떠난 자리 들어선 열매 뙤약볕에 담금질하고
비바람에 지는 벗들 가슴으로 배웅하며
모질게 견뎌온 나날 과즙으로 고이더니
 
끝내 그를 알고 안절부절 못하는 낯빛
그걸 헤아린 듯 크게 한 입 베어 무니
달디단 사과향 속으로 그림자 두엇 잠긴다
 
 
심사평==당선작 '사과를 만나다'는 따뜻한 관찰을 통한 시간의 육화가 일품이다. '받침이 집인 줄 모'르고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다시 앉아 '과즙으로고이는 과정이 사뭇 그윽하다시조 종장에서는 조심스러운 '지더니', '고이더니같은 결구도 셋째 수에서 효과적으로 수렴하고 있다다른 작품의 고른 수준과 종장 처리 능력이 평가에 한몫했음을 밝힌다이번 심사에서 특히 중시한 것은 미학적 완성도다참신성을 형식에 잘 앉히지 못할 경우이후의 작품이 흔들리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눈은 길의 상처를 안다
이민아
 
무제치늪골짜기에 사나흘 내린 눈을
녹도록 기다리다 삽으로 밀어낸다
사라진 길을 찾으려 한삽 한삽 떠낸 눈
 
걷다가 밟힌 눈은 얼음이 되고 말아
숨소리 들려올까 생땅까지 찧어본다
삽날은 부싯돌 되어 번쩍이는 불꽃들
 
성글게 기워낸 길 간신히 닿으려나
내밀한 빙판 걷고 먼 설원 헤쳐가면
삽 끝은 화살 같아져 모서리가 서는데
 
결빙에 맞서왔던 삽날이 손을 펴고
쩌엉 쩡 회색하늘에 타전하는 모스부호
마침내 도려낸 상처 한땀 한땀 기워낸다
 
 
*무제치늪 울산 울주군 삼동면 정족산(鼎足山)에 자리한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층습원(高層濕原). 6000여 년 전 생성됐으며 지금도 수많은 습지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심사평==시조는 시각적 형식미에서 자유시와 식별시켜야 함에도 의도적으로 구와 장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표기법을 쓰는 유형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시조가 자유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형식의 파괴가 아니라 내재적 의미의 농축에 힘써야 하고글감잡기에서 형상화까지 치밀하게 결구(結構)해야 할 것이다.
 
 
당선작 눈은 길의 상처를 안다’(이민아)는 순수한 원형을 지닌 눈이라는 오브제에서 상처를 만들고 그것을 도려내는 메스를 잡는 손이 능숙하다계절성을 띤 소재이면서 일상에서 끄집어내기 어려운 시의 줄기를 찾아가는 생각이 살아 있다명사 을 거듭 쓰는 것과 새맛내기가 덜한 점이 있으나 발상의 깊이가 있고 감성의 칼끝에 날이 서 있어 시조에 한몫 하리라는 기대를 갖는다.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장작불
민달            
 
 
1.
궁핍한 땅 말뚝 박아
지열(地熱)에 앓고 나니
 
계절을 뒤로하는
소소리 바람 산득하고
 
시나위
질펀한 곡조로
밑불을 토해 낸다
 
2.
회붉은 목질부(木質部)
너울진 꿈이 있어
 
겯고 트는 젖줄 위로
끔틀대는 봄배냇짓
 
한밤내
섣부른 불길
북천(北天)을 찾아 간다
 
3.
줄지은 산맥들
부푼 구름 보듬고
 
동강난 불기둥
아직은 뭉근해도
 
옹골질
맥박 이으며 우 적 우 적 타구나
 
'장작불'은 민족의 아픔과 열망을 장작불을 통해 바라본 시점이 훌륭했으나 상징이 추상화된 흠이 있었다묘사보다는 시상(詩想),시상 그 너머 역사성에 가점을 주다 보니 '장작불'을 당선작으로 밀 수밖에 없었다. /임종찬 시조시인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젖 물리는 여자
노영임
 
 
 
뜨건 국밥 후후 불며 젖 물리고 앉은 여자
어린 건 한껏 배불러 빨다가 조몰락대다
꽉 쥐고 해살거리며 또글또글 웃는다
 
한길에는 늦게 깨어난 게으른 햇살들이
엉덩이를 흔들며 사뿐사뿐 걸어가는
살짝 휜 S라인 여자들 발꿈치를 좇고 있다.
 
공갈빵처럼 부푼 가슴 아슬아슬한 실루엣
필라멘트 깜빡깜빡 전류를 방출하는
뾰족한 고욤 두 개가 손끝만 대도 터질듯
 
휘청가는 허리 애기집 하나 못 얹어도
둥지 속 알 넘보듯 집요한 사내들의 눈 왜일까,
늪에 빠지듯 지독한 허기 몰린다
 
순환소수처럼 잇고 이어 사람에 사람을 낳은
빌렌도르프 비너스 따뜻한 양수의 기억
넉넉히 젖 물려주는 그런 여자가 그립다.
 
 
[심사평]
현대의 잘못된 여성상묘사 빼어나
이지엽시인
 
 
당선작으로 택한 노영임의 젖 물리는 여자는 외모 중시의 덫에 치여 점점 나약해져가고 있는 현대의 잘못된 여성상에 일침을 가하고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동시에 시상을 잡아나가는 구성과 묘사가 빼어나다같이 응모한 작품들도 모두 정제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신뢰를 얹을 만하였다특히 전통을 재해석한 쌍화점과 생태 사설시조라 할 만한 북새통 났네는 소재의 다양한 운용과 단단한 기량을 짐작케 한다늘 문제의식을 가지고 정진해 좋은 시인이 되길 바란다.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남해기행
이아영
 
 
손에 묻은 모래알을 훌훌 털어내고 싶어
바다에 나와서면 먼 기억들이 달려오고
가슴은 빈 바람 소리로
동굴 하나 만든다.
지나온 발자국들 돌아보면 또 묻히고
갈매기 흰 울음이 저녁놀에 잠겨들면
달 하나 키우고 싶은
섬이 하나 솟는다.
물때에 부대끼는 서러운 몸짓으로
꿈을 잠재우는 파도와 마주서다 보면
일몰은 또 하나의 탄생
산이 나를 맞는다.
 
