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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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7. 農具發明(황제와 소녀 연재) 댓글:  조회:4102  추천:0  2012-02-28
7. 農具誕生: 농구탄생 호랑이의 걸음으로 운우지정을 나누다 궁궐에서 옥녀 다음으로 가장 세도를 부리는 자는 육오(陸五)이다. 이 자는 머리가 3개이고 꼬리가 9개인 괴물이다. 머리가 3개이기에 밤과 낮이 따로 없이 일을 했다. 육오가 맡은 직책은 궁궐 음식을 만드는 주방을 관장하고, 짐승고기를 다루는 푸줏간에서 도살을 관장하는 일이었다. 짐승을 도살하는 것과 주방에서 짐승고기를 다루는 것을 ‘재(宰)’라 하며, 그 일을 하는 사람을 ‘재상(宰相)’이라 부른다. 우돌이 힘으로 말하자면 육오와 막상막하이나 권세에 밀려 재상의 심부름을 하는 신하이다. 육오는 인품이 좋고 성품이 바르고 의리를 중히 여기는 훌륭한 사내였다. 재상으로서 부하를 거느리는 통솔력이 좋아 주방과 푸줏간을 잘 이끄는 반면 머리가 3개나 달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총명하지 못한 단점이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머리를 쓸 궁리를 하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성격 때문에 근래 들어 옥녀의 눈에 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육오는 그런대로 쓸모 많은 관리로 대접을 받아왔었는데 헌원이 나타난 이후 볼품없는 물건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옥녀가 헌원을 훌륭한 참모로 키우려는 욕심이 생겨 일단 육오를 보좌하는 일부터 맡겼다. 주방과 푸줏간의 일을 잘 배워내면 육오를 밀어내고 재상 자리에 앉히려는 심산이었다. 이른 봄 어느 날 우돌이 인근 마을로 내려가 소 백여 마리를 약탈해왔다. 옥녀는 기분이 좋아 그 소들을 잡아 큰 잔치를 벌이라 명을 내렸다. 푸줏간의 일꾼들이 분주해졌다. 소고기를 먹어 좋기는 하지만 그 많은 소들을 도살하고 가죽을 벗길 일에 미리부터 한숨을 지었다. 일군들의 둔한 일솜씨를 지켜보던 헌원이 답답한 마음에 팔을 걷고 나섰다. 그는 대나무를 소 허벅지 가죽과 살 사이에 꽂아 넣고 힘껏 불었다. 다리로 공기를 먹은 소들은 퉁퉁 부었고 물오른 나무껍질 벗기듯 가죽 벗기기가 식은 죽 먹기였다. 일꾼들이 너도나도 따라하자 일이 한결 편해졌다. 그러나 입으로 공기를 불어넣기가 쉽지 않았다. 폐활량이 굉장해야 했다. 헌원은 단숨에 3마리를 불었지만 장수인 육오도 한 마리를 불고나면 숨이 차 헐떡거렸다. 이처럼 소에게 공기를 부는 일은 어려웠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이 뻥 치는 것을 ‘추이뉴(吹牛: 소를 불다)’라 말한다. 헌원의 영리한 발명 덕분에 일꾼들은 쉽게 소를 도륙할 수 있어 저마다 헌원을 칭찬했다. 오천년이 흐른 후에도 그의 자손들은 여전히 이 방법을 사용했다. 그 후부터 육오는 물론이고 모든 일꾼들이 헌원을 숭배하고 따르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옥녀는 흡족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천하에 얻기 드문 천재로구나!” 헌원의 역할이 두드러지자 육오가 재상 자리를 내놓으려 했다. 허나 헌원은 발명품 창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고 새로운 궁궐 축조도 열과 성을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에 재상을 맡을 겨를이 없었다. 더욱이 헌원은 성급하게 높은 자리에 오르면 그만큼 쉽게 곤두박질 칠 수 있음을 잘 알기에 천천히 탄탄하게 밟기로 마음먹었다. 궁궐에서 헌원의 입지가 탄탄해지는 모습에 그 누구보다 기뻐하고 행복한 사람은 아소였다. “정말 축하드려요. 그러나 재상이 되는 것은 더 신중히 생각하셔야 해요. 세상의 모든 일은 마땅히 얕은 곳에서 깊은 곳으로, 낮은 데서 높은 데로 한 걸음 한 걸음 차근차근 밟아야 실수 없이 성공의 봉우리에 이를 수 있죠. 당연히 남녀 사랑도 음양 교합도 마찬가지 이치죠. 호호.” “음양 교합에도 순서점진(循序漸進)의 도가 있는 것이오?” “그러하옵니다. 그것을 아홉 번 얕게 한 번 깊게 하는 구천일심(九淺一深) 혹은 여덟 번 얕게 두 번 깊게 하는 팔천이심(八淺二深)이라 하옵니다.” 사내가 교합하고자 하면 자신을 금옥과 같이 진귀하게 아껴야 한다. 여자를 정복하고자 하면 교합할 때 모름지기 근신하고 소심해야 한다. 썩은 말고삐를 몰아 가시덤불에 빠져들지 말고 절제해야 한다. 이 방법에 따라 억제하여 사정을 서두르지 않고 생명 활력을 도모하고 여자를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 구천일심이나 팔천이심을 실천하고자 하면 처음부터 진한 애무가 아닌 잔잔한 애무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애무 기교는 손가락 끝에서부터 어깨에 이르기까지, 가운데 발가락 끝에서부터 대퇴부에 이르기까지 가볍고 느리게 애무한다. 발은 먼저 엄지발가락과 둘째 발가락에서 시작해 점차 위로 향해 이동한다. 대퇴부의 신경말초는 위로부터 아래로 분포해 있기 때문이다. 손은 중지에서 시작해 식지와 무명지에 미쳐 두 손가락을 서로 마찰한다. 손등을 마찰하지 않고 후진해 손바닥을 만지고 위로 이동해 네 손가락으로 팔 안쪽을 성의껏 애무하여 어깨까지 미쳐야 한다. 다음 왼손으로 여자의 어깨를 애무하고 오른손으로는 젖가슴, 엉덩이, 음부 등 민감한 성감대를 애무하는 동시에 입맞춤을 병행한다. 먼저 이마에 뽀뽀하고 입술로 목을 거쳐 귓불을 가벼이 잘근잘근 씹어 성욕을 자극한다. “자, 이젠 구천일심을 서서히 실천해보세요.” 아홉 번 얕게 한 번 깊게, 오른쪽 세 번, 왼쪽 세 번. 뱀장어가 여울을 따라 올라가듯 거머리가 도랑물에서 헤엄치듯 나아간다. 이것은 사내가 응당 갖춰야 할 기본 기교이다. 목적은 사내 스스로 억제하여 쉽게 사정하지 않고 가능한 한 여자로 하여금 쾌락을 맛보게 하려는 데 있다. 양물을 얕게 아홉 차례 넣어 여자의 춘정을 감돌게 하고 마음이 들뜨게 한 연후에 호랑이를 둘러메치듯 온힘을 다하여 깊숙이 박아 넣는다. 얕게 아홉 번 넣을 때 여자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마찰의 쾌감을 느낄 수 있고 그런 연후 한 번 큰 힘으로 꽂음을 받으면 심장이 뛰고 온몸이 떨린다. 귀두가 질 깊은 곳에 다다르면 여자는 즉각 극도의 흥분에 빠져들고 질의 팽창과 긴축이 반복해서 일어난다. 이쯤 되면 쾌감과 짜릿함이 극에 이른다. 양물이 질속에서 오른편으로 세 차례 다시 왼편으로 세 차례 좌충우돌하여 마찰하면 여자는 반복해서 다른 쾌감을 받게 되고 질의 양 벽으로부터 오는 성욕이 고도로 팽창해 주체하지 못할 경지에 이른다. 양물이 음도에 진출할 때 바보처럼 판자를 두드리듯 거칠게 해서는 안 되며 뱀장어가 헤엄쳐나가듯 가로로 향하여 신체를 마주 움직여 질의 양 벽에 양물이 충돌하도록 한다. 혹은 음부에 진출할 때 좀벌레가 달리듯 한 번은 위로 한 번은 아래로 몸을 맞잡고 나아간다. 이 같이 하면 음도가 위아래로 흔들려 양물이 마찰되는 쾌감을 짜릿하게 느낀다. 헌원이 소녀에게 물었다. “여왕님께서 반도원을 가꿀 때 복숭아나무를 어떻게 심었소?” “아닌 밤중에 홍두께 내밀듯 갑자기 그건 왜 묻지요?” “내 말은 손으로 심었느냐, 아니면.” 아소가 손으로 입을 살짝 가렸다. “호호, 손으로 심지 않고 발로 심겠어요? 대체 뭘 알고 싶나요?” “그러니까, 아무런 쟁기 없이 맨손으로 심었느냐, 그 말이오.” 옥녀가 반도원을 일굴 때 세상엔 쟁기라는 것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네 발 짐승이 앞발로 안식처인 굴을 파듯 숱한 노예들이 동원되어 손으로 땅을 파고 나무를 심었다. 그중 일부는 곤륜산을 이 잡듯 샅샅이 훑어 애목을 옮겨 심었고 일부는 복숭아 열매를 땅에 묻어 재배한 것이다. 들에서 자라는 감자, 무, 배추도 사람들이 손으로 일일이 땅을 파고 재배했다. 뭐든지 사람 손으로 땅을 헤치고 묻은 것이다. 이는 너무나 가혹한 노동이었다. 인간의 손은 네 발 짐승처럼 억세지 못해 툭하면 다쳐 피가 뚝뚝 터졌다. 고통이 말이 아니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이 농작물 재배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더 발전시킬 수 없었다. 만약 인간에게 쟁기가 있다면 농작물 재배가 훨씬 수월해져 먹을 것을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헌원의 생각이었다. 아소와 한바탕 꿀 같은 교합을 마친 후 물었다. “양물이 여자의 자궁 속에 들어가 헤집으면 아기가 생산되지 않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대부분 그러하지요.” “그래서 내가 그 원리에 의해 땅을 헤치고 다루는 쟁기를 만들까 하오.” 헌원의 말을 들은 아소의 얼굴에 모란꽃이 활짝 피어났다. “참으로 기발한 발상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들은 고단하고 고통스러운 원시적인 삶의 방식을 탈피하고 먹는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헌원이 궁궐 일꾼들을 불러 모았다. 단단하고 쉽게 꺾이지 않는 대나무와 박달나무를 벌목해 오라고 영을 내렸다. 한편 옥돌처럼 단단한 돌을 골라 나무 끝에 걸 수 있게 구멍을 뚫고 날이 뾰족하게 갈도록 했다. 이렇게 하여 남근을 닮은 최초의 쟁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 쟁기 이름은 곡괭이였다. 곡괭이의 특징은 끝이 뾰족하고 날이 예리해 땅이 잘 파이는 장점이 있고 따라서 풀이 가득한 땅과 이른 봄에 해동이 덜된 동토를 파헤치기에 좋았다. 그러나 물렁한 땅을 파는 데는 별 효력이 없을 뿐더러 파내는 흙의 양이 많지 않아 노동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헌원이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날이 넓적한 괭이를 만들었다. 곡괭이와 괭이는 땅을 파는 효과는 좋으나 파낸 흙을 간단히 옮기지 못하는 폐단이 있었다. 그래서 헌원은 땅을 팔 수도 있고 간단히 운반할 수도 있는 삽을 만들었다. 헌원이 만든 농구들이 농작물 재배에 사용됨에 따라 농사가 많이 수월해지고 토지 면적도 훨씬 넓어졌다. 야채류 재배는 물론 곤륜산 일대에 없던 보리와 밀을 재배하여 먹을거리가 굉장히 풍부해졌다. 이제까지 사람들이 열매를 따먹고 나무껍질을 벗겨 먹고 사냥으로 잡은 짐승만 먹었던 데 비해 헌원 덕분에 감자, 무, 배추를 널리 재배하여 야채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보리와 밀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헌원의 불타는 의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흑치인(黑齒人: 후대 필리핀인)이 재배하는 볍씨를 구해 곤륜산에 심었다. 그러나 흑치인이 사는 곳은 열대기후여서 벼농사가 잘되지만 곤륜산은 고원 산간에 처해 있어 기후가 찬 편이고 해가 지는 곳이라 일조량이 많지 않아 벼농사가 실패하고 말았다. 헌원의 기발한 발명품들에 의해, 이를테면 옷을 지어내고 농기구를 만들어 농사가 향상되어 옥녀를 비롯한 궁궐 사람들은 물론 곤륜산 일대 백성들의 삶의 질이 예전에 비해 전례 없이 높아졌다. 이러한 획기적인 변화에 그 누구보다 가장 기뻐하는 사람이 둘 있었다. 한 사람은 옥녀였고 또 한 사람은 그의 딸 아소였다. 옥녀는 헌원이 매번 새로운 일을 해내고 새로운 발명을 해낼 때마다 크게 잔치를 베풀었다. 천신들과 신선, 머나먼 동방에 사는 동방삭까지 초대했다. 잔치 참석자들은 일제히 헌원 칭찬에 침이 다 말라버렸다. 뭇사람들의 칭찬에 정작 당사자인 헌원은 무덤덤한 태도인데 비해 옥녀는 기분이 하늘에 가 닿을 정도였다. 그동안 헌원은 더 자라 덩치가 굉장하나 나이가 젊어 피부가 탱탱하면서도 윤기가 반지르르 하게 돌고 팔다리와 복부 근육은 빵빵하면서도 유연했다. 양물은 물론 천하대물이고 계집을 다스리는 기교 또한 천하일품이다. 옥녀는 헌원과 방사를 나눈 후부터 개명수, 우돌, 육오 등 뭇사내들은 사람 냄새가 결여된 야성이 가득 찬 짐승으로 보여 교합의 재미를 도통 느낄 수 없었다. 항상 주인에게 꼬리를 저어대는 똥개처럼 웃음을 얼굴에 처바른 아신은 요즘 들어 웃음이 사라지고 늘 심각한 표정이었다. 도대체 무슨 심각한 일이 있는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홀로 벙어리 냉가슴 않으며 세월을 죽였다. 음양 교합에 있어 음과 양의 반응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음은 양의 물건이 시원찮거나 기교가 엉망이면 밑에 깔려서도 다른 사내 생각을 한다. 그러나 양물이 웬만하다면 교합에 정신을 집중하고 혼신을 다해 몰두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양은 물건을 박아 넣고 굴러대는 순간에도 천하대사를 생각하기도 하고 어제 맛있게 먹은 음식을 떠올리는가 하면 다른 계집의 음부를 생각하기도 한다. 정신이 받는 압력이 크면 클수록 교합을 제대로 치를 수 없다. 그런 연유로 사내들은 교합하고자 하면 우선 마음이 평화로워야 하고 기가 조화로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가슴에 돌덩이가 들어차 있으면 양물이 잘 발기되지 않고 교합 중 기교를 쏟을 수 없다. 헌원이 농기구를 발명한 이래 아신이 또 불면증에 시달렸다. 불면증이 심각하면 신경이 지칠 대로 지쳐 비몽사몽에 처하게 되고 정신이 해롱해롱해진다. 이런 시간을 오래 겪으면 생시도 꿈같고 꿈도 생시 같은, 즉 꿈과 생시의 경계가 사라지고 늘 환각 상태를 헤맨다. 주인 앞에서 지극히 근신하고 일거수일투족을 절제하던 아신이 요즘엔 이 얘기 저 얘기를 횡설수설을 늘어놓아 옥녀를 당황하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신이 헌원의 농기구발명 축하연에 참석했다. 술을 거나하게 마시자 갑자기 취해 혼이 몸을 떠나버렸다. 축하연을 베푼 옥녀도 술을 진탕 마셨다. 소변이 급해진 그녀가 밖으로 나가자 아신이 도둑고양이처럼 뒤를 살금살금 밟았다. 술에 취한 옥녀는 변소가 아닌 풀이 무성한 길가에 앉아 치마를 걷어올리고 쭈그려 앉았다. 하늘을 보니 뭇별들 사이에 둥근 보름달이 떠 있고 보름달 속에서 월정이 그녀를 향해 손짓했다. 이 좋은 밤에 방사를 즐기기 않고 무엇을 하느냐는 시늉이었다. 옥녀의 음욕이 발작해 음도를 빠져나온 오줌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배설 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구곡폭포의 물소리보다 더 컸고 오줌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땅이 푹 파여 커다란 호수가 생겼다. 호수는 옥녀의 오줌으로 찰랑거렸다. 그 모습을 보는 아신의 올빼미 눈이 커다란 황소 눈이 되었다. 음욕과 질투심이 동시에 염통을 찔러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네가 오줌으로 호수를 만든다면 나는 나무를 쓰러뜨려 보리라.” 아신은 바지를 벗고 양물을 꺼내 팔뚝만한 백양나무에 대고 오줌을 갈겼다. 헌데 나무가 꺾이기는커녕 기어 다니는 개미가 떨어져나갈 뿐 나무껍질마저 꿈쩍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닥 위안은 남았다. 옥녀가 아무리 강하다지만 앉아서 오줌을 갈기는 모습이 어쩐지 하찮아 보인 것이다. 나의 물건이 비록 우람하지는 못해도 거룩하게 보였다. 멋지게 서서 대자연을 향해 갈겨대지 않는가! 웅대한 포부는 물거품이 되었으나 그렇다고 사내의 욕구마저 포기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멋진 창작품인 호수를 바라보며 희열을 만끽하던 옥녀가 일어서려는 순간 아신이 냅다 달려와 그녀의 옥돌떡판 같이 희고 탱탱한 엉덩이를 철썩 갈겼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옥녀가 화들짝 놀랐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아신을 당장 호통치려 했으나 엉덩이가 만류를 한다. 오랜만에 사내의 손맛을 본 엉덩이가 흐뭇해하는 것이었다. 신이든 사람이든 누구나 몸과 마음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살아간다. 몸뚱이는 늘 욕망에 사로잡혀 있으나 머리는 그것을 거부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은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옥녀의 엉덩이는 육체적 감정에 충실하여 빨리 사내를 받아들이라 재촉하지만 머리는 냉정해야 했다. 더구나 옥녀는 천하의 왕이 아니던가. “네, 이놈, 지금 죽고 싶은 게냐? 감히 천하지존을 능욕하다니.” 그럼에도 아신의 황소 눈은 음욕에 사로잡혀 촉촉이 젖어 있었다. 주인이 두렵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으며 그냥 풀밭에 앉아 오줌을 갈기는 한 마리 암컷에 지나지 않았다. “화를 진정하소서. 치마를 걷어올린 김에 달님이 지켜보는 이슬 맺힌 풀밭에서 한바탕 교접을 나누는 것도 별미이지 않겠습니까.” “진정으로 네가 죽고 싶은 게로구나.” 옥녀가 화가 치밀어 손을 들어 아신의 뺨을 때렸으나 손이 빗나가고 말았다. 술에 너무 취한 탓이었다. 그 모습을 본 아신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왕이라 해도 술에 취하면 요리하기가 쉽기 때문이었다. 아신은 옥녀를 붙잡아 풀밭에 누이고는 치마를 위로 훌렁 걷어올렸다. 그녀의 음부가 달빛 아래 환하게 드러났다. 아신은 급하게 양물을 꺼내 그 음부에 삽입하려 했다. “하핫, 오늘밤 나의 방망이 맛을 보려무나.” 그때 자신의 발기된 양물을 본 순간 아신은 헌원이 발명한 곡괭이가 떠올랐다. 그러자 발기됐던 양물이 쑤욱 줄어들어 버렸다. 헌원의 얼굴이 떠오르자 교합의 욕구가 사라진 것이었다. 아신은 흥미가 뚝 떨어져 양물을 도로 집어넣고는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는 옥녀를 바라보았다. 옥녀는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중에도 이제나 저제나 사내의 양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렸으나 아무런 소식이 없자 감았던 눈을 떴다. 아신이 낭패스런 표정으로 서 있었다. “오늘밤 나를 능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구나. 어찌 양물을 꺼냈다가 도로 집어넣었느냐?” “황송하게도 삽입을 하려는 순간 헌원이 떠올라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헌원이 비록 소신보다 체격이 좋고 여러모로 재주가 뛰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왕님은 그의 실체를 보셔야 합니다. 그놈이 정자 지붕을 고친 것이나 남근을 본떠 쟁기를 만든 것은 다른 뜻이 있어서입니다.”여태 치마를 걷어올리고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있던 옥녀가 벌떡 일어나 앉아 물었다. “다른 뜻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헌원이 발명한 것은 전부 사내의 양물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양물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언젠가는 헌원이 여왕님을 몰아내고 왕이 되려는 흑심이 분명합니다.” “하하.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리라. 혹시 네가 질투심으로 그런 것은 아니더냐?” 아신이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자 옥녀가 하인을 시켜 헌원을 불러오라 했다. 그리고 뜰 한가운데에 거대한 술판을 차렸다. 세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헌원이 마신 술이 두 사람의 수십 배나 되었다. 그럼에도 몸이 비틀어지거나, 혀가 꼬부라지거나 하는 흐트러짐이 전혀 없었다. 옥녀가 궁금해서 물었다. “자네, 오줌이 마렵지 않느냐?” “그렇지 않아도 꾹 참고 있는 중입니다.” “참지 말고 이 자리에서 쏟아내게나.” “황송합니다. 그럼 소피를 보겠습니다. 신하들에게 명해 모두 대피하라 하십시오.” 이윽고 헌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내리고 양물을 꺼냈다. 발기되지 않은 양물인데도 그 거대함에 신하들과 아신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갑자기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졌다. 달빛이 휘황찬란한데도 비가 쏟아지자 사람들은 모두 놀라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헌원의 오줌이었다. 장대한 양물에서 터져나온 오줌이 온 천하에 쏟아졌다. 아신은 너무 놀랍고 부끄러워 도망을 치고 신하들 역시 황급히 궁궐 안으로 도망쳤다. 남은 사람은 헌원과 옥녀뿐이었다. 옥녀는 헌원의 오줌비를 맞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헌원의 양물을 꼭 움켜쥐었다. 그러자 오줌이 멈추고 양물은 더 커졌다. 옥녀는 음탕한 탄성을 내질렀다. “아! 역시 꿈에 그리던 천하대물이로구나!”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듯 부둥켜안고 서로의 입술을 탐했다. 그리고는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는 교접을 시작했다. 그날 밤의 교접은 ‘호랑이 걸음(虎步)’ 체위였다. 여자는 두 손을 땅에 짚고 얼굴을 아래로 향해 엎드리고 엉덩이를 높이 꺾어 쳐든다. 사내는 그녀의 넓적다리 뒤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여자의 허리와 배를 안고 양물을 삽입하여 가장 깊은 곳에 닿게 한다. 속도를 조절해 빨리 들이밀고 빨리 빼내기를 약 40차례 행한다. 계집의 음도가 한 번은 팽팽해지고 한 번은 오그라들면서 진액이 넘치면 곧 명금수병(鳴金收兵: 징을 울려 싸움을 끝내고 군사들을 돌아오게 함)한다. 이 자세에서 사내는 임금상이다. 사내가 여자의 등 뒤에 있으면 둥근 어깨, 부드러운 등, 허리와 풍만한 엉덩이, 쌍S형의 호선(弧線)을 맘껏 감상할 수 있다. 이런 부위들을 등 뒤에서 보노라면 더욱 유혹적이다. 호랑이 걸음의 장점은 사내가 양손으로 몸을 지탱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한 손으로 계집의 두 젖을 어루만지고 가는 허리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 회음을 뒤집고 헤집으며 장난칠 수 있다는 점이다. 들이밀고 빼고 전진하고 물러설 때 여자의 허리를 바짝 끌어당길 수 있어 단호한 힘으로 밀어붙여 절정에 다다른다. 두 손으로 계집의 엉덩이를 흔들 수도 있고 양물을 좌우로 조화롭게 흔들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민첩한 공격이 호랑이 걸음의 최대 특징이다. 계집은 이 자세에서 비록 음핵이 양물의 마찰에 만족을 얻을 수는 없으나 양물이 깊이 삽입되어 쾌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좌우의 가볍고 느슨한 흔들림과 절주를 배합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245    6. 初顯神手(황제와 소녀 연재) 댓글:  조회:4232  추천:1  2012-02-23
6. 初顯神手: 초현신수 헌원이 정자의 지붕을 뾰족하게 바꾸다 귀한 아들이 옥녀와 성교를 하느라 세월가는 줄 모르고 또 딸년과도 농탕질에 빠져 있다는 소식을 들은 유교씨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게 한숨이 나왔다. 그대로 방치해두면 아들이 죽을지도 몰랐다. 하늘에 하소연도 해보고 땅에 대고 통곡해 보아도 천신과 지신은 그녀의 답답한 심정을 모르는지 묵묵부답이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꼬?” 따지고 보면 여느 사내들은 옥녀의 궁궐에 문지기로만 가도 크게 출세한 셈이다. 궁궐 안에서 하다못해 똥간을 치는 일을 맡아도 그건 더 큰 출세이다. 옥녀의 똥구멍을 닦는 일마저도 더할 나위 없이 크나큰 광영이다. 그런 살벌한 궁궐에서 소년 헌원이 모녀를 동시에 ‘잡아먹은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바라고 또 바라도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축복이라도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없었다. 허나 유교씨의 생각은 달랐다. 용의 기운을 듬뿍 타고 난 아들놈이 시시하게 늑대나 호랑이의 화신인 인간들과 어울리고 또 옥녀의 궁궐에 들어간 것도 그렇거니와 농탕질에 빠져 있다니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이러고서야 장차 어떻게 천하를 도모할 수 있단 말인가? 속이 재가 되어 아이의 아비한테 하소연했으나 ‘두고 봅시다’라는 냉정한 한 마디뿐이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내가 직접 가서 데려와야겠다.” 옥녀의 궁궐은 사방 백리에 호위가 어찌나 엄한지 접근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호위를 서는 사내들 모두 야수처럼 생기고 행동하는 것 또한 짐승처럼 야만이라 뚫고 들어가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유교씨는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파랑새에게 뇌물을 듬뿍 주어 겨우 궁궐 대문 아래에서 잠깐 만날 수 있었다. 1년 만에 보는 아들은 예전의 소년이 아니었다. 몸집도 커지고 말투도 달라졌으며 행동도 의젓해졌다. 내 아들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유교씨는 힘겹게 아들을 만났으나 그런 아들이 낯설고 미워져 대뜸 소리를 질렀다. “이놈의 자식! 당장 여기를 떠나거라. 너는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다.” 어미는 하늘이 무너지는데도 아들은 그저 싱긋 웃었다. “어머니께서 이 소자에게 바라는 것은 장차 큰일을 하는 것 아닙니까?” 아들놈이 농탕질에 빠져 대업을 까맣게 잊은 줄 알았는데 그래도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한숨이 놓였다. “바로 그 대업을 이루기 위해 이곳을 떠나라는 것이다!” “아닙니다. 소자는 이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것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사옵니다.” “세 가지 이유라니?” 소년이 장차 큰일을 하려면 세상을 많이 배워야 한다. 천하의 권력이 집중된 왕모의 궁궐에서는 배울 것이 많다. 첫째,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 둘째, 궁궐의 크고 작은 일들을 모조리 배우고 일일이 파악해야 한다. 셋째, 궁궐에서 자리를 굳히려면 주인에게 기여를 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이루려면 계속 궁궐에 머물러야 한다. 아들의 이야기가 끝나자 엄마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기쁜 마음으로 돌아서갔다. 소년이 입궁한 후로 아신은 찬밥 신세가 되었다. 주인이 찾지도 않고 불러주지도 않았다. 옥녀와 재미를 볼 수 없는 것은 그렇다 치고 권력의 변두리로 밀려날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영 묻혀버릴 수도 있었다.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주인이 나를 찾지 않으면 내가 주인을 찾아가야 했다. 세상 존재는 아무리 강한 자도 때론 고독하고 적막하고 허무하고 허탈하고 슬퍼지기 마련이다. 천하왕모라 한들 다를 바가 아니다. 옥녀는 요즘 허탈함에 시달렸다. 헌원이 아소와 깊은 사랑에 빠진 후로 아예 옥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이었다. 눈치가 9단인 아신이 주인의 이런 심사를 모를 리 없었다. 옥녀는 헌원과 성교를 맺은 이후 개명수와 우돌은 떠올리기만 해도 징그러웠다. 혹 다른 사내가 있는가 하여 위로 훑고 아래로 살펴보았다. 그래도 사람 맛이 나는 것은 아신뿐이었다. 이 궁리 저 궁리에 똥 궁리까지 굴리느라 오밤중이 되었는데도 잠이 통 오지를 않았다. 이럴 땐 꿩 대신 닭이라도 잡으면 된다. 잠을 청해보려 눈을 지그시 감았다. 나비가 꽃을 찾아 날아든다. 나비가 오랫동안 꽃을 만나지 못했는지 날개짓이 처절하다. 아예 꽃 속에 파묻혀 살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꽃도 오랫동안 나비의 방문이 없어 시들어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때 시녀가 아신이 찾아왔다고 주인에게 고했다. 