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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적 사랑과 기다림의 미학
2005년 07월 07일 00시 00분  조회:3414  추천:52  작성자: 차대형

“처음엔 미웠지만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행복을 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국의 왕세자 찰스와 그의 오랜 연인 커밀라의 결혼을 바라보는 한 시민의 말이다.
이들의 결혼식은 지난 9일 많은 논란과 우여곡절 끝에 런던 윈저 시청에서 친지와 지인 몇몇만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치러졌다.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왕실혼으로 성대하게 거행된 다이애나와의 결혼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 10일 이들의 결혼이 발표되자 왕위 계승자와 전 남편이 살아있는 이혼녀와의 결혼이 성공회 관습에 위배되지 않은지, 찰스가 왕위를 포기해야 하는지 등 각종 논란이 일고, 반대와 비난과 조롱이 잇따르자 결혼식을 왕실 방식에서 민간 방식으로 바꾼 탓이다. 지금도 영국인들은 찰스와의 결혼생활에 힘들어하다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 이들은 찰스와 커밀라의 애매모호했던 관계가 결과적으로 다이애나의 비극을 불렀다고 생각한다.
이런 평가와는 별개로 이들의 결혼 뒤안길엔 오랜 기다림의 미학이 깔려 있다.
56살인 찰스와 1년 연상인 커밀라, 둘 다 이혼 경험이 있고 자녀까지 있는 이들은 1970년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눈 이후 35년 만에 다시 ‘세기적 사랑’의 결실을 이뤘다.
커밀라는 예민한 다이애나와는 반대로 털털하고, 자기중심적이고 항상 애정을 요구하는 다이애나와는 달리 겸손하면서 베풀기를 좋아하는 성품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와 다이애나의 결혼 생활이 순탄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이들의 사이는 다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찰스는 더 자주 커밀라를 찾아 결혼생활의 애로를 상의했고 이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을 확인하게 된다.
찰스의 잘잘못을 떠나 그는 한 나라의 왕위계승자로 요구되는 엄격한 삶 때문에 그만큼 힘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유약한 그의 모습처럼 성장과정에서 베풀기보다 받기에 익숙해져 아내한테서조차도 보살핌 받는 것을 더 원했는지 모른다. 그런 그에겐 젊고 화려하고 멋진 다이애나보다 항상 먼저 자신을 배려하고 애정을 베푸는 커밀라가 더 편했던 것 같다.
커밀라는 다이애나 죽음의 원인 제공자로 꼽혀 국민적 미움을 받았다. 전 남편과 이혼한 뒤에는 길거리에서 야유를 당해 피해 다녀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참고 기다리며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 키워왔다. 찰스의 그림자로 내조하며 왕실 가족의 신뢰를 쌓았고 마침내 찰스의 배우자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이들의 끈질긴 사랑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마침내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기다림의 화신’ 커밀라를 보며 민족 문제를 되짚어본다.
한국과 조선은 분단된 지 50년이 넘었고 최근엔 조선이 핵문제로 미국과 대립하며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한겨레 사회도 중국동포 한국동포 조선동포 서로 신뢰 단계에 들어서지 못하고 분열된 모습을 보이며 주변국가나 다른 민족으로부터 비난과 질시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 결실을 맺기 위해 35년의 세월을 기다리는데, 민족이 통일하고 서로 신뢰하며 하나되는 일에 더 오랜 세월을 못 기다리겠는가.
그 기다림 또한 마냥 기다림이 아니라 먼저 배려하고 베풀면서 참고 견디며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우리 민족에 대해서도 “이전엔 한국과 조선이 미웠는데 이제 통일돼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주변 국가의 말이 나올 것이고, “예전엔 조선족이 미웠는데 이젠 조선족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다른 민족의 부러움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까지 우리 민족이 기다림의 미학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다면 백년인들 지겨울까. iwbbac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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