 
심사평==이근배 한분순
당선작 이아영의 남해기행은 삶의 현실에서 내다보는 희망과 자연과의 호흡,숨결이 피부에 와 닿는 작품이다기행이라고 해서 표면에 나타난 사물 그대로만을 묘사하지 않고 세밀한 관찰을 통해 내면의 이미지로 표출해낸 감성적인 작법이 뛰어났다.   
​                       정완영 시조작법

  오랜 세월동안 망각의 바다 속에 버려져 있던 보물들의 인양작업이 지금 우리 정부에 의해 서둘러지고 있는 걸로 안다. 가령 각 지방의 민속놀이의 부흥, 또는 무슨 연희자(演戱者)들의 인간문화재 지정, 예컨대 근자에 발굴된 안동지방의 차전(車戰)놀이라든지, 봉산탈춤, 하회(河回)탈춤이라든지 심지어 어느 지방의 모내기 노래까지 모두 자리 있을 때마다 연희되고 있고, 우리 국악, 우리 판소리의 계승문제, 조그만 기물들의 장인(匠人)에 이르기까지 소멸되어가는 민족적인 정신문화의 향수에 대한 배려가 오늘보다 더 고양되어간 적은 일찍이 없었다.
  하물며 '두만강 푸른 물에 노젓는 뱃사공…' 민족 역사의 애환이 스며있다고 하여 대중가요에까지 훈장이 주어지는 오늘이 아니었던가.
한데 여기 아주 국보급 중에서도 국보급인 유산이 그 바다의 심저에 가라앉아 있는 채 인양자(當路者)의 시선이 닿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우리 정신의 본향, 우리 정성의 본류인 民族詩歌 [時調]다. 다시 말해 3章 6句에 갈무리되어 있는 민족혼의 내재율 3·4·3·4(초장), 3·4·3·4(중장), 3·5·4·3(종장)의 시조인 것이다. 이것은 중대한 오류이며 시행착오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이 3章 6句에는 우리 민족의 온갖 사고(思考), 온갖 행위, 온갖 습속까지가 다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야기가 좀 비약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필자의 나라사랑의 안목으로 바라볼라치면 춘하추동 계절의 행이, 할머님의 물렛잣던 손길, 늙은 농부의 도리깨타작, 우리 어머님들의 다듬이 소리, 거 어깨춤도 절로 흥겹던 농악에 이르기까지 가만히 새겨 보고 새겨 들으면 3章 6句 아닌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것이며 심지어 구부러진 고향길, 동구밖의 느티나무, 유연히 앉아있는 한국 산의 능선들, 부연끝 풍경소리, 아차(亞字)창의 창살, 어느 것 하나 3章 6句의 시조가락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이다.
  흐름(流)이 있고, 굽이(曲)가 있고, 마디(節)가 있고, 풀림(解)이 있는 우리 시조는 그 가형(歌形)이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정신의 대맥(大脈)이 절로 흘러들어 필연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하겠다. 하기 때문에 필자는 어떠어떠한 민속놀이, 어떠어떠한 고기물(古器物)에 앞서 진실로 민족정신의 보기(寶器)인 우리 시조를 먼저 인양해야 되리라고 믿는다.
우리 문단의 인구가 지금 1천 6백(이 책 발행시)을 헤아린다고 한다. 다른 이는 그만두고라도 글을 쓴다는 우리 문인들 중에서 시조의 틀을 이해하는 사람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될 것인가?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문인뿐 아니라 전체 국민이 자기 나라 국시(國詩)인 단가(短歌) 배구(俳句)를 모르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을 생각할 때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네들은 촌부(村夫)이건, 공인(工人)이건, 회사원이건, 공무원이건 할 것없이 이 국민시가로 하여 국민 정서의 순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온 국내에 작가(作歌)정신이 미만해 있는 것이다. 요즘 또 듣기로는 자기네 국시를 서구에까지 내보내어 그곳에서까지 [短歌會]니, [俳句會]니가 성행되고 있다는 소문이다. 우리들은 교과서에서 시조를 배운다는 학생들도, 이를 가르친다는 선생들도 건성으로 넘기고 있다.
  그나 그뿐인가, 문인들 중에서는 간혹 시조무용론까지를 들고나오는 몰지각한 사람이 있으니, 심히 민망하고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유시 중에서도 시문학사에 남을 만한 작품은 거의가 시조적인 내재율이 흐르고 있는 사실을 이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맥박 속에는 본질적으로 시조적인 내재율이 흐르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문화재도 보호해야 한다. 연희도 계승받아야 하고 공장(工匠)도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더 시급한 일은 온 국민이 우리 국민문학·민족시를 모두 배우고 익혀 우리 정신의 대종(大宗)을 이어받고, 본류를 밝히어 정서를 순화하고, 인격을 도야하여 흐려지고 거칠어지려는 풍조를 시조짓기운동으로 하여 바로 잡아야 하리라 믿는다. 사실 우리 구국의 성웅 이순신 장군도 {한산섬 무루} 시 한 수로 하여 구국 충정이 더욱 빛났고, 절세가인 황진이도 {동짓달 기나긴 밤} 한 수로 하여 오늘날까지 그 향기?전해 내려오지 않았던가. 물량에만 쏠리려는 우리들의 메마른 심전(心田)에다 물을 대주고 윤기를 돌리는 전국민 시조짓기운동은 이제 봉화를 올렸다.