시들던 꽃이 단비를 맞아 소생할 기회가 저절로 찾아온 것이다. 야심한 밤에 남녀가 서로 짝꿍이 맞아 상봉한다면 무슨 짓을 벌일까? 불 보듯 빤한 일이다. 아신이 나타나자 허기에 굶주린 옥녀는 악어 입이 되어 쫙 벌어졌다. 애잔한 대화는 필요없다. 시끄러운 소음에 불과할 뿐이다. 정곡에 닿지 못하는 손놀림은 귀찮다. 활활 타오른 불길에 물을 붓는 것이 급선무다. 허나 잔꾀가 많은 아신은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았다. “언젠가 여왕님께서 급하게 먹는 음식이 체한다고 소인에게 가르쳤습죠. 일단 먼저 그간 육신에 뭉친 응어리부터 풀어드리겠나이다.” 아신이 주인의 어깨부터 주물고 그 유연한 손끝이 내리막을 타고 발끝까지 흘러내린다. 중요한 부위를 만나면 힘을 조절해가며 옥녀의 마음을 할랑거리게 만든다. 핵심 부위는 소중히 다루면서도 온갖 기교를 부려 여인이 주체 못할 지경에 이르게 했다. 아신이 이렇게 하는 것은 용양신(龍陽臣: 색으로 여주인을 섬기는 신하)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속셈도 있거니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희의 절차를 생략하고 본 무대에 대뜸 진입하면 당해내기가 어렵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즉 전희로 반쯤 죽여놓지 않으면 악어 입을 채우기가 너무 버겁기 때문이었다. 옥녀는 아신의 이런 간계를 뻔히 알면서도 몸 구석구석을 누벼주는 것이 싫지 않아 슬며시 눈을 감고는 그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아신은 오랜만에 만난 기회라 탈진해 쓰러질 때까지 최선을 다했다. 비록 사내로서 변변치 않지만 처절하게 노력하는 아신에게 옥녀는 미약하나마 감동을 받았다. “아! 역시 구관이 명관이로구나!” 흡족해하는 옥녀의 모습을 본 아신은 미리 짜놓은 각본에 따라 작전 개시에 들어갔다. “저, 저, 소신이 긴히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사내가 사내답지 못하게 ‘저, 저’로 뜸을 들이는 처사가 못마땅해 옥녀는 대뜸 소리를 질렀다. “할 말이 있으면 사내답게 얼른 하거라.” “요즘도 여왕님의 꿈에 용이 나타나옵니까?” “그건 왜 묻는 거냐? “단지 궁금해서 여쭙고자 합니다.” “자네는 궁금해하는 것이 천성이로구나.” “그렇긴 하오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중요한 사안을 여왕님께 아뢰지 못하면 밤잠을 못 이루나이다.” 아신이 자못 진지한 태도를 보이자 옥녀는 나무람을 그만두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내가 진실을 말하리다. 요즘엔 꿈에서 용이 사라져 마음이 아주 편안하느니라.” “그러시다면 다행이라 여기겠지만 소신은 오히려 그것이 더 마음에 걸립니다.” 옥녀가 버럭 화를 냈다. “네 이놈, 그렇다면 너는 내가 악몽에 시달리기를 바라는 것이더냐?” “소신이 어찌 그런 못된 궁리를 하겠나이까? 소신의 뜻은... 헌원이 곁에 있으니 여왕님의 악몽이 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그 소년이 여왕님 주변에 머무는 것은 장차 화를 일으킬 것이라 예측되옵니다.” “화라 했느냐? 어찌 그렇게 생각하느냐?” 외모를 보면 간사하고 요사해 여왕의 비위를 거스르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을 것 같으나 의외로 아신은 늘 살살 몸을 사리면서도 할 말은 끝까지 하는 배짱이 있었다. “헌원이 궁궐에 들어온 것은 무슨 목적을 갖고 있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옥녀는 헌원을 헐뜯는 것에 화가 치밀었으나 일단 충신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목적이라, 그 목적이 뭐라 짐작하느냐?” “소신의 생각으로는 헌원이 장차 역모를 꾸밀 것 같은 예감이 머리를 떠나지 않사옵니다.” 역모라는 말에 옥녀의 눈이 하늘에 걸린 보름달이 되었다. 옥녀가 수천수만 년을 통치해왔는데 그동안 작은 마찰은 있었어도 역모나 도전 같은 것은 상상조차 없던 일이었다. 간혹 여인네들끼리의 갈등이 클 때도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기들끼리의 싸움일 뿐 권력에 대한 도전이 아니었다. 그냥 사내와 물질을 탐하는 질투라 할까, 그 이상의 폭풍은 없었다. 더욱이 사내들은 힘은 세지만 노예 신분으로서 시키는 일만 곰상곰상할 뿐 감히 도전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옥녀는 피식, 코웃음을 터트렸다. 매일 자시부터 해시까지 붙어 있어도 모자라는 젊디젊은 헌원과 아소는 날씨가 춥든 덥든 소나기가 내리든 벼락이 치든 폭우가 내리든 함박눈이 내리든 눈보라가 대지를 쓸어가든 바깥세상과는 아무 상관없이 붙고 또 붙었다. 날씨가 무더워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는 한여름에 헌원과 아소가 재미를 보고나니 바깥 산들바람이 그리웠다. 그럴 때는 정자를 찾는 것이 제격이다. 궁궐의 정자에 앉아 햇빛을 가리고 미약하게나마 산들바람을 들이마시자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궁궐의 9개 정자는 천 번의 봄을 맞고 천 번의 가을을 보냈으나 바닥이 대리석이요, 네 기둥은 옥으로 세워져 여전히 굳건했다. 다만 지붕이 문제였다. 옥돌을 가공하여 얹어놓아 굉장히 화려하지만 블록이 아닌 오목으로 되어 있어 비가 내리면 정자가 연못이 된다. 그래서 비가 온 뒤엔 어김없이 하인들이 물을 퍼내곤 했다. 헌원은 지붕을 바라보며 왜 오목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아소가 미소 지으며 나름대로 해석을 했다. “호호, 저 오목을 보고 있노라면 뭐가 떠오르죠?” 헌원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 아소를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그러다가 손길이 아소의 홍목단에 닿았다. 방금 전 침실에서 한바탕 성교를 하고 나왔음에도 두 남녀는 또다시 마음이 끓어올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탐했다. 젊은 남녀가 행복에 겨워 농탕질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옥녀였다. 그녀는 천천히 정자로 다가왔다. 마침 교접이 끝난 직후였다. “내가 아까부터 지켜보았는데 자네는 정자 지붕에 관심이 크더군.” “네, 그러하옵니다. 소인이 보건대 지붕이 오목으로 되어 있어 위엄이 부족합니다. 천하지존의 궁궐 정자라면 마땅히 그 위엄이 하늘을 찌르는 기상을 풍겨야 합니다.” 오목이 여인의 성기를 상징한다는 사실을 일부러 모른 체하면서 위엄을 늘어놓았다. 옥녀 시대엔 오목이야말로 가장 위엄을 과시하는 징표였다. 그러기에 옥녀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녀가 별 반응이 없자 이번엔 미관을 들고 나왔다. “소인의 생각으로는 궁궐 정자 지붕이 먼 곳에서 바라보아도 멋지게 한눈에 안겨야 하는데 오목은 눈에 띄지 않으니 위엄을 느낄 수 없습니다.” “음, 그렇다면 자네 생각을 말해보게나.” “오목을 버리고 블록으로 하되 날카롭게 지어 올려야 합니다.” “좋네. 3개월 말미를 줄 테니 새 정자를 만들어보게나.” 중대한 임무를 맡은 헌원이 아소와 시도때도 없이 하던 방사를 절제하고 오로지 일에 매진하였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3개월에서 보름이 남는 시점에 완성해냈다. 지붕 모양은 삼각형이며 경사가 가파르다. 본래 백옥이었던 기와를 벽옥으로 바꿔 대자연의 푸름과 어울려 조화가 굉장히 아름답다. 백리 밖에서 바라보아도 아름답고 위엄이 장대하다. 옥녀가 몹시 흡족해 9개의 정자 지붕을 전부 교체하도록 했다. 헌원의 기발한 착상에 가장 기뻐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아소였다. 그녀는 너무 감격해 헌원이 사랑하는 애인이 아니라 거인만큼, 아니 하늘만큼 커보였다. “만수무강에 도움이 되는 옥즙을 다려드릴까요? 정력에 좋은 산수유를 끓여 올릴까요?” “허허, 옥즙보다 산수유가 더 좋겠소. 헌데 산수유가 끓을 때까지 참을는지 모르겠소.” 헌원은 말을 마치기 바쁘게 아소를 번쩍 들어 침상에 내던졌다. 아소는 그 내동댕이침이 너무 좋아 호호홋 웃음과 함께 괴성을 내질렀다. 입궁 후 처음으로 큰일을 해낸 헌원은 마음이 몹시 흥분되었다. 그 흥분 덕분에 양물이 더욱 커져 자신감이 붙었고 양욕(陽欲)이 극에 이르렀다. 아직 입술을 물고 빨고 하는 전희가 시작되기도 전에 성난 황소가 되어 씩씩거렸다. 아소는 금세라도 세찬 파도가 밀려올까봐 걱정이었다. “잠깐 맘을 가라앉히고 흥분을 억제하세요. 교합엔 도가 있는 법이지요. 너무 성급하게 흥분하면 기가 상하고 너무 조급하게 본 무대에 진입하면 조루가 생긴답니다. 교합하고자 하면 우선 맘이 평화롭고 기가 조화로워야 합니다. 교합의 도에 따라 방사를 행하면 남녀에게 모두 이롭답니다.” 아소가 교합 시에 나타나는 여자의 오징(五徵)을 헌원에게 들려주었다. 첫째, 뺨이 발그레 상기되면 양물을 음핵에 대고 살살 가볍게 움직여준다. 둘째, 유두가 딴딴해지고 코에 땀이 맺히면 느릿느릿 삽입한다. 셋째, 목이 마르고 입술이 건조해져 침을 꼴깍 삼키면 양물을 천천히 음부에 대고 흔들면서 일렁거린다. 넷째, 음도가 윤활해지면 양물을 절도 있게 서서히 깊숙이 삽입한다. 다섯째, 많은 양의 분비물이 엉덩이 뒤로 흘러내리면 차츰차츰 양물을 빼낸다. “교합은 음과 양의 만남입니다. 음양교합에 있어 음정양동(陰靜陽動)이지만 동시에 음은 사랑하고 양은 베푸는 것(陰愛陽施)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상하고 섬세하게 베풀지 않고 일방통행 식의 교합은 음양 조화가 파괴되어 사내는 기가 손상되고, 여자는 두려워져 교합이 싫어집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인간뿐 아니라 대자연의 모든 동물이 그러합니다. 때문에 반드시 방법을 잘 사용하여 상대로 하여금 천천히 즐겁게 고조의 정점에 다다르게 이끌어야 합니다.” 아신은 굴러가는 세상에서 냄새를 잘 맞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이다. 개코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상황 판단이 예리하면서도 침착하고 두뇌가 명석하다. 그가 도전을 들먹인 것은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다. 그런데도 옥녀는 헌원의 인간 됨됨이를 운운하며 아신을 질책했다. 헌원은 왜 오목으로 된 정자 지붕을 경사가 가파른 삼각형 모양으로 고쳐놓았을까? 단지 궁궐의 미관과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서일까? 아신은 몇날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러나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궁궐 동쪽 빈 공터에 잔디가 돋아났다. 한 쌍의 미남미녀가 알몸으로 누워 있었다. 아신은 먼 거리에서 그들의 모습을 넌지시 지켜보았다. 백옥 같은 살색에 풍만하면서도 미끈한 미녀의 몸뚱이가 눈을 즐겁게 했다. 그러나 워낙 거리가 멀어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사내는 키가 구척이나 되어 보였는데 놀랍게도 거대한 물건이 몸 한가운데 붙어 있었다. 그 물건은 가히 세 번째 다리를 떠올릴 만큼 굉장했다. 미녀의 애무를 받아 흥분되었는지 그 거대한 물건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빳빳하게 직립한 상태였다. 미남미녀의 곁에 삼각 지붕의 정자와 오목형의 정자가 있었다. 아신은 어쩐지 삼각 지붕은 미남을, 오목 지붕은 미녀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아울러 삼각지붕은 헌원을, 오목지붕은 아소를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오목지붕은 옥녀의 형상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렇다면 헌원이 오목지붕을 블록지붕으로 바꿔놓은 것은 여자가 사내로 바뀐 것이 아닐까? 여자를 허물어버리고 사내를 세운 것은 남근이 여근을 대체하는 것이고 결국 따지고 보면 여왕에 대한 도전이 아닐까? 이는 역모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아신은 골똘히 생각하다가 옥녀에게 보고했다. 옥녀는 처음에는 아신의 횡설수설이라고 야단을 쳤으나 곰곰 생각해보니 정녕 그러한 것 같았다. 헌원이 정말로 그런 심보로 정자를 고쳤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옥녀는 즉시 헌원을 불러 따져 물었다. 그러나 먼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헌원의 마음을 알기 위해 슬쩍 떠보았다. “자네가 얼마 전에 고친 정자는 무척 마음에 드네.” “감사하옵니다.” “아, 그런데 정자를 고친 것이 무슨 의도가 있는가?” 헌원 역시 이미 눈치가 9단이었다. 궁궐에 들어와 살면서 옥녀에게 처세술을 배운 것이다. “의도라면... 여왕님께서 보시건대 정자의 미관이 좋고 위엄이 굉장하지 않습니까?” “음, 그것은 그러하지만.” “그것 외에 소인은 아무런 의도가 없사옵니다.” “그, 그렇지?” 옥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녀가 슬쩍 뒤로 물러서자 헌원이 이때다 싶었는지 다른 계획을 들이댔다. “소인은 웅대한 계획을 또 하나 갖고 있사옵니다. 여왕님께서 허락하실는지 몰라 감히 말씀 올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중이옵니다.” 옥녀는 귀가 솔깃하면서도 짐짓 먼 산을 바라보는 몸짓을 했다. “웅대한 계획이라 했느냐?” “그러하옵니다. 정자를 보시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소인의 심장이 멎을 만큼 감격했습니다. 그래서 더 크고 웅장한 공사를 벌여 보답하고 싶어졌습니다.” “계속해서 말해보게나.” “소인은 이 궁궐이 굉장히 아름답고 멋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땅 아래에 지어진 것이 늘 맘에 걸립니다.” 옥녀가 호랑이 눈으로 쏘아보며 물었다. “그것이 뭐가 문제더냐?” 헌원은 조금도 당황한 기색 없이 물 흐르듯 말을 이었다. “궁궐이 어디에 어떻게 지어졌는지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만민의 눈에 띄는 지상이 아닌 땅 아래에 있는 탓이라 사료되나이다. 그래서 소인이 밤잠을 설치며 고민을 했습니다. 만약 지상에 궁궐을 짓는다면, 외관을 아름답고 멋지게 또 웅장하고 위엄 있게 축조한다면 천하를 다스리는데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만민이 그 위엄에 압도당할 것입니다.” 헌원의 웅대하고 장대한 계획에 옥녀가 매혹되었다. 아니, 푹 빠져버렸다. 땅 위에 지어질 아름다운 궁궐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 상상 덕분에 옥녀의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져 하늘로 훨훨 날아올랐다.
244    5. 名婦誕生(황제와 소녀 연재) 댓글:  조회:4987  추천:0  2012-02-18
5. 名婦誕生: 명부탄생 소녀, 성에 눈뜨다 시간은 하느님과의 약속에 따라 한 치 오차도 없이 흐른다. 땅을 딛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누구한테 더 주고 덜 주고가 없이 공평하다. 그러나 인간은 각자 살아가는 인생길에서 시간을 느끼는 감각은 천차만별이다. 헌원과의 농탕질에 빠진 옥녀는 시간이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가버려 아쉽기만 하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계집을 알게 된 헌원도 예전보다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딱히 할 일이 없는 자, 곤경에 처한 자, 누군가를 죽도록 사모하지만 상봉할 수 없는 자에겐 하루가 삼추 같이 느리게만 느껴진다. 처참하게 망가진 아소는 백일이 백년처럼 길고 또 길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옥녀가 예고 없이 나타났다. “아소야, 아직도 헌원을 원망하고 있느냐?” 헌원이란 이름을 듣자 굳었던 얼굴에 희미하게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의 운명이겠지요. 소녀는 그 소년을 원망해본 적이 없사옵니다.” “운명? 그래, 운명이지. 여인의 운명이란 그런 것이니라. 이 어미가 아무리 천하지존이지만 침상에서만큼은 때론 사내들에게 짓밟힐 때가 있느니라.” “소녀는 어찌하면 좋을까요?” 옥녀는 딸을 그윽하게 바라보다가 모든 것을 전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이 수천년 동안 살아오면서 터득한 성교의 기쁨을 알려주기로 한 것이다. “네가 이 어미의 환생이 되려면 강하고 또 강해져야 하느니라. 쉽지 않겠지만 지난 일은 깨끗이 잊거라. 이 어미가 예전에 너에게 육체적으로 사내를 다루는 비법만 전수했던 것이 잘못이었구나. 이제부터는 정신적으로 사내를 이기는 기교를 전수해주마.” 그날 이후 아소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유명한 교접의 달인인 여인네들로부터 천하명부(天下名婦)의 도를 전수받았다. 드디어 백일이 지났다. 헌원이 다급하게 아소의 침실에 나타났다. 소녀가 14년 동안 귀중하게 지켜왔던 꽃잎이 여자로서 넘어야 할 고비를 넘었을 뿐 외모는 변한 게 없었다. 수정 같이 맑은 눈, 짙은 검은 눈썹이 버들잎처럼 그려져 있고, 오뚝 날이 선 코, 백옥 같이 맑은 얼굴에 살짝 파인 보조개, 앵두 같은 입술은 여전했다. 다만 쳐다보는 눈에 갈쌍갈쌍한 홍루가 애처로워 보였다. “저, 여리고 여린 것을 내가...” 헌원의 마음속 깊이 후회가 밀려왔다. 그 얼굴에 반성의 표정이 그려지자 아소는 해맑은 웃음을 짓고는 가늘고 고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소녀는 한번도 원망을 해본 적이 없사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마주한 김에 저의 생각했던 바를 얘기하고자 합니다.” 아소가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자 헌원은 당황했다. “그대는 공주이니 말을 놓으시지요.” “그럴 순 없어요. 소녀는 어머니의 후광을 업고 있을 뿐 스스로 해낸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지요. 그대는 어린 나이에 이미 여러 가지 발명을 해내 어머니를 비롯한 뭇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잘 알겠소. 그렇다면 나에게 할 말이란 무엇이오?” “그대는 세상에 없던 것들을 발명하느라 사물에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어요. 헌데 유감스런 것은 여자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는 것이지요.” 헌원은 그 말에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지금 세상을 보면 여자가 강자이고 사내가 약자이나 육체적 힘으로 말하면 사내가 강자이고 여자는 약자이기에 마땅히 배려가 필요하지요. 하물며 소녀 같이 여린 자는 더욱 배려가 필요하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배려를 뜻하나요?” “사내가 여린 여자를 접할 때 처음엔 보물을 다루듯 가볍고 귀중하게 대해야 하며, 고조에 이르면 길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여겨도 좋습니다. 교접하고자 하면 사내는 쉽게 흥분하는데 비해 여자의 몸은 천천히 달아오르기에 사내가 먼저 여자의 흥분을 일으키는 전희가 꼭 필요하지요. 마치 노래를 부르기 전에 전주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대는 어떤 전희를 바라는 것이오?” 아소가 헌원의 귀에 대고 전희란 무엇인가를 들려주었다. 보편적인 전희의 첫 동작은 손을 어루만지는 것이다. 손바닥이 손등보다 감각이 예민하므로 먼저 손바닥을 살살 만지다가 살짝 힘주어 꽉 잡으면 여자가 찡한 느낌을 받는다. 다음 동작은 사내가 여자를 포옹하는 것이다. 느슨하지도 않고 너무 숨막히지 않게 적당히 꼭 껴안는 것이 핵심이다. 그 다음으로 꼭 껴안은 채 사내의 입으로 여자의 입술을 포개주고 혀를 들이밀어 혀와 혀가 장난치게 하고 여자의 혀를 빨아낸다. 또 사내의 혀로 여자의 입안 구석구석을 골고루 누벼준다. 이쯤 되면 혀 밑에 2개의 구멍, 옥영(玉英)과 화지(華池)가 있는데 평소엔 잠룡처럼 숨어 있던 것이 활짝 열리며 단내를 풍긴다. 남녀가 입맞춤할 때 단내가 나는 것은 이 두 구멍이 열리기 때문이다. 입맞춤을 진하게 하면 여자는 사내가 젖가슴, 엉덩이 등 귀한 부위를 만져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먼저 손으로 젖가슴을 살살 만져주다가 엄지와 중지로 젖꼭지를 잡고 검지로 살살 긁어준 다음 혀로 애무하고 아프지 않게 슬며시 젖꼭지를 물어주면 거리가 떨어져 있는 음부에 대뜸 신호가 전달되어 움찔거린다. 그쯤에서 그치지 말고 양 젖가슴을 번갈아가며 골고루 만지고 빨아주는 것이 좋다. 엉덩이는 음부와 가장 근거리에 있고 이성의 손이 닿으면 흥분이 빨리 온다. 엉덩이는 손바닥으로 만지다가 아프지 않을 만큼 꽉 움켜쥐는 것이 좋다. 또 아프지 않게 손바닥으로 철썩 때려주면 친근감이 배가 된다. “전희는 시간적으로 너무 짧으면 도달해야 할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너무 길면 지루해지기 때문에 낭패를 보지요. 가장 효과를 보려면 일각(一刻: 대략 15분)이 좋답니다.” 여기까지 얘기하고 나니 아소의 눈은 음욕으로 촉촉이 젖었고 아랫도리가 질퍽해졌다. 손은 저도 모르게 앞으로 뻗어 소년의 양물을 만지고 있었다. 그것은 돌덩이처럼 땅땅해졌다. 소년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서로가 서로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녀는 서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전희는 교합의 달인인 여인네들로부터 전수 받은 것이고 나머지 고조에 이르는 전희는 가끔 꿈결에 나타나는 생식을 관장하는 달 속의 월정 상아에게서 배운 것이다. “사내들이 흔히 교합의 주인공인 여자의 음부를 살펴보지 않고 허겁지겁 서둘러 급히 돌진하는데, 그런 식의 교합은 실패랍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소?” “우선 홍목단을 똑바로 들여다보세요. 홍목단의 변화를 확인하고 본 무대에 진입해야 마땅하옵니다.” 백옥산 밑에 맑은 샘물이 있다. 샘물은 외음순이란 덮개로 덮여 있다. 샘물 위쪽에 도드라진 작은 고추가 있으니 바로 음핵이다. 소녀는 자신의 두 다리를 한껏 벌려 소년의 눈앞에 펼쳐보였다. “덮개를 열어보세요. 본래 우윳빛 색이었는데 흥분되니 복사꽃처럼 발그레하지요.” 소년은 눈을 크게 뜨고 소녀의 흰 다리 사이에 검푸스름하게 자리잡고 있는 홍목단을 살폈다. 과연 복사꽃처럼 붉은색이었다. “큰 덮개 밑에 내음순이란 벽이 있어요. 그 벽이 빨간 장미꽃처럼 붉게 피어야 음호(陰戶)가 대문짝처럼 활짝 열린답니다.” “어찌하면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소?” “왼손으로 제 젖가슴을 잡으세요. 오른손 검지로 내 음부에 있는 작은 고추를 위쪽으로 살살 긁으세요.” 소년이 그대로 하자 소녀가 몸을 비틀며 자지러지게 신음했다. “아, 너무 흥분돼요. 그러나 손가락은 절대 넣지 마세요. 만약 손가락으로 헤집어 놓으면 자극은 절정에 이르지만 양물이 들어오는 통로가 균에 감염되기 십상이지요. 그리고 손가락은 가늘고 길어서 음부를 이리저리 구석구석 헤집어놓을 수 있지만 양물은 그렇게 할 수 없어 교합의 재미가 떨어지기 마련이지요.” “잘 알겠소. 이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전희는 무엇이오?” “엄지를 위에 얹고 검지·장지·약지 세 손가락을 모아 홍목단을 지그시 누르고 떼고를 3차례 반복한 후 한번 힘을 넣어 압박을 가하세요.” 이쯤에 이르러 소녀의 내벽이 빨간 장미가 되었고 몸은 하늘을 통째로 받아들일 준비가 완료되었다. 저도 모르게 두 다리가 경련을 일으키면서 소년의 몸을 힘껏 끌어당겼다. 온몸이 극도로 달아올랐다.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사내를 간절히 원하는 경지에 이르렀으며 통로는 열릴 대로 활짝 열렸다. 여인의 통로는 나무로 만든 것이 아니다. 때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고 좁아질 수도 있는 탄성이 강하다. 천지간에 아무리 작고 좁은 구멍이라 해도 활짝 열리면 엄청 큰 작대기도 모래밭에 말뚝박기다. 소녀는 소년의 귀에 속삭였다. “한숨에 삽입하지 말고 절주(박자, 리듬) 있게 넣으세요.” “절주라 했소?” “네. 절주요. 절도 있게 차례차례 넣는다는 뜻입니다. 먼저 귀두로 꽃잎을 살살 비비세요. 입맞춤과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이고 본격적인 교합을 알리는 인사랍니다. 그리고 여인이 얻는 짜릿한 자극이 일품이지요.” 교합 시 양물 전체를 단숨에 콱 박아넣는 것은 금물이다. 양물을 4개로 나눠 첫 1/4을 천천히 삽입한 뒤 5번쯤 넣고빼고를 반복한다. 그 다음 2/4를 넣어 10번 정도 되풀이하면 여인은 그 자극에 미쳐버린다. 빨리 전체를 콱 박아달라고 애원한다. 양물 전체가 들어오지 않으면 곧 죽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전체를 쑤욱 넣는다. 바야흐로 여인은 쾌감의 절정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소년이 그 말을 따라 처음에 1/4을 넣고 그 다음에 반을 넣고 마지막으로 전부를 집어넣자 소녀는 교태스런 비명을 내질렀다. 소녀는 백일 전에 최후 보루가 터져버렸기에 가시를 걷어낸 장미가 되어 소년의 양물을 시원스레 받고 또 받았다. 노래의 묘미는 강약의 절주에 있다. 어떤 노래이든 강약이 있어야 듣기 좋고 아울러 청중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 교합도 같은 이치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있는 힘을 다해 밀어붙이면 사랑의 행위가 아니라 달리기 시합에 불과하다. 처음엔 작은 힘으로 느리게 구르다가 점차 힘을 가하고 속도를 붙여 달려야 한다. 무릇 사내들은 이 절차를 잊어서는 안 된다. 한 번의 교합에서 소녀가 배운 것을 모두 실천하기엔 무리였다. 그녀는 여러 가지 체위를 맛보고 싶었으나 그러기도 전에 이미 절정에 올라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이제 남은 것은 옥도(玉道)가 뜨끈해지고 온몸의 신경말초까지 짜릿함을 맛보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곡정(사내의 정액)을 받는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소년이 몸 안에서 폭탄이라도 터진 듯 온몸을 우수수 떤다. 지옥의 문턱에서 저승사자라도 본 듯 비명을 내지르며 가장 귀한 것을 옥도에 쏟아 부었다. 소녀는 흡족한 마음으로 가만히 있다가 소년의 등을 쓰다듬으며 다음 기술을 귀띔해주었다. “사내들은 물만 빼면 여인의 기분을 전혀 살피지 않고 먼지를 털듯 툭툭 털고 일어나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교합의 도를 몰라 그런 것이죠.” “그럼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요?” 소녀는 쾌감과 짜릿함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음문에 들어 있는 양물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었다. “단숨에 쑥 빼지 말고 서리 맞은 뱀이 풀밭을 기듯 느리고 또 느리게 빼야 합니다.” 그렇게 양물을 뺀 소년은 가로 얽혀 누운 자세로 왼팔은 소녀의 목 밑에 뻗고 오른팔은 위로 뻗어 가슴을 감싸 안았다. 다리와 다리를 서로 포개니 한 쌍의 원앙이 되었다. 소녀는 아랫도리가 얼얼하고 교합의 쾌감과 짜릿함이 남아 오랫동안 젖어 있었다. 그러나 소년은 교합의 단맛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딴 궁리를 했다. 소녀의 어미 옥녀는 얼굴에 비치는 홍조가 포도색인데 비해 소녀는 분홍색의 물앵두다. 전희를 즐기는 어미의 눈은 음욕으로 가득 찬 빛이 역력하나 소녀처럼 새초롬하게 촉촉이 젖지 않는다. 흥분하면 어미의 코는 큰 숨을 땅이 가라앉을 듯 씩씩 호흡하는데 비해 소녀의 코는 잔잔한 호흡으로 벌렁벌렁 거린다. 어미의 입은 세차게 앙다물다가도 악어 입처럼 쩍 벌어지는데 비해 소녀의 입은 곱게 오므리고 곱게 벌린다. 어미의 젖가슴은 물렁하게 익어버린 복숭아처럼 흐물흐물한데 비해 소녀의 젖가슴은 팽팽하게 잘 조여져 있다. 어미의 복부는 다산을 증명하듯 거미줄이 빡빡하게 그물을 틀고 있는데 비해 소녀의 복부는 티 한 점 없는 백옥처럼 깨끗하고 맑다. 