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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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아시아지도를 꺼꾸로 보면 (김문학)
2010년 06월 17일 09시 23분  조회:6409  추천:38  작성자: 김문학

<장편연재>근대 재발견·100년전 한중일(1)

동아시아지도를 꺼꾸로 보면


김문학




세계지도속의 아시아지도를 펼치자. 그리고 꺼꾸로 바라보자.

이제 우리는 흔히 지도를 바로 바라보는것과는 달리, 아주 신선한 느낌과 함께 이제껏 없었던 새 발견을 하게 된다. 중국과 한국(조선반도), 일본의 방위가 정반대로 배열된다.

우선 일본이 지도에서 제일 서방 위치에 배치돼 있고, 그리고 조선반도, 중국대륙은 동방에 서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동아시아에서도 일본이 지리적으로 기실 서양의 미국아메리카대륙과 제일 가깝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발견된다.

다음으로 동아시아의 3개의 반월형 판도를 발견할수 있다. 일, 한, 중은 각기 사이즈 차이는 있어도, 크고 작은 반월형(半月形)지형으로 서쪽에서 동으로 3개가 배열된느것이 눈에 뜨인다. 물론 대륙은 반월이기보다 거대한 만월이라해야 하는것이 옳겠다.

그리고 섬나라와 반도와 대륙 사이에 끼인 바다 발해, 황해, 동해, 남해는 대륙과 열도에 둘러싸인 내해(内海)라는 점을 확인하게 될것이다.

더우기 일본지도에서 흔히 “일본해”로 표기돼있는 동해는 조선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에 놓여있는데 그것은 옛날 육지와 연결되었던 잔재로서, 마치도 큰 호수처럼 보인다.

하나 더 빼놓을수 없는 대목이 있다. 이렇게 지도를 꺼꾸로 놓고 조망하노라면 새우처럼 생긴 일본 지형은, 바다를 경계로 대륙과 다른 지역에서 멀리 동떨어진 바다위에 떠있는 고립무원의 “외로운 섬”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첫눈에 뜨이게 된다.

따라서, 일본이란 섬나라는 기실 아시아대륙의 드넓은 북방과 남방을 이어놓는 큰 교량이라는 점이 부각된다. 뿐만아니라 아시아 (동양)의 제일 서쪽끝에 (정면지도에서는 동쪽 끝0극도이라고도 함) 자리잡고 서양 북이대륙 등 사이에 놓은 거대한 교량인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생긴다. 근대 한중일 동아시아를 살펴 볼 때, 솔선 서양식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이 “문명의 교량”적인 구실을 제대로 못했다는것이 근대의 큰 “악의 꽃(恶之花)”이다.

1868년 명치유신이후, 서양식의 근대국가로 탈바꿈한 일본은 바다가 인적 교류를 하는 무대라는것 대신 바다가 곧 구경(国境)이라는 관념을 국민들에게 세뇌를 하고, 고립무원의 외로운 섬을 지키자면 해외로 지향하여 식민지점령을 해야 한다는 무서운 선택을 한다.

세계 중, 근세사에서 15~16세기 역사의 주역은 대륙제국으로부터 해양제국으로 바뀐다. “바다를 제패하는 자가 세계를 제패하는 시대”가 바로 대항해시대를 거쳐 다가온 근대다. 근대의 서양적 문명과 기술로 바다를 주름잡던 근대 세계의 식민지지배 원리가 바로 서양을 중심으로 한 해양제국의 가장 큰 화두였다.

영국을 중심으로 불, 독, 이태지 그리고 러시아 미국 등 제국주의의 바다를 건넌 식민지침략과 강점, 약탈은 당세 세계 강자의 “약육강식”의 절대적 원리였다.

1840년 아편전쟁의 패북에서 크나큰 충격을 받은것은 청국이 아니라 오히려 섬나라 일본인들이었다. 그들은 서양의식민제국의 식민지지배를 면하는 방법은 오로지 스스로 “부국강병”,”문명개화”를 실시하여 아시아의 “서양”이 되는 활로뿐이라고 신속히 알아챘다.

동양 3국의 개국(开国)양상을 비교하여도 일본이 얼마나 “서양”적인것에 민감하고 솔선적으로 서양의 흉을 낸 “원숭이”라 비난받을만큼 잘 따랐는가를 알수있다.

아편전쟁후, 중국은 황제를 주축으로 한 “천하”관념에 사로잡혀 공맹의 유구한 문화전통만 고집하면서 되려 그 육중한 자신의 문명에 짖눌려, 결국 근대화를 외면하는식으로 근대화의 “낙제생”이 된다. 여전히 대륙제국의 그 관성에서 탈피하기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아편전쟁에서 청국보다 더 큰 우려를 느낀 일본은 1853년 미국의 페리제독의 “흑선(黑船)래향”에서부터 유연히 대처하여 불과 15년후인 1868년에는 서양식 개혁, 명치유신을 성공시켜 근대화 국가를 정립한다.

조선은 어떠 했는가? 1866년 병인 양유(丙寅洋扰) 1871년 신말양유(辛未洋扰)이후 1875년 9월 일본은 강화도에 침입하여 운양호(云扬号)사건을 조작한다. 최근에 발굴된 사료에 의하면 운양호 사건은 순전히 미국의 페리제옥의 행동을 본따서 조선영토를 침범한 일본의 도발이었다. 1876년 2월 “일조수호조약”이 체결, 부산 외 두 항구를 개항하고 일본인의 “통상왕재”등을 유리하게 보장한 불평등 조약이었다. 일본은 조선에 대해 서양 제국과 같은 입장에서 동아시아의 小西洋“소서양”을 자처하면서 군립한다. 조선은 서양과 일본 양축의 업악속에서 비자주적 개국을 시작하게 된다.

물론 역사가 “인류의 삶의 세계를 시간관 공간의 두 축으로 일개인이 직접 체험한 범위를 넘은 척 도로 파악, 해석, 설명, 서술하는 영위”라는 점을 감안해, 일, 중, 한의 역사적 시간(발전속도)과 역사적 공간(지리풍토)의 이질감을 이유로 백번 양보해도 일본의 아시에 대한 “탈아입구”식 또는 “대아시아주의”를 표방한 침략, 식민지화는 그 표방이나 속은 어떻든 당하는 당사자들에게는 용납할수 없는, 또는 굴절된 업악이 아닐수 없다. 아무리 역사사상(事像)을 도덕기준으로 평가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점은 절대 당사자들의 피해자적 입장에서는 미덕이나 칭송의 가치로는 되지 못하는것이 인지 상정이 아닌가.

1940년대에 중반까지 지속된 일본의 아시아지배와 침략전쟁은 무모한 아시아 태평양전쟁으로 엄청난 광란의 극치로 치달았는바, 결국 바다를 뛰어넘은, 아니 바다의 양상을 무시한 “대공영권”의 미몽은 참담한 패배로 종연된다.

이제 다시금 곰곰히 지도를 응시해보자. 지리는 결국 심리(心理)이며, 심리는 곧 인간이며, 인간은 곧 文化이다. 그리고 역사는 바로 인간이 만든 문화에서 규정된다. 그 어떤 국가적 영략으로 무리하게 행해지는 의지(意志)라 해도 문화를 무시하고 지리를 무시한다면 종당엔 파탄으로 끝나고 말것이다. 역사는 이렇듯 무자비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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