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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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소설《황제와 소녀》

6. 初顯神手(황제와 소녀 연재)
2012년 02월 23일 11시 55분  조회:4232  추천:1  작성자: 김정룡
6. 初顯神手: 초현신수

헌원이 정자의 지붕을 뾰족하게 바꾸다

귀한 아들이 옥녀와 성교를 하느라 세월가는 줄 모르고 또 딸년과도 농탕질에 빠져 있다는 소식을 들은 유교씨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게 한숨이 나왔다. 그대로 방치해두면 아들이 죽을지도 몰랐다. 하늘에 하소연도 해보고 땅에 대고 통곡해 보아도 천신과 지신은 그녀의 답답한 심정을 모르는지 묵묵부답이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꼬?”
따지고 보면 여느 사내들은 옥녀의 궁궐에 문지기로만 가도 크게 출세한 셈이다. 궁궐 안에서 하다못해 똥간을 치는 일을 맡아도 그건 더 큰 출세이다. 옥녀의 똥구멍을 닦는 일마저도 더할 나위 없이 크나큰 광영이다. 그런 살벌한 궁궐에서 소년 헌원이 모녀를 동시에 ‘잡아먹은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바라고 또 바라도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축복이라도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없었다.
허나 유교씨의 생각은 달랐다. 용의 기운을 듬뿍 타고 난 아들놈이 시시하게 늑대나 호랑이의 화신인 인간들과 어울리고 또 옥녀의 궁궐에 들어간 것도 그렇거니와 농탕질에 빠져 있다니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이러고서야 장차 어떻게 천하를 도모할 수 있단 말인가? 속이 재가 되어 아이의 아비한테 하소연했으나 ‘두고 봅시다’라는 냉정한 한 마디뿐이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내가 직접 가서 데려와야겠다.”
옥녀의 궁궐은 사방 백리에 호위가 어찌나 엄한지 접근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호위를 서는 사내들 모두 야수처럼 생기고 행동하는 것 또한 짐승처럼 야만이라 뚫고 들어가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유교씨는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파랑새에게 뇌물을 듬뿍 주어 겨우 궁궐 대문 아래에서 잠깐 만날 수 있었다.
1년 만에 보는 아들은 예전의 소년이 아니었다. 몸집도 커지고 말투도 달라졌으며 행동도 의젓해졌다. 내 아들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유교씨는 힘겹게 아들을 만났으나 그런 아들이 낯설고 미워져 대뜸 소리를 질렀다.
“이놈의 자식! 당장 여기를 떠나거라. 너는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다.”
어미는 하늘이 무너지는데도 아들은 그저 싱긋 웃었다.
“어머니께서 이 소자에게 바라는 것은 장차 큰일을 하는 것 아닙니까?”
아들놈이 농탕질에 빠져 대업을 까맣게 잊은 줄 알았는데 그래도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한숨이 놓였다.
“바로 그 대업을 이루기 위해 이곳을 떠나라는 것이다!”
“아닙니다. 소자는 이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것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사옵니다.”
“세 가지 이유라니?”
소년이 장차 큰일을 하려면 세상을 많이 배워야 한다. 천하의 권력이 집중된 왕모의 궁궐에서는 배울 것이 많다. 첫째,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 둘째, 궁궐의 크고 작은 일들을 모조리 배우고 일일이 파악해야 한다. 셋째, 궁궐에서 자리를 굳히려면 주인에게 기여를 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이루려면 계속 궁궐에 머물러야 한다.
아들의 이야기가 끝나자 엄마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기쁜 마음으로 돌아서갔다.

소년이 입궁한 후로 아신은 찬밥 신세가 되었다. 주인이 찾지도 않고 불러주지도 않았다. 옥녀와 재미를 볼 수 없는 것은 그렇다 치고 권력의 변두리로 밀려날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영 묻혀버릴 수도 있었다.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주인이 나를 찾지 않으면 내가 주인을 찾아가야 했다.
