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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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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하소설 황혼 제3권(46) 안개 속 아파트 김장혁 댓글:  조회:229  추천:0  2024-09-24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46. 안개 속 아파트        찜통 같은 삼복더위는 꽤나 짜증나게 굴었다.     류려평은 구치소에 갇혀 나영을 마주보면서 옛 추억에 빠졌다. 그녀는 이전에 국내에서 행장질을 하면서 시원한 사우나에서 류덕재 행장과 사우나를 하고 마사지를 받던 향락한 생활을 떠올렸다.     그녀는 향락을 누리던 그 나날과 지금 비좁은 구치소에 갇혀 숨이 헉헉 막히는 삼복철 찜통무더위에 시달리는 고된 나날을 대조해보면서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었다…     류려평은 아침에 느즈막에 츨근해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커피잔을 들고 들어오는 여비서를 보고 짜증냈다.    “커피만 타오면 비서인가?”    여비서는 황급히 커피잔을 차탁에 놓으며 류려평 행장을 쳐다보았다.    “왜 일찌기 나와 에어콘을 켜놓지 못했소? 사무실이 이게 뭔가? 시루 속 같아.”    그제야 여비서는 에어콘 스위치를 딸깍 켰다.    “잘못했습니다. 류행장님.”    “저런 눈치 도끼등이라구야. 나갓! 보기도 싫어.”    여비서는 혀를 홀랑 내밀며 문께로 나갔다.    “잠간!”    여비서는 홱 되돌아섰다.    류려평은 손으로 부채질하면서 퉁사발 같은 눈을 부릅떴다.    “오늘 누가 날 찾아도 일이 있어 나갔다고 해. 중요한 일은 제때에 회보하라고!”    여비서는 머리를 폭 숙였다.    “네. 알았어요.”    그때 류려평의 핸드폰이 자지러지게 울렸다.    또 류덕재 전화였다.    류려평은 여비서를 나가라고 손짓했다.    (아침부터 몇번인가? 꽤나 짜증나게 굴어.)    그녀는 두덜거리다가 여비서가 나가자 핸드폰을 받았다.    “오빠,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요? 알았소. 내 인차 갈게.”    류려평은 부랴부랴 지하주차장에 가서 도요다찌프를 타고 쏜살같이 항상 류덕재를 만나던 사우나로 달려갔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6층에 쭉 단숨에 올라갔다.    네온등이 반짝이는 광장 같은 으리으리한 사우나실이 나타났다.    오전 아홉시 좌우인지라 사우나 카운터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카운터는 눈에 익은 VIP손님인 것을 보고 단칸방에 안내해주었다.    “손님이 진작 기다리고 있습니다.”    류려평은 머리를 까딱해 보이고 도적놈의 퉁사불눈으로 주위를 빙 둘러보고는 단칸방에 들어갔다.    대통령실만큼 드넓은 사우나실이었다. 사우나실에는 꽤나 큰  수영장이 있었다. 수영장 주위에서는 연분홍 불빛을 머금은 분수가 수영장 파란 물에 쏟아져 진짜 선경을 방불케 했다.    “려평아, 어서 오라.”    류덕재가 파란 물이 출렁이는 수영장 안에서 손짓했다.    “급하긴?”    류려평은 멍해 서 있다가 부랴부랴 복장실에 들어가 부래지어에 팬티 바람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에 발끝걸음으로 사뿐사뿐 다가갔다.     류덕재 색마의 우멍눈은 우유빛 탄력있는 류려평의 몸을 아래위로 사냥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의 목젖이 꼴깍 하며 말상에 입귀로 느침을 질질 흘리었다.     그는 류려평의 손을 잡아 홱 나꿔챘다.     풍덩!    “아이구머니!”    류려평은 수영장 파란 물에 떨어지면서 류덕재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깜짝이야! 간 다 떨어진다.”    여비서와 소리치던 앙칼진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류려평은 부드럽고 간드러진 목소리로 류덕재한테 애교를 부렸다.    “오빠, 좀 살살 다루세요. 콱콱 거칠게 하지 마세요.”    “그래, 요것아.”    류덕재는 손가락으로 류려평의 상큼한 콧대를 살짝 집어놓았다. 