  [ 생활과 운(韻) ]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박재삼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4가지 일이 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절차이다. 그 4가지 절차 중에서 혼례(婚禮)·상례(喪禮)·제례(祭禮)는 지금도 형식상 살아았지만 관례(冠禮)만은 이미 희미한 기억 속에 매몰되어가고 없다. 하지만 예(禮)라는 것이 사라지기야 이미 오래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제례이야기다.
  <제삿날 큰집에 모여드는 등불 이야기>이다. 연전 어느 사회단체에서 예술인의 성장과정을 조사한 통계보고서에 의하면 제삿날 종가(宗家)집에서 지내는 제례는 감수성이 강한 어린 소년 소녀의 가슴 속에 일생동안 지워지지 않는 조그만 감동을 심어주었다는 것이었다. 필자도 어린 시절 할아버님 아버님의 손길에 이끌려 마치 석류꽃 같은 초롱불을 밝혀들고 큰댁으로 참배차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속에 조그만 희열의 잔물결이 파문짓곤 하는 것이다. 1년이면 열번도 넘어드는 대소 제례는 철따라 꽃 피고 잎 지는 시절의 사이사이 우리들 한국에 생을 받은 소년들의 향수에 사무치는 축제요. 카니발 아닐 수 없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우리 생활, 우리 정신의 가장 깊은 골을 밝혀주던 하나의 심등(心燈)이요, 하나의 운사(韻事:운치 있는 일)인 것이다. 시조 이야기를 하면서 제례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그 제례의 운치가 바로 시조의 운치와 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조는 바로 제례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운치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생활주변에서의 그 운사들은 등불마저 희미하게 빛바래져가고 말았다. 제례뿐만 아니라 운사란 운사는 하루가 다르게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다. 행사는 있어도 운사는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생활, 우리 주변에서 운치를 되찾고 그것을 느끼는 일, 그것이 우리 고유의 정서를 되찾는 것이며 시조 캠페인의 기본이요 근간이 되어야한다.
  아직 안동(安東) 차전(車戰)놀이도 있고, 봉산탈춤도 있고, 하회탈춤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무슨 행사 날에나 선보이는, 그야말로 하나의 행사이지, 서민대중 속에 뿌리박은 민족 애환의 운사는 못되는 것이다.
  차라리 대보름날 부럼을 깨물고 달불을 놓던 일, 3월 삼짇날 금줄을 치고 황토를 깔던 일, 5월 단오절 그네를 뛰고 궁궁이물에 머리를 감던 일, 6월 유두날 동류를 찾아 머리를 헹구던 일, 7월 백중날 물꼬를 찾아가서 겨릅에 꽂아둔 인절미를 뽑아먹던 일…같은 것들이 우리 정신의 피가 되고 살이 되며 그 운치가 시조의 훌륭한 소재가 되는 것이다.
  생활에서 운이 다 빠져나가면 문화는 사멸하고, 정치는 경직하고, 역사는 정체되는 법이다. 진실로 작은 듯하면서도 아주 막중한 일이 생활 속에 운을 불어 넣는 일이다. 시조를 국민문학·민족문학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이것이 선행돼야 한다.
  필자는 가끔 이런 일을 생각해 보며 아리송해질 때가 있다. 가령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이란 현실과, 우리 선인들이 살고 간 그 시대의 사화상과를 비교해 볼 때, 과연 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오늘이란 세월이 반드시 더 행복하다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인지(人智)나 문명이 좀 덜 깨인 채라도 훈훈한 인정과 정감에 젖으며 살고 간 옛 사람들이 오히려 더 행복을 누리고 갔다 할 것인지?
  사람에 따라 그 척도하는 바가 다르기야 하겠지만 필자는 아무래도 물질문명이 갖다준 편리라는 이기를 얻기 위해서 인간 본연의 재화인 덕성마저도 팔아넘기는 오늘보다는 차라리 자연과 인성의 본향에서 조금은 배고프고 조금은 등이 시려도 서로들 애휼(愛恤)하며 살아가던 그날이 훨씬 더 소망스러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우리 시조만이 가지고 있는 정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므로 시조짓기운동은 식어가는 민족정서에 군불을 지피고 굳어가는 인간덕성에 모닥불을 놓아 사람마다의 가슴에 나라사랑, 겨레사랑의 더운 숨결을 회복하고 집집마다 마을마다 인정있는 꽃밭을 가꾸자는데 큰 뜻이 있는 것이다.



 [ 민족시란 무엇인가 ]


  옛부터 민족이 있는 곳에 그 민족 특유의 시가 있어 왔다. 멀리 태서(泰西)의 이야기는 그만두고라도 우리 한문문화권인 동양 3국을 살펴보면 중국에 5언이니 7언이니 하는 한시가 있고, 일본에 단가(短歌)니 배구(俳句)니 하는 자기네 나름의 고유시가 있는가하면, 우리나라에는 한국 특유의 뛰어난 가형(歌形) 3章 6句의 시조가 있어 왔다. 그런데 이 제각기의 시가(詩歌)들이 하나같이 우연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중국의 한시가 수천년 동안 풍우에 씻기어 단단하게 광택이 나는 큰 산 큰 계곡의 반석 같은 것으로서, 중국인이란 대륙의 끈질기고 요지부동한 민족성과 그 역사의 장구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단가(5, 7, 5, 7, 7)니 俳句(5, 7, 5)는 그 자수의 긴축성으로 보나, 그 노래솜씨의 삽상한 맛으로 보나 일호의 군더기를 용납하지 않는 그네들의 성품이며 식성까지 여실히 나타내는 것으로써, 어떻게 보면 그네들의 너무나도 빽빽한 여유롭지 못함까지가 엿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우리 시조는 떠 어떤 노래인가? 우리 민족시인 시조는 초·중·종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초장이 3, 4, 3, 4, 중장도 3, 4, 3, 4, 인데 종장만이 유독 3, 5, 4, 3으로 자수의 변용을 가져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시의 5언이나 7언, 일본의 단가·배구가 모두 자수의 배열에 있어서 한 자의 가감이나 어떠한 변용도 용납이 안되는데 반해, 우리 시조는 초장, 중장에 있어서도 자수의 가감(다음에 상술하겠음)이 가능할뿐 아니라, 종장에 와서는 물굽이가 한 바퀴 감았다가 다시 풀어져 흐르는 듯하는 변용(3, 5, 4, 3)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나라들의 시가가 일행직류(一行直流)인데 반해 유독 우리 시조만이 직류에다 일곡을 더 보태어 마치 여름날의 합죽선(合竹扇)처럼 접었다 펴는 시원함을 가져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여기에 그 연유한 바들을 소개하기로 한다.
  나이가 든 사람이면 누구나가 다 알겠거니와 옛날 밤을 새워가면서 잣던 할머니의 물레질, 한 번 뽑고(초장), 두 번 뽑고(중장), 세 번째는 어깨너머로 휘끈 실을 뽑아 넘겨 두루룩 꼬투마리에 힘껏 감아주던(종장)것, 이것이 바로 다름아닌 초·중·종장의 3장으로 된 우리 시조의 내재율이다.
  이만하면 초장·중장이 모두 3, 4, 3, 4인데 왜 하필이면 종장만이 3, 5, 4, 3인가. 그 연유를 알고도 남을 것이다. 이런 시조적인 3장의 내재율은 비단 물레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백반에 걸쳐 편재해 있는 것이다.
  설, 다음날부터 대보름까지의 마을을 누비던 걸립(乞粒)놀이(농악)의 자진마치에도 숨어 있고, 오뉴월 보리타작마당, 도리깨질에도 숨어 있고, 우리 어머니 우리 누님들의 다듬이 장단에도 숨어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모든 습속, 모든 행동거지에도, 희비애락에도 단조로움이 아니라 가다가는 어김없이 감아 넘기는 승무의 소매자락 같은 굴곡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 하나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우리 국학자들 중에서는 더러 우리 시조의 3장을 견강부회로 한시의 기(起), 승(承), 전(轉), 결(結)에다 억지로 떼어다붙여, 초장이 기(起)요, 중장이 승(承)이요, 종장이 전결(轉結)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일본의 학자들이 자기 나라 시가를 아직 그 누구도 한시와 결부하여 이야기한 논거를 찾아보지 못했는데, 하필 우리 학자들이 우리 시조를 한시와 관계지으려고 하는 뜻은 무엇인가? 이것도 항용 말하는 사대주의사상에서 온 풍조라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또 요즘 시조를 쓰는 시인들 중에는 시조가 이미 창(唱)에서 떠난 지가 오래라고 한다.
  그러나 시조창이 시조시 발상의 도출에 원용된다는 것은 하나의 철학(?)인 것이다. 제각기의 민족정서의 필연적인 귀결이라면, 우리 시조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판소리, 우리의 시조창도 우리 민족 수천년의 조용하고 은은한 내부의 흐름의 소리겠기에 말이다.
  하나에도 둘에도 시조에의 용념(用念)은 3, 5, 4, 3인 종장에 있다는 것을 말해 두고, 이제 다음부터는 자수고(字數考)로 넘어가기로 한다.