세상 존재는 아무리 강한 자도 때론 고독하고 적막하고 허무하고 허탈하고 슬퍼지기 마련이다. 천하왕모라 한들 다를 바가 아니다. 옥녀는 요즘 허탈함에 시달렸다. 헌원이 아소와 깊은 사랑에 빠진 후로 아예 옥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이었다. 눈치가 9단인 아신이 주인의 이런 심사를 모를 리 없었다.
옥녀는 헌원과 성교를 맺은 이후 개명수와 우돌은 떠올리기만 해도 징그러웠다. 혹 다른 사내가 있는가 하여 위로 훑고 아래로 살펴보았다. 그래도 사람 맛이 나는 것은 아신뿐이었다. 이 궁리 저 궁리에 똥 궁리까지 굴리느라 오밤중이 되었는데도 잠이 통 오지를 않았다. 이럴 땐 꿩 대신 닭이라도 잡으면 된다. 잠을 청해보려 눈을 지그시 감았다. 나비가 꽃을 찾아 날아든다. 나비가 오랫동안 꽃을 만나지 못했는지 날개짓이 처절하다. 아예 꽃 속에 파묻혀 살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꽃도 오랫동안 나비의 방문이 없어 시들어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때 시녀가 아신이 찾아왔다고 주인에게 고했다. 시들던 꽃이 단비를 맞아 소생할 기회가 저절로 찾아온 것이다. 야심한 밤에 남녀가 서로 짝꿍이 맞아 상봉한다면 무슨 짓을 벌일까? 불 보듯 빤한 일이다.
아신이 나타나자 허기에 굶주린 옥녀는 악어 입이 되어 쫙 벌어졌다. 애잔한 대화는 필요없다. 시끄러운 소음에 불과할 뿐이다. 정곡에 닿지 못하는 손놀림은 귀찮다. 활활 타오른 불길에 물을 붓는 것이 급선무다. 허나 잔꾀가 많은 아신은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았다.
“언젠가 여왕님께서 급하게 먹는 음식이 체한다고 소인에게 가르쳤습죠. 일단 먼저 그간 육신에 뭉친 응어리부터 풀어드리겠나이다.”
아신이 주인의 어깨부터 주물고 그 유연한 손끝이 내리막을 타고 발끝까지 흘러내린다. 중요한 부위를 만나면 힘을 조절해가며 옥녀의 마음을 할랑거리게 만든다. 핵심 부위는 소중히 다루면서도 온갖 기교를 부려 여인이 주체 못할 지경에 이르게 했다. 아신이 이렇게 하는 것은 용양신(龍陽臣: 색으로 여주인을 섬기는 신하)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속셈도 있거니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희의 절차를 생략하고 본 무대에 대뜸 진입하면 당해내기가 어렵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즉 전희로 반쯤 죽여놓지 않으면 악어 입을 채우기가 너무 버겁기 때문이었다.
옥녀는 아신의 이런 간계를 뻔히 알면서도 몸 구석구석을 누벼주는 것이 싫지 않아 슬며시 눈을 감고는 그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아신은 오랜만에 만난 기회라 탈진해 쓰러질 때까지 최선을 다했다. 비록 사내로서 변변치 않지만 처절하게 노력하는 아신에게 옥녀는 미약하나마 감동을 받았다.
“아! 역시 구관이 명관이로구나!”
흡족해하는 옥녀의 모습을 본 아신은 미리 짜놓은 각본에 따라 작전 개시에 들어갔다.
“저, 저, 소신이 긴히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사내가 사내답지 못하게 ‘저, 저’로 뜸을 들이는 처사가 못마땅해 옥녀는 대뜸 소리를 질렀다.
“할 말이 있으면 사내답게 얼른 하거라.”
“요즘도 여왕님의 꿈에 용이 나타나옵니까?”
“그건 왜 묻는 거냐?
“단지 궁금해서 여쭙고자 합니다.”
“자네는 궁금해하는 것이 천성이로구나.”