그는 탐욕스런 눈길로 걸탐스레 류려평의 우유빛 젖무덤을 쏘아보며 뭉글뭉글한 젖가슴을 쓸어매만지고 혀끝으로 핥아댔다.    “아, 간지러워라!”    류려평은 류덕재한테 몸을 맡긴 채 종알거렸다.    “오빠, 귀빈 하나 보냈는데 만나봤소?”     “누굴?”     류덕재는 아닌 보살을 뗐다.     류려평은 눈을 곱게 흘기었다.    “늙은 너구리 같은게. 문화국 최국장 찾아가지 않았습데?”     류덕재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오- 그래, 최국장이 왔더라.”    류려평은 류덕재 목을 끌어안고 퉁사발눈으로 우멍눈을 들여다보며 부탁했다.    “문화국 대부금을 내주세요. 오빠나 내한테도 좋찮고 뭔가요? 오빠 부행장으로 제발시켰기에 나도 이번에 아파트 하나 차례지게 될 거 같소.”    류덕재는 능청을 떨었다.     “그래? 그럼 잘 됐다. 요 귀염둥이한테 떡이 생기면 됐어.”     류려평은 의아해 했다.     “아니, 어제 최국장 보고 오빠한테도 한채 주라고 부탁했는데 말이 없습데?”     류려평은 류덕재를 친오빠처럼 믿었지만 류덕재는 아니었다. 아무리 죽자 살자하는 오누이지만 좀 여지를 둬야 했다.     “최국장은 참 시끄러워. 건설规划局 일도 해달라데. 그게 어디 식은 죽 먹긴가?”     류려평은 아파트 한채 날아날가 봐 초조해졌다.     “오빠, 최씨한테 대부금은 내주기오. 우리 오누이 아파트 한채씩 가지고 보기오. 规划局 일도 큰아버지 손 좀 봐 해결해주오. 그럼 한채 더 차례지겠는지 어떻게 아오? 우리 딸 아파트도 미리 한채 마련해 놓으면 좀 좋아서? 그건 려향의 할아버지 준 걸로 하기오.”     류덕재는 선선히 머리를 끄덕이었다.     “알았다. 려향을 봐서라도 대부금을 내주고 规划局 일도 풀어줘야겠다. 건데 수전노 같은 최국장은 마른 방아를 찧을 궁리를 하지 않겠어?”     류려평은 류덕재 품 속에서 얼굴을 떼면서 퉁사불눈을 치켜떴다.     “뭐랍데?”     류덕재는 류려평의 보들보들한 어깨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최국장은 자기 가시아버지 박서기가 우리 아버지를 후임 시당위  서기로 제발시킨 일을 거들면서 规划局 일은 공짜로 해줬으면 하더라. 规划局 국장한테도 아파트 한채쯤 줄게지. 무슨 그런 일을 그렇게 하는지 몰라. 이 세상에 공짜로 되는 일이 있어?” 류려평은 어망간에 최정호 국장을 욕했다.     “깍쟁이라구. 지금 세월에 고만한 아파트도 안 내밀고 되오? 지금 경제시대에 누가 령도 전화 한마디에 술술 해결해준다고 그랜대요?”     류덕재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야. 아버지 시위 서기느라고 행정적으로 规划局에 지시하면 뭐냐? ‘문화국 청사와  아파트 층수를 27층으로 올려라.’ 주관 서기도 아니면서 아버지 이렇게 지시하면 아버지 뭘 얻어먹었는가 의심하지 않겠니?”     류려평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녀는 자칫 악어 입 안에 다 들어온 비게덩이를 놓칠 거 같아 조바심이 났다.     “오빠, 그래도 이 일이 되게 큰아버지와 말하오. 그래야 우리도 그 덕분에 아파트 한채라도 차례지지.”     류덕재는 류려평을 꼭 끌어안았다.     “알았다. 내 알아서 아량있게 처리하지 않으리. 근심말라.”     류려평은 행복에 겨운 빛이 번쩍이는 어글어글한 퉁사발눈으로 류덕재의 우멍눈을 들여다보았다.     (내 오늘도 중대한 공작을 했구나. 이 오빠 공작을 잘하면 뭐나 다 생겨. 아파트도 생기고 황금도 생기고…)     “호호호.”     그녀는 간드러지게 웃으면서 빨간 혀를 홀랑 내밀어 색마 오빠 말상에 키스를 뽁뽁뽁 날렸다.     “아이고, 요 귀여운 것아!”     류덕재는 류려평의 백지장처럼 하얗고 탄력있는 몸뚱이를 안아 수영장 위에 훌 들어올려 놓았다. 물에서 튕겨나간 물고기처럼 류      려평은 탄자 위에 반드시 누워 설레이는 가슴을 오르내리며 숨을 할딱거렸다.     류덕재는 류려평을 끌어안고 데굴데굴 구을렀다.     류씨에 오누이는 찰떡처럼 딱 붙어 델델 구을러 사우나 침실에 다가갔다. 패륜오누이는 푹신푹신한 침대 위에 기어올라가 알몸뚱이로 마구 뒹굴었다. 뒤이어 부드러운 연분홍 네온등불 아래 침대 위 이불이 세차게 파도친다. 거세찬 숨소리 , 신음소리 귀맛좋게 들리었다. 사우나실에서는 은은한 사랑의 서정곡이 절주맞게 들려온다…     기실 류덕재는 전날 정호한테서 아파트 두채나 가지기로 하고 아버지와 말해 规划局의 일을 해결해 주었던 것이다. 예약금으로 5만원을 척 받아먹기까지 하고.     