  [ 자수고(字數考) ]


  앞에 이야기한 바와 같이 시조는 우리 고유의 정형시로서 우리 민족의 모든 내재율이 담겨진 그릇이다. 혹자는 지금같이 문물과 사고가 복잡다단하고 자유분방한 현대에 있어서 정형 속에 인간의 사유를 끌어담기에는 너무 부자연스럽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실은 우리가 반만년이란 역사를 살아오면서 깎고, 갈고, 다듬고, 간추려온 틀인 까닭에 사람이 길을 걷다가 마침내는 절로 발걸음이 제 집으로 옮겨지듯이, 우리 모두의 귀결점인 시조로 들어가기란 결코 부자유스럽거나 어렵거나 한 일이 아니다.
  그나 그뿐인가. 우리 시조는 한시나 일본의 단가 배구(俳句)처럼 그 자수에 요지변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아주 신축성이 있고 자유자재롭다는 것이다. 다음에 그 예증을 들어보기로 한다.
  시조의 기본율은,

   3 4 3 4 (초장)
    7   7
   3 4 3 4 (중장)
    7   7
   3 5 4 3 (종장)이다.

  成佛寺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3       4       3       4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3       4         4          4
  저 손아 마자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
      3        5           4        3

  노산 이은상 선생의 <성불사의 밤>이 그 기본율에 맞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기본율에서 벗어나 더 휘청거리는 멋이 있는 작품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태양이 그대로라면
       8
  지구는 어떤 건가
       7
  수소탄 원자탄은
       7
  아무리 만드다더라도
       9
  냉이꽃 한 잎에겐들 그 목숨을 뉘 넣을까.
       3 5 4 4

  가람 이병기 선생의 <냉이꽃>의 셋째 수다.
  이렇게 시조란 틀에 박힌 듯 하면서도 박히질 않고, 또 자유분방하면서도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정형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경우이든 내재율만 잃지 않는 범위안에서 어느만큼 자수의 가감은 자유로운 것이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 파격(자수가 많으면)을 하면 쥐잡기 위해 독을 깨는 우(遇)을 범하는 일이 되는 것이니 삼가야 할 일이라 믿는다. 마치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준법(遵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가 허락되듯이 말이다.
그러면 시조에 있어서 허락될 수 있는 자수의 테두리는 얼마만큼의 것인가? 한번 알아보기로 하자.

     3 4 (9자까지 가능) 3 4 (9자까지 가능)
     3 4 (9자까지 가능) 3 4 (9자까지 가능)
     3(부동) 5(7자까지 가능) 4(5자까지 가능) 3(4자까지 가능)

  이것을 풀이한다면 초·중·중장의 전후귀가 3, 4자로 합하면 7자인데, 9자까지가 가능하고 (예컨대 3, 4도 좋고 3, 5도 좋고 3, 6도 좋고, 2, 7이나 4, 5도 좋고), 종장 3, 5, 4, 3의 첫 3자는 부동이나 5자는 7자까지, 4자는 5자까자, 3자는 4자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음에 작품의 예를 들어 보겠다.

  아무리 여름이 더워도 싫단 말 다신 않을래
     3         6           3         5
  이밤도 또 밤새워 우는 저 가을 벌레들 소리
     3         6         3         5
  더구나 우수수 잎들이 지면 어이 견딜 까본가.
     3         8                4        3

  이호우 선생의 <聽秋(청추)>라는 작품의 첫 수다.
얼마나 자수나 틀에 구애받지 않고 내재율을 잘 살려 낸 작품인가. 그러면서도 파격이 전혀 없는 천의무봉한 가락인가. 이상 드러난 작품들만 보더라도 우리 시조가 얼마나 리듬미컬하고 멋이 있
으며, 부자유한 듯하나 기실은 자유롭고, 또 분방한 듯하나 아주 잘 정제된 우리 가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단수와 연작 ]


  이웃에 봄을 나눈
  살구꽃 그늘 아래

  도란도란 얘기들은
  소꿉질에 잠차졌고

  상치 씨
  찾는 병아리
  돌아올 줄 잊었다.

  작고한 시인 이영도 선생의 <봄Ⅱ>이다. 시조는 원래 시절가조(時節歌調)라 하여 계절이건 인심이건 시절을 노래한 시였다. 그리고 시제라는 것을 붙여서 노래했던 것도 아니고, 더더구나 연작이니 하여 여러 수를 엮어서 한 편의 작품을 이루었던 것도 아니다. 하기 때문에 시조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이 단수에 있다는 것을 말해둔다. 일본의 단가니 배구는 오늘날까지도 우리 시조의 본을 떠서 시제를 붙이는 일도 없고, 노래 속에 반드시 계절이 나오며, 더더구나 연작이라는 것은 없다.

