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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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근대 재발견·100년전 한중일》

(9).서양인의 눈에 비친 동양3국인의 얼굴 (김문학)
2010년 08월 03일 11시 04분  조회:6826  추천:30  작성자: 김문학

<장편련재>근대 재발견 100년전 한중일(9)

 

서양인의 눈에 비친 동양3국인의 얼굴

 


김문학



   백년전, 근대화과정에 있는 한중일 3국인, 서양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묘사된 얼굴은 어떤 모습이였을까? 18~19세기에 걸쳐 명암법과 원근법을 구사한 서양의 회화는 이민족의 자료를 수집하는데 활용되였다. 정보수집에 사용된 그림은 오늘날의 사진, 비디오, 영상, 항공사진
등에 해당하는 구실을 했다.   

                       

  그림의 장르에는 스케치, 동판화, 유화, 수채화, 만화, 극화로 다양했는데 될수록 이국의 사물과 인간의 표정, 윤곽, 동작에서 풍경, 건물, 도로, 풍속습관 등을 시각화하여 타자에 대한 이해와 기억의 필수적인 수단으로 되었다.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비약의 선진국을 구축한 서양은 자신들의 문명체계를 비서양사회에도 강제하기 시작했다. 사이드가 예리하게 비판하다싶이 그들은 오만한 “오리엔탈리즘”시각으로 동양을 경멸하였으며 자신들의 과거 어느 시점에 대응시키는 열등한 이미지로 표상했다. 13세기의 마르크 폴로, 16세기의 마테모 리치의 뒤를 이어 동아시아의 땅을 밟은 19세기 중후반과 20세기초 서양 선교사들의 기록에도 그 무렵 서양의 근대에 비해 후발된 중국, 일본과 조선의 표상이 수없이도 등장한다.

 

  중국부터 보기로 하자. 선교사 아서 스미스의 고전적 명작 《중국인의 성격》에서도 저자 스미스는 중국인의 열악한 민족성에 대해 22종으로 분석나열하면서 지어 곰이나 거미류의 짐승에 빗대는 발언도 한다. “더럽고 무지한 미개인”의 중국인의 이미지가 난무했다. 중국인이 서양인을 “양구이즈(洋鬼子)”라 하고 그뒤 일본인을 “동양구이즈”라고 한것과의 대극에서 서양인은 중국인을 “돼지”로 본것이 그 전형적 패턴(格局)이다. 청국인이 변발을 길게 늘어뜨린 모습을 “돼지꼬랭이”로  비하시키고있다. 누런색 얼굴에 가늘고 우로 치켜올라간 교활해보이는 눈매, 그리고 유표한 뻐드렁이는 “청국인(지나인)”의 전형적 얼굴이다.

 

다음으로 일본인의 얼굴을 보기로 하자. 동시기 서양인의 그림에 나타난 일본인의 모습은 안경, 길게 우로 치켜올라간 눈, 앞으로 세게 툭 튀여나온 앞니, 왜소한 체구   이런것들이 스테레오타입(鉛版)의 일본인 얼굴이였다. 명치시대 서양인 화가 G.비고가 그린 유명한 그림이 바로 “원숭이 흉내내는 일본인”이란 타이틀의 그림이다.  문명개화기  로쿠메이칸(鹿鳴館)의 무도장의 거울앞에 선 일본인 남녀(부부?)의 얼굴이 거울에서는 영락없이 원숭이로 나타난다.

 

  이 그림을 그대로 해석이라도 하듯이 그때 일본을 찾은 프랑스인 P.로치는 그의 저술 《가을의 일본》에서 “에도의 무탑회”라 제목한 글에서 서양정장을 한 모습이 일본인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꼬면서 “왠지 일본인들은 모두가 내눈에는  원숭이로만 보인다”고 풍자하고있다.

 

   일본여성과 결혼하여 아들까지 두었던만큼 일본을 사랑한 프랑스 화가 G.비고 역시 서양인의 “오리엔탈리즘”의 우월성 의식에서 탈피되지는 못했다. 서양에 비해 아직 미개하고 비근대적인 면이 많은 표상을 서양에 전달하기 위하여 이 그림을 제작했던것이다.