어미의 음부는 숲이 무성하다 못해 수림을 이루고 있는데 비해 소녀의 음부는 숲이 전혀 없이 백옥산 한가운데 있는 샘물과도 같다. 어미의 엉덩이는 때리면 손바닥이 척 들어붙는데 비해 소녀의 엉덩이는 손바닥이 절로 튕겨진다. 어미의 음부는 발이 푹푹 빠져드는 갯벌에 말뚝박기라면 소녀의 음부는 풀기가 짙은 참땅에 말뚝박기처럼 빡빡하다. 소년이 눈을 데굴대다가 입을 열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소. 물어도 괜찮겠소?” “알몸으로 얽혀 있는 우리 사이에 못할 말이 무엇이 있겠어요!” “교접하기에 어떤 여인이 가장 좋나요?” 예로부터 홍상미판(鴻翔未判: 천계가 열린 14세 소녀)의 계집과 교접하면 여인의 기를 받아 회춘하여 장생불로했다. 어떤 부족민은 초경의 피를 받아 마시면 장생불로한다고 믿었다. 이런 여자가 1품이다. 출산 경험이 없는 20세 미만의 여인이 2품이고 20세부터 25세 사이의 출산 경험이 없는 여인은 입상측녀(入相則女)로 교접하면 사내의 정력에 도움이 된다. 입상측녀 조건은 천성이 온순하고, 기(氣)와 음성이 부드러우며, 머리칼은 가늘고 검고 약하며, 근육은 약하고 뼈는 가늘며, 키는 크지도 작지도 않게 맞춤해야 한다. 뚫어진 구멍이 높고, 음문 위에 털이 없고, 분비물이 많다. 교접할 때 분비액이 흘러넘치고, 몸이 요동치면 스스로 진정이 안 되고, 땀이 흘러 사방으로 흩어지고, 사내에게 곧잘 순응한다. 사내가 방중술의 법도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지라도 이런 여인과 교접하면 손상되지 않는다. 출산 경험이 있는 30세 이상의 여인이 3품이고 40세 이상의 여인은 폐품에 속한다. 여자와 교접하려면 되도록 젊고 아이를 낳지 않은 여자, 근육과 살이 탱탱한 여자, 실같이 가는 머리카락에 눈이 작은 여자, 눈동자의 희고 검음이 분명한 여자, 얼굴과 몸매가 부드럽고 매끈한 여자, 언어와 음성이 조화롭고 낮은 여자, 24지와 백 마디의 뼈가 다 같이 굴곡이 제대로 된 여자, 뼈가 굵지 않고 음부와 겨드랑이 아래에 털이 없거나 있더라도 가늘고 매끄러운 여자를 취해야 한다. 교접해서 좋지 않는 계집은 쑥대머리에 노린내 나는 여자, 망치처럼 굵고 맺힌 여자, 이가 보리처럼 누렇고 목소리가 걸걸한 여자, 입은 크고 코가 높은 여자, 눈의 정기가 혼탁한 여자, 입과 턱이 높고 수염 같은 털이 나고, 뼈마디가 높고 크고, 머리칼이 노랗고 살이 적고, 음모가 굵고 억세고, 털이 많고 거꾸로 나 있는 여자. 이런 여자와 교접하면 사내를 해친다. 그러므로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근육과 피부가 거칠면 교접하지 않는다, 몸매가 마른 여자와 교접하지 않는다, 사내 목소리처럼 거렁거렁한 여자와 교접하지 않는다, 음부가 냉한 여자와 교접하지 않는다, 정강이와 넓적다리에 털이 난 여자와 교접하지 않는다, 질투심이 센 여자와 교접하지 않는다, 쾌감을 못 느끼는 여자와 교접하지 않는다, 40이 넘은 여자와 교접하지 않는다, 몸이 항상 냉한 여자와 교접하지 않는다, 음모가 거꾸로 난 여자와 교접하지 않는다, 뼈가 강하고 단단한 여자와 교접하지 않는다, 겨드랑이에 냄새나는 여자와 교접하지 않는다, 음수(淫水)가 계속 흐르는 여자와 교접하지 않는다. 아소의 설명이 끝나자 헌원은 잘 알았다는 의미로 아소의 엉덩이를 가볍게 톡톡 때렸다. 두 사람이 교합할 때 소녀가 배운 비법을 모두 동원해 전희를 즐겼으나 빠뜨린 것이 있었다. 발을 애무하는 것이었다. 옥녀의 세 마리 파랑새 중에 한 마리는 다리가 셋이다. 그 말을 듣고 소녀가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세 번째 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다리가 세 개 달린 파랑새’라 불렀다. 어찌된 영문일까? 소녀가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해답을 찾았다. 그 파랑새는 수컷이었다. 수컷의 상징인 양물을 세 번째 다리라 부르는 것이다. 본래 까마귀는 태양을 등에 지고 바람을 타면서 동에서 서로 날아간다. 사람들은 그런 까마귀를 그릴 때 당연히 두 개의 다리를 그렸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요즘 들어서는 조개껍질이나 토기에 다리가 세 개 달린 까마귀를 그리는 바람이 일었다. 옥녀는 처음에 그 그림을 보았을 때 미련한 인간들이 새로운 그림 기법을 발견해냈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아 하니 사내들이 은근슬쩍 다리가 세 개 달린 까마귀를 숭배하고 있지 않은가. 다리가 하나 더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단순히 수컷과 암컷의 구분이 아니라 유무(有無)에 무게를 두는 풍조였다. 즉 유는 자랑스럽고 무는 무시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이었다. 여인천하의 세상이 사내천하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었다. 다리가 세 개 달린 까마귀, 즉 삼족오를 숭배하는 것은 결국 사내들이 여자를 무시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니 주인과 노예의 위치가 바뀌는 결과가 도래하지 않을까? 이런 우려 때문에 옥녀는 슬그머니 신경이 쓰였다. 실제로 세월이 흐르고 흘러 중국, 한반도, 일본열도에서 삼족오 숭배에 열을 올렸고, 여자의 발도 성기를 상징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이에 가장 집착한 곳이 중국이다. 중국인은 한 술 더 떠 발이 작으면 여자의 음부도 작고 좁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고 소족(小足) 숭배 문화가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양귀비의 발은 손이 작은 여자의 한 뼘도 안 되었다고 전해진다. 아마 양귀비가 천하제일 미녀로 평가 받는데는 그녀의 소족이 한몫 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 의해 송나라에 이르러 여아의 발이 자라지 못하게 꽁꽁 묶는 ‘전족(纏足)’이 생겨났다. “다리 세 개 달린 새가 우리 사랑과 무슨 관련이 있소?” 소녀가 눈을 곱게 흘기며 대답했다. “당연히 관련이 있지요. 그대의 세 번째 다리 힘으로 소녀를 꼭꼭 누르고, 또 그것을 무기로 삼아 소녀를 무시하면 어떡하죠?” 소년이 소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그럴 리는 없소. 내가 아무리 다리가 세 개일지언정 그대에게는 음부가 있지 않소. 음부가 없으면 세 번째 다리도 아무런 쓸모가 없소.” “맞아요. 이제 소녀의 발을 보세요.” 백옥 같은 소녀의 발은 키에 비해 굉장히 작았다. 깜찍하다 못해 깨물어 먹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아! 발이 작고 고우니 소녀의 옹골도 작고 좁아 촘촘했구나! 소년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어 소녀의 발을 만지작거리고 다섯 발가락을 손바닥으로 하나씩 애무하니 성욕의 신호가 대뜸 음부에 전달되었다. 소년은 이제 발을 입에 갖다 대고 빨기 시작했다. 발은 전신의 경락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라 젖가슴과 엉덩이 못지않게 성욕을 자극하는 부위이다. 소녀가 자지러지게 흥분했다. “잠깐 멈추세요. 저기 저 포도송이를 발가락 사이에 끼우고 손으로 조여 터트려주세요. 그리고 발정난 수소처럼 암소의 옹골을 빨듯 혀로 발가락을 잘근잘근 빨아주세요.” 발을 이렇게 애무하면 다른 부위의 애무가 없이도 여인은 이미 주체 못할 만큼 흐물흐물해지고, 음부는 물을 부은 것처럼 흥건히 젖는다. 소년과 소녀의 발 애무는 3천년 후 서문경과 반금련의 농탕질에 사용되었고 이 이야기는 명나라 소소생(笑笑生)의 소설 《금병매》에 등장했다. 고대 한반도에도 이와 같은 발 애무법이 분명 있을 터이지만 사료에 등장한 것이 없었다. 조선인들 역시 여인의 발을 성기로 여겼다. 사대부집 여인네들은 맨발을 외간 사내에게 보이는 것은 곧 음부를 노출하는 것과 같다고 여겨 항상 버선을 신어 꽁꽁 숨겼다.
243    재한조선족의 불미스런 택시문화 댓글:  조회:9174  추천:39  2012-02-16
  “중국사람(한국인은 조선족을 중국 사람이라 부른다)태우기가 겁나요.” 서울 대림동에 살고 있는 한국택시기사의 말이다. 실제로 가리봉을 낀 남구로역 부근과 조선족이 가장 밀집된 대림역일대에서 한국택시기사들은 조선족을 태우기 싫어하는 사례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리봉 혹은 대림 일대에 살고 있는 눈뜬 조선족이라면 한국택시기사들이 조선족들의 불미스런 행위 때문에 겪고 있는 고충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한국택시기사들은 손님이 차에 오르면 “어디로 모실까요?”라고 묻고 손님이 목적지를 말하면 “어떻게 갈까요?”라고 예의적으로 묻는다. 가는 길이 여러 갈래이니 손님이 알고 있는 길을 존중하기 위함이다. 이럴 경우 일부 조선족은 “알아서 갈 것이지 왜 그런 걸 묻는가?”고 버럭 화를 낸다. 아무 일도 아닌 걸 갖고 걸고 드는 식으로 기사를 대하니 기사는 기분이 나빠지기 일쑤이다. 가령 출퇴근시간 때에 막히는 길을 피해 다른 길로 가면 사기라고 난동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또 가령 택시요금이 전번에 탔을 때에 비해 몇 백원 혹은 천원쯤 더 나와도 사기라고 지랄지랄 하며 싸운다. 한국택시는 금연이 많다. 일부  조선족은 택시에 앉으면 금연을 무시하고 담배를 태우는 경우가 많은데 기사가 한 소리 하면 제쪽에서 화를 내며 싸운다. 몇 시간을 타는 것도 아니고 길어야 이삼십 분 되는 사이도 참지 못해 금연을 무시하고 자기 맘대로 하니 정말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다투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한국택시기사들이 하소연한다. 술 만취해 차 안에 오바이트 해놓고도 세차비를 내라면 오히려 잘못을 저지른 쪽에서 큰소리로 을러멘다. 남구로역과 대림역 일대를 지나는 경험 있는 택시기사들은 안으로 문을 잠근다. 술 취한 조선족이 달리는 차마저 문을 열어 제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기다리던 손님이 택시가 도착하면 먼저 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조선족은 자기 앞서 택시를 잡아탄다고 입에 담지 못할 상욕을 한다. 또 먼저 기다리던 손님이 차에 오르면 밀쳐내고, 타는 무지막지한 술 취한 조선족도 가끔 있다. 택시기사가 무서워 태우지 않으려고 하면 차에 발길질 해대고 기사에게 한바탕 상욕을 퍼붓는다. 이런 저런 마찰로 기사가 경찰에 신고하면 한국경찰을 우습게 여기는 조선족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강에 가면 강에 맞는 노래를 불러야 하고 산에 가면 산에 맞는 노래를 부르라는 속담이 있다. 뜻인즉 인간이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반드시 당지 풍토(사회질서를 포함한 모든 문화)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국은 조선족에게 있어서 할아버지 고향이지만 반세기 넘게 다른 이념과 사상을 포함한 중국이란 타문화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낯설고 이질적인 것이 굉장히 많다. 그러므로 조선족은 한국 땅에서 정착하려면 반드시 중국에서 지니고 온 낮은 차원의 문화를 버리고 선진적인 한국문화에 적응하기에 노력해야 하며 특히 한국 사회질서를 잘 지키기에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한국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가 있다. 그렇지 않고 몸에 배인 낙후한 문화를 고집하면서 불미스런 일을 저지르면서 살아간다면 한국인과의 융합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국인으로부터 미움을 사 두 집단 간의 벽만 점점 더 높아가고 있다. 그중 일부는 택시기사와 분쟁이 생겨 협박죄, 파손죄 혹은 폭행사건으로 입건되어 형사처벌 받는 사례도 있다. 결과를 따지자면 손해 보는 쪽은 조선족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42    4. 神魂顚倒(황제와 소녀 연재) 댓글:  조회:4223  추천:0  2012-02-14
4. 神魂顚倒: 신혼전도 헌원이 그 양물로 여인의 정신을 잃게 하다 미소년을 자기 옆에 두는 오랫동안 품었던 숙원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옥녀는 기쁘고 또 기뻤다. 그를 볼 때마다 흥분에 겨워 몸을 가눌 수 없다. 본래 소년의 발명 재주가 욕심나 불러들이려던 것이 커다란 양물의 재미까지 보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것이었다. 옥녀는 과연 생식의 여왕답게 음욕이 왕성하기로 주체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먹고 또 먹어도 굶주린 배가 채워지지 않았다. 불타는 육체에 물을 뿌리면 당연히 식게 된다. 그녀는 갈증이 일어 물을 쉼 없이 마시고 또 마신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바닷물을 마신 것처럼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더해만 갔다. 옥녀는 왕모답지 않게 체통을 버리고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헌원에게 치근덕거렸다. 여인의 옷깃을 스치기만 해도 마른 장작이 되어 활활 타오르는 젊은 소년보다 이미 정오를 넘긴 여인이 오히려 굶주리고 있었다. 그녀의 탐욕은 밑 빠진 항아리였다. 정력이 왕성한 소년이 뜨거운 애액을 한 바가지씩 퍼부어도 여인은 온데간데없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여전히 부어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소년은 물렁하게 익어버린 복숭아보다 갓 물이 오른 물앵두가 좋았다. 그러기에 옥녀 곁에 있어도 늘 지금쯤 물앵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했다. 호된 신고식을 치르느라 혼절한 아소는 그날 밤 악몽을 꾸었다. 구곡폭포가 있는 산속에 물앵두가 아름답게 영글었다. 한 소년이 나타나더니 군침을 꼴깍 삼켰다. 얼마나 허기졌는지 조심스레 따는 것이 아니라 아예 가지 채 거칠게 훑었다. 예고 없이 당한 물앵두는 아프다는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으깨어져 소년의 손을 붉게 물들였다. 소년의 손바닥은 터져버린 앵두와 망가진 푸른 이파리가 뒤섞였다. 이렇게 앵두는 가지와 이파리까지 송두리 채 소년에게 먹혀버렸다. 앵두는 너무나 고통스러워 본능적으로 손으로 밀고 발로 차는 헛동작을 끝없이 반복했다. 깨어보니 식은땀이 온몸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꿈은 꿈으로 남는 것도 있고 현실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소녀는 꿈이 그냥 꿈으로 끝나버린다면 좋겠지만 현실로 나타났기에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소녀는 소년이 밉지 않다. 왜 그런지 그녀 자신도 모를 일이었다. 마음속 깊숙이 소년이 자리 잡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보고 싶었다. 그때 나이든 시녀가 고개를 저으며 일러주었다. “공주님의 몸이 완전히 회복되어 소년을 만나 교접을 즐기기까지는 백일이 걸려야 합니다.” “백일이라구요? 아, 그 시간은 너무 길어요.” 아소는 큰 절망에 빠졌으나 그 소식을 들은 옥녀는 속으로 무척 기뻐했다. “하하. 백일 동안 헌원은 오로지 나의 차지로구나.” 세상만물 중에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천하지존인 왕모라 하여 다를 바가 없었다. 그녀는 헌원이 궁궐로 들어온 이후 깊은 갈등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고민이 심각했다. 헌원이 나타나기 전에는 모든 일이 일사천리였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못했다. 천신들이나 신선들과 성교를 할 때는 아무 체위나 상관없었다. 홍목단을 하늘을 향하고 눕든, 땅을 향해 엎드리든, 옆으로 가로 눕든, 네 발 짐승처럼 엉거주춤하든, 두 발은 땅에 딛고 두 팔로는 침상을 짚는 자세이든, 개가 오줌을 눌 때 한쪽 다리를 드는 자세이든 그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아무런 체위로 교합을 한다 해도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교를 가졌다는 자체가 중요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 또 천신과 신선들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기 때문에 아무런 다툼이 없었다. 또 인간 사내들을 상대할 때는 가혹하게 다스렸기 때문에 감히 그녀에게 불손한 마음을 먹지 못했다. 그렇다면 옥녀는 사내들을 어떻게 다스렸을까? 우선 온 천하에 사자를 파견하여 체격이 건장한 사내들을 모조리 붙잡아 들였다. 그녀의 경험에 의하면 산이 커야 그림자도 큰 법이다. 사내는 체격이 커야 세 번째 다리도 컸다. 그러나 그 다리는 평소에는 아주 작은 오이에 불과했다. 그것을 화를 내게 해 육모방망이로 만들어야 했다. 옥녀는 어떻게 하면 사내의 양물이 화가 날 수 있을까 궁리했다. 그리하여 가혹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대들보에 거꾸로 달아매놓고 쇠가죽 채찍으로 정수리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그러면 사내들이 크게 노하는데 세 번째 다리도 덩달아 커졌다. 그 양물은 가늘면 안 되고, 대가리가 너무 꼬부라져도 안 되고, 깝질이 머리끝까지 덮여 있어도 안 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굵고 길고 꼿꼿하고 귀두가 벗겨진 것이다. 일단 이것이 첫 관문이다. 두 번째로는 반듯이 누워 두 다리를 쳐들게 하고 마른 생선으로 발바닥을 두들겨 댄다. 발바닥은 전신의 경락이 통하는 혈의 집거지로서 반응이 예민하다. 따라서 발바닥을 자극하면 양물이 금세 반응한다. 이는 사내뿐만 아니라 계집 역시 마찬가지다. 계집의 발바닥과 발가락은 젖가슴과 엉덩이 못지않게 성적 충동에 민감하다. 세 번째는 팔딱거리는 잉어를 양물 끝에 대고 비빈다. 옥녀가 천하를 다스리던 시대엔 질병, 전쟁,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평균수명이 20살 안팎이었으며 생존율은 30%가 되지 못했다. 한 부족의 최대 관심사는 종족의 보존, 즉 어떻게 해서든지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르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여자가 숭배 대상이 되었고 특히 여음(女陰)은 온 세상 최고의 영물이었다. 또한 동물 중에서도 가장 새끼를 많이 낳은 동물을 숭배했다. 그것은 바로 바다와 강물에 사는 물고기들이었다. 그들은 한꺼번에 수천 마리씩 알을 낳았다. 그중에서도 잉어는 사람들에게 친숙했다. 잉어 두 마리를 포개 놓으면 여음과 똑닮았다. 그리하여 잉어는 전형적인 여음의 상징이 되었다. 옥녀는 이런 믿음을 갖고 사내를 흥분시킬 때 잉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옥녀가 직접 잉어를 사내들의 양물 끝에 대고 비비면 거짓말 같이 벌떡벌떡 살아나 용을 쓴다. 네 번째로는 삼천년에 한 번 열매 맺는 복숭아를 사내의 양물 끝에 대고 비벼댄다. 그 시절에 인간들은 주로 열매로 배를 채우며 생명을 유지했다. 그래서 열매 역시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복숭아는 열매 중의 왕이다. 그 모습이 여음과 가장 닮았기 때문이었다. 옥녀가 반도원을 애지중지 가꾸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녀의 홍목단을 한번이라도 본 사내는 정말 복숭아를 닮았다고 말한다. 옥녀가 복숭아를 비벼대는데도 양물이 빳빳하게 발기되지 않으면 당장 가혹한 형벌이 떨어졌다. 이렇게 4개 관문을 거쳐 합격된 사내는 옥녀의 교합 상대로 선정된다. 수많은 합격자 중에 개명수와 우돌, 육오가 가장 으뜸이다. 그들의 양물은 우람지고 힘이 천하장사이다. 그러나 아무리 천하장사인 개명수와 우돌, 육오라 할지라도 옥녀 앞에 서면 꼼짝도 하지 못한다. 옥녀가 “누워!”라고 소리치면 즉시 누워야 했고, “꽂아!”라고 소리치면 즉각 양물을 넣어야 했다. 누구든 자기가 주도를 할라치면 이승을 떠나 저승의 염라대왕의 먹잇감이 되었다. 옥녀는 개명수를 비롯해 수많은 사내들과 교합할 때 여하남상의 체위를 거부해왔다. 항상 사내들을 반듯이 눕게 하고 그 위에 올라타 달리고 또 달렸다. 천마가 되는 것이다. 온 대지를 맘껏 누비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천마도 달리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그녀는 달리다 지치면 네 발 짐승의 자세를 취하고 사내가 뒤에서 양물을 넣고 비를 쏟게 했다. 옥녀가 말달리기 체위를 고집하는 이유는 사내를 정복한다는 만족감에 푹 빠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쉽게 지치고 매번 반복되기 때문에 따분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쾌감과 짜릿함으로 충만되어야 할 교합이 억지로 딴 과일처럼 떫고 씁쓸하고 허무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천하지존의 자리를 보존하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싫은 음식을 먹고 또 먹어야 했다. 옥녀 역시 땅을 딛고 살아가기 때문에 고독하고 적막감의 포로가 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약삭빠른 아신을 불러들였다. 아신은 아무리 주인에게 무시당해도 개의치 않고 늘 간사한 웃음으로 옥녀의 기분을 살펴 처신했다. 웃는 얼굴에 누가 차마 침을 뱉으랴. 아신은 여인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었다. 어린애처럼 벼락 입맞춤도 해주고, 등 뒤에서 허리를 감싸 안아주고, 불룩 튀어나온 부위를 살살 만지다가도 때론 힘주어 가슴을 움켜쥐고, 떡판 같은 풍만한 엉덩이를 쓸어주다가도 살짝 때려주기도 했다. 신경 말초까지 자극받는 여인에게 불쑥불쑥 짜릿함을 선물해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옥녀의 가장 오목한 곳을 살살 헤집기도 하고 심지어 혀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럴 때면 옥녀는 더는 참지 못하고 괴성을 내지르며 작대기를 빨리 휘저으라고 닦달한다. 부엌의 아궁이는 부지깽이로 쑤시면 쑤실수록 불길이 잘 일어나고 여인의 음부는 쑤시면 쑤실수록 보이지 않는 곤충이 전신을 바스락거리며 황홀에 젖게 한다. 곡이 훌륭하면 가사쯤이야 그리 중요치 않다. 사내의 쟁기가 볼품없어도 이미 전희로 반쯤 죽여 놓으면 그런대로 급한 불을 끄기엔 충분하다. 이리저리 만지고 손과 혀로 헤집는 행위는 아신만이 가진 특권이다. 다른 사내들은 그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옥녀가 사내들에게 농락당하는 기분이 들어 그런 행위를 일절 못하게 하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아침 옥녀의 음식을 날라온 파랑새가 아소의 소식을 전하려 헌원을 찾았다. 눈앞에 바위처럼 버티고 있는 소년을 본 파랑새는 눈을 의심하여 몇 번이나 비벼보았다. 분명 꿈이 아니라 생시였다. 이렇게 멋진 사내가 있다니! 봄과 가을이 오백 번 바뀌는 동안 궁궐을 들락거렸지만 이렇듯 잘생긴 사내는 처음이었다. 소년의 매력에 끌린 파랑새는 대뜸 오줌이 저려났다. 몸이 굳어지고 눈동자가 멎고 넋이 머리를 떠났다. “아! 천하지존 왕모가 오금을 못쓰고 빠져든 데는 이유가 있었구나.” “네 이놈, 파랑새야, 뭐라 지껄이는 거냐?” 옥녀 옆에 서 있던 헌원이 파랑새에게 호통을 쳤다. 세상 사내들이 옥녀의 밑구멍만 핥아도 천하를 차지한 듯 무한한 영광으로 여기고 어깨에 힘을 주는 마당에 헌원은 옥녀와 교접을 여러 차례 가졌음에도 특별한 감흥이 없었다. 소년의 큰소리에 파랑새가 화들짝 놀라 제정신이 들었다. “공, 공주님의 소식을 전하려 찾아뵈었나이다.” 아소란 말에 소년의 귀가 당나귀처럼 벌쭉해졌다. “공주님께서 현재 몸조리에 힘쓰고 있지만 심병 때문에 몹시 힘들어하고 있나이다.” “마음의 병이라!” “세상의 풍진에 물들지 않은 소녀의 마음병이야 뭐 딴 게 있을까요. 그저 님이 그리워서이겠지요.” 헌원은 미안한 생각이 들어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아, 내가 찾아 갔어야 했는데.” 헌원이 안타깝고 그리운 표정을 짓자 파랑새는 이제 옥녀에게 간언했다. “아소 공주님이 헌원님을 만나지 못해 마음병이 났습니다.” 옥녀는 딸의 마음을 잘 알기에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가 이내 얼굴을 찌푸렸다. 딸에게 헌원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소의 몸이 회복되려면 백일이 걸려야 하니 지금은 이르느니라.” “왜 꼭 백일이옵니까?” 파랑새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해산한 후에 원래대로 회복되기까지 백일이 걸린다는 것을 몰랐느냐?” “공주님께서 아기를 생산하셨나이까?” 불손하기까지 한 파랑새의 질문에 옥녀는 순간 당황했다. “그것은, 음... 아소가 헌원에게 당한 것은 해산한 것보다 후유증이 더 심하다는 뜻이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실은 옥녀는 아소의 몸조리보다는 헌원을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강했다. 그동안 수많은 신들과 사내들과 몸을 섞어왔지만 육체적인 쾌락만 있었지 가슴으로 우러난 사랑은 한번도 없었다. 조그마한 연민의 정마저 없었다. 공허하고 허무할 때는 아신을 불러들여 위안을 찾기는 했으나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배고플 때 먹는 음식에 불과했다. 남녀의 사랑이 뭔지를 모르고 살아온 그녀는 헌원을 만난 이후 마음가짐이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받기만 하고 줄줄 모르던 이기적인 천하지존이 상대를 아낄 줄 알게 된 것은 실로 천지개벽의 변화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랑! 사랑은 좋은 것이기도 하고 나쁜 것이기도 한 양면성이 강한 요물이다. 사랑 앞엔 장사가 따로 없다. 총명함과 우둔함, 영리함과 미욱함의 분별없이 뒤죽박죽이 되어 타인의 옳은 충고마저 귀에 들어오지 않고 눈 먼 장님이 되어 바보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랑이라는 장난질이 빚어내는 어리석음은 해괴하리만치 유치하다. 옥녀는 헌원과 함께 지내면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은 이긴 사람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어야 했다. 물론 옥녀는 한번도 진 적이 없었다. 평범한 청춘남녀와 부부 사이에 이런 장난을 하면 사랑이 깊고, 금슬이 좋다고 찬양받을 일이나 신과 인간 사이에서는 인간이 남아나질 못했다. 처음에는 헌원이 연거푸 져서 자존심이 나락에 떨어졌다. 마땅히 힘 센 사내가 힘을 쏟아야 할 교합이 밑에 깔려 힘을 쓰지 못하고 정복을 당하니 죽을 맛이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대로 옥녀를 요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그러지 못해 화가 치밀었다. 옥녀는 바로 그것을 노렸다. 옥녀는 헌원의 양물을 한껏 화가 치밀게 한 후 사내를 정복한다는 강박감의 포로가 되어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간혹 헌원이 이기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옥녀는 “쾌감의 비법을 일러주겠다”며 새로운 기술을 가르쳐주었다. 그 기술을 익혀나가면서 헌원은 소년에서 점차 청년으로 변해갔다. 헌원이 승자가 되면 옥녀는 천마로 돌변된다. 대물을 절구통에 꽉 끼고 달리고 또 달렸다. 한 번씩 몸을 오르내리는 방아를 찧을 때면 대물이 끝에 닿아 짜릿한 자극에 눈물이 났다. 천마는 그 극치를 놓칠까봐 정신없이 달린다. 온 대지를 누비고 마천봉 봉우리에 올라서야 서서히 멈춘다. 너무 먼 거리를 격렬하게 달렸기에 온몸이 흠뻑 젖는다. 사지가 나른하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럼에도 옥녀는 헌원의 양물을 손으로 꼭 쥐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행여 다른 곳으로 갈까봐서였다.
