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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을 추방하라???...
2016년 02월 11일 05시 58분  조회:3918  추천:0  작성자: 죽림
이번 주제는 플라톤의 ‘시인추방론’입니다.
시인을 추방하자니. 참 엉뚱한 말입니다.
시인만큼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 어디 있나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윤동주, 서시) 


20대 중반인 시인이 바라는 것은 부나 명예가 아닙니다. 부끄럽지 않은 삶과 약자에 대한 사랑뿐이었죠. 맑고 아름다운 마음씨입니다. 시인이란 인간에 대한 살뜰한 애정을 가진 이들입니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거지 아이의 가련한 효심을 시인만은 알아봅니다.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 청계천변 10전 균일상 밥집 문턱엔 / 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 이끌고 와 서 있었다 /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 태연하였다 /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김종삼, 장편 2 전문) 

시인들은 욕망을 버리고 주어진 소박한 것들에 감사할 줄도 압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천상병, 귀천) 평생 가난했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고까지 치르며 고문을 받기도 했지만 시인은 고된 삶이 소풍처럼 즐거웠다고 고백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추방하자니. 플라톤 이 사람, 정말 큰 일 낼 사람입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그를 비난할 일도 아닙니다. 저런 과격한 주장을 한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에요. 먼저 플라톤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알아보는 게 순서입니다. ‘시인추방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흔히 ‘이데아론’이라고 불리는 플라톤의 진리관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플라톤은 세계를 둘로 나누어 봅니다. 첫 번째 세계는 우리가 감각을 통해서 알 수 있는 현상의 세계, 감각적 사물의 세계이고, 두 번째 세계는 정신의 사유를 통해서 접근할 수 있는 이념의 세계입니다. 이 이념의 세계는 근원적인 형태의 세계로 이루어진 것으로 현실의 감각적 세계를 있게 하는 존재의 근원입니다. 예를 들자면 세상에는 수많은 삼각형 형태의 사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삼각형들은 서로 조금씩 다르지요. 내가 가진 삼각자와 옆집 다민이, 동생 다연이가 그린 삼각형의 모습은 확실히 서로 다를 것입니다. 플라톤은 이러한 다양한 삼각형은 기본적으로 완전한 삼각형이라는 하나의 원형을 모방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형태의 삼각형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모방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실의 삼각형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모든 현상이 가장 완전한 자신의 ‘원형’, 즉 원래의 형태를 가지는데 그것을 플라톤은 이데아(idea)라고 부릅니다. 모든 현실의 사물은 이데아를 나누어 가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 식물들은 식물의 이데아를 조금씩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식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이고, 책상은 책상의 이데아를 조금씩 나누어 갖고 있기 때문에 책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중략) 이데아는 현실의 세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이데아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감각을 통해서가 아닌 이성의 활동을 통해서입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이데아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이성의 능력을 동원하여 이데아를 그려 낼 수 있습니다.” (서용순 지음, 『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 중에서)



...‘동굴의 비유’를 기억하나요? 동굴 안에 갇혀 있던 사람이 동굴 밖으로 나와 진짜 세계가 무엇인지 깨닫는 이야기였죠. 동굴의 비유는 바로 이데아론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플라톤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평상시에 우리는 마치 동굴 안에 사는 사람과 같다! 우리가 감각적으로 보고 만지는 것들은 실은 허상에 불과한 것들이죠. 진리는 우리가 사는 세계 너머(동굴 밖)에 있습니다. 현실 너머에 있는 진리를 그는 이데아라고 부릅니다. 현실은 그 이데아라는 진리를 모방한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는 것은 죄다 불완전하죠. 

가령 누구나 완벽한 이상형을 꿈꿉니다. 하지만 처음엔 아무리 멋져 보이는 사람도 만나보면 실망스럽고 아쉬운 부분은 있기 마련입니다. 인기 많은 연예인을 만나면 다를 거라고요? 아닙니다. 그들도 사람인 이상 부족한 부분은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결국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플라톤이라면 이렇게 말하겠죠.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는 이유는 현실이란 한갓 그림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완벽한 사람(사람의 이데아)은 현실 너머에 있다고 말이죠. 플라톤에 따르면 이데아는 눈에 보이지 않으며 오로지 이성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완벽한 인간은 현실에는 없으며 오로지 이성을 통해 상상해낼 수 있을 뿐인 거죠. 

이데아론을 이해했다면 플라톤이 예술을 비난한 이유를 아는 건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시를 비롯한 예술은 이데아를 알게 해주기는커녕 그림자에 불과한 현실을 다시 모방할 뿐이라는 게 플라톤의 생각이었습니다.



플라톤 : 답답하긴. 가령 장인이 침대를 만든다 하세. 먼저 뭐가 필요하지? 무턱대고 톱과 망치를 휘두르면 침대가 만들어질까?

아리스 : 아니죠. 먼저 설계도가 있어야죠.

플라톤 : 그렇지. 장인의 머리속 설계도를 침대의 이데아라 부르기로 하세. 장인은 이 설계도에 따라 평생 수백, 수천 개의 침대를 만들어낼 걸세. 물론 침대들은 모두 이데아의 모방이겠지? 

아리스 : 예. 그것도 물질이라는 불순물이 섞인 불완전한…….

플라톤 : 자, 이제 어떤 환쟁이가 붓과 물감으로 이 침대를 그린다고 하세. 그건 뭘하는 걸까? 

아리스 : 당연히 침대를 모방하는 거죠. 

플라톤 : 그렇지. 그나마 또 한번 불완전하게 말일세. 결국 예술이란 가상의 가상, 그림자의 그림자란 얘기 아닌가? 이렇게 예술은 진리의 세계에서 두 단계나 떨어져 있는 거라네. 알겠나? (진중권 지음, 『미학 오디세이 1』 중에서)



예술은 현실을 모방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이란 이데아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이므로 결국 예술은 그림자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것이 플라톤의 생각입니다. 예술이 진리를 알려 주기는커녕 오히려 진리(이데아)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고 여긴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는 예술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것이란 고작 즐거움에 취해 진리를 망각하는 삶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모두가 예술에 취해 있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플라톤은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philosopher·철학자)으로서 아테네 시민들이 예술이 제공하는 즐거움과 향락에 취해 진리를 추구하는 일에 게을러지면 큰일이라고 걱정했습니다. 그가 시인을 추방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을 하게 된 이유입니다. 



“만약에 자네가 서정시에든 서사시에서든 즐겁게 하는 시가를 받아들인다면, 자네 나라에서는 법과 모두가 언제나 최선의 것으로 여기는 이성 대신에 즐거움과 괴로움이 왕 노릇을 하게 될 걸세. (…) 시가 그와 같은 성질의 것이기에, 우리가 그때 이 나라에서 시를 추방한 것은 합당했다는 데 대한 변론이 이것으로써 된 것으로 하세나. 우리의 논의가 그렇게 결론을 내렸으니까 말일세.” (플라톤 지음, 박종현 옮김, 『국가』 중에서) 



 
물론 시대적 맥락도 있습니다. 본래 아테네에서 교육은 오랫동안 서사시와 비극 등 문학이 담당했습니다. 그러다 플라톤 시대에 ‘철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 방식이 등장하게 되었죠. 즉, 문학이라는 이전의 교육방식과 철학이라는 새로운 교육방식이 충돌하던 때, 플라톤은 철학의 입장에서 문학을 비판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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