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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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로고스’를 찾아서
2005년 07월 07일 00시 00분  조회:3344  추천:47  작성자: cdx
유태인이면서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정신과 교수였던 빅터 프랭클은 독일 나치의 강제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아 그곳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 심리현상과 삶의 의미를 성찰하며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은 지금도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고전으로 읽히고 있다.
그는 힘든 노동과 굶주림과 강압에 의한 고통으로 죽음의 문턱에 다가선 두 동료를 관찰하면서 한사람은 차가운 수용소 바닥만을 응시하고 있고, 다른 한사람은 수용소 밖 건너편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들의 마지막은 결국 죽음과 삶의 차이로 갈렸다. 여기서 그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경험 가운데서도 “살아야 하는 의미(로고스)를 찾은 사람은 어떠한 어려움도 견뎌낸다”고 믿게 됐다. 그 역시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자신의 경험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살아남아야 한다고 삶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이런 삶의 이유를 지탱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감사'할 줄 알았고, 지옥의 생활 속에서도 '감동'할 줄 알았으며, 느끼는 것 이상으로 ‘감탄’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장엄한 붉은 저녁노을, 흥얼거리는 동료의 노래, 수용소 입구에 핀 들꽃을 보며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키워갔다. 그리고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료들과 적어도 하루에 한가지씩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유머를 ‘자유로운 영혼의 무기’로 여겼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의미요법’(로고테라피)을 창시했다. '로고테라피'는 의미, 사물의 존재를 구별하는 보편적인 법칙이나 본질(그 무엇인가), 분별과 이성을 뜻하는 '로고스'와 치료하다라는 의미의 '테라피'의 합성어다. 그는 정신과 의사로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를 하면서 이 요법이 커다란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또 그는 ‘삶의 의미를 찾아서’란 책을 통해 “인간 최후의 자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운명처럼 주어지는 환경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스스로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누구나 주도적인 삶을 살 것을 강조한다. 스스로 삶의 주인으로, 주체로 나서라고 말하며 그 행동과 결과에 대해 과거 현재 미래를 포함해서 모두 책임지라고 권한다. 그것이 진정 로고스를 찾아가는 삶이란 것이다.
우리 민족의 로고스를 어떻게 찾을까.
한겨레 구성원 개개인이 어떤 어려움과 난관 속에서도 민족의 주인으로, 주체로 나서 자신의 현재 선택뿐만 아니라 과거의 행동과 미래의 태도에까지 책임지는 자세로 살아가는 것을 로고스를 찾아가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200만 중국동포와 50만에 이르는 한국동포 모두 한겨레가 되어 서로를 ‘의미’(로고스)로 선택하고 받아들이고 책임지는 자세야말로 스스로 자유롭게 통제하는 즉 최후의 자유를 누리는 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전통적인 민족의 얼이나 문화, 특성을 살려나가는 일뿐만 아니라 다른 민족과 구별되는 사소한 것들을 찾아내 우리 것으로 만들어 지켜나가며, 그것들에 감사하고 감동하고 감탄하며 재미있어할 줄 아는 것 또한 민족의 로고스를 찾는 일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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