  여긴 내 신앙의 등주리 낙동강 흥건한 유역
  노을 타는 갈밭을 철새 떼 하얗게 날고
  이 수천(水天) 헹구는 가슴엔 [세례요한]을 듣는다.

  석간을 펼쳐 들면 손주놈 [고바우]를 묻는다
  혀 끝에 진득이는 이 풍자 감칠맛을
  전할길 없는 내 어휘 모국어로 가난타네.

  네 살짜리 손주놈은 생선 뼈를 창살이란다
  장지엔 여릿한 햇살, 접시엔 앙상한 창살
  내 눈은 남해 검붉은 녹물 먼 미나마따에 겹친다.

  역시 이영도 선생의 <흐름 속에서>라는 작품이다. 이런 시상을 단수에는 담을 수 없다. 현대인들의 복잡하고 다기한 생활상을 3장 6귀에 다 담을 수 없어 자연발생적으로 이어져 나간 것이 오늘날의 연작시조라는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유의해 두어야 할 일은 아무리 연작이라 하더라도 수마다 떼어놓고 보아 한 수 한 수가 다 작품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알아둘 일은 3장 중 어느 한 장은 꼭 풀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 격조(格調) 또는 경(境) ]


  아무리 학문이 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품이 높지 않으면 우선 그 사람은 사람으로서 낙제다. 시조가 아무리 좋은(?) 뜻을 담았다 하더라도 격조가 높지 않으면 낙제다.


  난(蘭)있는 방이든가, 마음귀도 밝아온다
  얼마를 닦았기에 눈빛마저 심심한고
  흰 장지 구만리 바깥 손 내밀 듯 뵈인다.

  김상옥 선생의 작품 <난있는 방>이다. 밝고 맑고 청정하기까지한 시다. 3장 단수에 갈무려져 있는 간결한 시상을 마치 한 장 백지장을 떠올리듯 건져내고 있다. '흰장지 구만리 바깥 손 내밀 듯' 내뵈는, 정말 눈빛까지 심심한 작품이다. 이 무욕, 이 허심, 시가 여기에 이르르면 하나의 선(禪)의 경지에 들었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시의 품격, 다시 말해서 시조의 격조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 작품이다.
  다음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경(境)]의 이야기다. 자유시와 시조의 상이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자유시에 있어서 [의(意)]가 시조에 있어서는 [지(志)]요, 자유시에 있어서 [논(論)]이, 시조에 있어서는 [관(觀)]이라는 이야기다. 또 한걸음 더 나아가서 자유시에 있어서, [유(流)]는 시조에 있어서는 [풍(風)]이라고나 할까. 이 좁은 지면의 논고에서 일일이 작품까지를 들어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점에 있어서 자유시가 시조에서 배워갈 것이 있을 지언정 시조가 오늘의 자유시 쪽을 아무것 하나 의식할 것은 없다는 이야기다.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탄주할 때나 시조창(時調唱)을 할 때도 그 [경(境)]이라는 것이 있다. 가사 <동산일출(東山日出)>이라든지, <평사낙애(平沙落雁)>이라든지, <주마축지(走馬蹴地)>라든지, <경조탁사(驚鳥蛇)>라든지 우리 시조의 종장에도 이런 [경(境)]이라는 것이 있고 또 한 수 한 수에는 수마다 시정신의 뿌리가 그 경(境)이라는 것에 가 닿아야 하는 것이다.
  즉 희(喜)이거나, 비(悲)거나, 애(哀)거나, 낙(樂)이거나, 환(歡), 적(寂), 고(孤), 멸(滅), 근(近), 원(遠), 직(直), 우(迂), 묘(妙), 현(玄), 등 무어 동양정신의 뿌리가 어느 경(境)에 가 닿긴 닿아야 하는 것이다.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가 되었지만, 아무튼 시조란 자수만 맞으면 되는 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 둔다.



  [ 포시법(捕詩法) ]


  짐승이나 어별(魚鼈)을 잡는데도 그 포획법이 따로 있다. 가사 호랑이나 곰이나 멧돼지를 잡는데는 이놈이 잘 다니는 길목을 지키고 앉았다가 무심코 어슬렁이며 나타난 놈에게 일발필중(一發必中)의 포화를 쏘아 적중시켜야 된다. 그렇지 않고 섣불리 맞히게 되면 짐승을 잡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사람이 해를 입게 된다.

  쩡 터질 듯 팽창한
  대낮 고비의 정적(靜寂)

  읽던 책도 덮고
  무거운 눈을 드니

  석류꽃 뚝 떨어지며
  어데선가 낮닭소리.
            -오(午)

  이호우 선생의 작품이다. '석류꽃 뚝 떨어지며 어데선가 낮닭소리' 이 종장이야말로 일발필중으로 적중한 종장이다. 이 시에는 이 종장말고는 다시 다른 말이 있을 수가 없다. 종장뿐 아니라 시제 자체도 <오(午)>라는 단자를 놓아 이미 적중하고 있다. 단발로 큰 짐승(詩材)을 쓰러뜨린 통렬감이 뒤따르는 작품이다. 포수로 친다면 과연 명포수의 솜씨이다.
  바늘못 하나로 나비나 잠자리의 등을 찔러 꼼짝없이 표본실의 함 속에 꽂아 놓듯이, 시인에겐 은바늘(的中語) 한 개만 가지고도 숨통을 찔러 지구의 자전까지를 멎게 하는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종장에는 주마축지(走馬蹴地), 달리는 말이 뒷굽으로 땅을 차듯 하는 경개(景槪)도 있는 것이다.

  궂은 일들은 다 물알로 흘러지이다
  강가에서 빌어본 사람이면 이 좋은 봄날
  휘드린 수양버들을 그냥 보아 버릴까.

  아직도 손끝에는 때가 남아 부끄러운
  봄날이 아픈, 내 마음 복판을 뻗어
  떨리는 가장가지를 볕살 속에 내 놓아.