“그렇긴 하오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중요한 사안을 여왕님께 아뢰지 못하면 밤잠을 못 이루나이다.”
아신이 자못 진지한 태도를 보이자 옥녀는 나무람을 그만두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내가 진실을 말하리다. 요즘엔 꿈에서 용이 사라져 마음이 아주 편안하느니라.”
“그러시다면 다행이라 여기겠지만 소신은 오히려 그것이 더 마음에 걸립니다.”
옥녀가 버럭 화를 냈다.
“네 이놈, 그렇다면 너는 내가 악몽에 시달리기를 바라는 것이더냐?”
“소신이 어찌 그런 못된 궁리를 하겠나이까? 소신의 뜻은... 헌원이 곁에 있으니 여왕님의 악몽이 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그 소년이 여왕님 주변에 머무는 것은 장차 화를 일으킬 것이라 예측되옵니다.”
“화라 했느냐? 어찌 그렇게 생각하느냐?”
외모를 보면 간사하고 요사해 여왕의 비위를 거스르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을 것 같으나 의외로 아신은 늘 살살 몸을 사리면서도 할 말은 끝까지 하는 배짱이 있었다.
“헌원이 궁궐에 들어온 것은 무슨 목적을 갖고 있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옥녀는 헌원을 헐뜯는 것에 화가 치밀었으나 일단 충신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목적이라, 그 목적이 뭐라 짐작하느냐?”
“소신의 생각으로는 헌원이 장차 역모를 꾸밀 것 같은 예감이 머리를 떠나지 않사옵니다.”
역모라는 말에 옥녀의 눈이 하늘에 걸린 보름달이 되었다. 옥녀가 수천수만 년을 통치해왔는데 그동안 작은 마찰은 있었어도 역모나 도전 같은 것은 상상조차 없던 일이었다. 간혹 여인네들끼리의 갈등이 클 때도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기들끼리의 싸움일 뿐 권력에 대한 도전이 아니었다. 그냥 사내와 물질을 탐하는 질투라 할까, 그 이상의 폭풍은 없었다. 더욱이 사내들은 힘은 세지만 노예 신분으로서 시키는 일만 곰상곰상할 뿐 감히 도전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옥녀는 피식, 코웃음을 터트렸다.

매일 자시부터 해시까지 붙어 있어도 모자라는 젊디젊은 헌원과 아소는 날씨가 춥든 덥든 소나기가 내리든 벼락이 치든 폭우가 내리든 함박눈이 내리든 눈보라가 대지를 쓸어가든 바깥세상과는 아무 상관없이 붙고 또 붙었다.
날씨가 무더워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는 한여름에 헌원과 아소가 재미를 보고나니 바깥 산들바람이 그리웠다. 그럴 때는 정자를 찾는 것이 제격이다. 궁궐의 정자에 앉아 햇빛을 가리고 미약하게나마 산들바람을 들이마시자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궁궐의 9개 정자는 천 번의 봄을 맞고 천 번의 가을을 보냈으나 바닥이 대리석이요, 네 기둥은 옥으로 세워져 여전히 굳건했다. 다만 지붕이 문제였다. 옥돌을 가공하여 얹어놓아 굉장히 화려하지만 블록이 아닌 오목으로 되어 있어 비가 내리면 정자가 연못이 된다. 그래서 비가 온 뒤엔 어김없이 하인들이 물을 퍼내곤 했다. 헌원은 지붕을 바라보며 왜 오목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아소가 미소 지으며 나름대로 해석을 했다.
“호호, 저 오목을 보고 있노라면 뭐가 떠오르죠?”
헌원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 아소를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그러다가 손길이 아소의 홍목단에 닿았다. 방금 전 침실에서 한바탕 성교를 하고 나왔음에도 두 남녀는 또다시 마음이 끓어올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탐했다. 젊은 남녀가 행복에 겨워 농탕질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옥녀였다. 그녀는 천천히 정자로 다가왔다. 마침 교접이 끝난 직후였다.