 

    “원숭이 흉”그림으로 지금까지 서양은 물론 같은 동양에서도 일본인의 표상적 특징이 “원숭이”, “동양의 원숭이”로 고착돼 있게 된다.

 

  이제 마지막으로 조선은 어떠했는가를 보기로 하자. 서양인이 조선을 관찰하고 그림으로 표상화시킨 때는 1866년 병인양요부터이다. 조선은 19세기말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은밀한 나라로서 잘 알려지지 않은 “최후의 동양”의 나라였다. 최초로 “한국의 남녀”라는 서양인이 그린 그림(프랑스 화가 셍 쏘베 1806년 채색판화)을 보면 한국인이라기보다는 완전히 동남아의 소수민족의 옷차림과 비슷한 모습이여서 경이롭기만 하다.

 

  사실 조선이 세계사에 알려지게 된 때는 1894~95년 청일전쟁과 1904~05년 로일전쟁에서부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두차례 전쟁의 싸움터가 된 까닭에 서양인들은 조선과 조선인에 대해 본격적으로 담론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

 

  1888년 12월 22일, 영국의 잡지 《그래픽》에 게재된 조선인의 모습에는 “잼과 빵을 처음 먹고있는 조선인”이란 제목이 붙었다. 그때 영국인 려행가, 선교사들이 가지고있던 서양 잼, 통조림, 빵과 뻐터 등을 처음 접했을 때 조선인이 몰려들어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접하는 얼굴표정을 활사하고있다. 아직 낯설었지만 신기하고 특별한 서양문명은 탐나는것이였다. 당시 조선인의 서양문명과의 충돌을 실감할수 있는 력사의 기억의 귀중한 한페이지다.

 

  그때 서양인의 눈에 비친 조선인의 모습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두가지 있었다. 하나는 “흰옷”이고 또 하나는 조선남자의 상투에 쓴 “모자”였다. 백의민족의 상투를 중히 여기는 모자의 모습이야말로 한국인이 한국인이게끔 하는 특징적인 표징이 아닌가.

 

  “조선인은 인방인 청국인이나 일본인과도 현저하게 달랐다. 얼굴모양은 아주 다양했는데 의복이 획일적이였기에 눈에 뜨이며 눈끝이 우로 올라간 몽골로이드의 눈모양… 관골은 높고 이마는 모자에 가리워져 있었지만 노출된 그것을 보았을 때는 넓고 지적인 이마가 많았다. 표정은 느긋하고 당혹감이 약간 섞인다. 얼굴새에서 관찰되는것은 힘이나 의사력보다도 명민(明敏)함이다. 조선인은 실로 얼굴생김이 아름다운 인종이다… 체격도 좋다. 남녀를 막론하고 어느 계층의 사람이든 손발이 작고 흰물가리에 고운 모양을 하고있었으며… 지능면에서 조선인은 스콧트랜드에서 ‘흡수가 빠르다’는 말에 해당되듯 천생 이해력이 빠르고 명민함은 외국인 교사들도 인정하는것이며 외국어를 즉각 습득하는면에서는 청국인이나 일본인보다 유창하고 퍽 우수한 악센트로 얘기한다. 그들은 동양의 악벽인 의심증(猜疑心), 교활, 불성실함이 있으며 남자들끼리는 신용하지 않고 녀자는 칩거하며 지극히 열세의 지위에 있다.”

 

  인용이 다소 길어졌다. 이말은 영국의 여성여행가 이자베라.숍(하드)이 1894년 조선을 돌아보고 1897년에 쓴 600페지에 이르는 장편보고 《조선기행》의 한 대목이다.

 

  아무튼 100년전 서양인이 활사했던 동양3국의 이미지는 서양의 우월주의적인 “오리엔탈리즘”의 프르지를 통과하면서 “불결, 가난, 교활, 추악, 탐욕, 야만, 수성(獸性)” 등 미개인과 비근대적 이미지 표상으로 충만돼있었다.

 

  하기는 우리 동양인의 눈에 비친 서양 역시 그와 유사했던 표상이 있었던건 역시사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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