241    3. 少年入宮(황제와 소녀 연재) 댓글:  조회:4783  추천:0  2012-02-10
3.少年入宮: 소년입궁 헌원, 옥녀의 궁으로 오다 곤륜산은 비록 음산한 기운이 가득 차 있으나 경치가 좋기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불사수(不死樹)와 불사수(不死水)가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산 한복판에 수정처럼 맑은 보옥 호수인 요지(瑤池)가 있었다. 물이 맑다 못해 천길 깊이 밑바닥 모래알까지 한눈에 똑똑하게 보인다. 누구든지 이 호수 물을 마시면 장생불로했다. 호수 서쪽에는 옥녀가 친히 애지중지 가꾸는 반도원(蟠桃園)이 있었다. 요염한 분홍색 복숭아꽃은 여인의 치마폭에 음기의 바람을 안겨주고, 사내들이 복숭아 나뭇가지를 사타구니에 끼고 밤을 새우면 양물이 불끈불끈 솟아오른다. 이곳에서 나는 복숭아는 삼천년에 한 번 꽃이 피고 삼천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다. 옥녀가 손수 가꾼 복숭아를 사내들이 먹으면 육십갑자를 살 수 있었다. 호수 동쪽은 평평하고 널찍한 빈 공터이다. 이곳에서 궁인들이 무예를 닦고 가무를 즐긴다. 매년 삼짇날 옥녀의 생일이 되면 큰 연회를 베푸는 곳이고, 해마다 상월(음력 7월)과 가배절(한가위)이면 그녀가 관장하는 도월놀이(달놀이)가 펼쳐지고, 5월과 10월이면 천신에 제사를 올린다. 북쪽에는 옥녀가 기거하는 호화로운 궁궐이 자리하고 있다. 궁궐 뒤에는 옥산(玉山)이 수호신처럼 버티고 있다. 때는 헌원이 16세를 맞은 해의 가배절이었다. 둥근 쟁반 같은 달이 대낮처럼 훤하게 땅 위에 빛을 뿌렸다.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수천 명이 모여들었다. 대부분 젊고 생기가 펄펄 넘치는 이팔청춘들이었다. 계집애들은 이마에 연지를 찍은 아이들이 있었고 찍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다. 이마에 연지를 찍은 것은 천계(天癸: 초경)가 열렸다는 것을 알리는 징표이다. 도월놀이 참가자들은 누가 오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들 모여 들었다. 그런데 이런 관례를 깨고 옥녀가 특별히 손님 한 명을 초청했다. 바로 헌원이었다. 옥녀는 며칠 전에 헌원에게 파랑새를 보냈다. 파랑새가 동굴 앞에 이르자 헌원이 나와 물었다. “너는 궁궐의 전령사가 아니더냐. 어쩐 일로 나에게 왔느냐?” “옥녀 여왕의 명을 받들어 왔지요. 가배절날 열리는 도월놀이에 꼭 참석하라는 전갈입니다.” “알았다. 내가 그날 꼭 가도록 하마.” 헌원의 어머니 유교씨(有嬌氏)는 옥녀가 몹시 못마땅해 아들이 도월놀이에 가는 것을 막고 싶었으나 젊은이들의 도월놀이 참석을 방해하는 것은 곧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이므로 천벌을 받을 수 있어 막지 못했다. 옥녀는 헌원을 붙잡으려 온갖 심혈을 기울였다. 마침 헌원이 아소를 좋아하고 머리가 총명한 아소가 암컷으로서의 제구실을 할 수 있는 생리구조까지 갖춰 미끼로 던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옥녀는 이렇게 친히 공주를 내세우는 패로 승부를 걸었다. 드디어 도월놀이가 시작되었다. 인면호치(人面虎齒), 집채 같은 몸집, 쇠다리처럼 굵은 팔뚝, 코끼리 다리처럼 건장한 하반신, 사람 같기도 하고 짐승 같기도 한 옥녀가 굵고 억센 목소리로 도월놀이의 유래와 의미에 관해 열변을 토했다.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모습이 여인이 임신하면 배가 불러오고 해산하면 줄어드는 모양과 흡사하도다. 여인의 생리주기가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주기와 똑같으니라. 그리하여 계집의 몸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흘러내리는 피를 월경, 월수, 달거리라 부르노라.” 참석자들이 일제히 달을 쳐다보며 옥녀의 말이 옳다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옥녀가 사기충천하여 팔을 휘두르고 목에 핏대를 세워 말을 이었다. “모두들 저 달님을 똑똑히 쳐다보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달님이 아름다운 이유는 저 달 속에 아름다운 여인이 있어 우리 인간의 생식을 관장하기 때문이니라.” 흥분에 겨워 소리치던 옥녀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기분 나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옛날 어느 날 한 젊은 계집이 옥녀의 불사약을 훔쳐 도망을 쳤다. 그 계집은 잡히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이승을 떠나 달 속으로 숨어버렸다. 달님은 젊고 예쁜 그 계집을 월정으로 삼았다. 그 월정이 바로 상아(嫦娥)이다. 옥녀는 상아년을 갈기갈기 찢어죽이고 싶었다. 화가 치민 옥녀는 다음해부터 도월놀이를 중단시켜 버렸다. 이런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수만 년 동안 계속돼온 도월놀이를 중단한 것에 대해 여기저기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하기도 했지만 천하의 옥녀일지라도 사적인 감정으로 수만 년 지속된 다산 기원 행사를 그만둘 수 없었기에 다시 도월놀이를 부활시켰다. 옥녀는 그 기분 나쁜 기억을 지워버리고서는 말을 계속 이었다. “아! 위대한 달님이시어! 아름다운 월정이시어! 대지의 인간이 무럭무럭 후대가 번창하게 늘어나게끔 생식을 도와주시옵소서.” 옥녀의 축문이 끝나자 곧 놀이가 시작되었다. 남녀가 달님을 흉내내 손에 손을 잡고 큰 원을 그리며 오른쪽으로 세 바퀴, 왼쪽으로 세 바퀴 번갈아 돌며 노래 부르고 탁무(鐸舞)를 추었다. 이어 사내들은 옥저를 불고 계집들은 방울을 울렸다. 춤 솜씨가 뛰어난 남녀들이 한가운데서 춤을 추었다. 밤이 깊어가자 온갖 가지가지 음담패설을 쏟아내며 암수가 하나로 되어갔다. 유시에 시작된 오락은 해시를 넘어 자정이 되어서야 끝났다. 아소는 헌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옥녀에게서 배운 기교를 아낌없이 발휘했다. 소년 앞에 나타난 아소는 갓 물이 오른 물앵두였다. 귀엽고 야무지고 탄탄한. 도월놀이가 끝나자 눈이 맞은 남녀들은 어둡고 은밀한 곳으로 숨어들었다. 사내는 갈대피리를 불면서 앞장서고 여자는 띠를 두르고 뒤따르며 장내를 세 바퀴 돌았다. 그런 다음 손을 부여잡고 반도원에 들어가 천륜을 즐기는 야합을 했다. 젊은 남녀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뒹구는 것을 이름 지어 ‘라양(拉陽)’이라 불렀다. 여기저기서 수천 쌍의 남녀들이 내지르는 흥분한 신음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음기가 가득 찬 옥녀는 그 이상야릇한 라양의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기분이 묘해졌다. 그녀는 금세 쾌락의 도가니에 빠졌다. “아! 이 얼마나 굉장한 풍경인가! 라양이야말로 인간이 자연원리에 순응하는 위대한 실천이로구나! 내년이면 수많은 새 생명의 탄생을 볼 수 있겠노라!” 옥녀의 궁궐은 지하 석실이었다. 땅 위에 8개의 정자가 정사각형으로 줄지어 서 있고 한가운데에 큰 정자가 있는데 그곳에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있었다. 대리석 돌계단을 따라 북쪽으로 한참 내려가면 좌측은 호위무사들의 침실이고 우측은 오만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창고이다. 그 옆은 시녀들의 침실이고 또 백여 명이 모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찬관(餐館)이 있다. 그 다음에는 커다란 방이 있는데 바로 옥녀의 방이다. 북쪽은 병풍으로 벽을 장식하고 있으며 한복판에 침실로 통하는 비문(秘門)이 있다. 도월놀이를 즐겁게 마치고 라양의 갖은 신음소리까지 즐긴 옥녀는 침실로 돌아와 의자에 몸을 맡기고 오른손으로 턱을 고이고 비스듬한 자세로 골똘한 생각에 빠졌다. 가배절이면 달님에게 제사를 올려 생식이 번창하기를 기원했다. 그 일환으로 도월놀이를 하는 것이고 당연히 라양이 벌어진다. 인간이 더 많이 번창해지려면 옥녀가 앞장서야 했다. 옥녀는 왕모로서 아기들을 끝없이 낳아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했다. 그러므로 그녀는 음욕이 가장 왕성하고 교합을 제일 잘하는 여인이다. 오늘밤도 그 음욕이 끓어올라 주체할 수 없었다. 수컷을 찾아 한바탕 질펀하게 정욕을 발산해야 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라양의 신음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돌았다. 그 여운이 몸 안에 고스란히 스며 있어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수컷을 받아들일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흥분에 젖은 나머지 슬그머니 손가락으로 홍목단을 헤집고 넣어보았다. 한 달 전 질속에 집어넣은 왕대추가 주인의 명을 기다리듯 까딱 않고 대기하고 있었다. 오늘밤 이 왕대추를 맛볼 주인공은 누구일까? 천신에 제사를 올리는 날이거나 생일날에는 아무 신과 교합해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오늘밤엔 생식을 기도하는 교합의 의식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바람과 같은 신이 아니라 두 발을 땅에 딛고 살아가는 인간 사내를 불러들여야 했다. 장대한 기골에 힘이 장사인 우돌을 부를까? 우돌의 양물은 한 자 남짓하여 맛이 좋다. 흠이라면 이름에 걸맞게 돌처럼 마음의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다. 애욕의 감정을 살릴 줄 모르며 그저 돌처럼 삽입만 할 뿐이다. 옥녀는 고개를 젓고는 아신을 떠올렸다. 그는 힘이 조금 떨어지지만 눈치는 9단이다. 주인이 시키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암컷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가 뛰어나다. 허나 타고난 체질이 건실하지 못하고 양물이 우람하지 못해 만족시키기엔 버거운 수컷이다. 옥녀는 고개를 젓고는 세 번째 사내를 떠올렸다. 1년 내내 사방 백리 크기의 궁궐을 감시하는 문지기 개명수를 불러들일까? 개명수는 호랑이 몸에 머리가 9개나 달린 괴수이며 힘은 천하장사이다. 그러나 그 모습이 너무 징그러워 교합도 하기 전에 감흥이 떨어진다. 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옥녀의 즐거운 고민은 거기에서 멈추었다. 비록 상상이지만 한창 꿀을 빨려 하는데 내 즐거움을 앗아가다니! “왜 그러느냐? 이 야심한 시간에 무슨 일인고?” 시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주, 공주님께서 혼절하였사옵니다.” “뭐라고? 아소가 혼절하다니? 그게 웬 말인고?” 옥녀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내달렸다. 도월놀이를 손꼽아 기다리던 아소는 맘껏 뛰놀 수 있는 기쁨에 진즉부터 가슴이 할랑거렸다. 축제날 축제마당에 뛰어든 그녀는 여전히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녀가 헌원과 함께 손을 잡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옥녀는 매우 흡족했다. 딸을 미끼로 헌원을 궁궐로 불러들이려는 계략이 척척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헌원은 16세 나이답지 않게 구척 신장에 몸집도 굉장히 웅장했다. 게다가 얼굴은 일러 말할 것도 없이 사나이답게 잘생겼다. 세상 여느 계집이 봐도 첫눈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헌원은 뭇 소녀들의 구애의 눈길을 모두 물리치고 아소의 낭창낭창한 허리를 껴안고 반도원 수림 속으로 들어갔다. 아소는 숫처녀이기에 자웅교합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어미로부터 사내를 다루는 기법과 비법은 충분히 전수를 받았다. 그녀는 헌원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면서 온몸과 마음으로 사내를 천국으로 이끌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교합이 시작되자 사내의 거친 행동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갓 물이 오른 10대 남녀는 옷깃만 스쳐도 짜릿해지고 손만 잡아도 금세 마른 장작이 되어 활활 타오른다. 헌원이 비록 사내대장부이지만 교합 경험이 전무했기에 수백 쌍 암수의 라양 신음소리에 몸이 금세 활활 타올랐다. 암컷을 애무하는 행위도 없고 계집의 기분을 살필 겨를도 없었다. 갈증이 몸을 불태웠기에 허겁지겁 꽃잎을 찾아 돌진했다. 소녀가 온갖 교합의 기법과 비법을 알고 있었으나 써먹을 틈을 찾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소년은 난생 처음 겪는 쾌감과 짜릿함으로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 그냥 힘이 닿는 대로 밀어붙였다. 그렇게 밤새워 방아를 찧어대니 초토화된 암컷은 기진맥진하다 못해 정신을 놓고 송장처럼 널브려졌다. 달콤한 쾌감과 짜릿함의 여운으로 즐겨야 할 꽃잎에서 뜨끈뜨끈한 액체가 묻어났다. 정신 차린 헌원은 달빛 아래에서 그것이 피라는 것을 알았다. 가슴이 섬뜩했다. 겁이 난 헌원이 아소의 코에 손을 대보니 미약하게나마 숨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흔들어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헌원은 아소를 들쳐 업고는 궁궐을 향해 내달렸다. 궁궐에 도착한 헌원은 처음 온 곳이기에 눈이 하늘에 걸린 보름달처럼 커졌다. 바닥은 대리석이고 벽은 온통 옥이었다. 아주 화려하지만 분위기는 매우 차가웠다. 마침 도월놀이가 있는 날이라 경비가 허술했다. 호위 무사들은 보이지 않고 몇몇 시녀들만 눈에 띄었다. 시체처럼 축 늘어진 공주를 본 시녀들이 벼락이나 맞은 듯 화들짝 놀라 허겁지겁 허둥댔다. 옥녀의 방으로 들어선 헌원은 무거운 분위기와 지엄한 옥녀의 위세에 대뜸 압도당해 숨이 멎었다. 목란이 화사하게 만개하듯 헤아릴 수 없는 횃불들이 내뿜는 빛은 바닥에 기어다니는 개미가 보일만큼 밝았다. 헌원을 본 옥녀는 얼굴에 가득 미소를 지었다. “헌원이 아니더냐. 무척 반갑구나. 그대가 이 궁궐에 모습을 나타내다니?” 옥녀는 미리 알뜰하게 계획을 마련해놓고도 모른 체 딴죽을 걸었다. 헌원은 당황했다. 아소 공주가 기절했기에 한바탕 야단을 각오하고 왔는데 전혀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옥녀는 반기는 태도였다. 헌원이 어리둥절해서 쩔쩔 매자 옥녀가 재차 질문을 던졌다. “자네, 계집을 처음 접해 보았는가?” 옥녀의 너그러운 태도에 헌원은 차츰 정신이 돌아왔다. “네, 그러하옵니다.” 도월놀이 전에도 헌원은 아소와 늘 붙어 있었지만 아소의 천계가 열리기 전이라 이마에 연지를 찍지 않아 범접할 수 없었다. 옥녀는 빙긋 미소를 짓고는 신하에게 명을 내렸다. “여봐라, 아소를 침실에 데려가 안정을 취하게 하라.” 신하들이 허둥지둥 아소를 안고 가자 옥녀는 헌원 곁으로 다가가 부드럽게 어깨를 다독였다. “근심하지 말게나. 가슴에 들어찬 무거운 돌을 내려놓게. 아소가 갑자기 당한 기에 눌려 정신을 잃었을 뿐이네. 처음 경험해보는 교합이 자네의 호랑이 같은 힘에 눌려 몸이 잠시 위축되었다네. 몸조리를 하면 금세 나아질 것이니 걱정 말게나.” 헌원은 무서운 옥녀가 자신의 딸이 기절을 했음에도 친절을 베푸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호랑이보다 더 사나운 성미의 소유자 아니었던가.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지금 옥녀가 쓰고 있는 면류관은 헌원이 발명한 것이고 그녀가 타고 다니는 수레 역시 헌원이 발명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떨어지는 꽃은 뜻이 있고 흐르는 물은 무심도 하구나(落花有意, 流水無情). 옥녀는 오래전부터 소년을 가까이 두고 싶은 욕심이 굴뚝같아 수없이 전갈을 띄웠으나 묵묵부답이었기에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욕심 부려 될 일이 있고 욕심을 포기하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성사되는 일도 있는 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소년이 제 발로 찾아오지 않았는가! 눈앞에 우뚝 선 헌원의 건장한 모습은 이제 어린 소년이 아니라 성숙한 사나이의 모습이었다. 엉큼한 생각이 자꾸 옥녀의 신경을 건드렸다. 저 녀석의 양물이 얼마나 크고 힘이 얼마나 장사이기에 아소를 저 지경으로 만들었을까? 틀림없이 거물 중의 거물이리라. 생각만 해도 가슴이 후련하고 벌렁거린다. 모닥불을 뒤집어 쓴 듯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옥녀는 소년의 주위를 빙빙 맴돌았다. 헌원은 짐승 같던 옥녀가 엄마처럼 자애로워 보였고 가까이 다가온 그녀의 체취에서 뿜어 나오는 암컷의 향기에 취해 품고 싶은 충동이 생겨났다. 옥녀는 다른 사내를 불러들일 일을 까맣게 잊고 헌원의 팔을 잡아끌고 침실로 향했다. “나를 따라 오너라. 오늘밤 내 너와 함께 긴히 할 일이 있느니라.” 헌원은 그렇지 않아도 음심이 동하던 터라 아무런 저항없이 그녀를 따랐다. 옥녀의 침실은 대리석 바닥에 벽옥(碧玉)과 백옥으로 벽을 치장했다. 그 귀중한 옥벽에는 복희씨와 여와, 천모낭랑과 옥황상제 등 쌍쌍의 자웅들이 발가벗고 교합하는 벽화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튀어나오고 움푹 들어간 양물과 음물들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옥녀는 천년 묵은 국화주를 잔에 따랐다. “내가 이 국화주를 오래 복용한 덕분에 17세 소녀의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네. 자네도 이 술을 마시면 영원히 늙지 않을 걸세.” 사람의 간을 크게 만드는 데는 술만한 요물이 없었다. 옥녀와 소년이 마주 앉아 주거니 받거니 서너 순배가 돌자 헌원의 긴장이 풀렸다. 자기 앞에 앉은 옥녀가 여왕으로 보이지 않고 그저 여자로만 보였다. 그것도 음심이 활활 피어오른 여자. 옥녀는 원래 예쁜 얼굴인데 술에 흥건히 취하자 홍조가 피어올라 더 고와 보였다. 그런데도 더 곱고 예쁘게 보이려고 삼천년에 한번 피는 도화로 만든 분가루를 얼굴에 바르고 또 발랐다. 발그레한 홍조가 하얀 도화분가루와 어우러져 마치 흰 눈밭에 화사하게 핀 붉은 꽃 같았다. 헌원의 마음은 더욱 설레었다. 그 걸걸하고 높은 톤으로 천지를 진동하던 목소리는 오간데 없이 상냥하고 애교가 담뿍 섞인 여인의 고운 목소리로 변했다. 기다랗게 쭉 빠진 흰 목덜미는 교태스러우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안겨준다. 가슴엔 삼천년에 한번 열매 맺은 호박 같은 복숭아 두 개를 달아매놓은 듯 풍만하다. 허리는 조금 실쭉한 편이나 가슴이 크고 탄력있는 엉덩이가 받치고 있어 알맞게 조화를 이룬다. 여인 치고 키가 큰 편이지만 그만큼 살집이 풍만해 성적 매력이 넘쳐났다. 주머니에 들어 있는 송곳은 밖으로 여하간에 삐져나오기 마련이다. 참고 싶어도 양물이 가만있지 않는다. 빨리 제 집을 찾아 달라고 아우성이다. 헌원은 더 이상 양물을 주체할 수 없어 술잔을 내려놓고는 옥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차마 앞에서 끌어안지 못하고 등 뒤에서 와락 끌어안았다.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여인의 살갗이 얼마나 정다운가! 헌원의 양물은 땅땅한 돌 송곳으로 변해 옥녀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찔렀다. 그녀는 흠칫 놀랐다. 어림잡아 한 자 여섯 치는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 천하대물이로구나! 옥녀도 소년 못지않게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금세 냉정을 찾아 소년을 슬며시 밀어내 의자에 앉혔다. “급히 먹는 음식은 체하는 법이지. 설치지 말고 차분하게 기다리게나.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으니까.” 옥녀는 돌아서서 손으로 음부를 더듬더니 질 속에서 왕대추를 꺼내 소년 앞에 내밀었다. 이 날을 대비해 한 달 전부터 마련해둔 것이다. “자아, 이 귀한 과일을 먹어보렴.” 헌원은 망설이지 않고 대추를 입에 넣었다. 대추는 대추인데 맛이 기이했다. 말 못할 이상한 냄새가 났다. 퀴퀴하다 못해 썩은 오징어 냄새 같다. 아소의 음도에서 흘러내린 분비물의 냄새와 똑같았다. 비릿했지만 여체의 음부에서 뿜는 냄새이기에 싫지 않았다. 그것은 세상 모든 사내들이 마찬가지였다. “이 대추는 나의 몸에 한 달간 머물러 있어 신실(神實)이 되었지.” “이 신실은 어디에 유용한지요?” “사내를 강하게 만들어주지, 아니 최강으로 만드는 최고 정력제일세.” 헌원은 그 말을 듣고는 냉큼 삼켜버렸다. 왕대추를 뱃속에 집어넣은 그는 이제 소년이 아니라 늑대로 변했다. 그것도 늑대의 왕으로 돌변했다. 천하지존으로 지엄하고 아득하게 느껴지던 옥녀가 한 마리 연약한 암컷으로만 보였다. 헌원은 넘쳐나는 힘을 주체할 수 없어 옥녀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올려 침대 위에 내던졌다. 옥녀는 너무 황홀해 금방이라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나 헌원은 교접 경험이 없었다. 비록 방금 전에 아소와 첫 교접을 했지만 그것은 사실 사랑의 행위라 할 수 없었다. 사내가 그 양물을 여자의 음부에 꽂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사랑하오’, ‘그대는 너무 아름답소’ 등의 말은 헌원에게는 불필요한 말이었다. 심지어 그는 전희조차 할 줄 몰랐다. 풍만한 젖가슴을 매만지고 엉덩이를 쓸어주고 홍목단을 애무하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는 돌처럼 단단한 양물을 대뜸 찔러넣었다. 너무 순식간에 돌발적으로 터진 일이라 밑에 깔린 옥녀는 헌원을 제지할 틈이 없었다. 거대한 양물이 들어온 후에야 그녀는 ‘내가 제대로 당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한다는 속삭임을 듣고 애액이 철철 넘쳐 흐를 만큼 전희를 한 후에 양물을 받아들여도 시원찮은데 다짜고짜 양물 먼저 들어오다니! 그녀는 헌원의 양물이 크고 단단해서 좋기는 했지만 그것을 빼려 했으나 당해낼 수 없었다. 병아리가 아무리 발악해도 매를 이기지 못한다. 옥녀가 거부하고 발버둥을 쳐도 헌원은 틈을 주지 않고 전장에 나간 장수가 적의 목을 베려는 기세로 거세게 밀어붙였다. 암컷이 거부 반응을 취한 까닭은 수컷이 무식하게 막무가내로 밀어 붙여서만이 아니다. 그녀에겐 그럴 만한 충분한 사연이 있었다. 언제부터 시작된 일인지 알 수 없으나 인류가 직립보행을 시작한 후부터 여자는 하늘을 향해 반듯이 눕고 사내는 그 여자 위에 올라타는 교합이 가능해졌다. 이런 체위는 인간만이 가진 특권이다. 또 인간은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를 주고받으며 교합을 하면 쾌감과 짜릿함이 두 배가 되고 정도 도타워진다. 그래서 남녀 교합에는 수백 가지 체위가 있지만 그중에서 여하남상의 얼굴을 맞대는 자세가 가장 보편적인 체위로 자리 잡았다. 자웅교합에 있어 생리적으로 수컷이 얻는 쾌감과 짜릿함은 암컷에 비해 수천수만 배 뒤진다. 그래서 여자는 눈을 지그시 감고 고도의 쾌감과 짜릿함을 즐기는 반면 사내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여자의 황홀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정복감에 만족한다. 옥녀는 성교의 달인으로서 하늘의 여러 신과 지상의 여러 신, 흙을 딛고 사는 인간 사내들을 불러들여 모든 가능한 체위를 전부 체험해보았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체위 중에 여하남상 체위가 일품이라는 것을 터득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녀는 이 체위 때문에 큰 고민이 생겼다. 여인네들이 모든 면에서 권력을 쥐고 살던 세상이 요즘 들어 사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여인들은 차츰 힘을 잃어갔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여자들의 지위가 언제 땅에 떨어질지 알 수 없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옥녀는 사내의 밑에서 성교를 하는 체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하남상 체위는 그 맛이 일품이기는 하지만 수컷한테 짓밟히고 정복당한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그 체위를 거부하고 이른바 말 타기 체위를 즐겨했다. 사내를 반듯하게 눕히고 작대기를 위로 향하게 한 뒤 자기가 위에서 굴러대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 체위를 통해 사내들을 영원히 누르고 짓밟고 정복하려 했다. 그러나 암컷은 어쩔 수 없는 암컷이다. 강한 수컷을 만나면 잔머리를 굴릴 겨를이 없이 당하고 마는 것이 그녀들의 운명이다. 천하의 옥녀라 한들 다를 바가 없었다. 사내 위에 올라타 여자의 쾌감을 누려야 했으나 헌원 아래 깔려 속절없이 양물만 받아들였다. 밑이 없는 갯벌은 흡수력이 끝이 없다. 디디면 디딜수록 점점 더 깊숙이 빨려 들어간다. 헌원은 덜고 빼는 계산을 할 줄 모른다. 오로지 짐승의 본능에서 오는 야성을 분출할 뿐이다. 젖 먹던 힘이 다 빠질 때까지. 헌원은 커다란 바위였다. 여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산전수전을 겪을 대로 다 겪은 옥녀는 그의 양물이 음부를 휘저을 때도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괴롭혔다. 하지만 육체는 솔직한 법이다. 머리는 거짓말을 해도 몸뚱이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그대로 반응한다. 이 순간 옥녀의 머리와 몸뚱이는 따로 놀았다. 바위를 밀어내려고 힘껏 뻗은 두 팔은 이상하게도 바위가 주는 포만감이 좋다며 더 끌어당긴다. 깊이 들어오면 올수록 끝까지 들어와 달라고 당기고 또 당긴다. 좋아죽는다는 말이 이럴 때를 두고 생겨난 것이리라. 옥녀의 머리는 괴로웠으나 몸은 몇 차례 죽었다 살아났는지 모른다. 낙극생비(樂極生悲)라 했던가! 즐거움이 극에 달하자 까무라쳐 죽을 것만 같았다. 축시에 시작된 교합은 진시를 맞아 끝을 보았다. 길고 긴 성교에서 깨어난 옥녀는 몸은 쾌락을 맛보았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기분이 들어 씁쓸했다. 아니, 처참하게 짓밟혔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 같았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헌원이 괘씸해 죽이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홍목단은 자꾸 그를 찾았다. 옥녀는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이 묘한 상태가 싫었다. 버리지 못할 물건이라면 공을 들여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현명하리라. “자네가 아직 어리고 정력이 왕성한데다 계집 경험이 없어 무식하게 막무가내로 돌진하는 것을 이해하노라. 하지만 계속 그런 식으로 밀어붙이면 세상의 모든 계집은 전부 도망가느니라. 계집이란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부드럽게 다루고 때로는 힘을 쏟아붓는 유(柔)와 강(强)을 조화롭게 해야 하느니라.” 옥녀는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변화에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놀랐다. 천하지존으로서 여태까지 누구를 부드럽게 타일러본 적이 없었다. 오로지 명령이었다. 그런데 헌원에게는 한 발 물러나 타이르고 감싸 안는 것이었다. 그것은 오직 그가 지닌 양물 때문이었다. “나 역시 세상의 여자들이 갖고 있는 생리구조를 가진 어쩔 수 없는 여인이로구나!” 헌원은 옥녀의 타이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에 벌어진 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도월놀이에 왔다가 아소와 처음으로 교접을 하고, 성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그녀가 기절을 하고, 혹여 그녀의 어머니인 옥녀에게 형벌을 받지 않을까 겁이 났고, 아소를 들쳐업고 난생 처음으로 궁궐을 구경하고 그리고 또 천하의 여왕인 옥녀와 교접을 치렀다. 그런데 그는 아직도 남녀교접의 진정한 기쁨이 무엇이고 운우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루아침에 자신은 소년에서 어른이 된 것이다. 천하지존인 옥녀도 그의 딸 아소와 같은 한 마리 암컷에 지나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미와 딸에게는 차이가 있었다. 아소는 이제 14살 천진한 소녀이다. 야들야들하고 아직 숲이 없는 민둥산이자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였다. 반면 어미는 활짝 피어난 꽃에 비바람이 가득 차 있었다. 숲이 없는 민둥산은 하늘이 내린 비를 받아내기 버거워 혼절했지만 나무가 무성한 숲은 하늘에서 내린 비를 빨아들이고 또 빨아들였다. 꽃봉오리는 이제 곧 화사하게 피어날 것이나 다 피어난 꽃은 시들기만 기다린다. 헌원이 옥녀의 청을 받아들여 궁궐에서 살기로 결정한 것은 결코 화사하게 피어난 꽃 때문이 아니라 장차 만개할 꽃봉오리의 매력에 끌렸기 때문이었다.