그러나 아무리 믿는 여동생, 애인이라고 해도 그는 류려평한테 모든 것을 속이고 있었다. 언제 류려평이 꼬리 드러나면 그 넌출을 따라 자기 꼬리를 밟을가봐 겁났던 것이다.     안개 속에 문화국 헌 청사 자리에 29층짜리 사무실과 아파트가 우뚝  일떠섰다. 1층부터  9층까지는 문화국과 전람관 도서관 사무실로 쓰고 그 위 10층부터 29층까진 직원들의 아파트로 분양했다.    원래 27층까지 짓기로 한 걸 류서기 지시로 건설规划局 비준을 받고 29층까지 두 층 더 올렸다. 그 두층은 기실 이 청사 건설을 위해 기여한 해당 지도자들한테 선물을 주기 위한 포석이었다.     며칠 후 류덕재 행장 세채(시위 류서기 몫으로 한채 덤으로 가졌음), 류려평 부행장 한채, 规划局 국장 한채, 최정호 국장 한채 무상으로 가졌다. 탐관들은 수뢰죄가 드러날가 봐 그 자리로 전람관 이름으로 이름 모를 사람에게 헐값으로 팔아 염낭에 처넣었다. 아파트의 비밀- 내막은  안개 속에 파묻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직원들은 최정호 국장과 박나영을 비롯한 문화국과 전람관의 지도자들은 진짜 직원들의 아파트를 해결하기 위해 애쓴 새 시대 뢰봉식 훌륭한 간부라고 혀를 끌끌 찼다. 직원들은 비록 모금해 아파트를 샀지만 그만큼 시 중싱 좋은 자리에 헐값으로 아파트를 사서 모두 좋아했다.    그러나 나영의 눈은 피하지 못했다. 정호는 나영이 적발해 꼬리드러날가 봐 겁나 나영을 데리고 일본으로 해 한국에 도망쳤던 것이다.     탐관들의 악어 주둥이는 얼마나 엄청 큰가? 아파트도 몇채씩 단번에 꿀꺽 삼키지 않는가! 그놈 악어 주동이에는 비게덩이를 물려야 일이 슬슬  풀린다. 그러지 않으면 악어는 기회를 노리다가 뭐든지 꿀꺽 삼키려고 한다.    류려평은 나영한테 다가가 나란히 앉더니 한어로 나직이 귓속말을 했다.    “우린 한 배에 올라 탄 신세야. 우리 서로 싸우면 다 불리해. 파도 세찬 망망한 바다에서 배가 번져지면 다 죽어. 알만하지?’    나영은 볼우물까지 옴폭 파며 반문했다.    “무슨 듣고도 모를 소린가요? 난 우리 언니 일 하나도 몰라요.”    류려평은 나영을 째려보며 냉소했다.    “아닌 보살 작작 떨어. 넌 근본 무슨 춘영이 아니야. 넌 전람관 부관장 나영이야. 누굴 속여?”    픽!    나영도 냉소했다.    “어디 두고 봅시다. 누가 이 세상에 온전히 살아남는가? 鱼死网破, z知道吗?”    류려평은 섬찍해났다.     “지금 날 위협해?”     그러나 나영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류행장은 지금 나영 언니를 잡아 먹을 작정 아니오? 나영 언닌 돈봉투 세개 일을 똑똑히 알고도 남음이 있소. 재무과장은 전람관의 돈 거래를 손금 보듯하고 있었다더구만요. 안개 속에 가려진 아파트 비밀도 다 알고 있대요. 안개 걷히면 아파트 원형이 다 드러날게오. 누구든지 나영 언닐 잡아 먹고 살아남을 생각도 마세요. 어림도 없어!”     그제야 류려평은 그날 행장실에서 그 돈 봉투 세개를 챙긴 걸 후회했다. 그러나 그것은 후회막금이었다.     류려평은 이제라도 구제조치를 대 살 구멍을 찾으려고 허둥댔다.  그런데 후회약은 없었다.     그는 한참 궁리 끝에 나영한테 다가가 손으로 어깨를 매만졌다.     “어쨌든 너네 나영 언니랑 전람관 대부금이랑 아파트랑 모두 얼기설기 얽혔어. 우린 한 배를 탔는데. 싸우지 말자. 다 죽는다고 나영한테 전해달라.”     나영은 그 말엔 머리를 끄덕이었다.     “건 나영 언니도 알겠지요.”     류려평은 나영의 볼품없이 수척해진 얼굴에 자기 얼굴을 갖다댔다.      “나영 언니랑 우린 모두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쑤가 아니야. 우린 전우야. 서로 도우면서 이 놈 감방에서 살아 나가야 해.”     나영은 또 머리를 끄덕이었다.     류려평은 한술 더 떴다.     “나영이, 아니, 춘영이, 나영을 보면 날 도와주라고 부탁 좀 해주오. 내가 종호를 죽이려고 염화칼리움을 링겔병에 주사해넣었다는 걸 증명서달라고 말이오.”     “네? 세상에, 그것도 도와주는 건가요?”    류려평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그래. 내가 살인미수범이라고 증명서면 돕는게요. 그 다음 건 묻지 마오.”     나영은 도리머리를 가로 절레절레 젓다가 마지못해 머리를 끄덕이었다.     잠시나마 구치소 안에는 평화로운 분위기가 흐르는 것 같아 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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