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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첫 우주인’ 이소연씨 작심 비판
정거장서 고산씨 옷 급하게 입고
대선 후 정부 로고 바꾸느라 진땀
“귀환 후 실험 제안 정부가 묵살
과학 모르는 사람들이 사업 기획”
“우리 정부는 우주인 배출 후속 사업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나는 상품이었을 뿐입니다.”
한국 첫 우주인인 이소연(41)씨가 우주 비행을 한 지 10년 만에 작심하고 과거 정부의 우주 프로젝트에 대해 비판했다. 이씨는 최근 출간한 과학비평잡지 ‘에피’(이음) 3호 인터뷰에서 우주에 가기 전과 우주에서의 10일, 그리고 귀환 뒤의 상황 및 공개되지 않은 일화 등을 소개했다.
이씨는 2007년 9월 예비 우주비행사로 선정됐다. 당시 고산씨가 비행 우주인이었지만 출발 한 달 전인 2008년 3월 보안규정 위반으로 이씨가 급하게 우주선에 올랐다. 이씨는 같은 해 4월 8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스를 타고 출발해 4월 10일 우주정거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9박 10일 동안 열여덟 개의 우주과학 실험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했다.
이씨는 인터뷰에서 당시 곤혹스러운 상황도 설명했다. “우주선에 개인 물품을 예상하고 짐의 양을 계산해야 하는데, 정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이 공식적인 물건을 보내는데 모두 써버려 개인 물건을 가져갈 공간이 거의 없었죠. 그래서 우주정거장에 도착한 뒤 겉옷은 미리 보낸 고씨의 옷을 입어야 했어요.” 그는 “미국 우주비행사인 페기 윗슨이 보다 못해 자신의 빨간 티셔츠를 입으라고 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씨에 따르면 우주선이 짐을 싣고 올라갔을 때 정부 부처명은 ‘과학기술부’였다. 마침 대통령 선거로 정권이 바뀌면서 해당 부처명이 ‘교육과학기술부’로 바뀌면서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씨는 ‘과학기술부의 로고와 패치를 다 바꾸라’는 명령을 받고 결국 우주정거장에서 비행복 패치를 칼로 뜯어내고 새 패치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가지고 간 실험 도구들의 스티커도 모두 떼고 죄다 바꿔야 했다. 이씨는 “지구와의 교신에서 ‘그거 다 뗐느냐? 확실히 다 붙였느냐?’라는 내용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동승했던 다른 나라 우주비행사들이 “뭐하는 짓이냐?”고 물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고 전했다.
지구에 귀환한 후에도 곤혹스러운 상황은 이어졌다. 이씨가 교육과학기술부 담당자에게 “우주에서의 실험을 계속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그는 이와 관련, “정부가 우주인을 보낸다고 대국민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우주인 배출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과학실험에 대해 본질적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일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탈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와 관련, “내가 마치 우주인 사업을 대표하는 사람처럼 됐는데, 사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이 사업을 제안하고 계획하고 만든 사람이 있지 않느냐”며“나는 우주인 배출 사업이 만들어낸 상품”이라고 토로했다. 이씨 역시 과거 국정감사에서 4년간 진행한 우주인 관련 연구과제가 4건에 불과한 데도 외부 강연만 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미국에 정착했다.
그는 “우주인 후속 사업이 없는 게 저의 문제인 것처럼 보도될 때, 나는 어떻게 해야 이걸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욱한 것 반, 먼 미래를 계획한 것 반의 이유로 한국을 떠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씨는 현재 미국 워싱턴대 공대 자문위원 자격으로 연구 및 교수 활동을 하고 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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