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2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동시야 놀자]- 아름다운 국수
2016년 03월 07일 21시 42분  조회:4443  추천:0  작성자: 죽림

싱크대 서랍 속에 누워 있는 ‘미끈한 발레리나’는 무얼까? 얼핏 짐작이 가지 않는다. “발레 슈즈도 신지 않은/보얀 맨발”을 한 이것을 한 묶음 집어서, “톡톡 키를 맞추고/물 끓는 냄비에 넣”는다고 했다.

조금 짐작이 간다. “둥근 치마가/꽃처럼 펼쳐진다”에서는 발레리나가 빙글빙글 회전하자 치마가 확 펼쳐지는 모습이 그려지며, 냄비에 마른 국수를 넣을 때 확 펼쳐지는 모습과 겹쳐진다. 국수가 한바탕 보글보글 끓은 뒤 체에 받쳐 찬물에 건져냈을 때, 그 모습은 “새초롬”하고 “매끄럼”하고 “말끄럼”하다. 새초롬! 매끄럼! 말끄럼! 그 아름다운 발레리나를 차마 먹을 수 있을까!

요즘엔 사라진 표현이 ‘국수 언제 먹느냐?’는 질문이다. 장가 언제 갈 건가, 시집 언제 갈 건가를 묻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잔칫집의 중심 음식이 국수였다. 지금은 결혼식 때 자기 집이 아닌 외부 식당에서 뷔페로 온갖 종류의 음식을 내는 게 대세다. 그러나 예전같이 소박하면서도 왁자한 정취는 맛보기 어렵다. 국수 면발을 뽑아 바깥에 길게 늘어뜨려 걸어놓고 말리는 국숫집 풍경도 찾아보기 어렵다. 파스타나 쌀국수 등 다양한 종류의 국수를 즐길 수 있는 국수의 세계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옛날 짜장’처럼 ‘옛날 국수’라고 메뉴를 써놓은 음식점도 눈에 띈다.

백석을 비롯해 많은 시인들이 국수의 맛과 정취를 노래했는데,
이상교의 ‘아름다운 국수’는 싱크대 서랍 속 국수의 모습에서 보얗고 미끈한 발레리나를 봤다. 아마 우리 집 싱크대나 찬장 속 어디에도 미끈한 발레리나가 냄비 속에서의 한바탕 공연을 기다리며 잠자고 있을 듯하다.

/김이구 문학평론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723 김립 시모음 2016-10-30 0 5781
1722 대만 현대시 흐름 알아보기 2016-10-30 0 4206
1721 구름도 가고 순경도 가고 남은건 나와 나의 그림자와... 2016-10-30 0 3347
1720 대만 모더니즘 선도자 - 예웨이롄 2016-10-30 0 3543
1719 대만 녀성시인 - 옌아이린(옌艾琳) 2016-10-30 0 3646
1718 대만 시인 - 余光中 2016-10-30 0 3891
1717 나를 오리신고는 침선으로 나를 꿰매셨다... 2016-10-30 0 3415
1716 "동주" - 그는 가깝고 그리운 한 사람이다... 2016-10-29 0 4134
1715 5 + 7 + 5 = 17 2016-10-28 0 4247
1714 깨여나보니 유명해져 있었다... 2016-10-28 0 4123
1713 ...바로 탐욕이다... 2016-10-28 0 3834
1712 새들은 왜 록색별을 떠나야만 하는가... 2016-10-28 0 3769
1711 우리가 언젠가는 "사막의 꽃뱀"이 될지도 모른다... 2016-10-28 0 3906
1710 어느 날 페허 잔해속에서 원자로 화석을 발굴하라... 2016-10-28 0 4338
1709 詩人은 생태학적 상상력으로 저항하라... 2016-10-28 0 4046
1708 詩는 희곡을 "언어예술의 집"으로 건축하는 벽돌이다... 2016-10-28 0 3437
1707 詩와 비평은 쌍두마차이다... 2016-10-28 0 3810
1706 비평가의 詩, 詩人의 비평,- 립장을 바꿔보다... 2016-10-28 0 3394
1705 詩란 "내가 나의 감옥"에서 뛰쳐나가기이다... 2016-10-28 0 4442
1704 詩란 유일무이한 그릇에 유일무이하게 헌것을 새롭게 담는것... 2016-10-28 0 3627
1703 "시를 읽지 않는 사람들"도 사랑하는 시인 -니자르 카바니 2016-10-28 0 3951
1702 아랍의 詩는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눈물... 2016-10-28 0 4754
1701 詩적 상상력을 중첩, 확대하는것은 실체(체험)를 바탕하기... 2016-10-27 0 3964
1700 현대시의 난해한 벽을 허물어보기 2016-10-26 0 4188
1699 불온한 상상력들이 광란의 춤사위에 나으다 2016-10-26 0 4062
1698 눈뿌리가 아플 정도의 포스터모더니즘의 한계 2016-10-26 0 3931
1697 무엇인지를 리해하는 문제는 언어가 무엇인지를 리해하는 문제와 련관된다... 2016-10-26 0 4787
1696 즐거움의 순간과 죽음의 망령은 삶의 련속이다... 2016-10-25 0 4268
1695 詩적 상상력을 구사하는 방법 2016-10-25 0 4048
1694 詩 같은 수필, 수필 같은 시를 쓰라... 2016-10-25 1 3931
1693 詩란 태음신과 같은 현무(玄武)로서 시첩(詩帖)속에 잘 가두기를... 2016-10-23 0 4022
1692 詩어는 꽃잎에 닿자 나비, 꿀벌이 되다... 2016-10-21 0 3905
1691 詩리론은 하나의 울타리로서 늘 시인을 괴곱게 한다... 2016-10-21 0 4817
1690 詩여, 독침이 되라... 2016-10-21 0 3888
1689 詩의 첫행은 시인과 독자가 만나는 최초의 순간이다... 2016-10-21 0 4161
1688 한국 현대시사 최초의 선시리론자 - 김종한 2016-10-21 0 4152
1687 냄새가 나는 "조감도"(鳥瞰圖)냐, "오감도(烏瞰圖)냐... 2016-10-21 0 4370
1686 다시 떠올리는 정지용 시모음 2016-10-21 0 3731
1685 훌륭한 詩란 뼈를 저미는 고통의 작업에서 빚어진다... 2016-10-21 0 4137
1684 詩作에서 "창조적 변용"아냐, "몰상식적 표절"이냐가 문제면 문제 2016-10-20 0 5067
‹처음  이전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