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1당나라 때 백락천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학식과 총명이 뛰어난 그가 항주의 자사로 부임했을 때다. 하루는 멀지 않은 사찰에 ‘도림선사’라는 유명한 고승이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 선사는 오래된 소나무 위에 올라 좌선을 하곤 했는데 마침 이날도 좌선 중이었다. 백락천이 나무 아래서 “선사의 모습이 너무 위태롭습니다”고 하니 선사가 내려다보며 “자네가 더욱 위험하네”라고 말을 받았다. 의아해하는 그에게 “티끌 같은 세상지식으로 교만한 마음만 늘어 번뇌가 끝이 없고 탐욕의 불길이 쉬지 않으니 어찌 위험하지 않은가”라고 그의 학문과 벼슬에 대한 교만한 마음을 지적했다. 이에 백낙천은 “평생 좌우명을 삼을 만한 법문 한구절”을 요청했다. 선사는 ‘제악막작(諸惡莫作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중선봉행(衆善奉行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라)’이라고 일렀다. 대단한 가르침을 기대했던 그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니 선사는 “삼척동자도 다 알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비로소 깨달은 바가 있는 그는 선사에게 귀의해 불법을 수행하며 당대의 유명한 시인이자 경륜있는 정치가로 ‘백거이’란 이름을 남겼다.# 이야기 215년 전 미국에서 출간돼 화제가 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풀검은 우리가 어떻게 살고,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하는 모든 것들은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비엠 판매교육 수강생, 카우보이, 아마추어 로데오 선수, 상담원, 바텐더, 화가, 조각가, 음악가, 목사, 선불교 수도사 등 아주 다채롭고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다. 오늘의 자신을 만든 가장 중요한 경력은 1961년부터 1985년까지 워싱턴의 한 교회에서 파트타임 목사로 봉사한 일이다. 이때 얻은 지혜와 깨달음 즉 일상 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 경험한 일, 깨달음, 신념, 사랑 등 그 모든 것을 모아 쉽고도 간결하게 담아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남을 때리지 마라, 손을 씻어라, 어질러놓은 것은 스스로 치워라 등 어쩌면 잔소리 같은 사소한 이야기 속에 철학적 가치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위의 두 이야기는 ‘아는 것만큼 실천하는 것’ 즉 ‘지행합일’(知行合一)을 강조하는 말이다. 지행합일은 주자 등이 주장한 ‘선지후행’(先知後行)에 반해 명나라 유학자 왕양명이 제창한 명제로 사람의 마음에 사욕만 없으면 지행합일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중국에서 지내다보면 말이 앞서는 중국 동포나 한국 동포를 너무 많이 볼 수 있다. 어떤 경우엔 과시로, 어떤 경우엔 허세로 드러나는 이들의 말에 서로가 상처받고 불신하게 된다. 그렇게 말을 잘할 수가 없다. 그리고 말도 많다. 하지만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은 말에 결국 실망하거나 배반감을 느낀다. 아는 것이 많고 앞서나가는 사람일수록 말을 더 많이 하게 되고 책임지지 못할 말을 쏟아놓게 된다. 더욱이 지도자(노블리스)로 불리는 관리와 교수, 문인, 언론인 등 지식인들은 그럴듯한 말만 앞세우고 그 울타리 안에서 만족해하고 안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민족의 미래를 강조하는 자리에서도 말과 함께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지행합일’ 곧 ‘말보다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