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란 ‘사회적으로 높은 신분을 가진 인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프랑스 말이다. 로마 초기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정신과 솔선수범 자세에서 비롯되었다. 조그만 도시국가였던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고 지중해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면서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와 충돌해 ‘포에니 전쟁’을 벌이게 된다. 기원전 264년부터 146년까지 3차에 걸친 이 전쟁에서 귀족은 평민보다 먼저 전쟁에 나서 목숨을 바치고 전쟁세를 내는 등 의무를 다하고 절제된 행동을 보였다. 그 결과 로마는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을 꺾고 마케도니아와 그리스를 정복해 세계 최강국으로 올랐다. 황제가 지배하는 제정 로마시대 이전의 초기 공화정 로마는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세워 스스로를 규제해나가는 귀족(nobless)이 상류층을 형성해 발전해나갔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이후 인류 역사를 이끄는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잡았고, 현대에 들어서는 사회 계층간 대립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전쟁 때는 국민을 결집시키는 원동력으로 실천됐다. 1,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 칼리지 출신 2천여명이 전사했고, 포클랜드전쟁 때는 여왕 둘째아들 앤드루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한국전쟁에서도 중국의 마오쩌둥 주석 아들이 전사했으나 시신 수습마저 포기하도록 했다. 미8군사령관 밴플리트의 아들이 야간폭격에 나섰다 전사하는 등 미군 장성 아들 142명도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개 같이 벌어 정승 같이 쓰라”는 말처럼 경제 분야에서도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기능으로 자리잡고 있다.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 대한 투명성과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쌓은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 석유재벌 록펠러, 현재 세계 최대의 갑부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부자들의 자선 기부문화도 이런 맥락을 이은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아들의 국적을 포기한 부모 명단을 공개하며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망각한 행동으로 비난하고 있다. 두차례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회창씨는 아들 병역문제 때문에 대통령이 될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렸고, 장관이나 주요 공직자에 대해서는 본인이나 아들의 병역문제뿐만 아니라 재산 형성 과정 등에 문제가 없는지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 온 국민이 나서 감시의 눈길을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인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산당이 로마 귀족과 같은 구실을 해오고 있다. 물론 개방의 여파로 부패에 빠져드는 관리나 당원이 없지는 않으나 당이 나서 가차없는 철퇴를 내림으로써 더이상의 부패를 막아내고 있다. 이제 세계 사회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피할 수 없는 명제가 되고 있다. 중국 동포사회의 ‘노블리스’는 누구인가. 먼저 연변조선족자치주 영도와 고위 관리를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민족의 저명한 학자나 과학자, 문인, 예술가, 체육인과 대학 교수, 언론인, 교사를 들 수 있다. 아울러 성공한 사업가나 상공인 등 기업인을 내세울 수 있다. 이들이 자신의 명예와 이익만을 좇지 않고 대접받기만을 바라지 않고, 민족과 동포사회를 위해 ‘오블리주’를 제대로 실천할 때 민족의 앞날이 더욱 밝아질 것이다. iwbbac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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