240    2. 龍素相逢(황제와 소녀 장편연재) 댓글:  조회:3897  추천:0  2012-02-06
2. 龍素相逢: 용소상봉 헌원이 소녀를 만나다 우주 만물은 신의 창작품이다. 조물주인 신은 우주를 영원불멸의 무한한 존재로 만든데 비해 땅 위의 동물과 식물 등 생명체는 시간이 지나면 죽어 사라지는 유한한 존재로 만들었다. 인간이 비록 보통의 동물들에 비해 수명이 긴 편이지만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세상에는 보편적인 것이 있는 동시에 특수성도 있는 법이다. 따라서 보편적인 것들은 세월의 흐름 속에 묻혀버리는 것에 반해 특수한 것들은 후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그중 특별한 것은 숭배의 대상으로 남는다. 옥녀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그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정 기간을 살다가 죽는 자연법칙을 어기고 수만 년을 살아왔다. 그러기에 무지몽매한 사람들은 그녀를 인간이라 여기지 않고 신으로 받든다. 허나 이것은 당시 사람들의 무지에서 빚어진 결과이다. 실은 옥녀도 땅을 딛고 세상을 사는 인간이기에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다만 그녀의 비밀이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옥녀는 제사장이자 다산의 왕이다. 많은 자식을 낳으려면 우선 음기가 왕성해야 한다. 물론 옥녀는 세상의 그 어떤 여인보다 음기가 왕성하다. 그런 그녀에게는 당연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주(阿注: 성 파트너)가 있다. 상제를 비롯한 천신들과 신선들 그리고 흙을 먹고 사는 지상의 사내들까지 모두 그녀의 아주들이다. 아주가 많은 연유로 옥녀에게는 수많은 자식들이 있다. 그녀 자신조차도 정확히 그 수를 알지 못한다. 따라서 그 많은 자녀들은 전부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며 오로지 어머니만 알고 살아간다. 그 많은 자식들 중 가장 능력이 출중한 딸 하나를 골라 옥녀의 환생으로 삼는다. 그 딸은 옥녀가 죽으면 후계자로서 역시 옥녀가 된다. 옥녀의 환생으로 선택받으려면 흙을 먹고 사는 사내와 교합해서 낳은 아이는 배제되고 반드시 천신과의 교합을 통해 낳은 딸만이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옥녀가 때로는 사내들과의 방사가 너무 지나치게 빈번한 탓에 그녀의 자식들이 신의 종자인지 아니면 인간의 씨앗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가끔 옥녀의 환생이 신의 종자가 아닌 인간의 씨앗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옥녀 주위에는 믿음직스런 신하인 개명수, 우돌, 육오(陸五)와 같은 천하장사들이 포진해 있으나 그들은 모두 괴수이기에 인간미가 없고 머리가 아둔해 참모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물론 영리한 세 마리 파랑새도 있고 능력이 뛰어난 시녀들도 많으나 사내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는 세상에서 여인의 자리를 지키려면 사내를 잘 아는 총명하고 영리하고 상황 판단이 뛰어난 충신이 필요했다. 18년 전의 일이다. 저 멀리 동방에 살고 있는 동방삭이 옥녀의 이런 급박한 상황을 헤아려 중원 출신인 아신(阿辛)을 참모로 추천했다. 아신은 개명수, 우돌, 육오처럼 거인이 아니며 천하장사도 아니었다. 보통 인간에 비해 키가 큰 편일뿐 호리호리한 체격에 귀여운 얼굴을 지녔다. 그런 연유로 여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으며 더욱이 눈치가 9단이어서 여인들을 사로잡는 재주가 뛰어났다. 아신이 옥녀의 주변에서 맴돌며 믿음을 얻자 두 사람은 군신관계를 뛰어넘어 암수관계로 발전했다. 옥녀에게는 수많은 아주가 있어왔지만 아신만큼 그녀의 속마음을 속속 꿰뚫고 기쁘게 해주는 사내는 없었다. 옥녀는 처음 아신과 교합을 할 때 느꼈던 감회를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처음 옥녀가 그를 안을 때 양손에 힘을 주어 당겨 안았다. 사내가 눈치를 채고 “음부를 서로 접촉하기를 원하시옵니까?”라고 물었다. 옥녀가 양쪽 넓적다리를 크게 벌리니 사내가 음문 윗부분까지 흡족하게 마찰을 해주었다. 옥녀가 아랫배를 힘 있게 내밀자 “곡정(穀精: 남자의 정액)을 간절히 원하시옵니까?”라고 물었다. 옥녀가 엉덩이를 들썩거리자 사내는 계집이 이미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두 다리를 구부려 사내의 몸을 휘감으니 양물을 더 깊이 삽입했다. 옥녀가 허리를 옆으로 흔드니 사내는 양물을 깊숙이 삽입하고 또 좌우로 흔들어주었다. 몸을 일으켜 사내에게 바짝 다가가니 이미 절정의 길목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고 힘주어 꽉 껴안았다. 옥녀가 상체를 뒤로 뻗으니 사내는 계집의 사지백해(四肢百骸)가 이미 쾌락의 정점에 이르렀음을 알았다. 음도에서 진액이 흘러내리자 옥녀에게 물었다. “성감이 이미 산꼭대기에 이르러 고조가 완성되었사옵니까?” “그렇다네. 자네의 양물은 그런대로 쓸 만하군. 앞으로도 종종 애용할테니 늘 준비하고 있게나.” “감사하옵니다.” 그렇게 옥녀와 아신은 성 파트너가 되어 쾌락을 즐겼다. 한 번 마음에 들면 두 번 세 번 벌어지는 것이 암수의 법칙이다. 헌원이 출생한 지 두 해가 되는 무렵 옥녀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딸을 출산했다. 때는 복숭아꽃이 피고 꽃샘추위를 몰고 오는 세설이 내리는 즈음이었다. 옥녀는 악귀를 막고 얼굴에 광택이 나도록 두 가지 비법을 취해 아기의 얼굴을 씻었다. 예전에 동방삭이 알려준 민간비법이었다. 세상 이치는 묘한 것이어서 신이 내린 처방도 효험이 없을 때가 있으며 무지몽매한 인간들이 사용하는 민간요법이 효험을 발할 때도 있다. 동방삭이 알려준 비법을 사용한 덕택에 아기는 무서운 전염병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무럭무럭 자랐고 복숭아를 닮은 고운 얼굴은 참기름을 바른 듯 빛이 났다. 아기가 낯가림을 하기 시작한 무렵의 어느 날 아신이 방문했다. 낯선 사람을 보면 얼굴을 찡그리던 아기가 아신을 처음 보았는데도 웃음을 지으며 전혀 낯가림이 없었다. 오히려 안아달라고 애원에 가까운 눈짓까지 보냈다. 아신은 가슴이 덜컥했다. 혹시 피가 당기는 것은 아닐까? 이 아기가 나의 딸은 아닐까? 옥녀는 아기 이름을 아소(阿素)라 붙였다.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냥 부르기 편해서였다. 그녀는 아소가 신의 종자라 했다. 그러나 아기를 처음 본 아신은 아소가 신의 종자가 아니라 인간의 씨앗이라 단정지었다. 아소의 아버지는 분명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소는 커가면서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미인이 되었고 총명하기조차 했다. 영락없는 옥녀의 환생감이었다. 그런데 하얀 피부색이며 갸름한 얼굴 모양이며 검고 짙은 눈썹, 날이 선 오똑한 코, 옹골찬 입, 심지어 어깨를 반듯하게 펴고 걷는 걸음걸이까지 아신을 쏙 빼닮았다. 아소를 신의 종자라 우겨대던 옥녀가 인간의 씨앗이 틀림없고 아버지가 아신이라는 것을 확신하자 부녀의 만남을 가로막았다. 만약 아신이 “아소는 나의 딸이오”라고 주장하면 장차 환생을 이어받는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었다. 아소는 여러모로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데다 호기심이 많고 담대함이 사내 못지않은 계집애로 자라났다. 또 바깥세상의 돌아가는 일들에 궁금증이 많았다. 그럴 때면 파랑새에게 부탁해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아소가 13살 되던 여름의 어느 날 파랑새가 아소의 처소에 날아들었다. 헌원에 대한 모든 정보를 물어왔던 것이다. 이야기를 다 들은 아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그토록 훌륭한 소년이 있다니. 정녕 믿기지 않아. 파랑새야. 헌원을 만나게 해줄 수 있니?” “그... 그것은.” “제발. 내가 이렇게 부탁한다.” 헌원이 15살 되던 여름, 하늘에 구멍이 뚫렸는지 비가 유난히 많이 쏟아졌다. 홍수가 질 때면 땅 위의 모든 것들이 물에 떠밀려 강물을 타고 정처 없이 흘러내려갔다. 사람들은 홍수가 무서워 동굴에 꽁꽁 숨어 지냈으나 용감하기 그지없고 호기심이 많은 헌원은 비가 억수로 퍼붓는데도 희수로 나갔다. 대지의 흙탕물이 희수에 몰려들어 강물은 누렇게 변하고 나무와 죽은 풀잎들, 숨이 붙은 개, 돼지, 토끼들이 강 위에 둥둥 떠다녔다. 헌원이 돌 하나를 주워 강물에 힘껏 던졌다. 돌은 물 위에 뜨지 못하고 금세 자취를 감추었다. 새로운 일에 부딪치면 늘 그러했듯이 헌원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물이라는 것은 어떤 물건은 받쳐들고 어떤 물건은 삼켜버리는구나! 헌원은 강물에 풍덩 뛰어들어 돼지 등에 올라탔다. 그러나 금세 돼지와 함께 물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번에는 풀잎을 타보았다. 풀잎은 사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역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런데 나무 뭉치를 타보니 가라앉지 않았다. 육중한 아름드리나무가 자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라앉을 것 같았지만 신기하게도 물 위를 둥둥 떠다녔다. 그 둔중한 나무가 사람을 싣고 유유히 강을 노니는 것이었다. “아! 바로 이것이로다.” 헌원은 무릎을 탁, 내리쳤다. 곧이어 희수 상류에서 둔중한 나무를 타고 폭포 아래를 무사히 지날 수 있는지 시험했다. 나무는 절벽에서 곤두박질치며 떨어졌지만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강물을 따라 홀로 유유히 떠내려갔다. 다만 그 위에 올라탄 사람은 나무 위에 버티고 있을 수 없었다. 나무는 나무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이별하게 되었던 것이다. 헌원은 어떻게 하면 나무 위에서 굴러 떨어지지 않을까 궁리를 했다. 나무에 손잡이를 만들어 굳게 잡으면 절벽을 무사히 지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보니 과연 대성공이었다. 이렇게 해서 땅 위에 최초로 배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 무렵 아소가 옥녀 모르게 파랑새를 타고 희수에 도착했다. 마침 잘생기고 멋진 소년이 배를 타고 유유히 강물을 떠돌고 있었다. 아소가 처음 목격하는 일이라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넋 놓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소년을 태운 배가 절벽에 이르더니 곤두박질치는 게 아닌가. 아소의 가슴은 철렁했다. 저 멋진 소년이 변을 당하지나 않을까? 그러나 소녀의 걱정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까 근심하는 것과 똑같았다. 거친 물살을 뚫고 소년이 탄 배가 갑자기 아소의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소년은 아소를 그윽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대는 누구신가요? 귀하신 몸 같은데 이 강에는 어인 일로 오셨나이까?” 아소는 궁궐에서 거칠 것 없이 자유분방하게 자라고 행동했지만 소년을 마주하니 가슴이 심하게 뛰고 머릿속이 텅 비어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얼굴이 발그레 상기되며 숨어버리고 싶었다.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겨우 입을 열어 수줍게 말했다. “그대의 범상치 않은 소문을 듣고 소녀의 발길이 저절로 이곳으로 오게 되었사옵니다. 소녀의 눈으로 직접 접하니 과연 헛소문이 아니옵니다.” 헌원이 소녀를 가까이에서 보니 매력이 철철 넘쳐났다. 헌원은 여태껏 호기심과 탐구심에 넘쳐 이것저것 발명품을 만들고 자연을 탐험하느라 여자에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처음 본 여자인데도 마음이 기울어졌다. 그 역시 소녀처럼 가슴이 심하게 뛰었다. 그러나 소녀가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 궁궐 공주라는 신분을 알아차리고 금세 냉정을 되찾았다. 헌원은 물에 듬뿍 젖은 머리를 두 손으로 털어내며 소탈하게 대답했다. “이 소년은 그저 한갓 미물일 뿐입니다. 그냥 물이 좋아 노닐다보니 이런 장난을 치게 된 것이지요.” 헌원이 만든 배는 코끼리 몸집만큼 큰 나무를 깎아 만든 것으로 어른 셋이 탈 수 있었다. 헌원은 아소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짓고는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먼 이곳까지 행차하시느라 피곤하셨을 텐데.... 소인과 함께 뱃놀이를 하오시면.” 헌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소는 재빨리 배에 뛰어올랐다. 깜짝 놀란 파랑새가 급한 마음에 아소를 만류했다. “공주님께서는 자중하십시오. 이러다 변이라도 생기면.” 헌원이 파랑새를 향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걱정 마시오. 소인이 공주님의 안전을 책임지겠나이다.” 헌원은 아소를 싣고는 강물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위를 파랑새가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며 따라 날아왔다. 아소가 배에 앉아 희수의 풍경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옥녀를 따라 곤륜산 일대 여러 곳을 유람 다녔었다. 그때마다 말 잔등에 앉아 다녔고 유람지에 도착해서도 행동이 자유롭지 못해 맘껏 뛰놀 수 없었다. 산천구경의 재미는 뒷전이고 늘 따분하기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 폭이 오백 보나 되는 희수가 망망대해로 느껴지고 노를 젓는 소년의 굵은 팔과 우람한 등을 보며 가슴이 쿵쾅거렸다. 강임에도 불구하고 배가 만경창파를 가르는 기분이었다. 대자연의 맑은 공기가 강물의 수증기와 어우러져 가슴을 시원하게 확 뚫었다. 게다가 멋진 소년과 함께 하니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헌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녀에게 정신이 팔려 흥분이 지나쳐 배가 폭포에 이른 것을 까맣게 잊었다. 배는 순식간에 폭포 아래로 떨어져 곤두박질쳤다. 아소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손잡이를 단단히 잡았으나 물살이 워낙 거세 그만 놓치고 말았다. 배는 아소를 뿌리치고 둥둥 떠내려갔다. 아소가 허둥대다가 물속으로 가라앉았으나 헌원이 구해내 강가에 뉘였다. 두 손을 아소의 가슴에 대고 누르니 물을 확 토해내며 감았던 눈을 떴다. 간이 콩알만해진 파랑새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만일 아소에게 변고가 생기면 자신의 목숨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소가 눈을 뜨자 헌원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아소는 파랑새의 근심이나 헌원의 걱정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환호성을 올렸다. “어맛! 물놀이는 정말 재미있어요. 배를 타는 것보다 더 좋아요.” 아소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벌떡 일어서 헌원이 만류할 틈도 주지 않고 강으로 달려가 풍덩 뛰어들었다. 파랑새가 뒤를 따르며 소리쳤다. “제발 공주님! 그렇게 막무가내로 뛰어들지 마세요.” 예나 지금이나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대낮에 공주가 강가에서 뛰어놀었다는 이야기는 곧 궁궐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전에 머리가 좋은 아신은 아소가 자기 씨앗이란 것을 확신하고는 옥녀 모르게 공주를 시중드는 시녀 하나를 골라 심복으로 심어놓았다. 뇌물을 톡톡히 챙긴 시녀는 공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아신에게 고해바쳤다. 아소가 강가에서 헌원과 어울려 배를 타고 헤엄을 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신은 딸이 걱정되어 끓는 솥 안의 개미처럼 안절부절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자객을 보내 헌원을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녀석 뒤에 있는 거대한 용이 떠올라 자객을 보낼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대책은 딱 하나였다. 옥녀에게 하소연을 해 아소가 나돌아다니지 못하도록 단속을 시키는 것이었다. 그는 늘 그래왔듯이 중요하고 급한 일일수록 차분하게 대처했다. 일단 옥녀를 만나 용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기쁘고 즐겁게 해준 다음에 슬며시 본론을 꺼내는 것이었다. 그는 궁궐로 들어가 옥녀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의 얼굴에는 음란한 기운이 가득 찼다. 좋은 징조였다. “소인의 관찰이 틀림없다면, 지금 오욕의 경지에 이르러 헤매고 계시는군요.” 옥녀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호호. 어찌 자네를 속이겠는가. 내가 지금 어떤 경지인지를 맞춰보게나.” 아신은 음욕으로 가득 찬 옥녀에게 다가가 치마를 살짝 들추었다. 여 몸종들은 깜짝 놀랐으나 옥녀는 그런 그를 내버려 두었다. 아신은 손으로 옥녀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음탕한 목소리로 말했다. “숨을 죽이고 정신을 가다듬으니 상대에게 안기고 싶은 욕망이 생긴 것이요, 콧구멍과 입이 벌어졌다 닫혔다 하니 홍목단을 애무할 것을 바라는 욕망이 있는 것입니다.” 옥녀가 그 말을 듣고 몸이 흥분되어 빨개진 얼굴로 몸종들을 바라보니 모두가 뒷걸음쳐 사라졌다. 아신은 옥녀를 번쩍 들어 안아 침실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곳에 두 사람만 남자 곧 알몸이 되어 서로의 몸을 탐했다. 아신은 옥녀의 젖가슴과 홍목단을 애무하면서 시를 읊듯이 말한다. “몸을 요동치면서 사내를 꽉 껴안으니 음액이 흘러넘쳐 교합을 간절히 바라는 욕망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이요, 땀이 등으로 흘러내리고 몸을 흠뻑 적시니 절정에 이르러 쾌감이 만족에 이르렀다는 징표요, 신선이 되고 싶기도 하고 죽고 싶기도 하고 몸은 구름 위로 뜨는 것 같고 신혼(神魂)이 가볍게 오르며 눈을 지그시 감고 선경(仙境)을 헤매니 극도의 쾌감에 이른 것이 틀림없소이다.” 그렇게 한바탕 질펀한 방사가 끝났다. 옥녀가 행복하게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교합의 즐거운 여운을 음미했다. 아신은 조용히 뒤로 물러나 잠시 기다리다가 옥녀가 눈을 떼자 입을 열었다. “황송하게도 아소 공주에 대해 여쭐 말이 있사옵니다.” 옥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아신을 내려다보았다. “아소? 아소가 어쨌단 말인가?” “아뢰옵기가...” “망설이지 말고 빨리 이야기를 하시오. 대체 무엇이오?” “희수에 사는 인간 소년과 어울려 논다고 하옵니다. 체통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잘못되면.” 옥녀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녀 역시 딸을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아신이 아소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기분 나빴다. 또 헌원을 철저히 믿기에 어떤 불상사가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주제넘게도 아신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다. 옥녀는 방금 전 그가 자신을 즐겁게 해주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짐짓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가 나설 일이 아니로다. 나는 또 헌원이란 천재소년을 굳게 믿노라. 아소가 장차 큰 인물이 되고자 하면 반드시 지금부터 세상 풍파를 겪어보아야 하느니라. 우리 궁궐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헌원이 대신해주니 오히려 그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니라.” 그때 아소가 어미의 침실을 지나치다가 옥녀가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아소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어머니에게 뛰어가 목을 끌어안고 아양을 떨었다. “어머님 감사해요.” 아신의 읍소 덕분에 아소는 오히려 지겨운 올가미에서 벗어나 파랑새가 되어 창공을 훨훨 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아신에게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그날 이후 아소는 매일 궁궐 밖으로 나가 헌원을 만났다. 그는 가장 먼저 아소에게 수영을 가르쳤다. 파도가 심한 급류에서 헤엄을 치고 폭포에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게 물 밖으로 나오는 기술 등을 가르쳤다. 아소는 무서운 구곡폭포에 올라가 단숨에 아홉 굽이를 가르며 수영하는 방법도 익혔다. 또 깊은 밀림으로 들어가 들짐승과 싸우는 법도 배웠고 활을 쏘아 날아가는 새를 잡는 방법도 배웠다. 말을 타고 들판을 종횡무진으로 달리는 기술도 익혔다. 소년과 소녀는 밤낮으로 붙어 다니며 세상의 온갖 기술은 다 배웠지만 정작 중요한 불장난 기술만은 배우지 않았다. 참으로 신기할 정도였다.
