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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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인심-貧者편
2005년 11월 08일 00시 00분  조회:3757  추천:79  작성자: ysl
세상인심

우리가 공산주의를 지향했듯이 다 같이 잘 살면 좋겠는데 세상은 자꾸만 貧者와 富者로 나뉘어 진다. 그래서 역대 농민봉기의 기본모토의 하나가 바로 ‘濟貧富’. 현 단계에 와서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국가와 국가 사이 이런 나뉘어 짐은 더 가속화되고 더 심해진다고 한다. 貧者와 富者의 갈등, 현 단계에 있어서도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의 하나이다. 이른바 거창한 정치하는 사람들 여기에 신경 쓸지고. 별 볼 일 없는 문학을 하는 나는 貧者와 富者의 좀 시시껄렁한 얘기를 하도록 하지.

세상인심-貧者편

貧者와 富者, 누가 더 마음 좋지? 貧者? 富者? 아무래도 나는 貧者가 더 마음 좋다고 생각한다. 무슨 심사숙고해서 얻은 결론은 아니다. 그저 가다오다 얻어 들은 풍월이 그런 거 같다.

김삿갓, 19세기 조선의 희대의 풍류남아. 조선의 山山水水, 村村落落 안 돌아다닌 곳이 없는 방랑객. 그가 접촉한 貧者와 富者는 지천에 깔렸다. 그러니 그에게 貧者와 富者의 세상인심을 묻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四脚松盤粥一器
天光雲影共排徊
主人莫道無顔色
吾愛靑山倒水來

김삿갓이 지은 한시 ‘吾愛靑山倒水來’다. 현대 우리말로 옮기면 ‘개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가/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주인이여, 미안해하지 마오/나는 원래/물에 비치는 청산을 사랑한다오’. 김삿갓이 허기를 면코자 허름한 초가를 찾아 들어 한 끼 식사를 부탁하니 주인네는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개다리 소반에 멀건 죽 한 그릇 내온다. 김삿갓은 기꺼이 죽을 마주하고 앉았다. 그런데 그 죽이 얼마나 멀건지 푸른 하늘과 산이 비쳐들어 온다. 이에 주인은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몰라 한다. 그래서 김삿갓은 장대 휘둘러 거칠 것 없는 가난한 살림이건만 죽이라도 내어주는 주인의 고마운 마음을 위로코자 일필휘지 ‘吾愛靑山倒水來’를 읊는다.

二十樹下三十客
四十村中五十飯
人間豈有七十事
不如歸家三十飯

김삿갓이 지은 한시 ‘二十樹下三十客’다. 현대 우리말로 옮기면 ‘스무나무 아래 서른 나그네/마흔 마을에 쉰 밥/인간 세상에 어찌 이른 일이 있을소냐/집에 돌아가서 서른 밥을 먹기만 못 하리’. 김삿갓이 부자동네에서 밥 한 끼를 청했는데 차례지는 것은 고작 쉰밥이다. 이에 그는 괘씸함을 느껴 ‘四十村’ 즉 ‘마흔 마을’을 ‘망할 마을’로 슬쩍 환치하여 부자동네를 저주하고 있다. 단순히 수자유희 같은 시지만 따지고 보면 실은 부자들의 들되 먹은 인심을 꼬집고 있다.

김삿갓은 분명 貧者의 인심을 긍정하고 富者의 인심을 부정했다. 그는 貧者편이였다.

그럼 다시 현대판 貧者와 富者 인심판을 보도록 하자.

주병진, 한 때 한국에서 잘 나가던 TV 토크쇼 진행자. 지금은 도박인지 무언지 하는데 말려들어 TV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이 친구도 괴짜기는 괴짜. 세상인심 알아본다고 한번은 서울 성북 어디 못사는 동네 지하철입구에 머리를 옷으로 뒤집어 쓴 채로 땅에 처박고 돈구럭 앞에 놓고 하루점도록 비락질을 해봤다. 돈이 제법 들어왔다. 그 이튼 날 똑 같은 방법으로 서울 강남 어디 잘 산다는 동네 지하철입구에서 비락질을 해봤다. 그런데 돈이 영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 친구 결론:貧者 후하고 富者 깍쟁이. 이 친구 貧者편이였다.

세상 많은 사람들, 김삿갓, 주병진 貧者富者인심풀이에 동감할 것이다. 옛날에는 못 살았지만 세상인심이 ... 하는 人心不如古하는 한탄은 바로 그 동감의 목소리다. 그러니 다 貧者편인 셈이다. 나도.

그럼 富者들, 왜 그리 인심 박하냐? 잘 살면서 말이다.

富者들, 마음이 貧者기 때문.

富者들, 너무 힘들게 富者가 되었기 때문이다. 좋게 말해서 너무 힘들게 벌었기 때문이다. 富者종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제 애비 잘 만나 된 놈 별도. 아글타글 해야 富者가 된다. 그러니 그 富라는 것은 자기 피나 살점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 자기 피나 살점을 쉽게 남 줄 놈이 어디 있나. 그래서 富者는 쉽게 자기의 富를 지키는데 연연하는 守錢奴가 되는 것이야. 세계명작의 3대 守錢奴를 비롯한 많은 守錢奴적 富者들은 다 이런 경우야. 베푸는 자린고비는 이런 守錢奴의 역설적인 이야기고.

富者들, 자기네 가난한 때를 잘 모른다. 대개 건망증을 가지고 있다. 또는 가난을 겪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貧者들이 가질 수 있는 同病相憐의 동정심이 없다.
富者들, 끝없는 욕망에 놀아난다. 이 세상 富를 다 안고 다 가지고 싶어한다. 욕심의 과대팽창, 다람쥐 채바퀴 돌 듯 피곤하기만 하다. 知足者常樂을 모른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在於 福中而不知福인 셈이다.

富者들, 자아실현의 인생최고 경지를 잘 모른다. 베풀고 자원봉사자가 되는 그런 樂, 인생최고 경지의 樂을 잘 모르고 천민富者, 속된 富者로 남기 때문이다.
富者들, ...

2005.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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