“내가 아까부터 지켜보았는데 자네는 정자 지붕에 관심이 크더군.”
“네, 그러하옵니다. 소인이 보건대 지붕이 오목으로 되어 있어 위엄이 부족합니다. 천하지존의 궁궐 정자라면 마땅히 그 위엄이 하늘을 찌르는 기상을 풍겨야 합니다.”
오목이 여인의 성기를 상징한다는 사실을 일부러 모른 체하면서 위엄을 늘어놓았다. 옥녀 시대엔 오목이야말로 가장 위엄을 과시하는 징표였다. 그러기에 옥녀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녀가 별 반응이 없자 이번엔 미관을 들고 나왔다.
“소인의 생각으로는 궁궐 정자 지붕이 먼 곳에서 바라보아도 멋지게 한눈에 안겨야 하는데 오목은 눈에 띄지 않으니 위엄을 느낄 수 없습니다.”
“음, 그렇다면 자네 생각을 말해보게나.”
“오목을 버리고 블록으로 하되 날카롭게 지어 올려야 합니다.”
“좋네. 3개월 말미를 줄 테니 새 정자를 만들어보게나.”
중대한 임무를 맡은 헌원이 아소와 시도때도 없이 하던 방사를 절제하고 오로지 일에 매진하였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3개월에서 보름이 남는 시점에 완성해냈다. 지붕 모양은 삼각형이며 경사가 가파르다. 본래 백옥이었던 기와를 벽옥으로 바꿔 대자연의 푸름과 어울려 조화가 굉장히 아름답다. 백리 밖에서 바라보아도 아름답고 위엄이 장대하다. 옥녀가 몹시 흡족해 9개의 정자 지붕을 전부 교체하도록 했다.
헌원의 기발한 착상에 가장 기뻐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아소였다. 그녀는 너무 감격해 헌원이 사랑하는 애인이 아니라 거인만큼, 아니 하늘만큼 커보였다.
“만수무강에 도움이 되는 옥즙을 다려드릴까요? 정력에 좋은 산수유를 끓여 올릴까요?”
“허허, 옥즙보다 산수유가 더 좋겠소. 헌데 산수유가 끓을 때까지 참을는지 모르겠소.”
헌원은 말을 마치기 바쁘게 아소를 번쩍 들어 침상에 내던졌다. 아소는 그 내동댕이침이 너무 좋아 호호홋 웃음과 함께 괴성을 내질렀다. 입궁 후 처음으로 큰일을 해낸 헌원은 마음이 몹시 흥분되었다. 그 흥분 덕분에 양물이 더욱 커져 자신감이 붙었고 양욕(陽欲)이 극에 이르렀다. 아직 입술을 물고 빨고 하는 전희가 시작되기도 전에 성난 황소가 되어 씩씩거렸다. 아소는 금세라도 세찬 파도가 밀려올까봐 걱정이었다.
“잠깐 맘을 가라앉히고 흥분을 억제하세요. 교합엔 도가 있는 법이지요. 너무 성급하게 흥분하면 기가 상하고 너무 조급하게 본 무대에 진입하면 조루가 생긴답니다. 교합하고자 하면 우선 맘이 평화롭고 기가 조화로워야 합니다. 교합의 도에 따라 방사를 행하면 남녀에게 모두 이롭답니다.”
아소가 교합 시에 나타나는 여자의 오징(五徵)을 헌원에게 들려주었다.
첫째, 뺨이 발그레 상기되면 양물을 음핵에 대고 살살 가볍게 움직여준다. 둘째, 유두가 딴딴해지고 코에 땀이 맺히면 느릿느릿 삽입한다. 셋째, 목이 마르고 입술이 건조해져 침을 꼴깍 삼키면 양물을 천천히 음부에 대고 흔들면서 일렁거린다. 넷째, 음도가 윤활해지면 양물을 절도 있게 서서히 깊숙이 삽입한다. 다섯째, 많은 양의 분비물이 엉덩이 뒤로 흘러내리면 차츰차츰 양물을 빼낸다.