239    1. 龍人誕生 댓글:  조회:4590  추천:0  2012-02-04
1. 龍人誕生: 용인탄생 용의 아들이 태어나다 황하 하류에서 물줄기를 따라 서쪽으로 만 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천하제일 명산이 나타난다. 이름하여 곤륜산이다. 곤륜산은 서해의 남안, 유사(流砂)의 언저리, 적수(赤水)의 북쪽, 흑수(黑水)의 남쪽에 위치해 있다. 사방이 800리에 달하며, 드넓은 산은 바다보다 만길이 높고 산세가 험악하다. 기이하게도 하늘에 맞닿아 있건만 넓은 산에는 온갖 나무들로 덮여 있다. 신의 힘이 대지에 나타난 듯 울울창창한 수림이 하늘을 받치고 있다. 시루에 들어찬 콩나물마냥 빼곡히 늘어선 나무들 때문에 이곳에 발을 들이면 숨이 턱, 막혀 오는데다 일조량이 적고 안개가 늘 자욱하여 찌뿌드드하게 습하다. 게다가 해가 지는 산이라 음산한 기운이 가득 차 공포스럽다. 무섭고 답답한 곳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신령은 산으로 모습을 바꾸어 자신을 드러낸다. 예로부터 귀신은 음산한 곳을 선호하여 기거하는 법이다. 음산함으로 말하자면 심산계곡으로 가득 찬 곤륜산이 천하 으뜸이다. 그래서일까! 곤륜산은 온갖 잡귀신들의 놀이터요, 신선들의 집거지요, 무당의 잔치마당이요, 옥황상제의 출생지요, 하늘이 내린 천모낭랑(天母娘娘: 왕모)도 이곳에 기거한다. 그뿐이랴, 반신반인의 헌원 황제도 젊은 나이에 이곳에서 살았다. 그야말로 신들의 전당인 것이다. 그런 연유로 곤륜산은 신을 인격화하는 신화와 인간을 신격화한 신화적인 전설을 쉼 없이 흐르는 폭포마냥 쏟아냈다. 많고 많은 전설 중 단연 천모낭랑이 으뜸이고 헌원이 그 뒤를 따른다. 헌원이 태어나기 전의 인간세상은 암컷의 천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삶의 터전이 지극히 열악하고 문명이라는 것이 아직 나타나지 않아 동물적인 본능에만 의존해 살다보니 비바람과 폭풍우에 죽고, 굶어 죽고, 질병에 죽고, 싸움에 죽고, 얼어 죽기 바빴다. 사람이 태어나 목숨을 부지하기가 10명 중에 3명이 채 되지 않았으니 부족을 유지시키려면 어떤 수를 쓰든 후대 번식을 잘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리하여 아이를 낳는 여성이 숭배의 대상이 되어 사내는 노예가 되었고, 여자는 그 사내 노예들을 다스리는 주인이 되었다. 천하제일 명산이자 성산인 곤륜산의 여주인은 하늘이 내린 천모낭랑이다. 사람의 얼굴에 호랑이의 이빨, 표범의 털이 온몸에 덮여 있으며, 팔은 쇠다리이고 하반신은 코끼리 다리만큼 굵은 거녀이다. 한번 소리를 지르면 천하가 진동하는 살벌한 여인이다. 그녀는 죽음을 관장하는 제사장이자 다산을 관장하는 왕이다. 불사약을 갖고 있으며 삼천년에 한 번 꽃이 피고 삼천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 신실 복숭아를 갖고 있다. 옥을 먹고 산다 하여 옥녀(玉女)라고도 부른다. 민간에서 그녀를 옥녀라 함은 음기가 왕성하여 교합의 달인이라는 소문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옥황상제가 천상의 신이라면 옥녀는 땅 위에서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통치자로 수천수만 년을 통치해왔다. 달이 가고 해가 뜨는 것이 자연의 당연한 이치라면 옥녀가 인간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로 굳어져온 것이다. 그 누구도 감히 도전하는 자가 없었다. 헌데 최근 들어 그녀에게 큰 고민이 생겼다. “으아악!” 그것은 바로 악몽 때문이었다. 보통 악몽이 아니었다. 자다가도 벌떡벌떡 깨어나고, 정신을 차려보면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마치 물에 담근 빨래의 몰골이었다. 꿈속에서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난데없는 용이었다. 곤륜산 아래에 기거하는 우매한 사람들은 수천수만 년 동안 줄곧 늑대, 호랑이, 곰, 뱀 등 동물을 숭배해왔다. 그러나 용은 상상의 동물이었다. 옥녀는 시도때도 없이 꿈에 나타나 괴롭히는 용 때문에 몸과 마음이 피폐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대로 괴롭힘을 당하다가는 도저히 견디어낼 수 없구나. 어떻게 한다?” 이리저리 고민하고 방도를 구하던 그녀는 무릎을 쳤다. “오, 나의 충신 파랑새를 불러야겠구나.” 곤륜산 서쪽 삼위산(三危山)에 세 마리 파랑새가 산다. 이 새들의 몸통에는 날개가 달렸으나 얼굴은 사람이다. 몸은 선명한 청록색이고 머리는 흑갈색이다. 첫째 날개의 가운데에는 푸른빛이 도는 흰색의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으며 그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 때는 엄청나게 커진다. 부리와 다리는 붉은색을 띤다. 이들은 때로는 새이고 때로는 인간으로 변신하는데 주로 옥녀의 음식 조달을 맡고 때때로 전령사 역할을 한다. 옥녀가 천신들과 옥황상제, 복희씨, 염제와 같은 제신들을 반도(蟠桃) 연회 초대할 때면 파랑새가 멀리 날아가 소식을 전해준다. 또 옥녀가 바깥세상의 궁금한 일이 있으면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소문을 물어와 바친다. 곤륜산에서 가장 청정한 곳은 구곡폭포이다. 아홉 굽이를 꺾어 흐르는 물이기에 구곡폭포라 이름이 붙었다. 바위에서 떨어지는 거친 물결소리는 사방 10리에 미친다. 머리가 흐리터분하거나 깨질 듯이 두통이 있거나 몸이 찌뿌드드할 때 이 폭포 아래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고 병도 사라진다. 사람들만 모여드는 것이 아니라 귀신이 생겨나고 신선이 세상에 나타난 이후로 그들도 구곡폭포가 좋다는 소문을 듣고는 어중이떠중이로 모여들었다. 그때 옥황상제가 인간세상을 내려다보고는 이마를 찌푸렸다. 사람들이 모여서 살기는 살지만 남녀 간에, 상하 간에 질서가 없었고 예의가 없었고 귀천의 구분이 없었다. 옥황상제는 그 혼란을 그대로 놔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여봐라. 소전을 부르거라.” 잠시 후 소전(小典)이 대령하자 옥황상제는 명을 내렸다. “내가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서로 간에 구분이 없고 예의가 없구나. 네가 가서 이를 바로잡도록 하여라.” “명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소전이 인간세상에 내려와 자리를 잡고 산 곳이 곧 구곡폭포였다. 만물이 신의 힘을 받아 태동하는 2월의 어느 날, 소전이 구곡폭포의 한 갈래인 희수(姬水)의 물줄기를 따라 내려갔다. 반나절 걷고 나니 세상이 확 트인 것처럼 가슴이 상쾌했다. 필시 좋은 일이 생길 거란 예감이 머리를 스쳤다. 희수 상류에서 천 보 떨어진 곳에는 커다란 물줄기가 떨어지는 낙차가 있다. 낙차를 거친 강물은 유유히 쉼 없이 동으로 흐른다. 그리고 강북 언덕에는 버드나무가 우거진 울창한 숲이 있다. 이곳에서 여인네들은 길흉화복을 점치고 물고기를 잡아 아이를 무럭무럭 낳게 해달라고 제사를 지낸다. 경건한 제사가 끝나면 푸른 강물에 퐁당 뛰어들어 목욕재계를 펼친다. 그날도 한 여인이 강물에서 자유자재로 헤엄을 치고 있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소전은 그 모습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한참을 훔쳐보던 소전은 버드나무 아래에 감춰진 여인의 옷가지를 발견했다. “오호, 하늘의 선물이로구나.” 소전은 여인의 옷을 품에 안고는 그녀가 멱을 다 감을 때까지 기다렸다. 어느덧 반나절이 흐르자 여인이 알몸으로 물에서 나왔다. 소전은 그녀를 보는 순간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인간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처음으로 백옥 같은 미모의 여인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소전이 쿵쿵 뛰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무언가 멋진 말을 하려 했으나 막상 입에서 나온 말은 촌스러운 질문이었다. “여인이여. 그대는 이 근처에 사시나요?” 알몸으로 사내 앞에 선 여인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고 수줍어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소전을 바라보고는 은근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그러하옵니다. 보아하니 낭군은 인간세상의 때가 묻지 않았군요. 혹시 신선이 아니신지요?” 여인의 예리한 눈썰미에 소전은 화들짝 놀라 마음속으로 ‘아, 범상치 않는 여인이로구나. 이 여인과 연을 맺는다면 필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게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리한 여인은 그 마음을 눈치 채고는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녀는 일개 평범한 여자일 따름입니다. 낭군과 인연을 맺기엔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고도 많습니다.” 여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소전이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오. 그대는 아름답고 또 훌륭한 여인이오. 나의 아버지께서는 평범한 소녀나 아낙일지라도 한번 마주친 인연을 소중히 여기라 말씀하셨소.” “아! 그 아버님이 혹시 옥황상제님 아니신지요?” 소전은 또 한번 크게 놀랐다. 평범한 여자라고 스스로 말했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훤히 꿰뚫고 있지 않은가! 소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 여인을 속이거나 숨기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과연 그대가 말한 바와 똑같소. 아버님께서 이 소자에게 인간세상의 질서를 바로 잡으라는 영을 내리셨소. 그러나 천기(天氣)만을 타고난 내가 지기(地氣)로 가득 찬 인간세상을 다스린다는 것은 무리라는 진리를 깨달아가고 있소.” 여인이 머리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조했다. “그러하옵니다. 이 인간세상이 복잡다단하여 만만치 않거니와 옥녀라는 여인네가 천하를 한 손에 꽉 움켜쥐고 있어 더욱 어렵나이다.” 소전이 반색을 하며 무릎을 힘 있게 쳤다. “맞소. 바로 그것이오. 그대의 혜안에 탄복하는 바요.” “감사하옵니다. 그러하오나 혹시 무슨 묘책이라도 갖고 계시나이까?” 소전의 얼굴에 잠깐 근심이 스쳤으나 이내 심호흡을 하고는 계책을 설파했다. “그대가 목욕하는 모습을 보면서 떠올린 묘책이 있소. 그대와 내가 이렇게 만난 것은 하늘의 뜻이오. 땅의 기를 가진 그대와 하늘의 기를 가진 내가 한몸이 되어 자식을 낳으면 틀림없이 이 세상을 호령할 큰 인물이 될 것이오.” 이제 여인과 소전이 어떻게 그 뜻을 이루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자. 백옥 한가운데에 청정의 호수가 있다. 그 호수 밑바닥에는 보물을 만드는 재료가 엄청나게 묻혀 있다. 그러나 음기로 차 있어서 양기가 합쳐지지 않으면 한낱 돌덩이에 불과하다. 양기와 결합해야만 천하제일의 보물을 만들어낸다. 사내는 보물을 만들고자 천기로 가득 찬 양물을 아주 부드럽게 천천히 백옥에 밀어넣었다. 잠시 부드럽게 진행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도달하면 하늘을 통째로 찢어낼 것 같은 힘을 쏟아 부었다. 천둥이 치고 땅이 갈라지는 분출의 그 순간에 사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세포가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폭발을 느꼈다. 여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사랑의 합이 이루어졌으니 가히 느낌의 절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날 이후 여인은 태몽을 꾸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곤륜산에 사는 여인네들의 태몽은 모두 비슷했다. 그녀들이 숭배하는 늑대, 호랑이, 곰, 뱀 등의 꿈을 꾼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유교씨(有蛟氏)의 태몽에는 난데없는 용이 나타났다. 전고에 없던 일이었다. 꿈속의 거대한 용은 땅을 평정하고 하늘을 향해 용트림을 하며 날아올랐다. 하늘을 찌르듯 기고만장하던 옥녀가 그해 늦가을부터 꿈자리가 어지럽기 시작했다. 매일 밤 무서운 용이 불청객으로 나타나 괴롭히는 것이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그녀는 늘 머리가 지끈거렸고 무거웠다. 왜 용이 나타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마음과 몸은 더 피폐해졌다. 그러던 동짓날, 그녀는 밖을 내다보고는 시종들을 불러모았다. “오늘은 겨울날치고는 무척 온화하구나. 하늘도 구름 한 점 없이 맑으니 내가 구곡폭포를 찾아가 보겠노라.” “네이~. 지금 즉시 행차 준비를 하겠습니다.” 옥녀는 울적한 마음을 털어내고 머리를 식히려 시종들과 부하들을 거느리고 집을 나서 구곡폭포로 향했다. 거대한 물줄기가 떨어지는 폭포수는 한겨울에도 결빙을 모른 채 시원하고 하얀 물줄기를 끊임없이 쏟아냈다. 그 장관의 모습을 보자 옥녀는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서서히 풀렸다. 그러나 가슴 저 깊은 곳에 맺힌 응어리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하루 종일 폭포수 아래에서 이리저리 노닐며 마음을 진정시켰고 어느덧 별이 드는 밤이 되었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옵니다.” 시종이 말하자 그녀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탄식했다. “벌써 밤이 되었으니... 안타깝구나.” 그녀가 아쉬움을 남겨두고 시종들의 호위를 받으며 폭포 아래로 내려올 때 문득 저 멀리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멈추거라. 저 소리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아니더냐?” 시종들은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는 귀를 기울였다. “그러하옵니다. 희수 상류 북쪽에 커다란 동굴이 있는데 아마도 그곳에서 나는 소리 같사옵니다.” “오, 이 이슥함 밤에 아기의 울음이라니! 심상치 않은 일이로구나. 이 징조가 길일까 흉일까?” “제가 가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옥녀 옆에서 시중을 들던 파랑새가 날개를 펼쳐 포르르 동굴로 날아갔다. 파랑새는 동굴에서 벌어진 일을 이렇게 들려주었다. 네 발 짐승들은 새끼를 낳을 때 대부분 가로로 눕는 자세를 취한다. 인간만이 똥을 싸듯 아기를 낳는다.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걸터앉아 아기를 낳는 것이다. 인류가 두 발로 걸어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두 팔이 자유로워지고 민첩해졌다. 앉은 자세로 아기를 생산하는 까닭은 어미가 아기가 빠져나오는 음부를 관찰하면서 필요할 때 두 손으로 아기를 잡아당겨 빼낼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나 음도가 활짝 열릴 때까지 밀려오는 통증은 견디기 어렵고, 앉은 자세의 두 다리가 받는 힘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니 여자가 아기를 생산하는 고통은 죽기보다 훨씬 더 힘들다. 동굴 속에서 유교씨가 움푹 파인 구덩이 위에 앉았다. 몸의 구멍이 열리는 통증이 하반신에 실려 숨 쉬기가 힘들고 들숨날숨이 고르지 못했다. 구덩이가 그녀를 빨아들이는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는지 몸이 천근 무게가 되어 그대로 주저앉고 싶다. 비린내로 가득 찬 암흑세상의 주머니에 들어 있던 새 생명은 이제 그 비린내를 벗고 밝은 세상을 보려 발버둥을 쳤다. 새 생명이 태동하여 움찔거릴 때면 주머니의 입구가 악어입이 되어 크게 벌어지고 그럴 때마다 통증이 더해졌다.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청색과 백색이 교차하고 온몸에 송골송골 땀이 흠뻑 돋았다. 주머니가 열릴 대로 열렸으나 새 생명이 뚫고 나오기엔 턱없이 좁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주머니가 확 열리고 구역질나는 혼탁한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새 생명이 고고성을 울리며 세상의 빛 속으로 던져졌다. 아기는 세상의 빛을 보았다는 고고성을 터뜨린 후 어미젖을 파헤쳤다. 별들이 유난히 반짝이는 밤이었다. 북두칠성은 아기가 태어난 동굴 위에서 멈춘 채 움직일 줄 몰랐다. 수만 리 동쪽에 살고 있는 만천(曼倩: 동방삭)이 별의 움직임을 따라 동굴을 찾아왔다. “아! 하늘의 별들이 드디어 문명을 개척하여 천하의 질서를 바로잡을 위대한 보물이 탄생했음을 알리는구려!” 소전이 동방삭에게 물었다. “감사하옵지만 무슨 근거로 아기의 미래를 점치는가요?” “이 아기는 천기를 듬뿍 받은 데다 용의 기운을 가득 지니고 태어났으며 탄생일 또한 길일이라 반드시 큰 인물이 될 것이외다.” “탄생일이 길일이라니요?” 동방삭이 땅바닥에 6개의 효(爻)를 그리며 들려주었다. “가운데 구멍이 뚫린 위 5개의 효는 암컷이자 음이고 가장 밑에 쭉 뻗은 작대기는 수컷이며 양이지요. 음으로 가득 찬 동짓날에 양이 치고 올라오는 것인데 지배받던 수컷이 통치하던 암컷을 몰아내고, 광명이 암흑을 물리치고 밝은 세계가 도래할 것을 암시합니다.” 소전이 흥분하여 동방삭을 와락 끌어안았다. 후세 사람들은 땅 위의 꽃들이 만개하고 나비가 꽃을 찾는 시기인 삼짇날(음력 3월 3일)이 길이이라 하면서 용인(龍人)의 탄생일을 삼짇날이라 주장한다. 민간에서는 “2월 2일 용이 머리를 쳐들고/삼짇날에 헌원(黃帝)이 탄생했다네”라는 노래까지 지어 불렀다. 천모낭랑의 생일 또한 삼짇날로 전해진다. 아마 천하 위인의 탄생일을 삼짇날로 맞추는 흐름 때문에 헌원의 탄생일이 삼짇날로 전해왔을 것이다. 아이가 세 살이 되자 소전은 숲속에 놓아 키웠다. 먹을 것을 스스로 찾게 했으며 벌레에 물리거나 나뭇가지에 찢겨 상처를 입어도 개의치 않았다. 소전은 아이가 사내답게 거칠게 크기를 바랐으나 어미 유교씨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어미로서의 마음으로 아들을 돌보려 했으나 소전의 뜻을 굽힐 수는 없었다. 그렇게 무럭무럭 자란 아이는 어느덧 일곱 살이 되었다. 숲에서 산짐승을 만나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사냥을 했으며 아비가 도와주지 않고도 스스로 싸워 이기는 법을 터득했다. 여덟 살이 되면서부터는 홀로 곤륜산 구석구석을 누볐다. 아이가 열 살이 되자 평화롭던 곤륜산에 불길한 징조가 서서히 찾아왔다. 지난 10년 동안 옥녀의 꿈에서 용이 떠나지 않고 집요하게 괴롭혀왔기에 참다못한 옥녀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녀는 파랑새를 불러 명을 내렸다. “동굴에서 태어난 아이의 동태를 감시해 보고하거라.” “즉시 시행하겠나이다.” 파랑새는 소년의 집으로 날아가 그날 이후부터 소년을 따라다니며 모든 행동을 감시했으며 저녁에는 옥녀에게 그대로 보고했다. “아이는 아주 영리하고 민첩해 장차 범상치 않은 인물이 되리라 짐작되옵나이다. 또 천성이 두려움을 모릅니다.” 옥녀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흠. 그런 아이라면 내가 직접 만나봐야겠구나.” 다음날 그녀는 시종과 부하들을 이끌고 구곡폭포를 찾았다. 구곡폭포는 격류가 어찌나 센지 거북, 악어조차 헤엄치기 힘들다. 그런데 옥녀가 폭포에 막 도착했을 때 소년이 바위 위에 올라 폭포 속으로 뛰어들려던 참이었다. “통재라, 아이가 무모하구나. 어찌 일찍이 삶을 포기하고 자결하려 드는고?” 옥녀는 범상치 않을 인물이 될 아이가 폭포에서 뛰어내려 죽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녀가 혀를 쯧쯧 찰 때 소년은 폭포를 향해 뛰어들었다. 옥녀는 너무 놀랐지만 잠시 후 소년이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는 유유자적하게 헤엄을 치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을 본 옥녀는 또 한번 깜짝 놀랐다. “보통 아이가 아닌 것은 분명하구나. 내가 저 아이를 보고 싶으니 데려오너라.” 시종이 쪼르르 달려가 아이를 데리고 옥녀 앞에 섰다. 옥녀는 아이의 팔과 다리를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정말 사람인지 아닌지 궁금해서였다. “네가 그토록 능수능란하게 헤엄치는 데는 무슨 도가 있느냐?” 소년은 두 손으로 젖은 머리를 뒤로 젖히면서 당당하게 대답했다. “소인은 도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물과 하나가 되어 들어가고 용솟음치는 파도와 함께 나오고 물의 길을 따를 뿐입니다. 내가 물속에 있다는 생각조차 없기 때문에 억지로 허우적거리지 않을 뿐이지요.” “과연 그렇구나. 그러나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네가 하고 있으니 그 재주를 어떻게 터득했는지 궁금하구나. 더욱이 너는 어른도 아닌데.” “비록 어른은 아니지만 소인에겐 고(故), 성(性), 명(命)이 있사옵니다.” 옥녀는 소년의 대답에 흥미를 느꼈다. “그것이 무엇인고?” “소인이 이렇게 거센 폭포가 있는 마을에서 태어나 이 환경을 편안하게 느끼는 것이 故요, 물에 익숙해져 물이라면 아무 두려움 없이 친근하게 느끼는 것이 性이요, 헤엄치는 방법을 모르면서도 헤엄치는 것이 命이옵니다.” 옥녀는 늠름하게 대답하는 소년의 기상에 감탄해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내 말을 들으니 이해가 가누나. 그렇다면 네가 타고난 것이 무엇이더냐?” 소년은 옥녀의 질문을 받자 씩씩하게 입을 열었다. “굳이 더 말씀드리자면 소인은 용의 기운을 듬뿍 타고난 덕분에 물을 자유자재로 노닐 수 있으며 세상만사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옥녀의 귀가 솔깃해졌다.“네가 용의 기운이라 했느냐?” “네, 그러하옵니다.” 궁궐로 돌아온 옥녀는 가슴에 돌멩이가 들어찼다. 걷어내려 애쓰면 애쓸수록 더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지난 10년 동안 줄곧 꿈에 나타나 괴롭히는 용이 그 소년의 현현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 소년이 지난 세월 동안 나의 마음을 짓눌러온 어둠인 것 같아.” 옥녀는 오랜 시간 고민을 하다가 충신 아신(阿辛)을 불렀다. 아신은 요사하고 간사해 때로는 옥녀를 화나게 하지만 머리가 좋고 사태 파악에 능수능란한 신하였다. 또 눈치가 구단이라 주인의 비위를 맞추는 재주가 뛰어났다. 그래서 옥녀가 사내 생각이 날 때면 그를 불러 하룻밤을 즐기곤 했다. 그러나 간사한 사내가 대부분 그러하듯 그의 양물은 함량미달이었다. 그럼에도 옥녀는 단지 배가 고플 때 잠깐 허기를 채우는 간식이라 생각하고 그를 침대로 끌어들이곤 했다. 옥녀가 아신의 양물을 떠올리며 빙긋 웃을 때 그가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어서 오게나. 내가 긴히 상의할 게 있어 불렀네. 호랑이와 용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세지?” “당연히 용이 더 세지요. 하온데 그건 왜 물으시나이까?” “지금은 새끼 용이라 걱정할 것 없지만 장차 언젠가 덩치가 커지면 싸우려들겠지.” “아닙니다. 용은 물에서 살고 호랑이는 땅에서 살기에 서로 싸울 일은 없다고 사료되옵나이다.” 그럼에도 옥녀는 여전히 이마의 주름을 펴지 못했다. “그렇긴 하지만 용의 기운이 세상에 가득 차면 호랑이는 설 자리를 잃을까 걱정이라네.” 아신은 그제야 주인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굳은 얼굴에 슬며시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요사스런 두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토록 걱정이 되오면 날개가 커지기 전에 미리 처치하는 것이....” “방금 처치라 했느냐?” “아직 싹일 때 잘라버려야 후환이 없습니다.” 옥녀는 그 말에 따라 개명수(開明獸)와 우돌(愚乭)을 호출했다. 개명수는 호랑이 몸에 머리가 9개 달린 괴수이고 우돌은 가장 인간답게 진화된 괴물이었다. 둘의 힘은 막상막하이자 하늘 아래 대적할 자가 없는 천하장사였다. “너희들이 힘을 쓸 일이 있노라.” “명령만 내려주시옵소서.” “구곡폭포에 새끼 용이 나타나 밤마다 나를 괴롭히는구나. 쥐도새도 모르게 해치우거라.” “명대로 따르겠습니다.” 주인의 명을 받은 두 괴물은 밤이 이슥하기를 기다려 희수 강가의 동굴을 찾아갔다. 때는 해시(밤 9~11시)여서 대자연은 달빛만 빛날 뿐 나돌아다니는 동물은 한 마리도 없었다. 흐르는 강물 소리와 바람 소리뿐이었다. 교교한 달빛 아래 사방은 적막했다. 두 괴물이 발소리를 죽이며 슬금슬금 동굴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당신과 함께 사는 것은 너무 행복하고 좋아요. 그런데 한 가지 유감이 있어요.” 두 괴물이 안으로 들어서자 동굴 안쪽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행복에 겨운 넋두리였다. “유감이라니? 그게 대체 무엇이요?” 사내의 부드러운 질문이 이어졌다. “당신의 천기가 너무 센 것이 문제예요. 천기가 세서 아들을 낳았는데 그 녀석이 도통 내 곁에 붙어 있지를 않아요. 늘 밖으로 나도니 친구가 되지 못해 섭섭해요. 계집애를 낳으면 말동무도 되고 좋겠는데... 딸이 없는 게 저는 서운해요.” 여인의 투정이 끝나자 사내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난 또 무슨 걱정이라고. 그것은 염려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이 원한다면 오늘밤에 계집애를 하나 만들어주겠소.” 두 괴물은 숨을 죽이고 남녀가 주고받는 대화를 엿들으며 새끼 용의 동정을 살폈다. 동굴 속의 횃불이 꺼지자 남녀의 대화는 멎었고 곧 여인의 요란한 교태소리와 신음소리가 온 동굴을 채웠다. 그 소리는 동굴 밖으로까지 퍼져나가 온 대지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곧 신음소리가 잦아들고 여인의 교태스런 투정이 들려왔다. “아! 아~ 당신은 너무 세요. 언제나 이렇게 드세게 밀어붙이니 계집애가 안 생기는 거예요.” 여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내의 모습은 돌연 사라지고 거대한 용 한 마리가 여인의 몸 위에서 용틀임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두 괴물은 너무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쩍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줄 몰랐다. 혹여 잘못 보았나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으나 분명 용 한 마리가 여인의 몸 위에 있었다. 그때 그들의 뒤에서 느닷없는 호통이 들려왔다. “너희들은 누구냐?” 두 괴물은 깜짝 놀라 뒤를 바라보았다. 새끼 용 한 마리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깊은 밤에 이곳에 웬일로 나타났느냐?” 괴물들이 무어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거대한 용의 꼬리가 목을 감았다. 새끼 용의 호통을 들은 아비 용이 교미를 멈추고 그 거대한 꼬리로 괴물들의 목을 바짝 감은 것이었다. “캑캑!” 괴물들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처럼 갑작스런 공격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용의 꼬리는 너무 크고 힘이 세서 괴물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들이 발버둥을 쳤으나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었다. 거대한 용은 그 모습을 보면서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은 처음이라 내가 용서하노라. 그러나 또다시 이런 무모한 짓거리를 저지르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니 알아서 처신하라.” 두 괴물의 보고를 접한 옥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제껏 두 괴물이 싸워 진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쫓겨났다는 말을 듣고 이게 도대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생각했다. 옥녀가 어리둥절하면서도 분노가 치솟아 어찌할 줄 모를 때 약삭빠른 아신이 다가가 어깨를 주무르며 입을 열었다. “너무 심려 마시옵소서. 보아하니 새끼 용이 애비 용의 기운을 듬뿍 타고나 힘이 넘치고 또 뒤에서 큰 용이 보호신이 되어주어 그렇게 용맹할 것입니다.” “누가 그걸 모른단 말이냐? 대체 어찌하면 좋을지 방법을 말하거라.” 옥녀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 호통에 겁을 집어먹은 아신은 움찔 뒤로 물러나며 두 괴물을 내보내라는 눈짓을 했다. 옥녀가 괴물들에게 물러나라는 손짓을 하자 두 괴물은 행여 그 자리에 더 있다가는 된통 혼이라도 날까봐 후다닥 빠져나갔다. 아신은 목소리를 낮춰 옥녀의 귀에 소곤거렸다. “저, 저, 이런 말씀... 드리기가...” “도대체 뭘 망설이는 게냐. 어서 빨리 속시원히 말을 하거라!” “우리가 이기지 못할 상대라면 역이용하는 것이 어떠하신지요?” 아신의 말이 끝나자 옥녀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역이용이라?” “네, 그것이 묘책 중의 묘책이라 사료되옵나이다.” “그 묘책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고?” “두 괴물이 이기지 못하는 상대라면 그 힘이 천하장사일 것입니다. 그와 대적하지 않고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오호! 그거 나쁘지 않은 방법이로구나.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시간을 더 주시면 소신이 처리하겠습니다.” 소년은 훌쩍 자라 이제 열두 살이 되었다. 그해 겨울,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함박눈이 엄청나게 내렸다. 눈은 내리고 또 내렸다. 눈은 어른들의 가슴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그렇게 눈이 많이 내렸음에도 파랑새는 부지런히 마을로 날아가 소년의 동정을 살폈다. “지금 산야에는 온통 눈이 쌓여 어른들도 돌아다니기 힘듭니다. 그러나 소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산과 들을 자유자재로 쏘다닙니다. 실로 경이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그 모습을 봐야겠구나. 행차를 준비하거라.” 눈이 많이 내렸음에도 옥녀는 소년의 모습을 보기 위해 나들이를 했다. 성대한 가전별초(駕前別抄: 왕이 행차할 때 앞장서는 군대)를 앞에 세우고 그녀는 눈길을 파헤치며 희수를 찾았다. 병사들이 허리까지 차오른 눈을 치우며 길을 내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힘겹게 당도한 희수의 들판은 온통 하얀 눈이었다. 그 눈벌판 위에 종횡으로 움직이는 까만 점이 하나 보였다. 바로 소년이었다. 그 점은 빠르게 다가와 옥녀 앞에 멈추었다. 소년은 백마가 끄는 달구지 위에 앉아 옥녀를 태연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옥녀의 눈이 둥그렇게 커졌다. 그녀의 눈길을 끈 것은 세상에 드문 백마도 아니고 귀여운 소년도 아니었다. 오로지 처음 보는 달구지에 눈길이 갔다. 박달나무로 만든 달구지는 어른 키의 두 배 높이였고 넓이도 아주 넓어 어른이 가로 세로로 누워도 충분했다. 그 한가운데에 소년이 의젓하게 앉아 있었다. “이 달구지는 누가 발명한 것인고?” “소년이 만든 것이옵니다.” 옥녀는 믿기지 않아 머리를 흔들었다. “정녕 네가 만든 것인가? 설마 거짓말은 아니겠지?” 소년이 입가에 슬며시 비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소년은 거짓이란 단어가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옵나이다.” 옥녀는 소년의 말이 진실임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그 달구지에 놀라움과 호기심, 부러움을 나타낸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나들이를 할 때면 늘 말을 타고 다니지만 말 잔등에 부대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그나마 날씨가 화창해 괜찮지만 한겨울에는 얼굴을 저미는 바람 때문에 고통이 심했다. 더구나 소년의 달구지는 바람을 막을 수 있으면서도 앞을 볼 수 있어 매우 편리해 보였다. 옥녀는 달구지의 바람막이를 이리저리 만져보며 물었다. “이런 바람막이를 만들 궁리를 어떻게 했더냐?”“동굴이 사람을 보호해주지 않습니까, 이 바람막이를 동굴로 생각하면 되옵니다.” “참, 영리하고 기발한 아이로구나! 네 이름이 무엇인고?” “소년은 이름이 없사옵니다.” “너 같이 재주가 뛰어난 아이가 아직까지 이름이 없다니... 기이하도다.” “아버지께서 제가 무언가 특출난 것을 발명해내면 그때 이름을 지어주겠다 하셨습니다.” 옥녀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너는 이미 특출난 것을 발명했느니라. 이 멋진 달구지를 발명했으니 네 이름을 헌원(軒轅)이라 하여라.” 소년은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무척 감사하옵니다. 하오나 제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아버지께 여쭙고 대답을 올리겠사옵니다.” 옥녀는 소년이 너무 기특해 두 팔을 벌려 힘껏 껴안았다. 소년의 몸이 닿는 순간 부드러운 느낌에 뼛속까지 녹아들었다. 옥녀는 움찔 놀라 물었다. “네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고?” 소년이 몸 아래를 가린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도리라 하옵니다.” “도리라!” 옥녀가 수천수만 년 동안 천하를 통치해왔으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동물과 다를 바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둥벌거숭이였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여인네들은 사내의 몸 한가운데 있는 양물과 자신들의 몸에 있는 동굴이 무척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양물과 동굴이 있음으로써 삶의 기쁨이 있었고 또 새끼를 낳을 수 있었다. 여인네들은 양물을 숭배하기 시작했고 소중한 만큼 사나운 자연으로부터 또 다른 여인들로부터 보호할 필요를 느꼈다. 누군가 처음에 나뭇잎으로 양물을 가리자 너도나도 따라 했다. 또 누군가 호랑이 가죽으로 양물을 가리자 차차 따라하면서 모두가 양물과 동굴을 가리고 다녔다. 호랑이 가죽을 구할 수 없는 사람은 토끼나 늑대 가죽도 사용했다. 그러나 그것은 옷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소년이 몸에 걸친 도리라는 것은 아주 훌륭했다. 몸 전체를 가렸을 뿐만 아니라 모양도 멋있었다. 도리에 반한 옥녀는 옷을 만져보다가 물었다. “너의 이 도리는 무엇으로 만든 것이냐?” “제 도리는 무척 특별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지요.” 높디높은 곤륜산 주위에는 약수(弱水)라는 강이 흐른다. 이 강은 가벼운 새털조차도 가라앉을 정도여서 그 누구도 쉽게 건널 수 없다. 약수의 바깥은 불꽃이 이글거리는 염화산(炎火山)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 염화산의 불길은 너무 강렬해 세상만물 무엇이든 닿기만 해도 타버린다. 신기하게도 이 모진 불길 속에 무게가 천 근이나 나가는 큰 쥐가 살고 있었다. 소년이 어느 날 이곳을 유람하다가 그 쥐를 보았다. 쥐를 보는 순간 옷감을 얻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쥐는 온몸이 붉고 명주실처럼 가늘고 긴 털이 나 있다. 그 쥐는 뜨거운 불 속에서는 잘 살지만 불 밖으로 나올 때 물을 뿌리면 곧 죽는다. 소년은 그 사실을 알아내고는 아버지에게 달려가 쥐를 잡자고 말했다. 아들의 말에 솔깃해진 아버지는 함께 염화산으로 와 쥐에게 물을 뿌려 잡았다. 두 사람이 쥐를 잡아오자 어머니가 밤새 정성 들여 아들의 옷을 만들었다. 소년은 기쁜 마음으로 옷을 입고 다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더러워졌다. 하지만 옷감은 이 세상에서는 보기 드문 화완포(火浣布)였기에 물에 빨 수가 없었다. 소년은 새 옷을 만들리라 생각하고는 그 옷을 불길 속에 던졌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옷이 깨끗하게 빨아졌다. 소년의 이야기가 끝나자 옥녀는 소년이 입고 있는 도리가 욕심났다. “나에게도 근사한 도리를 만들어줄 수 있겠느냐?” 소년은 담담하고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생각을 좀 해보겠습니다.” 옥녀 곁에 있던 개명수와 우돌 두 괴물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두 팔을 걷고는 소년을 당장 잡아먹을 태세를 취했다. “네 이놈, 하늘이 무섭지도 않느냐?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거들먹 거리느냐?” 옥녀가 두 괴물을 향해 멈추라는 손짓을 한 뒤 상냥한 어조로 물었다. “너에게 궁금한 것이 하나 있노라. 천하 사람들은 나를 만나면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떠는데 너는 어찌하여 이다지도 담대한 것인고?” “사람이 짐승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짐승이 사람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도 역시 사람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나를 해치지 않는데 굳이 두려워할 이유가 있사옵니까?”