  이길 수가 없다 이길 수가 없다
  오로지 졸음에는 이길 수가 없다
  종일을 수양이 뇌어 강은 좋이 빛나네.
                                -수양 散調

  고려청자·이조백자만 국보가 아니라, 이런 시품이야말로 국보급이다. 박재삼 시인은 총포로 사나운 짐승을 잡는 포수가 아니라 여울목에 그물이나 통살을 쳐 놓고 제발로 걸어 들어오는(?) 고기를 건져올리는 어부 같은 시인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해 두어야할 일은 그물이나 통살을 아무 물에나 친다고 고기가 들어와 주는 것이 아니다. 물고기의 통로를 알아서 그물이나 통살을 쳐야 고기가 걸려드는 것이다. 이 시인은 물고기가 흐르는 목, 다시 말해서 인정의 흐름, 천지의 기미(幾微), 무엇 그런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차리는, 말하자면 모든 사물과 통화를 가장 잘하는 달인(達人)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별로 힘을 안들이고도(?) 고기를 잘 잡아내는 달통한 어부라고나 할까. 그러기에 그의 시에는 억지를 부린 흔적이라고는 없다. 자수를 맞추기 위해서 고심한 흔적이 눈곱만큼도 없을뿐 아니라, 오히려 그의 가락(내재율)에 자주가 절로 따라온다.

  그대 그리움이
  고요히 젖는 이 밤

  한결 외로움도
  보배양 오붓하고

  실실이 푸는 그 사연
  장지 밖에 듣는다.
                 -비
 
  이영도 선생의 살뜰한 작품이다. 그리운 사람을 못내 그리워하는 곡진한 심정이 잘 담겨져 있다 언단의장(言短意長), 이 짧디짧은 단수 하나로 하여 우리들은 몸도 마음도 온통 촉촉하게 젖어드는 것이다. 무엇인가 간곡히 타이르는 듯한 이 정의(情誼)로운 저음은, 마치 봄날 어린 소녀가 신발을 벗어들고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며 뒤쫓아가 나비 날개를 잡아내듯 하는 포시법(捕詩法)을 쓰고 있다 묘품(妙品)이다. 심안(心眼)을 열고 입실하여 보라. 천지간에 시는 얼마든지 편재해 있는 것이다.



  [ 생활시조의 갈길 ]


  자수만 맞는다고 다 시조가 되는 것이 아니라 했는데, 그러면 시조가 되고 안되는 사이는 무엇인가?

  피 살아 도는 정기 신열의 불꽃 바쳐
  어김없는 시간의 맥이 뛰는 너울로
  일어라 잠깨는 동녘 예지의 햇살처럼.
                            -깃발

  내가 맡아보는 어느 월간지에 투고해 온 독자의 작품이다. 종장의 끝 머리가 조금 어긋나긴 했지만 자수는 거의 맞아 있다. 그런데 시조가 왜 안 돼 있는가? 첫째로 이 시는 시조로서의 내재율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글자 수를 토막내어 시조라는 틀에 구겨박고 있다.
  구슬을 실에 꿰어 사름사름 사려담은 것이 아니라, 생나무 가지를 구겨박듯 하는 무리를 범하고 있다.

  바다가 무어냐고 아이들이 하도 묻기에
  군산가는 길에 먼 수평을 가리키며
  돛배와 갈매기와 아! 그 다음 아무 말도 못했다.

  <바다>라는 어느 독자의 시다. 앞의 작품에 비해 이 시는 얼마나 여유로운가. 앞의 작품이 배배 꾀어있는데 비해 뒤의 작품은 얼마나 넉넉하게 사려 담겨져 있는가.
  앞의 작품은 시조라는 틀에 갇혀 숨도 제대로 못쉬고 있는데 비해 뒤의 작품은 시조라는 우주 속에서 자적(自適)하게 소요하고 있다. 누가 시조는 틀이 좁아 답답하다 했는가?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주고
  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것네.
                               -어느 날

  김상옥 선생의 시다. 시제(詩題)도 그저 <어느 날>이다. 다 자란 딸자식에게 구두 한 켤레를 지어 신겨놓고 저만치 걸어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감회에 잠기는 어버이의 심정을 아무 구김살없이 노래한 작품이다.
  자식의 자라나는 그늘에 묻혀 절로 늙어가는 어버이의 생애, 자식은 어쩌면 나를 비쳐보는 거울이 된다. 이때 이 시인의 가슴은 아마 모르긴 몰라도 텅 빈 항아리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것네' 이 종장 뒤에 깔린 말(여운)은 그 얼마인가? 언외언(言外言), 그래서 시란 언단의장(言短意長)이다. 구정물에 호박씨가 모두 떠오르듯 그렇게 말들이 의표(意表)에 다 떠올라야 하는가, 수다를 떨어야 하는가.

  아이는 글을 읽고
  나는 수(繡)를 놓고

  심지 돋우고
  이마를 맞대이면

  어둠도 고운 애정에
  삼가는 듯 둘렸다.
                -단란(團欒)

  이영도 선생의 작품이다. 이 시인의 특기(詩法)인, 한 점 군살을 붙이기를 용납않는 깔끔하게 깎아 놓은 밤 같은 작품이다.
  얼마나 진솔한 작품인가. 시가 왜 꼭 난해해야 하는가. 왜 꼭 많은 어휘가 동원되고 윽박질러야 하는가. 시조는 민족시요, 국민 시가다. 봄비에 옷이 젖듯, 그렇게 읽는 이의 가슴에 타이르듯 젖어들게만 하면 된다. 말은 짧게 하고 뜻은 길게 하면 되는 것이다.

  사흘 와 계시다가 말 없이 돌아가시는
  아버님 모시두루막 빛 바랜 흰 자락이
  웬일로 제 가슴 속에 눈물로만 스밉니까.

  어스름 짙어오는 아버님 여일(餘日) 위에
  꽃으로 비춰드릴 제 마음 없사오매
  생각은 무지개 되어 고향길을 덮습니다.

  손 내밀면 잡혀질듯한 어릴제 시절이온데
  할아버님 닮아가는 아버님의 모습 뒤에
  저 또한 그 날 그 때의 아버님을 닮습니다.
                                 -父子像

  졸시다. 제 시를 제가 무어라 이야기 하기란 쑥스럽다. 다만 이 시도 생활시에 드는 것이라 여기에 실어 독자 여러분에게 참고로 적어본다.
  이상 몇 편의 작품을 보더라도 우리 생활주변에 얼마나 많은 시조의 소재들이 산재해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아직은 시조 인구의 연령층이 얕아(20-30대), 작품에서도 몸부림이 보이지만 장차의 날엔 온 계층의 국민들이 참여하여 백화가 만발한 날이 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고시조의 풍도(風度)와 멋 ]


  한 시인이 어느 노시인에게 물어 보았다. '옛날에는 이론이나 평론이니 하는 것이 없었어도 곧잘 불후의 명작들이 나왔는데 요즘은 그 요란스런 평론이니 무슨 주의이니 하는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데도 그렇지 못한 까닭이 무엇입니까'하고.
  그랬더니 노시인 왈 '옛날 시객이나 문객들은 붓만 들면 붓 끝에 그 [신명]이라는 게 따라왔지만 지금 시인들은 그 [신명]이라는 것에 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하더란다. 옳은 말씀이다. 시의 기능공은 많아도 시의 장인(匠人)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양하여 잠 못이뤄 하노라.