“교합은 음과 양의 만남입니다. 음양교합에 있어 음정양동(陰靜陽動)이지만 동시에 음은 사랑하고 양은 베푸는 것(陰愛陽施)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상하고 섬세하게 베풀지 않고 일방통행 식의 교합은 음양 조화가 파괴되어 사내는 기가 손상되고, 여자는 두려워져 교합이 싫어집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인간뿐 아니라 대자연의 모든 동물이 그러합니다. 때문에 반드시 방법을 잘 사용하여 상대로 하여금 천천히 즐겁게 고조의 정점에 다다르게 이끌어야 합니다.”

아신은 굴러가는 세상에서 냄새를 잘 맞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이다. 개코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상황 판단이 예리하면서도 침착하고 두뇌가 명석하다. 그가 도전을 들먹인 것은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다. 그런데도 옥녀는 헌원의 인간 됨됨이를 운운하며 아신을 질책했다.
헌원은 왜 오목으로 된 정자 지붕을 경사가 가파른 삼각형 모양으로 고쳐놓았을까? 단지 궁궐의 미관과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서일까? 아신은 몇날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러나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궁궐 동쪽 빈 공터에 잔디가 돋아났다. 한 쌍의 미남미녀가 알몸으로 누워 있었다. 아신은 먼 거리에서 그들의 모습을 넌지시 지켜보았다. 백옥 같은 살색에 풍만하면서도 미끈한 미녀의 몸뚱이가 눈을 즐겁게 했다. 그러나 워낙 거리가 멀어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사내는 키가 구척이나 되어 보였는데 놀랍게도 거대한 물건이 몸 한가운데 붙어 있었다.
그 물건은 가히 세 번째 다리를 떠올릴 만큼 굉장했다. 미녀의 애무를 받아 흥분되었는지 그 거대한 물건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빳빳하게 직립한 상태였다. 미남미녀의 곁에 삼각 지붕의 정자와 오목형의 정자가 있었다. 아신은 어쩐지 삼각 지붕은 미남을, 오목 지붕은 미녀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아울러 삼각지붕은 헌원을, 오목지붕은 아소를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오목지붕은 옥녀의 형상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렇다면 헌원이 오목지붕을 블록지붕으로 바꿔놓은 것은 여자가 사내로 바뀐 것이 아닐까? 여자를 허물어버리고 사내를 세운 것은 남근이 여근을 대체하는 것이고 결국 따지고 보면 여왕에 대한 도전이 아닐까? 이는 역모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아신은 골똘히 생각하다가 옥녀에게 보고했다.
옥녀는 처음에는 아신의 횡설수설이라고 야단을 쳤으나 곰곰 생각해보니 정녕 그러한 것 같았다. 헌원이 정말로 그런 심보로 정자를 고쳤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옥녀는 즉시 헌원을 불러 따져 물었다. 그러나 먼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헌원의 마음을 알기 위해 슬쩍 떠보았다.
“자네가 얼마 전에 고친 정자는 무척 마음에 드네.”
“감사하옵니다.”
“아, 그런데 정자를 고친 것이 무슨 의도가 있는가?”
헌원 역시 이미 눈치가 9단이었다. 궁궐에 들어와 살면서 옥녀에게 처세술을 배운 것이다.
“의도라면... 여왕님께서 보시건대 정자의 미관이 좋고 위엄이 굉장하지 않습니까?”
“음, 그것은 그러하지만.”
“그것 외에 소인은 아무런 의도가 없사옵니다.”
“그, 그렇지?”
옥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녀가 슬쩍 뒤로 물러서자 헌원이 이때다 싶었는지 다른 계획을 들이댔다.
“소인은 웅대한 계획을 또 하나 갖고 있사옵니다. 여왕님께서 허락하실는지 몰라 감히 말씀 올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중이옵니다.”
옥녀는 귀가 솔깃하면서도 짐짓 먼 산을 바라보는 몸짓을 했다.