238    황제와 소녀 장편소설 연재 댓글:  조회:4812  추천:0  2012-02-02
황제와 소녀   김정룡 지음 머리말 현대사회의 아름다운 성을 위해 춘추전국시대 고자(告子)는 “식(食)과 색(色)은 인간의 본능”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 두 가지 본능은 즐겁다. 식은 즐거운 일이지만 색은 더욱 즐겁다. 그럼에도 마땅히 즐겨야 할 성이 역사적으로 전통과 문화, 관습에 의해 억제당하고 감춰져왔다. 그래서 즐겁지 못했다. 개방된 현대사회는 성을 금기시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에서 그토록 중요한 성을 알려는 노력에 매우 인색하다. 남자이든 여자이든 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성기능이 부실해진다. 간혹 포르노를 감상하고 비아그라를 복용하는 것으로 해결하려 드는데 이런 방법은 임시방편일 뿐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근본을 알아야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성을 제대로 알아야 인생역전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남편이 바람피운다고 속을 썩기에 앞서 아내가 마땅히 남편을 꽉 움켜잡는 교합 기교를 연마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 아니겠는가!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백 알의 비아그라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다. 중국의 오래된 저술 중에 도교 섹스 테크닉을 담은 《황제 소녀경》이라는 책이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번역 출간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매우 딱딱해서 읽은 재미가 떨어질 뿐 아니라 실제적인 성의 기술을 제대로 알려주지도 못한다. 다양한 성 정보가 범람하는 현대사회에서 재미가 없으면 인기가 없기 마련이다. 이 책은 단순한 성 가이드북을 뛰어넘어 재미있는 스토리와 함께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성의 의미와 기술을 들려준다. 주인공인 헌원의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또 그의 파트너인 소녀(아소)의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통해 원시 인류가 어떻게 성에 눈뜨고 즐기게 되었는가를 보여준다. 아울러 농사와 의학의 발견, 결혼제도의 창시와 부족 간의 충돌, 헌원의 중원 평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생식숭배문화사상》의 저자 조국화(趙國華) 선생은 “중국 문화는 생식숭배 사상을 핵심으로 형성되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역사를 더듬어보면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사내와 여자는 성을 둘러싸고 큰 갈등을 겪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고 성이 생식의 도구를 넘어 삶을 아름다고 활기차게 하는 요소로 자리잡게 된 것은 큰 축복이라 할 수 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복잡다단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남자와 여자들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성생활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개척해 나가기를 바란다. 2011년 여름 차례 머리말/현대사회의 아름다운 성을 위해 1. 龍人誕生: 용인탄생 용의 아들이 태어나다 2. 龍素相逢: 용소상봉 헌원이 소녀를 만나다 3.少年入宮: 소년입궁 헌원, 옥녀의 궁으로 오다 4. 神魂顚倒: 신혼전도 헌원이 그 양물로 여인의 정신을 잃게 하다 5. 名婦誕生: 명부탄생 소녀, 성에 눈뜨다 6. 初顯神手: 초현신수 헌원이 정자의 지붕을 뾰족하게 바꾸다 7. 農具誕生: 농구탄생 호랑이의 걸음으로 운우지정을 나누다 8. 家屋築造: 가옥축조 소녀의 옥문에 숲이 생기다 9. 旗幟發明: 기치발명 네 가지 이익이 되는 교합을 배우다 10. 新宮築造: 신궁축조 사내의 양물은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11. 矛盾激化: 모순격화 헌원에게 고난이 닥치다 12. 軒轅離山: 헌원이산 고래는 드넓은 바다에서 살아야 13. 行進中原: 행진중원 헌원과 소녀, 중원에 자리 잡다 14. 炎黃交流: 염황교류 소녀, 늘어나고 줄어드는 비결을 익히다 15. 軒轅結婚: 헌원결혼 사랑하지만 맺어질 수 없는 안타까움 16. 軒轅得子: 헌원득자 육체의 향기가 예전같지 않으나 17. 勢力擴大: 세력확대 나이가 들어서도 사랑은 영원하리 18. 晩年黃帝: 만년황제 헌원, 천하를 통일하다 19. 素女著書: 소녀저서 소녀, 을 짓다
237    불안해 출국 못하겠다 댓글:  조회:7045  추천:1  2012-02-01
비행기표 샀다가 환불, 대량 불법체류 양상 우려   희망찬 '흑룡의 해'를 맞아 가슴이 벅차있던 재한중국동포사회는 새해벽두부터 불안에 휩싸여 크게 술렁이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해 지문제를 실시함에 따라 과거 위명으로 한국에 입국하여 체류 한 경력이 있는 동포는 재입국 시 공항에서 입국불허 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6일 하루만해도 입국불허가 된 동포 15명에 달하였고 매일 수명에서 10여 명이 한국공항에서 중국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연변에서 온 김모 씨는 현재 합법으로 4년 넘게 체류하고 있다. 오는 구정에 집에 볼 일이 있어 잠깐 다녀오려고 비행기표를 샀다가 8년 전 위명으로 한국에 입국한 경력이 맘에 걸려 도저히 불안해 귀국을 포기하고 환불을 요청했다. 김모 씨와 비슷한 경력이 있는 친구가 중국에 임시귀국하였다가 며칠 전 인천공항에서 입국불허가 되어 본국에 쫓겨 간 사실이 있어 출국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환불이유를 토로했다. 앞으로 김모 씨와 같은 동포경력자들이 출국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빤한 일이다. 임시귀국을 주저하는 동포는 그렇다 치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3년 만기 혹은 5년 만기 되는 H-2비자 소지자, 또 일부 F-4로 변경된 동포 중에 과거 위명여권사용경력이 있는 자는 재입국이 불허되는 것이 두려워 결국 불법체류할지언정 출국을 포기하는 사태가 대량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 동포사회는 “한국정부가 합법으로 체류 자격을 부여하여 잘 지내고 있고 정부 정책에 따라 자유왕래를 보장받아 기뻤다.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은 만큼 정책에 의해 3년 만기 혹은 5년 만기가 되면 따르기로 결심했었는데 과거를 들추어 입국불허를 실시하니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크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2011년 7월부터 외국인등록증 발급 시 지문제가 실시된 이래 과거 위명여권사용 이유로 적발되어 체류연장이 불허 되어 출국명령을 받거나, 2012년 1월 1일부터 입국하는 외국인 지문도입에 의해 과거 위명여권사용동포가 임시귀국 혹은 만기자 재입국 시 적발되어 강제퇴거 될 동포 수가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많은 수가 출국을 꺼린다면 새로운 불법체류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2006년 법무부의 실시 시 경찰조사를 거치고 검찰청으로부터 불기소유예처분을 받고 실명으로 출국했다가 1년 뒤 재입국한 동포는 문제가 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출입국할 수 있다. 현재 민간단체 명망 높은 분들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법무부와 대화중에 있고 중국대사관이 나서 한국정부와 교섭하고 있다고 하니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236    춘절문화 알아보기 댓글:  조회:7650  추천:1  2012-01-17
   춘절은 중국 전통 4대 명절(청명, 단오, 중추, 춘절) 중 가장 큰 명절로서 춘절문화가 굉장히 복잡하고 잡다하다. 그 중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보편적인 두 가지 문화만 살펴보기로 하자. 춘절이면 집집마다 대문에 '복(福)'자를 붙이는 풍습이 있다. ‘복(福)’은 본래 제사음식을 뜻하는데서 유래되었다. 제사음식이 ‘복(福)’이라니? 어찌된 영문일까? 상고시대 원시인은 생존환경이 굉장히 열악했기 때문에 큰일은 물론이고 일상소사에도 제사를 올리고 길흉화복을 점쳤다. 그러므로 원시인류에게 있어서 제사야말로 가장 큰 일이였다. 이런 삶의 형태는 은나라 때까지 지속되었다. 따라서 주나라 때까지도 제사음식이 빈부를 가늠하는 척도였다. 쉽게 말하자면 제사음식이 풍성하면 조상과 후대가 복을 받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복이 없다는 것이다. 민간에서 ‘복(福)’자를 붙이는 풍습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에 의해 유래되었다. 강태공이 봉신(封神) 시 각 파의 신선을 타당하게 배분하였다. 그런데 그의 못 생긴 아내가 신위(신위) 한 자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강태공이 궁여지책 끝에 “당신이 나한테 시집 와서 가난하게 지냈으니 ‘궁신(窮神)’으로 봉하는 것이 좋겠소.”라고 하면서 신위를 주었다. 아울러 아내한테 무릇 ‘복(福)’자가 붙어 있는 곳을 가지 못하게 금지령을 내렸다. 이후 백성들은 ‘복(福)’자를 붙이고 폭죽을 터뜨려 ‘궁신(窮神)을 몰아내게 되었다. ‘복(福)’자를 거꾸로 붙이는 유래는 이렇다. 주원장이 ‘복(福)’자를 암호로 사람을 죽이려 하자 맘씨가 착한 마황후가 재난을 피하게 하려고 집집마다 ‘복(福)’자를 붙이라고 명했다. 그런데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백성 중에 ’복(福)‘자를 대문에 거꾸로 붙여 놓았다. 황제가 그것을 목격하고 대노하여 황후가 “거꾸로 붙인 것은 복이 왔다(福倒를 福到로 해석하였음)는 것을 의미하니 상서로운 일이옵니다.”라고 설명하여 황제가 굉장히 만족해하였다. 다음 춘절이면 오동통한 남아가 풍만한 잉어를 안고 있거나 각종 잉어의 연화(年畵)를 방 안의 벽에 붙이거나 걸어놓는데 그 유래는 이렇다. 원시인류는 질병에 죽고, 자연재해에 죽고, 전쟁에 죽고 해서 생존율이 3할 이하였다. 부족의 생존을 도모하려면 후대번식이 급선무였다. 후대번식은 아이를 많이 낳는 다산으로 해결해야 한다. 물고기는 동물 중 알을 많이 생산하여 다산의 상징이다. 원시인류는 물고기를 다산의 숭배대상으로 삼고 제사를 지냈고 그 신력을 빌어 후대번식을 기원하였다. 아울러 포개놓은 두 마리 잉어가 외형상 여음과 비슷하여 더욱 풍요다산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므로 잉어와 관련된 모든 연화는 풍요다산을 기원하는 종교의식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리고 춘절이면 ‘年年有餘’란 글귀를 흔히 볼 수 있고 또 춘절을 전후하여 중국인은 인사말로 ‘年年有餘’란 말을 곧잘 하는데 먼 옛적엔 ‘年年有餘’가 아니라 ‘年年有漁’였다. 그러니까 ‘yu’의 글자는 본래 남을 ‘餘’가 아니라 물고기 ‘漁’였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漁’는 풍요다산의 상징물로서 연중 가장 큰 명절인 춘절에 연화로 잉어가 등장하는 것이다. 참고로 황후가 타는 가마를 ‘漁駕’, 연애편지를 ‘漁書’라 하는데 ‘漁’가 붙은 어휘는 여자와 관련되며 따라서 생산성과 관련된다. 역사가 흐르고 흘러 종교의식이 퇴화됨에 따라 ‘年年有漁는 해마다 여유롭다는 ‘年年有餘’로 변화되었다.
235    새해 중국동포사회 지적변화 바란다 댓글:  조회:7838  추천:38  2012-01-02
2012년 임진년은 흑룡의 해가 되며 60년 만에 한 번 찾아온다. 60년 동안 승천의 날을 기다린 2012년 임진년 흑룡의 해, 용이 꿈틀거리고 있다. 재한중국동포는 용기와 비상, 희망, 성취, 미래를 상징하는 흑룡과 더불어 모두 힘찬 상승의 기운을 가지고 새해 새롭게 출발하여 지적변화를 일으키기를 바란다. 본지가 말하고자 하는 지적변화의 요지는 선진적인 주민의식수립이다. 주민의식은 시민의식보다 그 의미가 협소하다. 이를테면 시민의식은 그 나라 국민으로서 병역을 포함한 모든 의무를 갖고 참답게 살아가는 것이고 주민의식은 거주지에서 반드시 지켜야 법률은 물론이고 윤리도덕 및 사회질서를 잘 준수하고 봉사와 기부에 이바지하며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재한중국동포는 90일 이상 장기체류자로서 등록증을 발급받고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임시주민이다. 임시란 표현이 애매하지만 어찌되었든 거주국 주민이라면 주민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지난 20여년의 코리안드림을 돌아보면 돈벌이가 주된 목적으로 흘러왔기 때문에 돈을 벌어 고향에 돌아간다는 생각만 갖고 있어 우리에겐 주민의식이 매우 취약했다. 그리하여 법을 지키지 않고 폭행을 비롯한 각종 범죄와 심지어 한국경찰을 우습게 여기고 공무집행방해죄를 범하는 사례도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공중도덕을 지키는 것이 주민의식 중 중요한 일부분인데 재한중국동포는 중국에서의 생활관습이 몸에 배어 한국에서 공중도덕의식이 매우 취약하다. 담배꽁초를 아무 곳에나 버리고 쓰레기를 길가에 버리고 술을 마시고 노상방뇨를 서슴지 않는다. 중국동포가 밀집된 가리봉과 대림동일대엔 아침부터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 나타나 한국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두 곳엔 주말이면 택시가 잘 서지 않으며 심지어 택시가 이곳을 지날 때면 안으로 문을 잠궈 버리는 경우도 있다. 술주정뱅이들이 달리는 택시 문을 열어 재껴 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중국에서 살아오면서 교통질서를 잘 지키지 않은 것이 습관이 되어 한국에서도 무단 침입하여 횡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26세 되는 이씨는 술에 취해 설마 차가 와서 나를 박겠느냐는 ‘배짱’을 부리면서 대로를 가로질러 건너다가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꽃 같은 젊은 나이에 반신불수신세가 되어버렸다. 일방적인 책임이기에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선진적인 국가는 봉사와 기부문화가 잘 이뤄지고 있는데 비해 재한중국동포는 봉사와 기부문화가 몸에 스며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부분적이나마 봉사와 기부활동에 참여한 재한중국동포들이 있었다.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가 클로버봉사단을 결성하여 광진구노인종합복지관 치매환자센터에서 한국인을 위한 정기봉사를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그 뒤 중국동포한마음협회, 재한동포연합총회, 귀한동포연합총회 등 다수 동포단체들에서 각자 봉사단을 설립하여 동포사회와 한국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를테면 태안기름유출현지봉사, 불이웃돕기봉사, 노숙자급식봉사, 각종 체육대회봉사, 용양원청소, 및 위문공연봉사, 농어촌지원봉사, 길거리청소봉사 등 한국 사회에서의 봉사법위를 확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봉사문화가 전반 재한중국동포사회에 하나의 관습으로 몸에 배기까지는 거리가 아주 멀다. 기부에 대한 인식도 무에서 유에로 발전하고 있다. 꽃망울회, 중덕장학재단, 진달래회, 나뭇잎 사랑 등 중국동포단체들이 우후죽순마냥 생기고 그에 동참하여 기부하는 동포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그러나 기부문화가 전반 재한중국동포사회에 확산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선진적인 주민으로 살아가려면 거주국에서 상기 법과 윤리도덕을 잘 준수하고, 사회질서를 잘 지키고, 봉사와 기부문화가 몸에 배는 획기적인 인식전환이 있어야 한다. 2012년은 연변조선족자치주 설립 60주년, 한중수교 2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특별한 해이다. 재한중국동포사회는 임진년 흑룡의 기운을 타고 주민의식의 획기적인 지적변화로 보답하기를 기대해 본다. 중국동포타운신문 사설 김정룡    
234    재한조선족사회 리더가 필요한 이유 댓글:  조회:10202  추천:0  2011-12-20
재한조선족사회에 리더가 필요한 이유     사람들은 흔히 재한조선족사회를 흩어진 모래알과 같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40만 명의 재한조선족은 목자가 없는 양떼와 같이 고단한 삶으로 방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리더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리더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결과가 빚어진 데는 물론 조선족이 내부 단합이 되지 않은 이유가 있겠으나 그보다도 더 중요한 이유는 잘못된 한국정부동포정책 때문이었다고 지적하여도 어폐가 없을 듯하다. 1992년 8월 24일 한중수교를 계기로 조선족이 한국에 밀물처럼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동포인 조선족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어 절대수가 불법체류신분으로 한국에 거주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한국인이 조선족을 바라보는 시각은 한 무리 범죄자집단이었다. 한국인 고용주들이 조선족한테 마땅히 지불해할 임금도 불법체류범죄자로 얕잡아보고 체불했고 산재를 당해도 방치해 두기가 일쑤였다. 조선족은 불법체류신분 때문에 임금체불을 비롯해 각종 불이익을 당해도 신고할 수가 없어 인권이 사각지대에 처해 있었다. 고국을 찾은 조선족이 인권문제가 바닥에서 헤매게 된 이유는 한국정부가 조선족을 동포로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없이 그저 외국인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들어 한국 민간단체(주로 교회)가 적극 나서 조선족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조선족을 외국인이 아닌 동포로 취급해야 한다는 청원을 정부에 반영하였다. 아울러 재한조선족인권문제해결에 많은 힘을 쏟아 부었다. 조선족이 스스로 하지 못하고 있으니 한국 민간단체들이 나섰다. 덕분에 부분적으로나마 인권이 상승되었고 동시에 조선족도 한국 땅에서 합법으로 체류할 수 있는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았고 자유왕래를 보장할 수 있는 방문취업비자와 재외동포비자발급도 가능하였다. 한국 민간단체들의 이러한 노력에 감사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 민간단체들의 오너가 필경 한국인이기 때문에 조선족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젠 조선족이 스스로 나서 조선족문제를 풀어갈 시기가 도래하였다. 재한조선족사회는 미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재외조선족사회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조선족사회는 재한조선족사회에 비해 처음부터 안정적으로 형성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재한조선족사회가 절대다수 10년 넘게 불법체류집단으로 거주한 사례는 세상에 보기 드문 사건이었다. 이로 인하여 오늘날까지도 산적한 문제들이 태산 같다. 즉 아직도 재한조선족인권문제가 풀어야할 큰 숙제로 남아 있다. 또 조선족1세 가운데 한국국적을 회복한 수가 2만 명이 넘고 이들은 모두 고희가 넘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임대아파트분양 같은 혜택이 전혀 없어 비좁고 숨이 막히게 탐탐한 콧구멍만큼 한 지하, 반지하방에서 생을 마감하게 생겼다. 고국국적을 회복한 이들의 삶이 비극으로 끝날 것은 야밤에 불 보듯 빤한 일이다. 그리고 정부예산의 혜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로당이 대림2동 시내길 경로당이 유일하다. 재한조선족이 40만 명이나 되는데 정부예산은 달랑 1,200만 원 뿐이다. 한 사람의 일 년 노임도 안 되는 액수다. 정말 있으나마나다. 정부는 그래도 재한조선족한테 정부예산을 배정했다고 생색을 낼 것이다. 요 몇 년래 정부의 동포정책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데 대해 이의가 없다. 하지만 정부가 영향력이 미칠 새로운 정책을 제정할 때, 즉 기술교육을 비롯한 굵직한 정책을 마련할 때 재한조선족언론 및 단체장들을 불러 머리를 맞대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조선족의 특성을 무시하고 나름대로 주먹 식 구구로 결론짓다보니 부작용이 엄청 커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한국정부의 동포정책은 일관성이 없이 자주 변하고 있어 동포들한테 많은 불편을 안기고 있다. 한편 한국인이 하지 못할 일들, 이를테면 조선족이 스스로 자질을 높여 한국 사회에 녹아들고 한국의 선진문화를 습득하여 한국생활을 무난히 보내고 나중에 중국에 귀국하여 여생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하려면 재한조선족사회에 꼭 리더가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미국이나 일본조선족사회는 굳이 리더가 없이도 그런대로 잘 굴러가고 있지만 재한조선족사회는 특수하게 풀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어 조선족이익을 대변하여 목소리를 내고, 앞으로 재한조선족사회발전을 도모하려면 반드시 덕망이 있고 학식이 있고 자질이 높고 헌신과 자아희생정신이 있고 금상첨화로 일정한 재력을 겸비한 리더가 필요하다.