  고려 충혜왕 때 병조판서 이조연(李兆年)의 시다. 지금으로부터 6, 7백년을 격한 그 시절에도 벌써 사람의 정한(情恨)은 배꽃 핀 삼경, 이지춘심(一枝春心)에 달빛을 앉힐 줄 알았던 것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 [월백]이니, [은한]이니, [일지춘심]이니를 쓰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작품 속에 숨어있는 시정신의 멋, 정과 한이 한 자락 강물만한 것을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날 저물거든 꽃에서나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청구영언>에 실려 있는 실명(失名)씨의 작품이다. 아니 애시당초 이름 3자도 남기기가 싫었던 무명씨의 작품이다. 이 허무, 이 낙막(落寞), 페이소스라면 이만한 페이소스가 또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이 고 고시조들에서 그 외형적인 것을 따오자는 것이 아니라 그 여유, 그 풍도의 정신을 배우자는 것이다
  시에서건 생활에서건 모두가 왜소일로(矮小一路)를 치달아 소위 그 장자지풍(長者之風)이라는, 동양 선비의 [悠長]이라는 것을 보지 못한 날이 올까봐 두렵다. 동양화가의 멋이 여백에 있고, 거문고나 가야금의 율조가 단속(斷續)에 있듯이, 우리 시조의 참 멋이란 장(章)과 장(章) 사이의 여운에 있는 것인데 요즘 유행하는 그 디스코 춤을 추듯 말로만 빽빽히 메워버린다면 하늘도 감아 넘기던 승무의 소매자락 같은 것은 어디가서 찾아볼 것인가 말이다.

사람이 몇 생(生)이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겁(劫)이나 전화(轉化)해야 금강(金剛)의 물이 되나! 금강의 물이 되나!

샘도 강도 바다도 말고, 옥류(玉流) 수렴(水簾) 진주담(眞珠潭)과 만폭동(萬瀑洞) 다 고만두고
구름 비 눈과 서리, 비로봉 안개
풀 끝에 이슬 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팔담(連珠八潭) 함께 흘러

구룡연(九龍淵) 천척절애(千尺絶崖)에 한번 굴러 보느냐.

  조운의 <구룡폭포(九龍瀑布)>라는 사설시조이다. 진실로 금강에 서서 구룡폭포의 실경을 본다한들 어떻게 이렇게 장관이기야 하겠는가.

  백문이불여일견(白聞而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시에 있어서는 천만의 말씀이다. 이 환희, 이 비애, 이 목숨의 통한을 보라. 어느 화인(畵人)이 있어 이 설움을 그리겠는가? 어느 악인(樂人)이 있어 이 지애를 탄주하겠는가?   이 거장이 간후 시조를 한다는 시인이 이제 2백으로 헤아린다. 사설시조를 쓴다는 시인도 적지 아니 있긴 있다. 그러나 그러나다. 복판을 울려야 변죽이 울지 변죽만을 더듬어서야 복판이 울겠는가? 아무 말이나 구겨박는다고 사설시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구름은 월출봉에
  끊이락 또 이으락

  그저 한양으로
  나올제 바라봐도

  조수(潮水)는 오르락 내리락
  영산강구(榮山江口)로구나.

  역시 <나올제 바라봐도>라는 조운의 작품이다. [조수만 오르락 내리락 영산강구로나] 한 짐 져다 부려놓은 듯 이에 더 후련하겠는가.

  어떻게 살면 어떻며, 어떻게 죽으면 어떠랴
  나고 살고 죽음이 또한 무엇인들 무엇하랴
  대하(大河)는 소리를 거두고 흐를대로 흐르네.

  이호우의 <하(河)>라는 단수다. 예까지는 왔다. 장차 누가 있어 이 풍도, 장류를 이어 나갈 것인가?



  [ 동시조와 민족 정서 ]


  언제인가 서울 도심의 중·고등학생들이 그려낸 잠자리 날개가 앞 뒤 두 줄로 4개나 달려 있고, 닭다리도 역시 앞 뒤 두 개씩 4개가 나 있는 것을 신문 보도로 읽은 적이 있었다. 그냥 웃어넘길 수만 없는 이런 이야기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것인가. 초등학교에도 들어가기 전부터 피아노 교습이나 시킨다고 고갈되어가는 민족정서가 치유될 수 있을 것인가.
  국적있는 교육을 아무리 입으로만 떠들어봐도 민족 정서가 고갈된 곳에서는 참된 한국인상은 정립되지 않는다. 필자는 하나에도, 둘에도 민족 정서의 함양에는 초등학교 학생 때부터 동시조 교육을 시켜야 하리라고 본다.

  까치가
  깍 깍 울어야
  아침 햇살이 몰려들고

  꽃가지를
  흔들어야
  하늘빛이 살아나듯이

  엄마가
  빨래를 헹궈야
  개울물이 환히 열린다.
                   -꽃가지를 흔들 듯이

  어린 시절을 시골 산마을에서 자란 필자는 엄마가 윗 냇물에 앉아 배꽃 같은 흰 빨래를 헹궈야 비로소 도랑물이 환히 열리고 봄이 오는 줄만 알았었다.
  생각해보라. 엄마가 빨래로 헹구지 않은 도랑물이 어찌해 열릴 것인가. 겨우내 꽁꽁 얼어 붙었던 도랑물은 어머니가 사랑의 손길로 풀어냈던 것이었다.