“웅대한 계획이라 했느냐?”
“그러하옵니다. 정자를 보시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소인의 심장이 멎을 만큼 감격했습니다. 그래서 더 크고 웅장한 공사를 벌여 보답하고 싶어졌습니다.”
“계속해서 말해보게나.”
“소인은 이 궁궐이 굉장히 아름답고 멋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땅 아래에 지어진 것이 늘 맘에 걸립니다.”
옥녀가 호랑이 눈으로 쏘아보며 물었다.
“그것이 뭐가 문제더냐?”
헌원은 조금도 당황한 기색 없이 물 흐르듯 말을 이었다.
“궁궐이 어디에 어떻게 지어졌는지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만민의 눈에 띄는 지상이 아닌 땅 아래에 있는 탓이라 사료되나이다. 그래서 소인이 밤잠을 설치며 고민을 했습니다. 만약 지상에 궁궐을 짓는다면, 외관을 아름답고 멋지게 또 웅장하고 위엄 있게 축조한다면 천하를 다스리는데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만민이 그 위엄에 압도당할 것입니다.”
헌원의 웅대하고 장대한 계획에 옥녀가 매혹되었다. 아니, 푹 빠져버렸다. 땅 위에 지어질 아름다운 궁궐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 상상 덕분에 옥녀의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져 하늘로 훨훨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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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6 ]

6   작성자 : 9870에게
날자:2012-02-26 12:28:17
이사람아, 연변문학가들이 시골드기라니? 그래도 전 중국조선족문학은ㄴ 연변을 에돌아 돌고 또 도는 판이다. 연변문학이 주축을 이루면서 파노라마를 우뤄간다는걸 넌 모르눈구나.북경, 할빈, 청도, 천진, 심양의 문학조직들도 다 연변작가협회라는 손을 벗어못나구있잖아, 뭐 구설이 그리도 많아, 개뿔도 어쩌지못하면서1! 김정룡이 자유편소설은 기법상으로, 그 스리사응로 문학의 깊이로도 연구가치가 높다는걸 우린 알아야 한다! 우리 함꼐 연구해보자!
5   작성자 : 중국동포
날자:2012-02-26 11:27:54
그것은 아마 김정룡이 한국에 있으면서 중국동포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글을 많이 썼기때문이라고 본다.
4   작성자 : 9870
날자:2012-02-26 00:11:52
중국소설 "황제와 소녀경"을 편역한것만 해도 감사하고 고맙지 이렇게 편역한 학자가 또 나왔으면 하는 바램일세
무식한 놈들 남이 편역이던 번역이던 일단 내놓으면 꼭 이런다네 "허 내가 다 아는건데"
일이 생겼을 땐 꼬리를 엉뎅이 사타구니에 딱 붙였다가 일이 유리한 쪽으로 번져지면 꼬리를 쳐드는 일 좀 하지 마세요
3   작성자 : 9870
날자:2012-02-25 23:58:26
나원참 이른바 댓글 다는 사람들을 보면, 본문의 글을 보고 반론하거나 혹은 정론하는 것이 아니라 꼭 편엽하게 저자를 비하할려고 하는데 이것이 좋지 않다.이것이 바로 연변의 시골인간들,더욱이는 문학인이라고 자처하는 인간들이 평론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하는 기분 나쁜 얘기이다.이 글에 감회가 좋으면 고맙게 생각하고 기분나쁘면 지나면 안되겠는가?하루에 강냉이죽이라도 얻어먹으며서 이런 댓글을 다는지 근심스럽다.
나는 무식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글 굉장히 감명깊게 보고깨달음도 많았다.
2   작성자 : 편역
날자:2012-02-25 15:46:02
이 소설은 김정룡이 창작한 소설인것이 아니라 중국소설 "황제와 소녀경"을 편역한것이 라고 생각하는데
1   작성자 : ww
날자:2012-02-25 14:56:32
이분은 원래 소설가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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