233    조선족=한국인, 말이 되나? 댓글:  조회:14992  추천:52  2011-12-19
지구상의 수많은 민족 중에서 유태인과 우리민족의 호칭이 복잡하다. 이를테면 유태인의 발상지는 이스라엘이며 이스라엘은 역사적으로 가나안, 이스라엘, 유대, 주이시, 팔레스타인 등 다양하게 부르고 한반도를 코리아, 조선, 한국 등 여러 가지로 부르고 전체 우리민족은 조선민족, 한민족, 고려인, 조선족 등 다양한 호칭을 갖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불러야 하나 헷갈린다. 이념문제도 개입되어 더욱 복잡하다. 남한 사람은 조선민족이란 호칭을, 이북 사람은 한민족이란 호칭을 죽기살기로 싫어한다. 샌드위치에 있는 조선족은 가운데서 눈치보기작전에 급급하다. 비극이다. 우리민족 호칭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이렇다. 전체 우리민족을 아우르는 호칭을 조선민족이라 할 수도 있고 한민족이라 불러도 상관없다. 그리고 한국인의 입장에서 해외동포를 말할 때 재미교포, 재일교포, 고려인, 중국동포라 불러도 무방하다. 그러나 한국인도 조선족이라 부를 수 있다는 주장엔 반대이다. 조선족이란 개념은 중국에서 56개 민족 중 하나의 소수민족으로 등록된 것이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해 세상에 흩어져 있는 우리겨레와 혼돈하여 사용할 수 없다. 아울러 조선족은 우리 겨레의 한 갈래이기 때문에 광의적인 의미로 조선족을 조선민족이라 부르는 것은 어폐가 없다. 이 주장은 조선족학자들이 한국에서 학술포럼 때 수차례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도 글을 씀에 있어서 쩍하면 사전을 들먹이기를 좋아하는 유식한 분이 한국국어사전이 어떻고 조선어사전이 어떻고 중국어사전이 어떻고를 들먹이면서 한국인도 조선족이라 부를 수 있다는 ‘횡설수설’을 발표하여 일부 독자들이 조선족=한국인 식으로 혼돈하고 있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틀에 박힌 권위 외에 이 세상엔 관념법과 관념상식이란 것이 있다. 이를테면 한국에선 부부가 이혼하면 자녀의 친자행사권을 보통 부에게 귀속시킨다. 법적으로 제정된 것은 아니나 유교적 관념법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똑 같은 사건도 선의적인 범죄와 악의적인 범죄의 차이에 따라 처벌이 달라진다. 상식도 마찬가지이다. 틀에 박힌 상식 외에 관념상식이 있다. 오늘날 만주는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인은 역사적인 맥락에서 머리에 굳어진 관념에 의해 동북삼성을 여전히 만주라 부르는데 이것이 곧 관념상식이다. 조선족을 포함한 우리민족 여러 호칭에 대해선 사전적인 해석보다 관념적인 상식을 믿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할 수가 있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232    재한조선족사회에 리더가 없는 이유 댓글:  조회:8470  추천:6  2011-12-02
사람들은 흔히 재한조선족사회를 흘어진 모래알과 같다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한겨레신문 차한필 기자가 수년 전에 “재한조선족사회는 리더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는 요지의 글을 발표하였다. 최근 들어 한국과 중국조선족사회 지성인들 여러 분이 차한필 기자와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필자에게 재한조선족사회에 리더가 없는 이유를 물었다. 조선족의 한국바람이 어언간 20여년이 흘렀다. 장기체류 40만 명, 귀화한 조선족출신까지 합치면 53만 명이 한국에 살고 있다. 이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수부인 연길에 맞먹는 인구이며 한국으로 말하면 중소도시인구에 해당된다. 이렇듯 중소도시를 이룰 만큼 한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재한조선족사회를 이끌어 나아갈 리더가 필요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리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리더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리더가 되려면 지도력, 호소력, 설득력, 포옹력 등 리더십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덕적으로 검증된 자로서 덕망이 높아야 하고 학식도 있어야 하고 주머니가 두툼하게 재력도 있어야 한다. 게다가 헌신과 봉사 및 이에 따르는 자아희생정신이 있어야 한다. 과연 이런 조건을 구비한 인재가 있는가? 답은 부정적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재한조선족역사가 극히 짧은 것이 치명적인 이유이다. 코리안드림이 20년이 넘는다고 하지만 실제로 한국정부가 조선족 합법체류를 허락한 것은 불과 몇 년밖에 안 된다. 1990년대 초부터 한국에 와서 석·박사공부를 한 조선족 수가 꽤 있었으나 그들은 한국정부가 체류를 허락하지 않아 전부 중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지금 중앙민족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박광성 씨는 서울대에서 박사공부를 마치고 본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채용하려는 데 한국정부가 체류를 허락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귀국한 것이 5년 전의 일이었다. 조선족출신 석·박사들이 한국에 남아 활동할 수 있은 시기가 2007년 말부터 재외동포비자(F-4)가 실시된 이후라고 보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일본에는 조선족출신 석·박사들이 학계, 언론, 재계 및 도요타를 비롯한 글로벌회사들에서 중견 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는 쟁쟁한 인재들이 수두룩한 데 비해 한국의 학계, 언론, 재계 및 삼성 같은 글로벌회사들에서 중견 인력으로 활동하는 쟁쟁한 조선족출신 인재들이 없는 실정이다. 현재 일본에는 5만3000여명의 조선족이 체류하고 있고 그 가운데 33%가 유학생이다. 일본에서 취업한 이는 27%, 상당수는 유학 직후 현지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최고 학력의 엘리트들이 재일조선족사회의 주류를 이룬다. 80년대 초반 집권한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총리는 ‘유학생 10만 명 유치 정책’을 추진했고 그 혜택을 조선족이 톡톡히 누린 결과이다. 일본은 또 10여 년 전부터 재중일본회사에 취직하여 두각을 나타낸 조선족인재들을 일본본사에 불러들인 사례가 수두룩하다. 그들은 일본에서 500만 엔 연봉을 받고 있고 일본경력 10년이면 아파트도 구입하는 등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경제적으로 여유롭다. 정리하여 말하자면 재일조선족사회는 엘리트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비해 재한조선족사회는 3D업종을 비롯한 노무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왜 이런 상반된 결과가 빚어졌는가? 조선족출신 한국유학생과 일본유학생을 비교하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차이가 크다. 현재 재일조선족유학생 수가 2만여 명인데 비해 재한조선족유학생 수는 3천 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에서 졸업한 대학을 놓고 봐도 재일조선족유학생은 북경대학과 청화대학을 비롯해 중국 명문대 출신이 많은데 비해 재한조선족유학생은 연변대학을 비롯한 일반대학출신이 많다. 연변대학출신은 한국유학이 여러모로 적성에 맞을 수 있다. 그러나 고국인 한국은 조선족출신유학생을 달갑게 맞이하지 않았다. 연변대학 조선-한국학학원 OOO 교수는 1994년 한국에 유학 왔고 당시 한국어시험을 치렀는데 불합격을 맞았다.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생이 한국어시험에 낙방이라니?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어수준이 바닥인 한족들을 합격시키면서 조선족한테 태클을 걸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상열 교수가 연변대학에서 배운 것은 조선어이지 한국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조선어고 한국어고 모두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같은 민족 언어인데 무슨 말이냐? 답은 빤했다. 남북분단 이념잔재의 영향이었다. 그 영향이 2000년대 중후반까지 미쳐 조선족출신 석·박사의 한국체류를 불허했을 것이다. 유학생 외에 기타 분야의 사정도 한국정부는 각박하게 2000년대 중반까지 조선족에게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다. 극소수 조선족이 10여 년 전부터 투자비자(D-8)로 한국에 입국하여 창업한 사람,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입국한 사람 외 다수 장기체류자는 불법으로 체류할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집정시기인 2007년 3월 4일부터 방문취업비자(H-2)를 실시하여 조선족의 한국자유왕래가 보장되었고 그때부터 사실상 재한조선족사회정착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러므로 재한조선족사회형성을 거시적으로 보면 20년이 넘었으나 세밀하게 따지면 5년도 채 안 되는 극히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한 개 집단사회가 뭘 이루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야 될까 말까 하는데 재한조선족사회는 겨우 5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내에 뭘 해낼 수 있단 말인가. 그나마 조선족의 특유의 순발력이 있어 최근 들어 조선족출신 석·박사들이 학계를 비롯한 한국의 여러 분야에 진출해 있으며 이들이 10년 후이면 쟁쟁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창업하여 번 돈으로 조선족단체를 결성하여 좋은 일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 중국동포연합총회(회장 김숙자)는 노인의 쉼터, 배구협회, 컴퓨터교실, 서예가협회 등 다양한 분야의 조직을 묶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마음협회(회장 이림빈)와 중국연맹총회(총재 김성근)는 3천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재한조선족사회와 한국사회를 위해 여러모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언론도 활발하게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그리고 스포츠, 예술, 서예, 민속 문화 장기협회 및 교사모임 등 단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이민사회에서의 리더는 학계, NGO, 재계, 신앙계 등 분야에서 배출되는데 현재 재한조선족사회의 학계는 석·박사들이 한국의 대학이나 연구원에 다수 진출하여 자리를 잡고 있는 단계이고 NGO는 3~6년의 짧은 기간이어서 역시 발전 중에 있는 단계이다. 또한 다수의 사업가들이 어느 정도의 부를 쌓았지만 아직 재계라고 말하기 이르고 신앙계는 더욱 멀어 보인다. 하지만 재한조선족사회가 50만 명을 넘어서고 장기체류하면서 여러 분야의 대표자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더욱 성숙한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 조선족사회에 분명히 모두가 인정하는 리더가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다. 상기 여러 가지 이유로 재한조선족사회 현 상황에서 비영감이나 명월공주 같은 ‘광땡’은 없으나 단풍열끗 같은 ‘장땡’은 얼마든지 있다. 수년 후이면 ‘장땡’이 ‘광땡’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재한조선족의 미래는 밝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31    좀도둑이 큰 화를 부른다 댓글:  조회:6430  추천:9  2011-11-17
한국정부는 조선족이 한국에서 취직하여 돈도 벌고 중국과 한국을 자유왕래 할 수 있도록 2007년 3월 4일부터 방문취업비자(H-2)를 실시하여 현재 30만 3천 명의 조선족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이는 한국정부가 조선족에게 부여한 획기적인 정책이다. 따라서 H-2소지자 조선족은 5년 체류기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5년 체류기간을 무난하게 넘기고 또 다시 재입국하려면 그 동안 열심히 일하는데 신경을 써야지 범법행위가 있으면 전과자로 낙인이 찍혀 체류연장과 재입국하는데 지장이 생긴다. 조선족이 한국생활에서의 범법행위를 살펴보면 폭력이 가장 많다. 건설현장에서, 회사에서, 음식점에서 가끔 한국인과 싸우는 사례가 있지만 다수의 사건은 조선족끼리의 폭행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사건의 발단 원인을 보면 별거 아닌 걸 갖고 싸우는데 주로 자존심다툼이다. 조금만 참으면 능히 피할 수 있는 사건이란 뜻이다. 그리고 음식점과 호프집에서 싸움이 많이 일어나는데 똑 마치 중국에서 하던 본새를 그대로 달고 와 한국에서 폭행사건을 일으킨다. 다음 보편적인 범법행위로서 도박이다. 극소수 조선족이 카지노에 다니고 마작을 노는 수가 적지 않다. 올해 들어 마작 때문에 벌금형을 받은 수가 부쩍 늘고 있다. 주인은 도박개장죄로 벌금 300~600만원이고 기타사람들은 50~200만원이다. 문제는 폭행사건이든 도박사건이든 보이스피싱사건이든 모든 범법행위는 형사사건으로 입건되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면 체류연장에 지장이 생기고 심한 자는 구속되고 강제출국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외 조선족이 한국 땅에서 홀시할 수 있는 범법행위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좀도둑이다. 일전에 심양에서 온 박모 여인(54세)이 본지를 찾아와 상담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부끄러워 말을 꺼내기를 저어하는 것이었다. 사연을 알아보니 음식점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데 수차례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도둑질했고 이를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던 것이다. 한 번에 훔쳐간 수는 2~3근이다. 만약 한두 차례 훔쳤다면 주인이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상습적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족만 음식점에서 고기를 훔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종업원들도 훔친다. 그러나 똑 같은 좀도둑사건이지만 한국인과 조선족의 입장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즉 한국인은 고기값을 갚거나 벌금을 납부하면 그만이지만 조선족은 외국인으로서 체류문제가 걸려 있고 범법행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면 연장에 지장이 생기게 된다. 음식점에 근무하는 한국여성들은 생계형 종업원으로서 고기를 훔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선족은 한국에 돈 벌러 왔으나 당장 눈앞의 생계형이 아니기 때문에 그까짓 한두 근의 고기 때문에 체류를 망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한국음식점에 근무하는 조선족들은 좀도둑에 빠져들지 말기를 바란다.
230    조선족이 한국스포츠에서 내세울 것은 장기뿐이다 댓글:  조회:6902  추천:1  2011-11-17
1980년대 말 대한장기협회 김응술 회장이 백두산관광 차 연길에 들렀는데 그때 시가지 골목 여기저기에 조선족들이 장기판을 펼쳐 놓고 장이야, 멍이야 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는 중국 땅이니 조선족도 ‘중국상기’를 두고 있겠지 생각했는데 우리민족장기를 두는 것을 보고 몹시 흥분되었다. 조선족이 우리민족고유민속 문화를 지켜온 것에 감개무량해 가슴이 울컥했다. 그 후 김회장은 장기알과 장기판을 연변에 많이 기증하였고 한국에서 자금을 모아 여러 차례 연변에 가서 조선족장기대회, 한중(한국인과 조선족)대항전을 개최했다. 2009년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여 대한장기협회 주최로 중국하얼빈에서 제1회 세계인장기대회를 개최했다. 그 대회에서 조선족이 우승부터 3등까지 싹쓸이 하였고 4위는 미국에서 온 하영명이란 젊은 청년의 몫이었고 한국프로선수 중 조선족출신인 김동학 5단이 5위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8강 밖으로 밀려났다. 본 장기대회는 방송대국으로 치러졌고 한국장기채널인 브레인TV가 수차례 방송하여 전체 대한민국장기계에 조선족장기수준이 대단하다는 소문이 쫙 퍼지게 되었다. 2011년 1월 30일과 9월 4일 두 차례 재한조선족장기대회가 있었고 108명 선수가 참가해 한국장기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조선족장기가 한국 땅에서 활성화 되니 한국인으로부터 견제를 받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지난 10월 말경 햇터방송의 주최로 제2회 클럽대항전이 있었는데 한국아마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이다. 재한중국동포장기협회가 백두산팀(5명 선수)을 구성하여 출전하게 되자 한국클럽들의 항의에 의해 제1회 대회에서 우승한 한성걸과 제2회 대회에서 우승한 김철 두 선수 중 한 명만 출전하라는 견제가 있었다. 사실 한성걸과 김철 선수는 한국프로와 대국하여도 막상막하일 만큼 수준이 높다. 그렇지만 두 선수는 한국에서 프로로 인정받지 못해 아마대회에 출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백두산팀은 결국 한 발 물러나 둘 중 한 선수만 출전하라는 요구를 승낙하고 클럽대항전에 참가하였다. 한 선수가 빠지더라도 조선족장기수준이 워낙 높기 때문에 결과는 역시 우승이었다. 11월 13일 한국 천호동클럽의 주최로 천호동공원에서 전국아마장기대회가 있었다. 천호동클럽회장이 1주 전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조선족선수를 출전시키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왔고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아마장기계에서 반발이 너무 심해 주최 측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재한조선족장기는 상당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프로로 인정받지 못하고 아마대회도 견제를 받는 샌드위치에 놓여 있다. 그래서 필자는 재한조선족장기대회에서 우승한 한성걸과 김철 선수를 프로입단에 신청하였고 대한장기협회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필자는 조선족선수 10명과 한국프로선수 10명이 대국하는 한중대항전을 치를 것을 대한장기협회에 건의하였고 역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한장기협회도 한중대항전 양 측 수준을 막상막하로 보고 있다. 필자와 대한장기협회는 승부를 떠나 조선족과 한국인의 문화교류를 우선 염두에 두고 따라서 조선족의 참여로 인하여 한국장기가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조선족이 축구를 잘한다지만 연변축구팀이 한국대표팀과 대항전을 치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수준차이를 말함). 배구와 탁구, 씨름 등 기타 스포츠도 만찬가지로 조선족팀 수준이 한국과 아예 견줄 수가 없다. 오로지 장기만이 조선족이 한국과 대항전을 치를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와 같은 높은 수준을 앞으로 어떻게 더 승화시켜 전체 우리민족의 장기발전에 기여하는가는 것이 큰 과제이다.
229    한국선거와 재한조선족 댓글:  조회:6091  추천:6  2011-11-02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치러지는 총선이든 대선이든 지자체 단체장 선거이든 재보궐선거이든 여러 선거운동에 재한조선족은 강 건너 불구경으로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그저 다를 정도가 아니라 달라도 엄청 달라졌다. 10월 26일 치러질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재한조선족사회는 사람이 모인 곳이면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 중 어느 후보가 될까, 어느 후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여론이 분주하게 오갔다. 이와 같은 흐름에 발맞춰 재한조선족관련 언론과 단체장들이 지난 10월 8일 대한민국에서 조선족이 가장 밀집된 대림동에 모였다. 20여년의 코리안드림 역사에서 한국 선거를 앞두고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는 처음이다. 이는 실로 전례가 없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모임에서 다음과 같은 결의가 있었다. 이젠 한국정치사회에 조선족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릴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재한조선족(귀화자 포함)이 서울시장후보에게 바라는 것을 전달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서한을 전달받은 나경원 후보 측과 박원순 후보 측의 태도가 확연히 달랐다. 박원순 후보 측은 전달받은 이튿날인 10월 14일 답변이 온데 비해 나경원 후보 측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끝내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박원순 후보 측의 발 빠른 움직임은 재한조선족사회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고 나경원 후보 측의 무답변은 관심이 없다는 표현으로 보인다. 실제 박원순 후보 측의 선거캠프엔 선대위원장을 비롯해 한국인이 조선족을 초청사기를 벌인 피해보상운동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조선족사회에 여러모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움직여 온 시민운동가들이 있었다. 석자 얼음이 하루아침 추위로 결빙될 수가 없다는 속담이 있다. 이와 같은 양 측의 반응은 현재 집권당과 야당의 과거 성향과 직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려는 성향은 이른바 한국사회에서 상식적으로 거론하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재한조선족사회는 한국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정치다툼에 관심이 없다. 재한조선족은 한국사회에서 약자 집단이다. 그냥 소박한 표현으로 젖 주는 게 어미라는 속담에 비취 문제를 분석하면 답은 간단하다. 그 답이 곧바로 어느 정당이 되었든 재한조선족을 끌어안으려 노력하느냐, 아니면 무관심 하느냐는 문제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권당시인 2005년과 2006년 연속 두 차례  '중국동포자진귀국지원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수만 명에 이르는 불법체류 중국동포를 합법화시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시 2007년 3월 4일부터 방문취업비자를 부여하여 자유왕래를 실시하였고 무연고동포한국입국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재한조선족사회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깊은 애정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것은 결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결과가 아니다. 아주 쉽게 말하자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한조선족을 정말 동포로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실천으로 보여준 결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될 때 조선족출신 귀화자의 75%의 높은 투표율을 얻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러한 높은 지지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동포정책이 과거 정부에 비해 많이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한국에 13만 명에 이르는 조선족출신 유권자가 있고 서울시에만 4만 여명의 유권자가 몰려 있다. 이들 유권자들은 40만 명 재한조선족의 민심에 의해 움직인다. 그러므로 대선이든 총선이든 서울시장 선거이든 조선족출신 유권자들이 끼치는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차원에 이르렀다. 2012년이면 총선과 대선을 치른다. 각 정당들은 구호가 아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공약으로 재한조선족민심잡기에 나서는 것이 선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28    문학작품에 나타나는 조선족언어문제 댓글:  조회:6709  추천:1  2011-10-20
이른바 표준어와 사투리는 역사적으로 정치 혹은 경제에 따른 힘의 논리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변방언어로 취급받던 연경어(燕京語)가 명·청을 거쳐 중심언어로 자리매김 되었고 신중국 이후 급기야 표준어로 굳어지게 되었던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한반도도 마찬가지이다. 통일신라 때 경주어가 표준이었다가 오늘날에 이르러 경상도사투리로 취급받고 있다. 통일신라와 고려 때 사투리에 불과했던 아리수지역(지금의 서울)언어가 오늘날에 와서 표준어가 된 사실을 볼 때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현재 남한 사람들은 ‘평양어’를 이북사투리라 하고 이북사람들은 평양어를 우리민족표준어라 말한다. 언어란 입고 다니는 옷처럼 자의든 타의든 유행을 따르는 것이 인류역사의 흐름이다. 앞선 곳이 낙후된 지역에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고 낙후된 집단은 앞선 집단을 따르기 마련이다. 이는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한 발 앞선 한국어가 처진 조선족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반세기 가까이 잘 나가던 조선족언어가 한국과의 왕래와 한국인과의 접촉이 빈번해짐에 따라 한국어를 따르는 흐름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다수 조선족이 그런 흐름에 반감을 느끼면서도 싫든 좋든 또 알게 모르게 조선족언어는 한국어를 따르는 흐름으로 흘러왔다. 이것은 조선족집단의 자존심 문제를 떠나 자연적으로 이뤄진 역사의 흐름이다. 군더더기가 장황한 것 같아 본론에 들어가기로 하겠다. 대세를 볼 때 조선족언어가 한국어를 따르고 있으나 필자의 개인입장을 말하자면 조선족은 반드시 언어 면에서 지킬 것을 지키자는 것이다. 즉 조선족언어를 고집할 것은 반드시 고집하자는 것이다. 특히 조선족생활을 담은 문학작품이라면 언어사용이 백 프로는 아니더라도 98% 사투리를 포함한 우리조선족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 사례를 말해보겠다. 조선족작가들이 한국에서 문학작품을 발표한 수가 적지 않다. 그런데 한국출판사들에서 조선족문학작품을 출간할 때 조선족언어를 대함에 있어서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한국에서 꽤 유명한 집문당출판사를 비롯해 일부 출판사는 조선족언어도 우리민족 언어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전체 우리민족 언어를 풍부하게 하기 위해 조선족작가들이 사용한 소위 사투리를 포함한 조선족언어를 한국식으로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실어준다. 다만 한국인이 알아먹지 못할 말은 괄호 안에 한국식으로 표기한다. 이와 반대로 많은 출판사들에서는 사투리를 포함한 조선족언어를 전부 한국어로 수정한 후 책을 출간한다. 문제는 우리조선족작가 중 소수이긴 하겠으나 일부러 한국식으로 맞춰 문학작품을 쓰다 보니 문학적 가치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연변시골생활을 반영한 소설에 ‘한강에서 뺨 맞고 서빙고에 와서 눈을 흘기다.’ ‘닭 쫓던 개가 지리산을 멍하니 바라보듯’, 연변시골총각이 좋아하는 처녀를 엎고 걷는데 ‘원, 투, 쓰리’로 헴을 센다든가 또 한국에서 10여년 살면서 글을 많이 써온 필자마저 알아보지 못하는 외래어를 잔뜩 사용하는 것은 마치 머슴이 주인의 비단옷을 빌어 입은 꼴 같아 더 읽어내려 갈 수가 없고 생선을 먹다 가시가 목에 걸리는 느낌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문혁 때 연변시골생활을 반영한 소설에서 “여보, 영감, 팬티에 지린내가 심하게 난다.”는 표현은 정말 어처구니없다. 당시 연변시골에 팬티란 말이 있었는가? 필자의 기억에 의하면 ‘살마대’ 혹은 ‘빤쯔’이다. 또 1980년대 이전의 조선족남녀가 성교하는 장면을 묘사함에 있어서 ‘브래지어’, ‘팬티’, ‘히프’, ‘페니스’ ‘섹스’, ‘오르가즘’ 등 어휘를 총동원하는 것이 과연 옳은 행위인가? 이와 대조적으로 의 저자인 정수인 씨는 한국인이면서도 불구하고 연변시골생활을 반영한 소설에서 전반적으로 사투리를 포함한 절대다수 언어를 연변식 그대로 사용하여 구수하게 읽을 수 있고 독자로 하여금 작품 속에 빠져들게 한다. 필자는 이 문제를 갖고 한국인들과 논의해본 결과 조선족생활을 반영하는 문학작품이라면 반드시 그 현지 언어와 시대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것으로 입이 모아졌다. 외래어사용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은 역사소설이다. 작가 김별아 씨는 외래어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고 현대 한국어사용도 많이 자제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서 역사소설가치를 끌어올렸다. 필자가 지은 장편역사소설 도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았고 유교, 도교, 불교식 언어를 일절 자제하였다. 그래야 시대적 맛이 나고 고전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가가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수준이 떨어진다든가, 작품성이 저하된다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일반 독자들이 알아먹지 못할 외래어를 잔뜩 써 유식한 체 하는 것은 실패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자주 인용하는 ‘邯鄲學步’의 고사처럼 밥도 죽도 아닌 지경에 이르기 전에 문학작품을 쓸 때 무작정 한국식 언어를 따르지 말고 또 외래어를 되도록 적게 사용하고 더욱이 알아먹지 못할 외래어사용을 삼가는 것이 좋을 듯싶다.
227    한국어능력시험제도가 남긴 일부동포들의 상처 댓글:  조회:6352  추천:1  2011-10-17
2008년 이전까지 한국에 친척이 없는, 이른바 무연고동포들은 고국에 올 방법이 없어 가짜친척초청, 위장결혼, 밀입국, 여권위조, 허위상무고찰 등등의 편법을 이용하여 입국하였다. 정당한 도경이 없어 어쩔 수 없는 방법을 택하게 되다 보니 한국법무부도 부담이 컸고 입국당사자들도 한국에서 떳떳한 삶을 보낼 수가 없어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2008년부터 한국법무부는 동포들의 상기 불법입국을 줄이고자 획기적인 정책을 마련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무연고동포한국어능력시험을 거쳐 방문취업취업비자를 발급하여 한국에 입국시키는 것이었다. 동포사회로부터 환영받을 정책이었으나 처음으로 시행하다보니 폐단도 많았다. 이를 테면 시험참가접수가 컴퓨터로 작업하게끔 하여 컴퓨터에 익숙치 못한 다수 사람들은 1천 위안에서 5천 위안, 소수 사람들은 1만 위안 이상의 거액을 지불하고 타인에게 부탁하여 어렵사리 신청할 수 있었다. 수험장도 문제였다. 동포밀집지역인 연변이 수험장소가 배제되어 장춘, 청도, 대련, 심지어 수도 북경 혹은 수천 리 밖의 광주나 상해에 가서 시험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들은 정신적으로 지쳤고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을 지게 되었다.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겨우 시험에 합격되었는데 추첨방식으로 소수만 직접 방문취업비자(H-2)를 발급받아 한국에 올 수 있었고 다수는 C-3비자로 입국시키고 반년 이상(처음엔 1년이었다가 9개월로 줄였고 현재는 6개월로 되었음) 지루한 기술교육이수를 받은 후 H-2로 변경해 주었다. 기술교육제도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이렇게라도 한국에 올 수 있다는 문이 열렸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헌데 2011년 1월 13일부터 만 55세 이상자는 기술교육이수대상자에서 제외시키는 새로운 제도를 공표하였다. 이렇게 되어 정신상, 경제상 많은 투자를 통해 어렵사리 시험에 합격된 자들은 한국에 단기비자로 올수는 있어도 H-2로 변경할 길이 막혀버렸다. 이에 해당되는 동포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건이다. 만약 처음부터 만55세 이상자는 시험에서 자격을 배제하였다면 아무런 이의도 없다. 그러나 시험 당시엔 연령 제한이 없이 했다가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하면 이들은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 불미스런 제도는 결국 한국정부가 동포사회에 불신을 던진 것이고 상처를 남기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2011년부터 무연고동포한국어능력시험제도가 취소되었고 앞으로 만25세 이상 동포는 신규입국제도에 의해 한국에 입국시킨다는 방침이다. 대리응시 폐단과 정신상, 경제상 투자가 많이 필요한 시험제도가 사라진 것은 환영할 일이나 과거 상기에 해당하는 동포들에게 한국정부가 남긴 상처를 어떤 방식으로든 치유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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