  동네서
  젤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젤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 사이
  활짝 펴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분이네 살구나무

  사람은 무얼 먹고 사는가고 묻는다면 그 누구나 밥을 먹고 산다고 대답할 수밖엔 없다.
  물론 사람도 몸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먹이를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러나 사람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밥보다 더한 것, 꿈을 먹고 사는 동물(?)인지도 모를 노릇이다.
  그래서 옛부터 사람은 쌀독 속의 쌀이 떨어져서 죽는 것이 아니라 가슴 속의 꿈(소망)이 떨어져서 죽는다고 했다.
  동네서 제일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에 하늘은 제일 큰 살구나무의 선물을 심어 주었다. 밤 사이 내린 가는(細)비에 젖어 활짝 꽃망울을 터뜨린 살구나무의 분홍빛 꽃대궐, 사람이 지은 어느 대궐이 이에서 더 높고 더 현란하겠는가. 벌·나비의 신들린 마지굿 울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분이는 이 조그만 대궐에서 태어나 온누리보다 더 큰 꿈을, 한 봄뿐 아니라 일생동안 누리고 살아가는 것이다. 밥은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다음 끼니 때가 되면 배고파 오지만, 어린 시절 먹은 흐뭇한 민족정서는 일생을 두고 두고 생각할수록 배불러 오는 것이다.

  달아논 태극기 보고 아침해가 인사하고
  마을길 마을길들이 서로 만나 인사하고
  산새알 물새알 같은 아이들이 모입니다.

  잔솔밭 비둘기처럼 종소리가 날아가고
  여울물 고기떼처럼 풍금소리 흘러가고
  푸른 산 메아리 같은 아이들이 뛰놉니다.
                                   -산골학교

  산새알 물새알 같은 아이들도 없고, 푸른 산 메아리 같은 뛰어노는 아이들도 없는 서울의 콩나물 교실에 우리는 어떻게 하면 한국의 고향의식인 민족 정서를 이식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어머니들, 우리 아버지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두 시조짓기운동에 동참하는 날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동시조를 쓰는 아동문학 부문의 시인이 아직은 별반 없고, 또 필자의 수중에 그 자료가 없어, 졸시로만 예문을 든 것이 미안하다.



  [ 명시조 감상 ]


  찌르릉 벌목소리 끊어진 지 오래인데
  굽은 가지 끝에 바람이 앉아 운다
  구름장 벌어진 사이로 달이 반만 보이고

  낮으로 뿌린 눈이 삼고 골로 내려덮어
  고목도 형형(炯炯)하여 뼈로 아림일러니
  풍지에 바람이 새여 옷깃 자로 여민다.

  뒷산 모롱이로 바람이 비도는다
  흰 눈이 내려덮여 밤도 여기 못 오거니
  바람은 무엇을 찾아 저리 부르짖는냐.
                               -한야보(寒夜譜)

  하보(何步) 장응두(張應斗)선생의 회심의 역작이다. 하보는 우리 시조단의 거장이었는데 불운한 생애를 살고 간 때문인지 업적만큼 문명이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다. 이 <한야보> 한 수만 가지고라도 그는 재평가 받아야할 시인이다. 필자가 졸고에서 전술한 바 있거니와 만약 판소리로 친다면 이 작품이야말로 송만갑(宋萬甲)의 그 벌목형형(伐木炯炯)한 우람한 목소리를 듣는 듯한 장중한 목소리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살구나무 허리를 타고 살구나무 혼령이 나와
  채선(彩扇)을 펼쳐들고 신명나는 굿을 한다
  자줏빛 진분홍을 돌아, 또 휘어잡는 연분홍!

  봄을 누룩 딛고 술을 빚는 손이 있다
  헝클린 가지마다 게워넘친 저 화사한 발효
  천지를 뒤덮는 큰 잔치가 하마 가까워 오나부다.
                                     -축제

  김상옥 선생의 작품이다. 화사한 봄날 가지가 휘어지게 만발한 살구꽃을 보며 정말 미치게 신명이 잡힌 작품이다. [자줏빛 진분홍을 돌아 또 휘어잡는 연분홍] 그야말로 미치게 신명나게 짚고 넘어가는 굿거리 장단을 보는 느낌이다.  가야금 산조에다 비긴다면 진양조도 아니요, 중몰이도 아니요, 잦은 몰이도 아니요 휘몰이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한빛 황토재 바라 종일 그대 기다리다
  타는 내 얼굴 여울 아래 가라앉는
  가야금 저무는 가락, 그도 떨고 있고나.

  몸으로 사내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
  부연 들기름불이 지지지지지지 앓고
  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만(萬) 갈래

  여울 바닥에는 잠 안자는 조약돌을
  날 새면 하나 건져 햇볕에 비쳐 주리라
  가다간 볼에도 대어 눈물 적셔 주리라.
                               -내 사랑은

  박재삼 선생의 작품이다. 누에가 명주실을 뽑듯 나긋나긋 뽑아낸 시상(詩想), 가늘고 흐느끼는 듯하다. 또한 질기기가 명주실오라기 같다. 천의무봉이란 이런 솜씨를 두고 이른 말일까. 송만갑의 창법이 우렁우렁하고 큰 도끼로 고목을 찍는 듯하여 벌목형형이라 했다면, 이동백(李東伯)의 창법은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질 듯 끊어지며, 마치 귀신이 흐느끼는 듯하여 귀곡성(鬼哭聲)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두둥실 창파에 뜨니 하자할 것 없는 목숨
  조국도 유품만 같고, 인생은 꿈이다마는
  지울 수 없는 사랑아 먼 돛배야 갈매기야
                             -창파에 떠서

  격정 6백리 달래도 설레는 섬아
  남해 쪽빛 다 마시고 초록도 울먹이는데
  제 마음 이기지 못해 나도 너를 찾아왔네.
                             -섬

  서귀포 귤밭에서 술래 잡던 밝은 바람
  모슬포 돌아온 길엔 장다리꽃 흩어 놓고
  님 오실 바다를 향해 시시덕여 갑니다.

  절도엔 어둠도 감청 향수도 물이 든다
  한 가락 젓대를 불어 일만파도 다 눕히면
  한라도 구름을 열고 달을 띄워 이더라.
                              -한라의 달

  졸시 <제주 기행시초>(10수) 중에서 4수만을 골라 싣는다. 시조가 꼭 무슨 의식의 심층이란 늪(?)에만 빠져 허우적거려야 된다는 법은 없다. 조금은 [가(歌)]이어도 좋다는 이야기다. 30년 전의 작품인데 기행시가 가지는 시조의 멋, 뭐 그런 것을 생각하며 써 본 작품이다. 감상은 독자 여러분에게 맡긴다.
 

[출처] 시조 쓰는 방법|작성자 옥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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